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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0일 진통’ 원샷법, 단 24명 반대 통과

    ‘210일 진통’ 원샷법, 단 24명 반대 통과

    제로섬 국회운영 바뀔지 주목 무쟁점 포함 40개 법안 처리 11일 2월 임시국회 개회 합의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고 여야 원내지도부가 지난달 23일 합의했던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 40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2일 국민의당 창당으로 3당 체제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이날 본회의에서 원샷법은 재석 223명 중 찬성 174명, 반대 24명, 기권 25명으로 통과됐다. 지난해 7월 발의된 이후 무려 210일 만이다. 이 법안 통과로 기업의 인수·합병 절차가 간소화되는 등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샷법의 국회 통과는 본격적인 3당 체제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은 법안 처리에 협조 입장을 밝힌 국민의당에 손을 내밀며, 지난달 29일 여야 합의사항을 뒤집은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대항 체제를 구축했다. 위력이 확인된 3당 체제가 기존 양대 정당의 제로섬 게임식 국회 운영의 구태를 바꿔 놓을지 주목된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원샷법 찬성을 당론으로 정한 상황에서 이날 표결에선 더민주에서도 찬성이 문희상·전병헌·전순옥 의원 등 15표 나왔다. 반대표 24명 중 21명이 더민주 의원들(나머지 3명은 정의당 의원)이었고 기권 25표는 전부 더민주 의원들이었는데, 이들을 합쳐도 소속 의원 109명의 절반도 안 된다. 적극적인 반대는 소수에 불과한 셈이다. 결국 국민경제와 직결되는 법안이 비(非)경제 법안인 선거구 획정, 북한인권법, 대테러법 등과 연계돼 정쟁화함으로써 7개월여간 볼모로 잡혀 있었던 셈이다. 새누리당은 참석자 148명 전원이 찬성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본회의에서 “본회의 참석, 의안에 대한 찬반은 양심, 소신에 따라 헌법기관인 의원 개인이 결정해야 한다”는 말로 야당의 본회의 보이콧 행태를 비판했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본회의 후 만나 오는 11일부터 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10일 선거구 획정과 나머지 쟁점 법안에 대해 재협상키로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산은회장에 이동걸 교수 내정…금융위 “은행·IB 경험 강점”

    산은회장에 이동걸 교수 내정…금융위 “은행·IB 경험 강점”

    KDB산업은행 회장에 이동걸(68)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특임석좌교수가 사실상 내정됐다. 금융위원회는 4일 이 교수를 산은 회장으로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사 대표 재직 시절 손실을 낸 전력 탓에 자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위는 제청 배경에 대해 “시중은행(CB) 업무와 투자은행(IB) 업무를 모두 경험한 강점을 가진 데다 대형 조직을 이끈 리더십과 업무 추진 열정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업 구조조정 등 산은의 과제가 산적한 만큼 경험 면에서 최적임자”라고 덧붙였다.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내정자는 1970년 한일은행에 입행한 뒤 신한은행 부행장,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투) 사장, 신한금투 부회장 등을 지냈다. 신한은행에서 일한 15년을 포함해 30여년을 은행에서 보냈다. 문제는 이 내정자가 구조조정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 몸담으면서 IB 업무를 경험하긴 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대표 재직 당시 공격적인 경영으로 해외 부실채권(NPL),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냈다. 신한금융지주는 굿모닝신한증권에 대해 5000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증자로 확충하기도 했다. ‘낙하산 인사’ 논란도 일고 있다. 이 내정자는 2012년 대선 당시 금융인들의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와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신한금융·KB금융지주 회장 인선 때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사설] 원샷법 외 남은 쟁점 법안도 속히 매듭지어야

    국회는 어제 본회의를 열어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비롯해 무쟁점 법안 40여건을 통과시켰다.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8일 50여개의 무쟁점 법안을 일괄 통과시킨 이후 국회가 모처럼 일다운 일을 한 하루였다. 늦게나마 원샷법이라도 통과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노동개혁법안을 비롯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등 주요 쟁점 법안들은 이날도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전망이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사실 산업계의 구조조정을 위한 원샷법은 지난달 29일 처리됐어야 했다. 여야가 지난달 23일 이 법이 발의된 지 7개월이 넘어서 가까스로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29일 통과시키기로 합의해 놓고도 어깃장이 난 것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법과 원샷법의 연계 처리를 주장하면서다. 그가 여야 합의사항을 손바닥 뒤집듯 반대하는 바람에 국회 본회의 자체가 무산됐었다. 그야말로 과거 ‘운동권 정치’와의 단절을 주장한 이가 외려 반대 행보를 보인 것이다. 그나마 늑장 통과라도 될 수 있었던 것은 총선에서의 역풍을 두려워했기 때문일 게다. 일단 원샷법 통과라는 급한 불 하나는 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서비스산업발전법, 노동개혁 4개 법안 등 쟁점 법안 7개는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 했다. 세계 각국이 경제비상 상황으로 인식하고 경제 살리기에 몸부림을 치고 있다. 정부가 서비스 산업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이 같은 경제 입법을 서두르는 이유도 그래서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달 6일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이어 우리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까지 발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런데도 야당은 남의 나라 일인 양 북한인권법과 테러방지법 처리에 미온적이다. 이처럼 나라 안팎으로 위기의 파고가 닥쳤는데도 정치권이 하는 행태를 보면 절박감을 찾아볼 수 없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산업현장 시찰에서 동행한 의원들에게 “위기상황을 국회에 돌아가 피 터지게 연설하라”고 주문했겠는가.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어떻게든 민생과 경제를 살릴 남은 쟁점 법안을 통과시킬 치열한 궁리가 안 보인다. 새누리당은 과연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들인지 의심들 정도로 친박, 비박 간에 자고 나면 매일 총부리를 겨누고 싸우고 있다. 더민주당 역시 인재 영입이라는 명목으로 청와대의 심장에서 일하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같은 사람을 입당시키며 청와대와 여당의 염장이나 지르고 있다. 민생은 뒷전이고 총선 놀음에 열중하는 이들을 보면 국민들은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2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19대 마지막 국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남은 쟁점 법안 처리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여당은 야당이 발목 잡는다고만 할 게 아니다. 야당 역시 경제실정 운운하면서도 어려운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을 법안 처리를 외면해서는 결코 안 된다. 최악의 국회라는 19대 국회가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남은 민생법안을 매듭지어야 한다.
  • [공기업 사람들 예금보험공사] 3대 금융위기 때 ‘소방수’ 역할… 금융 부실 미리 막는 ‘감시자’

    [공기업 사람들 예금보험공사] 3대 금융위기 때 ‘소방수’ 역할… 금융 부실 미리 막는 ‘감시자’

    정욱호 부사장 저축銀 사태 확대 막아 김광남 이사 구조조정 업무 진두지휘 임성열 이사 철두철미한 기획의 달인 김준기 이사 임금피크제 합의 이끌어 문종복 이사 리스크관리에 새로운 힘 예금보험공사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기금을 만들어 뒀다가 금융기관이 파산해 고객들의 예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되면 예금을 대신 지급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역사는 20년에 불과하지만 이곳을 빼놓고 외환위기 이후의 대한민국 금융사를 말하기는 어렵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저축은행의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위기 때마다 예보는 ‘금융시스템 소방수’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는 20년 전 당시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에서 예보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던 곽범국 사장이 취임하며 기존의 부실금융기관 정리 중심의 업무에서 벗어나 본연의 선제적인 부실 대응기구로의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예보는 지난해 12월 ‘13부 5실 2국 6부서내실’에서 총괄부서 중심의 ‘14부 5실 2국 5부서내실’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리스크관리기획실’을 ‘리스크총괄부’로 확대 개편한 것이 핵심이다. 금융 부실이 생기기 전에 미리 위험 대비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예보의 경영이념을 구체화하는 총괄 업무는 정욱호 부사장이 맡고 있다. 정 부사장은 제일은행(현 SC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 동화은행을 거쳐 외환위기 때 예보로 자리를 옮겼다. 정리 회수와 위험(리스크)관리 업무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춘 예보의 산증인이다. 그간 예보가 추진했던 굵직굵직한 자산매각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특히 2009~2010년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잠재부실을 누구보다 먼저 인지하고 부실이 확대되기 이전에 감내할 만한 수준에서 정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지금도 직원들 사이에 회자된다. 예보에서 18년간 근무한 경험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조직과 조직원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지금은 예보의 선제적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 개발과 신사업 발굴을 맡고 있다. 김광남 이사는 경기 성남 낙생고와 고려대(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외환위기 당시 은행권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했고 2013~2014년 8개 가교저축은행 매각을 모두 성공시킨 ‘정리의 달인’이다. 폭넓은 학식과 논리정연한 업무수행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공인재무분석가(CFA) 자격증도 있다. 과거 산업은행 근무 시절부터 유명한 학구파이자 노력파다. 최근까지 리스크관리 업무를 담당하다 전문 분야로 돌아와 우리은행 및 서울보증보험 민영화의 해법을 제시하기 위한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임성열 이사는 그간 예보의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획 부문에서 주로 업무를 맡았다. 공사 내에서 ‘기획통’으로 통한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소탈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직원들과 친밀감을 유지하면서도 업무에 있어서는 철두철미한 성격의 소유자다.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파산재단 3조 2000억원 회수 목표를 지난해 초과 달성한 것도 특유의 리더십이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주년인 올해는 파산재단 채무자의 경제적 회생을 돕기 위한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준기 이사는 서울 숭실고와 고려대(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에 입사해 총무, 인사, 홍보, 리스크관리, 정리 등을 두루 섭렵한 다방면의 전문가다. 직원들은 곧잘 김 이사를 ‘칭기즈칸’에 비유한다. 목표를 향해 강력한 리더십으로 조직원들을 이끌어 가는 열정 덕이다. 예보가 2014~2015년에 공공기관 중 최우선으로 복리후생제도를 개편하고 선도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며 잡음 없이 노사 간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적잖다.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소주 한잔을 기울이는 친화력도 김 이사의 장점이다. 문종복 이사는 대구상고와 계명대(경영학과)를 나왔다. 조흥은행을 거쳐 신한은행 부행장에 오른 금융맨이다. 지난 1월 예보로 자리를 옮겼다. 신한은행에서 리스크관리 그룹 부행장을 지낸 문 이사는 38년 동안 금융시장에서 직접 체험한 지식으로 예보의 리스크관리 업무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있다. 곽 사장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예보의 선제적 대응 능력 강화에 최적임자로도 꼽힌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돈줄 마른 러시아, 알짜 국영기업 매물로 내놨다

    민영화 부정적 인식에 성공은 ‘미지수’ 러시아 국영기업이 매물로 나왔다. 러시아 정부는 재정난 타개를 위해 7개 대형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전했다. 대상 기업은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와 다이아몬드 광산회사 알로사,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 바스네프트, 러시안 레일웨이즈, VTB은행, 러시아 최대의 조선사 소프콜플로트 등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경제팀과 올해 민영화 계획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국가가 전략적 기업들에 대한 통제를 잃어서는 안 된다. 국영회사들은 러시아에 등록된 원매자들에게만 팔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헐값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7개사 사장들도 회의에 불려갔다. 러시아 정부가 국영기업의 민영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국가 경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정부 예산에 막대한 결손이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르네상스캐피털의 올레그 쿠즈민 이코노미스트는 “종전에는 경제 구조조정과 효율화가 민영화의 주된 동기였지만 지금은 현금 조달 문제로 민영화가 불거졌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내각은 지난해 11월 초의 국제유가 평균인 배럴당 50달러를 근거로 3%의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짐에 따라 최근 예산을 수정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러시아 정부는 2014년까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석유와 가스 수출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그 비중은 43%로 줄었다. 러시아 정부는 세입이 급격히 줄어들자 10%의 세출 삭감과 시퀘스트(자동 예산 삭감)라는 두 가지 대응조치를 취했다. 이를 통해 연간 1조 루블(130억 달러)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쿠즈민 이코노미스트는 “평균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에 머문다면 적자 목표를 맞추기 위해 추가로 5000억∼1조 루블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민영화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도 민영화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1990년대 소련 경제체제에서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이 부패로 얼룩졌기 때문이다. 한 관리는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매각한다면 1990년대에 벌어진 일이 다시 벌어진다는 의심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朴대통령 “새까맣게 속탄다”… 21분간 법안처리 호소

    朴대통령 “새까맣게 속탄다”… 21분간 법안처리 호소

    靑 “대통령이 질책”… 결국 전달 국무위원들과 퓨전 K푸드 만찬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갈 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에서 21분간의 모두발언을 통해 주요 경제 법안들을 통과시켜달라고 국회에 거듭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일하고 싶다는 청년들의 간절한 절규와 일자리 찾기 어려워진 부모세대들의 눈물,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가 타는 업계의 한숨이 매일 귓가에 커다랗게 울려 퍼진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법, 파견법(이하 노동4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등 기존에 핵심법안으로 제시했던 8개 법안의 내용과 통과 필요성을 일일이 설명했다. 또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자본시장법, 중소기업진흥법, 대부업법, 서민금융생활지원법, 대학구조개혁법, 국회법(페이고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특수고용직 적용 확대), 민간투자법, 행정규제기본법 등 10개 법안의 통과 필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등을 빼고 거의 경제 관련 법안으로, 박 대통령은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시기까지 언급했다. 특히 원샷법과 관련, “대·중·소기업 모두 간절히 호소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통과시키기로 여야가 합의까지 해놓고도 그 약속을 깼다. 국민들께서는 참으로 기가 막히실 것“이라면서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데 발목을 잡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기업들과 개인 창업자들의 미래를 가로막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련, 박 대통령은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인데도 근거 없는 이유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64번째 생일을 맞아 황교안 국무총리 외 국무위원들을 청와대 관저로 초청해 퓨전 K푸드로 만찬을 함께했다. 국무위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국정 현안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올해 국정과제의 완수와 핵심법안의 국회 처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보낸 박 대통령 생일 축하 난 수령 거부 논란과 관련, 청와대는 “정무수석이 합의된 법안조차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축하 난을 주고받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사양했으나, 뒤에 박 대통령이 이를 보고받고 정무수석을 크게 질책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오전 국무회의, 수석들과의 생일 오찬 이후에 이 사실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난은 오후에 전달됐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사설] 경제 현장 비명 외면한 野 원샷법 합의 파기

    여야의 정략적 대치에 따른 19대 국회의 난맥상이 점입가경이다. 이러다가 1월 임시국회도 헛심한 쓰다 끝낼 판이다. 지난 29일 본회의에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처리하기로 했던 여야 합의가 파기되면서다. 이 과정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법과 원샷법의 연계 처리를 주장하면서 원내대표 간 합의를 뒤엎어 버렸다. 이처럼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합의를 뒤집는 것은 야권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의회민주주의와도 정면 배치되는 일이다. 여든, 야든 당략보다 민생을 앞세우는 자세가 외려 4월 총선에서 민의의 선택을 받는 지름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어제 국민의당 창당을 주도 중인 안철수 의원은 1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포함한 쟁점 법안과 선거구 획정의 처리를 촉구했다. 하지만 원내 1, 2당인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협상 역량을 보면 7일 종료될 1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쟁점 법안들이 타결될 가능성은 극히 불투명해 보인다. 더민주는 선거법을 먼저 처리하자고 고집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그러면 야당이 소위 ‘먹튀’ 행보를 할 것으로 걱정하는 모양이다. 경제활성화 관련 법과 노동개혁 입법에 무성의한 자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의심이다. 자당의 이종걸 원내대표를 바지저고리 취급한 김 비대위원장의 이번 처사가 가뜩이나 얕은 여야 간 신뢰 관계를 한 번 더 허문 꼴이다. 우리는 정치 도의를 떠나 야당의 원샷법 합의 파기가 작금의 경제 상황에서도 합당하지 않다고 본다. 고성장을 구가하던 중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서 비틀거리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가 여기에서 예외이긴커녕 자칫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 LG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우리 대표 기업들이 줄줄이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고 한다. 특히 지난 18일 시작된 ‘민생 구하기 입법 서명운동’이 열흘 만에 서명자 55만명을 돌파했다지 않나. 원샷법 처리에 합의해 놓고 다시 ‘대기업 특혜법’이라느니 딴소리를 하는 더민주 운동권 그룹이 이런 산업 현장의 신음을 듣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원샷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이 정부안대로 통과돼도 경제가 회생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일자리가 무더기로 사라지는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에 경제민주화라는 공허한 구호에 사로잡혀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지금은 기업이 일자리 하나라도 늘리는 투자를 하도록 뭐라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원샷법은 공급 과잉 상황인 업종이 통째로 무너지기 전에 구조조정 절차를 간소화해 재편하자는 게 핵심이다. 일본도 이와 유사한 ‘산업활력법’으로 장기 불황에서 빠져나올 발판을 마련했음을 유념해야 한다. 물론 4·13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또한 시급하다. 하지만 정치 현안을 당면한 경제 입법과 연계해 함께 무산시키는 것은 우리 국회의 구태를 재확인하는 꼴이다. 입법부 수장인 정의화 국회의장이 원샷법 합의 파기 사태에서 드러난 한국 정치의 고질을 치유하기 위한 특단의 선택을 결단할 때라고 본다.
  • [공기업 사람들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댐 통합 관리… ‘지속 가능 물 복지 선진국’ 실현 매진

    [공기업 사람들 한국수자원공사] 수자원·댐 통합 관리… ‘지속 가능 물 복지 선진국’ 실현 매진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종합 수자원 기업이다. 하천에서부터 가정이나 공장에 들어가는 물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회사는 드물다. 수자원공사는 수자원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이를 취수·정수해 가정까지 공급하는 ‘스마트 물 관리’ 기업이다. 동시에 가뭄·홍수를 막기 위한 다목적댐 건설·운영·유지관리를 맡고 있는 기관이다. 임직원은 4496명에 이른다. 수자원공사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최계운(62) 사장. 내로라하는 수자원 전문가다. 토목공학 전공 교수 출신으로 인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공동대표, 세계도시물포럼 사무총장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소통을 중시해 직원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 유관 기관 및 비정부기구(NGO)까지 직접 만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도 의사 결정이 빠르고 업무 추진력이 강하다. 통합 물 관리(IWRM), 건강한 물 공급, 스마트워터시티 구축, 제7차 세계물포럼의 성공 개최, 해외 물 산업 진출 확대, 송산그린시티 국제테마파크 유니버설스튜디오 유치 결정 등 기존의 틀을 벗어난 혁신적 사고로 물 관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적 사업에 새로운 철학을 심어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물 관리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호상(59) 상임감사위원은 충남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장, 충남 기업인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풍부한 민간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효율적이고 투명한 공사 경영을 이끌고 있다. 이학수(57) 부사장은 인사 분야 전문가다. 뚝심과 추진력으로 인적자원 관리 시스템(HR-Bank)을 설계했다. 직위·직급을 분리해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 구조조정, 미래전략, 부채 감축 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병하(56) 경영본부장은 총무관리처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공사의 살림꾼이다. 청년실업 해소 및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등 정부 정책을 이행하고 고강도 자구 노력을 통한 공사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충청지역본부장 재임 시 충남 서부지역 가뭄 극복 대책 마련과 용수 공급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차기욱(55) 수자원사업본부장은 국가 물 관리 최상위 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 수립 등 수자원 조사·계획 업무와 더불어 다목적 댐·보 운영 및 수자원 시설 관리 업무 등 수자원 모든 분야를 두루 섭렵한 정통 수자원 전문가다. 유역별 IWRM을 적극 추진, 국가 물 관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이진호(56) 수도사업본부장은 상하 간 두터운 신뢰와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포항공업용수도 운영관리, 수도권광역상수도 5·6단계 및 충남중부권 광역상수도 건설 업무를 수행했다. 수도 공급 안정성 강화와 국민 물 복지 실현을 위해 뛰고 있다. 서을성(55) 수변사업본부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화호 조력발전소 관리단장을 역임했다. 시화호를 관광·문화·레저가 공존하는 도시로 만드는 데 공을 세웠다. 국제테마파크(유니버설스튜디오) 추진을 총괄하고 있다. 류태상(56) 미래기술본부장은 수자원 및 수도 분야의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성장 동력을 찾는 데 분주한 상태다. 김한수(54) 물정보기술원장은 수도 전문가로, 광역상수도 시설계획 및 건설에 매진했다. 물 정보 서비스 허브 역할을 중추적으로 추진하는 일을 맡고 있다. 김수명(53) 해외사업본부장은 토목 분야 전문가다. 수자원공사 최초의 해외투자사업인 파키스탄 수력발전사업과 필리핀 수력발전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민경진(52) 연구원장은 물 산업 정책 및 전략 전문가로 통한다. 직원들과 허물없이 소통해 친밀도 또한 높다. 임성호(56) 경인아라뱃길본부장은 기획과 실무 능력을 두루 겸비한 토목 분야 전문가다. 경인아라뱃길사업처장, 송산건설단장, 기획조정실 기술기획팀장 등을 역임했다. 조관식(55) 수도권지역본부장은 기술사 자격을 갖고 있는 토목 전문가로, 입사 이후 수도 건설 및 수도 운영관리 업무를 맡았다. 수도권광역상수도의 운영관리 및 파주 스마트워터시티(SWC)사업, 지방상수도 운영효율화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장태현(54) 강원지역본부장은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화합과 소통에 적극적이다. 환경부와 보령수상태양광(2㎿) 개발 합의를 도출, 분쟁을 종결했다. 박원철(53) 충청지역본부장은 해외사업처장, 아라뱃길관리처장 등 공사 주요 사업을 원활히 추진했다. 기획력과 강한 업무 추진력이 강점이다. 강병재(56) 전북지역본부장은 최초로 지방상수도 운영효율화사업을 추진한 상수도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김성한(56)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은 수도관리처장, 수도개발처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한 수도 분야 전문가다. 권부현(55)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지방상수도사업 수탁과 댐 건설 절차 개선 등 수도사업과 수자원사업 활성화에 기여했다. 지난해 대구·경북에서 열린 제7차 세계물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윤보훈(55) 경남부산지역본부장은 경인아라뱃길사업본부장을 지내면서 사업 부채 감축 등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기획조정실장 때는 공기업 구조조정 등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다. 노명근(57) 시화지역본부장은 단지개발 분야 전문가다. 국가산업단지, 특수지역 개발 분야의 계획 및 건설 관리업무를 수행했다. 권형준(53) 교육원장은 요금 및 물 정책 관련 전문가로 꼽힌다. 강한 업무 추진력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중석(55) 홍보실장은 소탈한 성격에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췄다. 업무 추진력과 대외 업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강우규(51) 감사실장은 전략기획팀장과 해외기획처장 등 전략경영 전문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양진식(52) 비서실장은 전략통으로 통한다. 노사협력팀장, 재무구조개선팀장 및 전략기획팀장을 역임하며 공공기관 정상화, 부채 감축, 물 관리 혁신에 기여했다. 대전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15년 묵은 구조조정 틀 확 바꾼다”

    “15년 묵은 구조조정 틀 확 바꾼다”

    첫 대상 오리엔탈정공·영광스텐 3~4년 안에 정상화시켜 되팔 것 “지금의 국내 기업 구조조정 매뉴얼은 마치 고생대 화석 같다.” 정부가 시장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을 활성화하고자 개편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유암코’(연합자산관리)의 이성규 사장이 28일 첫 기업 구조조정에 착수하며 던진 말이다. 세월이 흘러 상황이 변한 만큼 구조조정의 기준과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외환위기 때 100조원대의 대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해 ‘미스터 구조조정’이라는 별명이 붙은 구조조정 전문가다. 유암코는 오리엔탈정공과 영광스텐을 첫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져 보면서 상당히 놀랐다”면서 “15년 전 만들어 놓은 매뉴얼이 그대로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외환위기 때는 은행권의 협약채권이 3분의2였고, 비협약채권이 5%가 채 안 됐다”면서 “지금은 회사채 등 시장성 채권이 많아진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 선박 선수금지급보증(RG) 등이 많아 옛날 방식으로 구조조정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의 틀을 바꾸겠다”는 이 사장은 다양한 중소기업들을 선택해 모델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조선·해운·건설업 등 ‘중후장대한’ 기업 구조조정만이 목표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유암코가 첫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한 오리엔탈정공은 1980년 7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세워진 오리엔탈휘팅이 전신이다. 산업은행 주도로 2012년 2월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이다. 국내 데크하우스(선박의 선원 거주공간)의 65% 이상, 전 세계 데크하우스의 10%가량을 생산한다. 스테인리스 코일 전문업체인 영광스텐은 2009년 6월부터 산은 주도로 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다. 유암코는 채권단이 보유한 오리엔탈정공과 영광스텐의 채권을 각각 1000억원, 1400억원 사들일 계획이다. 이 사장은 “두 기업을 3~4년 안에 정상화시켜 다른 곳에 되팔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2차 구조조정 대상도 2~3곳 검토 중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뉴스 분석] 中·日 경제협의체 신설 영향은

    영토 문제와 과거사 등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 온 중국과 일본이 외무성, 재무성에 중앙은행까지 참여하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새로운 경제협의체를 올해 안에 신설하기로 한 것에 대해 한국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중·일 양국 간 경제 협력 수준이 높아지면, 우리나라가 잃을 것보다는 얻을 것이 많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송인창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27일 “우리 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과의 정상회담 이후 실무급 협의를 계속하고 있고, 일본과도 재무장관 회의를 재개했다”며 “양국의 경제협력이 우리나라에 부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중국, 일본과 별도 협력 채녈을 두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의 경제협의체 구성이 오히려 동북아 3국의 경제협력을 가속화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과 일본이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경제 분야 협력을 강화해 간다면 현재 3국이 추진 중인 자유무역지대 건설,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연초 폭락을 거듭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줬던 중국 증시 및 환율의 변동성도 다소 완화돼 우리 금융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3년 9월 효력이 끝난 양국 간 통화 스와프가 재개되면 중국은 안전판을 추가하고, 일본이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RQFII)로 지정돼 중국 주식과 채권에 직접 투자하게 되면 중국 내 자본 유출도 어느 정도 진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2011년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양국의 중앙은행 협력 확대가 실행되면 위안화, 엔화 환율의 안정으로 우리의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잃을 것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화와 위안화의 직거래가 이뤄지면 상반기 중 개설될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의 환수수료 경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반감되고, RQFII 자격을 얻은 일본이 세계 최대 규모의 연기금인 공적연금으로 중국 주식 및 채권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이 중국에 투자하는 대신 철강 및 화학제품의 과잉 공급 해소를 요구하면서 국유기업 재편 문제를 제기하면 지지부진한 한국의 관련 업계 구조조정의 셈법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의 발언권을 가질지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팀장은 “경제협의체 신설 합의는 중국의 경제적 실리를 앞세운 결정으로 볼 수 있다”며 “협의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는지, 또 협력의 분야와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신중하게 살피면서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실패에서 배운다 아차차!] 전광우 前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실패에서 배운다 아차차!] 전광우 前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우리금융그룹 부회장(2001~2004년), 초대 금융위원장(2008~2009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2009~2013년) 등 민관을 아우른 전광우(66) 연세대 석좌교수.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갖추고 있는 그에게 24일 가장 아쉬웠던 순간을 물었다. 전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 문제를 꺼내 들었다. “이사장 재임 시절 본사는 옮겨도 기금운용본부는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서울에 잔류시키기로 정부와 국회가 뜻을 모았다. 그때 합의된 내용을 문서로 남겨놓지 않은 게 후회된다.”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기금의 전문적 운용을 위해 1999년 만들어졌다. 500조원을 굴리는 ‘큰손’이다. 공단을 따라 올 하반기 전북으로 이전키로 결정 난 상태다. 하지만 최근 보건복지부가 기금운용본부를 따로 떼내 공사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안갯속이 됐다. 전북지역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그가 지방 이전에 부정적인 까닭은 명쾌하다.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는 사람들이 왜 (미국) 월가에 모여 있겠는가. 그곳에 정보가 있고 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기관투자가 사이의 실적 경쟁이 심해지고 글로벌 네트워크가 중시되는 마당에 (기금운용본부가) 지방으로 옮겨가면 핵심 인재들이 한국에 있으려 하겠는가.” 지역의 균형 발전은 필요하지만 ‘현실적인 판단’ 없이 덜컥 지방행을 결정하면 우수 인력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 전 위원장의 얘기다. 그는 “국민연금공단은 세계 몇 위 안에 드는 큰손이지만 아직 해외 대체 투자 부문은 약하다”면서 “이런 점 등을 감안해 서울에 남기려 한 건데 (문서로) ‘대못’을 박지 않아 갈등 소지를 만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사장 임기 중 총 74조 4000억원이란 역대 최대 수익금을 만들어냈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의 반사이익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 전 이사장은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초대박’도 가능했었다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솔직히 우리가 해외 대체투자를 대규모로 해본 경험이 얼마나 되겠나. 게다가 안전성만 과도하게 강조하는 보수적인 운용 문화 탓에 좀 더 도전적으로 하지 못하고 멈춰 선 것이 못내 아쉽다.” 요즘 화두인 인터넷전문은행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배 금지) 규제 속에 갇혀 버린 것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많았다. “이 규제를 완화해야만 다양한 핀테크 기업이나 비은행기업이 많이 들어와 인터넷은행이 제대로 큰다. (내가 금융위원장으로 있던) 2009년 비금융주력자 지분한도를 4%에서 9%로 완화했는데 4년 뒤에 (국회가 법을 고쳐) 다시 4%로 되돌리더라. 개혁과 정책이 실효성을 지니려면 일관성이 중요하다.” 그는 ‘베어스턴스의 교훈’도 얘기했다. “2008년 3월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 직후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파산했다. 그때 좀 더 심각하게 들여다봤어야 했다.” 그로부터 꼭 6개월 뒤 160년 역사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사실상 글로벌 금융위기 예고편이었던 베어스턴스의 파산을 좀 더 주의 깊게 살피고 그때부터 고강도 구조조정을 폈다면 고통이 덜 하지 않았겠느냐는 반성이다. 그는 “지금도 중국 성장 둔화와 한계기업 속출 등으로 구조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고통을 피하면 더 큰 고통이 온다는 과거 교훈을 되새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원샷법, 부실 징후 기업 사업재편 때 세제 등 특례

    원샷법, 부실 징후 기업 사업재편 때 세제 등 특례

    여야 원내지도부가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합의 처리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꽉 막혔던 협상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원샷법은 기업이 부실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사업을 재편할 수 있도록 ▲상법·공정거래법상 절차 간소화 ▲고용안정 지원 ▲세제·금융 지원 등의 특례를 한시적으로 5년간 부여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기업의 부실이 발생한 이후에는 구조조정에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등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이 법이 통과되면 철강·석유화학·조선업 등 제조업 분야 등을 비롯해 내수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야당은 법안이 대기업의 편법 경영권 승계나 지배 구조 강화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해 대기업을 제외할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야당이 대기업도 포함하도록 하는 정부·여당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국회 본회의 처리 합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대신 대기업의 악용 방지를 위해 ▲과잉공급 분야 기업에만 제한적 적용 ▲민관합동 심의위원회를 통한 특혜 시비 최소화, 공정성 확보 ▲경영권 승계, 지배구조 강화 등을 위한 사업 재편 승인 거부 ▲승인 이후 경영권 승계 등이 드러날 경우 사후 승인 취소, 과태료 중과 등 4중 방지 장치를 뒀다. 북한인권법은 발의된 지 무려 11년 만에 입법화된다. 북한 인권 실태 조사와 인도적 지원활동, 정책개발을 위한 북한인권재단 설립과 북한인권 자문위원회를 통일부 산하에 두는 것이 핵심이다. 외교부에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북한인권대사를 둔다. 대북 지원 ‘퍼주기’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할 때는 반드시 국제적 인도 기준에 따라 전달·분배·감시를 해야 한다. 이 법안은 막판까지 난항을 겪었던 문구 조율에 여야가 합의하면서 본회의 처리가 가능해졌다. 여당이 주장한 “북한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한 방향으로도 노력해야 한다”는 문구와 야당이 제안한 “북한인권 증진 노력은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 노력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문구를 최종 조정해 처리하기로 했다. 남은 쟁점 법안 중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보건·의료 분야를 포함하면 의료 민영화가 우려돼 의료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민주는 보건·의료를 삭제하고 별도 소위에서 관련 내용을 전담하되 의료법·약사법·건강보험법 등을 이 분야에 우선 적용할 것을 새누리당에 제안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보건·의료를 삭제하면 입법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면서도 야당의 제안에 대해 좀더 검토해 보자는 입장이다. 테러방지법의 경우 “국정원에 정보수집권을 부여하자”는 새누리당에 더민주는 반대하고 있다. 다만 테러대응센터를 국무총리실에 두는 데는 여야가 합의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김동수 민생프리즘]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거는 기대

    [김동수 민생프리즘]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거는 기대

    반만년 중국사를 관통하는 인재들에 대한 인물 품평서인 변경(辨經)이란 책을 보면 인재를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중 여러 재주를 두루 갖춘 인재를 겸재(兼才)라 부르는데 신임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런 겸재의 전형이 아닐까 싶다. 오랜 시간 함께 공직생활을 하면서 지켜본 주 장관은 언제나 빈틈없는 일 처리에 뛰어난 업무 추진력과 조직 장악력을 함께 갖춘 관료였다. 그러기에 중차대한 갈림길에 서 있는 한국 경제의 산업통상정책을 이끌어갈 부처의 수장으로서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우리 경제는 안팎으로 현재 수많은 난관에 직면해 있다. 가장 염려하는 문제는 한국경제 3.0을 선도할 산업정책이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점이다. 개발경제시대 수출입국을 기치로 정부 주도하에 추진해 온 산업정책은 유효 기한이 도래한 지 이미 오래됐다. 그럼에도 수십 년 전에 다듬어진 주력 수출품목 육성정책이 아직도 산업정책의 중심축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최근 자료를 보니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화학 등 10대 주력 수출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6%에 이르고 있다. 극소수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지금 세계시장에서 중국 등 경쟁국들의 맹렬한 공세에 쫓기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들 산업은 몇몇 대기업에 생산이 집중된 전형적인 조립·완성산업이다. 그러니 이들 산업이 위기에 봉착할 경우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파가 클 것이다. 최근 조선산업과 철강산업이 처한 어려움과 그 파급 효과가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는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력 둔화보다는 시의적절한 산업재편이 이뤄지지 못한 데 더 크게 기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더 늦기 전에 성장 패러다임을 새로이 구축할 수 있는 산업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하지만 그러한 산업정책이 현재의 주력 산업을 대체할 신성장엔진을 몇 가지 발굴해서 지원책을 마련하는 일로만 이해돼서는 곤란하다. 미래의 산업정책은 기업과 경쟁정책은 물론, 교육과 연구개발, 노동, 금융, 통상정책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광의의 경제정책으로 접근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대기업에 편중된 지금의 산업구조와 체질을 바꿔야 한다. 이를 통해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히든 챔피언과 같은 강소(强小)기업들이 혁신의 주체이자 경제의 허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위한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통상정책이 일조해야 한다. 동시에 조립·완성 분야에서 굴기하는 중국에 맞서려면 그들보다 앞서 부품·소재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채산성을 맞출 수 없는 산업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포기할 것이 아니라 인도와 같이 떠오르는 제조업 허브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국내로 들여와 신성장동력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한계산업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이들 분야의 인력을 효과적으로 재배치하고 투입할 수 있는 틀을 짜야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부족한 인력 문제에 대해서는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미래의 먹거리를 탐구하는 문제는 일차적으로 기업과 시장에 맡겨놓아야겠지만, 이들 산업이 제자리를 잡고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포함해 필요하다면 시장을 조성하는 데도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파리에서 합의된 역사적인 신기후변화협약을 계기로 녹색산업의 중요성과 잠재성에 대해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지 이전 정부의 유물로만 취급하고 실기(失機)한다면 언젠가는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일이다. 주 장관의 어깨 위에는 이처럼 전환기에 처한 한국 경제의 물줄기를 되돌려 놓아야 할 중차대한 소명이 놓여 있다. 그렇지만 능력을 믿기에 희망을 가져 본다. 모든 이해당사자와 합심 협력해 한국 경제를 구할 묘안을 짜내는 데 겸재로서의 지혜를 발휘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 원샷법 통과 땐 철강·조선 구조조정 탄력

    원샷법 통과 땐 철강·조선 구조조정 탄력

    여야가 일명 ‘웟샷법’으로 통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처리에 잠정 합의하면서 산업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그간 논란이 됐던 원샷법 적용범위에 따로 제한을 두지 않아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재벌 기업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원샷법은 공급과잉 위기에 처한 기업의 선제적인 사업재편과 신속한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송재빈 한국철강협회 부회장은 22일 “원샷법이 통과되면 1차적으로 추진 중인 강관, 합금철 분야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대형 업체 간 합종연횡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양대 제철소 위주로 업계 재편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현대제철이 오는 2월부터 특수강 생산을 시작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세아그룹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신속한 인수·합병(M&A) 절차와 합병 비용 부담 완화 등으로 표류 중인 동부제철 매각도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다.자구 노력을 진행 중인 조선업계도 대규모 변화가 예상된다. 업황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적용기간이 3년으로 정해진 원샷법이 유효할 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권단 지원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중소형 조선사는 통폐합을, 대형 조선사는 인수합병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 또는 삼성중공업에 파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사업재편이 지배구조 개편 이슈와 맞물리면서 삼성, 현대차, SK 등 재벌기업도 일부 혜택이 예상된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시나리오가 끊임없이 거론돼 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SDS의 지분 중 11.25%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합병이 성사될 경우 삼성SDS의 지분을 삼성전자의 지분으로 전환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날 삼성SDS 주식은 전날보다 4.01% 올랐다.현대차도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염두에 둔 지배구조 개편이 점쳐진다. 현대모비스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 분할한 뒤 현대모비스 투자부문과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한다는 시나리오다.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SK도 향후 활발한 M&A와 지배구조 재편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샷법이 이 같은 합병 시나리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있다. 경영권 승계나 지배구조 강화의 경우 승인이 거부되거나 사후 승인이 취소되는 등 제동장치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열린세상] 파괴적 혁신 수용해야 위기 넘는다/김도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열린세상] 파괴적 혁신 수용해야 위기 넘는다/김도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사상 최초의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제조업의 위기가 수치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일부 대기업의 실적 부진 등 마이너스 성장을 설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조업이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중국 등 경쟁국의 급성장이 배경이지만, 그 이면에는 가격경쟁력을 극복할 만할 기술경쟁력 확보 및 혁신 활동의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의 위기가 얼마나 충격적이고 빠르게 현실화되는지는 노키아의 몰락 그리고 가까이는 일본 전자업체의 쇠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때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했던 노키아는 스마트폰으로의 진화에 실패해 공중분해됐고, 기술 우위에 집착했던 일본 전자업계는 분리매각, 인원감축 등 아직도 지난한 구조조정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위기에 대한 대응은 제조업의 혁신과 서비스업의 선진화라는 두 가지 전략을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ICT와의 융합을 통한 전통적 생산양식으로부터의 탈피를 지향하고 있는데, 결국 위기를 극복하려면 인터넷·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ICT와의 결합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인터넷·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 혁신은 이미 뿌리 깊게 진행되고 있으며 성공의 열매도 달콤하다. 2010년대 모바일 인터넷 시대 이후 2020년대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다가올 것이라는 예견에도 이젠 더이상 이견이 없다. 공유경제, 지능정보사회 등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는 용어들이 이미 일상생활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일개’ 음원 서비스 업체에 불과하다고 생각됐던 ‘멜론’의 매각 대금이 1조 8700억원에 이른다는 사실, 거꾸로 ‘카카오’라는 거대 재벌기업도 아닌 일개 인터넷 기업이 단 한 건의 인수·합병(M&A)에 그 많은 대금을 지불할 여력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M&A로부터 글로벌 수준의 새로운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들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혁신은 본질적으로 파괴적이다. 전통적 관점에서의 혁신이 특정 산업 내부에 종사하는 플레이어들 간 경쟁에서 비롯된 반면 인터넷과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 혁신은 대개 산업 외부로부터 기존 플레이어들의 약점을 파고들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우버, 카카오 택시, 직구, 직방이 그렇다. 핀테크가 그렇고 스마트 헬스가 그렇다. 그런데 이러한 파괴적 혁신은 필연적으로 기존 플레이어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결국 적법하지 못한 서비스로 분류됐고, 스마트 헬스는 아직 첫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가 뒤늦게나마 그 모양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개혁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구조 및 시스템이 더이상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는 공감대로부터 탄력을 받는다. 제조업의 위기도 같은 관점에서 재조명돼야 한다. 단지 생산 시스템의 개선 차원이 아닌 산업구조 전반에 커다란 혁신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최근의 인터넷과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창업 열기와 벤처 붐은 혁신을 향한 긍정적인 시장의 움직임이다. 파괴적 혁신을 배척하지 않고 수용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다시 한번 강조될 시점이고 그 중심에는 규제개혁이 있다. 혁신 기업들에 법·제도는 시장진입 규제로 작용하는데 안타깝게도 규제는 특성상 보수적이다. 혁신이 가져오는 성과보다 기존 질서의 파괴가 유발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고 기존 플레이어들의 보호에 더 높은 가중치가 주어지는 규제는 혁신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개혁이 필요하고, 규제개혁은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하는 수준을 넘어 파괴적 혁신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혁신가들이 시장에 참여해 기존 플레이어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제조업의 위기는 인터넷과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파괴적 혁신이 탈출구다. 이때 규제개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2016 업무보고] 일반고 정원 줄이고 특성화·마이스터고 비중 30% 수준 확대

    [2016 업무보고] 일반고 정원 줄이고 특성화·마이스터고 비중 30% 수준 확대

    교육부가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내놓은 대학 정책의 핵심은 대학 입학생 감소 상황에서 대학 정원은 줄이고 사회가 요구하는 분야의 졸업생은 늘리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추진하는 프라임(PRIME) 사업을 통해 2020년까지 2만명의 공학, 의학·약학 분야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 수급 전망’을 내놨는데 공학과 의약 분야는 2024년까지 21만 9000여명이 부족한 것으로 예상됐다. 교육부는 프라임 사업으로 기존 학과를 폐지하거나 정원을 줄여 사회가 요구하는 학과를 개설하거나 이동하는 대학 19곳에 올해부터 2000억원씩 3년 동안 모두 6000억원을 지원한다. 2017학년도 5000명 이상을 조정하면 2020학년도까지 모두 2만명의 구조조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교육부는 기대했다. 대학 구조개혁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교육부는 대학 정원을 2014~2016년 4만 7000명, 내년부터 2019년까지 5만명, 2020~2022년 7만명을 줄여 2022년까지 모두 16만여명을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교육부 관계자는 “앞으로 10년 동안 대학 입학 가능 인구가 14만명쯤 줄기 때문에 대학으로선 좋든 싫든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사회 맞춤형 학과 학생 수를 현재 4927명에서 내년까지 3배인 1만 50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회 맞춤형 학과는 기업이 원하는 대로 학과를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대신 학생의 취업을 미리 약정하는 학과를 일컫는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고교도 구조조정을 시작한다. 일반고를 줄이고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는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현재 전체 19% 수준인 이들 학교의 정원을 2022년 30% 수준으로 확대한다. 지난해 기준 직업계고 입학 정원은 11만 3000명이지만 수요는 14만 4000명에 이르렀다. 교육부는 독일과 스위스 등에서 발달한 도제교육 모델을 우리 현실에 맞춰 학교와 기업이 함께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하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도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9곳이었지만 올해 60곳, 내년에는 203곳까지 늘어난다. 올해부터 모든 중학교에 전면 시행되는 자유학기제에도 힘이 실린다. 선도학교 100곳을 선정하고 학교 생활기록부 기재 방식도 바뀐다. 지필고사 성적에 따라 A~E로 기재하던 생활기록부는 P(성공) 또는 F(실패) 형태로 바뀌고 교사는 서술형으로 기재한다. 자유학기제 성적을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이른바 ‘특목고’ 입시에 반영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이 입시를 치를 때 입시 지침 등에 자유학기제 성적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공학·의학 정원 2만명 늘려 대학 ‘인력 미스매치’ 줄인다

    정부가 2020년까지 공학, 의학·약학 등 인력 부족 분야의 대학 정원을 2만명 늘리고, 2022년까지 전체 대학생 수를 16만명 줄이기로 했다. 구조개혁과 구조조정을 병행해 대학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 비중은 2022년까지 전체 고교생의 30%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교육부는 20일 이런 내용의 2016년 업무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교육부는 우선 대학 전공과 일자리가 일치하지 않는 이른바 ‘인력 미스매치’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3년 동안 대학에 6000억원을 지원하는 프라임(PRIME)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공학과 의학·약학 등 인력 부족 분야 정원 2만명 이상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요청에 따라 대학이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고 졸업 후 취업과 연계하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등 ‘사회 맞춤형 학과’ 정원도 내년까지 3배로 늘린다. 대학생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대학 내 창업 동아리도 현재 4070개에서 올해는 4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교육부는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고교 정원을 줄이더라도 일반고 위주로 감축하고 직업계 고교인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정원은 현재 수준인 33만명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2022년에는 전체 고교생 중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 비중이 현재 19%에서 30%로 확대된다. 전국 모든 중학교에 올해부터 도입되는 자유학기제 활동은 생활기록부 등은 물론 고교 입시에도 반영하기로 했다. 향후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특목고 입시에 활용될 경우 중요도 역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4가지 중국의 아킬레스건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5년 만에 최저치인 6.9%를 기록하면서 ‘세계의 엔진’이 식어 가고 있음이 입증됐다. 중국 경제가 직면한 4대 위기를 분석했다. 1. 신뢰 위기 시진핑 ‘만기친람’ 투명경제엔 毒… 통계 마사지 의혹 지난 18일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 측과 ‘핫라인’ 통화를 했다. 그런데 이날 카운터파트는 국무원 경제 담당 부총리인 왕양(汪洋)이 아니라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류허(劉鶴)였다. 류 주심은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개념을 설계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경제 브레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핫라인 변경은 시 주석이 경제 전반을 다 챙기겠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FT의 해석이 맞다면 경제 책임자인 국무원 총리 리커창(李克强)의 자리는 더 위축된 셈이다. 하지만 시진핑의 ‘만기친람’(온갖 일을 임금이 친히 보살핌)은 투명성이 생명인 경제에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최고 권력자 보위를 위해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숨겨야 할 게 많아지기 때문이다. 과거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내 관도 준비돼 있다”며 구조조정 정책을 밀어붙이는 등 경제에 관한 한 전권을 행사했다. 환율이 춤을 추고 주가가 폭락해도 당국은 “우리 경제는 합리적 구간에서 운용되고 있다”는 앵무새 발언만 한다. 경제 운용이 불투명하니 국가 통계는 늘 ‘마사지’ 의혹을 받는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신뢰하는 통계는 차이신(財新)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뿐이다. 정부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경제 매체 차이신과 영국 시장조사회사 마킷이 공동으로 발표하기 때문이다. 2. 기업 줄도산 위기 철강·조선 등 ‘공급 측 개혁’… 300만 실업자 발생 우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의 최대 목표를 ‘공급 측 개혁’으로 잡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 설비가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리스크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정부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부실기업 정리는 대량 해고 사태를 부른다. 지난 12일 신화통신이 보도한 중국국제금융공사의 보고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철강·석탄·조선 등 생산능력 과잉 업종이 20~30% 감산에 나서면 300만명의 실업자가 생길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과잉 문제를 해소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제구조를 변화시키기도 전에 기업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 신용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기업 도산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 오주조선이 국유 조선사로는 처음으로 파산을 신청했고, 중국 2위 철강사인 우한강철은 6000명 감원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까지 중국 조선업계 신규 수주 물량은 2319만t(적재중량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9.1% 급감했다.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2700여개 기업 가운데 순익이 3년 연속 마이너스인 좀비기업은 전체의 10%에 가까운 266개다. 이들의 부채 총액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1조 6000억 위안(약 290조 4000억원)에 이른다. 3. 통화정책 위기 위안화 방어하려다 주가 폭락… 1000억弗 자본만 유출 지난 12일 홍콩 자본시장에서는 처절한 ‘환율 전쟁’이 벌어졌다. 위안화 가치를 더 끌어내리려는 글로벌 헤지펀드들과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려는 인민은행 간의 전쟁이었다. 헤지펀드들은 역외시장인 홍콩에서 위안화를 투매해 가치를 끌어내린 뒤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은 상하이 역내시장에서 차익을 얻고 있었다. 인민은행은 막대한 외환보유액(달러)을 홍콩 시장에 풀어 위안화를 싹쓸이했다. 환율 전쟁은 인민은행의 승리로 끝났지만 기업으로 흘러들어 가야 할 달러는 환율 방어에 소진됐다. 더욱이 중국은 지난해 말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통화바스켓에 포함된 이후 강세 조짐을 보이자 수출 증대를 위해 위안화 고시 가격을 낮게 책정, 약세를 유도했다. 하지만 환율이 급등하자 불과 2~3주 만에 위안화 방어에 나서는 모순을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폭락했고 1000억 달러가 넘는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과 위안화 방어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고 경고했다. 경기 둔화를 막고 기업과 가계의 부채 부담을 줄이려면 환율을 올리고 금리는 내려야 하지만,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이 같은 카드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4. 디플레 위기 소비자물가지수 1.4% 머물고 생산자물가 46개월째 추락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9%나 되는 중국이 물가하락 속 경기침체 현상인 디플레이션 수렁에 빠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도한 비약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속사정과 글로벌 경제를 살펴보면 디플레 위기로 점점 빠져들어가는 것은 분명하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해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전년보다 1.4% 상승하는 데 그쳐 정부 목표치인 3%를 크게 밑돌았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공장의 출고가를 나타내는 생산자 물가지수(PPI)의 하락이다. 지난달 이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9%를 기록했다. 2013년 3월 이후 46개월째 떨어져 공급 측면에선 이미 디플레가 진행 중이다. 결정타는 유가의 끝없는 추락이다. 유가 추락은 제품 단가를 수직 낙하시키고 있다. 이는 수출 감소로 연결되면서 기업 실적을 악화시킨다. 기업 실적 악화는 부실기업 파산을 부르고 내수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디플레에 이르게 된다. 중국사회과학원 위융딩(余永定) 명예교수는 “경제가 다시 확장 단계에 진입하려면 재고 축소, 생산능력 축소, 부채 축소, 신성장엔진 발굴 등 4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중국은 이제 막 2단계를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3년 동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디플레로 빠질 수도 있고, 새로 도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워크아웃 합의 깨면 채권단에 위약금 부과

    지난해 말 효력이 소멸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대신해 채권 금융기관들의 구조조정 운영 협약이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18일 각 금융협회와 주요 금융사 관계자들과 함께 ‘채권금융기관의 기업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안 제정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시행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운영협약 최종안에는 기촉법에 따른 워크아웃 절차가 사실상 그대로 반영됐다. 채권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채권 회수를 막기 위해 협의회의 1차 협의회 소집 통보 시점부터 채권행사가 자동 유예된다. 출자제한 및 유가증권 투자한도 관련 특례는 금융위원회의 개별 승인을 통해 예외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워크아웃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협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금(위약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구조조정 운영협약 공동 TF는 19일부터 각 금융협회 중심으로 회원사를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이달 말까지 협약 가입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횡령·배임죄 ‘총수 선처’ ‘직원 엄벌’… 정상참작이 변수

    횡령·배임죄 ‘총수 선처’ ‘직원 엄벌’… 정상참작이 변수

    횡령·배임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고위직이거나 범죄 금액이 높을수록 관대한 처벌을 받는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최근 재벌 총수, 군 장성, 공공기관 대표 출신 등이 배임죄에 대해 잇따라 무죄 선고를 받은 가운데 나온 분석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고 고위직은 72.6%가 집행유예 17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지난해 영남대에 의뢰한 ‘횡령·배임 범죄에 관한 양형 기준의 적용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를 최근 제출받았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선고된 횡령·배임 범죄 6950건 중 유죄 판결을 받은 1994건을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위직일수록 상대적으로 집행유예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고인의 직위를 ‘최고 고위직’, ‘고위직’, ‘중간직’, ‘하위직’, ‘자영업자’, ‘일반인’ 등으로 나눠 살펴본 결과 최고 고위직은 72.6%가 집행유예를, 27.4%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하위직의 선고 비율은 집행유예 52.0%, 실형 48.0%였다. 중간직(집행유예 62.6%, 실형 37.4%)과 고위직(집행유예 67.8%, 실형 32.2%)과 비교해도 최고 고위직의 집행유예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보고서는 “일반인들의 63.2%가 집행유예를, 36.8%가 실형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고 고위직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처벌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300억 이상 횡령·배임 11명 전원 집유 횡령·배임 액수가 높을수록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비율도 높았다. 선고형량이 36개월 이하인 사건을 대상으로 같은 기간 횡령·배임죄 이득액 300억원 이상의 죄를 저지른 피고인 11명은 전원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반면 이득액 1억원 미만의 피고인은 64%만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밖에 이득액별 피고인 집행유예 비율은 ▲1억~5억원 54.7% ▲5억~50억원 64.0% ▲50억~300억원 59.2% 등이었다. 보고서는 “고위 경영자 등의 배임 행위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는 일반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지 않는 데다 양형 기준의 기재 방식에 대한 규정도 없다”면서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판결문에 양형 이유를 적시하는 내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에는 보고서와 달리 피의자가 얻는 이득이 커질수록 실형률이 높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총수 등 최고위직으로 갈수록 배임 혐의 판단에 있어 기업회생, 구조조정 목적 등 정상참작의 여지가 많다는 점도 감안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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