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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홀가분하지만 역사의 평가 두려워”

    “홀가분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역사가 어떻게 평가를 할지 두렵기도 합니다.”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을 이틀 앞둔 12일 윤영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혔다.●“후임 소장 해법 국회서 찾기를”윤 소장은 “2000년 9월15일 3대 헌재 소장에 취임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이 흘렀다.”면서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져 헌재 사건이 매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행정부에서 공권력 처분을 할 때도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따지고 있다.”면서 “이는 헌법재판이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그는 알고 지내는 연극교수에게 “연극이 활발하게 된 것은 헌재에서 연극·영화 사전검열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려서 그렇다.”고 자랑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후임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는 “후임 소장에 관한 문제고 국회에서 정당간의 공방은 물론 소송 가능성에 대한 얘기까지 나오는데 답변하기 곤란하다.”면서도 “국회의원들이 소장 퇴임 후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지 검토해서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소장은 재임기간 중 정치적 갈등과 계층간 갈등이 심한 사건이 많이 들어왔다면서 “큰 사건이 들어올 때 재판관들은 많이 고민하고 본인의 정치적 소신과 이념적 경향을 배제하고 오로지 헌법정신이 무엇인지, 사회적 통합을 할 수 있는 헌법기준인가를 고심했다.”고 말했다.●“탄핵 기각 비화 죽을 때까지 말 못해” 윤 소장은 또 2004년 5월 대통령 탄핵심판 때 소수의견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탄핵심판과 정당해산의 반대의견은 결정문에 표기하지 않도록 되어 있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극단적인 예를 들어 재판관 9대0의 의견으로 탄핵이 기각됐다면 이를 주도한 국회나 정당은 얼마나 침통할 것이며 9명 중 4명이 반대해 기각됐다면 정치적 분쟁이 매듭지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논란을 거치며 실정법을 충실하게 해석해 비공개로 결론을 냈다.”고 덧붙였다. 그는 친한 친구들이 밥을 먹다가 “그때 누가 반대했느냐고 물어보지만 아마 그런 대답은 죽을 때까지 해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0년 미국 대선 때 수기개표 재판과 지난해 독일 의회 해산 헌법소원 등 외국의 헌법재판 사례를 들며 우리 헌재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신행정수도, 탄핵사건 등에서 비록 일부는 불복하고 승복하지 못하는 세력이 있다고 알고 있지만 대다수는 그대로 따르고 법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헌재 결정에 따른 정책도 만들어지는 등 독일, 미국에 버금가는 법치주의의 완성품이라고도 말했다. 이어 윤 소장은 탄핵이나 행정수도 등의 큰 사건들도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들은 변호사가 참여하지 않은 피의자 신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 등 인권개선과 관련된 결정들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나라 헌재의 위상이 전세계적으로도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윤 소장은 1년에 한번씩 외국 헌재소장의 초청으로 외국 헌재를 방문했다면서 “헌재소장 회의 등을 개최하면 아시아지역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초청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헌재와 대법원을 합치고 대법원 안에 헌법재판부를 두는 방안에 대해서는 “결국 국민들이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우리나라의 헌재는 아시아는 물론 미주에서도 성공적인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퇴임 후엔 변호사 개업 계획 윤 소장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할 계획이다. 그는 “법관시절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열심히 변론하는 모습이 훌륭하고 아름답게 보였다.”면서 “권리를 침해받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발언대] ‘정규1기’ 교육위원에 거는 기대/ 김장중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부회장 행정학 박사

    제5대 시·도 교육위원(제주도는 주민이 직선한 ‘교육의원’) 144명의 임기가 지난 1일 시작됐다. 이번부터는 정식으로 보수를 받는 전문 직업인이기에 ‘정규 제1기’ 교육위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교육위원에 대한 학부모와 주민들의 관심과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어려운 선거과정을 거쳐서 뽑힌 교육위원들의 면면을 보면,‘학식과 덕망’을 갖춘 분들이기에 지방교육과 교육자치 발전을 위해 주어진 역할을 잘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전체 교육위원의 인적 구성이나 복잡한 교육 현실을 생각하면 염려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다. 먼저 제5대 교육위원은 교육경력자(87.1%)와 60대 이상(72.7%)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풍부한 교육 경험과 경륜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운 교육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 경력자를 비롯해 사학 설립자 및 학원 경영자 등 ‘교육 관계자’가 90% 이상으로 지나치게 많아서 염려된다.‘집행기관 견제와 교육정책 비판’이라는 교육위원의 1차적 임무수행이 제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자기가 모셨던 상관이거나 자신의 이해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경우,‘똑바로 하세요!’라고 따끔하게 지적할 수 있는 교육위원이 과연 얼마나 될까? 교육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교육위원이 많다는 것은 교육환경과 수업개선을 통한 교육력 향상에 큰 보탬이 된다. 그러나 교육위원은 학교 수업이 아니라 교육정책과 행정을 통제하는 일을 한다. 수업 전문성에 기초한 교원 출신으로서는 법규와 예산·회계, 감사, 시설, 민원처리, 갈등 조정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직무수행의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이제 교육위원은 당당한 전문 직업인이고, 지방교육자치를 책임지는 ‘교육부문의 정치인’이다. 따라서 과거 교육위원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이 예상된다. 그러나 ‘교육은 우리가 다 안다.’는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거나, 교원단체 등 자신이 속한 조직과 개인적 이익에 몰두할 가능성도 높다. 예를 들면 여론과 동떨어진 ‘교육위원회 통합 및 주민직선제 반대’ 주장을 펴거나, 실제로는 지역주민과 멀어지면서도 다음 선거를 의식해서 학교마다 경쟁적으로 강당을 짓는 등 인기 위주의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다. 현재 지방교육에는 새로운 학교 설치와 노후시설 개선, 급식문제, 방과 후 학교 운영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에 반해 시·도 교육청마다 큰 빚을 짐으로써 지방교육재정은 파탄위기를 맞고 있다. 방만한 예산 운영으로 지방채의 총 규모는 2004년도 6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원으로 급증해 부도 직전이다. 이같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위원 스스로 전문성을 계발하고, 교육감과 교육 관료들을 제대로 통제해야 한다. 활발한 의안 발의와 철저한 사무 감사 및 조사가 필수다. 아울러 전수안 대법관이 취임사에서 밝혔듯 ‘지지해준 단체와 조직을 기꺼이 배반’하고,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어려움을 경청하며 지역주민의 교육적 요구를 확실히 대변해야 한다. 높은 연봉과 예우만 받는 상징적 존재로 기억될 것인지, 아니면 프로다운 전문성을 발휘하는 교육정치인으로서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것인지는 오로지 ‘정규 1기’ 교육위원들에게 달려 있다. 또 그 결과는 지방교육자치제도가 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김장중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부회장 행정학 박사
  • 김문희씨 상품권 폐지 반대했었다

    사행성 게임기와 상품권 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의해 출국금지당한 김문희(55) 전 국회 문광위 수석전문위원(차관보급)은 상품권 폐지 법안에 대해 게임업계 현실 등을 이유로 유보적이었던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김 전 위원을 수사 초기에 출국금지했다. 게임 업계와 문광위원들의 부적절한 관계가 연일 폭로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업계와 입법부간 로비 의혹의 연결고리를 찾은 셈이다.●문광위 노리는 검찰 김 전 위원은 지난해 11월 강혜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경품용 상품권 제도 폐지 법률안을 대표발의하자 “상품권 폐지시 아케이드 게임업계가 고사 위기를 맞게 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 이 법안은 결국 다른 의원들이 낸 게임 관련 법안과 통합심의한다는 이유로 폐기됐다. 김 전 위원은 입법고시 출신으로 2004년 8월13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수석전문위원으로 있다가 명예퇴직했다. 김 전 위원은 게임산업개발원의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문위원은 법률이 소위 심사를 통과하거나 폐기할 때 의견을 낸다. 의원 보좌관들과도 업무상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어 로비 목표가 되기에 충분한 자리다.●김민석 한컴산 회장 로비정황 포착 검찰은 이날 김민석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회장에 대해 사행행위규제 및 처벌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회장은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 심의 통과 청탁과 함께 사행성 게임인 황금성측으로부터 게임기 200대를 받고 7개월동안 게임장을 운영해 9억여원의 이득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이 영등위·정관계 등에 대해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수사가 확대되면서 문광위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9월 한국전자게임사업자협의회 지원을 받아 미국 게임박람회를 다녀온 김재홍 열린우리당 의원과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 윤리위에 제소되기 직전이다. 김 의원은 윤리위 제소와 별개로 여당 자체 징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문광위 초비상…정치권으로도 수사 확대되나 정치권 인사들의 측근이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한 정황도 속속 포착된다.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의 처남인 배모씨는 지난해 말부터 경북 안동에서 바다이야기 오락실을 운영했다.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동생 김정삼(52)씨도 부산 연제구에 있는 오락실을 운영한 사실과 노무현 대통령의 고교동창인 정화삼(60)씨가 모친 명의로 성인오락실 지분참여를 한 사실이 밝혀진 뒤 유사사례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사행성 게임기인 ‘황금성’ 제조사 대표 이모씨 등 8명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노태악 판사 심리로 열린 첫공판에서 “영등위 등급 분류본 그대로 게임기를 만들어 유통시켰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당첨금액이 내부기억 장치에 저장되는 ‘메모리 연타기능’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영등위 심의본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공판은 9월19일 오후 2시.홍희경 박경호기자 saloo@seoul.co.kr
  • [지금 광주에선] 미리 본 ‘06 비엔날레

    [지금 광주에선] 미리 본 ‘06 비엔날레

    25일 광주시 북구 중외공원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오는 9월8일부터 11월11일까지 열리는 ‘2006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40일 남짓 앞두고 전시실마다 공사 인부들이 오가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전시장 시설과 파티션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일부 작품은 반입이 시작됐다. 올해로 여섯번째 맞는 행사이다. 행사가 거듭될수록 유명작가와 비평가 등이 수많은 문화적 담론을 쏟아내고 있다. 비엔날레가 세계 미술계로 중심축을 이동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비엔날레는 ‘광주’라는 도시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미술분야의 수준도 한단계 높아졌다. 지방자치단체가 유치한 첫 대규모 국제행사가 성공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열풍 변주곡 울린다 개막일인 9월8일 광주에선 ‘열풍 변주곡’(Fever Variations)이 울려퍼진다. 대회의 주제인 ‘열풍 변주곡’은 아시아의 새로운 변화에너지, 아시아권의 문화적 다양성이 열풍처럼 전세계로 확산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광주가 전세계·아시아권의 구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행사에는 32개국 108명이 참여,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준다. 전시는 2개 부문의 본전시와 후원전, 제3섹터-시민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본전시 # 첫장:‘뿌리를 찾아서’는 ‘아시아 이야기 펼치다’를 주제로 정했다. 새롭게 변화하는 아시아의 정체성을 축으로 현대 미술문화 속에 표출된 ‘아시아 정신’의 뿌리를 추적한다. 그렇다고 ‘아시아인들만의 잔치’나 ‘아시아의 가치’를 선전하기 위한 캠페인이 돼서는 안된다는 전제로 출발한다.19∼20세기와 달리 요즘 서구의 신진 작가들은 서양미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동양사상’ ‘동양정신’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동·서양 미술에 대한 이분법적인 시각을 해체하는 새로운 시도가 선보인다. ‘신화와 환상’ ‘자연과 몸’ ‘정신의 흔적’ ‘역사와 기억’ ‘현재 속의 과거(가제)’ 등 5개 부문으로 구성된다. # 마지막장:‘길을 찾아서’의 주제는 ‘세계 도시 다시 그리다’이다.50명의 다국적 작가들이 협동프로젝트를 사전에 진행한 뒤 그 과정과 결과를 전시한다.‘도시네트워크전’으로 이름 붙여진 이 전시는 도시의 하드웨어보다는 공동체, 주민들의 행위와 관계 등 휴먼웨어에 초점을 맞춘다. 아시아∼중동∼북미 국가는 ‘로컬간의 만남’을, 베를린∼파리∼암스테르담∼코펜하겐∼빌니우스는 ‘이민자 수용과정’을, 부에노스아이레스∼엘알토 등 남미는 ‘반헤게모니적 논리’를 각각 주제로 작업한다. ●후원전 동아시아 색채를 주제로 열린다. 동아시아 미술의 뿌리인 전통미술에 대한 조명을 통해 각국 문화와 미감에 대한 동질성과 차별성에 대한 이해의 장을 마련한다. 동양적 세계관을 상징화한 오방색의 민속미술 전시를 통해 비엔날레의 대중적 확산을 시도한다. 한·중·일을 비롯, 인도, 베트남, 티베트, 몽골 등의 회화류와 공예·도예·민속미술 작품 등이 전시된다. ●제3섹터-시민프로그램(140만의 불꽃) 비엔날레 전시와 일반대중을 연결시키고 시민들의 주체적 참여를 유도하는 행사이다. 지역의 신진작가 발굴과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마당이다. 열린 비엔날레(축제·이벤트), 미술오케스트라(공모전) 등 다채로운 이벤트로 구성됐다. 이밖에 아시아미술포럼,CAA콘퍼런스, 비엔날레 열린토론회 등의 학술행사도 이어진다. ●작가들의 작품경향 참여자들은 아시아의 정서와 특징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서 예술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군이다. 슈카르트 그룹(퍼포먼스·영상·세르비아)은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 퍼포먼스 작품에 주력해왔다. 마이클 주(설치·미국)는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을 대표해 참가한 낯익은 작가다. 과학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개인의 역사, 문화적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표현한다. 그의 ‘Bodhi Obfuscatus’는 뉴욕의 ‘2005년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선보여 호평을 받았던 역작. 간다라불상의 머리에 섬유광학 조명과 소형 폐쇄회로 카메라들을 설치한 뒤 후광을 통해 불상 표면을 탐구한다. 제니퍼 티(설치·네덜란드)는 사진과 텍스트, 비디오를 통합함으로써 내용과 형식의 다양성을 작품에 담아낸다. 국내 작가인 송상희(설치)씨는 삿포로 홋카이도도립 근대미술관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전 등 국제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작가다.‘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에서 시작해 사회 안의 모든 존재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들을 탐구한다. 뉴욕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곽선경(드로잉)씨는 뉴욕드로잉 센터, 퀸스뮤지엄 등에서 열린 여러 단체전에 참가한 경력을 가졌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비엔날레 성과와 의미 광주 비엔날레는 지난 1995년 온 국민에게 ‘문화적 충격’을 선사하며 돛을 올렸다.10여년의 세월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유일한 국제 미술축제로 자리잡았다. 물론 지역경제에도 커다란 플러스 영향을 미쳤다. 광주전남발전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첫 행사의 생산유발 효과는 2288억원, 소득유발 효과 251억원, 고용유발 효과는 6104명으로 집계됐다. 그 이후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행사 때마다 비슷한 효과가 날 것으로 추정된다. 또 국제규모의 행사는 중앙에서만 개최한다는 관행을 깨버렸다. 세계문화예술축제를 건국 이후 처음으로 지방도시에서 열어 지방행정의 세계화를 앞당겼다는 무형의 소득도 만만치 않다. 비엔날레는 ‘문화중심도시 육성’이란 국책사업의 유치로 이어졌다. 광주시는 비엔날레의 노하우와 관련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정부도 이를 수용,2004∼2023년 모두 2조 257억원을 투입, 문화중심도시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그중 핵심시설의 하나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오는 2010년이면 옛 전남도청 자리에 문을 연다. 홍진태 광주시 문화정책실장은 “요즘은 ‘문화’란 개념이 발굴, 보존, 계승하는 차원을 넘어 경제적 부가가치까지 포함하고 있다.”며 “문화를 ‘돈이 되는’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비엔날레와 아시아문화전당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한갑수 이사장 인터뷰 “2006 광주 비엔날레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전시와 홍보 등 각 분야별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오는 9월 열리는 제6회 행사를 준비중인 한갑수 광주 비엔날레 이사장은 25일 “그동안 비엔날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인이 미술을 통해 만나는 ‘지구촌 축제’로 꾸려가겠다.”고 밝혔다.“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강조한 한 이사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의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행사의 주제처럼 ‘아시아성’을 세계로 확대하고, 이를 토대로 광주를 ‘아시아 문화허브’로 육성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비엔날레의 지속적인 발전방안에 대해 “‘잘 먹고 잘 사는 데’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며 “비엔날레라는 국제문화행사의 지역내 파생효과 창출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특히 비엔날레를, 국책사업으로 추진중인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과도 긴밀히 연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비엔날레가 가져다준 경제적, 교육적, 사회통합적 효과 등 긍정적 측면을 널리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품의 ‘난해성’을 의식한 듯 “미술작품의 감상은 ‘이해’가 아니라 ‘느낌’인데, 우리가 너무 인지적·주지주의적 선입견에 사로잡히다 보니 그렇게 생각된다.”며 “그냥 편안하게 작품 자체를 즐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김근태의장 “성장·복지 아우르는 ‘제3의길’ 걸어야 난관 극복”

    김근태의장 “성장·복지 아우르는 ‘제3의길’ 걸어야 난관 극복”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3일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소상하게 밝혔다. 특히 당·청 관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결정해도 가지 않을 수 있고, 당이 결정해도 대통령은 따로 갈 수 있다.”고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따로 놀면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5·31 지방선거 참패 원인은. -충격 그 자체였다. 지금도 그 충격으로부터 떨어지지 못하고 지지율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상처에 소금이 뿌려진 것 같다. 기대에 한참 못미친다는 실망이 컸고 그것을 커버하고자 하는 말과 태도가 거슬렸다. 반감이 쌓이는 계기가 됐다. 서민경제가 안 좋은 것이 겹쳐져 최악이었다. ▶참패 원인이 개혁 프로그램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점과 국민이 원하는 방향과는 다른 쪽에 너무 신경쓴 측면, 그리고 이른바 ‘싸가지 없는 말’ 때문에 감점됐다는 지적이 있다. -‘싸가지 없다.’는 말은 더 안 썼으면 좋겠다. 여론조사 결과, 혼선과 혼돈, 당·정·청 불화로 정책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것이 50%,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것이 30%, 개혁 피로가 17%쯤 됐다. 그게 맞다고 본다. ▶취임 일성으로 성장과 복지, 모두 다 신경쓰겠다고 했다. 김근태식 패러다임이 뭔가. -‘제3의 길’이다. 지금보다 (GDP)1% 정도는 추가 성장해야 난관과 과제를 극복할 수 있다. 정경유착적이고 발전주의적 국가모델을 사용해서 IMF(국제통화기금) 위기가 왔다.IMF 10년 해보니,‘(미국이 내세우는 시장경제원칙인)워싱턴 컨센서스’에 의해 요구되는 것이 ‘시장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는 것이다. 미국은 슈퍼파워니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치명적인 것은 시장자유주의, 신자유주의의 저성장이다. 추가적 성장을 통해야 희망을 제시할 수 있다. 쏟아붓는 복지를 할 수는 없다. ●“한·미FTA 외교안보 논리로 접근해선 안돼” ▶한·미FTA와 관련, 추진 속도에서 청와대와 시각을 달리하는데, 계급장 떼고서라도 논쟁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계급장 떼고 하자.’는 것은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싼 논쟁이었다.‘계급장 떼고’라는 말, 이제 잊어달라. 한·미FTA가 그에 버금가는 것임은 틀림없다. 다자라운드의 합의·발전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문제는 미국은 전세계 슈퍼파워라는 것이다. 그만큼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미국이 왜 한·미FTA를 우리와 먼저 하고자 하는지 그 이유를 국민에 보고해야 하고 공감대를 얻고 가지 않으면 안된다. ▶다음 정권으로 넘기자는 것인가. -미국이 정한 신속협상 기한이 내년 6월까지다. 기간을 정해서 하면 밀리는 것이다.‘의회로 가면 보호주의자의 발언권이 세진다는 것’은 참고 수준으로 둬야 한다. 둘째, 경제 논리로 접근해야지 외교안보 논리로 접근해선 안된다. 끝으로 일본과는 추진하다 중단되지 않았나. 유념해야 한다. ▶얼마전 ‘한나라당 계열은 두번의 대선에서 심판받았고 민주화 세력은 집권으로 보상받았다.’고 했다. -국민은 빚을 다 갚았다고 생각한다.‘민주화운동 했으니까 다시 선택해달라.’고 하면 선택도 안 해주고 경쟁력을 높일 수도 없다. 자부심을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훈장처럼 내놓고 하는 것은 안 된다.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의사소통을 원활히 해서 지지받고 선택받아야 한다. ▶다음 대선에서 지금 이 당으로 대선 치를 수 있나. 신장개업해야 하나. -국민이 명령하는 대로 가겠다. 출발로서 두가지를 하겠다. 하나는 서민경제 회복을 위해 함께 하겠다. 두번째는 당과 대통령, 정부가 따로 놀면 안된다. 그런데 개발독재시대, 그후 한나라당(계열) 집권 때는 ‘대통령이 결정하면 나머지는 간다.’였다. 지금은 수평적 관계다. 또 대통령이 단임제여서 선거에 아무래도 관심을 덜 쓸 수밖에 없다. 헌정적인 결함도 문제가 있다. ▶차기 대선 전에 개헌할 생각은. -대통령 임기 4년으로 줄이고 중임으로 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현재 구도에서 다음 대선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다음 대선에서 후보들이 공약으로 걸고 하자.’고 한다. 우리는 내년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국민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는데. -국민이 북한에 대해 다소 거리감을 느끼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호소한다. 부탁한다. 경의선 연결시 보수 언론들이 ‘북한 탱크 내려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다. 저는 못사는 북한주민 수백·수천명 내려오면 어찌하나 걱정했다. 우리가 먹여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걱정한다. 지금 우리가 부담하는 것은 초기 선행투자다. 선행투자가 있어야 발전과 도약도 가능하지 않나. ▶내년 대선에서 제시할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통합적 경제다. 추가 성장을 통한 복지의 선순환이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협력과 공동번영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비전을 내는 것이다. ●“개각, 청문회에서 의견 제시할 수 있다” ▶당청 관계와 관련,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육부총리 내정으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개각과 관련돼 의원들 분위기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소속 의원들이 의견 개진하는 것은 이해된다. 그러나 (인사가)행정부를 움직이는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것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결정하기 전까지는 의사를 전달하지만 그 이후에는 따라야 한다. 다만 청문회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지금으로선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지켜주길 바란다. ▶대선 레이스 완주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대선은 먼 훗날 얘기다. 지방선거에서 무서운 심판을 받았고 그에 응답해야 한다.7·8월에 당 조직을 정비하고 의원들을 뒷받침해서 9월 정기국회 준비해야 한다. 지금 (대선 얘기하고)그러면 당도 망하고 저도 망한다. 사람이라는게 잘하면 칭찬받고 못하면 심판받는다. 아직 시간은 넉넉하다. ●“호남표만으로 미래 없다” ▶지방선거에서 현실적인 문제가 호남표 분산이었다. 민주당과 통합이든 연대든 필요한 것이 아닌지. -지역주의 극복하려다가 영남지역에서는 10% 내외 지지율이 나왔지만 호남에서 무너졌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지역표 계산만으론 미래가 없다고 본다. 하나의 고려사항은 될 수 있겠지만 주된 고려사항으로 하면 창당 취지를 버리는 것이다. 미래로 가는 연합이 돼야 한다. 구체적 방안은 골치가 아파 정기국회 뒤로 미루는 것이다. 대담 구본영 정치부장 정리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계급장 떼자는 말 이젠 잊어달라” 서울 영등포 당사 2층에 있는 김근태 의장의 집무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취임한 지 몇 개월만에 짐 싸기 바빴던 근래의 집권여당 의장실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김 의장은 건강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인터뷰에 앞서 측근들에게 주말 동네축구단(파랑새 축구단) 게임에서 두 골을 넣었다며 자랑했다고 한다. 김 의장은 인터뷰 내내 주요 현안에 대해 자신감있게 임했다.‘김진지’라는 별명이 말하듯 논리적인 화법도 여전했다.6·10항쟁 19주년 기념식에서 언급했던 “민주화운동의 훈장을 떼겠다.”는 말은 “가슴속의 자부심까지 버리자는 건 아니다.”고 부연설명했다. 특히 경제관련 질문에는 전문가급의 식견을 과시했다. 지론인 ‘따뜻한 시장경제’를 설명하는 부분이나 “제3의 길이 김근태식의 경제 패러다임”이라며 성장과 복지의 이분법적인 시각을 부정했다. 그러나 ‘호남표 공략’ 등 민감한 질문을 던지자 “매우 어려운 지적”이라며 얼마간 곤혹스러워했다. 이따금 전례없이 단호한 어투를 구사했다. 지방선거 참패 원인을 묻는 질문 도중 ‘싸가지 없는’(여당 의원들의 태도)이라는 대목에서는 “이제 싸가지 없다는 말은 안 썼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근태의 상징이 된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는 어록이 거론될 때는 “계급장 떼자는 말은 이제 잊어달라. 부동산 정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식으로, 본질이 뒤바뀐 채 파문이 인 점을 우려하는 듯했다. 여당의장으로서 투쟁성보다 안정감을 중시하는, 스스로에 대한 채찍으로 들렸다. 김 의장은 힘들 때 가끔씩 집 근처에 있는 포스트모던한 카페를 찾는다고 했다. 라이브 음악과 함께 맥주 한두 병을 마시며 손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다.6·10항쟁 주역이었던 함세웅 신부와 김상근 목사, 지선 스님을 멘토(조언자)로 찾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했다. 김 의장 측은 유약하다는 평가와 함께 운동권 출신의 강성 이미지가 이중적으로 덧씌워져 있음을 의식하는 듯했다. 한 측근은 “힘있는 부드러움 아닐까. 절망과 좌절보다 희망과 용기가 더 넓고 크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고 김 의장을 ‘변호’했다. 인터뷰를 마친 후 문 밖까지 따라나오는 그의 얼굴 위로 ‘희망의 근거’,‘희망은 힘이 세다.’ 등 유독 ‘희망’을 강조했던 그의 책 표지가 겹쳐졌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발언대] ‘자전거 좌·우브레이크’의 교훈/오창수 익산보훈지청

    어린시절 아버지께서는 가족들과 식사를 하시면서 밥상머리 교육을 자주 해 주셨다. 매사에 방심하지 말라는 교훈으로 자전거 얘기를 하신 기억이 난다. 자전거가 생산되지 않던 광복전후 무렵 일제 자전거는 부의 상징이었다. 산악지대인 운봉에서 남원으로 내려오는 지리산 자락의 연재에서 어떤 사람이 내리막길을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다, 쓰고 있던 밀짚 모자에 얼굴을 가려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며 조그마한 일이라도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의 말씀을 하셨다.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자전거는 마을유지들이나 타고 다니는 것이지 우리들에게는 먼 얘기였다. 그러다가 면소재지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자전거를 접하게 되었는데 이때도 자전거를 만져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일부 부잣집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전거 양옆 핸들이나 짐 싣는 곳에 책가방을 맡긴 채 시오리길을 자전거에 맞춰 달려야만 지각을 면할 수 있었다. 군대를 마치고 한참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사실 자전거 탈 줄을 몰랐었다. 그러던 중 함께 테니스를 하던 목사님의 가르침으로 자전거를 배웠다. 지금도 출퇴근은 물론 웬만한 거리는 편리함 때문에 자전거를 애용한다. 이렇게 자전거를 애용하고 혹사시키다 보니 며칠 전에는 오른쪽 브레이크가 듣지 않았다. 주중에는 시간이 바빠 고치지 못하고 불편하지만 조심하며 타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치기로 마음먹었던 오늘 아침 경사진 곳에서 조심하면서도 넘어졌다. 단순히 한쪽 브레이크가 듣지 않으니 절반만 속도를 줄이면 되겠다는 안이한 생각이 빗나갔다. 하나에 하나를 보태면 둘이 아니고 둘이상의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번에 안 사실이지만 자전거 앞바퀴를 제어하는 오른쪽 브레이크가 주 브레이크이고 뒷바퀴를 제어하는 왼쪽 브레이크가 보조 브레이크란다. 브레이크는 균형을 잡아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 우리는 개개인은 물론 사회, 국가적으로도 통합이 화두로 자리하고 있다.5·31지방선거가 끝나고 호국보훈의 달도 이제 막 지났다. 각 계층간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이 절실하다. 그에 걸맞은 마음의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본다. 오창수 익산보훈지청
  • [데스크시각] 이분(二分) 정치는 이젠 안돼/박대출 정치부 부장급

    지난 1993년 늦은 봄이나 초여름쯤으로 기억된다. 한 기자가 영국에 있던 김대중(DJ)씨를 찾았다. 카메라기자를 대동했다.DJ는 화장을 한 모습으로 기자를 맞았다. 그 기자는 그때 DJ의 정계복귀를 확신했다고 한다. 화장은 재기의 메시지였다. 1992년 12월19일.DJ는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눈물도 흘렸다.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에게 패한 다음날이다. 다음해 1월엔 영국으로 떠났다. 더 이상의 정치는 없다고 했다.94년 귀국해선 아태평화재단부터 설립했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복귀했다. 김종필(JP)씨와 연대해 권좌도 거머쥐었다. 하지만 내각제 개헌 합의를 깼고,JP와 결별했다. 약속을 깬 뒤의 해명도, 배반한 뒤의 사과도 없었다. ‘뒤집기’는 진행형이다. 현 정권은 2003년 11월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호남당을 벗어나기 위해”라고 했다.3년도 안 됐다. 정계개편론이 꿈틀거린다.‘민주개혁세력통합론’ ‘민주세력대연합론’이란 포장을 달았다. 이름이야 어떻든 양당이 다시 합치자는 얘기다. 전부든, 일부든 구성원은 민주개혁 세력이라는 논리다.3년 전 분당은 ‘민주개혁세력 분열’인 셈이다. 통합론에는 그 분열에 대한 반성도, 사과도 없다. 국민의 동의를 묻는 절차는 더욱 없다. 그저 손을 다시 잡고 정권을 또 얻겠다는 정욕(政慾)만 보일 뿐이다. 되돌리려면 반성과 사과, 그리고 동의를 얻어야 할 일이다. 열린우리당은 논의를 연말로 미뤘다.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민심을 의식한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 대신 민주당과의 연합공천론이 한때 고개를 들었다.7·26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손을 잡자는 주장이다. 두 뒤집기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병존한다. 우선 ‘이분(二分) 정치’를 근간으로 한다.DJ는 ‘독재와 반독재’ ‘호남과 비호남’의 한편에 섰다. 둘로 나누는 정치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수혜자였다. 이분 정치는 그에게 핍박을 줬지만 정치동력을 부여했고,‘뒤집기’도 가능케 했다. 현 정권 들어 적과 동지는 양산됐다.‘민주와 반민주’ ‘개혁과 반개혁’ ‘과거와 비과거’ ‘강남과 비강남’ 등으로 갈래갈래 쪼개졌다. 통합론에도 ‘이분의 대선 전략’이 깔려 있다.‘한나라당과 반한나라당’이 요체다. 굳이 다른 점은 내부 저항에 있다.DJ는 정계복귀를 번복해도, 내각제 합의를 깨도 내부 반발은 별로 없었다. 그저 ‘선생님’을 따르거나 받들 뿐이었다. 뒤집기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예측을 가능케 한 요인이 되긴 했다. 지금은 다르다. 열린우리당부터 찬반 논란이 거세다.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 등 대권주자들이 통합론을 주도하고 있다.‘친노그룹’ 일각은 반대다. 노 대통령은 딱 부러지게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창당 초심(初心)’으로 표현하는 정도다. 노 대통령은 ‘지는 해’다.‘정·김’은 ‘뜰지도 모를 해’다. 서로가 부딪친다면 핵분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속사정 역시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겉으론 열린우리당을 ‘배신자’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한다. 하지만 속내는 ‘딴 길’을 갈 대상이 아닌 듯한 발언들을 내놓고 있다. 모두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둘로 나누는 정치는 한나라당도 예외가 아니다.7·26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 전당대회 대표경선을 놓고 ‘과거와 비과거’로 갈라지고 있다. 과거 인물은 악(惡)이고, 멀리해야 할 대상처럼 보는 시각이 많다. 옥(玉)인지, 돌(石)인지 가리자는 주장은 별로 없다. 그저 상대의 공격을 미리 차단하려는 조급함, 비겁함만 엿보인다. 이분 정치는 이제 과거 유물로 돌려야 한다. 다원화 시대엔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내편’ ‘네편’만으론 안된다. 십분·백분·만분으로 자연스레 다원화되고, 이를 통합·조정하는 화합의 정치가 필요하다. 다음 대통령은 ‘통합의 지도자’가 돼야 한다. 박대출 정치부 부장급 dcpark@seoul.co.kr
  • [쪽지통신]

    ●삼성어린이박물관은 6월 한달 동안 어린이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해보고 음악인들의 세계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첫째·둘째 주말에는 익숙한 동요의 가사를 부분적으로 바꿔 노래를 지어 불러보는 ‘노래는 내 친구’, 동물의 소리에서 연상되는 악기를 찾아 동물의 소리를 재구성해보는 ‘악기 동물원’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셋째·넷째 주말에는 지휘자, 음악방송 DJ, 작곡가 등 음악인들의 세계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박자에 따른 지휘법, 오선지의 음계지휘법 등을 배워보는 ‘음악 체험,DJ!’가 마련된다. 그밖에 주걱, 국자 등 주방 용품을 이용해 곡을 연주해보는 ‘쿵쾅 난타 악기’, 동화 속에 나오는 악기를 색종이로 만들어보는 ‘동화 속 악기’(평일 오후 4시)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국가유공자 본인과 동반가족 3인은 입장료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02)2143-3600. ●책만들며 크는 학교는 도서출판 아이북 후원으로 서울 코엑스와 서울 성북동 책만들며 크는 학교에서 ‘메이킹 북’의 저자인 폴 존슨 교수의 북 아트 초대전 및 세미나를 2일부터 9일까지 개최한다. 폴 존슨의 메이킹 북에서 시작된 우리나라의 어린이 북아트 교육의 특징은 먼저 책을 통해 배운 것을 책으로 표현하는 활동으로 글과 그림이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속에서 읽기 및 쓰기를 향상시키는 통합교육이다. 이런 북아트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글쓰기를 즐거워하게 되고 놀라운 집중력과 창의력을 기르게 된다. 또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직접 만든 책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 학습효과도 뛰어나다. 개최기간 동안 마련된 세미나와 워크숍은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프로그램과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준비되어 있다.(02)743-8201.
  • [5·31 표심과 정국](2)노대통령의 선택은

    [5·31 표심과 정국](2)노대통령의 선택은

    노무현 대통령은 1일 지방선거 결과가 여당 참패로 나오자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책 과제들은 충실히 최선을 다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정 운영의 기조나 방식에 대한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는 “멀리 보고 준비하며 인내할 줄 아는 지혜와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당부했다. 논평은 간결하지만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노 대통령의 속내만큼이나 복잡다단해 보인다. 지난해 4·30 재·보선과 10·26 재선거에서 전패했을 때도 노 대통령은 전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터였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입을 뗐다. 정권의 심판으로 비쳐진 이번 선거 결과를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논평에 담긴 내용은 노 대통령이 현시점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입장이다. 민심의 흐름을 받아들이면서도 정책의 기조를 바꿀 수 없는 노 대통령의 현 처지를 보여준 셈이다. 당장엔 국면을 타개할 ‘묘수’도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국정 운영의 기조와 스타일은 앞으로 진행될 정치 상황과 맞물려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당장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태호 대변인 역시 “선거 결과는 총체적으로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서 수용한다는 뜻”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책들이 잘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바뀌었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처지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물론 집권 여당 내부에서조차 대통령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결국 집권 후반기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변화는 불가피하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이탈을 되돌리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써온 ‘폭탄성 발언’과 같은 국면전환용 직설화법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분위기다. 오히려 권력누수 현상만 재촉할 뿐이다. 여당 탈당카드도 마찬가지다. 가시화될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노 대통령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지지기반마저 더 허약하게 만들 가능성이 큰 까닭에서다. 국정과제 추진과정에서 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고 탈당은 역발상을 중시하는 노 대통령으로서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노 대통령은 논평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당의 참모습이 나오는 법이고 국민들은 그 모습을 오래 기억할 것”이라며 당의 ‘초심’을 주문했다. 여당에 대한 일종의 애정 표시로도 들린다. 노 대통령은 이미 인위적인 정계개편이나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대해서도 “당은 멀리 보고 가야 한다.”면서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은 나름대로의 ‘정공법’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국정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개각 카드’가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사람들로 채워질 경우, 야당과의 대립각만 첨예해져 적잖은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관료 출신들의 입각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양극화 해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국정과제는 궤도 이탈 없이 계속 추진될 전망이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5·31 지방선거운동 결산] 인물·정책 무관심 黨대결 양상

    [5·31 지방선거운동 결산] 인물·정책 무관심 黨대결 양상

    제4회 지방선거 투표가 31일 실시된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는 3867명의 내 고장 일꾼을 뽑는다. 광역단체장 16명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230명, 광역의원 655명, 광역비례 78명, 기초의원 2513명, 기초비례 375명 등이다. 투표율은 사상 최저인 40%대 초·중반으로 예상되고 있다. 참 이상했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가운데 거의 유일한 격전지라는 대전과 제주에 갔을 때다. 대전시장·제주지사로 누구를 뽑겠냐고 물으면 열에 일곱, 여덟 정도는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한탄한 뒤 “그러니까 열린우리당은 죽어도 싫고, 한나라당을 찍겠다.”고 답했다. 누가 지역을 위해 적임자인지는 별로 관심이 없고 정당 대 정당으로 치르는 선거가 된 듯했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린 답변만 나와 적잖이 당황도 했다. 한나라당에는 돈 받은 국회의원, 성추행한 국회의원까지 있다고 말했더니 “의원 한 명의 잘못일 뿐, 한나라당 전체 잘못은 아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심지어 대전의 한 택시기사는 “돈을 받은 게 뭐 잘못이냐. 그래도 전에 한나라당이 (정권을)잡았을 때는 이렇지 않았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아주 좋아 지지한다는 말은 별로 없었다.‘다 같은 정치인’이라는 말은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지독한 불신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후보자 공약을 살피거나 정책을 뜯어볼 여력은 없고 중앙 정치권 무대가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이 아쉬웠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대전에서는 “(열린우리당)염홍철 후보는 (한나라당을)속인 사람”이라면서 “또 당선되면 국민을 속일 것”이라고 말했다. 네거티브 선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30일 다시 제주로 가는 길. 김포공항까지 가면서 택시를 탔다.60대로 보이는 택시기사는 박 대표를 만나면 꼭 이런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복을 열 가지 얻으면 아홉은 남에게 돌려줘야 한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당연히 크게 이기겠지만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나라당 박 대표 피습 사건의 피의자가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수원에서 만난 한 30대 남성은 “박 대표를 찌른 범인이 매달 여당에 2000원씩 낸 당원이 아니냐.”고 했다가 ‘사실과 다르다.’는 기자의 설명을 듣고 “그런 줄 몰랐다.”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찍어야 될 사람이 너무 많다는 불만도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무려 6명을 뽑는 선거다 보니 누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투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군포역 앞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은 “한꺼번에 6명씩이나 뽑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투표는 해야겠고 그냥 좋아하는 당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고 했다.‘후보들의 공약에 관심이 있다.’고 한 유권자들도 정당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았다.‘공약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특별히 없다.”고 했다. 선거 이후 정국에 대해 묻는 유권자들도 의외로 많았다. 부천 소사역 근처 성가시장의 한 상인은 “어차피 판세는 한나라당이 우세한데, 선거 끝나고 나면 다른 정당들은 어떻게 되느냐. 신당을 만들 가능성이 크지 않으냐.”고 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의 행보에도 관심이 많았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선거가 끝나면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판이 짜일 공산이 크다.”는 말들이 나왔다. 광주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통합, 이원영 의원의 ‘5·18 군부대 투입’,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 정권’ 발언 등이 혼재돼 어수선했다. 택시기사에서부터 장터에서 고추를 파는 아주머니, 학생들까지 선거 얘기를 꺼내면 10분 이상씩 소신을 밝힌다. 높은 정치 관심도를 실감했다.5·18을 기념해 광주로 올인한 정치권을 향해 ‘정치 과잉’을 비판하는 목소리부터 높았다. 이면에는 여전히 광주만의 의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몰표와 탄핵 이후 4·15 총선의 압승을 이루게 해준 이른바 광주의 전략적 판단이 이번에는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일만 구혜영 박지연 황장석기자 oilman@seoul.co.kr
  • [우리구 최고야!] 강서 사랑 나눠주는 ‘공무원 자원봉사단’

    [우리구 최고야!] 강서 사랑 나눠주는 ‘공무원 자원봉사단’

    “어 형.” 멋쩍은 표정으로 문앞에 서 있는 우리 조원을 기억하고 먼저 반긴 것은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인 그룹홈의 대운이었다.4월에 이은 우리조 두 번째 봉사날인 지난 10일 그렇게 따뜻한 반가움으로 추억된다. 봉사의 기쁨을 먼저 체험한 직원들과 함께 나서진 못했지만 평소에 관심있던 직원들의 “하고 싶다.”라는 간절한 바람이 따뜻한 훈풍처럼 전해져,‘강서구 공무원 자원봉사단’발대가 계획된 것은 올 1월이었다. ●올 2월 130여명 모여 발대식 2월 초 모집을 시작했을 때 ‘과연 몇 명이나 올까.’하던 우리의 걱정을 무색하게 10명밖에 안됐던 신청자가 조금씩 늘더니 같은 달 27일 130여명이 모여 발대식을 했다. 기대보다 훨씬 많이 모인 우리 봉사단은 모두 7개의 소모임으로 나누었다. 햇살을 닮은 ‘햇살마루’와 자연과 함께하는 ‘자연사랑’, 실천이 함께하는 사랑의 의미를 전하고픈 ‘자원봉사 가는 날’, 질그릇처럼 일상속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항아리봉사대’, 일상 속에 행복의 소중함을 나누자는 ‘세잎클로버’, 고달픈 이에게 기쁨을 전하는 ‘스마일’, 끝으로 행복과 사랑을 가족처럼 두루두루 나누려는 ‘나눔지기’로 지었다. 드디어 지난 3월28일 장애인보호시설인 소망원에서 시작한 ‘자원봉사 가는 날’과 ‘나눔지기’팀의 활동으로 본격적인 팀별활동이 시작됐다. 각 팀별로 어려운 이웃에 대해 마음을 열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각각 교남소망의 집, 소망원, 샬롬의 집 등 장애인 시설을 우선 정해 4월부터 매월 한두차례 활동을 했다. ‘행동 없는 말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가 나날이 새롭다.‘사회통합’이란 허무하게 맴돌 던 구호는 우리가 다가간 만큼 가까이 있었다. ●같이 밥 먹고 때 밀어주고… 장애인과 교감 재난복구처럼 거창한 봉사가 아니어도 그들과 함께 한 상에 앉아 밥을 먹고, 목욕봉사를 하며 등을 밀어주고, 또 산행을 하고, 볼링을 치며, 그리고 함께 꽃을 가꾸는 시간을 통해서도 따뜻한 교감이 시작됐다. 4월에 한 첫 봉사에 아쉽게 참석하지 못한 나의 첫 방문일 5월10일. “누나, 누나” 하면서 서툰 말투지만 자기가 소중하게 간직해 온 사진첩과 합창단증을 일일이 펼쳐 보이며 열심히 추억의 보따리를 풀어 주던 대운이와 지훈이, 소중한 보물인 듯 월드컵 대진표가 한 켠에 새겨진 명함을 보여 주며 함께 2006 월드컵 응원하자던 혁찬이, 그리고 남은 빵이 없어 우리에게 줄 빵을 못 가져 온 걸 너무 속상해하던 제빵기술을 배우는 인호…. 짧은 하루의 만남이었지만 우리가 나눔을 준 것보다는 오히려 눈물나는 사랑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다음에 만날 때는 월드컵이 한창이다. 우리 국민이 하나될 그 날. 하나의 소중한 인격으로 형제처럼 한 지붕에 살고 있는 네 친구들과 6월의 함성을 외칠 다음 만남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주민들에게 사랑과 친근함을 나눌 수 있는 봉사단이 되리라던 우리의 초심을 지켜가면서 강서구 공무원 자원봉사단은 온몸으로 느끼며 살뜰히 키워나갈 것이다.
  • 교내 논술교육 성공의 해법은 있다

    교내 논술교육 성공의 해법은 있다

    학교현장에서 논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물론 학교 시험에서도 서술형 평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고교들이 논술교육을 사교육에 떠넘기고 있다. 논술교육을 공교육에서 소화하기에는 현실적 장벽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소수 정예식 수업이 절대적이지만 교사 수도 태부족인 것도 요인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논술을 가르치는 고등학교도 적지 않다. 공교육의 틀 속에서 논술지도에 나선 학교들의 운영 노하우를 공개한다. ●학생 스스로 답을 찾는 토론식 수업:상명여자부속여고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상명사대부고 3학년 논술반.‘사회정의와 복지’를 논제로 작성된 한 학생의 논술답안을 놓고 공동첨삭 수업이 한창이다. 공동첨삭 수업이란 서로서로 글의 장단점을 논하며 잘된 글과 잘못된 글의 특징을 터득하는 학습이다. 글의 부족한 부분을 짚어보라는 교사의 지적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같은 반 친구 글의 잘잘못을 지적하기가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이쯤이면 교사가 끼어들 법도 한데 침묵이 계속된다. “예시문의 현실성이 떨어지니까 글이 설득력을 잃는 느낌입니다.” 한 학생이 말문을 열자 그제서야 하나둘씩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진다. 논술 수업의 주체는 철저히 아이들이다. 논술반 지도교사 은희정씨는 “토론에서 교사가 너무 쉽게 해답을 제시하면 아이들은 입을 닫고 더 이상 제 머리로 고민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스스로 고민하게 도와주고, 엇나가는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만 한다. 한참 토론을 하다 보면 아이들 스스로 주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제자리를 찾기도 한다. 자발적인 토론을 가능케 하는 것은 독서다.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해 수업은 주 1회를 넘지 않는다.1·2학년은 주로 독서와 토론을 진행해 기초능력 배양에 힘쓴다. 책 선정은 읽기 쉬운 책부터 점차 어려운 책까지 심화시켜 간다. 이때 단일주제를 복합주제로 종합하도록 구성해 하나의 문제를 여러 방향에서 다룰 수 있게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와 카프카의 ‘변신’을 연달아 토론하면서 실존주의의 지향점은 물론 사회적 배경, 문제의식 등에 따라 다각도의 토론이 가능하다. 또 원작이 영화화됐을 때 책과 영화의 차이를 짚어보고, 비교해 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입시에 가까워지는 2학년 2학기 이후에는 각 대학의 논술과 구술시험에 본격 대비한다. 이때에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기 글을 쓰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쓴 글의 평가도 물론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다. 은 교사는 “아이들 간에 협동적 경쟁심이 발현될 때 붙는 성장속도는 무서울 정도”라면서 “스스로 고민하도록 느긋하게 기다려 주는 것이 때론 비능률적이고 번거로운 과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효과는 단순 주입식 교육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철저한 수업준비에 물량공세:동북고 “장동건은 왜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하게 된 것일까.” 서울 강동구 둔촌동 동북고의 논술시간.‘세계화와 FTA’라는,10대들에게 따분할 수 있는 논제를 놓고 교사는 이렇게 화두를 던졌다. 아이들이 관심많은 영화라는 소재로부터 논의를 출발하기 위해서다. “공부도 재미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학생들 사이에 능동적인 학습이 가능한 거죠.” 당연하지만 교육현장에 대입하기는 쉽지 않는 이야기다. 동북고는 지난해부터 통합교과형 논술 대비에 들어갔다. 여러 교과를 아우르는 지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고민이 수반돼야 풀리는 논술 문제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권영부 교사는 “이미 언어능력만을 요구하는 논술은 사라졌다.”면서 “비판적 사고와 창조성을 키우지 않는 학생은 논술입시에서 성공할 수 없고 또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많은 토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20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논술수업에는 국어, 경제, 과학, 윤리, 철학 등 5개 과목 교사가 투입된다. 교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 수업에 교사 5명이 한꺼번에 들어간다. 교사들은 정해진 주제에 대해 각자 자신의 교과와 관련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 앞에서 자기들 사이에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세계화’나 ‘양극화’‘인간복제’ 등 다양한 토론 주제들은 교사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되고 토론된다. “토론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토론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1학년 수업은 교사들이 먼저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후 아이들이 교사들에 이어서 토론을 하죠. 물론 훈련이 된 3학년의 경우 학생들이 직접 토론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리를 풀어나갑니다.” 토론 교재는 교사 5명이 교과서와 신문, 독서활동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만들었다. 정해진 논제별로, 교사별로 도움글을 삽입했다. 예를 들어 ‘세계화’라는 논제에 대해 사회과 교사의 ‘장동건은 왜 광화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게 됐는가’, 국어과 교사는 ‘셰익스피어냐, 세종대왕이냐.’, 과학과 교사의 ‘맥도널드는 이기적 유전자를 먹고 진화한다.’ 등 다양한 교사의 시각을 먼저 소개했다. ●바로 써야 올바른 논술:성남고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성남고등학교도 지난해부터 통합형 논술고사 준비에 한창이다.1학년과 2학년은 15명, 입시가 가까운 3학년은 25명 내외의 인원으로 4개 반이 꾸려져 수업이 진행된다. 전체 논술을 지도하는 교사들은 20여명으로 수업마다 2명씩 들어간다. 이중 한 명은 국어교사로 실제 수업을 이끌어가는 역할과 글쓰기 지도를 맡는다. 주교사인 셈이다. 또 다른 교사는 그날의 주제와 가장 관련이 깊은 교과목 교사가 합석한다. 이동호 연구부장은 “수업은 희망자에 한해 방과 후에 진행되지만 해가 거듭되면서 신청자가 늘고 있다.”면서 “학생 스스로 토론수업에 참여하는 것을 해택으로 여길 정도”라고 말했다. 특기적성 시간인 오후 6시부터 7시10분까지 70분간 이뤄지지만 열띤 토론이 이어질 땐 시간을 훌쩍 넘기는 일도 많다. 눈에 띄는 것은 정기적으로 수업과정에서 ‘문장쓰기 연습’ 수업을 넣어둔 것.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올바르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강호영 교사는 “맞춤법과 원고지 사용법, 바른 문장 사용 등은 생각처럼 쉽게 고쳐지지 않는 만큼 학생들이 지루하게 여기지 않을 범위 안에서 반복적인 훈련을 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특정 주제를 놓고 학생들은 주제별로 논술토론을 진행한다. 정해진 주제는 20개 정도.20명의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골랐다. 성남고의 경우 3학년 중 100여명이 논술수업을 듣고 있다. 다른 학교보다 많은 학생들이 학내에서 논술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재단의 역할이 크다.20시간짜리 논술을 배우는 데 학생부담은 3만∼4만원 정도. 나머지 부대비용은 모두 학교 장학재단에서 부담한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현장교사가 말하는 논술준비 10계명 1 질문 속에 답이 있다 학생들은 읽어 보지 않은 책에서 어렵게 출제된 문제를 받아들면 곧잘 겁을 먹는다. 하지만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제시문은 곧 힌트다. 논제와 연관된 핵심을 파악하려면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해야 한다. 2 평가기준을 정확히 알자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은 논증력과 창의력이다. 두 가지는 평가의 70%를 차지한다. 논증력은 주장을 설득력 있게 풀어가는 능력이다. 단,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논거나 예문은 읽는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3 읽기와 말하기, 글쓰기는 함께 큰다 생각을 정리할 때 머릿속이 복잡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말하기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말하기를 먼저 하고 글에 자신 있는 사람은 글쓰기를 먼저 한 후 말하기를 하면 도움이 된다. 다독(多讀)으로 다져진 내공은 말하기와 글쓰기 모두에 든든한 언덕이 된다. 4 다양한 글을 써라 일기도 좋고 간단한 수필, 인터넷 토론장 게시판도 좋다. 한두 단락의 글이라도 짬짬이 써라. 생각의 흐름이 손의 서투름을 가로막지 않을 때 표현력도 풍부해지고 논리적 비약도 줄일 수 있다. 5 좋은 글은 베껴라 작가 지망생들도 때론 기성작가들의 작품을 선정해 반복적으로 베껴 쓰는 연습을 한다. 논설문을 쓰기가 두려운 학생들은 좋은 칼럼이나 대학측이 제시한 모법답안을 베껴 써보는 것도 방법이다. 6 개요작성에 시간을 투자하라 개요는 학생들이 가장 귀찮게 여기는 단계다. 하지만 개요는 건물로는 설계도, 음악에서는 악보다. 개요를 작성하지 않으면 구성이 엉성해지고 부적절한 예시와 반복적 표현 외에 분량의 문제까지 발생한다. 7 주변인은 스승이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좋은 준비는 바로 토론이다. 주변 사람들과 자주 토론의 기회를 만들고 또 경청해 보자. 8 독서 후 스스로 시험을 만들어보자 스스로 출제자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특정분야의 책이라도 다양한 쟁점과 문제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무엇이 논의될 만한 것인지 보인다면 그만큼 안목도 커지는 것이다. 9 기출문제를 많이 다뤄 보자 논술 초보자가 기출문제를 당장 익숙하게 풀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시험에는 요구되는 조건과 스타일이 있다. 좋은 문제에서 감각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10 논술 관련 정보를 모아라 교과서에서 배운 원리를 스스로 현실에 접목시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고등학생 대상의 교양지나 인터넷 등을 통해 논술 관련 시사쟁점들을 모아 봐라. 시사주간지를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 도움말 상명여대부속여고 철학교사 은희정 ■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5·31표몰이’ 5·18 빛고을서 점화

    5·31 지방선거를 13일 앞둔 18일 여야의 공식 선거운동이 점화됐다. 무대는 이날로 26주년을 맞은 5·18 민주화운동의 본향인 ‘빛고을’ 광주. 여야 모두 지도부가 총출동, 유세대결을 벌이며 세몰이에 나섰다. 속내는 다 달라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광주를 ‘대역전’의 지렛대로 삼아 승세를 잡으려 한다. 민주당은 텃밭을 석권해 당을 재건하는 게 목표다. 호남 민심잡기에 공을 들여온 한나라당과 제3당 도약을 꿈꾸는 민주노동당은 두 자릿수 지지율 확보가 절실하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을 비롯 지도부와 의원 20여명은 충장로 거리유세에서 조영택 시장 후보와 소속당 출마자들의 지지를 요청했다. 정 의장은 “5·16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원내 제1당으로 만들어준 광주시민에게 실망을 안겨줘 죄송하다.”며 “평화민주 세력이 죽지 않았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광주시민들이 다시 결단해 한나라당 독주를 막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열린우리당은 특히 전날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국민과 국가를 이롭게 하는 방향에서 한나라당과 일치하면 같이 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며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광주가 지역구인 국회의원 7명은 “시민학살의 후계 정당과 공조하겠다는 한 대표는 5·18 정신계승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수구보수 세력과 손잡거나 망국적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정당은 심판받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도 박근혜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박 대표는 거리유세에서 “광주에서 후보를 내고 싶어도 내지 못했고, 당 대표가 광주에서 선거운동을 한 기억도 거의 없다.”며 “지방선거 운동 첫날 첫 유세를 이곳에서 시작해 의미가 남다르다.”고 감회를 피력했다. 이어 박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뵀을 때 지역화합·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하셨다.”며 “제가 할 수 있다면 그 일에 앞장서겠다.”며 지역화합 정신을 강조한 뒤 ‘정권심판론’을 역설했다. 민주당은 5·18 기념식 직후 광주공원에서 한화갑 대표와 박광태 광주시장 후보, 광주지역 5개 구청장 후보 등이 참석, 지방선거 출정식을 열었다. 한 대표는 “서울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아니다라는 ‘노·노(NO·NO)’ 열풍이 유행하고 광주에서는 민주당은 살아나고 열린우리당은 죽는다는 ‘민생열사’라는 말이 퍼지고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열린우리당의 ‘민주-한나라 공조 비난에 대해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부산정권’ 발언을 예로 들며 맞불을 놓았다. 민주노동당은 전남대 앞에서 출정식을 갖고 보수 정당 심판을 호소했다. 문성현 대표 등 지도부는 출정 선언문에서 “개혁배신세력 열린우리당을 심판하고 한나라당, 민주당의 지역주의와 부정부패 정치의 끝을 보여주겠다.”며 개혁세력 교체론을 거듭 강조했다.광주 구혜영 박지연기자 koohy@seoul.co.kr
  • 8년만에 날아온 과태료 고지서

    대전에 사는 황모(43)씨는 며칠 전 버스전용차로제 위반 과태료 납부 고지서를 받았다. 그런데 날짜가 황당하다. 서울에 살던 1998년 7월에 위반한 것이 만 8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대전으로 날아들다니. 보낸 곳도 서울시 교통지도단속반 과징팀이다. 황씨는 오래 된 일이라 위반여부가 잘 기억나지도 않았지만 그보다는 왜 이제서야 통보가 됐는지 의아했다. 이 고지서는 그동안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교통단속반 전산망 조회로 `잠깨´ 서울시는 교통법규 위반차량에 대한 과태료 납부 고지서를 현 주소지가 아니라 차적지로 발송해 왔다. 때문에 황씨에게 갈 고지서가 현재 살고 있는 대전이 아니라 이전 자동차의 최종 차적지인 서울시 동작구로 보내졌던 것이다. 서울시 과태료 부과시스템이 차를 팔고 이사가는 위반자의 주소지를 추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황씨에게 갑자기 고지서가 발송된 것은 서울시가 올 2월 주민등록전산망 조회 프로그램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전체 과태료 체납건 중 일단 1998∼99년분에 대해서만 주소지를 새로 파악해 6만여통의 고지서를 새로 발송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징금 납부 프로그램이 자동차 등록 프로그램이나 주민등록전산망과 연계돼 있지 않았다. 올 2월까지만 해도 서울시 시스템으로는 교통법규 위반자가 차를 팔고 이사갈 경우 주소지 파악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과태료가 잘못 가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계속 차적지로만 고지서를 보내온 셈이다.●첫 고지서 알고도 돈 안내는 듯 서울시가 현 주소지 파악에 나서게 된 것은 차적지와 주소지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고차 매매와 이사가 많아졌고 미혼여성이 차를 갖고 있다가 결혼과 동시에 차를 파는 등의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보통 과태료를 체납하면 압류 절차에 들어가기 때문에 차량매매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압류는 보통 1년 정도 지나야 시작된다. 따라서 과태료 체납 후 1년 내에 차를 팔고 이사하면 과태료 고지서가 갈 곳을 잃는 현상이 발생한다. 서울시 교통지도단속반 장재옥 반장은 “첫 과태료 납부 고지서는 등기로 발송되는데 회송률이 거의 없는 점을 보면 위반자가 대부분 고지서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시스템 미비도 문제지만 고지서를 받고서도 차일피일 미루는 좋지 않은 모습들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나타난 과태료 납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칭 ‘교통민원통합프로그램’을 6월 말쯤 도입한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박승 한은 총재 “자연인으로 돌아가 팔도강산 유람”

    “이제 본래의 위치인 촌사람, 순수 ‘자연인’으로 돌아갑니다.1일부터는 손수 차를 운전해 팔도강산을 누비며 세상 돌아가는 것을 구경할 생각입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4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반쯤은 아쉽고, 반쯤은 시원하다.”는 그는 이임식에서도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화폐 제도 개혁 제대로 못해 아쉬워” 박 총재는 “1961년 25살의 나이에 한은에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이제 일흔의 나이에 총재에서 물러나 공인으로서의 생활을 마감한다.”면서 “한은을 가장 사랑한 총재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4년전 총재로 오면서 남북화폐 통합, 한은 독립성 강화, 한은 내부개혁, 화폐제도 개혁 등 네 가지가 구상했던 목표”라면서 “우리 힘만으로 어려운 남북 화폐통합을 제외하고는 웬만큼 이뤘지만, 고액권 발행 등 화폐 제도개혁을 제대로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최근 화두로 등장한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는 “양극화는 경제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뜻으로,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성공의 결과”라면서 “양극화의 해결은 조속한 구조조정의 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때 ‘스트레스를 술로 풀지 말라.’는 집사람의 잔소리를 들을 만큼 억울한 일도 겪었다.”면서 “그러나 총재로서 후회없이 정열을 바쳤고 100%는 아니지만 60∼70%는 하고자 하는 대로 했다.”고 회고했다. ●‘박승자박´ ‘오럴 해저드´ 대가 톡톡히 박 총재는 전임 총재들과 달리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소신을 드러내 뉴스거리에 목말라하는 기자들에게는 인기만점이었다. 하지만 ‘박승자박’,‘오럴 해저드(Oral Hazard)’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톡톡히 대가도 치렀다. ●‘한은 독립성 강화´ 최대 치적 임기중 한은의 지상목표인 물가안정을 이루는데는 성공했지만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는 단초를 제공한 것은 부담으로 남는다. 다만 대(對) 정부 관계에서 한은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높이면서 한은의 독립성을 강화한 점은 최대 치적으로 꼽힌다. 그는 동네 목욕탕을 다니고 행원 시절 갔던 을지로, 무교동의 대중식당을 총재가 되어서도 즐겨 찾을 정도로 소탈한 면모를 지녔다. 사후에 재산을 모두 기증하겠다고 이미 밝혔고 39년째 살고 있는 동네의 구청(은평구청)에는 때가 되면 남모르게 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마이너리티 리포트] (5) 북한이탈 청소년

    [마이너리티 리포트] (5) 북한이탈 청소년

    친구들은 ‘한국사람’이라고 부르고 자기는 ‘조선사람’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학부모 상담일이 돼도 부모에게 절대로 학교에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아이들, 북한 이탈 청소년들이다. 소수자인 북한 이탈주민 중에서도 소수자에 속하는 이들은 탈북 뒤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생긴 학습 공백이나 주변의 지나친 선심성 관심으로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다 같은 나라였잖아요. 왜 우리를 이상하게 보는 거예요?” 박지성 같은 축구선수를 꿈꾸고 만화가·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이 평범한 아이들은 왜 자기들을 남한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주지 않는지 궁금할 뿐이다.2003년 문을 연 북한이탈 청소년 방과후 배움터인 ‘한누리학교’의 꿈 많은 철부지들이 서울신문 지면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자기들의 생각과 바람을 전했다.(어린이들의 이름은 가명) # 북한 사람이라고 무조건 무시하지 않게 해주세요 아이들이 처음에는 저를 좋아했지만 나중에는 북한 사람인 걸 알고 저를 따돌려서 마음에 슬픔만 가득했어요. 다시 시작하려고 다른 고장에 가서 두 달 동안 한국말을 배웠어요. 저는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5학년 때는 성취도 평균점수가 35점이었지만,6학년 때는 66.1점이었습니다. 한국 애들에 비하면 낮은 점수지만, 내 실력에는 더없이 높은 점수였습니다. 노무현 아저씨, 제 부탁을 들어주세요. 북한 사람이라고 무시하더라도 마음이 어떤 사람인지나 알아봐 줬으면 좋겠어요. 북한 사람 중에 한국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도 있다고요.-김지은(16·여·중1년) 올림 # 한국에서는 자기밖에 몰라요. 통일하면 망할 거래요 저는 2003년 9월에 북한을 떠나 2004년 7월에 한국에 왔습니다. 나는 한국이 우리 민족이라는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북한 사람이라고 하면 ‘못사는 나라에서 왔구나.’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한 마을에 살면 이집저집 놀러 다니고 그랬는데 한국에서는 자기들밖에 모르는 것 같아요. 한 고향 사람들 같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한국에서는 북한이 못살아서 계속 도와줘야 되기 때문에 통일이 되고 나면 한국이 망할 거란 말도 해요. 북한이 못사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기도 좋고 사람들이 정도 많아요. 인식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남한 애들은 고향, 친척들이 그리운 줄 모르겠지만 북한에서 온 사람들은 고향 생각에 밤을 눈물로 보내고 있어요. 북한에서 온 게 무슨 죄라도 되나요? 마음에 상처가 많은 우리들에게 더 아픈 상처를 주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이미연(16·여·중1년) 올림 # 북한에서 왔다고 빨갱이래요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는 친구들이 굉장히 잘해 줬지만 북한에서 왔다고 동물 취급하는 것 같아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북한 애들이 한국에 오면 대부분 몇 살 아래 학년에 다니는데 조금 못된 애들은 그걸 갖고 놀리고, 우리 앞에서 일부러 북한에 대해 욕을 해요. 싸우다 할 말 없으면 빨갱이라고 하는데 정말 미웠어요.-이선희(16·여·중2년) 드림 # 북한 사람들 죽이지 마세요. 제가 (살기)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셨으면 해요. 중국 사람들이 북한 사람을 많이 괴롭혀요.(그러지 않도록) 부탁드려요. 그리고 북한 사람들을 죽이지 마세요. 아셨죠?-한지희(12·여·초교4년) 드림 # 남한에는 왕따가 왜 있어요? 전 2002년에 북한을 떠나 중국에서 1년을 지내다 한국에 왔어요. 그런데 (북한에서 온) 어른들이 (남한에서) 힘들게 사는 것이 불쌍해요. 북한에서 아무리 많이 배워도 여기 와선 쓸모가 없고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운 것이 안타까워요. 그런데 왕따가 왜 있어요? 왕따 당하는 아이들은 아무 죄도 없고, 다만 뭐가 좀 부족해서 그런 건가요? 전 왕따시키는 애들이 이해가 안 돼요.-박정은(15·여·중1년) 올림 # 북한에서 온 친구들도 꿈 이룰 수 있게 해주세요 저의 장래 희망은 축구선수예요. 대통령 할아버지, 지금이라도 제가 축구를 하게 된다면 박지성 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도록 열심히 연습할 것입니다. 저같이 북한에서 온 어린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서민준(14) 드림 # 통일하면 서로 사랑하고 더 강해질 수 있어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북한 아이들에 대해서 아주 나쁘게 인식하고 있어요. 통일이 되면 자기네 나라가 망한다고, 북한 아이들이 한국을 더럽힌다고 생각하네요. 저는 한국 사람과 북한 사람이 똑같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처음에는 같은 나라였잖아요. 북한은 한국보다 환경이 더 좋으니까 남한과 북한이 통일이 되면 환경오염이 좀 사라지고, 서로 더 사랑하고,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통령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빠라고 불러드릴까요?ㅋㅋ-한민영(15·여·초등6년) 올림 정리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기초학력 모자라 학교부적응 심각” 북한 이탈 청소년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초학력 부진에 따른 학교 부적응과 서울과 지방의 지원 양극화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을 빠져나온 주민들은 대부분 중국에 머물면서 남한에 들어올 기회를 찾는다. 그러다 보니 한창 기초지식을 배워야 할 청소년들의 학습이 이 기간 동안 전면 중단되고 만다. 현재 국내 북한 이탈 청소년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실제 학력수준에 맞춰 정규학교에 들어갔지만 나이가 어린 친구들과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학교를 그만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북문화통합교육원 사무국 김영진 현장담당은 “이탈 주민의 수가 급증했던 1997∼98년의 경우 입국이 힘들어 중국에 10년 이상 머문 아이도 있다.”면서 “대안학교의 경우 학력이 인정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위해서는 검정고시를 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 머무는 동안 단속을 피해 숨어 지낸 기억은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심리적 상흔을 남기기도 한다. 실제로 한누리학교 학생들 중 상당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갖고 있다. 상담 때에도 조사를 받는 데 대한 두려움이 앞서 상담자가 기록을 하려 들면 자지러지게 놀라는 아이들도 많다. 그나마 서울에 있는 청소년들은 지원받을 기회가 많은 편이다. 하나원 교육을 마친 뒤 60∼70%의 북한 이탈 주민이 서울에 배치되다 보니 지원 단체도 대부분 서울에만 몰려 있다. 지방에 있는 청소년의 경우 어떠한 지원 시설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전국의 북한 이탈 청소년 지원단체 15곳 중 11곳이 서울에 있다.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관심이나 선심성 배려도 북한 이탈 청소년의 적응을 힘들게 한다. 때마다 이벤트성 지원이 몰려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계획을 짜고 실천하기 힘든 경우까지 생겨나곤 한다. 한누리학교 교사 안진희씨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배려해 준다며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왕따를 당할 수 있으니 그냥 강원도에서 왔다고 하라.’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라는 것이 될 수 있다.”면서 “북한 이탈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지속적이고 일관적인 지원과 그저 또래 아이들을 보는 것과 같은 평범한 시선”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정부 지원현황 북한 이탈 청소년들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정부는 지원 규모를 늘리고 학력인정 대안학교를 시범 운영하는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북한 이탈 주민 지원은 원래 통일부에서 전담했으나 교육 수요자인 청소년이 늘면서 지난해부터 교육부에서도 지원사업을 펴고 있다. 통일부에서는 현재 고교생까지 수업료와 육성회비 등 학비 일체를 면제해 주고 있다. 대학에 들어가면 국·공립학교의 경우에는 학자금 전액을 면제해 주고, 사립학교의 경우 학교와 절반씩 부담한다. 지난해에는 ‘북한이탈주민 후원회’를 통해 민간단체에 17억원을 지원했다. 교육부에서도 지난해 북한 이탈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을 공모해 단체 8곳에 1억 7000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이지만, 지원 규모는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여름방학에는 정규학교 교사와 민간단체 교사 300여명을 대상으로 북한 이탈 청소년 교육에 관한 워크숍을 실시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이들을 위한 멘토링 제도도 도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5년 9월 현재 북한 이탈 청소년 432명이 전국 192개 정규학교에 다니고 있다. 대안학교나 방과후 배움터, 보호시설 등에 있는 청소년은 2005년 12월 현재 264명이지만 이 가운데 교육을 받는 경우는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경기도 안성에 ‘한겨레학교’라는 학력인정 대안학교를 설립하기로 했다. 현재 20여명의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2007년 140여명을 정원으로 정식 개교한다. 이 학교는 학력 인정은 물론 북한 이탈 청소년들이 다시 정규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적응력을 키워주는 역할도 하게 된다. 통일부 사회문화교류국 정착지원팀 관계자는 “외국 학생들의 학업 중도탈락률이 2∼3%선인데 비해 북한 이탈 청소년은 이보다 서너 배는 많은 것으로 짐작된다.”면서 “올해 안에 북한 이탈 청소년의 학업과 생활 전반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한 뒤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역사를 통한 동아시아 공동체 만들기/김기봉 지음

    역사를 통한 동아시아 공동체 만들기/김기봉 지음

    영화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이 눈에 선하다. 신분을 넘은 로맨스를 뒤로하고 공주로 돌아와 기자회견장에 선 오드리 헵번.“연방제로 유럽경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라고 물으니,“유럽의 긴밀한 유대를 이끄는 것이면 찬성합니다.”라고 답한다. 한반도에 포연이 자욱 하고 포성이 귀를 때리던 1953년에 만들어진 영화 속 대사는 1957년 로마에서 결성된 유럽경제공동체(European Economic Community)에 바치는 예언적 헌사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용감하다. 일제에 대한 저항과 협력을 기준으로 식민지시대를 산 이들을 애국자와 매국노 둘로 나누는 이분법의 주술에서 놓여나라고 충고한다. 그래야만 이 땅의 사람들도 민족과 국가를 넘어서 동아시아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는 용감하다. 일제에 대한 저항과 협력을 기준으로 식민지시대를 산 이들을 애국자와 매국노 둘로 나누는 이분법의 주술에서 놓여나라고 충고한다. 그래야만 동아시아는 과거의 갈등을 재생산하는 ‘기억의 터’가 아닌 미래의 희망을 위한 “기억의 장”이 될 수 있으며, 이 땅의 사람들도 민족과 국가를 넘어서 동아시아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이다. 아직도 제2차세계대전이 남긴 앙금이 채 가라앉지 않고, 냉전이 남긴 상처도 아물지 않은 동아시아를 사는 이들은 유럽공동체(European Community·1967)를 거쳐 유럽연합(European Union·1993)을 이룬 그들이 너무 부럽다. 하여 탈냉전과 탈근대의 시대를 맞아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은 앞 다투어 백가쟁명의 동아시아 담론을 토해 놓았다. 특히 미국 주도하의 세계질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우리 지식인들의 뇌리에 동아시아 공동체 만들기는 매혹적인 탈출구로 아로새겨졌다. 문학비평가가 문인들의 작품을 곱씹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 이라면, 역사비평가는 역사가의 역사서술을 되새김질하여 독자의 현명한 역사소비를 중개하는 이다. 이를 자임한 김기봉(경기대 인문학부 사학전공 교수)이 처든 붓끝은 동아시아 담론의 허점을 휘젓는다. 동아시아를 사는 이들에게 동아시아란 실재하는 역사 공간이 아니라 만들어야 할 미래 역사의 기획이므로 역사적 성찰을 뒤로하고 동아시아 공동체 만들기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이다. “조선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지식인들과 정치가들은 자국의 생존과 번영을 목표로 해서 동아시아를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 역사를 성찰하지 않으면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공동번영과 평화의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자국 중심으로 동아시아 공동체를 구상하는 민족주의를 폐기해야 한다.”는 그의 말이 동아시아라는 시공간을 함께하는 이들의 마음을 울리길 바란다. 그는 민족이라는 우물에 갇혀 구시대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국사학자들에게 장기지속(la longue duree)의 구조를 중시하는 아날학파의 방법론과 유럽 통합의 역사 경험을 빌려 공동체가 왜 만들어져야 할 역사의 당위인지를 설득한다. 민족이라는 초역사적 거대담론에 사로잡혀 있으면 동아시아라는 대안적 역사세계에 눈을 뜰 수 없으니 민족이라는 색안경을 어서 벗어던지고 공동체 만들기에 동참하라고 손을 잡아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중국의 동북공정을 탓하기 전에 국사교과서를 들여다보고 우리 눈 안의 들보를 먼저 없애는 데 힘을 기울이는 게 순리가 아니냐고 묻는다. 동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의 거울’처럼 민족의 영광만을 노래하는 국사를 버리고 더불어 사는 평화로운 미래를 이야기하는 동아시아사라는 ‘공동의 거울’을 새로 들여놓으라고 말이다. 역사비평가 김기봉이 꼭꼭 씹어 놓은 동아시아 공동체 만들기를 위한 역사적 성찰의 성과가 담긴 이 책 한번 읽어 보길 권한다.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한국사>
  • 日 중장년의 보아 장은숙 새달 국내 복귀

    日 중장년의 보아 장은숙 새달 국내 복귀

    |도쿄 홍지민특파원|“함께 춤을 추어요∼, 행복한 춤을 추어요∼.”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되던 콘서트가 절정에 이르렀다. 감기로 몸이 좋지 않은데도 무대에서 혼을 불사르던 한국인 가수가 훌쩍 관객들 사이로 내려온다. 손을 내미는 일본 팬들을 일일이 반갑게 맞아주며 ‘매혹의 허스키 보이스’를 뿜어냈다.1100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지난 26일 도쿄 시내 요미우리 홀에서였다. 일본에서 활약하는 가수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무대라고 한다. 젊은 층을 겨냥한 보아가 1만명, 그밖의 한류 가수가 2000∼3000명 규모의 공연을 꾸리는 것에 견줘 중장년층 심금을 울리는 가수로서 흔치 않은 일이다. 이날 주인공은 ‘창수’(chang-suu). 다름 아닌 장은숙이다. 국내에서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흥겨운 댄스곡 ‘춤을 추어요’, 김소월 시에 멜로디를 붙인 발라드 ‘못 잊어’,‘사랑’ 등을 히트시키며 사랑받았던 그녀다. 한국 팬들은 파격적인 미니스커트를 입고 ‘춤을 추어요’를 부르던 그녀의 20대를 오롯이 기억한다. 국내 성인가요 시장이 주춤하던 95년 일본에서 날아온 제의를 받고 훌쩍 바다를 건넜다. 국내에서는 서서히 잊혀졌다. 하지만 일본에선 보기 드문 허스키를 바탕으로 한 호소력 짙은 노래가 눈과 귀를 끌었다. 내놓는 싱글마다 유선방송(청취자 리퀘스트를 통해 음악을 트는 오디오 방송)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오리콘 엔카 차트 상위권 점령은 기본. 지난해 10월 내놓은 싱글 ‘메꽃’(히루가오)은 엔카 차트 1위, 통합 차트 2위를 기록하며 일본 성인가요계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에서 선보인 싱글과 앨범은 모두 합쳐 17장이다. 공연이 끝나고 만난 장은숙은 자신의 히트곡을 앞세우지 않은 이유를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 가수로서 ‘코리아’를 알려야 한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래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언어의 장벽과 문화 차이를 극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는 3월 12년 만에 국내에서 15번째 앨범 ‘10년 만의 외출’을 선보인다. 일본에서 보낸 10년을 고려하면 의미심장한 타이틀이다. 신곡 2개, 일본 히트곡 6개, 한국 히트곡 3개 등을 담았다.30년에 다다른 노래 인생의 총정리이자 새로 3막을 여는 출발점인 셈이다. 장은숙은 “한국에서는 미니스커트와 댄스 이미지로만 각인돼 스트레스가 많았다.”면서 “오랜 공백을 뛰어넘는 성숙하고, 폭넓은 모습을 국내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설렘을 전했다. icarus@seoul.co.kr
  • [열린세상] 하인스 워드와 “대∼한민국”/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지난 6일 벌어진 40회 슈퍼볼 경기 이후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한국에서 하인스 워드 선수가 단연 화제다. 미국에서는 슈퍼볼 경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워낙 높다. 이에 따라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은 워드는 미국의 새로운 사회적 영웅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사회가 그에게 보이는 관심은 미국과 조금 다르다. 절반이 한국인이라는 인종적 배경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그와 그 어머니에 관한 기사를 연일 다루고, 인터넷에는 팬카페가 벌써 몇개 만들어졌다는 풍문이고 보면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운동선수로서의 환상적인 플레이보다는 그가 한국인 어머니의 헌신적 희생으로 훌륭하게 성장했다는 휴먼 드라마에 우리는 깊은 감동을 받는다. 특히 그의 팔에 문신으로 새긴 ‘하인스 워드’라는 한글 이름이 강렬하게 우리의 동종의식을 자극한다. 한국인들은 유난히 동종의식이 강하다. 문화적 고유성에 대한 자기방어의 방식뿐 아니라 혈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우리’를 확인하고 ‘우리 것’을 지켜낸다는 의식은 오랜 역사의 결과물일 것이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조건 속에서 ‘동화(同化)’의 유혹과 도전을 견디면서 독자적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했던 생존력의 비법이기도 하다. 제국주의 침탈의 근대사를 겪으면서 그러한 의식은 민족주의라는 이념을 재생산해 온 기반이 되었다. 분단이후 남북한 통합이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은 지금, 한국인의 민족주의 정서는 특별히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오늘날 한국의 민족주의에는 실로 다양한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 자주와 주권의 문제, 대외적인 저항의식과 타민족에 대한 우월의식,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관심은 물론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기대감에도 민족주의가 작동한다. 그런가 하면 2002년 이후 한국인 자긍심의 표상인 “대∼한민국”이라는 구호에도 민족주의의 색조가 묻어 있다. 21세기는 정체성의 시대다. 세계화의 거대한 힘에 의해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어가는 시대에는 개체 존립을 위한 동력 또한 반작용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우리 것을 확인하려는 정서적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대∼한민국”이라는 외침이 더 큰 메아리로 가슴 속에 울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민족주의의 진로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하는 것이 있다. 자긍심과 정체성의 강화가 자칫 타인에 대한 극단의 배타성으로 나타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배타적 민족주의가 증오를 낳고, 야만과 살육의 광기를 드러내던 시대를 우리는 목격하지 않았던가? 근대이후 민족주의는 주요 전쟁의 원인이 되어 왔다. 이러한 시대 유산이 강한 역사적 기억으로 남은 곳이 동북아 지역이다. 따라서 배타적 민족정서가 정치적 갈등으로 도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동북아의 근대사는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한민족이 가장 큰 희생을 치렀다. 동북아에서 불행했던 역사를 극복하고 상생과 협력의 지역질서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면 배타성을 강화하는 인식을 어떻게 극복하는가가 중요한 과제다. 동북아 중심국가로서 협력적 미래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면 우리부터라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떡볶이를 좋아한다는 미셸 위도 사랑스럽고,4월에 한국인 어머니와 함께 서울을 방문한다는 하인스 워드도 기다려진다. 그는 역경을 딛고 자신의 꿈을 이룬 훌륭한 젊은이다. 그에게 늘 겸손을 가르쳤다는 한국인 어머니가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6월이 되면 독일 월드컵에서 우리 축구대표팀의 눈부신 활약을 기대하며 온 국민이 “대∼한민국”의 거대한 함성 속에 다져지는 정체성 재생산의 열기가 민족적 자긍심을 충족하는 도를 넘어 타민족에 대한 비하와 적대감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어울리면서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해 나가는 것도 시대가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 [임영숙칼럼] 칼람, 인도, 미래전략…

    [임영숙칼럼] 칼람, 인도, 미래전략…

    인도의 압둘 칼람 대통령이 3박4일간의 국빈방문을 마치고 엊그제 떠났다. 내각책임제 국가인 인도에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수반일 뿐이라지만 너무 조용히 그를 보낸 듯싶다. 그는 인도를 통치하지는 않지만 인도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이다. 인도가 어떤 나라인가. 머지않아 세계경제 중심축의 하나가 될 것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나라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른바 ‘브릭스 보고서’에서 앞으로 30년 안에 인도가 미국 중국 다음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현대경영학의 아버지’라는 피터 드러커는 “인도의 발전이 중국보다 더 인상적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인도는 교육수준이 높고 1억 5000만명 이상이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고등교육 인력과 기업가 배출에 힘입어 ‘파워하우스’로 빠르게 부상할 것이다.”라고 인도의 미래를 중국보다 더 낙관적으로 예측했다. 선진국의 인구고령화 추세속에 인도가 상대적으로 젊은 나라인 것도 주목된다.20∼30년 지나면 인구로도 중국을 추월하게 된다. 중국을 대체, 또는 보완할 시장으로서의 인도에 대한 관심은 당연하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시장 투자, 또는 안보전략 이용의 복잡한 구도에 대한 일부 경계의 목소리도 경청할 만하다. 그러나 떠오르는 인도의 진정한 힘, 그 내면을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압둘 칼람 대통령은 바로 그 길잡이가 될 만하다. 올해 일흔다섯 살의 칼람 대통령은 정치인이라기보다 과학자로 더 유명하고 과학자라기보다 시인이자 사상가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인도 최초의 위성발사 로켓 개발과 토종 인도 미사일 개발 책임자, 그리고 2차 핵실험을 주도해 인도를 과학강대국 대열에 합류시킨 주역이지만 미혼으로 단칸방에 책상 하나가 그가 가진 재산의 전부이다. 해외 유학도 다녀오지 않은 국내파로 인도 공교육에 대한 신뢰의 표지판이 되고 있다. 힌두교도가 아닌 이슬람교도로서 인도사회의 비주류이지만 90%이상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선출됐다. 국내에도 번역된 그의 자서전 ‘불의 날개’를 읽어 보면 그 정신의 맑음과 깊이에 압도당하게 된다. 그는 과학기술과 경제력을 하나로 연결하지만 가치있는 미래에 대한 도덕적 비전을 강조한다. 바로 그가 작성한 ‘새천년의 비전, 인도 2020’에 나는 주목한다. 대통령이 되기 직전 정보기술예측·평가위원회 의장으로서 500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마련한 비전 2020은 부단한 기술개발을 통해 인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모시킨다는 청사진이다. 이 도약의 주역은 청소년이라며 그는 말한다.“인도의 새로운 세대가 인도를 노래하게 하라. 젊은이들이 저마다의 가슴에 깃들인 불꽃에 날개를 달게 하라.”고. 칼람 대통령은 취임직후 인도 전역을 돌며 모든 계층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10만명의 초·중·고 학생들을 만났다. 타고르의 시가 자주 인용되는 그의 비전 2020은 그렇게 구체적인 현장을 토대로 다듬어졌다. 한·인 정상회담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칼람 대통령으로부터 미래 전략의 지혜를 배웠다면 얼마나 좋을까. 뛰어난 학습능력을 지녔다는 노 대통령이 ‘비전 한국 2020’을 수립하고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준다면 비록 지금 인기는 바닥권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황우석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전략으로서의 미래 비전은 통합적이고 도덕적인 것이어야 한다. 논설 고문 ys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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