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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좀비기업과 시장 원리/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시론] 좀비기업과 시장 원리/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좀비’가 최근 국내 경제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오랫동안 이윤을 내지 못해 기업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금융 지원을 받아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좀비기업 이야기다. 시장 경제에서 기업의 역할은 이윤 극대화에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이윤을 내지 못하고 손실을 보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마땅하다.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입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부실 기업에 정부가 보증을 서 주거나 상환이 도래한 부채의 만기를 연장해 주는 식으로 기업 수명을 연장해 주는 것은 마치 죽은 시체에 가짜 생명을 불어넣듯 무의미한 일이다. 정부 지원을 받은 좀비기업이 끝내 회생하지 못하고 파산하면 정부가 보증한 부채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다. 기업이 경영을 잘못해 발생한 손해를 국민 혈세로 충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제가 뚜렷하게 개선되지 못한 상황에서 좀비기업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에 부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도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좀비기업의 문제는 이들이 파산하는 경우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 개입이 없었다면 시장에서 퇴출됐을 기업이 시장에 남아 있으면 시장 전체의 생산량이 증가해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제품의 시장 가격은 떨어지게 된다. 가격 하락은 기업의 이윤을 떨어뜨리고 이윤이 줄어든 기업은 투자를 줄이게 된다. 자연히 고용 창출이 어려워진다. 좀비기업이 시장에 오래 있을수록 정상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더욱 커진다. 만일 좀비기업이 정상적으로 퇴출되면 정상 기업은 파산한 기업의 생산 장비를 싸게 사들여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도 있고, 좀비기업의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 생산량을 확대할 수도 있다. 즉 좀비기업이 시장에 그대로 존재하는 탓에 정상 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고 새로운 직원을 고용할 여력이 줄어들게 돼 시장의 성장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구조조정에 앞서 좀비기업에 대해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가 나빠지고 많은 부실 기업이 발생하자 정부의 금융 지원이 대폭 이루어졌는데 결과적으로 일본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부실 기업에 지원한 까닭은 무엇일까. 갑작스레 많은 기업이 파산을 하면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될 수많은 근로자와 그 가족들을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필자는 최근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좀비기업이 정상 기업의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봤다. 분석 결과 놀랍게도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좀비기업의 비율이 늘어날수록 정상기업의 투자율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쟁이 매우 치열한 시장에서 좀비기업이 증가해 제품의 시장가격이 하락하면 정상 기업도 자칫 언제든지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타산지석의 교훈이 시장에 적용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즉 좀비기업이 정상 기업들로 하여금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유인이 되는 셈이다. 그 결과 정상 기업들은 생산비용을 더욱 낮출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시장에서 확실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 아직까지 좀비기업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수치로만 좀비기업을 분류해 획일적이고 일방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구조조정에 앞서 이 기업들이 어떻게 좀비기업이 됐는지, 정부는 그동안 어떤 금융 지원을 해 왔는지, 지원이 더 필요한 기업과 당장 지원을 멈춰야 하는 기업이 있는지, 그 기준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앞서 일본의 사례에서 기업에 속한 근로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우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기업을 이윤을 만들어 내는 조직으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기업에 속한 사람들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기도 하다. 기업 구조조정은 좀비기업에 대한 정의부터 명확히 한 후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한자리 모인 韓·中·日 경제인 “경쟁서 협력으로”

    한자리 모인 韓·中·日 경제인 “경쟁서 협력으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자리에 모인 3국 경제인들이 저성장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개념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는 세계시장의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동반자라기보다는 경쟁자에 가까운 관계였으나 세계경제가 새 국면을 맞은 상황에서 서로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와 함께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제5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을 열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3국의 협력 방식이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로 참석한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과잉생산 때문에 출혈 경쟁이 벌어진 제조업 분야의 협업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3국이 관심 있는 특정산업을 하나씩 특구로 선정하고 각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을 예로 들며 공급과잉 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첨단산업분야의 협력 필요성도 제기됐다. 우치야마다 다케시 일본 도요타자동차 회장은 “생명과학, 정보통신 등 분야에서 기술혁신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3국 모두 육성하고자 하는 바이오와 사물인터넷(IoT) 부문에서 공동 연구·개발(R&D) 및 기술 표준 협력을 추진하면 함께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서밋에는 허 회장과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우리 기업인 150명과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게이단렌 회장 등 일본 측 130명, 장쩡웨이 CCPIT 회장 등 중국 측 120여명이 참석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는 같은 날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우리 기업인 200여명이 참석했다. 양국의 경제 협력은 간담회 자리에서도 주요 화두였다. 리커창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세계경제의 성장 속도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데 중국의 생산능력과 한국의 높은 기술 수준을 합치면 중국 내수시장뿐 아니라 제3국 국제시장도 개척할 수 있고 세계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우수한 청년들이 중국에서 창업을 통해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양국 대기업들이 지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용만 회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국회 비준을 거치면 양국 간 교역 및 투자환경이 개선돼 서로에게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줄 것”이라면서 “중국 주도로 만들어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아시아의 번영과 발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탈 많은 산은, 대기업 대출 대폭 줄인다

    탈 많은 산은, 대기업 대출 대폭 줄인다

    산업은행이 대기업 대출을 줄인다. 대신 중견기업 지원에 집중한다. 기업은행은 창업 초기 기업 지원에 주력한다. 대기업과 조선·건설 등 전통 주력 산업 중심으로 지원하던 정책금융의 틀이 미래성장동력 사업 지원과 중견기업 육성으로 바뀌는 것이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등 91개 자회사 지분을 3년 안에 집중 매각한다. 올해 대우조선이 4조원이 넘는 손실을 내는 동안 최대주주인 산은이 부실을 제때 발견조차 못하는 등 기존 정책금융에 한계가 왔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는 1일 이런 내용의 ‘기업은행·산업은행 역할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우조선발 정책금융 수술이 본격화된 셈이다. 산은은 민간 금융사와 중첩되는 업무를 대폭 줄이고 정책금융 역할을 크게 강화한다. 시장 마찰을 일으킨다는 비판을 받아 오던 투자은행(IB) 업무도 줄인다. 이로써 MB(이명박) 정권 실세였던 강만수 전 산은 회장이 주도했던 ‘산은 민영화론’은 완전히 폐기처분됐다. 산은은 지분 15%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 118곳 가운데 5년 이상 투자한 기업도 3년 내 매각한다. 출자전환 이후 정상화된 기업 5곳과 5년 이상 투자한 중소·벤처기업 86곳이 대상이다. 금융위는 시장가치를 적용해 신속한 매각을 유도하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산은 임직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잡음이 끊이지 않던 ‘산은발 낙하산’ 차단에 나섰다. 산은 안에 ‘자회사관리위원회’를 신설해 비금융사 지분의 취득, 관리, 매각 전 과정을 관리하고 퇴직 임직원의 비금융 자회사 재취업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중견기업 지원 규모는 지난해 21조 6000억원(35%)에서 2018년까지 30조원(50%)으로 늘린다. 기은도 창업 및 성장 초기 기업의 지원 규모를 지난해 9조 1000억원(19.8%)에서 2018년까지 15조원(30%)으로 끌어올린다. 지원 대상 업종도 조선·건설·석유화학 등에서 지능형 로봇, 스마트 기기, 신재생복합기술 등 미래성장동력 산업으로 바뀐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산은 자회사 매각은 바람직하지만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을 강화하는 것은 또 다른 관치금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은 안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정책금융) 그림이 또 바뀌는 것 아니냐”는 자조도 나온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산은·기은·수출입銀 보유 주식매물 ‘봇물’

    정부가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이 갖고 있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앞으로 3년 안에 대거 정리하기로 함에 따라 국책은행발 주식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매각 대상에 오른 출자전환기업 5곳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우조선해양, 한국지엠, 아진피앤피, 원일티엔아이 등이 거론된다. 산은 지분율은 KAI 26.75%(약 2608만주), 대우조선 31.46%(6021만주), 한국지엠 17.02%(7070만주)다. 기업은행은 KT&G(지분율 6.93%, 951만주),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70.71%)과 대선조선(67.27%) 지분을 각각 3년 내 매각 대상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이 해마다 매각 계획을 세워 금융위원회에 올리면 금융위는 이를 경영평가에 반영해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매각을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정책금융 지원 장기화를 막고 매각 대금을 재원으로 새로운 투자를 독려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정책적 고려 때문에 지분을 보유했던 곳이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곳도 있어 실제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예컨대 1999년 항공산업 빅딜로 탄생한 KAI만 해도 두 차례 매각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정부가 ‘시장가치 매각’ 원칙을 세우면서 장부가격보다 훨씬 싼값에 팔리는 주식이 나올 공산도 있다. 이는 ‘헐값 매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사설] 대기업 빅딜 글로벌 경쟁력 강화 계기로

    재계 1위 삼성이 또 한번 빅딜카드를 내밀었다. 삼성은 지난 주말 화학 분야의 3개 계열사를 롯데그룹에 매각했다. 한화그룹과의 방위사업 부문에 이은 두 번째 빅딜로 삼성발 사업구조 재편 바람이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이 롯데그룹에 매각하기로 한 화학 분야 3개 계열사(삼성SDI 케미컬 사업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 BP화학)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나 셀롤로스로 생산하는 특수소재 등 대부분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매각을 결정한 것은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삼성전자의 주력사업과 2차 전지, 바이오 등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 사업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삼성 측은 밝혔다. 반면 롯데그룹의 롯데케미칼은 그동안 에틸렌 등 특별한 기술적 노하우가 필요하지 않은 범용 석유화학 제품에만 매달려 중국 등 신흥 개발국들의 맹추격을 받아왔다. 그런 만큼 이번 빅딜로 롯데그룹은 제품군이 다양해지면서 보다 안정적으로 화학사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된 데다 유통, 식품에 이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의 잇따른 구조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세계 일류 기업의 살아남기 위한 자발적인 몸부림이라는 데 있다. 삼성과 롯데의 매각 대금은 3조 2562억원으로 한화그룹과의 빅딜 때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기업 스스로 이 같은 대규모 빅딜에 나설 것이라고 과거에는 상상치 못한 일이다. 계열사 간의 지원을 믿고 몸집을 불리는 등 문어발식 확장과 선단식 경영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성장의 시대에 접어든 작금의 국제 경제 상황에서는 세계 초일류가 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기가 힘들어졌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1위였던 노키아가 이미 오래전에 시장 지배력을 잃어버린 것이 이런 원리를 증명한다.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는 있지만 갈수록 현상을 유지하기도 힘들어지고 있다. 내수 역시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각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다. 2010년 세계 3위였던 제조업 경쟁력은 5년 내에 6위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은 8만개나 된다. 조선 등 몇몇 산업분야에서 빅딜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접고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할 때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은 재계 1위 삼성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 대우조선 4조 2000억 지원 확정… “밑 빠진 독에 또 물 붓기”

    대우조선 4조 2000억 지원 확정… “밑 빠진 독에 또 물 붓기”

    산업은행 및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에 4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는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개별 기업에 단일 지원된 규모 중에는 역대 최대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이번 지원으로 2019년부터는 대우조선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논란도 거세다.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하면서 한편으로는 ‘대마불사’(大馬不死·큰 기업은 죽지 않는다) 예외를 만들고 있다는 특혜 시비도 불거진다. 산은은 29일 서울 여의도 본점 별관에서 ‘대우조선해양 실사 결과 및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채권단은 대우조선에 총 4조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산은이 2조 6000억원, 수출입은행이 1조 6000억원을 지원한다. 1조원은 유상증자로, 나머지 3조 2000억원은 산은과 수은이 1조 6000억원씩 신규 대출하는 방식이다. 두 은행이 국책은행인 만큼 사실상 국민 돈으로 대우조선을 살리는 셈이다. 산은은 신규 대출액 중 1조원 안팎을 추후 출자전환할 예정이다. 정용석 산은 기업구조조정 본부장은 “4만명 이상(직영 인력 1만 3000명)의 고용 유지 효과와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대우조선을) 살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7월 대규모 부실이 공개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이후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3개월가량 실사가 진행됐다. 실사보고서는 “올해 하반기 영업 외 손실까지 포함하면 최대 3조원(3분기 영업 손실 1조 3000억원 포함)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우조선은 올 2분기에만 3조원대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부족 자금을 누적 기준으로 올해 1조 8000억원, 내년 상반기에 최대 4조 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올 연말쯤에는 대우조선의 부채 비율이 4000%로 치솟을 전망이다. 정 본부장은 “채권단의 지원으로 내년 말에는 부채 비율이 420%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향후 발생할 손실 요인을 올해 (회계에) 모두 반영하면 내년부터는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흑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혜 논란 등을 의식해 대우조선도 고강도 자구 노력에 착수했다. 인력을 줄이고 계열사 등을 팔아 총 1조 8500억원의 자구안을 마련했다. 산은은 중장기적으로 대우조선 인력을 3000명 이상 감원할 방침이다. 정용호 기업금융 부행장은 “경영 정상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올려 최대한 이른 시점 안에 매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며 “회사의 기본적인 사업 모델과 수익 구조를 개편해야 매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늦어도 다음달 6일까지 대우조선과 경영정상화 협약(MOU)을 맺을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일단 법정관리행 위기를 모면했지만 ‘퍼주기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채권단이 입게 될 손실을 일단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조선에 대한 채권단의 위험노출액(대출채권+유가증권+지급보증 등)은 20조원에 육박한다. 국민 세금을 투입해 대우조선을 살리는 것은 두 번째다. 2001년에도 공적자금 2조 9000억원을 수혈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조선업황 전망이 불투명하고 정부가 과거처럼 조선업을 핵심 산업 부문으로 계속 육성할지에 대한 밑그림 없이 대우조선에 막대한 돈을 퍼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앞으로 추가 부실이 생길 때마다 세금으로 계속 메워 줄 것이냐”고 반문했다. 책임 공방도 거세다. 산은 측은 “대우조선 전임 경영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검찰 형사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법률적 판단을 거쳐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묻겠다고 밝혔다. 산은 관리 부실 책임론과 관련해서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조선·철강·해운 구조조정설 몸살

    장기 불황에 빠져 위기에 몰린 국내 조선·철강·해운 산업이 잇따른 구조조정 설(說)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때 국내 제조산업을 떠받치던 이들 업종이 지속되는 실적 악화로 인해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하면서 정부가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안이, 해운업계에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안이 나돌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고,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을 인수함으로써 불필요한 경쟁과 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현실성이 없을 뿐 아니라 이 같은 방안이 추진됐을 때 발생할 위험부담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될 경우 사무직군은 절반 이상 인력이 축소될 것”이라면서 “특성상 조선업이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높은 만큼 (합병으로 인해)지역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합병설에 대해 업계와 정부는 일단 모두 부인했다. 한진해운은 이날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정부로부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에 대한 검토를 요청받았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고, 현대상선 역시 공시를 통해 “정부로부터 (양사 합병안에 대해)검토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포스코의 구조조정방안을 마련한 바 없다”고 밝혔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구조조정은 기업들 스스로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정부 주도로 ‘대마’(大馬)를 만들었다가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더 큰 비용 부담을 하는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사설] 사상 첫 매출 감소 제조업 되살릴 방안 급하다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제조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효자 품목인 철강·조선·석유·화학제품 등이 대내외 악재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중국에 추월당하는 처지에 놓였고, 그나마 버텨 오던 자동차와 스마트폰마저 중국과 일본의 위협에 놓여 있다. 지난해 국내 제조업 매출이 196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사상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는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이를 극명하게 방증한다. 올 들어 8개월 내리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내수마저 부진한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도 걱정이 태산이다. 한은이 그제 발표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매출액은 전년보다 1.6% 줄었다. 아무리 저성장 구조라고 하지만 매출액 자체의 감소는 충격이다. 여기다 제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4.2%에서 전년(5.3%)보다 1.1% 포인트나 하락했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된 것으로 제조업 강국의 초라한 현주소다. 제조업이 이렇게 약화된 데는 중국 경제의 둔화, 일본의 지속적인 엔저 유도, 미국과 유럽의 양적 완화 등 대외 악재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체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안주한 탓이 더 크다. 말뿐이고 실천이 뒤따르지 않아 자초한 일이다. 정부는 철강·조선 등 사양 산업의 구조조정 등에 미적대는 바람에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을 8만여개나 대거 양산했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도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주력업종을 갖고 있는 대기업은 적극적인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과 일본을 따라잡는 노력을 해야 함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사내 유보금 710조원(30대 그룹)을 쌓아놓고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미래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소홀한 측면이 있었던 건 부인키 어렵다. 제조업의 위기는 한국 경제의 위기다. 가뜩이나 잠재성장력이 떨어지는 마당에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제조업이 활력을 잃으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는 경기가 살아나면 나아질 수 있지만 경쟁력에 밀리면 끝장이다. 철저한 산업구조 재편, 기업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개혁 혁파, 노동 개혁을 통한 시장의 유연화, 품질과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 유도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치권은 국회에 계류된 경제 및 산업 활성화 관련 법안을 빨리 통과시키고, 기업인들은 기업가 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제조업 부활에 사활을 건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이 예사롭지 않다.
  • [경제 블로그] “비에 흠뻑 젖은 데는 씌울 필요 없구요”

    [경제 블로그] “비에 흠뻑 젖은 데는 씌울 필요 없구요”

    요즘 금융권에선 ‘우산’ 논란이 한창입니다. ‘비 올 때 우산을 뺏으라는 거냐, 씌워 주라는 거냐’라는 논란입니다. 출발은 지난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을 향해 “비 올 때 기업들 우산을 뺏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손실이 알려진 뒤 은행들이 대출을 축소하려 하자 일침을 가한 겁니다. 그런데 최근 금융당국은 ‘좀비기업’(한계기업) 퇴출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부실 기업을 지원하는 은행과 직원에겐 책임을 묻겠다는 ‘초강수’를 두기까지 했습니다. 금융권은 두 달 만에 급선회한 금융당국을 보며 당혹감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런 불만은 지난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진 원장과의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도 불거졌습니다. 이날 진 원장은 “옥석 가리기를 통해 한계기업을 신속히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한 시중은행장이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말라고 했다가 이제는 구조조정을 하라고 하니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칫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을 우려한 또 다른 시중은행장은 “비에 흠뻑 젖은 데는 (우산을) 씌워 줄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진 원장 대신 서둘러 대답했죠. 이에 진 원장과 은행장들 사이에서 박장대소가 터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웃을 일만은 아닙니다. 간담회장을 빠져나오는 진 원장이나 행장들의 표정이 ‘밝아도 밝은 게 아니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금감원은 이달 시중은행에 ‘기업 구조조정’의 큰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은행들은 당국 지침을 일괄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태도입니다. 간담회에서도 한 시중은행장은 “은행마다 기업 신용등급 평가 방식이 다르니 기업 구조조정은 각 은행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할 경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기업이라도 각 은행 기준에 따라 퇴출 대상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기업 퇴출 과정에서 영세기업들이 연쇄 부도가 날 수도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불과 몇 달 새 금융 당국이 말을 바꾸는 판국인데 훗날 ‘기업들 우산 뺏었다’고 (은행을) 질책할지 누가 알겠느냐”고 반문합니다.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에 앞서 금융권에 확신부터 심어 주는 게 시급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우산 논란’이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말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산은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 내일 확정”

    대우조선발 구조조정이 속도전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29일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을 발표한다. 대신 고강도 자구 노력을 계속 옥죌 태세다. 정부는 은행들을 향해 “옥석을 가려 달라”고 채근하며 다른 부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서두르고 있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9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대우조선 정상화 지원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1조~2조원의 유상증자와 2조~3조원의 신규 대출 후 출자전환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이날 자산 매각, 대규모 인력 감축 등 강력한 자구안과 함께 노조 측 동의서를 산은에 전달했다. 채권단과 정부가 지원책 전제 조건으로 이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이 이날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전 분기 3조원대 손실에 이어 이번에도 1조 2171억원의 적자를 냈다. 해외 자회사 손실 등을 반영한 결과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 손실 규모는 4조 3003억원이다. 당초 산은은 이날 곧바로 이사회를 열려 했으나 이사진 8명 가운데 5명이 사외이사라 소집이 늦춰졌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투자·수출 애로 해소 주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회생 가능성을 전제로 재무 구조 개선, 과잉 공급 문제를 염두에 두고 (조선업) 구조조정을 해 산업이 정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같은 날 시중은행장 10명과 함께한 조찬 간담회에서 “구조조정 추진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정확한 옥석 가리기’”라며 “이를 통해 회생 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을 신속하게 정리함으로써 자원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살 수 있는 기업은 적극 지원해 막연한 불안감으로 억울하게 희생되는 기업이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유암코의 기초재원 4조원을 토대로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대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 8만개’

    대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 8만개’

    열심히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해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8만개가 넘는다. 아예 적자를 내는 기업은 7만개에 육박한다. 저금리로 연명하는 이들 기업에 대한 선별적인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27일 내놓은 ‘2014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이 분석 대상 기업(26만개)의 32.1%다. 8만 3400여개다. 이자보상비율이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 즉 아예 적자를 낸 기업은 26.5%다. 6만 8900여개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기업과 0%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1년 이후 가장 높다. 이자도 제대로 못 갚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영업활동을 해도 이익이 나는 것이 아니라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은이 제조업체 12만개의 재무제표를 오름차순으로 정리해 보니 하위 25%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3년 -15.6%에서 지난해 -16.0%로 감소 폭이 커졌다. 하위 25%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3년 -0.7%에서 지난해 -1.4%로 더 악화됐다. 물건을 만들어 팔수록 손해가 더 났던 것이다. 전체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지난해 -1.6%로 나타난 것은 그나마 ‘평균의 함정’이었다. 특히 미국(2.4%)과 일본(2.8%)은 제조업 매출이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제조업은 절대 위기 상황인 것이다. 반면 제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2013년 513.6%에서 지난해 412.2%로 100% 포인트 이상 줄었다. 지난해 8월과 10월에 이뤄진 기준금리 인하로 금융 부담이 많이 줄어든 덕분이다. 금융비용이 줄었지만 워낙 영업이익이 늘지 않아 매출액 대비 세전(稅前) 순이익률도 4.7%에서 4.2%로 줄어들었다. 반면 모든 산업의 매출액 대비 세전 순이익률은 3.3%로 전년보다 0.4% 포인트 늘었다. 한은 측은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채무액을 출자로 전환하고 자산 매각을 통해 영업 외 수익을 늘린 것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장사를 잘한 게 아니라 보유한 자산을 팔아 얻은 수익을 늘린 것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좀비기업 중에는 금융지원을 당장 중단해야 하는 기업도 있겠지만 한계적으로 금융지원을 해 줄 가치가 있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며 “좀비기업을 모두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옥석을 가려 분류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이것이 금융개혁이다] 금융당국도 변해야 한다

    [이것이 금융개혁이다] 금융당국도 변해야 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내정자 신분이었던 올해 2월 기자들과 만나 “금융 당국의 역할은 코치가 아닌 심판”이라며 규제의 틀 전환을 예고했다. 금융사에 ‘자율과 경쟁’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얘기였다. 앞서 취임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사사건건 간섭하는 담임교사 역할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금융 당국 수장의 잇단 ‘변신’ 발언에 금융권은 기대에 들떴다. 시간이 흐른 지금 금융권의 반응은 어떨까. A시중은행 부행장은 26일 “심판은 떠나고 시어머니만 남았다”고 총평했다. 금융사들은 아직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관치’를 꼽는다. B시중은행장은 “임종룡-진웅섭 체제가 들어선 뒤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정부의 입김이 너무 세다”며 “구조조정만 해도 지원 안 하면 우산 뺏는다고 뭐라 하고 지원하면 부실기업 연명시킨다고 뭐라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부행장과 국민카드 부사장을 지낸 지동현 삼화모터스 대표는 “금융을 정권의 소유물로 인식하다 보니 과도하게 (경영에) 간섭하고 인사에도 직접 개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수료 논쟁도 비슷한 매락이다. 2011년 미국 월가의 ‘금융권 탐욕 규탄 시위’ 직후 국내에서도 금융사들이 자동화기기(ATM) 수수료와 각종 수수료를 인하했다. 들끓는 ‘민심’을 의식한 금융 당국과 정치권의 압박 탓이었다. 2006년 6900억원이었던 시중은행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5000억원으로 27.5% 급감했다. 이에 임 위원장은 “가격 통제는 금융권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누르는 대표 사례”라며 ‘수수료 자율화’를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은행 중도상환 수수료에 대한 질타가 잇따르자 임 위원장은 “적정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가격 개입에 나서겠다는 의미였다. 외국계 C행장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휴대전화 가격이나 부품 원가에 대해 정부가 시시콜콜 간섭했다면 오늘날의 삼성이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금융사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은 ‘청년 채용 재원으로 쓰겠다’며 임금의 10~30%를 반납했다. 형식은 ‘자진 반납’이었지만 금융 당국이 ‘옆구리를 찔렀다’는 설(說)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명박(MB) 정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일자리 나누기’라는 취지로 은행 신입 행원 초봉을 20% 삭감했다. ‘청년 창업과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던 이명박 정권의 행보에 발맞춰 은행권 공동의 청년창업재단이 2012년 설립되기도 했다. 은행권은 해마다 1000억원을 재단 기금으로 출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꼭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던 대학생 ‘반값등록금’은 은행권 공동의 ‘반값 기숙사’로 변형됐다. 은행권은 지난해부터 기숙사가 완공되는 2017년까지 4년 동안 총 326억원을 부담하게 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정책으로 풀어 갈 문제들을 금융사에 떠넘기면서 어떻게 금융개혁을 하겠느냐”면서 “정부 스스로 금융산업의 기본 원칙을 흔들다 보니 금융개혁의 ‘주체’에서 ‘대상’이 돼 버린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과도한 간섭도 문제이지만 정권에 따라, 금융 당국 수장에 따라 춤추는 정책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금융’, 박근혜 정부의 ‘기술금융’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치적 쌓기용 전시행정’에 번번이 금융사가 동원된다는 것이다. 2008년 3월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과 분리된 뒤 지금까지 위원장 평균 임기는 1년 6개월에 불과하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집무실에 ‘현황판’까지 설치해 두고 매일 실적을 챙기던 기술금융은 “기술력이 우수한 창업 기업 대신 (은행들이) 기존에 거래하던 우량 기업에만 퍼주기 했다”는 논란과 함께 열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전임 최수현 금감원장이 강조했던 ‘관계형 금융’은 최 원장 퇴임 이후 반 년도 되지 않아 폐지됐다. 농협금융 회장을 지낸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장은 정치권의 변화를 주문했다. “선거철마다 정치권 입김이 금융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에서 관료만 탓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 교수는 “(관료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중요치 않다”며 “금융개혁 철학이 없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현시점에서 한국 금융의 사명이 뭐냐’에 대해 직을 걸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D증권사 사장은 “금융권의 삼성전자가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정치금융과 관치금융의 위험한 동거를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시론] ‘1억 배우’ ‘1경 내수시대’ 열 한·중 FTA/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시론] ‘1억 배우’ ‘1경 내수시대’ 열 한·중 FTA/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찰리우드’(Chollywood)란 말이 있다. 중국을 뜻하는 차이나(China)와 영화의 메카 할리우드(Hollywood)의 합성어로 중국의 영화시장을 의미한다. 최근 중국 경기침체 속에서도 찰리우드는 매년 3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 영화시장이 2017년 연간 100억 달러에 달해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얼마 전 만난 한 연예인은 “1000만 관객이 한국 대박 영화 잣대잖아요. 중국에서는 상영 6시간 만에 넘길 때가 있어요”란다. 황금시장 찰리우드지만 외국인에게는 난공불락의 시장이다. 한국에서는 추억의 단어가 돼 버린 스크린쿼터제(외화 수입제한)가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다.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장벽을 훌쩍 넘을 수 있는 구름판이 마련됐다. 바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한·중 공동 제작 영화에서 한국 측의 재정·기술적 기여도가 20% 이상이면 스크린쿼터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등 영화시장을 한국에만 처음으로 개방했다. FTA가 한국에 주게 될 특혜(?)는 영화뿐이 아니다. 중국에 치맥 열풍을 몰고 왔던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 TV 드라마, 게임 등 한류 콘텐츠가 커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됐다. 여기에 줄서서 사 간다는 전기밥솥 같은 생활가전, 화장품, 의류, 석유화학 등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사라져 중국 내수시장 공략도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12,000,000,000,000,000원(1경 2000조원). 흔히 2020년 중국 내수시장 규모를 이렇게 표현한다. 어마어마한 크기뿐 아니라 성장 스피드도 빠르다.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6.9%로 처지면서 일부에서는 ‘중국의 성장엔진이 고장났다’(월스트리트저널)고 할 정도지만 내수시장 성장 잣대인 소매판매 증가율은 10.9%로 두 자릿수까지 올랐다. 중국의 소비재 수출에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는 중국에 연간 160조원가량의 제품을 팔고 있다지만, 중간재가 상당수다(전체 수출의 73%). 섬유나 단추, 엔진블록, 디스플레이 같은 것들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수입해 수출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위 가공무역이라는 것인데 이제는 중국 내 인건비가 오르면서 급격히 쇠퇴하는 분위기다. 우리 수출이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한 원인이기도 하다. 단 6.7%밖에 되지 않는 중국 소비시장 내 한국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 6월 양국 정부 간 서명을 끝내고 국회에 계류 중인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이번 협정은 관세 인하가 5년, 10년, 20년의 중장기 인하 품목이 많아 연내 발효로 햇수를 늘려 가는 게 중요하다. 발효일에 첫 번째 관세 인하가 일어나고 다음 관세 인하는 이듬해 1월 1일에 이루어지도록 돼 있어 2~3개월 후면 2년차 관세 인하 적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중 FTA는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한국의 8대 수출업종 중 스마트폰,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정유, 철강 6개 분야에서 압박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미국의 반도체 회사마저 인수해 우리의 반도체 시장을 넘보고 있다. FTA로 교류가 더 활성화되면 양국 간 경쟁을 넘어 동아시아 경제권에 과잉 투자된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양국이 수평적 분업 구조를 가속화해 새로운 경쟁과 협력의 파트너십이 만들어질 수 있다. 국회에는 지금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 뉴질랜드와의 FTA 협정문도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베트남은 한국산 스마트폰, 반도체, 섬유, 자동차부품을 수입하는 우리의 4번째 수출국이고, 뉴질랜드는 우리의 어류, 농축산 가공품에서부터 자동차를 수입하는 주요 시장인 만큼 정치권의 조속한 지원이 필요하다. 유아인, 전지현, 송강호 같은 배우를 흔히 ‘1000만 배우’라 한다. 한·중 FTA는 그들에게 ‘1억 배우’라는 호칭을 가져다줄지 모른다. 400조원에 불과했던 내수시장은 이제 ‘1경 시대’로 훌쩍 뛸 수 있다. 국회의 조속한 비준이 필요한 때다.
  • [사설] 적자 7조 조선 3사, 자멸 택할 텐가

    우려했던 대로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의 빅3라고 할 수 있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의 올해 적자 규모가 7조 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나, 3대 업체가 동반 적자를 내는 것은 처음이다. 상반기에만 벌써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대우조선은 올해 연간 5조 3000억여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그대로 두면 부채비율이 올해 말 4000%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각각 1조 5000억여원과 6000억여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7조원이 훌쩍 넘는 적자 규모는 조선 3사가 향후 10년간 열심히 일해도 갚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액수다. 세계 1~3위인 국내 빅3 조선사의 실적이 곤두박질친 것은 해양플랜트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든 탓이 크다. 국내 기업끼리 지나치게 출혈, 저가 경쟁을 벌이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수년 전부터 국내 중소조선사가 무너지면서 조선업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이를 무시한 탓도 크다. 구조조정은 더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됐다. 방만 경영을 지속해 온 대우조선은 특히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인력감축, 자산매각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 2조 9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이 다시 대표적인 좀비기업으로 전락한 것은 경영진, 노조, 정부가 합작한 결과다. 회사 경영진은 4조원이 넘는 부실을 숨겨 왔다. 적자가 나는데도 노사는 지난달 임금 협상에서 1인당 평균 900만원의 격려금 지급에 합의했다. 정부도 ‘낙하산 인사’를 묵과한 책임이 있다. 제대로 된 자구 노력은 하지 않고 번번이 자금만 지원해 달라고 손을 내민다면 국민들이 용납할 수 있겠나. 정부는 지난주 노조가 임금동결 등 요구를 거절하자 4조원대 자금을 지원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결정이다. 최소한의 고통 분담도 하지 않는다면 재기 가능성이 없는 기업이다. 언제까지 ‘대마불사’만 외칠 수는 없는 일이다. 조선업계도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과잉 설비를 줄이고 합병·매각을 통한 다운사이징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저가수주 관행에서 벗어나려면 발주량이 급감하는 추세에 맞춰 지금 같은 양적 경쟁은 피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의 조선업계가 이미 정부 주도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금융당국, 좀비기업 구조조정 ‘채찍질’

    금융 당국의 이른바 ‘좀비’ 기업 구조조정이 빨라지고 있다. 기업 부실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데다 내년 4월 총선 국면과 뒤엉키면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27일 신한과 KB국민, 하나KEB, 우리은행 등 6~7개 주요 시중은행장을 만난다. 구조조정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진 원장은 이 자리에서 신속하고 엄격히 구조조정을 요청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채권은행의 기업신용위험 평가 등 한계기업 대응 현황이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즉각 현장검사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말과 내년 초까지 대출과 보증으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 분류 작업을 마치고 내년 총선을 넘겨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금융권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행보다. 앞서 금감원은 이달 중순 시중은행과 신용카드·캐피탈사, 저축은행, 상호금융사에 “최대한 엄격한 기준으로 대출 자산 건전성 분류를 하라”고 공문도 보냈다. 엄격한 기준으로 자산을 분류하면 고정이나 회수의문, 추정 손실 등 부실 대출 비중이 과거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비중이 늘어나면 금융사들은 그만큼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기업 부실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만큼 자산 건전성을 보수적으로 따져 최대한 많은 충당금을 쌓아 놓으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금감원은 또 이달까지 완료할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나 11~12월 중 진행할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도 엄격하게 추진하라는 지침을 금융사에 전달했다.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때에는 계열 전체뿐만 아니라 소속 기업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라고 주문했다. 이는 채권은행이 더 많은 기업을 C등급 이하로 분류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A~D등급 체계에서 C등급 이하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필요한 기업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기업, 결국 사람이 답이다 vs 사람도 사람 나름이다

    기업, 결국 사람이 답이다 vs 사람도 사람 나름이다

    인재경영을 바라보는 두 시선/정권택 등 지음/삼성경제연구소/298쪽/1만 5000원 A:변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하기 전에 먼저 변하라. 성장할 사람과 떠나야 할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인사의 핵심이다. B:기업의 경쟁력은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람에게서 나온다. 고용 안정에서 기업의 경쟁력이 나온다. 고래로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인사관리는 기업경영의 핵심 분야다. 위 두 사람은 기업의 인사 문제를 놓고 간접적인 논리 대결을 펼쳤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한 A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최연소 최고경영자 잭 웰치다. 40만명의 직원으로 250억 달러 매출을 올리던 GE는 웰치가 온 뒤 30만명의 직원이 1300억 달러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반면 B는 고용안정이 기업의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경쟁력을 가져온다며 웰치를 비판했다. B는 조직 행동론 및 리더십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다. 구조조정은 직원들의 불안감을 부추길 뿐이며 오히려 핵심 인재가 유출되는 손실을 낳는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노동개혁’의 이름으로 기업에 쉬운 해고를 보장해주고 싶어하는 2015년 한국 상황에서 충분히 고민해 볼 만한 주제다. 산업화 이후 만들어진 인사관리와 관련한 경영학적 숱한 논쟁의 이론, 그리고 현장에서 잦은 실험과 실패를 거듭해오며 제기된 질문들을 ‘20문 40답’으로 빼곡히 넣었다. ‘과학적 관리론 vs 인간관계론’, ‘대리인 이론 vs 청지기 이론’, ‘인사관리에 대한 보편론 vs 상황론’ 등 경영학의 고전 이론부터 개인의 보상과 집단보상에 대한 각기 다른 생각, 긍정성을 강조할 것인가 부정성을 제거할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적 상황, 수평적 조직과 수직적 조직의 우월성 비교 등 경영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꽤 많은 난처한 과제들을 망라하고 있다. 기업 현장에서 제기되는 모든 질문은 절실하고, 돌아오는 상반된 논쟁적 대답은 학문적이면서도 다분히 계급적이다. 어떤 것이든 참고할 순 있어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노릇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상반된 이론의 어느 한쪽에 무턱대고 휩쓸리느니 기업마다 각기 다를 수밖에 없는 처지와 실정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며, 그 위에서 세계적 석학 및 경영 대가의 이론을 참고해서 ‘우리 회사 만의 인사 이론’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4조원 실탄 보유’ 유암코 좀비기업 구조조정 한다

    4조원 상당의 재원을 확보한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다음달부터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한다. 장사해서 번 돈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들을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고 보고 당국이 속도를 내기로 한 것이다. 유암코는 좀비기업의 주식과 채권을 최대 28조원어치 사들일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22일 유암코와 유암코 출자은행들(신한·KEB하나·기업·국민·우리·농협·산업·수출입은행)과의 협의를 거쳐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운영 방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정부는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를 만들 계획이었으나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관리회사인 유암코를 확대·개편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따라 유암코 출자은행들은 1조 2500억원을 추가 출자하고 2조원의 대출 약정을 맺었다. 기존 자본과 보유 회사채 등을 합해 총 4조 2000억원의 ‘실탄’이 수혈된 셈이다. 유암코는 다음달 중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PEF)를 설립해 구조조정 대상을 물색, 선정할 계획이다. 구조조정을 위한 PEF에는 유암코가 단독 또는 민간 자산운용사 등과 함께 무한책임사원(GP)으로 참여한다. GP는 부실기업의 채권·주식 등을 사들인 뒤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이나 사업 재편, 비용 감축 등 기업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기업의 핵심자산을 팔거나 청산·파산시킨다. 유암코가 PEF 전체 지분의 30~50%를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PEF의 자본 규모는 8조 4000억~14조원이 될 전망이다. 이 PEF가 구조조정 채권·주식을 액면가의 50~70%로 사들이면 총 12조~28조원 규모의 채권·주식을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PEF가 자본의 300%까지 차입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구조조정 규모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수도 있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우선 소규모 기업 구조조정부터 시작해 성공사례가 축적되면 업종별·산업별 구조조정으로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예상보다 부실 심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안돼”

    “예상보다 부실 심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안돼”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원 지원’ 방안을 전격 보류한 배경에는 ‘좀비기업’(한계기업)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의 새 그림을 짜고 있는 과정에서 대우조선 ‘퍼주기’가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대규모 부실 원인을 둘러싼 책임 공방 등 진통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대우조선은 연내 자본잠식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채권단 지원을 놓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대우조선 지원 방향을 선회한 가장 큰 이유도 대우조선의 부실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부와 채권단은 유상증자 1조원, 신규대출 3조원, 선수금환급보증(RG) 한도 50억 달러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하는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해 확정짓고 23일 산업은행 이사회를 거쳐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금융대책회의’(서별관회의)에서 이런 기류가 확 바뀌었다. 채권단은 대우조선이 올해 2분기에만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며 부실을 드러내자 자본 확충을 포함한 지원 방안을 금융 당국과 논의해 왔다. 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난 7월부터 대우조선 실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1조원대 추가 부실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이를 두고 ‘분식회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금융권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거액의 자금을 투입해도 대우조선 정상화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추후 부실지원 논란을 최대한 피해 가기 위해 대우조선 측에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정부의 ‘방향 선회’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노조의 협조 없이는 (자금을 지원해도) 정상화가 버거운데 당초 계획보다 더 고강도의 인력 구조조정 등 기업 체질개선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지난 8월 이후 임원 수를 55명에서 42명으로 줄인 데 이어 최근에는 근속 20년 이상인 부장급 이상 고직급자 300~400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고강도 자구안을 먼저 내놓으라는 요구가 나왔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이달 희망퇴직 신청 접수에 들어간 데 이어 자산도 내다 팔고 있다. 골프장(써니포인트컨트리클럽) 매각 작업은 마무리 단계이고 화인베스틸, 대우정보시스템 등의 보유 주식 정리를 추진 중이다. 서울 당산동 사옥은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며, 청계천 본사 건물은 매각하되 재임대해 쓸 예정이다. 노조 반발 등 진통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노조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기에 앞서 대우조선 부실 방치 원인부터 먼저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 교수는 “대우조선에 저 정도 부실이 발생하게 된 데에는 감독 당국과 산업은행, 채권단 책임이 분명히 있다”며 “부실 원인과 책임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임직원에게만 고통 분담을 요구한다면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대우조선 4조 지원 전면 보류

    대우조선해양에 4조원을 지원하려던 정상화 방안이 전면 보류됐다. 정부는 자금 지원에 앞서 대우조선이 먼저 고강도 자구계획을 마련하고 이 자구안에 대한 노조의 동의를 받아오라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선(先) 구조조정·후(後) 지원으로 가겠다는 방침이다. 가계 빚보다 좀비기업(한계기업)이 우리 경제를 더 위협하는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대우조선에 돈을 쏟아부어 일단 살려놓고 보겠다던 정부 기류가 급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서울신문 10월 22일자 1·3면 참조> 22일 금융 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최경환 경제부총리,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등은 이날 청와대에서 ‘경제금융대책회의’(서별관회의)를 열어 채권단이 마련한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방안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강력한 자구계획이 없으면 지원하더라도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지원에 앞서 좀 더 면밀한 자구계획과 노조 동의서부터 먼저 받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정부와 채권단은 유상증자 1조원, 신규대출 3조원, 선수금환급보증(RG) 한도 50억 달러 확대 등이 포함된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해 왔다. 정부의 입장 선회로 대우조선은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대우조선은 이달 희망퇴직에 착수했다. 당초 예상했던 인원(300~400명)보다 감원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다른 기업 구조조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노조의 협조 없이는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어도) 기업 정상화가 버거운데 정부가 기업 내부의 자구 노력 공감대 확보가 먼저라는 가이드라인을 확실하게 제시한 셈”이라며 반겼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정부, 고용위기업종 지정 실업 급여 60일 더 준다

    정부가 국내외 경제 상황 변동 등으로 고용 불안을 겪는 업종을 ‘고용위기업종’으로 지정하고 해당 업종 사업주와 근로자를 지원한다. 정부는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73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고용위기업종 근로자 지원대책을 확정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폐업, 도산, 경영 위기 등에 따른 실직자는 2011년 50만 3000명에서 지난해 55만 2000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고용위기업종 대응체계 구축, 지역별 특화 지원, 개별 사업장 고용 위기 신속 대응 등 크게 세 가지 대책을 수립해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경기실사지수(BSI), 주요 기업의 대량 고용변동계획, 기업의 이자보상비율과 신용위험등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용위기업종을 지정한다. 위기업종으로 지정된 기업이 인력 구조조정 대신 근로시간 단축, 휴업, 인력 재배치 등을 시행하면 고용유지지원금 형태로 임금과 수당을 지원한다. 업종별 지원 수준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고용위기업종으로 지정된 기간에 실업급여 수급이 종료된 근로자는 60일 범위에서 특별연장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근로자의 이직·전직·재취업 지원을 위해 훈련·취업 지원 요건이 완화되고 지원 규모도 확대된다. 이 밖에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협업해 지역 일자리 사업을 개편하고 지역별 집중 업종에 대해 전직·재교육 등을 지원하는 지역별 특화 지원방안도 대책에 포함됐다. 아울러 대량 해고 등이 발생했거나 해고 우려가 있는 사업장에 대해 고용조정 관련 노사협의, 근로자의 고용 유지, 재취업·전직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개별 사업장 고용 위기 대응방침도 마련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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