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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여기] 디지털 발자국/홍희경 경제부 기자

    [지금&여기] 디지털 발자국/홍희경 경제부 기자

    보통 내성적인 사람이 사이버 공간에서 외향적인 경우가 있다는데, 내 경우는 반대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글을 남기는 게 영 어색하다. 블로그 개설도 여러 차례 공언(空言)에 그쳤다. 원래 미니홈피 꾸미기는 고사하고 업무용이 아니면 이메일 확인도 귀찮아하던 성격이 사이버 세상에서 수줍은 자아를 갖게 된 이유 중 8할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나머지 2할을 채울 핑계도 찾았다. 사이버상에 남긴 흔적이 돌고 돌아 내가 원하지 않는 시점에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알려질 수 있다는 ‘디지털 발자국’ 때문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과거 사진이나 철없던 시절 올린 치기어린 글이 뒤늦게 검색돼 현재의 나에게 비수를 꽂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방어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기술의 진보는 조신하게 ‘눈팅’ 위주 사이버 생활을 하며 게시된 글에 가끔씩 추천 버튼을 누르던 이들에게도 신상정보 간수에 비상벨을 울리게 했다.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은 5만 8466명의 빅데이터를 분석,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른 이력만으로 이용자의 성별·인종·종교·정치 성향·지능·성적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뮤지컬 위키드 관련 글에 ‘좋아요’라고 하면 동성애자, 배우 리샤오룽(李小龍)에 대해 ‘좋아요’라고 하면 이성애자일 확률이 높다는 식이다. 하긴 ‘디지털 발자국’의 위력은 빅데이터 분석같은 기술적 진보보다 사이버 공간 곳곳에 퍼져 있는 자료 그 자체에 있다. 이슈가 터지면 과거 자료를 일일이 검색·분석하는 ‘재래식’ 방법을 쓰는 한국의 ‘네티즌 수사대’의 활약이 이를 방증한다. 고백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을 본 뒤 ‘다른댓글보기’ 버튼을 눌러 그의 댓글 이력을 샅샅이 확인한 뒤에야 잠을 청하며 ‘수사대’ 노릇을 자청한 적도 있다. 최근 만난 후배는 주말에 블로그 독자들과 모임이 있다며 들떠 있었다. 사이버상 활발한 자아를 부러워했다가 후배의 답에 머쓱해졌다. 책에서 사이버 공간의 위험성 같은 걸 배우지 말고, 그냥 블로그부터 만들고 사이버 공간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사람들과 소통해 보라는 조언이다. 사이버 세상은 ‘쿨’하단다. 이번에야말로 블로그를 만들어볼까. 의욕이 생기는 한편 특정인에 대한 이슈가 터졌을 때에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쿨’한 사이버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saloo@seoul.co.kr
  • 대학들 등록금 인하 외면에 국가장학금 ‘쿨쿨’

    대학들 등록금 인하 외면에 국가장학금 ‘쿨쿨’

    각 대학의 등록금 인하 노력과 장학금 확충 정도에 따라 지원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의 지원금액 규모가 제도 시행 1년 만에 반토막이 됐다. 대학의 등록금 인하율과 장학금 확충 금액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 정부가 Ⅱ유형에 책정한 예산의 절반 정도만 지급하기 때문이다. 학비 경감 노력을 소홀히 한 대학 때문에 올해 대학생들의 장학금 수혜 규모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24일 한국장학재단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유기홍(민주통합당)·정진후(진보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3학년도 국가장학금 배정액 규모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책정한 예산 6000억원 가운데 3349억원(55.8%)만 각 대학에 배정된다. 지난해 Ⅱ유형 전체 예산 7500억원 가운데 7007억원(93.4%)이 지원된 것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규모다. 정부로부터 장학금액을 지원받은 대학도 지난해 335곳에서 올해 288곳으로 줄었다. 정부에 장학금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318개교 가운데 세종대, 조선대 등 15개교는 아예 장학금 지원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고 서라벌대 등 3개교는 2년 연속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신청이 불가능했다. 장학금 지원을 신청한 300개교 가운데서는 중앙대·전북과학대 등 7개교가 지난해보다 등록금을 올렸다는 이유로, 부산교대·차의과대 등 5개교가 자체 장학금 확충 규모를 줄였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국가장학금이 Ⅰ, Ⅱ 유형으로 나뉘어 시행된 지 1년 만에 정부 지원금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 것은 대학들이 등록금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받은 대학들의 평균 등록금 인하율은 4.79%였으나 올해는 0.55%에 그쳤다. 교내 장학금의 경우도 지난해에는 288개교가 모두 3677억원을 늘렸으나 올해는 94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장학금을 한푼도 늘리지 않은 학교도 91개교에 달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경상비를 깎아가며 인위적으로 등록금을 동결해 왔다”면서 “대학별 재정상태를 고려하지 않는 장학금 지원 방식 때문에 교육의 질이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가장학금Ⅰ유형은 학생의 소득분위별 기준에 따라 전액 국고에서 지원되고 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씨줄날줄] 예수회와 한국/서동철 논설위원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에서 가톨릭교회 최초의 미주대륙 출신 수장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회가 배출한 첫 교황이기도 하다. 동양에서는 ‘야소회’(耶蘇會)로 불린 예수회(Society of Jesus)는 가장 많은 신도와 사제를 자랑하는 수도회이다. 1534년과 1658년 각각 설립된 예수회와 파리외방선교회는 아시아 선교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오페르트의 남연군 무덤 도굴사건에 참여한 페롱 신부의 파리외방선교회와 달리 예수회는 토착문화에 대한 배려가 특징이다. 중국에서 공자와 조상숭배를 인정하며 유연하게 선교활동을 펼쳤던 예수회는 중남미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로 유명한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미션’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파라과이의 국경지대에서 있었던 18세기 예수회의 활동을 그린 것이다. 아시아 선교는 예수회 창설 멤버의 한 사람으로 스페인 바스크 출신인 프란치스코 하비에르가 중심에 있다. 그는 인도와 일본 전교에 평생을 바쳐 포교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하비에르라는 이름을 가진 성당은 일본과 스페인은 물론 동양 선교의 전진기지였던 말레이시아의 말라카, 중국 선교의 교두보인 상하이와 마카오에도 세워졌다. 우리나라에도 충북 수안보에 1963년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당이 지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명도 하비에르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하비에르가 선종한 해 태어난 마테오 리치의 선교는 이른바 문화 적응(cultural accomodation) 방식이었다. 서양의 진보적인 과학기술을 대상국에 접목하는 대신 선교의 편의를 얻는 방법이다. 마테오 리치의 후임 예수회 선교사인 아담 샬은 중국 연경의 남천주교당에 머물며 병자호란 이후 인질로 끌려간 소현세자는 물론 사행길의 실학자들과 교유했다. 조선의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예수회는 한국을 유럽에 알리는 역할도 했다. 하비에르는 1550년부터 이듬해까지 일본을 방문한 조선의 수신사 일행을 목격했다. 1566년에는 포르투갈 출신의 가스파 빌레라 신부를 조선에 파견키로 했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벌인 통일전쟁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임진왜란 중에는 포르투갈의 예수회 신부 세스페데스가 고니시 부대와 조선으로 건너오기도 했다. 이런 기록들은 모두 유럽에 전해졌다. 예수회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세월이 한참 흐른 1954년이다. 교육에 역점을 두는 이 교단의 성격처럼 1960년에 서강대, 1962년에는 광주가톨릭대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새 교황 프란치스코 선출] 청빈과 겸손의 삶… 버스타고 다니고 단칸방 아파트서 생활

    [새 교황 프란치스코 선출] 청빈과 겸손의 삶… 버스타고 다니고 단칸방 아파트서 생활

    “좋은 저녁입니다. 여러분의 환영에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알듯이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는 로마에 주교를 앉히는 것입니다. 동료 추기경들이 나를 찾기 위해 세상 끝까지 간 것처럼 보입니다(웃음).” 13일(현지시간)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잇는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76) 추기경은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와 옆집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가벼운 농담이 섞인 첫인사를 건넸다. 그가 즉위명으로 택한 ‘프란치스코’처럼 소박하면서 인간미가 넘친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프란치스코 신임 교황은 ‘청빈과 겸손의 대명사’로 불리며 아르헨티나 가톨릭 교회의 현대화를 이끈 대표적 인물이다. 2005년 콘클라베에서 유력한 교황 후보로 꼽혔으나 베네딕토 16세에게 자리를 내줬던 그는 8년 만에 소집된 회의에서 추기경단의 폭넓은 지지를 얻어 교황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이번 콘클라베에서 고령 등의 이유로 유력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예상보다 빨리 끝난 회의에서 교황으로 선출되는 이변을 낳았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1936년 부에노스아이레스 플로레스에서 이탈리아 출신 철도노동자 가정의 5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화학 기술자가 되려고 했으나 1958년 예수회에 입문, 수도사의 길을 걸었으며 신학생들을 가르쳤다. 30대 시절 수도사로서 지도력을 인정받아 지방을 돌며 사목활동을 했으며 1980년 산미겔 예수회 수도원장으로 발탁됐다. 칠레와 독일에서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8년 대주교에 오른 뒤 2001년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대주교가 된 뒤에도 운전기사 없이 항상 버스를 타고 다니고, 대주교 관저가 아닌 단칸방 아파트에 살며 음식을 직접 만드는 등 청빈한 생활로 유명하다. 특히 남녀노소 누구나 그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박한 성격으로, “나를 추기경이 아니라 신부나 몬시뇰(고위 성직자)로 불러 달라”며 자신을 낮췄다고 한다. 그가 즉위명으로 이탈리아 아시시 출신의 성인 프란치스코를 택한 것도 이 같은 소박한 삶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의 의미를 “소박하고 박애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DPA통신은 “새 교황이 청빈과 박애의 상징인 프란치스코를 즉위명으로 택함으로써 가톨릭이 가진 부유함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가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바티칸 공식 뉴스 사이트 영문판이 새 교황 즉위명을 프란치스코 1세라고 표기했다가 대변인이 1세를 붙이지 않은 프란치스코라고 발표하는 혼선을 빚기도 했다. 대변인은 “프란치스코 2세가 나온 뒤에야 프란치스코 1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일간지 클라린은 새 교황이 과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처럼 “교리에서는 보수적이지만 사회적 이슈에서는 진보적”이라고 평가했다. BBC방송은 새 교황에 대해 신학적으로 보수적이라면서 낙태, 동성결혼, 피임 등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태도에 변화를 바라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고 전했다. 그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가톨릭계는 2010년 중남미 지역에서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공식 인정한 아르헨티나 정부와 잦은 마찰을 빚었으며, 그는 이 때문에 대선과 총선에서 야권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탄생은 또 가톨릭 교회 2000년 역사상 첫 중남미 신대륙 출신 교황이라는 점에서 선출 배경에 대한 관심과 함께 향후 그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탈리아 등 전통적 유럽권 출신을 누르고 아르헨티나 출신이 교황으로 처음 선출된 것은 유럽 중심의 가톨릭 교회로는 개혁 요구와 현대화의 흐름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콘클라베에서 추기경들의 암묵적 동의로 이어져 회의 이틀 만에 비유럽권 출신인 교황 프란치스코를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가톨릭 교회에 청빈과 봉사의 기운을 불어넣어 새 교황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인 교황청 내부의 부패 척결과 관료주의 타파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새 교황이 비교적 고령인 76세라는 점에서 교단의 권위를 강화하기보다는 기존 조직의 관리를 강화하고 소통을 중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가 첫 연설에서 신도들에게 “각자의 성직자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한 점 역시 평신도와 성직자, 그리고 교황청 내부와 외부 간의 소통 강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뉴욕의 티머시 돌런 추기경은 새 교황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건배를 제안할 때 “하느님이 당신들을 용서하길”이라고 농담을 해 웃음바다가 됐다며, “우리 보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날 전임 교황의 트위터 계정을 이어받아 라틴어로 “새 교황이 나왔다”는 글을 처음 보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데스크 시각] 대처와 메르켈 그리고 박근혜/오일만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대처와 메르켈 그리고 박근혜/오일만 정치부 차장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이 대작을 연주해야만 비로소 피아니스트로 인정받는 척도가 되는 곡이다. 150년 전 초연 당시 러시아의 피아노 거장 루빈시테인도 처음 이 곡을 받고 기술적으로 너무 어려워 연주를 거절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피아노 연주가라면 조금만 연습하면 연주가 가능한 곡이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수의 전문가가 모여 기술적인 연주법에 대해 계속 토의했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연주법에 대한 진보가 이뤄진 것이다. 소통을 통한 집단지성의 힘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일본 바둑의 몰락이다. 한·중·일 3국 가운데 바둑 선진국이었던 일본은 기타니 도장 등 바둑가문 위주로 운영되는 전통적인 폐쇄성과 속기 바둑의 경시 등 시대흐름을 좇지 못했다. 철녀(鐵女)로 불리는 루이 9단이 1990년 중국 기원과의 불화로 조국을 떠나 낭인의 신세로 전락했을 때다. 그녀는 당시 최강의 일본기원에서 활동하고 싶어했지만 일본 여류기단이 쑥대밭이 될 것을 두려워한 일본은 그녀의 입성을 거절했다. 반면 한국 기원은 과감하게 그녀를 받아 줬고 바둑 중흥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소통과 개방의 힘은 민주주의 본질과도 맥이 닿는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에너지를 끌어내서 국가운영에 참여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이 정치분야에 적용되면 통합의 정치가 꽃을 피우는 것이고, 경제분야에 접목되면 경제민주화가 되는 이치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보름을 맞으면서 불과 3개월 전 박 대통령에게 보냈던 우렁찬 박수소리가 점차 잦아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과 박근혜 정부 출범 2주간을 지켜보면서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국민들도 많아진 듯하다. 박 대통령의 철학과 집권 비전에 동의해 표를 던졌다는 한 지인의 경우 내각과 청와대 인사 과정에서 ‘준비된 대통령’이란 믿음에 의구심을 가졌다고 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지켜보면서는 박 대통령이 주장해 온 대통합, ‘100% 대한민국’이 구호로 끝날 것 같다는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런 민심의 흐름은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물론 박 대통령 측근들이나 청와대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정부출범조차 못하게 막는 야당의 발목잡기를 더 부각시키고 싶을 테고 이명박 정부와 달리 측근들의 전횡을 막은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도 평가받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갖는 불안의 밑바닥을 살펴보면 ‘정치인 박근혜’와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달라진 잣대가 자리잡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신망이 높고 인기가 하늘을 찌르더라도 막상 대통령직에 오르면 국민들의 평가는 더욱 엄격해진다. 언론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의 원칙과 소신의 정치에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갈등 조정 능력이 더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통합 정치와 경제민주화 공약이 국민들의 환영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영의 논리에 갇혀 있는 한국의 정치는 강한 압박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오바마 대통령의 설득정치가 빛을 발하는 이유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확고한 원칙의 정치를 펼친 영국의 대처 전 총리와 메르켈 독일 총리의 포용의 정치가 합쳐진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고 싶어 한다. oilman@seoul.co.kr
  • 브레넌, CIA국장 인준 통과

    미국 상원이 7일(현지시간) 존 브레넌(57)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의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지 60일 만에 브레넌 CIA 국장 인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64표, 반대 34표로 가결 처리했다고 AP·AFP통신이 보도했다. 상원에서는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의 무인기(드론) 공격 작전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는 바람에 인준안 처리가 지연됐다. 특히 공화당 소속 랜드 폴 의원은 전날 그의 인준을 막기 위해 연단에 올라 “버틸 수 있는 한 여기서 계속 얘기하겠다”면서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로 무려 13시간 동안 연설하기도 했으나 끝내 무위에 그쳤다. 폴 의원은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자신의 질의에 대해 현직 대통령이 국내에서 무인기 공격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자, “미국 땅에서 미국민을 상대로 한 무인기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직접적인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드론 전사’로 불리는 브레넌은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테러·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냈다. 아일랜드계 이민 2세인 그는 이집트 카이로의 아메리카대(AUC)에서 중동학을 전공했다. CIA에서 유창한 아랍어 실력을 인정받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지부장을 지내는 등 25년간 승진 가도를 달려 오바마 1기 행정부 출범 전부터 CIA 국장 하마평에 올랐다. 지난 4년간 백악관에서 근무하면서 예멘과 파키스탄 등의 테러리스트 용의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드론 공격을 진두 지휘했다. 오사마 빈라덴 저격 작전에 직접 관여한 그는 2007년 CBS 인터뷰에서 “가혹한 심문 기술은 생명을 구할 수 있으며, 대상자들은 9·11 테러를 저지른 테러리스트”라고 언급해 진보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인준안 통과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브레넌은 CIA 국장으로서 최적임자”라며 “테러 공격을 막고, 미국이 처한 광범위한 안보 위협에 맞서기 위해 그의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CSI보다 한수 위’ 대검 첨단 과학수사 뜬다

    ‘CSI보다 한수 위’ 대검 첨단 과학수사 뜬다

    지난해 2월 A(58)씨는 친구의 여관에 놀러 온 B(61·여)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A씨는 “B씨와 목욕만 했을 뿐이며, 나는 당뇨병을 앓고 있어 성관계가 불가능하다”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액반응 및 유전자(DNA) 감식에서도 A씨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A씨의 무혐의가 입증되는 듯했다. 그러자 검찰은 대검찰청 국가디지털 포렌식센터(NDFC)에 다시 DNA 검사를 의뢰했다. 센터는 남자의 DNA가 극히 적은 경우 정액반응이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 남성에게만 존재하는 Y염색체에 대한 DNA검사를 추가로 실시했고 결국 B씨에게서 A씨의 Y염색체를 검출해 혐의를 밝혀냈다. A씨는 지난 1월 유죄가 확정됐다. 이처럼 DNA, 혈흔, 컴퓨터 디스크, 휴대전화 통신기록, 이메일, 영상 등 각종 범죄 정보를 디지털 기술을 동원해 분석하는 수사기법인 ‘디지털 포렌식’이 각종 사건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4일 디지털 포렌식센터가 밝힌 지난해 증거분석 건수는 모두 8만 7841건으로 2010년 4만 9689건, 2011년 7만 182건에 이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디지털 증거 분석 건수는 2010년 3563건, 2011년 6412건, 2012년 1만 9728건 등 2년 새 5.5배로 증가했다. 지난해 솔로몬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비롯해 하이마트 배임사건,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건, 삼성전자 기술유출 사건 등의 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이 디지털 포렌식센터에서 이뤄졌다. 디지털 포렌식센터는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투약해 논란이 되고 있는 수면유도제 ‘프로포폴’의 감식 절차를 8단계에서 2단계로 대폭 줄여 두 시간 내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최신 기법을 개발해 특허 등록을 하기도 했다. 2008년 10월 문을 연 디지털 포렌식센터는 국방부, 국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12개 기관이 참여하는 디지털 포렌식 관련기관 협의회를 만들어 연구성과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총장실 문 늘 활짝 열어두겠습니다”

    “총장실 문 늘 활짝 열어두겠습니다”

    “과거를 논하기보다는 현재와 미래의 과제를 고민하고, 머리를 모아 계획하고, 최선을 다해 실천해 나가기 위해 왔습니다. 이것이 나를 낳아 준 모국이 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7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제15대 총장으로 취임한 강성모(68)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대(UC산타크루즈) 교수는 자신의 마음속에 담겨 있는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강조했다. 강 총장은 취임사에서 “반세기 전 대전 유성에서 공군 111기에 입대해 교육훈련을 받았고, 2002년 KAIST 방문교수 시절 대전에서 이탈리아와 한국의 월드컵 경기를 봤다”면서 “그날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희망을 심어 준 장면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로버트 로플린, 서남표 등 전임 총장에 이어 자신 역시 미국 국적이라는 점에 대한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다시 이곳 유성에서 KAIST를 위해 일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강 총장은 “총장실 문을 활짝 열어 놓겠다”면서 소통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2007년 캘리포니아 머시드대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총장실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해 ‘부드러운 선장’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경험을 KAIST에서도 이어 가겠다는 것이다. 교수들의 역할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강 총장은 “교수들이 교육과 연구, 사회봉사에 선도적으로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스스로 롤모델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잘 알려주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학교 향후 가치로는 학교 이름을 딴 ‘지식 창조’(Knowledge Creation), ‘진보 및 전진’(Advancement), ‘온전함’(Integrity), ‘영속성’(Sustainability), ‘신뢰’(Trust)를 내세웠다. 강 총장은 “기초과학연구원 및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소들과 공동 연구를 확대하고, 창업을 돕는 기술 이전을 활성화해 미국 휴렛팩커드와 같은 창업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현오석, 보충역 복무·대학원 기간 겹쳐… 병역법 위반 의혹

    현오석, 보충역 복무·대학원 기간 겹쳐… 병역법 위반 의혹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본격화한 가운데 병역법 위반과 ‘이중국적’ 논란이 뜨겁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보충역으로 복무하며 대학원 학위를 취득한 배경에 대해 의혹이 제기됐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은 22일 “현 후보자의 복무 기간은 1974년 11월부터 1976년 1월이었는데 그의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수업 주간 과정이 1974년 3월부터 1976년 2월로 겹쳤다”고 지적했다. 공익근무요원이 학교에서 수학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는 것이다. 현 후보자의 큰아들인 낙승(29)씨가 친척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병역특례(산업기능요원)로 병역 의무를 마쳤다는 의혹도 새로 제기됐다. 낙승씨가 근무했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정보기술 전문업체인 N사가 그의 외가 친척이 운영하는 업체라는 의혹이 나와 정상적으로 군 복무를 수행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현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에서 태어난 낙승씨가 2008년 12월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가 지난해 초 다시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에 대해 국적 세탁 의혹을 제기했다. 또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국가기록원 확인 결과 현 후보자의 부친인 현규병씨가 일제강점기 때 일본 순사였고, 1960년 4·19혁명 당시 시위대에 발포를 명령한 경찰이었던 사실이 밝혀졌다”고 폭로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현역기피 의혹에 대한 해명이 거짓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 후보자는 보충역 판정을 받은 이유에 대해 눈 질환과 턱관절 장애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홍근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 후보자가 밝힌 ‘하악관절 탈구’(습관적 턱빠짐)는 당시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규정상 불합격 판정 기준이었다. 하지만 서 후보자는 1979년 당시 문교부(현 교육부) 사무관으로 임용됐다. 이는 서 후보자가 현역병 복무를 피하기 위해 병역 신체검사를 조작했거나, 질환을 앓고 있었다면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이를 숨겼다는 의미가 된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수백억원대의 부동산 보유가 도마에 올랐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배우자와 장인, 처남 등의 명의로 강남 상가 빌딩 2채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미국에서 성공한 벤처사업가로 알려졌는데 국내에서 부동산 투자를 많이 한 것이 상식에 비춰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이 받은 후원금을 당에 기탁금으로 낸 뒤 이를 기부금으로 신고해 수천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은 것으로 이날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진 후보자는 뒤늦게 과다 기부금 공제 세금 1200여만원을 반납했다.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 후보자가 2011년 10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에 임명된 뒤에도 농협 자회사(한삼인)의 사외이사로 활동해 ‘원장의 겸직 금지 정관’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교육감 17명 중 5명 비리혐의 수사

    최근 장학사 시험문제 유출 지시와 측근 편법 승진 의혹 등 각종 비리에 일부 교육감들이 연루되면서 민선 교육감의 도덕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인사와 재정 등 각종 권한을 행사해 ‘교육 대통령’으로 불리는 교육감 직선제를 이번 기회에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9일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비리 혐의로 현재 수사를 받거나 받았던 교육감은 전국 시도 교육감 17명 가운데 5명이다.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다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진보성향 교육감 2명을 포함하면 모두 7명이 수사 대상에 올랐거나 형사재판을 진행 중이다. 5명은 김종성 충남교육감, 나근형 인천교육감, 고영진 경남교육감, 장만채 전남교육감, 임혜경 부산교육감이다. 고영진 경남교육감은 감사원 감사에서 측근 등을 승진시키기 위해 허위로 근무평정을 작성하고 이미 확정된 근무평정을 바꾼 사실이 적발됐다. 장만채 전남교육감은 대학총장 시절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임혜경 부산교육감은 사립 유치원 원장들로부터 고가의 옷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뒤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교과부와 정책 갈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경우는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김상곤 경기교육감 등 2명이다. 김 전북교육감은 2010년 7월 취임한 뒤 시국선언 교사 3명에 대한 징계를 1년 7개월간 미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경기교육감도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유보와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교육감이 연루된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으면서 박근혜 정부가 교육감 직선제를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직선제 폐지론자들은 직선제가 과도한 선거비용을 보전하고 당선에 도움을 준 선거 공신에 대한 보은인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민자치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직선제를 옹호하는 논리도 만만찮다. 인사비리 문제는 직선제 이전에도 있었던 만큼 교육감 비리 원인을 직선제와 연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과학의 조건/심재억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과학의 조건/심재억 전문기자

    과학의 불행은 주로 권력의 강박에서 비롯된다. 강박은 권력의 셈법으로 도출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이다. 성과 독점과 권력 유지 등 정치적 이용가치만을 따질 뿐 과학을 과학으로 이해하지 않는 탓이다. 권력 강화를 위한 디딤돌로 삼든가, 과학의 성과 뒤에서 과학과는 전혀 다른 계산을 할 뿐이다. 여기에 돈(예산)이 결부되면 강박은 집착으로 돌변한다. 과학은 인간과 문명에 헌신하는 수많은 체계 중에 가장 위력적이고 존엄한 분야다. 그래서 과학정책은 더 엄중해야 한다. 물론 과학이 항상 선을 지향했던 것은 아니다. 전쟁에 부역해 문명의 가치를 훼손했는가 하면 정치적 프로파간다의 소품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과학의 가치중립적 특성이 대중을 설득하기에 용이할 뿐 아니라 대중의 심리를 격발하는 촉매로도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과학이 과학 밖의 다른 힘에 의해 재단되던 시절, 과학은 발전했지만 진보하지 못했다. 우리도 다르지 않았다. 권위주의 시대는 과학을 정치적 이해로만 재단했다. 심장이 식어버린 과학은 권력의 지침에 순종했고, 과학자들은 항상 ‘국가’와 ‘애국’의 무게에 짓눌렸다. 과학의 본질이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그 시절, 과학은 절대권력을 옹위하는 홍위병의 깃발 하나일 뿐이었다. 그 시절의 한국 과학은 확실히 불행했다. 지금은 어떤가. 나라가 부산하다. 정권 교체기의 변혁이 소용돌이치는 까닭이다. 그 중심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있다. ‘과학기술’을 ‘교육’과 얽어매 반편이로 만든 MB 정권의 과학에 대한 몰이해를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온갖 역할과 기능을 다 그러모았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이다. 승냥이떼처럼 과학을 뜯어 발긴 탓이다. 과학의 본산인 대학과 불가분의 관계인 산학촉진법과 산학 연계사업이 그렇고, 기초연구사업이 그렇다. 신성장동력사업과 원자력 비발전 분야 관련법은 또 어떤가. 그러면서도 미래창조과학부는 비대하다. 과학자들조차 “MB 정권 때와는 반대의 시각에서 우려된다”고 토로할 정도다. ‘과학을 권력의 자장(磁場) 속으로 너무 깊숙이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을 관장하는 부처의 영지가 확대되고, 그래서 과학을 할 토양은 척박한데 힘만 커지는 상황은 과학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 될 뿐이다. 과학으로 미래를 열겠다는 새 정부의 발상은 옳다. 그러나 과학을 과학으로 보지 않는 퇴행적 관료주의가 이런 정신을 위험하게 흔들어대고 있다. 아직도 과학을 부처 간 힘겨루기의 전리품으로 간주하는 관료주의의 병폐가 ‘미래’와 ‘창조’를 잠식하고 있다. 새 정부가 과학을 말하려면 지금은 물론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토대를 닦는 게 우선이며, 그 시작은 먼저 관료주의적 안배의 배제에 둬야 한다. 그래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이 ‘시대정신’의 희생제의가 되지 않는다. 구미 제국을 과학 강국으로 키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상기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과학을 할 수 없는 부처를 만들어 놓고 함부로 ‘미래’와 ‘창조’를 말하는 것은 누가 봐도 구두선(口頭禪)일 뿐이다. jeshim@seoul.co.kr
  • [뉴스 분석] 새 정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최대 변수

    [뉴스 분석] 새 정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최대 변수

    새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이에 저항하는 정부 부처와 국회 상임위원회, 이익단체 등 이른바 ‘철의 3각동맹’이 구축되는 모양새다. 이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외교통상부에서 통상교섭 기능을 떼내는 문제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소속 정의화·정병국·길정우 새누리당 의원, 심재권 민주통합당 의원 등은 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개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전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위헌’ 주장에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즉각 “부처 이기주의”라고 강경 대응했음에도 정작 외통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행정부의 손을 들어 준 꼴이다. 인수위와 외교부의 정면충돌 양상은 다른 부처로도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신설 예정인 미래창조과학부로 산학협력 업무를 넘기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와 한국중등직업교육협회 등 관련 단체도 “교육부가 산학협력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의견을 인수위에 전달했다. 민주당도 교육부에 산학협력 기능을 그대로 두는 수정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농림수산식품부를 농림축산부로 바꾸는 문제에 대해서도 농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여야 의원은 물론 농민단체들까지 가세해 반대하고 있다. 국회 농식품위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명칭에 ‘식품’을 넣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은 “인수위의 식품 정책은 농업의 특수성을 배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방송통신 진흥 등 핵심 업무를 미래부에 넘기는 개편안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와 상임위는 물론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진보단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이날 “공익재를 활용한 방송 정책이 독임제 부처인 미래부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부처 논리를 관련 단체가 지원사격하는 형태가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라면서 “일부 단체는 사실상 해당 부처가 동원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수위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원안 사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부처와 국회, 이익단체가 이렇듯 한목소리를 내면서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해 당사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소통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국회 논의에 앞서 조직 개편 효과나 평가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용어 클릭] ■철의 3각동맹 이익을 공유하는 국회 상임위와 관료조직, 이익집단이 동맹관계를 형성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정책학 용어. 이들 3자는 정보가 많고 조직화돼 있어 소수임에도 정책 과정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이익집단 정치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 시장 점유율 10% 넘긴 수입차들 올해도 고속 질주하나

    시장 점유율 10% 넘긴 수입차들 올해도 고속 질주하나

    지난해 수입차는 역대 최대 판매 대수 기록을 달성하며 내수 점유율 10%를 넘어섰다. 즉 지난해 판매된 차량 10대 중 1대가 수입차일 정도로 국내 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2년 수입차 판매는 13만 858대로 전년대비 24.6% 성장했다. 이는 현대·기아차 등 국내업체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과 대비를 이룬다. 올해도 수입차 업계는 40여종의 신차를 선보이며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최근 마케팅인사이트는 점유율 증감 추이와 변화도 분석을 통해 수입차 점유율이 올해 11.5%, 2014년 13.3%, 2015년 15.3%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 업계의 선전은 국내 업체들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당분간 다양한 차종과 프리미엄 서비스로 무장한 수입차의 질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는 어떤 차가 국내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까. 각 업체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들어봤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본질에 충실한 차 렉서스GS” 나카바야시 히사오 토요타코리아 사장은 올해의 차로 렉서스 ‘뉴 제너레이션 GS’를 꼽았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보면 멋있고, 타면 즐겁고, 사면 만족하는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본질에 충실한 차가 바로 렉서스 GS”라면서 “고객은 렉서스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GS는 렉서스가 ‘진정한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렉서스의 새로운 무대를 열겠다’는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5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탄생한 모델이다. 차량을 구성하는 전 분야를 원점부터 재검토해 첨단 드라이빙, 안전 기술의 적용, 역동성 있는 스타일링, 소재와 디테일의 고급화 등 운전자와 동승자의 오감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각종 편의사양을 갖췄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GS의 매력을 ‘이율쌍생’(二律雙生)으로 꼽았다. 최고급 세단에 걸맞은 편안한 승차감을 확보하기 위해 차체 치수가 커졌음에도 이것으로 인해 운전하는 즐거움이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는 상반되는 요소를 잘 조화시켰다는 것이다. 또 운전자의 조작에 정확하게 반응하는 ‘감성을 울리는 주행’이야말로 GS 모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호사라고 했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퍼포먼스와 디자인, 안락함, 편의성, 효율성, 안전 그리고 주행성능 등 모든 측면에서 이전보다 한 차원 높아진 뉴 제너레이션 GS는 비교할 수 없는 품위와 품질을 가졌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뉴 제너레이션 GS에는 직분사 방식의 V6 2.5 4GR-FSE 엔진과 V6 3.5 2GR-FSE 엔진을 장착했으며 복합연비 기준으로 GS 250 모델이 9.9㎞/ℓ, GS350은 복합 9.5㎞/ℓ다. 가격은 5950만~7690만원이다.●“스포트백은 외관도 아우디의 걸작” “뉴 아우디 A5 스포트백은 높은 효율성과 운전의 기쁨이 잘 조화된 모델이다.”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 코리아 사장은 올해 주목할 모델로 뉴 A5 스포트백을 꼽았다. 쿠페의 감성적인 스타일과 세단의 안락함 등을 갖춘 뉴 A5 스포트백은 최첨단 터보 직분사 2.0 TDI 디젤 엔진과 최적의 변속 시점을 잡아주는 7단 S-트로닉 변속기의 조합으로 177마력에 최고속도 222㎞, 15.0㎞/ℓ(복합 연비 기준)를 자랑한다. 또 풀타임 사륜구동인 콰트로 시스템으로 안전성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타머 사장은 스포트백의 디자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새롭게 디자인된 싱글프레임 그릴과 헤드라이트, 넓은 차 폭과 낮은 지상고 등으로 미끈한 실루엣과 강인한 인상을 주는 외관만으로도 아우디의 걸작임을 알 수 있는 모델”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또 “인체공학적 디자인과 최고급 마감재 등으로 아우디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차량”이라면서 “활동적인 30~40대가 선택하면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 A5 스포트백은 앞좌석뿐만 아니라 뒷좌석도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필요에 따라 뒷좌석을 접을 수 있어 기본 480ℓ에서 뒷좌석을 접었을 때 최대 980ℓ까지 적재용량이 늘어난다. 또 14개의 스피커와 10채널 앰프 등 최고의 음악을 제공하는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과 20GB 하드디스크와 주크박스 기능이 내장된 3세대 멀티미디어 기능, 시프트 패들 등 다양한 편의 장치로 무장했다. 가격은 5840만~6290만원이다. ●“한국소비자에 딱 맞는 차 DS5” 시트로엥의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 송승철 대표이사는 “많은 자동차가 럭셔리와 프리미엄을 표방하고 있지만, 단순히 차량의 가격, 크기만으로 프리미엄을 말할 수는 없다”면서 “DS5는 개성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스오버 세단을 표방하는 DS5는 섬세하고 우아한 디자인이 가장 두드러진다. 송 대표는 “우아하고 품격 있는 세단의 장점에 스타일리시하고 실용적인 4도어 쿠페의 매력을 고루 갖추고 있다”면서 “다이내믹한 드라이빙 퍼포먼스, 탑승자를 고려한 다양한 안전 및 편의 장치, 친환경적 요소 등 모든 면에서 프리미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DS5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의전차량으로도 유명한 DS5는 2.0 HDi 직렬 4기통 디젤 엔진과 6단 변속기의 조화로 최고 출력 163마력에 복합연비 14.5㎞/ℓ를 실현했다. 외관은 전면부의 커다란 공기 흡입구와 헤드램프에서부터 이어지는 전면부의 크롬 장식 등으로 프랑스의 개성 있는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실내 공간은 비행기의 콕핏(조종석)을 닮은 운전석과 고급 가죽 및 크롬 장식으로 마무리한 D자형의 스티어링휠(핸들)이 인상적이다. 프리미엄 하바나 가죽시트를 사용했고 오디오는 전문 브랜드인 데논의 최상급 하이파이 시스템을 장착했다. 가격은 4350만~5190만원이다. 송 대표는 “프랑스 자동차의 다양한 개성과 장점을 소비자들이 직접 느껴본다면 프랑스 감성에 푹 빠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로는 올 수입차시장 다크호스” “2000만원대 착한 가격과 뛰어난 승차감, 경제성을 고루 갖춘 신차 폴로가 올해 수입차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오는 4월 출시할 폴로를 올해의 최고 기대주로 꼽았다. 이는 2000만원대의 가격에 실용적인 소형 해치백 모델로 내수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폴로는 현재 독일 시장에서 골프와 파사트에 이은 판매 3위를 기록 중인 인기 차종이다. 특히 1975년 출시 이후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새로운 주행감각, 운전의 재미로 소형차 시장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는 자부심도 적지 않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2010 유러피언 올해의 차’와 ‘올해의 슈퍼미니’에 이어 2012 JD 파워 아시아 퍼시픽 선정 ‘최고의 프리미엄 콤팩트카’ 등을 받기도 했다. 또 안전성 면에서는 유로 앤캡(NCAP) 충돌 시험에서 별 5개를 획득했다. 박 사장은 “작다고, 가격이 싸지만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소형 해치백 차량”이라면서 “폴로는 1.6ℓ TDI 디젤 엔진과 7단 변속기(DSG)가 조화를 이뤄 주행 성능과 연비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합리적인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폴로의 가격은 2000만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보여 국산 준중형차와의 대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올해 폴로와 골프 등 신차를 앞세워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한 2만 3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박 사장은 “골프가 국내 해치백 시장의 상징적인 제품이 된 것처럼 폴로 또한 소형 해치백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경쟁력 높은 차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뉴3시리즈 베스트셀링카로 부상” “착한 가격에 BMW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뉴 3시리즈가 올해 베스트셀링 카로 떠오를 것입니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5시리즈가 베스트셀링 모델이었다면 올해는 뉴 3시리즈가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사장은 “뉴 3시리즈야말로 BMW가 추구하는 ‘진정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가장 잘 표현한 모델”이라면서 “성능과 디자인 철학까지도 1세대부터의 정통성을 이어오는 한편, 앞으로 추구하는 미래 이동 수단의 청사진을 잘 담아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BMW는 사륜구동인 320d xDrive와 풀 하이브리드 모델인 액티브하이브리드3 등을 동시에 출시하면서 3시리즈의 14개 모델을 완성했다.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상품성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뉴 320d와 320i는 트윈파워 터보 엔진과 8단 변속기 조합으로 최고 출력 184마력에 복합연비 18.5㎞/ℓ를 자랑한다. 또 3.0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장착한 액티브하이브리드 3는 최고 출력 340마력에 시속 100㎞를 불과 5.3초 만에 도달,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의 이미지를 확 바꿨다. 김 사장은 “전 세대보다 더욱 향상된 고성능 엔진과 단단하면서 앞뒤 균형이 잘 맞는 차체, 후륜구동 시스템 등이 뉴 3시리즈가 대표적인 스포츠 세단으로 불리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차체가 커졌음에도 알루미늄 소재 등으로 차체 경량화와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에어로 다이내믹 기술과 프론트 휠 주위의 공기순환 상태를 개선하는 에어커튼 기술 등을 통해 한결 뛰어난 핸들링과 민첩성을 구현했다. 가격은 4430만~5570만원. ●“유럽 담아낸 미국차 포커스 디젤” 정재희 포드코리아 대표는 “유럽을 담아낸 미국 차가 바로 ‘2013 포커스 디젤’”이라면서 “동급 최고의 연비와 다양한 편의 장치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커스 디젤은 2012년 상반기 세계 판매고 1위를 기록한 월드 베스트셀러이자 포드의 대표 준중형 모델이다. 글로벌시장에서 이미 검증을 끝낸 차종인 셈이다. 2.0ℓ 듀라토크 TDCi 디젤 엔진과 6단 파워시프트 변속기 조화로 복합연비 17.9㎞/ℓ를 자랑한다. 정 대표는 “포커스 디젤은 경쟁 차종인 폭스바겐 골프 2.0ℓ TDI보다 출력이 더 높으면서도 연비는 오히려 더 앞선다”면서 “국내 출시된 준중형 차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또 최고출력 163마력과 최대토크 34.7㎏·m의 뛰어난 주행 성능도 자랑이다. 엔진 저회전 영역에서도 충분한 힘과 가속력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한층 진보된 듀얼 클러치 6단 파워시프트 변속기와 토크백터링 시스템(코너링에서 바퀴의 속도를 제어하는 장치)으로 부드러우면서도 한층 역동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젤 차량 특유의 소음과 진동을 잡았으며 세련된 실내 인테리어와 역동적인 외관 등이 장점이다. 2990만~3090만원의 착한 가격도 포커스 디젤의 무기다. 정 대표는 “높은 연비와 고출력, 첨단 사양을 갖춘 ‘포커스 디젤’은 포드가 한국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준중형급 디젤 전략 모델”이라면서 “독일 현지의 우수한 기술력으로 생산된 ‘포커스 디젤’이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수입 준중형 디젤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장관에 교과서 수정 권한” 재추진 논란

    교육과학기술부가 장관이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한 법 개정 작업을 다시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과부는 교과서 수정과 관련한 교과부 장관의 권한을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에서 법으로 격상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지난해 8월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가다듬어 이번에 다시 입법예고했다. 교과부 측은 “교과서 수정 요청의 기준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지적이 있어 이를 구체화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입맛대로 교과서를 고치기가 더 쉬워진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2일 교과부에 따르면 최근 재입법예고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지난해 8월 입법예고에서 포괄적으로 표현된 장관의 교과서 수정 사유를 ▲학문적 정확성 및 교육적 타당성 결여 ▲오기·오식 등 객관적 오류 ▲검·인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 발견 등으로 구체화했다. 교과서 검·인정 기준도 ▲헌법 정신에 부합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준수 ▲지식재산권 존중 등으로 명시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교과부 장관의 수정권한이 포괄적으로 명시돼 재량권이 많았는데 오히려 이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기 위해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진보 교육단체 등에서는 “정부가 자의적으로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한 셈”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에 명시한 ‘교육적 타당성’, ‘정치적 중립성’ 등 수정 사유나 검·인정 기준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특허청 특허분류 서비스 ‘일석이조’ 효과

    특허청이 전문화된 행정서비스를 활용해 외화 수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14일 특허청에 따르면 미국 특허청과 870만 달러(약 91억원) 규모의 미국 특허문헌 재분류 서비스 수출에 관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특허청은 올해부터 정보기술(IT)과 기계·화학분야의 미국 특허문헌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관리하는 국제특허분류(IPC)에 맞춰 재분류하게 된다. 특허분류는 특허심사나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유사한 기존 특허문헌 검색에 사용하는 것으로 정확한 분류가 특허검색의 품질을 좌우한다. 특허청은 이 행정서비스를 2009년부터 미국 특허청에 제공하고 있다. 1차(30만 달러), 2차(75만 달러) 계약을 통해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3차부터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이번 수출로 연봉 5000만원 수준의 전문인력 200명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제특허협약(PCT)의 국제조사 의뢰도 쇄도하고 있다. 국제조사는 PCT 출원에 앞서 선행기술 및 신규성·진보성·산업 이용가능성 등을 사전에 파악하는 과정이다. 국제조사를 통한 외화 수입은 2006년 1억 6500만원에서 2012년 209억 9000만원으로 급증했다. 건당 수수료도 2006년 22만 5000원에서 2010년 130만원으로 6배 가까이 올렸음에도 의뢰건수는 2010년 1만 3877건, 2011년 1만 5716건, 2012년 1만 6146건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김연호 특허청 전기전자심사국장은 “우리나라 지식재산 전문인력의 우수한 실력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수출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전문화된 일자리 창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갈 길 먼 과학한국 응답하라 미래부

    갈 길 먼 과학한국 응답하라 미래부

    현 정부의 핵심 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 부지 매입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등 앞날을 기약하기 힘들다. 과학벨트의 목표는 ‘기초과학 강국의 꿈을 이루고 성과를 이전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과학기술로 창조경제를 구현하고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논리와 다르지 않다. 미래부가 과학벨트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9일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올해 과학벨트 부지 매입비 700억원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현재 과학벨트의 중심인 기초과학연구원은 대전 대덕단지의 한 민간 연구소에 세 들어 있다. 17명의 연구단장은 서울대 등 원 소속 기관에 머물고 있다. 중이온가속기 역시 건설 계획이 확정되지 못했다. 과학벨트에 2017년까지 5조 18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정부 구상대로라면 부지 매입에만 7300억원이 필요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과학벨트의 분원이 들어서는 대구와 광주 지역에 설치될 게스트하우스 등의 건설비를 교과부가 제출한 9954억원에서 2000여억원 삭감한 7773억원으로 조정하는 보고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해외 과학자를 유치해도 잠재울 곳조차 부족해진 셈이다. 과학벨트 구상에 참여한 한 교수는 “지자체와 정치권이 돈의 논리로만 벨트에 개입하고 시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예산을 깎아 당초 구상은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차기 정부의 입장은 모호하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충청권을 방문해 “부지 매입 예산을 꼭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추가 예산 편성 역시 복지 현안 등을 감안할 때 장담할 수 없다. 미래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성장 동력인 연구 개발(R&D) 투자 증가율의 추락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이날 “2011년 16.4%, 지난해 12.1%였던 민간 R&D 투자 증가율이 올해는 5.45%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R&D 예산 증가율도 2011년 8.7%에서 올해 5.3%까지 떨어졌다. 과학계는 ‘투자 없는 성장’을 과제로 받아 든 미래부가 과학벨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말뿐인 청사진보다 명확한 계획과 지속적인 실천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박근혜 대통령 시대와 강한 야당/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박근혜 대통령 시대와 강한 야당/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987년 체제 이후 처음으로 과반이 넘는 지지율로 승리했다. 첫 여성 대통령, 첫 부녀 대통령 등 화려한 수식어가 뒤를 잇고 있다. 국민의 기대도 크다. 박 당선인은 일부 인선에서 잡음을 낳기도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대통합을 향한 큰걸음을 뚜벅뚜벅 걷고 있다. 국민들은 새해 벽두부터 치열해진 강대국발(發) 세계무역전쟁과 외교안보전에 잘 임해 줄 것이라며 응원한다. 박근혜 대통령 시대가 빛나기 위해서는 대안을 제시하는 강력한 야당이 절실하지만 127석의 제1야당 민주통합당은 지난 5년, 10년간 지리멸렬했다. 대선 때마저 후보 지원에 뒷짐을 지고 있었다고 친노(친노무현)는 비주류를 비난한다. 비주류는 후보가 약했고, 친노 패권주의가 문제였다고 공박한다. 대선 패배 2주가 지났는데도 뼈저린 반성 주체도 없이 은근슬쩍 얼버무린다. 문제의 근원은 뭔가. 첫째, 열린우리당 이후 의존해 온 정치공학을 또 만지작거린다. 큰 기술 한 방에 넘어질 잔꾀와 꼼수의 작은 정치다. 국민을 잠시 홀릴 수 있을 뿐이다. 결코 속일 수 없다. 툭하면 의원직을 버리는 척하고, 단식도 하지만 국민은 저만큼 앞서본다. 뼛속까지 변해 신뢰받는 대안세력이 돼야 한다. 둘째, 야권후보 단일화 만능론을 버려야 한다.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야권후보 단일화에 매달리다 번번이 패하지 않았는가. 1948년 미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극단적인 진보세력을 버리고 중도를 택해 성공했듯이 노선 정비를 하라. 극단주의를 버리고 승부의 열쇠를 쥔 중도를 강화해야 한다. 종편 출연 거부 등 치기 어린 편가르기를 하면 스스로 갇히게 된다. 셋째,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에 대한 의존 체질도 재검토해야 한다. 쇄신해 안 전 후보를 받아들이자고 하지만 민주당이 대선 후에도 안 전 후보만 바라보는 현상은 한심하게 비친다. 누구 맘대로 되나. 그를 중심으로 한 신당이 출범하면 민주당은 금방 와해되어 버릴 수 있다는 지적을 허투루 들어 넘겨선 안 된다. 비주류의 뒷짐지기, 뒷다리잡기도 버려야 한다. 넷째, 정부여당과 자신있게 타협하고 협조하라. 박근혜 당선인도 “국회를 존중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대선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정부여당의 발목만 잡지 말고 대안을 제시하라고 야당에 요구한다. 지나친 투쟁 의존성은 위험하다. 비겁한 ‘사쿠라’ 논쟁, 선명성 경쟁에 매달려 있을 정도로 세상은 한가하지 않다. 민주당은 두 번 집권한 ‘강인함’의 유전자가 있다. 떼밀려 쇄신하지 말고 힘차게 정면승부하라. 강한 야당이 강한 대통령을 만들어 낸다. 강한 야당만이 정권 재창출도 할 수 있다. 5년은 결코 길지 않다. 멈칫거리다가는 영국 노동당처럼 18년 암흑기를 가질 수도 있다. 미·중·일·러 주변 4강이 새로운 체제를 갖춰 국익외교 각축전이 뜨거울 한 해다. 박근혜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 강력한 야당이 견제하고 비판하며, 협력해야 가능하다. taein@seoul.co.kr
  • [2013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들/유인혁

    [2013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들/유인혁

    1 이야기의 끝, 혹은 끝없는 이야기 이집트의 영조(靈鳥) 피닉스는 수명이 다하면 헬리오폴리스에 있는 태양의 신전으로 날아가 스스로 불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 피닉스는, 이윽고 새로운 생명을 얻어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이 영조는 불사조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보르헤스는 불 속에서 파괴되며 재생하는 이 영원한 순환을 묘사한 적이 있다. ‘원형의 폐허들’의 주인공은 ‘불의 신전’에서 한 소년을 만들었다. 그는 꿈속에서 소년의 폐동맥과 심장, 뼈대, 눈꺼풀, 셀 수 없이 많은 머리카락 등을 눈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생생하게 떠올렸다. 정교한 상상 속에서, 소년은 마침내 실체가 되어 현신했다. 그런데 이 창조자는 소년이 언젠가 자신이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챌 것이라 걱정했다. 불의 신전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비밀을 누설하는 것은 결국 불이 될 것이다. 환영은 불에 탈 리가 없으므로, 언젠가 소년은 불에 닿았을 때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고민으로 천일 하고도 하루 동안 노심초사하다가 불타는 신전으로 뛰어들었다. 이 기나긴 고민을 끝내줄 죽음을 기다리면서. 그러나 불타는 폐허 안에서, 그는 자신이 불에 타지 않음을, 그러니까 자신도 누군가의 환영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소년 또한 먼 훗날 환영을 만들 것이다. 이 과정은 영원히 반복 되리라…. 피닉스와 보르헤스의 환영은 모두 반복을 통해 영원을 성취한다. 그것은 끝없이 뻗어나가는 직선이 아니라, 영구히 되돌아오는 원환이다. 그러니까 끝이 무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시작이 펼쳐진다는 뜻이 아니다. 이 이야기의 진정한 메시지는 바로 반복이다. 끝에 도달했을 때, 모든 것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끝과 무한(無限). 최근 소설쓰기 자체를 주제로 삼은 일련의 메타픽션 속에서 발견되는 문제는 참으로 이렇다. 한유주는 “내가 쓰고 싶었던 문장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다. 나는 읽어본 적이 없는 문장들을 베끼고 또 베낀다”(한유주, ‘농담’,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30쪽)고 말한다. 이때 새로운 글쓰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제시된다. 대홍수가 인간의 문명을 송두리째 박살낸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의 세계에서, 창작의 가능성은 이 세상과 함께 종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한유주는 끈질기게 자신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 한유주는 자기 글쓰기의 한 조건으로 ‘이야기의 끝’을 상정하고 있다. 이미 “이야기는 오래전에 모두 매진되” (한유주, ‘죽음의 푸가’, “달로”, 문학과지성사, 2006, 48쪽)어서 그 어떤 처녀작도 새로 쓰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최제훈은 끝없는 이야기의 모델을 보여준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은 오히려 충만한 자유를 제공한다. ‘괴물을 위한 변명’에서 “프랑켄슈타인”을, ‘퀴르발 남작의 성’에서는 흡혈귀 전설을, ‘셜록 홈스의 숨겨진 사건’에서는 셜록 홈스의 이야기를 솜씨 있게 패러디했던 그는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 애거사 크리스티, 에도가와 란포, 오스카 와일드, 스티븐 킹, 로베르트 비네 등을 종횡무진 누빈다. 기성의 작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최제훈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한유주에게 제약이었던 것이 그에게는 기회요,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최제훈은 바로 이러한 조건 아래서 “완성되는 순간 사라지고, 사라지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영원한 이야기” (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82쪽)를 상상했다. 2 플롯 없는 소설들 왜 차라리 ‘소설의 끝’이 아니라 ‘이야기의 끝’인가.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에서 진실로 끝나버린 것은 바로 플롯이다. 바꿔 말해 시작과 끝을 유기적으로 형성하는 서사가 부재하고 있다. 한유주의 소설에서 내용이 짐작 가능한 이야기는 드물게 출현한다. 한유주의 소설은 대부분 그녀의 의식을 (불)투명하게 묘사하는 데 진력할 뿐이다. 무엇인가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그 진위는 참으로 모호하다. ‘흑백사진사’에서 ‘아이’는 유괴당한 지 일주일 만에 목이 졸려 살해됐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 소설의 화자는 납치된 지 나흘 째 되는 날 풀려났고 중학생이 되어 사건을 회상하고 있다. 이 의도적인 교란은 화자의 모든 진술을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때 이야기는 진술들의 나열일 뿐이지 통일되고 연속적인 흐름을 형성하지 못한다. 심지어 한유주의 소설에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단위로서의 사건(event)도 없다. 그녀의 소설에서는 사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한유주는 어떤 행위를 묘사하거나 진술한 다음, 곧바로 그것을 부정한다. 누군가 담배를 피웠는데 “연기는 나지” 않고 “재는 떨어지지”(한유주, ‘재의 수요일’, “얼음의 책”, 문학과지성사, 2009, 208쪽) 않는다는 식이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소설 속의 내용이 사실 허구(虛構)라는 점을 계속해서 인식시킨다. 이것은 부정문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테면 ‘허구0’에서 한유주 본인으로 짐작되는 화자는 현재진행형 시제의 문장을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 행동, 계획들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허구0’이라는 제목은 이 모든 진술들이, 그러니까 가장 투명하게 작가의 머릿속을 베껴낸 이 문장들이 모두 거짓이라고 암시한다. ‘불가능한 동화’ 역시 같은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부정문, 혹은 명명(命名)을 통해 이루어졌던 일들이 이제 소설의 형식 자체를 통해 실천된다.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우선 앞에서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소녀의 테러리즘을 다룬다. 이 소녀는 반 급우들의 일기에 “나도 죽여보고 싶다”, “바늘 끝은 뾰족하다”, “불은 뜨겁다” 따위의 문장들을 몰래 적어 넣었다. 선생님은 이 테러의 진의를 알 수 없다. 그는 아이들에게 성을 내지만, 이것이 왜 나쁜 행동인지는 좀처럼 설명할 수 없다. 이 교실에는 “없어진 것도, 사라진 것도 없”으므로. 그저 “의미도 불분명하고 출처도 없는 문장들이 있을 뿐”이므로(한유주, ‘불가능한 동화’, “문학과 사회” 2011년 겨울호, 165쪽) 이것은 타인의 문장에 가해진 목적이 불분명한 테러인 것이다. ‘불가능한 동화’는 이렇듯 모호한 폭력을 가한 소녀를 중심으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발아시킨다. 이름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소녀의 정체는 미스터리이다. 그녀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도 알 수 없다. 한편 소녀는 미아라는 급우가 자신의 범행을 알고 있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소녀는 미아를 살해하고 도망친다. 이제 우리는 미스터리의 해결(소녀는 누구인가)과 서스펜스의 지속(소녀는 잡힐 것인가)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한유주는 어느 대학의 문예창작학과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을 조명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수업 도중 강의실 뒤편에서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크게 놀란다. 그 아이는 바로 ‘소녀’. 자기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아이는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처럼 자신의 창조주를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왜 자신을 끔찍한 모습으로 창조했는지 따져 묻는다. 이제 한유주는 앞선 이야기가 모두 허구였음을 고백하고, 허구란 대체 무엇인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한유주 소설의 시그니처와 같은 부정문은 형식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그녀는 말한 다음, 바로 부정한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제시한 다음 그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노라고 고백한다. 이것은 마치 만다라와 같은 작업이다. 형형색색의 모래를 뿌려 만들어지는 이 신성한 그림은, 완성과 동시에 물에 씻겨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유주가 가지고 있는 언어에 대한 회의 때문에 생겨났다. 그녀는 언어가 현실을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좀처럼 갖지 못한다. 이는 사전에 대한 불신 속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K에게’에서 사전은 “모두 다섯 권이었지만, 첫 번째 사전부터 마지막 사전까지 합친 두께가 손바닥 한 뼘을 넘지 않”는 “무성의한 생일 선물”에 불과하다. 그것은 “조야한 방식으로 선별된 하나의 작은 세계”를 펼쳐 놓고, “수수께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낼 뿐 아무런 해답도 내어놓지 않는”다. 그래서 한유주는 “백과사전이라는 이름은 틀린 것”이라고 진술한다(한유주, ‘K에게’, “얼음의 책”, 문학과 지성사, 2009, 72~73쪽). 사전이 결코 세계를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언어는 현실을 투명하게 재현할 수 없다. 플라톤이 말한 바와 같이 문학은 세계를 열등하게 모사한 것에 불과하므로, 우리는 문학에서 삶과 현실을 찾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한유주는 자신의 글이 “아무것에도 봉사하지 않을 것이”(한유주, ‘허구0’, “얼음의 책”, 문학과 지성사, 2009, 19쪽)라고 선언한다. 언어는 그런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어는, 소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한유주의 해답은 바로 메타픽션이다.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다. 언어는 결코 현실을 적절히 재현할 수 없으므로 차라리 언어 자체를 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유주에게 ‘이야기의 끝’이란 단순히 모든 이야기가 이미 쓰였다는 인식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야기가 현실을 재현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시대가 이미 오래전에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때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도대체 이야기를 쓸 수 있는지 의심하는 행위가 된다. 이러한 한유주 소설의 특징은 좀처럼 요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오이디푸스왕’을 오이디푸스에게 일어난 몇몇 사건들을 중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라이오스왕의 죽음, 이오카스테와의 결혼, 모호하면서도 분명한 신탁…. 하지만 한유주의 소설을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수고롭게 그러한 작업을 한다고 해도 그녀 소설의 특징은 하나도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요약할 수 없다는 것은, 최제훈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최제훈이 한유주처럼 사건을 부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최제훈의 소설에서 사건은 너무 많이 일어난다. 다만 그것들은 좀처럼 결말을 향해 회수되지 않는다. 최제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장편소설’로 소개되고 있지만, 실은 ‘여섯번째 꿈’, ‘복수의 공식’, ‘π’, ‘일곱 개의 고양이 눈’ 네 편의 소설이 느슨하게 연결된 연작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여섯번째 꿈’에 나오는 민규, 현숙, 세나, 연우, 영수, 태식 등의 인물들은 뒤의 세 작품 안에서 조금씩 설정과 역할을 달리하여 변주된다. 예를 들어 ‘여섯번째 꿈’의 연우와 ‘π’의 M은 동일인물로 보인다. 연우와 M은 모두 번역가인데, 자기가 번역을 맡은 소설에서 등장인물의 운명을 바꾼 일이 있다. 비중이 거의 없는 인물을 슬그머니 죽은 것으로 오역했던 것이다. 하지만 연우가 스페인어 번역가인 데 반하여 M은 일본어 소설을 번역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죽음을 맞는다. 연우가 눈이 오는 산장에 고립되어 수수께끼의 살인마에게 살해당했다면, M은 소설을 쓰다가 탈진해 쓰러졌다.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는 탐욕스러운 셰헤라자드에게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은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58쪽). 한 편의 장편소설에서 인물이 복수(複數)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사실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소설은 인간의 삶을 재현한 것이고 어떠한 인간도 두 번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죽음은 삶의 의미를 확정하는 사건이다. 발터 벤야민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는데, “소설에 나타나는 인물들의 삶의 의미는 오로지 그들의 죽음에 의해서만 비로소 해명될 수 있다.”(발터 벤야민, 반성완 편역, ‘얘기꾼과 소설가’,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민음사, 1983, 185쪽). 많은 소설들이 등장인물의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적과 흑”은 줄리앙 소렐의 죽음으로 끝나며, “레미제라블”은 장 발장의 죽음으로 끝나고, “보바리 부인”은 엠마 보바리의 죽음으로 끝난다. 그들의 죽음이 삶과 소설의 의미를 확정짓는 것이다. 하지만 최제훈의 소설에서 인물들은 여러 겹의 삶을 살아가고, 복수의 죽음을 맞이한다. 그것은 삶이 아니라 차라리 연극이다. 예컨대 햄릿의 죽음은 연출가의 각색에 따라 매번 달라지지 않는가. 이러한 최제훈 소설의 특징은 그가 중심적으로 사용하는 기법에 의해 촉발되었다. 바로 패스티시다. 한유주 소설이 부정문의 특징을 형식적 차원에까지 확장한 결과라면, 최제훈은 패스티시의 가능성을 극단까지 활용하여 “일곱개의 고양이 눈”을 쓴다. 예를 들어 ‘여섯번째 꿈’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쥐덫’,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을 인용하고 있다. ‘여섯번째 꿈’에서 민규, 현숙, 세나, 연우, 영수, 태식 등은 연쇄 살인범의 세계를 탐구하는 ‘실버 해머’라는 인터넷 동호회의 회원들이다. 이들은 어느 겨울 ‘악마’라는 별명을 가진 회장의 초대장을 받고 산장에 모였다. 그런데 정작 ‘악마’는 나타나지 않고, 회원들은 폭설로 고립된 산장에서 하나씩 하나씩 살해당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 안에 ‘악마’가 숨어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는 판사, 사업가,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열 명의 사람이 외딴섬에 모인다. 그들은 어느 사업가에게 초대 받았다. 그런데 ‘여섯번째 꿈’과 마찬가지로 초대장의 주인은 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의 노랫말에 맞추어 한 명씩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한편 ‘쥐덫’에서도 사람들은 밀실에 갇혀 있다. 이들은 ‘여섯번째 꿈’과 마찬가지로 폭설이 내리는 산장에 고립된 것이다.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붉은 방’에서 ‘붉은 방 클럽’은 ‘실버 해머’처럼 극단적이고 파격적인 취미에 빠진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때 ‘여섯번째 꿈’은 애거사 크리스티와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인용하고, 수정하는 가운데 쓰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여섯번째 꿈’은, 그리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인간의 삶이 아니라 다른 소설을 재현하는 글쓰기이다. 소설의 인물이 두 개의 죽음을 경험하는 이유는, 그들이 각각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제훈의 소설에는 이야기만 있을 뿐 그 이야기가 재현하는 인간의 삶이 없다. 그런 것은 도무지 중요하지가 않다. 이야기가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인물들이 선택되는 것이다. 이때 소설에서 인간적 삶의 내용은 사라지고 주인공은 그저 한 기능으로 퇴락한다. 그러니까 “돈키호테”에서 이 우스꽝스러운 기사는 다만 “무관한 일화와 에피소드의 모음으로 떨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것에 통일을 주기 위해”(프레드릭 제임슨, 윤지관 옮김, “언어의 감옥”, 까치, 1977, 61쪽) 고안되었다는 식이 된다. 소설은 한 인간의 삶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야기 재료들의 짜깁기가 되는 것이다. 3 전문가로서의 작가 그래서 패스티시의 소설은 반인간적이다. 소설 속의 인간에게 고유한 삶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패스티시는 소설 바깥의 인간에게서도 존엄성을 빼앗는다. 그러니까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에게서 창조주의 권위를 앗아간다. ‘π’에서 M은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직업은 소설가가 아니라 번역가이다. 즉, 그는 타인의 언어를 거쳐야 비로소 무엇인가를 쓸 수 있는 존재이다. 이는 M이 결코 글쓰기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다. M은 어느 날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밤마다 M에게 으스스한 이야기를 속삭인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M이 쓰고 있는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이 된다. 그러니까 그녀는 M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셰헤라자드이자, M의 영감의 원천이 되는 뮤즈이기도 하다. 그런데 셰헤라자드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소설이 되기 위해서, M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이는 맵시벌의 다큐멘터리에서 우의적인 방식으로 설명된다. 맵시벌은 거미의 몸에 알을 깐다. 세월이 흘러 다 자란 “유충은 쓸모없어진 거미의 몸을 뚫고 밖으로” 나간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 숙주의 목숨이 희생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M은 “맵시벌 다큐멘터리를 전에도 본 것 같았다”(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244쪽). 채널을 돌려도 화면에는 계속 맵시벌만 나타났다. 여기서 M은 사실 환상적인 방식으로 자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 그의 배역은 다름 아닌 거미인데, 이야기가 완성되자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은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M의 운명은 롤랑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이라고 지칭했던 현상에 대한 알레고리이다. 바르트가 주장한 바, 근대적 글쓰기는 “수많은 문화의 온상에서 온 인용들의 짜임”(롤랑 바르트, ‘저자의 죽음’,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1997, 32쪽)이다. 이때 작가는 작품의 유일하고도 온전한 ‘아버지’가 아니다. 그는 마치 신이 인간을 창조하듯이 소설을 쓰지 않는다. 그는 다만 다른 소설을 베끼는 필경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저자의 죽음은 단지 M의 운명을 통해 우의적으로 표현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문학론은 실제 ‘π’의, 그리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작법(作法)을 통해 실현된다. ‘π’는 그 자체로 “인용들의 짜임”이다. 우선 우리는 “천일야화‘의 이야기꾼인 셰헤라자드의 흔적을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일 표현주의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의 영향을 감지하게 된다. ‘π’의 액자 속 주인공 하루는 어느 터널에 49일이나 갇혀 있었고, 결국 미쳐버렸다. 그는 이제 정신병원에 있다. 그리고 정신병원의 의사, 간호사, 동료 환자들을 상상 속에서 변형시키며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로베르토 비네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 한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프란시스는 박람회에서 칼리가리 박사의 상자를 보게 된다. 그 상자에는 체사레라는 몽유병 환자가 누워 있다. 체사레는 프란시스의 약혼녀인 제인의 죽음을 예언하는데, 칼리가리 박사는 이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해 제인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이상의 이야기는 매우 기이하다. 비현실적이며 악몽을 닮아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정신병원에 수감된 프란시스가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칼리가리 박사는 정신병원의 원장이며, 체사레는 병원의 직원이다. 제인은 프란시스와 마찬가지로 정신병을 앓는 환자였다. 프란시스는 자신의 망상 속에서 이들 인물을 변주하여 이야기를 자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이러한 아이디어는 이미 대중문화 안에서 여러 번 변주된 바 있다. 최근에는 리들리 스콧의 ‘토탈 리콜’(1990)이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오픈 유어 아이즈’(1997),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마틴 스코세이지의 ‘셔터 아일랜드’(2010)에서 활용되었다. 요컨대 이미 널리 알려진 수법이라는 뜻이다. 그런 만큼 최제훈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지 않다는 것을 넌지시 인정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단 한 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데 있어서 작가의 역할은 사실 보잘 것 없는 것이다. 작가는 이제 독창적인 트릭을 고안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의 트릭에 의존한다. 다만 그 트릭을 끊임없이 변주한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붉은 방’을…. 이때 최제훈은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의 창조자라 할 수는 없다. 그는 저자가 아니다. 자기 작품의 “유일하고 동일한 목소리”(롤랑 바르트, ‘저자의 죽음’,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1997, 28쪽)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타인의 언어와 아이디어를 활용하고 있으므로 자기 작품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돈키호테가 서로 다른 우스꽝스러운 사건에 통일을 부여하는 기능인 것처럼 그는 서로 다른 이야기의 묶음에 통일을 부여하는 기능이다. 이제 소설의 인물과 작가는 모두 하나의 기능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최제훈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마 창조는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의 피조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노동일까? 그는 문화산업의 많은 ‘크리에이터’(creator)들이 하고 있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불가사리’(1962)가 ‘고질라’(1956)를 참조하고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 ‘지상 최후의 사나이’(1964)를 차용하는 것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다만 진귀한 구경거리(spectacle)를 생산하고 있는 것인가? 반쯤은 옳다. 그는 창조하기보다 생산한다. 그것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부품을 조립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비유할만한 것이다. 아마 “안에서부터 파먹”혀 “거죽만 남”아버린 M의 모습은 초과노동에 시달리는 어느 현대 노동자의 비유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는 좀처럼 잠을 자지 못하지 않는가. 하지만 최제훈은 뒤샹이 예술가인 만큼은 예술가이다. 레디메이드를 활용하더라도 그것을 조합하는 방식은 자유에 맡겨진다. 아무리 풍부한 재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아무나 그것에 형식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뉴욕의 어느 배관공이 ‘샘’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정말이지 없다. 뒤샹 스스로 인정했듯이, “당신의 가능성은 나의 가능성과 같지 않은 것이다”(“Your chance is not the same as my chance.” (Calvin Tomkins, The Bride and the Bachelors: Five Masters of the Avant-Garde, Penguin, 1968, p.33)). 여기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전문가(specialist)로서의 작가이다. 무엇인가 짜깁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 재료를 많이 구비해 두어야 한다. 그러니까 이야기의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짜깁기의 예술은 풍성해질 수 있다. 이것은 규칙을 잘 알고 있는 사람만이 참가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최제훈은 자신의 생산물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노동자로 볼 수 없다. 자기가 조작하는 이야기의 관습을 썩 훌륭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유주는 이러한 점을 좀처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다. 한유주는 ‘저자의 죽음’을 자신에게 주어진 문학적 조건으로 뼈아프게 인식하고 있다. 이미 “문장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기 때문에 심지어 미리 “읽어본 적이 없는 문장”들을 적을 때도 그것은 베끼기에 지나지 않는다. 한유주는 “모든 사물들은, 혹은 모든 사물화 된 문장들은, 일종의 자연사 박물관에 귀속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인식에 따르면 도서관의 어느 서가에 진열된 책들은 모두 일종의 “전시된 죽음들”이며, “검은 플라스틱판에, 흰 글씨로 이름을” 새겨 넣은 명패가 달린 박제이다(한유주, ‘자연사 박물관’,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87쪽). 한유주는 이러한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녀가 누구를 참조하고 있는지, 도대체 누구를 ‘베끼고’ 있는지 알아채기 어렵다.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다. 예컨대 ‘허구0’이라는 제목은 “픽션들”이라고 하는 보르헤스의 단편집 표제를, 그리고 “얼음의 책”이라고 하는 표제는 ‘모래의 책’이라고 하는 보르헤스 단편의 제목을 떠올리게 만든다. 허구의 영점(零點)과 허구의 복수형은 분명한 대비를 형성한다. 거기에 만들어지자마자 모두 녹아 사라지는 얼음의 책과, 영원히 모래처럼 변화하며 두 번 다시 같은 페이지를 펼칠 수 없는 모래의 책은 모두 의미가 고정되지 않거나, 아예 사라지는 책을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추측에 지나지 않으며, 그녀는 주의 깊게도 단서를 남겨놓지 않았다. 이것은 한유주 스스로 어떤 작품을 베끼고 있다고 주장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유주는 ‘자연사 박물관’,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인력이거나, 척력이거나’ 세 편의 작품을 통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끼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상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것은 오히려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와 달라지려 하는 한유주의 부단한 노력이다.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는 연극에 대해 논문을 쓰려는 한 사내가 어느 광인을 만난다는 이야기이다. 이 광인은 자신이 22년 전에 살해한 여성의 옷과 구두를 몸에 걸치고 있다. 한유주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이 짤막한 이야기의 틈을 헤집고 억지로 자신의 언어를 밀어 넣는다. 한유주는 이 사내와 광인을 각각 트리스탄과 햄릿이라 명명하고, 그들의 조우에 복잡한 운명을 부여한다. 그런데 아마 한유주가 토마스 베른하르트라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면,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의 흔적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 두 소설의 공통점이란 시간을 물어보는 행위, 다리 위에서의 대화 등 몇몇 지점에서 눈치채기 어려운 방식으로만 나타난다. 아무리 주의 깊은 독자라도 이 정도의 단서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그림자를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흔적을 알아채는 것은 훨씬 어려워진다. 주인공 하령은 대재앙이 닥쳐 대륙의 절반이 물에 잠기고, 인구의 절반이 죽어버린 세계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 그녀는 ‘희극입니까? 비극입니까?’를 베껴서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를 쓰려 한다. 하지만 그녀가 베끼려고 하는 소설은 책장에 없거나, 아니면 물에 젖어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다. 무엇인가 베끼는 것이 도무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189쪽). 하령은 무엇인가 참조할 때마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결말과는 다른” 페이지들을 마주하게 된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203쪽). 그래서 하령의 베끼기는 계속해서 원작과 달라진다. 이것은 굉장히 수고로운 작업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이야기와 언어의 관습들을 익혀야 한다. 이미 모든 이야기들은 다른 사람에 의해 기록되었으므로, 잠깐의 방심은 ‘베끼기’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은 표절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모든 멜로디를 검토하는 작곡가나, 신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기존의 특허를 검토하는 기술자의 태도에 비견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한유주는 이러한 자신의 노력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한유주는 담담하게 토로하고 있는데, “언어는 진화하지 않고, 문학은 진보하지 않”는다. 그저 베끼는 와중에 조금씩 변화할 뿐이다. 그것은 진화의 개념이 사라진 돌연변이와 같다. 대재앙 이후의 세계에서 호랑이는 아가미를 발달시켰다. 물에 잠긴 세계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것이 “진화인가 퇴화인가” 말할 수 없다(한유주,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문학과지성사, 2012, 201쪽). 한유주의 소설 역시 ‘자연사 박물관’에 박제된 모습과는 다른 형태로 제시된다. 그녀의 ‘베끼기’가 박제를 변형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이 문학을 ‘진보’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노력이 다만 돌연변이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 그친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끝’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의 세계에서 새로운 글쓰기의 가능성은 인류와 함께 절멸했다. 이 ‘끝’에서 문학은, 그리고 글쓰기는 과거의 박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창조의 엿새는 오래전에 지나가 버렸으므로. 4 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 ‘이야기의 끝’이거나 ‘끝없는 이야기’이거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새로움’의 쇠퇴이다. 이제 작가는 매우 제한적인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만든다. 그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으며, 다만 기왕의 설계도를 다소 변형시키는 선에서 만족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한유주와 최제훈의 작품이 새롭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이 타자의 언어를 베끼고 있음을 드러내지만, 그들의 작품은 전에 없이 독특하다. 우리는 아무렇게나 펼친 페이지에서도 한유주의 문체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부정문을 사용하는 방식은 참으로 고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제훈은 기성의 관습들을 짜깁기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마치 괴물처럼 낯설다. 이것은 개인의 창조성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예술가들이 역설적인 방식으로 창조적이라는 아이러니와 무관하지 않다. 존 케이지는 문자 그대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4분33초’를 만들었으며, 앤디 워홀은 대중문화 속의 이미지를 조합해 자신의 작품을 만들었다. 여기서 예술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새로운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작업은 파천황의 것이며 예술의 경계를 도전적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움은 공허한 것이다. 마치 ‘4분33초’처럼 덧없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하지만 그 다음은? ‘4분33초’는 결코 녹음되거나 재연(再演)될 수 없다.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의미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앤디 워홀의 작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워홀의 유명한 병뚜껑, 혹은 메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바라보며 이것이 어째서 예술인지 질문하고, 대체 예술이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깥으로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다. 이 새로움은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걸지 않는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의 공허함을 다음과 같이 간파했다. “앤디 워홀의 ‘다이아몬드 가루 신발’은 반 고흐의 신발이 가진 직접성을 전적으로 결여한 채 우리에게 말을 건다. 정말이지 나는 그것이 우리에게 실제로 어떤 말도 걸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프레드릭 제임슨, 강내희 옮김, ‘포스트모더니즘 ― 후기자본주의 문화논리’, 정정호·강내희 편, “포스트모더니즘론”, 문화과학사, 1989, 150쪽)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분명 새롭다. 그들은 우리에게 소설이란 무엇인지, 소설쓰기란 무엇인지 질문한다.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소설은 “아무것에도 봉사하지 않”으며 어디에도 “사용되지 않”(한유주, ‘허구0’, “얼음의 책”, 문학과지성사, 2009, 19쪽)기 때문이다. 이때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모든 책무로부터 자유롭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용한 형식이 된다. 즉, 자족적인 동시에 자기폐쇄적인 형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유주와 최제훈 소설의 공간들이 감옥을 닮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자연사 박물관은 모든 생명들이 박제되어 진열된 공간이며, ‘인력입니까, 척력입니까’에서 사람들은 온통 물에 잠겨버린 건물에서 고립되어 살아간다. ‘불가능한 동화’에서 선생님은 마치 취조실의 형사처럼 아이들을 겁주고 추궁한다. 최제훈을 살펴보면, M은 맵시벌의 둥지에 갇혔고, 하루는 동굴 속에 갇혔으며, 영수는 산장 안에 갇혔다.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 액자 속의 미미는 스토커에게 납치당해 갇혔고, 액자 바깥의 ‘나’는 망막박리에 걸려 눈이 먼 채 병실에 갇혔다. 모두가 갇혀 있다.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은 메타픽션이며, 이들은 모두 알레고리 속의 인물이다. 이들을 가두고 있는 감옥은 사실 상징적인 방식으로 글쓰기 자체를 가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이것은 바로 언어의 감옥이다. 한유주와 최제훈의 글쓰기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들이 단지 타인의 언어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마치 모든 발화가 랑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소설 역시 글쓰기의 관습이나 전통 바깥으로 벗어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타인을 흉내 내며 말을 배운다. 소설이 그러지 않으리란 법이 어디에 있는가.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은, 소설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폐쇄적인 형식이 된다는 뜻이다. 이때 언어는 자기를 가리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영원한 동어반복과 다름없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목적을 위해 말을 사용하는 것이며, 작가란 발언을 하는 사람(parleur)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요구하기 위해, 혹은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심지어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 글을 쓴다(장 폴 사르트르, 정명환 옮김,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민음사, 1998, 27쪽). 그러니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세계를 향해 말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소설의 책무가 다만 다른 소설에 관하여 말하는 것이 되었을 때, 글쓰기는 베끼기가 된다. 이때 독서란 소설 안에 존재하는 다른 소설의 흔적을 찾는 놀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이라는 것을 그렇게 높이 평가할 수 없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수용 옮김, “파우스트” 1부, 책세상, 2006, 78쪽). 오직 언어로 이루어진 곳을 헤매는 것이 독서라면, 그것은 언어로 이루어진 테마파크를 유람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그렇다면 언어의 감옥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얼마나 지나야 그곳이 감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 그러니까 “폐쇄된 미로에 갇힌 사람은, 얼마나 헤매야 그 미로가 폐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될까?”(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179쪽). 그리고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파우스트는 평생에 걸쳐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게다가 신학까지 열성을 다하여 연구”한 끝에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탄식했다. 그가 마술의 세계에 몸을 맡기기로 결심했던 것은, 정통한 지식들이 세계에 대해 조금도 알려주지 않는 “부질없는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수용 옮김, “파우스트” 1부, 책세상, 2006, 31~33쪽). 그가 악마와 계약하여 처녀를 희롱하고, 신화 속의 전쟁에 뛰어들고, 바다를 메우는 개간사업을 시작했던 것은 ‘태초에 말이 있었다’는 세계관을 거부하고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고 선언한 후였다. 가장 열심히 말의 세계를 믿었던 자가, 행동의 세계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아마 파우스트와 같은 모험이 필요할 것이다. 파우스트가 자신의 서재를 벗어나 시공을 뒤집는 모험에 나섰던 것처럼, 한유주와 최제훈도 이야기의 끝, 혹은 끝없는 이야기라는 감옥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때 소설 역시 감옥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엄을 되찾을 것이다. ■당선소감 책은 끝없는 미로… 내 모든 단어 빚지고 있어 아직 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은데 덜컥 당선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더듬더듬 잘 모르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문득 어지럽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길은 앞이 명확했던 적이 없었다. 책을 한 권 읽으면, 세상은 그만큼 분명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두 권의 책을 숙제로 남겼다. 그러니까 이 길은 목적지가 분명한 대로가 아니라,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미로이다. 이 미로를 열심히 헤매고 싶다. 고마운 사람이 너무 많다. 사실 나는 그들이 전해준 것을 비로소 적었을 뿐이다. 나는 모든 단어들을 빚지고 있다. 그래서 당선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는 말은 단순히 수사가 아니다. 우선 나는 박광현 선생님에게 글쓰기의 모든 것을 배웠다. 내가 지키고 있는 규칙들은 전부 선생님에게 받은 것이다. 황종연 선생님은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주셨다. 한만수 선생님은 어떻게 학문이 정의로워질 수 있는지 알려주셨다. 그리고 김춘식 선생님께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배웠다. 더불어 오랫동안 함께 공부한 ‘책읽기의 즐거움’의 멤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허병식 선생님, 복도훈 선생님, 서희원 선생님, 조형래 선배, 김민선, 박진솔, 임세화, 전호성, 한정현, 홍덕구 등 모두들 내게 큰 도움을 주었다. 나는 이들에게 동의하거나, 혹은 반박하면서 비로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또한 내 글을 가장 먼저, 그리고 아마도 가장 즐겁게 읽어준 경연에게 감사한다. 너에게는 늘 고마운 마음뿐이다. 고집 센 아들의 선택을 지금까지 지지해주신 부모님께는 가장 큰 감사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많이 부족한 글에서 가능성을 보아주신 두 심사위원 선생님께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싶다. ●약력 ▲1983년생 ▲ 2002년 동국대 국문과 입학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심사평 균형적 함의 도출 … 평론가로서의 앞날 기대 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모두 17편이었다. 심사위원 두 사람은 이들 작품을 통독하고 그 가운데 최종 논의 대상으로 4편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다시 이를 정독한 후 장시간의 논의를 거쳐 당선작을 확정하였다. 심사기준으로는 응모 평론이 기본적으로 작품의 가치를 잘 부각시키고 이를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가에 두었으며, 글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비평적 견식을 담보할 수 있는 문장력도 면밀히 살펴보았다. 대체로 올해의 평론 응모작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 성향에 있어서도 여전히 세부적 탐색과 분석에 치중하고 동시대 사회 속에서 해당 작품이 가진 의미를 구명하는 데는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평론이 단순하게 한 작품의 성과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배태하고 산출한 환경과 문학사적 친연성 등을 두루 고찰하고 있을 때 객관적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터이다. 마지막까지 논의의 대상이 된 4편의 평론 가운데 이은이의 ‘희미해져가는 인간다움에 대하여’는 유연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장이 뛰어났다. 하지만 보다 정치한 시각과 정론적 방식으로 대상 작품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정영의 ‘비린내, 혼종의 정체성에 저항하는 존재성’은 후각적 관점을 중심으로 작품을 규정하는 독창성이 참신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독창적 사유가 총괄적 해석력을 확보하는 데 미흡했고 비린내와 혼종성의 상관관계도, 좀 더 명료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만영의 ‘유령의 서사, 열림의 정치’는 시종일관 무난하고 균형성 있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분석 대상이 된 두 작품의 저변을 보다 치열하게 드러내고 그 상관성에 대해서도 입체적 조명이 있었으면 하는 후감이 있었다. 당선작이 된 ‘언어의 감옥에서 글쓰기’는 한유주와 최제훈의 소설이 가진 문학적 함의를 비교적 정확하고 균형성 있게 도출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에 있어서도 폭넓은 공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는 또한 평론가로서의 앞날에 대한 기대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낙선한 분들께는 따뜻한 위로와 함께 다음 기회의 분발을 바라마지 않는다.
  • [열린세상] 수출과 내수의 균형발전과 일자리 창출 /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수출과 내수의 균형발전과 일자리 창출 /오영석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내일이면 계사(癸巳)년 새해가 밝는다. 2월에는 신정부가 출범한다. 뱀은 성장하면서 허물을 벗는다는 점에서 재생과 부활을 상징하기도 한다.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가 성장잠재력 확충과 일자리 창출 간 선순환 구조로 부활하려면 각 부문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고용 없는 성장’은 주로 제조업에 해당하는 얘기다. 기술 진보와 세계화의 영향 때문이다. 인적자본 집약적 부문에서 고용이 늘어나면 다른 부문에서 고용이 줄어든다. 제조업은 그 자체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최근 발간된 산업연구원의 국제세미나 보고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산업발전 전략’(이하 데이터는 동자료 참조)에 의하면, 2010년에 제조업의 간접 일자리 창출 효과는 직접 효과의 약 2.9배에 달했다. 제조업에서 1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면 다른 부문에서 2.9개의 추가적인 일자리가 유발된다는 얘기다. 또 제조업에서 창출되는 높은 소득은 서비스업의 수요 및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제조업, 특히 대기업은 생산구조 고도화를 가져오는 방향의 기술혁신과 투자 확대를 통해 높은 생산성을 창출하고 이를 서비스업에 전파하는 시스템적 역할에 진력해야 한다. 서비스업은 ‘생산성 없는 고용 확대’를 경험해 왔다. 우리나라 서비스업은 그간 고용흡수형 성장을 지속해 온 결과 경제 전체의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창출력, 특히 임금이 낮은 것이다. 서비스업 안에서 부가가치 및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수출산업화를 통한 총수요 확대가 필요하다. 서비스를 소비할 구매력이 부족하다면 외국인의 구매력을 활용해야 한다. 특히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에서 내·외국인의 구매력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진입 규제를 완화·철폐하고, ‘맞춤형 투자·연구개발(R&D)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여 경쟁력과 공급능력을 높여야 한다. 제조업은 수출을, 서비스업은 내수를 대표하는 산업 부문이다. 수출의 취업유발계수(명/10억원)는 1995~2009년 기간에 빠른 생산성 향상 등으로 인해 58.2% 하락하여 내수의 하락 폭을 상회했고, 그 수준도 낮았다. 그럼에도 수출은 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져 수출로 유발된 취업자 수는 내수보다 컸다. 특히 2005~2009년 기간에 서비스 수출로 유발된 일자리 창출은 58만명으로 제조업 40만명보다 컸다는 점은 서비스 수출의 일자리 창출 잠재력을 말해준다. 내수의 일자리 창출 부진은 내수 부진 자체에 원인이 있다. 세계 경기 침체기에 기업, 특히 대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투자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중소기업 사업영역과 중복되지 않고 수출 및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높은 유망 서비스 분야의 규제 완화를 통해 대기업과 외국인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매력적인 직장으로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1998~2010년 기간에 대기업 고용은 17만명 줄어들고, 중소기업 고용은 저임금·비정규직이 확대되면서 57만명 늘어났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은 1995년 64.3%에서 2009년에는 50.1%로 낮아졌다. 대기업의 고용이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 이후 외주 확대와 저비용 하도급 거래 추진으로 종사자 수를 줄여왔기 때문이다. 내수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하도급 공정거래 질서 확립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임금 및 복지 향상, 이를 통한 구매력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중소기업도 내수시장에 안주하기보다는 기술혁신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통할 정도의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 정부의 R&D 지원은 일자리 창출 혹은 수출에 기여하는 중소기업 육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요컨대, 일자리 창출과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는 내수 부문의 육성이 대기업·제조업·수출 부문의 발전과 상승효과를 갖도록 하는 중용(中庸)적 산업전략이 필요하다.
  • 차기 교육감선거 직선제 대안 속출

    19일 재선거를 통해 서울 교육을 이끌어 갈 서울시 교육감으로 문용린 전 교과부 장관이 선출됐다. 하지만 1년 6개월 뒤에도 이번처럼 시민 직선제로 교육감을 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민단체와 교육계 일각에서는 직선제를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막대한 선거 비용이나 정부 및 자치단체와의 갈등 등으로 인해 교육정책이 표류하거나 기관 간 소송 사례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시·도 교육감을 임명하거나 자치단체장과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는 형태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진보 교육 진영 등에서는 교육의 자치를 위해 현행 직선제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진보측 “현행대로” 고수 정부와 교육청 간 불협화음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본격화됐다. 2009년 교과부가 김상곤 경기교육감에게 시국선언 교사 중징계 의결 요구를 이행하라는 직무이행 명령을 내리면서 첫 소송이 시작됐고, 이후 20건에 이르는 행정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라는 교과부의 지침에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반발하면서 대학입시마저 혼란이 빚어졌다. 학생인권조례와 무상급식 등을 놓고도 혼란이 계속됐다. 모두 초중등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선출직 교육감의 교육 철학과 중앙정부의 교육 노선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들이다. ●교원 56.3% 축소돼야 교원들은 학교 현장 혼란이 반가울 리 없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올 초 교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6.3%가 ‘직선제는 유지돼야 하지만 교원, 학부모 등 교육 관련 종사자만 참여하는 축소된 직선제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현재의 주민 직선제에 대해서는 23.5%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서울교육감 재선거에서 보여진 것처럼 유권자들이 후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도로 관심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문제도 직선제의 한계로 지적된다. 정치권에서는 러닝메이트제가 힘을 받고 있다. 교육청 예산의 상당 부분을 내놓아야 하는 단체장과 교육감의 교육 철학이 같다면 각종 정책 수행과정이 원활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중앙정부와 이념 성향이 다를 경우에는 충돌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정부와 성향 다를땐 충돌 교육감 직선제를 옹호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측은 “지역별·학교별 특색을 살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중앙정부 통제식으로는 불가능하다.”면서 “교육자치권 확대라는 전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할 때 직선제가 가장 바람직한 제도”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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