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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조원 실탄 보유’ 유암코 좀비기업 구조조정 한다

    4조원 상당의 재원을 확보한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다음달부터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한다. 장사해서 번 돈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들을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고 보고 당국이 속도를 내기로 한 것이다. 유암코는 좀비기업의 주식과 채권을 최대 28조원어치 사들일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유암코와 유암코 출자은행들(신한·KEB하나·기업·국민·우리·농협·산업·수출입은행)과의 협의를 거쳐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운영 방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정부는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를 만들 계획이었으나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관리회사인 유암코를 확대·개편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따라 유암코 출자은행들은 1조 2500억원을 추가 출자하고 2조원의 대출 약정을 맺었다. 기존 자본과 보유 회사채 등을 합해 총 4조 2000억원의 ‘실탄’이 수혈된 셈이다. 유암코는 다음달 중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PEF)를 설립해 구조조정 대상을 물색, 선정할 계획이다. 구조조정을 위한 PEF에는 유암코가 단독 또는 민간 자산운용사 등과 함께 무한책임사원(GP)으로 참여한다. GP는 부실기업의 채권·주식 등을 사들인 뒤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이나 사업 재편, 비용 감축 등 기업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기업의 핵심자산을 팔거나 청산·파산시킨다. 유암코가 PEF 전체 지분의 30~50%를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PEF의 자본 규모는 8조 4000억~14조원이 될 전망이다. 이 PEF가 구조조정 채권·주식을 액면가의 50~70%로 사들이면 총 12조~28조원 규모의 채권·주식을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PEF가 자본의 300%까지 차입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구조조정 규모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수도 있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우선 소규모 기업 구조조정부터 시작해 성공사례가 축적되면 업종별·산업별 구조조정으로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단독] 부도기업에 작년 3조 5000억 퍼줬다

    [단독] 부도기업에 작년 3조 5000억 퍼줬다

    지난해 망한 기업에 퍼준 돈이 3조 5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4년 새 두 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은행권 총 대출이 19% 늘어난 것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밑 빠진 독’으로 돈이 가파르게 새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가계빚보다 기업 부채가 더 무섭다’는 진단이 잇따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가계빚 등이 맞물리면 기업 부실이 줄도산으로 연결돼 은행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도 업체에 대한 은행권 대출은 2010년 1조 7284억원에서 2014년 3조 5251억원으로 104%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권 총 대출은 1308조 8817억원에서 1557조 8939억원으로 19.0% 증가했다. 국내 기업들의 자금 지원과 수출 업무를 맡고 있는 특수은행의 부실 채권(석 달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 여신)도 같은 기간 4조 6944억원에서 7조 5269억원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이런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버젓이 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장사해서 번 돈으로 대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3295개다. 전체 기업(금융사 제외) 2만 1657개의 15.2%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돌려막기 등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좀비기업이 급증한 까닭은 물가 하락 요인이 크다. 2012년 말부터 경기 침체로 물가가 떨어지면서 같은 물량을 팔아도 매출액이 줄어든 것이다. 세계 경기도 안 좋다 보니 수출이 부진하고 소비 심리 악화로 내수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기업은 규모가 큰 만큼 하나만 흔들려도 여진이 클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도 이런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 좀비기업 솎아내기에 나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돈을 풀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적극 대응한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며 손을 놓고 있었고 이런 안이함이 기업 부채를 심화시켰다”면서 “부채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국민경제가 얼마나 파탄 나는지 과거 두 차례 위기를 통해 뼈아프게 배운 만큼 금융 당국이 지금부터라도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단독] “밑빠진 독에 돈붓기” 내년 트리플 딥 뇌관… 좀비기업 솎아낸다

    [단독] “밑빠진 독에 돈붓기” 내년 트리플 딥 뇌관… 좀비기업 솎아낸다

    “기업이 망하면 직원도 일자리를 잃고 가장이 돈을 못 버니 가계로 부실이 전이됩니다. 기업 부채는 하나만 터져도 규모가 큽니다. 대우, 기아, 한보, 쌍용 등이 몰락하면서 몇몇 은행이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그게 다 가계발이 아니라 기업발이잖아요. 기업 부실이 더 커지면 외환위기가 또 올 수도 있습니다.”(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 세계 경기침체와 경쟁력 약화로 국내 주력산업에서 휘청거리는 기업이 나오기 시작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은행은 ‘눈앞의 수익’ 때문에, 정부는 ‘당장의 성장률’에 집착한 탓에 구조조정보다는 금리를 계속 낮춰 기업을 연명시키기에 급급했다. 정부가 뒤늦게 ‘좀비기업’ 솎아내기에 나섰지만 임기 내 진통을 감내해야 하는 작업이라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서울신문이 21일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업종별 부채 현황을 살펴본 결과 기업이 갖고 있는 회계상 부채는 4년 새 20.1% 늘었다. 이 부채 가운데 대출(차입금) 비중은 같은 기간 37.2%나 늘었다. 이 기간 자산 총액은 25.6% 증가했다. 빚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 기업부채연구센터·TF 발족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부채 증가 폭보다 차입금 증가 폭이 크다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갚아나간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바깥에서 끌어왔다는 의미”라면서 “앞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들의 부채 부담이 급증하고, 이 문제가 빠른 속도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집이라는 담보가 있는)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도미노 부실로 이어질 경우 금융권 전체도 흔들릴 수 있어 우리 경제의 (위험을 당기는)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LG경제연구원이 628개 비(非)금융 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자보상배율 1 미만) 비중은 2010년 24.7%에서 올 1분기 34.9%로 껑충 뛰었다. 금융 당국도 바빠졌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기업부채 실태와 구조조정 방안 등을 전담하는 ‘기업부채연구센터’를 금융연구원에 발족시켰다.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부실 징후 기업을 선별하겠다며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좀비기업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는 은행 직원과 영업점에는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은행연합회를 통해 이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권 “엄포보다 기업 정리 용단 내릴 때” 현장은 다른 목소리를 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을 제때 정리하지 않으면 (은행에)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을 때가 아니라 정부가 우선 (정리할 기업을 정리하는) 용단을 내릴 때”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그 예로 성동조선을 든다. ‘지역 경제를 위해서라도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시어머니(정부, 정치권) 간섭에 결국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게 채권단의 항변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성동조선은) 법정관리가 유일한 해법이었는데도 뒷감당이 두려운 정부 때문에 제때 손을 못 대 엄청난 비용이 더 들어가게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M&A 활성화·벤처캐피탈 육성 병행해야” 살릴 기업과 죽일 기업을 구분하는 섬세한 기준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기업금융팀장은 “부실 기업은 국내 기업 전반의 문제라기보다 해운이나 건설 등 특정 대기업 업종의 문제”라면서 “앞으로도 전망이 불투명한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나 벤처캐피탈 육성 등의 방안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은 자본시장에서 기술을 평가하고 자정 능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내년 우리 경제는 장기 불황 탈출이냐, 트리플 딥(삼중 침체)이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내년 최우선 목표는 생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살아남는 게 곧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단독] “정부, 우산 타령 접어라… 입김 그만”

    정부는 이르면 23일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시발탄으로 기업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부실이 심화되기 전에 채권자들이 나서 구조조정을 압박할 수 있는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입김을 넣는 기존 구조조정 관행으로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처방이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도 우산 타령을 접으라”는 주문이다. 양원근 금융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은 “은행은 기업 리스크를 상시적으로 평가해 신규 자금이나 자금 회수를 적절히 반영하고 리스크에 따라 금리를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홍 하나금융연구소 기업금융팀장은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정크본드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이 기업이 부실해지면 경영권을 인수해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기업 경영권을 사고팔면서 기업이 부실 자산을 스스로 떨어내도록 압박한다”면서 “우리는 구조조정만 하려고 하면 당국이 ‘비 올 때 우산 뺏지 마라’며 압력을 넣고 정치권도 떠들어대는데 어떻게 적기에 부실 기업을 솎아내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정부 입김을 최소화하고 시장에서 채권자들이 자율적으로 합의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 업종 정책금융 연명 무의미 지금도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워크아웃이나 채권단자율협약 등 사전 구조조정 제도가 있지만 채권단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합의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의 경우 주채권은행이 산은이나 수은이어서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금융 당국이 대우조선 처리 방안을 두고 산은으로 하여금 유상증자를 통해 급한 불을 끄도록 종용하는 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이나 해운업 등 큰 기업의 경우에는 중국으로 산업 이전이 가시화됐고 중소기업은 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으로 부실이 늘어나게 됐다”면서 “조선업처럼 중국으로의 산업 이전이 본격화된 경우 정책금융으로 연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유암코 ‘기업 회생 뒤 매각’ 모델 개발해야 정부도 시간이 많지 않고 관(官) 주도의 구조조정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별도 구조조정 회사를 세우려던 방침을 전격 번복, 기존에 있던 ‘유암코’(은행들이 돈을 내 만든 부실채권 전문처리회사)를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확대 개편하기로 한 것은 그래서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기업부채연구센터장은 “진정한 의미의 구조조정은 부실 기업을 뜯어고쳐 (필요한 지원을 한 뒤 회생시켜) 새 주인에게 매각하는 과정까지를 포함한다”면서 “좋은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오고 이를 통해 민간에서도 돈을 넣어 수익률이 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암코가 부실 채권을 인수해서 정리하는 기존의 역할에 더해 이런 구조조정 역할을 잘 해줘야 당국이 의도하는 기업 구조조정이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오너(소유주)가 그룹을 경영하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지배구조 자체가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기존경영자 관리인제도’(DIP)가 있기 때문에 채권단의 경영 간섭이 심한 워크아웃보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곧장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연구위원은 “오너십이 강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떻게든 경영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고, 경쟁력 없는 기업이 다른 계열사의 보조를 받아 생존하는 식이어서 조기에 부실 기업을 떨어내는 게 잘 되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오늘의 눈] 금융개혁 ‘우간다와 잃어버린 20년’/이유미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금융개혁 ‘우간다와 잃어버린 20년’/이유미 경제부 기자

    외환위기 이전이었던 1990년대 중반 국내 기업 중 법인세를 가장 많이 냈던 곳은 어디일까. 바로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은행)의 전신인 제일은행이다. 1994년 발표한 ‘1993년 법인세 100대 법인 현황’에 따르면 당시 제일은행은 1994년 한 해 동안만 810억원을 법인세로 납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 면에서 제일은행이 국내 1위 기업이었던 셈이다. 직전까지 1위를 차지했던 현대중공업은 그해 3위(562억원)로 밀려날 만큼 그 당시 금융산업의 위상은 대단했다. 강산이 두 번 바뀐 오늘날 국내 금융산업의 위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가 우간다보다 못 하다는 결과가 나와 금융권이 ‘초토화’됐다. 일각에선 조사의 공신력에 의문을 제기했고 또 다른 한편에선 “자존심에 큰 생채기가 났다”며 금융개혁을 외쳤다. 금융권을 일순간 충격에 빠뜨린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우간다가 궁금해졌다. 세계지도를 펼쳐 우간다 위치를 확인해 봤다. 아프리카 동부 케냐 옆에 자리잡고 있는 이 나라보다 한국 금융시장 경쟁력이 뒤처지는 이유는 뭘까.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거치며 국내 5대 시중은행이었던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가 문을 닫았다.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 시중은행들이 함께 철퇴를 맞았다. 여타 은행들도 공적 자금이 투입되며 지금까지도 경영정상화 이행 계획이란 족쇄를 발목에 차고 있다. 이는 곧 금융산업 위축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이를 감안해도 지난 20년 동안 제조업과 금융산업의 간극 차이는 크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485조 780억원에서 국내 금융업(75조 5580억원)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5.09%에 그쳤다. 2008년 GDP(1104조 4920억원)에서 금융업 비중이 5.88%(64조 9280억원)였던 것을 감안하면 금융업의 경쟁력은 해마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전 세계에서 거둬들인 순이익은 23조 3944억원이었다. 리딩 그룹이라 불리는 신한금융의 같은 기간 순익이 2조 824억원인 것만 놓고 봐도 제조업과 금융산업의 체급 차이는 현격하게 벌어져 있다. 이를 두고 “국내 금융산업이 20년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자조도 나오고 있다. 서울신문에서 최근 ‘금융개혁 긴급 설문’을 한 결과 금융권에선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금융산업의 발목을 잡는다고 성토했다. 반대로 금융 당국은 “금융권 보신주의와 구태의연한 영업 관행’을 주범으로 지목했다. 민(民), 관(官) 모두 ‘남 탓’ 하기 바빴다. 국내 금융산업의 초라한 배경을 단선적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규제산업인 금융업을 제조업과 동일선상에 놓고 단순 비교하기도 어렵다. 다만 금융산업의 ‘잃어버린 20년’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수출 엔진이 식어 가고 있는 지금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인 금융업의 도약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우간다보다 못한 금융 수준에 ‘자존심 상한다’며 분개하지 말자. 그보다는 금융 당국과 금융권 모두 ‘계급장 떼고’ 우간다조차 배워 보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금융개혁을 위해 손발을 맞춰 나가야 한다. yium@seoul.co.kr
  • [사설] 한·중 FTA 비준해 중국 성장 둔화 대처해야

    중국 경제가 올 3분기에 6.9% 성장했다. 시장 전망치(6.8%)보다는 높지만 2분기에 비해서는 0.1% 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성장의 삼각 축인 수출·투자·소비가 모두 부진한 탓이 컸다. 중국의 분기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심각했던 2009년 1분기(6.2%) 이후 6년 반 만에 처음이라 우려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 중국 경제가 성장세 둔화로 경착륙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대두하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은 중국이 제조업과 투자 중심에서 서비스업과 소비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분석한다. 당사자인 중국 역시 안정적인 중속성장(新相態)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점 등으로 봐서는 3분기 성장률 자체를 놓고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중국은 지금 누적된 과잉 부채, 과잉 설비투자, 부패한 국영기업 등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이 같은 구조개혁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 진작책이 효과를 거둔다면 다행이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세계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중국 경제의 앞날을 예단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건 중국 경제가 어디로 가든 그 여파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체질 개선을 통해 살아날 경우 대중 수출 비중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반면 우리는 경쟁력이 높아진 중국의 주력 상품과 세계 시장에서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경착륙으로 이어진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이럴 경우 중국은 지난 8월 두 차례에 걸쳐 위안화 평가절하(4.66%)를 한 데 이어 또다시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 들 게 뻔하다. 우려되는 중국발 환율 전쟁이다. 우리는 대중 수출 비중이 25%에 이를 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대중 수출의 70% 이상이 중국 경제 둔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중국 성장률이 1% 포인트 떨어지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0.17% 포인트 하락한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따라서 수출 다변화 정책 못지않게 서비스업에서 성장 동력을 얻으려는 중국의 내수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품 중 중간재 비중은 73%인 반면 소비재 비중은 7%에 불과하다. 일본(10.6%)·미국(10.3%)·독일(9%) 등에 비해 크게 뒤진다. 이를 타개하려면 지난 6월 양국 정부 간 서명을 끝내고 국회에 계류 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는 게 급선무다. FTA가 발효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5년 후 1.0~1.3%, 10년 후 2.3~3.0%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중국 내수시장 진출의 지렛대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 동시에 중국 성장에 기댈 수 없는 철강·조선 등 일부 업종은 과감히 구조조정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중국의 중속성장에 따른 중·장기 대응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 [단독] 응답자 절반 “4시 셔터보다 ‘붕어빵’ 금융 상품이 더 문제”

    [단독] 응답자 절반 “4시 셔터보다 ‘붕어빵’ 금융 상품이 더 문제”

    경제 관료 출신들과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등은 오후 4시면 셔터를 내리는 은행의 영업 관행보다 ‘붕어빵’처럼 똑같은 상품 구조와 서비스가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진단했다. 금융산업 건전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경기 침체와 불안한 대외 경제를 꼽았다. 금융 개혁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65명) 가운데 절반가량(32명, 복수 응답)은 ‘차별화 없는 붕어빵 상품과 서비스’가 국내 금융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에 의존하는 영업 방식’(20명)도 큰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오랫동안 금융산업이 규제 산업으로 보호되면서 금융사들이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다양한 상품 경쟁보다는 우물 안 영업방식에 길들여져 버렸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이 지난해부터 금융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핀테크 육성, 인터넷전문은행 신설 등을 추진해 오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금융사 영업 관행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획일적인 은행 영업시간’(오전 9시~오후 4시)에 대해서는 2명만이 같은 문제의식을 보였다. 영업시간 자체보다는 ‘획일적’, 즉 붕어빵이라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부행장과 국민카드 부사장 등을 지낸 지동현 삼화모터스 대표는 “소비자 이익보다는 회사 이익에 치중하는 금융사들의 영업 관행과 규제에 순치된 사고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심지홍 단국대 명예교수는 “해외 선도 금융사의 영업 방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장은 “금융감독원의 낙후된 검사 관행”을,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전문인력과 CEO 리더십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각각 꼽았다. 노사 관계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역삼각형(연차가 낮은 직원보다 높은 직원이 더 많은 형태) 인력 구조로 인해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점(35명)을 제일 많이 꼽았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자리는 한정돼 있는 데 비해 연차가 높은 직원이 많다 보니 자연히 인력 적체 현상이 생기고 새로운 물갈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같은 이유로 임금피크제나 연봉성과제 등 근로조건을 바꾸는 데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다(21명)는 우려가 뒤따른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은행은 고임금을 받는 상층부가 많은 데 비해 총생산성이 낮다”면서 “이는 오랜 경험으로 노하우를 갖고 있어야 하는 상층부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윤 교수는 “금융권 전반에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포진한 것도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직원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말했다. 학계 전문가들과 정·관계 인사들은 좀비기업 양산(19명)과 가계부채 급증(15명)이 국내 금융산업 건전성의 최대 위협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외적 요인(경기 침체, 대외 불확실성)에서 위협 요인을 찾는 업계(21명)와 다소 대조된다. 보험업계는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역마진 심화를 크게 우려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설문 참여해 주신 분(가나다순) ●전직 관료 및 정계(21명)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전 금통위원)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전 국무총리실장) 권혁세 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전 금융감독원장)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노대래 성균관대 석좌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전 재정경제부 제1차관)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장(전 기획재정부 장관)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장(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윤증현 윤경제연구소 소장(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임승보 대부금융협회장(전 금융감독원 부국장)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전 금융위원장) 정희전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전 국제금융센터 부원장) 주재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전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 임금피크제로 ‘은행권’ 임금 가장 많이 깎인다

    임금피크제로 ‘은행권’ 임금 가장 많이 깎인다

    금융·제약·조선·도소매·자동차 부품 등 5개 업종에 대한 임금피크제 도입 모델안이 나왔다. 이 모델은 15일 고용노동 분야 3대 학회인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한국인사조직학회, 한국인사관리학회 차원에서 제시한 것으로 사례 분석과 현장 방문 및 면담, 전문가 회의 등을 거쳐 마련됐다. 학회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임금피크제 도입 일반 모델안 발표회’를 통해 관련 업종별로 특성이 다른 만큼 각 업종에 맞는 임금피크제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고임금 업종인 데다 노무비 비중이 높아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큰 금융업은 임금 감액률을 높게 설정하되 평균 4~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은행권은 임금피크제 적용 후 연평균 40~50%, 보험 등 기타 금융권은 25~30% 내외로 임금을 감액할 것을 권고했다. 은행권은 5개 업종을 통틀어 감액률이 가장 높다. 금융업 모델안을 연구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권은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으나 단기적 비용 조정은 산업의 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숙련 인력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금융업은 사무직이 많은 만큼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직무를 실무형 전문직, 마케팅직, 별정직 등으로 다양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상당히 높은 제약업은 평균 2~5년에 걸쳐 정년이 연장되는 근로자의 임금을 연평균 20% 깎고, 조선업도 같은 기간 10~20% 임금을 감액해야 한다고 학회는 제언했다. 또 제약업과 조선업, 자동차 부품업은 업종 특성상 기술·숙련 인력이 많은 만큼 정년 연장 후 직무는 유지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도소매(유통)업은 3~5년에 걸쳐 연평균 15~20% 임금을 깎고 영업·판매 등 노하우가 필요한 직군은 직무를 유지하되 사무관리직은 적합한 직무를 발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다만 모델을 연구한 이강성 삼육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캐셔, 진열, 고객 응대 및 안내직은 임금피크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자동차 부품업은 임금피크제 적용 후 2~5년에 걸쳐 연평균 15~20% 임금을 감액하되 조선업과 마찬가지로 장시간 근로가 많아 근로시간 단축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를 지원하고자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근로시간을 주당 32시간 이하로 단축하면 종전 임금보다 감소한 금액의 50%를 연 1080만원 한도로 지원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임금피크제로 ‘은행권’ 임금 가장 많이 깎인다

    임금피크제로 ‘은행권’ 임금 가장 많이 깎인다

    금융·제약·조선·도소매·자동차 부품 등 5개 업종에 대한 임금피크제 도입 모델안이 나왔다. 이 모델은 15일 고용노동 분야 3대 학회인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한국인사조직학회, 한국인사관리학회 차원에서 제시한 것으로 사례 분석과 현장 방문 및 면담, 전문가 회의 등을 거쳐 마련됐다. 학회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임금피크제 도입 일반 모델안 발표회’를 통해 관련 업종별로 특성이 다른 만큼 각 업종에 맞는 임금피크제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고임금 업종인 데다 노무비 비중이 높아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큰 금융업은 임금 감액률을 높게 설정하되 평균 4~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은행권은 임금피크제 적용 후 연평균 40~50%, 보험 등 기타 금융권은 25~30% 내외로 임금을 감액할 것을 권고했다. 은행권은 5개 업종을 통틀어 감액률이 가장 높다. 금융업 모델안을 연구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권은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으나 단기적 비용 조정은 산업의 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숙련 인력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또 “금융업은 사무직이 많은 만큼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직무를 실무형 전문직, 마케팅직, 별정직 등으로 다양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상당히 높은 제약업은 평균 2~5년에 걸쳐 정년이 연장되는 근로자의 임금을 연평균 20% 깎고, 조선업도 같은 기간 10~20% 임금을 감액해야 한다고 학회는 제언했다. 또 제약업과 조선업, 자동차 부품업은 업종 특성상 기술·숙련 인력이 많은 만큼 정년 연장 후 직무는 유지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도소매(유통)업은 3~5년에 걸쳐 연평균 15~20% 임금을 깎고 영업·판매 등 노하우가 필요한 직군은 직무를 유지하되 사무관리직은 적합한 직무를 발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다만 모델을 연구한 이강성 삼육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캐셔, 진열, 고객 응대 및 안내직은 임금피크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자동차 부품업은 임금피크제 적용 후 2~5년에 걸쳐 연평균 15~20% 임금을 감액하되 조선업과 마찬가지로 장시간 근로가 많아 근로시간 단축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를 지원하고자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근로시간을 주당 32시간 이하로 단축하면 종전 임금보다 감소한 금액의 50%를 연 1080만원 한도로 지원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데스크 시각] 금융개혁을 논하기 전에/전경하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금융개혁을 논하기 전에/전경하 경제부 차장

    금융권에는 크게 두 개의 노조가 있다. 은행과 금융공기업 중심의 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증권, 보험, 협동조합, 캐피탈 중심의 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사무금융연맹)이다. 조합원 15만명가량인 금융노조는 총조합원 100만명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조합원 7만명인 사무금융연맹은 총조합원 69만명인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 가입돼 있다. 총조합원 대비 금융 관련 노조의 인력 비중은 각각 15%와 10%지만 조합원이 내는 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 이상이라고 한다. 우선 연봉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다. 또 숫자에 밝고 ‘마감’에 민감한지라 제때 걷어 제때 잘 낸다. 금융사의 관리자급이면 노조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경영진을 뺀 전체 직원의 70~80%가량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 해서 금융에서 노조의 힘이 세다. 제1금융권인 은행이 특히 그렇다. 이용득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우리은행으로 인수합병된 상업은행의 노조위원장을 거쳐 금융노조 위원장, 한노총 위원장을 했다. 김기준(비례대표) 새정치연합 의원은 외환은행 노조위원장과 금융노조 위원장을 거쳤다. 김영주(서울 영등포구갑) 새정치연합 의원은 금융노조의 첫 여성부위원장 출신이다. 노조의 힘이 세서인지 은행의 복지는 꽤 괜찮다. 예를 들어 은행의 육아휴직은 2년 4개월 정도다. 법에서 정한 출산휴가 90일이 영업일 기준으로 바뀌어 4개월가량이 됐고, 법에서 정한 육아휴직 1년 이내에 더해 1년을 더 쓸 수 있게 해서다. 육아휴직 1년에 출산휴가 3개월을 붙여 15개월을 쉬기에는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는 다른 업종의 ‘워킹맘’ 입장에서는 가히 천국인 셈이다. 입장을 바꿔 관리자가 되면 난감이다. 은행의 실무 직군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2년 4개월씩 인력의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들은 임신 가능한 여성의 10%가량이 육아휴직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인력을 운용한다. 은행이 돈을 잘 벌 때야 문제가 없지만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고 다른 마땅한 수익원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이 비용이 은행을 조여 오기 시작했다. 어쩌다 2년 4개월의 육아휴직이 은행권에 정착됐을까. 노조도 강했지만 ‘낙하산’ 인사도 맞장구를 쳤기 때문이다. 은행의 복지가 다른 금융업종인 증권과 보험보다 좋은 것에는 ‘낙하산’ 인사가 은행에 집중된 탓도 있다. 은행들은 ‘낙하산’ 인사가 새로 임명되면 출근 저지 투쟁을 하면서 이른바 ‘길들이기’를 해 왔다. 그 결과 정통성이나 명분이 약한 인사는 노조의 요구를 가급적 많이 들어줬다. 정권이 바뀌면 낙하산 인사도 바뀔 텐데 은행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는 관심이 있었을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오후 4시에 문을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며 헛발질 아닌 헛발질을 했지만 이는 금융에서 노조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금융 노동자를 금융개혁의 걸림돌로 지목한 악의적인 왜곡’이라며 관치 금융과 낙하산 인사의 중단을 요구했다. 둘 다 맞는 소리다. 가운데 낀 국민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뿐이다. 둘 다 잘못해 놓고는 서로만 나무란다. 정부는 ‘낙하산’이라도 전문성 있는 사람을 보내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금융노조는 연봉 1억원 안팎이지만 생산성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저성과자들에 대한 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게 금융개혁의 출발점이다. lark3@seoul.co.kr
  • [뉴스 분석] 한국 경제 ‘블프 효과’

    [뉴스 분석] 한국 경제 ‘블프 효과’

     관제 행사라는 논란이 따라붙긴 했지만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효과는 있었다. 행사 기간 동안 유통업체의 매출이 확연히 늘었다. 고용을 수반하는 서비스업 호조 등에 힘입어 취업자 수도 ‘일단’ 반등에 성공했다. 내수 온기를 수출로 연결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4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10월 1~11일) 기간 백화점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4.7% 증가했다. 작년에도 이 기간이 세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대 신장세가 의미 있어 보인다. 홈쇼핑과 온라인쇼핑몰은 26.7%, 하이마트 등 가전유통업체는 18.7% 각각 증가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내수 회복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면서 “소비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이전 수준을 웃돌고, 생산과 투자도 2분기 부진에서 회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관광객 입국자 수도 메르스 사태 이후 3개월 만에 전년 수준을 넘어섰다. 7월 53.1%, 8월 27.3%, 9월 3.8% 각각 감소에서 이달(1~12일) 들어 전년 대비 6.5%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 사스와 일본 대지진 등으로 이들 국가의 관광산업이 회복되기까지 6~12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빠른 회복세다.  9월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만 7000명 늘었다. 그동안 주춤했던 서비스업 취업자가 29만명 늘어난 덕이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도 1년 전보다 9만명가량 확대되면서 청년 실업률(7.9%)은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9월 고용 지표에서 서비스 분야가 대폭 늘어난 것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성장 동력은 결국 서비스업”이라고 강조했다.  오름세로 돌아서는 듯하던 국제유가는 40달러 중반대로 다시 주저앉았다. 내년까지 저유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우리 경제의 부담 요인이 줄었다.  관건은 수출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저유가(에 따른 가격 경쟁력)만으로 수출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면서 “소득 정체, 노후 대비 부족, 주거 불안 등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본격적인 소비 회복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도 “이번 고용 지표가 일시적인 ‘반짝 회복’인지 구조적으로 정착된 것인지 판단하긴 어렵다”면서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여전히 회사가 어려워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등으로 움츠러든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중국 경제가 연착륙하면 수출도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서울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뉴스 분석] 한국 경제 ‘블프 효과’

    [뉴스 분석] 한국 경제 ‘블프 효과’

    관제 행사라는 논란이 따라붙긴 했지만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효과는 있었다. 행사 기간 동안 유통업체의 매출이 확연히 늘었다. 고용을 수반하는 서비스업 호조 등에 힘입어 취업자 수도 ‘일단’ 반등에 성공했다. 내수 온기를 수출로 연결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4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10월 1~11일) 기간 백화점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4.7% 증가했다. 작년에도 이 기간이 세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대 신장세가 의미 있어 보인다. 홈쇼핑과 온라인쇼핑몰은 26.7%, 하이마트 등 가전유통업체는 18.7% 각각 증가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내수 회복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면서 “소비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이전 수준을 웃돌고, 생산과 투자도 2분기 부진에서 회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관광객 입국자 수도 메르스 사태 이후 3개월 만에 전년 수준을 넘어섰다. 7월 53.1%, 8월 27.3%, 9월 3.8% 각각 감소에서 이달(1~12일) 들어 전년 대비 6.5%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 사스와 일본 대지진 등으로 이들 국가의 관광산업이 회복되기까지 6~12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빠른 회복세다. 9월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만 7000명 늘었다. 그동안 주춤했던 서비스업 취업자가 29만명 늘어난 덕이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도 1년 전보다 9만명가량 확대되면서 청년 실업률(7.9%)은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9월 고용 지표에서 서비스 분야가 대폭 늘어난 것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성장 동력은 결국 서비스업”이라고 강조했다. 오름세로 돌아서는 듯하던 국제유가는 40달러 중반대로 다시 주저앉았다. 내년까지 저유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우리 경제의 부담 요인이 줄었다. 관건은 수출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저유가(에 따른 가격 경쟁력)만으로 수출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면서 “소득 정체, 노후 대비 부족, 주거 불안 등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본격적인 소비 회복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도 “이번 고용 지표가 일시적인 ‘반짝 회복’인지 구조적으로 정착된 것인지 판단하긴 어렵다”면서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여전히 회사가 어려워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등으로 움츠러든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중국 경제가 연착륙하면 수출도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서울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한계 기업’ 대대적 구조조정

    금융 당국이 ‘한계 기업 솎아내기’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기업부채에 대해 사전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기업을 대상으로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범정부 협의체도 가동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11~12월 중에 채권은행이 대기업 신용위험평가에 나서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경영 상황이 악화되거나 잠재적 부실이 우려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필요하면 즉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강화된 기준에 따라 추진하고 있으며 이달 중 마무리할 예정이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전에는 ‘최근 3년간’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이거나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이 대상이었으나 이번에 ‘최근 2년간’으로 신용위험평가 기준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기간산업과 대기업그룹에 대해선 금융위원장이 주재하는 정부 내 협의체를 가동해 산업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 추진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협의체에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감독원, 국책은행 등 관계기관 차관과 부기관장급이 참여한다. 국내외 산업 동향과 기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 분석하고 산업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 방향 등을 논의한다. 금융위가 범정부 협의체까지 구성하고 나선 것은 “기업부채가 가계부채보다 더 위험하다”(임종룡 금융위원장)는 진단이 주된 요인이지만 최근 들어 ‘금융 개혁이 문제’라며 연일 협공당하고 있는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경제의 난제인 기업 구조조정을 과감히 밀어붙임으로써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최경환 “금융 개혁 기대에 못 미쳐”

    최경환 “금융 개혁 기대에 못 미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금융 개혁은 사실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면서 “금융회사 노() 측의 힘이 너무 강해 (개혁이) 역동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금융회사가 어디 있냐”면서 “일하는 시간을 늘리지 않아도 노사 간 합의에 따라 근무 형태를 바꾸면 되고 시대 변화에 맞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입사 10년 후에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을 안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부총리는 전날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등 국내 금융지주 수장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우간다’ 얘기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건배사로 ‘우간다, 이기자!’라고 하면서 “‘우간다’는 ‘우리 금융이 간다’를 뜻한다”고 설명했지만 말에 뼈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 부총리는 또 채권단 위주로 진행됐던 조선, 철강, 석유화학, 건설 업종의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정부 주도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 24개 이사국의 장관급으로 구성된 최고 자문기구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는 이날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 “우리는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와 경쟁적 통화가치 평가절하를 하지 않을 것임을 재차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좀비 기업’ 만드는 4가지

    독자적인 생존 능력을 잃고 저금리와 정책금융 덕에 연명하는 ‘좀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이런 부실기업 발생 원인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2005년부터 10년간 부도, 기업회생절차나 워크아웃 신청 등을 겪은 73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부실 발생 원인이 경영관리 리스크, 무리한 사업 확장, 연쇄 부도, 판매 부진 등 4가지로 분류된다고 9일 밝혔다. 경영관리 리스크는 조직이 불안정하고 경영진이나 대주주 의존도가 큰 중소기업에서 주로 나타났다. 이 유형에 해당된 11개사 모두 중소기업이었다. 경영권 변동과 분식회계·횡령 등 관리 위험이 실적 부진을 거쳐 부실로 이어졌다. 최초 경영권 변동부터 부실 발생까지 평균 5년이 걸렸다. 대기업 5개사를 포함해 15개사가 해당된 무리한 사업 확장은 대규모 투자 집행이 영업 실적을 떨어뜨리고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발생했다. 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졌다가 실적이 나빠지면 회사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에 부실 발생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3년으로 짧은 편이었다. 연쇄 부도는 시장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거래처나 계열사의 부실화가 전이되는 유형이다. 이에 해당되는 14개사 중 10곳이 대기업이었다. 금호, STX, 동양 등 그룹 계열사의 동반 부실화가 두드러졌던 2009년과 2013년에 주로 발생했다. 판매 부진은 악화된 시장 환경에 영업 실적이 나빠지고 유동성 리스크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유형이다. 33개사가 해당돼 발생 빈도가 가장 높았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일시적으로 발생한 특정 요인만으로 기업이 부실화되지는 않는다”며 “조선, 해운 등 실적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유동성 지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美·유럽 감원 칼바람

    美·유럽 감원 칼바람

    세계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있다. 3분기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 감원이 이뤄졌다. 국제 원자재값 하락의 여파로 자원국 기업들도 휘청댔고 유럽 각국의 주요 기업들도 감원 논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재취업 알선회사인 챌린저·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GC)는 지난달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총감원 규모가 5만 8877명으로 전달인 8월(4만 1000명)보다 43% 급증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존 챌린저 CGC 대표는 미국 CNBC방송에 출연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미 기업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49만여명을 해고했다”면서 “이미 지난해 1년 동안 감원한 규모를 2%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3분기 감원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한 회사는 휴렛팩커드(HP)로, HP는 주력 사업 재편을 이유로 3만명 이상을 해고할 방침이다. 미국 최대 유통회사인 월마트는 비용 절감을 위해 본사인 아칸소주 벤턴빌 근무 인원 1만 8600여명 중 500명가량을 감원한다. 10여년 전부터 구조조정 대상군에서 빠지지 않는 언론사 역시 감원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LA타임스와 시카고트리뷴 등 11개 일간지를 소유한 트리뷴 퍼블리싱이 전 신문 대상 명예퇴직 계획을 발표했는데, 미국 내 유효 발행 부수 4위인 LA타임스 뉴스룸 인원 500여명 중 10%인 50여명이 감원 사정권에 들었다는 전망이 나왔다.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 에어프랑스 본사 회의장에선 이날 2900여명 규모의 감원 계획을 논의하려던 임원들을 노조원들이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임원 2명이 직원들에게 옷이 뜯긴 채 담장을 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가뜩이나 조종사들을 ‘귀족 노조’로 보는 여론이 많은데 폭력 행사로 인해 노조의 이미지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의 로랑 베르거 사무총장도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에어프랑스 사측은 법적 조치를 계획 중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신흥국發 정리해고 소용돌이

    신흥국發 정리해고 소용돌이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의 경기 둔화로 원자재를 수출하는 세계적 기업과 나라에서 대대적인 인력 감축이 진행되고 있다. 원자재에서 시작된 구조조정은 제조업으로 파급돼 한국에서도 감원이 심화되고 있다. 24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올 들어 16.5% 하락했다. 구리(-18.8%), 주석(-23.1%) 등의 하락 폭도 크다. 그 여파로 브라질 국영 석유업체 페트로바스는 지난주 외부 협력업체 직원 5000명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국영 자원기업인 가스프롬과 로스네프트의 대규모 사업이 취소 혹은 연기된 상태라 대규모 인력 감축 가능성이 우려된다. ●글로벌 기업들 자원 신흥국서 속속 철수… 선진국도 감원 글로벌 기업 철수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스위스의 광물기업인 글렌코어는 올 상반기 6억 76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대규모 구조 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잠비아의 광산 직원 4300명이 해고됐다. 잠비아 세수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구리 광산에서 캐나다, 중국 등도 철수했다. 선진국 사정도 그리 좋지 않다. 영국 정부는 올 들어 5000명 이상을 내보낸 석유가스업계에 해고 외의 다른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한 상태다. 그래도 영국 로열더치셸은 올 하반기에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의 임직원과 계약직 일자리 6500개를 줄일 예정이다. 산유국인 노르웨이에서도 오일 서비스 제공 업체인 아셰르 솔루션스가 각국에서 유치한 고급 인력 등 500명을 내보낸다고 발표했다. 원자재에서 붙은 ‘불’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소셜커머스업체인 미국의 그루폰은 대만, 필리핀, 태국 등 7개국에서 철수하고 전체 직원의 10%인 1100명을 내보내기로 했다. ●한국 조선업계 인력 감축 본격화… 삼성전자도 구조조정설 우리나라도 조선업계를 중심으로 인력 감축이 본격화됐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연말까지 임원을 30% 이상 줄이고 직원을 2000~3000명 줄일 계획이다. 건설 중장비 제조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도 조직을 축소하고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사코 ‘인력 재배치’라고 주장하지만 구조 조정설이 파다하다. 대기업의 감원은 협력업체 등에도 도미노 영향을 미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인력 감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사무직,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한양대 고등교육연구소 창립 세미나 10월2일 개최

    한양대 고등교육연구소(소장 이현청)는 오는 10월2일 오후 1시30분부터 서울 성동구 교내 백남학술정보관 6층 국제회의실에서 급변하는 대학환경의 변화와 대학구조조정 그리고 학령인구감소 등 대학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대학의 경영전략과 실천방안모색을 위해 고등교육연구소를 설립하고 이를 기념하는 창립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현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과 관련해 대학의 산학협력 활성화와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산학협력과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을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에는 김수근 전(前) 삼성인재개발원 부사장의 발표와 김성제 한양대 교무처장과 김우승 한양대 ERICA캠퍼스 링크사업단장의 토론에 이어 참석한 교수들간의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우산 쓰기 우산 뺏기/주병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우산 쓰기 우산 뺏기/주병철 논설위원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중소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얼마 전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대출금 일부를 상환해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신규 사업 자금을 마련하려고 증자를 했는데 이를 알고 일부를 갚으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사업할 돈을 뺏어가면 어떻게 사업을 하겠느냐고 한탄했다. 만기연장 기간도 갈수록 짧아진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은행 지점장은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여신 관리를 깐깐히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얘기했단다. 이른바 해묵은 ‘우산 논쟁’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조선업계의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비 올 때는 우산을 뺏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때 그 판단은 빌려준 곳에서 알아서 할 일인데 금융당국이 왜 나서느냐는 얘기가 있었다. ‘관치 논란’이다. 이런 논쟁과 논란은 한계 산업이나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도마 위에 오를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이번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500조원에 이르는 기업부채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겠다고 발 벗고 나서 이목이 쏠린다. 임 위원장은 간부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 “(기업)부채는 양철지붕의 눈(雪)과 같다. 눈이 내릴 때는 그 무게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지만 눈이 그치고 물로 변하면 일시에 엄청난 무게로 느껴져 약한 지붕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침체된 세계 경제가 위기로 돌변하면 국가 경제를 어려움에 빠뜨리는 게 기업부채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여러 차례 경험한 위기불감증의 ‘학습효과’로 보인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대우그룹 해체 등 기업 구조조정과 여기에 물린 은행권을 구제하기 위해 168조 6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자 비용을 제외한 원금만 35% 넘게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무리한 사업 확장, 채권단의 도덕적 해이, 정부의 안이한 시각 등이 주범이었다. 2003년에는 정부가 신용카드사들의 과잉 경쟁을 방치해 가계발 금융위기(카드대란)를 불렀고 2011년에는 건설업체에 대한 상호저축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대출을 눈감는 바람에 27조 1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만 했다. 회수된 돈은 6조원뿐이다. 지금 세계 경제는 불안하다. 위기가 들이닥치면 그 피해는 1차적으로 개인과 기업이 입게 된다. 하지만 기업의 연쇄 도산은 국가 경제를 마구 뒤흔들어 놓는다. 이미 경험했듯이 국가가 쏟아붓는 공적자금은 가계 빚이든 기업 빚이든 결국 국가채무로 이어지는 걸 목격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가 40% 선에 육박하는 것도 이런 연장선상이다. 임 위원장이 작심하고 기업부채 관리를 천명했으니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신속하고 정교한 접근이 요구된다. 기업부채 관리의 핵심은 좀비(살아 있는 시체)기업의 옥석 가리기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 비용을 3년 연속 내지 못해 대출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은 2009년 2698개에서 지난해 3295개로 늘었다. 외부감사 기업 중 15.2%가 여기에 속한다. 대우조선해양·STX·성동조선 등 부실기업 300여곳을 떠안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혈세 낭비도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은행들이 기업 부도 사태로 손실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좀비기업들에 대출 기간을 연장해 주고 이자를 깎아 준 반면 정상기업들에 대한 대출은 줄였다. 그 결과 좀비기업 비중이 거품 붕괴 이전 4~6%에서 1990년 후반 14%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는데 이게 일본을 장기불황으로 몰고 간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칼날을 들이대는데 가만히 있을 기업은 없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냐 아니냐, 왜 나만 하느냐 등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 좀비기업의 정의를 좀더 구체적으로 하고 기업 재무구조 개선 약정과 자율협약, 워크아웃, 법정관리 같은 기존의 구조조정 수단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하는 이유다. 개별 기업보다는 산업 구조 개편의 차원으로 접근해야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불식시킬 수 있다. 또다시 기업과 금융권에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뺏고 뺏기는 게 아니라 한 우산 아래 공생하는 길을 찾는 데 금융정책·감독당국·금융권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금융개혁이 별건가. 이런 게 금융개혁이다.
  • [사설] 떨어지는 성장률 4대 개혁으로 돌파해야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세계 금융 위기 충격을 받은 2009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2%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이란 국내외 예측기관들의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노무라·웰스파고 등은 올해 성장률을 2.2~2.5%로 보고 있고, 독일 데카방크의 전망치는 2.1%다. 중국 경제 불안, 신흥국 위기, 미국 금리인상 등 각종 불안 요인으로 2%대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이 20년 전 일본을 그대로 닮아 가고 있다는 보고서를 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저성장 고착화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징후로 읽힌다.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급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에 따른 내수 부진 등이 겹치면서 올해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란 예측은 있었다. 하지만 올해 예산에 경제살리기용으로 20조원가량 더 편성된 데다 지난 7월 11조 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까지 투입한 터라 이 정도까지 하락할 줄은 몰랐다. 문제는 경제성장률 둔화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갈수록 둔화의 폭과 강도가 세질 것이란 우려다. 일시적인 침체라기보다는 경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국내 예측기관들은 앞으로 5년 후에는 잠재성장률이 2%대 아래로 주저앉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1990년대까지 7~8%대를 유지하던 게 2010년 이후 3%대 중반으로 떨어졌는데 앞으로 또다시 반 토막이 날 수 있다는 얘기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자본, 노동 등 가용 자원을 활용해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120만명의 청년 실업자가 양산되고 고령화와 저출산의 덫에 걸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7년부터 생산 가능 인구마저 줄어든다고 한다. 조선·반도체·철강·자동차 할 것 없이 매출 감소와 경쟁력 악화로 중국과 일본에 밀리는 게 현실이다. 안팎으로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악재만 는다. 여기다 각각 1300조~1500조원대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기업부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웃도는 국가채무 등으로 나라 전체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현실도 큰 짐이다. 소규모 개방 경제 구조를 지닌 우리는 기존의 경제 시스템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후진적이고 비효율적인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는 수밖에 없다. 노동·금융·공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틀 속에서 기업 구조조정, 규제개혁 등과 함께 사회적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고령화·저출산 등 사회적 현안을 다시 바라보고 잠재성장력 하락을 막는 데도 진력해야 한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여성인력의 적극적인 활용도 중요하다. 다만 구조개혁을 성장 동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하지만,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분배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도 보완하고 더 강화해야 한다. 부의 양극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위기의 갈림길에서는 정확한 진단과 실천만이 생존 전략이다. 위기 돌파를 위해 비상한 각오로 시스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정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는 물론 정치권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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