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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강국이 디스토피아로…” 尹 계엄령에 국제사회 ‘충격’

    “문화강국이 디스토피아로…” 尹 계엄령에 국제사회 ‘충격’

    최근 몇 년간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으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이 세계적으로 확산됐지만, 이번 계엄사태는 한국의 또 다른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6일(현지시간) “K팝과 독재자들: 민주주의에 가해진 충격이 한국의 양면을 드러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동안 한류 열기에 가려져 있던 한국의 군사 독재 역사와 권위주의 문화를 조명했다. 가디언은 이번 계엄사태가 군사 독재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국내외 젊은 세대에게 특히 큰 충격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한류 열풍 속에서 한국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강국으로 자리 잡았지만, 난데없이 터진 계엄사태는 현실판 디스토피아와도 같았다는 설명이다. 이어 “서울 국회의사당 밖에서 의원들이 담장을 기어오르고, 군용 헬기가 머리 위를 날며,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시민들이 무장 군인과 대치하는 모습은 한류의 긍정적 이미지와 극명히 대비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민주화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졌지만 가디언은 “35년이 채 지나지 않은 민주화 이후에도 한국 사회에는 권위주의적 잔재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번 계엄사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고교 동문 네트워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이를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한 시민은 “올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쌓아 올린 한국의 평화로운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한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고, 한 국가를 위기에 빠뜨린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특히 충격적인 점은, 경제 및 군사 안보의 중추적 글로벌 파트너이자 규칙 기반 자유주의 질서의 지지자로 알려진 한국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를 결정했다는 사실”이라며,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윤 대통령이 ‘친북 세력 제거’와 ‘자유민주적 헌정 질서 수호’만을 언급했을 뿐, 계엄령 발동의 구체적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계엄령이 선포됐던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언급했다. 이어 “40년이 지난 지금 윤 대통령이 야당과 북한을 연계해 ‘반국가’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터무니없다”며 “이번 조치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이전 군부 통치 시절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고 덧붙였다.
  • 나경원, 尹 대국민 담화 앞두고 “사과, 지금 아닌 혼돈 정리 뒤가 바람직”

    나경원, 尹 대국민 담화 앞두고 “사과, 지금 아닌 혼돈 정리 뒤가 바람직”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10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하루종일 의총이 진행됐고 탄핵은 안 된다는 당론은 다행히 유지됐다”면서 “오늘의 탄핵 표결은 우리당 의원 모두가 당론을 따른다면 당연히 부결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8년 전의 아픈 기억이 생생하다. 최순실 논란이 터지고 나서 박근혜 대통령은 10월 25일 첫 사과 이후 두 차례의 사과를 했으나 결국 국회에서 탄핵 가결됐다”며 “첫 번째 사과는 정치적 자살이라고 평가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한다”면서 “그러나 그 시기, 내용은 매우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나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의 사과는 가짜뉴스와 진짜뉴스가 범벅된 지금의 혼돈이 조금 정리된 이후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국민들께서도 귀를 기울일 여유가 있을 것”이라면서 “구태여 오늘이라면 장황하기보다는 소박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비상계엄은 당연히 잘못된 일이다. 대한민국의 모습이 후진화되었다고 모두들 개탄한다. 야당 의원들은 총칼, 군홧발 운운하며 탄핵을 선동하고 있다”면서 “야당의 국회 운영 모습은 1970년대 유신시대의 통일주체국민회의보다 더하면 더하지 결코 덜하지 않다. 이재명의 통일주체국민회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22명 탄핵,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위헌적 법안가결, 특검의 남발, 예산의 일방적 삭감은 물론 국회의원의 상임위 발언권 및 재석권 박탈 등 수없는 만행들이 자행된다”며 “이제 개헌논의를 비롯한 백가쟁명식 해법이 제시될 것이다. 잊지 말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 뿐 아니라 비정상적 국회도 제동할 수 있는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오늘 오전 10시 생중계로 대국민 담화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기 전 대국민 사과를 포함한 입장을 밝혀 달라는 여당 측의 요구를 수용해 담화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설명하고, 이번 사태로 초래된 혼란에 대해서 사과할 것으로 보인다.
  • “우리 평화는 아직 청춘 동년배…청춘의 봄, 지켜달라” 이대 22학번의 호소

    “우리 평화는 아직 청춘 동년배…청춘의 봄, 지켜달라” 이대 22학번의 호소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 서울 대학가에서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온 가운데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2학번의 성명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6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22학번의 ‘모든 청춘에게 부쳐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이 올라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청춘을, 푸른 봄을, 서울의 봄을 다시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상계엄령’이 교과서 밖으로 나오는 것을 처음 봤다. 국회의사당에 군홧발이 찍히고, 군인이 시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미는 광경을 생전 처음으로 목도했다”고 했다. 이어 “더러는 지금의 20대가 정치에 무심하다고들 한다. 학생 운동의 맥이 끊긴 세대라고, 자유와 투쟁을 모르고 자랐다고들 한다”면서 “우리에게 계엄이 낯선 일임은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2년 월드컵을 기억하지 못해도 2014년 세월호를 기억한다. 2016년의 광화문을 알며, 2022년의 이태원을 안다”고 했다. 이들은 “그러니 묻겠다. 우리가 정말 참담함을 모르고 자란 세대입니까? 기계에 끼여 죽고, 바다에 빠져 죽고, 컨테이너에 깔려 죽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춘을 진정 모르십니까?”라고 했다. 이어 “1997년, 최초의 평화적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해다. 사람으로 따지면 고작해야 올해로 스물여덟이 된다. 우리의 평화는 아직 청춘의 동년배다. 이화의 벗이다. 더는 어떤 또래의 죽음도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화여대를 비롯해 건국대, 숙명여대, 홍익대, 서울여대 등에서도 학생들의 시국 선언이 이어졌다. 한편 7일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는 ‘대학생 시국 대회’가 열린다. 고려대, 이화여대 등 20여곳의 대학 학생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 “경찰, 이상한 계엄에 연루 수치” “검찰, 위법 명백하면 즉각 수사”

    “경찰, 이상한 계엄에 연루 수치” “검찰, 위법 명백하면 즉각 수사”

    충남경찰청장, 위헌·위법 지적檢 “국가원수 자질·품격도 없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경찰의 국회 출입 통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도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 고위 간부로서는 처음으로 현직 치안감이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지적하며 공개 비판했다. 현직 검사들도 내부망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배대희(55·치안감) 충남경찰청장은 6일 오전 경찰 내부망 온라인 게시판에 ‘초유의 비상계엄 상태…우리 경찰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절차와 내용, 실질에 있어 동의할 수 없는 이상한 비상계엄에 경찰이 연루돼 ‘경찰이 무언가 국가비상상황을 획책했다는 의심’을 들게 한 상황이 기분 나쁘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에 의한 관료 탄핵과 예산 삭감으로 인한 행정부 마비가 비상계엄의 선포 사유가 되는지, 또 포고령 제1호를 보면 국회와 정당의 정치활동을 금지할 수 있는지, 위헌·위법인 포고령이 아닌지”라며 “지금 제 가슴과 머릿속은 자괴감과 수치심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헌·위법에 대해 중립성을 이유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오히려 중립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북 의성 출신인 배 청장은 200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시 특채(경정)로 2005년 경찰에 입문한 경찰 내 법률 전문가다. 배 청장의 글은 현직 경찰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이날 오후 2시 기준 조회수 1만을 넘었고 15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배 청장 외에도 경찰 내부망에는 ‘시민을 지키는 경찰의 역할을 기억해야 한다’는 취지의 비판 글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발포 명령을 거부한 고 안병하 치안감의 ‘부당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을 기억하자는 당부도 이어지고 있다. 현직 검사들도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민경찬(변시 8회) 인천지검 형사4부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그 목적을 이해할 수 없고, 수단이 적법하거나 적절하지도 아니했다”며 “국가 원수로서의 자질과 품격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 검사는 “총장님을 비롯한 선배님들께 간청한다”며 “검찰이 대통령을 포함하여 이번 위헌, 위법한 계엄과 관련된 자들을 끝까지 수사하여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태훈(사법연수원 30기) 서울고검 검사도 “계엄사령관의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발령 행위가 위헌, 위법임이 명백하다면 대통령을 제외하고도 그 준비와 실행에 관한 즉각적인 수사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글을 올렸다.
  • 김어준·김명수·권순일도 체포 대상에… 여권 인사로는 한동훈이 유일

    김어준·김명수·권순일도 체포 대상에… 여권 인사로는 한동훈이 유일

    정치인·유튜버·선관위원 등 총 13명1차장 “尹, 사직서 반려는 입막음용”국정원장은 “1차장 주장 사실 아냐”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주요 정치인 인사들을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6일 폭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조태용 국정원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해 진상 규명도 필요해 보인다. 홍 1차장은 국회에서 신성범(국민의힘 의원) 정보위원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지난 3일 비상계엄 발령 당시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며 전달받은 명단을 공개했다. 방첩사령관은 12·12 사태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같은 자리다. 여 사령관은 정치인 체포 작전을 지휘하며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주요 인사 위치 파악을 요청했다고 한다. 명단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박찬대 원내대표·김민석 수석최고위원·정청래 법사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를 포함해 유튜버 김어준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장,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등 야권 성향 관계자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선관위원, ‘노총’(민주노총으로 추정) 위원장 등 총 13명이 포함돼 있었다. 우 의장이 포함된 건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하는 것을 막기 위함으로 보인다. 실제 우 의장은 지난 3일 밤 국회 출입이 막히자 담을 넘어 경내로 들어가 본회의를 열었다. 여권 인사 중에선 한 대표가 유일했다. ‘윤·한 갈등’의 골이 깊어진 터라 한 대표가 비상계엄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차단하기 위한 작업으로 해석된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권순일 전 대법관은 극우 세력이 총선 부정선거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홍 1차장은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어 조 원장 등 간부들이 모인 회의에서 “한동훈, 이재명을 잡으려고 한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조 원장은 “내일 아침에 이야기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홍 1차장의 사실상 항명에 윤 대통령은 홍 1차장을 경질하기로 했다. 홍 1차장은 전날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이튿날인 이날 오전 이임식을 마친 직후 조 원장이 사직서를 반려했다. 홍 1차장은 “1차장 때문에 1차 비상계엄이 실패했다며 대통령이 노발대발하면서 경질하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복수의 출처에서 들었다. 사직서 반려는 입막음용”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조 원장은 홍 1차장의 폭로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 ‘계엄의 밤’ 법무부에선…류혁 “박성재 장관 주재 회의서 ‘출입국’ 단어 나왔다”

    ‘계엄의 밤’ 법무부에선…류혁 “박성재 장관 주재 회의서 ‘출입국’ 단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3일, 그날 자정을 전후해 법무부에서 박성재 장관이 휘하 고위급 간부 15여명을 모아 두고 계엄 선포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류혁 법무부 전 감찰관이 6일 밝혔다. 류 전 감찰관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이 위헌적이라는 판단하에 즉각 사직서를 제출한 인물이다. 전체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윤 대통령의 계엄령이 위헌 또는 불법이었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박 장관을 비롯해 법무부 고위 간부 역시 그 같은 행위에 동조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류 전 감찰관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계엄령 선포 직후 법무부 장관 명의의 실·국장 비상소집 문자를 받고 회의실에 도착하니 주요 간부 15여명이 소집돼 있었고 박 장관이 한 간부에게 ‘출입국’과 관련한 얘기를 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류 전 감찰관은 박 장관의 ‘출입국’ 관련 발언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혹시 계엄 관련 회의입니까”라고 물었으며 박 장관이 “예, 그래요”라고 답하기에 곧바로 “계엄 관련 지시나 명령이 내려와도 저는 따를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회의실을 박차고 나온 뒤 사직서를 냈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 선포 시 법무부는 출입국 절차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데 이 자리에서 관련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류 전 감찰관의 설명이다. 그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가 기능에 변화가 생기고 계엄사령부 지시에 따를 필요도 있어서 문제가 될 만한 법무부 소관 업무 전반에 대해 박 장관이 점검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박 장관, 불법적 계엄령 선포 만류했어야…큰 실책” 류 전 감찰관은 계엄령 선포 당시 법무부의 책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법무부 책임자는 당연히 법무부의 수장인 장관”이라며 “장관이 회의 때 무슨 말을 했느냐에 따라 장관의 입장이 추단될 수 있기 때문에 그날 박 장관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박 장관의 역할에 대해 “박 장관이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 당연히 반대하거나 만류하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며 “법무부 수장이기도 하지만 국무위원으로서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보좌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서 “비록 국무회의에서 계엄 선포를 심의만 했다고 하지만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무위원으로서, 법조인으로서, 그리고 법무부의 수장으로서 대통령에게 냉정하고 객관적인 조언을 하지 못했다면 그 자체로 큰 실책을 저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류 전 감찰관은 이번 비상계엄 과정에서 책임자를 명백히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은 명백한 수괴”라며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들도 각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명확히 가려서 그에 대한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저도 국무회의에서 다양한 의견을 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의견을 냈는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당시 현행범 체포도 각오…관련자 법적 책임 물어야”그는 사직서 작성 당시를 상세히 회상했다. 류 전 감찰관은 “회의실에서 바로 나오자마자 사직서를 썼는데 당시 날짜 옆에 시간까지 적고자 시계를 보니 0시 9분을 가리키고 있었다”며 “국가 비상상황에서 반국가 세력으로 분류돼 현행범으로 체포될 상황도 각오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렇진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비상 회의 참석자 중 한 명이 추후에 ‘저도 같은 생각’이라면서 제 견해에 공감을 표시한 사람이 있긴 했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류 전 감찰관은 “이 사태가 잘 수습되어서 국민이 평화로운 삶으로 하루빨리 돌아가고 엄정하고도 차분하게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류 전 감찰관은 지난 2019년 창원지검 통영지청장을 끝으로 검찰에서 퇴직한 뒤 2020년 7월 법무부 감찰관으로 임용됐다. 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반대한 바 있다.
  • 현직 치안감 “이상한 계엄에 경찰 연루” 지적…검경 내부서도 비판 목소리 커져

    현직 치안감 “이상한 계엄에 경찰 연루” 지적…검경 내부서도 비판 목소리 커져

    비상계엄 선포 당시 경찰의 국회 출입 통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도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 고위 간부로서는 처음으로 현직 치안감이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지적하며 공개 비판했다. 현직 검사들도 내부망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배대희(55·치안감) 충남경찰청장은 6일 오전 경찰 내부망 온라인 게시판에 ‘초유의 비상계엄 상태…우리 경찰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절차와 내용, 실질에 있어 동의할 수 없는 이상한 비상계엄에 경찰이 연루돼 ‘경찰이 무언가 국가비상상황을 획책했다는 의심’을 들게 한 상황이 기분 나쁘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에 의한 관료 탄핵과 예산 삭감으로 인한 행정부 마비가 비상계엄의 선포 사유가 되는지, 또 포고령 제1호를 보면 국회와 정당의 정치활동을 금지할 수 있는지, 위헌·위법인 포고령이 아닌지”라며 “지금 제 가슴과 머릿속은 자괴감과 수치심으로 가득차 있다”고 했다. 경북 의성 출신인 배 청장은 2002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사시 특채(경정)로 2005년 경찰에 입문한 경찰 내 법률 전문가다. 배 청장의 글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조회수 1만을 넘었고 15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배 청장 외에도 경찰 내부망에는 ‘시민을 지키는 경찰의 역할을 기억해야 한다’는 취지의 비판 글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발포 명령을 거부한 고 안병하 치안감의 ‘부당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을 기억하자는 당부도 이어지고 있다. 현직 검사들도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민경찬(변시 8회) 인천지검 형사4부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그 목적을 이해할 수 없고, 수단이 적법하거나 적절하지도 아니했다”며 “국가 원수로서의 자질과 품격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태훈(사법연수원 30기) 서울고검 검사도 “계엄사령관의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발령 행위가 위헌, 위법임이 명백하다면 대통령을 제외하고도 그 준비와 실행에 관한 즉각적인 수사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글을 올렸다.
  • 들불처럼 번지는 시국선언…경남 간디고 학생들 “윤 대통령 처벌하라”

    들불처럼 번지는 시국선언…경남 간디고 학생들 “윤 대통령 처벌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에 경남 고교생들이 ‘탄핵’을 촉구하고 나섰다. 산청군에 있는 간디고등학교 학생들은 6일 경남도교육청 1층 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법적 처벌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을 했다. 전국 고교에서 학교 단위로 시국선언을 한 것은 간디고가 처음이다. 간디고 학생회 측은 시국선언문 발표 기준 전교생 90명 중 57여명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속 동참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학생들은 선언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는 헌법을 위반한 행위다. 범죄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법적 처벌을 요구한다”며 “지금까지 계엄령이 선포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역사를 배우고 기억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또다시 독재 정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두려움과 분노에 잠 못 이루는 밤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며 독재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수많은 국민을 ‘빨갱이’로 몰아 고문하고 죽이고 폭력을 일삼았던 끔찍한 역사를 되풀이하고자 했다”며 “대한민국을 만들기까지 있었던 민주항쟁을 배우고 기억하는, 그 노력 덕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아갈 수 있는 우리 청소년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비상계엄령 선포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법적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 학생들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지 않았다면, 국회에 과반의 국회의원이 모이지 않았다면,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들어갈 수 없었다면, 국회 앞으로 모인 국민이 없었다면 우리는 또다시 군사쿠데타를 목도했을 것이며 독재정권을 맞이했을 것”이라며 “이 땅에서 있었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과 그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는 우리는 더는 독재를 용납하지 않는다. 다시는 민주주의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날까 봐, 굶어 죽을까 봐 걱정하는 나라를 원하지 않는다. 나라 때문에 앞길이 막막해 걱정하지 않고, 빈곤에 시달리지 않고, 밤길이 무섭지 않은 나라를 원한다. 모든 소수자가 권리를 보장받는 나라, 모든 이들이 편히 잠들 수 있는 밤을 원한다”며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정의로운 나라를 원한다. 전국의 청소년과 중고등학생들이 시국선언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각계각층 시국선언은 잇따르고 있다.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청소년들까지 비상계엄 사태를 규탄하며 시국선언에 나선 상태로, 지난 5일에는 제주 초·중·고교 청소년 수십명이 시국선언을 했다. 당시 학생들은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요구하며 교과서를 던지고 윤석열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 송미령 “비상계엄 위한 국무회의 알았다면 안 갔을 것”

    송미령 “비상계엄 위한 국무회의 알았다면 안 갔을 것”

    “계엄 선포 동의한 적 없어… 국민께 사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6일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인 줄 알았다면 안 갔을 것”이라고 밝혔다. 계엄 사태 이후 내놓은 첫 입장이다. 송 장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업무점검회의 후 취재진에게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 대해 “(당시 상황은)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장관은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침통한 마음이며, 국민에게 사과드린다”면서 “지난 3일 울산 일정이 있었고 비행기에서 내려 오후 9시 30분쯤 대통령실 연락을 받고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후 10시 10분쯤 용산에 도착했고, 이미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며 “경황이 없고 혼란스러워서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계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했고 동의한 적 없다”고 했다. 송 장관은 “찬성이냐, 반대냐를 묻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송 장관은 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의견을 듣기만 했냐는 질문에는 즉답하지 않았다. 송 장관은 2차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당연히 반대”라며 “혹시 그런 일이 생긴다면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송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후 인천공항 면세점 신선농산물 입점 행사, 우리쌀 우리술 K라이스 페스타 등 행사 참석 일정을 취소하고 세종청사에서 일상적 업무를 했으며, 이날 오후에는 조류 인플루엔자(AI) 방역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 이준석 “아크로비스타서 尹 처음 만난 날…‘애들 보내 선관위 싹 털려했다’ 하더라”

    이준석 “아크로비스타서 尹 처음 만난 날…‘애들 보내 선관위 싹 털려했다’ 하더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군이 부정선거 의혹을 파헤치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처음 만난 날 관련 주제로 대화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 의원은 5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엄군이 중앙선관위 등 점거작전에 돌입했었다는 기사 링크를 올리면서 “저랑 아크로비스타에서 처음 만난 날 ‘대표님, 제가 검찰에 있을 때 인천지검애들 보내가지고 선관위를 싹 털려고 했는데 못하고 나왔다’가 첫 대화 주제였던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 아니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당대표로 있을 때 철저하게 배척해놨던 부정선거쟁이들이 후보(윤 대통령) 주변에 꼬이고 그래서 미친 짓을 할 때마다 제가 막아 세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결국 이 미친놈들에게 물들었다”며 “아니 어떻게 보면 본인이 제일 부정선거에 미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결국 부정선거쟁이들이 2020년부터 보수진영 절단내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에 쿠데타 세력이 선관위에 들어가려고 했던 건 아마 자기들이 가서 선관위에 있는 데이터 같은 것을 어설프게 조작해놓고 ‘봐라 부정선거다’라면서 역공작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왜냐하면 부정쟁이들은 대한민국의 선거 관리시스템이 에어갭 방식으로 구현되어있다는 대전제 자체가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하니까”라며 “대통령이 부정선거쟁이들의 수괴가 돼서 환호받아 보려다가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고 그걸로 탄핵당하면 깔끔하게 부정선거쟁이들이 보수진영 절단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어갭이란 네트워크 보안에서 안전한 컴퓨터 네트워크가 공용 인터넷 또는 안전하지 않은 근거리 통신망과 같은 안전하지 않은 네트워크로부터 물리적으로 격리되도록 하기 위해 하나 이상의 컴퓨터에 사용되는 네트워크 보안 조치이다.
  • [지방시대] 박종철과 박종철의 선택

    [지방시대] 박종철과 박종철의 선택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부산에서는 집회가 부산진구 서면에서 시작해 3㎞ 정도 떨어진 남구 문현교차로까지 행진한 다음 끝나곤 했다.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왜 문현교차로냐”고 물었더니 “여기 모르냐. ‘그 사진’ 찍힌 곳”이라고 대답했다. ‘아! 나의 조국’이라고 이름 붙은 ‘그 사진’ 속에선 마스크를 쓴 청년 두 명이 펼쳐 든 대형 태극기 앞으로, 웃옷을 벗어던진 청년이 양팔을 펼치고 절규하며 뛰쳐나간다. 그는 “최루탄을 쏘지 말라”고 외쳤다고 한다. 민주화를 갈망하다 억울하게 숨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계기로 일어나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87년 체제’를 끌어낸 ‘6월 민주항쟁’의 한가운데서였다. 서면도 그저 교통이 편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어서 집회 장소가 된 것은 아니었다. 서면 지하철역 주변에는 굳게 쥔 주먹 모양에 ‘독재 타도, 민주헌법 쟁취’라고 새긴 ‘6월 항쟁의 중심지 표석’이 있다. 6월 항쟁 중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시민이 모인 곳, 시민이 피운 민주항쟁의 불꽃이 독재정권의 항복을 끌어냈다는 설명도 붙어 있다. 2024년의 비상계엄 사태를 보며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냈다. 한 부산시의원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그의 이름 또한 박종철. 시민단체는 박 의원의 사퇴를 요구한다. 대다수 국민이 비상계엄을 위헌, 위법이며 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하는데도 지지한 그를 시의원으로 둘 수 없다는 이유다. 박 의원은 “정치적 대화와 타협, 협치, 토론이 생략된 채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려던 것”이라며 “불법적, 위헌적 계엄령을 지지한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사과했지만 사퇴 요구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진 않다. 계엄은 어떤 것일까. 들어 봤고 읽어 봤으나 겪어 보지 못해 정확히 안다고는 말 못 하겠다. 지난 4일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서면에서 잡아탄 택시에서 나름대로 답을 얻었다. “계엄이 뭔 줄 아느냐”던 기사분은 “초등학교 때 겪어 봤다”며 이야기를 들려줬다. 박정희 서거, 전두환 같은 말이 나왔으니 부마민주항쟁을 억누르려 한 1979년 비상계엄 얘기인 듯싶다. “그때 길에 탱크가 무진장 다녔다고. 손님 가는 온천동 거기도 지나다녔다니까. 부산대 안에는 총 든 군인하고 탱크하고 한가득인기라. 어른은 좀 이상하다 싶으면 불심검문하고 잡아가고. 살벌했지. 길에 사람이 잘 안 보이고, 분위기도 착 가라앉은 게 암만 어려도 ‘아, 이건 무섭다’ 싶더라니까.” 대화 속에서 계엄은 곧 ‘억압’이라고 생각을 정리하게 됐다. 그것도 총칼을 앞세운. 누가 그 앞에서 자유로이 행동할 수 있을까. 계엄령 아래에선 삶을 군에 의탁해야 하는데, 선포 이유가 ‘자유 대한민국 수호’라니 이런 모순이 또 있을까. 1987년의 박종철은 열사라 불리고 2024년의 박종철은 사퇴 압박을 받는 이유는 한 사람은 억압에 저항을, 한 사람은 억압에 지지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돼서가 아닐까.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포고령이 떠오른다. 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기자들에게는 잡혀갈지, 살아갈지 선택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순간이 왔을지도 모르겠다. 삶은 저마다 다르지만 누구든 선택의 기로에 놓이지 않았을까. 1987년 문현교차로에 섰던, 국회가 계엄령 해제 요구안을 의결할 수 있도록 도운, 어젯밤 촛불을 든, 그렇게 모두의 일상을 지켜 준 시민에게 경의를 표한다. 정철욱 전국부 기자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타임 셸터(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지음, 민은영 옮김, 문학동네) “이름으로 만들어진 세계에서 이름을 잊는다는 것은 그 세계의 자연적인 종말이다.” 지난해 봄, 국내 문학계는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떴다. 천명관 작가의 장편소설 ‘고래’의 수상을 점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예는 불가리아 작가에게 돌아갔고 당시 우리에게 진한 아쉬움을 안겼던 작품이 바로 ‘타임 셸터’다. 책은 기억이 소실되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미래와 현재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 대피소’, 곧 ‘타임 셸터’ 구실을 하는 한 클리닉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았다. 옮긴이의 말처럼 내용이 쉽지는 않다. “환상소설의 외피를 두른 진지한 철학적 탐구.” 460쪽, 1만 7800원. 가난한 영혼을 위한 노래(강성재 지음, 시인동네) “달빛이 안개꽃처럼 야윈 강심/우리도 저와 같이/가진 것이 없음으로/더 빼앗길 것 없는/이 넉넉함/이 눈부심으로 흘러볼 일이다/산다는 것이/때로 눈물겨운 사람아” 2017년 지용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이어 지난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의 신작 시집. 시인 스스로 인사말에서 밝혔듯 “내 젊은 날의 편린(片鱗)들”에 대한 자성, 시작(詩作)에 대한 각오를 엿볼 수 있는 시편들이 가득하다. 잘 먹고 자란 누에들은 튼실한 고치를 짓는다. 이를 삶아 실을 뽑으면 비단이 된다. 하지만 삶아진 누에는 나방이 되지 못한다. 우화(羽化) 대신 명주실을 남기는 게 시인의 숙명이란 저자의 관념이 다양한 시어로 표현된다. 128쪽, 1만 2000원. 비평의 집(김욱동 지음, 소명출판) “문학비평도 집을 짓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정확하지 않은 텍스트에 의존하여 지은 비평의 집은 쉽게 무너져 내리게 마련이다.” 11편의 비평문이 실린 비평집. 책의 주제는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이육사의 ‘꽃’, 정지용의 ‘비로봉 2’, 김소월의 ‘가는 길’ 등에 나타난 텍스트의 오류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둘째는 “모든 문학 텍스트는 시대마다 새롭게 읽힌다”는 전제 아래 이효석의 ‘산’을 신유물론으로, 김춘수의 ‘꽃’을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이론으로 다시 조명한다. 셋째는 비교문학의 관점에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 한국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과 윌리엄 포크너 등 영문학 작가들의 작품 간 영향 관계를 살핀다. 489쪽, 3만 8000원.
  • [씨줄날줄] 일제 잔재 ‘계엄법’

    [씨줄날줄] 일제 잔재 ‘계엄법’

    ‘계엄’은 순수하게 글자의 뜻만 살펴 그 성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한자의 계(戒)는 경계하다, 엄(嚴)은 엄중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그저 ‘엄중히 경계하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군사적 통제를 뜻하는 영어의 ‘마셜 로’(Martial Law)는 같은 뜻을 가졌지만 이해가 쉽다. 계엄은 명나라 시대 한자 및 음운 사전인 정자통(正字通)에서 유래했다. ‘적이 바야흐로 쳐들어오니 방비를 굳건히 함을 계엄이라 한다’는 ‘적장지설비왈계엄(敵將至設備曰戒嚴)을 근거로 했다. 뜻밖의 계엄 파문을 겪고 나니 정자통이 계엄 발동의 한계를 이미 오래전 제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계엄을 법률 용어로 편입시킨 것은 일본이다. 프랑스의 국가긴급권을 모방해 1882년 계엄령을 제정했다. 명령 형태의 계엄령은 법률과 같은 법적 효력을 가졌다. 이것을 우리가 그대로 가져다 1949년 계엄법을 제정한다. 일본은 계엄령을 덜 심각한 임전지경(臨戰地境)과 정도가 심각한 합위지경(合圍地境)으로 나누었다. 우리 계엄법의 경비계엄은 저들의 임전지경, 비상계엄은 합위지경에 해당한다. 일본의 대표적 계엄은 간토대지진 때 발령됐다. 1923년 9월 1일 도쿄 일대에 규모 7.9의 대지진이 일어났고 일본 정부는 긴급칙령으로 계엄령을 선포했다. 계엄령하에서 무장한 군과 경찰, 자경단이 무고한 조선인과 중국인, 사회주의자와 노동운동가를 무참히 학살한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사망자는 모두 10만 5000명, 임시정부 발간 독립신문 특파원의 현지조사 결과 조선인 희생자는 6661명이었다. 계엄이라는 표현은 정확성을 생명으로 하는 법률용어로는 지나치게 상징적이 아닐까 싶다. 일제강점기 이후 불과 엊그제까지도 어둡고 처참한 기억만 남기고 있는 것이 또한 계엄이다. 이참에 오용(誤用)의 소지를 없애도록 계엄법을 개정하면서 아예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늦었지만 일제 잔재를 털어버린다는 의미도 있다. 서동철 논설위원
  • “시 쓰기는 삶과 죽음 사이를 움직이며 질문하는 것”

    “시 쓰기는 삶과 죽음 사이를 움직이며 질문하는 것”

    박지일 두 번째 시집 21편 연작시“나에게 물보라는 곧 쓰기와 같아”짧은 호흡과 조사도 생략한 ‘글투’ “나를 발굴하는 과정서 나온 어투” 물보라가 엄습하고 현실은 뒤틀린다. 촉촉한 꿈의 시공간에서 시인은 기억 속 고통을 곱씹는다. 이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주문은 이렇다. 물보라, 물보라. 시인 박지일(32)의 두 번째 시집 ‘물보라’는 정갈한 문장으로 세공된 아득한 꿈의 세계를 펼친다. 2020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첫 시집 ‘립싱크 하이웨이’에 이어 이번에도 상상과 현실을 기묘하게 뒤섞는 단정하고도 매력적인 목소리로 발화한다. 시집을 열면 21편의 연작시 ‘물보라’가 이어진다. 물보라는 ‘죽음을 휴대한 해파리’와 ‘죽음을 앞질러 죽는 멧닭’ 같은 존재들을 몰고 온다. 물보라는 도대체 무엇인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시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5일 박지일로부터 이런 답이 돌아왔다. “존재보다는 동작이나 운동 그 자체로 여기고 있다. 내가 나를 가만둘 수 없는 ‘증상’인 것 같기도 하다. 모종의 탈력(脫力), 무력감이 최근 몇 년간 내 생활을 지배했다. 될 대로 되라는 허탈감이랄까. 나에게 물보라는 곧 ‘쓰기’다. 쓰기를 하는 동안은 살아 있다고 느낀다. 나에 대한 기묘한 투쟁, 느슨한 거리감이 뒤섞인 채 작동하는 것이 바로 물보라다.” 박지일의 시를 천천히 음미한 독자라면 틀림없이 그의 독특한 ‘글투’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우선 문장의 호흡이 무척 짧다. 서술어의 기본형을 활용해 시를 전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설탕이 단맛을 잃다. 모두가 긴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준비하다. 모두가 손가락 양쪽으로 입꼬리를 낚아 올리다.”(시 ‘11月 7.2日’ 부분) 특정한 의미를 지닌 동사를 그대로 쓰지 않는다. 대신 명사에 ‘하다’라는 동사를 붙여서 말한다. 예컨대 ‘울다’ 대신 ‘울음 하다’라고 쓰는 식이다. 박지일은 문장에서 조사도 곧잘 생략한다. 언어의 일상성을 비껴가는 박지일의 문장미학은 꿈 혹은 망상의 세계를 그린 듯한 그의 시와 적절하게 맞물린다. “퇴고 과정에서 (문장을) 공들여 손보거나 하진 않았다. 생활이 불편하고, 세상이 불편하고 삶에 자꾸만 불편함이 끼어드는데 원인을 들여다보면 그 정체를 규정할 순 없다. 마치 실타래처럼 불편함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니까. 관념을 형상화하는 과정인 쓰기를 나에게 불편함을 주는 일상언어로 풀어 나가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나를 파고들며 발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어투다.” 시인은 앞선 시집 ‘립싱크 하이웨이’에 실린 시들을 “하늘과 벌였던 발버둥질”이라고 자평했다. 쓰는 존재인 ‘나’에 대한 회의감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 ‘물보라’를 쓰면서는 그 회의감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유년의 시인과 할머니, 동생, 엄마의 죽음 같은 사실, 그리고 기억이 섞이면서 시라는 장르에 대한 회의감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없었다. 그는 “일상에서 나에게 주도권이 없다고 느낀다”고 했다. 불화로 가득한 불편한 일상. 하지만 일상이 좋고 편하기만 하다면 시를 쓸 필요도 없지 않을까. ‘물보라’ 3부는 2022년 남다현 작가와 협업 전시를 하면서 쓴 시가 모였다. 전시가 11월에 열렸던지라 시 제목에 전부 11월이 들어갔다. 그중 ‘11月 6日’의 첫 문장이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살아지듯이 죽으라.” ‘사는 것’과 ‘살아지는 것’의 차이는 뭘까. 삶과 죽음은 무엇이 다를까. 시인은 혹시 시를 쓰면서 이에 대한 해명을 찾았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시를 쓸 때는 죽음과 삶이라는 두 영역을 구분 짓지 않고 돌아다니니까. 어쩌면 두 상태 사이에서 가장 오래 머무르는 것 같기도 하고. 시를 쓸 땐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때로는 어떤 상태와 어떤 상태가 겹친 상태로, 그저 움직이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 ‘계엄 쓴소리’ 美 국무 부장관 “尹 심한 오판… 불법적 과정”

    ‘계엄 쓴소리’ 美 국무 부장관 “尹 심한 오판… 불법적 과정”

    “한국서 계엄은 깊고 부정적인 울림몇 달간 도전적 상황 처하게 될 것”설리번 “공개 발언 계속해서 할 것” 미국이 한국의 계엄 해제 이후에도 당시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며 향후 정국이 민주적 과정에 입각해 전개될지 주시하고 있다. 미 국무부 2인자인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4일(현지시간) 아스펜전략포럼이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한국 상황에 대한 질문에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심한 오판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계엄법의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이 한국에서 깊고 부정적인 울림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 고위 외교당국자가 동맹국 정상의 결정에 대해 “오판”이라고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표현이다. 미국이 사전에 계엄 선포를 파악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내가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한국) 외교부, 기획재정부, 대통령실 등 한국 정부 내 우리의 대화 상대방이 거의 모두 (계엄 선포에) 깊이 놀라워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나와 이것이 매우 불법적인 과정임을 분명히 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우리가 여기서 일부 위안과 확신을 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캠벨 부장관은 ‘한국 국민들이 계엄 선포를 불법으로 받아들였다’는 언급을 통해 간접적으로 계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몇 달간 한국은 도전적인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우리 동맹이 절대적으로 견고하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견고하고 회복력이 있다”며 비상계엄 상황에서 한국의 민주적 절차가 잘 작동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한국의 대화 상대방과 사적으로 소통하며 그 중요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역시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계엄령에 대해 한국 정부와 사전) 상의를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세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TV를 통해 발표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전날 미국 정부가 계엄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 직후 나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핵심 민주주의 동맹국으로 한국을 높이 평가해 온 만큼 향후 상황을 지켜보며 만일의 경우 우려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한편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은 이날 주한미군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아직 (계엄) 사태는 종료되지 않았다”며 주한미군과 민간인 직원, 그 가족들에게 한국 내 여행 주의를 권고했다.
  • 감사원장·중앙지검장 탄핵안 통과… 사상 초유 ‘무더기 직무정지’

    감사원장·중앙지검장 탄핵안 통과… 사상 초유 ‘무더기 직무정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5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습관적 탄핵 폭거”라며 표결에 불참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이들의 직무는 정지된다.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최 원장 탄핵안은 재석 의원 192명 가운데 찬성 188표, 반대 4표로 가결됐다. 또 이 지검장 탄핵안은 찬성 185표, 반대 3표, 무효 4표로 처리됐다.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 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안도 가결됐다. 민주당은 최 원장에 대한 탄핵 사유로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과정에서의 감사 부실과 국정감사 위증·자료 미제출 등을 꼽았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탄핵안 설명을 통해 “최 원장은 감사원의 독립성을 부정하고 중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원 기관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했다”고 지적했다. 이 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해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김건희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점을 탄핵 사유로 들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표결에 앞서 “김 여사에게 불기소 처분을 하는 등 면죄부를 준 것 자체로 최대의 범죄를 저질렀다. 역대급 봐주기 수사로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검사의 직권남용이자 직무유기”라고 동참을 호소했다.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관련 의결서가 각 기관에 전달되면 최 원장과 이 지검장 등 검사 3명의 직무는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지된다. 과거 사례를 비춰 보면 이들의 직무정지 상황은 최소 6개월에서 1년가량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거듭된 탄핵안 발의에 거세게 항의하며 이날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본회의에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습관적 탄핵 폭거 사죄하라”, “헌법 수호” 등의 구호를 외치며 당 차원의 탄핵 규탄대회를 펼쳤다. 이 자리에서 추경호 원내대표는 “다수의 위력을 앞세운 민주당의 일방적 횡포와 광란의 폭주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 방탄이라는 목표 앞에서 국가에 대한 일말의 고민도,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도, 역사에 대한 한 치의 책임감도 없다.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막가파식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지켜보던 민주당 일부 의원은 여당 의원들을 향해 “양심 좀 있어라”, “부끄럽지 않으냐”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이후 일부 여당 의원이 “쇼하지 말라”고 맞받아치면서 장내가 아수라장이 됐다.
  • 담화 기획부터 軍 철수까지… 계엄 시나리오, 김용현이 주도했나

    담화 기획부터 軍 철수까지… 계엄 시나리오, 김용현이 주도했나

    金 “尹 위임받았다” 실질적 지휘국방부 지하 통제실서 작전 내려박안수 “金, 포고령 발표 독촉해경찰청장에게 내용 전달 지시도테이저건 등 건의 있었지만 막아”金, 계엄 실패에 아쉬움도 드러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기획부터 포고령(제1호) 전달, 계엄군의 국회 투입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사태의 배후로 지목됐지만 과연 이번 사태를 김 전 장관 혼자서 꾸민 것인지에 대해선 의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과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밝힌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이들은 모두 김 전 장관의 건의로 이뤄진 비상계엄을 지난 3일 오후 10시 23분 윤 대통령의 담화 이후 알게 됐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 담화 직후 열린 지휘관 회의에서 박 총장에게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사실을 통보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은 자신이 대통령으로부터 지휘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계엄사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 의해 해제될 때까지 국방부 청사 지하 통제실에 머물며 계엄 작전에 대해 세부적으로 지시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계엄군의 국회 진입도 계엄사령관과의 논의 없이 김 전 장관이 지시했다고 한다. 이후 철수 명령도 김 전 장관이 내렸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계엄사령관에게 전달한 것도 김 전 장관이라고 한다. 김 전 장관이 작성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계엄사령관은 전달받은 포고령을 시행 시간만 손봐 그대로 발표했다. 계엄사령관이 포고령에 위법 요소가 없는지 법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김 전 장관은 “이미 검토를 완료한 사안”이라며 발표를 독촉했다. 그렇게 발표된 포고령은 첫 번째 항목에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했다. 하지만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국회 활동마저 금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어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시민·보좌진과 충돌하자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 테이저건과 공포탄 사용을 건의했다. 박 총장은 합참 계엄과장과 자신의 수행원 등 모두 4명과 이 문제를 고민한 끝에 이를 막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통제실을 방문한 사실도 드러났다. 박 총장은 윤 대통령 방문 시점에 대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4일 오전) 1시는 조금 넘었던 것 같다”고 했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은 지휘통제실 내 별도 방으로 갔지만 김 차관은 그 방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박 총장은 김 전 장관과 같이 들어갔지만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그날 새벽 계엄 해제로 상황이 종료되자 지휘관들에게 “중과부적(무리가 적으면 대적할 수 없다)이었다. 수고했고 안전하게 복귀하라”고 말했다고 박 총장이 전했다. 계엄이 실패로 돌아간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김 차관과 박 총장은 비상계엄이 이뤄진 배경에 대해 ‘모른다’로 일관하며 모든 배후로 김 전 장관을 지목하는 등 거리를 뒀다. 박 총장은 계엄군의 실탄 지급 여부에 대해서도 “진짜 모른다. 투입한 것도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사자들이 “몰랐다”는 식으로 해명하면서 이번 사태의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선 결국 김 전 장관에 대한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박 총장이 전날 김 전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안정적 군 운영이 필요하다”며 하루 만에 반려했다.
  • 이상민 “국회 제대로 봉쇄하려 했다면 못 했겠나” 발언 논란

    이상민 “국회 제대로 봉쇄하려 했다면 못 했겠나” 발언 논란

    李 “국무위원 모두 계엄 우려 표명”“尹, 내란죄냐” 묻자 “헌법상 권한”野 질타에 ‘봉쇄’ 발언 취소하기도조규홍 “계엄·포고령에 동의 안 해”“위헌 동의”→“판단 못 해” 말 바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5일 ‘국회를 제대로 봉쇄했다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가능했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야당 의원들의 항의에 이를 철회했다. 이 장관은 계엄 선포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통치행위”, “헌법상 권한 행사”라고 밝혀 질타를 받았다. 이날 국회에선 위헌 및 내란죄 논란에 휩싸인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추궁이 집중됐다. 이 장관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상계엄 긴급 현안 질의에서 “국회 권한을 막고자 마음먹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원장이 “‘국회를 제대로 봉쇄하려 했으면 못 했겠느냐’는 식의 발언이 말이 되느냐”고 질타하자 이 장관은 “취소하겠다”며 물러섰다. 충암고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 장관은 ‘내란죄’가 아니냐는 질문에도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규정된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며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로 인식되고 있다”고 답했다. ‘제2 비상계엄’ 요청 시 대응 여부를 묻자 “법률가로서 법률에 부합하는지 꼼꼼히 따져 할지 말지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회의에 참석한) 모든 국무위원이 다 우려했고 저도 여러 번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계엄에 대해) 반대라는 표현을 쓴 분은 두세 명 있던 걸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모두가 우려를 표명했느냐는 질문에는 “국방부 장관도 왜 우려가 없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도 비상계엄 선포 상황이 맞느냐는 질의엔 “제가 판단할 수 없고, 답변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대통령, 국방부 장관과 사전에 논의한 적 없다”며 “이번 사안을 내란죄다, 내란의 동조자나 내란의 피혐의자라고 표현하는 부분에 대해 좀더 신중을 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내란 피의자로 소환한 것이 아니고 행안부 장관을 부르신 것이라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야당 행안위원들은 “사과 먼저 하라”, “뭐가 신중하지 않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국무회의 회의록 공개에 대해 이 장관은 “대통령실로부터 자료를 받아 공개하겠다”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조 장관은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선포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계엄이 위헌이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동의한다”고 답했다가 “제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을 고쳤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출신인 그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사유로 꼽은 국회 예산 삭감에 대해선 “내란과 연결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계엄 선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바로 대통령이 이석해 충분하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은 물론 국민을 당혹스럽게 만든 계엄사령부 포고령(미복귀 전공의 ‘처단’)에 대해선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화와 설득, 착실한 의료개혁을 통해 복귀를 유도한다는 정부 방침에 배치되고 그 표현이 매우 거칠고 과격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서 ‘비상계엄 위헌과 위법성 여부’를 묻자 “판단해 보지 않았다”며 대답을 피했다.
  • 이상민 “계엄 국무회의서 모두 우려 표명, 내란죄 표현 신중해야”… 조규홍 “전공의 ‘처단’ 과격”

    이상민 “계엄 국무회의서 모두 우려 표명, 내란죄 표현 신중해야”… 조규홍 “전공의 ‘처단’ 과격”

    ‘충암라인’ 李 “내란 피의자 소환 아냐”野행안위원들 “사과가 먼저” 지적“대통령, 헌법에 규정된 권한 행사”“국회 제대로 봉쇄했다면 해제 못해”野 위원장 항의에 李 “발언 취소”조규홍 “계엄·‘처단’ 표현 동의 안 해”위헌 질문에 “동의” …이후 말 바꿔김문수도 “판단 안해 봐” 대답 피해오영주, 회의 참석 묻자 “말할 수 없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5일 ‘국회를 제대로 봉쇄했다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가능했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야당 의원들의 항의에 이를 철회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위헌 및 내란죄 논란에 휩싸인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야당의 추궁이 집중됐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상계엄 긴급 현안 질의에서 “국회 권한을 막고자 마음먹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 위원장이 “‘국회를 제대로 봉쇄하려 했으면 못 했겠느냐’는 식의 발언이 말이 되느냐”고 질타하자 이 장관은 “발언을 취소하겠다”고 물러섰다. 충암고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 장관은 “(회의에 참석한) 모든 국무위원이 다 우려했고 저도 여러 번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비상계엄에 대해) 반대라는 표현을 쓴 분은 두세 명 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李 “비상계엄 고도의 통치 행위”“대통령 느낀 상황인식·책임감 다를 것”이 장관은 ‘내란죄’가 아니냐는 질문에도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규정된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며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로 인식되고 있다”고 답했다. ‘제2 비상계엄’ 요청 시 대응 여부를 묻자 “법률가로서 법률에 부합하는지 꼼꼼히 따져 할지 말지 정하겠다”고 했다.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모두가 우려를 표명했냐는 질문에 이 장관은 “국방부 장관도 왜 우려가 없었겠느냐”며 “국무위원이 느끼는 상황 인식, 책임감과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느끼는 상황 인식, 책임감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이 비상계엄 선포 상황이 맞느냐는 질의엔 “제가 판단할 수 없고, 답변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사용한 ‘반국가단체’ 표현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쓴 워딩(표현) 하나하나에 의견을 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 장관은 “(계엄) 이전에 따로 대통령과 독대한 적 없고 대통령, 국방부 장관과 사전에 논의한 적도 없다”며 “이번 사안을 내란죄다, 내란의 동조자나 내란의 피혐의자라고 표현하는 부분에 대해 좀더 신중을 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내란 피의자로 소환한 것이 아니고 행안부 장관을 부르신 것이라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야당 행안위원들은 “사과 먼저 하라”, “뭐가 신중하지 않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국무회의 회의록 공개에 대해서는 “이번엔 행안부 의정관실에서 직접 관여를 안 해 대통령실로부터 자료를 받아 공개하겠다”고 했다. “국무회의록 의정관실 직접 관여 안 해”의정관 “대통령기록물 안 남기면 위반”이날 국무회의 간사이자 회의록 작성을 담당하는 김한수 행안부 의정관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두고도 야당 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회의록은 국방부 관계자가 작성해 김 의정관은 회의 연락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정관은 ‘의정관실이 참여하지 못한 경우가 한 번도 없다고 했는데 맞느냐’는 질문에 “제 기억으로는 없다”고 답했다. 김 의정관은 ‘기록물이 남겨져 있지 않으면 기록물법 위반이 맞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실 소관이라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가 위원들의 재차 추궁에 “대통령 기록물은 남겨져야 하고 남겨져 있지 않으면 법상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이번 비상계엄으로 인해 국민께서 많은 불안과 걱정·우려하신 것으로 잘 알고 있다”며 “대단히 송구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의 선포 및 해제와 이에 따른 정국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만큼 대국민 행정서비스 제공과 국민 안전 확보에 빈틈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국회 예산 삭감 내란 연결 안돼”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조 장관은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선포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계엄이 위헌이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동의한다”고 답했다가 “제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을 고쳤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출신인 그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사유로 꼽은 국회 예산 삭감에 대해선 “내란과 연결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계엄 선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바로 대통령이 이석해 충분하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은 물론 국민을 당혹스럽게 만든 계엄사령부 포고령(미복귀 전공의 ‘처단’)에 대해선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화와 설득, 착실한 의료개혁을 통해 복귀를 유도한다는 정부 방침에 배치되고, 그 표현이 매우 거칠고 과격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행사에서 ‘비상계엄 위헌과 위법성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판단해 보지 않았다”며 대답을 피했다. 전날 계엄 국무회의 참석 여부를 묻는 기자들을 피해 계단으로 뛰어갔던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도 “참석 여부를 말할 수 없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오 장관은 경제장관회의를 끝나고 나오는 길에 “다음에 조용해지면 말하겠다”고 말했다. 내각 전원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장관들의 공식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오후 예정된 전북 고창의 선진 축사 농가 방문 일정, 농식품부 체육대회, 6일 농협 행사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해양수산부도 엄중한 분위기를 고려해 강도형 해수부 장관의 이번 주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 애주가? ‘이 증세’ 나타났다면 이미 알코올성 치매

    애주가? ‘이 증세’ 나타났다면 이미 알코올성 치매

    술을 사랑하는 사람을 일명 ‘애주가’(愛酒家)라 부른다. 하지만 과도한 음주 사랑은 알코올의존증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자칫 판단력이 흐려지고 기억이 자주 끊기는 알코올성 치매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우려한 보건복지부는 주류 판매용 용기(술병) 경고 문구를 ‘과음’에서 ‘음주’로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출연자들의 음주 장면을 반복적으로 방송하며 ‘음주 미화’ 논란을 일으킨 MBC ‘나 혼자 산다’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음주에 관대하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제9기 1차 연도(2022년) 결과’를 보면 고위험 음주율은 남성 21.3%, 여성 7.0%로 남성은 전년보다 1.6% 포인트 높아졌고 여성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고위험 음주율은 1회 평균 남성은 7잔(또는 맥주 5캔), 여성 5잔(또는 맥주 3캔) 이상을 최소 주 2회 마시는 비율이다. 최근 1년간 월 1회 이상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은 7잔(또는 맥주 5캔), 여성은 5잔(또는 맥주 3캔) 이상 음주한 비율을 뜻하는 월간 폭음률은 남성 48.8%, 여성 25.9%로 전년보다 모두 1.8% 포인트 증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인 술이 치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탓이다. ‘블랙아웃’ 반복되면 ‘뇌실’ 가속화…판단력 저하·성격 변화 알코올의존증은 알코올을 장기간 사용하여 알코올과 관련된 문제 행동이 빈번히 나타나고, 알코올 금단 또는 내성 등의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의존증이 심화하면 알코올성 치매 증상의 일종인 ‘블랙아웃’ 즉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반복되기도 한다.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해마의 신경세포 재생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영구 기억으로 저장하기 전의 기억이 임시로 머무는 장소인 해마가 손상되면, 영구 기억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초기에는 이런 뇌의 기능에만 문제가 생겼다가 바로 복구되지만 블랙아웃이 이어지면 뇌의 광범위한 구조 변화가 일어난다. 뇌가 쪼그라들면서 뇌의 텅 빈 공간인 ‘뇌실’이 늘어난다. 실제 미국 웨슬리대 연구 결과 하루 소주 3잔에 해당하는 알코올을 30년 이상 마시면 뇌세포 파괴 속도가 빨라져 뇌의 용량이 평균 1.3% 줄어들고 하루 1잔씩만 마셔도 0.5%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뇌의 기능이 떨어지면 음주 조절 능력이 낮아져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되고 폭음의 악순환을 낳는다. 또 뇌의 위축이 기억력과 판단력 저하, 성격의 변화가 동시에 나타난다. 미국 텍사스대 의대 신경과학 및 세포생물학과 연구진에 따르면 잦은 음주는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드는 뇌의 성체 줄기세포 성장을 차단하고 사멸시켜 판단력이나 기억력 같은 뇌 기능을 저하시킨다. 장기간의 알코올 섭취가 기억 중추와 함께 사람의 성격이나 감정, 행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알코올성 치매 환자는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에도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는 이유다. 실제로 연구팀이 생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알코올에 자주 노출된 쥐들은 뇌실의 밑부분인 뇌실하대(subventricular zone)의 성체줄기세포가 크게 망가졌다. 뇌실하대는 동물의 뇌에는 종양과 신경퇴행질환으로부터 뇌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뇌세포가 만들어지는 2개의 뇌 영역 중 하나다. 연구팀은 “성인의 뇌에는 줄기세포가 있어서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어 내지만 알코올로 인해 뇌 줄기세포 자체가 파괴되면 뇌 손상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블랙아웃과 뇌위축, 알코올성 치매로 연결되는 과정을 끊으려면 결국 절주 또는 금주밖에는 방법이 없다. 6개월에 2회 이상 블랙아웃을 경험하고 이후 그 빈도가 잦아진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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