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에의 도전일본의 조류 98(미래를 보는 세계의 눈)
◎일본 정부는 ‘시장’서 당장 손을 떼라/관 주도 경제체제가 경쟁력 저해/보호·규제의 틀 개혁해야 위기극복/자발·촉발·창발 자세로 미래 개척
【도쿄=강석진 특파원】 일본 유수의 광고 회사인 덴쓰(전통)의 부설 종합연구소가 일본의 가까운 미래 상황을 전망하는 ‘일본의 조류 98혼돈에의 도전’이라는 팸플릿형 소책자를 내놓았다.일본의 조류 시리즈는 올해로 6번째 출간을 맞는다.
이 보고서는 3부로 이뤄져 있다.제1부는 현재 상황과 변화의 방향에 대한 인식을 펼쳐 보인다.제2부는 ‘혼돈’으로 여겨지는 현상황 속에서 미래에 도전해 나가고 있는 기업 활동을 소개한다.제3부는 미래에 대한 도전을 위해서는 ‘자발·촉발·창발’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예를 들어가면서 풀어 나간다.
덴쓰가 진단하는 일본의 98년은 개혁이 막 시작한 단계다.일본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뒤늦게 개혁의 필요성을 통감하고 있다.보호와 규제의 틀 속에 오랜동안 안주해 온 일본 체제는 고통과 마찰을 겪을 수 밖에 없지만 피할 수는 없다.98년은 개혁과정에서 생기는 혼돈 상태를 두려워 하지 말고,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관 주도 체제를 파괴해 자유롭고 투명하며 자신과창조력이 풍부한 사회를 창조해 나가기 시작하는 해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승리로 커다란 변화를 겪은 20세기 말 세계는 동시에 인구 환경 자원 에너지 식량 등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다.또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몇 지역의 경제발전으로 공업제품은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금융불안도 거세게 밀어닥쳤다.정보화 사회는 인간의 지적 활동 영역을 넓혀 주고 있지만 사회 의식을 분산화시키고 국가에 대한 귀속의식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국경없는 경제활동과 소득의 평준화 현상으로 세계의 구조는 다극화한다.세계 질서는 주요국의 연대에 의존하게 된다.정보화로 정보가 풍부하게 유통되지만 문화나 가치관을 둘러싼 새로운 대립과 마찰이 생길 우려도 있다.경제력에 비해 일본의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은 떨어져 있다.일본이 혼돈 가운데 새로운 발전의 길을 찾아 세계지도적 위치에서 활약할수 있으려면 ‘자발·촉발·창발’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자발이란 ‘어깨를 나란히 하고’라는 의식과 관의존 체질을 탈피해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발상하고 신념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며,촉발이란 사람과 조직이 타인과 접촉과 교류를 활발히 갖고 상호 절차탁마함으로써 개성적 다원적인 가치를 발현하는 것이다.창발은 기성의 질서에 매이지 않고 유연한 발상을 기초로 새로운 사상과 기술 질서를 창출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소책자에는 경제학자인 레스터 더로(미 MIT공대)와 미래학자인 존 네이스빗이 국제무역과 일본의 진로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더로는 국제무역환경과 관련,미국의 무역적자를 심각하게 우려한다.미국의 무역적자를 메울 자금순환이 막히게 되면 그 영향은 광범위하고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네이스빗은 일본 경쟁력의 원천이었던 관·업 밀착이 약점이 되고 있다고 단언한다.일본은 수출경쟁력이 뛰어나지만 일본 경제에서 수출액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나머지 80%는 재기불능 상태의 국내경제가 점한다.일본 경제를살리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비즈니스 영역으로부터 즉각 손을 거둬 들이는 것이다.그렇지 않을 경우 일본경제는 장기적으로 하강곡선을 그려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본의 가능성에 대해 덴쓰측은 낙관하고 있는 듯 보인다.
왜냐하면 기업활동이 소개된 제2부는 일본기업들이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끊임없는 개혁속에 미래를 개척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첨단기술,벤처산업,인재육성,국제공헌,네트워크,문화발신,주민참가,국제화,정책제언 등의 제목하에 소개된 기업들 가운데 두 곳을 보자.
일본진공기술주식회사 하야시 치카라(임주세·76) 최고고문은 “비관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감을 보인다.그는 “진공기술이 커다란 산업이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산업에는 세대교체가 있다.기계산업이 성숙되면 다음은 에너지 산업,그 다음은 화학산업,화학의 다음은 전기,이어서 전자,원자들로 변화된다.진공기술은 점점 더 비중이 높아진다”고 말한다.그는 진공과 초미립자 연구에서 일본이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퍼스컴 소프트 웨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메쓰사는 그래픽 분야에서 국제시장 제2위의 매출고를 올리고 있다.사장인 나가타 노리히사(영전전구·37)는 지난 88년 회사를 세우면서 설립 목표를 ▲독자성이 있는 상품개발능력을 갖는다 ▲상품의 가격 결정권을 갖는다 ▲경영진은 사심을 버리고 건전경영에 철저히 임한다 등의 3가지로 정했다.그는 상품개발과 관련,단일 상품 개발 방식이 아니라 ‘부품 결합 방식’을 채택해 수요로부터 상품개발에 이르는 시간을 1개월이라는 단시간안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또 연구팀에게는 세밀한 작업 지시로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한다.회계면에서는 최근 일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접대비는 존재하지 않는다.그는 “나의 생활은 국 하나,반찬 하나면 족하다.경영에 사심이 들어가서는 안된다”고말한다.
덴쓰가 강조하고 있는 자발·촉발·창발력이 뛰어난 이런 기업이 존재하는 한 일본 경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는다.그러나 금융불안,부패 등은 일본 장래를 어두워 보이도록 한다.일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일본 모델을 쫓아온 아시아 국가들로서는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문제다.물론 일본보다 더한 혼돈 속에 빠져 있는 우리의 방향 탐색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얇은 소책자이기 때문에 일본어가 능통하지 않더라도 다소 해득되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원제 일본の조류 ’98혼돈への도전,주식회사 덴쓰(전통) 종합연구소 출판,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