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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음료 먹여 ‘중독’ 손님취향 성형 강요

    지난 1999년 서울 미아리에 있는 성매매업소를 탈출한 이모(21·여)씨는 이틀만에 붙잡히는 바람에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폭행당했다.업주가 “이걸 마시면 나을 것”이라며 권하는 음료를 마신 이씨는 이후 폭행을 당할 때마다 이 음료로 통증을 달랬다.얼마 뒤 업주는 이씨에게 충격적인 얘기를 했다.이씨가 마신 것은 진통제가 아니라 필로폰이었다는 것이다.이씨는 3년 뒤 가까스로 이 업소를 도망나왔지만,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고통에 시달리는 금단현상에 괴로워하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결국 티켓다방을 다시 찾았다. ●성매매 피해여성들 ‘지옥생활’ 성구매 남성과 성매매알선자의 처벌 근거를 명확히 한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과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인정하는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이 23일부터 시행된다.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대체하는 이 법으로 형사처벌에서 자유로워지는 피해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신고에 나서 성매매행위를 엄중히 단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법 시행을 꼭 1주일 앞둔 16일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단속보다도 업주와 성구매자로부터 받은 학대와 모욕,성매매로 얻은 질병 등이 더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있는 성매매 피해여성 재활지원센터 ‘다시함께센터’를 찾은 피해여성들의 절박한 하소연을 들어봤다. ●피임기구 사용막아 성병감염 예사 다시함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문을 연 뒤 접수된 상담건수는 모두 6018건이다.센터를 찾은 피해여성의 상당수는 잦은 유산과 성관계 등으로 질병을 앓고 있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현재 서울 7곳의 지원센터와 쉼터에는 60∼80명의 여성이 재활교육을 받고 있다. 아버지의 잦은 폭행으로 집을 나와 성매매업소에 들어간 김모(21·여)씨는 “임신하면 업주가 조산원에 데려가 주사를 맞게 했다.”면서 “결근비가 하루에 몇십만원이라 유산을 한 다음날도 손님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외취업사기를 당해 일본의 업소로 넘겨졌던 장모(24·여)씨는 “마담이 손님들이 좋아하는 취향으로 얼굴을 고치지 않으면 ‘살벌한 곳’으로 보내버리겠다고 협박,억지로 눈과 코를 성형수술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피해 여성들은 성매매만 강요당하는 것이 아니다.업주들은 여성들을 몸종 부리듯 온갖 잡일에 동원하면서도 인간적인 대우는 전혀 해주지 않았다. 생활고로 섬에 있는 다방에서 일하기 시작한 신모(24·여)씨는 “청소나 설거지 같은,업주의 집안 일은 물론이고 업주 아들의 학부모 급식당번에 조상 산소 벌초까지 대신했다.”면서 “여름에는 물값이 많이 나온다고 거머리가 우글거리는 우물물로 목욕을 하게 했다.”고 치를 떨었다. 단속이 심해지고 남성용 피임기구인 콘돔이 불법 성매매의 증거품이 되는 일이 잦아지자,업주들은 성매매여성 보호를 위해 콘돔을 사용한다는 암묵적인 룰마저 깨고 있다.이에 따라 피해여성들은 임신과 유산,성병 감염 등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속보다 재활이 우선돼야” 한목소리 강릉의 룸살롱에서 성매매를 하다 매독에 감염된 신모(25·여)씨는 “업주가 ‘2차(성매매)에 나가 콘돔을 쓰다 단속에 걸리면 입장이 서로 난처해진다.’며 콘돔을 사용하려면 손님 술값을 다 우리보고 물라고 했다.”면서 “병에 걸린 손님이든 아니든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울먹였다. 전문가들은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 시행을 계기로 단속을 넘어 피해여성들의 재활을 위한 지원책을 본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성매매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유영님(51·여) 공동대표는 “질병치료와 자활에는 시간이 필요한데 정부는 성과만 재촉한다.”면서 “피해여성들이 능력을 계발하고 자기애를 되찾을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면서 기다려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조성기 지음

    중견작가 조성기(53)가 연작소설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현대문학 펴냄)를 출간했다. 성(聖)과 속(俗)을 넘나드는 개성있는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의 새 소설집은 자전형식이다.유년의 기억을 더듬어 내밀한 자기고백을 하는데,그 어투가 천연덕스럽고 유머넘친다. 소설집의 단편은 모두 14편.“내 어머니 이름은 이시자(李時子)이다.”로 열리는 첫번째 단편 ‘고향 점묘’는 태를 묻은 공간(경남 고성)을 이야기의 중추소재로 잡았다.견고한 성(固城)이라는 뜻을 지녔으면서도 “6·25때는 물러터졌던” 고향에서의 에피소드들을 성장소설 쓰듯 여유롭게 재구성한다.부모의 잠자리 사이에 끼어들어 훼방놓던 할머니,시골 국민학교 선생님이 성에 안 차 고등고시에 마음이 쏠려 있던 아버지,작가의 손을 잡고 남산 계단을 오르는 하얀 저고리의 어머니가 기억의 감광지에 인화된다. 드라마틱한 줄거리를 보여주는 글은 아니다.가벼운 터치로 스스로의 ‘뿌리’를 드러내는 작업은,독자들에게도 자기존재의 근원을 한번쯤 돌아보게하는 우회적 권유인 셈이다. 단편들은 제각각 독립된 이야기 구도를 띠고 있다.하지만 딱히 순서를 정해 읽지 않아도 좋게 이야기들은 연속성이 있다.주인공이 모두 ‘나’인데다 등장인물들도 작가의 어릴 적 경험세계를 시종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성적 호기심이 존재를 여물리는 은밀한 자양이었음을 작가는 재미있게 털어놓는다.어린 주인공의 성적 팬터지는 형태도 다양하게 다수의 작품들에 녹아있다.단칸방에서 할머니를 사이에 눕히고 잤는데도 ‘신통하게’ 여동생을 만든 아버지와 어머니(고향 점묘),동네 과부들의 음충한 이야기를 들으며 잠든 주인공과 그 사타구니에 기어든 잠자리(잠자리에 대한 명상),묘한 성적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자신의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내 이름의 수난사) 등이 그렇다.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소재를 착안한 작가는 “독자들이 재미도 느끼면서 가슴에 울림이 남는,좀더 가독성 있는 작품을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9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논술비타민] 정보화 사회와 인간

    (가),(나)의 지문을 읽고 사이버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시오.(이화여대 2004학년도 논술 모의시험.인문·자연계열 공통) (가)인간은 새로운 우주론 덕택에 무지의 암흑에서 진리의 찬란한 빛으로 진보했다.우주의 진정한 체계가 발견됨에 따라,인간은 마침내 자신이 우주 내의 어느 곳에 서있는지 알게 되었다.태양이 지구를 대신하여 행성체계의 중심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로,과학 역시 신학을 물리치고 인간의 지식체계의 중심을 차지했다.이제 인간의 정신이 진정한 빛의 근원을 탐구하게 되면서,진리를 향한 끝없는 도약이 미래를 가득 채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우주론의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서구는 철저한 물리주의의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을 또한 잃어버렸다.현대 우주론이 성공을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공간의 동질화로 인해 영혼 또는 정신의 공간이 우리의 세계관에서 추방되어버린 것이다.동질적인 공간은 오직 한 종류의 실재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즉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물질의 물리적 실재만이 존재했다.중세 우주론에서 육체와 영혼은 공간이 비동질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반면에 근대의 우주론 자들은 지구 공간과 천체 공간의 중세적 구분을 폐기함으로써 실재를 고전적인 육체-영혼 이항체계의 절반으로 축소시켰다.게다가 물질 공간이 무한으로까지 일단 확장되어버린 다음에는,어떠한 형태로든 영혼 공간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좀더 적나라하게 말해서,근대 우주론의 무한 공간에는 ‘영혼’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장소가 전혀 없었다.중세의 우주에서 영혼의 장소는 항상 ‘너머’였다.중세에는 우주가 유한하다고 믿었으므로,적어도 비유적으로라도 물질세계의 바깥에 영혼의 자리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그러나 물질의 세계가 무한한데 영혼의 세계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물질세계의 한계가 없어짐으로써 기독교적인 영혼의 세계는 우주로부터 삭제되었다.이러한 삭제는 서구를 정신적 위기에 빠뜨렸으며,우리는 그 여파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나) 사이버공간은 빅뱅에 견줄 만한 기하급수적인 힘으로 현재 우리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다.우주론자들은 우주의 물질 공간이 약 150억년 전에 무에서 폭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데,사이버공간도 역시 무에서 시작되었다.현재 우리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새로운 영역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서로 연결된 전 지구적 컴퓨터 네트워크 공간은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팽창하고 있다.물질공간처럼,이 새로운 사이버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매일 수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노드 혹은 ‘사이트’들이 인터넷과 관련 네트워크에 추가되고 있으며,이러한 새 노드를 통해서 사이버공간의 전체 영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모든 사이트들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웹의 복잡한 미로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1998년 중반 현재,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는 1억명에 이르고 있다.그리고 다음 10년 동안에는 10억명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이미 3억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최근 들어 하루에 백만 페이지씩 성장하고 있다.무에서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사이버공간은 인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토’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중대한 의미에서 새로운 디지털 공간은 물리학이 탐구해온 공간 ‘너머’에 있다.왜냐하면 사이버 세계는 물질의 소립자나 힘이 아니라 비트와 바이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데이터 패킷은 사이버공간의 존재론적 토대이며,전 지구적 현상이 ‘출현하는’ 근원이 된다.사이버공간은 물질의 소립자나 에너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좀더 명확하게 말해서,그것은 한마디로 혁명적인 공간이다.사이버공간은 존재론적으로 물리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물리학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그러한 법칙의 한계에 의해 제한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어떤 의미에서 실리콘 칩은 우리를 형이상학적 통로로 이끈다.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 여행하는 나의 ‘운동’은 어떠한 역학 방정식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내가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은 어떠한 물리적 미터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여기에서 ‘공간’의 개념 자체는 지금까지 거의 이해된 바 없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역설적이게도,사이버공간은 물리학적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다.실리콘 칩,광섬유,액정화면,원격통신위성,심지어는 인터넷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까지,이 모두가 과학의 부산물이다.하지만 사이버공간이 물리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그것은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실재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소위 ‘과학의 시대’에 우리들은 철저히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에 길들여져서,사이버공간을 진정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그러나 내가 사이버공간에 ‘들어갔을 때’,나의 몸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지만,‘나’는 자체적인 논리와 지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송신된다.분명히 그것은 내가 물질세계에서 경험하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종류의 지형이지만,그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즉,어떤 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물질성의 결여에도 불구하고,사이버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다.나는 거기에 있다.우리는 사이버공간을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세계상에서 거부당한 인간의 비물질적 측면을 부분적으로나마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사이버공간은 정신을 위한,특히 상상력을 위한,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1.사오정,숙제를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제출하다 사오정과 저팔계는 밤 늦도록 PC 방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야! 그만 집에 가자.” 저팔계가 걱정이 되는지 사오정에게 말을 건넸다.“조금만 더 하고….조금만 더 하면 레벨이 올라간단 말이야.” 사오정은 게임에 열중이다. “너 삼장 선생님이 낸 숙제 다 했어?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잖아!” “그거 인터넷에서 내려받으면 돼!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것을 약간만 고치면 돼.게임에 방해되니까 말 시키지 마.” 사오정은 다시 게임에 빠져들었다. 저팔계는 한숨을 쉬더니 “그럼 먼저 갈게.내일 보자.”며 자리를 떴다. 2.사오정 혼쭐나다 다음 날,사오정과 저팔계는 삼장 선생 집에서 만났다. 과제물을 살펴보던 삼장 선생이 갑자기 사오정에게 호통을 쳤다.“사오정 이 놈! 숙제를 자신이 직접 해야지.인터넷에서 내려받으면 효과가 있겠느냐!” 갑작스러운 호통에 사오정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이 녀석이 잔꾀만 늘어가는구나.그럴 바에는 숙제를 안 하느니만 못하다.실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안 되지 않느냐.시간만 낭비한 셈이지.좀 힘들어도 직접 해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알겠느냐?” “네….” 사오정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자! 그 얘기는 그만하고,이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사오정과 저팔계는 삼장 선생이 건넨 논술 문제를 풀었다. 3.삼장 선생,명쾌하게 해설해주다 “사오정과 저팔계의 답안을 살핀 삼장 선생은 “사오정! 인터넷에서 숙제를 내려받더니 인터넷 얘기만 잔뜩 해 놓았구나.” “예?” 사오정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삼장 선생은 말을 이어갔다.“이 문제는 (가),(나)의 제시문을 읽고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라고 하였다.두 제시문을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의 관점에서 정리한 후,그 정리된 내용,즉 글쓴이의 입장에 관해서 반론을 제시하면 된다.두 제시문을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의 관점에서 정리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제시문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시문 (가)는 과학이 발달하면서 우주의 신비가 풀리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이 때문에 생명까지도 물질주의적 관점에서 해석되어 인간의 영혼 및 정신이 들어설 자리를 상실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제시문 (나)는 최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공간,곧 물질로부터 자유롭고 공간 이동 또한 무한대로 자유로운 사이버 공간의 출현을 목격하게 되는데,이 공간은 과학의 산물임에도 오히려 우리가 잃어버린 영혼과 상상의 세계를 열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우주와 사이버 세계라는 새로운 공간의 개념에 초점을 맞추어 쓴 글인데,우주라는 공간 개념은 인간의 영혼과 정신이 깃들 여지를 축소시켜버린 반면에 사이버 공간은 반대로 잃어버린 영혼의 자유와 상상의 세계를 확장한다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이다.이러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 사이버 세계 역시 영혼의 자유나 상상의 세계를 확장하기보다 이를 제한할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음을 설득력있게 제시하면 된다.여기에 어떻게 하면 사이버 공간이 영혼과 상상의 세계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을 덧붙인다면 더욱 바람직한 답안 작성이 가능할 것이다. 주의할 점은 사이버 공간이 곧 인터넷 공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인터넷 공간이 사이버 공간의 한 사례에 불과한 것이다.사오정처럼 이러한 점을 간과해서 답변을 작성하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실제로 이 모의고사를 치른 수험생들의 답안을 채점한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출제의도와는 무관하게 사이버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한 인터넷에 초점을 맞추어,최근 매체로부터 집중적 관심을 모은 인터넷의 폐해를 서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인터넷의 폐해로 지적된 사례 예시 과정에서도 다소 획일적 전형성이 나타났다고 한다.우리가 흔히 듣는 인터넷의 폐해로 익명성의 자유가 야기하는 언어 폭력의 문제,포르노 등 음란물의 범람,게임 프로그램에 내포된 소비성 및 파괴성,중독성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구성한 답변은 피상적인 답안이라는 인상을 주게 될 뿐 아니라 창의력 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우므로 바람직하지 않다.인터넷 공간이 아니라,말 그대로 사이버 공간 자체의 본질적 특성 및 가능성 등을 대상으로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4.삼장 선생,보충 설명하다 “말이 나온 김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보화 사회의 특성을 잘 정리해 둘 필요가 있음을 말해 주고 싶다.인터넷 등 최근의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관련,정보화 사회가 인간의 삶에 과연 긍정적 전망을 가져다 주는가 하는 관점에서 정리를 해놓으면 현대 사회나 문명과 관련한 문제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대입 논술에서는 정보화 사회와 관련한 다양한 현상에 대한 평가의 문제는 출제 빈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정보화 사회가 인간의 삶에 긍정적 전망을 가져다준다는 입장에 선 경우 당연히 각종 정보 및 통신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만든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사회의 각 부문에서 쌍방향 정보기술의 발전이 어떤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지 구체적으로 예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한가지 빠뜨리지 말아야 할 사실은 이러한 변화를 외면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등 반대 입장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부정적 전망에 입각할 경우 정보화 사회를 지배하는 탈가치적 지식이 인문적 교양을 황폐화시키고 인간관계를 피폐시켜 결국 인간성이 상실된다는 점을 거론해야 할 것이다.특히 기술의 발전을 역사발전과 동일시하는 기술결정론적 사고가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역사의 발전이 인간다운 삶의 실현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등 긍정적 전망에 대한 비판을 언급하는 것도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하는 하나의 요소다. 이 두 가지와 다른 입장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과학기술 그 자체는 인간의 삶에 대해 중립적이며,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 그것이다.결국 인간의 의지에 따라 정보화 사회의 양상이 달라진다는 관점이다. 어떤 관점에서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정보화 사회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에 관한 배경 지식을 잘 정리해 둬야 한다.특히 정보화 사회와 관련된 사건,사고들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논술 문제가 궁극적으로 늘 우리들의 현재 삶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똑같은 정보화 관련 문제라 하더라도 문제 제기 방식이나 접근 방식이 시기에 따라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알겠느냐?” 5.사오정,하늘이 가르쳐주다 “삼장 선생님!” 갑자기 사오정이 삼장 선생을 불렀다. “그런데 제가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것을 어떻게 아셨어요?” “허허! 이 녀석이 선생님을 우습게 보는구나.모든 선생님은 자신의 분야에서는 원래 모르는 것이 없단다.척 보면 다 알 수 있지.허허! 사실은 내가 오늘 네가 제출한 과제 내용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단다.그런 거 보면 너는 참 운이 좋구나.걸리지 않았으면 계속 그런 식으로 과제를 냈을 것이고,결과적으로 너는 전혀 실력이 향상되지 못했을 거야.이번에 걸렸으니 정말 다행이다.” “운이 좋은 건가? 헤헤헤!” 사오정은 겸연쩍게 웃었다. 다음 주에는 ‘역사는 살아있다.’라는 제목으로 논술강의가 이어집니다. 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http://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中, 동해오징어도 씨 말린다

    서해어장을 초토화한 중국어선들이 올해부터 동해로 진출해 ‘싹쓸이 조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올해 동해안 오징어잡이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것도 중국어선이 오징어가 회유하는 길목을 지키면서 3중 저인망으로 치어까지 남획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어민들은 보고 있다. 13일 전국오징어채낚기연합회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은 올해 초 ‘북·중 동해공동어로협약’을 체결했다.중국어선이 오는 2009년까지 5년 동안 북한해역에서 조업하고,그 대가로 이윤의 25%를 북한에 넘긴다는 내용이다. 이후 중국어선들은 공해상을 통과하여 북한해역에서 조업하고 있다.해경도 울릉도와 독도 등 동해 먼바다에서 오성기를 단 100t급 중국어선들이 선단을 이루어 북한해역을 오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확인하고 있다.무엇보다 중국어선은 상층·중층·하층의 3단계 그물을 사용하는 쌍끌이 기선저인망으로 바닥까지 훑어 오징어뿐만 아니라,그나마 수량이 크게 줄어든 명태·도루묵 등 수산자원의 완전 고갈이 우려된다. 김성호(60) 전국채낚기어업인 울릉총연합회장은 “회유성 어족인 오징어는 연해주에서 북한 연안을 타고 남하한다.”면서 “중국 어선들이 북한해역에서 싹쓸이 조업을 한다면 앞으로 남쪽에서는 오징어를 구경하기조차 힘들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룡포에서 22년째 오징어채낚기 조업을 하는 이상보(53)씨는 “중국의 쌍끌이 저인망 어선들은 치어까지 남획해 오징어 씨를 말리고 있다.”면서 “여기에 중국어선들이 잡은 오징어가 국내에 쏟아져 들어오면 가격까지 폭락할 테니 오징어잡이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울상지었다. 중국어선이 오징어잡이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현재 울릉군에서는 전체 오징어 어선 350여척 가운데 20∼30여척만이 출어하고 있다.울릉수협의 오징어위판량도 크게 줄었다.9월 들어 12일까지 위판량은 10t에 불과하다.지난해 252t에 비하면 거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8월도 36t으로 지난해 232t보다 크게 줄었다. 염창선 오징어채낚기연합회장은 “한·일 어업협정에다 북·중 공동어로협약으로 우리 어선들이 더 이상 조업할 곳이 없다.”면서 정부의 철저한 상황 파악 및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동해 조한종·포항 김상화기자 bell21@seoul.co.kr
  • [녹색공간] 못 생겨야 좋은 것/오한숙희 여성학자

    개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선배와 야트막한 동네 산을 돌던 중이었다.시종 말없이 걷기만 하던 선배가 갑자기 소리를 쳤다.“야,너도 퍼그구나.” 아는 사람이라도 만났나 했더니 개를 보고 한 소리였다.주인을 따라 산책 나온 그 개는 코가 납작하고 입가가 시커먼 것이 어릴 적 시골 친척집 과수원지기 아저씨를 연상케 했다.선배는 사람에게 하듯 손을 흔들어 그 개를 보내고 돌아서더니 내게 물었다. “얘,퍼그 귀엽지 않냐?” 솔직히 말해 귀엽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으나 인사치레로 “응,생긴 게 참 재미있구만.” 정도로 응수했다.그러자 선배는 금방 열이 올라 씩씩거렸다.“얘,우리 이웃 집에 퍼그가 있는데 말이다.얼마전에 동네를 지나가는데 꼬마애 하나가 그 개를 빤히 쳐다보는 거야.그래서 내가 아이에게 ‘강아지 귀엽지?’ 하니까 그 꼬마가 뭐랬는지 아냐.단박에 ‘못 생겼어요.미워요.’ 하는 거야.그래서 내가 그랬지.‘이 개는 못 생겨서 귀여운 거야.’” 갑자기 내가 콱 찔렸다.평소 개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해도 그 외모가 달랐다면 나 역시 퍼그에게 약간의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다.“그 꼬마 맹랑하네.어린 것이 못 되기도 했지.” 나는 내 발이 저려서 비겁하게도 아이를 비난했다.그 말은 오히려 선배의 화를 부채질했다.“야,넌 그게 아이 탓이라고 생각하냐.어른들이 애들을 그렇게 만든 거야.무조건 이쁜 게 좋은 거라고 믿게 말야.동네 슈퍼에 가봐라.채소도 못 생기면 팔리질 않는 세상이야.귤도 윤이 나야 잘 팔린다고 왁스칠 한다는 소리 듣지도 못했냐? TV 봐라,사람도 예쁘고 잘생겨야 잘 팔리잖아.” 지방강연을 갔다가 그 근처의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작품활동을 하는 화가네 집에 우연히 놀러가게 되었다.오이를 좀 따가라는 말에 비닐막을 친 텃밭에 들어섰다.농약을 전혀 주지 않은지라 소출이 미미했고 열린 것들도 번듯한 게 드물었다.주인은 오이 하나를 뚝 따서 옷에 쓱 먼지만 닦더니만 농약을 전혀 쓰지 않았으니 안심하라는 말과 함께 내게 건넸다.와사삭 베어무는 순간 싱그러운 오이 향이 코를 먼저 자극했다. “맞아요.이게 오이냄새야.” 얼마나 오랫동안 잊고 있던 내음인가.바닷가 바위틈에 뿌리박고 사는 풍란이 아름다운 까닭은 파도를 이겨내는 끈질진 생명력 때문이라고 했었지.이토록 싱그러운 오이의 향기는 벌레들 속에서도 제 몸을 고스란히 지켜낸 내공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내가 진짜 맛있는 거 하나 줄까요.” 오이에 감탄하는 나를 보던 주인은 약간 주저하는 듯이 나를 비닐 막 밖으로 데리고 갔다.거기는 ‘썩은’ 나무가 하나 서 있었다.가지들은 실타래처럼 거미줄을 걸고 있고 벌레구멍 없는 나뭇잎은 하나도 없으며 열매란 열매는 칼자국 같이 보기 흉한 자국을 안고 있는 것이 영락없이 썩은 나무였다.그런데 주인은 먹지도 못하게 생긴 열매를 하나 따더니 이빨로 거칠게 껍질을 벗기고 한 입 베어물면서 “꼴은 이래도 얼마나 달콤한지 몰라.” 하면서 이내 황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복숭아,그것도 황도였다.워낙 작고 못생겨서 도저히 복숭아라고 부를 수 없는 외모였지만 맛은 어찌나 기가 막힌지,손오공이 훔쳐먹은 천상의 복숭아가 이랬으리라 싶게 환상적인 맛과 향이었다.그날 나는 진정한 맛은 혀와 코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임을 배웠다. “옛날부터 복숭아는 불끄고 먹으라고 했잖아요.” “복숭아 벌레 먹으면 노래 잘 부른다는 말도 있잖아요?” 험한 꼴에 벌레까지 기어나오는 황홀한 복숭아 앞에서 우리는 이 말들이,후손들에게 진정 좋은 것을 먹이기 위해 눈을 질끈 감도록 가르친 조상들의 지혜였음을 또한 깨닫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다음번 산행에서 선배에게 할 말을 가다듬었다.“못생겨서 귀여운 것도 있지만,못생겨야 좋은 것도 있습디다.” 오한숙희 여성학자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1) 간월도와 웅도 어리굴젓 맛 대결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1) 간월도와 웅도 어리굴젓 맛 대결

    지방자치단체마다 특산품 홍보에 잔뜩 열이 올라 있다.이런 마당에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인지도가 높은 고부가가치의 특산품이 있다면 오죽 좋으랴.충남 서산 어리굴젓이 바로 그런 대표적 사례 아닐까.오랜 역사와 전통을 밑천삼아 팔아먹을 수 있는 ‘해양지적소유권(海洋知的所有權)’이 아닐 수 없다. 여름이 끝나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찬바람이 분다고 느끼는 순간,어리굴젓 생각이 간절해졌다.뜨끈뜨끈한 흰쌀밥에 맵짠 어리굴젓을 올려서 먹는 맛이란! 그런 충동 때문이었을까.뜬금없이 천수만 간월도로 향했다.홍성나들목에서 불과 15분 거리.천수만 간척지에 포함돼 더 이상 섬도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촌에 돌아와 살면서 ‘해양벤처’를 주도하고 있는 유명근(섬마을어리굴젓 대표)씨는 “어리굴젓이 없었더라면 아마 고향에 돌아오지 않았을는지 모르지요.” 한다.우리에게 어리굴젓은 바로 이런 것,가히 ‘마력의 혼불’이 아니겠는가. 제조 과정을 물으니 대답 대신 팔을 걷어붙이고 시범부터 한다.굴과 소금을 버무려 옹기에서 숙성시킨 강굴을 함지박에 쏟아 놓는다.태양초를 물에 개어 만든 고춧가루 범벅을 붓고 손으로 버무린다.손맛이 중요하다.이걸로 어리굴젓 만들기는 끝. 너무 단순해 재설명이 필요없다.의문이 풀린다.뒷맛이 개운한 것은 들어가는 재료가 소금과 고춧가루뿐이라는 데서 비롯된다.재료가 많으면 맛은 오묘할지 몰라도 뒷맛의 담백함은 놓치기 쉽다. ●간월도 굴은 알보다 털날개가 커 이곳의 굴을 유심히 살펴보면 왜 어리굴젓 앞머리에 ‘간월도’가 붙어야 제격이라고 여기게 되는지 쉽게 이해된다.굴은 몸체인 알과 날개부분으로 이루어진다.그런데 간월도굴은 알보다도 털날개가 크기 때문에 고춧가루로 버무릴 때 양념이 스며드는 면적이 커서 한결 맛이 좋다.간월도 주변은 돌보다 개펄이 많은데 자잘한 돌에 붙어 살던 굴이 2년쯤되면 떨어져나가 펄 속에서 자란다.‘토굴’이니 ‘토화’니 하는 말도 여기서 비롯되었으니 깊은 수심에서 크게 키운 양식굴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다른 재료는 몰라도 소금만큼은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소금이 맛을 결정하는 기준이라는 말이다.중국 소금을 쓰면 어김없이 쓴맛이 난다.이곳에서는 천수만 건너 태안군 곰섬의 소금을 들여다 쓰는데 최소한 1년 이상을 묵히며 간수를 뺀다.예전에는 소금을 뜸뿍 쳐서 아예 ‘짠젓’이라 불렀으나 냉장고 덕분에 한결 싱거워져 저염도를 요구하는 현대인의 입맛에도 맞다. 천수만이 방조제에 가로막히면서 물고기들이 알을 낳기 위해 몰려들던 ‘천혜의 만(灣)’이 이제는 새들이 몰려드는 ‘천혜의 들판’으로 변해 상전벽해를 실감하게 한다.예전에 조기떼가 몰려들어 우는 소리에 잠못이루던 천수만에 이제는 철새들이 몰려와 임무교대를 하였다.바닷물고기는 사라지고 하늘새가 공간을 대신 차지한 셈.천수만 민중의 삶도 급변해 대를 이어 고기잡이를 하던 어민들이 횟집을 차리는 경우가 많아 이제는 어로수입보다 관광수입이 훨씬 벌이가 좋다.어리굴젓만으로는 생계 유지도 어려워 근동 몇 집이 어울려 이를 상품화,내림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간월도에서 건너보이는 창리 포구에는 지금도 ‘조기의 신’ 임경업 장군을 모신 영신당이 있어 해마다 정초면 북소리 드높이며 배치기 소리에 맞춰 영신제를 올린다.간월도 건너편의 안면도 황도에도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황도붕기풍어놀이’가 전승되고 있으니,간척으로 고기는 줄었어도 오래 지속돼 온 천수만의 민속문화만은 잔존해 그 옛날의 영화를 웅변해 준다. ●생산 주체인 여성 주도의 삶 간월도는 수산의례가 남아 있는 곳이어서 관심이 배가된다.정월 대보름에 아낙들이 펼치는 ‘굴부르기 놀이’가 그것.이 의례는 생산 주체인 여성 주도의 문화유형이다.굴 채취는 물론이고 억척스럽게 머리에 이고 홍성 광천장까지 판로 개척에 나섰던 여성들의 힘이 굴부르기란 축제로 압축되어 유형화한 것이다.굴을 부르는 주술적 의례의 주도권을 여성들이 쥐고 있다는 사실은 이 섬의 경제 행위에서도 여성의 역할과 권한이 막강했음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그래서 “간월도의 남자들은 여자들 덕에 놀고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었다. 어리굴젓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북쪽의 대산읍 웅도도 빼놓지 않아야 한다.까닭이 있다.웅도어리굴젓 또한 다른 독특한 맛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맛의 대결’이라고나 할까. 웅도는 물때를 잘 맞춰서 가야 한다.경기도 화성의 제부도처럼 물때에 따라서 바닷길이 열리고 닫히기 때문이다.웅도가 자리잡은 가로림만은 태안반도에서 그나마 오염되지 않은 곳.대호방조제,석문방조제,이원방조제 등으로 태안반도의 지도가 바뀌는 와중에도 가로림만은 겨우 명맥을 유지해 남았다.간만조차가 심해 해남의 울돌목과 더불어 조력발전이 늘상 거론되는 곳이기도 하다. 웅도에도 ‘수산벤처인’이 있다.체험어장 등을 운영하는 김종희씨가 그 대표격이다.바닷물에 배추를 절이는 ‘해수김치’도 개발해 내고 웅도 어리굴젓의 명맥도 이어간다.간월도 어리굴젓이 ‘김장김치’라면,웅도 것은 ‘겉절이김치’쯤 될까.잘게 자른 쪽파와 생밤,고춧가루 등을 넣어서 즉석에서 먹거나 숙성시켜 먹는다.같은 서산 관내에서도 어리굴젓 제조법이 전혀 다른 것은 해양문화의 지역적 다양성이 매우 중층적이라는 또 하나의 증거다. 생굴을 바로 담근 것이라 맛이 신선하다.필자 같은 도시민은 대개 갓 담은 젓갈을,현지인들은 조금 발효된 젓갈을 선호한다.사람의 입맛 기준치도 문화적 다양성만큼이나 중층적이다. 간월도와 웅도의 젓갈 맛이 다름은 단지 제조법의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광해군 11년(1619)에 서산지방의 풍물을 기록한 한여현의 호산록(湖山錄)을 보면,‘화변과 마산(지금의 간월도 근역)에는 석화가 가을과 겨울철에 여물고 2∼3월에 사라진다.대산과 지곡(지금의 웅도 근역)에는 3∼4월에 여물고 5월에 사라지니 가히 남북 갯벌이 같지 않다.’고 하였다.간월도와 웅도의 갯벌이 다르고 같은 굴이라도 생태적 환경조건에 따라 예전부터 변별성이 있었음을 이르는 말이다.그러한즉 앞으로는 두루뭉술하게 ‘서산 어리굴젓’으로만 부르지 말고 ‘간월도 어리굴젓’이라거나 ‘웅도 어리굴젓’으로 불러 양자의 개미(個味)와 특성을 인정해 줄 일이다. 사실 웅도의 명물은 어리굴젓만이 아니다.호산록에 “홑옷 입은 가난한 어민들이 얼음을 깨고 굴을 따며 눈을 쓸고 낙지를 잡는데,맨발로 언 갯벌에 들어가 천번 만번 죽을 고생하여 관청에 헌납하면 관리들은 인정도 없이 해산물을 더 배정한다.”고 했듯 예로부터 낙지 잡이가 성행했다.지금도 인근 중왕리와 더불어 낙지가 엄청 잡히는 곳으로 꼽힌다. 남도의 세발낙지와 달리 색깔이 붉고 선명하다.초여름부터 11월 무렵까지 잡히는데,맨손어업,혹은 주낙으로 잡는다.맨손으로는 한 사람이 한번에 40∼50마리는 거뜬하고,주낙이라면 한 물때에 200∼300마리까지 잡아 올린다.마리당 4000원쯤 받으니 하루 벌이가 10만∼20만원에서 운 좋은 날은 70만∼80만원까지 치솟을 때도 있다.그래선지 웅도는 인근의 알아주는 부촌이다. 보리가 익어갈 무렵이면 어린 낙지가 스물스물 펄 밖으로 기어나온다.이때 잡은 낙지를 넣고 ‘밀국낙지’를 끓여냈다.아예 박속에 낙지를 넣어서 끓인 ‘박속낙지’도 있다.추억의 어촌음식인데 이제는 서울 등 대처의 대중음식점 메뉴로까지 변신했다.웅도 사람들은 고집스럽게 소달구지 전통도 이어오고 있다.‘물펄’이라 경운기 바퀴가 빠지는 것도 이유겠지만 전래의 소달구지를 이용해 저물 무렵 바닷가에서 돌아오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일명 ‘달구지마을’이란 웅도의 닉네임은 여기서 비롯되었다. ●보리 익을 무렵 ‘밀국낙지’ ‘박속낙지’ 별미 그러나 낙지가 지천인 천혜의 가로림만도 이상 징후를 보인 지 오래다.인근의 대규모 간척으로 만에 유입된 조류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는 탓에 펄이 사라지고 있다.펄이 사라지자 자갈밭이 드러나고,해변의 산이 파이고,경관 자체도 변했다.지천에 널렸던 갯지렁이도 거지반 사라지고 없다.갯지렁이가 사라졌다는 것은 가로림만의 생태환경에 적신호가 울렸다는 뜻이다.‘부풀’이나 ‘오리밥’으로 불리는 작은 조개류는 낙지의 먹을거리여서 일명 ‘낙지밥’으로도 불렸으나 15년쯤 전부터 이 조개가 사라지면서 낙지가 줄어 이제는 어과도 예전 같지 않다.미역,우뭇가사리,청각,톳 따위도 지천이었으나 지금은 흔적이 없다. 돌아오는 길에 황금산을 오른다.태안반도를 굽이쳐 돌아가며 경기만으로 치고 올라가는 해류가 흐르는 황금곶(串).서산 남쪽의 천수만 창리에 영신당이 있다면,웅도 북쪽 방향 끄트머리인 독곶에는 임경업 장군의 신당을 모신 황금산이 있다.남쪽 천수만에 간월도가 있다면 북쪽 가로림만에 웅도가 있는 격이다.일망무제로 태안반도에 북쪽 바다가 펼쳐지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임해공단의 굴뚝과 대산항이 먼저 눈에 든다.미려한 사구가 펼쳐진 독곶은 공단의 그늘에 가려지고 말았다.밥상머리에서 비벼 먹는 어리굴젓의 입맛 내림만 의연할 뿐,바다삶의 조건이 이처럼 곳곳에서 급변하고 있으니,이런 기록이나마 남겨두지 않으면 후세가 그 단절의 역사를 어찌 알 것인가.
  • [아테네 2004] 문대성, ‘뒤후려차기’ 한방으로

    [아테네 2004] 문대성, ‘뒤후려차기’ 한방으로

    |아테네(그리스) 특별취재단| 그저 눈물 뿐이었다.태권도 80㎏ 이상급 결승전이 벌어진 29일 아테네 팔리로 스포츠파빌리온.홈 매트의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그리스)를 1라운드 2분10초 만에 왼발 뒤후려차기 KO로 꺾고 ‘태권도 황제’로 등극한 문대성(28)은 매트에 얼굴을 묻은 채 일어설 줄 몰랐다. 관중들의 환호도 아득하게만 느껴졌다.이윽고 태극기를 들고 매트 주위를 달리기 시작했다.지금까지 어깨를 짓눌렀던 삶의 고통까지 눈물로 씻어버렸다. 문대성은 2000년대 태권도의 ‘꽃’인 최중량급을 주름잡은 한국 태권도의 에이스.1999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선수권과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어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를 안았다. 도복을 입은 지는 벌써 18년째.처음 국가대표가 된 것은 동아대 2학년 때인 지난 96년.99년 에드먼턴 세계선수권 1위에 오르면서 세계 정상급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헤비급 1인자는 김제경(35·미국 거주).한동안 그의 그늘에 가려야 했다. 문대성에게도 기회는 왔다.시드니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1위를 한 김제경이 고질적인 허벅지 부상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것.선발전 2위인 그가 당연히 시드니행 티켓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협회는 3위 김경훈과 재대결토록 했다.김경훈에게 2-3으로 패한 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김경훈의 금의환향을 지켜봐야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선발전 직후 아버지 문광춘(65)씨가 오른쪽 집게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까지 당했다.평소 심장협심증을 앓고 있던 어머니 오은자(63)씨는 아들의 시드니행 무산과 남편의 사고 충격으로 정신 장애까지 겪게 됐다.맏아들로서 어려운 집안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과,태권도가 자신을 버렸다는 배신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소주병에 빠진 생활이 6개월 넘게 이어졌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태권도 없는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1년 6개월 동안의 노력 끝에 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서 올림픽을 향한 집념이 더욱 강해졌다. 지난해 11월 세계예선전 대표선발전과 12월 예선전을 거푸 치르면서 왼쪽 손목뼈 3개가 부러졌음에도 불구,진통제를 맞으며 기어코 아테네 출전티켓을 따냈다.지난 겨울 하루 6시간이 넘는 강훈을 소화한 끝에 최종선발전을 통과했다.장래 희망은 국제적인 ‘태권도 전도사’.이를 위해 국민대에서 체육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window2@seoul.co.kr
  • [문학이 머문 풍경]춘천이 낳은 소설가 김유정

    [문학이 머문 풍경]춘천이 낳은 소설가 김유정

    “ …‘이 자식아,일 허다 말면 누굴 망해놀 속셈이냐.이 대가릴 까놀 자식?’ 우리 장인님은 약이 오르면 이렇게 손버릇이 아주 못됐다.또 사위에게 이 자식 저 자식 하는 이놈의 장인님은 어디 있느냐.” 소설가 김유정의 대표작 ‘봄·봄’에서 배참봉댁 마름으로 나오는 김봉필이 데릴사위와 욕지거리를 하며 드잡이하는 장면이다.김유정이 한들 주막에서 술 한잔 걸치고 금병산 고개를 넘어오다 목격한 장인과 사위의 싸움 장면을 고스란히 작품속에 묘사해 놓았다. 김유정의 소설 대부분은 이렇게 작가가 태어났던 마을속을 배경으로 구상되었고,실제 작품속의 소재와 등장인물들이 실존했던 인물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았다.시루를 닮았다고 붙여진 실레마을 전체가 김유정의 작품무대이고 산실이었던 셈이다.이처럼 김유정 소설속에 등장하던 장면 하나하나가 작가가 태어난 강원도 춘천시 증리 금병산 일대의 실레마을 곳곳에 남아 있다. 작가가 외가댁이 있던 학곡리까지 걸어서 넘나들던 금병산 자락에는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작품 ‘동백꽃’의 배경임을 알린다.이 지역 동백꽃은 남쪽지방의 빨간 동백꽃이 아닌 노란색의 생강나무꽃으로 스칠 때마다 작품속에서처럼 알싸한 향기가 그득하다. 소설 ‘만무방’에서 막되어 먹은 만무방들과 응칠이 화투를 치던 노름터도 고인돌 모양으로 남아 있다. “…응칠이는 공동묘지의 첫고개를 넘었다.(중략)…딸기 가시에 종아리는 따갑고 엉금엉금 기어서 바위를 끼고 감돈다.”는 작품속의 노름터 가는 길섶엔 지금도 산딸기가 무성해 유월쯤 산길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작품세계를 흠뻑 맛볼 수 있게 한다. 김유정을 처음 소설가로 데뷔시킨 ‘산골나그네’에서 나그네 들병이가 덕돌이의 새옷을 훔쳐 남편에게 입혀 도망가던 물레방아터가 팔미리에 남아 있다.실제로 작가는 팔미천에서 목욕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다 자주 들르던 덕돌네주막에서 덕돌 어멈한테 많은 이야기를 듣고 도망친 들병이 이야기를 소설속에 등장시킨다. 작품 ‘산골’에 등장하는 사금을 채취하던 곳과 ‘봄·봄’과 ‘금따는 콩밭’에서 화전을 일구던 밭이 지금도 금병산 자락에 옹기종기 흔적으로 남아 있다.이밖에 ‘봄·봄’의 배경장소인 김봉필의 집과 실레마을 주막터,김유정이 서울에서 귀향한 뒤 배우지 못한 고향 청소년들을 위해 야학을 했던 ‘금병의숙’등이 남아 있다. 김유정은 29살 젊은 나이에 폐병으로 숨지기 전까지 불과 4년동안 독특한 언어감각으로 근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0여편의 단편소설을 남겼다.1930년대 한국문학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레마을 주민 유연호(70) 할아버지는 “김유정은 어릴 때부터 개구쟁이였고 낙향한 뒤에도 술 잘 먹고 한량끼 넘치던 청년이었다.”며 “말년에는 폐병으로 누님집에 머물며 총각 귀신을 면한다고 이름모를 처자와 혼례까지 올렸지만 합방도 못하고 3일만에 헤어진 뒤 숨졌다.”고 선배분들의 말을 빌려 회고했다. 지금은 신동면 증3리 김유정 생가터에 김유정이 남긴 작품과 흔적들을 모아 놓은 ‘김유정 문학촌’이 있다. 작가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고 살아 숨쉬는 작품속의 배경을 따라 보려는 학생들과 문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연일 끊이질 않는다. 해마다 3월 29일 추모행사를 시작으로 문학제와 문학강연·문학세미나가 매월 열리고,한여름에는 김유정 청소년 문학캠프,늦가을에는 생가지붕 이엉엮어 올리기 현장체험,매주 월요일 밤에는 금병의숙에서 문학교실이 열려 문학인들을 즐겁게 한다. 작가이면서 김유정문학촌 사무장을 맡고 있는 최종남(58)씨는 “작품속에 등장하는 떡메치기,닭싸움,전통결혼식,주막집 운영 등의 체험행사를 열어 독자들이 작가에게 더 친근하고 가깝게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어수룩하고 꾸밀꾸밀 일만 하는 그들을 보면 딴세상을 보는 듯하다.” 김유정이 남긴 수필 ‘오월의 산골짜기’에서처럼 작가는 그렇게 고향을 사랑하고 보듬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들의 ‘하늘의 ★따는’ 연기

    ★들의 ‘하늘의 ★따는’ 연기

    ‘악,악!’ 어떤 영화든 배우들이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지른 장면이 있다.6시간동안 옴짝달싹 못한 채 피아노줄에 묶여있거나(‘쓰리,몬스터’의 강혜정),꿈틀대는 갯지렁이를 입안 가득 물거나(‘분신사바’의 이유리),눈물을 쏙 뺄 정도로 비를 맞고 또 맞거나(‘알 포인트’의 감우성)….스크린 이면에 숨은,배우들의 고생담을 들어봤다. “배우에게는 고통을,투자자에게는 기쁨을.그게 저의 좌우명입니다.” 최근 기자시사회장에서 박찬욱 감독이 좌중을 웃기려고 뱉은 농담이다.하지만 촬영현장을 유심히 지켜보면 그의 말이 영 실없는 얘기만은 아니다.고통없는 열매가 어디 있으랴.화제를 모으는 작품일수록 배우들이 더 힘들어지는 건 정해진 이치.그래서 어떤 영화에나 꼭 있다,배우들이 ‘악,악’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지른 장면들이! 박 감독의 말은 알고본즉 농담이 아니었다.20일 개봉하는 그의 공포영화 ‘쓰리,몬스터’에서 강혜정은 죽을 고생을 다했다.괴한이 묶은 피아노줄에 온몸이 동여매진 채 재갈을 물고 공중에 떠있다시피 하는 게 극중 캐릭터.강혜정의 몸을 동여맨 줄은 40여가닥.묶이는 작업만도 2시간이 넘었다.한번 묶이면 옴짝달싹 못한 채 그녀가 견뎌낸 시간은 최소 6시간.화장실을 갈 수 없으니 물이나 음료수는 언감생심 입에도 대지 못했고,스태프들이 먹여주는 빵과 김밥으로 간신히 허기만 달랬다.촬영하는 14일동안 그녀는 무려 28차례를 묶였다 풀려났다. 안병기 감독의 ‘분신사바’에서 여주인공 이유리도 실감연기를 위해 온몸을 던졌다.살아 꿈틀대는 갯지렁이를 입안 가득 머금었다.귀신이 된 이유리의 입에서 뭔가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찍기 위해 감독은 산낙지라며 배우를 속였다.“눈주위의 짙은 분장 때문에 배우가 이를 끝까지 알아채지 못했다.”는 한 제작관계자는 “그 장면을 위해 이유리가 입에 털어넣은 지렁이는 10마리쯤 된다.”고 증언(?)했다. 비맞는 신(scene)은 촬영장에서 배우들을 괴롭히기로 소문난 대표적인 장면.개봉을 앞둔 베트남전 배경의 공포영화 ‘알 포인트’에서 주인공 감우성도 치떨리게 고생했기로 소문나 있다.캄보디아의 휴양지 복코산 꼭대기에 만들어진 공동묘지 세트에서 살수 트럭이 3대나 동원된 가운데 비맞는 신을 찍고 또 찍었다.‘내 남자의 로맨스’를 찍은 뒤 여주인공 김정은도 “테이크아웃 커피점 앞에서 비맞는 장면을 찍을 땐 너무 힘들어 울기도 했다.”고 말한 적 있다. 진저리치게 물에 시달리기는 ‘인어공주’의 전도연도 둘째가라면 서럽다.제주 해녀로 변신해 능수능란한 물질 솜씨를 선보여야 했던 것. 영화 한편에 몇억원씩의 출연료를 거머쥐는 배우들의 고생은,서민들의 눈엔 달콤한 투정으로 비칠 수도 있다.하지만 스크린 이면의 숨은 사연까지 넘겨짚을 수 있다면 그 또한 덤으로 챙기는 영화보기의 즐거움이 아닐까. 최근 크랭크업한 ‘꽃피는 봄이 오면’의 주인공 최민식은 또 얼마나 진땀을 뺐을까.극중 역할은 트럼펫 연주자이자 산골학교의 관악부를 이끄는 선생님.트럼펫을 만져본 적도 없던 그가 7개월여의 연습끝에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을 연주했단다.상상해보자.“입술이 갈라진 채 살았다.”는 홍보담당자의 말이 흰소리는 아닐 것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세상속으로] 태풍감시 남단기지 ‘제주 고산기상대’

    [세상속으로] 태풍감시 남단기지 ‘제주 고산기상대’

    “태풍비상 1급 근무령이 떨어졌습니다.피크는 자정부터 새벽 3시 사이니 밤새 긴장을 풀지 마세요.” 태풍의 길목인 제주도의 서쪽 끝자락,북제주군 한경면 고산리 바닷가의 해발 76m 수월봉 정상에 자리한 고산기상대(대장 황창연) 기상관측실은 18일 오후 ‘전직원 비상 근무령’속에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제15호 태풍 ‘메기’의 통과를 앞두고 예상진로 등 15개 기상모니터를 주시하는 예보사들의 눈초리는 적 진지를 살피는 초병의 그것과도 흡사했다. ●13명 전직원 비상 근무령 당초 소형 태풍이었던 ‘메기’는 한반도로 접근하면서 강력한 대형태풍으로 세력을 키운 상황.시간이 갈수록 제주지방기상청과 중앙기상청으로 보내는 관측자료 타전속도도 빨라진다.관측실 왼쪽 벽에 걸린 기상실황판도 ‘메기’가 늪물에서 헤엄치듯 스물스물 다가오는 상황을 60초 간격으로 보여준다.이름 그대로 바다 위에 떠오르는 달빛이 환상적인 수월봉(水月峰)은 제주에서도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그러나 13명의 직원에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람이 세다는 고산기상대는 ‘험한’ 근무지다. 고산기상대가 태풍의 첨병 역할을 하는 것은 서·남방향에서 접근하는 모든 기상현상을 최초로 관측하는 지점이기 때문.게다가 고산기상대에는 제주 유일의 기상레이더가 있다.직경 3.6m짜리 기상레이더는 반경 240㎞ 범위의 기상현상을 커버한다.백령도 등 전국 10곳에 있는 기상레이더는 전자파를 발사해 빗방울이나 비구름에 부딪쳐 돌아오는 반사파를 탐지 분석한다.호우·우박·낙뢰 등 돌발적 기상현상과 태풍 및 기압골 접근을 추적하여 기상예보에 이용한다.‘라디오존데’를 띄워올리는 것도 중요한 임무이다. 고층기상을 자동측정하는 라디오존데는 지름 1.5m의 대형 수소풍선에 매달아 하루 두차례 띄워 올린다.태풍이 오면 하루 네차례로 늘어나는 데다,비바람을 뚫고 띄워올려야 하는 만큼 젊은 직원들이 총동원되어야 한다.라디오존데가 송신하는 지상 30㎞ 지점의 기압·기온·풍향·풍속은 일기예보뿐만 아니라 항공기 운항자료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순간풍속 60m… 한국서 가장 바람 센곳 고산기상대는 1987년 12월 제주고층레이더측후소로 문을 연 뒤 1992년 3월 제주고층레이더기상대로 이름이 바뀌었다.2002년 6월부터 황사관측과 파고관측 업무를 시작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여름휴가요?여름이 일년중 가장 바쁜 때인 걸요.” 김강훈(47) 예보관은 농담하지 말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지난해 태풍 ‘매미’ 때 허리에 로프를 매고 풍향계까지 기어가 ‘순간풍속 60m’기록을 확인한 장본인이다. 황창연 대장은 태풍을 목전에 둔 긴장 속에서도 2005년을 기대했다.“내년 하반기에는 기상레이더를 8.5m짜리 최첨단 S-Band레이더로 교체합니다.국민들에게 더욱 정확한 기상자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지요.”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seoul.co.kr
  • [유가 50달러시대-긴급 현장점검] (상)中企 제조업체 르포

    [유가 50달러시대-긴급 현장점검] (상)中企 제조업체 르포

    지난 17일 오후 인천시 서구 P아스콘업체.공장 가동이 중단된 채 주변은 빈 대형 덤프트럭으로 넘쳐났다.아스콘(도로포장재) 특유의 기름 냄새가 없었다면 아스팔트 믹싱 플랜트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다.야적장에 아스콘 원료 중의 하나인 골재와 석분(돌가루)이 수북하게 쌓여 있을 뿐 인적이 뜸해 적막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하루 8시간 가동해 200t의 아스콘을 생산해야 하지만 유가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하루 평균 3시간만 공장을 돌리고 있습니다.오늘은 날씨마저 궂어 아예 공장 가동을 중단했습니다.”(백승기 작업반장) 석유값이 ℓ당 1000원을 웃돌아 운송비가 장난이 아닙니다.연초보다 평균 10% 이상 늘었습니다.그렇다고 운송비를 안 올려주면 차주들이 자재와 아스콘을 날라주지 않으니 미칠 지경이죠.”(김기주 공장장) 이 회사의 올해 공장가동률은 지난해보다 44%가량 줄었다.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원료가 부담이 크게 가중된 탓이다.여기에 미수금마저 불어나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성진(53) 사장은 “유가·운송비 상승으로 생산원가가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었지만 아스콘 단가는 10년째 t당 3만 6000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면서 “팔면 팔수록 밑지는 장사이지만 자금 회전을 감안해 어쩔 수 없이 공장을 돌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출이 크게 줄어 지난해 40억원에서 올해는 30억원을 겨우 넘길 전망이다. 이 사장은 “인천지역 아스콘업계 관계자끼리 모이면 못해 먹겠다는 소리가 이구동성으로 튀어나온다.”고 소개한 뒤 “특별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유가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한국경제의 ‘허리’인 ‘굴뚝업종’이 흔들리고 있다.특히 고유가 민감업종인 아스콘업체와 자동차부품업체 등 중소업체들은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아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 경기도 하남시 아스콘 생산업체인 공영사의 김종하(45) 사장은 “아스콘 생산 연료비가 추가로 들어가면서 채산성이 그만큼 악화됐다.”며 “연료가가 더 오르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에게는 요즘 공장가동 시간 단축에 따른 자금난도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지난해는 총 227일가량 공장을 돌렸지만 올해는 100일도 가동하지 못할 것 같다는 얘기다.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라고 했다.게다가 유가가 더 오를 경우 연말에는 자금 사정이 급속히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경기도 파주의 식품용기업체인 G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3800평 규모의 플라스틱공장은 하루 30t 규모의 식품 용기를 생산했지만 지난달 이후 유가 급등에 따른 원자재가 인상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또 원자재 창고에는 보통 30일분의 폴리스틸렌을 비축해 오다 최근에는 1주일치로 대폭 줄였다.올해 매출액은 지난해 100억원의 60% 수준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덕순(48) 사장은 “t당 폴리스틸렌 가격은 지난해 말 110만원에서 이달에는 190만원대로 껑충 뛰었다.”면서 “자금 사정을 감안하다 보니 원자재 비축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시트벨트와 계기판 보드를 생산하고 있는 경기 화성의 자동차부품업체 K사.기아차와 쌍용차 등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데 철강류와 플라스틱류,화학제품 등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제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구매담당자인 이철기(44) 부장은 “지난해 말보다 철강제품의 가격이 30% 올랐고,플라스틱 제품도 10% 정도 오르는 등 원자재가격 상승이 20∼30%에 이르지만 부품을 납품하는 자동차업체에서는 5∼10%밖에 인상분을 반영해 주지 않고 있다.”고 푸념했다. 그는 “우리가 원자재 공급을 받는 곳이나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곳이나 그들의 가격 결정이 곧 ‘법’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우리가 제품을 납품하는 자동차업체도 내수 불황으로 자동차가격 인상이 어려운 실정이다 보니 결국 부품업체들이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의 또 다른 자동차 부품업체 S사도 같은 처지다.주차브레이크,브레이크 레버,기어변속레버를 GM대우 등에 납품하는 이 회사는 철강제품과 플라스틱 제품 등 원자재를 대부분 쓰고 있다. 서상렬(54) 공장장은 “원가 상승으로 인한 제품가격 압박요인이 커지고 있는데도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계속 거래처로부터 일감을 공급받고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원가 상승분의 일정부분을 손해 봐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또 “원가상승도 문제이지만 내수 침체로 자동차 자체가 잘 안 팔리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면서 “앞으로 원자재가격 상승이 계속된다면 부품업체들은 적자 생산을 해야 하고,도산하는 곳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 하남 화성 김성곤 최광숙 김경두기자 sunggone@seoul.co.kr
  •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할아버지 큰뜻 알것같아”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할아버지 큰뜻 알것같아”

    “조국이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잊지 않고 불러줘 고마울 따름입니다.” 59주년 광복절을 맞아 보훈처 초청으로 지난 11일 한국에 온 키가이 라사(46)씨는 이렇게 입을 뗐다.키가이씨는 1926년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이상용 선생의 외고손녀이다.그는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미국 등에서 살고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 11명과 함께 할아버지의 나라를 찾았다. ●할아버지 묘역서 발을 떼지 못해 6박7일간의 고국방문은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현충원 참배로부터 시작됐다.현충탑 분향을 마친 키가이씨는 현충원 임정 묘역으로 발길을 옮겼다.선생의 유해는 1990년에야 중국 하얼빈 근교에서 발견돼 봉환됐다. 그는 일행들이 위령탑으로 발길을 옮기자 못내 아쉬운 듯 서대문 독립공원으로 가기 전 기어이 차를 세워주도록 부탁했다.선생의 묘역에서 키가이씨는 달아오른 뜨거운 땅에 한참을 머리를 대고 있었다.그는 “나라를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한 할아버지가 많이 고생했다는 얘기를 부모님을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그는 “현지에서도 독립유공자협회가 결성돼 후손간에 유대를 갖고 있다.”면서 “한국 고유의 문화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말을 못해 할아버지께 죄송스럽다.”며 돌아가면 한국어를 꼭 배우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키가이씨가 부럽기만 하다는 표정인 장 타치아나(42·모스크바 거주)씨.그는 임정 국무총리를 지낸 이동휘 선생의 외증손녀다.이동휘 선생도 현충원 임정묘역에 묻혀야 하지만 아직 유해를 찾지 못했다.장씨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곳이 어딘지 알지도 못한다.다만 살던 곳에 기념비만을 만들어 놓았을 뿐”이라면서 “그래도 러시아 현지에서 책과 자료 등을 통해 외증조부가 레닌을 만나는 등의 활동상을 관심있게 읽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대문 독립공원을 방문한 일행은 독립운동가들을 고문하는 일제의 만행을 듣고는 모두들 얼굴이 흐려졌다.고문을 당해 한쪽 귀가 없어진 독립운동가의 사진을 보던 키가이씨는 고개를 돌리며 “할아버지가 이런 고생을 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못하다.”면서 말을 잊지 못했다. 임정 초대 재무총장으로 선출됐던 최재형 선생의 손자 최파벨(55·카자흐스탄 거주)씨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일본인들을 증오하셨던 것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구려는 한국의 역사,역사분쟁 이해 안돼”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밀사로 파견됐던 이위종 선생의 외증손녀 프로야예바 타치아나(43·모스크바 거주)와 피스쿨로바 율리아(35·〃) 자매도 한국을 찾았다.선생은 1910년 을사조약에 통분해 자결한 이범진 선생의 차남이다.타치아나 자매는 “두 분은 각각 러시아 초대 공사와 헤이그 밀사로서 독립운동의 산 본보기로 독립운동사에 많은 정신적·물질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한국학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생 율리아씨는 “외증조부가 1918년 모스크바 공산당대회에 참석한 이후 사망과정이 불분명해 이에 대한 연구와 1910∼20년대의 한·러 관계사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최근의 한국·중국간 고구려사 분쟁을 의식한 듯 “고구려사를 중국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이며 고구려,백제,신라는 한민족의 땅에서 벌어진 한민족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는 15일 충북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리는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고 서울과 경주,울산을 관광한 뒤 오는 17일 출국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여성&남성] 魔의 서른살 결혼 스트레스 남녀모두 ‘최고’

    [여성&남성] 魔의 서른살 결혼 스트레스 남녀모두 ‘최고’

    “스쳐 지나갈 인연이면 만나지 않게 해주십시오.추억이고 나발이고 이젠 다 귀찮습니다.나를 거쳐 다른 이에게 가는 슬픈 인연의 스리쿠션은 더이상 사양합니다.…파리에선 혼자 밥 먹는 사람도 엄청 많던데,우리나라는 혼자 스테이크 먹는 여자를 마치 외계에서 불시착한 생명체처럼 보고 있습니다.두려울수록 맞서라!” -서른 두 살 여성 3명을 주인공으로 한 MBC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중. 그동안 무수히 많은 매체가 30대 여성을 결혼하지 못해 환장하거나,히스테리 부리는 것을 낙으로 삼거나,아예 포기하고 독하게 일만 하거나,유부남과 금지된 사랑에 빠지는 ‘제3의 존재’인 양 그려왔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심심하면 한번씩 도마 위에 올리는 노처녀·노총각의 에피소드는 이제 철지난 유머다.서른 살을 두고 ‘꺾어진다.’고 생각하는 것도 촌스러운 구식 사고방식에 지나지 않는다.당사자들이 생각하는 현실은? 평범한 30대 남녀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여성이 남성보다 결혼시기 느긋하게 봐 서울신문은 결혼정보업체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에 의뢰,지난달 29일부터 이틀동안 전화여론조사로 30대 미혼남녀의 결혼관을 알아봤다.조사에는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에 사는 남성 106명,여성 97명 등 30대 미혼남녀 203명이 응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결혼적령기였다.남성의 결혼적령기를 묻는 질문에 남성은 가장 많은 31%가 32세,20.8%가 30세라고 답했다.하지만 여성들은 22.7%가 33세를 남성의 결혼적령기라고 응답,남성의 결혼 시기를 훨씬 더 늦게 봤다. 여성의 결혼적령기를 묻는 질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남성들은 37.9%가 28세,22.3%가 27세,16.5%가 30세라고 답했다.하지만 당사자인 여성은 39.6%가 28세,30.2%가 30세,12.5%가 29세라고 생각했다.30세를 여성의 결혼적령기로 보는 비율이 여성이 남성의 두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노처녀·노총각 인식도’도 흥미로웠다.먼저 응답자 가운데 ‘스스로 노총각·노처녀라고 생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남성 54.7%,여성 54.6% 등 평균 54.7%였다. 30세가 넘으면 혼기를 놓친 것으로 보던 기존의 시각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남성이 자신을 노총각으로 인식한 비율은 30∼31세가 37.5%,32∼33세가 53.3%,34∼35세가 72.4%로 나이가 들수록 뚜렷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하지만 여성은 30∼31세에 노처녀라고 생각한 비율은 51%로 남성보다 확연히 높지만,이후 남성만큼 뚜렷한 증가추세를 보이지는 않았다.34∼35세 여성은 69.2%가 노처녀라고 생각한다고 답해 오히려 남성보다 낮았다. 주변으로부터 결혼압박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결혼적령기와 거의 일치했다.남성의 대다수인 84.8%가 30세 이후부터 압박을 받기 시작했고,여성의 88.1%가 27세에서 30세까지 결혼압박을 받았다.하지만 스트레스를 가장 심하게 받은 나이는 남성 32.3%,여성 27.2% 등 남녀 모두 30세를 들어 아직 ‘나이 서른’에 보내는 관심이 여전했다. 조사를 벌인 이희길 한국결혼문화연구소장은 “이번 조사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결혼시기를 더 늦게 보고,연령이 높아질수록 적령기를 놓쳤다는 인식도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지금의 만혼 추세를 남성보다 여성이 더 공감하고 있고,결혼으로 인한 불이익과 그에 대한 두려움이 여성쪽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하듯 ‘미혼이 좋은 이유’에는 ‘일과 자아성취,자아실현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답한 여성이 12.4%로 남성의 3.8%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보였다. ●친구 단란한 가족볼때 가장 결혼하고 싶어 ‘미혼생활의 단점’으로는 남성의 32.1%와 여성의 36.1%가 ‘고독,외로움,허전함’이라고 답했다.하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결혼하고 싶다.’는 응답은 전체의 4.9%로 예상보다 적었다.남성의 응답률이 7.5%로 여성의 2.1%보다 높았다.‘가장 결혼하고 싶을 때’는 ‘친구가 결혼생활을 잘하고 있을 때’가 남성의 29.2%,여성의 23.7%를 차지했다.안정적인 가정을 부러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조사 결과에 30대 남녀들은 대부분 공감을 표시했다.회사원 김미정(32·여)씨는 “결혼을 생각하고는 있지만 당장 회사는 어쩌나 하는 생각에 망설여진다.”면서 “지금까지 쌓아놓은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릴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경훈(35·자영업)씨는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가 서른 살이 되자마자 하도 결혼을 닥달하는 바람에 헤어졌다.”면서 “혼자 사느라 조금 불편한 건 있지만 결혼문제는 신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학생 이지현(31·여)씨는 “느긋하게 마음먹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적당한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면서 “아직 혼기를 많이 넘겼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어렸을 때처럼 치기어린 감정에 치우쳐 결혼을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녹색공간] 원흥이 방죽을 아시나요?/김하돈 백두대간보전 시민연대 정책위원장,시인

    올봄,원흥이 방죽에 펼쳐진 두꺼비들의 행렬은 가히 장관이었다.이른 봄 산에서 내려온 어미 두꺼비가 저수지에 낳아놓은 알들이 물속에서 부화하여 올챙이로 자라다가 마침내 새끼 두꺼비의 모습을 갖춘 뒤 비오는 날을 기다려 일제히 산으로 기어오르는 장면이었다.몇만? 몇십만? 아니 몇백만 마리라 해도 모자라지 싶었다. 저수지부터 시작된 두꺼비들의 행렬은 도랑을 빠져나와 논둑을 타넘고 널찍한 길을 가로질러 산비탈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뱀 가운데 유일하게 두꺼비가 지닌 독을 꺼리지 않는다는 유혈목이 한 마리가 이때를 놓칠세라 닥치는 대로 두꺼비 새끼들을 잡아먹었다.청주 시내 한복판에서 일어났던 이 목숨붙이들의 장엄한 대이동은 모 방송사의 환경다큐멘터리로 촬영되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그리고 시청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며칠 뒤 재방송을 내보내야만 했었다. 원흥이 방죽이 처음 세간에 알려진 건 지난해 봄이었다.택지개발구역에 포함된 저수지에서 두꺼비들의 대이동을 발견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두꺼비 서식지 보호를 외치며,인근 야산을 없애려는 토지공사의 전동 톱날과 중장비를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애초 토지공사의 계획대로라면 새로 개발된 택지에 들어서게 될 법원과 검찰청 사이에서 원흥이 방죽은 도심 속의 아름다운 호수로 변신하는 것이었다.그러나 비록 물에서 부화한다지만 생애의 대부분을 산에서 살아가는 두꺼비에게 사방이 건물뿐인 호수란 이미 죽음의 방죽일 터. 기나긴 의견대립과 충돌의 날들이 해를 넘겼다.두꺼비를 비롯한 원흥이 방죽 일원의 생명들을 살려달라고 머리 희끗희끗한 노인부터 코흘리개 어린아이까지 거리에서 수없이 삼보일배를 하고,그곳에 들어설 법원과 검찰청을 향하여 지금까지 무려 12만 배의 절이 바쳐졌다.나무를 자르는 전동 톱날 앞에서 저마다 한 그루씩 나무를 끌어안고 울부짖던 시민단체 회원들의 모습에서는 차라리 전율을 느껴야만 하리라. 그러는 사이,원흥이 방죽은 자연스럽게 도심 속의 생태공원으로 변모했다.어느덧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찾아오는 명소로 부각되었으며,원흥이 방죽을 온전한 두꺼비 서식지로 보전하자고 서명한 사람만도 5만여 명에 육박했다.지금도 주말이면 고만고만한 숱한 어린아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원흥이 방죽에서 이런저런 수서생물이며 야생화를 관찰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아,개발과 환경!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땅을 단순히 인간 개개인의 재산과 이윤창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그 모든 생명과 생명의 상생공간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대체 얼마쯤일까? 하늘과 땅만큼의 거리일까? 얼마나 더 죽고 사라지고 피를 흘린 다음에야 그 거리가 조금이라도 좁혀지는 날이 올까? 아니,그런 날이 오기는 오는 걸까? 백두대간 생태탐사에 다녀오느라 며칠 집을 비운 사이,청주에서 날아온 다급한 이메일에는 지난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났던 급박한 상황들이 실시간으로 쌓여 있다.개발허가권자인 지자체 청사 앞에 설치했던 시민단체 농성장을 강제철거하면서 격렬한 충돌이 있었던 모양이다.인간이 아닌 미미한 생명체를 대변한 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경찰서로 연행되고,더욱이 필자도 잘 아는 중년의 여류시인은 충돌과정에서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소식도 끼어있다. 참으로 더운 여름이다.하긴 더위도 다만 ‘살인더위’일 뿐,원흥이 방죽 뒷산 두꺼비들이야 더운지 추운지도 모르는 미물일 뿐이리니…. 김하돈 백두대간보전 시민연대 정책위원장,시인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0)숨겨진 하천을 찾아서(下)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0)숨겨진 하천을 찾아서(下)

    DMZ는 그가 품고 있는 수많은 옥수(玉水)로 인해 ‘생명의 땅’이란 칭호를 얻을 만하다.뭇 생명의 근원은 물에서 비롯되니 DMZ를 흐르는 물길은 곧 생명길일 터이다.또한 존재 그 자체만으로 자유와 평화를 웅변하는 것이 DMZ의 하천들이다.155마일 겹겹이 둘러쳐진 철책선도,DMZ 곳곳에 박혀 있을 지뢰도 사람과 들짐승의 통행은 막았으나 물길 앞에선 속수무책 무장이 해제될 뿐이지 않는가. ●춤추듯 꿈틀대는 역곡천 취재팀은 탐사기간 DMZ의 크고 작은 물길과 샘을 여러번 만났다.대부분 만남의 청을 넣고 찾아간 것이지만 때론 예고없이 그들 스스로 흔연히 나타나주기도 하였다.그들은 DMZ의 낮밤을 저 홀로 고적하게 흐르거나,그것이 싫증나면 임진강이니,북한강이니,남강이니 하는 큰 강물에 저를 실어보낸다. 임진강의 여러 지천 가운데 강원도 철원의 역곡천은 숨가쁘도록 꿈틀대며 제 몸집을 놀린다.무어 그리 흥에 겨운지 남과북의 철책선을 춤추듯 월남하며,월북하는 기막힌 모습을 연출한다.51년 전 유혈이 낭자했던 백마고지를 옆에 껴안고 남으로 치닫다 북으로 빠지는가 싶더니 발길을 돌려 남으로,그리고 다시 뒤틀어 북으로 흐르다 마침내 임진강의 품에 안긴다. 취재팀은 철원군 육군 ○○사단 관할의 용강수문에서 역곡천을 만났다.6월의 햇볕이 내리쬐는 길가엔 꿀풀이 왕성하게 번식하더니 현무암이 성벽처럼 둘러선 역곡천변은 번식력 좋은 달뿌리풀이 터를 잡고 있다.바위 언덕 위로는 초본류와 신갈나무 군락지가 빼곡히 들어서 고라니같은 포유류에게 더없이 훌륭한 서식환경을 선사하고 있다.안내장교는 “역곡천을 따라 걷다보면 수달도 종종 눈에 띈다.”고 일러준다. 용강수문 북쪽 너머의 역곡천 물길 한가운데 자리잡은 바위 위에 마침 솥뚜껑만한 자라가 목을 길게 뺀 채 일광욕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다.등짝 길이가 못돼도 40∼50㎝는 족히 될 듯싶다.녀석은 사람이라는 천적이 사라진 덕에 제 몸집을 저리도 크게 키워냈을 것이다.눈길을 돌려 북쪽 먼 데를 바라보니 멀리 대마리 평원에 고라니 한 마리가 고고하게 서 있었다. ●사미천·세월천·멸공천,그리고 사천 경기도 연천군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남으로 내려오는 사미천도 꼭 뱀이 기어가듯 꼬불꼬불 굽이쳐 흘렀다.꾸구리와 납자루,누치,참마자,돌마자,피라미,쉬리 등이 채집 그물망에 쉴새없이,그것도 무더기로 올라왔다.원체 적응력이 좋아 수질에 상관없이 어디서고 서식하는 피라미를 빼고는 모두 맑고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어종들이다.북쪽에 자리잡은 사미천은 올 봄 하나의 귀한 생명을 살렸다고 한다.지난 4월 북에서 발생한 거대한 산불이 남을 향해 넘실대며 넘어오자 우리 군이 불길을 잡기 위해 맞불을 놓았을 때다. “DMZ 안에서 오갈데 없이 위기를 맞은 고라니 한 마리가 사미천에 풍덩 몸을 던졌지요.불이 잦아들 때까지 물위로 얼굴만 내놓은 채 몇시간을 버티더군요.사미천이 없었더라면 꼼짝없이 목숨을 잃을 뻔 했습니다.” 30년을 군인으로 지내온 노병은 “DMZ가 아니고선 볼 수 없는 광경”이라며 신난 듯 설명을 이어갔다. 어디 이뿐일까.사미천을 비롯한 DMZ의 모든 하천들은 이곳 생태계의 자궁과도 같다.짐승의 갈증과 허기를 언제든 달래주고,물고기와 곤충이 낳는 알을 따스하게 품어주며,팍팍한 땅에 숨결을 불어넣어 습지를 형성하고,그리하여 새 생명들을 수없이 잉태하고 양육해 오지 않았는가. 취재팀이 둘러본 경기도 연천과 파주 일대의 멸공천·세월천,그리고 고성군의 사천도 그랬다.혹여 지뢰를 밟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취재팀이 수백m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피라미 떼,올챙이 떼들은 멸공천 물속에서 현란하게 움직이며 저들의 생(生)을 힘차게 노래했다.하천변에는 밤사이 목을 축였음직한 고라니의 발자국이 선명히 찍혀 있고,몇마리인지 셀 수조차 없는 형형색색 물잠자리도 제가 태어난 멸공천을 고운 날갯짓으로 수놓았다. 남방한계선 수문 아래의 세월천엔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팔뚝만한 어름치 세 마리가 힘차게 유영하고,민물새우와 쌀미꾸라지도 지천으로 발견됐다. 통일전망대 인근에서 바다로 빠져드는 사천은 또 다른 맛을 안겨준다.동해안으로 흐르는 하천에서만 볼 수 있는 버들가지가 어렵잖게 발견되고,하류 쪽에는 바다와 민물하천을 오가는 회유성 어종인 은어와 칠성장어가 살고 있다.시민환경연구소 안병옥 박사는 “하천 위로 동해선 도로가 지나가고,군사작전 도로를 내느라 흙탕물이 많이 생기는 등 위협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건강한 하천생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천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전문가 칼럼 사미천은 임진강의 지류이다.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흘러내리다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에서 임진강과 합류한다.남방한계선 철책 바로 아래에서 본 사미천은 예상보다 물이 그다지 맑지는 않았지만,많은 종류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었다.하천 수심은 20∼30㎝지만 이미 강바닥 공사까지 마친 상태였다.하천변에는 홍수예방을 위해 돌망태로 만든 제방이 꽤나 높게 세워져 있다. 강바닥이 자갈로 구성된 수역에서 채집된 어류는 대부분 꾸구리와 쉬리였다.특히 꾸구리의 치어들은 투망을 걷어 올릴 때 그물 사이를 눈부시게 튀며 빠져나갔다.이 수역에서 우점종인 잉어목 잉어과 어류인 꾸구리는 입수염이 4쌍이며 매우 납작한 체형이다.산란기는 4∼6월이며,주로 수서곤충을 섭식한다.물 흐름이 매우 빠른 여울에서만 서식하는 한국 고유종으로,오직 한강과 임진강,금강에서만 출현한다. 최근 수질 오염과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강바닥 공사로 인해 여울이 사라지면서 서식처를 위협당한 꾸구리는 급격히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환경부 보호대상 어류로 지정되어 있다.일반적으로 꾸구리는 대부분 여울에서 반두를 이용해야만 겨우 몇 개체 정도 채집되는 어류다.하지만 이곳 사미천의 여울에선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서일까,한번 던진 투망에 20∼30개체가 손쉽게 채집되었다. 쉬리 역시 최근 하천 공사와 수질오염으로 인하여 개체수가 많이 감소하는 추세다.하지만 우리나라 전역에서 물이 깨끗하고 여울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쉽게 관찰할 수 있는,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물고기이다.쉬리의 몸은 가늘고 긴 날씬한 체형이다.4∼5월 산란기에는 물이 빠르게 흐르는 여울에 휩쓸려 가지 않도록 돌 밑에 알을 붙인다. 남방한계선에서 한참을 남쪽으로 물러나 다시 사미천의 어류들을 채집하였다.물의 흐름이 약해지면서 강바닥에 진흙과 자갈이 깔려 있는 곳에서는 더욱 다양한 어류들이 출현하였다.피라미,줄납자루,참중고기,중고기,돌고기,줄몰개,돌마자,참마자,누치,모래무지 등과 이들을 잡아먹는 꺽지와 쏘가리가 관찰되었다.사미천은 제방공사로 인해 비록 본연의 제 모습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지만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이 평화롭게 서식하고 있어 자연의 생명력과 파괴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최승호 박사 ·전북대 생물다양성연구소
  • 여긴 몰랐지? 조용하게 休~할만한 곳

    여긴 몰랐지? 조용하게 休~할만한 곳

    ‘어휴,올핸 얼마나 막힐까.어디 쾌적한 피서지 없나?’휴가를 떠나기 전 항상 겪게 되는 고민이다.피서가 절정인 요즘 바다를 찾아 남·동·서해안으로 떠나는 피서행렬을 보면 기부터 질리게 마련.이번엔 아예 방향을 북쪽으로 틀어보면 어떨까.동북쪽에 있는 강원도 철원,화천 지역으로 눈을 돌려봄직하다.피서철임에도 사람 구경하기 어려울 만큼 한적한 청정지대가 많다.그중 화천의 만산동계곡과 철원의 복주산 휴양림을 안내한다. 철원·화천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화천-만산동계곡 정말 차다.온세상이 찜통이지만 이곳은 사방에 냉풍기를 틀어놓은 듯,그야말로 별천지다.푹 파인 협곡 모양의 계곡은 양 옆으로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터널을 이룬다. “아빠,나하고 누가 물에 오래 있나 시합해.내가 오빠는 이겼어.”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지은이는 파랗게 변한 입술을 떨면서도 아빠에게 도전장을 내민다.물 밖에 가만히 있어도 서늘한 판에,얼음처럼 찬 물에 들어가야 하다니.귀여운 딸의 도전을 뿌리치지 못해 발을 담그는 아빠의 표정은 벌써 얼었다. 물놀이와 함께 만산동계곡에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산천어를 잡기에 여념이 없다.8월15일까지 열리는 ‘물의 나라 화천 쪽배축제’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 섭씨 15도 이하의 수온에서만 산다는 산천어가 계곡에 득실거린다.자생은 아니고,화천군측에서 이번 행사를 위해 풀어놓은 것들이다.족대를 들고 뛰어 들었다.아이 팔뚝만한 산천어가 눈앞에서 유유히 헤엄쳐 다니지만 좀처럼 걸려들지 않는다. “맨손으로 잡는 게 더 나아요.족대는 여러명이 포위하지 않으면 잡기 어려워요.” 축제 실무책임자인 화천군문화원 정종선 사무국장이 보다못해 끼어들어 맨손으로 잡는 요령을 일러준다.그의 말대로 큰 돌 아래 구석구석으로 손을 넣으니 무언가 미끌미끌한 것이 손끝에 감지된다.산천어다.물고기는 돌 안쪽으로만 자꾸 기어들어간다.몸통을 꽉 잡았다 싶었는데 이내 미끄러져나가기를 서너번.먼저 눈을 가린 뒤 몸통을 잡아야 한다고 정씨가 가르쳐준다.그대로 하자 마치 고삐 잡힌 소가 따라오듯 물고기가 딸려나온다. 계곡은 산천어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너댓군데를 그물로 막아놓았다.그중 맨 위쪽에선 가짜 미끼를 사용하는 루어 낚시로 산천어를 낚을 수 있다. 자신이 잡은 산천어는 굽거나 회로 먹을 수 있다.물가 옆으로 화덕과 숯,석쇠가 준비되어 있다.소금을 뿌려 구워 먹어보니 쫄깃하면서 구수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물놀이하던 아이들도 한기가 느껴지면 화덕 주위에 쪼르르 몰려들어 산천어 파티에 동참한다.회도 원하는 만큼 떠준다.산천어는 마음껏 잡고,잡은 것은 모두 먹을 수 있지만 갖고 나갈 수는 없다. 입장료는 어른 1만 5000원,어린이 1만원.식사(산채비빔밥)도 포함된 가격이다.또 계곡 한편에서 옥수수와 감자를 계속 찌고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갖다 먹을 수 있다. 축제가 열리는 계곡 인근 붕어섬에도 가보자.춘천댐 건설로 생긴 붕어 모양의 이 섬에선 무료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카누와 쪽배 타기.누구나 약간의 강습만 받으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배를 타고 나가 즐길 수 있다.아이들이나 연인들이 특히 좋아한다.황토염색과 봉숭아 물들이기도 인기 코스. 섬은 잔디밭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줘 돗자리를 펴고 쉬기에 안성맞춤이다.군데군데 가족들이 먹을거리를 꺼내놓고 쉬는 모습이 평화롭다.자전거도 준비되어 있어 언제든지 빌려 섬을 돌아볼 수 있다. 매력적인 것은 붕어섬내의 모든 체험을 무료로 할 수 있다는 점.군 관계자는 “화천 관광을 활성화하고,화천 알리기 차원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며 “화천에선 언제든지 쾌적하고 저렴한 피서가 보장된다.”고 자랑했다. ■철원-복주산 휴양림 일단 복주산이란 낯선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그래,여행기자인 내게 낯설다면 다른 사람들은 더 모르지 않겠는가.’ 한적한 피서지를 찾기 위해 찾아간 복주산 휴양림은 과연 피서철이 절정에 달했음에도 입구에서부터 사람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1998년 개장한 복주산 휴양림은 인근에 대형 관광지가 없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조용한 휴가를 즐기기에 딱 좋다.휴양림 입구에서 정상(1157m)까지는 아직 완전하게 등산로가 조성돼 있지 않다.그래서 능선 중간쯤에서 용탕골계곡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로 돌아내려와야 한다. 등산로에 들어서자 울창한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향이 오장육부를 씻어주는듯 시원하다.탐스럽게 익어가는 산딸기,함초롬히 피어있는 야생화들은 오랜만에 찾아든 손님에게 말을 거는듯 고개를 까딱거린다.올 장마엔 비가 많이 와선지 참나무숲 아래는 버섯 천지다.낙옆을 헤치고 봉곳이 머리를 내민 모습이 마냥 정겹다.1시간30분 소요. 가벼운 산책을 하고 싶으면 휴양림에서 용탕골계곡을 따라 난 산책로가 좋다.휴양림 입구부터 천천히 계곡을 돌아내려오는데 30분 쯤 걸린다. 계곡 입구엔 물놀이장이 있다.야트막한 폭포 아래 소를 이룬 천연 풀장.수심이 깊지 않아 아이를 둔 가족이 물놀이를 즐기기엔 더없이 좋다.마침 휴가를 온 가족인듯 아빠와 아들,딸 셋이서 물장난을 치고 있다.납작한 돌을 잡아 물수제비 뜨기 시합을 하는 아빠와 아이들.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계곡의 천연풀장은 이날 이들의 독차지였다. 계곡에선 취사 금지.하지만 숙박용 산림휴양관 앞마당에 화덕과 석쇠가 마련돼 있어,숯과 고기만 사가면 바비큐를 해먹을 수도 있다.입장료 2000원,주차료 3000원. 시간이 나면 휴양림에서 신철원 방면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순담계곡과 고석정,직탕폭포에도 들러보자.특히 고석정은 거대한 암벽 사이로 흐르는 한탄강 절경의 결정판으로 꼽히는 곳이다.낚시와 보트도 즐길 수 있다. ●가는 길 만산동계곡 경춘국도인 46번 도로를 타고 가평을 거쳐 의암교를 건너기 직전 좌회전해 403번 도로를 탄다.의암호를 오른쪽으로 끼고 계속 직진하면 춘천댐이 나오고 5번도로와 만난다.직진해 말고개터널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붕어섬이 나오고,계속 직진하면 만산동계곡과 이어진다.서울 동북지역에서 2시간30분 소요. 복주산휴양림 43번 국도를 타고 포천을 거쳐가야 한다.일동,이동을 지나 서면초등학교 앞에서 우회전해 56번 도로를 타면 잠곡리에 이르러 휴양림 진입로가 나온다. ●묵을곳 만산동계곡의 경우 인근 화천읍내 민박이나 여관에 묵는 게 편하다.여관은 강원장여관(033-442-7030),녹원파크(442-6161),덕성파크(442-2204)·민박은 김상조(442-2660)이순일(442-3995)황만근(441-0035)씨 등이 있다. 붕어섬내 야영도 고려해볼 만하다.축제 주최측에서 야영용 천막을 여러개 설치해 놓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복주산휴양림엔 숙박용 산림휴양관(10실)이 있으나,8월 중순까지는 예약이 이미 끝난 상태.따라서 휴양림 인근 잠곡리의 매일민박(033-458-4494),누에마을(458-1206) 등을 이용하면 된다. ●먹을거리 화천 만산동계곡에선 직접 잡은 산천어만 먹어도 배부르다.하루 종일 물놀이를 하며 출출해지면 물가로 나와 직접 숯불 화덕에 굽거나,주최측이 떠준 회를 먹을 수 있다.인근 식당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산천어회의 경우 1㎏에 3만원 정도 한다. 붕어섬에선 화천읍내 식당 주방장들이 차린 먹을거리장터를 이용하면 된다.주요메뉴는 콩국수와 막국수,산천어회덮밥.이중 산천어회덮밥은 다른 곳에서 맛보기 어려운 화천의 별미다.육질이 상당히 부드럽다.씹히는 맛이 적다는 평도 듣지만 그래도 가장 잘 나가는 인기메뉴다. 철원에선 갈말읍(신철원)에서 숯불 화로구이 맛을 보자.문혜사거리 농협 맞은편의 ‘돈대감숯불화로구이’(033-452-9295)가 유명하다.쇠고기,돼지고기를 재료로 몇가지 메뉴가 있는네,그중 고추장 양념을 삽겹살에 발라 굽는 ‘고추장 삽겹살 화로구이’가 먹을 만하다. 여행 관련 문의 화천군청 문화관광과(033-440-2561),축제안내(441-7575).복주산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458-9426),철원군청 관광경제과(450-5365).
  • 이어도 해상과학기지 건설 주역 심재설 해양연구원 박사

    이어도 해상과학기지 건설 주역 심재설 해양연구원 박사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사나(노 저을 때 내는 여음)/우리 배는 잘도 간다 솔솔 가는 건 솔남(소나무)의 배여/잘잘 가는 건 잡남(잣나무)의 배여 어서 가자 어서 어서/목적지에 들여 나가자(들어가자) 우리 인생 한번 죽어지면/다시 전생(환생) 못하나니라 원(관원)의 아들 원자랑 마라/신의 아들 신자랑 마라 한 베개에 한잠을 자난(혼자 잠자는)/원도 신도 저은(두려울) 데 없다 원수님은 외나무 다리….’ ●제주 아낙네들의 ‘환상의 섬’ 이어도 제주 해녀들이 ‘물질’할 때 즐겨 부르는 구전 민요다.반어법과 문답법을 적절하게 구사하면서 님과 이별없는 이상향을 그리워 하는 일종의 한많은 ‘노동요’인 셈이다. 옛날 제주 아낙네들은 전설의 섬 ‘이어도’에 남편을 영영 보낸 뒤 억세게 살아가자며 이 노래를 불렀다.지금도 40대 이상의 제주도민들은 이 노래를 얘기하면 잠시 어머니와 할머니를 떠올리며 술잔을 기울인다.아버지,할아버지와 이별한 뒤 억척스럽게 살아가기 위해 ‘인생의 덧없음’으로 애써 위안을 찾는 모습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민들에게 이어도는 살아서는 못가는 섬,그러나 한번 가면 못 돌아오는 환상과 애증이 사무친 곳이다.사실 이어도는 육지섬이 아니다.평균 수심은 50m,남북길이 1800m,동서 1400m인 11만 5000여평의 수중섬(水中島)이다.평소 정상봉은 해수면 아래 4.6m에 있다.섬 정상은 파도가 심한 날이면 수면 밖으로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때문에 ‘환상의 섬’이라고 한다.부산 앞바다의 ‘오륙도’ 노래에 나오는 ‘맑은 날 흐린 날 다섯 섬인지,여섯 섬인지 나도 몰라라.’하는 구절처럼. 지난 주말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한국해양연구원을 찾았다.이 건물 2층 이어도해양과학기지 운영상황실.이어도 주변의 기상상황이 적도 3만 6000㎞ 상공에 떠 있는 무궁화2호 위성을 통해 실시간 수신되고 있었다.온도 28.38℃,습도 78.80%….연구원 바깥 온도 33℃와는 사뭇 딴판이었다.위도상 제주에서 215㎞ 남단에 위치해 있지만 해풍으로 오히려 온도는 더 내려가 있었다.이곳에서 보내온 기상상황은 곧장 기상청으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이어도는 최남단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 떨어진 동중국해에 있다.중국령 퉁타오(童島)에서 245㎞,일본 나가사키현(長崎縣) 도리시마(鳥島)에서 276㎞ 거리에 위치해 있는 해상 생태계의 세계적 보고다.연평균 25만여척의 배가 이곳을 지난다. 한국해양연구원의 심재설(46) 박사는 국내 유일의 ‘이어도 박사’로 통한다.지금까지 이어도를 30여차례나 다녀왔다.‘살아서는 한번도 못가는 곳’을 연상하면 그야말로 신화적인 존재다.평균 3개월에 두 번꼴로 다닌 셈이다. ●400평 인공섬 위에 해상과학기지 세워 지난달에도 15일부터 6일간 망망대해의 이어도기지에서 낮과 밤을 지냈다.그러다보니 정이 ‘흠뻑’ 들었다.앉으나 서나 이어도기지 생각이다.특히 심 박사는 지난해 6월 부표만 둥실 떠 있던 이어도 해상에 세계 최대의 첨단 해양기지를 완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다시 말해 400평 규모의 인공섬을 만들어냈던 것.그래서 이어도기지는 막내 아들처럼 누구보다 애정이 각별하다. 우선 이어도 바다 속이 궁금해졌다.그는 “고기들은 암초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를 좋아하는 것 같다.”면서 “이어도 주변에는 볼락,돌돔,붉바리 등 고급어종의 산란 장소로 알려져 있다.”고 대답했다.여기에서 산란한 고기들은 남해안으로 기어올라와 풍부한 어장을 형성한단다.그래서인지 봄,가을에는 기지 주위에 중국 어선들로 불야성을 이룬다고 말했다. 이어도기지가 완성되기까지는 8년 세월이 걸렸다.계획과 설계 등 대부분 심 박사의 주도로 이루어졌다.공사는 현대중공업이 맡았다.암초에 깊이 60m의 기초파일을 8개 박고 수심 40m의 바다에 높이 76m,무게 3400t짜리 구조물을 해상크레인으로 설치하는 작업이었다.기지에는 해류,풍향,풍속,수심,강우량,수질염도 등을 측정하는 30여개의 관측장비와 헬기 이·착륙장이 있다.8명이 2주일 동안 외부의 지원없이 숙식할 수 있으며 인터넷도 할 수 있다.비상 발전기가 있지만 평소에는 태양열과 풍력을 이용한 발전 시스템이 24시간 가동된다. ●태풍경로 정확히 제공… 기상정보 선진화 “루사와 매미 등 한반도를 통과하는 태풍의 절반가량은 이어도 기지주변을 지나지요.흔히 태풍예보의 정확도와 시간성을 5%포인트만 올려도 피해액의 1%를 줄일 수 있습니다.예를 들어 태풍 매미 피해액이 2조원이라고 할 때 200억원을 줄였다고 할 수 있지요.” 따라서 기지건설 비용이 21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벌써 본전은 뽑았다는 계산이 나온다.태풍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동경로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상청에 제공,피해를 줄이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심 박사는 “태풍의 강도가 높아지는 수온 때문에 위력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면서 태풍이 지나간 직후에는 15명의 연구원들이 현지에 투입돼 파손 여부를 정밀검사한다고 말했다.충남 당진 출신인 그는 어릴 적부터 바다를 좋아해 해양학자의 꿈을 키웠다.대전고와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나온 그는 85년 해양연구원에 들어갔다.91년 이어도에 처음 가본 후 본격적으로 ‘이어도사업’에 참여했다.이같은 공로로 지난해에는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어도는 우리나라를 기상정보의 선진국으로 끌어올렸습니다.아울러 해상교통 안전에도 크게 기여하고,특히 제주 남단 수역에 대한 한·중·일 영유권 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됐지요.” 김문기자 km@seoul.co.kr
  • 儒林(151)-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儒林(151)-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제2부 周遊列國 제1장 첫 번째 출국 불사약(不死藥). 먹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선약(仙藥).훗날 천하를 통일하여 춘추전국시대의 막을 내린 진나라의 정(政)은 제위에 오르자마자 불로장생의 선약을 구하기 위해 바다 건너 조선에까지 신하를 보내는 어리석은 행동을 보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재위는 11년에 불과하였으며,불과 37세의 나이에 목숨을 버리게 되는 것이다. 만약 시황제 곁에 안영이 있었더라도 시황제는 불로장생을 꿈꾸었을까.그런 의미에서 안영은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정치가이지만 또한 인생의 진리를 꿰뚫어 본 선지자이기도 한 것이다. 어쨌든 경공과 공자와의 두 번째 만남도 이렇듯 안영의 신랄한 비판에 의해서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된다.기록에 의하면 경공은 계속 공자를 존경하여 1년쯤 지난 후에는 대부 고소자의 집을 방문하여 가신으로 있던 공자를 직접 만났다고 사기는 전하고 있다.이때 경공은 공자에게 다음과 같이 약속하였다고 한다. “노나라에서의 계씨와 같은 대우는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계씨와 맹씨의 중간 대우는 해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도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제나라의 권력자들이 모두 공자를 맹렬하게 비난하였기 때문이었다.결국 공자는 제나라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공자가어’의 육본(六本)편에는 공자가 제나라를 떠나온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록하고 있다. “공자가 제나라의 경공을 만나자 경공은 그를 좋아하여 늠구(丘)란 고을을 공자의 채읍으로 주려고 하였다.그러나 공자는 사양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제자들이 모두 이를 의아해하자 공자는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듣건대 군자는 공로에 따라 상을 받는다고 하였다.지금 나는 제나라의 임금에게 얘기만 했을 뿐인데 임금은 그것을 실천하지도 않았다.그런데 나에게 채읍을 내려주니 나를 잘 알지 못하는 것도 심히 괴로운 일이다.’ 마침내 공자는 제나라를 떠났다.” 공자가 제나라에 머문 것은 겨우 1년 남짓.이렇듯 공자는 자신이 가진 정치이념을 실현해 보이기 위해 망명하였던 제나라에서 아무런 성과도 없이 고향인 노나라로 돌아오는 것이다. 여러 가지 학설이 있지만 가장 믿을 만한 정설로는 공자가 36세가 되던 소공 25년(기원전 517년)에 노나라를 떠났으며,공자는 37,8세 전후가 되던 소공 27년에 제나라를 떠나는 것이다. 공자 스스로 말하였듯,스스로 서기 시작하여 불혹의 나이인 40대에 접어들기 직전에 벌인 공자의 외유는 정치이념을 실현하는 데에는 실패하였지만 제나라에서 머물며 태사혜에게 음악을 배우기도 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고 견문을 넓혔을 것이다. 공자의 생애로 보면 정확히 3분의1에 해당되는 이 무렵의 공자는 자신의 사상을 실천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질풍노도의 계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자의 첫 번째 출국은 훗날 공자가 펼친 주유천하의 서장을 여는 전주곡이었으니,결과적으로 공자의 사상은 이러한 좌절로 더욱 발전되고 원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는 일찍 사마천이 사기에서 공자를 두고 ‘중니는 예가 폐지되고 악이 무너진 것을 애석하게 여기어 경학(經學)을 재수(再修)하여 왕도를 바로잡았다.’고 찬탄하고 있듯이 첫 번째 출국은 스스로의 경학을 다시 닦아 재정비하는 초발심의 출가행이었을 것이다.
  • [마니아] 호러영화 동호회 ‘익스프레스’

    [마니아] 호러영화 동호회 ‘익스프레스’

    아기 울음과 흡사한 고양이의 울부짖음을 뒤로한 채 단정한 차림의 긴 머리 여자가 고개를 숙이고 다가온다.여자가 고개를 드는 순간 여자의 눈이 먼저 보인다.검은 자위도 흰 자위도 없다.다만 핏빛일 뿐이다.’ ‘전설의 고향’에 나온 한 장면일 수도 있고,매년 여름 으레 봐 왔던 호러영화의 한 장면일 수도 있다. 이런 유의 장면들은 전혀 평범하지 않은 설정인데도 아주 익숙한 것처럼 사람들 뇌리에 기억돼 있다.이것이 호러영화의 특징이다. “호러영화에는 아주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무서워서 소리를 지르면서도 다시 보게 되고,두 눈을 질끈 감지만 결국 실눈이라도 뜨고 보게 되죠.” 호러영화 마니아들이 모여 만든 동호회 ‘호러 익스프레스’(http:///www.horrorexpress.co.kr) 김종철(33)회장은 호러영화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중독성’이 있다고 말했다.한 번 호러영화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시 찾게 된다는 것이다. ●호러영화에 관한 한 넘버 원 ‘호러 익스프레스’는 당초 5만여명의 회원을 자랑하던 국내 최대 동호회 ‘호러존’을 모태로 하고 있다. 그러던 것이 동호회 내부 문제로 인해 지난해 2월 1일 재편돼 ‘호러 익스프레스’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현재 이 동호회에는 약 3000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회원들은 주로 온라인 상에서 호러영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 받거나 토론을 펼치는 등의 활동을 펴고 있다. 또한 국내에 개봉되지 않은 영화나 호러장르의 고전 등을 상영회를 통해 감상하기도 한다. 회원의 주 연령 층은 30∼40대다.다른 영화관련 동호회가 20대의 젊은 회원들이 주축인데 비해 비교적 ‘중후한’편이다. 김 회장은 “우리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영화 이외의 글은 철저히 배제하고 이를 어길 경우 회원자격을 박탈하는 등 강경책을 쓰기 때문에 20대가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20대가 적고 30∼40대가 많은 만큼 영화 이야기는 수준이 높은 편이다.더불어 ‘호러 익스프레스’의 웹사이트에는 동호회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호러웹진도 함께 운영되고 있어서 호러영화에 관한 한 국내 최고라고 자부할 정도다. 그래서인지 웹사이트 초기 화면에도 ‘NO.1-HORROREXPRESS’라는 이름을 달아놨다. ●무서움을 잘 타는 사람이 오히려 마니아 동호회 운영자 중 한사람인 하종은(26·회사원)씨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외국 호러영화를 동호회원들끼리 함께 보는 재미에 빠져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됐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 ‘샤이닝’을 가장 무섭게 봤어요.귀신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전반적인 분위기와 주인공 잭 니컬슨의 연기가 얼마나 섬뜩했던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쳐요.” 하씨는 호러영화 마니아들이 오히려 더 무서움을 잘 탄다고 말한다.호러영화는 무서워야 제맛인데 무서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로 마니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하씨는 호러영화는 여러사람이 모여 같이 봐야 재밌다고 조언한다. “공포는 전염성이 강하죠.옆사람의 공포가 내게 전해오는 순간 무서움은 배가 됩니다.” ●공포영화 즐기기-사방에 거울 설치하라 동호회원들은 호러영화를 재밌게 보는 각 자의 노하우들도 갖고 있다.5∼6년전부터 동호회 활동을 해 온 한청남씨는 “호러영화가 무서운 장면만으로 공포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면서 “공포 생산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소리”라고 강조했다.때문에 한씨는 호러영화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집안에 최고의 음향시설을 갖춘 ‘홈시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씨는 또 호러영화를 볼 때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하면 몇 배 더 무서워진다고 한다. 한씨의 경우 일본 호러영화 ‘링’을 보던 중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된 나머지 귀신이 텔레비전 화면에서 기어 나오는 장면에서 갑자기 뒷걸음질을 쳤을 정도라고 한다. 최근수(33) 씨는 호러영화를 즐기는 독특한 방법을 귀띔하기도 했다.영화를 보기전 방안 사방에 거울을 걸어 놓는 것이다. 한개의 화면이 4개로 늘어나 사방에서 보여지는 만큼 공포의 절정에 이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 여름엔 수작 눈에 안띄어 “올 여름 한국 호러영화는 예년 수준에 못 미치는 것 같아요.‘장화,홍련’만큼의 작품성 있는 호러영화가 매년 이어져야 하는데 안타까워요.” 김 회장은 올 한국 호러영화에 대해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한결 다양해진 소재나 새로운 표현기법 등은 한국 공포물의 장래에 기대를 걸만 하다고 봅니다.” 김 회장은 호러영화 마니아로서 동호회를 통해 애정어린 관심과 비판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동호회원들이 본 최근 호러영화 반 헬싱(스티븐 소머즈 감독) 옛날 드라큐라 영화 팬이라면 감독에 대한 실망이 클 것이다.영화는 007 시리즈와 비슷한 플롯을 따라가고 있지만,대신 007 시리즈의 단점을 다 갖고 있다.(작성자:엄다인) 인형사(정용기 감독) 관절인형의 복수라는 설정은 나름대로 참신했지만 역시나 한국 호러영화의 문턱은 너무 높았나 보다. 줄줄이 욕먹는 한국 호러영화 중 누가 승자가 될진 불투명하지만 어째 갈수록 매너리즘이 더해가는 느낌이다.(작성자:이준) 착신아리(미이케 다카시 감독) 착신아리는 충분히 무서운 공포영화다.‘링’‘주온’ 등에 단련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는 끔찍하고 오싹한 장치들은 감독의 탁월한 재능과 맞물려 기막히게 관객들을 압도한다. 착신아리는 다른 공포영화와는 달리 영화가 진행될 수록 힘이 붙는다.(작성자:살인교수) 분신사바(안병기 감독) 분신사바는 지금까지 나온 안병기 감독의 영화들 중 가장 밋밋하다.‘가위’나 ‘폰’은 그나마 좀 낫다.‘분신사바’는 영화가 끝나고 나면 도대체 뭘 봤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이다.(작성자:듀나) 자료제공 호러 익스프레스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9) 숨겨진 하천을 찾아서(上)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9) 숨겨진 하천을 찾아서(上)

    금강모치,열목어,쉬리,어름치,갈겨니,버들가지…. DMZ 깊은 계곡에 속살을 숨기고 흐르는 하천은 생태계의 보고(寶庫)다.수십년 동안 사람의 간섭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진화해 온 덕분이다.이들 하천 가운데 강원도 인제군 성내천의 생태는 특히 압권이다.미확인지뢰 지대여서 남방한계선 철책선(수문)에서 하천을 따라 20여m 정도만 조사할 수 있었지만 다양한 서식 환경과 희귀어류 10여종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열목어의 집단 서식지가 발견되는가하면 금강모치와 쉬리,어름치 등이 취재팀의 채집 그물망에 수시로 올라왔다.성내천은 아직까지 생태전문가들의 발길조차 닿지 않은,DMZ 인근의 대표적인 ‘숨겨진 하천’이다. ●성내천은 물고기의 보물창고 성내천금강모치의 유영(游泳)은 장관이었다.7∼8㎝쯤 자그마한 몸집이지만 담황색 빛깔이 다부진 인상을 준다.등쪽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은빛·금빛 반점들이 햇살에 반사돼 마치 금강석을 뿌려 놓은 듯하다.번식기를 맞은 한떼의 금강모치가 여울의 자갈 위를 휘젓고 노니는 모습에 경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금강산 계곡에서 처음 발견됐기 때문에 금강모치로 이름지어졌다고 한다.하지만 눈부시게 반짝이는 모습 때문에 붙여진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심산유곡에서만 서식하는 우리나라 고유어종으로 개체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귀한 물고기다.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걸까.얼룩배기 지느러미를 달고 은색과 흑갈색,오렌지색의 번쩍이는 비늘로 치장한 쉬리도 많이 발견됐지만 금강모치의 단아하면서 품위를 잃지 않는 자태에는 비할 바 못된다. 두타연에서도 발견된 열목어도 쉽게 눈에 띈다.몸에 얼룩얼룩 흑갈색 점을 붙인 한 뼘 이상 됨직한 녀석들이 남방한계선 철책 수문 아래 물길을 따라 유유히 오가는 폼이라니…. 성질 급한 냉수성 어종의 특성 때문이겠지만 채집 그물망에 잡혀 펄떡이는 녀석들의 싱싱함에서 DMZ 물고기의 자유분방함이 배어 나온다.긴장 속에 경계근무에 나서는 얼룩무늬 복장의 우리 장병들의 모습이 열목어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수문을 경계로 하천 상·하류의 작은 소에는 40∼50㎝짜리 큼직한 열목어들이 서식하며,해가 지면 어슬렁어슬렁 나들이를 나옵니다.” 초병들의 귀띔이다.녀석들은 아마 그 큰 덩치로 성내천 물속 세계를 평정하고 있는가보다. 성내천에는 이밖에 냉수성 어종은 아니지만 새코미꾸리,배가사리,가는돌고기,모래무지,돌매자,꺽지 등도 채집된다.수문 주위에는 이런저런 물고기들이 어우러져 말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이다.그만큼 서식 환경이 다양하고 좋다는 증거다. 하천의 폭은 10m에 불과하지만 물살이 빠른 곳과 느린 곳,여울지는 곳,물길이 머물며 소를 이룬 곳,깊은 곳과 얕은 곳이 고르게 있다.바닥도 모래와 자갈,바위층으로 다양하다.오염되지 않은 물속 자갈과 바위 밑에는 날도래유충과 잠자리유충,강도래유충,플라나리아 등 물고기 먹잇감들이 너댓마리씩 붙어 기어 다닌다.유충의 개체 밀도는 일반 하천보다 2∼3배는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하천변에는 가래나무와 신갈나무가 물속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물고기들이 번식하고 살아가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짝짓기철 물고기 사랑행위로 시끌 건강한 하천 속에는 산란기를 맞은 물고기들의 움직임도 바쁘다.6월 중순,취재팀이 하천을 찾은 시기가 짝짓기 철이다보니 채집되는 물고기 가운데 배가사리와 모래무지는 주둥이가 하얗게 변하며 튀어나오는 2차 성징을 보였다.떼지어 요란스레 짝짓기하는 금강모치를 비롯해 주둥이를 흉물스레 바꾸면서까지 짝짓기에 나선 물고기들로 6월의 성내천은 그렇게 시끌벅적했다.물고기들만의 천국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DMZ내 군사분계선을 따라 동으로 흐르다 남쪽으로 물길을 잡은 성내천은 제4땅굴이 하천 밑바닥을 아리게 뚫고 지날 때도 숱한 어종들을 품고 말없이 그렇게 남으로,남으로 흘렀으리라.성내천 곳곳에 상흔처럼 남아 있는 녹슨 지뢰와 포탄 껍질 그리고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두꺼운 철문을 훌훌 걷어내고 물고기들이 좀 더 자유롭게 남북을 오가는 날은 언제쯤이면 올 것인가. 인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전문가 칼럼 성내천은 소양호로 유입되는 인북천의 지류로,길이가 고작 4㎞ 남짓한 매우 작은 하천이다.을지전망대에 올라 북녘 산하를 굽어보니 멀리 물 흐름은 보이지 않지만 성내천 계곡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성내천에서는 갈겨니,쉬리,모래무지,금강모치,참종개,꺽지,열목어,가는돌고기,새코미꾸리,배가사리,그리고 어름치 등의 11종이 채집되었다.짧은 시간에 좁은 공간에서,그것도 하천 최상류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풍부한 개체수다. 군인들의 말에 의하면 미유기의 서식도 추정되었으나 채집을 하진 못했다.직접 포획한 11종 가운데 쉬리와 금강모치,참종개,꺽지,가는돌고기,새코미꾸리,배가사리,어름치 등 8종은 한반도 고유어종이다.고유어종(endemic species)이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한반도)에만 살고 있는 물고기를 말한다.특산종이란 말을 쓰기도 하지만 고유종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 특히 금강모치,어름치,배가사리는 한강과 금강의 최상류에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서식해 왔다.어름치와 배가사리는 금강에서는 이미 절멸되었으며 어름치는 최근 인공 부화를 통한 복원을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검은색 줄무늬가 특이한 어름치(천연기념물 제259호)는 산란철에 알을 보호하기 위해 자갈을 물어다 산란탑을 쌓는 독특한 습성을 갖고 있다. 그 외에도 새코미꾸리는 한강과 낙동강에서만,가는돌고기는 한강에서만,금강모치는 한강 상류와 동해안으로 흐르는 하천의 상류 그리고 금강의 상류인 덕유산 계곡에서만 서식하고 있는 우리나라 고유어종이다.금강모치는 버들치와 유사한 종이나 등지느러미에 검은색 반점이 있고 몸 측면에 황금색(주황색) 세로줄이 있어서 차이가 난다.물속으로 들어가 금강모치를 보면 찬란한 그 빛깔에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이처럼 우리나라 고유어종이면서 한 지역에 극히 제한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종들은 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담수어류는 하천이라는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서식하고,물줄기를 따라서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물고기 종들의 분포와 다양성은 지질사적인 측면뿐 아니라 생물학적 자연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로 활용된다. 어떤 지역의 높은 생물 다양성은 잘 보전된 생태계의 질적인 면을 반증한다.한반도에 얼마 남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성내천 보전의 필요성이 더욱 높은 이유다. 심재환 서강정보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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