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기억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남양유업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워킹맘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탄핵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경제성장률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0,473
  • 야구대표팀 류지현 감독 “일본과 1차전 선발은 곽빈”

    야구대표팀 류지현 감독 “일본과 1차전 선발은 곽빈”

    한국 야구대표팀 투수 곽빈(두산 베어스)이 한일전 선발 투수로 출격한다. 류지현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14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곽빈이 선발 투수로 등판한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 야구대표팀과 ‘K-베이스볼 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있다. 류 감독은 일본과의 평가전에 대해 “기억을 더듬어보면 1995년, 1999년 슈퍼게임 선수로 와서 경기했다”며 “최근 우리나라 대표팀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했다. 어느 시점보다 내년 WBC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경기가 팬들에게 즐거움 드릴 수 있고 보답할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 대표팀은 역대 가장 젊은 성인 대표팀으로 꾸려졌다. 대표팀 주장 박해민(LG 트윈스)은 “도쿄돔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지만 과거”라며 “한국 야구는 앞을 보고 나아간다. 두 경기를 통해 한국 야구가 발전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선수가 좋은 경험을 하고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가진다면 내년 WBC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평가전에서는 내년 WBC 공인구를 사용하고 미국 메이저리그(MLB) 피치 클록 규정을 적용하며, MLB 심판이 주심으로 들어온다. 류 감독은 “KBO리그는 피치 클록 제한이 주자가 없을 때 20초, 있을 때는 25초다. WBC 규정은 각각 15초와 18초라 단축된 느낌”이라며 “지난주 체코전을 통해 WBC 규정에 적응했다. 투수가 인지하고 있는 부분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맞서는 일본은 왼팔 투수 소타니 류헤이(오릭스 버펄로스)가 선발 등판한다. 소타니는 올 시즌 8승 8패, 평균자책점 4.01을 거둔 투수로 시속 150㎞대 초반 빠른 공과 포크볼을 특기로 한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대표팀 감독은 “한국은 내년 3월 열리는 WBC에서 라이벌이다. 이틀 동안 좋은 경기를 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국 선수 중 주목하는 선수로 “올해 결과가 좋아서 뽑힌 노시환(한화 이글스)과 체코전에서 신선하다고 생각한 안현민(kt wiz)”을 꼽았다. 함께 참석한 내야수 마키 슈고(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는 “어릴 때 올림픽을 봤을 때 한국과 일본은 라이벌이었다. 대표로 들어온 이후에는 한국에 절대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했다”고 밝혔다. 그는 1차전 선발로 예고된 곽빈을 거론하며 “내일 선발인 곽빈과 대결을 기대한다. WBC로 이어질 경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정관 장관이 밝힌 관세 협상 막전막후…“러트닉, 적장이지만 존경”

    김정관 장관이 밝힌 관세 협상 막전막후…“러트닉, 적장이지만 존경”

    한미 관세 협상 대표를 맡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자신의 협상 ‘카운터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에 대해 “적장이지만 존경스러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7월부터 이어진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러트닉 장관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사람”이라며 “미국 관료들이 이렇게까지 애국자라면 우리가 어떻게 상대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적장이 갑자기 위대해 보이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러트닉 장관이 나를 ‘리스펙트’(존경)하게 만들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맸다”고 회상했다. 지난 7월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을 당시 스코틀랜드에서의 회담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이 스코틀랜드로 넘어간 뒤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정부 협상팀은 트럼프 대통령의 새 골프장이 있는 에버딘으로 향했다”며 “나중에야 러트닉 장관이 에버딘이 아닌 턴베리에 있다는 연락을 받아 현지에서 다시 차로 3시간 넘게 이동했다”고 말했다. 턴베리 골프장에서 열린 두 차례 회담도 생생하게 전했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이 EU와 협상할 때 어떤 방식으로 몰아붙였는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했는지를 설명해 주는데 정말 소름이 끼쳤다”며 “미국이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협상한다는 걸 보며 저희도 많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김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9일을 ‘심장이 마르는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당시 정상회담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러트닉 장관이 일본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한국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김 장관은 전용기에 있는 러트닉 장관과 문자로 협상을 이어갔다. 김 장관은 “당시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과연 내려가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얘기를 할지도 잘 몰랐던 상황”이라며 “과연 협상을 깨면 어떻게 할까, 만약 깬다면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걱정했던 그 순간이 제일 초조했다”고 했다.
  • 경호처 전 부장 “윤석열 ‘밀고 들어오면 아작난다 느끼게 순찰’” 증언

    경호처 전 부장 “윤석열 ‘밀고 들어오면 아작난다 느끼게 순찰’” 증언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후 ‘밀고 들어오면 아작난다고 느끼게 위력 순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백대현)는 14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 속행 공판을 열고 이강 전 경호처 경호5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전 부장은 윤 전 대통령이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후인 지난 1월 11일 경호처 부장급 간부들과 오찬 자리에서 한 대화를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를 통해 기록해뒀다고 진술했다. 공개된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경호처가 나의 정치적 문제로 고생이 많다. 밀도(밀고) 들어오면 아작난다고 느끼게 위력순찰하고 언론에도 잡혀도 문제 없음’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는 “정확하게 저 단어들을 쓴 거로만 기억한다”며 “TV에 나와도 괜찮다, 총기를 노출하는 것도 괜찮다는 의미로 저 말씀을 하신 거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헬기를 띄운다. 여기는 미사일도 있다. 들어오면 위협사격하고 ?를 부셔버려라’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위협사격이라고 했는지 위력순찰이라고 했는지 헷갈려서 물음표를 달아둔 것”이라며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약간 멈칫했고, 그러더니 말을 순화해서 ‘부숴버려라’라고 한 것을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메시지를 기록으로 남겨뒀던 이유에 대해선 “우리가 침체돼있다는 얘기를 듣고 격려해주시나 했는데 20~30분 정도 집행저지 관련한 언급이 나왔고, 이 얘기는 나중에 문제가 될 상황이 있으니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수처 2차 영장 집행 때는 부하들에게 영장 집행을 막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이 “형사 입건되면 수사를 받아야 하고 유죄가 나면 연금이 박탈되는 등 문제를 고려했을 때 겁이 나서 임무를 수행하지 않은 건 아니냐”고 묻자, 그는 “양심에 따라 한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 서거 46년 만에 만난 박정희 “임자들 참 훌륭하오”…구미서 박정희 탄생 108돌 문화행사 열려

    서거 46년 만에 만난 박정희 “임자들 참 훌륭하오”…구미서 박정희 탄생 108돌 문화행사 열려

    “이제 보니, 임자들 참 훌륭하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영상으로 나타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덕담을 건네자 행사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쏟아졌다. 박 전 대통령의 탄생 108돌을 기념하는 문화행사가 14일 오전 경북 구미시 복합스포츠센터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장호 구미시장과 일반시민 등 3000여명이 함께했다. 축사와 공연 등으로 꾸며진 행사는 2시간 가량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AI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사였다. 약 2분가량의 AI 영상에서 그는 특유의 목소리와 화법으로 “모두 오랜만이오. 잘 지냈소”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내가 나라를 맡았을 땐 먹을 것도 희망도 없었소. 그저 잘살아 보자는 마음 하나로 버텼지, 국민이 일했고 기업이 뛰었고 젊은이가 땀을 흘렸소. 그게 바로 대한민국의 기적이었소”라고 말했다. 또 “맨땅뿐이던 이 땅이 오늘은 전자·반도체·방산, 첨단산업으로 빛나고 문화의 힘까지 세상을 이끌고 있지 않소”라며 국민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에 와줘서 고맙소. 임자들을 보니 마음이 놓이는구려.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많소. 번영의 미래가 있소. 대한민국의 기적을 만드는 당신들 그대들의 미소가 보기 좋구려”라고 말을 맺었다. 해당 영상은 1966년 청와대 접견실에서 촬영된 사진 등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영상을 보는 동안 밝게 웃으며 손뼉을 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행사가 끝나고 기자들을 만나 “AI 영상을 준비하시느라 힘들고 고생 많았을 텐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아버지를 너무 많이 잘 알다 보니 이렇게 (AI 영상으로) 뵈니 조금 낯설기도 했다”라며 밝게 웃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행사에서 유족을 대표해서 한 인사말에서는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아버지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신 여러분이 계셔서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경제가 어렵고 서민들의 삶이 팍팍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우리가 한마음으로 뭉치면 못 할 일이 없다는 것을 아버지는 가르쳐주셨다”며 “용기를 가지고 함께 이겨내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올해 문화행사는 대통령 리더십 특강, 사진 전시회 등 시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들로 구성됐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쉽과 철학을 미래세대에 전하고자 역사 자료관 증축 등의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추미애 “4·3 걸림돌 색깔론…연대의 힘으로 넘어섰다”

    추미애 “4·3 걸림돌 색깔론…연대의 힘으로 넘어섰다”

    “제주 4·3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오랜 세월 이어진 색깔론이었다. 4·3에 씌워진 낙인 프레임을 ‘연대의 힘’으로 넘어섰다.”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이 13일 제주썬호텔에서 ‘제주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4·3의 세계화’를 주제로 열린 ‘제15회 제주4·3평화포럼’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제주4·3평화재단이 주최·주관한 이번 포럼은 제주4·3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후 그 의미를 짚어보고 4·3세계화를 위한 과제를 점검하는 국제 학술대회로 마련됐다. 1999년 4·3 수형인명부를 최초로 공개하며 진상규명에 기여한 추 의원은 “제주4·3의 진실을 지키고, 그 교훈을 다음 세대에 전하며 다시는 국가폭력이 시민을 짓밟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4·3유족회와 제주4·3평화재단 임원진, 4·3 유족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포럼에서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4월 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성과는 제주4·3의 진실을 밝히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려는 도민의 염원이 결실로 맺어진 것”이라며 “제주4·3의 진실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보존해 온 도민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상봉 의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기록과 의미를 깊이 논의하고, 4·3의 역사적 의미와 기록물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은 “세계기록유산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는 ‘세계적 중요성’”이라며 “제주4·3기록물의 등재는 인류가 보존하고 미래에도 기억해야 할 소중한 자산임을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기여한 김귀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 의장도 참여했다. 김 의장은 “세계기록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서는 유네스코 운영지침 9가지 보존 원칙을 준수하고, 적절한 보존 환경 조성 및 접근성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행정적 지원, 제주4·3 전용 박물관 설립을 통해 장기 보존계획과 과학적 연구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길섶에서] 손가락의 기억

    [길섶에서] 손가락의 기억

    갑작스러운 오른손 부상으로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재활을 한 지 4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다닌 병원 세 곳과 한의원 두 곳에서 재활이 더딘 이유에 대해 서로 달리 말한다. ‘관절이 굳은 것’, ‘힘줄이 붙은 것’, ‘인대가 엉긴 것’, ‘신경이 끝까지 제대로 안 가는 것’ 등. 그런데 더이상 구체적 진단은 없다. 한 병원에서는 최악의 경우 ‘펴는 수술’을 해야 한단다. 무엇을 펴는 건지 모르겠지만 추가 설명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불안감에 초음파 검사를 해 보니 뼈와 관절, 힘줄 등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한의원에서는 근전도 검사를 해 보라는데 다른 병원에서는 필요 없다고 한다. 헷갈리는 게 한둘이 아니다. 통증이 지속되면서 재활로 회복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갑갑한 마음에 인공지능(AI)에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좋은 질문”이라고 ‘위로’하며 손가락이 안 굽어지는 이유와 효과적 재활운동, 보조치료, 회복에 좋은 음식까지 자세히 알려 준다. 그동안 만난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10여명보다 ‘AI 의사’ 하나가 더 큰 위안을 주다니 아이러니하다. 이 경험을 약사 친구한테 말하니 이렇게 다독인다. “AI 덕에 맘이 편해졌다니 다행이네. 시간이 좀 걸려도 손가락이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 잘 굽히는 기억 말이지. 빨리 기억을 찾도록 하자.” 좋은 기억은 어서 되찾고 싶고 나쁜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고 싶다. 내 손가락도 그렇다.
  • 성북과 美글렌데일시 글로벌 우정…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활짝 피었다

    성북과 美글렌데일시 글로벌 우정…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활짝 피었다

    “평화의 소녀상이 전하는 아픔과 인권의 메시지를 늘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양 도시가 힘을 모아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상징하는 소녀상을 함께 지킵시다.” 이승로 서울 성북구청장은 지난 10일 성북천 분수마루 광장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의 ‘아라 나자리안’ 시장 및 시 관계자 등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번 만남은 미국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고, 지난해 10월 9일을 공식 ‘한글날’로 지정한 글렌데일시에 구가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마련된 특별한 자리였다.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서 이 구청장과 아라 나자리안 시장은 평화의 소녀상이 추위에 떨지 않도록 따뜻한 털모자와 목도리를 직접 둘러줬다. 양 도시의 글로벌 우정이 인권과 평화를 상징하는 소녀상 앞에서 피어난 것이다. 앞서 구는 지난 2015년 글렌데일시와 우호 의향서를 체결한 이후 계속해서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 구청장은 구청 집무실에 미니어처 평화의 소녀상을 비치하는 등 역사적 진실을 알리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지난달 ‘구 청소년 문화 교류단’으로 글렌데일시를 방문했던 청소년 7명이 깜짝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직접 작성한 편지를 아라 나자리안 시장에게 전달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학생들을 대표해 편지를 읽은 종암중학교 3학년 이미현양은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고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아라 나자리안 시장은 “구와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잊지 못할 하루가 됐다”며 “평화와 화합의 상징 앞에서 우리는 국경을 넘어 하나임을 느꼈다”고 화답했다. 이 구청장은 “양 도시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천재 시인, 항일 독립투사 아버지, 그리고 다시 보는 자화상

    천재 시인, 항일 독립투사 아버지, 그리고 다시 보는 자화상

    시조 시인 이근배(85)는 1960년대 서울신문을 비롯한 일간지 신춘문예, 문화공보부 신인예술상 등에 모두 10번이나 당선 또는 입선되며 당대 ‘천재 시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렇게 60년 넘게 한국 시단의 거목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가 일제강점기 독립투사였던 아버지 이선준(1911~1966)을 향한 절절한 사부곡을 시집으로 펴냈다. 시집의 제목은 ‘아버지의 훈장’이다. “나 태어난 지 여든 해 되어/아버지 이선준에게 주는 훈장을 받았다./대한민국의 자주독립과 국가건립에/이바지한 공로가 크므로/‘건국훈장 애족장’을 외아들인 내게 주었다/세상에! 이런 날이 찾아오다니/하늘, 땅, 바다…, 나라 안의 나라 밖의/우주의 우주보다 더 큰 것들의/비는 손들이 나를 내 온몸을 껴안는다”(시 ‘아버지의 훈장’ 부분) 시인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시집이 지난 10년간 써 온 것임을 밝히며, 특히 2020년에서야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던 아버지의 영전에 바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시인의 아버지는 1930년대 충남 아산에 ‘아산적색농민조합’을 조직해 농민운동을 이끌다가 두 차례 옥고를 치렀다. “나는 어릴 때 할아버지 손에 키워져 아버지 얼굴을 모르고 컸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열 살 때 처음 아버지 얼굴을 봤죠. 이후 전쟁이 터져 집을 떠난 아버지는 소식이 끊겼어요.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은 모두 전쟁과 분단 경험에 관한 내용이죠. 민족 공동의 경험이지만 나로서는 그걸 시로 쓰는 것에 꽂혔습니다.” 새 시집 발표는 2019년 ‘대 백두에 바친다’ 이후 6년 만이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이근배 시인은 천의무봉의 언어를 통해 고유한 시 세계를 60년 이상 일궈 온 한국 시단의 유일무이한 거장”이라며 “우리의 현재형을 가능케 한 원형으로서의 역사에 대해 사유한다. 그 점에서 역사라는 시간은 그에게 상상력의 원천이자 보고이며 양식 선택을 규율하는 미학적 전제”라고 평했다. ‘노래여 노래여’ 등 그간 숱하게 시집을 써 왔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외에도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인지 침잠한다. 시 ‘자화상’이 그렇다. “너는 장학사의 외손자요/이학자의 손자라/머리맡에 얘기책을 쌓아 놓고 읽으시던/할머니 안동김씨는/애비, 에미 품에 떼어다 키우는/똥오줌 못 가리는 손자의 귀에/알아듣지 못하는 말씀을 못박아 주셨다”
  • “뇌도 늙지만…이 ‘두 식품’ 먹으면 막을 수 있어요” 18개월 실험 결과

    “뇌도 늙지만…이 ‘두 식품’ 먹으면 막을 수 있어요” 18개월 실험 결과

    녹차와 호두 중심의 식단이 뇌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 식품이 뇌 노화 관련 혈액 단백질 수치를 낮춰 실제 나이보다 젊은 뇌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녹차, 호두 등 식품이 뇌를 젊게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국제 학술지 ‘임상 영양학’(Clinical Nutrition)에 실린 이 논문에는 성인 약 300명을 대상으로 18개월간 진행된 미국 하버드대, 이스라엘 벤구리온대, 독일 라이프치히대 공동 연구팀의 실험 결과가 담겼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채소가 풍부하고 붉은 고기 대신 가금류와 생선을 먹는 전통 지중해식 식단을, 다른 그룹과 표준 건강 식단 지침을 따르도록 했다. 이후 참가자들의 혈액 단백질을 분석하고 자기공명영상(MRI) 스캔으로 추정한 ‘뇌 나이’와 비교했다. 그 결과 지중해식 식단을 따른 그룹은 ‘갈렉틴-9’이라는 혈액 단백질 수치가 가장 크게 낮아졌다. 갈렉틴-9은 MRI 검사상 뇌 노화 진행 속도와 연관된 지표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MRI 스캔 결과 이들의 뇌는 실제 나이보다 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아이리스 샤이 겸임교수는 “갈렉틴-9 수치 감소는 인지 기능 저하, 기억력 감퇴,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유발하는 염증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지중해식 식단에는 폴리페놀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폴리페놀은 염증을 억제학 세포를 보호하는 식물 화합물로 견과류·올리브유·레드와인·차·과일·채소 등에 함유돼 있다. 이 중에서도 녹차와 호두가 대표적이다. 샤이 교수는 “녹차의 항산화 화합물과 호두의 건강한 지방과 폴리페놀이 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갈렉틴-9 같은 단백질을 활용한 혈액 검사로 초기 뇌 노화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로 해당 식단이 알츠하이머병이나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함께 밝혔다.
  • 강은미 4·3영화제 집행위원장 “지금 어딘가서 벌어지는 전쟁은 4·3의 또다른 이름”

    강은미 4·3영화제 집행위원장 “지금 어딘가서 벌어지는 전쟁은 4·3의 또다른 이름”

    “아직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학살, 폭력과 차별의 참상이 제주4·3을 재현하고 있는 듯 하다. ‘영화가 희망이며 구원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조금은 무겁지만 그래도 ‘함께 가 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제3회 제주4·3영화제 집행위원회 강은미 위원장은 13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소감을 전했다. 강 위원장은 “제주4·3영화제는 무고하게 죽어간 이들의 마지막 ‘숨’을 기억하며 살아남은 자들의 연대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아직도 고통에 울부짖는 이의 곁에, 따뜻한 ‘숨’을 불어넣고자 한다”면서 “시·공간을 넘어 평화와 인권,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지켜낸 당당하고 진실한 목소리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느끼는 제3회 제주4․3영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롯데시네마 제주연동점에서 개막작 ‘그라운드 제로로부터’를 시작으로 제3회 제주4·3영화제를 개최한다. 개막작 ‘그라운드 제로로부터’(2024)는 가자지구 출신 영화감독 22명이 참여한 작품이다. 관객은 소설, 다큐멘터리, 다큐픽션, 애니메이션, 실험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직면한 도전, 비극, 회복력의 순간 등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제주4·3영화제는 ‘숨 들고, 가자’라는 주제로, 고통의 시간을 지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며 다시 나아가는 용기를 나누자는 의미를 담았다. 국내·외 장편과 단편 경쟁 포함, 총 31편을 선보인다. 특히 ▲기억하는 과거 ▲기록하는 현재 ▲잇는 미래 ▲단편 경쟁 ‘불란지’까지 네 개의 섹션으로 진행한다. 기억 바다 샤워’, ‘지금, 녜인’, ‘1980 사북’ 등 국내 작품과 ‘그라운드 제로로부터’, ‘1923년 9월’, ‘저항의 기록’ 등 해외 배급 작품을 포함해 제주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도 준비했다.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아임 스틸 히어’ 등 제주에서 만나보기 어려웠던 최근 개봉작도 포함됐다. 폐막작은 임대청 감독의 ‘지금, 녜인’(2025)으로 23일 오후 5시 그 피날레를 장식한다. 한국인 남편과 미얀마인 부인이 만난 국제 부부가 어느 날 미얀마에서 날아온 사진 한 장으로 겪는 일을 그린다. 평범한 가족의 삶이 고통과 연대, 기록의 윤리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지며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영화제 홈페이지(https://www.jj43ff.com)를 구축하고, 단편 경쟁 부문에서 관객상 상금을 새로 추가했다. 강 위원장은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은 한결같이 다 눈여겨볼만하다”면서도 “굳이 손꼽으라면 개막작 ‘그라운드 제로로부터’와 폐막작 ‘지금, 녜인’, 4·3의 의미를 한눈에 읽어볼 수 있는 ‘한란’(하명미. 2025년작) 등”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단편 경쟁 ‘불란지’ 섹션에서는 총 341편의 단편 경쟁작 가운데 예심을 거쳐 선정된 10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쟁, 팔레스타인 학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개발과 독재, 탈북, 광주5·18민주화운동, 생명 존중, 생태주의, 제주해녀 등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현재 진행형인 주제들을 영상에 담아냈다. 본선 진출작 10편 가운데 최우수 작품상과 부문별 작품상(극·다큐) 각 1편, 관객상까지 모두 4편을 시상한다. 영화제 기간 동안 출품작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는 시간도 운영된다. 폐막작 ‘지금, 녜인’의 임대청 감독, ‘한란’의 하명미 감독과 양영희 PD, ‘1980 사북’의 박봉남 감독과 단편 경쟁 ‘불란지’ 본선 진출작의 감독들이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기억 샤워 바다’의 임흥순 감독(미술가), 곽영빈 미술평론가(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객원교수), 반영관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팀장은 올해 영화제 상영작인 ‘기억 샤워 바다’와 ‘저항의 기록’을 연계해 ‘역사의 감각과 감각의 역사 사이’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다. 조미영 전 제주4·3연구소 유해발굴팀장과 전병원 미래영화연구소 소장(동의대학교 영화트랜스미디어연구소 연구교수)은 영화 ‘빛을 향한 노스텔지어’ 상영 후 ‘기억의 윤리와 예술의 사유, 폭력 이후의 세계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스페셜토크를 진행한다. 구체적인 상영 일정은 제3회 제주4․3영화제 홈페이지(https://www.jj43ff.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매는 13일부터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가능하고 관람료는 모두 무료다. 온라인 예매 좌석이 남을 경우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관람할 수 있다.
  • 불편한 기억과 새로운 시선이 교차하는 오사카성

    불편한 기억과 새로운 시선이 교차하는 오사카성

    일본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전국시대의 혼란을 종식하고 통일을 완성한 입지전적인 영웅으로 평가된다. 오사카성은 그의 역사적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물리적 공간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켜 한반도 전역을 폐허로 만든 민족적 원흉이다. 그에 대한 적개심은 5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사회 깊숙이 남아 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침략의 불씨가 타올랐던 이곳을 향한 발걸음은 쉽게 내딛기 어려운, 마음 깊은 결단을 요구하는 여정이었다. 권력의 정점을 세우다 오사카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 자리에 먼저 존재했던 혼간지(本願寺)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혼간지는 일본 불교의 거대 종파인 ‘정토진종’의 사찰이지만, 일본 역사에서 단순한 사찰을 넘어 경제적·사회적 중심지이자 전국시대와 같은 혼란기에는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하기도 한 복합적인 공간이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전에 전국 통일을 추진하던 오다 노부나가는 다이묘 권력에 맞서 자치를 구축하던 혼간지 세력을 제압해 나갔다. 오늘날 오사카성 자리에 있던 이시야마 혼간지(石山本願寺)는 노부나가에 맞서 10년 동안 가장 강력하게 저항했지만 패배했다. 1580년 이시야마 전투가 끝나면서 이곳은 폐쇄되었고, 이는 전국 혼간지 세력이 약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오다 노부나가가 사망한 뒤 권력을 이어받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583년 이시야마 혼간지 터에 오사카성 건축을 시작했다. 이곳은 내륙 수운과 국제 무역항이 가까운 교통·상업의 요충지였을 뿐만 아니라, 종교적 저항 세력의 심장부에 통일의 거점을 세움으로써 정통성과 상징성을 극대화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었다. 1597년경 완성된 오사카성은 일본 최고 권력자의 정치적 거점이자, 대규모 공성전을 염두에 둔 최적의 방어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땅을 깊이 파고 물을 채운 ‘해자’를 내부와 외부의 이중 구조로 만들었으며, 폭과 깊이를 확장해 적군이 쉽게 건너올 수 없게 했다. 해자를 건너더라도 곧바로 수직에 가까운 거대한 성벽을 마주하게 되어 공격을 이어갈 수 없는, 이름 그대로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였다. 권력의 교체와 폐허 속에서 159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한 뒤 어린 아들 히데요리를 둘러싸고 권력 투쟁이 격화되었다.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도요토미 세력이 패배하면서 권력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히데요리와 잔존 세력은 오사카성에 머물며 독립된 세력을 유지했다. 결국 1615년 오사카 전투에서 오사카성이 함락되고 히데요리가 자결하면서 도요토미 가문은 멸망했다. 이에야스는 전쟁으로 훼손된 오사카성을 전면적으로 재건하며 ‘권력의 교체’를 선언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승리로 권력은 에도(도쿄)로 넘어갔지만, 오사카성은 도쿠가와 막부의 서일본 지배 거점이자 일본 경제 중심지 오사카를 통제하는 역할을 이어갔다. 메이지 유신 이후 막부 시대에 건설된 수많은 성곽이 철거되었으나, 오사카성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철거를 피할 수 있었다. 1931년 국민 모금으로 천수각이 복원되었으나 1945년 오사카 대공습으로 천수각을 제외한 내부 목조 건물이 대부분 화재로 소실되었다. 이후 1997년 대규모 보수 공사를 통해 현재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불편한 기억과 입체적 시선 오사카성은 조선 침략의 원흉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불편한 장소이지만, 동시에 도요토미 가문의 몰락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더불어 전국시대에서 에도막부로 넘어가는 권력 재편과 메이지 유신으로 이어진 근대화의 역사적 변곡점을 증언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부정적 단면만을 보기보다는, 조금 더 입체적인 사고로 깊고 높은 해자와 성곽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도 오사카성에 올라가는 것이 망설여진다면 8층 전망대로 가면 된다. 지상으로부터 약 50m 높이에서 오사카성 전체와 광대한 오사카 시내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불편한 기억을 되새기는 동시에 역사의 격변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 불편한 기억과 새로운 시선이 교차하는 오사카성 [한ZOOM]

    불편한 기억과 새로운 시선이 교차하는 오사카성 [한ZOOM]

    일본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전국시대의 혼란을 종식하고 통일을 완성한 입지전적인 영웅으로 평가된다. 오사카성은 그의 역사적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물리적 공간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켜 한반도 전역을 폐허로 만든 민족적 원흉이다. 그에 대한 적개심은 5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사회 깊숙이 남아 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침략의 불씨가 타올랐던 이곳을 향한 발걸음은 쉽게 내딛기 어려운, 마음 깊은 결단을 요구하는 여정이었다. 권력의 정점을 세우다 오사카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 자리에 먼저 존재했던 혼간지(本願寺)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혼간지는 일본 불교의 거대 종파인 ‘정토진종’의 사찰이지만, 일본 역사에서 단순한 사찰을 넘어 경제적·사회적 중심지이자 전국시대와 같은 혼란기에는 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하기도 한 복합적인 공간이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전에 전국 통일을 추진하던 오다 노부나가는 다이묘 권력에 맞서 자치를 구축하던 혼간지 세력을 제압해 나갔다. 오늘날 오사카성 자리에 있던 이시야마 혼간지(石山本願寺)는 노부나가에 맞서 10년 동안 가장 강력하게 저항했지만 패배했다. 1580년 이시야마 전투가 끝나면서 이곳은 폐쇄되었고, 이는 전국 혼간지 세력이 약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오다 노부나가가 사망한 뒤 권력을 이어받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583년 이시야마 혼간지 터에 오사카성 건축을 시작했다. 이곳은 내륙 수운과 국제 무역항이 가까운 교통·상업의 요충지였을 뿐만 아니라, 종교적 저항 세력의 심장부에 통일의 거점을 세움으로써 정통성과 상징성을 극대화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었다. 1597년경 완성된 오사카성은 일본 최고 권력자의 정치적 거점이자, 대규모 공성전을 염두에 둔 최적의 방어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땅을 깊이 파고 물을 채운 ‘해자’를 내부와 외부의 이중 구조로 만들었으며, 폭과 깊이를 확장해 적군이 쉽게 건너올 수 없게 했다. 해자를 건너더라도 곧바로 수직에 가까운 거대한 성벽을 마주하게 되어 공격을 이어갈 수 없는, 이름 그대로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였다. 권력의 교체와 폐허 속에서 159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한 뒤 어린 아들 히데요리를 둘러싸고 권력 투쟁이 격화되었다.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도요토미 세력이 패배하면서 권력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히데요리와 잔존 세력은 오사카성에 머물며 독립된 세력을 유지했다. 결국 1615년 오사카 전투에서 오사카성이 함락되고 히데요리가 자결하면서 도요토미 가문은 멸망했다. 이에야스는 전쟁으로 훼손된 오사카성을 전면적으로 재건하며 ‘권력의 교체’를 선언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승리로 권력은 에도(도쿄)로 넘어갔지만, 오사카성은 도쿠가와 막부의 서일본 지배 거점이자 일본 경제 중심지 오사카를 통제하는 역할을 이어갔다. 메이지 유신 이후 막부 시대에 건설된 수많은 성곽이 철거되었으나, 오사카성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철거를 피할 수 있었다. 1931년 국민 모금으로 천수각이 복원되었으나 1945년 오사카 대공습으로 천수각을 제외한 내부 목조 건물이 대부분 화재로 소실되었다. 이후 1997년 대규모 보수 공사를 통해 현재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불편한 기억과 입체적 시선 오사카성은 조선 침략의 원흉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불편한 장소이지만, 동시에 도요토미 가문의 몰락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더불어 전국시대에서 에도막부로 넘어가는 권력 재편과 메이지 유신으로 이어진 근대화의 역사적 변곡점을 증언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부정적 단면만을 보기보다는, 조금 더 입체적인 사고로 깊고 높은 해자와 성곽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도 오사카성에 올라가는 것이 망설여진다면 8층 전망대로 가면 된다. 지상으로부터 약 50m 높이에서 오사카성 전체와 광대한 오사카 시내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불편한 기억을 되새기는 동시에 역사의 격변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55만 수험생에게 따뜻한 응원 메시지 전해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55만 수험생에게 따뜻한 응원 메시지 전해

    “오늘의 여러분이 내일의 대한민국입니다”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황대호)는 오늘 전국 약 55만 명의 수험생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을 맞아, ‘누구보다 빛날 수험생 여러분의 미래를 응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모든 수험생에게 따뜻한 격려와 힘찬 응원을 보냈다. 위원회는 지난 7일부터 시작된 ‘2025년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행정사무감사’ 기간 중에도 청소년과 교육 현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도체육회, 경기도장애인체육회,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에 대한 감사에 앞서 황대호(더불어민주당, 수원3) 위원장을 비롯한 14명의 의원이 직접 수험생 응원 메시지를 작성하며 진심 어린 격려를 전달했다. 유영두(국민의힘, 광주1)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쌓아 온 노력이 반드시 결실을 맺으실 것입니다.”, 조미자(더불어민주당, 남양주3) 부위원장은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 응원합니다!” 등 14명의 의원들이 남긴 메시지를 통해 전국 약 55만 명, 이 중 경기도 16만 3600여 명의 수험생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했다. 황대호 위원장은 “오늘의 수험표 한 장은 단순한 시험표가 아니라, 여러분이 걸어온 시간과 앞으로의 꿈을 연결하는 다리”라며 “결과가 아닌 여정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여러분의 도전이 단순한 입시를 넘어, 문화와 예술, 체육, 관광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첫걸음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025년도 행정사무감사’를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을 비롯한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오는 20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 ‘54세’ 김정난, 자택서 실신해 응급실행…“황천길 건널 뻔”

    ‘54세’ 김정난, 자택서 실신해 응급실행…“황천길 건널 뻔”

    배우 김정난(54)이 최근 미주신경성 실신으로 쓰러졌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김정난의 유튜브 채널 ‘김정난’에는 ‘김정난 찐동생 윤세아 처음 밝히는 인생 스토리’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배우 윤세아를 집에 초대한 김정난은 “엊그저께 엄청나게 크게 다쳤다”며 “어디 시술받은 줄 알았지”라고 물었다. 윤세아는 “그래서 못 물어보고 있었다”며 “얼굴이 팽팽해서 요즘에는 밑으로 당기나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김정난은 “일주일 전에 실신해서 황천길 건널 뻔했다”라고 밝혔고, 윤세아는 “웃을 일이 아니다”라며 미안해했다. 김정난은 “갑자기 미주신경성 실신이 왔다. 침실 옆에서 나도 모르게 졸도하면서 협탁 모서리에 머리를 찧었다”며 “마리(반려묘)한테 ‘엄마 끝났어. 인생 끝났어’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눈물이 철철 나더라”라며 “그때 턱뼈가 만져졌다. 119를 불러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서 혹시 뇌출혈이 왔을까 봐 컴퓨터단층촬영(CT)과 엑스레이(X-ray) 검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 봉합하는 성형외과 가서 봉합했다. 일주일이 지났고 어제 실밥을 뽑았다”라고 덧붙였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심장 박동과 혈관 수축을 조절하는 미주신경이 과도하게 자극받아 발생하는 것으로, 일시적인 혈압 저하와 심박수 감소로 인해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의식을 잃는 현상이다. 주로 ▲극도의 스트레스나 피로 ▲장시간 기립 ▲극심한 통증이나 공포 ▲덥고 밀폐된 환경 등에서 발생하기 쉽다. 김정난의 경우처럼 실신 직후 갑자기 쓰러지면서 주위 사물에 부딪혀 심각한 외상을 입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앞서 지난 9일 가수 현아가 마카오 워터밤 공연 중에 실신해 팬들의 우려를 샀는데, 과거 미주신경성 실신으로 치료받고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현아는 실신 이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말 미안하다. 나도 아무 기억이 안 난다”라고 털어놨다.
  • “한국 문학의 ‘선배는 똥’… 그 거름 된 토양에서 한강 노벨상 나와”[서동철의 노변정담]

    “한국 문학의 ‘선배는 똥’… 그 거름 된 토양에서 한강 노벨상 나와”[서동철의 노변정담]

    우여곡절 끝에 소설가 선택시인 되려 서라벌예대 장학생 입학‘운문 소질 없다’ 박목월 평가에 실망자원입대 후에도 ‘글 써야겠다’ 굳혀보부상 이야기 쓰게 된 동기장터 앞집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라장날 풍경 통해 일찍 어른 세계 엿봐어린 시절 경험·기억 소설로 쓰게 돼4년 9개월간 서울신문 연재1979년부터 시장·시골 여관 돌며 써연재 중 원고료 2회 올라 최고 대우장터 취재 때 간첩으로 오해받기도객주문학관의 긍정적 역할해마다 강당서 ‘객주문학대전’ 개최문인 모임·시낭송회 이웃으로 퍼져“모래알 모여 해변 돼, 나도 모래 한 알” 청송은 ‘객주’의 고장이나 다름없다. 진보에 접어들자 왼쪽에 객주문학관이 나타난다. 터가 좋아 보이는 문학관에서는 조선시대 진보현의 읍치였을 진보면 소재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객주’의 작가 김주영 선생과는 문학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장터를 먼저 둘러보기로 한다. 사과의 고장임을 상징하는 커다란 조형물이 눈길을 끌더니 곧바로 객주공원이다. 조금 더 들어가니 진보객주시장이라고 알리는 간판이 큼지막하다. 시장 뒤편이 작가가 자란 마을이라고 한다. 작가의 생가가 복원됐고 옛 장터 분위기를 느끼며 민박을 할 수 있는 객주문학마을도 만들어졌다. 작가는 지금 이 마을에 살고 있다. 도시에서는 많이 사라진 다방도 몇 개 보였는데 밝은 목소리가 새어 나오는 곳으로 들어가 커피를 시켰다. 다방 사장님에게 ‘객주’의 작가를 아느냐고 했더니 저녁이면 막걸리를 한잔 하신 선생과 장터에서 마주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했다. 커피값이 얼마냐고 했더니 3000원만 내란다. 너무 싸지 않으냐고 했더니 미소만 짓는다. 객주시장을 낳은 작가를 만나러 왔다고 깎아 준 것 아닐까 모르겠다. 김주영 선생과 객주문학관 1층 소설도서관에서 마주 앉았다. 그는 “청송에 내려오니 처음엔 서울에서 전화도 오고 하더니 이제는 연락하는 사람도 없어요. 조용하게 지내는 게 낙이야”라고 했다. 장터 네거리 카페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 구경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면서 웃었다. ‘문학관이 으리으리하다’고 했더니 “지금은 돌아가신 군수님이 너무 적극적으로 주장해서 이렇게 됐다”고 한다. “사실 문학관을 만들자는 제안은 청송, 구례, 울진 세 군데서 들어왔어요. 문단 대선배도 문학관이 없는데 살아서 만든다는 게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학관 만들 처지가 못 된다고 거절했어요. 무엇보다 내가 다른 사람 앞에 나서기를 싫어합니다. 그런데 청송군이 물러서지 않더군요. 그렇다면 내 이름은 넣지 말자고 해서 객주문학관이 됐어요.” 그는 “지역에서 문학관이 성공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엊그제도 한 오십명이 찾아왔어요. 문학관 덕분에 청송에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는 겁니다. 주왕산 갔다가도 오고, 가을엔 사과축제 갔다가도 오고요. ‘언제 문학관에 가면 선생님을 볼 수 있느냐’는 전화도 많이 옵니다. 그럼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고 하지요. 관람료도 없어요. 나도 여기 혼자 사니까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게 좋아요. 점심을 같이 하고 저녁 때는 막걸리도 함께 마십니다.” 작가는 ‘객주’를 1979년 6월 1일부터 4년 9개월 동안 서울신문에 연재했다. 이후 9권으로 출간됐는데, 2013년 후속 연재가 이뤄지면서 10권을 채우게 된다. “그때 서울신문 문화부엔 문학평론가 김주연 선생과 나중에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낸 송정숙 선생이 있었어요. 내가 옛날 보부상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은데 신문에 연재하면 어떻겠느냐고 했지요. 흔쾌하게 그러자고 하면서 대강의 줄거리를 가져다 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연재를 시작하게 됐지요.” 작가는 노트에 깨알 같은 글씨로 취재한 내용을 적어 작품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문학관에는 그의 노트가 여러 권 전시돼 있었다. ‘객주’는 시골 여관방에서 썼다고 했다. “장터 여관에서 원고를 써서 서울신문 지국에 가져다 주면 서울 본사로 보냈어요. 서울신문은 전국 면 소재지마다 지국이 없는 곳이 없었거든요. 여관방에서 한번에 열흘 치를 써서 지국에 갖다 준 뒤 다음 장터로 옮겨 가고 그랬지요. 그런 떠돌이 생활을 ‘객주’를 연재한 다섯 해 내내 했던 겁니다.” 웃지 못할 일도 여러 차례 겪었다. “당시 사회 분위기는 간첩 색출이 지상 과제였어요. 전라도로 가는 충남 강경의 나루터였어요. 장터를 취재한다고 허름한 배낭을 메고 다니니 경찰관 두 사람이 다가와 같이 가자는 겁니다. 뒤져 보니 카메라가 나오고, 읽기도 어려운 메모장이 나오고, 구질구질한 옷가지가 있으니 간데없는 간첩이었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호소할 데가 없어서 서울신문에 전화했어요. 그랬더니 경찰에 엉뚱한 사람 잡아들였으니 빨리 풀어 주라고 했던 모양입니다. 경찰서장이 찾아와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군포에서도 다방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종업원에게 이것저것 물었더니 간첩이라고 신고를 했나 봅니다. 파출소 순경 두 사람이 달려오더니 등에다 권총을 들이대는 거예요. 그때도 신문사에 연락해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지요.” ‘객주’를 연재하는 동안 두 차례 원고료가 올랐다고 한다. 최고의 원고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객주’는 인기가 있었다. 추가로 연재한 이유도 물었다. “‘객주’ 이후에도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울진에 갔더니 십이령을 넘어 상주 쪽으로 소금장수가 드나들었다고 해요. 옛날 울진 삼척에는 토염이 많이 나서 산을 넘어 날랐다는 겁니다. 소금장수 흔적도 남아 있었습니다. 그걸 취재하니 놓치기가 아까웠어요. 이것도 서울신문에 연재하면 좋을 것 같아 연락했지요.” 작가가 왜 보부상에 관심을 가졌는지 궁금했다. 그는 “어릴 때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집이 장터 바로 앞에 있어 장날이면 앞마당에 장꾼들이 난전을 폈다”고 했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어요. 장날에는 구경하느라 학교에 안 갔어요. 처음엔 선생님이 왜 안 왔느냐고 물으면 배가 아파서 그랬다고 둘러댔고요. 그런데 한두 번이 아니니 이 녀석은 장날마다 배가 아프냐면서 손바닥도 맞고 그랬지요. 장날이 되면 새로운 장사꾼들이 와서 흥정하고 싸우고 낯선 사투리로 얘기하는 게 어린 나에게는 신기했어요. 학교 가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장날 풍경으로 일찍 어른들의 세계를 엿봤다고나 할까요. 철이 빨리 들었어요. 어른 말을 흉내 냈고 어른 세계도 봤으니 다른 애들보다 조숙했습니다. 그런 기억은 어른이 돼서도 진하게 남았어요. 소설가가 된 다음엔 자연스럽게 장터 사람들 이야기를 써 봐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짧은 소설을 쓰다 보니 긴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장날의 풍경, 거기서 쌓은 내 경험, 그 경험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무엇, 이런 기억이 떠올라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객주’는 우리말의 ‘보고’라는 찬사를 받는다. 그만큼 낯선 어휘가 숱하게 등장한다. “그제는 서울의 여고 동창생들이 오셨는데 교장 선생님 출신도 계셨어요. 옛날에 ‘객주’를 봤는데 문학관에 온다고 해서 다시 읽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 읽으니 맛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젊었을 땐 친근하지 않은 순수 우리말 때문에 어려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륜이 쌓이니 이 소설이 부담스럽지 않게 읽힌다는 거지요. 어떤 출판사에서 ‘객주’를 젊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요즘 말로 고치자는 제안을 한 적도 있어요. 작업하는 동안 생활비도 자기들이 다 대겠다고요. 안 한다고 했어요. 이 소설의 특징이 죽어 버리니까요. 그 단어 하나하나를 발굴하는 데 힘을 쏟아부었거든요. 그 퇴직 교장 선생님도 나이를 먹고 인생 경험이 쌓이니까 예전에는 어렵던 단어의 느낌을 이제는 알겠다는 겁니다. 개작 안 한 것을 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청송에는 여러 곳의 교도소가 있다. 한때는 퇴소자를 봉고차에 태워 버스 터미널에 내려 줬다고 한다. 작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일주일 남짓 매일같이 찾아간 적도 있다고 했다. “출소한 사람들이 가장 처음 찾는 게 담배인데, 커피 자판기는 있어도 담배 자판기는 없었어요. 출소자와 얘기를 나누는데 담배를 아쉬워하길래 내가 피우다 반쯤 남은 담뱃갑을 건넸지요. 그랬더니 보따리를 풀고는 교도소에서 재미나게 읽었다며 ‘객주’ 세 권을 꺼내는 겁니다. 교도소 베스트셀러니 한번 보시라면서. 내가 작가라는 말은 안 했어요. 교도소장 인사 이동이 있으면 꼭 문학관에 와서 인사를 합니다. 그런데 교도소 자료실에 ‘객주’를 사 놓으면 자꾸 없어진다는 거예요. 출소한 친구가 내게 꺼내 놓은 책도 그렇게 들고 나온 것이 아닐까 하고 속으로 웃었습니다.” 객주문학관에는 ‘소설 객주를 주제로 한 복합 문화공간’이라는 작은 이름도 달려 있다. 문학관이 생기고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해마다 문학관 강당에서 경북일보가 주도해 ‘객주문학대전’이 열립니다. 지역 문학 지망생들의 작품을 뽑아 상금을 주고 책으로 만들어요. 중앙지 신춘문예만큼은 아니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수준도 높습니다. 이제 지역 문인들의 모임이 생기고 시 낭송회도 열리지요. 이런 분위기가 청송을 넘어 이웃 지역으로 퍼져 나가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나를 소설가로 만들어 준 것이 몇 가지 있다”고 했다. 어린 시절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것, 그래서 세상을 어느 누구보다 먼저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시인이 되려고 했어요. 서라벌예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는데 박목월 선생님이 교수로 계셨지요. 여름방학 전 시 11편을 써서 드렸어요. 좀 봐 주십사 하는 거였지요. 그런데 연락이 없어요. 교수실로 찾아갔더니 대뜸 “자네는 운문에 소질이 없네” 하시는 겁니다. 하늘에서 바윗덩어리가 쏟아져 내리는 것 같습디다. 스스로에 얼마나 실망했는지 2학기 등록을 안 하고 시골에 내려와 자원입대했어요. 군 생활 내내 그 말씀이 가슴에 맴돌았지요. 그럼에도 결국엔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의 한마디가 나를 소설가로 만든 겁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도 탄생했는데 한국 문학은 그만큼 좋아진 것일까. “모르겠어요. 내가 함부로 할 얘기는 아닐 겁니다. 그런데 ‘선배는 똥이다’ 이 한마디는 얘기할 수 있어요. 혼자 잘나 노벨상을 탄 것이 아니라 그 아래 거름이 된 똥이 많이 깔려 있다는 뜻이지요. 한강이라는 작가가 한국 문학이라는 토양에서 그만큼 자랐다는 뜻입니다. 요즘엔 좋은 작가와 작품이 얼마나 많이 쏟아져 나옵니까. 그중에서 한강이라는 작가가 선택된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마지막으로 “선생님과 ‘객주’가 우리 문학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작가는 “그런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열심히 할 뿐이지. 죽기 전까지…. 한 사람의 작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어요. 모래알이 모여 해변이 되는 거지. 나도 모래 한 알입니다. 어제는 문학관에 대학생 셋이 왔는데, 가방에서 ‘객주’를 꺼내더라고… 그러면 된 거지.” ■ 소설가 김주영은 1939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70년 ‘여름사냥’이 ‘월간문학’에 가작으로 뽑히고 이듬해 ‘휴면기’가 같은 문학지 신인상을 받으면서 문단에 나왔다. ‘객주’, ‘활빈도’, ‘천둥소리’, ‘화척’, ‘홍어’, ‘아라리 난장’, ‘멸치’, ‘빈집’, ‘잘 가요 엄마’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1984년 유주현문학상, 1993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1996년 이산문학상, 1998년 대산문학상, 2002년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했다. 글·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 생활체육으로 한중 청소년의 ‘18년 우정’

    생활체육으로 한중 청소년의 ‘18년 우정’

    지난달 31일 제주 지역 청소년들이 중국 서북부 소도시 간쑤성 자위관시를 찾았다. 13~16세로 구성된 이들은 저마다 학교에서 농구와 탁구, 배드민턴 등을 배우며 즐기는 생활체육 학생들이다. 대한체육회가 ‘한중청소년 스포츠교류 행사’를 마련하면서 중국 청소년들과 스포츠로 경쟁하고, 현지의 문화·예술 탐방 기행까지 체험했다. 중국 현지 매체도 제주 청소년들의 방문에 주목했다. 약 100명의 학생이 종목별로 중국 측 학생 선수들과 지난 7일까지 선의의 경쟁을 펼쳤고, 왕쥐안 자위관시 체육국 부국장은 신화통신에 “경쟁을 강조하는 기존 체육대회와 달리 이번 행사는 중·한 청소년이 실력을 겨루고 견문을 넓히며 서로 학습하는 교류의 장이었다. 경기 외에도 풍부한 문화 체험 행사를 통해 우정을 쌓는 시간”이었다고 총평했다. 한중청소년 스포츠교류 행사는 대한체육회가 양국 우호 증진, 미래지향적 협력 기반 구축과 동시에 청소년 체력 증진 등을 목표로 2008년 도입한 뒤 올해까지 18회째 이어오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자위관시 지역 중학생 80여명이 제주를 방문해 제주 지역 청소년과 스포츠로 경쟁하며 우정을 다졌다. 이번 제주 학생들의 방중은 답방 형식으로 진행됐다. 경기장 안에서는 연일 양보할 수 없는 치열한 승부를 펼쳤지만, 유니폼을 벗고 경기장 밖을 나서면 농구와 탁구 등 저마다 같은 관심사로 연결된 ‘친구’가 됐다. 탁구 대표단으로 참가한 박가연(16)양은 “중국 친구가 낙타 인형을 선물해 줬다”면서 “만리장성에도 올랐고 중국에서 겪은 모든 일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7월 제주에서 싹튼 양국의 우정이 이번 자위관 교류를 통해 더욱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며 “체육회는 청소년들이 스포츠를 통해 세계를 경험하고, 나아가 아시아를 잇는 미래의 다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국제교류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한국전 노병 깜짝 환영해 준 오바마

    한국전 노병 깜짝 환영해 준 오바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미 ‘재향군인의 날’인 11일(현지시간) 한국전쟁 등에 참전한 노병들 앞에 ‘깜짝’ 등장해 감사 인사를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예기치 못한 전직 대통령의 등장에 백발이 성성한 참전용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환호가 터져 나오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거친 손을 일일이 잡아 주며 감사를 표하자 노병들의 눈에는 이슬이 맺히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DC 인근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도착한 여객기 안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2분 35초 분량의 영상을 이날 엑스(X)에 올렸다. 그는 한국전과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 79명과 가족들이 탄 여객기에 올라 인터폰을 잡고 “안녕하세요. 여러분”이라며 운을 뗀 뒤 “재향군인의 날이 다가오면서 나는 잠시 여러분과 여러분 가족의 특별한 봉사에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이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치른 희생은 영원히 존경받을 만한 일이며, 우리는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항 도착을 반기며 좌석에 앉아 있던 참전용사들은 그의 발언이 끝나자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비행기에 탑승한 이들은 위스콘신주의 비영리단체 ‘아너 플라이트 네트워크’(Honor Flight Network)가 제공한 워싱턴DC행 무료 항공 여행에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아너 플라이트 네트워크는 20년간 31만 7000여명의 참전용사에게 워싱턴DC 지역 기념관을 방문하는 무료 항공편을 제공해 왔다. 베트남전 당시 해군으로 참전한 넬스 스웬슨은 “앞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바로 알아채지 못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육군 참전용사인 조 파는 “눈물이 났다”며 “우리를 기억하고 반겨 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기내에서 인사말을 한 뒤 공항에 내리는 참전용사 모두와 일일이 악수하고 기념 메달 ‘프레지던셜 챌린지 코인’(Presidential Challenge Coin)을 선물했다. 그는 성명에서 “재향군인의 날을 앞두고 워싱턴DC에 도착한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을 맞이하게 돼 영광이었다”며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바친 여러분의 모든 희생은 오늘 그리고 매일 기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 “김건희, 구치소서 혼자 중얼거려…기억도 온전치 않아” 풀어달라 호소

    “김건희, 구치소서 혼자 중얼거려…기억도 온전치 않아” 풀어달라 호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돼 재판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 측이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붙인 석방) 심문에서 김건희 특별검사팀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김 여사 측은 건강 이상을 이유로 석방을 요청했으나 특검팀은 풀어줄 경우 측근과의 진술 모의 등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고 맞섰다. 변호인 “김여사 건강 상태 상당히 좋지 않아”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우인성)는 12일 김 여사의 보석 심문을 진행했다. 김 여사는 지난 3일 어지럼증과 불안 증세로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며 보석을 청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심문에서도 “예전에도 김 여사가 몇 번 쓰려져 의식을 잃은 적이 있다”며 “구치소 생활을 하다 보니 치료가 제대로 안 돼 건강 상태가 상당히 안 좋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도 마무리 단계고 증인신문도 거의 끝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가급적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여사 측은 “주거지를 자택·병원 한정, 휴대전화 사용 불가, 전자장치 부착 등 조건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며 “구치소 말고 자택에서 재판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특검 “증거인멸 우려 상당…진술모의 가능성”반면 특검팀은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김 여사가 유·정 전 행정관,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과 진술을 모의하고 허위 진술을 한 정황도 확인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유·정 전 행정관이 지난 8∼10월 남부구치소에서 김 여사를 다수 접견했다. 두 사람은 증인신문을 하기로 한 일자 직전 피고인을 접견한 후 의도적으로 출석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속을 허가할 경우 유·정 전 행정관과 진술 모의 가능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고, 전씨를 회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불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고인을 석방할 시 또 다른 정치적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며 “보석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 공천개입)·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건진법사·통일교 청탁 의혹) 혐의를 받는 김 여사는 지난 8월 12일 구속된 뒤 같은 달 29일 재판에 넘겨졌다. 변호인 “尹 부부 동시구속 가혹”“김여사 기억도 온전하지 않아”이에 김 여사 측은 “윤석열 전 대통령도 구속돼 재판받고 있는데, 부부를 동시에 구속해 특검을 3개 돌려 이렇게까지 재판을 하는 게 가혹하지 않은지 고려해달라”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기억도 온전하지 않고, 구치소 내에서도 혼자 중얼거리거나 취침 중에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등 심신이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유·정 전 행정관 접견에 대해서도 “반려견 이야기나 약 이야기 외에 별로 한 게 없다”며 “김 여사가 심리적으로 안 좋은 충동이 심각한데, 정 전 행정관을 통해 반려견 소식을 듣고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검은 정장 차림으로 출석한 김 여사는 마스크를 쓴 채 교도관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 들어왔다. 김 여사는 직접 발언하지는 않고, 심문이 진행되는 동안 고개를 숙인 채 듣기만 했다.
  • (영상) 운동하는 남친만 가능…요즘 유행 커플 챌린지

    (영상) 운동하는 남친만 가능…요즘 유행 커플 챌린지

    “왜 남친 팔에 매달려 있어...?” 요즘 SNS에는 이렇게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의 팔에 매달려 있는 영상이 많이 보이는데요. 유행처럼 번진 이 챌린지, 어디서 시작된 걸까요? 지난 9월 말 SNS에서 유행했던 ‘마우이 와우이 챌린지’(Maui Wowie Challenge / Maui Wowie hanging trend) 기억하시나요? 당시에 신호등이나 높은 기둥에 매달린 영상들이 잔뜩 올라왔었죠. ↓마우이 와우이 챌린지 다시 보기↓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이슈&트렌드 | 케찹(@ccatch_upp)님의 공유 게시물 그런데 이번엔 그 챌린지가 커플 버전으로 돌아왔습니다! Who needs a pole when you have a bf이 챌린지는 “Who needs a pole when you have a bf(boyfriend)”라고 부르는데요. ‘남친 있는데 왜 기둥에 매달려?’ 이런 뉘앙스로 남친 근력을 자랑하는 챌린지인 셈이죠. 배경음악은 미국 래퍼 키드 커디(Kid Cudi)가 2008년 발표한 노래 ‘Maui Wowie’라는 곡인데요. ‘마우이 와우이를 얻기 위해 호놀룰루로 돌아가자’(Goin‘ back to Honolulu just to get that, that Maui Wowie, that Maui Wowie)는 가사에 맞춰 립싱크하면 끝. 참고로 ‘마우이 와우이’는 하와이가 원산지인 마리화나의 한 종류라고 하네요.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이슈&트렌드 | 케찹(@ccatch_upp)님의 공유 게시물
  • “문화유산 가치 지키려는 최소한 태도 보여야”…문화유산 학회, 협회 종묘 개발에 공동 성명

    “문화유산 가치 지키려는 최소한 태도 보여야”…문화유산 학회, 협회 종묘 개발에 공동 성명

    “서울시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키려는 최소한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 12일 역사학, 고고학, 인류학 관련 30여곳의 학회와 문화유산 관련 협회가 세계유산 종묘의 하늘과 시야를 가리는 고층 개발 시도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종묘 앞 고층 건물 배치는 종묘의 가치와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우리의 삶에서 역사적 전통과 기억을 제거하고 문화적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에 이 무분별한 개발 행위에 적극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종묘 주변에 고층 건물을 배치해 경관을 훼손하지 말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의 권고는 결코 쉽게 넘겨 버릴 말이 아니다”라면서 “문화유산 주변의 고도 상향을 결정할 때 그것을 단순히 개발이익과 관련된 문제로만 생각해서는 안 되며 사회 전체의 과제로 생각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이번 세운4구역 재개발 지역 고층 건물의 허용이 선례가 돼 5대 궁궐과 조선왕릉의 주변도 거대한 콘크리트 숲에 둘러싸일지 모른다는 우려는 더욱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울시에 종묘 인접 지역의 건물 층고 상향 규제 완화를 즉각 철회할 것, 관련 기관 및 전문가와 학술단체의 자문과 평가를 거쳐 기준을 새로 마련할 것, 종묘 경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층 건물 인허가를 전면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성주 한국고고학회 회장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연구하는 여러 학회와 협회가 종묘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처음으로 연대했다”며 “종묘의 엄숙함과 격조 그리고 열린 하늘을 지켜 내기 위해 공개토론, 현장검증, 제도 개선을 위한 공론의 장을 넓혀 가겠다”고 말했다. 한국건축역사학회 홍보이사인 이연경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세계유산은 단순히 유형적인 건축물 하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주변의 문화, 자연환경과 사람들의 삶까지 아우른다”며 “경관은 물론, 수도 한양이 세워지며 그 공간이 만들어진 맥락과 이야기도 모두 보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