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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여행 | 창원·거제의 쏠쏠한 재미

    국내여행 | 창원·거제의 쏠쏠한 재미

    그곳에서만 가능한 경험! 여행자가 가진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다. 그런 이유에서 내게 해금강과 거제 조선소의 가치는 동가였다. 산업도 때론 풍경이 된다. ●창원에 대한 새로운 시선 창원컨벤션센터에 도착했을 때 김호남 부단장이 말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실제 가동률이 70%나 됩니다. 전국 최고 수준이죠. 이공계열과 람사르 협약 같은 환경관련 행사로 특화되어 있어서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지만요.” 코엑스COEX도 알고 킨텍스KINTEX도 알고, 벡스코BEXCO도 알지만 세코CECO, 즉 창원컨벤션센터는 처음이었다. 시작이 신선했다. 새로운 시점의 여행이었다. 산과 바다, 명소를 찾는 여행이 아니라 산업시찰의 관점에서 다시 보는 창원과 거제. 1박2일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지만 같은 도시에 대해 전혀 새로운 느낌을 갖기에는 충분했다. 세코의 건축 설계는 기계의 터빈을 닮아 있었다. 세코가 한국국제기계박람회KIMEX의 홈구장이기 때문. 1997년에 경남국제기계박람회로 시작했다가 1999년부터는 한국국제기계박람회로 규모가 커졌고, 세코 개관 이후 2006년부터 세코로 자리를 옮겨 개최하고 있는 기계설비 분야의 대표적인 박람회다. 아무리 시설 좋고 잘 조직된 국제행사라고 해도 그 만족도는 케이터링서비스에서 판가름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세코 1층의 레스토랑 하트Heart에서 안도를 얻었다. 이웃한 창원 풀먼호텔에서 운영한다는 이 뷔페 레스토랑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을 음식들을 서울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제공하고 있었다. 횡재라고 느낄 정도였다. 신선하고 즐거운 충격은 창원국제사격장에서도 이어졌다. 남자들에겐 군대의 추억, 여자들에겐 그저 위험한 일로만 여겨지던 사격이 신나는 게임, 중독성 있는 스포츠로 바뀌기까지는 불과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역시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내 유일의 국제규격 사격장인 만큼 시설도 장비도 믿음직했는데, 2018년 국제사격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개보수 공사를 할 예정이라니 더 좋아지는 일만 남았다. 창원국제사격장 사격 체험 창원국제사격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제사격연맹ISSF의 기준을 만족시킨 곳으로 2018년 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개최될 장소다. 초보자도 누구나 사격을 해 볼 수 있다. 클레이(25발 2만2,000원), 공기총(20발 3,000원), 화약총(10발 1만4,000~2만원) 055-712-0725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투어 견학용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보안상의 문제로 사진촬영은 전망대에서만 가능하다. 견학은 무료지만 3일 전에 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견학 소요 시간은 20~30분 정도. 월~금요일 10:00, 14:00 055-630-6015 www.shi.samsung.co.kr ‘삼성’스러운 거제삼성호텔 잘 알려지지 않은 거제의 특1급 호텔. 총 166개의 객실은 바다 혹은 야드를 향하고 있으며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합당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탠다드 객실의 공시 요금이 1박에 30만원이 넘는다. www.sghotel.co.kr 창원컨벤션센터 CECO 연간 11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경남의 대표적인 전시·컨벤션센터다. 2개의 전시장과 컨벤션홀을 갖추고 있다. 브릿지를 통해 특1급 풀만호텔로 연결되며 그 옆으로 롯데마트, CGV 영화관 등의 쇼핑엔터테인먼트 시설까지 있어서 원스톱 서비스가 제공된다. www.ceco.co.kr ●살기 좋은 마진창 마산, 진해, 창원이 통합 창원시(의창구, 성산구, 마산합포구, 마산회원구, 진해구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이름 아래 모인 지도 벌써 14년이 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마진창이라는 이름을 기억한다. 뉴스를 타고 재분리 주장과 지역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방인의 눈에 창원은 그저 살기 좋은 도시로만 보였다. 기계공업단지라는 도시의 위상과는 어울리지 않게 유럽의 마을을 연상시키는 주택가의 소담스런 풍경이나 도시 풍경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작은 상점들의 어우러짐. 109만명의 인구가 연회비 3만원만 내면 242개의 자전거 터미널에서 자유롭게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는 2,500여 대 이상의 자전거를 보유한 자전거 대여 시스템 ‘누비자www.nubija.com’까지, 창원은 한번 살아보고 싶은 도시다. 섬으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교통이 불편했던 도서 벽지에 연륙교를 놓아 새로운 길을 찾았다. 해양공원으로 개발된 진해 음지도도 그중 하나다. 때를 맞추기 위해 버스는 굽이굽이 열심히도 달렸지만 음지도 창원해양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결국 늦고 말았다. 해가 눈앞에서 막 사라졌다. 엘리베이터도 마음이 급했는지 단숨에 27층 전망대에 올랐다. 하지만 빈 하늘에는 아쉬움만 붉게 번져 가고 있었다. 2013년 12월부터 창원해양공원의 랜드마크로 우뚝 선 솔라타워는 높이 136m로 국내 최고 높이의 해상전망대다. 유리창을 통해 우도부터 저도까지, 진해만의 가깝고 먼 섬들이 아직은 뚜렷했다. 서서히 어둠의 썰물에 잠기는 섬들. 먼 바다에는 오징어잡이배의 불빛이 등대처럼 명멸하기 시작했다. 전망대의 역할이 전부가 아니다. 솔라타워의 외벽을 채운 것은 2,000여 장의 태양광 집열판들. 200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전기가 만들어지기에 자급자족하고 남은 전기는 한전에 판매도 한다. ●거제의 美, 산업의 풍경 지난여름 찾았던 거제에서 가장 눈에 거슬리는 존재들이 바로 바닷가에 우뚝 솟은 초대형 크레인들이었다. 멋진 일몰의 실루엣을 다 망쳐 버리는 삭막한 구조물들. 그런데 삼성중공업의 거제 조선소가 ‘투어’ 일정으로 잡혀 있었다. 심지어 전날 숙소는 ‘크레인 뷰’의 호텔이었다. ‘거제에 삼성호텔이 있다고요?’ 나만 금시초문인가 했더니 창원토박이라는 카페 주인이 되물었다. 2005년 오픈했지만 이웃 도시 창원 사람들조차 잘 모르는 모양이다. 그러나 삼성중공업 조선소의 VIP라면 모를 리 없는 호텔이다. 압도적으로 크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어느 것 하나 손색이 없었다. 아이보리 톤의 클래식한 객실에 최신형 평면 스크린 TV는 어쩐지 조화롭지 않은 느낌이었지만, 여기는 ‘삼성’호텔이 아닌가. 드디어 삼성중공업에서 운영하는 거제조선소 견학이 시작됐다. 상투적인 문구로만 인식되어 왔던 ‘세계 최고의 조선소’가 마치 팝업북처럼 눈앞에 입체로 펼쳐졌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길이 285m의 선박은 그냥 ‘큰’ 배가 아니었다. 높이 249m의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통째로 담을 수 있는 크기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설명을 듣는 견학은 20분 정도로 짧고 전망대를 제외한 곳에서는 촬영도 하차도 할 수 없었지만 그 모든 설명을 듣고 나자 그동안 흉물이라고 생각했던 ‘골리앗 크레인’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을 지경이 됐다. 이곳에서 가장 비싼 선박에 속한다는 한 LNG선은 대한민국 전 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의 가스를 영하 163도로 액화해 운송한다. 과연 7조원의 값어치다. 바다 속으로 1만2,000m까지 파고 들어갈 수 있다는 드릴쉽은 또 어떤가. 참고로 에베레스트의 높이가 8,848m다. 축구장 4개 크기의 육상도크가 모두 3개, 그 안에서 연간 180만톤의 선박을 만들 수 있는데, 1979년 건립 이래 지금까지 1,056척을 수주하여 924척을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세계 10대 조선소 중 4개(삼성, 대우, STX, SPP)가 한국기업이고 모두 경남에 자리잡고 있다니 어깨가 으쓱할 만하다. 조선소를 나와 구조라 선착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앞서 보았던 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유람선은 손님들을 가득 채우고 해금강 풍경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십자동굴, 사자바위, 일월봉 등의 이름이 붙은 기암괴석들. 아무리 큰 크레인을 올려도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자연의 풍경이 지척에 있었다. 여행을 마치며 거제 해금강과 거제 조선소의 가치는 동급이 되었다. 자연의 풍경이 아름다운 만큼이나 산업의 풍경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땀 흘린 노동으로 삶을 일구는 사람들과 해금강 유람선에서 잠시의 여유를 느끼려는 사람들이 결코 다르지 않듯이 말이다.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취재협조 경남컨벤션뷰로 055-212-6713 거제해금강유람선 거제 구조라선착장에서 출발해 해금강 풍경을 관람하는 유람선을 탈 수 있다. 외도에 하선했다가 다음 배로 돌아오는 코스도 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기암괴석의 풍광은 좋지만 오래된 선박은 조금 불편하게 느껴진다. 구조라 유람선 www.gujora.com 해금강 코스(50분) 성인 1만4,000원 거제 옥림해녀해물횟집 거제의 해녀들이 직접 잡은 신선한 해산물로 끓여 내는 해물탕은 담백하고도 진하다. 한적한 옥림바다 앞에 위치해 있어서 일부러 찾아가야 하지만 그깟 불편 따위야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해물탕이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옥림길 91 055-682-3749 해물탕 3만~5만원 창원해양솔라파크 건물 전체가 태양열 집광판으로 덮여 있는 136m 높이의 건물이다. 꼭대기의 전망대에서는 거제 다도해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데 특히 일몰이 아름답다. 1층 국제회의장이 품고 있는 파노라마 경치도 압권이다. 창원해양공원에는 솔라타워 외에도 군함전시관, 해전사체험관, 해양생물테마파크 등이 있다. 창원시 진해구 명동로 62 055-712-0425 9:00~18:00 창원해양공원 | 어른 3,000원 창원솔라타워 | 어른 3,500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박근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전문 “김기춘·비서관 3인 교체 이유 없다”

    박근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전문 “김기춘·비서관 3인 교체 이유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두 번째로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회견에서 새해 국정운영 구상을 먼저 발표한 뒤 각종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내용. Q. 우선 청와대 조직개편이 왜 필요하다고 느끼나. 비선 실세 관련 문건 유출이나 민정수석 항명 파동 등도 영향을 미쳤나.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는 쪽은 막연한 인사 개편이 아니라 특정인 교체도 요구한다. 특정인으로 지목된 비서실장과 세 비서관도 개편대상에 포함되는 것인가. 이런 경우 수석비서관급 이상이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는 방식도 거론됐는데 가능한가. 내각 개편 문제도 답해달라. 또 사안에 대한 특검, 국조 등도 수용할 것인가. 박 대통령: 문건 파동과 관련해서는 검찰에서 과학적 기법까지 동원해서 철저하게 수사를 한 결과 그것이 모두 허위고 조작됐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더라도 문건이 일부 직원에 의해 유출됐다는 것은 공직자로서 정말 있을 수 없는 잘못된 처신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서는 대통령으로서 송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청와대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는 집권 3년차에 국정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주요 수석들과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면서 일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주요 부문의 특보단을 구성하려고 한다. 그런 특보단을 구성해서 국회나 당청 간에도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정책도 협의해나가는 구도를 만들고 청와대에서 여러가지로 알리고 이런 부분에 있어 부족한 부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조직을 개편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인사 이동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항명 파동이라 말했는데 저는 이게 항명 파동이라 생각하지는 않고 민정수석이 (자신이 직에) 있지 않았던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해 본인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국회에) 나가서 정치 공세에 싸이게 돼서 문제를 키우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그리고 민정 라인에서 잘못된 문서 유출이라 본인이 책임지고 간다는 차원으로 사표 낸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개인적으로 ‘국회에 나갔어야 하지 않을까, 얘기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 점은 유감스럽다. 특정인 교체 요구에 대해서 말했는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말 드물게 보는, 사심이 없는 분이기 때문에 가정에 어려운 일이 있지만 자리에 연연할 이유도 없이 옆에서 도와주셨다. 청와대 들어오실 때도 ‘내가 다른 욕심이 있겠나, 마지막 봉사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하고 오셨기 때문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미 여러 차례 사의 표명도 하셨다. 그러나 당면한 현안이 많이 있어서 그 문제들을 먼저 수습해야 하지 않겠나 해서 그 일들이 끝나고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세 비서관은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검찰은 물론이고 언론, 야당, 이런 데서 무슨 비리가 있나 하고 샅샅이 오랜 기간 찾았으나 그런 게 없지 않았나. 세 비서관이 묵묵히 고생하며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그런 비리가 없을 거라고 믿었지만 이번에 대대적으로 뒤집고 그러는 바람에 진짜 없구나 하는 것을 저도 확인했다. 그런 비서관을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 두게 하면 누가 제 옆에서 일하겠나. 누구도 그런 상황이라면 저를 도와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교체할 이유가 없다. 내각 개편 관련해서는 해수부라든가 꼭 개각을 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데를 중심으로 해서 검토를 해 나가겠다. 이번 문건 파동과 관련한 특검에 대한 얘기는 사실은 여태 특검이란 것을 보면 어떤 사실에 대한 실체가 있거나 실제 친인척이든지 측근 실세든지 권력을 휘둘러서 감옥에 갈 일을 했거나 엄청난 비리를 저질렀거나 그런 실체가 있을 때 특검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문건도 조작으로, 허위로 밝혀졌고 샅샅이 뒤져도 실체가 나타난 것도 없이 누구 때문에 이권이 성사가 됐다든지 돈을 주고 받았다든지 이런 게 없는데 의혹만 갖고 특검을 하면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특검하는 선례를 남긴다. 그러면 얼마나 사회 혼란과 낭비가 심하겠나. 그게 특검에 해당하는 사안인가 의구심을 갖고 있다. Q.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정윤회 씨를 비선실세로 지목했고, 정윤회씨가 문체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계속 나오고 있다. 현 정부에서 정윤회씨가 실세인가. 아니라면 이런 의혹이 왜 계속 나오는지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무엇인가.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친인척 관리 잘하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박지만 회장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데 대한 입장은. 친인척관리를 앞으로 강화할 것인가 박 대통령: 정윤회 씨는 벌써 수년 전에 저를 돕던 일을 그만두고 제 곁을 떠났기 때문에 국정 근처에도 가까이 온 적이 없다. 분명하게 말씀드리는데 실세는커녕 전혀 국정과 관계가 없다. 또 문체부 인사도 지난번에도 보도가 된 걸로 아는데 터무니없이 조작이 된 이야기가 나왔었다. 말하자면 태권도라거나 체육계에 여러가지 비리가 그동안 쌓여와서 자살하는 일도 벌어지고 이건 도저히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되겠다 싶어서 이걸 바로잡으라고 대통령으로서 지시했는데 보고가 안 올라오고 진행도 전혀 안됐다. 저는 한번 개혁을 하거나 비리를 바로잡으려면 말을 한 번 하고 그만두는 게 아니라 계속 그게 될 때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 따지니까 거기서 제대로 역할 안한 거다. 그럼 그런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 안 하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죠. 그 사람들이 그 일을 갖다가 대통령의 지시이고 관심을 갖고 바로잡고자 하는데 왜 자기 역할을 못 하느냐, 그럼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 해서 (그렇게) 된 건데 이게 둔갑해서 체육계 인사에 다른 사람,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이 관여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돼선 안된다. 혼란스럽고 그게 아니라면 사실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계속 논란을 하고, 우리가 그런 여유 있는 나라인가. 그렇게 돼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실세나 야니냐 답할 가치도 없다. 국정 근처에 온 적도 없다. 실세가 될 수도 없고 오래 전에 떠난 사람이다. 친인척이나 측근의 권력 남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역대 정부에서 얼마나 그런 일이 많았나. 이권에 개입하고 엄청난 비리들이 계속 터져나오고 역대 정권마다 그랬는데 그걸 보면서 저렇게 돼선 안 되지 않겠나, 그래서 공약한 게 있다. 친인척을 관리하는 특별감찰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국회에서 아마 그런 게 통과될 거고 특별감찰관제가 시행되면 아마 이런 일이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 그런데도 실세이고 뭐고 전혀 관계가 없는데 그렇게 일어나냐 그래서 제가 조작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영리를, 욕심을 달성하기 위해서 전혀 관계 없는 사람과 관계 없는 사람의 중간을 이간질시켜서 어부지리를 노리는 그런 데에 다 말려든 게 아니냐. 그런 바보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터무니없는 일로 세상이 시끄러웠다는 것은, 그래서 국민께 송구하지만, 확인 안 된, 말도 안 되는 일로 논란이 되는 것은 정말 우리 사회가 건전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대화를 위한 대화, 이벤트성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어떤 조건과 환경이 갖춰져야 하나. 조건이 일부라도 충족될 경우 올해 내라도 정상회담을 추진할 의사가 있나. 올해가 분단 70주년인데,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준비를 위해 대북특사 파견이나 5·24 조치를 해제할 생각이 있나. 박 대통령: 저는 어떤 우리나라가 분단이 돼 고통을 겪지 않나. 그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 또 평화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도 도움이 되면 할 수 있다. 전제조건은 없다. 그러나 이제 이런 대화를 통해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열린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자세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비핵화 같은 것이 전혀 해결이 안 되는데, 이것이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이게 해결이 전혀 안 되는데 평화통일을 얘기할 수 없다. 남북관계든지 다자협의를 통해 대화로 이 문제도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올해라도 (정상회담을) 추진하느냐, 그 문제 관해선 답을 드린 거라 생각한다. 5·24 조치 해제와 관련해선 5·24 조치가 사실 남북 교류협력을 중단시키기 위해 이런 조치가 생긴 게 아니라 북한 도발에 대해 보상이란 잘못된 관행을 정상화하기 위해 이 조치가 유지됐다. 5·24 조치 문제도 남북 당국자 간 만나서 서로 그 부분을 얘기를 나눠야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 북한에 대화하자고 여러분이 요청하는데도 북한이 소극적인 자세로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5·24 조치를 얘기하는데, 북한은 5·24 조치를 얘기할 게 아니라 우리가 여러 번 대화를 제의했으니 적극적으로 나와서 당국자 간에 정상회담도 그렇고 5·24 조치도 그렇고 당국자가 만나 얘기해야 뭐를 원하고 어떤 접점을 원하는 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 대화에 적극적으로 응해달라, 그런 얘기를 하고 싶다. Q. 기업인 가석방 여부 질문드린다. 가석방을 주장했던 최경환 부총리나 황교안 법무부장관도 참석했지만, 역차별이다 아니다 특혜다 찬반 논란이 있다. 청와대는 가석방은 법무부장관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없다. 대통령은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더불어 기업인이나 정치인 특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은 없는지. 박 대통령: 기존에 갖고 있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 그러나 기업인 가석방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업인이라고 해서 어떤 특혜를 받는 것도 안 되겠지만 또 기업인이라서 역차별 받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가석방 문제는 국민의 법감정, 또 형평성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법무부가 판단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 Q. 두 가지 질문이다. 대통령의 ‘개헌 블랙홀’ 발언에도 국회나 시민사회에서 개헌을 추진하고 있고, 개헌 방향과 관련해 지방분권 이야기도 있다, 대통령의 개헌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특위에서 지방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국민 기대가 큰 반면에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유는 중앙 사무를 지방에 넘겨야 하는데 법 개정이라든지, 지방재정 확충 문제는 중앙정부 협조와 국회 입법 노력이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발전 분권 위한 구상을 말씀해달라. 박 대통령: 개헌은 사실 국민적인 공감대, 또 국민의 삶에 도움이 돼야 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경제상황을 잘 아시지 않나. 우리가 오죽하면 경제에 있어 골든타임이라고 하겠는가. 마음으로 ‘이 때를 놓치면 큰일나겠구나’하는 절박함을 갖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마련했고, 올해 1차 예산이 반영된 거니까 적극 추진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골든타임에 경제혁신을 활성화시키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를 발목잡는 여러가지 구조개혁, 경제의 근본 체질을 바꾸고 튼튼하게 하는 이런 노력들 지금 안 하면 안 된다. 그래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구호도 ‘3년 개혁으로, 3년 혁신으로, 30년의 성장을 내다본다’는 것이다. 이 골든타임이라는 게 몇 년간의 문제가 아니라 이때를 놓치면 세계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서 30년 성장을 못 한다는 엄청난 결과를 갖고 온다. 모든 역량을 거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가 시작하면 어떻게 논의하는지 보지 않아도 자명하다. 계속 갈등 속에서 경제문제, 시급한 여러 문제는 다 뒷전으로 가버리고, 그것만 갖고 하다보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 결과가 너무나 자명하다. 지금은 그걸 해서는 안 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지금 개헌을 당장 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크게 미치고, 국민이 불편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그래서 개헌으로 모든 날을 지새우면서 경제활력을 찾지 못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거다. 그리고 지방자치, 분권과 관련해서 저는 지방이 잘할 수 있는 건 지방에 다 넘기고, 그런 뒷받침도 해주는 방향으로 간다. 지방 일은 그 지역에서 제일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거기서 계획을 세우면 중앙에서 그걸 뒷받침해서 협의해 나간다는 큰 원칙에 따라 지방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물론 입법적 노력, 중앙정부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위원회가 있지 않냐. 거기를 중심으로 해서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입법을 어떻게 할 건가 잘 논의해서 한걸음 한걸음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Q.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0%대로 전망돼 한국경제 디플레이션 논란이 있다. 어떻게 보는가. 자영업자나 가계, 청년실업자가 IMF 경제위기때보다 어렵다는 고충도 있다. 해법은 뭔가. 한국경제가 일본의 저성장 저물가 쇠락의 길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있다. 돈 풀기나 기준금리 인하 통한 대출자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 필요하다는 말도 있다. 박 대통령: 우리나라 물가가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1%대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도 디플레이션으로까지 가진 않을 거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실제 성장률도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그래서 어떻게든지 이 시점에서 해야 할 최대 과제는 경제 활력을 되찾는 것이다. 그게 시급한 과제다. 돈 풀기와 관련해 작년에 46조원 규모의 재정금융 정책 패키지를 추진했고 올해 예산도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했고 상반기에 조기 재정을 실시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재정도 조기에 집행하고 확대 예산도 편성하고 하는 노력을 했지만 우리가 이런 저성장 퇴락으로 가지 않으려면 역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있는대로 구조개혁하고 잠재성장률을 넘는 경제활력을 이루는 데 집중해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내수 살리는 방안 등을 망라해서 말씀드렸는데 다시 말씀 안 드려도 그런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을 위해 기초를 튼튼히 하고 역동적인 경제를 만들고 균형잡힌 내수와 수출로 경제에 온기가 돌게 하는 정책을 부지런히 실시하게 되면 우리가 3.8%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그 대신 정부 혼자 뛰어선 안 되고 이걸 위해 같이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서 함께 노력할 필요 있잖나 생각한다. 금리 인하와 관련해서는 거시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과 잘 협의해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기에 대응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Q.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관련, 현재 정부가 제안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이 노사 양측에서 비판받고 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올해 3월까지 합의안 도출이 어려워 보인다. 올해 선거가 없는 해로 구조개혁의 적기라고 했는데 노사정위에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다면 집권자로서 어떻게 이를 돌파해나갈 것인가. 정부가 공무원연금과 함께 사학연금, 군인연금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여당 반발로 하루 만에 발을 뺐다. 사학 군인연금을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박 대통령: 비정규직을 생각하면 참 마음이 무거워진다. 비정규직은 열심히 고생해서 일하고도 정규직의 3분의 2 수준의 월급밖에 못 받고, 막상 계약기간이 끝나면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해서 가슴을 졸이게 되고, 참 어려운, 반드시 풀어내야 하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합리한 차별, 임금차별이 없어지는 것이 중요하고, 두 번째는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계속 받아야 되고, 세 번째는 이 일이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일 경우 고용이 안정되게 해줘야 한다. 이 세 가지는 꼭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의견이 달라서 해결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노사정위원회의 대표들께서 뭔가 이거는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이런 자세를 그분들이 갖고 있고, 또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하지 않고는 정말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없다는 인식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서로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는 마당에서 같이 조금씩 양보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면 뭔가 합의를 도출하고 서로 ‘윈윈’하는 대타협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정부로선 원활히 이런 논의가 잘 이뤄지게 최대한 지원해 나가려 한다. 잘 되야 한다. 또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개혁에 대해서 말했는데 지금은 공무원연금개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사학연금이나 군인연금은 지금 생각을 안 하고 있는데 그게 잘못 알려진 거 같다. 그래서 조금 소동이 있었지만, 지금 그걸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은 그 직역의 특수성이나 연금의 재정건전성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들이 하나하나 차분차분 검토를 해나갈 추후의 일이라 보고 있다. Q. 지난 연말 헌정사상 처음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결정이 내려졌다. 이를 놓고 종북세력을 척결한 박근혜 정부의 최대 치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사법탄압이란 지적도 있다. 우리사회의 이념 갈등이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을지, 통진당 해산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듣고 싶다.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관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의향이 있나. 박 대통령: 통진당 해산결정에 대한 저의 생각은 지난번에 언론에 발표한 그대로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을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느냐, 그런 질문을 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을 저는 어떻게 이해하냐면, 정치적 활동의 자유도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인정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 그런 결정이 내려졌다고 이해한다. 물론 진보 보수간 서로 상대를 인정하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조화롭게 가는 노력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그런 노력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 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 분단 후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헌법가치를 실천하면서 북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를 누리고 변영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가치이다. 북한은 아직도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남북이 대치상황에 있지 않나. 물론 대화를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체성까지도 무시하고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은 용인,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전단 살포와 관련해선 사실 정부에서 조정하고 있다. 하나는 표현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인만큼 기본적으로 민간단체가 자율적으로 알아서 할 일이라는 점이 있지다. 그렇지만 또 지역 주민 간 갈등이 생기거나 지역 주민의 신변이 위협받아서는 안되지 않느냐. 그 기본권 문제와 주민들의 갈등을 좀 최소화하고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것을 없애야 되는 두 가지를 잘 조율하면서 관계기관들과 얘기하면서 몇차례 자제도 요청했다. 그런 식으로 지혜롭게 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Q. 취임 전 소통을 강조했지만 취임 후에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하고 싶은 말만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년 설문조사에서도 소통이 안 된다는 지적이 60% 넘었다. 세월호 유족 안 만난 것도 소통의지 부족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대통령은 소통이 잘 된다 하고 국민은 아니라는 인식의 괴리가 문제의 출발점인 듯하다. 소통지수 100점 만점이라면 몇점 주겠나. 점수가 낮다면 개선 방법은 무엇인가. 대통령 다른 생각하는 국민과 더 많이 만나고 귀 기울이고 더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구체적 복안이 있다면. 박 대통령: 세월호 유족은 여러 번 만났다.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진도도 내려가고, 팽목항도 내려가고, 그 분들과 이야기도 하고 애로사항도 듣고 이야기하다 주변에서 제지도 했지만 그러지 말라고 해 끝까지 다 듣고 애로사항 적극 반영도 하고, 또 청와대에서 면담도 갖고 그렇게 했다. 그런데 지난 번에 못 만났던 이유는 국회에서 법안이 여야 간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 논의되고 있는데 대통령이 거기 끼어들어서 왈가왈부하고 그러는 것은 일을 더 복잡하게 하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만나지 못한 것이다. 또 소통 관련해서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지난 2년 동안 민생현장이나 정책현장 등 직접 가서 정말 터놓고 이야기도 듣고 의견도 듣고 제 생각도 이야기하고 그렇게 했다. 또 청와대로도 그런 각계각층 국민을 많이 초청해서 이야기도 듣고 정말 활발한 것을 많이 했다. 또 정치권과는 여야의 지도자 이런 분들을 청와대에 모셔서 대화도 할 그런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했는데 제가 여러 차례 딱지를 맞았다. 초청을 거부하는 일도 몇 차례 있었다. 앞으로 어쨌든 여야, 국회하고 더욱 소통이 되고 여야 지도자들하고 더 자주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가려고 한다. Q. 한일관계에 대해 질문드리겠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만 2년이 다 돼 가지만 한일정상회담이 안 열린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퇴행적 과거사 인식이 걸림돌이지만,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과거사에 포커스를 맞춰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인식도 있다. 일본이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내놓아야 한일정상회담이 가능한가.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어떻게 한일관계를 풀어갈 것인가. 박 대통령: 사실 올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일본으로서나 우리로서나 뜻깊은 해이기 때문에 올해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해서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상회담도 못할 이유는 없는데, 정상회담을 하려면 정상회담을 해서 의미있고 앞으로 나아가는 정상회담이 돼야 한다. 과거에 보면 정상회담이 돼서 기대는 부풀었는데 관계는 후퇴하는 일도 있었으니 그래선 안 되지 않나하고 생각한다. 여건을 잘 만들어서 의미가 있는, 한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정상회담이 돼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려면 일본 측의 자세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장급 협의를 통해서 어떻게든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을 해왔는데, 아직까지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아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경우에는 연세가 상당히 높으셔서 조기에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영구미제로 빠질 수 있다. 그것은 한일관계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무거운 역사의 짐이 될 거다. 생존해 계시는 동안 문제를 잘 푸는 게 중요하다. 일본으로서도. 작년 APEC 회담에서 아베 총리를 만났을 때 공식협의를 적극적으로 잘 해서 좋은 안을 도출해내도록 양국에서 총리와 대통령이 실무진을 독려하자고 약속했다. 그렇게 하겠다고 했는데도 아직 좀 그렇긴 한데, 어쨌든 이것이 풀리지 않으면 참 어려운 상황이고, 그래서 올해도 계속 협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생각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합의안이 나와도 국민 눈높이에 안 맞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나.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제사회도 수용 가능한 안이 도출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을 지금도 하고 있고, 해나가려고 한다. Q. 주말에 미국 시민(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강제 출국된 재미동포 신은미 씨)이 한국으로부터 출국당했고 외국인 기자에 대한 (청와대의) 법적 소송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언론 자유가 제한되는 게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있다. 미국 국무부도 국가보안법을 언급하며 일부 규정이 모호해 남용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지금이 국가보안법을 재검토할 적절한 시기 아닌가. 박 대통령: 각 나라마다 사정이 똑같을 수 없다. 미국의 사정이 있고 중국의 사정이 있고 한국의 사정이 있다. 국가의 취약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 나라에 맞는 법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 필요한 법이 미국에는 필요 없을 수도 있지 않겠나. 한국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헌법재판소에서 난 것도 재판관들이 충분히 우리나라 헌법에 대해 연구하고 우리나라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온 결정인 만큼 우리나라에 필요한, 남북이 대치하는 특수한 사정에서 우리나라의 안전을 지키고자 필요한 최소한의 법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법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로 이해를 하시면 좋겠다. Q. 여당인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당의 일에 너무 개입한다는 불만이 있다. 바람직한 당청 관계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 특히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의 관계가 좀 소원하다는 인식들이 있다. 지난 연말 친박(친박근혜) 의원이 청와대 만찬을 가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이후 김무성 대표와 친박 진영의 갈등이 커지는 양상인데, 김 대표를 별도로 만날 계획은 없나. 박 대통령: 당청 간에 오직 나라 발전을 걱정하고 또 경제를 어떻게 하면 살릴까 그런 생각만 한다면 서로 어긋나고 엇박자 날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여당은 국정을 같이 해 나가야 할 정부의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같이 힘을 합해야만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당에 너무 개입하고 그러지 않느냐고 그러는데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당의 의견을 존중하고 또 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하고, 그렇게 그동안 해 왔다. 그리고 새해 들어서 앞으로 더욱, 아까 조직개편 말씀도 드렸지만, 더 긴밀하게 협력해나갈 수 있게 앞으로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친박 만찬’이라고 그랬는데, 지금도 자꾸 친박 뭐 그런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게 좀…(웃음) 이걸 언제 떼내 버려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때 그분들이 ‘한번 식사를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대통령에게 요청해왔다. 그래서 ‘그럼 뭐 한번 오시라’ 그렇게 했는데, 그게 12월 19일이 되다보니 그날을 위해 한 게 아니냐고 하는데 실제는 우연히 그렇게 됐다. 저도 일정이 잘 안 나오고 그래서 이번에 하려다가 ‘그럼 3~4일 늦춥시다’ 그러고, 그쪽에서 안 맞으면 늦추고 하다가 (회동)한 게 기가 막히게 12월 19일이 돼서 더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그분들이 한번 식사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해서 그 모임을 가졌다. 김무성 대표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만나겠다. Q. 지난 대선 때 대통령께선 책임장관제를 언급한 적 있다. 책임장관제의 핵심은 인사권이다. 장관들에 인사권을 줘야 일을 책임있게 힘있게 추진할 수 있다. 산하기관장 인사는 물론 국장급 인사까지 청와대가 쥐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장관이 올린 인사가 일부 뒤바뀐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인사권을 장관에 위임할 생각이 없나. 장관과의 독대·대면보고 자리가 적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와 내각 간 소통을 방해한다는 지적들이다. 독대와 대면보고를 늘릴 의향이 없냐. 규제완화와 관련해 지난해 말까지 대통령이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두 차례 주재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손톱 밑 가시’는 상당히 해소됐다. 그러나 기업투자와 직결된 덩어리 규제가 남아있다. 올해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추진할 의향이 있나. 박 대통령: 우리 장관 여러분들은 법률이 정한 대로 충분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자기 역할을 하고 계시다. 사회부총리제를 도입한 것도 내각에서 조정을 해서 좀더 책임있게 할 수 있도록 그런 것도 신설한 것이다. 인사권 갖고 말했는데, 각 부처의 국장 그런 인사의 임명권자는 대통령이지만, 사실은 고위공무원의 적격성 검증을 제외하곤 실질적으로 전부 장관이 실질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그게 뒤바뀐 게 있다, 그게 뒤바뀔 수도 있죠. 적격성을 검증하는데 장관도 모르는 그런 일들이 있을수 있다. 이러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게 아니냐. 그런 걸 발견하고도 무조건 다 넘길 순 없죠. 그러나 실질적으로 적격성, 그거에만 관심이 있지 나머지는 장관들이 실질적으로 권한을 법이 정한 대로 하고 있다. 대면보고를 더 늘리라…. 사실 옛날엔 대면보고만 해야되지 않았느냐. 전화도 없었고 이메일도 없었고. 지금은 여러 가지 그런게 있어서 대면보고보다 전화 한 통 할 때가 더 편할 때가 있다. 대면보고 하고 독대도 하고 전화통화도 하고 여러 가지 다양하게 하고 있는데, 앞으로 그런 부분도 더 늘려가도록… 대면보고가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대면보고를 좀더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하겠지만, (장관들 여러분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웃음) 대면보고해서 의논했으면 좋겠다면 언제든지 만나서 얘기 듣고 그래요. 이렇게 말씀 드려야만 그렇다고 아시지. 청와대 출입하면서 내용을 전혀 모르시네. (웃음) 규제완화, 이게 덩어리 규제, 관심이 큰 규젠데 지난해에 규제 단두대에 올려서 좀 과감하게 풀자, 조금씩 해선 한이 없다, 그래서 규제 단두대 과제로 올라온 건이다, 수도권 규제가. 이것은 종합적인 국토정책 차원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인 방안도 수렴을 통해 만들어서 이 규제 부분도 좀 해결을 올해는 할 수 있도록 하겠다. Q. 인사 문제와 관련해 장·차관 등 정부 요직과 청와대 참모진의 일부 지역 출신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10년 넘게 청와대를 출입했지만 지금처럼 인사 편차가 심한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인사 소외 지역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공약한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앞으로 인사 대탕평책을 펼칠 생각은 없는지 말씀해달라. 박 대통령: 능력 있고 도덕적으로 문제 없는 그런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제가 이 힘든, 어려운 국정을 그래도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누구보다 능력 있고 도덕성에 있어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지 않는 그런 인재를 찾는 데 있어서 저만큼 관심 많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전제조건 하에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예를 들면 특정 지역이라고 해서 유능하지도 않고 감당이 안 되는데도 특혜를 받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유능하고 감당이 되는데도 특정 지역이라고 해서 차별받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지역과 관계없이 최고 인재를 얻는 것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어쨌든 그런 말씀을 하실 정도로 뭔가 편차라든가 이런 게 생겼다면 다시 한번 전체적으로 검토하고 살펴보도록 하겠다. 어떤 때는 이쪽, 어떤 때는 저쪽, 일부러 골고루 한다는 것까지는 생각을 못할 때도 있다. 왜냐하면 인재 위주로 하다보니 그렇다. 그렇더라도 전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Q. 대통령은 지난해 말 많은 논란 속에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인터뷰’를 보신 적이 있나 궁금하다. 또 이와 관련해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을 계기로 오바마 정부에서 새로운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내렸는데, 이런 조치가 계기가 돼 북미관계의 긴장 고조가 최근 개선 움직임을 보이는 남북대화 국면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박 대통령: 미국이 북한의 해킹에 대해서 이번에 취한 것은 적절한 대응조치라고 생각한다. 북한도 국제사회를 상대로 도발을 하거나 그렇게 해서는 안 되고, 국제사회에 신뢰를 보여주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이 말하자면 일부러 그런 긴장을 만든 게 아니라, 그렇게 원인을 제공하니까 미국으로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모든 상황이 꼭 이래야만 된다고 바라는 바가 있고, 뭔가 긴장이 자꾸 풀리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하지만, 상대가 있다 보니 이쪽에선 이런 대응을 안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도 북한이 지혜롭게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쪽이 긴장됐다고 해서 남북대화가 어떻게 되느냐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원칙을 갖고 북한에 대해 ‘대화에 응해 이런 현안 문제를 풀어보자’고 죽 하는 것이다. 미국은 그런 상황을 당했기 때문에 그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으나, 결국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은 그런 저런 과정을 전부 거쳐 상충되지 않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나와 대화하고 현안을 자꾸 풀어가는 쪽으로 모든 것을 이끌어 가려는 목표는 같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영화는 직접 보지는 못 했고, 언론에 내용 많이 보도돼서 이런 내용의 영화구나 하는 것은 알고 있다. Q. 올해로 집권 3년차를 맞는다. 앞으로 3년의 시간이 현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 매우 중요한 시기다. 올해 광복 70년 맞는다. 앞서 건국 대통령, 근대화 대통령, 민주화 대통령, 국민 통합의 대통령 등 그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 선 여러 대통령이 있었다. 대통령은 앞으로 3년간 가장 하고 싶은 과제가 무엇이고 훗날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박 대통령: 어떤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 하는 것보다도 제가 임기를 마치고 나면 나라가 가는 방향에 있어 ‘바른 궤도에 올라서서 가는구나’ 해서 걱정을 안 하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제 첫 번째 소망이다. 대통령마다 시대가 주는 사명이 있다. 제게 시대가 주는, 국민이 바라는 사명은 무엇인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내걸었듯이 잠재성장률, 활력이 떨어지는 경제를 다시 일으켜서 30년간 성장할 수 있게 경제 활성화, 경제부흥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잘 닦겠다는 것. 그게 제 사명이고 국민과 함께 이룰 이 시대의 일 아닌가 생각한다. 그것을 잘 완수해서 나라가 밝은 앞날로 나아가고 국민이 더 잘 사는 데 기여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다. 이 일을 하는 데는 저도 노력하고 부족한 데 더 힘쓰겠지만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언론인도 도와주셔야 하고 국회도 물론이고 국민도 이 시대에 ‘한 번 이뤄보자’ 해서 우리도 자랑스러운 세대가 돼야 하지 않겠나. 그런 것은 다 같이 마음을 모아야지,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 함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부탁 드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영화 ‘국제시장’과 한국의 문화유전자/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영화 ‘국제시장’과 한국의 문화유전자/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5년 새해 첫날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국제시장은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 때 피란 온 한 가족의 삶과 주인공 ‘덕수’의 희생과 헌신의 인생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조명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피란 생활의 고단함과 경제발전 초기의 희생, 이산가족상봉이라는 아픔을 배경으로 강력한 국가주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가난한 대한민국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 국제시장은 부모 세대의 과거를 그저 이야깃거리로 재연한 영화일 수 있다. 그러나 분단과 전쟁, 가난과 굴곡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체험해 온 50~70대에게 국제시장은 한낱 영화가 아닌 고난과 역경의 세월을 극복한 자신들의 삶의 일기장이다. 광부로, 간호사로, 혹은 군인으로 막장이나 싸움터로 나아가 가족과 나라를 지키고 경제발전에 기여한 기성 세대에게 국제시장은 대한민국을 이만큼 만들었다는 자부심과 굴곡진 세월을 대변해 주는 매개다. 그래서 영화를 본 기성세대 모두는 덕수가 “아부지예, 이만하면 저 잘 살았지예. 그런데 저 진짜 힘들었거든예…”라고 눈물지을 때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대입시켜 진한 눈물을 쏟았을 것 같다. 국제시장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광복 후 70년 동안 가난을 극복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고 세계에서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룬 주인공들을 기억하고 기념하자는 것이다. 영화에는 그동안 한국 사회의 지배적인 문화코드, 경제성장 제일주의라는 문화유전자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성장제일주의는 기성 세대에 저장돼 지배적인 기억으로 복제되고 한국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쳐 왔다. 문제는 경제를 우선시하는 경쟁과 대립의 문화유전자가 대한민국의 지배적인 행동규범이 되면서 사회의 다른 부분들에 대한 균형적 발전이 고려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경제성장과 효율성을 신봉하는 문화유전자를 가진 사회는 수도권 중심의 편중된 도시 발전, 대학입시 위주의 비정상적 교육, 계약직을 양산하는 왜곡된 노동시장을 낳았다. 원칙과 법치주의, 인권과 환경, 배려와 타협은 경제성장률에 대한 집착 속에 우리의 문화유전자 안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지난해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건, 통합진보당의 국회 진출과 해산, 대한항공 땅콩 회항과 같은 몇몇 사건은 ‘원칙을 어겨도 빨리하고 이기면 된다’는 문화유전자가 한국 사회에 만연한 결과이자 현상이다. 성장제일주의는 이제 잔잔한 바다를 항해하던 세월호마저도 가라앉힐 수 있는 관피아와 기업의 결탁, 진보의 탈을 쓴 종북 정당의 위협도 알아보지 못하는 맹목적 대립과 이념갈등, 특정 기업과 기업주들이 특혜와 특권을 당연시하는 무원칙 사회를 낳았다. 경제발전 일변도의 문화유전자를 가진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 사회의 많은 측면에서 비정상적 대립과 극단적 갈등을 경험할 것이다. 예를 들어 새해 벽두부터 청와대와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연금개혁, 노동시장 개혁 등이 기득권을 가진 집단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가족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기성세대가 또 한 번 후세를 위해 감수할 것을 감수하겠다는 타협과 양보가 없이는 해법이 요원하지만 과거의 희생에 대한 적절한 인식과 감사가 결여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통 큰 양보를 또 기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새해에는 가족과 공동체를 배려하는 문화유전자를 계승하면서 사회의 균형 발전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문화유전자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문화유전자는 한 사회와 공동체의 문화적 특성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광복 70년을 맞이하는 우리나라는 다시 새롭게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꿈꾸는 희망과 각오로 가득 차 있다. 새로운 시대는 그동안 제 역할을 다한 성장제일주의 문화유전자가 퇴장하고 그 자리에 타인에 대한 배려과 봉사, 합리성과 타협의 건강한 시민사회 문화유전자가 자리 잡을 때 가능하다. 효율성보다는 합리성이, 대결보다는 융화와 화합이, 파국보다는 건전한 대화가 사회의 지배적 원리로 작동하는 새로운 문화유전자가 다음 세대의 행동 규범을 결정하는 기본 원리가 되도록 초석을 놓는 2015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사설] 광복 70주년, 국가 중흥의 원년으로 만들자

    동해를 솟구쳐 오른 해가 풀 죽은 대지의 기상을 재촉한다. 을미년(乙未年)의 첫날, 엄한(嚴寒)의 원단(元旦)은 온기가 퍼지고 기백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희망이 마음속에서 절로 피어올라야 그것이 새해다. 그저 새해이기 때문이다. 태양은 언제나 같은 곳에서 떠오르지만 새 달력 첫 장의 의미는 다르다. 새로운 도전의 시간이 거기서 시작되는 까닭에서다. 민초(民草)가 풀 죽은 이유는 게걸음을 걷는 경제 때문이다. 일자리 없는 젊은이들과 넝마주이 신세의 노인들이 거리를 헤맨다. 실직자들은 삭풍 속에 목숨 건 투쟁을 하고 있다. 팍팍한 서민의 삶은 앞을 분간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탄식만 할 수 없다. 세네카는 “거친 땅 위에서 굳어진 발굽을 가진 짐승은 어떠한 길이라도 걸을 수 있다”고 했다. 쇠는 불 속에서 강해진다는 말도 있다. 역경은 이겨 내라고 있는 것이다. 을미년 새해는 일제의 침탈에서 벗어난 지 70년이 되는 해다. 한 나라 한 땅이 쪼개진 지도 일흔 해가 됐다. 돌이켜 보면 파란만장한 격랑의 세월이었다. 광복과 건국의 기쁨도 잠시 동족상잔의 참극이 덮쳤고 절대 빈곤이 엄습했다. 그러나 잘살아 보겠다는 일념으로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속성장의 기적을 일궈 냈다. 새해에도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드디어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국가에 진입한다. 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이 넘는 세계 일곱 번째의 ‘30·50클럽’ 멤버가 된다. 하지만 손뼉만 치고 있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다. 겉은 영글었으나 속은 썩어 가고 있다. 중산층은 와해되고 빈부 격차는 더 벌어졌다. 고용은 쉬 늘지 않고 해고의 칼바람에 실업자가 넘쳐난다. 자영업자는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생계를 위협받는 가계는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앞은 더 어둡다. 저성장은 고착화돼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불안한 국면이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최저 2.3%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기세등등한 중국의 기술력은 이미 턱밑을 넘어 우리의 머리 위로 올라서고 있다. 후발국에 밀려 삼성과 LG가 소니나 노키아 같은 신세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소통은 따뜻하되 개혁은 서릿발 같아야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가 새해에 할 일은 그래서 많다. 박 대통령이 장담했던 ‘국민 행복’은 도리어 역주행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미래의 성장동력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기업을 이끌어 주는 등대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정부다. 장밋빛 수사(修辭)에 현혹당할 국민이 아니다. 반짝 성과, 단견책(短見策)에 집착하지 말고 먼 장래를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세금을 감면해 이익을 내도록 할 게 아니라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어 돈을 많이 벌도록 유도해야 한다. 구조개혁과 규제완화는 멈출 수 없는 우리의 생명줄이다. 마지막 날에 140건이 넘는 법안을 두들기고 끝내 ‘김영란법’을 팽개친 국회의 존재 가치는 있는가. 사사건건 막말이나 쏟아내고 화합보다 분열을 조장하는 의원들에게 국가의 미래는 안중에나 있는가. 대오각성, 석고대죄해야 한다. 외국 언론의 조롱거리나 되는 ‘식물 국회’는 종언을 고하라. 권력 다툼, 사익(私益) 챙기기에 급급한 썩은 정치는 악살 박살 내야 한다. 진정 국민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국회와 의원이 되겠다고 다짐하라. 뭉쳐도 어려울 마당에 사분오열돼서는 맞서 이겨 낼 수 없다. 통합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비생산적인 이념 갈등을 툴툴 털어내야 한다. 우리는 한 배에 탄 공동운명체다. 거센 파고를 헤쳐 나갈 리더가 겸비할 덕목은 덕(德)과 용(勇)이다. 포용력과 강단(剛斷)이다. 국민이 기억하는 것은 국민을 수없이 강조했던 대통령의 초심(初心)이다. 의원, 공직자, 검사, 교사, 자영업자, 대학생, 언론인 등 국민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 놓고 소통해야 한다. 그런 한편 폭넓고 포용력 있는 용인술(用人術)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소통은 따뜻하되 개혁은 서릿발처럼 차가워야 한다. 대통령과 함께 국회도 개혁의 횃불을 드높이 맞들어야 할 것이다. 무능과 부패에 빠진 탐관오리는 국가와 국민의 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악인 부패를 적출하지 않고 선진국 진입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중국 시진핑의 거국적인 부패 척결을 본받아야 한다. ‘관피아’ 개혁은 시작에 불과하다. 고난을 딛고 웅비하는 데 힘을 모으자 내파(內波)만큼 외랑(外浪)도 거세다. 넋 놓고 티격태격 싸움질이나 하기엔 한반도 주변의 상황은 실로 엄준하다. 북한의 도발 근성은 여전히 잠복하며 우리를 겨누고 있다. 미국과 쿠바의 수교로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더욱 외톨이가 됐지만 그럴수록 핵을 도구로 삼아 분탕질을 할 가능성은 커진다. 그런 북한을 인내심을 갖고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책임도 결국 우리에게 있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프로세스가 일회성 전략으로 끝나서도 안 되는 이유는 통일이라는 긴 안목을 갖고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강국에 둘러싸인 안보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우적(友敵)이 모호한 패권 다툼의 틈바구니에서 처신은 갈수록 어렵다. 자칫하다간 양쪽에서 뺨 맞을 상황이다. 소신과 자신감을 겸비한 지혜로운 외교 전략이 요청되는 때다. 일본은 브레이크도 없이 우경화의 말로를 향해 질주 중이다. 그런 일본의 옷자락을 잡고 속도를 줄여 주는 것도 우리의 책무다. 특히 올해는 한·일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다. 과거사의 매듭은 분명히 지어야 하지만 배일(排日)만이 능사가 아니다. 흉금을 터놓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 세월호의 비극적인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참척(慘慽)의 고통은 지금도 가슴을 짓누른다. 그러나 우리에겐 전쟁, 기아, 환란(換亂), 금융위기까지 시련을 이겨 낸 저력, ‘극복의 DNA’가 있다. 세상이, 세계가 우리를 부른다. 희망은 바란다고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떨쳐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새해는 고난과 좌절을 딛고 웅비하는 대한민국 중흥의 원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 “취업난 아픈 현실…그래도 양껏 노력해서 양껏 발전할래요 ”

    “취업난 아픈 현실…그래도 양껏 노력해서 양껏 발전할래요 ”

    이제 고작 스무 해를 조금 더 살았을 뿐인데 청춘은 아프고 또 아팠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책 제목을 빌려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다독여도, ‘평균연령이 80세쯤 된다 치면 24세는 아침 7시 12분에 해당하는 이른 시간’이라며 위로해 봐도 2014년은 대다수 국민들은 물론, 특히 청춘들에게는 힘든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자신의 삶을 축약해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혼돈’과 ‘미생’(未生·바둑에서 아직 완전히 살아남지 못한 돌)을 외치는 4명의 91년생-쭤양(左揚·여·중국인)·김민영(여)·박다예(여)·조광현-을 31일 서울신문 사옥에서 만났다. 이들은 새해에 갑자기 자신들의 삶이 ‘미생’에서 ‘완생’이 될 거라는 허황된 꿈은 꾸지 않았다. 다만 올해는 좀 더 인생의 불확실성이 걷히기를,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게되길 소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해 달라. -쭤양(이하 쭤)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왔고 6년간 한국어를 공부했다. 지금은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경제학과 무역학을 공부한다. 한·중 교류에 관심이 많고 올해 한국 기업에서 인턴을 할 예정이다. -김민영(이하 김) 취업준비생으로 현재 서강대 독일문화학과에 다닌다. 2월 졸업예정인데 취업 때문에 미룰 생각이다. 지난 한 해 8곳에 입사 지원을 했는데 모두 떨어졌다. -박다예(이하 박) 취업 대신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 환경운동 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을 정기적으로 후원해 오다 자원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2014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건설로 원시림이 훼손된 가리왕산을 다녀왔다. -조광현(이하 조) 사립전문대를 다니다 2014년 군 전역 후 미래를 위해 3월부터 다른 학교에 들어가 공부할 예정이다. 청년유니온 조합원으로 임금 체불, 부당해고 문제에 대해 관심 있다. →지난 한 해 행복했는지. -김 1~3학년 때보다는 행복했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한 가지 목표를 두고 달리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이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전에는 말 그대로 ‘취업 준비’를 준비하는 시기라 더 혼란이 컸다. -박 공감한다. 이전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는데 이제 현실과 타협하면서 길을 하나로 정한다는 게 슬프다. -조 친구들이 취업도 잘 안 되고 전문대 졸업생들은 임금도 형편없이 받는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꼈다. 그래서 학교를 옮겼는데, 나름 ‘행복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쉽게 바뀔지 모르겠다. →1991년생 양띠들만의 특별한 점이 있는가. -쭤 중국에는 1990년대 태어난 사람들을 ‘90후’라고 부른다. 자식을 한 명만 낳을 수 있게 한 정책 때문에 90년대생들은 거의 다 외동이다. 사람들은 90후가 이기적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91년생은 외려 ‘80후’(80년대생)들과 좀 비슷하다. 책임감이 강하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세대라고 생각한다. 다만 80후와 다른 점이 있다면 80후는 일본 드라마를 많이 봤지만 90후부터는 한국이 친숙하다. -김 앞세대가 HOT, 젝스키스 세대였다면 우린 단연 동방신기 세대였다. 유독 조기유학 가는 친구들이 많았다. →현재 가장 큰 관심사 혹은 고민은. -조 새로 다닐 학교에서 전문 기술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 고민이다. 또 단순 기계 조립하는 곳이 아닌 전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데 취직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대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현장에서 얼마나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 대학 내내 스포츠 기자를 꿈꿨지만 현실을 위해 접어두기로 했다. 그동안 전공을 너무 외면했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어를 거의 할 줄 아는 게 없다. 졸업할 때가 되다 보니 전공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져서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 -쭤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지난주에도 부모님이랑 통화했는데 부모님은 중국에 돌아와 취직하라고 말씀하시는데 일단 한국에 남으려고 한다. 지금 돌아가면 한국어를 배운 6년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중국으로 돌아가 일을 하면 한국어도 못 쓰고 잊어버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디서 취직할지, 어떤 회사에 들어가야 할지, 어떤 일을 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길은 많아 보이지만 선택하기가 너무 힘들다. -박 길이 여러 개인데 현실적으로 생각한다고 하나로 정해 놨지만 혹시 잘못된 선택이고 다른 길이 더 좋은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다.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방향은 정해 놨지만 여전히 갈등이 있다. →인생에서 지금이 어떤 시기라고 생각하나. -박 24세면 뭔가를 결정하라는 사회적인 압박이 느껴지는데 사실 나는 좀 더 탐색 단계를 거치고 싶은 마음이다. 아직까지는 내 인생의 방향을 결론내리고 싶지 않다. -쭤 스물넷, 어리지도 성숙하지도 않은 것 같다. 성숙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시기다. 중국은 한국과 다르게 24세 정도면 거의 다 결혼하고 늦게 결혼하는 사람은 성격이 좀 이상해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다행히 한국에 있어서 스스로에게 더 시간을 주는 느낌이다. 그만큼 더 많이 생각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한 해 세월호 참사,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 등 굵직한 사건이 많았는데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 -박 어른들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 우리보다 경험도 많고 공부할 기회도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대체 그 세월 동안 뭘 한 건지…. 기본도 안 돼 있는 어른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 어른들이 고위층에 상당히 많은 것 같아서 더 실망을 했다. 특히 ‘땅콩 회항’의 당사자야말로 배울 기회가 정말 많았을 텐데, 그렇게 미성숙하다는 게 안타깝다. -김 세월호 참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런 참사를 겪으면서 슬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풀어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는데 누군가는 감추려 하고 또 누군가는 슬픈 감정을 이용하려 하는 것 같다. →새해 스스로, 혹은 대한민국이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김 ‘땅콩 회항’ 기사에 달린 댓글을 봤는데 ‘당신들이 다 조현아’라고 쓰여 있더라. 그걸 보면서 내 행동도 되돌아보게 됐다. 한국사회에 자기 지위가 남보다 조금만 더 높아도 ‘갑질’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제발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쭤 편하게 안주하고 싶지 않다.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치열하게 싸우고 싶다. 이게 내 각오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에게 늘 한계가 있는데 더 넓은 마음으로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문화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박 나는 계속 미생으로 남을 것 같다. 미생이 원래 바둑 용어지만 그걸 더 넓혀서 한국사회 자체가 미생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완생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갑질’을 하는데 자신부터 되돌아보고 나도 반성 많이 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정리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우리 행장님 별명은요

    우리 행장님 별명은요

    ‘K9, 조이 투게더(Joy Together), 닥터 피시….’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언뜻 보면 연결 고리가 찾아지지 않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별명’이다. 어떤 이는 ‘불경스럽다’고 할지 모르지만 CEO 별명은 조직원들의 관심과 애정의 방증이기도 하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30일 취임을 앞둔 이광구 우리은행장 내정자를 ‘K9’(케이 나인)으로 부른다. 이름자 ‘광’의 영문 이니셜(K)과 ‘구’의 영어(나인)를 합성한 것이다. 기아차의 K9이 ‘최고급 사양’이라는 것도 ‘조직 넘버원’의 위상과 맞아떨어진다. 공교롭게도 이 내정자가 부행장 시절 타고 다녔던 관용차도 K9이다. 우리은행은 회장과 행장을 영어 이니셜로 부르는 것이 전통이다. 이팔성 전 회장은 ‘PS’, 이순우 행장은 ‘SW’로 통한다. 경영 전략 차원에서 스스로 별명을 짓고 의미를 부여하는 CEO도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직후인 2012년 3월 취임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원활한 통합을 도모한다는 의미로 김 회장 스스로 이름 이니셜(JT)에 ‘Joy Together’(함께 즐기자)라는 ‘해몽’을 달았다.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도 마찬가지다. 이 전 행장의 이름 이니셜은 CH다. 그는 2008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이름에도 상업(C), 한일(H)이 들어가 있는 만큼 조직 화합의 적임자”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은행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쳐져 탄생한 은행이다. 언어유희를 활용한 별명도 있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의 별칭은 ‘닥터 피시’(어 박사)다. 고려대 총장 출신인 어 전 회장은 실제 경영학 박사다. 어 전 회장 시절 호흡을 맞췄던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은 ‘어바타’(어윤대+아바타)로 불렸다. 어 전 회장이 은행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했던 것을 풍자한 별명이다. 김주하 농협은행장의 별명도 재미있다. 직원들과 저녁 술자리를 즐기는 김 행장은 스스로 ‘주당’이라고 별명을 붙였다. ‘주’는 이름자 주(周)이기도 하고 술 주(酒)이기도 하다. 반면 직원들은 김 행장이 “천수답 경영에서 수리답(水利畓) 경영으로 전환하자”고 강조한 뒤부터 ‘술이 답’(발음은 수리답과 같다)이라는 별칭을 즐겨 쓴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업무를 ‘깨알처럼’ 꼼꼼히 챙긴다고 해서 ‘서 대리’로 불린다. 요즘에는 자나깨나 “뚝심 있게, 배짱 있게, 기운차게”를 외쳐 ‘뚝배기’가 더 애용된다는 게 신한 측의 주장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기억력이 비상해 ‘걸어다니는 컴퓨터’로 통한다. 인사부장 시절 직원 4000명의 학력과 이력을 줄줄이 꿴 것은 유명한 일화다. 기억력만큼 큰 머리 사이즈 덕분에 ‘대두(大頭) 장군’이라 불리기도 한다. 15년 넘게 CEO로 군림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두뇌 회전도 빨라 ‘왕 회장’ ‘사막의 여우’(로멜)로 불렸다. 그런가 하면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은 이렇다 할 별칭이 없다. 임직원들은 사석에서조차 두 CEO에 대한 언급을 기피했다고 한다. 특정 라인으로 분류되는 것을 두려워해서였다는 후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9일 “경직된 조직문화 속에서는 CEO에게 별명을 붙이기 어렵다”며 “조직 특성이나 문제점을 날카롭게 함축한 별명은 그냥 웃고 넘어가기엔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헌재 정당해산 결정문’ 오류 논란

    통합진보당 주도 세력을 명시한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문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헌재가 주도 세력의 활동을 근거로 당 활동의 위헌성을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하면 사소한 오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잘못 인용된 이들은 헌재 재판관을 대상으로 명예훼손 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헌재는 결정문 48~49쪽에서 “민혁당이 경기동부연합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은 이석기가 주도한 내란 관련 회합 참석자들을 통해서도 확인된다”며 이석기, 이상호, 홍순석, 한동근, 조양원, 김근래 등 내란 음모 사건의 피고인들을 비롯한 20명을 구체적인 직위와 함께 적시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A씨는 이 회합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가 통합진보당 주도 세력이 주요 당직을 장악했다고 설명하면서 내란 관련 회합 참석자로 언급한 B씨도 실제 회합에 참석하지 않은 인물로 전해졌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A씨는 형사소송에서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회합 참석자로 한 번도 거론하지 않은 사람이고, 탈당해 현재 당원도 아니다”라며 “헌재가 명백하고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결정문을 썼다”고 주장했다. A씨 등은 해산 결정과 관련해 다수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8명이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내란 관련 기록을 헌재에 제출했기 때문에 A씨 등은 거기에 언급돼 있을 것”이라며 “통합진보당 사수 결의대회 등에 한 번은 참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문에서 ‘혁명조직(RO) 회합’을 ‘내란 관련 회합’으로 지칭한 것은 106쪽부터”라며 “A씨 등이 나온 앞부분에서 ‘내란 관련 회합’은 포괄적 의미로 사용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민주주의 송두리째 무너져 대한민국 독재국가로 전락”

    “민주주의 송두리째 무너져 대한민국 독재국가로 전락”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무너졌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전락시켰습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19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이 대표는 헌재 선고 직후 입장 발표를 통해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인 헌재가 허구와 상상을 동원한 판결로 스스로 전체주의의 빗장을 열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오늘 이후 자주와 민주, 평등, 평화, 통일의 강령도 노동자, 농민, 민중의 정치도 금지됐다”면서 “자유를 송두리째 부정당한 암흑의 시간이 다시 시작됐다”고 성토했다. 이 대표는 자신에게 책임을 물어 달라고 했다. 역사의 후퇴를 막지 못한 것을 통감한다고도 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하는 마지막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헌재의 결정이) 저희 마음속에 키워온 진보 정치의 꿈까지 해산시킬 수는 없다”면서 “고단한 민중과 갈라져 아픈 한반도에 대한 사랑마저 금지할 수는 없다”고 재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이 꿈과 사랑을 없앨 수 없기에 어떤 정권도 진보정치를 막을 수 없다”면서 “그 누구도 진보 정치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민주주의와 진보에 대한 열망은 짓누를수록 더 넓게 퍼져 나간다는 역사의 법칙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한 뒤 “종북몰이로 지탱해온 낡은 분단 체제는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여러분이 함께 나눴던 진보 정치의 꿈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합진보당 측 소송 대리인단은 성명을 통해 “오늘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2년째 되는 날”이라며 “코너에 몰린 대통령에게 선물을 주듯이 해산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헌재 다수 의견은 공안 검사들의 공소장과 다름없다”고 쏘아붙인 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논쟁과 논의를 무시한 채 편견과 지배세력의 의견에 따라 기소한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통일한국 미래 위해 北인권 꼭 개선돼야”

    “통일한국 미래 위해 北인권 꼭 개선돼야”

    박근혜(얼굴) 대통령은 2일 제3차 통일준비위원회를 주재하고 “북한 인권 문제는 인류보편적 가치를 보호하는 차원뿐 아니라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북한 주민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누려야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통합도 빨라질 수 있고 모두가 행복한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통일준비위의 주요 임무로 남북 간 민간 교류와 협력 증진, 통일 시 제기될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연구, 통일 네트워크 구심점화, 민관 협력 수준의 제고 등 4가지 방안을 제시했으며 “내년은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로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종욱 통일준비위 민간 부위원장은 연말까지 통일헌장 시안을 작성하고 내년 상반기 중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행사 참석자들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성경에도 그런 얘기를 한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사람들이 고난이 많다”며 “항상 어려움도 있고 고민도 하고 그래서 ‘세상 마치는 날이 고민이 끝나는 날’이라고 말할 정도로 어려움이 많다”고 밝혀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 유출 파문과 관련, 불편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공감과 설득을 이끄는 정보화 설계도(EA) 시각화/ 이수동 한국인포그래픽협회장

    공감과 설득을 이끄는 정보화 설계도(EA) 시각화/ 이수동 한국인포그래픽협회장

    공감과 설득을 이끄는 정보화 설계도(EA) 시각화/ 이수동 한국인포그래픽협회장 천체 촬영을 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피사체에 대한 이해다. 풍경사진이나 인물사진처럼 일상생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피사체의 경우 변화를 예상하기 쉽고 응용이 가능하지만 천체사진의 경우 기초적인 지식이 없다면 촬영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별자리의 좌표를 담은 ‘천체도’를 가지고 사전에 충분한 학습을 한 후 관측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전체 좌표를 담은 설계도를 가지고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 비단 천체도 뿐이겠는가?“ 전자정부의 핵심인 공공부문의 정보화설계도(EA) 역시 마찬가지다. 다양한 기관이 추진 중인 정보화 정책의 추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현상을 파악한 설계도가 필요하다. 결국 ‘EA 핵심’은 국가가 국민의 행복을 위해 현재 공공부문이 추진 중인 정보화 추진정책이 효율적으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수시로 파악하면서 처방을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정확한 처방을 내리기 위해서는 전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전체를 봐야 구조를 볼 수 있고 대상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EA설계도를 그리기 위해서는 설계도 제작 목적이 우선 명확해야 한다.’   행정 서비스를 범정부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함인지 개별적 기관의 데이터 및 자산관리를 설계하는 것이 우선인지 그 순서를 설정해야 한다. 다음은 EA설계도 자체가 조직구성원 전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방식’을 따라야 한다. 정보기술 분야는 다른 분야와 달리 용어가 매우 낯설고 이를 해석하는 사람들 간에 차이가 매우 크다. 해당 엔지니어와 관리자 그리고 정책 결정을 하는 결정자 모두 관련 용어를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고 심지어 해석을 하다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EA설계도에 표현되는 모든 글과 그림은 미루어 짐작해서 해석을 해야 하는 하이텍스트(고맥락메시지:High Context)가 이닌 직접 이해 가능한 로 텍스트(저맥락메시지: Low Context)로 기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EA를 추진하고자 하는 공공기관 구성원 모두가 ‘왜 EA설계도’가 필요하고,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가 속한 기관에서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공감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EA 성공’ 여부는 구성원 전체가 ‘이해와 공감’을 먼저 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감과 이해의 시작은 바로 ‘EA설계도’를 시각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포그래픽’으로 표현 하는 것이다. EA를 추진하는 주요 글로벌 기업의 최근 공통적인 특징은 해당 프로젝트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인포그래픽’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용어와 시스템구조, 편익의 구체적 데이터를 인포그래픽과 같은 시각적 표현으로 이해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듣고 기억한 정보는 시간이 지나면 15% 정도만 기억에 남지만 이미지가 결합되면 약 89%가량 기억을 해낸다.” 라는 스탠포드 대학이 발표한 통계도 있다.   복잡한 정보일수록 단시간에 해독할 수 있도록 하는 그래픽 묘사와 서사적 표현이 필요하다.  “EA설계도 역시 다양한 이해관계와 복잡한 정보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정보화를 위해 수집한 자료는 모두 정보라 할 수 없다. 시간과 예산을 고려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판단해 핵심자료만 추출해 이를 설계도에 반영해야 한다.   처음 ‘EA설계도’는 전체를 살펴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이후 세부 추진 목적에 따른 ‘EA 실행설계도’ 가 마련돼야 한다. 시행 후 현재 추진 중인 정보화 추진 정책의 효과를 쉽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대국민 EA 추진 성과홍보’ 역시 그래픽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픽으로 표현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목표 대비 성과를 계량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터가 기술 되어야 한다. 즉 ‘데이터그래픽’으로 나타낸 EA설계도를 말한다.   국가 조직의 업무, 정보와 응용시스템을 지원하는 정보기술의 현재 상황을 단순히 서술하는 ‘고맥락메시지’ 로 문제점을 해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래픽으로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하는 대국민 언어로 풀어주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천체도 없이 별자리 관측을 제대로 할 수 없듯 정보화의 이해도가 처음부터 많지 않은 실무자와 의사결정자가 보더라도 쉽고 정확히 사실 자체를 해독할 수 있는 EA설계도가 그려지는 것이 공공부문 정보화 시작의 기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현 한국인포그래픽협회장, 브이랩인포그래픽연구소장 ● 전 한국온라인신문협회 사무국장 ● 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 인포그래픽 우수상 수상 
  • [김종면 칼럼] 근현대사는 죄가 없다

    [김종면 칼럼] 근현대사는 죄가 없다

    19세기 독일 역사가 레오폴트 랑케가 ‘사실로서의 역사’를 주창했다면 20세기 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카는 ‘이야기로서의 역사’를 강조했다. 역사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랑케의 ‘객관’에서 찾아야 할까 카의 ‘주관’에서 찾아야 할까. 랑케의 가르침대로 역사가가 사실만 기술할 뿐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면 그 공허함은 무엇으로 메우나. 카의 말대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요, 해석되어 서술되는 것이라면 그로 말미암은 소잡함은 어찌 해야 하나. 어느 쪽이든 일면의 진실이 있으니 객관과 주관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역사의 길을 찾는 게 현명할 듯하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특히 근현대사의 경우 해석을 배제하고 사실만을 기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역사교과서 기술조차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시끄러운 판에 교육부는 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근현대사 부분을 대폭 축소하기로 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역사교과서를 놓고 허구한 날 싸움이니 역사 자체가 해악일 지경이다. 현재 5대5로 돼 있는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비율을 알려진 바와 같이 7대3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딱한 것은 근현대사 비중을 줄여야 한다며 들이대는 논리가 공소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반만년 역사’ 가운데 150년에 불과한 근현대사 비중이 한국사 교과서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만 해도 그렇다. 전근대든 근현대든 세월의 길이가 문제가 아니다. 19세기 후반 개항 이후 우리의 의식과 삶의 조건을 송두리째 바꾼 큰 사건만 해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일제강점과 해방, 6·25전쟁, 4·19혁명, 5·16쿠데타, 산업화와 민주화 그 격동의 시대를 어떻게 기원전 고조선이나 4세기 삼국시대의 고릿적 얘기와 같은 무게로 다룰 수 있단 말인가. 근현대사를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중국은 1990년대 초 ‘전일제 중고교 역사 교과요강’을 발표한 뒤 지금까지 근현대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오고 있다. 일본 또한 일본사와 세계사를 통합한 근현대사 과목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권위자인 브루스 커밍스는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 정부는 ‘모래에 머리를 파묻은 타조’처럼 불편한 과거사에 대해 무작정 귀를 막으려 하고 있다. 이는 ‘국가적 자긍심’을 명분으로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일본 우익들의 행태와 다를 것이 없다”고 쓴소리를 한 적이 있다. 새겨들을 만하다. 아름다운 화음뿐 아니라 귀에 거슬리는 불협화음도 받아들일 수 있는 날카로운 감수성이 있어야 새로운 음의 창조도 가능하다. 아무리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남루한 과거일지라도 기억의 전수 자체를 꺼려서는 안 된다. 이념논란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근현대사 비중을 줄인다거나 이념논쟁을 촉발시킬 근현대사는 후대에 평가해 가르쳐야 한다는 식의 정치적 접근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미래세대에게 보편적 시민정신과 역사의식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근현대사 교육을 오히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념적으로 크게 논란이 되는 대목이 있다면 더욱 더 적극적인 담론투쟁을 통해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워나가야 마땅하다. 근현대사 비중을 축소하기에 앞서 그동안 우리 근현대사 교육이 자존에 근거한 자기인식적 자국사 교육이 아니라 타자에 의한 분열과 내부의 갈등만 도드라지게 만든 자기학대적 교육은 아니었는지 반성부터 먼저 해야 한다. 10만명의 나치부역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프랑스는 역사교과서에 부역자 숙청 사진을 싣는다. 그들에게도 부역자 숙청 문제는 여전히 미완의 아픈 역사로 남아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공식 기억’으로 갈무리해 후대에 전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이념 논쟁을 빌미로 근현대사 서술을 줄이고 역사교육을 위축시킨다면 문명국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사를 주머니 속 공기돌쯤으로 여기고 갖고 놀려고 하는 세력이 문제지 파란곡절의 우리 근현대사가 무슨 죄인가. 수석논설위원
  • 13일 수능대박 기원! 점검사항 체크!

    13일 수능대박 기원! 점검사항 체크!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3일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1216개 시험장에서 치러진다. 지원자는 지난해보다 1만 126명 감소한 64만 621명이다. 지난해 선택형이었던 영어 영역은 통합형으로 전환됐다. 국어와 수학은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 중 하나를 선택하는 수준별 시험을 치른다. 수능 응시자들은 오전 8시 10분까지 시험장에 들어가야 한다. 지각이 우려되거나 수험표를 갖고 오지 않은 수험생은 112로 신고하면 경찰이 순찰차나 사이드카로 긴급 이송해준다. 서울은 수능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도까지 떨어진다. 수원·세종 영하 3도, 춘천 영하 5도 등 중부 지방 곳곳에서 ‘수능 한파’가 예상돼 옷차림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3교시 영어 영역 듣기평가가 실시되는 오후 1시 10분부터 1시 35분까지 25분간 소음을 통제하기 위해 군뿐만 아니라 민간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된다. 시험장에는 휴대전화를 가져가지 않는 게 좋다. 수능 부정행위로 시험무효 처리된 수험생은 지난 5년간 705명에 이르는데, 휴대전화를 소지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290건으로 가장 많았다. 2개 과목을 선택해 응시하는 4교시 시험에서 각 과목당 배정된 30분 시험시간을 지키지 않고 미리 다음 과목의 문제를 풀이하다가 적발된 부정행위 사례가 287건으로 뒤를 이었다. 수능을 마치고 나오면 수능 영역별 정답이 공개된다. 전문가들은 수능을 본 뒤 피로하더라도 당일 가채점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수시 대학별 고사를 치르는 수험생은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지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윤상형 영동고 교사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15일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 대학별 고사에 응할지 말지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며 “수시모집에서 합격하면 정시를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가채점 점수가 좋다면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 준비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수험표 뒷면 등을 이용해 자신이 기재한 답을 적어서 나온 경우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기억에 의존해 채점했다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채점을 해야 한다. 어떤 답을 썼는지 헷갈리는 문제가 있다면 틀린 것으로 간주하는 게 좋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한·중 FTA 타결] 내년 1~2월 협정문 공개… 국회 비준은 몇년 걸릴 수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됐지만 국회 비준을 거쳐 발효될 때까지는 만만치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부 간 본 서명까지는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농업과 축산업 등 당장 피해가 적지 않은 분야의 반발이 극심해 국회 비준이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양측의 협정문이 공개되는 시점은 조문에 대한 추가적인 법률 검토 등을 거쳐 내년 1~2월 중순쯤이 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73조에 따라 조약의 체결·비준권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이다. 하지만 FTA 등 주요 조약은 대통령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이를 체결·비준하기 전에 국회의 동의를 받게 돼 있다. 국회에 비준동의안이 제출되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및 관련 상임위원회에 부쳐져 전체회의와 제안설명, 검토보고, 대체토론 등을 거쳐야 한다. 이후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의결(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을 거치면 본회의에 넘겨져 다시 의결(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반대 여론과 이를 고려해야 하는 정치권의 역학구도 등을 감안할 때 비준은 쉽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예상대로 여야는 10일 상반된 논평을 내놓으며 험로를 예고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중국과 FTA 체결로 세계 경제 영토가 73%나 되는 FTA 강국으로 거듭나게 됐고 경제적 통합에 있어서 주도적 위상을 확보하게 됐다”고 반색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한·중 정상회담에 맞춘 졸속 타결”이라고 깎아내렸다. 유기홍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정보기술(IT) 및 자동차는 현지 생산 비중이 높고 정유·화학 역시 관세율이 높지 않은 데다 중국 내 공급과잉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농업 분야 피해가 한·미 FTA 피해의 다섯 배에 달할 것으로 우려되는데 농민들의 목소리를 박근혜 대통령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미 FTA 체결 당시와는 달리 당장 대선과 총선 등 정치 일정이 잡혀 있지는 않지만 워낙 농업 관련 분야의 반대가 심한 편이라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FTA 이전에도 평균 관세율이 2% 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았다. 반면 중국은 평균 관세율이 9.6%이고 비농산물 관세율도 한국(6.8%)보다 높은 8.7%다. 특히 미국은 쌀을 제외하면 우리가 먹는 것과 크게 겹치지 않지만 중국은 거의 같은 종류의 농산물을 엄청난 노동력을 바탕으로 싸게 생산한다. FTA로 농산물 관세가 낮아지면 가격 경쟁력에서 국내 농산물은 중국산을 상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제주, 경북 등 전국적으로 시위가 잇따르며 한·중 FTA 반대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FTA 발효에 앞서 일부 어긋나는 법률 개정작업도 완료돼야 하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밀려 있는 한·호주 및 한·캐나다 FTA의 국회 비준도 걸림돌이다. 그동안 세월호 문제 등 각종 사회·정치 이슈 등에 밀려 2건의 FTA가 보류된 상황이다. 호주와 일본 간 FTA가 한·호주 FTA에 앞서 발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 등에서는 신속한 비준을 요구하고 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예산 따내기 담합’으로 비치는 영호남 만남

    지난해 말 경북·전남 지역 여야 국회의원 26명이 정치권에서부터 지역 갈등의 파고를 조금이라도 줄여 보자며 만든 단체가 바로 ‘동서화합포럼’이다. 올 1월엔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고 3월엔 답방으로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기도 했다. 국민 대통합의 결정적 단초인 영호남 화합의 물꼬를 트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평가할 만하다. 영호남이 하나가 되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은 진작부터 있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4년 ‘호남에 제2의 지역구 갖기 운동’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민망할 정도로 보잘것없었다. 영호남 지역주의는 근래 들어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지만 여전히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존재다. 평소에는 잠복해 있다가도 선거 때면 으레 코브라처럼 고개를 바짝 쳐든다. 결코 만만찮은 지명도와 명망을 지닌 인사도 영호남 ‘적지’(敵地)에서 출마하면 여지없이 패하고 만다. 지난 7월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것을 놓고 무슨 기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 정도였으니 지역주의의 벽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동서화합포럼이 출범했을 때 많은 국민은 모임의 진정성을 반신반의하면서도 한 가닥 기대를 걸었다. 고착화된 지역 구도에 어떤 식으로든 균열을 낼 필요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구 의원들이 보여 준 것은 이벤트적 성격이 짙은 전직 대통령 생가 교환방문 같은 일 외에는 별로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동서화합포럼 의원들이 그제 8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오랜만의 회합인 만큼 동서화합을 위한 다양한 지역 현안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힘을 모아 예산을 많이 따내자는 것 외에는 주목할 만한 얘기가 없었다고 한다.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예산을 많이 따와야 한다”고 한 영남 지역구 의원이 있는가 하면, 어느 호남 지역 의원은 “(예산만) 책임져 주시면 저희 전남 발전을 위해 영혼을 팔겠다. 최경환 부총리를 비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양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파는 꼴 아닌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절감으로 전국이 끌탕인 마당에 대구∼광주 간 88고속도로 확장 공사를 조기에 완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했을 때 이미 동서화합포럼의 진정성은 의심받은 터다. SOC 사업을 밀어 주는 것이 영호남 화합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아닐 것이다. ‘예산공조’를 위해 특정 지역 국회의원 수십 명이 무리를 짓는 것은 자칫 ‘담합’으로 비칠 수도 있다. 동서화합이란 이름의 욕망의 정치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 [인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 송인창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우체국금융개발원장 김홍일 ■ 특허청 ◇과장급 △특허심판원 심판관 전기억 ■대구시 △홍보담당관 이길호△도시브랜드담당관 박광용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 직무대리 조동암△안전행정국장 강상석△건설교통국장 이일희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단장 김진(울산대 교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본부장△물리연구 김철호△화학연구 김석현△생물연구 강래선△지질·지구물리연구 정갑식△연안공학연구 서승남△미래인재양성 김봉채△해양관측운영 이하웅△경영지원 김재순◇센터장△해양위성연구 박영제△해양방위연구 이용국△심해저광물자원연구 문재운△연안재해재난연구 박광순△해외생물자원연구 이연주△선박평형수 신경순△특정해역보전관리연구 정창수△관할해역지질연구 김한준△유류물질연구 심원준△수중건설로봇연구 장인성◇연구소장△해양정책 박성욱◇부장△기획 김영성△연구사업 정성재△국제협력 장도수△행정 김세용△시설관리 노원대◇대장△울릉도·독도해양과학기지 김종만◇실장△R&D실용화 김석기△학사행정 강현주△연구선운항관리 박건태△해양관측자료 최현우△미래창조전략 김태영◇단장△종합연구선건조사업 박정기 ■한국전기연구원 ◇본부장·부장급 <본부장>△차세대전력망연구 김석주△HVDC연구 유동욱△전기추진연구 권순만△창의원천연구 송재성△첨단의료기기연구 강욱△대전력평가 이용한△전기기기평가 이용준<부·실장>△기술사업화부 김옥곤△미래전략실 김은동△경영지원부 노판석◇센터장·실장급 <센터장>△스마트전력망연구 이정호△스마트배전연구 조창희△전기환경연구 이재복△전기정보망연구 최성수△전력정책연구 조기선△전력변환연구 백주원△전력기기연구 이우영△초전도연구 하동우△전기추진연구 류홍제△전동력연구 우병철△정밀제어연구 김홍주△절연재료연구 박효열△전지연구 엄승욱△열전기술연구 오민욱△융복합의료기기연구 박영진△전자기응용연구 김광훈<실장>△대전력평가1 박승재△고전압평가 허종철△스마트그리드기기평가 정중일△대전력평가2 이동준△품질인증1 김민규△품질인증2 원호성△고객지원 박명국△인력개발 백창제△중소기업지원(중소기업지원통합센터장 겸임) 김용주△홍보협력 류동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원장 진미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임용△SW융합진흥본부장 한호현◇보임△SW융합진흥본부 지능통신사업단장 전준수△창조기반조성본부 평가관리단장 황정애△창조기반조성본부 기업지원단장 김종석△경영지원단장 이진규 ■문화일보 △논설위원 황성준 ■아시아경제신문 ◇국장 임용△전략사업본부장(미래디자인연구소장 겸임) 박동석 ■코리아타임스 △논설위원실 주필(CQO·상무 겸임) 사동석 ■한화생명 ◇지역단장△서부 유용식△종로 장인순△동부광진 한규갑△서울 방주혁△강동 김영구△서초 황태진△인천 이우형△둔산 권용수△전남 한규동△광주 진정수△수성 김상주△창원 김경익△부산거제 문임준 ■LIG투자자문 △대표이사 윤성희 ■한국HP ◇상무△엔터프라이즈그룹 유석근 조석현△인프라스트럭처 문제남◇이사△엔터프라이즈그룹 곽내형 김철현 백호성 조기승 최임운△HP소프트웨어 윤석만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상무△커뮤니케이션 및 기업사회공헌(CSR) 업무책임자 박선미 ■TBWA코리아 △대표이사(CEO) 이수원△크리에이티브대표(CCO) 박웅현 ■동부메탈 △대표이사 사장 곽원렬
  • 나라말 다른 엄마들 ‘한글’로 통하다

    나라말 다른 엄마들 ‘한글’로 통하다

    “엄마가 도전 골든벨 일등했어. 주찬아 사랑해. 여보 사랑해요.” 7일 서대문구청 6층 대강당에서 가진 결혼이민자 우리말 겨루기 대회에서 최종 우승한 티아위(캄보디아·20)씨는 소감을 묻자 이같이 말하며 수줍어했다. 티아위씨는 “한글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하고 있는데 상까지 받아서 너무 기쁘다”고 덧붙였다. 결혼 2년차인 그녀는 응원 나온 남편과 17개월 된 아들을 보며 연신 웃음 지었다. 서대문구가 제568돌 한글날을 앞두고 마련한 이날 행사엔 결혼 이민자 30명이 우리말 실력을 겨뤘다. 오전 10시 30분부터 낮 12시까지 문제를 맞힌 사람만 다음 문제를 풀 수 있는 ‘도전 골든벨’ 형식으로 진행됐다.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 출신의 결혼 이민자들은 문제를 틀리면 아쉬워하는가 하면 패자부활전을 통해 다시 기회를 얻으면 재도전 의지를 불살랐다. 문제는 20개. 만났을 때 하는 인사말인 ‘안녕하세요’를 묻는 첫 번째 문제는 전원 통과했다. ‘ㄱ’ 을 묻는 일곱 번째 문제엔 기억, 기응 등 발음을 잘못 써 대거 탈락했다. 최종 두 명의 승패를 가른 문제는 ‘볼기’가 몸의 어느 부분인지를 알아맞히는 것이었다. 문석진 구청장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결혼 이민자에게 한국어 교육, 가족통합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오늘 행사에 참가한 결혼 이민자들이 한글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더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문화 가족들의 한글 사랑과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 앞으로도 매년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구는 이날 주민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도 펼쳤다. 오후 2시엔 이화여대 국어문화원장인 최형용 교수가 ‘한글 창제에 담긴 세종의 뜻’과 ‘한글 창제 과정’, ‘한글의 위상과 가치’를 주제로 강의했다. 강병인 작가는 ‘한글의 조형적 아름다움’과 ‘소리를 기호화한 한글의 신비’를 강의하고 한글 캘리그래피 작품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구가 추진하고 있는 국어 진흥 정책과 맞물려 있다. 구는 열린 구정, 주민과의 소통 확대를 위한 국어 정책을 위해 지난달 국어전문관을 채용했다. 국어전문관은 공공 언어 업무를 총괄하고 공무원과 구민의 국어 능력 향상 방안을 마련한다. 가령 언어문화 개선 캠페인, 구 누리문·홍보물·안내문 교정 감수, 외부기관 연계 국어능력 강화 등에 힘쓴다. 자치구 가운데는 처음이다. 문 구청장은 “행정용어 순화와 바른 우리말, 우리글 사용에 구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그들만의 잔치 ‘비엔날레’

    그들만의 잔치 ‘비엔날레’

    짝수해인 올해 전국 각지에서 5개의 대형 비엔날레가 동시에 열리면서 ‘비엔날레 피로증후군’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크고 작은 미술행사까지 가세한 탓에 ‘비엔날레 공화국’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정작 이름 한번 들어보지 못한 행사도 한둘이 아닌 데다, 대다수 비엔날레의 수준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국고 보조를 받는 전국의 5대 비엔날레가 거의 같은 시기에 봇물을 이뤄 ‘그들만의 잔치’라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자연미술에 초점을 맞춘 제6회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일찌감치 지난 8월 말 개막해 충남 공주 일대에서 이어지고 있다. 종합비엔날레로 불리는 제10회 광주비엔날레와 제8회 부산비엔날레는 지난 4일과 20일 각각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또 ‘사진의 기억’과 ‘달그림자’를 주제로 한 제5회 대구사진비엔날레와 제2회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지난 12일과 25일 개막했다. 이 가운데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제외한 나머지 4개 비엔날레는 오는 11월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여기에 격년제 예술행사로 지난 2일 개막한 제8회 미디어시티서울이 열리고 있고, 오는 11월에는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모색하는 대전비엔날레가 개막한다. 이 같은 흐름은 내년 4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가 바통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이코리아전북비엔날레,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프로젝트 대전,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평창비엔날레 등 다른 행사들까지 합하면 국내에서는 연중 비엔날레가 끊이지 않는다. 격년제 미술제인 비엔날레는 국내의 경우 전국적으로 10여개로 추산된다. 비엔날레라는 이름까지 붙진 않았으나 비슷한 형태의 ‘미술제’나 ‘미디어 아트’ 등을 합하면 20개에 육박한다. 전 세계적으로 비엔날레가 200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절대 과잉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이름만 그럴 듯할 뿐 외국 작가 몇 명의 작품을 들여와 비엔날레라고 부르는 적지 않은 행사들에 미술계의 경계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판을 벌여놨으나 신통치 않은 결과에 실망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존재감이 없어진 행사도 적지 않다. 2000년대 중반 개막해 2010년 문을 닫은 인천여성비엔날레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행사는 3만명 안팎의 관람객을 모으다 국비지원이 끊긴 직후 자취를 감췄다. 운영 미숙과 예산 부족, 입장객 부풀리기 등은 이들 비엔날레의 대표적 부작용이다. 대다수 지자체 수장들이 공적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행사를 주도하면서 정부에 터무니없는 국고보조금을 요구하거나 산하 재단이나 조직위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수십만명의 입장객이 들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1명의 유료 입장객이 통합권을 이용해 세 곳의 각기 다른 전시장을 돌아볼 경우 이를 3명의 유료 입장객으로 중복 집계하거나 해수욕장에서 부설 전람회를 열고 해변을 찾는 피서객을 모두 입장객으로 산정하는 촌극이 벌어지기까지 한다. 갈수록 떨어지거나 정체되는 비엔날레의 작품 수준은 피로감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관람객 숫자가 예전만 못한 까닭은 광주나 부산과 같은 대형 종합비엔날레조차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이 좁은 땅에 이렇게 많은 비엔날레가 존재해야 하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개운한 맛이 없다”는 비판은 한창 진행 중인 5대 비엔날레에도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광주비엔날레는 비교적 주제가 명확하게 표현됐으나 아쉬움이 남고, 부산비엔날레는 다소 난해하며 방향성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진일보한 움직임을 찾기 힘들고, 창원조각비엔날레는 2년 전의 이정표가 올해도 그대로 방치돼 있을 만큼 불친절한 전시라고 평가했다.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새로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장기적인 계획이 빠져 있다는 비판이 줄을 잇는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에 위탁해 현재 진행중인 5대 비엔날레에 대한 평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3월 보고서가 완성되면, 국고 보조금 결정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국내 비엔날레들은 뚜렷한 목적성 없이 관성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작지만 알찬 미술축제를 이어가는 폴란드 그단스크시의 사례처럼 비엔날레를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 여는 국내 지자체들은 각 지역에 걸맞은 예술행사가 무엇인지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부모 교육이 필요한 사회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부모 교육이 필요한 사회

    숙제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며칠 전 교육부가 문·이과통합교육과정을 발표했습니다. 통합사회 교과서를 국정으로 펴내는 문제를 놓고 일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지만 솔직히 대다수 학부모들은 제대로 된 교과서라면 국정이든 검인증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직접 관련은 없지만 지금 자녀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부모들은 새로 바뀐 교육과정 내용을 파악하고, 자녀를 어떻게 준비시켜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에 빠졌을 겁니다. 부모라면 어디 대학입시만 버겁겠습니까. 취학 전 시작된 보육 전쟁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학교 공부 봐주랴, 친구 사귀는 것 도와주랴, 학원 알아보랴, 할 일이 끝이 없습니다. 혼자인 아이들이 많은 가정에서 오후 2~3시면 학교에서 돌아와 친구들과 뭔가를 배울 데를 찾게 되고, 그런 가운데 학원은 일하는 엄마들에게 구세주입니다. 세상이 워낙 흉흉하다 보니 집이건 학원이건 아이 안전도 걱정입니다. 어린이집, 유치원에만 보내면 안심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왕왕 생깁니다. 학교에서는 혹시 집단 따돌림을 당하거나 친구들을 괴롭히는 건 아닌 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학교생활에 대해 묻는 말에 ‘네’ ‘아니요’라고 외마디 대답이라도 하면 다행이라 안도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앉으나 서나 스마트폰으로 카톡하고 게임하느라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밥상머리 교육은 그림의 떡이라고 한숨 쉬는 부모들도 봅니다. 이렇게까지 가정이 붕괴된 데에는 물론 부모 잘못이 가장 크지만 바뀐 가정환경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가정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부모의 빈자리를 할머니 할아버지가 채워주기도 하고, 중재자 역할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한 자녀 가정이 많은 상황에서 주위에 도움을 청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2010년 기준으로 1인·2인 가구가 3인·4인 가구를 앞섰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자신밖에 모르는 유약한 아이들을 키워냈다는 비판도 오롯이 부모에게 쏟아집니다. 이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우리’는 없고 ‘나’만 있는 교실, 배려는 곧 손해라는 잘못된 생각이 안타깝지만 현실인데 어떻게 하느냐고 당당하게 되묻는 부모들도 적지 않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흔들리는 부모들과 모든 부담을 부모에게 떠넘기는 사회의 공동 책임입니다. 좋은 부모, 가정교육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릴 적 부모님을 보고 자란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방법을 모르면 배워야 하고, 주위에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합니다. 왜 외국어 학원과 기타학원은 다니면서 부모교육에 대해서는 콧방귀를 뀝니까. 모르면 시중에 넘쳐나는 관련 책이라도 읽고, 주변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둘러보면 부모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1995년에 개설된 두란노아버지학교는 국내 첫 대중적 가족교육 프로그램인데 지금까지 27만여명이 과정을 수료했다고 합니다. 2005년 시작된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가족교육프로그램 참자가도 200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요즘 부모 코칭이 뜨는 것도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갈망의 한 단면입니다. 부모들의 이런 개인적 노력은 사회의 지원과 인식 전환 없이는 한계가 있습니다. 먼저 가정적인 엄마나 아빠가 직장에서 ‘별종’ 내지 ‘왕따’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할 일도 별로 없는데 습관적으로 야근하는 분위기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가 가정 중심적으로 돌아가야 하고, 국가는 안전을 책임져야 합니다. 최소한 이 정도라도 실현된다면 정계 은퇴한 한 정치인이 내걸었던 ‘저녁이 있는 삶’이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꼭 짚고 가야 할 게 있습니다. 가정교육은 엄마 혼자가 아니라 아빠와 함께하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육아와 교육에 적극적인 젊은 아버지들이 늘고 있는데 이러한 작은 변화가 우리네 가정과 사회에 가져올 파장이 기대됩니다. kmkim@seoul.co.kr
  • [지금&여기] 상처와 ‘집단기억’/오상도 문화부 기자

    [지금&여기] 상처와 ‘집단기억’/오상도 문화부 기자

    누군가 이야기했다. 참혹한 전쟁을 갈무리한 ‘종전’을 기념하는 나라는 많아도 전쟁 발발을 기념하는 곳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고. 그런데 우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전쟁 발발 64주년 기념식을 치렀다. 매운 김장김치에 길들여진 독한 민족이라 그럴까. 아니면 종전보다 휴전이란 불완전함을 택한 우리의 특수성 탓일까. 개인적으론 이도 저도 아니라고 본다. 멍에에 쓸려 생긴 아물지 않는 상처 탓이 아닌가 싶다. 같은 겨레끼리 싸우고 죽였다는 틀에 박힌 이야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전쟁이 진한 상처, 아니 흉터를 남겼다는 것은 엄연한 진실이다. 우리에게 역사적 상처는 비단 한국전쟁뿐만이 아니다. 나치 독일과 달리 이웃 일본은 여태껏 침략과 지배, 그리고 아시아태평양전쟁이 남긴 상흔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자발적 상처 치유 활동은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종군 위안부 문제다. 일본 정부는 그렇다 치고 왜 일본인들은 상식적인 생각의 틀을 찾지 못하는 것일까. 최근 한국을 찾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지금 일본의 청·장년층은 일본이 단지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 전쟁이 남긴 상처에 대해선 알고 싶어 하지도, 알려 들지도 않는다”고 고백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모리스 알브바슈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집단기억’에서 찾으려 했다. 한 민족이나 한 사회집단이 공통으로 겪은 역사적 경험은 그것을 직접 체험한 개개인의 생애를 넘어 집단적으로 보존되고 기억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의 정체성 확립 과정은 배타성 형성과 동일시된다고 한다. 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집단학살을 경험한 유대인은 이 같은 집단기억을 구심점으로 강력한 내부적 통합을 이뤘고, 반인륜적 전쟁범죄에 대한 인류 차원의 역사적 집단기억으로 확장했다. 반면 일본 제국주의는 한민족을 우직한 황국신민으로 개조하는 데 바빴으나, 정작 패전 후에는 과거의 집단기억에 대한 스스로의 치유 시간을 갖는 데 실패했다. 미국과 옛 소련 간 냉전체제를 교묘히 이용해 ‘영혼 없는 경제적 동물’로 몸집을 불리는 데만 전력한 탓이다. 최근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죄지은 형제들을 남김없이 용서하라”고 진언했다. 잠재된 역사 미화의 본능에 빠져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일본의 대다수 국민들을 위해 우리는 과연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 그들의 집단기억을 되돌리는 해법은 언제쯤 찾을 수 있을까. sdoh@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베를린 연가/함혜리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베를린 연가/함혜리 문화부 선임기자

    요즘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미술관건축기행 취재차 지난달 베를린을 찾았다. 2005년 독일 통일 15년 특집기획 취재를 한 이후 9년 만에 찾은 베를린은 도시에서 풍기는 분위기부터 확 달라져 있었다. 예전의 동베를린 지역을 찾았을 때 무언가 공허하고 암울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알렉산더 광장에 있는 한 맥주집에서 우연히 만나 인터뷰한 동독 출신 근로자는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은 좋다. 하지만 높은 실업률과 예전에는 없던 보육비 부담, 서독과의 경제적 격차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분단 시절이 그리울 때가 많다”는 말을 했었다. 그런가 하면 통일 비용 부담으로 독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자 옛 서독지역 사람들의 불만도 극에 달했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인 4명 중 1명은 베를린 장벽의 복원을 원했을 정도다. 장벽이 무너진 지 25년째를 맞은 2014년의 베를린은 그야말로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베를린 장벽으로 인해 완전히 폐허가 됐던 포츠다머 광장은 최첨단 시설을 갖춘 초고층 빌딩들이 숲을 이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쟁쟁한 건축가들이 ‘최고’의 자존심을 걸고 그려낸 독특한 스카이라인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광장에서 장벽의 흔적이라곤 선을 따라 바닥에 박아 놓은 벽돌에서 겨우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카페와 클럽이 줄지어 들어선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은 멋지게 차려입고 밤 나들이 나온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즐겁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분단의 상처를 묻는 것은 난센스였다. 며칠간 머물면서 베를린이 통일 독일의 수도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다른 유럽국가들이 재정 적자로 허덕이는 것과는 달리 경제는 튼실하고, 정치적으로도 안정된 상태에서 유럽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허황된 생각은 아니리라. 이런 변화는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독일 정부는 그동안 끈기 있고 치밀하게 인적, 물적, 재정적 투자를 지속했다. 정말 놀랍고 부러웠던 것은 그들이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동시에 과거를 복원해 나가는 대목이었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대로변으로 2차 대전으로 파괴됐다가 통일 이후 수년에 걸쳐 세심하게 복원된 역사적인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전쟁으로 소중한 문화재가 파괴되는 가슴 아픈 현장을 목격했던 이들은 되살릴 수 있는 것이라면 벽돌 한 장, 총탄의 흔적, 유대인 학살과 같은 섬뜩하고 부끄러운 역사의 한 장면도 놓치지 않았다. 문화적 전통, 그들이 아끼고 사랑하던 문화재를 포함하는 과거는 분단으로 멀어졌던 독일인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고 본다. 오랜 세월 다른 이념과 체제 아래 살았던 양 진영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은 같은 과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한반도가 통일된 후 25년이 지나면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 잠시 상상해 봤다. 어떤 식으로든 통일을 이룬 후 이념적 통합과 사회·문화적 통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생각하니 괜스레 어깨가 무거웠다. 어찌됐든 희생과 노력 없이 통일 대박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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