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기아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환상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사이버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축적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화성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6,652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②-현대맨과 가신들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②-현대맨과 가신들

    “내가 하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시도하는 것이고, 세계에 한국을 들이미는 일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다들 덤볐고, 그랬기에 자부심 또한 대단했다. 번듯한 직장과 두둑한 월급도 중요했지만 국가경제에 끼쳤던 절대적 영향력이 없었다면, 제 아무리 왕회장(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무서웠어도 그렇게 무모하리만큼 청춘을 불사르며 죽어라 달려들지 않았을 것이다.”25년을 현대에서 부대낀 이계안(53)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자신을 포함한 현대맨들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기자는 짐짓 딴죽을 걸어보았다.“그렇지만 세상은 당신들을 가신이라 부르며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 위원장의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 오너(창업주 일가)와의 친분으로 사장이 된 사람도 있다. 또 내부 세력 다툼에서 촉발된 경영권 분쟁으로 아직도 현대가 부분적으로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다. 정주영 회장과 함께 건설, 자동차, 중공업 등 국가 기간산업을 무에서 일으킨 사람들이다. 부분적인 그림자가 있다고 해서 ‘경제인 정주영’과 현대맨들이 흘렸던 땀과 노력이 평가절하돼서는 안된다.” 현대는 여느 그룹처럼 구조조정본부가 없다. 그렇다고 비서실 인맥이 뚜렷한 것도 아니다.‘회장님’(정주영)과 ‘현대맨’, 두 가지 구분법만이 있을 뿐이다. 이같은 독특한 구조 때문에 ‘가신그룹’이라는 부정적 단어도 생겨났지만 이 위원장의 말대로 오늘날의 현대를 일궈낸 데는 현대맨들의 열정과 우직한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현대… 현대맨… 현대스타일 현대맨들에게는 이른바 ‘현대 스타일’이라고 하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부지런하다.“부의 원천은 근검”이라며 새벽 6시에 출근해 7시에 임원회의를 소집했던 고 정주영 회장의 스타일에 적응하다 보니 근면이 아예 몸에 배어 버렸다. 정 회장이 세상을 뜨고 그룹이 뿔뿔이 쪼개진 지금도, 현대라는 간판을 단 회사의 직원들은 오전 7시면 출근한다. 둘째, 저돌적이다. 이 역시 “이봐, 해봤어?”하는 정 회장의 윽박에 오랜 세월 단련된 결과다. 이 때문에 때로는 거칠고 무모하다는 평가도 받지만 일단 ‘문제’에 달려들어 해보려는 의지가 남다르다. 셋째,‘정주영 마니아’다. 여느 그룹이나 창업주에 대한 직원들의 존경심은 대단하지만 현대맨들의 정주영 회장에 대한 경외심은 일반인의 상상을 넘어선다.“그 분의 부지런함, 하면 된다는 의지, 집요한 노력을 곁에서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뭔가가 끓어오른다.” 정주영 회장과 함께했던 현대맨들의 한결같은 고백이다. ●핵심 인맥 ‘건설’ 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에 대한 창업주의 애착은 남달랐다. 때문에 현대건설 출신이 아니면 그룹에서 성장하기 어려웠고 건설 스타일이 아니면 적응하기도 어려웠다. 건설 인맥의 맏형은 훗날 그룹 상임고문까지 지낸 이춘림(78) 전 회장이다.195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77년 1월 사장을 지낼 때까지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건설에서 보냈다. 그 뒤를 잇는 이는 이명박(64) 현 서울시장이다.‘현대맨의 전형’으로 불리는 그는 65년 현대건설 공채로 입사해 5년 만에 이사,12년 만에 사장이 됐다. 이후 91년까지 현대건설 회장으로 장수하며 ‘샐러리맨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이렇게 말한다.“세간에서 나를 신화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그러나 신화는 명명하는 사람들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만 신화일 뿐, 안에 있는 사람에게 그것은 겹겹의 위기와 안팎의 도전으로 둘러싸인 냉혹한 현실이다. 시련이라는 험한 파도 앞에서 나는 우회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서울시장 재임 중에 밀어붙인 청계천 복원과 교통체계 개편은 그가 건설 출신의 현대맨임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일각에서는 그에 대한 일화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의 한 고위 임원은 “태국 근무때 강도에게서 회사 금고를 지켰다는 일화 등 일부 얘기는 다소 부풀려졌다.”면서 “정주영 회장과도 막판에는 사이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 시장의 뒤를 잇는 이내흔(69)씨는 90년대의 현대건설을 키운 주역이다.70년 현대건설로 입사해 91년 11월부터 7년 가까이 현대건설 사장을 지냈다.100% 국산 기술로 원자력발전소(영광 3·4호기)를 지어 우리나라 원전 건설사에 새 장을 열었다. 이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정주영 회장이 말년에 가장 애착을 가졌던 서산간척사업의 토대도 그가 닦았다. 옛 현대전자에서 분사된 홈네트워크시스템 전문구축업체 현대통신을 인수해 현재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잠시 대학 강단에 섰다가 ‘친정’으로 돌아온 이지송(65) 현 현대건설 사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달성하며 옛 영광 재현에 나섰다. 박세용(65) 전 INI스틸 회장과 심현영(66)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도 현대건설 출신이다. 박 전 회장은 비자금 문제에 연루돼 중동에서 옥고를 치르면서도 단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아 정주영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냈다. 외환 위기때는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았다. 대학(연세대) 선후배라는 인연까지 더해져 고 정몽헌(MH) 회장의 믿음도 컸다. 이 때문에 그가 99년 12월31일 현대차 회장으로 발령나자 ‘MH계의 자동차 접수’라며 MK(정몽구 현대차 회장) 진영의 반발을 샀고, 결국 형제간 다툼의 시초를 제공했다. 딸이 미국에 살고 있어 딸 집을 오가며 소일하고 있다. ●왕회장의 그림자 인맥 정주영 회장의 최장수 비서를 지낸 이병규(52) 전 비서실장(현 문화일보 사장)이 단연 첫 손에 꼽힌다.77년 1월부터 91년 12월까지 무려 14년을 회장 비서실에서만 근무했다.92년 정주영 회장이 통일국민당을 창당했을 때도 당으로 옮겨 정 회장을 ‘모셨다’. 이 기간까지 포함하면 꼬박 15년이다. 정치자금 관리 혐의로 1년 8개월 동안 ‘5평짜리 아파트에서 연탄을 직접 갈며’ 숨어 지내면서도 단 한번도 불편한 내색을 내비치지 않아 “가신을 넘어 분신”이라는 평을 들었다. 정주영 회장 장례식때 조사를 읽은 사람도 그다. 육군 중위 출신의 김영일(62) 전 현대백화점 사장도 통일국민당 사무부총장을 맡아 정주영 회장을 그림자처럼 보좌했다. 이 공을 인정받아 94년부터 5년간 금강개발산업(현 현대백화점) 사장을 지냈다. 김 전 사장이 금강개발산업으로 발령나자 셋째 아들인 몽근(현 현대백화점 회장)씨 진영은 ‘왕회장의 친정체제 구축’으로 이어질까봐 바짝 긴장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리츠칼튼CC 등 골프장 운영업체인 애머슨퍼시픽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진호 전 고려산업개발 회장도 빼놓을 수 없다. 스스로를 ‘명예회장의 지팡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출신으로 92년 대선때 정주영 회장의 경호 책임을 맡았었다. 그러나 고려산업개발이 부도나기 직전인 2000년 말에 현대를 떠나면서 씁쓸한 인상을 남겼다. 고 정몽우(정주영 회장의 넷째 아들)씨의 부인 이행자씨의 친오빠이기도 하다. 정주영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10년간 역임할 때 통역을 담당했던 박정웅씨도 ‘인간 정주영’을 가까이서 들여다본 인물이다. 이 때의 일화를 엮어 ‘이봐, 해봤어?’라는 제목의 책도 냈다. 책에 나오는 한 대목.“호칭을 보면 회장님의 기분상태를 알 수 있었다. 기분이 좋으면 ‘김 이사’ 식으로 아랫사람들의 직책을 불렀지만 기분이 나쁘면 ‘그치’라고 불렀다.” 책을 본 현대산업개발 정세영 명예회장은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생전의 정주영 회장은 아랫사람들이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저을 때면 “이봐, 해보기나 했어?”하고 다그치곤 했다. 칭찬에 인색했던 정주영 회장이 드물게 아랫사람들을 칭찬한 적이 있다. 독일 바덴바덴에서 88서울올림픽을 유치할 때다. 그는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서 “프랑크푸르트 지점 전 직원과 그 부인들까지 혼연일체가 돼 한 가지 목표(올림픽 유치)를 향해 뛰었다.”며 올림픽 유치의 숨은 공로를 현대건설 프랑크푸르트 지점 식구들에게 돌렸다. 재료가 변변찮은 이국 땅에서 30∼50명분의 한국음식을 매일같이 해나른 사람이 채수삼(62) 당시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이다. 그 열정과 노력을 인정해 정주영 회장은 93년 그를 ‘그룹 통합구매실장’으로 불러들였다. 이후 광고 계열사 금강기획 사장을 맡아 업계 5위권 밖을 맴돌던 회사를 2∼3위로 끌어올렸다. 지금은 서울신문 사장을 맡고 있다. 채 사장은 “69년 현대양행에 입사해 내 인생의 반이 넘는 시간을 현대에 몸담았건만, 돌이켜보면 엄청나게 일만 한 기억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룹 ‘7인 회의’ 멤버였던 김형벽(70) 전 현대중공업 회장, 그룹 종합기획실 인맥의 대부로 불리는 이현태(69) 전 현대석유화학 회장,‘포니 정’(정세영)과 함께 현대차의 기반을 닦은 박병재(63) 전 현대차 부회장, 현대종합상사를 일군 김고중(65) 전 현대아산 부사장도 빼놓을 수 없는 현대맨들이다. ●가신 3인방의 등장 박세용-심현영-이내흔 등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하던 새로운 인맥이 90년대 중반 들어 등장한다. 김윤규-이익치-김재수로 이어지는 이른바 ‘가신 3인방’의 급부상이다. 왕회장 인맥이 MK·MH 인맥으로 쪼개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엔지니어 출신의 김윤규(61) 현 현대아산 대표이사 부회장은 ‘소떼 방북’을 성사시킨 대북사업의 주역이다. 정주영 회장의 평생 염원인 금강산관광 사업을 주도하면서 2대(정주영-정몽헌)에 걸쳐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정주영 회장의 임종 직전까지 거의 매일 서울 청운동 자택을 찾아 점심을 함께 하며 말동무가 돼주기도 했다. 정주영 회장의 비서 출신인 이익치(61) 전 현대증권 회장은 98년 3월 ‘바이 코리아’ 돌풍을 일으키면서 주가 1000시대를 이끌었다. 매사가 시원시원하고 자신감에 넘쳐 MH의 총애를 받았지만, 경박함 때문에 싫어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MH의 상가에 끝내 나타나지 않아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정몽준(현대중공업 대주주) 의원과도 사이가 벌어지면서 현대가와 완전히 등을 돌렸다. 82년 현대중공업 사장과 현대엔진공업(중공업 관계사) 전무로 처음 만난 두사람은 그러나 당시 정몽준 사장이 “화장실에서 생각난 아이디어를 말하지 마라.”며 면박을 줬을 만큼 처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역시 정주영 회장의 비서 출신인 김재수(57)씨는 박세용 회장의 뒤를 이어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아 그룹을 이끌었다. 재무통으로 노래도 잘했던 그는 2000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대학 동문인 MH 진영에 뒤늦게 합류했다. 다소 ‘욱’ 하는 성질도 있다는 게 주위 얘기다. 세 사람은 이렇듯 형제간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MH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MH 인맥을 만들어냈다.MH의 눈과 귀를 가렸다는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이후 현대건설이 자금난에 휩싸이면서 세사람 사이에도 반목이 커졌다.‘MH의 그림자’로 불리던 강명구(59) 전 현대택배 회장, 박종섭(58) 전 현대전자 사장 등도 MH 인맥으로 꼽힌다. 같은 범주에 들었던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은 대북송금 특검 과정에서 MH와의 인연을 끊었다. ●MK 인맥의 전면부상 MH쪽에 김윤규-이익치-김재수가 있었다면 MK쪽에는 유인균-이계안-정순원이 있었다. 세 사람 모두 MK의 고등학교(경복고) 선후배다. 가장 선배인 유인균(65) 전 INI스틸 회장은 보는 이에 따라 시각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의리파’로 통한다. 김익환 현 기아차 사장이 세 싸움에서 밀려 쉬고 있을 때 “유능한 후배를 놀려서는 안된다.”며 앞장서 불러들였다. 이계안 의원은 76년 현대중공업으로 입사해 2004년 총선에 출마할 때까지 20년 넘게 현대에 몸담았다. 현대 시절의 가장 큰 보람으로 그는 기아차 인수를 꼽았다.“기아차를 인수하자고 하니까 그룹내에서 다들 겁먹고 물러서며 반대했다. 찬성한 사람은 오직 정몽구 회장 한사람 뿐이었다.” 이 의원은 ‘규모의 경제’를 내세워 결국 기아차를 성공적으로 인수했다. 이 일로 MK의 신뢰를 굳혔지만 MK 인맥내 세 싸움에서 밀려나 현대를 떠났다는 관측도 있다. 정순원(53) 현 로템 부회장은 경제학 박사 출신답게 학자 스타일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구조조정본부격인 기획총괄본부장을 오랫동안 맡았다. 현대차써비스 출신의 윤명중(64) 전 현대하이스코 회장, 자타가 공인하는 해외영업통 김뇌명(63) 전 기아차 부회장,‘영업의 귀재’ 김수중(64) 전 기아차 사장,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창립 멤버인 박정인(62) 현대모비스 회장 등도 MK 인맥의 핵이다. 유인균-박정인-김동진(현대차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정공 인맥’은 저돌성과 로열티(오너에 대한 충성심) 면에서 ‘건설 인맥’과 매우 흡사하다는 평을 듣는다. 출신 성분(입사 계열사) 못지 않게 현대에는 대학을 연결고리로 한 인맥이 있다. 이현태-박세용-김재수 등으로 이어지는 연세대 인맥과, 정세영-이명박-김호일(전 현대해상 사장) 등으로 이어지는 고려대 인맥이다. 두 인맥은 오랜 세월 견제와 갈등 관계를 지속해 왔다. 고대 인맥은 MK의 외아들인 정의선(35) 현대·기아차 사장으로 연결된다. 고희를 바라보는 전직 현대 사장의 얘기다.“어느덧 창업주의 2·3세들이 그룹을 각자 나눠 이끌고 있다. 부디 아무것도 없던 데서 조국경제를 일으켰던 왕회장의 헝그리 정신과 초심을 도도히 되살려 정주영가의 영광과 거기에 젊음을 불살랐던 현대맨들의 긍지를 재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hyun@seoul.co.kr ■ “가신들 사랑싸움이 MK·MH 갈등 비화” 현대맨이 보는 ‘왕자의 난’ 2000년 MK와 MH간의 경영권 다툼은 현대를 핵분열시켰다. 이 다툼을 둘러싸고 여러 해석이 존재하지만 현대맨들은 “가신(家臣)들의 사랑싸움”이라고 정의한다. 분쟁의 직접적인 출발점이었던 박세용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회장)의 현대차 인사발령만 하더라도 박 회장과 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회장의 사랑싸움의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경영권 다툼의 한복판에 있었던 한 현직 고위임원의 얘기.“두 사람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MH의 사랑을 서로 더 차지하려는 경쟁에서 박 회장이 밀리면서 인사발령이 났고, 결국 죽음으로 끝이 난 형제간 갈등을 초래했다.” MH의 사랑을 독차지한 이 회장은 그러나 이번에는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사랑을 나눠야 했다. 두 사람은 입사동기(1969년 현대건설)이자 동갑내기였다. 이어지는 임원의 얘기.“싸워야 할 상대(MK진영)가 분명했을 때는 서로 똘똘 뭉쳤지만 싸움이 끝나자 두 사람 사이에도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현대건설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결정적으로 사이가 틀어졌다.” 경영권 다툼의 승패 원인을 ‘사즉생(死卽生)’에서 찾는 것도 흥미롭다. 현대그룹의 한 임원은 “사실 브레인으로만 따지면 MH쪽에 인재가 더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MK 진영의 승리였다.MK 진영 가신들은 MH쪽에 현대차가 접수되는 순간, 피바람이 불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배수진을 치고 덤벼들었다. 반면 MH 진영은 싸움에서 이기면 좋지만 진다고 해서 ‘목숨’까지 왔다 갔다 할 일은 아니었다.” 그는 ‘숙부의 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현정은(MH 부인)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은 정상영(정주영 회장의 막내 동생) 회장이 이끄는 KCC에 먹히면 줄줄이 옷을 벗고 나가야 할 판이었다.‘왕자의 난’때와 입장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달려들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번에는 승자가 됐다.” 그렇다면 왜 유독 현대에는 다른 재벌에는 없는 ‘가신그룹’이 생겨났을까. 이계안 의원은 이렇게 해석한다.“삼성만 하더라도 소비재가 많기 때문에 오너가 아무리 예뻐해도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생존이 어렵다. 그러나 현대는 기간산업이 대부분이다. 오너가 영업을 하고 임원들은 생산·노무관리를 책임지다 보니 오너의 영향력이 다른 재벌에 비해 절대적으로 컸다.” 그래서 가신그룹이라는 특이한 인맥이 생성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내흔 현대통신 회장은 “평생을 현대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가신들의 싸움이 얼마나 보기 민망하고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면서 “이제라도 마무리됐으니 생채기를 치유하고 각자의 길을 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내일의 경기]

    ■ 프로농구 6강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KTF(오후 3시 잠실) ■ 프로축구 ●성남-대전(성남)●대구-광주(대구)●부산-서울(부산)●수원-인천(수원 이상 오후 3시)●전남-울산(광양)●포항-전북(포항 이상 오후 3시30분) ■ 프로야구 ●두산-삼성(잠실)●SK-롯데(문학)●현대-LG(수원)●한화-기아(대전 이상 오후 1시) ■ 프로배구 ●LG화재-한국전력(오후 3시)●현대캐피탈-LG정유(오후 5시 이상 구미 박정희체)
  • [오늘의 경기]

    ■ 프로농구 6강플레이오프 1차전 ●SBS-오리온스(오후 3시 안양) ■ 프로야구 시범경기●두산-삼성(잠실)●SK-롯데(문학)●현대-LG(수원)●한화-기아(대전 이상 오후 1시) ■ 프로배구 ●LG화재-대한항공(오후 3시)●흥국생명-KT&G(오후 5시 이상 구미 박정희체)
  • 넘버3 생존법 “게임룰 깨라”

    ‘넘버3로 살아남으려면 게임의 법칙을 깨라.’ 대부분 업종에서 전통적으로 유지돼 오던 3강체제가 허물어지고 있다. 산업의 집중도가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이 ‘양자택일’로 이뤄지면서 3위업체의 위상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산업은 자동차. 현대차, 기아차, 대우차 3강 구도에 쌍용차, 삼성차가 가세해 춘추전국시대를 이뤘던 국내 자동차 시장은 2000년까지만 해도 점유율이 15%가 넘었던 대우차의 몰락으로 3강체제가 무너졌다. 할인점 시장 역시 이마트의 독주와 홈플러스의 추격 양상이 계속되면서 롯데마트의 넘버3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2000년 27%,12%,11%였던 3사의 점유율은 2003년 27%,13%,8%로 바뀌었다. 화장품업계에서는 태평양과 LG생활건강이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반면 코리아나, 한불화장품, 한국화장품 등 3위권 업체들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PC시장의 원조였던 IBM의 PC사업 철수도 넘버3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IBM은 2003년까지 델(16.7%),HP(16.2%)에 이어 5.8%로 3위를 달렸지만 세계 9위인 중국의 레노보에 PC사업을 넘기고 말았다. LG경제연구원은 17일 ‘넘버3는 없다’는 보고서에서 3위업체가 현재의 경쟁 메커니즘에서 살아남으려면 1,2위가 주름잡는 시장의 질서를 탈피해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민상품’ 등 이색상품을 내놓고 홈쇼핑의 저가 이미지를 탈피한 현대홈쇼핑이나 프리미엄 제품으로 모토로라를 넘어선 삼성전자의 전략이 게임의 룰을 깨뜨린 좋은 예다. 세계 타이어 시장에서 넘버3로 내려앉았던 굿이어가 5위업체 스미토모와 합병, 단숨에 1위로 올라선 것이나 FHP와 마쓰시타가 PDP 합작사를 설립한 것에서 나타나듯 ‘연합전선’도 넘버3의 생존전략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1위가 되기 어려운 대우일렉트로닉스가 폴란드 TV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것처럼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는 것도 필요하다. LG경제연구원 백풍렬 책임연구원은 “넘버3가 가지는 전략적 한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종종 목표로 삼는 ‘글로벌 톱3’를 ‘Beyond 글로벌 톱3’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그 GM 맞아? 신용 ‘투자 부적격’ 추락 위기

    그 GM 맞아? 신용 ‘투자 부적격’ 추락 위기

    한때 미국 경제를 호령하던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 모터스(GM)의 신용이 어떻게 ‘정크본드(투자 부적격 채권)’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으로 전락했을까. GM은 16일(현지시간) 북미시장의 판매 부진 여파로 1분기 주당 1.5달러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며 올해 전체로는 당초 4∼5달러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1∼2달러 수익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GM의 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미 장기채권은 S&P에 의해 투자등급 최하위인 ‘BBB-’로 분류돼 한 단계만 떨어져도 정크본드 낙인이 찍히게 된다. 메릴린치도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내렸다.GM의 추락은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 과거 수년 동안 기존 시장에만 안주, 이윤이 큰 트럭과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외면하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것이 화근이었다. 마침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소비자들이 ‘기름 먹는’ SUV 등을 외면하는 바람에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 데다 재무구조가 건실한 혼다 등 경쟁업체를 쫓아 인센티브 제공에 나섰다가 돈줄이 막히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GM이 외국 자동차업체, 특히 도요타차에 밀려 1∼2월 미국 판매실적이 10% 감소한 것이 가장 직접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부쩍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선전도 영향을 미쳤다.GM의 전망 악화는 미 증시에 그대로 반영, 주가는 이날 14% 하락한 29.1달러에 마감돼 지난 1992년 10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다우존스는 112포인트(1.04%) 하락한 10,633.10으로, 나스닥은 19.23포인트(0.94%) 떨어진 2,015.75로 장을 마쳤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오늘의 경기]

    ■ 프로농구 6강플레이오프 ●KTF-삼성(오후 7시 부산) ■ 프로야구 시범경기●SK-LG(문학)●현대-두산(수원)●삼성-기아(대구)●롯데-한화(사직 이상 오후 1시) ■ 프로배구 ●도로공사-LG정유(오후 5시)●삼성화재-상무(오후 7시 이상 구미)
  • [부고]

    ●감일근(CBS 정치부기자)씨 모친상 임미현(CBS 사회부기자)씨 시모상 16일 오후 7시 30분 이대목동병원, 발인 18일 오전 10시 (02)2650-5723 ●이현준(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실 간사)씨 별세 16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17일 오후 3시 (02)392-1299 ●손익수(전 데이콤 회장)학수(사업)종수(인천컨테이너터미널 부사장)씨 모친상 1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2)3410-6914 ●신문섭(제천시 신화의원장)창섭(KBS 경기남부사업소장)정섭(국립의료원 수간호사)민섭(서울대병원 의과대 교수)씨 부친상 이호성(파이오링크 사장)홍해룡(홍해룡치과의원 원장)씨 빙부상 16일 서울대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30분 (02)2072-2091 ●강종찬(한국지함공업협동조합 전무이사)씨 모친상 15일 보라매병원, 발인 17일 오전 7시30분 (02)831-4099 ●이철종(금융감독원 비은행검사1국 수석검사역)영종·한종(사업)씨 부친상 16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590-2660 ●박종원(전 청주대 교수)씨 별세 철순(자영업)범순(MBC애드컴 매체국장)길순(CJ 상무)씨 부친상 16일 청주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30분 (043)224-4120 ●윤기두(기아타이거즈 홍보팀장)씨 모친상 16일 광주 조선대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62)231-8903
  • [인사]

    ■ 과학기술부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전시연구센터소장 李在永△원천기술개발과장 姜龍浩△미주기술협력과장 李一秀 ■ 조달청 ◇과장 전보△혁신인사기획관 白明基△정보기획과장 洪千壽 ■ 대우증권 ◇신임 △Wholesale영업본부장 朴允守 ◇승진(전무)△자산관리영업본부장 겸 홍보담당 朴昇均△Retail영업본부장 成啓燮 (상무)△강서지역본부장 金英鎭△중부〃 鄭基和△경기〃 李斗遠△재무담당 李政旻△IT센터장 兪龍煥△IB2담당 鄭永埰 (부서장)△M&A컨설팅 金胤秀△Retail금융상품 禹承夏△PF 庾相哲△컴플라이언스 李鍾健△IB1 蔡秉權△트레이딩시스템 崔濬 (지점장)△영등포 高正植△광교 金基權△칠곡 金炳周△개포동 金星默△김해 金成富△안산 金成中△익산 金元錫△야탑 羅周一△부평 朴宰賢△삼풍 朴贊裕△여수 朴昌玉△개봉동 宋允彬△상계 李炳燮△제천 李漢春△부산 鄭然日△성서 崔峻赫△울산 韓永愛△신촌 韓元逸 ◇전보(임원) △강북지역본부장 趙成俊△IB1담당 吳弼顯△강남지역본부장 金燦煥 (부서장)△감사실 孔榮大△법인영업2 金燦△금융상품법인영업1 朴男建△OTC파생상품 廉鎬 (지점장)△압구정 朴熙明△목동역 成鐘律△테헤란밸리 孔憲△인천 羅漢燁△마포 文星炯△방배동 朴鏞鎬△경주 朴海國△양재동 朴憲杜△평촌 裵鎭默△대구 裵忠烈△잠실 辛允根△충무로 陸龍均△역전 李載億△서현 趙翼杓△포항 曺壯旭△서초동 蔡洙鴻△범어동 崔善圭△광주 韓相翼 ■ 고려대 △서창부총장 李光賢△정경대 교학부장 金秉坤△생명환경과학대학원 부원장 金貞圭△간호학연구소장 朴英珠△공과대학 공동실험실장 黃晟寓△공학기술연구소장 李學垠△차세대설계연구소장 張孝煥△생명환경과학대학 식품과학종합 실험실장 金世憲△기초과학연구소장 都城宰△일본학연구센터장 金春美△첨단소재부품개발연구소장 李德悅 ■ 경희사이버대 △부총장 李槿洙△기획협력처장 嚴圭琡△교무처장 曺容大△학생지원처장 李鳳壹△사이버교육원장 林正根△미디어문예창작학과장 홍용희△e-비즈니스학과장 이준엽△NGO학과장 閔庚培△사회복지학과장 李姸浩 ■ 이데일리 △편집국 대기자 李薰 ■ 기아차 ◇승진△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 이삼웅△기획실장(전무) 신동관 ■ 하나로텔레콤 ◇상무보 △고객만족실장 孫伊姮 ■ 국민건강보험공단 ◇1급 전보△노인요양보장실행준비단장 李洙泰△감사실장 박오영△중구동부지사장 吳奇峯△성북〃 丁海烈△영등포북부〃 吉汪琦△금천〃 李承鎬△도봉〃 柳在浩△강서〃 李應衫△성남남부〃 朴炳玉△부산금정〃 趙德甲△창원〃 金基植△울산중부〃 金奉龍△부산사하〃 金璋秀△해운대〃 具楨奎△대구달서〃 丁在泰△대구동부〃 朴淳九△서초남부〃 金永洙△용인〃 洪性魯△관악〃 白更鍾◇2급 전보△안양동안지사장 崔昊奎△서대문〃 柳光烈△홍성〃 金用雨△인제〃 金鐵柱△삼척〃 金鍾律△산청〃 沈載奭△경남고성〃 金世榮△진해〃 金相泰△고령〃 李海震△달성〃 南泰燮△울진〃 石國源△봉화〃 李和永△보성〃 宋漢宗△완도〃 文相執△무안〃 朴南轍△보령〃 吳明圭△옥천〃 姜信營△연기〃 洪泰植△순천〃 吳安燮△당진〃 文哲煥△양양〃 朴明薰△군포〃 孫惠淑△하남〃 李克一△과천〃 尹昌午△여주〃 鄭承坤△단양〃 李敬俊△감사실 감사3부장 崔仁建△보험급여실 급여관리〃 羅基煥△가입자보호실 의료이용상담〃 權一燮△자격징수실 자격〃 金弼權△서울지역본부 자격징수부장 權晙赫△〃 가입자지원〃 南時洪△부산지역본부 정보운영〃 趙京九△〃 보험급여〃 姜大根△광주지역본부 보험급여〃 李仁行◇3급 전보△중구동부지사 부장 李相用△광진〃 〃 金長樹△영등포북부〃 〃 宋憲一△중구서부〃 〃 金泳孝△원주〃 〃 金仁壽△동대문〃 〃 宋炳昱△춘천〃 〃 魚善基△부산남부〃 〃 文晟普△진주〃 〃 李炳秀△부산금정〃 〃 朴春發△창원〃 〃 金善一△울산남부〃 〃 朴基勳△대구중부〃 〃 池炳泰△대구달서〃 〃 孫元銖△대구북부〃 〃 李東晳△광주동부〃 〃 朴美玉△군산〃 〃 權時重△광주북부〃 〃 鄭昌均△광주서부〃 〃 安圭炅△대전중부〃 〃 張洙童△대전동부〃 〃 高光秀△천안〃 〃 崔璋烈△수원서부〃 〃 許憲△수원동부〃 〃 李萬圭△시흥〃 〃 尹錫浩△인천서부〃 〃 安輝遠△의정부〃 〃 洪性律△고양〃 〃 洪聖先△양구지사장 李曦秦△화천〃 李光世△영양〃 安祐鉉△구례〃 金憲 ■ 한국노총 △제1사무차장 정광호 △제2〃 겸 관리본부장 김태성 △중앙법률원장 이관보 △정책본부장 김종각 △기획조정〃 이용범 △복지센터설립〃 김종득 △중앙연구원 부원장 최대열 △조직본부장 정영숙 △대외협력〃 김동만 △홍보선전〃 정길오 △임원부속〃 최인백 △산업안전〃 최병균 △비정규실장 하정수 △교육문화실장 이현수
  • [오늘의 경기]

    ■ 프로야구 ●SK-LG(문학) ●현대-두산(수원) ●삼성-기아(대구) ●롯데-한화(사직 이상 오후 1시) ■ 프로배구 ●현대캐피탈-한국전력(오후 2시) ●흥국생명-현대건설(오후 4시 이상 구미)
  • [오늘의 경기]

    ■ 프로축구 하우젠컵대회 ●울산-포항(울산)●광주-전남(광주)●대전-대구(대전 이상 오후 7시)●인천-성남(인천 이상 오후 7시30분) ■ 프로야구 시범경기●한화-SK(대전)●삼성-LG(대구)●기아-두산(광주)●롯데-현대(사직 이상 오후 1시) ■ 프로배구 ●삼성화재-대한항공(오후 2시)●KT&G-도로공사(오후 4시 이상 구미) ■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 ●우리은행-삼성생명(오후 2시 장충체)
  • 업종 벽 허무는 ‘전천후 CEO’

    업종 벽을 허물며 유감없이 끼를 발휘하는 최고 경영자(CEO)들이 늘고 있다. 특정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갑자기 생소한 업종으로 배를 갈아타자마자 눈에 띄는 실적을 내고 있는 전천후 CEO들이다. 하지만 업종을 오가는 CEO에 대한 능력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 분야에서 경영 수업을 충실하게 받은 CEO라면 대부분 다른 업종으로 옮기더라도 자신의 역량을 한껏 뽐내면서 바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 반면 오너가 입맛대로 인사를 채우기 위해 능력과 무관하게 다른 업종의 사장을 맡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자동차⇔건설을 오간 CEO들 이방주 현대산업개발사장은 현대자동차에서 잔뼈가 굵은 CEO다. 처음 건설업체 사장으로 갈아탈 때 업계는 반신반의했다.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보여주고 시승할 기회를 주는 자동차와 견적서와 공사 지명원 서류를 들고 공사를 따내는 건설업에서 유사점을 찾기에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입지를 굳히면서 대형 주택건설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건설업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엠코 김창희 사장도 자동차회사에서 몸집을 키운 사람이다. 제주도를 떠나본 적이 거의 없는 그가 이번에는 공격경영을 선언한 현대차 그룹의 건설사로 옮겼다. 엠코가 첫 주택사업 런칭에 성공, 본격적인 건설업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단행된 인사라는 점에서 김 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기아차 김익환 사장은 현대정공과 고려산업개발·현대산업개발을 거쳐 다시 자동차 경영인이 된 경우. 김 사장은 건설사에서 중견 임원(상무)을 하다 기아차로 갈아탄 뒤 홍보 임원 겸 스포츠단장을 거쳐 사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주위에서는 건설업의 밀어붙이기 능력과 섬세함이 요구되는 자동차회사 경영 능력을 함께 갖춘 인물로 평가한다. ●굴뚝산업에서 첨단산업 CEO로 변신 휴대전화 콘텐츠 및 결제회사인 다날 박성찬 사장은 건설회사를 운영하다가 지난 1998년 회사를 설립, 짧은 기간에 가장 성공적으로 키운 경우다. 휴대전화 벨소리, 게임, 동영상 등을 선보이며 지난해 매출 528억원, 영업이익 49억원으로 무선인터넷시장 강자로 자리했다. 올해는 휴대전화 결제시장 절반을 장악,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온라인 음악사이트 ‘오디오닷컴’을 운영 중이며 올해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사업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 이내흔 전 현대건설 사장은 현대정보통신의 일정 지분을 갖고 경영을 맡다가 지금은 오너가 됐다. 아파트에 들어가는 홈오토메이션 제품을 생산하고, 정보통신 시설을 설치해주는 업종이다. 주택경기 활성화를 계기로 매출이 급증하고 알찬 기업으로 키우면서 부러움을 사고 있다. ●깃털 산업에서 중공업의 대부로 주류업체 사장하다가 중공업사장으로 변신한 경우도 있다. 김대중 두산중공업 사장은 소비재와 산업재를 넘나드는 두산그룹의 대표적인 CEO다. 김 사장은 2000년 ‘산소주’ 개발로 ㈜두산 주류BG를 정상화시킨 뒤 2003년 3월 두산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노사 갈등과 이에 따른 수주 악화로 그야말로 ‘특급 소방수’가 필요했던 시절. 그는 노조를 다독이며, 직접 수주전에 뛰어들어 1년만에 두산중공업을 다시 ‘효자’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올해 대우종합기계를 인수, 두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산업부 chani@seoul.co.kr
  • [2005 프로야구 시범경기] 롯데 만년꼴찌 맞아?

    ‘만년 꼴찌’ 롯데가 지난해 한국시리즈 챔피언 현대를 대파하고 시범경기 3연승을 이어갔다. 한화 김태균은 시범 첫 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렸다. 롯데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현대와의 시범경기에서 장원준 이정민 주형광이 마운드를 든든히 받치고 신명철과 조효상이 5회 나란히 1점포 터뜨리는 가공할 화력을 과시한 데 힘입어 현대를 12-2로 대파했다. 우승 후보 LG와의 2연전을 모두 낚은 데 이어 한국시리즈 3연패를 노리는 현대마저 무너뜨린 롯데는 녹록지 않은 초반 강세를 이어가며 이날 SK와 무승부를 기록한 한화와 공동 선두(승률 1.000)를 유지했다. 롯데는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6경기만에 겨우 1승을 챙기는 등 지난 두 시즌 시범경기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롯데는 3-2로 앞서던 5회 선두타자 신명철의 솔로홈런을 시작으로 라이온, 페레즈의 적시타와 상대 실책 등에 이어진 조효상의 굳히기 2점포로 대거 5득점, 일찌감치 대세를 결정지었다. 재기를 벼르는 현대 선발 임선동은 초반 4이닝 동안 3실점하며 패전의 멍에를 써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지난 시즌 홈런 23개로 팀 동료 이범호와 함께 이 부문 공동 6위에 오른 김태균은 SK와의 대전 경기에서 2회와 3회 각각 1점·2점포를 거푸 터뜨려 거포 자리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한화는 3-1로 앞서던 8회 SK 최익성에 동점 2점포를 허용,3-3으로 비겼다. 무려 5개의 홈런을 나눠 가진 LG와 삼성도 5-5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두산과 기아의 광주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오늘의 경기]

    ■ 프로야구 시범경기●한화-SK(대전)●삼성-LG(대구)●기아-두산(광주)●롯데-현대(사직 이상 오후 1시) ■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우리은행-삼성생명(오후 2시 장충체) ■ 프로배구 ●상무-한국전력(구미 오후 7시)
  • 자동차업계 ‘죽을 맛’

    “울고 싶어라” 자동차업계가 울상이다. 차 판매는 여전히 뜨뜨미지근한데 악재는 갈수록 쌓여가고 있다. 특히 포스코 등 철강업계가 철강재 값을 한꺼번에 10% 가까이 올리는 바람에 더 비상이 걸렸다. 환율 급락에 유가 급등, 원자재값 부담까지 겹쳐 채산성 악화를 벌충하기 위한 차값 인상 등 소비자 부담도 불가피해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를 만드는 데 필수적으로 쓰이는 냉연강판 가격이 다음달부터 오른다. 철강 공급업계의 ‘큰손’인 포스코가 4월1일 출하분부터 열연강판은 10.2%, 냉연강판은 8.6% 인상키로 했기 때문이다. 현대하이스코 등 다른 철강업체들도 비슷한 폭으로 이미 제품가격을 올린 상태다. 연간 철강 구입대금이 1조 5000억원을 넘는 현대·기아차는 이번 철강값 인상으로 2000억원 이상의 원가 부담을 추가로 떠안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환율 하락(원화 강세)도 버거운데 철강재값마저 올라 올해 경영계획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면서 “그나마 환율 문제는 수출선 다변화 등 대책 모색이라도 가능하지만 철강재값 인상은 고스란히 원가에 반영돼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고 털어놓았다. 부품업체들의 제조원가도 올라갈 수밖에 없어 납품가 인상요구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납품가격을 올려주면 결국 완성차업체의 부담이 커져 수출 경쟁력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부품·협력업체의 납품가 인상 요구를 외면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돼온 원·달러환율 하락세에 근근이 버텨오던 완성차 업체들은 원가부담을 더는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수출가격 인상에 나섰으나 이번 철강재값 상승으로 ‘말짱 도루묵’이 됐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싼타페와 투싼의 미국 수출가를 각각 100달러씩 올리고 현지 판매가도 ▲그랜저XG 500달러▲쏘나타 200∼500달러▲투스카니 50달러▲싼타페 100∼250달러씩 인상했다. 현대차측은 “미국내 판매가를 어렵사리 조금 올렸는데 강판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쏘나타의 경우 미국내 판매가 인상률은 2.4%인데 반해 냉연강판 가격은 차값 인상률의 4배에 가까운 8.6%나 돼 원가 구조가 더 열악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환율과 유가 상황도 호전되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원달러 환율(14일 종가 달러당 1000.8원)과 중동산 두바이유(11일 현재 배럴당 44.92달러) 수준이 올해 경영계획을 짤 때 전제했던 추정치(1050원, 36달러)에서 모두 벗어나 속앓이가 크다.GM대우차·르노삼성차·쌍용차 등 다른 회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추이대로라면 자동차 내수판매 가격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그러나 내수판매가 아직 확실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지 않아 이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올 들어 2월까지 자동차 내수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7% 감소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씨줄날줄] 사랑의 매/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캐나다에 조기 유학 중인 아들에게 수백대의 매질을 가한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아버지가 법정에서 ‘사랑의 매’를 주장한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어처구니없어 하는 분위기다. 국제 망신도 유분수지, 어떻게 하여 100대,300대의 매질을 ‘한국의 전통적 자녀교육 방법’이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비록 회초리를 들긴 하지만 등굣길 걸음걸이도 제대로 못할 정도의 매질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아동학대와 ‘사랑의 매’는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며 한국의 체벌교육에 쏟아진 눈총을 억울해하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정도에 대해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체벌은 이미 외국의 지탄 대상이 되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로부터 학교체벌금지 권고를 받아놓고 있는 게 그 한 사례다. 우리나라는 초·중등교육법에 체벌을 할 수 있도록 정해놓고 있는 예외적인 나라다. 작년 전국 초·중·고교의 59.4%가 체벌을 명시한 학교생활규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 60%가 체벌은 교육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학부모 70%가 자녀에게 체벌을 가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체벌에 대해 관대한 문화도 갖고 있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 미국의 대다수 주가 학교체벌을 완전 금지하고, 허용하더라도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차이다. 옛날 서당 회초리로 대표되는 ‘사랑의 매’인식은 체벌문화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동원된다. 그러나 체벌은 고통을 줌으로써 어른말에 순종케 해 일정한 교육효과를 거두기는 하지만 아동의 권리 침해와 폭력의 정당화, 자율성 파괴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심리치료의 권위자 앨리스 밀러는 체벌이 왜 민주주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 유물인지를 분명히 알려준다. 체벌을 받으면서도 이것을 은혜로 생각하면서 감정을 억누르는 아동은 자신의 고통을 당연한 자기 잘못이라고 받아들이는 데만 익숙해지고 자신의 감정이입 능력을 잃어버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감성을 키울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가 내리는 결론은 ‘사랑의 매는 없다.’이다. 이번 ‘기러기아빠’사건은 억울해하기보다 ‘사랑의 매’문화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대한민국 1% 부자를 잡아라

    대한민국 1% 부자를 잡아라

    “부자들의 차를 바꿔라.” 내수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초대형차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유난히 ‘크기’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특성에 맞춰 자동차 회사들이 최고급 사양을 적용한 대형 세단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다.6000㏄급 수입차들도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3800㏄ 타보세요”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최첨단 신기술과 고품격 편의사양을 대폭 강화한 ‘뉴체어맨’ 뉴테크(New Tech) 모델을 11일 출시했다. 이 모델에는 BMW·벤츠·아우디 등 고급 외제차에서만 볼 수 있던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EAS)와 전자동 파킹 브레이크(EPB) 등 첨단기능이 도입됐다. 국산차 중에는 처음이다.EAS가 장착되면 고속 주행시 차체가 낮아지면서 도로에 착 달라붙어 최고의 주행 안정성을 느낄 수 있다. 타이어 공기압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시스템(TPMS)도 적용됐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통틀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차량에 이 기술이 적용되기는 처음이다. 변속기도 벤츠의 5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운전 습관과 주행 상황에 따라 최적의 변속 시점을 자동으로 설정해 준다. 가격은 모델별로 3203만원에서 6773만원이다. 기아차는 2005년형 오피러스를 15일 출시한다. 에쿠스에 적용되는 것과 똑같은 6기통 람다엔진을 얹었다. 덕분에 힘과 연비가 크게 개선됐다. 방향 지시등도 고급스러워지고 뒷면 램프도 바꿨다. 전체적으로 기품있는 이미지에 역점을 뒀다. 기존의 배기량 2.7,3.0 모델 외에 3.8모델(3800㏄)을 추가한 점이 눈에 띈다. 현대차도 최근 2005년형 에쿠스를 내놓았다. 차세대 대형 승용엔진인 6기통 람다엔진을 얹었다. 역시 배기량 3.8 모델을 추가했다. 최첨단 스마트키를 도입해 편의성과 보안성도 강화했다. ●가격만 아파트 한 채 값 국산 대형세단들이 3800㏄에 승부를 걸고 있다면 수입차들의 화두는 6000㏄다. 아우디는 6000㏄급 최고급 프리미엄 세단 ‘A8L 6.0 콰트로’를 지난 6일 출시했다. 가격은 2억 3500만원. 아파트 한 채 값이다. 이 모델은 100% 알루미늄 보디인 ASF(Audi Space Frame)를 적용, 무게는 줄이고 강성은 높였다. 뒷좌석에 DVD 플레이어와 6.5인치 개별 모니터, 냉장고, 미니바 등을 설치했다.‘달리는 아파트’인 셈이다. 폴크스바겐도 다음달에 6000㏄급 프리미엄 세단인 ‘페이톤’을 내놓는다. 바람을 느낄 수 없는 무풍 에어컨과 18가지 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한 시트 등 각종 첨단 사양이 선보인다.GM은 이달 21일 320마력의 새 캐딜락 STS를 출시한다. 6000㏄급 시장은 BMW 760Li(2억 4350만원)와 벤츠 S600(2억 5070만원)이 주도하고 있다. 최고급 세단은 워낙 가격이 비싸 팔기가 쉽지 않은 대신에 일단 팔면 수익이 많이 남는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내수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업체들이 마진이 많이 남는 대형차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서 “최고급 편의장치와 첨단기술을 앞세워 부자들의 지갑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2005 프로야구 시범경기] 임창용 ‘속죄투’ 쌩쌩

    임창용(삼성)이 눈부신 ‘속죄투’로 선발 가능성을 높였고,‘병풍’에 연루됐던 이호준(SK)은 2경기에서 홈런 3방을 몰아쳐 홈런왕 후보임을 과시했다. 임창용은 13일 제주에서 열린 프로야구 현대와의 두 번째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3이닝 동안 볼넷 없이 삼진 3개를 솎아내며 2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특히 임창용은 이날 제주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최고 구속 150㎞를 전광판에 찍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삼성의 선동열 감독은 지난해 구원왕(36세이브) 임창용을 올시즌 선발로 전환하기로 방침을 굳히고 시험대에 올린 상태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해외 진출을 노렸던 임창용은 미국과 일본이 그의 높은 몸값에 난색을 표해 진출이 무산된 데다 원 소속팀 삼성과 FA계약을 하고도 부모의 계약 파기 소동까지 빚어 팬들의 비난을 샀었다. 삼성은 7회 강병식의 3점포 등 대거 7득점한 맞수 현대의 무서운 집중력에 3-7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 병역 비리에 연루됐던 SK의 이호준은 이날 광주 기아전에서 0-2로 뒤진 3회 상대 선발 마이클 존슨으로부터 3점포를 뿜어낸 데 이어 9회 김희걸을 상대로 다시 2점포를 터뜨렸다. 전날 2회 1점포를 기록했던 이호준은 이로써 2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폭발시켜 주포임을 입증했다. 지난해 홈런 3위(30개)에 올랐던 이호준은 군 입대 최종 판정이 나지 않아 그의 입대 여부는 올시즌 팀의 명암을 크게 가를 전망이다.SK가 7-5로 승리. 최근 4년간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만년 꼴찌’ 롯데는 사직 경기에서 선발 손민한의 3이닝 1안타 무실점 호투와 5·6회 타선의 응집력으로 LG를 7-2로 연파, 올시즌 기대를 부풀렸다. 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 加법정 선 기러기아빠

    ‘태평양을 건넌 사랑의 매’ 캐나다 밴쿠버에 부인도 포함해 고교생인 딸과 아들을 유학보낸 한국의 기러기아빠가 16세 아들에게 회초리를 들었다가 법원으로부터 보호관찰 명령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 앤드 메일은 12일(현지시간) 이 사건을 ‘한국인 아버지의 회초리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굴지의 기업 최고 경영자인 이 아버지는 2002년 아내와 남매를 밴쿠버에 보내고 자신은 자주 방문해 자녀들 학업을 점검해왔다. 지난 1월7일 그는 아들이 수업을 빼먹고 늦게 귀가하거나 어머니에게 대든다는 얘기에 회초리를 들어 100대를 때렸다. 아들은 ‘한국으로 데려가겠다.’는 아버지 말을 듣고 용서를 빌어 위기를 모면했으나 아버지가 귀국한 지 닷새만에 다시 수업을 빼먹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같은 달 19일 캐나다로 득달같이 날아와 다시 회초리를 들었다. 무려 3시간 동안 ‘사랑의 매’를 맞은 아들은 걸을 때 마치 노인처럼 걸었고 매사에 풀이 죽어 있어 이를 이상히 여긴 학교에서 경위를 묻게 됐고 아들은 “300대 정도 맞았고 아버지가 200대를 더 때릴 것 같아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아들은 처음엔 무릎을 꿇고 있었고 나중에는 ‘푸시업’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학교 신고로 경찰에 체포돼 법정에 선 아버지는 “사랑의 매일 뿐이었다.”면서 “한국 가정의 전통적인 교육 방식”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캐나다에선 자녀 체벌도 불법으로 처벌된다. 검찰은 6개월 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자녀교육 등 정상을 참작,2년의 보호관찰을 선고하면서 아동학대 구호기관에 2500달러 기부,‘사랑의 매’를 주제로 현지 교민신문에 기고할 것 등을 명령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어린이를 그렇게 구타한 것은 심각한 사안”이라며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한국인의 교육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교민은 “아들 교육비로만 연간 2만 7000달러(2700만원)를 송금했던 아버지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동정론을 폈지만 교민사회도 크게 당황해하고 있다. 현재 남매는 홈스테이 가정에서 학업을 계속 중이지만 이 사건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남편과 함께 귀국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출범 3주년 맞아 방한 존 미들브룩 GM부사장

    출범 3주년 맞아 방한 존 미들브룩 GM부사장

    미국의 GM(제너럴모터스) 존 미들브룩 부사장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판매·서비스·마케팅 총괄부사장인 그는 “내년 말쯤 대우차 부평공장 인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출범 3년째인 GM대우가 GM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GM대우가 생산하는 차량은 한국과 일부 동남아 시장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시보레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시보레는 전세계 7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는 GM의 핵심 브랜드다.GM은 올해 총 400만대의 시보레를 세계시장에 판매할 예정인데 이 중 GM대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12∼15%(약 50만대)다.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계획은. -인천 청라경제자유구역 내에 자동차 성능시험장과 연구시설을 건립하는 데 73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군산에도 디젤엔진 공장을 설립중이다. 최근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현대차가 미국시장에서 매우 잘하고 있다. 우리도 우수한 품질의 차량을 만들어 현대차 등 경쟁사들의 도전에 대응할 방침이다. 미국에서 ‘아베오’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GM대우의 칼로스가 현재 미국 소형차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이 부문에선 현대차를 앞서가고 있다. 한국시장에 시보레 브랜드를 도입할 계획이 있나. -없다. 한국시장에서는 아직도 대우 브랜드가 강력한 인지도를 갖고 있는 만큼 계속 대우 브랜드로 갈 것이다. 부평공장 인수계획은. -생산성, 품질, 노사평화, 주야 2교대 연속 6개월 가동 등 당초 제시했던 4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부평공장을 인수할 것이라는 당초 계획에 아무런 변함이 없다. 아마도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생산되는 내년 하반기쯤이면 모든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①-창업주 故정주영회장 일가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①-창업주 故정주영회장 일가

    보는 이마다 다르겠지만 현대를 삼성보다 앞세우는 사람들은 현대의 창업 정신을 강조한다. 현대는 남이 일궈놓은 기업을 인수하기보다는 밑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 주춧돌을 올렸다. 건설이 그랬고, 자동차가 그랬으며, 중공업이 그랬다.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은 이를 평생의 긍지요, 자랑으로 여겼다.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 시절,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끌려가서도 “사정상 어쩔 수 없었던 인천제철만 제외하고는 어느 하나 내 손으로 말뚝을 박고 길을 닦아 시작하지 않은 공장이 없다.”며 기업 강제 통·폐합에 맞섰을 정도였다. 1947년 5월25일 서울 중구 초동의 허름한 자동차 수리공장 한 귀퉁이에 ‘현대토건사’라는 간판을 내건 지 60여년. 삼성보다 10년 가까이 늦은 출발이었지만 현대는 이내 1위 기업으로 우뚝 섰고,‘경영권 다툼’이 일어났던 2000년까지 그 지위는 차돌만큼이나 단단했다. 이때 현대그룹의 자산규모가 87조여원. 계열사 수만 40개가 넘었다. 비록 그룹이 쪼개지면서 외형상의 규모가 작아지고 재계 서열은 떨어졌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전화위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현대차그룹), 유통(현대백화점), 해운·제조(현대그룹), 조선(현대중공업), 금융(현대해상·현대기업금융) 등 각자 전문그룹의 길로 나서면서 경쟁력은 더 강화되고 동반 부실의 위험은 현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른 그룹들이 이제서야 계열분리 등으로 홍역을 앓는 동안 현대의 대표주자들은 세계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현대산업개발,KCC, 한라, 성우 등 창업주의 형제들이 이끄는 그룹들도 각자 독자영역을 굳혀가고 있다. 언뜻 봐도 느껴질 만큼 현대에 뿌리를 대고 있는 기업들은 유난히 굴뚝업종이 많다. 고용된 인원과 딸린 부품·협력업체가 많다는 얘기다. 국민경제 기여도로 따지면 현대가 여전히 1위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또 한 가지, 현대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현대정신’이다. 현대에는 일단 해보자며 덤비는 정신,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때로는 비합리성을 낳기도 하지만 현대맨들은 이를 “맨바닥에서부터 기업을 일군 현대만의 저력”이라고 자부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이를 “진정한 기업가(起業家) 정신”이라고 불렀다. 제각각 ‘마이 웨이’를 걷고 있는 오늘날의 현대가를 묶는 보이지 않는 끈이기도 하다. ●담(淡)한 혼맥… 후한 연애결혼 다른 재벌가에 비해 현대의 혼맥은 의외로 소박하다. 낭만을 즐겼던 고 정 회장이 자식들의 연애에도 너그러웠던 영향이 가장 크다.‘왕 회장’이라는 별칭으로 더 자주 불렸던 그 자신, 강원도 통천의 평범한 고향처녀(변중석)와 결혼해 평생을 함께했다. 슬하에 9남매(8남1녀)를 두고 동생이 일곱(한명은 어려서 사망)이나 됐지만 눈에 띄는 혼사는 손가락을 꼽는다. 직계가족 중에 굳이 꼽자면 다섯째아들 고 몽헌(MH)씨와 여섯째아들 몽준(MJ)씨를 들 수 있다. 몽헌씨는 신한해운 현영원 회장의 딸 정은씨와, 몽준씨는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막내딸 영명씨와 각각 결혼했다. 오랜 세월 재계를 주름잡았던 현대의 위상에 견줘 혼맥이 조촐한 데는 창업주의 성공과정과도 무관치 않다.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부두 막노동꾼을 거쳐 대기업 총수에 오른 그는 살아생전 “세상에 공짜란 없다.”며 담(淡)한 마음을 갖자고 입버릇처럼 강조하곤 했다. 권력이나 부(富)를 결코 싫어하지 않았지만 굳이 혼사줄까지 대가며 공짜를 탐할 이유 또한 없었던 것이다. 정략결혼의 흔적이 적은 대신에 유난히 많은 손(孫)과 맞닥뜨리는 게 현대라는 집안이다. 이런 현대가 대(代)를 건너뛰면서 LG, 롯데, 한진, 이건, 비비안 등 내로라하는 그룹들과 사돈을 맺은 점은 흥미롭다. 현대가의 2세들이 ‘몽(夢)’자 돌림이라면 3세들은 딸이 ‘이(伊)’, 아들은 ‘선(宣)’자 돌림을 쓴다.4세는 ‘진’자(딸),‘창’자(아들) 돌림이다. ■ 현대의 핵심축 아들들 ●장남 몽필… 쌍용가와 인연 큰아들 몽필씨는 나이 50도 안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국영 적자기업 인천제철을 인수해 정상화에 여념이 없던 1982년 4월 어느날,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던 고속도로에서 그가 탄 승용차가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 이 때가 마흔아홉살. 수도여대 출신의 부인 이양자씨와 두 딸 은희·유희씨는 망연자실했다. 몽필씨가 떠난 지 한달 뒤, 정주영 회장은 동서산업 공장장이던 이영복씨를 사장으로 파격 승진시켰다. 이씨는 몽필씨의 처남, 즉 이양자씨의 친동생. 졸지에 가장을 잃은 장남 가족에 대한 배려였다. 하지만 이양자씨마저 91년 위암으로 눈을 감고 말았다. 큰딸 은희씨는 최근 미국에서 귀국했다. 둘째딸 유희씨는 김석원 쌍용양회 명예회장의 장남 지용씨와 결혼해 두 아들(진석·진하)을 두었다. 지용씨는 현재 용평리조트 상무를 맡고 있다. ●2남 몽구… 글로벌 현대차그룹 리더 몽필씨의 죽음으로 사실상 집안의 장남 역할을 도맡아 한 이는 둘째아들 몽구(MK)씨였다. 유희씨가 결혼할 때 부모 역할을 대신 한 사람도 몽구씨 부부였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 시절,‘갤로퍼 신화’를 만들어낸 그는 기아차마저 인수해 지금의 현대·기아차 그룹을 이끌고 있다.2000년 자동차전문 그룹으로 출범한 지 몇 년도 안돼 그룹을 세계 6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출범 당시 10개였던 계열사 수는 28개로 불어났다. 그룹의 올해 매출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85조원.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소비자 보고서(컨슈머 리포트)’는 최근 현대차의 뉴쏘나타를 세계에서 가장 결함이 적은 차로 선정했다. 갤로퍼 신화 때부터 MK가 강조해온 ‘품질 경영’의 힘이다. MK는 평범한 집안의 딸 이정화씨와 결혼해 3녀1남을 두었다. 큰딸 성이씨는 저명한 정형외과 의사이자 영훈의료재단을 설립한 고 선호영 박사의 아들 두훈씨와 결혼했다. 둘째딸 명이씨는 정경진 종로학원장의 아들 태영씨와, 셋째딸 윤이씨는 미국 MBA(경영학석사) 출신인 신성재씨와 결혼했다. 둘째사위와 셋째사위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카드·캐피탈 사장, 현대하이스코 사장을 각각 맡고 있다. 막내이자 외아들인 의선씨는 지난 11일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내 직함은 현대·기아차기획총괄본부 담당 사장으로 기아차의 기획, 재무, 수출, 연구·개발(R&D) 등 핵심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일찍 결혼해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부인은 정도원 강원산업 부회장의 큰딸 지선씨다. ●3남 몽근… 소리없이 유통명가 키워 셋째아들 몽근씨는 일찌감치 유통을 넘겨받아 현대백화점 그룹을 이끌고 있다.‘빅3’(MK·MH·MJ)에 가려 조명은 덜 받았지만, 묵묵히 외길을 걸으면서 소리없이 유통 명가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현대백화점, 현대H&S(非 백화점 계열), 현대홈쇼핑 등 주력 계열사를 토대로 지난해 5조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문 최고경영자(CEO)들이 소신있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면서도 거의 매일같이 매장을 둘러봐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바로 위 형 몽구씨와는 고등학교(경복고)-대학교(한양대) 동문인 데다 선굵은 외모까지 비슷하다. 옛 현대그룹에서 고문을 지낸 우호식씨의 딸 경숙씨가 부인이다. 두 아들은 각각 부회장, 기획담당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큰아들 지선씨는 고 황산덕 전 법무장관의 손녀인 서림씨와 결혼했다. 둘째아들 교선씨는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인 대원강업 허재철 부회장의 큰딸 승원씨와 지난해 말 깜짝 결혼식을 올렸다. 교선씨의 결혼식에는 큰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집안 어른들이 대거 참석해 모처럼 우애를 다지기도 했다. 현대가는 한때 딸만 남기고 떠난 몽필씨의 대를 잇기 위해 지선씨를 양자로 입양하는 방안을 의논했었다. 유교식 법도대로라면 바로 아래 동생인 몽구씨의 아들을 입양해야 했으나 의선씨가 외아들인 탓에 지선씨가 선택된 것. 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 입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주영 회장의 장례식때 의선씨가 ‘종손’ 자격으로 고인의 영정을 든 것은 이 때문이었다. ●외사위 희영… 천마산스키장 운영, 이건·비비안과 사돈 현대가는 자손이 많은데도 딸은 귀한 편이다. 외동딸 경희씨는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재원. 그러나 바깥 활동은 없다. 대신 남편(정희영)이 선진종합㈜ 회장이다. 공교롭게 고 정주영 회장의 여동생 희영씨와 이름이 똑같다.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1965년 현대건설 공채로 입사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입사 동기다. 조선 수주에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 창업주의 눈에 들어 사위가 됐다. 정주영 회장은 딸 경희씨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자 희영씨를 도쿄법인 이사로 발령내 자연스러운 교제를 유도했다고 한다. 이후 희영씨는 조그만 해운회사(선진해운) 하나를 갖고 독립, 장인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천마산 스키장은 오롯이 그가 독립해 만든 회사다. 외아들 재윤씨가 선진종합㈜ 상무다. 두 딸은 각각 이건그룹과 비비안그룹으로 시집갔다. 큰딸 윤미씨의 남편이 이건창호 박승준 상무, 둘째딸 윤선씨의 남편이 비비안 남석우 부회장이다. ●4남 몽우… BNG스틸 통해 부활 넷째아들 몽우씨는 숙명여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인’ 이행자씨와 연애결혼했다.40대에 현대알루미늄 회장을 맡은 그는 그러나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결국 1990년 4월 45세의 젊은 나이에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겨진 유족을 돌보는 일도 사실상의 장남 몽구씨의 몫이었다. 조카 셋을 모두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BNG스틸(전 삼미특수강)에 입사시켰다. 큰조카, 즉 몽우씨의 장남인 일선씨는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최근 BNG스틸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일선씨에 이르러 비로소 현대는 내로라하는 재벌가와 사돈관계를 맺는다. 일선씨의 부인은 구자엽 희성전선 부회장의 딸 은희씨다. 구 부회장은 구태회 LG전선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조카이다. 일선씨의 동생 문선씨는 김영무 김&장 법무법인 대표변호사의 딸 선희씨와 결혼했다. ●5남 몽헌… 못다 이룬 꿈, 현 회장이 힘찬 날갯짓 ‘비운의 황태자’ 몽헌씨는 1998년 그룹 공동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1983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설립해 4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으면서 아버지 정주영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끌어냈다.2000년에는 형들을 제치고 그룹 단독 회장에 추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2003년 8월4일 서울 계동사옥에서 몸을 던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부인 현정은씨가 경영에 뛰어들었다. 급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황망히 그룹을 물려받았지만 사업가 집안의 딸답게 배포와 합리적 리더십으로 1년 만에 그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현대상선, 올해 첫 흑자를 넘보고 있는 현대아산, 주가 1000시대의 수혜주 현대증권 등을 축으로 재계 10위권 진입(현재 19위)을 눈앞에 두고 있다.201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10위권에 진입한다는 ‘2010’ 프로젝트를 가동중이다. 현 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이 직접 ‘점지한’ 며느리로도 유명하다. 현 회장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결혼 뒷얘기는 이렇다.“당시 현대상선 회장이던 아버지(현원영)를 따라 선박 명명식차 울산에 내려갔다가 남편을 처음 만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명예회장(정주영)께서 나를 선보러 미리 내려오셨었다. 명예회장께서 중매를 서신 셈이다.” 큰딸 지이씨는 현대상선 재정부 대리로 근무 중이다. 아버지를 잃었을 때 고3 수험생이었던 외아들 영선씨는 졸업후 미국 유학을 준비중이다. ●6남 몽준… 세계1위 현대중공업 ‘건조’ 지금은 정치인의 이미지가 더 강하지만 세계 일류 현대중공업의 뒤에는 기업인 몽준씨가 있다. 형제중에 학벌(서울대-미국 MIT 경영대학원)이 가장 좋아 ‘신문대학’(소학교만 졸업한 정주영 회장은 신문을 통해 지식의 대부분을 얻었다며 자신을 신문대학 출신이라고 소개하곤 했다) 출신인 왕 회장이 유난히 예뻐했다는 몽준씨는 31세에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1988년 금배지를 처음 달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시도했다. 경영은 CEO에게 맡기고 자신은 대주주로서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만 내리고 있는 것. 지금도 현대중공업의 어떤 직함도 갖고 있지 않다. 공식 직함은 5선의 국회의원이자 축구협회 회장.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0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현대중공업의 올해 매출 목표액은 10조원. 웬만한 그룹과 맞먹는다. 부인 김영명씨와는 미국 유학시절에 만나 결혼했다. 큰아들 기선씨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올해 학사장교(ROTC)로 임관했다. 이로써 부자(父子)가 ROTC 선후배가 됐다. 두 딸 남이씨와 선이씨는 미국 유학 중이다.‘월드컵 베이비’로 유명한 늦둥이 아들 예선씨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우리나라가 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전을 최종 통과한 것을 기념해 이름을 ‘예선’으로 지었다고 한다. ●7남 몽윤… 현대해상으로 컴백 몽윤씨는 지난해 말 업계 2위의 손해보험회사인 현대해상의 등기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돌아왔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의 전격 복귀였다. 방카슈랑스(은행상품과 보험상품의 교차판매) 확대 시행 등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1981년 김진형 부국물산 회장의 딸 혜영씨와 연애결혼해 정이양과 경선군을 두었다. ●8남 몽일… 할부금융으로 내실 막내아들인 몽일씨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마친 뒤 현대상사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0년 현대기업금융을 차려 독립했다. 기업대출 등을 주로 취급하는 회사다. 권영찬 현대파이낸스 회장의 딸 준희씨와 결혼해 고등학생인 현선(영국 유학중)군과 중학생인 문이양을 두고 있다. ■ 현대의 또 다른 축 형제들 고 정주영 회장의 형제들은 동생이기 이전에 창업 동지요, 사업 동료였다.6·25전쟁 직후 고령교(대구와 거창을 잇는 교량) 복구 공사를 덜컥 떠맡았다가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을 때, 내남없이 살던 집을 팔아 돈을 내놓은 것도 동생들과 매제였다. 이 때문에 20명이 넘는 대식구가 한 집(돈암동)에 모여 살아야 했지만 누구 한 사람 불평하지 않았다. 지금은 모두 독립해 각자의 그룹을 이끌고 있다. ●옛 영화 꿈꾸는 한라·성우 동아일보 외신부 기자로 활동하던 첫째 동생 인영씨는 1953년 현대건설 전무로 입사하면서 경영에 본격 합류했다.75년 말 중동 진출 때 신중론을 펴 형과 이견을 빚을 때까지 그룹의 초석을 닦았다. 당시 독립해 만든 한라그룹은 한라건설·한라시멘트·한라중공업·만도기계 등을 거느리며 재계 서열 12위로까지 도약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그룹이 부도나는 시련을 겪었다. 지금은 둘째 아들 몽원씨가 한라건설 회장을 맡아 재기를 꿈꾸고 있다. 큰 아들 몽국씨는 94년 아버지가 동생을 그룹 후계자로 지목하자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한때 배달학원 이사장을 맡았으나 지금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부인 이광희씨는 배달학원 계열인 한라대 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대시멘트·성우종합건설·성우리조트·현대종합금속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성우그룹은 둘째 동생 순영씨 일가가 이끌고 있다. 순영씨는 명예회장으로 물러앉고 2세 경영을 정착시켰다. 큰아들 몽선씨가 현대시멘트와 성우종합건설을, 둘째아들 몽석씨가 현대종합금속, 셋째아들 몽훈씨가 성우전자, 넷째아들 몽용씨가 성우오토모티브를 각각 맡고 있다. 몽선씨는 사촌인 정몽윤 현대해상 이사회 의장과 함께 정몽헌 회장의 부검을 임관하기도 했다. ●‘기계박사’가 일군 한국프랜지 자동차부품회사인 한국프랜지공업의 김영주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유일한 매제다. 정주영 회장은 ‘이 땅에 태어나서’라는 두 번째 자서전에서 “그가 다가가기만 해도 기계가 저절로 고쳐졌다.”며 매제를 ‘기계박사’라고 불렀다.1946년 정주영 회장이 미 군정에서 불하받은 토지에 ‘현대’(현대자동차공업사)라는 상호를 처음 내걸었을 때, 감격적으로 지켜본 이도 영주씨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로부터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기직종이던 운전기사 출신의 영주씨는 황해도 홀동광산에서 역시 운수업을 하던 정주영 회장과 뜻이 맞아 사업을 같이 도모했고, 매제까지 됐다. 부인 정희영씨는 2001년 정주영 회장이 노환으로 세상을 떴을 때 “대통령 한번 못해보고… 우리 오빠 불쌍해서 어쩔거나.”하며 가장 서글프게 울었던 동생이다. 장남 윤수씨가 회사를 물려받아 한국프랜지공업 회장으로 있다. 둘째아들 근수씨는 독립해 울산화학·퍼스텍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후성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윤수씨의 장남 용석씨가 프랜지공업 계열사인 서한산업(자동차부품회사) 대표이사 사장이어서 3세 경영체제를 갖춰 가고 있다. 둘째아들 용범씨는 이름을 용태로 바꿨다. ●‘포니 정’ 부자(父子)의 변신 ‘포니 정’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넷째 동생 세영씨는 외아들 몽규씨와 함께 1999년 3월 현대그룹에서 독립해 건설시장에서 영역을 확실하게 굳혔다. 꼼꼼한 시공과 치밀한 분양으로 현대산업개발을 국내 도급순위 4위 업체로 키워놓았다.‘포니 정’이라는 별명은 1976년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국산 고유모델 자동차 1호 ‘포니’를 만들어낸 데서 붙여졌다. 이같은 열정과 헌신을 인정받아 87년 형에게서 현대그룹 회장직을 물려받기도 했다. 분가한 뒤로는 현대산업개발 경영에만 매달렸다. 몇 년 전 폐암수술을 받았지만 지난해 희수연을 치렀을 만큼 건강을 되찾았다. 회사 경영은 아들 몽규(회장)씨가 책임지고 있다. 지금의 서울 삼성동 사옥은 몽규씨가 직접 지었다.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현대가 맺은 최고위층 사돈도 세영씨 집안에서 나왔다. 큰딸 숙영씨가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장남 경수(서울대 교수)씨와 결혼한 것. ●“아… 신영아”-교통사고 아닌 병으로 요절 다섯째 동생 신영씨는 고 정주영 회장이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동생이다. 서울대를 나와 동아일보 기자로 있다가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함부르크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 1962년. 처음에 어떤 기자가 교통사고사로 쓰면서 오랜 세월 세상에 잘못 알려졌지만 정확한 사인은 지병이라고 유족은 본지에 밝혔다. 당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잠시도 일에서 떠나본 적이 없는 정주영 회장이 일주일을 손놓았을 만큼 가족의 슬픔은 컸다. 서울대 음대 출신의 첼리스트였던 미망인 제수씨(장정자)에게 현대학원(현대고)을 경영토록 했다. 지금도 현대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장정자씨는 남북이산가족 상봉때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로 남한측 방문단장을 맡았었다. 장홍선 전 극동도시가스 회장의 누나다. 신영씨는 1남1녀를 두었다. 아들 몽혁씨는 32살의 젊은 나이에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로 취임해 인천정유(구 한화에너지)를 인수하고 오일뱅크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등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외자유치와 함께 2002년 전문경영인에서 물러나 그 해 건축자재 유통회사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를 설립해 돌아왔다. 부인 이문희씨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동원 이홍근 선생의 손녀이다. 사업가이자 문화재 수집가였던 동원 선생은 평생 모은 문화재 4941점을 1980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딸 일경씨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블룸버그대학 회계학과 교수인 남편 임광수씨와 함께 미국에서 살고 있다. ●‘리틀 정주영’이 이끄는 KCC 막내동생인 상영씨는 ‘불에 타지 않는 바닥재’ 등으로 유명한 자재 전문그룹 KCC를 이끌고 있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과 성격 등이 고 정주영 회장을 가장 많이 닮아 ‘리틀 정주영’으로 불린다. 큰형과 나이 차이가 21살이나 나 아버지처럼 따랐다. 장조카 몽구씨와도 2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또 다른 조카인 고 정몽헌 회장이 자금난에 몰렸을 때 200억원을 선뜻 내놓았을 만큼 의리도 강하다. 그러나 조카의 죽음 이후 현정은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 다소 빛이 바랬다. 그룹 경영은 두 아들에게 맡긴 상태다. 큰아들 몽진씨가 대표이사 회장, 둘째아들 몽익씨가 대표이사 부사장이다. 셋째아들 몽열씨는 계열사인 금강종합건설 사장을 맡고 있다.KCC는 몽익씨를 통해 롯데·한진그룹과 사돈으로 연결된다. 몽익씨의 부인 은정씨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조카(신 회장의 여동생인 정숙씨의 딸)이다. 은정씨의 언니 은영씨는 한진해운 조수호 회장의 부인이다. 몽익씨와 조 회장이 동서지간인 셈이다. ●현대가의 여자들 현대가의 딸이나 며느리들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화여대(정경희-이양자-현정은-김혜영-정유희 등) 출신에 해외유학(김영명-정지선-황서림-허승원 등)까지 다녀온 재원들이 적지 않지만 경영에 참여하거나 대외활동에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다못해 남편을 따라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드물다. 유일한 경영자인 현정은씨도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전업주부’였다. 오너 일가를 가까이서 들여다본 한 관계자는 “지금도 명절 때면 청운동 집(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오랫동안 살던 집)에 몇 대에 걸친 며느리들이 모두 모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음식을 직접 장만한다.”면서 “옷차림들도 수수하고 인상이 소박해 언뜻 봐서는 재벌가 며느리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한결같이 미인들이다. 어떤 이는 그 이유를 ‘유난히 많은 연애결혼’에서 찾는다. ●그룹분리 가속화시킨 ‘경영권 분쟁’ 2000년 ‘형제간 다툼’은 현대가를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핵분열시킨 결정적 계기였다.99년 12월 마지막 날, 고 정몽헌(MH) 회장쪽 인사로 분류되던 박세용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정몽구(MK) 회장 계열의 현대차 회장으로 전격 발령나면서 시작된 형제간의 경영권 갈등은 그룹 후계자로 MH를 지목한 고 정주영 회장의 육성 테이프가 공개되기까지 석달여에 걸쳐 숨막히게 전개됐다. 효심이 남달랐던 MK는 아버지의 육성이 공개되자 깨끗이 승복하고 자동차 계열사를 이끌고 그룹에서 나왔다. 이 과정에서 아픔도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현대의 지배구조를 선진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21일 왕 회장의 4주기에 모처럼 형제들 모두가 함께 제사를 지낼 예정이다. 이날은 공식적으로 가족화합이 됐음을 안팎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현대가에 정통한 소식통은 전했다. hyun@seoul.co.kr ■ 정주영 회장의 ‘빈대론’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은 ‘해당화가 찬란하고 눈(雪)이 많은’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에서 1915년 6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죽어라고 일해도 콩죽을 면할 길이 없는 농군이 진절머리나게 싫고 지겨워”(첫번째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서) 소학교를 졸업한 열네살 무렵부터 줄기차게 가출을 시도했다. 무작정 길을 나서 보기도 하고, 아버지의 소 판 돈을 훔쳐도 봤다. 그러기를 네번째. 열아홉살 마지막 가출에 성공해 인천부두 막노동꾼으로 새 삶을 시작했다. 한 푼이 아까워 몸을 기댔던 곳이 노동자 합숙소. 뼈가 으스러지는 중노동으로 누가 떠메고 가도 모를 만큼 고단했지만 좀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빈대들의 공격 때문이었다. 궁리 끝에 밥상 위에 올라가 잠을 잤다. 빈대들의 공격이 잠시 뜸해지는 듯싶었다. 하지만 이내 밥상다리를 타고 기어올라와 온 몸을 물어 뜯었다. 다시 머리를 써야 했다. 무릎을 탁 칠 만한 묘안이 떠올랐다. 밥상다리 네 개를 물 담은 양재기 넷에 하나씩 담근 뒤 그 위에 올라가 잔 것이다. 빈대를 밥상다리로 유도해 양재기 물에 익사시키자는 계략이었다. 쾌재를 부른 것도 이틀여. 빈대들은 또다시 물어뜯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양재기 물을 건넌 것일까.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불을 켜본 젊은 정주영 회장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빈대들이 밥상다리 대신 벽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가 사람을 겨냥해 뚝 떨어져 목적 달성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역경에 부딪칠 때마다 정주영 회장은 ‘빈대의 노력’을 떠올렸다.“난관은 극복하라고 있는 것이지, 걸려 넘어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든지 “빈대만도 못한 놈”이라는 단골 지청구는 모두 여기서 비롯됐다. 아무것도 없는 백사장(울산 염포리) 사진 한 장 달랑 들고 조선소 투자금액을 유치할 때나,20세기 최대 역사(役事)로 꼽히던 중동 주베일 공사 입찰전에 뛰어들 때나, 직원들이 불가능하다고 도리질칠 때면 “이봐, 해봤어?”라고 불호령을 쳤던 것도 빈대의 집요한 노력을 떠올리면서였다. “자본가가 아니라 부유한 노동자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했던 정주영 회장은 근검과 노력을 평생의 신조로 삼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평등한 자본금” “한강에 기적은 없다. 성실하고 지혜로운 노동이 있을 뿐” “고선지부지설(苦蟬之不知雪;여름철 서늘한 나무 그늘에 앉아 노래만 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없어지는 매미는 한겨울 펑펑 쏟아지는 눈을 알 수 없다)” ‘아산 정주영 어록’에 실려있는 그의 유명한 말들이다. hyun@seoul.co.kr ■ ‘현대家 대모’ 변중석 여사 열여섯살에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여섯살 연상의 고향총각 정주영에게 시집온 변중석씨는 현대가의 산 증인이다. 올해로 84세. 젊어서 남편이 사준 재봉틀 하나를 자신 소유의 유일한 재산으로 여기며 한결같은 근검과 후덕함으로 ‘현대가의 여자’라는 상징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고 정주영 회장이 매일 새벽 5시의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동생들과 자식들에게 근검을 가르쳤다면, 변씨는 새벽 3시반부터 손아래 동서·며느리들과 아침 준비를 함께 하면서 “언제나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겸손하라.”고 일렀다. 가혹하리만치 자식 교육에 엄격했던 정주영 회장이 아이들을 자가용으로 등교시키는 며느리들을 보고 “젊었을 때 콩나물 버스에 시달려봐야 나중에 자가용을 샀을 때의 기쁨을 안다.”며 역정을 내자 “손주녀석들 키우는 문제에까지 시아버지가 잔소리를 할 거냐.”며 막아준 이도 변씨였다. 칭찬에 인색했던 정주영 회장도 아내를 가리켜 “늘 통바지 차림에 무뚝뚝하지만 60년을 한결같고 변함이 없어 존경한다.”고 자서전에서 고백했을 정도다.“아내를 보며 현명한 내조는 조용한 내조라는 생각을 굳혔다.”고도 했다. 그러나 자식을 먼저 땅에 묻는 참척의 고통과 여자로서의 마음고생을 거치면서 ‘살아있는 보살’도 탈이 났다. 거동이 불편해 10년 가까이 병원(현대아산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상 맏며느리인 이정화씨 등 며느리들이 틈날 때마다 병실을 들여다보고 있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