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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륙 중 항공기 랜딩기어에 매달린 남성 결국…

    한 남자가 이륙중이던 항공기 랜딩기어에 매달려 기내에 들어갔으나 결국 숨진 황당한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22일(현지시간)밤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 타운 공항에서 런던행 브리티시 에어라인 보잉747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했다. 이때 공항 주위에 숨어있던 한 남자가 이 항공기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불법 침입자를 눈치 챈 공항 경비대도 남성을 잡기 위해 쫓아갔으나 이륙 중 비행기의 안전을 우려해 추격을 중단했다. 이륙 후 경비대 측은 현장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남성을 찾을 수 없었으며 비행기에 올라탄 것으로 추측, 항공사에 연락했다. 브리티시 에어라인 측은 런던 히드로 공항에 착륙한 직후 기내를 수색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랜딩기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신원미상의 한 남성을 발견했다.  브리티시 에어라인 대변인은 “매우 보기 힘든 사건이 일어나 유감스럽다.” 면서 “현재 남아공 당국 및 케이프 타운 공항과 원만한 사고 수습을 위해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런던 경찰 측은 남성이 이륙 직전 바퀴 부문에 매달려 랜딩기어실로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남성의 자세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추위와 기압의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터넷뉴스팀    
  • 범인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주민 “그놈 당장 사형시켜라”

    범인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주민 “그놈 당장 사형시켜라”

    24일 오전 10시, 서울 중곡동 좁은 골목길로 호송차가 들어왔다. 지난 20일 이 동네 주부 이모(37)씨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피의자 서모(42)씨가 타고 있었다. 서씨가 현장검증을 위해 내리자 순식간에 골목길은 아수라장이 됐다. 주민들은 “모자랑 마스크 벗어라.”, “당장 사형시켜라.”고 소리를 질렀다. 침착하겠다던 다짐과 달리 피해자의 시동생 박모(37)씨는 “X새끼야, 너 내 얼굴 똑바로 기억해.”라고 소리쳤다. 언니 이모씨는 닿지 못할 발길질을 하며 울분을 삭였다. 경찰통제선도, 포토라인도 들썩였다. ●범인 차에서 내리자 골목길 ‘아수라장’ 서씨는 이날 범행 전 과정을 재연했다. 범인은 당시 입었던 파란색 반소매 셔츠와 검정색 바지 그대로였지만 이씨는 ‘피해자’라는 A4용지가 붙은 회색 마네킹으로만 존재했다. 서씨는 마네킹을 든 형사가 큰길 쪽으로 걸어가는 사이 집으로 숨어들었다. 경찰 질문에 조용히 답할 뿐 야유와 욕설 속에서도 시선은 바닥에 고정돼 있었다. 유모(52·여)씨는 “(범인이) 키도 작고 왜소해서 더 화난다. 그 상냥한 사람이 저런 놈이 휘두르는 칼에 얼마나 놀랐을까.”라고 혀를 찼다. 최모(65)씨는 “교도소에서 먹는 쌀밥도 아깝다. 가장 잔혹하고 아프게 죽여야 한다.”고 화를 냈다. ●주민들 “왜 40분간 아무도 신고안했나” 쑥덕 집안에서의 범행 장면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현장검증이 40분 가까이 길어지자 지켜보던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점점 커졌다. “이 긴 시간이 하루보다, 1년보다 길었겠다.”, “40분 동안 소리 지르고 저항했다던데 왜 아무도 신고를 안 했느냐.”며 말을 주고받았다. 인근 세탁소 주인 임모(50)씨는 “구김살 없이 웃는 얼굴이었고 항상 애들 손을 잡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슈퍼마켓 주인 한모(43)씨는 “평소 아이들을 배웅한 뒤 우리 가게에서 수다를 떨기도 했다. 비가 안 왔으면 그날도 그랬을 수 있는데….”라고 눈물을 흘렸다. 유족들은 조용히 눈물만 쏟았다. 동생 이모(33)씨는 “내가 새달 1일 결혼을 하는데 일주일 전에 누나랑 통화하면서 결혼준비 문제로 티격태격했다. 마지막 통화인줄도 모르고 너무 서운하게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시동생 박씨는 “범인이 교도소 들어가면 그만이라고 했다더라. 감방에서 웃으며 밥 먹고 TV 보고 하겠지.”라며 분을 참지 못했다. 피해자의 남편 박모(39)씨는 자녀를 돌보느라 현장에 오지 않았고, 울다 지친 피해자 부모는 인근 슈퍼마켓 앞에 앉아 초점 잃은 눈을 하고 있었다. ●울다 지친 피해자 부모 슈퍼 앞에서 넋 나간듯 오전 10시 45분쯤, 현관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문을 열고 도망치려는 피해자를 잡고 서씨가 칼로 목을 찌르는 모습이었다. 튼튼한 철제 현관문이 다시 열리더니 회색 마네킹이 문턱 위로 힘없이 쓰러졌다. 그게 끝이었다. 집 밖으로 나온 서씨는 발끝만 바라본 채 “죄송합니다.”라고 서너 번 속삭였다. 취재진이 “다른 말 좀 해보라.”고 하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종일관 침착함을 보이던 피해자의 언니가 나무 막대기를 들고 서씨를 때리려 했지만 경찰 제지선은 너무나 견고했다.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묵비권을 행사하던 서씨가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모든 행동을 재연했다. 진술내용과 크게 다른 점이 없으며 27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페라리…가치만 최소 90억!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페라리…가치만 최소 90억!

    현존하는 페라리 중 가장 오래된 차량이 최근 출고 당시의 모습으로 완벽 복원돼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 차량은 지난 1947년 12월 페라리의 창립자 엔초 페라리가 처음으로 대중에 판매한 002번이 적힌 ‘페라리 166 스파이더 코사’다. 특히 이 기종은 총 9대 만이 생산됐으며 이 차량보다 앞서 제작됐던 1호 차량은 충돌 사고로 파손됐다. 또한 이 기종보다 앞서 제작됐던 두 기종은 모두 분해돼 이 기종에 사용됐으며 이 차량에는 001C의 부품이 장착돼 있다고 소유주가 지난 2006년 밝힌 바 있다. 미국 켈리포니아주(州) 페블비치에 거주하는 짐 길켄호스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지난 2004년 경매 당시 약 77만달러(약 8억 7000만원)에 이 차량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길켄호스에 따르면 이 차량은 주인이 몇 차례 바뀌면서 디자인이 스포츠카 형태로 개조됐다. 이후 길켄호스는 이탈리아 북부 마레넬로에 있는 페라리 공장을 통해 이 차량은 원래 형태로 복원했으며 그 과정에서 총 50만달러(약 5억 6000만원)가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길켄호스는 “내 페라리는 여전히 섀시와 엔진, 기어박스, 그리고 부품 대부분이 원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형 부품이 부족으로 엔진의 일부는 미국 포드사의 부품을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페라리라고 해서 겉 모습만 중후하고 내부는 골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차량의 최고 속도는 시속 100마일(약 160km)까지 낼 수 있는 12기통 엔진이 장착돼 있다. 미국 뉴욕 소재 투자관리회사의 공동 투자자이자 자선가인 그는 “첫 눈에 반했었으며 지구 상에 이 같은 자동차는 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량의 가치는 최소 800만 달러(약 90억원)는 될 것이라고 소유주는 밝혔다. 사진=멀티비츠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호우 땐 1~2단 기어 시속 10~20㎞ 통과”

    지난 15일 내린 집중 호우로 차량 침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5000대가 넘는 차량이 침수된 것으로 16일 집계됐다. 손해보험사들은 이번 집중호우 당시 400㎜ 이상 비가 온 전북 군산 지역에서 4000여대의 차량이 침수됐으며, 서울에서도 1000여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보험업계는 공동 대책반을 꾸리고 24시간 비상 운영 체제에 돌입했다. ●손보사 “차량 5000대 침수피해 손실” 손보사들은 집중호우 시 운전을 할 경우 가능한 물웅덩이를 피하고, 어쩔 수 없이 지나야 한다면 1~2단 기어로 시속 10~20㎞로 통과하라고 권고했다. 범퍼 높이만큼 물이 찬 길을 운전할 때는 미리 1~2단의 저단 기어로 변환한 후 한 번에 지나가야 한다. 중간에 기어를 바꾸거나 차를 세우면 안 된다. 차량 머플러에 물이 들어가 엔진이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차가 멈췄거나 주차돼 있을 때는 시동을 걸지 말고 공장에 연락해야 한다. 엔진 내부로 물이 들어간 차에 시동을 걸면 엔진 주변의 기기까지 물이 들어가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물 속 정차·주차땐 공장에 연락해야” 차량 침수 피해가 늘면서 손보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보험 손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고객에게 폭우 관련 경고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고, 침수 예상지역에서 사고 발생 차량을 미리 견인하는 등 피해 줄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삼성화재는 집중 호우의 이동 경로를 파악,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재난예보 현황을 통보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서울 강남역과 사당역, 대치역 등 상습 도로 침수지역에 ‘침수 수위 측정시스템’을 구축하고, 도로 침수 알림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그녀의 살인은 처절한 모성애?

    영국인 사업가 살해 혐의로 기소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 재판이 지난 9일 단 7시간여 만에 초스피드로 끝났지만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중국 관영언론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개하고 있는 사건 전말은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확인되지 않은 뒷소문까지 무성한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구카이라이 재판 종료 다음 날인 지난 10일 밤 재판 당시 구카이라이의 진술과 검찰의 기소 내용을 토대로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살해 사건의 전말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통신이 구카이라이의 진술을 토대로 재구성한 사건의 핵심은 광기어린 닐 헤이우드의 협박과 헤이우드로부터 아들 보과과(薄瓜瓜)를 지켜내기 위한 모성애로 압축된다. 사건의 발단은 의외로 단순했다. 구카이라이는 중국의 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아들의 후견인이었던 헤이우드가 참여할 수 있도록 소개해 줬는데 공교롭게 사업이 불발되면서 이들 사이에 갈등이 시작됐다. 헤이우드는 사업이 무산되자 당초 약속된 수익의 10%인 1300만 파운드(약 230억원)를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돈을 받지 못한 헤이우드는 급기야 보과과에게 신변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고, 이에 구카이라이는 헤이우드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재판에서는 헤이우드와 보과과가 이 문제로 갈등을 겪으며 주고받은 이메일이 관련 증거로 제시됐다. 헤이우드의 마지막 이메일 협박 일은 2011년 11월 10일이다. 구카이라이는 법정에서 “내가 보기에 그것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지금 막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었다. 나는 헤이우드의 광기를 죽기 살기로 막아야만 했다.”고 호소했다. 또 지난 2005년쯤 이메일로 보과과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헤이우드가 먼저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알게 됐다며 헤이우드가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접근했다는 사실을 암시했다. 마지막 이메일을 받은 직후인 지난해 11월 12일 구카이라이는 집사 장샤오쥔(張曉軍)을 시켜 베이징에 있던 헤이우드를 충칭으로 데려왔다. 이튿날 두 사람은 헤이우드가 묵고 있던 충칭의 난산리징(南山麗晶)홀리데이 호텔 1605실에서 함께 술을 마셨고 헤이우드가 만취해 쓰러지자 구카이라이는 장샤오쥔을 시켜 헤이우드를 침대에 눕힌 뒤 청산가리를 탄 물을 그의 입에 들이부었다. 헤이우드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11월 15일. 사건을 보고받은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공안국장은 오른팔 격인 궈웨이궈(郭衛國) 공안부국장 등에게 수사를 맡겼고, 이들은 구카이라이의 연루 가능성을 파악하고도 사건을 덮기로 했다. 사건은 과도한 음주에 따른 급사로 종결됐다. 시신은 부검 없이 화장됐다. 궈 부국장 등은 공판에서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한편 영국 텔레그래프는 구카이라이의 변호사가 재판에서 제3의 인물이 헤이우드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혈액 샘플에서 나온 청산가리는 치사량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범행 직후 제3자가 호텔방에 침입, 헤이우드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구카이라이와 헤이우드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이로 인해 헤이우드가 오래전부터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2일 헤이우드 보디가드의 말을 인용, 헤이우드가 구카이라이와 영국 본머스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하던 시절 정체를 알 수 없는 중국인 3명으로부터 암살당할 뻔했다고 보도했다. 2005년 처음 만났다는 중국 당국의 발표와 달리 이들이 2001년 이전부터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이런 사실이 들통나 중국 측 요원들로부터 살해당할 뻔했다는 것이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펜타곤 ‘정찰로봇’ 개발에 서울대도 참여

    미군의 벌레 모양 정찰로봇 개발에 한국 서울대가 참여했다. 영국 BBC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메쉬웜’(Meshworm)’이라는 벌레모양 정찰 로봇 프로젝트에 미국 메사추세츠 공대(MIT)와 하버드대 그리고 한국의 서울대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 벌레 모양의 정찰로봇은 소음 없이 땅위를 기어다니거나 몸을 수축해 작은 구멍을 통과하도록 개발되며 전후 좌우,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된다. 연구진은 니켈과 티타늄 와이어로 ‘인공 근육’을 개발했으며 튜브주위에 와이어를 배치함으로서 지렁이의 원형근육섬유(circular muscle fibres)를 모방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에 참여중인 MIT 기계공학과의 김상배 조교수는 “당신이 던져도 그것은 망가지지 않으며 몸체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뉴스팀
  • “귓 속에 거미가 살고 있다”…中여성 황당 진단

    ”당신 귓 속에 거미가 살고 있습니다.” 귀가 가려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여성이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의 황당한 진단을 받았다. 최근 중국 창사 중앙병원에 한 여성이 귓속의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5일 전 부터 귀가 가려워 도저히 참기가 힘들었다는 것. 의사는 그 원인을 알아내고는 깜짝 놀랐다. 전문의 리우 솅은 “환자 귓 속을 들여다 보니 거미 한마리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면서 “강제로 빼내려고 하니 오히려 더욱 깊숙이 들어가고 물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 거미를 안전하게 귓 속에서 빼내기 위해 의사들이 머리를 맞댔다. 그리고 선택한 것은 여성의 귓 속에 소금물을 붓는 것. 다행히 거미는 소금물을 붓자 귓 속에서 스스로 빠져나왔다. 의사는 “거미가 환자가 잠자는 사이에 귓 속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면서 “더 깊이 들어갔다면 큰일날 수도 있었으며 환자는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 [서울 수돗물 비상] “이런 녹조는 난생 처음… 쑥색 비릿한 냄새에 헛구역질”

    [서울 수돗물 비상] “이런 녹조는 난생 처음… 쑥색 비릿한 냄새에 헛구역질”

    경찰 순찰보트가 짙은 초록빛의 한강 수면을 양옆으로 가르며 9일 오후 2시 광나루 치안센터 앞 선착장을 출발했다. 상류 쪽인 암사동으로 뱃머리를 향했다. 섭씨 35도의 폭염을 그대로 머리에 맞으며 녹색, 아니 쑥색의 강물에서 뿜어나오는 비릿한 물냄새를 맡으니 몇분 지나지 않았는데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헬기에서 녹차 가루를 살포하면 이럴까, 데워진 강물에 녹색 물감을 풀어내면 이럴까. 암사대교 건설 현장을 지나 강동대교에 이르기까지 가도 가도 한강은 녹색 천지였다. 맑은 물을 기어이 보고야 말겠다는 바람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출발했던 쪽으로 뱃머리를 되돌렸다. 정수 과정을 거친다고는 하지만 이 물이 우리의 식수원이 된다고 생각하니 덜덜거리는 순찰 보트의 진동 때문에 생긴 멀미 기운과 섞여 욕지기가 치민다. 광진교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러 나온 시민들을 만났다. 한 60대 여성이 “녹조가 심하다더니 정말 강물이 완전히 녹색이네. 더위 피하려고 나왔는데 저걸 보니 더 덥네.”라고 했다. 수상스키 마니아들도 대폭 줄었다. 한강경찰대 관계자는 “평소 한강물도 원래 녹색빛을 띠긴 하지만 이렇게 진한 청록색은 처음”이라고 했다. 녹조는 둔치 쪽이 훨씬 심했다. 하수관과 연결된 곳들은 이끼가 낀 것처럼 녹색 식물로 범벅이 돼 있었다. 하수구 주변에는 죽어서 둥둥 떠다니는 물고기들이 보였다. 경찰 보트에서 내려 잠실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탔다. 성수대교를 지나 한남대교 부근까지 이동하는 코스. 아래로 갈수록 상황이 상류 쪽보다 심각하다. 한강의 W자 형태로 굽이진 굴곡에 해당하는 성수대교 일대는 어느 곳보다 심하게 녹조로 오염돼 있었다. 20여㎞를 배로 도는 동안 멀쩡한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포대교, 여의도, 성산대교 등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서울 영등포소방서 수난구조대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녹조가 점점 짙어지더니 오늘 최고조에 이른 것 같다.”면서 “강물에 맞닿은 구조대 건물 외벽에 녹조가 묻어나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라고 전했다. 이날 서울시는 4년 만에 조류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대로라면 조류경보로 격상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서울 암사아리수정수센터 이해원 수질팀장은 “충분한 양의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녹조 현상이 장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글 사진 신진호·이영준기자 sayho@seoul.co.kr
  • 줄어드는 스틱기어 車 제조사 귀차니즘 때문?

    “수동변속기 차량을 아예 만들지 않다니…. 소비자를 무시하는 처사 아닙니까.” 최근 중형차의 수동변속기 모델을 사려던 이승민(38·경기 고양시)씨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완성차업체들이 연비가 높은 수동변속기 차량을 생산의 편리성을 앞세워 만들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자동차동호회 인터넷 카페에 이를 고발했다. 높은 연비와 저렴한 가격, 급발진에 대한 안전 등을 이유로 수동변속기 차량을 찾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일부 차량에 수동변속기 모델을 아예 만들지 않는 탓에 소비자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유럽은 디지털 시대에도 전체 차량의 절반 이상, 특히 소형차는 80~90%가 수동 변속기 모델이다. 3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i40 등 5개 모델, 기아차는 K7 등 4개 모델, 한국지엠은 캡티바 등 3개 모델, 르노삼성은 SM5 등 3개 모델, 쌍용차는 렉스턴과 체어맨 등의 수동변속기 모델을 만들지 않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스틱 기어(수동변속기)의 수요가 지난해 판매 차량의 2.2%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생산라인을 자동으로 단일화했다.”고 해명했다. 수동변속기 모델은 자동변속기 모델에 비해 일단 연비가 2~3㎞/ℓ 높다. 차량 가격도 150만~300만원 저렴하다. 또 안전성이 높다. 대부분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를 일으키는 차량은 자동변속기 모델이다. 이런 이유로 쌍용차 코란도C 수동변속기 모델 판매는 지난 1월 전체의 3%에서 지난 5월 18%까지 상승했다. 저렴한 가격과 높은 연비 때문이다. 또 운전의 재미를 느끼려는 운전자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업체들이 수동변속기 차량을 만들지 않는 이유는 쉽게 이야기하면 귀찮아서다.”면서 “소비자의 권리를 위해서도 모든 차량에 수동변속기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조준호 “세상 3분의1 가졌다… 나머진 브라질에서”

    조준호 “세상 3분의1 가졌다… 나머진 브라질에서”

    해맑았다. 억울한 판정에도 조준호(24·한국마사회)는 동메달을 걸고 싱글벙글했다. “지난 한달 동안 감량하느라 라면을 제대로 못 먹었는데 선수촌 들어가서 원 없이 먹고 싶다. 라면이 최고인 것 같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다소 의외였다. 조준호는 29일 영국 런던의 엑셀 노스아레나2에서 열린 에비누마 마사시(일본)와의 남자 유도 66㎏급 8강전에서 석연찮은 판정 번복 끝에 준결승행이 좌절됐다.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아쉬움이 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 조준호는 “판정이 바뀐 경험은 처음이라 도둑맞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면서도 “세상을 3분의1쯤 가진 것 같다. 기뻐 죽겠다.”고 웃었다. 나머지 3분의2는 4년 뒤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채우면 된단다. 판정이 바뀐 것도 문제였지만 부상 때문에 힘든 경기였다. 조준호는 8강전에서 업어치기 기술을 시도하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끊어졌다. 남은 패자부활전 두 경기는 테이프로 관절을 꽁꽁 싸매고 치렀다. 특히 수고이 우리아테(스페인)와 겨룬 동메달 결정전은 절박했다. 8강에서 판정 번복을 주도했던 후안 카를로스 바르코스 국제유도연맹(IJF) 심판위원장이 스페인 출신이기 때문에 불안했다. 경기 전 정훈 감독도 “판정으로 가기 전에 끝내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오른팔을 움직이기가 힘든 상황이라 경기가 쉽지 않았다. 조준호는 “팔꿈치가 정상이 아니라 제대로 공격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투혼을 앞세운 적극적인 공격 끝에 심판 전원일치 승리를 거뒀고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런던에 오면서 조준호가 가장 두려웠던 건 ‘메달 못 따고 죄인처럼 귀국하는 것’이었다고. 그렇기에 조준호는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무대에서 메달까지 걸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며 웃었다. ‘한판승의 사나이’ 최민호(32·한국마사회)에게 진 마음의 빚도 갚았다. 조준호는 같은 체급의 최민호를 누르고 런던행 티켓을 쥐었다. 대표선발 포인트에서는 앞섰지만 맞대결에서는 두 차례 졌기에 더러 잡음도 있었다. 소속팀-대표팀에서 워낙 절친한 사이라 조준호는 형의 몫까지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불편한 후배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최민호는 기술은 물론, 큰 대회에 나서는 마인드컨트롤까지 살뜰하게 전수했다. 덕분에 조준호는 결국 판정 번복과 팔꿈치 부상이라는 악재를 딛고 기어이 동메달을 따냈다. 조준호는 “나의 유도에 민호형이 녹아 있다. 민호형은 ‘부담이 널 더 강하게 할 것’이라고 다독여 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런던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아래 앞니가 위 앞니보다 돌출 유치 일찍 잃었을 땐 교정해야

    아래 앞니가 위 앞니보다 돌출 유치 일찍 잃었을 땐 교정해야

    대한치과교정학회는 교정치료를 위한 첫 검진 시기는 만6∼7세가 가장 적당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 시기에는 교정치료와 관련된 문제가 대부분 드러나며, 치료 효과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물론 이 시기에 교정검진을 받아 문제가 드러난다고 모두가 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교정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고, 문제에 따라 최적의 치료 시기를 따로 정하기도 한다. 교정학회가 소아기 조기교정을 권고하는 이유는 발육기에는 약간의 교정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 시기에 나타난 작은 문제가 성인기에 큰 문제로 커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교정치료 적기를 놓쳐 나중에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라는 말보다 교정 전문의에게 한번쯤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아 교정이 필요한 경우 앞니가 반대로 물리는 경우, 즉 아래 앞니가 위 앞니보다 돌출해 있거나 영구치의 공간을 잡아 줘야할 유치를 충치 등으로 일찍 잃은 경우라면 미루지 말고 교정 전문의를 찾는 게 좋다. 앞니가 반대로 물릴 때 문제가 되는 것은 기능성과 골격성이다. 기능성 측면에서는 치아물림이 어긋나 아이가 습관적으로 턱을 내밀어 문제가 되고, 골격성은 아래턱이 크거나 위턱이 작다는 점이다. 이 경우 기능성의 문제는 조기치료로 완치가 가능하고, 골격성의 문제도 심하지만 않다면 성장조절 교정치료로 상당한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를 방치해도 자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치를 일찍 상실한 경우 그 공간을 옆 치아가 잠식해 영구치가 못 나오거나 엉뚱한 곳으로 나오기도 한다. 따라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인접한 치아를 원래 위치로 되돌려 영구치가 나올 공간을 확보하는 간단한 교정만으로도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소아 교정의 종류 및 특징 부정교합은 교정치료의 시작 시기가 중요한 대표적인 치과질환이다. 위턱이 너무 크거나 작은 경우, 아래턱이 너무 크거나 작은 경우, 또 얼굴이 너무 길거나 짧은 경우 등이 모두 부정교합에 해당된다. 이런 부정교합은 증상에 따라 치료시기가 다르고, 성장을 전제로 교정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에 시기가 늦으면 아예 치료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아래턱이 위턱에 비해 큰 경우에는 초기나 중기 혼합치열기, 즉 위 앞니 2∼4개가 영구치로 바뀐 때가 치료 적기다. 반대로 아래턱이 위턱보다 작은 경우는 후기 혼합치열기나 초기 영구치열기, 즉 유치가 어금니 밖에 안 남았거나 모든 유치가 빠졌을 때가 치료에 유리하다. ●치료할 때 주의할 점 교정치료를 시작할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의 불편이나 식사의 어려움 등을 걱정한다. 그러나 성인과 달리 아이들은 치료 여건에 잘 적응하며, 일단 적응하면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다. 따라서 교정치료를 지레 겁내기보다 잘 정돈된 치열과 턱 모양을 만들 기회라고 믿고 교정 검진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소아 교정치료에 사용되는 교정 장치는 치아에 부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스스로 뺄 수 있는 착탈식이며, 환자 상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된다. 유형도 입안에만 끼우는가 하면 헤드기어처럼 머리나 목, 얼굴 부위에 착용하는 장치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런 장치는 대부분 착탈식이어서 치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보호자나 환자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모든 장치는 지속적으로 오래 착용할수록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가 불편해 하는 아이를 잘 설득해 의사의 권유대로 장치를 착용하면 치료기간도 줄이고, 치료 효과도 훨씬 좋아지게 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강동경희대병원 치과병원 교정과 강윤구 교수
  • 사진작가, 독사가 본인 다리 무는 순간에도 ‘찰칵’

    사진작가, 독사가 본인 다리 무는 순간에도 ‘찰칵’

    한 사진작가가 직업정신을 발휘(?), 독사가 자신의 다리를 힘껏 깨무는 순간에도 카메라를 놓지 않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출신의 마크 라이타라는 사진작가는 뱀을 주제로 한 작품을 위해 야생 뱀을 찾아다니다 유명한 독사인 ‘블랙 맘바’(Black Mamba)에 다리를 물리고 말았다. 하지만 마크는 자신이 뱀에 물린 줄 몰랐다가, 다음 날 자신이 찍은 사진을 현상하던 중 뱀이 다리를 물고 있는 장면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뱀이 내 다리에 기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셔터를 여러 번 눌렀지만 독사에 물린 사실은 한참 뒤에야 알았다.”면서 “뒤돌아 생각해보니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마크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독사 중 하나인 블랙 맘바에 물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다리를 깊게 물지 않아 뱀독이 몸으로 침투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블랙 맘바에 물리면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할 정도”라면서 “독사 중에서도 가장 독한 것이 바로 블랙 맘바”라고 설명했다. 한편 치명적인 맹독을 가진 블랙 맘바는 지구상의 다른 뱀 종(種)과 달리 개체수가 줄지 않는 동물군 중 하나다. 독이 워낙 강력해서 먹이사슬 내에 특별한 포식자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런던올림픽] 金 놓쳤지만 銀 더 빛났다

    [런던올림픽] 金 놓쳤지만 銀 더 빛났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들어온 박태환(23·SK텔레콤)은 처음에 취재진을 보고 웃었다. 울음을 감추려는, 한숨이 섞인 울음이었다. 질문에 대답하면서 눈이 벌게지더니 5분쯤 지나자 기어이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마를 부여잡고 눈물을 참아 보려고 애쓰던 박태환은 결국 “인터뷰 내일 하면 안 돼요? 죄송해요.”라며 황급히 짐을 챙겨 들었다.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경기가 열린 28일(현지시간). 박태환의 인생에서 가장 기나긴 하루였다. ●“인터뷰 내일하면 안돼요” 눈물 이날 오전 올림픽파크의 아쿠아틱센터에 모습을 드러낼 때만 해도 박태환의 표정은 밝았다. 예선 3조 4번 레인에 선 박태환은 3분46초68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그런데 전광판에 보이는 것은 실격을 알리는 ‘DSQ’란 글자였다. 멍해진 박태환은 자리를 떴다. 실격 이유에 대한 취재진의 물음에 “내용을 정확히 몰라서….”라고만 답했다. 대한체육회와 마이클 볼 코치를 비롯한 SK텔레콤 전담팀 관계자들이 상황 파악을 하고 이의 제기를 하느라 바쁘게 뛰어다니는 동안 박태환은 숙소에 앉아 있었다. “계속 기다렸다. 시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어서 답답했다.”고 박태환은 상황을 전하면서 가슴을 쳤다. 전담팀 관계자는 숙소로 전화를 걸어 “내일(자유형 200m)을 준비하자. 그래도 아직 모르니 포기하진 말자.”고 했다. 옛 스승인 노민상 SBS해설위원은 “전화를 해보니 숙소에서 울고 있다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후 4시 국제수영연맹(FINA)이 한국 측의 이의를 받아들여 판정을 번복했다. 극적으로 결선 진출이 가능해졌다. 소식을 들은 박태환의 표정은 담담했다. 서둘러 몸을 풀었다. 결선까지 채 5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 그러나 예민한 박태환에게 실격 소동의 아픔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쑨양에 뒤져 올림픽 2연패 좌절 오후 7시 51분. 다시 아쿠아틱센터에 선 박태환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몸을 풀고 물 앞에 섰다. 6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4번에는 쑨양(21·중국)이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 힘차게 스타트를 했다. 250m 지점까지 앞서며 올림픽 2연패의 꿈을 부풀렸던 박태환은 쑨양의 무서운 뒷심에 밀려 두 번째로 터치패드를 찍고 말았다. 박태환은 경기 뒤 “지금 내겐 은메달도 값지다. 마음먹은 만큼 (기록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후회는 없다.”며 “내 수영 인생에서 2009년에 가장 밑으로 내려갔는데, 그런 상황이 오늘 하루 다 이뤄진 것 같다. 그게 좀 힘들다.”고 했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졸지 마!’…애벌레 피해 달아나는 사마귀 포착

    ▶사진 보러가기 우연히 마주친 애벌레를 피해 달아나는 사마귀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사진작가 파하미가 최근 자택 근처에서 위와 같은 장면을 촬영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커다란 애벌레 한 마리가 나뭇가지 위로 기어오르고 있으며 그 옆에는 사마귀가 옆으로 피하는 모습이 굴욕적으로 나타나 있다. 파하미의 말을 따르면 애벌레가 맞서자 사마귀는 결국 물러서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한 듯 다른 잎사귀로 피해 달아났다. 사마귀는 곤충 중에서도 갈고리 같은 강력한 앞발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포식자로 유명하다. 사마귀가 수레를 막는다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이란 말이 있지만 사진 속 사마귀만큼은 겁이 많은 듯 보인다. 한편 사마귀에 맞선 애벌레 사진은 20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오늘의 사진들’ 중 하나로 소개됐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7) 삼척 늑구리 은행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7) 삼척 늑구리 은행나무

    생명은 한순간도 정체되지 않고 성장과 소멸을 거듭한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식물이든 매한가지다. 한 부분이 수굿이 성장하여 죽음을 맞이하면, 그의 뿌리는 또 하나의 새 생명을 일으킨다. 새로 태어나는 세포와 죽어가는 세포가 하나의 몸에 공존한다. 삶과 죽음은 결코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은 죽음을, 죽음은 삶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게 생명의 원리다. 무릇 모든 생명은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간다.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나무의 경우는 더 그렇다. 줄기가 부러진 뒤에도 나무는 새로 난 줄기로 그의 생명을 이끌어간다. 천년을 살아온 나무에서 태어나던 때의 세포를 찾는 건 그래서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의 나이를 측정하는 것도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 강원도 삼척 늑구리 은행나무의 나이는 1500살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다. 그러나 비슷한 연륜의 다른 은행나무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 중심 줄기가 오래전에 썩어 문드러지고 죽은 줄기 곁에서 촘촘히 돋아난 여러 개의 맹아지(萌芽枝)가 수백 년을 자라서 새로운 모습으로 20m의 높이까지 솟구쳐 올랐다. 새로 태어난 삶이 죽음을 에워싸고 하늘을 우러러 큰 생명을 이룬 것이다. 맹아지는 줄기나 가지에서 불규칙하게 솟아나는 새 가지로 대부분의 나무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유독 은행나무의 맹아지는 기존의 줄기와 가지 못지않은 크기로 발달하는 특징을 가졌다. 1500년 전에 뿌리를 내린 늑구리 은행나무의 줄기는 죽어 없어졌고, 그 곁에서 새로 돋은 10여개의 크고 작은 맹아지가 우람하게 자랐다. 수백 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굵은 맹아지에서부터 고작해야 10여년쯤 돼 보이는 가늣한 맹아지까지 다양한 연륜과 크기의 맹아지가 서로 어울렸다. 이처럼 다양한 맹아지들이 하나의 뿌리에서 돋아났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다. 새로 자란 맹아지들은 줄기가 있던 텅 빈 가운데 자리를 촘촘히 메웠다. 자연히 나무 전체의 생김새도 애당초 이 나무와는 전혀 다른 모양으로 여겨진다. 꽤 어지러워 보이는 나무의 생김새는 한 그루가 지어낸 결과가 아님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거대한 크기의 은행나무가 사람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산 위에 외따로 서 있다는 것도 이 나무의 특이한 점이다. 은행나무는 저절로 번식하지 않고, 사람의 마을에서 사람의 손을 타고 자라는 나무라는 이유에서다. 나무 곁에서 오래된 사람살이의 자취는 찾을 수 없다. 고작해야 몇십년도 안 돼 보이는 낮은 지붕의 살림채가 하나 있을 뿐이다. ●절집 자리에서 스님들이 심어 키운 나무 “30년 전에 딸아이가 산 아래의 소달초등학교에 들어갔지. 읍내에 살았는데, 학교가 멀어서 아이가 힘들어했어. 그때 마침 이곳에 친척이 살다 떠나려던 집이 있어서, 맞춤하다 싶어 들어와 살게 됐지.” 나무 앞에서 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김명환(70) 노인은 이 외딴 집에서 나무를 바라보며 일곱 남매를 키웠다. 자식들을 모두 대처로 내보내고 지금은 노부부만 남았지만, 김 노인은 ‘신령스러운 나무가 지켜주는 든든한 집’이라며 자랑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은행나무가 있는 곳이어서 ‘은행정’이라고 부르는데, 예전에 이 마을을 ‘절골’이라고 불렀대. 나무에 스님들과 관계된 전설이 있다고도 하지만 연유는 몰라. 절골이라면 절이 있었다는 이야긴데, 그런 흔적이 없거든.” 절집의 흔적도 없는 자리에서 1500년을 자란 나무에 얽힌 오래된 전설을 톺아보면, 늑구리 은행나무는 절집 마당에서 스님들이 정성껏 심어 키우던 나무임을 알 수 있다. 예전에 한 동자승이 이 나무 줄기에 기어오르기를 좋아했다. 어린 동자승은 줄기에 기어오르다 떨어져 다치는 일이 잦았다. 동자승을 돌보던 큰스님은 동자승이 아예 나무에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나무줄기를 반들반들하게 깎아내려 했다. 스님이 나무의 몸집에 날카로운 칼을 밀어넣는 순간,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내리치고 줄기에서는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놀란 스님은 법당으로 뛰어들어가 부처님께 용서를 빌었다. 그때 불상에서 “나무의 피를 받아 마셔라.”라는 소리가 흘러나왔고, 스님은 뛰어나와 나무가 흘리는 피를 받아마셨다. 그러자 스님은 창졸간에 커다란 구렁이로 변해서 나무 줄기 가운데에 똬리를 틀고 나무를 지키는 지킴이가 됐다. ●죽음을 품고 살아가는 변증의 생명체 나무를 신성하게 잘 지키려는 의도에서 지어낸 이야기가 틀림없겠지만, 이야기에 굳이 스님과 동자승을 등장시킨 건 아무래도 이 나무가 절집과 관계 있는 나무임을 보여 주는 증거로 생각된다. 김 노인의 말처럼 절집의 흔적은 없지만 나무는 필경 절집의 나무였던 것이다. “예전에 개를 키웠던 적이 있어. 그런데 이 나무의 신령한 기운을 개도 알았는지 신통하게도 이 나무 아래에서는 절대로 똥을 싸지 않더군. 그뿐이 아냐. 이 산에 뱀이 많았지만 우리 은행나무 그늘에는 뱀이 다가오질 못 했어.” 가늠할 수 없이 긴 세월을 살아온 생명체 앞에서 과학의 잣대로 노인이 건네는 이야기의 진위를 따지는 건 애당초 옳지 않다. 나무 곁에서 30년 동안 나무를 바라보며 나무에 의지해 살아온 산골 농부의 나무 자랑이고 자연 사랑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인 삼척 늑구리 은행나무는 그렇게 과학 그 너머의 세계에서 죽음을 품고 살아가는 변증의 생명체로서 오랜 세월을 살았다. 나무의 유장한 생명력에 가만히 고개 숙일 따름이다. 글 사진 삼척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강원 삼척시 도계읍 늑구리 210-2. 영동고속국도의 강릉교차로에서 동해고속국도로 갈아탄 뒤 동해고속국도의 개통구간 중 남단인 동해나들목으로 나간다. 국도 7호선을 타고 삼척 방면으로 4.4㎞ 가면 국도 38호선과 이어지는 단봉삼거리에 이른다. 여기에서 우회전하여 28㎞ 쯤 남하한다. 영동선 철도의 고사리역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오십천을 건너는늑구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선 뒤, 고사리역 안으로 들어간다. 역 가장자리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1㎞ 쯤 가면 언덕 위에서 나무를 만날 수 있다.
  • 제주 어린 갈치는 보호해 주세요

    타 지역 대형 선망어선들이 제주 인근 해역에서 어린 갈치까지 포획하고 있다며 제주 지역 어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18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제주시 수협 공판장에서 도내 채낚기어선 어민들이 타 지역 선망어선들의 어획물 경매를 거부해 달라고 제주시수협과 경매사(중도매인)들에게 요구해 경매가 일시 중단됐다. 도내 채낚기어선 어민들은 “타 지역 대형 선망어선과 중국 어선들이 제주 인근 해역에서 25㎝ 미만의 어린 갈치를 무차별적으로 포획해 갈치 어획량이 매년 크게 줄고 있다.”며 이 선주들의 위판을 거부할 것을 요구했다. 올 들어 지난달 현재 갈치 어획량은 3983t(6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368t(899억원)과 비교해 물량은 26%, 위판액은 31%나 줄어들었다. 도 관계자는 “수협이 앞으로 제주항에 입항하는 타 지역 선망어선들이 어린 갈치를 잡아 올 경우 경매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갈치에 대해서도 참조기와 소라처럼 법적으로 치어 포획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美 최신예 전투기 F/A-18F ‘슈퍼호넷’ 시뮬레이터 체험기

    美 최신예 전투기 F/A-18F ‘슈퍼호넷’ 시뮬레이터 체험기

    미국 보잉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청사 앞에 임시 주차한 대형 트레일러 안에서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첨단 전투기 슈퍼호넷(F/A-18F) 조종석 시뮬레이터 체험 행사를 열었다. 신형 터치스크린식 계기판을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실제 전투기 조종석과 똑같다는 조종석에 기자가 직접 앉아 보니 폐쇄 공포증이 느껴질 만큼 비좁았다. 투명한 앞 유리에 초록색으로 비행 속도와 고도 등의 비행 정보와 함께 표적 조준 궤도가 상시적으로 표시됐다. 그 바로 아래에 터치스크린식으로 5개의 화면이 제각각 다양한 정보를 표시하고 있었다. 가운데 화면은 지도, 오른쪽 상단 화면은 레이더였다. 화면 오른쪽 옆에서는 얇은 데스크톱 컴퓨터가 시시각각 정보를 나타냈다. 자동차 스틱 기어 모양처럼 생긴 조종간을 양 허벅지 사이에 놓고 작동하는 게 여간 어렵지 않았다. 힘을 세게 줘야 조종간을 움직일 수 있는데 그렇다고 힘을 너무 주면 비행기가 급격하게 기동하기 때문에 숙달이 필요했다. 조종간을 오른쪽으로 기울이면 오른쪽 날개가 올라가고 왼쪽으로 기울이면 그 반대였다. 앞으로 밀면 비행기가 아래로 향하고 뒤로 당기면 위로 올라갔다. 비행기가 방향을 바꾸거나 기울 때마다 약간의 중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실제 비행에서 가해지는 엄청난 중력은 아니라고 보잉 측은 설명했다. 가속기는 발쪽에 있는 게 아니라 왼쪽 허벅지 옆에 자동차 자동 변속기처럼 손으로 작동하는 식이었다. 앞으로 밀면 속도가 올라가고 뒤로 당기면 떨어졌다. 오른쪽 다리 옆에는 각종 계기 버튼이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하게 놓여 있었다. 적기가 출현하면 레이더 화면이 포착해 알려준다. 이때 유리창에 표시되는 표적에 작은 사각형을 조준한 뒤 조종간에 붙어 있는 버튼을 권총 방아쇠처럼 당기면 미사일이 날아간다. 방아쇠를 당겨봤더니 유리창에 미사일이 발사되는 그림이 나타났다. 목숨을 건 전투라기보다는 전자오락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 주 조종사 뒤칸에 부조종사석이 있었다. 부조종사는 무기와 관련한 정보를 주 조종사에게 제공하거나 주 조종사를 도와 무기를 발사하기도 한다. 만약 상대방도 똑같은 슈퍼호넷을 타고 있다면 승부는 어디에서 갈릴까. 보잉 관계자는 “레이더의 성능이 똑같다면 어느 시점에 어떤 위치에서 어떤 무기로 공격할지 등 조종사의 판단과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글 사진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복지는 세금폭탄? 응원폭탄!

    복지는 세금폭탄? 응원폭탄!

    #농촌에서 태어나 쭉 농사짓고 살았다. 천직이라 생각했다. 30살 때 바깥 세상이 궁금해 한 달 동안 유럽 여행을 다녔다. 그때 눈에 띈 것이 젊은 여행객들 손에 들려 있던 휴대전화. 저걸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서 31살 나이에 공대에 입학했다. 학비는 무료였고 교재 구입 등 부대 비용은 생활비 명목으로 나오는 보조금으로 충당했다. 조금 더 필요하다 싶으면 아르바이트로 보충했다. 대학 3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갔다. 국가는 외국 생활비 수준에 맞게 책정한 저금리 융자금을 내줬다. 귀국 뒤 휴대전화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고 영국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해 아이 둘을 낳았다. #어느덧 나이는 50에 이르러 해외 지사장을 노리는 중견 간부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퇴직 권고서가 날아왔다. 사업부를 재조정하면서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제 머리띠 동여매고 고공 크레인에 오를 시간이던가. 아니다. 일단 테니스 연습에 열중하고 미국과 캐나다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이렇게 재충전하면서 구직에 나서 1년 반 뒤 다른 회사에 취직했다. 1년간 무노동 연봉 제공, 추가 1년 때 연봉의 80% 제공, 실업 기간 동안 각종 융자금 상환 의무 유예, 1년간 공짜로 주어지는 재취업교육 등 ‘백’이 워낙 든든해서였다.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최연혁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는 쇠데르퇸대 정치학 교수로 스웨덴에서 25년간 머물고 있는 저자가 스웨덴 모델을 얘기한 책이다. 사실 스웨덴 모델 얘기는 식상한 감이 있다. 최근 복지 논쟁 때문에 이런저런 논란이 불타올랐지만 여전히 “국가기관, 언론은 물론 국민들마저 알아서 기어 주는 판국에 한국의 재벌들이 뭐가 아쉬워 고개 숙이겠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하는 장하준을 타격하는 한국의 진보학자들의 비판 지점이 여기에 있다. 저자 역시 1938년 살트셰바덴 협약 한 방으로 스웨덴 모델이 탄생했다는 신화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그 협약도 중요하다. 그러나 저자는 스웨덴 모델이란 1930년대 이후 40년간 크고 작은 충돌을 조정한 결과라는 쪽에 선다. 그래서 다른 대목도 추가한다. 하나는 1931년 오달렌 사태다. 파업 노동자에게 정부가 발포해 5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대공황으로 곤궁했던 시절이었으니 사회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경찰서 습격, 방화,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이제 남은 길은 폭력 혁명밖에 없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내전이 눈앞에 닥친 상황이었다. 그때 나선 게 사민당과 노조였다. 그런데 방식이 특이하다. 혁명하자는 노동자들을 앞에 두고 “우리를 믿고 우리에게 해결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설득했다. 저자는 “만약 노동자들이 사민당의 지도로 하나가 되어 총결집하지 않았다면 1932년 이후 지속적으로 사민당이 44년간 집권할 수 있었을까.”라고 되물었다. 1957년 연대임금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무노동 무임금이 황금률이라면 그 원칙과 동전의 양면이랄 수 있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도 황금률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잘나가는 수출 대기업 노동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그런데 스웨덴 노동자들은 해냈다. 고만고만한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껑충껑충 뛰어오르는 동안 잘나가는 수출 대기업 노동자들은 임금이 동결되는 것을 받아들였다. 나 하나 잘 살면 그뿐이라는 태도를 버린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노조의 희생, 노조의 실천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노조의 도덕적 우월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마련됐고 기업에도 사회적 책임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노동자기금을 둘러싼 논쟁, 이에 맞서 우리 귀에도 익숙한 H&M과 이케아의 본사 이전과 자본가들의 항의 시위 등 더 복잡한 얘기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저자가 수행한 인터뷰다. 오랫동안 스웨덴에 살았고 스웨덴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는 이답게(한국식으로 직위에 따른 서열화에 따르자면) 의회 부의장과 각 부 장관에서부터 배관공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어떻게 살아왔는지 얘기를 나눴고 가벼운 필체로 이를 고스란히 담았다. 앞서 소개한 사례뿐 아니라 그 모든 사례는 어디 표창이라도 받은 모범 사례나 숨겨져 있던 아주 극적인 사례를 애써 찾아내고 발굴한 게 아니라 저자가 동네 모임 같은 곳에서 만나 알고 지내는 평범한 사람들 얘기다. 이렇다 보니 저자가 비교연구 수행을 위해 매 학기 강의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미래는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숙제를 내는데 그 대답에는 “국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패가 두렵지 않다.”는 대목이 늘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복지 관련 세금 인상에 75%의 국민이 찬성하고 노인건강과 퇴직연금을 위한 세금 인상에 73%가 긍정적이며 질 높은 무상교육을 위한 세금 인상에는 71%가 동의”하는 것은 낙관적인 미래를 위해서다. 문득 우리 대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뭐라고 답할까 궁금해진다. 또 ‘줄푸세’에서 증세로 돌아선 한 정치인, 그리고 증세 얘기만 나오면 ‘세금 폭탄’이라며 바르르 떨어대던 이들 모두 어떤 실천과 대응을 내놓을는지 궁금해진다. 안 그래도 배 아파 미칠 노릇인데 그래서 기사에서만큼이라도 정치 얘기는 되도록이면 빼고 싶었는데 딱 하나만 붙이지 않을 수 없다. 1946년 46살에 총리직에 올라 1969년에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23년간 집권하면서 11번의 총선을 모두 승리로 이끌어냈고 그 기간 동안 스웨덴 복지 모델을 안착시켜 ‘국민의 아버지’라는 이름까지 얻었던 타게 에를란데르 총리. 국민들은 그의 정계 은퇴 선언에도 경악했지만 물러나서도 돌아갈 집이 없다는 데 다시 한번 경악했다. 적어도 “장기 집권에도 불구하고 청렴했다.”, “원래 꿈이 복지국가 건설이었다.”는 말은 이럴 때나 써야 하지 싶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 여인들의 눈물, 외면할 수 있습니까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을 다룬 ‘학살, 그 이후’(권헌익 지음, 유강은 옮김, 휴머니스트 아카이브 펴냄)는 제사상에 올리는 한 잔의 술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인 저자는 한국인 인류학자다. 인류학자로서 1994년부터 틈나는 대로 베트남을 드나들며 현지조사를 수행했다. 한국인으로서 베트남전 특수로 인해 “내가 살던 가난한 동네에서도 물질적 상황조건이 개선”됐다는, 나중에 깨달은 “도덕적 궁지” 때문이다. 한국인 인류학자로서 저자는 이 책을 “공물(供物)로 내놓는다.”고 해뒀다. 학문적 땀방울 못지않게 인간적 눈물방울이 읽히는 이유다. 저자가 처음 꺼내 놓은 얘기는 1968년 2월 25일 한국군 해병대가 민간인 135명을 학살한 뒤 살아남은 몇몇 주민들이 시체들을 가매장해 둔 것까지 불도저로 모조리 밀어버렸다는 ‘하미 학살’이다.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3월 16일, 미군도 똑같은 짓을 저질렀다. 이는 ‘미라이 학살’로 널리 알려졌다. 한국군의 행위가 그에 못지않게 잔혹했고, 노엄 촘스키가 “43건의 미라이 학살들”이라는 복수형 표현을 쓸 정도로 빈번했음에도 왜 미라이 학살만 알려졌을까. “하위 행위자는 폭력적인 마을 평정 작전에서 지배적 행위자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하고도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일 뿐이다. 쉽게 말해 이름을 떨친 종군기자나 연구자들은 미군만 쫓아다녔지, 한국군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국가 정체성 운운하며 흥분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을 대놓고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실제 저자가 만난 학살 생존자들은 시계추처럼 오간 군인들의 극단적 이중성에 곤혹스러워했다. 어제 주민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집 짓는 걸 도와주던 이들이 오늘은 주민들을 모아놓고 수류탄을 던지고 기관총을 난사했다는 것이다. 이 극단적 이중성이 어찌 그들 탓이랴. “전쟁이라는 냉혹한 태엽장치에서 시계추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고 “시계추에는 자체의 동학이 있지만 자신의 운동을 통제할 수 없”었을 뿐이다. 저자는 “전후의 삶을 통해 이런 잔인한 동요의 기억과 싸웠다고 믿는다.”는 수준에서 매듭짓는다. 저자가 힘을 모으는 지점은 학살된 이들을 베트남 사람들이 추모하고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는 저자가 에밀 뒤르켐의 수제자 로베르 에르츠의 ‘상징적 양손잡이’ 개념을 주된 화두로 붙잡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아노미 개념에서 보듯 뒤르켐은 사회적 유대감에 관심을 가졌다. 에르츠는 그다음 단계, 그러니까 사회적 유대가 격렬하게 깨졌을 경우 어떤 양상이 벌어지고 이를 어떻게 봉합할 것인가를 연구했다. 이를 위해 제안한 것이 양손잡이 개념이다. 오른손에게 바른 손이라는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왼손도 함께 바라봐 온전한 양손잡이가 되자는 것이다. 영웅적 군인이 오른손이라면, 학살 피해자는 왼손이다. 저자는 실제 현지조사를 통해 학살 피해자들이 베트남 내부에서도 왼손 취급당했음을 드러낸다. 전쟁 이후 베트남도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수행했다. 전선에서 피 흘리며 죽어간 젊은이들에게 국가는 전쟁영웅이란 칭호를 부여했고 기념비와 묘지를 바쳤다. 그러나 균열도 드러난다. 북베트남 전사들은 전쟁을 위해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전장에 투입됐다. 해서 시체를 고향으로 되돌려 보내 웅대한 기념비 옆에 묻으면 된다. 접경지대격인 베트남 중부의 학살 피해자는 다르다. “영웅적 전사자라는 도식 안에서 보면, (학살 피해자들의) 집단 무덤은 재생의 가치가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편의 유해와 상대편의 유해가 뒤죽박죽 엉켜 있는 모호한 대상”이다. 그래서 “혁명 열사들의 유해를 모아 마을의 중심부로 가져왔을 때 평범한 마을 사람들의 유골은 논으로 바꿀 예정인 곳에서 외곽의 모래투성이 황무지로 옮겨졌다.” 비극적 죽음에 눈물 흘릴 공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해원을 위해 사당을 짓고 무당을 불렀다. 조선시대 성리학이 교조화되면서 의지할 곳을 잃은 부녀자들이 절과 무당집에 몰려갔듯, 베트남 주민들도 민간전통신앙에 의지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었다. 문제는 국가적 공식 기억에 맞지 않고 과학적 사회주의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베트남 정부가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점이다. 이는 딜레마를 낳는다. 전쟁 당시 베트남 인민들이 가장 분노한 것은 외국 군인들이 조상을 모신 사당을 부수고 사람을 함부로 죽였을 뿐 아니라, 장사조차 못 지내게 시체를 마구 훼손하고 뒤섞어 버린 만행이었다. “전쟁 동원 체제에 가장 뚜렷한 기여를 한 조상 사당들이 전쟁이 끝난 뒤에 정치적 불순성과 문화적 후진성의 상징으로 꼽힌 것은 아이러니다.” 이 갈등은 1990년대부터 수면 위로 치솟는다. 여러 가지 형태의 이장운동이 벌어지는 것이다. 국가가 조성한 공식 무덤에서 개인 사당으로 유골을 빼내오거나, 버려졌던 유골을 국가의 공식 무덤에 안치하는 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베트남전은 이데올로기나 박정희 평가 문제,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의원의 반발(2001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베트남전 참전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자 “6·25전쟁에 참전한 16개국도 북한에 사과해야 하느냐.”고 공격했다.) 등이 있어서 한국에서도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빙빙 에둘러 왔지만, 사실 책의 백미는 이 부분이다. 하나만 꼽자면, 하미 전쟁열사묘지에는 ‘전쟁범죄 희생자 35인의 공동무덤’이 있다. 1986년 9월 하미에서는 하미 근처 하지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35명이 학살당한 사건을 놓고 논쟁이 벌어진다. 주민들은 이들 역시 열사라 보고 공식묘지에 묻어 달라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이를 거부한다. “열사란 직접 적과 맞서 싸운 이들”이라서다. 주민들 압력으로 결국 무덤은 조성되지만, 정부는 이들 묘를 파내려고 한다. 그때 주민들은 “낫이나 작대기를 무기 삼아 들었다.” “오늘부터 너희가 우리 적”이라면서. 저자는 무차별적인 학살 때문에 그 수많은 뼈와 해골 가운데 어느 것이 누구의 유골인지 모를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한 구 한 구 파내 정성스럽게 쓰다듬고 정리하고 가지런히 다시 묻는 이장의 과정 자체가 후손들에게는 정신적으로 커다란 치유가 된다는 증언들을 곳곳에서 강조한다. 저자가 끊임없이 길어올리는 것은 ‘농민인지 전사인지 구분 안 되는 악독한 빨갱이 베트콩’ 대신 ‘조상 모시면서 제 땅을 제가 파먹고 살길 원하는, 농경사회라면 흔히 발견되는, 한국에서도 흔히 찾을 수 있는 농민의 얼굴’이다. “농민 전사들이 군복을 입은 정규군 병사들과 악수를 하고, 정치 장교들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연설을 참고 들으며, 달 없는 밤을 틈타 재빨리 집으로 달려왔을 때, 그들이 여전히 군인이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그러니까 “체제가 공간의 균질성과 정체성의 불변을 고집한 반면, 삶으로 직접 겪는 냉전의 현실은 모순적 공간이나 변증법적 공간이었고, 이러한 현실 속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 동일자가 아니라 쉽게 변화하는 존재였으며, 이런 변형성이야말로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을 제공했다.” 모두가 베트콩이었으되, 그 어느 누구도 베트콩이 아닌 이런 상황을 저자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이 책으로 2007년 미국 인류학회가 수여하는 클리퍼드 기어츠상을, 후속작 ‘베트남전쟁의 혼령들’로 2009년 미국 아시아연구협회가 주는 조지 카힌상을 받았다. 해서 책 앞에는 드루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의 서문이 붙어 있다. 한 구절 따온다면 이렇다. “전쟁을 수행하는 나라들은 정치적 목적과 이데올로기를 위해 죽은 이들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가족들에게서 그들을 앗아가 깊은 상처를 남기고 사자(死者)들을 역사의 행위자가 아니라 도구로 뒤바꾼다.” 한국전쟁과 그 이후 지금까지도 격렬한 이념전쟁을 치르고 있는 한국에서도 이런 연구가 수행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저자는 한국전쟁 연구 권위자인 박명림 연세대 교수와 손잡고 ‘한국전쟁을 넘어서’라는 국제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다려지는 부분이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PIIGS 세팀 4강, 그래서 축구다

    [스포츠 돋보기] PIIGS 세팀 4강, 그래서 축구다

    4강에 세 팀이나 ‘기어이’ 올라왔다. 포르투갈-스페인, 독일-이탈리아 대결로 압축된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2 4강은 역대 어느 대회보다 흥미진진한 ‘지정학적 매치업’으로 배치됐다. ‘이베리아 더비’로 불리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해상 패권과 식민지를 다투던 전통의 앙숙이고 독일과 이탈리아는 알프스 산맥을 등진 데다 1차 세계대전 때 총부리를 겨눴다가 2차 세계대전에선 추축국으로 한 배를 탄 인연으로 돋을새김된다. 더욱이 유로존 17개 회원국 가운데 재정수지 악화, 부동산 거품 붕괴로 촉발된 금융 부실, 높은 실업률이란 공통점으로 싸잡혀 ‘PIIGS’(돼지들)로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5개국 가운데 아일랜드와 그리스가 각각 이번 대회 조별리그와 8강전에서 짐을 싸고 세 나라가 준결승에 진출한 것은 자국의 사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해진다. 특히 이들과 준결·결승에서 맞붙을 상대로 독일이 자리 잡은 것도 흥미롭다. 독일이 유로존에서 이들 나라의 재정 및 금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돈보따리를 풀어야 할 ‘물주’(物主)로 프랑스와 함께 거론되기 때문이다. 축구에 정치적인 해석을 가미하는 건 어울리지 않지만 나라 살림이 거덜난 국가의 응원단이 대회를 개최하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까지 찾아와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몸부림을 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는 팬들이 적지 않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조별리그 1차전을 보기 위해 폴란드를 찾았다가 국민들로부터 ‘지금 축구 보러 다닐 때냐?’, ‘돌아오지 말라.’는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23일 독일이 8강전에서 그리스를 4-2로 따돌릴 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관중석에서 어깨춤을 추며 손뼉을 치는 모습을 중계로 지켜본 그리스 축구 팬들은 어떤 감정에 사로잡혔을까. 국민과 정치권, 금융계가 서로 경제난 책임을 돌리기에 바쁜 나라의 팬들이 유럽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 적지 않은 관광 수입을 안기는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호경기의 과실은 독차지하려 하고 불황의 고통은 분담하지 않고 축구를 유일한 탈출구 및 스트레스 이완제로 삼는다는 지청구는 마땅한 것일까. 일진일퇴, 한반도에 언제 그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남유럽발(發) 재정·금융 위기 속에 새벽잠 설치며 선진 축구를 어깨너머로 살피느라 여념 없는 국내 팬들이 한번쯤 화두로 삼을 법하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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