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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흔한 풍경/김미령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흔한 풍경/김미령

    흔한 풍경김미령 시청 앞 작은 연못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비단잉어가 산다몰락한 귀족처럼 느릿느릿 헤엄치면양귀비꽃 수면에 비쳐온다우리는 그걸 주홍빛 슬픔이라 부른다 허기진 햇빛이 정수리 위에 어른거린다메마른 광장의 오후 2시가 아가미 속을 들락날락하는지루한 염천(炎天)의 대낮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벽을 두드려보듯 지느러밀 움직여물의 파동을 느껴본다배에 와닿는 물의 감촉이 따스하다 눈앞이 침침해지고부터는 소리에 집착하게 된다 좁고 가늘어진 바람소리공중에 박음질하듯 이따금 지저귀는 새소리무수한 소문들이 물기를 머금고 부풀었다 사라진 벤치에빈 종이컵이 실신할 듯 입벌리고 있다 새우깡을 무심히 던지던 손이 오래 들여다보고 있었던 건 무엇일까生의 마지막 들숨을 쉬듯 물위로 솟구칠 때 무심코돌아서던 누군가의 하얘진 귓불을 보았을 수도 그때 잠깐 흔들린 듯눈을 깜빡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서로가 엿본 것은 아무 것도 들킨 것 또한 아무 것도 없다 다만 그 동안에도애초에 누구의 관심거리도 아니었다는 듯개미들이 떨어진 여치 다리를 십자가처럼 옮기고 있었고체인을 오래 매만지고 있던 자전거 옆으로 은색 승용차가서류뭉치를 신생아처럼 안고 급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모두 외로움을 흙먼지처럼 껴입고 있지만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벤치 밑에 조금 구부러진 쇠뜨기풀이 다시 일어서는 동안내 어슬렁거림은 어떤 사소함에 비유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보이지 않게 어긋나도록 돼있는 정교한 교차로 같은 일상 속에서도무언가에 열중하는 순간 누구나제 몸에 딱 맞는 표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므로 모두 서로에게 그림 속 배경일 뿐이라는 듯과자 부스러기들이 바람에 흩어진다 ■ 시 당선소감 막 외출하려던 참에 옷장에서 휴대전화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외투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전화를 깜빡 잊고 나가려던 참인데 간신히 받은 전화 속 상대방은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였다! 나는 실감을 도둑맞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했다. 무슨 일의 ‘기미’는 그렇게 희미하게 온다. 시가 내게 오는 방식도 그러하다. 시의 기미를 다행히 감지했을 때 나는 납작하게 엎드려 코를 벌름거리며 그 냄새의 방향과 거리와 크기를 탐색한다. 그리고 그것의 실체를 확실히 기억해둔 뒤에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유유히 사라진다. 며칠동안은 부단히 그 실체의 환영에 시달리다가 내림굿을 받듯 어느 날 정신없이 받아 적곤 한다. 그러나 날것의 실체를 온전히 내 것으로 소화시키지 못해 좌절을 맛보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보편성에 관해서 많은 생각을 해야 했다. 감동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평범한 감정들을 아름다운 충격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 생각하면서부터 내 시 쓰기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아웃사이더 같던 내 말들과 행동이 조금씩 보편성을 찾아가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점점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가 나를 세상에서 구원해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시가 내 속에서 나를 구원해 줄 것이라 확실히 믿고 있다. 오래된 일기장들이 꽂혀있는 책장을 보며 시 비슷한 것을 끄적거리기 시작한 10년 전 일이 생각난다. 그때 내 시를 처음 읽어봐 주시고 많은 조언을 해주신 남송우 교수님, 한동안 외면했던 시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한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시기에 훌륭한 스승이셨던 손진은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든든한 후원자인 남편과 철의 여인 엄마, 가족들, 또 함께 기뻐해 준 선화, 희경이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약력 1975년 부산 출생 부경대 국문학과 졸업 ■ 심사평 예심을 거쳐 두 선자에게 전해진 작품들은 다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 응모작들에 결정적인 그 무엇이 모자란다는 인상을 주었다. 발상의 참신성이 돋보이는 작품은 흔히 언어의 밀도가 따라주지 않았고 감각적인 이미지가 돋보이는 작품은 호흡이 짧다는 인상을 주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정신을 엿볼 수 있는 패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아쉬움을 주었다. 치열함이나 당돌함이 제거된 시적 수련이란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상념에 젖게 했다. 결국 선자들은 최종적으로 당선권에 근접했다고 여겨지는 네 명의 응모자의 작품을 추려내 논의를 거듭했다. 그 결과 김미령의 ‘흔한 풍경’이 마지막으로 낙점을 받게 되었다. 얼핏 보아서 무더운 날의 나른한 도시 풍경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을 별 무리없이 부각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흔한 풍경’에 지나지 않는 현실의 단면에 대한 담담한 소묘가 돌연 삶의 무상함을 환기시키는 절실성을 획득하고 다가온다.“공중에 박음질하듯 이따금 지저귀는 새소리”나 “보이지 않게 어긋나도록 돼 있는 정교한 교차로 같은 일상”같은 표현도 대범하게 씌어진 듯하지만 응모자의 만만치 않은 내공을 짐작하게 한다. 함께 투고한 다른 작품들도 다 일정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어 한층 믿음이 갔다. 앞으로 자기만의 개성적인 시세계의 구축에 보다 신경을 쓴다면 한 뛰어난 신인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최종심에서 논의된 작품 가운데 김영수의 ‘들키지 않은 걸음걸이’나 ‘어두운 독서’는 선자들을 오랫동안 망설이게 했다. 시에 담긴 사유의 깊이가 만만치 않았으나 그것이 시를 너무 건조하게 만든 감이 있고 불필요한 추상어의 남발도 거슬렸다. 이밖에 ‘오징어 등불’을 투고한 이병일과 ‘사나운 연어떼가 밀려갔다’의 박성현도 숙련된 솜씨를 선보이고 있지만 충분한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하고 다른 응모자들에게도 분발과 정진을 부탁드린다. 김명인·남진우
  • SK ‘프리맨 수난시대’

    “전부 제 복인데 어찌하겠어요.” 29일 아침 이상윤 SK감독은 전날 ‘서울라이벌’ 삼성을 꺾고도 기분이 씁쓸했다.‘무늬만 NBA’ 세드릭 헨더슨을 퇴출시키고 긴급수혈한 케빈 프리맨(26)이 ‘일시적 기억상실(?)’이라는 황당한 부상을 당한 탓. 미국대학선발 출신인 프리맨은 데뷔무대인 25일 KTF전에서 단 2시간 손발을 맞추고도 12득점 11리바운드 3스틸을 올려 기대를 모았다.194㎝의 크지 않은 키지만 빠른 몸놀림에 탄력이 좋아 공격과 수비 모두 합격점을 받아 파워포워드를 책임질 구세주로 떠오른 것. 하지만 26일 KCC전에서 왼손 4번째 손가락 인대가 파열되면서 프리맨의 ‘수난시대’는 시작됐다.2연패에 빠진 팀 사정상 손가락에 테이핑을 하고 출전한 28일 삼성전.1쿼터 종료 직전 바카리 헨드릭스(삼성)와 부딪힌 프리맨은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삼성 벤치로 걸어갔다. 이상하게 여긴 SK관계자들이 라커룸으로 데려가 안정을 시켰지만 프리맨은 “당신은 누구냐. 내가 왜 여기 있느냐.”며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SK는 심각성을 깨닫고 곧장 영동 세브란스병원으로 후송했다.MRI 촬영을 제외한 모든 검사를 거친 뒤 의학적으론 전혀 문제가 없다는 소견이 나왔다. 결국 낯선 환경에 적응을 못해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쇼크상태에 빠졌던 것. 한때 TV 녹화중계를 보면서도 팀 동료들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던 그는 29일 오후쯤 완전히 기억을 되찾아 SK 관계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안방극장 ‘울려야 산다’

    안방극장 ‘울려야 산다’

    겨울 안방극장이 눈물로 흥건하다.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지독한 멜로나 비극적인 러브스토리가 브라운관에 넘쳐나고 있다. 곧 전파를 탈 드라마들 가운데 상당수도 ‘최루 코드’로 무장하고 있다. 계절적 요인으로 늘상 이맘 때면 한동안 유행하던 상큼발랄한 ‘해피엔딩’이 사그라지는 대신 ‘비극’이 주류를 이루기 마련. 하지만 최근 쏟아져 나오는 ‘눈물 드라마’들은 과거와 달리 시대감각에 뒤처진 노골적인 신파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진한 여운을 남기는 주인공들의 눈물 연기와 함께 젊은 세대의 눈높이를 고려한 세련된 영상미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불치병과 시한부 인생으로 주인공이 죽는 천편일률적인 결말 등 한국 드라마의 고질이 되풀이되는 퇴행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가운데 시청자들의 손에 휴지를 쥐게 만드는 선두주자격인 드라마는 KBS 월·화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소지섭과 임수정의 안타까운 눈물 연기에 뮤직비디오를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화면이 자연스레 덧씌워지면서,30%에 가까운 시청률을 보이는 등 만만찮은 흡인력을 과시하고 있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12월의 열대야’도 10년 동안 남편에게서 외면당한 아내 엄정화와 악성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김남진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로 23일 종영 때까지 내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SBS 주말 드라마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도 기억상실증이라는 아픈 상처를 지닌 지성이 유진과의 눈물겨운 사랑을 일궈 나간다. 거장 김수현 작가가 집필하는 KBS2TV 주말극 ‘부모님 전상서’는 자폐아의 어머니로 강인한 모성애를 보여주는 김희애의 눈물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가슴 속을 한없이 파고든다. SBS 수·목미니시리즈 ‘유리화’와 SBS 월·화미니시리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도 각각 이동건·김성수와 김하늘, 김래원과 김태희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리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선보일 드라마들은 안방극장을 더욱더 눈물바다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1월8일 방영 예정인 SBS 주말 드라마 ‘봄날’은 이번 겨울 시즌에 선보이는 멜로물 가운데 최고로 최루성이 강한 작품. 실어증에 걸린 여자주인공(고현정)이 사랑의 상처를 딛고 만난 남자(지진희)와 그의 이복동생(조인성)과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한없이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1월5일 방영예정인 MBC 미니시리즈 ‘슬픈연가’도 권상우·김희선·연정훈이 구구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만드는 독한 멜로물이다. 이같은 드라마 속 ‘눈물 코드’는 사회내 분위기와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분석이다. 경기침체는 물론 사회 전반에 배어 있는 ‘복고풍’과도 맥을 같이한다는 것.SBS 드라마 관계자는 “계절적인 요인과 함께 최근 경제 불황이 닥치면서 당분간 ‘눈물 코드’가 인기를 끌 것”이라면서도 “주인공이 죽음에 이르는 드라마가 넘치는 것은 과거 유사한 설정으로 성공했던 드라마를 본떠서 기획한 작품들이 이제 막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生生인터뷰] 7년만에 장편 ‘하비로’ 내놓은 이인화

    [生生인터뷰] 7년만에 장편 ‘하비로’ 내놓은 이인화

    ‘영원한 제국’의 인기작가 이인화(38·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돌아왔다. 장편 ‘초원의 향기’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새 소설은 ‘하비로’(해냄). 제목에서부터 물음표 몇개쯤 찍게 만드는 이번 작품은 연쇄살인사건을 따라가며 지적 게임을 즐기게 하는 역사추리물이다. 세계 최대의 마약시장이었던 1937년 상하이를 무대로, 조선인 청년예술가집단 ‘보희미안 구락부’의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한 조선인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작중 주인공은 삼국지’의 영웅 조조가 남긴 비밀지도의 행방을 쫓고 있는 조선 중국 일본 등 3국 암흑세력의 암투에 휘말리게 된다.‘하비로(霞飛路)’는 상하이의 실제 거리이름이다. “20대 초반 게임세대를 위한 소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14일 인사동에서 만난 이씨는 “한때는 소설을 외면하는 독자들을 원망도 했지만, 문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새로 찾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추리소설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무려 7년 동안 소설을 접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이상문학상(‘시인의 별’·2000년)을 받고 작품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구설에 오르는 바람에 상처를 무척 많이 받았어요. 소설 동네를 어떻게든 벗어나 보겠다는 생각에서 자꾸 밖으로 눈을 돌렸고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작했던 ‘외도’가 이제는 ‘본업’이 되다시피 했다.2000년 창작발레 ‘신시21’의 대본을 쓴 뒤 오페라 대본, 영화·게임 시나리오 등을 가리지 않고 썼다. 한국 최초의 여성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다룬 영화 ‘청연’, 한·일 합작으로 제작중인 영화 ‘기운생동’ 등의 시나리오가 그의 작품이다. 설치미술, 온라인 게임 등 ‘이야기 얼개’가 필요한 장르라면 무조건 달려들었던 것이다. ‘하비로’는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이 손잡은 이른바 ‘팩션(faction)’소설.‘삼국지’의 영웅 조조가 도굴로 부를 축적했다는 대목에서 작가는 상상의 불꽃을 지폈다. 조조가 남긴 비밀지도 한장 때문에 1930년대 상하이 암흑세력들이 뒤엉켜 대결하는 소설의 구도에 대해 그는 “이전의 어느 작품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 소재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누아르 분위기가 짙은 소설에 끌어다 쓴 기억상실의 모티프는 ‘사일런트 힐’이란 게임에서, 웅장한 배경은 ‘리니지 2’에서 각각 착안했다고 덧붙였다. 상상의 성취는 크지만, 솔직히 문학적 순도면에서는 옹색해지는 작품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나름의 작가적 신념이 확고하다.“온라인게임·시나리오 작가로 오락가락하는 건 전업작가로 살기가 불가능한 한국문단 현실의 특수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영원한 제국’ 서문에서도 밝힌 적이 있듯 무엇보다 나는 소설가가 아니라 이야기꾼으로 남고 싶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중간쯤에 자리잡은 이문열, 최인호 선배가 부럽다.”는 그는 “지나치게 리얼리즘을 견지하는 소설은 요즘 독자들을 감동시킬 수가 없다.”며 최근의 소설경향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의 새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국내 메이저 영화사 두 곳과 협상 중인데, 계약이 마무리되는 대로 시나리오도 직접 쓸 계획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하나와 앨리스’ 이와이 슌지 감독

    ‘하나와 앨리스’ 이와이 슌지 감독

    이 남자의 감성 연령은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일까. 첫사랑의 애틋함과 설렘을 아름다운 영상에 담아낸 ‘러브레터’‘4월 이야기’의 일본 영화감독 이와이 슌지(41). 지난 17일 국내 개봉한 신작 ‘하나와 앨리스’에서도 10대 사춘기 소녀의 감수성 묘사에 탁월한 그의 장기를 다시 한번 발휘했다. 개봉 하루전 앨리스역의 배우 아오이 유(19)와 함께 서울에 온 그를 만났다.“지난번 부산영화제에 왔을 때 서울 개봉때도 방문하고 싶다는 부탁을 했다.”고 소감을 밝힌 그는 “2년 동안 내 영혼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는 생각으로 만든 작품인 만큼 관객의 가슴속에 오래 남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나와 앨리스’는 소꿉친구인 열일곱살 동갑내기 하나(스즈키 안)와 앨리스의 일상에 카메라 렌즈를 들이댔다. 기억상실증이라는 깜찍한 거짓말로 점찍어뒀던 선배를 남자친구로 만드는데 성공한 하나. 거짓말을 믿게 하려고 끌어들인 앨리스가 선배를 좋아하면서 뜻하지 않은 삼각관계에 휘말린다. 하지만 이들의 삼각 로맨스가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된 갈등 구조이기는 하나 궁극적으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니다. 그보다는 하나와 앨리스 또래의 사춘기 소녀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와이 슌지는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학교생활에 동아리활동, 연애 고민에 가정문제까지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바쁘게 살아가더라는 것. 영화에는 아이들의 이런 분주한 일상이 섬세한 터치로 그려진다. 10대 소녀들의 이야기에 집착하는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글로 쓰는 모든 것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세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공교롭게도 청춘물을 연달아 촬영하게 됐다. 내 관심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삶에서 경험하는 신비로움과 신기함이다. 앞으로도 이런 점들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 ‘하나와 앨리스’는 지난해 인터넷사이트에서만 볼 수 있는 ‘네트무비’용 단편영화로 선보였다가 300만명 접속이라는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장편으로 완성됐다. 이와이 슌지는 감독, 각본, 편집, 음악까지 1인4역을 소화해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시네마 천국] ‘나비 효과’ 19일 개봉

    유년기에 각인된 단 한번의 상흔이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을까. 흔히들 작은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연처럼 일어난 작은 사건 하나가 모든 삶을 뒤바꾸기도 한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 한번이 뉴욕에서 태풍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영화 ‘나비 효과’(The Butterfly Effect)는 카오스 이론의 시발점이 된 나비효과에서 아이디어를 빌려, 한 사람의 삶을 되짚어본다. 철없는 장난으로 두 모녀가 죽고, 여자친구 아버지의 성희롱에 시달리는 등 상처 많은 어린시절을 보낸 에반(애시튼 커처). 하지만 이같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에 시달린다. 대학생이 된 에반은 일기를 읽다가 과거로 들어가는 통로를 발견한다. 실제 과거의 순간인지 궁금하던 에반은 어린시절의 친구인 켈리(에이미 스마트)를 찾아 과거의 일을 묻지만, 켈리는 화만 내고 다음날 자살한다. 그러나 에반이 과거 성희롱을 당하던 순간으로 돌아가 일을 바로잡자 이내 미래는 바뀐다. 에반과 켈리는 둘도 없는 연인사이가 돼 있는 것. 하지만 곧 다시 비극적 순간을 맞게 되고, 에반은 그 때마다 과거로 돌아가 비극을 야기하게 된 불행했던 순간들을 고치지만, 현실은 그가 꿈꾸는 것처럼 이상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누군가가 멀쩡하면 누구는 미쳤고, 누가 행복하면 누군가는 불행하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강렬한 과거의 상처를 하나쯤은 품고 살기 마련이다.‘그 상처만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바뀌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거시적인 역사도 우연적인 사건 하나에 휘둘리기도 하는데, 인간의 삶은 그같은 균열에 더 깨지기 쉽다. 영화는 이같은 포스트모던적인 인간사의 공감대를 아우르며 강한 흡입력을 갖는다. 배우들의 변신을 보는 것도 재밌다. 할리우드 청춘스타 애시튼 커처는 앞길이 창창한 밝은 대학생에서 좌절에 빠지는 장애인까지를, 에이미 스마트는 ‘공주과’의 여대생에서 창녀까지를 넘나든다. 치밀한 과학영화를 상상한다면 실망이 클 듯. 일기장의 글자가 움직이며 과거로 들어가는 장면은 마치 블랙홀로 빠져들 듯 시각적으로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지만, 그 근거는 어디서도 제시되지 않는다.‘데스티네이션2’의 각본을 쓴 에릭 브레스와 J 매키 그루버의 감독 데뷔작.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가을 컬러링 R&B 열풍

    휘성의 신곡 ‘불치병’이 대단한 기세로 컬러링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3집을 내놓은 비의 ‘It’s Raining’이 1주일만에 베스트 중위권에 랭크된 것에 비해서도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겠지만,2004년 최대의 유망주 동방신기의 ‘믿어요’가 이번주 컬러링 인기순위 20위 안에 들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휘성의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거미, 비, 휘성 등이 앨범을 내면서 R&B와 힙합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흑인음악’이 가요계를 휩쓸고 있다. 지난주에 순위 안에 들지 못했던 휘성의 ‘불치병’이 이번주 단숨에 3위에 랭크된 것이나, 비의 ‘It’s Raining’과 거미의 ‘기억상실’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그리고 11월부터 디지털앨범의 곡으로 활동을 재개할 세븐까지 감안한다면 당분간은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휘성의 ‘불치병’을 컬러링으로 다운받으려면, 휴대전화에서 ‘##90’과 코드번호 5자리 ‘00260’을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르면 된다.
  • [눈도 귀도 즐거워]가을 적시는 ‘비’

    가을로 접어들면서 신인가수들의 데뷔곡들이 눈에 띄게 주목을 받더니, 최근엔 기존 가수들의 풍성한 신곡 소식들까지 더해지면서 가요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3집을 발표하고 활동에 들어간 비, 휘성의 3집, 거미의 2집, 자우림의 5집, 유리상자의 8집, 플라워의 소품집, 이승환 8집 등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있고, 이수영의 6집과 세븐의 2집 역시 계속해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3집 활동중인 K-POP 은 ‘추억의 향기’를, 거미는 ‘날 그만 잊어요’와 ‘기억상실’을 컬러링 인기순위 20위 안에 랭크시키고 있으며, 이수영과 김종국은 ‘휠릴리’,‘한 남자’,‘중독’ 등을 몇 주째 인기순위 상위에 랭크시키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존 가수들의 활발한 활동은 ‘비’와 ‘휘성’이 각각 3집을 발표함으로써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파워풀한 댄스로 이슈가 되고 있는 비의 ‘It’s Raining’과 R&B 발라드로 가을의 마지막을 촉촉하게 적셔줄 휘성의 ‘불치병’은 이미 컬러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비의 ‘It’s Raining’을 컬러링으로 다운받으려면, 휴대전화에서 ‘##90’과 코드번호 5자리 ‘00243’을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르면 된다.
  • [김보일의 영화속 수능잡기] ‘첫 키스만 50번째’

    [김보일의 영화속 수능잡기] ‘첫 키스만 50번째’

    기억이 없으면 약속도 없다.약속한 내용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는 사람과의 약속은 아무 의미도 없다.당신과 결혼하겠다는 약속을 잊어버리는 사람이 말하는 사랑은 공허하다.사랑한다고 말해놓고,자신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지 못한다면 사랑은 아무 의미도 없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약속을 지켜낼 수 있는 힘에서 온다.하루에도 수십번씩 약속을 어기는 사람을 신뢰할 수는 없지 않은가.약속을 기억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면 약속을 지켜낼 수가 없다.아무리 어려운 순간에도 자신이 한 약속을 잊지 않는 사람,우리는 그런 사람을 친구나 연인으로 두고 싶어한다.자주 말을 바꾸는 사람,자신이 한 약속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사람은 한 마디로 ‘아웃’이다. 자신이 한 약속을 밥먹듯이 어기는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첫키스만 50번째’의 주인공 루시(드루 배리모어)가 그녀.그녀의 기억은 유통기한이 단 하루다.루시는 1년 전 교통사고 이후 사고 당일로 기억이 멈춰버린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그녀를 사랑하는 수의사 헨리(아담 샌들러)로서는 미칠 일이다.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장담해봐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녀에게 키스를 한다고 해도 그녀의 입장에서 볼 때는 모든 키스가 첫 키스일 뿐이다.분명 당신과 결혼을 하겠다고 약속을 해놓고도 뒷날 아침이면 딴소리를 한다.당신 누구냐고 따지기까지 한다.난 당신의 애인이라고.이거,미칠 일이다. 기억은 한 존재의 뿌리다.가족은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작은 집단이다.기억이 없다면 가정도 없다.슬프거나 기쁜 추억을 공유함으로써 가족은 ‘내’ 존재의 바탕이 된다.기억은 한 국가의 정체성을 이루는 근본이기도 하다.하나의 집단은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고 공유함으로써 비로소 ‘민족’이라는 의미 있는 공동체를 이루어 간다.하나의 민족이 공유하는 기억,우리는 그것을 ‘문화’라고 부르거나 ‘역사’라고 부른다. 나쁜 기억은 지워버리고 싶어한다.그러나 지워버리려고 해서 지워지는 것이 기억은 아니다.히틀러의 만행도 독일 역사의 지울 수 없는 한 부분이고,치욕스러운 한 사람의 기억도 그 사람의 정체성을 이루는 소중한 요소다.나쁜 기억마저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하나의 벽돌이다.약속을 하고,약속을 기억하고,약속을 이루어낼 수 있는 힘!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는 우리에게 그런 힘을 기르라고 말해준다. 2004년작.피터 시걸 감독.아담 샌들러·드루 배리모어 주연. 서울 배문고 교사 desert44@hitel.net
  • 2집 ‘It’s different’낸 거미

    2집 ‘It’s different’낸 거미

    가수 거미가 2집 ‘잇츠 디퍼런트(It’s different)’에서 ‘본색’을 드러냈다.1집 ‘Like Them’에서 ‘그대 돌아오면’‘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등 감미로운 발라드를 들려줬던 그녀가 R&B·솔이라는 맞춤옷을 입고 돌아온 것이다. ●감미로운 발라드서 R&B·솔로 “대중들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처음엔 발라드를 택했지만 원래부터 하고 싶은 건 흑인음악이었죠.”다른 가수들의 앨범에 피처링을 하면서 “이쪽 장르에 감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온 것이 방향을 트는 계기가 됐다.그런데 뭐가 ‘다르다’는 걸까.“목소리죠.”맑고 청아한 여성 보컬이 대부분인 요즘,그녀의 힘있는 목소리는 상당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인트로 ‘Gummy Skills’에서 이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앨범은 R&B·솔이 주메뉴지만 블루스,발라드,댄스,힙합,재즈 등 웬만한 장르는 다 섭렵했다.“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는데,어떤 곡을 들어도,목소리가 달라도 ‘거미가 불렀다.’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어요.”‘내 곁에 잠든 이 밤에’와 ‘It don’t matter no more’에서 블루스를,‘Dance Dance’는 댄스 음악,‘Round 1’은 힙합 스타일의 곡이다. “타이틀곡 ‘기억상실’은 솔이지만 1집 때의 느낌도 담고 있어 저의 달라진 모습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곡이죠.” 재즈 느낌이 물씬 나는 마지막곡 ‘Singing My Blues’에서는 작곡 실력도 과시했다.6살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배웠고 고등학교 때까지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그녀다.“작사·작곡은 꼭 하고 싶어요.피아노도 더 배우고 싶고,또… 춤도요.(웃음)” 각 곡에 딱 맞는 ‘컬러풀한’ 음색은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노력 없이는 제대로 드러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그녀의 변신을 위해 소속사인 YG와 M.BOAT의 가수들이 의기투합했다.렉시,휘성,지누션의 지누,빅마마의 이영현,원타임의 송백경 등이 작사,작곡,피처링 등 다방면에 걸쳐 품앗이를 했다.“어쩌다 보니 프로젝트 앨범처럼 돼 버렸지만 가수들도 좋고 팬들도 좋지 않나요?(웃음)” 일단 반응은 좋다.지난달 9일 발매된 이후 앨범 차트 2위(3만장)에 올라있다.“이게 다 나간 거 아닌가 싶어서 불안해요.(웃음)” ●작사·작곡 꼭 하고 싶어요… 춤도 고등학교 축제 때 노래를 부르다 음반 관계자의 눈에 띄어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정식 앨범이 나오기까지 맘 고생이 심했다.“그래도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으니 행복하죠.음악말고 생각한 것도 없고 음악이 팔자예요.”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힘든 음악을 하겠다는 뜻에서 갖게된 예명 거미.11월 말쯤 예정된 단독 콘서트에서 ‘거미줄’ 같은 노래로 팬들을 다시 한번 옭아맬 작정이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메멘토(KBS2 밤 1시) 베니스 영화제에서 선보여 전세계의 관심을 받았던 작품.선댄스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미스터리 스릴러다.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영화로 타란티노를 잇는 천재 감독으로 평가받았다.촬영 기간은 놀랍게도 불과 25일.‘LA 컨피덴셜’의 가이 피어스와 ‘매트릭스’의 히로인 캐리 앤 모스가 주연했다. 전직 보험 수사관 레너드는 아내가 살해당하던 날의 충격으로 기억이 10분밖에 이어지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그가 기억하는 것은 자신의 이름,아내의 죽음,범인의 이름뿐이다.아내를 죽인 자를 찾아내기 위해 레너드는 기억과의 싸움을 시작한다.잊어버려선 안 될 것들을 사진에 담고 메모를 하며 그것도 모자라 몸에 문신을 새긴다.웨이트리스 나탈리와 정체 불명의 테디라는 남자는 그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그러나 레너드에겐 모두가 낯선 사람일 뿐이다.레너드는 자신이 찍은 나탈리의 사진에 적힌 메모를 보고 나탈리를 믿으려 하지만…. 112분. ●폭스파이어(EBS 오후 2시) 아파치 인디언 혼혈아와 백인 여성과의 사랑을 그린 애냐 세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애리조나 출신 인디언 혼혈아인 조너선 다트랜드는 광산에서 일하는 엔지니어.그는 동료이며 현지 광산의 의사인 휴 슬레이터와 도로에서 차가 고장나 곤경에 처한 한 아가씨를 발견하고 돕는다.그녀는 좋은 집안에서 구김살 없이 자란 세련되고 발랄한 여성 아만다.아만다와 조너선은 사랑에 빠져 결혼식을 올리지만 신분과 문화적 차이 때문에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105분.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길섶에서] 건망증/손성진 논설위원

    어떤 사람이 출근하려고 통근버스에 올라 탔는데 먼저 타고 앉아 있던 사람들이 그를 보고 배꼽을 잡고 웃었다고 한다.이유인즉 위는 양복인데 아랫도리는 잠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잠옷을 양복으로 갈아입다 윗도리만 바꿔 입고 넥타이를 매고는 유유히 출근길에 나섰다는 것이다.믿기지 않는 건망증에 관한 실제 이야기다. 언제부턴가 안경을 벗어야 신문 활자가 잘 보이게 되었듯 요즘 ‘순간 기억상실증’에 빠진 것 같다.샤워를 하기전에 시계를 어디에 풀어놓았는지 한참 동안 찾기 일쑤고 엊그제 본 비디오의 줄거리가 가물가물한다.며칠전 아내도 아침에 일어나더니 자기 전에 벗어놓은 안경을 찾느라 온 집안을 뒤지고 다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깜빡했다.’어쩌면 애교로 넘길 수 있는 말이다.거금이 든 가방을 택시에 놓고 내리는 것 같은 실수만 아니라면.누가 그랬다.나이가 들수록 최근 기억은 쉬 사라지고 오래전 기억은 더 또렷해진다고.정말 삼,사십년전 어린 시절의 기억은 영화 장면처럼 선명하다.그래서 마음이 놓인다.애틋한 옛 추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서글픈 일은 없을 터이니.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7일 TV 하이라이트]

    ●MBC스페셜(MBC 오후 11시30분) 특목고 반을 운영하는 대치동 한 학원의 초등학생들은 대학 입시를 위해 학원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한다.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 일본의 초등학생,그리고 고교 3학년생의 하루,개별지도 학원에 다니는 중·고교생들을 통해 일본의 교육 현실을 만나본다. ●씨네24(YTN 낮 12시25분) 기억상실증에 걸린 전직 CIA의 요원 제이슨 본은 밤마다 알 수 없는 악몽에 시달린다.그 악몽이 바로 자신이 예전에 실제로 겪었던 일임을 확신확다.‘본 아이덴티티’의 속편인 ‘본 슈프리머시’를 만나본다.국내 영화 상반기 흥행 톱10 순위와 흥행 베스트도 공개된다. ●애니토피아(EBS 오후 9시10분) 국내 최대규모의 만화·애니메이션 축제인 ‘서울 국제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 현장에서 진행된다.‘애니웨어’코너에서는 SICAF의 개막식 현장부터 만화·애니메이션 전시회인 ‘툰 파크’(Toon Park),국제 애니메이션영화제인 ‘애니마시아’등을 공개한다. ●사랑 릴레이-함께하는 세상(iTV 오전 11시) 자비를 들여 사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며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점심과 생필품을 무료로 공급하는 김영분씨를 만나본다.뇌성마비 보치아 선수 최이슬.자신감을 갖기 위해 보치아에 도전했다는 18살 이슬양의 감동적인 인생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파리의 연인(SBS 오후 9시45분) 기주가 회사일로 힘들어하자 태영은 기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자신의 환송파티에 초대해 잠깐이나마 기주의 기분을 풀어 준다.기주와 수혁은 J모터스의 신차 발표 기자간담회장에 초대받아 약속 장소로 향하고,기주는 기자간담회장에서 발표되는 신차 디자인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아름다운 유혹(KBS2 오전 9시) 정희를 만난 주란은 진실을 밝히는 조건으로 집에서 당장 나가 줄 것을 제안하고,배신감에 치를 떠는 기태는 주란을 찾아 다닌다.성필은 긴장감에 금실로부터 투자금 받는 일을 서두른다.한편 주란과 가까스로 만난 기태는 아무 일 없었던 듯 인적이 드문 곳으로 주란을 끌고 간다. ●그대는 별(KBS1 오전 8시5분) 정 여사는 박 비서를 통해 화연의 과거를 전해듣고 금분을 찾아가 결혼을 취소하고 아이를 지워 달라고 말하고는 매몰차게 돌아간다.화연은 절망에 빠지고,망나니처럼 행동하던 홍기는 인경의 당당한 처신에 오히려 매력을 느낀다.정우는 인경을 생각하며 꼭 살아돌아가야 한다고 다짐하고….
  • [토요영화]

    ●쉘 위 댄스(KBS2TV 오후 11시10분) 평범한 남자가 건조한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교 댄스를 배우고,그 과정에서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는 내용의 일본 영화.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4번째 작품으로 일본내 220만,미국 190만의 관객을 동원한 세계적 화제작이다.우리나라에도 춤 열풍을 몰고 왔다.96년 일본 아카데미상 13개 부문을 석권했으며,미국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해 세계 유명 영화제에 초청됐다. 42세의 평범한 샐러리맨 스기야마 쇼헤이.가족과 직장에 충실한 사람이지만 이따금씩 몰려드는 무기력감을 피할 수 없다.어느날 그는 전철의 창 밖을 통해 올려다 본 댄스 교습소에서 춤을 추는 여인 마이의 모습에 반해 댄스 교습소를 찾는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기야마는 점점 춤의 세계로 빠져든다.그의 아내는 춤 때문에 귀가 시간이 늦어지는 남편을 의심해 탐정까지 고용한다.용기를 내 마이에게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는 말을 건넸던 스기야마는 단번에 거절을 당하지만,마이는 스기야마의 진지한 모습에 조금씩 마음이 끌리게 된다.136분. ●악마 같은 당신들(EBS 오후 11시10분) 프랑스 시적 리얼리즘 영화 흐름을 대표하는 줄리앙 뒤비비에 감독의 1968년 유작.알랭 들롱과 센타버거,세르지오 판토니가 주연을 맡은 사이코 스릴러 영화다. 프랑스 식민지 인도차이나에서 돌아온 조르주 캉포.교통사고로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진 뒤 자신의 대저택으로 돌아온다.그러나 사고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그는 부인,주치의,하인도 알아보지 못한다.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고 하루하루가 감옥에서 보내는 것처럼 답답하기만 하다.70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15일 TV 하이라이트]

    ●즐거운 문화읽기(MBC 낮 12시50분) 열 다섯 번째 시집 ‘영혼과 가슴’을 낸 김남조 시인을 만나본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고전 동화를 다시 보는 패러디 동화.우리 주위에는 동화를 패러디한 수많은 문화들이 넘친다.현대 사회에서 동화가 지니는 문화사적 의미와 기능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생방송 쟁점토론(YTN 오후 3시10분)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는 과연 부패척결을 위한 바람직한 해결책인가? ‘고비처’ 신설 논란의 쟁점을 짚어본다.대검 중수부가 담당하고 있는 권력형 비리수사를 맡기도록 하는 고비처 신설 문제가 뜨거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서보학 경희대 법대교수와 김주덕 변호사가 패널로 나온다. ●일과 사람들(EBS 오후 8시20분) 영화를 이끄는 영화 PD와 영화 감독들이 선사하는 색다른 예술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두 번째 코너에서는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에 위치한 경기도 소방학교를 찾아간다.소방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내용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소방시설 과정의 기계반과 전기반 내용을 살펴본다. ●강원래의 미스터리 헌터(iTV 오후 10시50분) 새 집으로 이사를 간 주연은 짐 정리를 하다 우연히 창고에서 낡은 일기장 하나를 발견한다. 일기는 가족들이 새로 태어난 동생에게 관심을 쏟는 것에 대해 시샘을 하는 내용.일기장을 한장 한장 넘길수록 일기의 내용은 점점 괴이해지는데….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오후 7시5분) 식초 없이는 못 사는 식초공주 김명희씨를 만나본다.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지는 미용실.발명가를 꿈꾸는 미용사 서정훈씨의 별난 미용실 속으로 찾아가본다.뒷모습은 자전거,앞모습은 휠체어.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아내를 위해 남편 최승호씨가 기상천외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풀하우스(KBS2 오후 9시 50분) 지은은 영재에게 자신이 쓴 소설도 넘겨주고,사정도 해보지만 또다시 갈 곳 없이 쫓겨난다.풀하우스 벤치에 앉아있는 영재는 지은이 안쓰러워 풀하우스로 데리고 온다.최실장을 통해 집을 사게 된 경위를 알아본 영재는 지은이 사기를 당해 풀하우스를 뺏긴 것을 알고 마음이 좋지 않다. ●그대는 별(KBS1 오전 8시5분) 정우와 정우의 모를 만나고 내려온 금분은 만에 하나 화연이 정우와 결혼을 한다해도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 때문에 화연에게 마음을 바꾸라고 타이른다.한편 본고사 날짜가 다가오자 인경은 서울로 시험을 보러 가고,화연은 고모인 동자에게서 버스회사 안내양 자리를 소개받는다. ˝
  • [6일 TV 하이라이트]

    ●타임머신(오후 10시35분) 1992년 10월 28일,시한부 종말론자들에 의해 주창된 휴거설로 인해 한반도가 발칵 뒤집혔던 스토리의 전모를 알아본다.6·25 전쟁 때 포로가 되어 북한으로 끌려갔다가 43년 만인 94년 10월 23일 북한을 탈출해 고향으로 돌아온 육군소위 조창호의 인생 역경사를 돌아본다. ●인사이드 월드(오후 1시25분) 무한 에너지를 꿈꾸며 노력하는 각국 사람들을 만나본다.영국의 ‘페라미스’라는 장치는 파도가 치면 상하좌우로 움직여 수압펌프가 작동하고 이를 이용해 전기를 만든다.짐바브웨에서는 시냇물을 이용한 작은 댐을 만들었다.이 댐으로 전기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식수와 농수까지 얻을 수 있다. ●책,내게로 오다(오후 9시20분) 우리는 지금 ‘한국의 미(美)’에 대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 그 잃어버린 기억을 감성으로 되살려와야 한다는 저자 강영희를 만나 ‘금빛 기쁨의 기억’을 전해 듣는다.‘소년에게 길을 묻다’코너에서는 현길언의 ‘전쟁놀이’를 살펴본다. ●게릴라 리포트(오후 8시20분) 각종 도시개발로 연못과 습지가 파괴되고 수질오염도 심해지면서 매화마름은 이제 서해안 일부 논이나 습지에서만 겨우 찾아 볼 수 있다.지난 98년 강화도에서 발견된 매화마름의 군락은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힘으로 예쁘게 잘 관리되고 있다.시민자연유산 1호인 매화마름꽃을 만나본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오후 5시) ‘병아리 유치원’코너에 듀오 앨범을 낸 손지창과 이장우가 특별 출연한다.손지창은 장우의 아빠로,이장우는 유치원생으로 등장해 코믹한 무대를 꾸리고 미니 콘서트도 마련한다.‘비둘기 합창단’코너에서는 미나의 섹시 댄스와 강현수가 소개하는 가수들의 목 푸는 방법을 보여준다. ●알게 될 거야(오전 9시50분) 어느 날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업부도로 인해 나경의 가족은 제주도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마지막 희망이었던 애인마저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나경은 절망하지만 혜란의 작전으로 통쾌한 복수를 하고,영미와 혜란의 제안으로 셋은 함께 살기로 한다. ●무인시대(오후 10시10분) 황도군은 노비들의 산중 은신처를 공격하고,노비 군대의 수장 미조이는 이에 대항하나,황도군의 화살을 맞고 위기에 처한다.만적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미조이는 홍련화가 머물고 있는 암자에서 치료를 받는다.한편 최충헌은 노비들을 문초하여 그들의 우두머리가 미조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
  • [그남자 그여자] 무비 Talk Talk

    ■’레이디스 앤 젠틀맨’ 개봉 요란한 자극장치들로부터 잠시 눈귀를 닫은 채 가슴 속 깊이 ‘느끼는’ 영화가 간절해질 때가 있다.28일 개봉하는 ‘레이디스 앤 젠틀맨’(And Now…Ladies & Gentleman)은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한 뒤 차분히 돌아본 듯한,사랑과 인생에 관한 프랑스산 영화다. ‘로리타’‘데미지’ 등에 출연해 늘 파격을 기대하게 만드는 중견배우 제레미 아이언스,설명이 필요없는 샹송의 디바 파트리샤 카스가 드라마의 진지함을 일군다.감독은 29세 되던 1966년 ‘남과 여’를 칸국제영화제에 출품,최연소 황금종려상 수상기록을 세운 클로드 를르슈. 신출귀몰한 수법으로 유명 보석상들을 털어온 발렌틴(제레미 아이언스)은 어느날 문득 지난날들을 정리하고 싶어 혼자 세계일주 항해를 떠난다.모로코의 호텔 바에서 외롭게 노래하는 재즈가수 제인(파트리샤 카스)을 만나고,실연의 상처가 깊은 그녀와 조심스럽게 우정을 쌓아나간다.낯선 곳에서 만난 남녀는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부분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된다. 격정적 사랑이 아니라 은은한 우정으로 톤을 유지하는 남녀관계가,흔한 러브스토리들과는 차별점을 찍는 드라마다.자신의 상황과 심경을 담아 부르는 카스의 노래들이 지중해의 풍광과 어우러질 때면 관객들은 낯선 곳을 여행하고 있는 듯 몽롱한 애상에 빠지기도 할 것 같다. 황수정기자 ■’서울기독교-영화축제’ 단편공모 문화선교연구원과 갓피플닷컴은 제2회 ‘서울기독교-영화축제’에서 상영할 단편영화를 공모한다. 기독교를 주제로 한 ‘자인’(Sein) 섹션과 기독교적 관점에서 일반적 주제를 다룬 ‘다-자인’(Da-Sein) 섹션으로 나눠 접수하며 새달 5일부터 7월2일까지 응모작을 접수한다. 2002년 이후 제작된 50분 이내의 작품이면 장르나 형식에 제한없이 출품할 수 있으며 영화축제 조직위원회 홈페이지(www.sc-ff.org)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뒤 심사용 VHS 테이프와 함께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여전도회관 704호로 제출하면 된다. ˝
  • [무슨 영화 볼까]

    ●범죄의 재구성 장르/예매율 범죄스릴러/31.5%(18세) 감독/배우는 최동훈/박신양·백윤식·염정아 어떤 줄거리 5명의 사기꾼들,한국은행을 털다. 이래서 좋아 치밀한 이야기 구성,흠잡을 데 없는 연기. 이래서 별로화끈한 범죄스릴러가 되기엔 약한 반전. 홈피 반응은 “…” ● 라이어 장르/예매율코믹드라마/22.4%(18세) 감독/배우는김경형/주진모·공형진·송선미 어떤 줄거리두집 살림 하던 뻔뻔남,거짓말하다 혼쭐나네∼ 이래서 좋아꼬리를 무는 거짓말,몸집을 불려가는 코미디. 이래서 별로시·공간적 한계,연극적인 대사톤. 홈피 반응은“공형진씨,배아프게 웃기더군요.” ●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장르/예매율종교드라마 / 19.9%(15세) 감독/배우는멜 깁슨/제임스 카비젤·모니카 벨루치·클로디아 게리니 어떤 줄거리나사렛 예수의 마지막 12시간을 묘사한 드라마. 이래서 좋아성경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내러티브. 이래서 별로눈을 질끈 감고 싶을 만큼 참혹한 장면들. 홈피 반응은 “나를 열렬한 신자로 만들어준 고마운 영화” ● 어린 신부 장르/예매율로맨틱코미디 / 11.4%(12세) 감독/배우는김호준/김래원·문근영 어떤 줄거리여고 1년생과 바람둥이 대학생의 신혼일기. 이래서 좋아참신한 설정, 깨물어주고 싶게 귀여운 문근영. 이래서 별로그들은 왜 무조건 시키는 대로 결혼했을까. 홈피 반응은“순정만화 같은 재미,아쉬운 마무리” ● 첫키스만 50번째 장르/예매율로맨틱 코미디/5.0%(12세) 감독/배우는피터 시걸/애덤 샌들러·드루 배리모어 어떤 줄거리플레이보이, 기억상실증 걸린 여자에 빠지다. 이래서 좋아그녀의 기억을 위해서라면 온몸을 망가뜨려서라도 웃음을…. 이래서 별로운명적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너무 희미? 홈피 반응은“…” ●태극기 휘날리며 장르/예매율전쟁액션 / 3. 9%(15세) 감독/배우는강제규/장동건·원빈·이은주·공형진 어떤 줄거리6·25전쟁을 배경으로 ‘전우’가 돼버린 형제. 이래서 좋아‘실미도’를 보며 흐느꼈다면,이번엔 펑펑 울지도…. 이래서 별로기교없이 단선적인 드라마 전개. 홈피 반응은“국제 경쟁력을 갖춘 전쟁영화” ● 더티 댄싱:하바나 나이트 장르/예매율로맨스 드라마/2.5%(15세) 감독/배우는가이 펄랜드/로몰라 게리·디에고 루나. 어떤 줄거리미국 여고 3년생이 쿠바 소년과 라틴댄스에 빠지는 이야기. 이래서 좋아정열의 라틴댄스…더 이상 무슨 말을. 이래서 별로엉성한 이야기 전개가 눈엣가시. 홈피 반응은“…” ● 테이킹 라이브즈 장르/예매율스릴러/1.9%(18세) 감독/배우는D.J.카루소/안젤리나 졸리·에단 호크 어떤 줄거리자기 정체성 잃은 연쇄 살인마와 FBI요원의 줄다리기. 이래서 좋아어둠 속 숨바꼭질…기본은 갖춘 스릴러. 이래서 별로극적 효과 떨어지는 반전,밋밋한 마무리. 홈피 반응은“…” ˝
  • [새영화] ‘블라인드 호라이즌’

    기억 상실증은 영화의 매력적인 소재.‘메멘토’‘니모를 찾아서’‘첫키스만 50번째’….모두 이 기억 상실증을 소재로 삼은 영화들이다.23일 개봉하는 ‘블라인드 호라이즌’(Blind Horizon)도 같은 부류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블라인드 호라이즌’이 앞의 영화들과 다른 점은,주인공의 증세가 단기 기억상실보다 증상이 더 커 거의 기억을 못한다는 것.미국 뉴멕시코주 근교의 작은 마을 사막지대에서 총상을 입고 쓰러진 채 발견된 사내(발 킬머)는 자신의 이름과 직업은 물론 왜 이곳까지 흘러왔는지 전혀 모른다.단 하나 이 마을에서 ‘대통령 암살 계획’이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은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그러나 누가 음모를 세웠는지,자신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은 짙은 안개속에 묻혀 있다. 영화는 사내가 자신에게 파편처럼 남아 있는 기억의 조각들을 퍼즐 맞추듯 추적해 가는 과정을 다룬다.그 곁에 보안관(샘 셰퍼드)과 간호사 리즈(에이미 스마트),그의 약혼녀를 자처하는 클로이(니브 캠벨) 등이 등장해 잃어버린 기억과 사건의 진상을 찾아가는 길에 동행한다.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자기 이름을 프랭크라고 알려주는 클로이와 동행하던 사내는 그녀의 미심쩍은 행동에 갈수록 의문이 커진다.게다가 의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수상한 사내가 접선을 시도해 온다.모든 게 의문투성이인 상황에서 갑자기 대통령 일행이 이 마을을 지나간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속도가 빨라진다. 이처럼 영화는 주인공의 정체를 미리 밝히지 않고 조금씩 정황을 알려주면서 관객의 동참을 유도한다.그러나 전체적인 밀도가 떨어져서 자주 몰입을 방해한다.초반에는 어느 정도 궁금증을 유발하지만 이곳저곳에 분산된 호기심을 가지런히 추스르는 데는 실패한다.전말이 밝혀지는 모양도 엉성하고 결과마저 허탈하다.감독은 뮤직 비디오 감독 출신의 마이클 하우스만. 이종수기자˝
  • 죽이는 girls

    ●안젤리나 졸리의 ‘테이킹‘ ‘자신과는 다른 삶 살기’ 15일 개봉한 ‘테이킹 라이브즈(Taking Lives)’는 제목 그대로 사람을 살해한 뒤 그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데 희열(?)을 느끼는 엽기 살인마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다. 범인은 쌍둥이 형만 편애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탓에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받아들일 수도 없이 성장했다.대신 한 사람을 골라 죽인 뒤 그 사람이 돼 한시적으로 살다가 기생충이 숙주를 고르듯 피해자를 바꿔가면서 죽인다.영화는 이렇게 범인을 미리 밝히고 그가 어떤 인물로 변신해 있는지를 추적하는 과정을 치열한 두뇌게임 풀듯 엮어간다. 캐나다에서 벌어진 잇단 살인 사건의 해결을 위해 FBI 요원 스콧(안젤리나 졸리)이 파견나온다.직관을 중시하는 그녀는 시체가 발견된 건축공사장에 누워서 특유의 통찰력으로 범행 과정을 추리하는 등 살인범 추적에 몰두한다.그러다 연쇄 살인범의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한 미술품 중개상 코스타(에단 호크)를 ‘미끼’로 범인을 유도하려고 작전을 짜 함께 수사를 하는 동안 그에게 호감을 갖게되면서 수사관으로서 혼란에 휩싸인다.이후 코스타를 둘러싼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영화는 속도를 낸다. 우리에게는 낯선 D J 카루소 감독은 어둡고 칙칙한 화면 구성에다 ‘악’소리를 낼 만한 스릴러의 요소를 장착해 안정적인 연출력을 선보인다.그러나 극적 효과가 약한 반전(특히 마지막 장면)이나 개연성이 떨어지는 캐릭터로 스릴러의 맛은 떨어진다.안젤리나 졸리나 에단 호크의 연기도 기대에는 못미친다. ●드루 배리모어의 ‘첫키스‘ 첫 키스만 50번째 한 여자가 있다.바람둥이도 아니고 거짓말쟁이는 더더욱 아니다.매번 진지하고 사랑하는 순진한 여성이다.이 모순에서 ‘첫 키스만 50번째(50 First Dates)’의 기발함은 출발한다. 주인공 루시(드루 배리모어)는 교통사고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다.저장된 기억은 사고 직전까지의 일이고 나머지는 모두 ‘하루살이 기억’.한 남자를 좋아해서 키스를 나누고 설렘 속에 잠이 들지만 해가 뜨면 까마득히 잊어버리는,그래서 침대 옆 남자에게 ‘스토커’라 외치며 화들짝 놀란다. 그녀와 키스만 50번 하는 남자는 하와이 수족관의 수의사 헨리 로스(애덤 샌들러).낮에는 동물들을 돌보다 밤이 되면 여행온 숱한 여자를 ‘황홀하게 돌봐주는’ 유명한 플레이보이인 그가 루시의 청순함에 매료된다.여자 유혹하는 데는 이골난 그에게 루시와의 ‘작업’은 식은 죽먹기.아침 약속을 한 다음 날 레스토랑에 갔으나 루시는 전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 루시의 병을 알게 된 헨리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다양한 소동을 벌인다.음식을 주문하지 못하는 문맹 흉내를 내며 다가가 동정심에 호소하기도 하고 자기 몸을 묶어 강도를 만난 운전자로 둔갑해 루시의 관심을 끌려고 부심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현대의술로는 거의 치유가 불가능한 병이어서 유쾌한 하루짜리 만남만이 이어진다.마침내 헨리는 상실되는 기억을 추억으로 정지시키려고 시도한다.루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사고 증언과,루시와 자신이 보낸 장면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어 편집해 보여주는 것.그러던 중 루시도 자신의 병을 알게 되고 헨리의 애정에 감동하지만 문제는 그 역시 하루짜리 감정이란 것. ‘기억 찾기’혹은 ‘사랑 구하기’란 큰 포맷을 다양한 에피소드로 채워가는 형식인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그 장면들에 재기발랄한 웃음과 진한 감동이 동시에 실려있다. ‘웨딩 싱어’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샌들러의 웃고 울리는 연기와,그에 화답하는 배리모어의 모습도 자연스럽다.애덤 샌들러와 잭 니컬슨을 캐스팅한 ‘성질 죽이기’로 흥행에 성공한 피터 시걸 감독이 연출을 맡아 다시 폭발적 인기를 모은 작품.개봉은 15일. 이종수기자 vi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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