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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호의 뷰티풀 샷] 연예인 모델 촬영하기

    [이건호의 뷰티풀 샷] 연예인 모델 촬영하기

    패션 사진가는 연예인과의 작업이 많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수많은 연예인과의 촬영을 경험하였다. 누군가 포토그래퍼와 모델은 최소한 촬영의 순간만큼은 연인이어야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연예인과의 촬영 때마다 필자가 느끼는 감정은 언제나 낯섦이었다. 유독 낯을 가리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좀처럼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딴세상 사람들’이라는 감정은 시간이 거듭되어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패션 사진가로서는 치명적인 단점 중의 하나인 줄은 잘 알면서도 고칠 수 가 없었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 ‘안녕하세요’로 시작된 촬영은 기어코 ‘안녕히 가세요’로 끝이 나곤 했다. 김혜수. 그녀와의 만남이 이번으로 두 번째였던가. 첫번째의 만남도 예의 ‘안녕히 가세요’로 끝났던 걸로 기억된다. 포즈의 주문을 제외하곤 단 한마디의 말도 건네지 않았던, 과연 그녀는 기억이나 할까? 역시 촬영은 어김없이 ‘안녕하세요’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무미건조한 필자의 요구에도 적극적으로 감정을 끌어내며 먼저 다가와주었다.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다소 버거웠던 그녀의 적극적인 감정표현에 당황했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촬영을 마친 후 필자와 그녀는 다시 ‘안녕히 가세요’로 촬영의 종지부를 찍었다. 더없이 친해져야 하지만 결코 쉽게 다가서지지 않는, 혹여 먼저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다가와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필자와 연예인들과의 관계는 지금도 이렇게 평행선을 긋고 있다. 사진은 매우 정적인 포즈의 모델에게서 미묘한 감정의 표현이 이루어지기를 바랐고, 그녀는 모든 의도를 이해한다는 듯이 머릿속의 그림을 그대로 재현해 주었다. 그녀의 표정과 몸의 디테일이 풍부한 톤으로 표현되어지길 원했고, 조명에 뷰티 디스크와 디퓨저를 사용해 적당하고 부드러운 콘트라스트를 만들어냄으로써 만족할 만한 걸과를 얻을 수 있었다. 배우 김혜수는 필자와 동시대를 살아온 가장 근접한 문화적 경험을 한 배우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녀에게 관심이 간다. 어느덧 중견 배우가 되어버린 그녀를 보며 발랄하고 상큼한 어린 배우들에게선 느낄 수 없는 무게감을 느낀다. 언젠가 동료 사진가가 촬영한 배우 고두심과 김수미의 사진들을 보고 사진에서 표현되어지는 그녀들의 연륜과 깊이감에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그것이 배우 김혜수로서 그녀의 십년 혹은 이십년 후의 모습이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닐 것이다. 사진작가
  • [홍두식의 루어낚시 따라잡기] 전남 장성호 배스낚시

    “배스낚시가 왜 매력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이 짜릿한 손맛과 활동적인 낚시이기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대답한다. 하지만 좀더 치밀하게 분석을 해보면 배스낚시의 매력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계절과 날씨, 상황에 따라 선택하고 운용하는 루어의 선택 폭이 워낙 광범위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잡을 수 있는 대상어종 중 으뜸이 아닐까 싶다. 영악하리만큼 영리한 물고기라 한번 잡혔던 루어에는 잘 반응을 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액션과 낚시기법을 만들 수 있고, 또 그런 응용과 분석을 토대로 물고기를 현혹시키고 그 패턴이 적중했을 때 느끼는 쾌감은 어느 낚시 장르보다 재밌고 흥미진진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떤 낚시건 대상어종에 따라 저마다 매력이 있지만,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의 연구를 필요로 하는 배스낚시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그 재미에 더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전남 장성군에 위치한 장성호는 비교적 큰 호수에 속하는 유명한 배스낚시터다. 특히 초봄에 많은 마릿수 재미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두 개로 갈라진 상류지역 석축을 따라 넓은 워킹 포인트가 형성되어 있다. 만수위 때에는 상류의 나무들이 물에 잠겨 있어 좋은 포인트 역할을 하며, 모래채취로 인한 물속 골자리나 둔덕이 발달되어 있어 좋은 스트럭처 역할을 한다. 지금 시기에는 수심 2∼4m를 유영하는 하드베이트 종류가 강세다. 넓은 셸로권 적정 수심대를 립이 비교적 큰 라팔라 서스펜드 미노, 또는 글래스 미노 등으로 바닥을 긁어 준 다음,4∼5초가량 기다리면 여지없이 입질이 들어온다. 이런 종류의 하드베이트가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바닥에 부딪치는 액션 이후 중층에 가만히 떠있는 물고기 모양의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액션이 이루어질 때보다 정지할 때 주로 입질이 들어오기 때문에, 정지 액션에서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립이 짧은 저킹 미노 종류도 계속적인 액션보다는 손목을 이용한 저킹 이후에 반드시 정지해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온이 차가울수록 정지 시간을 더 오래 갖는 것이 좋다. 봄철 낚시 패턴에 기다려 주는 여유는 필수적이다. 먹이활동에 관심이 없거나 산란 준비를 하는 배스를 노릴 때는 느린 액션의 웜낚시에 비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정지 액션까지 연출되는 하드베이트가 더 자극적으로 배스에게 어필된다고 할 수 있다. 실전에서 한두 마리만 잡아보아도 배스의 공격하는 습성을 이용한 과학적인 루어 설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KSA·라팔라·에코기어 스탭
  • [인문학 ‘희망 밑거름’ 될까 (상)] 성프란시스大 수료생 작품 들여다보니

    인문학과 노숙인, 인문학과 성매매 여성, 인문학과 재소자…. 균형이 없어 보이는 이 조합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각자의 판단에 따라 기준은 다르겠지만, 자신에 대한 인정과 성찰, 사회에 대한 긍정과 타인에 대한 사랑이 인문학의 정신이라면 1·2기 성프란시스대학 수료생들의 작품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숙을 하며 내일이 없는 삶을 사는 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마주 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나의 상자는 얼마나 크고 높고 두꺼운 것일까? 나의 그림 속에는 창문이 있고 문이 있다. 하지만 항상 그 문들은 닫혀 있고 빛이 새어나오지 않는다. 상자와 그림 속의 집 모두 닫혀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못한다. 웃기지 않는가? 상자의 존재를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사용해야 하는 정작 주인공인 나는 그림에도 상자 안이든 밖이든 존재하지 않는다.”-C씨의 ‘나의 상자 안과 밖’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신발 밑에 낙엽 밟히는 소리/그 소리가 천둥소리/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고요하게 사라진다.”-H씨의 ‘소리’ 현재를 살폈기에 문제의 발단이 된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게 된다. 비로소 원망의 시선 말고 다른 방식으로도 과거를 보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그러셨던가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도 기쁘게 하는 것도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사람이, 너를 잘 아는 사람이 아픔을 주고 힘들게 하는 거라고…결국은 저는 자기 생각만 하는 이기주의자로 몰락해 집에서 왕따가 되어 버렸죠.”-K(여)씨의 ‘아버지 전상서’ 어렵게 마주한 자신이기에 희망을 노래하는 목소리는 조심스럽기만 하다. “간다/기어서 간다/보이지 않는다/동백꽃 끌어안고 달팽이는/붉은 피 봄을 만나러 간다”-A씨의 ‘희망’ 1년 동안 인문학 수업을 받은 이들은 더 이상 희망을 피하지 않는다. “생각만 하여도 설렌다/기대도 크다 두렵기도 하다/다들 하는 짓인데 짐짓 강한 척해 본다/무거운 숙제를 받은 느낌이다/홀가분하기도 하다. 돈키호테가 부럽다”-L씨의 ‘취직’ 자신을 마주 본 이들은 사회로 눈을 돌린다. 자기에게 향한 사랑이 확대되는 과정이다. 처지가 비슷한 ‘독거 초등학생에게 띄우는 글’에서 Y씨는 격렬하지만 농도가 짙고 성숙한 사랑을 표현한다. “너에게 독거라는 엄청난 삶의 짐을 지워준/내가, 우리가, 사회가 원망스럽다…우리는 더불어 살 것이다…단 네가 해야 할 것이 있다/하늘을 보아야 할 것이며/꿈을 꾸어야 할 것이며/희망을 가져야 할 것이며/사랑을 가져야 할 것이며, 천사이어야 할 것이다./아니다. 내가 잘못했다. 모든 걸 취소한다./하지 말라!절대 하지 말라!/그냥 너의 친구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뛰어놀고, 웃고/잠자고 하면 되는 것이다./너는 예전부터 천사였으니까!” 홍희경 김민희기자 saloo@seoul.co.kr
  • “고물이 아니라 보물”

    너무 풍요로워진 탓인지, 귀한 것을 모르는 세태 탓인지 버려지는 것이 너무 많다. 아직 주인이 정(情)도 안 뗐을 만한 새 물건들도 예외는 아니다. ‘과다배출의 시대’에 버려진 물건들을 고쳐, 무료로 나눠주며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화곡동의 ‘고물박사’ 정태영(70) 할아버지를 만났다. ●자전거 500대 무료제공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7동 정 할아버지의 다세대 주택건물. 지하실부터 계단을 거쳐 옥상까지 자투리 공간에는 어김없이 낡은 자전거 부속들이 빼곡하다. 페달부터 체인, 베어링, 기어, 바퀴까지 족히 자전거포 한두 곳은 차리고도 남을 정도다. 다른 한쪽에는 선풍기 날개부터 고장난 TV, 세탁기, 플라스틱 수도관까지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차곡차곡 정리돼 있다. 모두 쓸모 있는 물건이란다. 할아버지는 고장난 자전거와 전기제품 등을 수리해 어려운 이웃 등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어느덧 이 일도 7년째. 공짜로 나눠준 자전거는 무려 500여대가 넘는다. 이웃에게 나눠준 우산, 선풍기, 가구 등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옥상은 할아버지의 작업공간이다. 할아버지 집에 들어온 헌 물건들은 꼭 옥상을 거치는데 대문 밖으로 나올 쯤엔 마술처럼 새 것으로 변해 있다. 이 때문에 동네사람들은 ‘요술의 집’이라고도 부른다. ●버려진 것들에게 생명주기 “그냥 버려지는 것들이 너무 많아. 고맙게 쓸 사람들이 많은데도 말이야.” 할아버지는 이날도 옥상에서 기름 묻은 손으로 능숙하게 자전거 바퀴를 갈아 끼우며 말을 건넸다. 아침나절 인근 고물상에서 사왔다는 고장 난 자전거는 언뜻 봐도 성한 데가 없어 보인다. 철수세미로 녹을 벗겨내고, 펑크를 때우고, 베어링을 바꿔준다. 기름칠에 은색 스프레이로 마무리하니 어느덧 새 자전거다. 할아버지는 매일 인근 고물상을 다니며 고장난 자전거만을 골라 사온다. “고장난 거라도 한두 시간 손봐 탈 수 있는 건 1만원,3∼4시간 투자해야 하는 건 5000원, 하루 종일 매달려야 고칠 수 있는 것은 3000원 정도야. 나머진 칠십 늙은이의 땀과 노력이고.” 할아버지가 계산한 ‘사랑자전거’의 원가다. 이젠 인근 고물상에선 자전거를 따로 챙겨 둘 정도다. 하지만 싸게 구입한다고 해도 재료비만 매달 30여만원, 은퇴한 노인에게는 적지 않은 액수다. ●노인용 황사마스크 제작 중 자전거 나눠주기 사업 등은 그가 교직에 있을 때부터 구상한 것이다. 지난 2000년까지 평생을 국어교사로 교편을 잡은 그는 은퇴를 앞두고 미장, 배관, 용접, 전기제품 수리와 전기공사 등 각종 기술을 배웠다. 사회봉사를 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다. 처음 고친 자전거들은 우유나 신문배달하는 청소년들에게 나눠줬다. 또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제 자전거를 가질 수 없는 아이들에게도 나눠줬다. 차츰 입소문이 나면서 먼 동네에서도 어려운 아이를 도와달라는 요청이 올 정도다. 하지만 공짜에도 원칙이 있다. “때론 고급차를 끌고 와 몇 번씩 공짜를 확인하면서 더 고급은 없냐고 묻는 얄미운 이들도 있지.” 조금이라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 할아버지의 생각이다. 요즘 할아버지는 재봉질로도 바쁘다. 황사가 오기 전에 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에게 특수마스크를 만들어 나눠줘야 하기 때문이다.100개를 만드는데 재료는 모두 버려진 천과 옷가지 등이다. “종일 일해서 몇 천원 수중에 넣는 노인들이 건강을 상해선 안 되잖아. 돌아보면 주위엔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 그러니 기자 양반부터 함부로 버리지 마.” 할아버지의 충고가 비수처럼 가슴에 박혔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OUR STORY] 봄처녀를 그리다

    [OUR STORY] 봄처녀를 그리다

    꽃을 보면 눈이 즐겁고 마음이 화사해진다. 입가에는 보일 듯 말 듯 미소가 번진다. 어떤 꽃인들 그러지 않을까마는, 차디 찬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봄꽃의 유혹은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다.3월이라…. 초순을 훌쩍 넘긴 이맘 때라면 청매실 농원이 있는 광양 매화마을로 가야 한다. 바람에 흩날린 하얀 매화꽃이 섬진강으로 떨어지는 광경, 생각만으로도 아름답지 않은가. 섬진강 자락에 기댄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 마을에선 노란 산수유가 다투어 피어났다. 해마다 중순을 넘어서야 만개하더니 매화꽃을 시샘하는 까닭인가, 일찌감치 꽃을 피워 냈다. 계곡과 돌담 사이에 흐드러진 산수유가 눈부시고 애절하다. 이맘 때면 또 봄이 깃든 약숫물, 고로쇠가 매화, 산수유와 공명을 다툰다. 삼국시대 병사들이 전투 중 화살에 꽂힌 나무에서 흘러나온 고로쇠를 마시고 원기를 회복했다던가.‘나도 예 있소!’하며 목청을 높이는 듯하다. 지리산과 백운산을 휘감으며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모습으로 흘러가는 섬진강에 봄빛이 완연하다. 주 초반 꽃샘추위가 반짝 기승을 부리긴 했지만, 서둘러 찾아 온 봄이 개화시기를 앞당겨 놓은 탓에 서두르지 않으면 낙화하는 모습만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만화방창 때는 좋아 아니 가지는(?) 못하리라∼. 글 사진 구례 손원천 기자 km@seoul.co.kr ■ 산수유 군락지 전남 구례 산동 상위마을 전주와 임실을 뒤로하고 남원땅에 접어드니 이름도 살가운 춘향터널과 방자교차로가 이방인을 맞았다. 설핏 웃음이 흘러 나왔다. 혹시 몽룡 고가도로나 향단이 삼거리, 변학도 다리는 없을까. 도로시설 이름만으로 가슴 한자락 내려놓게 하는 남도의 해학에 장시간 운전의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진다. # 노란 군무(群舞) 산수유 남원을 지나 20분쯤 달렸을까. 봄물에 방게 기어 나오듯, 고샅길과 개울가 곳곳에서 노오란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던 산수유가 어느새 선연한 노랑색 군락을 이루며 눈앞에 펼쳐졌다. 구례군 산동면 상위마을. 국내 최대의 산수유 군락지다. 작가 윤대녕씨가 ‘마른 가지에 뿌옇게 튀어 올라 비구니 애처로운 머리통에 비죽비죽 돋는 머리칼 끝들을 생각나게 한다’던 바로 그 꽃.3월로 들어서자마자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가 산동마을 농가 앞마당과 돌담길, 논두렁이며 산기슭에 꽃구름을 피워 놓았다. 마치 마을 전체가 노란 구름에 파묻힌 듯한 느낌. 노랑빛 감도는 이끼가 낀 채 단정하게 서 있는 돌담길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좁은 돌담길을 걷다보면 남녀간 정이 도타워지고, 없던 정도 생긴다 해서 사랑의 길이라 불린다. 그 돌담 위로 산수유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산수유도 돌담도 온통 노랑빛. 때마침 내린 봄비마저 노란 색깔을 머금고 흩뿌려지는 듯하니, 그야말로 꽃처럼 아름다운 봄날이다. 아마 여수·순천 10·19사건 때 ‘산동애가’를 부르며 토벌대에 끌려갔다는 19세 백씨(氏)소녀도 그처럼 아리따웠을 게다.‘잘 있거라 산동아 한을 안고 나는 간다/산수유 꽃잎마다 설운 정을 맺고/회오리 찬바람에 부모 효성 다 못하고/발길마다 눈물지며 꽃처럼 떨어져서….’산수유가 지리산을 노랗게 물들여갈 때면 이곳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산동애가의 한 구절이다. 산수유에서 왠지모를 애절함이 느껴졌던 건 이처럼 가슴아픈 해방공간의 현대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었나 보다. 상위마을에서 19번 국도를 가로질러 가면 만날 수 있는 현천마을과 반곡마을 또한 사진작가들이 즐겨찾는 산수유 명소다.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061)780-2224. # 가볼 만한 곳 ●사성암 화엄사쌍계사 등 지리산을 대표하는 거찰 외에도 기암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사성암도 놓치면 아쉬운 볼거리. 절 뜨락에 서면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드넓은 토지면 등 구례 들녘과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물줄기를 한눈에 굽어 볼 수 있다. 문척면 죽마리. ●운조루 1776년 건축된 조선시대 전통 양반가옥.‘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 사는 집’,‘구름 위로 나는 새가 사는 빼어난 집’이라는 뜻의 이름만큼 아름답다. 남한 3대 길지(吉地)위에 세워져 세인들의 관심을 더한다. 중요 민속자료 8호. 토지면 오미리 # 가는 길 자가용을 이용해 갈 경우, 산수유마을을 먼저 둘러본 뒤 매화마을로 가는 게 편하다.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을 나와 남원 방향 17번 국도를 탄 뒤, 임실을 거쳐 남원시 직전에 있는 춘향터널을 지나자마자 19번 국도로 갈아 탄다. 밤재터널을 지나 지리산온천랜드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2㎞쯤 가면 산수유 마을에 닿는다. 매화마을은 산수유 마을에서 나와 다시 19번 국도를 타고 구례방면으로 가다 화엄사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861번 지방도로 바꿔 타고 직진, 화개장터 지나 남도대교를 건넌 다음 좌회전해 계속 직진하면 된다. 산수유마을에서 40∼50분 소요.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구례까지 가는 것이 우선. 구례행 직행버스(4시간 소요)가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하루 4차례 운행한다. 기차는 하루 15회. 구례구역에서 내린다. 상위마을까지는 구례공용터미널에서 1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닌다.(061)780-2731. ■ 지리산 피아골 직전마을 고로쇠 ‘여러분은 지금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가고 계십니다.’지리산 피아골로 향하는 섬진강변 861번 지방도로 한쪽에 서있는 입간판 글귀다. 가슴에 여실히 와 닿는 명문. 최소한 이맘때 만큼은 더없이 정확한 표현이지 않을까. # 봄이 깃든 물 고로쇠 산수유에 취해 몽롱해진 정신을 봄비에 씻기운 맑고 깨끗한 섬진강 바람에 날려보내고, 지리산 피아골 계곡의 마지막 동네 직전마을로 향했다. 고로쇠 산지로 유명한 곳. 경칩을 막 지난 요즘 이 마을 사람들은 고로쇠 채취로 분주하다. 가을엔 부지깽이도 덤빈다더니, 딱 그 모양. 봄기운이 약동하는 피아골 자락에 나무들의 수액 차오르는 소리가 가득하다. 피아골에서 고로쇠 채취로 40여년을 보낸 손경섭(53)씨의 설명.“고로쇠는 뿌리에서 새순으로 흘려보내는 수액을 뽑아낸 겁니다. 날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는 이맘때 아니면 채취가 안되지요. 날씨가 맑고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많은 수액이 나오지만, 비가 오고 눈이 오거나 강풍이 불어 날씨가 좋지 않으면 수액 양도 적습니다.”손씨의 자랑이 이어진다.“경칩 전후 한 달 동안 채취하는 직전마을 고로쇠 수액은 야산에서 생산되는 것에 비해 당도와 효능이 뛰어나 그야말로 산중 보약이죠.” 동행한 문화관광 해설가 박미연(35)씨는 “체내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기 위해 고로쇠 수액 한 말(18ℓ)을 서너명이 밤을 도와 마시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매년 이맘때면 지리산 자락의 민박집 등에서 관광객들이 밤새 고로쇠 수액을 마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하죠.”라며 거들었다. 막 채취한 고로쇠 한잔을 들이켰다. 들척지근한 것이 온몸에 산골의 봄기운이 통째로 전해진다. 미각을 통한 봄맞이처럼 생생한 게 또 있을까. 한화리조트 지리산(www.hanhwaresort.co.kr)은 피아골 직전마을 주민들이 채취한 고로쇠 수액을 택배로 보내준다.18ℓ1통 5만 5000원.(061)782-2171. 글 사진 구례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고로쇠 수액의 약리효과 단풍과에 속한 활엽수인 고로쇠나무의 껍질을 한방에서는 ‘지금축’이라는 약재로 사용해 왔다. 지금축은 성미가 맵고 따뜻해 풍을 제거하고 습기를 없애며(祛風除濕), 혈액순환을 도와 어혈을 없애는(活血祛瘀) 작용을 한다. 따라서 풍과 습이 원인인 사지마비, 동통은 물론 골절·타박상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로쇠 수액은 해발 600∼1000m의 고지대에 자생하는 고로쇠나무의 뿌리에서 줄기로 올라가는 수액을 인위적으로 채취한 것이다.1m 정도 높이의 나무 몸통에 드릴로 1∼3㎝ 깊이의 구멍을 뚫은 뒤 호스를 꽂아 흘러내리는 수액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 소백산, 오대산 등 산이 깊고, 공해가 적은 곳에서 많이 재배하거나 자생하며 ‘고로쇠’란 이름은 관절통 등 관절질환에 좋다는 뜻의 골리수(骨利樹)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동안 고로쇠 수액의 성분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당분 칼슘 마그네슘 칼륨 비타민B1·B2와 비타민C, 각종 미네랄 등의 영양소가 일반 물보다 40배 정도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알칼리성의 이온화된 성분은 인체에 쉽게 흡수된다. 이 가운데 주성분인 당분은 1∼2%가량 함유되어 있으며 사당, 포도당, 과당이 함께 어울려 달콤한 맛을 낸다. 성분이나 맛의 차이는 고로쇠나무가 자라나는 토양, 기후, 채취 시기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고로쇠 수액은 많이 마셔도 탈이 나지 않아 평소 물처럼 하루 4∼5회 음용하면 되며, 다른 음식에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함유 성분이 풍부하고 체내 흡수도 좋은 고로쇠 수액은 건강음료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고로쇠 수액의 효능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연구가 되어 있지 않지만 수액에 포함된 당분이 혈당조절을 원활하게 해 당뇨, 고혈압, 피로회복 등에 효능이 있고, 각종 미네랄은 류머티즘 관절염, 통풍, 신경통, 산후 후유증 등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칼슘성분이 많아 노약자나 골다공증 등이 많은 부녀자에게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 밖에 위장병, 피부병, 비뇨기과 질환 등에도 좋은 효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 이경섭 강남경희한방병원장·경희대한의대 한방부인과 교수 ■ 전남 광양 섬진강 다압 매화마을 매화(梅花)라 한다.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과 서리를 이겨내고 피어난다. 봄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줄 뿐만 아니라 그 자태가 연분홍 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봄처녀의 아리따운 모습과 닮아 애간장을 녹인다. 매화는 또 한평생 춥게 살면서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고 했다. 옛 선비들은 매화의 그 고결한 기품을 본받으려 늘 가까이 두고 노래했다. 청빈과 지조, 그리고 올바른 법도를 지키게 하는 절개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래서 병풍이나 족자, 청자·백자 도자기에서도 오롯이 피어나 사시사철 길잡이 역할을 했다. 퇴계 선생은 생전에 매화가 좋아 시 여러 편을 남겼다. 그 중 한 구절이다.‘옛 책을 펴서 읽어 성현을 마주하고/밝고 빈 방안에 초연히 앉아/매화 핀 창가에 봄소식 보게 되니/거문고 줄 끊어졌다 탄식하지 않으리’-壬子正月二月立春(임자년 정월 초이틀 입춘) 매년 3월 한 달이면 전남 광양의 매화마을 일대에는 매화축제가 열려 많은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자,‘얼씨구나 매화로다’처럼 춘정이 그립거든 봄의 교향악이 펼쳐지는 그곳으로 훌쩍 떠나보자. 지리산과 구비진 섬진강을 덮은 매화의 시향(詩香)에 흠뻑 빠져 봄맛을 진하게 느껴 보자. 글 광양 김문기자 km@seoul.co.kr 사진 광양시청 제공 매화마을로 유명한 광양 다압면(多鴨面). 지난달 하순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매화는 550리 섬진강, 아름다운 지리산과 백운산 자락을 배경으로 그 자태를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경남 하동 나들목에서 매화마을로 들어섰더니 섬진강 강가 주변에는 대나무와 억새풀숲 또한 그림처럼 쭉 이어진다.‘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표지판이 그럴듯하게 눈에 들어왔다. 지나는 차창 밖으로는 ‘섬진강 재첩국’이라는 간판이 여기저기 눈에 띄어 입맛을 자극했다. 매화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백운산 자락에 내려앉은 연분홍 구름선녀들이 굽이굽이 흘러가는 섬진강가를 감상하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이 광경에 ‘와∼’라는 탄성을 연발한다. 또한 연인끼리, 가족끼리 그 추억을 담아내려고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눌러댔다.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지 꽃잎 가까이에 다가가 냄새를 맡아 보기도 하고 볼에 비벼보는 관광객들도 많았다. # 17일부터 25일까지 매화축제 가장 이른 시기에 봄소식을 전해주는 매화꽃을 소재로 한 매화축제는 섬진강변 매화마을 일원에서 해마다 3월에 열리며 전국에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되는 꽃 축제이다. 1997년 시작된 매화축제는 품질 좋은 매실과 매실로 만든 매실식품을 널리 알리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시작됐으며 전국의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섬진나루터와 청매실농원의 전통옹기, 그리고 섬진강 재첩잡이 풍경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강변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다. 광양시청에서 주최하는 매화마을 축제는 매화꽃이 만개하는 오는 17일부터 25일까지 9일 동안 열린다(청매실농원 자체에서는 이미 지난 1일부터 시작됐다). 주제는 ‘달빛 어린 매화, 섬진강 따라 사랑을’이다. 특히 올해는 ‘매화학술대회’‘매화작품전시회’‘매화음악회’ 등의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아울러 ‘나만의 매화만들기’‘봄을 깨워라’‘매화탁본’‘꽃차만들기’‘섬진강변 소달구지여행’ 등의 체험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이밖에 전국 매화사진 촬영대회, 매화백일장, 매화사생화대회 등의 부대행사도 이어진다. 광양시청의 한 관계자는 “이 기간 동안 전국에서 50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섬진강의 유래 1385년 고려 우왕 11년 때의 일로 전해 내려온다. 경남 하동에 왜구들이 많이 출몰하면서 양민들을 괴롭혔다. 왜구들이 강을 건너려 할 때 두꺼비 수만마리가 몰려와 울음으로 왜구를 쫓아내자 이를 가상히 여긴 임금님이 강 지명을 한문으로 두꺼비 섬(蟾)자를 써서 섬진강(蟾津江)이라 부르라고 했다. 예부터 두꺼비는 집지킴이, 재복신으로 불리웠다. 액을 물리치고 부귀영화를 불러주는 동물로 여겨진 것이다. 예를 들어 ‘떡두꺼비 같은 아들 낳고 잘 살아라’,‘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등의 동요도 있다. 또한 두꺼비가 절에 나타나면 스님이 합장을 하고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을 암시하는 등 불가에서는 큰스님, 또는 실지 금와보살로 지칭되기도 한다. # 교통편 서울에서 갈 경우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타다가 산청으로 빠져 국도로 가는 길이 있으나 지리산 고개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아예 진주까지 가서 하동읍내를 통해 다압면으로 가는 편이 좋다고 경험자들이 권한다. ●서울∼대전∼진주∼하동IC∼하동읍∼섬진교∼매화마을.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이용해 익산을 거쳐가는 방법도 있다. 익산∼전주∼구례∼간전교∼다압면∼매화마을. ●열차편으로는 하동역 또는 진상역에서 내려 시내버스로 이동하면 된다. # 주변 볼거리 ●자연관광 백운산과 4대계곡, 섬진강나루터, 광양만, 망덕포구와 배알도, 희양십경 등.(061)797-2731. ●문화유적 옥룡사지 동백림, 중흥사, 형제의병 유적지, 성불사 등.(061)797-3363. # 먹을거리 재첩국과 고로쇠 등이 풍부하며 그외 식당안내는 (061)797-2607로 하면 된다.
  • 3대의 엽기적인 애정행각

    3대의 엽기적인 애정행각

    조·부·손(祖·婦·孫)의 3대가 한 마을에서 간통을 했다고 발칵 뒤집힌 마을 사람들. 전 부락 25호의 호주 25명이 간통자의 집 사립문에 새끼줄을 매고 간통가족을 추방하려다가 전 부락 25호 호주가 무더기로 입건되어 웃지 못할 화제를 빚고 있다. 법과 윤리는 어느쪽이 더 당당할까? 친척 건드리고 쫓겨났던 오(吳)노인집에 꼬리문 소문 친족도 알아보지 못하고 조·부·손 3대가 무질서한 성(性)관계를 맺어 왔다는 사실이 폭로되자 분개한 마을 사람들이 한 가족을 마을에서 몰아내기 위해 사립문을 새끼줄로 묶는 등 폭력행위를 가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전남 광산군내의 ○○부락은 25농가에 1백50여 주민이 법을 모르고 평화스럽게 살아가는 외딴 마을. 이 마을에 깊이 뿌리박혔던 전근대적 봉건사상은 해방과 더불어 하나씩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윤리관은 달라졌고, 그래서「섹스·모럴」에도 붉은 신호등이 켜졌는지 모를 일이다. 정절을 최고의 미덕으로 내세웠던 이 마을은 지난 해 겨울부터 수군거리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지난 5월 중순 분노의 사화산이 폭발하고 말았다. 할아버지 며느리 그리고 손자 등 3대가 고유한 부부유별(夫婦有別)의 풍속을 무시하고 친족들과 근친상간, 또는 동네의 총각 머슴과 놀아났다는 것. 사고는 이 마을 오홍식(吳洪植) 노인(가명·85)이 지금으로부터 30년전 당시 55세의 나이로 혈기 왕성한 정력을 쏟을 길 없어 가까운 친척인 오충남(吳忠男)씨(가명)의 큰 어머니와 관계를 맺다가 들통이 난데서 비롯됐다. 남편 일찍 여읜 며느리는 수절 4년, 머슴과 눈맞아 얼굴을 못들게 된 그는 귀양살이(?) 봇짐을 꾸려 함평군 문장면으로 내뺐다. 그 당시만 해도 이 마을의 규율은 엄격했다. 잘못을 저지르면 당연히 마을을 쫓겨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세태는 자꾸 변했다. 그는 정든 고향을 버릴 수 없었음인지 추방 5년만에 다시 살던 마을로 돌아왔다. 주민들도 반대는 없었다. 오노인은 고향에 돌아오자마자 근신하는 마음으로 하나뿐인 외아들을 결혼시켰다. 일 잘하고 건강한 류옥체(柳玉體)여인(가명·43)이 며느리로 들어왔다. 18세에 시집 온 류(柳)여인은 옥동자까지 낳았다. 그러나 류여인은 결혼한지 6년만에 6·25동란으로 남편을 잃고 말았다. 그 때가 24세의 꽃다운 청춘. 단란했던 가정은 산산 조각이 나고 말았다. 이 때부터 커다란 시련이 청상과부 류여인을 덮치기 시작했다. 남편생각에 일손은 잡히지 않고 뜬 눈으로 몇 날을 지새기도 했다.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는가조차 모를 일이었다. 『어린것이 불쌍하지…』-그러나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4년동안 수절하면서 열심히 일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류여인을 칭찬했다. 그러나 타오르는 육욕을 억제하기란 힘들었다. 그녀는 어느날 이 마을에서 고용살이하는 총각 머슴과 눈이 맞았다. 그들은 눈짓으로 사랑의 말을 속삭여왔지만 고유한 향약(鄕約) 바로 그것 때문에 행동에 제약을 받았다. 그들은 감시의 눈을 피해 들판에서만 밀회를 가졌다. 만나면 만날수록 신명이 났다. 길일(吉日)을 택해 수풀이 우거진 숲속을 밀실(密室)로 삼고 도취경에 빠져 서로 껴안고 뒹굴었다. 그러나 얄궂은 마을 청년들의 「서치·라이트」는 기어코 이들의 정사장면을 비추고 말았다. 손자가 친척과 추문내자 온마을이 추방운동 벌여 『○○네는 총각 머슴과 배가 맞았다면서…』 소문은 삽시간에 온 마을을 휩쌌다. 어린이, 아낙네 할 것 없이 모두가 이들의 험담에 열을 올렸다. 류여인은 그대로 앉아 무정한(?) 마을에서 함께 섞여 살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총각머슴 새서방과 몰래 괴나리 봇짐을 꾸려 어디론지 마을을 등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르도록 마을은 태평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지난 66년 이미 어른이 된 류여인의 아들 相根(상근)씨(가명·26)가 어머니 주소를 알아내어 다시 마을로 모셔왔다. 그때는 주민들도 더 흉을 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해 겨울 또다시 마을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저주로 발칵 뒤집혔다. 총각인 상근씨가 손자뻘 되는 오삼랑(吳三郞)씨(가명·29)의 아내 정복순(鄭福順)여인(가명·27)과 정을 통하다가 삼랑씨에게 꼬리를 잡힌 것이다 이들의 추행현장을 붙잡은 삼랑씨는 기가 막혔지만 창피한 생각에 아내만 친정으로 쫓아버리고 사건을 일단 덮어두기로 했다. 이 약점을 노린 상근씨는 『광주에 집 한 채만 마련해주면 모든 사실을 비밀에 붙이겠다』고 거꾸로 삼랑씨에게 뻔뻔스러운 협상을 제의하여 문제가 표면화되어 버린 것. 협상은 결렬됐다. 두 사람 사이에 좋지않은 말이 오고 가면서 모든 추행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어쩌면 3대에 걸쳐 그럴 수가, 그 조상에 그 자식은 어쩔 수 없는 법』이라고 주민들은 분개해서 쑥덕거렸다. 문제는 험악해졌다. 마을대표들은 마을회의를 긴급히 소집, 『미풍양속을 해치고 마을을 욕되게 했다』는 죄명(?)을 들어 오씨 가족을 마을에서 몰아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대표들을 통해 이 뜻을 류여인에게 전했다. 류여인은 『8순이 넘은 시아버지를 남겨두고 그냥 떠날 수는 없다』고 며칠동안만 참아주기를 애원했다. 그러나 약속날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주민들은 또다시 마을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했다. 실력행사(?)까지 들어가자는 것에 의견이 일치됐다. 지난 5월 21일 이장 李敦雨(이돈우)씨(46)를 비롯한 마을대표 25명이 오씨집에 몰려가서 강제 퇴거를 명령했다. 이에 오씨 가족은, 『유부녀 간통이 얼마나 대단한 죄냐? 요즈음은 서로 눈만 맞으면 사는 세상인데 뭣 때문에 죄가 되느냐?』고 팽팽하게 맞섰다. 대표들은 주민의 의견에 따라 오씨집 사립문을 새끼줄로 꽁꽁 묶어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그리고 농사일도 절대로 돕지 말자로「따돌리기」벌을 내리기로 결의했다.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경찰은 주민들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입건하기에 이른 것. 한편 법을 모르는 이 마을 주민들은『법이 이런 줄은 몰랐다. 3대에 걸쳐 간통한 놈들을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간통이 명확히 드러났지만 친고죄이므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알려주면서 노한 주민들을 달래고 있다. <광주(光州)=정일성(丁日聲)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7월 12일호 제3권 28호 통권 제 93호]
  • [길섶에서] 꽃샘추위/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예년보다 봄이 한 달쯤 먼저 왔다 싶었는데 어김없이 꽃샘추위가 찾아들었다. 엊그제 봄비가 추적추적 장맛비처럼 내리고 밤새 바람까지 야멸치더니 어제 아침에는 기온이 뚝 떨어졌다. 옷장에 갈무리해둔 외투를 다시 꺼내어 입고 나오는 출근길에 목덜미가 서늘하다. 시간에 쫓기어 목도리를 미처 챙기지 못한 탓이다. 전국 곳곳에서 강풍 피해가 적잖게 발생한 데다, 기상청 말로는 이번 추위가 주말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올해는 동장군이 봄처녀에게 자리를 내주기가 영 싫은 모양이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셸리는 ‘겨울이 오면, 봄 또한 멀지 않으리.’라고 노래했다. 그러나 이 유명한 시구(詩句)보다 더 절절하게 와닿는 표현이 ‘꽃샘추위’라는 우리말이다. 봄이 오면 꽃은 피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꽃 피는 걸 방해하면 봄이 오는 걸 막을 수 있기나 한 듯이, 동장군은 최후의 반란을 시도한다. 그래서, 꽃샘추위는 봄의 역설이다. 꽃샘추위가 오면 우리는 외투 깃을 올리면서도 ‘아, 봄은 이미 내 곁에 있구나.’라고 안도하게 된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프리메이슨 관점서 바라 본 모차르트

    전 세계에 이집트 열풍을 몰고 온 베스트셀러 ‘람세스’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 ‘모차르트’(문학동네 펴냄)가 성귀수 시인의 번역으로 나왔다. 이집트 마니아인 작가는 서양 음악사의 대표적인 천재 음악가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히스테릭한 웃음을 터뜨리며 테이블 아래를 기어다니는, 신이 내린 재능을 지녔지만 미성숙한, 그래서 결국 동료 음악가 살리에리에게 죽임을 당하는 천재…. 그러나 저자가 되살려낸 모차르트는 단순한 천재의 이미지에 머물지 않는다. 이집트 비전의 계승자이자 인간을 구원할 메시아적 존재로 등장한다. 소설은 무엇보다 프리메이슨 구성원으로서의 모차르트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작가는 프리메이슨의 원류인 이집트학을 동원해 모차르트 음악의 근원과 신비를 밝힌다. 고대 석공조합에서 발원한 프리메이슨단이 비밀 결사체로 여전히 주목받는 것은 그들이 지닌 영향력 때문만이 아니라 특유의 신비주의적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신비주의 경향은 지금은 많이 희미해졌지만, 모차르트가 활동하던 당시엔 연금술이나 마법 같은 비의적 의식이 흔히 행해졌다. 모차르트가 스물여덟 살에 프리메이슨에 가입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단원 생활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작가는 프리메이슨의 핵심 사상을 고대 이집트의 풍요의 여신 이시스와 저승을 지배하는 신 오시리스의 비전에서 찾는다. 나아가 모차르트가 이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결론 짓는다. 실제로 1784년 모차르트가 프리메이슨에 가입한 시점부터 그의 음악은 적잖은 변모를 보인다. 소설의 백미는 모차르트의 4대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코지 판 투테’‘돈 조반니’‘마술피리’를 프리메이슨적 관점에서 풀어간 대목. 작가는 모차르트와 그의 정신적 후견인인 이집트인 타모스가 오페라의 얼개를 함께 꾸며가는 과정을 생생히 그린다.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모차르트의 사인(死因)을 분석한 작가의 시각 또한 이 소설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모차르트의 죽음을 이야기할 때는 으레 프리메이슨의 그림자가 따라붙는다. 전 4권, 각권 1만 5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20) 하지불안증후군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20)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들이 이 병을 설명할 때 동원하는 표현을 보면 이 병이 왜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근질근질하다.’‘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전신이 스멀거린다.’‘얼얼하고 욱신거린다.’‘쿡쿡 쑤시고, 당긴다.’‘몸속으로 물이 흐르는 것 같다.’‘지릿지릿 감전된 듯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환자는 아예 ‘불에 데인 듯하다.’거나 ‘증상을 도저히 설명할 수도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신경운동장애인 하지불안증후군(RLS)을 설명하는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RLS는 신체운동과 관련된 신경계 질환입니다. 환자들은 다리 부위에서 다양한 증상을 느껴 고통스러워하거나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다리를 움직이려는 충동을 겪게 되지요. 주로 다리에서 증상이 나타나지만 몸통이나 팔에서도 나타납니다.” 증상은 대개 앉아 있거나 누웠을 때, 또는 휴식이나 수면 중에 나타나며, 낮보다는 밤 시간에 더 심해진다. 다리를 움직여야겠다고 느끼는 것은 다리를 움직일 때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환자들은 증상 완화를 위해 경험적으로 걷기를 택하기도 한다. RLS가 환자의 일상적 삶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적이고 심각하다. 가장 심각한 영향으로는 수면장애가 꼽힌다.“환자의 80%가 수면 중 주기적으로 다리운동을 하거나 20∼30초 간격으로 일어나는 경련 때문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만성 수면부족으로 이어져 심각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됩니다.”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20∼40대 성인의 4%,40∼60대의 11%,60대 이상 노인의 23%가 RLS로 인한 수면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런 RLS가 환자의 가정 및 사회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환자의 54%가 우울하다거나 기분이 심각하게 처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 속의 도파민 전달체계 이상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운동을 통제하는 신경세포 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인 도파민이 제 기능을 못해 생긴다는 것이다. 발병 유형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첫째는 특발성 또는 가족성으로도 불리는 원발성이 있는데 이는 환자와 일촌 관계의 가족이 걸릴 확률이 50%나 될 정도로 유전성이 강합니다. 둘째는 이차성으로, 이는 임신, 당뇨병, 신장질환이나 피킨슨씨병, 철분 부족, 신경손상 등이 원인이지요.” “국내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10%에 이릅니다. 전국에 400만명 이상의 환자가 있다는 건데, 적잖은 규모지요. 특히 이들 중 52.8%가 수면장애를 동반한 것으로 나타나 이 병과 수면의 상관성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또 다른 특징은 전체 환자 가운데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경우는 16%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84%는 디스크 질환 등 다른 병으로 알고 엉뚱한 치료를 받거나 아예 치료를 못받고 있는 거지요. 실은 저도 RLS를 갖고 있습니다.” 진단은 어렵지 않지만 증상의 특성상 상당수의 환자가 유년기에 증상을 경험하고도 ‘성장통’이나 ‘과민함’으로 오인, 중년이 넘어서야 병원을 찾는 예가 허다하다.“유·소아는 진단이 어렵습니다. 유·소아기 환자가 다양한 증상을 정확하게 묘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전 국민의 3%가량이 중간 정도 이상의 증상을 주 2∼3회씩 경험하지만 이 중에 정확한 진단을 받은 경우는 고작 0.25%에 불과하다는 역학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대부분 증상의 다양성 때문이라고 봅니다.”환자의 문제도 그렇지만 의사들의 RLS에 대한 인식 부족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신 교수는 지적했다. RLS 확진에는 ‘국제RLS연구그룹’이 제시한 4가지 진단기준을 주로 활용한다. 진단 과정에서는 환자가 말하는 증상이 중요한 판정 근거가 된다.“다리에서 느껴지는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리를 움직이려는 충동을 받는가, 다리를 움직여야 하는 충동이 누워 있거나 휴식 중 또는 움직임이 없을 때만 나타나거나 더 심해지지 않는가, 다리를 움직여야 하는 필요와 불쾌감이 움직이는 동안에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없어지지 않는가, 다리를 움직여야 할 필요와 불쾌감이 밤에만 생기거나 밤에 더 심해지지 않는가 등이 바로 진단 기준입니다. 여기에 환자의 가족력, 병력을 참고하게 됩니다. 물론 다른 질환에 의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 근전도검사, 수면다원검사도 활용되고요.” 치료는 크게 비약물요법과 약물요법으로 구분한다. 중증의 환자에게는 생활습관을 개선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적용되지만 지속적인 성공률은 낮은 편이다. 여기에는 균형잡힌 식단, 카페인 음료나 식품의 섭취 제한, 금주·금연과 적절한 운동, 명상, 요가 등이 권장된다. 수면장애가 심각한 만큼 건강한 수면을 위한 지침도 매우 중요하다.“특히 졸음과 이로 인한 피로감을 줄이기 위한 건강수면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쾌적한 수면 환경과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또 낮잠을 일상화하거나 수면제 복용, 알코올 의존 등도 피해야 합니다.” 약물요법도 중요한 치료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특정 치료제가 없었지만 최근에 미국 FDA가 도파민 수용체를 자극하는 리큅(성분명 로피니롤 HCI)이라는 약제를 중등 정도 이상의 원발성 RLS 치료제로 허가하면서 유효한 치료법으로 부각됐다. 미국 FDA가 허가한 제품은 리큅이 유일하다. 물론 이전에도 일차 선택약제인 ‘도파미너직 에이전트’나 진정제, 통증완화제, 항경련제 등이 RLS 증상개선에 사용되기도 했다. 신 교수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무슨 병인지를 몰라 치료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수면장애가 인간의 심신을 심각하게 괴롭히고 파괴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해 RLS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의식을 가질 때”라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아마디네자드 ‘거친 입’ 국익 해친다”

    이란의 우라늄농축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 이란 압박이 점차 강해지면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거친 입’을 비판하는 이란 내부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즉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P5)과 독일 등 6개국이 영국 런던에 모여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방안을 논의한 26일(현지시간)에는 아마디네자드의 반대세력인 개혁파는 물론, 보수 강경파의 언론들이 “불필요한 거친 언사로 서방을 자극, 국익만 해친다.”며 일제히 아마디네자드를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이란 최고 권력자로, 아마디네자드의 후원자 역할을 해온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최근 아마디네자드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이란 권력구도에 미칠 파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최근 유엔이 요구한 우라늄 농축 중단 시한을 넘긴 뒤 “이란이라는 기차는 브레이크도 후진기어도 없으며, 얼마전 해체해 다 날려버렸다.”는 말로 서방을 자극했다.2005년 6월 대통령에 당선된 뒤 ‘이스라엘을 지구상에서 없애버리겠다.’란 말로 시작한 거친 외교 수사의 연장선상이다. 이란의 개혁논조 신문인 ‘에테마데 멜리’는 “기차의 브레이크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닿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위대한 이란 유권자를 대표해야 하는 당신은 이 나라의 이름과 위엄에 맞게 말하라.”고 아마디네자드를 압박했다. 보수파 신문인 라잘라도 “외교정책에선 유약한 발언도, 쓸데없이 공격적인 언어도 사용해선 안된다.”며 ”우리의 외교 수사는 이란의 고대 문명과 이슬람 문화를 반영하는, 미개하지 않은 계산된 언어의 조합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보수 양 진영의 아마디네자드 비판은 아마디네자드 집권 이후 심화된 경제난과 국제 사회로부터의 고립, 미국의 이란 공격 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지방선거에서 아마디네자드 진영이 대패한 이후 “허덕이는 경제는 돌보지 않은 채 ‘말’로 서방을 공격하는데만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만연해 있다. 민심을 완전히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란의 정치 분석가들은 아마디네자드를 후원했던 하메네이의 최근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이란내 최고위 인사들을 불러 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아마디네자드를 배제했다. 같은 날 그는 “헌법상 보장된 기업의 사유화를 통해 경제난을 타개하지 못했다.”며 대통령을 비난했다.1989년 최고 지도자가 된 이후 하메네이가 행정부의 수반 ‘대통령’을 비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편 ‘브레이크 없는 기차’발언 다음날 런던에 모인 6개국 대표들은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고려하는 중국·러시아측의 입장 차이로 인해 구체안을 도출하지 못했지만 새달 1일 전화로 회담을 갖고 무역 및 무기거래 제한 등 추가 제재 방안을 확정지을 예정이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美, 이란에 ‘화해·압박’ 양면작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이 이란에 대해 화해의 손짓을 보이는가 하면,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양면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ABC,CNN에 잇따라 출연, 미국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할 경우 직접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과는 직접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난 14일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란과의 직접 협상은 미국의 핵심 목표들이 성공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나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라이스 장관의 이같은 제안은 현재 미 정부가 북핵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라이스 장관은 또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전날 “이란은 핵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획득했으며, 브레이크와 후진기어가 없는 기차와 같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이란은 후진 기어가 필요없으며, 정지한 후 함께 테이블에 앉아 어떻게 앞으로 나가야 할지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이란의 알리 라리자니 국가안보최고회의 의장은 26일 “조건 없이 만나자고 하면 긍정검토할 수 있으나, 핵 활동 중단은 할 수 없다.”며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딕 체니 부통령은 25일 호주 방문을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온다는 ‘공개’일정과 달리 아라비아 반도의 동맹국인 오만을 전격 방문했다. 이란을 압박한 조치로 풀이된다.오만은 세계 석유의 5분의2가 지나가는 전략적 요충인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과 마주보는 국가이다. 오만은 미국 전투기들의 급유기지와 병참, 군사장비의 사전배치 장소로 이용돼 왔다.오만의 마시라 공군기지는 1979년 미국이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에 인질로 잡혀 있던 66명의 미국인을 구출하려고 작전을 수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체니 부통령은 도착 즉시 유수프 빈 알라위 빈 압둘라 오만 외교장관과 만나 이란의 핵프로그램 논란을 포함한 역내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 26일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도 방문했다. 이 역시 깜짝 방문이다. 아프간에선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의 회담이 악천후로 연기됐다. 앞서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에겐 알 카에다 소탕작전을 강화하라는 압력을 넣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앞서 체니 부통령이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협력하지 않을 경우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를 중단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dawn@seoul.co.kr
  • 이란 “우주로켓 발사 성공” 발표…美·서방과 갈등 고조될듯

    이란이 첫 우주 로켓 발사 성공을 발표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25일 우주연구센터 소장의 발언을 인용, 로켓을 성공적으로 우주 궤도에 쏘아올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실상 대륙간 탄도탄 기술의 확보를 의미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이란의 핵개발을 둘러싸고 충돌로 치닫고 있는 이란과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의 갈등이 더욱 고조되게 됐다. 또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탄도 미사일 및 군사위성 개발 등 우주무기 개발 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BBC 인터넷판은 이날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이란이 유효 사거리가 더욱 길어진 장거리 미사일 개발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섰음을 의미한다.”면서 “국제적인 또 하나의 거대한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이 미국이나 유럽 대륙까지 미치는 대륙간 탄도탄 개발 기술을 갖게 됐다는 경고다. 이번 로켓에 사용된 탄도 기술은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사하브-3 장거리 미사일의 유효사거리를 더욱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란 과학기술자들이 로켓 탄도가 대기권을 통과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센 바라미 이란 우주연구센터 소장은 이날 과학·국방부에서 개발한 연구시설을 탑재한 우주 로켓을 성공적으로 우주궤도에 안착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켓 탄도와 사정 범위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란 정부관계자들은 군사용이 아니며 과학 실험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지난 2005년 러시아 로켓을 이용, 첫 위성을 발사했다. BBC는 미국 등 유엔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이란의 핵개발과 관련, 추가 제재를 협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상황이 발생, 향후 사태전개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한편 마누셰르 모하마디 이란 외무차관은 25일 자국이 서구와의 핵 다툼에서 ‘전쟁’이란 시나리오까지 대비하고 있다며 “유엔의 추가조치가 있더라도 핵 작업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란의 INSA 통신이 보도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도 이날 테헤란에서 가진 한 연설에서 “이란은 핵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획득했으며 이란은 브레이크와 후진기어가 없는 기차와 같다.”고 말했다고 INSA 통신이 전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오늘의 눈] 판사들의 ‘거침없는 하이킥’/김효섭 사회부 기자

    최근 ‘거침없이 하이킥’이란 시트콤이 인기다. 배우들의 코믹연기는 물론 내용도 괜찮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제목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며 살아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제목에서라도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요즘 서초동 법원의 분위기를 시트콤 제목으로 바꾼다면 ‘판사, 거침없이 하이킥’정도로 표현하면 어떨까 싶다. 사법 불신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미 두차례에 걸쳐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사실상 퇴진할 것을 거론했던 현직 부장판사는 22일도 법원 내부통신망에 세번째 글을 올려 대법원장의 즉각적인 결단을 촉구했다. 사법부의 수장을 향해 현직 부장 판사가 말 그대로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속이 시원치 않다. 오히려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과연 누구를 위해 하이킥을 날리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해당 부장판사가 처음 글을 올렸을 때만 해도 사법부의 개혁을 촉구하고 대법원장에게도 사법불신의 책임이 있다는 충정어린 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충정마저 느낄 수 없게 돼 버린 것 같다. 극단적으로 말해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물러난다고 사법부의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닐 터이다. 오히려 판사 한 명, 한 명이 법정에서 국민들의 목소리와 사연들을 이해해 줄 때 사법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 물론 불이익이나 비난이 있더라도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려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때도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명분이나 신념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치기어린 행동’으로 치부되거나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 지금 상황이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이 사법부에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따져보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원인에 대해 하이킥을 날리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김효섭 사회부 기자 newworld@seoul.co.kr
  • [챔피언스리그] 英-佛 프리킥 논쟁

    세계사를 들여다 보면 영국과 프랑스는 앙숙이다. 중세 때 왕위 계승 문제 등으로 100년 전쟁을 치렀다. 근세에 와서도 식민지 지배권을 놓고 두 번째 100년 전쟁에 돌입하는 등 숱한 다툼을 벌여 왔다. 이런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21일 06∼07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이 열린 프랑스 랑스의 스타드 펠릭스 볼라르에서 촉발됐다. 홈팀 릴과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였다. 이날 맨유의 박지성은 결장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맨유를 상대로 1승1무를 거둬 맨유의 16강 진출을 가로막았던 릴은 효과적인 공세를 펼쳤다. 릴의 피터 오뎀윙기가 후반 17분 헤딩으로 맨유 골망을 갈랐지만, 파울이 지적되며 무효가 됐다. 후반 38분 논란의 장면이 연출됐다. 릴의 수비수가 루이 사아에게 반칙을 저질러 맨유는 상대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웨인 루니가 얼른 공을 세워놓자, 라이언 긱스가 잽싸게 골문 오른쪽 구석을 향해 왼발로 감아찼다. 릴의 골키퍼 토니 실바가 왼쪽 포스트에 붙어 선수 위치를 잡아주는 등 수비벽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실바는 깜짝 놀라 쫓아갔지만 공을 막을 수는 없었다. 클로드 푸엘 릴 감독이 선수들에게 철수 지시를 하고, 실바가 격렬하게 항의하다 옐로카드를 받았다. 하지만 규정상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골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영국엔 환상적이고 노련한 득점이었지만 프랑스엔 치사하고 비겁한 골이 된 셈. 릴 팬들은 1-0으로 승리한 맨유 선수들에게 야유와 함께 물병 등을 집어 던졌다. 앞서 경기 도중 프랑스 경찰은 펜스에 기어오르는 맨유 팬에게 최루가스를 사용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골 판정은 적절했다. 선수들 철수를 지시한 푸엘 감독을 징계해야 한다.”고 비난했고, 푸엘 감독은 “퍼거슨 감독이 주심에게 압력을 행사한다는 공공연한 비밀이 사실로 입증됐다.”고 맞받아쳤다. 양국 언론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프랑스에 기반을 둔 AFP통신은 “맨유가 승리를 훔쳐갔다.”고 성토했다. 반면 영국 언론 가디언 등은 “영리한 긱스가 승리를 이끌었다.”고 칭찬했다. 네덜란드의 PSV에인트호벤은 에콰도르 출신 에디손 멘데스의 결승골로 아스널(잉글랜드)을 1-0으로 잡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글래스고 셀틱(스코틀랜드)도 AC밀란(이탈리아)과 0-0으로 비기며 선전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물만난 라울’ 16강전 2골 작렬 ‘반지의 제왕’ 라울 곤살레스(30·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다. 경기에 나서는 순간마다 새 역사를 쓴다. 그라운드를 밟으면 최다 출장 기록이 자동 경신된다. 골을 넣으면 통산 최다 득점을 갈아치운다. 라울은 21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2골을 터뜨렸다. 레알은 뤼트 판니스텔로이의 골까지 합쳐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을 3-2로 제압했다. 라울은 이날 득점으로 대회 통산 56호 골을 기록했다.2위 판니스텔로이와는 8골 차. 또 최다 출장 경기를 107경기로 늘렸다. 역시 팀 동료인 호베르투 카를로스를 1경기 차로 앞섰다. 특히 라울은 지난 시즌 이 대회에서 단 2골에 그치며 구겼던 체면을 되살리고 있다.6경기에 나와 벌써 5골을 터뜨린 것. 판니스텔로이, 카카(AC밀란),16강 1차전을 치르지 않은 디디에 드로그바(첼시),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발렌시아)와 득점 공동 1위.99∼00(10골)·00∼01시즌(7골) 등 2회 연속 득점왕에 올랐던 라울이 6년 만에 최고 골잡이로 화려하게 복귀할지 주목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한승원 “소설은 성행위하듯 재미있어야 읽히죠”

    한승원 “소설은 성행위하듯 재미있어야 읽히죠”

    “이번 작품은 대우주의 시원(始原)에 대한 성찰입니다. 소설가인 나에 대한 성찰이고, 소설쓰기, 문학하기에 대한 성찰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토속적 향취가 물씬 풍기는 작품을 주로 발표해 온 중견소설가 한승원(68)씨가 고향인 전남 장흥 바닷가에 정자도 아니고 별장도 아닌 ‘토굴’을 마련해 정착한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원형 상징성이 깊은 고향의 집필실 ‘해산토굴’에서 작가가 발견한 것은 생명 탄생의 신비를 간직한 ‘자궁’이다. 작가는 “나는 날마다 소설을 해산한다.”고 말했다. 해산토굴 자체가 ‘자궁’인 셈이다. 해산토굴 메모판에는 ‘곡신(谷神)=갯벌=연꽃=키조개’라는 등식이 적혀 있다. 작가가 해산하고자 한 소설의 ‘씨앗말(모티브)’이다. ●대우주의 시원 성찰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한동림(39), 한강(37), 두 소설가의 아버지이기도 한 작가가 대우주의 시원을 성찰하는 장편소설 ‘키조개’(문이당 펴냄)를 냈다. 노자에 나오는 곡신은 본래 ‘골짜기의 텅 비어 있는 곳’이나 ‘골짜기의 여신’으로 해석되지만 작가는 여성의 성기로 풀이했다. 곡신은 여성성과 모성성을 완벽하게 갖춘 현묘한 암컷이고, 그 암컷의 문은 우주를 생성시키는 근원이라는 것이다. 작가에 따르면 모든 생명은 바다에서 기어나왔고, 그래서 갯벌은 다산성의 생명력을 담고 있는데다 연꽃과 조개는 우주의 뿌리를 상징한다. 소설 ‘키조개’는 이런 낱말풀이로부터 시작한다. 소설에는 ‘소설가 한승원’의 해산토굴에서 내다보이는 ‘득량만 바다’(작가는 ‘연꽃바다’라고 표현했다.) 앞에 별장을 짓고 혼자가 된 51세의 여류소설가 허소라와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녀를 짝사랑한 키조개 캐는 잠수부 ‘영후’ 등 그녀를 넘보는 남성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작가는 그 나이에도 생리를 하는 허소라를 ‘자궁 권력자’라고 칭했다. 소설의 표제어인 키조개는 여성성기를 상징하면서, 생명을 복원시키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영후는 줄기세포 연구에 난자를 제공했다가 후유증 때문에 요양원에서 지내는 자신의 딸에게 키조개죽을 먹이고, 그 소식을 들은 허소라는 그의 딸을 치유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새 생명을 만들어 내는 자궁’인 갯벌 속에 수시로 아랫몸을 담그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희망에서 시작한 줄기세포 연구가 결국 ‘여성의 상실’로 이어졌다.”면서 “이는 결국 우주의 순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줄기세포 연구·위선적 문인 비판 작가는 소설쓰기, 문학하기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소설 속에 담았다. 소설 속 ‘한승원’의 시를 자신의 분신인 ‘허소라’가 신랄하게 비판하는가 하면, 허소라의 입을 통해 소설에 대한 생각을 적어놓았다. “모든 소설은 한사코 재미있어야 한다. 작가는 글을 쓰는 동안 성행위를 하듯 그 속의 이야기와 문장 쓰는 재미에 깊이 젖어 있어야 한다. 작가가 쓰면서 재미있어 하지 않은 소설을 독자가 재미있어 할 리 없다.” “그래 나는 ‘사전(私錢)꾼’이다. 내가 이때껏 주조한 동전(시나 소설)들 가운데 진짜 동전이 몇 개나 될까.” 꿈속의 지옥에서 본 위선적 문인들에 대한 얘기는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가난하고 박해받는 자들 편에서 그들의 권익을 위해 글을 쓰는체 하면서 혼자서만 배불리 먹고” “식민지 조선의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보내기 위해 선동하는 글을 쓰거나” “한 개의 혀로는 반민족적 선배들을 질타하고, 동시에 자기는 가장 순수한 체하고,…다른 한 개의 혀로는 자기와 이념을 달리한 사람들을 증오하며 편 가르기를” 한 시인·소설가들에게 참회하라고 충고한다. 작가는 소설가 자식들에게 쓴 ‘작가의 말’에서 “‘아이고, 아버지 금년에도 또 소설책 한 권 내셨네’하고 놀라게 하는 까닭이 이 소설 속에 들어 있을 터이다.”라고 적어놓았다. 문학의 위기에 대해서는 “인터넷 등으로 세상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지만 결국은 무거움으로 회귀할 것”이라면서 “가벼움을 성찰하게 하는 소설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294쪽.98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잘 가거라 2006년] 나의 올해는 지긋지긋 했다

    [잘 가거라 2006년] 나의 올해는 지긋지긋 했다

    글 이유경 시인, 본지 편집주간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지긋지긋한 한 해’로 손꼽히는 경우는 올해 말고 한 번이 더 있었던 것 같다. 50여 년 전 일이다. 세월의 간격이 있긴 하지만 사안의 힘겨웠던 과정은 둘 다 비슷하다. 그러나 어렸을 때의 그 첫 힘겨웠던 경험은 나에게 달콤하고 아련한 추억으로, 마음의 양식으로 남아 있다. 첫 번째의 것은 내가 열세 살 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서 진학을 포기해야 했던 무렵이었다. 나에게는 여덟 살 위의 형이 있었는데 그가 부산에서 고교 졸업반을 다녔다. 시골의 가난한 우리 집은 아들 둘을 도시로 유학시킬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한 해 ‘재수’의 고역을 치르게 된 것이다. 동급생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나는 패잔병처럼 남아 시골 골목과 들길을 고개를 푹 꺾고 헤매 다녔다. 지겨운 1년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고독한 방황’이 훗날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 것이 아닌가 한다. 사물을 들여다보고 언어를 생각하고 표현의 길을 홀로 모색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올해의 것은 날벼락이었다. 다들 그렇겠지만 나 역시 ‘날벼락 같은 일’은 나와는 상관없는, 혹은 나를 비켜가는 어떤 경험 세계라고 생각해 왔었다. 처음 나는 실제 이 날벼락 같은 상황을 당하고, 한동안 어처구니없게도 웃음이 나왔다. 아픔이 몰려왔을 때야 비로소 ‘당했구나!’했으니까. 지난 3월 1일 저녁 무렵이었다, 독일 월드컵축구를 앞두고 가나와의 시범경기가 서울 상암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나는 서두르며 집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개천의 좁은 다리를 지나가는데 빠르게 지나가는 트럭 바퀴에서 튕긴 철판이 느닷없이 나의 오른 쪽 대퇴부를 강타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풀썩 주저앉은 나는 찢겨져나간 바지 사이로 부러져 삐죽이 튀어나온 나의 허벅지 뼈를 보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119를 불러달라고 했고 마침 집에 와 있던 딸아이를 휴대폰으로 불렀다. 사고 난 지점은 집과 가까운 거리였다. 사람들은 나를 둘러싸고 입을 모아 “기어이 올 것이 왔구먼!”했다. 나는 몰랐는데, 철판은 그때까지 흉물로 방치돼 ‘사건’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구급차가 와서 현장을 수습하고, 진통제로 의식을 뺏은 나를 병원으로 싣고 갔다. 응급실에서 4시간 동안의 대수술을 받은 나는 그때부터 한 달을 깁스한 상태로 입원실에서 시간을 까먹어야 했다, 병원 정형외과에 장기 입원해본 사람은 안다. 우울한 병실의 침묵과 창백한 견딤의 지루함을! 그것은 몸속으로 간헐적으로 지나가는 아픔을 삼키고 있는 자의 형이상학적 자화상일 것이다. 상대방을 외면하고 자아만을 들여다보는, 외로운 시인과도 같은 모습 말이다. 새벽잠이 없는 나는 그 한 달 동안 병원 휴게실의 무미건조한 풍경 속에서 봄을 맞았다. 병실에선 다른 사내의 앓는 소리나 코 고는 소리를 듣고 누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휠체어에 실려서, 쇠막대기 같이 무거운 한쪽 다리를 수습해가며 휴게실의 새벽 한두 시간을 나는 견딜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퇴원해서도 6개월 동안을 나는 지팡이 신세를 지고 있다. 나이 때문인가, 손상된 뼈와 근육이 쉽게 재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아지고 있다는 징조와 희망사항이 금방 무너지거나 아픔으로 앙갚음해 오던 적이 부지기수였다. 밤중에 오는 가느다란 통증은 감당하기가 힘이 드는 적일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인 이유로 나는 지팡이 신세로 이사를 해야 했는데, 지대가 조금 높은 곳의 아파트다. 이게 나에게 말썽을 부렸다. 오르막보다 내리막을 걷는 것이 더 힘겨웠고, 그래서 수습돼 가던 뼈와 근육의 조화를 손상시켰는지, 염증은 없으면서도 부상 입은 다리가 붓고 걸으면 통증이 재발하곤 했던 것이다. 담당의사는 다시 한 달 동안 목발을 권했다. 근육운동을 않았던 다리는 더욱 불편해졌고, 통증도 여전했다. 한 달 후로 예약한 날짜에 갔더니 의사는 많이 좋아졌다면서 다시 한 달 동안 목발 짚기를 명했다. 그 한 달이 다 가고 있는 지금에도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 일어나거나 쉬고 나서 걸으면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 지방도로에서 당한 이 사고에 대해 지방 보상심의위원회는 보상을 할 수 없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지방관청이나 국가가 만들지 않은 길에서의 사고에 대해선 관리의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대법원판례를 내세우고서였다. 걸어 다니지 않아도 아프고, 열심히 걸어도 아픈 이런 불편의 악순환에서, 나는 올해 안에 벗어날 수 있을까? 지겹게 긴 2006년이여, 제발 어서 가버려라!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금융상품 백화점]

    ●신한은행 역외펀드 5종 판매 신한은행은 미 달러화로 투자하는 역외펀드 5종을 판매한다. 슈로더사에서 운용하며, 펀더멘탈이 우수한 전세계 가치주 500종목 이상에 분산 투자하는 슈로더 글로벌 액티브 밸류 펀드, 전망이 우수한 6개국에 분산 투자하는 이머징마켓 오퍼튜니티 펀드, 아시아 개발도상국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메릴린치 아시아 드래곤 펀드, 금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메릴린치 월드 골드 펀드, 피델리티 글로벌 부동산 증권 펀드 등 5종이다. 최소 가입금액은 미화 기준 1000달러 이상.1500달러 이상이면 환헤지 선택이 가능하다. ●ING생명, 무배당다이렉트엘리트키즈보험 자녀 교육비와 질병·재해보장을 합친 상품이다. 조기어학연수형, 해외어학연수형, 자립자금마련형 등 3가지다. 가입금액 2000만원 기준으로 조기어학연수형에 가입하면 12세 계약일에, 해외어학연수형은 17세 계약일에 각각 1000만원,1400만원의 중도환급금을 찾을 수 있다. 보험기간중 재해로 장애를 입을 경우는 재해장해지급금을 받는다. 자녀보장 특약을 추가, 수술자금이나 입원급여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암집중형특약에 가입하면 최고 4000만원까지 암진단급여금,10만∼300만원까지 암수술 급여금이 보장된다. ●푸르덴셜투자증권 ‘Pru글로벌뉴스탁혼합형펀드’ 전세계 공모주(IPO) 시장과 한국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이다. 채권 투자를 기본으로 하고 국내와 해외의 공모주 투자를 가미, 국내 채권형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국내 채권과 유동성 등에 70%, 공모주 시장에 30%를 투자하는 채권혼합형과 국내 채권과 유동성에 90%, 공모주에 10%를 투자하는 안정혼합형이 있다. 최소가입금액은 없고 적립식투자가 가능하다. 환헤지는 펀드내에서 한다. 공모주 부분은 싱가포르투자전문회사가, 전반적 운용은 푸르덴셜자산운용이 맡는다. ●하나은행, 할인 대중교통 신용카드 출시 하나은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요금이 12.5% 대폭 할인되는 신용카드인 하나마이웨이카드를 내놓았다. 서울, 경기, 인천, 대전, 원주 지역에서 사용 가능하다.1회(기준금액 800원)당 100원씩 절약돼 월 40회(월 40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고, 결제일에 할인 금액만큼 차감 청구된다. 또 전국의 모든 SK주유소를 이용하면 ℓ당 50∼7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대형 할인마트에서는 5∼7% 할인된다. 오는 4월30일까지 가입하는 고객에게 평생 연회비 면제 혜택까지 제공된다.
  • [문화마당] 문화 연구의 명암/코디최 문화이론가·화가

    문화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무척 친숙한 단어다. 하지만 누가 그 경계와 개념을 묻는다면 경제나 정치와 같이 뚜렷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기 십상이다. 쉽게는 문학, 예술 같은 정신적 분야와 교육, 방송, 종교, 영화 등 신문의 문화면을 떠올리지만 곧바로 과학, 사회, 정치, 심지어는 연속극이나 만화, 휴양지 같은 우리 일상 속에 녹아있는 모든 것을 문화로 여기게 된다. 문화의 범주를 종종 혼동하게 되는 것이다. 일찍이 인류학자들은 문화의 개념을 ‘사회적 행동양식’이라고 명명했다. 또 다른 학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사회적 행동양식을 통한 추상적 의미까지 포함시키기도 한다. 문화에 대한 개념 정의는 1871년 영국의 인류학자 E B 테일러가 ‘원시문화(Primitive cultures)’라는 책에서 내린 것이 최초다. 그는 사회인은 자연과의 대립 속에 인위적인 무엇인가를 가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한 결과물이 바로 문화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인간이 요구하는 지식이나 믿음, 예술, 도덕, 법, 관습 등에 의해 만들어진 합성물이 문화다. 다시 말해 문화란 경험과 연구를 통해 학습되어진 사회 또는 소집단의 결과적 행동양식을 뜻한다. 레비 스트라우스 같은 구조주의 학자는 의미를 나타내는 실천행위를 문화로 간주하고, 그 문화를 기호로 표현했다. 또한 미국의 사회학자 클리퍼드 기어츠(81)는 이러한 문화의 모습을 우리들의 이야기를 스스로 우리에게 들려주는 총체적 앙상블이라고 했다. 이같은 개념들을 감안하면, 문화는 우리의 의식에 의미를 동반하는 행위들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문화의 명확한 경계와 개념을 논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문화는 자신만의 명확한 범주를 갖고 있다. 마치 모든 것을 포함하고 관용을 베푸는 듯해도 자신의 뚜렷한 모습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문화의 모습을 인간유형으로 분류해 본다면 사회의 관습에 구애되지 않는 방랑자,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지만 실리주의자인 보헤미안을 떠올릴 수 있다. 모든 분야를 넘나들며 포용하며, 자아가 없는 듯하지만 누구보다 강한 색깔을 지니고 있는 그런 존재이다. 문화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학문부터 새로운 정치적 움직임까지 면밀하게 관찰하는 지적 자세가 필요하다. 문화 연구는 여러 주장과 서로 다른 의견 또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끝없는 지적 논쟁을 야기시킨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문화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문화연구 방법론에 ‘Anti-discipline’, 즉 일종의 ‘반(反)규율’적인 입장이라는 게 있다. 특정한 학문분야에 구속되지 않는 유연한 연구형태, 끝없이 방법론의 변화를 모색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하지만 이런 자세를 취한다고 해서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무분별한 관점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수년전 한 신문의 연예면에서 난감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 가수가 오랜 침묵 끝에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날마다 열편가량의 비디오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는데, 온갖 장르의 영화를 모두 보았기에 더 이상 볼 영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나름대로 영화에 대한 관점이 생겼고, 따라서 이제부터는 영화 평론가로 활동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쓴웃음을 짓게 하는 노릇이었다. 문화 연구는 한곳에 머물지 않고 이동을 하게 된다. 특성상 마땅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시대상황이나 환경, 사회적 조건 등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이동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정치적이었다가, 어떤 때에는 예술적으로, 또는 일반적인 것이었다가도 역사와 연계되는 식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 연구는 아무렇지 않게 느끼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은 것이다. 비록 문화연구가 ‘반 규율´적인 속성이 있다고 해도, 이러한 무분별한 발상을 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코디최 문화이론가·화가
  • [홍두식의 루어낚시 따라잡기]파로호 ‘빅 배스’ 낚시

    [홍두식의 루어낚시 따라잡기]파로호 ‘빅 배스’ 낚시

    유난히 따뜻한 겨울 날씨 덕에 결빙이 되지 않은 곳이 많아서 예년과 달리 ‘배스 낚시인들’의 출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강원도 화천에 있는 파로호는 배스낚시보다 쏘가리 낚시터로 유명한 곳. 최하류의 구만리 선착장 주변에서는 야생 송어도 함께 노릴 수 있다. 보통 겨울에는 수심이 깊은 곳을 겨냥한 보트낚시만 가능했지만, 요즘엔 햇볕이 잘 들고 수온이 빨리 오르는 얕은 지역에서도 의외로 ‘빅 배스’들이 자주 출몰하고 있다. 물줄기는 크게 북한강과 양구쪽으로 나뉜다. 중류지역인 상무룡리와 월명리, 하류지역은 태산리 등이 배스낚시 포인트로 유명하다. 수온이 크게 떨어져 있는 아침보다는 오후 시간대를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 햇살이 다른 곳보다 일찍 비치고 지속적으로 내리쬐는 양지 바른 포인트를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따뜻한 물이 유입되는 골 안쪽, 급격하게 떨어지는 깊은 수심대와 연결돼 배스가 언제든지 대피할 수 있는 얕은 지형을 유심히 관찰한 다음 낚시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배스는 경계심을 많이 갖기 때문에 얕은 곳에 진입할 때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연안에 가까히 가기 전, 멀리서 캐스팅하는 것도 한 요령이다. 낮은 수온에서는 입질이 매우 약하다. 바닥을 아주 천천히 끌다 정지했을 때 조금이라도 툭∼ 하는 느낌이 있거나 약간 묵직하다 싶으면 후킹을 해주어야 한다. 미세한 입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손목과 낚싯대 끝에 신경을 집중해야만 한다. 바늘도 가능한 한 돌출된 훅을 써 주어야 유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밑걸림과 채비 손실은 감수해야만 한다. 깊은 지역에서는 메탈지그나 스푼을 많이 사용하지만, 장애물이 많은 얕은 지역에서는 걸림이 심하기 때문에 웜 또는 정지 액션을 연출하는 하드 베이트가 적합하다. 화천호는 4∼5년전까지만 해도 배스낚시터로 각광받던 곳이었지만, 유해 어종 퇴치라는 명목하에 계속된 배스 수매로 인해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 있는 상태다. 루어낚시 동호인이 급격히 불어나는 추세에 비해 대상 어종이 자꾸 줄어드는 것을 보면 스포츠피싱의 대명사로 불리는 배스낚시터로의 활용에 대해 심도있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라팔라·에코기어 스탭
  • 알몸도둑 잡은 탐사로봇

    알몸도둑 잡은 탐사로봇

    벌거벗은 채 빗물 배출관으로 도망친 도둑이 ‘하수관 탐사 로봇’에게 붙잡혔다. 30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쯤 중계동 상계백병원 종합검진실에서 한모(57)씨가 혈액검사를 기다리던 박모(69·여)씨의 손가방을 훔쳐 달아났다. “도둑이야.” 박씨의 비명에 시민들이 한씨를 쫓기 시작했다. 한참을 도망치던 한씨는 시민들에게 옷덜미를 붙잡히자 점퍼를 벗어 던졌다. 이어 허리띠를 붙잡히자 바지까지 벗고 달렸다. 결국 시민들의 끈질긴 추적에 속옷에 신발까지 모두 벗고 도망가던 한씨는 알몸으로 병원 주변 당현 1교 아래 빗물 배출관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배출관은 직경이 한 사람이 겨우 기어다닐 수 있을 만한 60㎝에 불과했지만 한씨는 손발에 상처를 입어가며 필사적으로 기어 도망갔다. 예상치 못했던 저항에 당황한 경찰을 도운 것은 다름 아닌 하수관 탐사로봇. 경찰의 부탁을 받은 관할 노원구청이 배출관 도면과 함께 가지고 왔다.CCTV와 바퀴 6개가 달린 이 로봇은 노원구청이 1500만원을 주고 사들인 것으로, 원래 하수관의 막힌 곳이나 불법으로 뚫린 곳을 찾는 임무를 맡고 있다. 길이 60㎝에 높이 40㎝, 무게 15㎏의 소형이지만 사람은 들어가기 어려운 곳을 최대 150m까지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동영상을 찍어 실시간으로 조종자에게 보낸다. 로봇을 투입한지 4시간이 지난 오후 2시50분쯤. 로봇이 보낸 화면에 알몸 차림으로 추위에 덜덜 떨며 웅크리고 있는 한씨가 나타났다. 경찰은 가까운 맨홀을 통해 들어가 한씨를 설득,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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