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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 포커스] ‘생활정치 광진포럼’ 이끄는 광진구의원들

    [의정 포커스] ‘생활정치 광진포럼’ 이끄는 광진구의원들

    서울 광진구에 ‘주민에 의한 생활정치’라는 새로운 정치바람이 세차다. 폭언과 몸싸움으로 얼룩진 기존의 정치가 아니라 주민 생활 속을 파고드는 풀뿌리 정치를 내세운다. 중심에는 구의원 3명으로 이뤄진 ‘생활정치 광진포럼’이 자리 잡고 있다. 3일 구의회에서 만난 김창현(50) 의원은 “포럼이라고 하면 뭔가 정치색을 띨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는데 우리 포럼은 생활밀착형 토론장”이라면서 “광진 주민 누구나 참여해 불편한 것을 고치고 지역의 발전방향을 고민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김기수(55) 의원은 “포럼에서 나온 의견을 구의원이 바로 구정에 반영하는 효율적인 주민 참여 시스템”이라고 자랑했다. 조영옥(46) 의원은 “우리 지방자치는 주민 중심이 아닌 단체장과 행정관료 중심”이라면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진정한 지방자치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라고 설명했다. 광진포럼은 지난 8월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주민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첫걸음을 내디뎠다. 의원들은 지난해부터 출범하기까지 여덟차례의 예산설명회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지역개발 주체와 사회단체, 복지네트워크, 장애인 학부모 등 주요 지역 현안에 대한 간담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들었다. 또 800여명을 1대1 면접방식으로 조사해 주민의 생각과 욕구를 파악했다. 김기수 의원은 “주민들이 1순위 과제로 꼽은 지역 개발과 안전 문제 해결을 포럼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포럼은 한 달에 한 번씩 열린다. 8월에는 동주민센터의 복지허브 정책을 논의했다. 지난달에는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특정(위법) 건축물 양성화에 대한 설명회와 상담을 진행했다. 재산권과 직결된 사항이어서 300여명이나 몰려 토론과 질의를 펼쳤다. 조 의원은 “이처럼 주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재산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도록 전문가와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웃었다. 오는 21일에는 ‘주민참여형 도시계획’을 주제로 삼을 예정이다. 뉴타운 등 대규모 도심 재생사업보다는 소규모, 친환경 등 마을형 재생사업의 시대라는 판단에서다. 김창현 의원은 “도시정비 사업에 주민 요구가 많다”면서 “지역 특성에 맞는 도심재생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역 전문가의 의견과 우수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광진구의 나아갈 길을 찾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건국대입구를 중심으로 젊은 예술가 마을 조성과 아차산 일대 자연경관을 활용한 도시 재생, 동서울터미널을 중심으로 한 교통특구 개발 등에 대해 중점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앞으로 광진포럼이 3인방이 아니라 지역 전문가와 주민들이 스스로 이끌어가는 지역 포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조 의원은 “포럼에는 지역에 사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우리 세 명이 주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전문가 그룹이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수 의원도 “현재 포럼은 복지와 문화예술, 교육, 생활민원 등 4개 분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10개 분과로 나눠 전문성을 높이고 다양한 지역 현안의 정책적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김창현 의원 또한 “포럼은 모범적인 주민참여 시스템 구축으로 지방자치 발전에 한 축을 담당하는 단체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와”…디스코 팡팡 탔다 “악”…디스크 팍팍 왔다

    지난달 21일 조카들과 경기 성남시의 한 디스코팡팡 영업장을 찾은 A(20·여)씨는 놀이기구를 타던 중 허리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놀란 A씨는 운행 중간 놀이기구에서 내렸지만 이미 제대로 걷기 힘든 상태였다. 척추뼈 부상이었다. 병원에서는 ‘요추 1번이 심하게 손상돼 철심을 넣어야 한다’며 최소 8주 입원 진단을 내렸다. A씨는 “(디스코팡팡이) 이렇게 위험한 놀이기구인 줄 몰랐다”면서 “업체에서 보험 처리를 해줬지만 평생 허리 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고 하니 끔찍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아이들도 많이 타는데 최소한의 안전 수칙과 위험성 등을 영업장이 적극적으로 안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초·중·고교 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놀이기구인 디스코팡팡의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기구 특성상 탑승자의 낙상 또는 충돌로 인한 상해 사고가 종종 일어나면서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놀이기구는 기본적으로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뒤 재미를 제공해야 하는데 디스코팡팡은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면서 “고객이 다쳐서 바로 응급실로 간 것을 빼더라도 수치로 드러나지 않은 타박상이나 상해 등이 부지기수로 많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디스코팡팡은 음악에 따라 탬버린 모양의 대형 원형판이 회전하거나 튕기면서 탑승자에게 재미를 주는 놀이기구다. 최근에는 아케이드 게임업체가 실내 지하 영업장 등에 경쟁적으로 15~25인용 소형 디스코팡팡을 운영하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망 최대 5억원과 입원 5000만원을 보장해 주는 보험에 가입하고 관할 구로부터 승인만 받으면 놀이기구를 운영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1일 “(디스코팡팡은) 벨트를 매고 안전하게 타는 기구가 아니라 실제로 등뼈와 척추, 머리 등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2011년 1월부터 현재까지 ‘소비자 위해 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디스코팡팡의 사고 건수는 모두 21건이지만 개별적으로 보험 처리를 받거나 합의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이 놀이기구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조심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련 기관도 안전성 문제나 소비자 알권리에 대한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고 영업장도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안전 수칙을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데스크 시각] 언어습관과 사회갈등/이동구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언어습관과 사회갈등/이동구 사회2부장

    “오늘 자 신문 ○○ 몇면의 △△기사 다시 한번 봐주세요. ‘힐링’, ‘라이딩’이 무슨 뜻입니까. 신문에 이런 표현을 마구잡이로 사용해도 되는 건가요. 나도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인데 도대체 요즈음 신문, 방송 등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을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반성 좀 하세요.” 며칠 전 아침 회의를 준비하던 중 독자로부터 받은 전화 내용이다. 항의성 전화였지만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우리 신문을 정말 사랑하는 독자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국내 신문사나 방송사가 생각지 못하고 있는 나쁜 우리의 용어 선택 및 언어습관을 제대로 지적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뭐 이런 사소한 것을 문제 삼는가” 하는 심정이었다. 힐링이란 단어는 신문, 방송에 넘쳐나는 만큼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단어인데 싶었다. 마치 신문에 외래어를 마구 사용해도 되는 것처럼…. 서울신문을 비롯해 국내 대부분의 신문사들은 교열, 심의, 독자권익위원회(옴부즈맨) 등 겹겹의 내부 점검과정을 구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신문들은 언제부턴가 외래어를 거리낌없이 마구 사용하고 있다. 그야말로 범람 수준이다. 최근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외래어 가운데 하나가 그날 그 독자가 지적한 ‘힐링’일 것이다. 우리 신문기사와 제목에도 이런 연유로 사용됐다고 생각된다. 분명 ‘힐링’(치유)이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됐을 땐 무슨 뜻인지 알아듣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어르신이나 어린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무슨 뜻인지 사전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도 모르게 마치 우리의 일상용어처럼 굳어져 있다. 언어는 반복되는 습관으로 익히게 된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미 우리 일상에 굳어져 버린 외래어는 부지기수다.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범죄용어에서부터 실루엣, 빈티지, 소셜 커머스, 보톡스, 뉴라이트, 글로벌, 드림팀, 포스트시즌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외래어 사용이 남발되는 분야는 화장품 업계와 의류 관련 업계(패션업)라고 생각된다. 상표에 사용되는 외래어의 80~90%는 보통의 경우 뜻도 잘 모른다. 그럼에도 상품명과 내용물을 알리는 겉포장지 등은 온통 알 수 없는 외래어로 도배를 해놓았다. 한번은 국내 대중가요 순위표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분명 국내 대중가요 순위표인데 가수이름과 노래 제목은 90% 이상 외래(국)어로 돼 있는 듯하다. 미국이나 영국의 가요 순위표로 착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수십년 동안 추구해온 ‘세계화’의 산물로 넘길 수도 있다. 그런데 나의 좁은 생각으로는 세계화의 산물이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상업주의와 허영심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는 징후로 보인다. 외래어 남용은 문화적 사대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얄팍한 상술로 이용하던 것이 이제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일상화·보편화되고 있는 현실을 그날 아침의 그 독자가 꼬집어 줬다. 언어는 의사소통뿐 아니라 과거의 훌륭한 문화유산이나 정신자산을 이어 주고, 정보교환이나 상호협력 그리고 조정과 타협을 이끌어 내는 기능을 해야 한다. 언어가 갖는 사회성이다. 자꾸만 깊어져 가는 우리사회의 갈등이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지 못해서는 아닌지 의구심을 가져본다. yidonggu@seoul.co.kr
  • [대한민국 지역브랜드 대상] “공동체의식 깃든 옛것 축제로 되살려야”

    [대한민국 지역브랜드 대상] “공동체의식 깃든 옛것 축제로 되살려야”

    “우리나라 사람은 3년 뼈빠지게 돈 모아 외국 도시 보겠다고 10박 11일 해외여행 가 다 쓰고 옵니다.” 이종수(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지역브랜드 대상 총괄위원장은 지난 27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국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다 30% 더 일하는데 도시 구경은 해외로 나가 한다. 이러니 해외여행수지 적자가 연간 8조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살고 싶은 지역을 선정하는 것은 지역발전방향의 메시지를 던지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살기 좋은 지역을 선정해 모델을 제시하면 다른 지역 주민들도 자기 고장을 가꾸려고 애쓰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영국은 매년 살기 좋은 지역을 발표하며 이 장면을 1시간 동안 실시간 중계한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입상한 지역 주민은 엄청난 자부심을 갖게 된다. 홍보 효과도 대단해 방영 후 관광객이 급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들기는커녕 전국에서 아파트 짓느라고 바쁘다”고 일침을 가했다. 축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 위원장은 “축제는 우리가 외국보다 월등히 많은데 질은 크게 떨어진다”면서 “독일 맥주축제 등 해외 축제에 관심을 쏟으면서도 정작 우리 축제는 키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본 마쓰리(축제)를 예로 들었다. 교토 마쓰리의 경우 전 세계에서 구경을 온단다. 이 위원장은 “마쓰리라고 해봐야 꽃가마 타고 골목길 몇 번 도는 것인데 사람들이 몰린다”면서 “거기에는 300~400년 전 것을 계승하는 역사와 전통의 제(祭)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축제는 즐기자는 축(祝)만 있고 제(祭)는 대부분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일제강점기 때 세시풍속을 금지한 영향도 있지만 우리나라 축제는 10년이 안된 것도 많다. 그는 “우리도 공동체 의식이 깃든 옛것들을 축제로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산물은 네이밍(이름 짓기)이 허약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네이밍이 주먹구구식이다. 햇사레, G마크, HAPPY700, 녹색한우, 뜨라네, 시월애, 산수향, 햇쌀가득 등처럼 지역이 연상되지 않는 게 부지기수”라면서 “포지셔닝(수요자에게 인식되는 모습)과 전략도 부족하다. 장단점을 정확히 알리지 못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도 지역브랜드 상이 있지만 자국에서 끝난다”며 “내가 내년에 다시 일을 맡는다면 서울신문에 아시아권의 다른 나라 언론을 더 참여시켜 ‘아시아 지역브랜드 대상’으로 확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러면 상의 파괴력은 엄청나게 커질 것이고, 입상한 축제, 특산물, 살고 싶은 지역은 적어도 아시아에서 유명해져 수요와 방문객이 급증할 것”이라며 “지역별 예선도 열어 흥행과 권위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김일성 시신 참배, 국보법 적용 안돼”

    무단 방북해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된 김일성 시신을 참배한 행위만으로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박관근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모(54)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조씨의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일부 혐의를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 평소 이념적 편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의 단순한 참배 행위는 망인의 명복을 비는 의례적인 표현(예식)으로 이해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1992년부터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씨(2007년 사망)를 후원한 조씨는 1993년 북송된 이씨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듣고 1995년 독일과 일본, 중국을 통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방북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1심은 조씨가 독일 베를린 소재 범민련 유럽본부에서 북한 통일선전부 소속 공작원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무단 방북한 점, 평양에서 김일성 동상에 헌화하고 금수산기념궁전에 참배한 점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피고인의 이념적 성향, 방북 목적, 참배 경위 등을 고려해 국가보안법상 ‘동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라며 “참배가 일반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靑, 채동욱 사표 수리] 조만간 총장후보추천위 구성… 연수원 14~16기 물망

    [靑, 채동욱 사표 수리] 조만간 총장후보추천위 구성… 연수원 14~16기 물망

    채동욱(54·사법연수원 14기) 검찰총장이 취임 180일 만에 사퇴하면서 차기 총장 인선 절차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검찰청은 “30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별관 4층 대강당에서 채 총장 퇴임식을 연다”고 29일 밝혔다. 법무부는 채 총장이 물러나게 됨에 따라 조만간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총장 인선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길태기(55·15기) 대검 차장검사가 후임 총장 임명 때까지 총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차기 총장 임명 절차는 2011년 7월 개정된 검찰청법(34조)에 따라 후보추천위 심사를 거쳐야 한다. 후보추천위에는 법무부 검찰국장,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검사장급 이상 경력을 가진 검찰 출신자 등 당연직 위원 6명과 비당연직인 각계 전문가 3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후보추천위는 외부 추천 등을 통해 총장 후보 3명을 선정해 법무부 장관에게 건의하고 장관은 이 중 1명을 선택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한다.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총장을 임명하게 된다. 이 과정은 통상 두 달가량 소요돼 12월쯤 후임 총장이 취임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 총장은 검찰 내부 관행 등을 감안할 때 채 총장과 같은 사법연수원 14기나 한 기수 아래인 15기 중에서 배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고검장급인 16기 중에서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14기는 채 총장 임명과 동시에 모두 물러난 상태라 현역은 없다. 재야에서는 지난 4월 퇴임한 김진태(61·경남) 전 대검 차장 등이 거론된다. 김 전 차장은 지난해에도 총장 후보 3명 중 1명으로 추천됐다. 15기는 길태기(55·서울) 대검 차장과 소병철(55·전남) 법무연수원장 등 2명이 남아 있다. 16기는 국민수(50·충남) 법무부 차관, 김수남(54·대구) 수원지검장 등 5명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차기 총장으로 대구·경북(TK)을 포함해 영남권 출신을 발탁할지, 비(非)영남권 출신을 선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 음모 사건 등 공안사건과 관련해 공안 수사에 대한 감각이 있는 인물 중에서 고를 가능성도 있다. 복수의 검찰 간부는 “차기 총장은 ‘공안통’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14~16기가 거론되지만 기수는 전혀 상관없다. 청와대나 법무부가 공안통 중 야권이 반발하지 않을 인물을 내세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김일성 묘 참배 ‘무죄’…“한국은 동방예의지국”

    무단 방북해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된 김일성 시신을 참배한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하면서 ‘동방예의지국’을 언급해 눈길을 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박관근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모(54)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조씨의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일부 혐의를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조씨는 1992년부터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씨(2007년 사망)를 후원했다. 조씨는 1993년 북송된 이씨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듣고 1995년 독일과 일본, 중국을 통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방북했다. 조씨는 북한에 한 달 동안 머무르면서 각종 관제 행사에 참석한 뒤 독일로 돌아왔다. 이후 독일로 망명해 지내다가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작년 12월 귀국해 체포되고 기소됐다. 1심은 조씨가 독일 베를린 소재 범민련 유럽본부에서 북한 통일선전부 소속 공작원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무단 방북한 점, 북한 평양에서 김일성 동상에 헌화하고 금수산기념궁전에 참배한 점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조씨는 항소심에서 “북한 당국이 짜놓은 일정에 따라 여러 장소를 방문하고 각종 행사에 참석했으나 북한 체제나 김일성 주체사상 등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조씨는 특히 금수산기념궁전 참배가 무죄라고 다퉜다. 재판부는 이에 “국가보안법을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해석 원리에 비춰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 평소 이념적 편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의 단순한 참배 행위를 망인의 명복을 비는 의례적인 표현(예식)으로 애써 이해할 여지가 있다”며 조씨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어 “이념의 장벽을 초월해 한겨레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대승적 견지에서 이해할 여지도 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이미 고인이 된 북한 지도자의 시신이 안치된 시설에서 소극적으로 참배한 행위만으로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동조했다거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속단하기 주저된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투기 또 추락… 35년 된 F5E

    전투기 또 추락… 35년 된 F5E

    공군의 F5E 전투기가 26일 오전 11시 56분쯤 충북 증평군 행갈마을 뒷산에 추락했다. 1978년 도입된 사고 비행기는 35년 동안 6610시간을 비행했으며 2017년 말 도태될 예정이었다. 조종사 이모(32) 대위는 추락 직전 탈출했고 인근 공군병원으로 이송됐다. 추락 지점은 민가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이었지만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관계자는 “사고 전투기는 오전 10시 48분쯤 청주 기지를 이륙한 직후 계속 고도가 상승하는 기수 급상승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조종사는 비상 착륙을 수차례 시도하다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탈출했다”고 밝혔다. 이 기종은 2000년 이후에만 이번까지 9번의 사고로 12대가 추락해 13명의 조종사가 순직했다. 최근에는 2010년 3월 강원 평창에서 18전투비행단 소속 전투기 2대가 추락해 조종사 3명이 숨졌다. 같은 해 6월 동해상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로 조종사 2명이 숨졌다. F5 전투기는 미국 노스럽사가 1955년에 개발한 저가의 경량 전투기로 1987년 생산이 종결됐다. 공군은 현재 F5E, F5F, KF5(제공호) 등 180여대의 F5 계열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다. F5E와 F5F는 2019년까지, KF5는 2025년까지 모두 도태될 예정이다. 차기전투기(FX) 사업이 늦춰지면서 F5 계열 전투기의 대량 도태와 맞물려 전력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소설가 최인호 별세] 영원한 청년작가 깊고 푸른 밤에 별들의 고향으로…

    [소설가 최인호 별세] 영원한 청년작가 깊고 푸른 밤에 별들의 고향으로…

    ‘영원한 청년 작가’ 최인호는 문단에 첫발을 딛는 순간부터 특별했다. 그에게는 ‘기록을 만드는 남자’라는 별명이 끊임없이 붙어다녔다.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최연소 신문 연재 소설가’,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 같은 수식어가 언제나 그의 이름 앞에 자리했다. 그러나 작가의 이름 석자보다 더 굳건한 상징어로 따라다닌 ‘영원한 청년 작가’라는 호칭은 비단 그가 서울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열여덟살의 나이에 등단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기성과 청년 문화, 엘리트와 대중의 배타적 구분을 거부하면서 통기타와 청바지로 상징되는 1970년대 청년문화의 기수가 됐다. 젊은이들의 문화가 퇴폐적이라는 비판에 휩싸이자 최인호는 1974년 발표한 ‘청년문화 선언’을 통해 이렇게 외친다. “고전이 무너져 가고 있다고 불평하지 말고 대중의 감각이 세련되어 가고 있음을 주목하라. 그들을 욕하기 전에 한 번 가서 밤을 새워보라.” 1963년 단편 ‘벽구멍으로’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작으로 입선해 등단한 최인호는 1973년 조선일보에 ‘별들의 고향’을 연재하면서 최고의 대중 작가로 주목받았다. 젊은 여성 ‘오경아’의 삶을 통해 현대 소비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린 ‘별들의 고향’은 단행본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이장호 감독·신성일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별들의 고향’을 비롯한 대중 소설을 발표하면서 ‘상업주의 작가’, ‘퇴폐주의 작가’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1970년대 발표한 초기 소설은 산업화의 격랑에 휩쓸린 한국 사회의 변동과 개인의 문제를 예민하게 포착했다. ‘술꾼’과 ‘모범동화’, ‘타인의 방’, ‘가면무도회’, ‘다시 만날 때까지’, ‘깊고 푸른 밤’ 등을 발표하며 “1960년대 김승옥이 시도했던 ‘감수성의 혁명’을 더욱더 과감하게 밀고 나간 끝에 가장 신선하면서도 날카로운 감각으로 삶과 세계를 보는 작가”(문학평론가 조남현)라는 찬사를 받았다. ‘깊고 푸른 밤’으로 이상문학상을 받는 등 사상계 신인문학상과 현대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휩쓸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인정받았다. 또 ‘바보들의 행진’과 ‘병태와 영자’, ‘고래 사냥’ 등의 각본을 쓰면서 영화 작업에도 활발히 참여했다. 1980년대에도 ‘불새’와 ‘위대한 유산’ 등을 펴내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던 작가는 1987년 어머니의 죽음을 겪고 가톨릭에 귀의하면서 ‘제2기 문학’을 시작했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성공과는 달리 황폐해지는 내면이 그를 종교로 이끌었다고 고백했다.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영세를 받은 그는 ‘잃어버린 왕국’과 ‘저 혼자 깊어 가는 강’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동화집 ‘발명왕 도단이’를 펴내기도 하며 가톨릭 전문지 서울주보에 칼럼을 연재했다. 1997년 한국일보에 연재한 ‘상도’는 300여만부나 팔려 나갔다. 조선시대 상인의 삶을 통해 돈을 벌고 쓰는 일의 도(道)를 그린 ‘상도’는 이후 중국에서도 출간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2003년부터는 3년간 서울신문에도 대하장편소설 ‘유림’을 연재해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조선 조광조의 개혁정치를 비롯해 성리학을 계승·발전시킨 퇴계 이황 등 유림의 삶을 통해 2500년 유교 역사를 형상화했던 작품은 작가적 시야를 크게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 한순간도 시들지 않았던 푸른 창작열은 2008년 침샘 부근에서 암이 발견되면서 위기에 직면한다. 그러나 생사를 초월한 의지로 펜을 내려놓지 않던 작가의 세계는 역설적이게도 암을 통해 ‘제3기 문학’을 발아시켰다. 2011년 발표한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의 머리말에서 그는 “이 작품은 암이 내게 선물한 단거리 주법의 처녀작이다. 하느님께서 남은 인생을 더 허락해 주신다면 나는 1987년 가톨릭에 귀의한 이후 ‘제2기 문학’에서 ‘제3기 문학’으로, 이 작품을 시작으로 다시 출발하려 한다”면서 “남에게 읽히기 위한 문학이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한, 나중에는 단 하나의 독자인 나마저도 사라져 버리는 본지풍광(本地風光)과 본래면목(本來面目)의 창세기를 향해서 당당하고 씩씩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투병 중에도 산문집 ‘하늘에서 내려온 빵’과 ‘천국에서 온 편지’ 등을 펴낸 작가는 등단 50주년을 맞은 올해 초 그동안의 연재 글 등을 묶은 산문집 ‘최인호의 인생’을 펴냈다. 갑작스럽게 찾아 온 병마와 싸우는 고통과 공포를 솔직히 써내려간 책에서 작가는 “그동안 명색이 작가랍시고 거들먹거리고 지냈음이 문득 느껴져 부끄럽다.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한다”면서 “혹여나 이 책을 읽다가 공감을 느끼면 마음속으로 따뜻한 숨결을 보내주셨으면 한다. 그 숨결들이 모여 내 가슴에 꽃을 피울 것이다”고 적었다. ‘최인호의 인생’ 말미에 자리한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는다’는 그가 책으로 펴낸 마지막 글이 됐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전투경찰 42년만에 마침표… 마지막 기수 합동전역

    전투경찰 42년만에 마침표… 마지막 기수 합동전역

    집회·시위 현장에서 시민과 부딪치며 피와 땀을 흘린 전투경찰이 4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경찰청은 25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대강당에서 전투경찰 3211기 183명의 전역식을 열었다. 이들은 2011년 12월 26일 육군에 입대했다가 전경으로 차출됐다. 국방부와 경찰청이 줄어드는 병역 자원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전경 전환 복무제를 폐지함에 따라 3211기는 마지막 전경 기수로 남게 됐다. 이들의 빈자리는 모두 경찰에서 지원제로 뽑은 의경들로 대체된다. 경찰은 1967년 후방 지역의 대간첩 작전과 치안 유지를 위해 일반 경찰관으로 구성된 전투경찰대 23개 중대를 창설했다. 1968년 1월 21일 북한군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해 요인 암살을 시도한 ‘김신조 사건’을 계기로 1970년 12월 31일 병역의무자를 전투경찰로 임용하는 내용의 ‘전투경찰대 설치법’을 공표했다. 1971년 9월 전투경찰대에 전경 지원자들을 최초로 배치함으로써 지금의 전경제도가 시작됐다. 지난 42년간 전경으로 복무하다 전역한 인원은 모두 32만 9266명이다. 대간첩 작전을 맡은 전경들이 수많은 집회·시위 현장에 등장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전두환 정권은 1980년 12월 전경대 설치법을 개정해 전경들로 하여금 치안 업무를 보조하게 했고 1981년 8월부터 국방부의 의견을 반영해 전경을 징집된 현역병 중에서 배정받아 임용했다. 전경은 창설 이래 수많은 집회·시위 현장을 지키면서 질곡의 한국 현대사와 함께했다. 특히 육군 지원자 중 강제로 차출되는 시스템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시위 현장에 나갈 때면 시민들로부터 “너희는 누구의 자식이냐”라는 비난을 들었던 아픔도 있다. 1989년 5월 3일 입시 부정에 항의하던 동의대 학생들과 대치한 경찰관 4명과 전경 3명이 화재로 숨진 사건은 가장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42년간 대간첩 작전과 시위로 전사하거나 순직한 전경들은 모두 322명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경이 수행하던 임무를 의경이 그대로 이어받았지만 군대에서 차출당한 인원이 지원자로 대체됐다는 점에서 시대가 바뀌었음을 실감케 한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2013 공직열전] (17) 외교부 (상) 본부 고위직과 ‘5강 대사’

    [2013 공직열전] (17) 외교부 (상) 본부 고위직과 ‘5강 대사’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외교부에서는 통상 기능이 분리되면서 대외 전략 등 외교 본연의 정무적 역할이 대폭 강화됐다. 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이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배경에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핵심 목표와 외교적 우선순위에 집중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외교부의 현 인맥 구조는 전통적 주류인 ‘워싱턴 스쿨(북미통)’이 독주하는 모양새다. 고위직의 주축을 형성하는 윤병세 장관 등 ‘G12(본부 내 12개 주요 보직)’ 그룹에서 일명 ‘팬더 허그(중국 라인)’는 주중참사관과 주일공사를 경험한 이경수 차관보 정도가 눈에 띈다. 한반도의 핵심 연관국인 ‘5강 대사’로는 정치인과 베테랑 외교관들이 전략적으로 포진돼 있다. 3선 중진 출신의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권영세 주중대사는 박심(朴心)의 친중 포석으로 통한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자문역인 이병기 주일대사까지 각각 한·중, 한·일 양자 간 정무적 소통 임무를 맡고 있다. 온화한 성품에다 격조 있는 영어를 구사하는 안호영 주미대사, 북핵 외교에 정통한 위성락 주러시아대사, 다자 무대 경력자인 오준 주유엔대사는 적재적소의 인사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자문 그룹의 일원이었지만 현 정부에서도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의 특징은 이전 시스템과 달리 정책수립에 있어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을 선호하는 점이다. 윤 장관의 별명이 ‘올빼미’인 이유는 이른바 ‘5인회(장관, 1·2차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특별보좌관)’에 담당 국장이 배석하는 심야 회의를 통해 주요 현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전략적 메시지를 글에 녹여내는 외교관을 중용하는 스타일로, 핵심 라인업에도 문장가나 전략가 스타일이 강한 인사를 배치하고 있다. 5인회는 공통적으로 현 외교부의 대표적인 ‘미국 라인’ 인사들로 윤 장관과는 학연으로도 얽혀 있다. 김규현 1차관은 북미 1과장, 북미국심의관, 주미공사에 이어 청와대 근무까지 윤 장관 경력과 쏙 빼닮았다.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장호진 특보도 북미국심의관, 북미국장을 역임한 워싱턴 스쿨의 주축이다. 2006년 3월 신설된 차관급 직제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핵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최고 요직으로 부상했다. 조 본부장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이 합의될 때 6자회담 차석 대표인 북핵외교단장이었고, 북미국장, 의전장 등을 거쳤다. 아웅산테러 사건으로 순직한 이범석 전 외무부 장관의 사위이다. 윤 장관의 고교 후배이기도 하다. 전략에 능한 협상가라는 평가가 많다. 장 특보는 윤 장관이 취임 후 첫 대통령 업무보고의 입안을 맡길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청와대 외교비서관을 역임했다. 전략적 사고에 능하고, 외교·안보 전반의 시야가 넓다는 평이다. 외시 15회는 고위공무원단에 대거 포진하며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이경수 차관보는 워싱턴 스쿨 일색의 진용에서 남아시아태평양국장, 주캄보디아 대사를 거쳐 대일 정무 업무도 경험한 ‘아태통’이다. 그는 지난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 교섭 과정에서 북한의 반발을 누르고, 우리 측이 제시한 비핵화 준수 문구를 관철시키는 강단을 보였다. 김성환 전 장관 때 발탁된 조태영 대변인도 여전히 중용되고 있다. 딱 부러지면서도 거칠지 않은 외교적 수사에 능하다. 동북아1과장, 동북아국장 등을 거치며 일본만 세 차례 근무한 ‘일본통’이다. 윤 장관은 대일 관계는 주일공사를 지낸 이 차관보와 조 대변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 정통 다자통인 신동익 다자외교조정관은 타국 외교관들과의 친화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주유엔 차석대사를 지내면서 유엔 외교가에서 탄탄한 인맥을 구축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15년 만인 지난해 우리나라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으로 재진출한 데는 그의 유엔 인맥이 크게 작용했다. 외시 19회로 ‘G12’에서 막내 기수인 최종현 의전장은 청와대에 두 차례나 파견 근무를 할 정도로 기획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종문 주스리랑카 대사가 친동생으로 고위직에 있는 ‘형제 외교관’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평양에 태극기 첫 등장… 분단역사 이정표

    평양에 태극기 첫 등장… 분단역사 이정표

    대한민국 역도선수단의 기수 구원서(아산시청)가 지난 12일 북한 평양의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아시안컵·국제클럽 역도선수권 개회식에서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의 북한 여성 진행자가 든 피켓에는 ‘대한민국’과 ‘KOR’이 선명하다. 북한의 공개 스포츠 석상에서 태극기가 펄럭이고, 우리 국호가 정식으로 등장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AP통신은 연초만 해도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남북한 사이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맹은 13일 오후 4시부터 주니어 여자 69㎏급의 권예빈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 경기에 나서며 선수단 전원이 응원에 나섰다고 밝혔다. 대한역도연맹 제공
  • [인사]

    ■미래창조과학부 △전파정책기획과장 오광혁 ■문화체육관광부 △창조행정담당관 김현환△시각예술디자인과장 서영길△관광레저기획관실 관광개발기획과장 윤성천△관광레저기획관실 관광개발지원과장 정세웅△관광레저기획관실 관광레저기반과장 안상근△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전당시설과장 김성근△국립중앙박물관 관리과장 반병호△국립중앙박물관 나주박물관장 박중환△국립중앙도서관 자료운영과장 이신호△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기획과장 기민도△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정보서비스과장 이영애△국립세종도서관장 조영주 ■서울시 ◇승진 <1급 지방관리관>△복지건강실장 강종필<2급 지방이사관>△대변인 이창학△서울혁신기획관 조인동△경제진흥실 산업경제정책관 문홍선△재무국장 김영한△교육협력국장 안준호 ■한국철도시설공단 ◇본부장 직무대리△건설 이동춘△충청 노병국△강원 김영하 ■한국일보 △논설위원 염영남△경영전략실장 고재학△미디어전략국장 최진환◇편집국△오피니언담당 부국장(선임기자 겸임) 김진각△국장석 선임기자(부국장) 김광덕△정치부장 정진황△사회부장 이희정△여론독자부장 김동국◇독자마케팅국△전략기획부장 장철환△마케팅1부 부장직대 이은우△마케팅2부 부장직대 안종민 ■에너지경제신문 △경영총괄 부사장 정우진 ■성결대 △교목실장 전정진◇처장△교무 김상근△기획 김광선△정보 윤민영△대외협력(글로벌센터장 겸임) 정희석◇센터장△종합인력개발(산학협력단장 겸임) 임경수◇대학장△신학 최기수△사회과학 문원식△사범 이경화△공과 금영욱◇원·소장△평생교육원 정종기△사회과학연구소 한종길△영암신학사상연구소 박창영◇학부장△컴퓨터공학 임태수△뷰티디자인 유유정 ■인제대 △대외교류처장 박재섭 ■교보증권 △압구정지점장 심재병
  • 아라발의 ‘부조리극’을 만나는 무대

    스페인계 프랑스 극작가이자 시인, 영화감독 페르난도 아라발(81)은 현대 전위연극의 기수로 꼽힌다. 그의 작품은 잔학함과 도착으로 가득 찬 부조리의 세계를 유머와 사디즘, 몽상을 섞어 묘사하는 데 특장이 있다. 그는 1970년대 소극장운동이 활발했던 우리나라 연극계에도 중요한 작가였다. 암울한 현실에 눈 감지 않고 치열하게 반응했던 아라발의 연극과 70년대 연극인들의 정서는 맞아떨어졌고, 그의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며 우리 연극계는 현실고발적 연극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이오네스코(2009년), 장 주네(2010년), 사뮈엘 베케트(2011)의 작품 세계를 파고들어 왔던 현대극페스티벌이 이번에는 아라발을 선택, 또 한번 부조리극의 탐구를 이어간다. 지난 한해 변화 모색의 시간을 가진 뒤 오는 10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제4회 현대극페스티벌은 올해 규모를 키워 모두 12개 공연단체들이 아라발의 작품 12편을 릴레이로 무대에 올린다. 상연작은 ‘피살된 흑인을 위한 의식’(극단 C 바이러스), ‘장엄한 예식’(극단 TNT), ‘남과 여’(극단 천지), ‘싸움터의 산책’(극단 노을), ‘달걀 속의 협주곡’(극단 창파) 등으로 서울 대학로 노을소극장과 게릴라소극장에서 공연된다. 1970년대부터 아라발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며 최근까지 그의 작품을 번역·출판해 온 김미라 동의대 교수가 이 작품들의 번역을 맡았다. 축제 기간 중 토요일 정오에는 노을 소극장에서 아라발의 영화 ‘죽음이여, 만세!’(14일), ‘난 미친 말처럼 달리리라’(21일), ‘게르니카의 나무’(28일)의 무료 상영회가 열린다. 전석 2만원. (070)4670-3149.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열린세상] 세대교체의 신화/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열린세상] 세대교체의 신화/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우리나라의 압축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야기하면서 여러 요인 중의 하나로 한국사회의 역동성이 거론된다. 최근 경제가 부진한 것을 두고 한국사회의 장점인 역동성이 점차 둔화되고 있는 현상과 관련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한때 “빨리, 빨리”라는 구호는 졸속의 상징으로 비판의 대상이었으나 요즘 역동성의 표현으로 마치 경제성장을 견인한 동력이었던 것처럼 이를 재평가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이 역동성 제고에 큰 역할을 한 것이 빠른 세대교체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1970년대 초에 당시 야당의 김영삼·김대중 후보는 40대 기수론을 제창하여 정계에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킨 바 있었다. 몇 십년 후 아이러니하게도 두 분 모두 고령에 출마하여 세대교체의 요구를 방어하는 입장에 서기도 했지만. 근대 이후 우리 문학, 특히 소설에서는 이른바 ‘아버지의 부재’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이것은 유교 가부장제의 쇠퇴를 암시하기도 하지만 빠른 세대교체 풍조와도 관계가 없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중·노년층이 빠르게 퇴진하고 사회 주도층의 연령이 낮아진 것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도 45세 혹은 50세 이전의 조기 정년을 의미하는 ‘사오정’과 ‘오륙도’란 자조적인 말이 유행하지 않았던가? 물론 이러한 현상은 옛날에도 있었다. 조선 세조 때 여진족을 정벌한 남이(南怡)는 20대의 청년으로 오늘의 국방부장관 격인 병조판서를 지냈고, 이시애(李施愛)의 난을 평정한 구성군(龜城君) 이준(李浚) 역시 20대에 참모총장 격인 오위도총관에 임명되었다가 곧바로 국무총리 격인 영의정이 되었다. 두 사람의 급격한 부상은 세대교체라는 말조차 무색할 정도였다. 이들은 훈구(勳舊) 세력을 억제하려는 세조의 의도에 따라 종실 혹은 그 인척이어서 나이 불문하고 기용된 것이니 세대교체의 본뜻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할 것이나 후일 40대에 정승이 된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 등은 ‘흑두재상’(黑頭宰相)으로 불렸으니 당시 젊은 기수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과거에는 평균수명이 워낙 짧았으니 40대라고 해서 젊은 것도 아니었다. “인생 70은 예로부터 드물었다(人生七十古來稀)”는 시구로 ‘고희’(古稀)라는 숙어를 남겼던 시인 두보(杜甫)는 40대 중반에 이미 “흰 머리 긁적일수록 짧아지고, 다 모아도 비녀 하나 꽂지 못하네(白首搔更短, 渾欲不勝簪)”라고 늙음을 한탄하였다. 또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인 문장가 한유(韓愈)는 ‘진학해’(進學解)라는 글에서 학생들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을 “머리는 벗겨지고 이는 빠졌다(頭童齒豁)”고 묘사하고 있는데 그때 그의 나이 겨우 40대 초반이었다. 과거에는 평균수명이 짧았고 그만큼 조로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쇠라는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나라의 명장 마원(馬援)은 “늙어도 더욱 강건해야 한다(當益壯)”고 외치며 60대에 전장에 나가 싸워 이겨 오늘날 ‘노익장’(益壯)의 미담을 남겼다. 청나라의 대학자 유월(兪?)은 어떠한가? 60세 무렵까지 빈둥대며 별다른 업적이 없었던 그는 어느 날 “꽃은 졌지만 향기는 남아 있다”라는 시를 읊으며 분발한다. 즉, 몸은 늙었지만 정신은 살아다는 셈인데, 그는 이후 80대 중반까지 장수하며 부지런히 연구하여 ‘춘재당전서’(春在堂全書)라는 대작을 남겼다. 역동성이 반드시 세대교체로 인해 생기는 것만이 아님을 보여주는 실례들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지금은 역동성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는 하지만 과거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기에도 고령의 관료들이 국정을 운영했으며, 현재 세계 경제의 엔진이라 할 정도로 최고의 성장률과 역동성을 자랑하는 중국 정계의 파워 엘리트도 아직은 우리 식의 세대교체와는 거리가 먼 고령 그룹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각료 구성을 보면 이전에 비해 연령층이 한층 높아진 것이 눈에 띈다. 이들이 기존의 세대교체 신화에 매몰되지 않고 얼마든지 역동성 있는 경제, 소생의 경제를 이룩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 다만 ‘노익장’의 이면에는 ‘노건불신’(健不信)이라는 복병이 있다는 것을 항시 유념하면서 말이다. ‘노건불신’, 곧 노인이 건강을 과신하면 언제 탈이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 [2013 공직열전] 국토교통부 (상)1차관 산하 실·국장급 간부들

    [2013 공직열전] 국토교통부 (상)1차관 산하 실·국장급 간부들

    국토교통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업무가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했다. 이번 정부에서는 해양수산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옛 건설교통부 조직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조직 규모는 여전히 매머드급이다. 국·실장 자리만 45개에 이를 정도다. 1차관 산하는 주택·국토·건설·수자원정책을 다룬다. 옛 건설부에 뿌리를 둔다. 박기풍(57) 1차관 역시 토지·도시·국토업무 등 건설부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박상우(52) 기획조정실장은 아이디어가 많고 논리가 강하다. 때로는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지난 정부에서는 주택토지실장으로 보금자리주택건설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인물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고시 동기인 박 차관과 함께 차관 승진이 유력한 인사로 물망에 올랐었다. 도태호(53) 주택토지실장은 도로·건설·주택정책국장 등 요직을 거쳤다. 건설인맥의 줄기를 쥐고 있다. 일찌감치 차기 주택토지실장 자리는 도 실장 몫이라는 얘기가 돌았을 정도다. 정책을 직선적으로 추진하는 성격. 국회 및 타 부처와의 업무 협의 능력도 탁월해 국토부 내 차세대 리더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정병윤(49) 국토도시실장은 이력이 잘 대변해 주듯 기획통이다. 국토정책 등 선이 굵은 정책을 다뤘다. 김정렬(52) 정책기획관은 도시·주택 전문가이다. 이전에는 경기도에 파견돼 도시주택실장을 맡았다. 광교신도시 등의 업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다. 박선호(47) 국토정책관은 논리가 분명한 주택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정부 대부분의 주택정책이 박 국장의 손을 거쳤다고 보면 된다. 김재정(50) 주택정책관은 오자마자 ‘4·1주택시장 정상화 대책’ 후속조치와 ‘8·28 전월세 대책’을 만드느라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아직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아 속이 탄다. 정책을 다듬을 때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성격이다. 직원들을 퇴근시키고 한밤까지 보고서를 다듬는 스타일이다. 손병석(51) 수자원정책국장은 ‘천재’ 소리를 많이 듣는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툭툭 던지는 스타일. 두뇌회전이 빠르다는 얘기다. 국토정책관 시절 새 정부 국가 발전축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수자원국장을 맡고서는 댐 건설 과정에서 주민·전문가의 의견을 먼저 듣는 절차를 제도적으로 마련해 좋은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소탈한 성격으로 유머감각도 갖췄다. 부인도 조달청 고위 공무원이다. 전병국(53) 기술안전정책관은 자신이 맡은 파트는 물론 곁가지 업무까지 공부해 살을 붙이는 스타일. 행복도시 기반시설을 설계하면서 세종시의 지리·역사를 찾아내 지금도 역사 해설가 수준으로 설명할 정도다. 새 정부 중점추진업무인 사회 안전망 확충 작업 중 건설·사회기반시설 안전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박민우(52) 도시정책관은 건설·도시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다소 다혈질적으로 보이지만 정책 추진에는 빈틈없다. 해외건설 수출 지원 정책수립에 일조했다. 이화순(50) 건축정책관은 경기도 도시주택실장 출신으로 교환근무로 들어와 기술안전정책관을 마치고 잔류한 케이스. 정책을 꼼꼼하게 다듬는 성격이다. 유병권(53) 토지정책관은 도시정책 전문가로 차분한 성격이다. 송석준(49) 대변인, 박무익(48) 국토정보정책관은 나이나 고시 기수로 보아 젊은 피로 분류된다. ‘정부 3.0’ 정책의 국토부 업무를 주고받은 케이스다. 한창섭(53) 공공주택건설추진단장은 행복주택사업을 최일선에서 이끌고 있다. 다급하게 일을 몰고 갈 때도 있지만 본인이 앞장서 직접 주민·지자체 관계자를 만나 설득하고 협조를 받아내느라 입이 부르텄을 정도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학교 밖에서 배운다] 국립고궁박물관 통합예술 수업

    [학교 밖에서 배운다] 국립고궁박물관 통합예술 수업

    “선생님, 여기에 뭐가 들어가는 거죠.” “왕세자의 탯줄을 넣는 거야.”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국립고궁박물관 체험학습실. 20명 남짓한 초등학생들이 찰흙을 주물럭거렸다. 책상에 던지고 주먹으로 내리치기도 했다. 찰흙이 맞닿는 이음매 부분에는 칫솔을 이용해 흙물을 묻혔다. 이내 흙물은 풀의 역할을 해 찰흙 간의 연결고리가 됐다. 그렇게 아이들은 한 시간 만에 각자의 개성이 담긴 태(胎)항아리를 만들어 냈다.태항아리는 조선시대 왕세자의 탯줄을 보관하던 항아리다. 체험 학습 외에도 학생들은 왕비의 태교 등 왕세자 탄생과 관련한 이론 수업을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들었다. 학교 밖 통합예술 수업이 인기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매주 토요일 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왕의 죽음과 탄생-내가 왕이 되다’도 그중 하나다. 참가인원을 초등학교 4~6학년 20명으로 제한했지만 기수마다 5~6개교가 참여 의사를 밝힐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프로그램을 총 기획한 ‘점을 잇는 별’ 대표 유성이 독립큐레이터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전화가 수시로 온다”면서 “1기 때 경기 성남시의 지역아동센터 학생들을 뽑은 것처럼 소외계층 학생들이 우선 선발 대상”이라고 소개했다. 현재는 서울 수색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2기 수업을 진행 중이다. 보조 교사인 허선영(30)씨는 “아이들에게 역사 수업은 물론이고 왕의 탄생과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웃었다. 프로그램은 2개월 반 동안 10회에 걸쳐 진행된다. 왕릉 탐방, 유언장 쓰기, 옥새 만들기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왕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일생을 체험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조선시대 왕실 문화에 대한 공부는 덤이다. 유 큐레이터가 삶과 죽음에 대한 프로그램을 기획한 건 6년여 전이다. 모친이 갑작스레 암으로 돌아가신 게 계기가 됐다. 유 큐레이터는 “당시 어머니를 통해 죽음이 멀리 있지 않다는 걸 느꼈다”면서 “어린 학생들이 이러한 사실을 일찍 깨닫는다면 현재의 삶을 소중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해 박물관의 다양한 문화 자원을 이용한 수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건 입관식이다. 학생들은 7분 정도 관에 들어가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유 큐레이터는 “까불거리던 학생들도 갑작스레 조용해질 정도로 엄숙한 분위기로 입관식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1기 때 입관식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부모님한테 잘못한 일, 용돈 달라고 한 일이 생각났고 내가 죽으면 부모님이 슬퍼할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다른 학생도 “추억이 보였다. 하고 싶은 일들도 보였고, 친구와 가족이 보였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된 학생들도 있다. 1기 때 참여했던 한 학생은 당초 말수가 적었다. 미술 시간에는 사람 형태를 그려 놓고 가슴 부분만 빼놓은 채 온몸을 새카맣게 칠했다. 유 큐레이터는 “알고 보니 그 친구는 학교폭력 피해자였고 가슴 부분을 맞은 거였다”면서 “프로그램 횟수를 거듭할수록 자신이 겪었던 일 등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점도 프로그램의 장점으로 꼽힌다. 김민서(11)양의 어머니는 “프로그램을 통해 내 딸이 직접 왕을 체험해 볼 수 있고 매우 흡족한 프로그램”이라면서 “역사 공부도 텍스트보다는 직접 체험을 통해서 하니까 아이가 더 잘 이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혜정(12)양은 “태항아리도 만들어 보고 하니 조선왕조의 역사와 문화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면서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하니까 재미있고 열심히 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앞으로 1, 2기 아이들은 자신들의 작품 등을 활용해 11월 19일부터 3주간 전시회를 연다. 아직 세부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박물관 내 영상실을 활용해 ‘죽음’을 형상화할 예정이다. 영상실을 무덤처럼 꾸미거나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동화에서 착안해 하늘을 우주로 만드는 식이다. 유 큐레이터는 “현재 학교에서는 역사, 예술 등이 혼합된 통합 예술 수업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면서 “학교 밖 교육을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2013 공직열전] (11) 안전행정부 (하)본부 출신 시·도 부단체장

    [2013 공직열전] (11) 안전행정부 (하)본부 출신 시·도 부단체장

    총무처와 내무부가 전신인 안전행정부는 다른 부처에 비해 지자체나 국가기록원, 지방행정연수원 등 산하 기관 근무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다. 대부분 관료의 프로필에는 본부와 지역을 오간 경력이 빼곡하다. 경력 대부분을 지방과 산하기관에서 근무해 정작 본부에서는 얼굴을 보기 어려운 간부도 있다. 현재 각 지자체에서 근무하는 본부 출신인 주요 인물들을 행정부지사·행정부시장급 위주로 소개한다. 시·도 행정부지사·부시장은 단체장을 보좌해 시정·도정의 내부 살림을 책임지는 2인자다. 안행부 관료들은 지자체 부단체장이나 기획조정실장 등으로 중앙과 지방의 가교 역할을 한 뒤 본부로 복귀하곤 한다. 행정안전부 인사기획관, 혁신정책관을 지낸 박수영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전국 학력고사 9등으로 서울대 법대(82학번)에 합격한 뒤 행정고시 7등을 차지한 ‘수재’다. 함께 일해 본 상관은 그를 계속 곁에 두고 일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인물됨을 보여 주는 사례가 웬만한 간부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깐깐했다는 이상배 전 총무처 장관과의 인연이다. 사무관 시절 이 전 장관의 수행비서를 지낸 그는 장관이 관선 서울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그를 따라 수행비서를 지냈다. 업무에 대한 눈높이가 보통 높았던 것이 아닌 이 전 장관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던 것만으로도 그의 일 처리가 얼마나 깔끔했는지를 보여 준다. 풍부한 인간관계 또한 그의 장점이다. 과거 휴대전화 용량이 다 차서 연락처를 저장할 수 없게 되자 당시 삼성전자에서 3000명까지 저장할 수 있는 휴대전화를 박 부지사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 준 일화는 유명하다. 행안부 정보화기획관, 서울시 인재개발원장을 지낸 조명우 인천시 행정부시장은 서울시 출신의 원세훈 전 장관 시절 인사 교류 차원에서 서울시로 파견됐다. 지금도 중앙부처와 서울시는 인사 교류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당시 무척 이례적인 인사로 평가됐다. 인천시 부시장으로 발탁된 배경에는 서울시 근무 때 현장에서 도시행정을 배운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노병찬 대전시 행정부시장은 꼼꼼한 업무 스타일로 유명하다. 행안부 지방재정세제국장이었던 지난해 그의 양복 주머니에는 언제나 각종 용어와 수치가 빼곡히 적힌 포스트잇 메모지가 가득했다. “지방재정 분야에 근무한 적이 없어 모르는 게 많다”는 게 메모지를 들고 다닌 이유였지만, 그의 성격을 보여 주는 단면이기도 했다. 사무관 시절에는 ‘신화’로 불릴 만큼 승진이 빨랐다. 충남도에서 분리돼 직할시로 승격할 당시 대전에서 근무한 그는 타 시·도의 선배 기수들이 계장 보직을 벗어나지 못할 때 이미 과장으로 승진해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송석두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대인관계에서는 신사적이고 업무적으로는 순발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무관 시절 노 부시장과 마찬가지로 대전시에서 근무할 당시 승진이 빨랐다고 한다. 유상수 세종시 행정부시장은 ‘선비형’, ‘외유내강’의 관료다. 행사를 준비할 때 날씨와 참가자들의 옷차림에 대한 준비까지 할 만큼 꼼꼼하기도 하다. 행안부 감사관이었던 그는 자리를 옮겨 출범 1년을 막 넘긴 세종시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게 됐다. 대전시 기획조정실장이었던 2006~2007년 친형인 유상혁(당시 시 환경녹지국장) 우송대 교수와 함께 근무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형이 국장인데 동생이 직속 상관인 실장이었기 때문에 세간에 더욱 회자됐다. 지방분권지원단장, 안행부 제도정책관 등을 역임한 주낙영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현 정부 초기 ‘정부3.0’의 기본적인 개념을 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이디어가 풍부한 그는 개방·공유·소통·협력이라는 정부3.0의 기본 가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경북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정부3.0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많다. 내무 관료이기는 하지만 외교통상부 주뉴욕총영사관 부총영사를 지내 국제적인 감각도 뛰어나다. 행안부 제도정책관을 지낸 김정삼 강원도 행정부지사는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평가받는다. 지방행정연수원장으로 완주 이전 준비를 무리 없이 처리했다. 부지사로 자리를 옮긴 그는 고향인 강원을 대표하는 관료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소방방재청 차장을 지낸 방기성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는 경기도에 이어 부지사만 두 번째다. 부인이 제주 출신인데, 그가 부지사로 취임하고 동네에 ‘제주의 사위가 온 것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30일 남은 주택관리사 2차 시험, 이것만은 기억하자

    30일 남은 주택관리사 2차 시험, 이것만은 기억하자

    “관리사무소에서 안내 말씀 드립니다. 추석 연휴 동안 귀향길에 올라 집을 비운 사이 도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민 여러분께서는 문단속을 철저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 드립니다….” 명절을 앞둔 아파트 주민들은 위와 같은 안내 방송을 듣게 된다. 이 외에도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차 문제가 발생하거나 정해진 날짜에 재활용품을 일괄 수거할 때, 또는 승강기 점검일이 됐을 때 관리사무소는 해당 사실을 각 세대에 알린다. 이처럼 아파트의 운영, 관리 업무뿐만 아니라 시설물 안전 점검 등을 실시하는 공동주택 관리소장이 되려면 ‘주택관리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주택관리사보 시험은 국가 전문 자격시험의 하나다. 공인중개사와 함께 40~50대 중장년층에 노후 대비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20~30대 응시자도 늘어나고 있다. 합격자는 향후 아파트 단지나 빌딩의 관리소장이 될 수 있다. 공사 및 건설업체에 과장급으로 취업해 건물 유지·보수 책임자로도 일할 수 있다. 2010년 7월 주택법 시행령 제74조 개정으로 주택관리사보 제1, 2차 시험이 2011년부터 각각 다른 날에 시행되고 있다. 올해로 16회를 맞은 주택관리사보의 제1차 시험은 지난달 13일에 치러졌다. 올해 제1차 시험에 응시한 1만 3502명 가운데 총 4381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32.4%에 달했다. 제1차 시험 합격률이 30%대를 넘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학원 강사들은 다음 달 28일로 예정된 제2차 시험 문제가 어렵게 출제돼 최종 합격률이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예년보다 난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2차 시험을 30일 앞둔 시점에서 노원한국법학교육원 강사들에게 마무리 학습법을 들어봤다. 제2차 시험 과목은 ‘주택관리 관계법규’와 ‘공동주택 관리실무’ 등 두 과목이다. 과목 수는 적지만 한 과목당 출제 범위는 만만치 않다. 주택관리 관계법규만 해도 출제 범위에 해당하는 법률 수가 11개다. 하지만 주요 출제 대상 법률은 한정돼 있다. 이재욱 강사는 “지난 2년간 출제 경향을 보면 주택법, 건축법, 임대주택법 관련 문제의 비중은 전체(40문제)의 70% 정도”라며 “그중 14문제가량이 주택법에서 출제된다”고 말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주택법은 크게 ▲적용 범위 ▲주택 건설 절차 ▲주택 공급 ▲주택 관리 부분으로 나뉜다. ‘적용 범위’에서는 주택 및 준주택에 관한 사항과 공동주택의 리모델링 개념을 정리해야 한다. ‘주택 건설 절차’에서는 등록 사업자와 주택조합, 공구별 분할 시행과 관련된 사업 계획 승인 내용을 파악하고, ‘주택 공급’에서는 주택거래신고제에 주목해야 한다. ‘주택 관리’ 분야에서는 입주자 대표회의 구성, 주택 관리업자, 하자 담보 책임과 장기수선충당금을 충분히 복습할 필요가 있다. 건축법에서는 건축 면적, 건축 허가·신고 대상 및 규제에 관한 사항, 건축물 높이 제한 및 피난 안전구역 내용 등을 정리하는 것이 필수다. 임대주택법은 임대 사업자, 임대 보증금의 상한제, 분양 전환 절차 및 방법과 함께 최근 개정된 오피스텔에 대한 특례 및 특별수선충당금에 관한 사항을 학습해야 한다. 이 강사는 “내용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공부하다가 서로 다른 내용이 혼동될 수 있다”면서 “문제 풀이를 통해 체계적으로 복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택관리 관계법규와 마찬가지로 총 40문제가 출제되는 공동주택 관리실무 과목은 내용을 골고루 되짚어야 한다. 주택 관리 관련 법령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은 물론 용도 변경 등 행위 허가 등의 기준, 하자보수제도와 4대 사회보험 등을 포함한 노무 관련 법령을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항목별로 보면 공동주택 관리실무 중 ‘입주자 관리’에서는 입주자의 권리·의무와 공동주택 관리규약을, ‘사무 관리’에서는 산업재해 보상보험 급여의 내용과 구제 절차 등을, ‘회계 관리’에서는 주택법령상의 관리비 내역 공개 규정, 예산안 및 결산서, 회계 감사 내용을 숙지해야 한다. 김성환 강사는 “공동주택 관리업무의 인수인계와 관련된 기간과 벌칙, 리모델링 용어와 관련한 문제는 이번 시험에서 반드시 출제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 강사와 마찬가지로 문제 풀이를 통한 마무리를 강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대상을 보며 내면을 그린다, 재현이란 없다

    대상을 보며 내면을 그린다, 재현이란 없다

    작품마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녹아 있고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실험성이 강하며 개인의 관심사에 대한 흥미도 이채롭다. 지금 화랑가에는 이색 소재로 관객을 잡아끄는 묘미로 가득찬 전시들이 눈에 띈다. 여름 내내 폭염에 지친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휴식처가 될 만하다. 진 마이어슨(41)은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 유럽, 홍콩에서는 널리 알려진 유명 작가다. ‘아시아의 앤디 워홀’로 불리는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51)의 ‘절친’이기도 하다. 구상화인 듯하면서도 추상회화의 맥을 잇는 작품들은 런던 사치갤러리, 뉴욕 첼시미술관, 솔로몬 구겐하임미술관 등 세계적 미술관으로부터 초대받았다. 이런 그의 눈에 비친 사물은 온통 왜곡돼 있다. 마치 독특한 렌즈가 달린 듯하다. 잡지, TV, 사진 등에서 빌려 온 이미지를 해체하고 비틀어 기존과 전혀 다르고 생뚱맞은 모습으로 캔버스에 풀어낸다. 서울 중구 황학동 등 도시 풍경을 찌그러뜨리거나 뒤틀고 통째로 이어진 듯 유기적인 모습으로 둔갑시키는 화법이 탁월하다. 웃음을 머금은 채 후드티를 뒤집어쓴 모습을 그린 자화상마저 보는 이들을 우울하게 만들 정도다. 작가는 “눈에 보이는 작품도 그리는 과정에서 왜곡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하다. 내 작품은 특정 장소를 그렸다기보다는 내면의 장소를 풀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작품 세계는 인천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어릴 적 경험이 영향을 끼쳤다. 한국 이름은 박진호. 어린 시절 주변 300㎞ 반경에 동양인이라곤 단 한 명도 없던 시골 마을에서 자란 그는 그저 덩치 작은 동양인 외톨이였다. 늘 혼자 놀며 자연스럽게 그림에 애착을 가졌다. 역사학자인 아버지가 그를 미술가로 키웠다. 미니애폴리스 칼리지와 펜실베이니아 아카데미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뉴욕과 파리, 서울을 거쳐 현재 홍콩에서 작업 중이다.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하고 단란한 가정도 꾸렸지만 여전히 마음속 상처는 깊다. “한국의 부모님을 만나려 시도했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는 그는 10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끝없는 경계’전을 이어 가고 있다. 2009년에 이어 한국에서 갖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신작 회화 10점이 나왔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안두진(38)은 미술에 물리학을 접목한 ‘이마쿼크’ 이론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마쿼크는 ‘이미지’와 물질의 최소 단위인 ‘쿼크’의 합성어. 2008년 이 조형이론을 들고나온 뒤 자신의 작업을 ‘발생적 회화’라 부르며 캔버스에 깨알 같은 점을 차곡차곡 쌓아 이질적 풍경을 담아낸다. 점, 선, 면을 만드는 붓질을 계량화하는 독특한 기법을 구사한다. 대표작 ‘먹구름이 몰려오는 어느 날’을 보면 먹구름을 잔뜩 머금은 하늘이 폭발할 듯 숲과 마을을 노려본다. 뭔지 모를 엄청난 재앙이 닥칠 듯 불안한 이유는 무수한 꼬임과 붉은 기운이 감도는 형광색 캔버스 탓이다. 작가는 “세상의 모든 물질은 최소 단위인 원소 배열 구조로 이뤄졌고, 그림 또한 최소 단위인 ‘이마쿼크’의 조합으로 이뤄진다고 본다”면서 “(내 그림은) 풍경을 담지만 실존하는 풍경을 재현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2004년 등단한 작가는 그간 홍콩, 베이징 등 해외 전시에서 호평받았다. 다음 달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 ‘오르트 구름’을 통해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10여년 전 인기 캐릭터 ‘동구리’를 세상에 처음 내놓은 권기수(41)는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의 동구리를 만들어 내느라 여전히 바쁘다. 내용이나 기술적인 면에서는 조금씩 변화도 꾀한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작업실에서 마주한 그는 “‘또 동구리네. 아직도 동구리야?’라는 반응이 제일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동구리는 한국화라고 주장한다. “언뜻 아크릴로 그린 팝아트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사군자와 강태공, 죽림칠현이 녹아 있다”고 한다. 동구리가 찌든 세상을 떠나 늘 웃는 모습으로 세상의 시름을 덜어 주는 이유다. 동구리의 최신 버전은 10월 27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박여숙화랑에서 열리는 ‘골든 가든’ 전에서 공개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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