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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 대나무숲] “건국 이후 자료 싹 정리해 달라”… 의원보다 더한 보좌관 갑질

    일부 국회의원들이 보좌관의 급여를 되돌려 받아 쓰는 ‘갑질’로 물의를 빚었다. 의원 보좌관들은 언론 등을 통해 ‘을의 설움’을 토로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 같은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는 보좌관들의 갑질 또한 공포의 대상이다. “국회의원들의 위선을 바꾸자”는 보좌관들이지만 정작 이들은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 ●‘죽음의 계절’ 국감… 도 넘은 자료 요구 국정감사를 앞둔 이 시기는 공무원들에게 ‘죽음의 계절’이다. 예년 일정에 맞춰 의원실에서 일찌감치 자료 확보에 나서기 때문이다. 일부 담당자는 일이 몰려 사무실에 간이침대를 두고 자기도 하는 등 말 그대로 ‘비상’이 걸린다. 하지만 국감이 다가올수록 보좌관들의 갑질은 도를 넘을 때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 피감기관에 대한 무리한 국감자료 요청이다. 자료 요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일부 보좌관들이 의원에게 잘 보이려고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자료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10년치는 기본이고, 대한민국 건국 이후 모든 자료를 정리해 달라고 요청할 때도 종종 있다.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1년 내내 자료만 수집해도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힘들게 자료를 만들어도 정작 국감장에서는 질문 한마디 하지 않고 넘어갈 때도 부지기수다. ●늦은 밤 전화해서…“내일 아침까지 달라”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밤늦게 전화해서 “내일 아침까지 자료를 보내라”는 주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면 담당부서 공무원들은 퇴근했다가 다시 사무실로 나와 밤을 새워서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이들은 ‘워라밸’을 깨뜨리는 주범이다. 이렇듯 일부 보좌관들의 과도한 자료 요구는 분명 국가 행정력을 낭비하는 요인이다. ●50대 국장에게 막말… TV 에선 미소천사? 공무원에 대한 반발과 하대도 심각하다. 심지어 30~40대 젊은 보좌관이 50대 중앙부처 국장에게 반말투로 명령하듯 이야기할 때도 있다. 토론회 후원 등 업무 협조가 쉽지 않으면 장관실에 바로 전화해 호통을 치기도 한다. 이런 것이 바로 호가호위(狐假虎威) 아닌가 싶다. 마치 자기 자신이 국회의원이 된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이는 TV에서 온화한 이미지로 나오는 스타 의원들의 보좌관들도 마찬가지다. ●갑질 방지 법안, 국회서는 사각지대 최근 국회는 부하 직원에게 직무 관련성이 없는 지시를 내리는 상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박찬주법’, ‘막말 판사’를 막기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가맹본부 갑질을 막기 위한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의 갑질 방지 법안을 줄줄이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의 갑질 문화는 방조하고 있다. 일부 보좌관들의 갑질은 결국 국회와 공직사회 전체를 욕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중앙부처 한 사무관
  • 남북한 시인 203명의 간절함… 詩는 이미 통일을 마중나갔다

    남북한 시인 203명의 간절함… 詩는 이미 통일을 마중나갔다

    “판문각 문이 열리자/한반도에 봄바람이 불었다/움츠린 생명들이 눈을 떴다/순간, 군사분계선은 푸른 옷을 입었다/오른손과 왼손이 하나의 손이 되었다/마주 잡은 손은 한라산 백록담에 꽃소식을 알렸다/중략/두 정상이 걸었던 그 다리/남북에 8000만개의 도보다리를 만들자/누구나 그 길을 걸으며/오늘을 이야기하자, 내일을 이야기하자.”(김희정 ‘도보다리- 4·27 남북정상회담에 부쳐’ 중) 남북한 시인이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 함께 펴낸 시집 ‘도보다리에서 울다 웃다’(작가)가 출간됐다. 민족작가연합이 4·27 판문점 선언과 광복절 73주년을 기념해 남북한 시인, 비전향 장기수, 해외동포 시인 등 203명의 통일시를 모았다. 김준태, 이동순, 김승희, 김정란, 박라연, 신현림 등 남한 시인 151명과 최국진, 김영일, 김태룡 등 북한 시인 8명, 비전향 장기수 17명, 재일 조선인 12명, 해외동포 시인 14명, 해외 시인 1명과 더불어 신학철, 김봉준, 박방영 등 미술인 11명이 참여했다. 사용하는 언어의 모습은 약간 다르지만 분단의 장벽을 허물고 하나 되길 바라는 마음은 북한 시인들 역시 간절했다. 북한 시인들의 작품은 4·27 판문점 선언을 전후로 북한 신문 ‘통일신보’와 개인 시집을 통해 발표된 작품을 게재했다. “피줄을 따라 내뻗치는 불물인가/환희의 열기로 겨레의 가슴 달아오르고/분렬의 중압에 짓눌렸던 이 강토/드디여 활개를 펴고 머리를 치여드나니/아, 민족사가 맞이한 이 격동 이 감격.”(김태룡 ‘판문점의 신호총성’ 중) “일떠서라 겨레여/노예의 쇠사슬 끊어내치고/해방의 노래 부른 8·15처럼/분렬의 장벽 허물어버리고/통일의 노래 부를 8·15를 마중가자//오, 백두에서 한나까지 통일만세 울려갈/그날로 겨레를 떠밀어주며/8월은 뜨겁게 달아오른다/삼천리가 용암처럼 끓어오른다.”(김태룡 ‘통일의 8·15를 마중가자’ 중) 민족작가연합은 “4·27 판문점 선언의 이행으로 우리 민족의 꿈과 희망이 기다리는 시대, 희망찬 미래의 민족번영을 위해 우리 모두가 아낌없이 통일의 수호자가 되기를 간절히 노래하고 있다”면서 “이번 시집이 평화의 철길을 힘차게 달리는 기관차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계룡건설, ‘앞산 리슈빌 & 리마크’ 브랜드 아파트 가치 누려볼까

    계룡건설, ‘앞산 리슈빌 & 리마크’ 브랜드 아파트 가치 누려볼까

    계룡건설의 ‘리슈빌’ 브랜드 아파트가 주택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6년 공급한 ‘고양 향동 리슈빌’과 ‘광주 용산지구 리슈빌’ 모두 8.1대 1과 33대 1이라는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계약을 100% 완료 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공급에 나선 ‘시흥 장현 리슈빌’도 전주택형이 순위 내 마감을 하며 정당계약 2주만에 완판 되는 등 분양 시장에서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기는 ‘리슈빌’ 브랜드만의 우수한 상품성과 브랜드 가치 때문으로 분석된다.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브랜드 가치로 향후 미래가치도 기대해 볼 수 있어 수요자들이 많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매매시장에서도 ‘리슈빌’ 브랜드 단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KB부동산 시세자료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일대의 ‘부산 센텀 리슈빌 1단지’의 전용면적 84.45㎡는 지난해 10월 평균 매매가 4억6,250만원에서 4억9,500만원(7월 기준)으로 10개월간 3,250만원(7.03%)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해운대구 아파트 매매가가 2.05%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이렇다 보니, 계룡건설이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동 959-2번지 일대에 짓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앞산 리슈빌 & 리마크’에도 수요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단지는 계룡건설의 주택 브랜드인 ‘리슈빌’로 공급돼, 임대 아파트에서 보기 드문 특화설계와 커뮤니티 시설 부문을 강화했다. 설계 부문에서는 채광율과 공간 활용도가 높은 남향 위주의 판상형 맞통풍 구조로 설계했다. 여기에 국공립 어린이집, 북카페, 주민운동시설, 경로당 등 커뮤니티 시설을 고루 갖춰 입주민들의 주거 편의성을 높였다. 계룡건설 분양 관계자는 “리슈빌 브랜드 단지들은 차별화된 특화설계와 마감재 등을 적용해 수요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라며, “특히 대구 남구 대명동 일대에 들어서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앞산 리슈빌 & 리마크’는 이달 진행한 일반공급 청약에서 최고 2.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만큼 계약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대명동 일대에 20년만에 공급되는 새 아파트인 계룡건설의 ‘앞산 리슈빌 & 리마크’가 수요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새 아파트 공급에 대한 대기수요가 풍부한데다, 주변 생활여건도 편리해 장점을 두루 갖췄다. 우선 ‘앞산 리슈빌 & 리마크’는 교통이 편리하다. 지하철 1호선 안지랑역과 대명역이 단지와 가까운 더블역세권 단지다. 버스노선도 다양해 시내외로 이동이 수월하다. 남구 중심에 위치해 생활 인프라도 풍부하다. 단지 바로 앞에는 남구의 유일한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위치해 있으며, 대명시장, 안지랑 곱창골목, 앞산 카페거리 등과도 가깝다. 또, 단지와 맞닿아 있는 대명초를 비롯해 남명초, 남도초 등이 단지 인근에 위치해 교육시설을 도보로 이용가능하다. 특히, 단지 내에는 전문 보육강사를 갖춘 국공립 어린이집이 조성될 예정이어서 자녀를 둔 수요자들의 선호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지 인근에는 두류공원과 대덕산, 앞산, 앞산 빨래터공원 등이 위치해 쾌적한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다. ‘앞산 리슈빌 & 리마크’는 1단지와 2단지로 조성되며, 1단지는 지하 2층~지상 7층, 8개동, 전용면적 59~84㎡, 299가구다. 2단지는 지하 2층~지상 7층, 3개동, 전용면적 49~84㎡, 110가구로 구성돼 총 409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이사 걱정 없이 8년간 장기거주 할 수 있으며 임대료는 주변 시세대비 저렴하다. 취득세 및 재산세 부담이 없고 세액공제를 통한 절세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한편, ‘앞산 리슈빌 & 리마크’는 지난 17일 일반공급 청약접수를 진행해 특별공급을 제외한 327가구 모집에 473명이 청약해 평균 1.45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청약경쟁률은 전용 59㎡A타입으로 46가구 모집에 108명이 청약해 2.35대 1의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일반공급 당첨자 발표는 오는 22일(수) 이뤄지며, 계약은 이달 27일(월)부터 29일(수)까지 3일간 실시할 계획이다. 분양 홍보관은 대구시 달서구 대곡동 1037-4번지에 위치해 있으며, 입주는 2018년 11월 예정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비디오스타’ 김지민, 배우 신지훈과 썸? 박나래 “내가 연결해줬다”

    ‘비디오스타’ 김지민, 배우 신지훈과 썸? 박나래 “내가 연결해줬다”

    개그우먼 김지민이 배우 심지훈과의 썸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21일 방송된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서는 개그맨 김준호, 김대희, 변기수, 김지민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김대희는 “김지민에게 요즘 남자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김대희는 이어 “회사 공연장 개관 뒤풀이 자리에 키가 190cm 가까이 되는 남자랑 같이 왔더라”고 폭로했다. 이에 김지민은 “배우 신지훈”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듣던 박나래는 “제가 연결해줬다”며 “우리 모임에서 신지훈이 김지민을 각별하게 잘 챙긴다. 단체 방에서도 김지민한테 ‘나랑 만날 거야?’라는 얘기를 한다”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를 들은 김지민도 부인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썸의 진실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사진=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열린세상] 노인들의 세상은 어디나 같다/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열린세상] 노인들의 세상은 어디나 같다/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사람 사는 곳은 세상 어디나 같다. 특히 노인들에게는.그들은 외롭다. 사회와 가족에게 밀려나 고령화 사회로 더욱 길어진 여생을 쓸쓸하게 보내야 한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처럼 늙어 가면서 함께 웃고, 울고, 놀면서 마지막까지 곁에 있어 주는 친구는 드라마에서나 가능하다. 아내와 남편이 떠나고 거동조차 불편해지면 요양원이나 단칸방 신세가 된다. 그들은 가난하다. 가족 부양으로 주머니가 텅 비어 있다. 쥐꼬리만큼 되는 연금이나 정부 보조금으로는 생계조차 힘들다. 아파도 마음대로 병원에 갈 수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먹을 수도 없다. 여차하면 재정악화로 그것조차 끊기거나 줄어들지 모른다. 통계가 말해 주듯 정부에서 생색내면서 만든 일자리라고 해야 저임금의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오래 버틸 수도 없다. 그들은 무시당한다. 흰머리와 주름살이 이제는 경륜도 품격도 아니다. 자식과 젊은 세대들에게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낡은 아집과 욕심으로 ‘5포 세대’와 ‘헬조선’을 만든 장본인 취급을 당한다. 정치인들 역시 선거 때만 표를 위해 큰절 한 번 얼른 하고 돌아서면 그만이다. 온갖 ‘예찬’을 늘어놓아도 늙음은 서럽고 쓸쓸하다. “나 여기 있다”고 소리쳐 봐야 들리지 않는다. 잊히고, 가난해지고, 사라져 간다. 자연의 법칙이고, 삶의 섭리다. 그래서 일찌감치 시인 예이츠가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의 첫 구절에서 단언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나라가 아니라 어떤 ‘곳’도 없다. 심지어 감옥조차도. 잭 브래프 감독의 영화 ‘고잉 인 스타일’(Going in Style)이나 잉엘만순드베리의 소설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를 보면 ‘아메리칸 드림’을 외치는 미국이라고, 복지 천국을 자랑하는 스웨덴이라고 다르지 않다. 돈이 없어 먹고 싶은 파이 하나 못 사먹고, 간식 금지에 산책 자유조차 없는 노인 요양원에서 나무토막처럼 사느니 차라리 감옥에 가겠다며 뛰쳐나온다. 하물며 노인 절반 가까이(45.6%)가 빈곤에 허덕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빈곤율 1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은 말해 무엇하랴. ‘고잉 인 스타일’에서 세 노인도 30년 동안 일한 철강회사로부터 퇴직연금을 받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집세 내기도 빠듯하고 신장 투석을 위해 병원도 제대로 갈 수 없다. 그나마 그 연금마저 회사 합병에 따른 적자 보전을 이유로 끊기게 생겼다면. 후지타 다카노리가 말하는 이런 ‘하류노인’은 미국에도, 일본에도 고령화의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에도 부지기수다. 국민연금 수급액이라고 해봐야 한달 평균이 노후 최저생계비의 3분의1에 불과한 36만 8600원이다. 그마저도 받지 못해 거리를 떠돌거나, 스웨덴의 메르타 할머니가 “감옥보다 못하다”고 말한 노인요양소로 가거나. 아니면 메르타 할머니처럼 차라리 감옥에 가기로 작정하고 강도짓을 하거나. 은행을 털기로 한 ‘고잉 인 스타일’의 세 노인도 그렇게 말한다. “최악의 경우 감옥에 가면 돼. 거기에는 안정된 세끼 식사와 침대까지 있잖아”라고. 감옥을 또하나의 복지시설로 생각하는 노인들은 이미 일본에 많다. 적은 연금으로 사는 것보다 무료 숙식과 말동무가 있으며, 건강관리까지 해주는 감옥에 가기 위한 노인 범죄가 급증해 전체 절도범의 30% 이상을 차지한 지 오래다. 비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노인 빈곤은 또 다른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노인자살률 1위가 노인빈곤율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고잉 인 스타일’의 세 노인과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의 다섯 노인 모두 어설픈 은행털이로 거액을 손에 쥐는 데 성공한다. 감옥에도 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도, 그들도 그것이 결코 현실이 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들의 날카로운 풍자와 유쾌한 반란이 씁쓸하고, 해피엔딩이 공허한 이유다. 그들은 갈수록 길어지는 남아 있는 나날들을 더 가난하고 아프고 슬프게 보내야 할 것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고, 아직은 누구도 ‘노인을 위한 나라’를 만들지 못하고 있으니까.
  • ‘비디오스타’ 김지민, 김대희 성형 폭로 “화난 얼굴, 알고보니..”

    ‘비디오스타’ 김지민, 김대희 성형 폭로 “화난 얼굴, 알고보니..”

    개그우먼 김지민이 선배 김대희의 성형을 폭로했다. 21일 방송된 MBC에브리원 예능프로그램 ‘비디오스타’는 ‘비스 코미디 페스티벌 특집! 웨얼 이즈 마이 배꼽?’편으로 김준호, 김대희, 변기수, 김지민이 출연했다. 이날 MC들은 “서로 폭로가 장난이 아니다. 김지민이 김대희 성형을 폭로했다”고 말했다. 이에 당황한 김대희는 “그게 무슨 성형이라고”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지민은 “시술”이라고 정정했다. 김대희는 “옛날부터 이마에 깊게 있던 일자 주름이 있었다. 그걸 시술 받았다”고 털어놨다. 김지민은 “‘개그콘서트’ 연습실에서 유독 화가 나 있더라. 말을 거니까 ‘나 기분 좋은데? 게임하는데?’라고 하더라. 알고 보니 보톡스를 맞았던 것”이라고 폭로했다. 그러자 김대희는 “이마 보톡스 시술이다. 근데 한 쪽 눈썹만 올라갔다”면서 “어쩐지 후배들이 슬슬 피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우리 문화재, 우리 손으로 파괴한 것 많아 통탄스러워”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우리 문화재, 우리 손으로 파괴한 것 많아 통탄스러워”

    문화재 수난사 연구하는 정규홍씨가 말하는 ‘문화재’“우리 문화재의 과거사를 정리하다보면 ‘정말 이럴 수가 있을까’ 하는 가슴 아픈 일이 많아요. 예를 들면 일제 강점기 골동품상 이희섭(李禧燮)은 1934년부터 1941년까지 일본에서 조선대공예전람회를 7차례 엽니다. 전람회 한 번에 우리 문화재 1500점에서 3000점을 도쿄와 오사카에서 전시하고 모조리 팔아치웁니다. 이희섭은 도록을 7권 만들었지요. 도록에 실린 문화재 일부가 일본 국보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됐습니다. 7차례 전람회에 진열된 문화재가 1만 4516점입니다. 이뿐 아니라 이희섭은 서울에 ‘문명상회’라는 본점을 두고 도쿄와 오사카에 지점을 개설해 우리 문화재를 상설 전시해 팔아먹었습니다. 이렇게 일본으로 팔려나간 문화재가 최소 3만점에서 5만점에 이를 겁니다. 한 나라의 문화재가 통째로 옮겨진 것인데요, 한 개인이나 상인이 그렇게 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습니다. 통탄할 일이지요.” ●“조씨 문중, 가전 서적 700여권 일본에 스스로 갖다바쳐” 우리 문화재 수난사를 30년째 연구해 정리하는 정규홍(62)씨는 광복절 다음날인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을 알아본 일본이 빼앗아 간 것도 있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 스스로 갖다바친 것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완용(1858~1926)은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갑옷과 투구를 바쳤다는 기록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어느 조씨 가문에서는 일본 도쿄대박물관에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서적 700여권을 아주 싼 값에 넘겼다는 기사가 고고학 잡지에 나옵니다.” 어느 문중이냐고 묻자 정씨는 “기사에서 그것은 언급되어 있지 않고, 한자로 조나라 조(趙)가 적혀 있더라.”고 소개했다.정규홍씨는 1981년 교직 연수를 받으면서 석굴암에 대한 일본인들의 참담한 취급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 후 헌책방 등을 돌아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우리 문화재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 문화재 수난일지와 우리문화재 수난사, 유랑의 문화재 등을 펴낸 수난 문화재 전문가다. 문화재 수난사를 깊이 있게 연구하기 위해 중학교 교사직도 그만뒀다. 그동안 정부나 관계당국의 지원은 전혀 없었다. 경북지역 문화재 수난사를 쓰면서 용역 의뢰받은 것이 당국의 지원 전부였다. - ‘돈 안 되는’ 우리 문화재 역경사를 정리하는 이유는.☞ 무슨 엄청난 사명감이나 그런 것이 있어 하는 건 아닙니다. 이 일이라는 게 희한하게도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희열감도 있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자존감이랄까 자존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측면도 있고···. 일종의 중독성이 있어요. 한번 빠져들면 잠자면서도 술마시면서도 그 생각이 들고, 꼬투리가 잡히면 잊으려해도 그게 안돼요. 강단에 있는 사람들은 강의 때문에 중도에 끊기는데, 난 그런 것도 없기에 이것 하나만 파고 들어갑니다. ●“문화재 수난사 정리 이유?···중독성에 희열감이죠”- 많이 힘들겠다.☞ 돈 안되는 일을 하니깐 무엇보다 집사람에게 미안하죠. 교직에 있을 때 월급받아 상당액을 이것 연구에 쏟아부었으니깐. 지방에 한번씩 현지 조사 다니면 교통비에 숙박비도 만만찮죠. 책도 사고, 도서관에서 자료 복사도 엄청 합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때 복사비가 한장에 3원이었는데 이젠 50원으로 16배가 됐어요. 문화재 수난사에 관한 책을 냈는데, 잘 팔리는 분야가 아니라서···. 출판사에서 저자에게 책 몇 권 주고 그걸로 끝이예요. 그래도 도서관에서 살다시피하니 시간은 잘 갑니다. - 그만 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이번에 ‘요것만 정리하고 손 떼야지’하는 생각이 들 때도 가끔 있지요. 그런데 한 건을 정리하다 보면 다른 게 파생되어 나오고, 그기에서 또 다른 게 파생되어 나오고···. 그러다보면 숙제처럼 이만치 쌓입니다. 그러니깐 계속 손을 놓지 못하고 이러고 있습니다.- 수난 문화재가 그동안 왜 공식적으로 정리가 안 됐나.☞ 1945년 해방 직후에 박물관 관계자들이 우리 문화재에 대해 정리해 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이 우리 문화재와 관련된 고적조사와 유적연구 등에 한국인의 근접을 못하게 했어요. 일본인들이 독점했거든. 해방 이후 이 분야에 관한 지식을 가진 한국 사람이 없었어요. 일본이 떠나고 나니깐 총독부박물관과 경주박물관에 남은 고적조사, 발굴보고서 등의 정리를 전혀 못한 채 박물관에 쳐박혀 있었던거지요. 아직도 다 정리가 안 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유물 목록과 실물과의 대조가 정확하게 안 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인력 부족 탓이지만 국가적으로 재원을 투입해서라도 빨리 했어야 했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예요. ●“일제시대 한국인 유적연구 차단···유몰 목록과 사료 대조 못 해”- 문화재 수난 분야, 처음 연구는 어떻게 했나.☞ 처음엔 마땅한 자료가 없으니 헌책방을 많이 기웃거렸죠. 1981년 이후 헌책방에 다니면서 문화재 관련 책을 사모았죠. 그리고 황성신문과 대한매일신보 축쇄본을 돋보기로 보면서 자료를 모았죠. 또 일본인이 남긴 조사자료와 잡지 이런 것을 위주로 연관지어 보죠. 연관성이 있으면 메모를 해두는 거죠. 예컨대 발굴사업 보고서가 나오면 이게 당시 신문 기사에도 나옵니다. 기사와 고적조사 보고서가 약간 차이가 날 경우가 있거든요. 무덤 발굴의 경우 일본인들이 1차적으로 유물명을 기록하고 바로 박물관에 수장시키지 않고 1년간은 걔네들이 연구를 해요. 그 기간 유물이 분실될 수가 있어요. 실제로 분실이나 망실 그런 문헌이나 문서가 나와 있어요. 이를 비교해서 불법적인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지요. - 당시 일본이 얼마나 우리 문화재에 혈안이 됐나.☞ 일본의 각 대학이 잔치를 벌이듯이 우리문화재를 진열해 놓고 경쟁적으로 전람회도 가졌지요. 낙랑 유물부터 그때까지. 도쿄대 공과대와 문과대가 별도로 진열할 정도였으니. 당시 전람회 도록이나 기록들이 감춘 게 없이 매우 정확해요. 일본이 우리나라를 영구 통치할 줄 알았던 게지. 식민지 정착을 위한 하나의 사료로 삼기 위해 우리 문화재를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수집해 가져갔지. 그때 조선에는 1908년 설립된 ‘이왕가박물관’ 뿐이었거든. 1915년 12월에서야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생기면서 법으로 유물 반출이 금지돼 있었지만 자신들이 보고서 작성을 핑계로 얼마든지 일본으로 가져갔지. 이런 단체로는 조선고적연구회가 대표적이지요. 당시 일본 도굴꾼들이 대거 몰려들어 우리나라 무덤을 다 파헤쳤죠. 1908년 이전에 고려 무덤의 경우 거의 다 파괴됐다고 보면 됩니다. 조선실록을 보면 수시로 어느 무덤이 파괴되고, 어떤 무덤은 4~5회에 걸쳐 도굴됐지요. 심지어 대낮에 총칼을 갖다놓고 후손들이 보는 앞에서 도굴하고···. ●“고려 무덤 마구 도굴···日대학들, 우리 문화재 진열 경쟁도”- 해방이 되면서 문화재 수난이 줄었나.☞ 1945년 9월8일 미군이 인천에 진주합니다. 그리고 9월20일 미군 300명이 부산항에 들어오지요. 미군은 가장 먼저 일본 군인의 무장해제와 퇴출이예요. 미군이 부산에 들어오기 전에 눈치빠른 일본인들이 문화재를 잔득 가지고 일본으로 나갔던 거죠. 미군이 10월 말쯤부터 일본 민간인을 퇴출시키죠. 그때 귀국 일본인에게 돈 1000원과 작은 옷보따리 정도만 허용하고 귀중품은 모두 압수했든거죠. 그러니깐 일본인들은 어선같은 것을 빌려서 밀항을 합니다.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와 이치다 지로(市田次郞), 공주에 있던 가루베 지온(輕部慈恩) 같은 이들이 어마어마한 유물을 가져간 것이지요. 이들에 빌붙어 밀한을 도운 게 한국사림이예요. - 미군에 의한 문화재 유출도 있었나.☞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귀국을 원활히 하기 위해 ‘세화인회(世話人會)’이라는 것을 만들었죠. 일본인들의 물품 같은 것을 맡아서 일본으로 보내는 일을 맡은거지요. 당시 서울역에서 화물을 부산으로 보내면 중간인 대전역에서 미군이 화물을 압수해 물자영단(物資營團)에 넘겨버리는 것이지. 그 물자영단 창고를 미군이 관리했는데, ‘우리 문화재나 귀중품은 박물관에 넘기고 나머지는 P.X에 넘긴다’고 말하지만 미군들이 마음대로 가져가거나 처분해버린 경우도 많았죠. 해방전후 골동계에서 유명한 이영섭이 부산에서 미군들과 친하게 지내며 물자영단에 있는 그림 1000점 이상을 싼 값에 샀지. 그가 샀던 그림들이 어떻게 흩어졌는지 알 수 가 없어. 또 한때 현재 심사정(1707~1769)의 그림으로 잘못 알려진 ‘맹호도’ 출처는 흥미롭지. 1946년 한 미군이 골동품 상인 두명을 일본인 창고로 데려갔지요. 골동품 상인들에게 감정을 요청해 감정해 주니 미군이 그 댓가로 주었던 게 맹호도이지요. 나중이 국립중앙박물관이 거금을 주고 사들였지만 미군에 의해 흩어진 문화재도 부지기수예요. ●“미군정기와 6·25 전쟁서 문화재 수난도 어머어마”- 6·25 한국전쟁 때도 문화재가 많이 파괴·유출되었다.☞ 6·25 때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파괴됐지. 성보문화재(불교문화재) 파괴가 가장 심했지요. 유엔군이 주민 소개령을 내리고 초토화작전을 펼쳤던거죠. 소개령이 떨어지니 사찰에선 중요 유물들을 갖고 나옵니다. 작전이 끝나고 돌아가보면 절은 없어지고 재만 남은 거예요. 그러면 그 유물들이 절로 들어가지 못하고 흩어진 것이죠. 전국을 돌아다녀보면 오래된 절인데 건물만 새로 짓고, 유물이 없는 사찰이 많아요. 또 부산으로 피난 간 문화재는 극히 일부인데, 이마저도 용두산 대화재로 많이 불타버렸지요. 미처 피난하지 못한 우리 문화재는 미군들이 찾아내 저희들끼리 나눠 가졌습니다. 예를 들면 종묘에 있는 옥새와 금보(金寶·선왕이나 선비에게 올리는 추상존호를 새긴 도장) 이런 것이 상당히 분실됐지요. 1952년 신문을 보면 미군들이 옥새와 금보를 금은방에 가져와 감정해달라고 하다가 다른 미군에 의해 검거되는 그런 기사가 몇건 나옵니다. - 그 이후엔 문화재 수난이 더 없었나.☞ 1960~70년대에는 왠 도굴이 그렇게 많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때, 일본인 밑에 따라다니면서 도굴을 배운 기술자들이 그렇게 많이 도굴을 해요. 일재 잔재지요. 심지어는 집 짓는다하고 장막을 두르고 밤에 도굴을 하기도 했어요. 이런 유물은 1970년대엔 이삿짐으로 위장해 미국에 갖다나르다 적발된 경우가 많지요. 유물을 모조품처럼 가장해서 밀수출하다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 밀수전문가들과 한국의 중간 브로커들하고 짜고 가져간 것도 감당을 못할 정도로 많지요.- 지금까지 수난당한 문화재는 몇 점이 되나.☞ 1981년부터 올 4월까지 조사해 파악한 국외유출 문화재는 17만 2300여점에 이릅니다. 이것은 관공서·도서관·박물관 등 공식기록을 비교 조사한 것입니다. 임진왜란 당시를 포함한 것으로 낙랑시대부터 구한말까지의 유물입니다. 제 조사는 관공서 위주여서 개인소장은 거의 포함돼 있지 않거든요. 오구라가 반출한 문화재의 경우에는 극히 일부인 1100여점만 도쿄박물관에 기증됐고, 나머지 수천점은 일본 전역에 흩어져 있어요. 이런 식으로 개인이 소장한 것을 포함하면 100만점이 해외에 떠돌고 있지 않겠느냐고 추산합니다. ●“파악된 수난 문화재 17만 2300여점···실제론 100만점 넘을듯”- 국외 유출 문화재를 환수하려면 어떻게.☞ 현재 파악된 17만 2300여점은 물론이고 앞으로 소재가 확인되는 문화재에 대해 정부와 민간단체가 합심하여 경로 추적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개인이 하기엔 너무 벅차지요. 어떤 과정을 거쳐 발굴해 소장했느냐는 경로 파악을 위해 고적 조사자료, 잡지에 실린 논문, 신문기사 한 줄까지도 축적해 종합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계속 쌓아나가다 보면 불법성 드러날 것입니다. 불법성이 드러난 것은 환수 운동을 펼칠 수가 있는 것이지요. 한일협정 때의 ‘청구권 포기 규정’ 때문에 정부가 일본에 공식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 환수 부분은 민간단체가 적극 나서야지요. 정씨는 “문화재는 미래 세대에 전해야 할 귀중한 유산”이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혼이자 공동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남아 있는 문화재 가운데 우리 손으로 파괴하는 것 즉, 함부로 관리하고 방치한 것은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화산 모양 무대, 용솟음친 에너지…南 임영희·北 주경철 공동 기수로

    화산 모양 무대, 용솟음친 에너지…南 임영희·北 주경철 공동 기수로

    남북 선수단 역대 11번째로 공동 입장 이낙연 총리·리룡남 부총리 손 맞잡아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붕카르노(GBK) 주경기장에는 인도네시아를 상징하는 압도적인 크기의 화산 모양(높이 26m, 길이 120m, 폭 30m) 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인도네시아에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 준 ‘스포츠 영웅’ 수시 수산티(47)가 꼭대기에 불을 붙였다. 관중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고 화려한 불꽃놀이로 장내는 달아올랐다.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개회식이 끝난 뒤 2시간이 지난 뒤에도 자원봉사자들은 경기장 밖에 일렬로 서서 관중과 손뼉을 치고 한목소리로 인도네시아를 연호했다. 지난 18일 아시안게임 개막식은, 세계 최대의 섬나라 인도네시아의 용솟음치는 에너지를 보여 주는 자리였다. 중앙의 특설 무대에 자리한 산과 폭포는 자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뽐냈다. 4000여명의 연기자는 형형색색의 의상과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자신들이 가진 문화의 힘을 자랑했다. 성화 점화가 끝난 뒤에는 전자 음악과 함께 도시를 형상화한 구조물이 등장해 현대 인도네시아의 발전상을 드러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겔로라붕카르노 주경기장은 빈 좌석을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통로까지 관중이 꽉 들어찰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한국 선수단은 알파벳 순서에 따라 15번째로 경기장에 들어섰다. 북측 축구 선수 주경철(21)과 여자농구 단일팀의 주장인 임영희(38)가 ‘남녀북남’을 이뤄 공동 기수로 나섰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래 역대 국제 종합대회 11번째로 개회식에 공동 입장하는 것이었다. 본부 중앙석에 앉아 있던 이낙연 국무총리와 북측의 리룡남 내각 부총리는 함께 일어나 양손을 번쩍 들면서 선수단을 뜨겁게 맞이했다. 셰이크 아흐마드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의장은 “우리는 오늘 이곳에서 새 역사를 썼다. 북한과 남한이 함께 입장했다”고 강조해 관중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스타디움 한쪽에서 개회식을 준비 중이던 출연자들은 긴장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인도네시아의 힘을 아시아 전역에 보여 주고 싶어 하는 듯했다. 개회식에서 땅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역할을 맡았던 두위 와이유 우타미(38·여)는 “유치원 선생님인데 자원봉사자로서 이번 개회식에 참석하게 됐다. 매일 연습하느라 집을 자주 비웠지만 인도네시아를 대표해 개회식에 출연하는 것을 가족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해 줬다”며 “남북이 단일팀을 이룬 것처럼 이번 아시안게임이 아시아가 좀더 평화롭게 변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전통춤을 선보인 파미 시디위자이아(37)는 “4~5개월간 연습한 것을 선보일 수 있어서 기쁘다. 누군가는 아시안게임 개최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불평하지만 나는 그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4년 전 인천아시안게임 때 한국에 가서 대회를 본 적이 있다. 모든 곳이 깨끗해서 굉장히 좋은 인상을 받았다. 인천 대회 때보다도 이번이 더욱 성공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의 에너지’란 슬로건 아래 열리는 이번 대회는 40개 종목에 걸린 465개 금메달을 놓고 다음달 2일까지 16일간 열전을 벌인다. 자카르타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45억 축제’ 자카르타AG 오늘 개막…16일간 열전 돌입

    ‘45억 축제’ 자카르타AG 오늘 개막…16일간 열전 돌입

    아시아 최고의 스포츠 축제가 18일 막을 올린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회식이 이날 오후 9시(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열린다. 아시안게임은 45억 아시아인 최대의 스포츠 축제이자 올림픽을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종합 스포츠 대회다. 올해로 18회째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962년 제4회 자카르타 대회 이후 56년 만에 다시 열린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의 에너지’(Energy of Asia)를 주제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45개국이 모두 참가해 16일간의 열전을 벌인다. 아시아 각지에서 모인 1만 1300명의 선수단은 총 40개 종목에 걸린 465개의 금메달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한국은 39개 종목(브리지 종목만 출전하지 않음)에 선수 807명(임원 포함 총 1044명 규모)이 출전해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6회 연속 종합 2위 수성에 도전한다. 선수단은 금메달 65개, 은메달 71개, 동메달 72개를 비롯해 총 208개의 메달 획득을 목표로 내걸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는 처음으로 남북 단일팀을 꾸렸다. 여자농구, 카누 드래곤보트, 조정 3개 종목에서 ‘코리아’(COR)라는 이름으로 뭉친다. 남북 선수단은 이번 개회식에서 한반도 기를 들고 아리랑 선율에 맞춰 역대 11번째로 종합 대회에 공동 입장한다. 하계아시안게임에서 남북이 공동입장하는 것은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그동안의 공동입장 순서에 따르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남녀북남’(南女北男) 조합이 등장할 차례다. 남측 여자 선수와 북측 남자 선수가 공동 기수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남측은 그동안의 관례를 고려해 남북 여자농구 단일팀의 주장인 임영희를 기수로 뽑았다. 북측 기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개회식 직전에야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자카르타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여기는 남미] “지옥이 따로 없다”…베네수엘라서 ‘좀비 시위’

    [여기는 남미] “지옥이 따로 없다”…베네수엘라서 ‘좀비 시위’

    베네수엘라 서부 술리아에 15일(이하 현지시간) 때아닌 좀비떼(?)가 출현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좀비들은 "공포영화가 따로 있냐, 이게 지옥이다"고 외치며 사법부청사까지 시위행진을 벌였다. 시위에 앞장선 주도 마라카이보의 시장 다니엘 포넨은 취재에 나선 기자들에게 "시위대의 외침은 절대 과언이 아니다.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을 좀비로 분장하게 만든 건 지긋지긋한 정전이다. 베네수엘라 술리아에선 15일까지 6일째 정전이 계속되고 있다.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에 전기가 끊기면서 주민들은 선풍기조차 돌리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술리아주에선 정전과 함께 전화가 끊겼고, 펌프가 작동하지 않아 물까지 쓰지 못하는 가정이 부지기수다.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대중교통마저 제대로 운행되지 않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주민은 "이렇게 서비스가 사실상 전면적으로 중단된 일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것"이라며 "(영화 아니고) 실제 삶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이날 사법부까치 행진한 후 전기회사의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청원서를 전달했다. 현지 언론은 "술리아주가 비상사태를 선언했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빠진 베네수엘라에서 정전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6일엔 카라카스에 있는 대통령궁에도 전기가 끊겼다. 전날 오후 7시쯤 시작된 정전은 익일 0시를 넘겨서도 계속됐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사보타주가 정전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부 언론은 "폭발사고가 났지만 전기회사가 수습을 못해 정전이 발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낙태죄 위헌 심판 미루면 안희정 무죄나 마찬가지“

    “낙태죄 위헌 심판 미루면 안희정 무죄나 마찬가지“

    교수·연구자 430명 헌법재판소에 의견서 제출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해 현 재판부에서 결론을 내지 않고 다음 기수로 판단을 넘긴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교수와 연구자 429명이 헌재에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도 원치않는 임신으로 폭력적 상황에 노출된 여성들이 많은데 판단을 다음 기수로 미룬다는 건, 여성의 고통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라며 헌재의 빠른 판단을 촉구했다.이날 발언에 나선 김은희 젠더법학·사회학 연구자는 “헌재가 낙태죄 헌법소원 결정을 미루는 것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을 선고했던 1심 재판부가 책임을 입법부에 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결정을 미룬 동안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건 여성”이라고 지적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우리나라의 모든 미풍양속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고, 낙태죄를 폐지하면 성관계가 문란해질 것이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호주제 폐지 이후 가족관계가 좀더 민주적으로 변했듯, 낙태죄가 폐지되면 여성과 젊은이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갖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지난 5월 낙태죄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지난 2012년 낙태죄에 대해 합헌 판단을 내린 지 6년 만에 이 문제를 다시 심판대에 올린 것이다. 그러나 이진성 소장 등 현 재판관 5명의 임기 만료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헌재는 여전히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한반도기 맞잡을 임영희의 짝은…

    한반도기 맞잡을 임영희의 짝은…

    남측, 女농구 178㎝ 임영희로 낙점 북측, 장신에 걸맞은 男선수 유력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맞잡을 북측 기수는 누가 될까. 남측 기수에는 남북단일팀의 최고참인 여자농구의 임영희(38·우리은행)가 일찌감치 낙점됐지만, 북측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대한체육회는 15일 “북측의 공동입장 기수가 개막식 직전에서야 결정됐던 전례에 비춰 이번에도 막판에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남북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국제 종합대회 사상 11번째로 공동입장한다. 예측 가능한 건 이제까지 ‘남녀북남’과 ‘남남북녀’를 번갈아 적용한 만큼 이번에는 ‘남녀북남’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또 임영희의 키가 178㎝의 장신인 점을 고려하면 그에 걸맞은 체구를 가진 남자선수가 한반도기를 함께 높이 치켜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조직위원회의 공식 정보망인 ‘인포 2018’에 나온 북한 남자선수들의 프로필을 보면 키 170㎝대 후반의 선수는 많은 편이다. 임영희가 상징성이 큰 여자농구 남북단일팀 멤버여서, 카누 드래곤보트(용선)와 조정 등 또 다른 단일팀을 이룬 남자선수 중에서 기수가 뽑힐 가능성도 있다. 남북은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에 이어 국제종합대회에서 두 번째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세 종목에 걸쳐 단일팀을 결성했다. 남측 100명, 북측 100명으로 이뤄진 남북선수단은 공동입장 때 ‘코리아’(KOREA)라는 이름으로 겔로라 붕 카르노 주경기장에 들어서 행진한다. 영어 축약명은 ‘COR’이고, 입장 행진 때에는 아리랑이 연주된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16곳 중 9곳 ‘새 인물’…행정경험 풍부 행시 30~35회 포진

    16곳 중 9곳 ‘새 인물’…행정경험 풍부 행시 30~35회 포진

    9곳 교체·6곳 유임…강원 연말 인사 행시 35회 이상길·박성호 발탁 ‘눈길’ 김희겸 부지사는 경기서만 3번 역임 한창섭 충북 부지사 ‘연고주의 타파’‘민선 7기’ 지방정부를 보좌할 광역시·도의 부시장·부지사 인사가 마무리됐다. 지역 행정경험을 거친 행정고시 30~35회가 대거 포진됐다. 행정안전부 부단체장 인사의 단점으로 지적된 연고주의도 일부 해소됐다. 1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3일자로 단행된 부산과 대구의 부단체장 인사발령으로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시·도) 인사가 일단락됐다. 시·도 부단체장 인사는 행안부와 지자체장이 협의해 이뤄지는데, 특히 행정 경험이 없는 이가 시·도지사로 선출되면 행정부지사와 부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서울은 부시장(3명)을 행안부와의 협의 없이 정무직으로 임명한다. 전국 16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이번 지방선거를 전후해 부단체장 교체가 이뤄진 곳은 모두 9곳이다. 부산과 대구, 충북, 경남, 인천, 경기, 전남 등 7곳은 7~8월에, 광주와 경북은 각각 지난 2월과 4월에 인사가 단행됐다. 강원은 연말에 인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대전과 울산, 세종, 전북, 충남, 제주는 새 단체장의 요청에 따라 기존 부지사·부시장이 계속 맡는다. 부단체장 행시 기수가 35회(1992년)까지 내려왔다. 이상길 대구 부시장과 박성호 경남 부지사가 대표적이다. 이 부시장은 경북 고령 출신으로 대구 성광고와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대구시 체육진흥과장과 과학기술팀장, 정책기획관,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행안부 지방재정정책관을 역임했다. 공직생활 대부분을 대구에서 보내 누구보다도 지역 현안에 밝다는 평가다. 김경수 경남지사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박 부지사는 경남 김해고와 경찰대를 졸업하고 행정자치부 자치제도과장, 울산광역시 기획관리실장, 행안부 정부혁신기획관 등을 맡았다. 지방행정·지방분권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에서 행시 37회 출신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기존 조직 질서 등을 감안해 올해는 35회로 조율했다”고 전했다. 새 단체장이 대거 입성하면서 지역행정 경험이 많은 이들을 부단체장으로 선호한 것도 특징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호흡을 맞출 김희겸 경기 1부지사는 수원 유신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31회(1987년)로 공직에 입문해 경기도 경제부지사와 행정2부지사, 보건복지국장, 경제투자실장, 이천 부시장, 부천 부시장, 행안부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경기도 한 곳에서만 부지사를 세 번이나 역임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박병호 전남 부지사는 광주 인성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30회(1986년)로 총무처와 대통령비서실을 거쳐 광주시 기획조정실장, 안전행정부 제도정책관, 행정자치부 조직정책관, 광주시 행정부시장 등을 거쳐 지방자치인재개발원장으로 일했다. 차분하고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잘 알려져 있다. 미흡하기는 하지만 연고주의를 깨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한창섭 충북 부지사는 경북 상주 출신으로 상주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34회(1991년)로 행정자치부(현 행안부) 과제관리팀장, 국가기록원 기록정책부장,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주캐나다 공사참사관 겸 총영사 등을 거쳤다. 그가 충북과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충북도가 행안부 인사담당관을 비롯해 중앙부처 요직을 거친 그의 노하우를 높게 샀다는 후문이다. 정현민 부산 부시장은 부산진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30회(1987년)로 공직에 입문했다. 부산시 센텀시티개발담당관과 기획혁신담당관, 미래전략본부장, 기획재정관, 일자리산업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부터 행안부로 전입해 지방행정정책관을 거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혁신국장으로 일했다. 박준하 인천 부시장은 수원 농림고와 건국대를 졸업하고 행시 34회(1991년)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행안부 인력개발기획과장과 방위사업청 감사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장,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장 등을 맡았다. 강원 부지사 임명이 유력했던 김성호 행안부 대변인은 한국지역정보개발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연말에 단행될 강원도 인사 때 부단체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도심 광장 점령한 ‘태극기 부대’…이들의 막말과 무질서에 씁쓸한 시민들

    도심 광장 점령한 ‘태극기 부대’…이들의 막말과 무질서에 씁쓸한 시민들

    제73회 광복절인 15일 서울 도심 광장 곳곳이 태극기로 뒤덮였다. 하지만 광복절을 기념하는 태극기의 물결은 아니었다. ‘박근혜 석방’과 ‘문재인 탄핵’을 외치는 ‘태극기 부대’의 태극기였다. 휴일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은 광장을 꽉 채운 보수 단체 회원들의 막말과 무질서에 큰 불편을 겪었다.이날 서울 광화문광장, 서울역광장, 덕수궁 대한문 앞은 보수 단체 회원들에게 점령당했다. 이들의 집회에는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때와 비슷한 규모의 인원이 모였다. 태극기행동국민운동본부·한국기독교총연합회·비상국민회의·자유한국연합 등 단체는 종로구와 중구 일대에서 각각 집회를 개최한 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다. 경찰은 집회 전 규모를 2만 50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했으나, 실제로 모인 숫자는 이를 훨씬 뛰어넘었다. 이날 광화문광장 일대와 대한문 앞, 서울역광장에 투입된 경찰 인력만도 90개 중대, 약 6750명에 달했다.보수 집회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 마이크를 잡은 연사들은 “문재인 빨갱이를 빨갱이라고 하지 노랑이라고 하냐”, “노란 리본을 찢어버리자”, “빨갱이들의 발광을 진압하는 자들이 바로 여러분이다”, “간첩 놈들”이라고 하는 등 각종 힐난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또 울려 퍼지는 외침에 시민들은 귀가 찢어질 정도의 고통을 받았다. 여러 집회의 마이크 음성이 뒤섞여 귀에다 대고 말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흡연이 금지된 인도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참가자들이 있는가 하면,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음식을 먹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이날 노점상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팔고 있었다. 태극기가 보수 집회의 상징물이 된 까닭에 그들이 선호하는 ‘성조기’도 불티나게 팔리는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국기 1개당 1000원씩 받고 팔았다. 한 상인은 “광복절이지만 태극기 못지않게 성조기도 잘 팔린다”면서 “애초에 보수 사람들만 사러 오니 우리도 장사하려고 태극기와 성조기 묶어 파는 것”이라고 귀띔했다.이날 도심 곳곳에서 보수 집회가 열리면서 광화문과 종로 일대로 나온 시민들은 극심한 차량 정체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오후 4시 30분쯤 세종대로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본격적인 행진이 시작되자 일반 시민의 통행마저 차단됐다. 일부 행인들은 행진 대열을 가까스로 뚫고 길을 건넜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는 발만 동동 구르며 행진 대열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광복절을 기념해 산림청과 서울시가 주최한 ‘나라꽃 무궁화 전국축제’로 광화문광장에는 무궁화가 흐드러졌지만, 이 축제에 참가하려던 시민들이 일찍이 발길을 돌려 행사장은 한적했다. 광장 양옆에서 열리는 보수 집회에서 쏟아져 나오는 거친 말들이 축제에 훼방을 놓은 듯했다. 자녀 둘과 함께 광화문에서 휴일을 보내려던 김은규(39)·이선영(39) 부부는 집회 참가자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인상을 찌푸렸다. 김씨는 “이 정도 집회가 있을 줄 알았으면 광화문에 놀러 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과격한 정치적 발언으로 광복절이 지닌 뜻깊은 의미가 왜곡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씨도 “참가자들이 질서없이 몰려다니고 길거리에서 흡연도 많이 해서 아이들과 함께 다니기가 너무 불편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행진 대열을 힘겹게 뚫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학생 박은영(21·여)씨도 “정말 혼란스럽고 난잡한 현장”이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인도로 통행하기도 어렵고 차도에서는 행진도 하고 있어서 다니기 어렵다”면서 “앞뒤로 흔드는 태극기에 맞을 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서울포토] ‘사죄받는 그날까지’

    [서울포토] ‘사죄받는 그날까지’

    15일 서울 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정기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광복절 특사 대신 가석방 889명… 정치인·경제인 없어

    73주년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는 889명으로, 유력 정치인과 경제인은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 사면이 없는 만큼 가석방 대상자는 평년보다는 다소 많은 수준이다. 법무부는 14일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 889명이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수감 상태에서 풀려났다고 밝혔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지난 9일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법무부 간부 4명과 외부 인사 5명으로 구성된 사면심사위원회는 전국 교정청에서 올린 931명 가운데 889명을 적격 대상으로 확정했다. 가석방 대상자는 장기수 80명, 서민생계형사범 94명, 모범수형자 283명 등 모범적으로 형기를 수행한 일반인 위주로 구성됐다. 이 밖에도 외국인 96명, 환자 및 장애인 28명, 고령자 20명과 전자발찌 대상자 120명도 중복 포함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기 3분의2를 마친 수감자 중 범죄 유형, 피해 회복 여부, 행형 성적, 재범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별했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복절 특별 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12월 말 ‘신년 특사’로 정봉주 전 의원과 용산 철거민 등 6444명에 대해 특별 사면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단독] 광복절 가석방 889명… 유명인 없고 일반인 위주

    [단독] 광복절 가석방 889명… 유명인 없고 일반인 위주

    73주년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는 889명으로, 유력 정치인과 경제인은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사면이 없는만큼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는 평년보다는 다소 많은 수준이다.  법무부는 14일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 889명이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풀려났다고 밝혔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지난 9일 이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법무부 간부 4명과 외부 5명으로 구성된 사면심사위원회는 전국 교정청에서 올린 931명 가운데 889명을 적격 대상으로 확정했다.  가석방 대상자에는 장기수 80명, 서민생계형사범 94명, 모범수형자 283명 등 모범적으로 형기를 수행한 일반인 위주로 구성됐다. 이밖에도 외국인 96명, 환자 및 장애인 28명, 고령자 20명과 전자발찌 대상자 120명도 중복 포함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기 3분의 2를 마친 수감자 중 범죄 유형, 피해회복 여부, 행형 성적, 재범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별했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복절 특별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적으로 사용한다고 공약했다. 다만 지난해 12월말 ‘신년 특사’로 정봉주 전 의원과 용산 철거민 등 6444명에 대해 특별사면했다. 마지막 광복절 특사는 박근혜 대통령 당시인 2016년이다.  한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헌재가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라는 결정을 내린 이후에 특별사면 단행을 요구하는 청원을 제기했지만 광복절 특사 등은 무산됐다.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 155명이 교도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세계 최초 성소수자 전용 공공요양원 스페인서 문 연다

    세계 최초 성소수자 전용 공공요양원 스페인서 문 연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스페인에 성소수자를 위한 공공 요양원이 문을 연다.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재단 '12월26일'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마드리드 당국이 건물을 제공하기로 함에 따라 성소수자를 위한 사상 첫 공공 요양원 오픈의 꿈이 이뤄지게 됐다"고 밝혔다. 재단의 명칭에 맞춰 오는 12월26일 공식 오픈할 예정인 요양원은 마드리드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재단이 운영한다. 재단 대표 페르난도 아르멘테로스는 "(성소수자에 대해 무지한 외부인이 아닌) 재단이 운영을 맡게 돼 성소수자가 말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시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원은 성소수자 노인 66명이 생활할 수 있는 규모로 문을 연다. 이 가운데 30명은 노환이나 지병 치료를 받으면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시설도 들어선다. 성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최적화된 시설을 갖추게 돼 성소수자에겐 최고의 요양원이 될 것이라고 아르멘테로스는 강조했다. 재단에 따르면 노년을 맞은 성소수자는 기존의 요양원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아르멘테로스는 "고령의 요양원 노인들이 성소수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요양원에 들어갔다가 적응하지 못해 나오거나 심지어 쫓겨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LGBT(성소수자를 이르는 말) 운동이 시작된 게 2005년쯤이라 80대의 경우 성적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통계에 따르면 스페인의 성소수자 노인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65세 이상으로 의탁할 곳이 없어 요양원에 들어가야 하는 성소수자는 최소한 16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재단 '12월26일'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성소수자 노인 문제를 이젠 사회문제로 봐야 한다"며 "마드리드가 선구자로 나서 인프라와 예산을 지원하기로 한 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사진=에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가혹행위’ 5일 만에 숨진 신병…22년 만에 보훈 대상 인정

    ‘가혹행위’ 5일 만에 숨진 신병…22년 만에 보훈 대상 인정

    군대 내 가혹행위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신병에 대해 22년 만에 보훈보상 대상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유진현)는 사망한 군인인 이모씨의 부모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보훈보상대상자요건 비해당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씨는 1996년 2월 공군에 입대해 훈련을 마친 뒤 그해 4월 한 비행단의 헌병대대로 배치됐지만 소대에 전입한 지 닷새 만에 경계근무를 서다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해 목숨을 끊었다. 이씨의 사망 직후 15명의 동료 및 선임병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지만,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진술이 나오지 않았고 타살의 혐의점도 발견되지 않아 단순히 자살에 의한 사망으로 결론이 났다. 이씨의 부모는 2012년과 2013년 “아들이 구타를 당하던 중 배에 충격을 받아 사망했다”며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다가 모두 거절됐고, 2014년 8월 국방부 조사본부 전사망민원조사단에 이씨의 사망에 대한 재조사를 요청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당시 기록들과 부대 동료 9명에 대한 진술을 새롭게 들으며 재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조사에 응한 동료들은 당시 선임병들이 전입한 신병에게 근무 수칙 외에도 150~200명의 지휘관·참모들의 차량번호 및 관등성명, 소대병사 기수표, 초소 전화번호 등을 A4 용지 4~5장에 깨알같이 적어 사흘 안에 외우도록 강요했다고 진술했다. 그 사이 생활관 또는 경계근무 중 수시로 전화를 걸어 암기상태를 점검하고 질책을 해 전입한 신병은 휴식시간은 물론 심야에도 화장실에서 잠을 자지 못하고 암기를 해야했다고 전했다. 또 이씨가 고참들이 전입 신병들을 집합시켜 신병의 바로 윗기수 고참들에게 머리박기 등 질책을 하는 가혹행위를 선보이기도 했다. 1996년 이씨의 사망 직후 조사 당시 “평소 내무반에서 구타나 가혹행위는 전혀 없었다”면서 이씨가 성격 탓에 소대에 잘 적응을 못해서 사망하게 됐다고 진술한 김모 상병이 사실은 후임병들을 괴롭히기로 유명한 선임병이었다는 것도 드러났다. 김 상병은 이씨가 사망하기 전 사흘간 계속 같은 근무조에 편성됐고, 이씨의 사망을 최초로 발견하기도 했다. 조사본부의 재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이씨의 사망이 순직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이씨의 부모는 이 결정 이후 서울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 대상자 등록 신청을 다시 했지만 여전히 인정이 안 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씨의 사망이 군 복무와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씨는 심한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 부담 등 정서적 불안 요소가 가중되면서 자유로운 의사가 제한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방부 중앙전공사상 심사위원회의 심사는 국가유공자 제도나 보훈보상대상자 제도와 구별되지만,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도 중요한 판단자료가 된다”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위원회의 판단은 가급적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아파트 공금 2억여만원 빼돌린 전 관리소장 구속

    경북 안동경찰서는 10일 자신이 관리하던 아파트 공금 2억여원을 빼돌려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A(44)씨를 구속했다. A씨는 안동 한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4월부터 올 6월까지 157차례에 걸쳐 장기수선충당금 통장에서 2억 1000만원을 몰래 인출해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빼돌린 돈으로 빚을 갚거나 주식투자, 스포츠토토 도박자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이 아파트 주민 B씨가 지난달 통장 거래내역을 확인하던 중 공금 횡령 사실을 확인해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드러났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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