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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문명의 뿌리,‘동양역학’에 있다

    현대문명의 뿌리,‘동양역학’에 있다

    지난 시간에는 역학에 대한 이해와 서양과 동양에서 역학의 의미에 대해 알아 보았다. 이번에는 현대 문명의 눈부신 발전이 수학에서 비롯된 서양과학의 발달 덕분이라고 믿고 있는 독자들에게 현대 문명의 뿌리가 동양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보기로 한다.  컴퓨터, 휴대전화, 자동차, TV 등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현대문명의 뿌리가 서양이 아닌 동양에서부터 비롯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고대 동양 문명이 서양으로 전파된 시기는 언제이며 어떻게 전파되었는가에 대해서 알아보자. 자료부족으로 인해 그에 따른 역학의 유래는 자세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문헌에 따르면, 환웅의 막내아들인 ‘태우’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날 태우는 삼신이 강령하는 꿈을 꾼 후 백두산에서 천제를 지내고 내려오다가, 송화강에서 나온 용마의 등에 나타난 상을 보고 하도와 팔괘를 처음 그려 역(易)의 창시자가 된다.  이 시기 고대 중국은 일개 약소국에 불과해, 강대국인 우리나라의 문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형편이었다. 이후 상과 수로 상징되는 하도와 팔괘가 만고불변의 진리로 세상에 드러나면서 역학의 도맥으로 문왕, 주공, 공자를 거쳐 이어지기에 이른다. ●고대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파된 시기는 언제이며, 어떻게 전파되었는가?  약 4000여 년전, 우나라의 임금이 치수공사를 하던 중에 물속에서 기어 나온 거북이 등에 있는 무늬를 보고 낙서를 했다. 낙서의 수를 그대로 옮기면 3차 마방진이 되는데, 가로•세로•대각선의 합계가 모두 15가 된다.  마방진은 한마디로 숫자 속에 숨겨진 우주의 질서를 의미하는데, 그 후 사람들은 마방진의 신비한 이미지에 매혹되었고, 인도•페르시아•아라비아 상인들에 의해 비밀스럽게 중동•유럽으로 전해지게 된다. 이는 서구문명에 지대한 발전을 가져오게 했고 수학이라는 개념을 기초로 한 과학이라는 또 다른 힘을 가져다주게 된다.  이에 따라 서구문명의 발전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수학이라는 막강한 힘을 키워주게 되고 컴퓨터, 휴대전화, 자동차, TV 등 현대 문명의 이기들을 탄생시킨다. 근대수학의 발전에 초석을 다진 대표적인 인물로는 B.C 532년경에 활동한 피타고라스이다. 에게해의 사모스섬에서 태어난 그는 이집트에서 유학하는 동안 동양으로부터 전해진 낙서, 마방진 등의 지식을 얻게 되었고, 이후 이탈리아 남부에 정착하기에 이른다.  탈레스는 우주의 근본을 물이라 보았고,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라고 본 데 반해, 피타고라스는 우주의 근본을 수라고 정의하게 된다. 그는 수, 수적 비례, 그리고 조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수는 만물의 척도’라고 했으며, 사물은 수들로 구성되어 있고 수는 사물과 닮아, 사물 그 자체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라 수학을 기초로 한 과학은 수학 때문에 발전한 것이고 수학의 원리야말로 만물의 원리를 담고 있는 동양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수학자들도 수천 년 동안 숫자의 합이 일정한 마방진에 관심을 가졌으면서도 아직까지 명쾌한 답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내부의 숫자들이 제멋대로 존재하지 않듯, 이름 모를 잡초라 할지라도 마방진의 숫자처럼 제 위치에서 전체 조건 값에 참여하면서 질서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팔괘에서 시작된 이진법의 원리처럼 말이다.  그 신비한 성질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인지 실체가 무엇인지 설명이 불가능하다. 비록 서양의 수학이 동양의 상수원리에 일관된 뿌리를 두고 발전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수학의 기본개념이 동양의 역학으로 상수원리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령 팔괘의 행렬은 선형방정식의 해법이고, 그 순열조합은 확률론과 게임이론의 기초가 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만물은 무한한 것과 유한한 것이 종합하여 생성하는 것이니, 이것은 수의 홀수와 짝수가 결합하여 변화하는 것과 동일한 원리라고 피타고라스가 정의 한 것처럼 복잡한 수식을 떠나 수학은 인류문명사를 통해 예술·철학·종교·사회·과학에 개입하면서, 문화의 또 다른 부분들과 연결되어 살아있는 귀중한 사고 덩어리들로 형성된 셈이다.  이러한 모든 정황을 살펴 볼 때, 고대 서양에서도 수에 대해서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상수원리와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양역학 즉 과학이 거대한 우주와 대자연을 근본으로 하고 있는 것은 동양역학의 뿌리를 기초로 초석을 다져왔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는 결론이다.   도움말 동방대학원대학교 문화교육원 명리학과 노재환 교수
  • [길섶에서] 대추나무/노주석 논설위원

    동네 주택의 대추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모습을 보고 잠깐 상념에 빠졌다. 어렸을 적 선친이 새로 이사간 아파트 뜰에 심은 대추나무가 생각나서다. 가족 모두 아파트에 대추나무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심드렁했지만 선친은 기어코 심으셨다. 대추(棗)는 밤(栗), 감(枾)과 함께 혼례상이나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3실과’ 중 으뜸으로 친다. 씨가 하나인 대추는 왕, 밤은 한송이에 항상 세톨이 들어 있으므로 삼정승, 씨가 여섯개인 감은 육판서를 각각 상징했다. 폐백례 때 시어머니가 신부의 치마폭에 세가지 과실을 던져 주는 까닭이다. 꽃이 피면 반드시 열매를 맺고 익기 전에는 잘 떨어지지 않는 대추는 자손 번창을 상징한다. 밤은 3년 동안 뿌리에 매달려 있다고 하여 효를 나타 낸다. 감은 부부금실의 표상이다. 감씨를 심으면 감나무가 되지 않고 고염나무가 되는데 이 고염나무에 감나무를 접붙여야 감나무가 되기 때문이다.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이라 했던가. 선친께서 대추나무 한 그루 심은 뜻을 알 것 같기도 하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주정꾼 하수구서 니나노

    부산(釜山) 동래(東萊)에서 3월 21일 상오 11시 냄새 퀴퀴한 하수구속에 처박힌 주정꾼을 빼내느라고 온동네가 법석. 21일 새벽 김모씨(35·경남 의령(宜寧)군 의령(宜寧)면)는 『여보, 방이 왜이래? 추워…』어쩌구 하며 깊이 1.5m, 폭 50cm의 좁은 하수구속으로 기어 들어 갔겠다. 구정물을 버리기 위해 나왔던 동네 아낙이 느닷없이 하수구안에서 니나노가락이 나와 질겁해서 경찰에 신고. 동네 주민들이 몰려나와 김씨를 구출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갖고있던 2홉들이 소주를 홀짝거리며 자꾸 안으로 기어들어 가기만. 상오 9시 30분께 신고를 받고 달려온 역잔파출소 김수갑(36) 소장이 노끈과 「플래시」를 준비, 구정물을 뒤집어 쓰며 잠입, 천하태평으로 누워있는 모주꾼의 발에 노끈을 묶어 간신히 끌고나와 입원시켰던 것. 밖으로 나온 김씨를 무려 2홉들이 소주 6병과 사탕 1봉지를 끌어안고 있었는데 5병은 이미 빈병이더라나. 밖에서도 남은 소주 1병을 단숨에 들이키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구정물을 『홀짝 커』. 거기까지도 좋았는데 입원한 뒤에도 『술…술…술이 좋아. 술 좀 줘』하고 고래 고래 악을 쓰더라고. - 술꾼자격은 이쯤 돼야 <부산(釜山)> [선데이서울 71년 12월 26일호 제4권 51호 통권 제 168호]
  • [한국인의 질병] (54) 강박증

    [한국인의 질병] (54) 강박증

    앞으로 50년이 지나면 정신과 질환이 암 등의 난치성 질환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환자가 많은 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만큼 환자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다. 특히 ‘강박증’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환자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마음의 병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47) 교수를 만나 강박증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강박증이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머릿속에 계속 반복적으로 불쾌감이나 불안감 등이 떠오르고 그 고통을 참을 수 없어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병을 말한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강박관념’이라고 한다. 아무것도 몸에 닿지 않았는데 마치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이 계속 드는 것과 같은 증상이다. ●환자 절반이 청결에 집착 강박증 환자의 절반 정도는 지나치게 청결에 집착한다. 무엇인가 흐트러져 있으면 반드시 바로잡고야 만다. 손을 수백번씩 씻거나 샤워를 하루에 5∼10번씩 하는 환자도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균이 자신에게 달라붙어 병에 걸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강박증 환자 중에는 청결에 집착하는 사람이 가장 많지만 문단속, 가스 잠그기 등에 집착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 반복적으로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죠. 성적인 상상이 저절로 떠오르는 환자도 많아요. 어떤 물건이 있으면 상하좌우 대칭을 맞춰야 하는 환자도 있지요.” 강박증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해 생긴다.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증상이 더 악화된다. 경제적인 실패, 정신적인 충격 등이 강박증을 부르는 중요한 원인이다. 예를 들어 성폭행을 당한 뒤 손을 계속 씻는다든지, 갑자기 해고당한 뒤 책상을 지나칠 정도로 깨끗이 정리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나이들면 발병 거의 없어 남녀 발병률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청소년기에는 남성의 발병률이 약간 높다. 학계에 따르면 강박증 환자의 평균 나이는 20세로, 남녀 통틀어 중장년층보다 청소년 환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강박증의 두가지 전형적인 증상은 ‘양가감정’(兩價感情)과 ‘마술적인 사고’다. 양가감정은 어떤 일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마술적인 사고는 어떤 상상을 했을 때 그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나, 그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말한다. 이 두가지만 놓고 보면 유·소아기에도 일부 강박증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린이의 뇌는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상상이 곧 현실로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종종 나타나기 때문이다. “보도블록 위를 걸어갈 때 한가지 색깔만 밟고 가는 아이가 있죠. 같은 색깔만 밟으면 어떤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어린이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강박증 환자로 볼 수는 없어요. 강박증은 뇌가 어느정도 성장했을 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강박증 환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뒤 병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환자가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강박증을 ‘비밀의 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강박증을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돼 완치가 거의 불가능해질 수 있다. 실제로 전체 강박증 환자의 25%만 완치된다. 나머지 45%는 부분적으로 증상이 완화되고 30%는 치료해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 ●초기 환자는 상담·행동치료 초기에 병원을 방문하면 약을 먹지 않고 상담이나 행동치료를 통해 병을 치료할 수 있다. 행동치료는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스스로 억제하도록 돕는 치료법이다. 청결에 집착하는 환자에게 더러운 물건에 손을 대도록 하고, 이후 일정 시간 동안 참는 습관을 갖게 하는 방식이다. 손을 10차례 씻으면 3차례만 씻도록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일을 하도록 돕는다. 점차 횟수를 줄여가면서 억제력을 높이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나타난 지 5∼10년이 지난 환자에게 행동치료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아 강박증이 심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환자에게는 우울증 치료제나 정신분열병 치료제 등을 처방한다. 최근에는 신약이 많이 개발돼 강박증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강박증은 귀신들린 병이나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기도로 해결할 수 있는 병이 아니란 뜻입니다. 가능한 한 일찍 병원을 찾아 약을 먹거나 상담을 받으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습니다.” ●보험가입 거부 등 편견 사라져야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사회생활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많다. 일부 민간생명보험사에서 정신과 진료 기록을 들어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사례가 있는 등 사회적인 편견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가 반드시 바꿔야 할 대목이다. “정신과 학계가 나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준비하고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은 줄어들지 않고 있어요. 강박증은 자살과 거의 관련이 없지만 보험가입을 거부당하고 있지요. 우리 사회가 환자들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야 합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9) 봄꽃놀이와 단풍놀이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9) 봄꽃놀이와 단풍놀이

    계절이 바뀌면 어떤 일이 가장 먼저 하고 싶은가? 가을이 되었다 하면 변한 계절을 확인하고 싶다. 일상을 벗어나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싶은 법이다. 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일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동일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저만치 두고 빠져나오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평소 보지 못한 풍경을 보고 감탄하면서 일상의 괴로움을 잠시나마 잊으려 한다. 이건 지금이나 옛날이나 다를 바 없다. 이제 신윤복의 ‘젊은이들의 봄꽃놀이’(그림1)를 보자. 그림 왼쪽 위의 바위에 진달래가 피었다. 봄인 것이다. 그림의 상단부에는 젊은 청년 둘이 좌우로 배치되어 있고, 중간에 말을 탄 젊은 아가씨가 둘이 있다. 하단부에는 젊은 아가씨가 말을 타고 오고 있다. 봄바람에 장옷이 나부낀다. 뒤에는 역시 잘생긴 청년이 바람을 맞으며 따르고 있다. 남자는 이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하단부의 말은 아직 어린 티가 물씬 나는 사내아이가 말을 끌고 있고, 상단부의 왼쪽 끝에는 채찍을 든 말구종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따르고 있다. ●기생에게 꽃 꺾어주고 담뱃불 붙여주고 상단부의 젊은이 둘과 하단부의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기로 한 사이인지는 알 길이 없다. 진달래가 피는 봄이 되니, 마음이 울렁거려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는 기생들과 약속을 하여 야외로 나온 것이다. 야외에 나와 보니 진달래는 피어 있고, 아가씨는 한없이 어여쁘다. 진달래 핀 언덕을 지나니, 아가씨들이 꽃을 꺾어 달란다. 그래서 꺾어 아가씨 머리 위에 꽂아 주었다. 앞에 선 아가씨가 담배를 피우자, 뒤의 아가씨도 자기 짝에게 담배를 달란다. 그래서 뒤의 젊은이는 담뱃불을 붙여 건넨다. 기생에게 담뱃불을 붙여 주다니,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하지만 청춘 남녀가 좋아하면 모든 사회적 금제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시대를 초월해서 꼭 같은 법이다. 앞의 젊은이는 또 어떤가? 이 젊은이가 쓰고 있는 모자를 유심히 보라. 이건 벙거지다. 원래 벙거지는 하인배들이나 쓰는 물건이다. 그림의 오른쪽을 보면, 맨상투 바람의 얼굴이 시커먼 시무룩한 표정의 사내가 따라오고 있는데, 이 사내가 원래 말을 끌고 다니는 말구종이다. 봄날 주인 양반이 아가씨를 태우고 봄놀이를 나와 흥이 오른 끝에 이렇게 말한다.“이봐, 오늘은 내가 말구종을 할 터이니, 너는 뒤에 그냥 따라만 오면 되겠어.” 그러고는 말구종의 벙거지를 낚아채고 자기 갓을 넘겨준다. 말구종 주제에 어떻게 양반의 큰 갓을 쓰겠는가? 그러니 손에 들고 따를 수밖에. 갓은 처치 곤란이고, 말을 끄는 일은 양반이 대신하고 있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 얼굴이 시커먼 것은 원래 말구종 노릇 하느라고 햇볕에 그을려 그런 것이지만, 시무룩한 것은 난처한 처지 때문이다. 어쨌거나 젊은이들의 봄날 유쾌한 정취를 절묘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림(2) 역시 신윤복의 ‘단풍놀이’다. 이 그림은 가을의 단풍놀이를 그린 것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뒤쪽 가마꾼의 뒷덜미에 단풍잎이 꽂혀 있지 않은가? 바람에 흔들리는 갓을 잡고 있는, 잘생긴 젊은 남자는 돈깨나 있는 양반집 자제임이 분명하다. 바람이 선뜻 불어와 옷깃이 휘날리는데, 속을 보니 누비배자를 입고 있다. 여자는 여염집의 규수가 아니라, 기생이나 첩이다. 아니면 남편 앞에 담뱃대를 물 수가 없다. 또 여자가 타고 있는 것을 가마바탕이라 하는데, 이것은 기생과 같은 천한 여자의 나들이용이다. 뚜껑이 있는 가마, 즉 유옥교는 양반의 부녀자만 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덧붙여 말하자면, 가마꾼들의 어깨를 유심히 보면 끈이 보일 것이다. 이렇게 끈을 묶어 어깨에 메고 이 끈으로 가마의 무게를 받는다. 손에는 무게를 받지 않는다. 뒤 가마꾼이 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서울 시전(市廛)에는 이런 가마바탕이나 가마를 빌려주는 가게가 있었고, 가마꾼도 살 수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택시인 셈이다. 이 그림들은 대개 서울의 유산풍속을 그린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의 서울은 공해에 찌들고 콘크리트에 덮인, 자연이라고는 거의 찾을 수 없는 도시가 되었지만, 신윤복이 살던 그 시대는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는 도시였다. 인구도 적었다. 지금 서울 인구는 1000만명을 넘지만, 조선시대 서울은 인구 20만명 내외의 작고 아담한 도시였다. 인왕산 낙산 남산과 곳곳의 숲이 어우러진 도시였다.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찾아가 놀 수 있는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조선전기 성종 때의 관료였던 성현(成俔)의 말을 들어보자. 서울 성중에 아름다운 경치가 적기는 하지만, 그중 놀 만한 곳은 삼청동이 가장 좋고, 인왕동이 그 다음이며, 쌍계동(雙溪洞)·백운동(白雲洞)·청학동(靑鶴洞)이 그 다음이다. 그러고는 다시 동네를 하나하나 소개하는데 다 들을 것은 없고 삼청동만 들어보자. 삼청동은 소격서 동쪽에 있다. 계림제에서 북쪽은 맑은 샘물이 어지러이 서 있는 소나무 사이에서 쏟아져 나온다.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산은 높고 나무들은 조밀한데, 깊숙한 바위 골짜기를 몇 리 못 가서 바위가 끊어지고 낭떠러지를 이룬다. 그 밑은 물이 괴어 깊은 웅덩이를 이루고, 그 언저리는 평평하고 넓어서 수십 명이 앉을 만한데, 키 큰 소나무가 엉기어 그늘을 이룬다. 그 위의 바위를 에워싸고 있는 것은 모두 두견과 단풍잎이니 봄과 가을에는 붉은 그림자가 비쳐 벼슬아치들이 많이 와서 논다. 그 위로 몇 보를 가면 넓은 굴이 있다. ●서울 성중에 삼청동이 가장 놀기 좋은곳 어떤가. 삼청동만 들었지만, 이런 장소는 곳곳에 있었다. 성현은 도성 밖의 아름다운 산수로 장의사 앞 시내, 홍제원 일대, 모화관 일대, 남산 앞쪽의 이태원 들판, 서쪽의 진관·중흥·서산의 골짜기, 그리고 북쪽의 청량·속개 등의 골짜기와 동쪽 풍양과 남쪽의 안양사 같은 곳을 놀기 좋은 곳으로 꼽았다. 알 만한 지명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모두 지금의 서울 안에 있는 곳이다. 조선후기에도 서울 시내 곳곳이 꽃놀이를 하는 곳으로 손꼽혔다. 유득공의 ‘경도잡지’에 의하면, 필운대의 살구꽃, 북둔(北屯)의 복사꽃, 동대문 밖의 버들, 천연정(天然亭)의 연꽃, 삼청동·탕춘대(蕩春臺)의 수석(水石)에는 꽃과 산수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몰렸다고 한다. 특히 서울 성의 주위 40리를 하루 동안에 두루 돌아다니고 성 내외의 꽃과 버들을 다 본 사람을 제일로 꼽았으므로, 꼭두새벽에 출발하여 해질 무렵에 정해진 곳을 다 도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는 3월이면 필운대의 살구꽃, 북둔의 복사꽃, 흥인문 밖의 버들이 가장 좋은 곳이고, 여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하였다. 이런 경치 좋은 곳에는 당연히 정자가 있었다.19세기 중반에 쓰인 ‘한양가’를 보면 수많은 놀이처와 정자, 누대를 소개하고 있다.“각색 놀음 벌어지니 방방곡곡 놀이처다/ 놀이처 어디맨고 누대 강산 좋을시고/ 조양루 석양루며 명설루 춘수루와/ 홍엽정 노인정과 송석원 생화정과/ 영파정 춘초정과 장유헌 몽답정과/ 필운대 상선대와 옥유동 도화동과/ 창의문 밖 내달아서 탕춘대 세검정과/ 족한정 탁영정과 별영 안 읍영룰다.” 여기 등장하는 허다한 정자는 모두 실제 서울에 있던 것들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서울, 걸어서 다닐 수 있었던 서울은 이제 모두 사라졌다. 봄과 가을 꽃놀이, 단풍놀이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놀이 자체가 이미 의식화,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숙제하듯 해치워야 한다. 비용을 생각하면 장소를 정하고 숙소를 구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장소와 숙소가 결정되면 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에 오른다. 한없는 인내심으로 차량의 바다를 항해한 끝에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제 단풍나무보다 사람의 검은 머리로 채워진 더 큰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갖고자 했던 휴식은 증발한 지 오래다. 우리의 삶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나를 움직인 한 마디] 네가 봤어?

    [나를 움직인 한 마디] 네가 봤어?

    ”네가 봤어?” 이 한마디는 어린 시절 나를 적어도 다섯 살은 겉늙게 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고집이 세고 무조건 내 말이 옳았던지라 친구들은 웬만해선 나에게 우기려고 들지 않았다. 내 말이 백번 옳아서가 아니라 기어코 내가 이겨야만 논쟁이 끝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친구만은 달랐다. 공부를 잘했던 성대일이란 친구는 나와 말싸움을 벌였다 하면 끝까지 그럴싸한 근거를 대며 날 압박해오곤 했다. 그렇게 서로 우기기 논쟁을 벌이던 어느 날, 친구가 대뜸 나에게 “지구가 둥그냐”라고 물었다. “바보야, 지구는 둥글지!” 나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논쟁은 계속됐다. “네가 봤어.” “야, 그걸 꼭 봐야 아냐. 달 착륙 사진에도 나오잖아. 그 사진이 조작된 거라면 어쩔 건데.” 순간 나는 주춤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만고불변의 진리인데, 그걸 뭘 보고 말고 하나.’ 그러나 열두 살의 우리에겐 어떤 사실을 가지고 우기기 전쟁에 임할 때 ‘직접’ ‘본’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내게 그 말을 했던 친구도 지구가 네모나 마름모꼴이라고 우긴 것은 아니었다. 단지 한마디도 지지 않는 내가 미워서 그랬을 터다. 어쨌든 그날 우기기는 내가 졌다. 내 눈으로 보지 못한 게 너무도 분명했으니. 친구가 내게 던진 “네가 봤어?” 이 한마디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혹 잘못된 것은 아닐까?’ 되짚어 보며 내가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반대하는 것도 다르게 생각해보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 말은 마흔이 다 되어가는 요즘에도 내 머릿속에 강력하게 살아남아 생활 곳곳에 적용되고 있다. 유언비어를 터뜨리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할 때도 이 말을 생각한다. “네가 봤어?” 또 사랑하는 아들딸이 안타깝게도 나를 쏙 빼닮아 자기주장이 강하고 남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기기 선배로서, 꼭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네가 봤어?” 배칠수_ 1999년 수퍼보이스탤런트 선발대회를 통해 데뷔한 후 성대모사의 달인으로, 라디오 디제이로, 종횡무진 방송가를 누비고 있는 방송인입니다.
  • [주말탐방] 김정은기자 은평 녹번 119안전센터 소방관 체험 12시간

    [주말탐방] 김정은기자 은평 녹번 119안전센터 소방관 체험 12시간

    “신이시여! 업무의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강렬한 화염속에서도 한 생명은 구할 수 있는 힘을 제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떨고 있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소방관의 기도 중)” 지난달 19일 밤 10시 소방대원의 생활을 함께 체험하기 위해 서울 은평소방서 녹번 119안전센터를 찾았다.1층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동판에는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 6명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동판 아래는 순직한 소방관들을 기리는 추모시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8월20일 발생한 대조동 나이트클럽 화재에서 순직한 소방관 3명도 녹번 119안전센터 소속이었다. 이준용 부센터장이 기자에게 주황색 기동복을 건넸다.“‘1일 소방대원’으로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그렇게 소방서에서의 12시간이 시작됐다. ●오후 10시30분 1차 출동 “응암3동 ○○번지 응급환자 발생, 녹번 구급 출동” 1일 소방대원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피커를 타고 출동 지시가 떨어졌다. 번개처럼 내달리는 조기원 소방장, 이용승 소방교, 김영훈 소방사의 뒤를 따라 허겁지겁 구급차에 올랐다. 주소, 환자 상태, 전화번호 등이 기록된 출동지령서를 든 구급대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조기원 소방장은 은평구 지역 지도와 내비게이션을 번갈아 체크했다. 조 소방장은 구급차 운전을 담당하는 이용승 소방교에게 최단 이동경로를 실시간으로 안내했다. 김영훈 소방사는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어 환자 상태를 물어봤다. 구급차가 멈춰선 현장에서는 부모와 말다툼을 한 17살의 여고생이 양주 1병을 마시고 계단에 누워 있었다. 소방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하려 하자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그 와중에도 김 소방사는 여고생의 산소 농도 등을 파악했다. 여고생은 병원에 도착해서도 침대를 걷어차고, 링거에 연결된 호스를 떼어내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병원 관계자는 소방대원들에게 “도저히 치료가 불가능하니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했다. 난감해진 소방대원들은 병원에 하소연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하는 수 없이 찾은 다른 병원에서는 다행히 여고생을 진료했다. ●“또 그 학생이야?” “응암3동 ○○번지 응급환자 발생, 녹번 구급 출동” 새벽 1시12분 두번째 출동 지시가 내려졌다. 구급차에서 위치를 확인하던 조 소방장이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아까 출동했던 그 여고생 집이군.”여고생은 두번째로 찾은 병원에서도 쫓겨난 것이다.3분만에 도착한 현장에서는 여고생이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119 구급차량은 정말 위급한 사람들을 위해서 1초라도 빨리 출동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시민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어요.” 조 소방장이 한숨을 내쉰다. ●불길한 예감 ‘여고생 소동’이 끝난 지 40여분만에 세번째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응급환자 발생 신고였다. 김영훈 소방사의 표정이 좋지 않다. 출동지령서에 적힌 “어머니의 의식이 없다.”는 신고내용 탓인 듯하다. 구급대원들은 응급 의료기기를 챙겨 지하에 있는 신고자의 집으로 들어갔다.80대로 보이는 백발의 할머니가 입을 벌린 채 고이 누워 있었다. 구급대원들이 부랴부랴 응급처치에 나섰지만 노인의 맥박은 이미 멎어 있었다. 뒤이어 도착한 병원 직원에게 시신을 인계하는 구급대원들의 표정은 한없이 어두웠다. ●아스팔트에는 피가 흥건하게… 새벽 4시33분.“은평구 홍제역 2번 출구 앞 교통사고 발생” 이번엔 교통사고 출동이다. 현장으로 달려가는 119 구급차 안은 매번 긴장감이 감돈다. 출동 5분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무단횡단하던 30대 남성이 달리는 차량에 부딪힌 사고였다. 부상자는 머리가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 아스팔트 위로 피가 흥건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행히 의식이 있었다. 구급대원들이 급히 환자의 목과 허리에 부목을 댔다. 김 소방사는 이동중인 구급차 안에서 줄곧 지혈 작업을 했다. 인근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조 소방장과 이 소방교가 환자를 병원 응급실로 급하게 옮겼다.“천만다행입니다.”이 소방교가 한숨을 돌린다. ●새우잠, 그리고 다시 출동 두시간 정도 잤을까. 오전 6시28분쯤 적막을 깨는 스피커 소리에 기자도 새우잠에서 깼다. 몇번 출동한 탓인지 방송을 듣자마자 눈은 자동으로 떠졌고, 몸은 어느새 구급차로 향하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60대 노인을 긴급 이송하는 임무였다. 현장에서는 한 여성이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아내가 말다툼 뒤 30분째 바닥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고 이렇게 울고만 있다.”고 말했다. 구급대원들은 울고 있는 부인의 혈압을 체크했다. 고혈압 증세가 나타났다. 혈관 내 산소농도를 측정하려던 순간 울고 있던 부인이 갑자기 “병원까지 갈 정도는 아니다. 구급대원들이 새벽에 이렇게 달려왔는데 정말 미안하다. 돌아가 달라.”고 했다. 구급대원들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김 소방사는 “부부싸움을 한 뒤 119에 신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모든 신고마다 반드시 출동해야 하니 가끔 구급대원들이 부부싸움을 말리는 진풍경도 벌어진다.”며 웃었다. ●순직자를 위한 묵념의 시간 지령실 시스템이 궁금해서 아침에는 지령실을 찾아봤다. 지령실은 119에 걸려오는 신고전화를 토대로 관할지역의 출동을 소방서 건물 전체에 알리는 일종의 방송실과 같은 곳이다. 아침 8시46분에 한 소방대원이 마이크를 잡는다.“대조동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고인들을 위해 1분간 묵념합니다.”구슬프고 장엄한 음악이 119안전센터에 가득하게 흘렀다. 사고 당일 당직 상황책임관이었던 조기태 소방관은 “고인들의 49재(이달 7일)까지 묵념은 매일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어이 화재 발생 “은평구 불광3동 △△번지, 화재 발생” 오전 9시19분. 화재가 발생했단다. 소방서 건물 전체가 술렁거렸다. 근무 교대중이던 소방대원 42명 전원이 일사불란하게 소방차량에 탑승했다. 펌프차 4대, 탱크차 5대, 굴절사다리, 지휘차, 구급차 등 14대의 소방차량이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면서 현장에 출동했다. 도로를 걷던 시민들은 소방차 행렬을 놀란 듯이 쳐다봤다.“휴∼” 다행히 큰 불이 아니었다.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담배꽁초로 인한 소규모의 화재였고, 부상자도 없었다. 소방대원들은 5분여만에 잔불까지 모두 진화했다. 전날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10시까지 12시간 소방관 체험을 하는 동안 출동 횟수는 아홉번. 무거운 소방복에 어깨와 허리가 뻐끈했다. 하룻밤도 이렇게 힘든데…. 위험에도 불구하고 소방업무를 천직으로 여기고 묵묵히 일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은 무척 늠름해 보였다. 그들이 있기에 가을과 겨울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듯했다. 글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소방대원 3교대근무 “만족” 서울 3곳 시범운영… 내년초 확대될 듯 “소방공무원 생활 18년 만에 처음으로 다른 직장인들처럼 오후 7시 퇴근이 가능해졌어요. 전국 모든 대원에게 3교대 근무가 이뤄지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8월20일 서울 은평구 대조동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가 은평소방서 녹번 119안전센터 소속 소방관 3명이 목숨을 잃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소방공무원들의 살인적인 2교대(24시간 근무 후 24시간 휴식) 근무시스템이 지적됐다. 서울소방본부가 지난달 19일부터 서울 소재 22개 소방서 중 2007년 출동건수 상위 1∼3위인 종로·중부·강남소방서를 대상으로 3교대 근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소방본부 소방행정과 관계자는 “올해부터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이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들었지만 대부분의 소방공무원들은 여전히 주 84시간(2교대)의 강도높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내년 2월쯤 소방조직정밀진단팀(TF)의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며, 인건비 등을 감안해 점차 3교대 근무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3교대 근무가 시행되고 있는 종로·중부·강남소방서의 대원들은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종로소방서 송호정 소방장은 “3교대 근무 전환 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11년만에 처음 오후 7시에 퇴근했다.”고 말했다.18년째 소방관 생활을 하는 중부소방서의 박병수 소방장도 “3교대가 이뤄지면서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말했다.3교대 근무가 전국의 모든 소방대원으로 확대될 그날을 소방대원들은 기다리고 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91) 강화도의 비극

    [병자호란 다시 읽기] (91) 강화도의 비극

    강화도가 함락될 때 김경징, 이민구, 장신 등 조선군의 최고위 지도부는 바다로 도주하여 목숨을 부지했다. 강화도 방어를 책임진 그들은 멀쩡했지만, 그들의 무책임한 행동은 연쇄적인 비극을 불렀다. 그들의 가족을 포함하여 강화성에 있던 피란민들은 모두 ‘도마 위의 고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청군은 성을 점령한 직후 군사들을 시켜 성호(城壕)를 헐어 버리고 행궁(行宮) 관사를 불태운 뒤, 성안에 있던 남녀노소들을 끌어냈다. 강화도의 이곳저곳에서 처참한 장면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도망간 김경징, 삼대 여인들 모두 자결 비극의 손길은 먼저 여자들과 아이들에게로 뻗쳐 왔다. 청군이 몰려오자 여자들은 정절을 지키기 위해 도망치다가, 혹은 스스로의 결단에 의해, 때로는 지아비와 아들의 강요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성구(李聖求)와 이지항(李之恒)의 처는 청군의 손에 죽었다. 권순장(權順長)과 그 집안 여자들의 죽음은 특히 참혹했다. 권순장은 김상용과 함께 불붙은 화약 더미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 권순장의 아내는 자신의 목을 매기 전 세 딸을 먼저 목매어 죽게 했다. 권순장의 누이동생 또한 스스로 목을 매 죽었다. 민성(閔 )은 먼저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을 죽이고 자결했다. 비극은 김경징 집안의 여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경징의 모친(김류의 처), 아내(김류의 며느리), 며느리(김류의 손자며느리) 등 삼대의 여인들이 모두 자결했다.‘인조실록’에 따르면 김경징의 아들 김진표(金震標)는 할머니와 어머니를 협박하여 자결하도록 했다고 한다. 자신의 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김진표의 처가 자결하자 김경징의 어머니와 처도 따라서 자결했다는 것이다. 청군에게 포로가 된 사람도 줄을 이었다. 청군은 젊고 고운 여인들을 사로잡느라 혈안이 되었는데 그 와중에 희생자가 속출했다. 진원부원군(晉原府院君) 유근(柳根)의 집에서는 열두 명, 서평부원군(西平府院君) 한준겸(韓俊謙)의 가족은 열한 명이 포로가 되었다. 한명욱(韓明勖), 정백창(鄭百昌), 여이징(呂爾徵), 신익융(申翊隆), 정선흥(鄭善興), 김반(金槃), 이경엄(李景嚴), 한여직(韓汝稷) 등 사대부가의 부인들이 모두 포로가 되었다. 일반 상민들의 피해도 참혹했다. 전쟁이 일어난 직후, 경기도 연안의 백성들 또한 다투어 강화도 주변의 섬으로 밀려들었다. 반상(班常)을 막론하고 ‘섬으로 들어가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퍼져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믿음’과 달리 청군이 상륙하고 강화성으로 몰려오자 그들은 앞다투어 마니산(摩尼山) 등지로 도주했다. 청군은 연일 병력을 풀어 마니산 일대를 수색했고, 백성들은 그 와중에 피살되거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왕세손의 비극 청군에 의한 살육과 자살이 속출하는 와중에 왕세손이 강화성에서 탈출에 성공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왕세손은 바로 인조의 손자이자 소현세자(昭顯世子)와 강빈(姜嬪)의 아들이었다. 인조와 소현세자를 이어 장차 보위(寶位)에 오를 인물이기에 청군이 사로잡으려고 혈안이 된 존재이기도 했다. 청군이 강화성으로 밀려들 때, 강빈은 상민(常民)의 복장으로 변복하고 여염에 몸을 숨겼다. 그녀는 자신의 동생 강문성(姜文星)과 김인(金仁), 서후행(徐後行) 등 다섯 명의 내관(內官)에게 원손을 맡겼다. 그들은 원손을 업고 바닷가로 내달렸다. 청군은 추격해 오는데 내관 김인이 탄 말은 제대로 달리지 못했다. 위기일발의 상황이었다. 그들은 송국택(宋國澤)이 제공한 말로 바꿔 타고서야 겨우 해안에 이를 수 있었다. 마침 해안에는 배를 대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고, 원손은 우여곡절 끝에 교동(喬桐)을 거쳐 다른 섬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젖먹이 시절부터 이렇게 간난신고를 겪어야 했던 원손의 운명은 비극적이었다. 그는 강화성 탈출에는 성공했지만, 항복 이후 볼모가 되어 끌려갔던 아버지 소현세자를 따라 심양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원손은 1645년 귀국했지만 아버지 소현세자는 급사했고, 어머니 강빈은 사약을 받고 죽었다. 그 자신 또한 왕세자 자리에 올라보지도 못한 채 숙부 봉림대군(鳳林大君·효종)에게 밀리고 말았다. 병자호란은 원손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던 것이다. 강화도 공략을 지휘했던 구왕 도르곤(多爾袞)은 강화성 점령 직후 역관 정명수(鄭命壽)와 김돌시(金乭屎) 등을 시켜 항복을 요구했다. 조선 측에서 원임대신 윤방(尹昉)을 보내 요구를 받아들이자, 도르곤은 휘하의 병력을 들여보내 정전(正殿)을 점거한 뒤 성안에 계엄을 실시했다. 그들은 조선 포로 가운데 지체가 가장 높은 세자빈을 엄중히 감시하는 한편, 호서(胡書)가 쓰여진 신표(信標) 수십 개를 만들어 성을 드나드는 조선 사람들을 통제했다. 신표가 있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고 여긴 사람들은 그것을 구하려고 아우성을 쳤다. 도르곤은 강화도에서 사로잡은 왕실과 고관들의 가족을 앞세워 남한산성의 저항 의지를 꺾어놓을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점령 직후, 포로들에게 대한 대우는 괜찮은 편이었다. 특히 강빈 일행에 대해서는 각별히 신경을 썼다. 강빈 일행을 이동시킬 때 병력을 풀어 호위하는가 하면, 지나는 길에 도랑이나 험한 곳이 있으면 길을 수리한 뒤 지나가도록 하는 등 호의를 베풀었다. 청군 가운데 만주병들은 군율이 잡혀 있어서 탐욕과 음란함이 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몽골병이나 한병들은 달랐다. 특히 공유덕과 경중명 휘하의 병사들이 저지르는 겁략이 심각했다. 그들은 몽골병과 함께 곳곳을 뒤져 여자들을 잡아가고, 주단과 패물을 약탈했다. 강화도를 점령 한 지 9일이 되던 날의 정경은 처참했다. 청군은 포로들을 남한산성으로 몰고 가면서 대대적인 노략질을 감행했다. 관청과 여염에 불을 지르고 반항하는 사람들을 도륙했다. 이날의 참상을 기록한 사서에는 ‘시체는 쌓여 들판에 깔리고 피는 강물을 이루었다.’거나 ‘눈 위를 기어다니거나, 죽거나, 이미 죽은 어미의 젖을 빨고 있는 아이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는 등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군율 시행의 난맥상 그렇다면 강화도의 ‘참극’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김경징 등은 어찌 되었을까? 항복 직후, 김경징 등에게 군율을 적용하여 극형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조는 오히려 ‘김경징이 거느린 군사가 적었으며 장신은 조수(潮水) 때문에 배를 통제할 수 없었다.’며 사형은 지나치다고 손사래를 쳤다. 인조는 김경징 등을 서쪽 변방에 유배하는 것으로 그치려고 했다. 언관들의 반발과 비판이 그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에게 사형을 내렸다. 김경징에게는 끝까지 예우를 갖춰 사사(賜死)시켰다. 충청수사 강진흔(姜晉昕)도 참수되었다.‘잘 싸우지 못하여 적으로 하여금 바다를 건너게 했다.’는 것이 죄목이었다. 참으로 억울한 죽음이었다. 김경징이나 장신과 달리 끝까지 청군과 싸우려 했던 그였다. 그를 죽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충청도 수영(水營)의 군관과 병졸들이 대궐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목놓아 울면서 강진흔의 원통한 정상을 비변사에 호소했다. 억울한 죽음을 앞에 두고도 강진흔은 당당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함께 의금부에 갇혀 있던 김경징이 사형 결정 소식을 듣고 목놓아 울었는데 비해, 그는 태연했다고 한다. 오히려 자신이 차고 있던 칼을 옥졸에게 주며 ‘이것은 예리한 칼이다. 이것으로 내 목을 빨리 벤 뒤 네가 가지고 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던 그는 처형을 앞두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김경징의 죽음을 기록한 ‘인조실록´사신(史臣)의 평가는 냉혹했다. 사신은 김경징을 가리켜 한낱 ‘광동(狂童)’이라고 평가했다.‘아는 것이 없고 탐욕과 교만을 일삼아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자식을 김류가 잘못 천거하여 나라도 망치고 집안도 망쳤다.’고 적었다. 하지만 고군분투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 했던 강진흔이 김경징보다 심한 극형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다. 강진흔과 김경징의 죽음. 그것은 분명 군율 시행의 난맥상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지프 ‘랜드로버’ 스포츠카 버전이 있다?

    지프 ‘랜드로버’ 스포츠카 버전이 있다?

    지프 ‘랜드로버’의 스포츠카 버전이 있다? 강한 이미지의 지프 브랜드 ‘랜드로버’(Land Rover)의 스포츠카 버전이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에 소개되어 화제에 올랐다. 랜드로버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한 이 개조차량은 오프로드 자동차광인 토마스 벨(Thomas Bell)과 홀거 칼벨리지(Holger Kalvelage)의 작품. 이들은 랜드로버 모델의 차체와 부품을 이용해 페라리보다 더욱 파워 넘치는 스포츠카를 만들어 냈다. ‘Bell Aurens Longnose’라는 이름의 이 자동차는 랜드로버109 차체를 기반으로 엔진을 교체하고 상부를 걷어낸 뒤 내부 가죽 인테리어를 새로 해 스포츠카로 거듭났다. 큰 핸들을 비롯한 랜드로버의 전통적인 운전석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했으며 그릴과 전조등 역시 1958년에 만들어진 것을 사용해 클래식함을 살렸다. 기어박스와 조종시스템 등에 사용된 부품들은 랜드로버 디펜더 모델의 것을 사용하며 엔진은 8기통부터 12기통, 16기통 엔진 중 선택 장착이 가능하다. 크기는 길이 4.57m, 폭 1.8m이며 최고 사양으로 제작할 경우 최고시속은 200km에 이른다. 가격은 8만파운드(약 1억7000만원) 전후로, 사양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제작자들은 “권위와 스타일을 모두 갖춘 차”라면서도 “하지만 700마력 V16 엔진으로도 시속 200km 이상의 속도에서는 안전상의 문제가 생긴다.”며 최고 속도를 아쉬워했다. 이어 “전투기 엔진을 장착한 ‘스페셜에디션’을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랜드로버 본사측은 대변인을 통해 이 개조차량에 대해 “우리는 이들 사업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사진=데일리메일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자동차플러스] 볼보자동차 튜닝용품 공식판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독일의 볼보 전문 튜닝 브랜드인 하이코 스포르티브와 제휴를 맺고 볼보자동차 튜닝용품 공식판매를 시작했다. 프런트 그릴과 보디킷, 스티커 등의 외장 부품과 알루미늄 페달, 기어 레버, 매트 등을 취급한다.
  • 中 ‘고위층 특별식 파문’ 진화 진땀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인터넷에서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다.‘중앙국가기관 특산품공급센터’라는 기관은 중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이 기관의 주임이라는 주융란(祝蘭)도 가공인물이다.” 중국 정부가 멜라민 분유 파동 와중에 불붙은 ‘고위층 특별식 파문’을 진화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서민의 영·유아들은 독성 분유로 목숨을 잃어가는 마당에 지도층 식탁에는 극상품 유기농 식품이 올려진다는 소문이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소문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국무원노간부활동센터’ 책임자는 26일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의 취재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는 모두 허구”라고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인터넷에 따르면 ‘중앙국가기관 특산품공급센터’의 주융란 주임이 “무농약, 무오염에 방부제나 어떤 화학 첨가제도 포함되지 않은 극상의 유기농 식품을 생산해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 기관은 2005년 4월 설립돼 그 해 8월18일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에서 현판식을 가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AP통신은 25일 이같은 내용을 종합해 “내몽골 초원에서 방목한 쇠고기, 티베트 구릉지대에서 수확한 유기농 차, 백두산 눈을 녹여 재배한 쌀 등이 지도층 식탁에 오르고 있다.”고 보도하여 파문을 확산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쌀은 지린(吉林)성 농업연구소 전문가들 개발하여 극히 소량만 재배되는데,90%는 은퇴한 고위 당직자들이 머무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휴양소에 전달된다는 것이다. 나머지 일부는 시장에서도 판매되는데 보통 쌀의 15배 가격이라고 했다. AP는 “특별식품보급센터가 관리하는 고객은 수백명의 정치 지도자와 그 가족, 공산당 핵심 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언론보도가 나간 이후 고객명단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무원노간부활동센터는 “이런 기관의 현판식은 거행된 적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럼에도 민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인민은 사람이 아니냐?”는 노기어린 항의와 “공기 오염도 심각한데, 지도자들에게는 공기도 특별한 것을 드리자.”는 등의 비아냥이 댓글을 장식하고 있다. jj@seoul.co.kr
  • 올 가을 기대되는 ‘속편’ 쏟아진다

    올 가을 기대되는 ‘속편’ 쏟아진다

    올가을 이 게임만큼은 한번쯤 해봐야 할 것 같다. 성수기인 겨울을 앞두고 온라인·비디오 게임을 가릴 것 없이 ‘할 만한 게임’들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기대작은 엔씨소프트의 아이온과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의 두번째 확장팩인 리치왕의 분노가 꼽힌다. 둘 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아이온은 리니지에 의존하던 엔씨소프트가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다. 리니지 시리즈의 장점인 이용자간 대결(PvP)과 공성전은 살렸다. 퀘스트를 통한 레벨업, 비행시스템 등 경쟁 게임들의 장점도 과감히 받아들여 약점을 보완했다. 그래픽도 최고 수준이다. 다만 공개서비스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게 흠이다. ●‘리치왕의 분노´ 레벨제한 80으로 높여 리치왕의 분노는 11월18일 선보인다. 이용자들의 레벨제한이 70에서 80으로 높아진다. 새로운 지역과 던전은 물론 ‘죽음의 기사’라는 새 직업과 ‘주문각인’이라는 새로운 기술 등이 추가됐다. 26일부터 28일까지 공개서비스를 앞두고 전 이용자를 대상으로 최종테스트를 벌이고 있는 CJ인터넷의 감성 MMORPG 프리우스 온라인도 한번은 접속해 봐야 할 게임이다. 감성 MMORPG를 표방하는 게임답게 몽환적인 그래픽은 물론 이용자와 함께 교감하는 인공지능 파트너인 ‘아니마’시스템이 특징이다. 비디오 게임에서는 상대적으로 1인칭 슈팅(FPS) 게임이 눈에 띈다. 플레이스테이션3은 레지스탕스2와 킬존2를 선보인다. 두 게임 모두 전작(前作)의 인기를 얻고 새롭게 선보인 FPS게임이다.X박스360에는 FPS게임 중 최고의 기대작인 기어즈 오브 워2가 있다.11월에 선보일 기어즈 오브 워2는 전작보다 더욱 다양해진 게임 방식과 화려한 액션과 스토리 등으로 더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축구게임을 좋아한다면 단연 EA스포츠 피파(FIFA)09를 기다려야 한다. 다음달에 PC, 플레이스테이션3,X박스360,PSP 등 4가지 버전으로 나온다. 인공지능이 높아져 어렵지만 수준높은 경기를 할 수 있다. 또 아디다스 라이브 시즌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매주 실제 선수들의 이적 사항과 부상 현황, 컨디션 등이 게임 속에서 업데이트된다. ●요가·헬스 게임 ‘위핏´ 인기 예감 위(Wii)에서는 단연 ‘위핏’을 들 수 있다. 체중계처럼 생긴 네모모양의 컨트롤러 위에서 이용자가 직접 요가나 헬스 등의 동작을 따라할 수 있다. 이미 위핏이 발매된 외국의 경우 특히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PC용 게임들도 있다. 정식 발매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그랜드 테프트 오토4는 비디오 게임판에서 그래픽과 새로운 내용을 추가한 완전판 형태로 11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툼 레이더 시리즈의 최신작 툼레이더 언더월드도 5년만에 선보인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中멜라민 공포 확산] 中 이번엔 ‘세균 분유’ 파문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멜라민 분유’ 발생 은폐와 늑장보고 의혹을 사고 있는 중국 싼루(三鹿)사 분유에서 이번에는 유아에게 치명적인 사카자키균이 검출됐다. 중국 분유의 총체적 관리부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싼루 분유서 사카자키균 검출 23일 간쑤(甘肅)성에서 발행되는 난주일보(蘭州日報)에 따르면 간쑤성 질량기술감독국은 싼루의 분유 브랜드 ‘후이여우(彗幼) 2단계’에서 엔테로박터 사카자키가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사카자키균은 장내 세균의 일종으로 발생 빈도가 높지는 않지만 신생아와 유아에게 치명적인 수막염·패혈증·발작·괴사성 장관염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문제의 싼루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진상을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23일 중국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그럼에도 싼루사는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지난 8월2일에야 본사가 있는 스자좡(石家庄)시에 보고했으며, 스자좡시 정부도 상부기관인 허베이(河北)성이나 중앙 정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가 지난 9일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진상 은폐와 보고 지연으로 피해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민심은 동요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집단 시위나 사회 불안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변호사들에게 무료 법률자문 금지령을 내렸다. 홍콩 신문들은 이날 중국 당국이 멜라민 피해 부모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변호사 모임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변호사들은 “지방 사법당국이 모임에서 탈퇴하라는 압력을 가하면서, 기어코 돕고 싶다면 친정부 기관인 변호사협회에서 하라고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멜라민 사료 한국수출 안했다” 중국은 또 멜라민 성분이 검출된 물고기 양식을 한국에 수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 장위 대변인은 이날 “한국에서 멜라민 성분이 검출된 물고기 사료가 확인됐다는 지난 19일 보도를 확인했으나, 수출 현황을 1차 조사한 결과 검역 당국에 신고한 기업 가운데는 한국에 문제의 제품을 수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jj@seoul.co.kr
  • [22일 TV 하이라이트]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타인의 안전을 위해 불로 뛰어드는 남자, 소방관 손원배. 전국에서 가장 바쁜 안산소방서의 하루 출동량과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그들의 전쟁같은 하루를 들여다보고, 대형화재가 늘어나는 이유와 기억에 남는 화재현장에 대해서도 들어본다. 순직한 동료 소방관에 대한 안타까운 기억도 듣는다. ●닥터스(MBC 오후 6시50분) 까치발과 탈구된 고관절 때문에 몸을 가눌 수 없어 걷기는커녕 앉지도 못하고 힘겹게 기어다니는 8살 희영이. 부모는 다른 아이들처럼 앉고 설 수 있게 해주고픈 마음에 수술을 결정한다. 수술중인 희영이의 수술방 팻말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의사들은 다급히 뛰어가는데…. 희영이는 과연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을까? ●애자언니 민자(SBS 오후 7시20분) 산부인과로 간 채린은 서류에 이름을 쓰려다가 민자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정신이 들고는 그대로 병원을 뛰쳐나간다. 한편, 집에서 달건은 모금함을 내놓으며 가족들에게 도움을 부탁하고, 민자는 이번에는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보육원이나 고아원을 찾아가서 도움을 주려 한다는 말을 꺼낸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30분) 호밀로 양조한 러시아의 전통음료수 크바스가 최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크바스는 수천년 전부터 러시아인들이 마셔온 전통음료다. 오랜 시간 콜라에 밀려 인기를 잃었지만, 최근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새로운 저장기술과 미국 스타일의 마케팅이 크바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가요무대(KBS1 오후 10시) 초가을 밤, 트로트 가요의 멋에 흠뻑 빠져보는 시간을 갖는다. 남인수의 ‘청춘고백’‘애수의 소야곡’과 현인의 ‘비 내리는 고모령’,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백년설의 ‘번지없는 주막’ 등을 40년 이상 음반제작에 참여해온 심성락, 이유신의 연주와 남강수, 하춘화, 남일해, 김용임, 이명주의 열창으로 듣는다. ●우리가 알았더라면(EBS 오후 9시55분) 흐로닝언 대학병원의 조산아 집중치료 병동에서 근무하는 소아과 의사들은 매일 도덕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회생 가망이 없는 신생아들을 기계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시켜야 할 것인가, 아니면 고통을 끝내고 편안한 죽음을 맞도록 해야 하는가? 고민에 빠진 의료진의 현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 신호대기중 기어 중립 연료비 최대 38% 절약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는 신호대기할 때 운전자들이 변속기를 중립에 두기만 해도 휘발유 차량은 17.7%, 경유 차량은 무려 38% 연료를 아낄 수 있다고 17일 밝혔다. 휘발유 승용차 1대당 온실가스는 128.4g, 대기오염물질 8.085g 줄어든다. 이를 휘발유 승용차 중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776만대에 적용하면 온실가스는 각각 982.9t, 대기오염물질은 651㎏ 적게 배출되며, 연료는 421.2㎘ 절약이 가능하다. 이번 조사는 신호대기가 30초에서 3분 정도이며 5분 이상 차가 멈춰 있는 경우가 하루 2분씩 5회 발생한다는 가정하에 실시됐다. 국내에 등록된 990여만대 차량이 신호대기시 기어를 중립에 놓을 경우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44만 6000t,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1920t 줄어들고 연료는 17만 7000㎘가 절약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실가스 저감량은 소나무 8920만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공룡시대 이전의 지구 최강자는 누구?

    공룡시대 이전의 지구 최강자는 누구?

    공룡시대 이전의 최강자는 누구? 거대한 공룡들이 활동하기 이전인 고생대 후기 지질시대 페름기(Permian)의 최강자가 독특한 외모를 가진 파충류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리스트로사우르스(lystrosaurs)로 알려진 이 파충류는 약 2억 5100만 년 전 95%이상의 동물이 화산폭발로 멸종했을 당시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동물이다. 공룡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인 페름기 후기에 살았던 리스트로사우르스는 돼지와 비슷한 몸 크기에 작은 뻐드렁니를 가진 초식동물이다. 이 동물은 짧은 다리와 투박한 몸으로 기어 다녔으며 땅을 파고 굴속에 숨기에 매우 용이한 신체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리즈대학의 고생물 전문가 폴 위그널(Paul Wignall)박사는 지난주에 열린 고생물학회에서 “이러한 신체적 특징이 거대한 화산 폭발로부터 그들을 보호했을 것”이라며 “약 10억 마리가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의 화석은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면서 “화석을 통해 땅을 파는 능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페름기 말기에 멸종을 피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페름기 말기 이후 리스트로사우르스의 정확한 멸종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폴 위그널 박사는 “당시 화산폭발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많은 동물들이 멸종을 맞았다. 이산화탄소는 리스트로사우르스의 멸종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인류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페름기 화산폭발 당시 분출됐던 이산화탄소 양과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류의 과도한 이산화탄소 배출 때문에 지구의 기후도 점차 리스트로사우르스의 멸종 당시의 기후와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science.nationalgeographic.com(리스트로사우르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베이징 패럴림픽] 18㎏ 뼈를 깎는 감량 메달약속 지킨 ‘전설’

    요행으로 따낸 동메달이라 할 수도 있지만 살인적인 감량이 없었더라면 결코 일굴 수 없는 값진 메달이었다. 1984년 LA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7회 ‘개근’한 정금종(43·서울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은 장애인역도의 전설같은 선수. 그는 지난달 29일 베이징패럴림픽 한국선수단 결단식에서 자신이 참가했던 대회 숫자만큼 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약속을 기어이 지켰다. 정금종은 11일 베이징 항공항천대 체육관에서 열린 역도 남자 56㎏급 경기에서 자신과 똑같은 무게의 바벨을 들어올린 선수가 실격처리되는 행운에 힘입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금종은 1차시기 180㎏을 가볍게 들어올린 뒤 2차시기 185㎏으로 올렸지만 실패했다.3차시기를 맞아 187.5㎏으로 올렸지만 끝내 이마저 성공하지 못했다. 자신보다 체중이 0.25㎏ 가벼운 제이슨 어빙(영국)이 3차시기에서 180㎏을 들었던 터라 기록이 같을 경우 체중이 가벼운 선수가 승리하는 규칙에 따라 동메달은 어빙의 몫이었다. 정금종은 낙담한 채 도핑테스트를 위해 대기하고 있었고 전광판에는 4위라고 표시됐다. 이때 어빙이 3차시기에서 2분 안에 경기를 끝내지 못해 뒤늦게 실격 처리되면서 같은 무게의 바벨을 든 선수 3명 중 정금종이 이마라스리 통사(33·태국)보다 10g이 덜 나가 그토록 바라던 메달의 꿈을 이뤘다. 평소 체중 73㎏을 유지하던 그가 경쟁자가 부쩍 늘어난 체급을 포기하고 56㎏급에 출전하기 위해 무려 18㎏이나 감량하는 초인적인 노력이 없었더라면 찾아올 수 없는 행운이었다. 그는 사흘 전인 8일까지도 한계체중보다 2㎏이나 더 나가 이를 빼느라 어려움을 겪어왔다. 3세때 소아마비를 앓은 그는 1980년 삼육재활원에서 선생님의 권유로 역도를 시작했으며 온갖 스포츠에 만능이지만 선수로서는 역도 외길을 걸어왔다. 정금종은 “행운의 동메달이 마지막 올림픽에 의미를 더하는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며 “선수 생활만 30년 가까이 한 만큼 이젠 장애인체육행정 분야에서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24년 젊음을 바쳤던 패럴림픽에 안녕을 고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Best CEO 열전] (2)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

    [Best CEO 열전] (2)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

    출고 11개월 만에 국내에서 11만대가 넘게 팔린 ‘쏘나타 트랜스폼’.2004년 출시한 ‘NF쏘나타’가 진화한 모델이다. 그런데 이 차량이 ‘쏘나타 레볼루션’으로 불릴 수도 있었다. 실무팀은 원래 ‘레볼루션’과 ‘트랜스포머’의 두 가지 안을 올렸다. 두 가지 안을 모두 쓱쓱 지우고 ‘트랜스폼’이라고 바꿔 써 넣은 이가 바로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4일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변화한 쏘나타에 대한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기에 ‘트랜스폼’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혁명이라는 뜻의 ‘레볼루션’ 대신 기술적인 느낌이 강한 변형이라는 뜻의 단어 ‘트랜스폼’을 직관적으로 선택한 김 부회장은 공대(공학박사) 출신이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하면서 현대맨이 됐다. 이듬해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장으로 옮기면서 당시 현대정공 대표이사 사장이었던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89년에는 현대정공의 지프 갤로퍼 개발에 참여했다.98년까지 연구소장을 맡았다. 김 부회장은 현대·기아차그룹의 현대정공 인맥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정 회장 ‘불도저식 경영´ 뒷받침 김 부회장은 2000년 현대차 상용차 담당 사장에 올랐고,2001년에는 총괄 사장에 오르면서 현대차 경영을 사실상 지휘하기 시작했다.2003년에는 총괄 부회장에 올랐다. 김 부회장이 현대·기아차그룹에서 이처럼 확실한 자리에 오른 것은 추진력과 섬세함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이 현대차 경영 지휘를 시작한 때는 정 회장이 현대차의 경영비전으로 오는 2010년까지 연간 600만대 생산을 선언했던 시기였다. 김 부회장은 정 회장의 목표달성 공언을 뒷바침하기 위해 추진력을 발휘했다. 그는 2002년 중국,2005년 미국,2007년 인도,2008년 인도와 중국에 공장을 지으며 ‘해가 지지 않는 현대차 공장’ 체제를 구축했다. 김 부회장은 “11월 양산을 목표로 체코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면서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완성차 공장을 착공한 데 이어 올해 안에 브라질 공장 건설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품질관리와 브랜드 경쟁력 확보에 관한 고집스러울 정도의 집착도 정 회장과 닮은 꼴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04년 직원에게 보낸 훈시문을 통해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마음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역설했다. 정 회장과 김 부회장 체제에서 현대·기아차는 성장페달을 밟았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순위는 세계 5위. 1980년대 초반 현대정공의 성공도 현대·기아차 성장과 견줄 만하다. 컨테이너 제조 기술이 없이 77년 창업한 현대정공은 5년만에 컨테이너 단일품목 1억달러 수출을 달성하며 한국을 세계 1위의 컨테이너 수출국에 올려놨었다. 출고 1년만에 같은 차종 시장 점유율 51.2%를 차지한 지프 ‘갤로퍼 신화’를 만든 회사도 여기다. 현대정공과 현대차의 성장신화에 역할을 한 김 부회장은 정 회장의 ‘불도저식 경영’을 가장 잘 뒷받침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모들 의견 충분히 수렴후 결단 김 부회장은 현대차 생활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으로 2004년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JD파워가 주관한 신차품질조사(IQS)의 브랜드 순위에서 현대차가 도요타를 제치고 7위를 차지했을 때를 꼽기도 한다. 그는 “전세계 업체들의 총성없는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품질이 고객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2000년 JD파워 조사에서 현대차는 34위였다. 김 부회장의 추진력이 정 회장의 경영방침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면, 그의 섬세함과 신중함은 현대차의 리스크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현대차의 한 임원은 설명했다. 이 임원은 “김 부회장은 섬세하고 꼼꼼한 스타일인 데다가 연구원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인지 통찰력이 깊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간단하게 요약된 읽기 편한 보고서보다 원인과 상황, 결과가 망라된 기승전결식 심층보고서를 좋아하는 편이다. 논리적인 연결 구조에 대한 이해가 빨라 사업의 전체적인 틀을 파악하는 속도가 빠르다. 현대차가 해외 공장 입지를 선정할 때나 신차의 개발방향을 결정하기 전, 김 부회장의 안목을 주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부회장은 “공학도 출신이 갖는 최대 장점은 자동차, 즉 기계의 메커니즘에 대해 기본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라며 “모든 일에 기초가 가장 중요하듯이 상품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더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CEO로서 기획과 마케팅, 연구개발, 재무, 홍보 등 다양한 분야를 파악해야 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활용하고 담당 임원들에게 권한을 최대한 위임하고 있다.”면서 “리더는 참모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 목표와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매일 새벽 6시30분 기획실, 연구소 등 사내 각 부문에서 올린 보고서를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현대차는 기술과 품질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가 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시기에 있다.”고 8년째 임직원들을 독려하는 김 부회장에게 후진 기어는 없어 보인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호텔방의 허망한 미스테리

    호텔방의 허망한 미스테리

    「호텔」방에서 손님의 시계가 없어졌다. 무슨 증거가 있는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수상해 보이는 귀부인 차림의 여인. 경찰이 혹시나하고 몸을 뒤졌는데 이건 정말 놀랄놋자. 생리대라고 우기던 곳에서 시계와 열쇠꾸러미가 나왔는데-. 혹시나 했던 것이 열쇠꾸러미까지 나와 사건의 발단은 9일 아침 9시50분쯤 대구시내 동일동23 안평「호텔」별관에「부부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가 대구경찰서 형사과에 들어 온데서 부터. 20분쯤 전에 312호실에 묵고 있는 서울의 K중학 재단이사 김(金)용길씨(37)가 책상위에 싯가 5만원짜리 팔뚝시계를 풀어 놓고 목욕탕에 간사이 시계가 감쪽같이 없어졌는데 301호실에 든 부부가 수상쩍다는 것. 그렇다고 뭐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301호실의 여자가 이날 아침 8시쯤 202호실에 들어 갔다 나오다 변소에 다녀온 방주인 송(宋)두한씨(43·서울영등포구 봉천동)와 마주치자『내방인줄 잘못 알고 실례했다』고 하더라는 송씨의 말을 듣고「호텔」종업원 송경자여인(34)이 지레 짐작으로 301호실「부부」에게 혐의를 둔것. 신고를 받고「호텔」로 달려 온 박성종(朴聲種)형사(42)등 2명의 형사는 신고에 확실한 증거가 없어 실망했지만 일단 301호실에 들어가 잠든체하고 있는「부부」를 불심검문했다. 여자는 김영순(金英順r·42·전남 광주시 계림동), 남자는 김재식(金在植·30·가명)씨로 신원이 밝혀졌다. 그러나 부부라던 이들은 부부아닌 친오누이. 형사들은 이들의 소지품과 방을 수색한 결과 이렇다할 물증은 잡지 못했으나 이들의 태도에서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움을 직감, 경찰서에서 철저한 조사를 해 보기 위해 이들을 연행했다. 박형사의 눈에 김여인의 아랫도리가 수상했다. 그래서 여경의 협조로 김여인의 몸을 뒤져 보기로 했다. 오누이가 함께「호텔」들곤 이방저방 기웃거려 슬쩍 검색을 맡은 신(申)모 여경사(43)는 머리부터 뒤져 내리기 시작했다. 별이상이 발견되지 않는것 같았다. 그런데 김여인의 아랫도리를 만져 내리던 신경사의 손이 주춤했다.「팬티」속에 딱딱한게 느껴지지 않는가. 김여인은 생리대를 찬 것이라고 고집했으나 신경사는 기어코 김여인의「팬티」를 벗기고 생리대를 확인해 봤다. 아니나 다를까, 9개의 열쇠와 시계를「비닐」에 싸서 그위에 붕대를 두겹으로 싸 차고 있었다. 증거물이 드러나자 김여인은 갑자기 기가 꺾이며『한번만 눈감아 달라』고 신경사에게 매달렸으나 그게 어디될법이나 한말인가. 결국 증거물과 함께 형사과에 넘겨진 김여인은 주거침입, 절도 미수등 혐의로 구속됐다. 비록 안평「호텔」에서는 문이 열린 방에만 드나들었지만 그녀가 지닌 열쇠꾸러미로 보아 적어도 잠겨진「호텔」방문을 따고 도둑질할 계획이었던 것만은 증거가 드러난 셈. 그러나 김여인은『문이 열려 있기에 들여다 보니 너무 좋은 시계가 있길래 나도 몰래 한 짓』이라고 고집하면서 열쇠꾸러미는『하숙을 치느라고 방이 많기 때문에 갖고 다닌 것』이라고만 진술, 우발적인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여 경찰은 어쩔수 없이 같이 연행했던 동생을 풀어 놓지 않을 수 없었다. 전당잡힌 보관증이 7장 여죄 다그쳐도 입다물어 동생이 풀려나자 김여인은 묵비권을 행사. 경찰의 여죄 추궁에 꼬리를 감추려고 했으나 경찰은 그녀의「백」속에서 서울, 부산등지의 전당포에 시계를 잡힌 전당포 보관증 7장을 찾아냈다. 김여인이 잡힌 시계의 값은 모두 20여만원어치. 김여인이 한사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기때문에 아직 장물인지의 여부는 밝혀지지 않아 현재 조회중이다. 경찰의 조회결과 김여인에게서 전과사실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그녀가 하숙을 치고 있다는 주소지에는 주민등록만 돼 있을 뿐 지난해 부터 무단 전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김여인이 지녔던 열쇠가「호텔」방문이면 대부분 열수 있는 종류라는 점으로 미루어 남매가 부부로 꾸며 도회지의 일류「호텔」을 돌며 동생은 망을보고 도둑질을 해온 것으로 추리했으나 끈질긴 그녀의 침묵에 지고 말았다. 꼬리가 잡힌 이번 범행에는 열쇠는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전당포보관증을 근거로 다른 피해자의 신고등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한 일단「상습범」이란 혐의는 벗어나게된 것이다. 경찰조서에 의하면 이들은 친남매. 김여인은 1남4녀중의 맏딸이고 동생은 외아들인 셈. 고향에는 아버지 홀로 농토 한평없이 복덕방을 하고 있다. 박모씨(45)와 결혼했으나 일찍 애를 낳기도 전에 이혼, 친정살이를 해왔다. 동생 김씨는 육군 중위로 제대한 뒤 직업없이 전전해 온 형편. 남매는 지난 8일 장사를 하기위해 돈 2만원을 지니고 대구에 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잡혀온 이들이 몸에서는 4천원의 현금밖에 나오지 않았다. 「호텔」숙박료 1천2백원을 선불했다니까 1만6천원을 써버린셈이 되었는데『어디 썼는냐』는 물음엔 묵묵부답. <대구(大邱)=배기찬(裵基燦) 기자> [선데이서울 71년 11월 21일호 제4권 46호 통권 제 163호]
  • 비탈길에서 기어 중립? 기름 절약 커녕 대형사고 위험!

    비탈길에서 기어 중립? 기름 절약 커녕 대형사고 위험!

    고유가와 고물가에 ‘절약’이 운전자의 화두가 됐다. 연비를 아끼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넘쳐난다. 이 중에는 옳은 것도 있고, 근거가 희박한 것도 있다. 속설대로 실행하기에는 위험천만한 이야기들도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을 통해 7가지 속설을 검증해 보았다. (1) 신호 대기때 기어를 중립(N)에 놓는 게 좋다? 기어가 주차(P) 또는 N에 맞춰져 있으면 엔진은 시동이 꺼지지 않을 정도로만 회전한다. 반면 주행(D) 기어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달리려는 차량을 제어하는 셈이 돼 아무래도 연료가 더 들게 된다. 신호대기 상태에서 기어를 바꿨을 때 10∼15% 정도 연비가 좋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기어를 D에 두었을 때 새는 연료는 미세한 수준이란 게 일반적이다. 오히려 기어를 N에 맞춘 것을 깜빡 잊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변속기에 충격을 줘 엔진 브래킷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교차로나 신호대기가 매우 긴 상황이 아니라면 기어를 D에 두고 브레이크를 밟는 게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 내리막길에서 기어를 N에 맞추면 기름 절약? 연비 절약을 떠나 결코 해서는 안 될 위험한 행동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내리막길에서는 승용차도 1t이 넘는 무게로 가속을 받기 때문에 제동력과 엔진의 회전수가 떨어지는데, 이때 공회전 조절장치가 이상을 일으켜 시동이 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가 과열되고, 제동거리가 길어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연비에도 도움이 안 된다. 요즘 나오는 차들은 전자장치를 통해 내리막에서 연료 공급을 차단하거나 시동을 유지할 만큼 최소한으로만 공급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N 기어에서 공회전 때보다 연료가 더 분사되는 경우도 있다. (3) 고출력 앰프를 달면 연비가 나빠진다? 연비 때문에 라디오 청취나 저용량 전기제품 사용을 자제할 필요는 없다. 전기는 엔진에 장착된 발전기가 생산, 공급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용량이 많아졌을 때이다. 이 경우에는 발전기 작동을 늘리기 위해 엔진의 힘을 빼앗는 구간이 늘어나 자연스레 추가로 연료가 소모될 수 있다. 용량이 큰 앰프를 달거나 개조를 잘못해 배선의 용량을 초과해 사용할 경우에는 기름이 더 들 뿐 아니라 화재나 고장의 원인이 된다. (4) 기름은 절반만 채우는 게 연비 향상에 좋다? 기름 양은 자동차의 무게와 관계가 깊다. 차가 가벼워질수록 연비가 좋아진다. 트렁크에 짐이 적을수록 연비가 좋아지는 것도 무게의 영향 때문이다. 독일 보슈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차량 중량이 10㎏ 줄어들면 연비가 약 6% 증가한다. 연료통이 100ℓ일 때 절반인 50ℓ를 비우면 차량 무게는 44㎏ 정도 줄어든다. 소형차일수록, 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운전일수록 연료통이 가벼운 게 유리하다. 반면 정체가 없는 고속도로를 달릴 때에는 자동차가 계속 달리려는 관성을 받기 때문에 무게와 연비의 상관관계가 줄어든다. (5) 아침에 주유하면 기름 더 많이 넣을 수 있다? 아침엔 기온이 낮기 때문에 연료의 밀도가 높아져 연비에 유리하다는 주장이지만 검증되지 않았다. 외부 온도에 관계없이 주유기를 통과하면서 연료의 온도가 비슷해져 별 차이가 없다는 견해도 있고, 일교차가 큰 더운 여름철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주유하는 시간에 따른 연료의 밀도 차이가 거의 없다는 의견이 있다. 바쁜 출근길에 주유를 하면서 미처 세차 할인권을 쓰지 못한다면 더 손해일 수도 있다. 세차 서비스를 2000원(1ℓ)으로 보고, 연료통을 60ℓ로 가정하면 밀도가 2% 이상 차이 나야 이익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차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6) 트렁크보다 차 안에 싣는 게 연비에 좋다? 한 쪽 바퀴에 무게가 실리면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주행할 때 저항이 증가한다. 따라서 무게를 분산하는 게 연비향상에 도움이 된다. 무거운 짐을 옮길 때 트렁크보다는 실내에 싣는 것도 연비를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승용차는 대부분 앞바퀴를 굴리는 전륜 구동형이다. 따라서 무게 중심이 뒤쪽에 있으면 앞바퀴가 위로 들려 타이어의 미끄러짐이 커지게 된다. (7) 아는 것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쌍용차 액티언 연비대회에서 ℓ당 18.54㎞를 달려 우승을 차지한 정헌양(29)씨는 “매뉴얼대로 주행하는 습관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집이 서울 목동인 그는 시내 주행을 할 때에도 신호에 걸리면 미리 가속기에서 발을 떼고 속도를 늦춘다고 한다.GM대우의 ‘10만 에코드라이버 만들기’ 행사 참가자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실내 주차장을 이용해 에어컨 사용량을 줄인다.” “부모님을 뒷좌석에 모셨다고 생각하고 안전운전을 한다.” 등 ‘실천 비법’을 공개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 르노삼성 양평서비스팀 성국경 파트장, 쌍용차 서비스기술팀 류화동 과장,GM대우 연비 및 운전성능 개발팀 김원중 부장, 현대차 고객서비스팀 이광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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