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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검찰이 불기소한 아베, 시민들이 처벌 여부 다시 심사한다

    日검찰이 불기소한 아베, 시민들이 처벌 여부 다시 심사한다

    유권자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이 사실을 은폐한 혐의를 받는 ‘벚꽃을 보는 모임’ 전야제 관련 검찰 수사에서 아베 신조(66) 전 일본 총리가 불기소 처분을 받은 데 대해 일본의 시민단체가 후속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5일 NHK 등에 따르면 지난해 아베 총리를 정치자금규정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던 시민단체 ‘세금의 사물화(私物化)를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은 4일 도쿄지검 특수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 검찰심사회에 심사를 신청했다. 무작위로 뽑히는 공직선거법상 유권자 11명으로 구성되는 검찰심사회는 검찰의 기소독점을 견제하는 기구다. 검찰심사회에서 기존 검찰 처분의 적정성을 평가해 ‘기소 상당’의 의견을 내면 검찰은 재수사를 해야 한다. 이 단체는 “아베 전 총리가 자기 사무소 측의 전야제 경비 부담이나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대한 기재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중대한 사실 오인에 따른 것인 만큼 검찰심사회에서 ‘기소 상당’ 결정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난해 12월 24일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약 3000만엔을 기재하지 않은 혐의로 아베 전 총리 후원회 대표의 전 비서(61) 한 명만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심사회에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기소 여부를 다시 검토하게 됨에 따라 재수사가 현실화될 지 주목된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뉴스분석] ‘윤석열 승리’ 이후 검찰개혁은…“靑, ‘정치의 사법화’ 사과하고 尹과 협의해 후속작업 진행해야”

    [뉴스분석] ‘윤석열 승리’ 이후 검찰개혁은…“靑, ‘정치의 사법화’ 사과하고 尹과 협의해 후속작업 진행해야”

    ‘추윤대전’ 궁극적 책임 장관 임면권 가진 文추미애 퇴진 尹 회생 ‘최악 시나리오’ 현실화정치권에선 ‘레임덕 신호탄’ 관측까지 나와 임기 초 이후 검찰개혁 ‘정권 입맛대로 변질’정권 말 검찰개혁 미비 과제 완수 위해서는인적청산 중단 및 사법부 적대시 자세 버려야올 한해 법조계와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추윤 대전’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승리로 일단락 났다. 법원은 지난 24일 윤 총장에게 내려진 정직 2개월 징계 효력을 임시로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윤 총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윤 총장은 이튿날인 25일 대검찰청에 출근해 코로나19 확산 관련 지시로 업무를 재개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른 ‘패자’는 징계를 추진했던 추 장관이다. 그러나 실제로 가장 심한 타격을 입은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추 장관의 제청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징계를 직접 제가했고, 이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해당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은 추 장관에게 있다. 헌정사상 단 한 차례 발동됐던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여러 차례 행사하는 등 그동안 절제됐던 권한을 마음껏 활용했다. 절제된 법률가의 언어가 아닌 ‘항명’, ‘거역’ 등 거친 정치인의 언어를 동원해 법조계를 ‘정쟁’의 장으로 변질시킨 책임도 크다. 한 나라의 법률행정을 총괄하는 수반의 자리를 향후 ‘자기 정치’를 위한 도구로 삼았다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다만 장관에 대한 임면권은 대통령의 소관이다. 임명은 하되 명백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임기 내에 해임할 수 없어 ‘임명권’의 대상인 검찰총장과 달리 장관을 앉히는 것도 물리는 것도 대통령의 권한이다. 추윤 대전으로 올 한해 내내 국론을 분열시킨 최종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도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당초 청와대와 여권이 희망했던 ‘추윤 동반 퇴진’ 대신 추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윤 총장만 기사회생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통령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더 큰 문제는 오랜 기간 시민사회가 갈구했던 ‘검찰개혁’이라는 목표가 좌초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현 정부 출범 첫 해인 2017년 7월 ‘검찰개혁 5대 과제’를 제안했다. 주요 내용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및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법무부를 포함한 정부 기관의 탈검찰화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 ▲재정신청 전면 확대 등이었다. 핵심은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해체하고 직접수사권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었다. 공수처는 기소독점권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확고히 지키는 동시에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는 게 검찰개혁의 요체였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법무부 산하에 법무·검찰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등을 권고했다. 인권보호 지침 강화 등도 이뤄졌다. 그러나 이후의 검찰개혁은 정권 입맛대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많다. 공수처가 대표적인 사례다. 내년 초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야당의 비토권이 사라지면서 ‘대통령 별동대’나 ‘제 2의 검찰’로 변질될 여지가 생겼다. 여권이 추후에 직접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진보 진영에서도 나오는 까닭이다. 정권 초반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줄이겠다고 하면서 적폐청산 수사를 이유로 특수부의 권한을 대폭 늘린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였다. 해당 조치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검찰개혁 정책을 이끌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주도했다. 이를 충실히 이행한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 안팎의 반발에도 검찰 수장으로 세운 이 역시 조 전 장관이다. 추 장관과 정권이 제도 개선보다는 ‘윤석열’ 개인의 교체에만 급급해 패착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많다. 추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며 “제도와 법령 만으로는 검찰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지만 이는 근본적이고도 항구적인 개혁은 제도와 법령 만으로만 가능하다는 점을 망각한 행태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검찰’을 만들기 위해 검찰개혁 구호를 악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오는 대목이다. “검찰권을 법무부 장관이 통제하는 건 민주적 통제가 아닌 정치적 통제”(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까닭이다.진보 진영 전문가들은 정권 후반기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여권의 자세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 편이 불리한 상황에 처해졌다는 이유로 “사법의 정치화가 위험수위를 넘었다”(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고 비난하는 식의 태도는 여권 지지자들을 제외한 국민 대다수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검찰이나 법원의 정치화가 아닌 정치의 사법화가 더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울산 선거개입 의혹이나 원전 사건, 조국 사태 등 정치권이 책임을 지고 사과할 사항을 검찰과 법원에 넘긴 결과 정치의 사법화가 이뤄졌다”면서 “여당은 사법 영역에 공을 떠넘기는 대신 직접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윤석열 몰아내기’ 등 인적청산에 급급하는 모습을 버려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남근 변호사(민변 개혁입법추진특위 위원장)는 “검찰개혁은 윤 총장의 경질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총장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식의 프레임으로 몰고 가고, 그 과정과 절차도 어설프고 급하게 밀어붙인 건 추 장관의 실책이다. 필요하다면 검찰개혁과 관련해 윤 총장과도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개혁과 관련한 남은 과제들을 차분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공수처 출범과 수사권 조정 외에 실제로 이뤄진 건 찾기 힘들다. 공판중심주의 강화, 검찰 인사제도 개선 등 난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출신인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검찰개혁의 요체에 해당하는 검찰권의 오남용 방지와 관련해 세부적인 정책 마련 및 시행이 필요하다”면서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가 제안했던 내용들을 구체화하는 노력들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교수는 “검사장 직선제, 검찰위원회 도입 등 검찰에 대한 시민사회의 민주적 통제 방안과 더불어 재정신청 제도의 확대, 검찰 인사 및 조직문화 혁신 등을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역사가 발전하려면 기득권 넘어선 새로운 미래 선택해야

    역사가 발전하려면 기득권 넘어선 새로운 미래 선택해야

    역사란 무엇인가? 이것은 영국이 낳은 역사학계의 거두 E H 카가 지은 책 이름이지만 또한 역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과연 역사란 무엇일까? 카는 오랫동안 유럽에 뿌리내린 실증주의 역사관을 부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역사가와 역사의 사실은 서로에게 필수적이다. 사실을 갖지 못한 역사가는 뿌리가 없는 쓸모없는 존재다. 역사가를 갖지 못한 사실은 죽은 것이며 무의미한 것이다. 따라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의 지속적 상호작용의 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 그렇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왜 대화가 필요한가?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반드시 과거를 지배하려고 한다. 현재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의 지배자에게 과거는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지배자의 시각으로 해석된 과거가 돼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과거가 지배자에 의해 오염되지 않도록 과거와 현재는 늘 대화해야 한다. ●기득권 유지 위한 낙관주의가 전쟁 초래 이러한 문제의식은 카가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시대를 다룬 또 다른 책 ‘20년의 위기: 1919~1939’에도 반영돼 있다. 그는 20세기 초반에 인류가 겪은 두 대전의 원인을 탐구하면서 지배자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전쟁을 초래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기득권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사실 모든 인류역사는 투쟁의 역사다. 정의를 위한 투쟁이든 계급투쟁이든 인민의 자주성을 위한 투쟁이든 종류와 무관하게 투쟁의 역사인 것이고, 그 모든 투쟁은 기득권과의 투쟁인 것이다. 즉 모든 역사는 기득권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다. 우리가 식민 지배를 벗어났을 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친일파 청산이었다. 식민 지배의 가장 큰 기득권이 친일파였기 때문이다. 그 후 군부가 기득권 집단으로 등장했다. 다시 그 후에는 재벌, 종교, 언론, 사학, 지역토호 등이 신흥 기득권의 범주로 재등장했다. 종교집단의 퇴행, 언론기관의 권력화, 만연된 사학비리에서 시대착오적인 기득권을 발견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자. 우리 사회는 32년간 군부독재와 치열하게 싸워 군부 기득권을 청산했다. 반면 사학비리와 30년 이상 싸웠지만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재벌, 종교, 언론의 기득권은 상호 연결돼 몸집을 불리고 있는 데다 드물지 않게 정치적 방어막까지 구축하고 있어 해결이 더욱 어렵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2019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조국 사태의 실체는 무엇일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권력의 힘을 빌려 국정농단을 자행한 사실을 미리 포착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오직 법치만을 생각하는 공직자의 엄정한 자세로 일벌백계의 준엄한 수사권을 행사한 사건일까? 그렇게 믿고 싶다. 만약 조 후보자에 대해서 일백 번의 압수수색을 감행했던 윤 총장이 자신의 장모와 아내가 연루된 사건에 대해서도 일벌백계의 준엄한 수사권을 발동한다면 말이다. 다시 이번 여름에는 의사 파업의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정부가 공공의료 확대를 추진하자 의사협회가 파업에 나섰고 전공의와 의대생이 가세해 응급실까지 비워 버렸다. 환자의 목숨이 투쟁의 수단이 돼 버린 것이다. 결국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갔는데 의대생들이 의사 국시를 거부하다가 시험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렇게 되자 병원장 등 선배 의사들이 의사 수급 불균형을 강조하면서 시험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의사 증원에 반대하던 의사들이 의사 국시 거부로 인한 일시적인 의사 부족에 목을 매다니, 이것이 의료의 논리인지 돈의 논리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교육과정으로 돌아가 보자.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은 문과와 이과로 나뉜다. 문과에서 공부 잘하면 법대를 지망하고 이과에서 공부 잘하면 의대를 지망한다. 다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그렇다. 그러니 적어도 대한민국 교육에서 법대와 의대는 적성이나 취향과는 무관하게 오직 성적만 좋으면 선택할 수 있는 무적성 비취향의 전공인 셈이다. 의대생은 국시와 전공의 과정을 거쳐 의사 선생님이 되고 법대생은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과정을 거쳐 판검사님이 된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5급 공무원 자격을 받는데 2년의 사법연수원 과정을 마치고 판검사로 임용되면 2급인지 3급인지 4급인지 아리송한 대우로 전격 점프한다. 이 파격적인 대우에 과거 군사독재의 지배 논리가 개입됐다. 그래서 묻고 싶다. 이 과정에 숭고한 법의 정신이나 법정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인용되는 형평성이나 공정성의 철학이 작용하고 있는가? 이 과정에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중에서 어떤 구절이 작용하고 있는가?지금도 여전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이 벌이는 실랑이가 국정을 압도하고 있다. 이 실랑이가 일견 지루한 것도 사실이지만 한 꺼풀 걷어내면 검찰개혁의 속살이 보인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무소불위의 특권으로 무장한 검찰의 기득권을 제거하는 것이다. 검찰의 기소독점권 폐지, 검찰권 남용에 대한 민주적 통제, 검사에게 주어진 각종 특혜의 폐지가 핵심이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으로 직행할 일이고 검찰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으면 될 일인데 왜 이렇게도 시끄러울까. 과문의 소치인지 모르겠지만, 인류역사에서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은 집단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기득권은 속성상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내려놓도록 강제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득권 집단의 힘이 강할 때는 기득권의 포기를 상상할 수 없다. 물론 그 집단의 힘이 가장 약한 경우에조차도 마찬가지다. 마르크스가 인류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말했을 때 그 본질은 기득권을 둘러싼 투쟁이며 기득권은 포기될 수 없는 것이기에 불가피하게 투쟁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기본권 신장·富 세습 통제도 진보의 흐름 기득권에는 권력적 기득권과 비권력적 기득권의 두 유형이 있다. 권력적 기득권에서 파생하는 파생적 기득권도 있다. 왕권 승계, 대통령선거, 군부독재 등이 권력적 기득권이라면 이에 기생하는 정보기구의 정보정치, 검찰기구의 무소불위의 권력행사, 권력과 재벌의 정경 유착은 파생적 기득권에 해당한다. 반면 종교와 언론, 검사와 의사의 특권은 비권력적 기득권에 속한다. 역사가 진보한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권력적 기득권의 핵심인 세습왕권의 소멸로 확인됐다. 대통령의 권력 행사가 지속적으로 통제되는 것도, 인권을 포함한 모든 기본권이 신장되고 제도화되는 것도, 상속과 증여를 통해서 부의 세습을 통제하는 것도 진보의 흐름이다. 권력적 기득권에 이어 비권력적 기득권 또한 제한되거나 소멸되는 시대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권력적 기득권인 군부독재가 사라지면서 발생한 일시적인 권력의 진공상태를 검찰이 파생적 기득권의 기회가 도래한 것으로 오판하지 말기 바란다. 또한 식민지배와 군부독재에서 시민혁명이나 노동혁명의 과정이 없이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청산되지 못한 비정상적인 특권이 판검사나 의사에게 계속 보장될 것으로 오판하면 안 될 것이다. 기득권은 그것이 권력적이든 비권력적이든 시대착오적이고 반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했다. 인간은 창과 칼로 승부하던 삼국지 정치를 넘어 민주주의를 발견하고 의회정치를 발명할 정도의 지혜로 무장했다. 또한 인간은 체계적인 교육과 학습, 반성과 성찰을 통해 스스로 발전시켜 온 종족이다. 그러므로 기득권에 집착한 투쟁을 고집할지 아니면 그 역사를 넘어설지 선택해야 한다. 지혜로운 자라면 응당 기득권에 집착한 역사를 버리고 기득권을 넘어선 새로운 미래를 선택할 것이다. 그래야 역사가 발전한다. 상지대 총장
  • [서울광장] 검찰개혁 훼방꾼, 누구인가/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검찰개혁 훼방꾼, 누구인가/박홍환 논설위원

    손에 ‘피’를 많이 묻혀서일까? 이른바 ‘특수통’ 검사들의 운명은 대체로 평범하지 않다. 채동욱은 혼외자 파문으로 검찰총장에서 물러났고, 홍만표는 검사복을 벗은 뒤 법조비리로 쇠고랑을 찼다. 우병우는 ‘박근혜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으로 전권을 휘두르다 국정농단의 조력자로 지목됐다. 대법관까지 지낸 안대희는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지만 전관예우 고액수임료가 논란이 돼 낙마했다. 역시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실시된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은 각각 21.5%를 거둔 여권의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17.2%를 기록해 차기 대선주자 ‘3강’에 올랐다. 윤 총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정치 참여 계획을 시사했다며 야권 지지층의 기대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부하가 아니다”라는 등의 거침없는 국감 발언 이후 대검찰청에 쇄도한 수많은 보수단체의 격려화환이 그 증거다. 세간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는 그가 진짜 정계에 투신해 대권에 도전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윤 총장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커 버렸다는 사실이다. 저명한 뇌공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나를 키운 8할은 ‘과학콘서트’”라고 했는데 윤 총장을 이렇게 거물로 키운 것은 무엇일까. 8할이 아닌 9할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의 검찰개혁 강경론자들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추 장관은 올 초 취임 직후부터 ‘윤석열 배제’에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로 윤석열 라인을 좌천시키고, 대검 참모진을 송두리째 바꿔 윤 총장을 철저히 고립시켰다. 지난해 조 전 장관 수사 이후 윤 총장을 검찰개혁의 장애물로 여기고 여권 지지층을 동원한 사퇴 압박도 계속 이어 갔다. 두 차례의 수사지휘로 윤 총장의 백기투항을 은연중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리수는 결국 패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라임 로비와 관련된 야권 정치인 수사를 뭉개고, 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편중수사를 지휘한 의혹이 있다며 수사배제 지휘했다. 또한 초유의 검찰총장 감찰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노무현 정부 때는 그렇지 않았다. 참여정부 출범 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집권당 대표의 뇌물수수 첩보가 입수됐다. 서울지검 특수2부의 당시 채동욱 부장검사는 서영제 지검장에게 이를 즉각 보고했고, 서 지검장은 그 자리에서 “수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요즘 검찰이 간덩이가 부었나?”라는 청와대 및 여권의 노골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가 마무리됐다. 당시 강금실 법무장관은 외풍을 철저히 막아 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에도 검찰개혁·사법개혁은 핵심 국정과제로 꼽혔다. 추 장관을 비롯한 검찰개혁 강경론자들은 검찰개혁 방향과 수사지휘권·감찰권 발동을 비판하는 일선 검사를 “커밍아웃했다”고 조롱하며 여권 지지층에 ‘좌표’를 찍어 줬고, 이에 평검사들이 대거 반기를 들고 있다. 대략 300명 정도의 검사들이 댓글로 동조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여권 내 일각에서는 “모두 사표를 받으면 된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윤 총장을 몰아붙여 그를 대선주자로 키운 것도 모자라 검사집단을 모두 적으로 돌려세울 요량이 아니라면 이래선 안 된다. 검찰개혁은 기소독점이라든지, 선별수사라든지, 어떤 통제도 받지 않던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을 분산하는 게 핵심이다. 인적 쇄신 못지않게 법적·제도적 정비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마음이 통하거나 입맛 맞는 사람들로만 채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수사지휘권 폐지에 이어 기소권에 대한 통제장치 등을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당한 국민은 윤 총장에 대한 압박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저지하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 시각이 확산되면 검찰개혁의 취지와 당위성조차 퇴색될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을 주창하며 선봉에서 윤 총장을 키우고 있는 검찰개혁 강경론자들이 오히려 검찰개혁을 막는 ‘엑스맨’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진정한 검찰개혁을 하려면 사람을 타깃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stinger@seoul.co.kr
  • [사설] 권력기관 개혁 동력, 여권 내 공정성 회복서 찾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정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2차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권력기관 개혁 완결을 위해 더욱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입법 사항은 국회와 긴밀히 협조하고, 입법이 이뤄진 사안은 조속히 시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를 통해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검찰 개혁안과 자치경찰제 도입의 경찰 개혁안, 대공 수사권 폐지 등의 국정원 개혁안 등을 담은 형사소송법·경찰청법·국정원법 개정안 등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우선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권력기관 개혁의 원칙은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 상호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검찰은 기소독점권과 기소편의주의가 결합된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했으나 권력 남용에 대한 견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를 개혁하자는 것인데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이해당사자들의 갈등과 야당의 반대로 논의조차 못 하는 것은 국회가 직무유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시행 2개월이 지나도록 초대 공수처장이 공석인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야당의 협조를 위해 힘을 내 달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울러 검찰개혁 국회 심의 과정에서 자칫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국민 인권 보호 문제에 대해 보다 충실한 보완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검찰개혁이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음에도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 의혹 수사를 막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그 과정에서 민심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정책으로서 성공하기는 어렵다. 그런 차원에서 민주당이 야당의 반대를 무산시키기 위해 국회에서 공수처장을 임명하도록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는 정도는 아니다. 여당이 독주하는 식으로 개정안을 처리한다면 오히려 검찰개혁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훼손할 수 있다. 국정원의 경우 21년 만에 대외안보정보원으로의 명칭 추진과 함께 국내정치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는 개혁안을 추진중이다. 국내정치 개입은 반드시 근절돼야 하지만 대공수사권 삭제와 관련해 국회 논의과정에서 혼란을 최소화하는 후속 조치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권력기관 개혁은 현 정부가 내세우는 공정사회 실현을 제도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민이 체감하는 공정을 실현하려면 추진 주체인 여권 내부의 불공정 의혹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 “검찰 흉측해진 괴물 되고 있다”…추미애 앞세워 검찰개혁 불 붙이는 여권

    “검찰 흉측해진 괴물 되고 있다”…추미애 앞세워 검찰개혁 불 붙이는 여권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3일 “검찰은 점점 흉측해진 괴물이 되어가고 있고 조직이 망가지고 있다”며 검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주최한 ‘검찰개혁 현주소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검찰 내부 구성원이 신음하고 있고 도와달라고 외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다음날에 열린 이 토론회에서 여권 의원들은 저마다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최 의원은 “본질은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 명령을 거부하는 사태”라며 “그럼에도 이것을 갈등으로 호도하고 맞서는 것처럼 호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과 다르고 원칙과 법과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법령에 따라 검찰총장을 지휘하려는 장관의 지휘에 법에도 없는 검사장회의를 소집하는 등 항명 분위기를 만드는 검찰의 무도한 힘의 원칙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검찰의 직접수사권 때문”이라며 “정권이 3년이 지났지만 검찰은 달라진 게 없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은 “윤 총장이 자기는 사람한테 충성 안 하고 조직에 충성한다고 하는데 저는 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헌법과 국민에게 충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시에 합격했다는 이유 하나로 국민을 생사여탈할 수 있고 기소독점주의와 수사주도권을 가지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라고 누가 일임했나”며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을 통해 통제하게 되어 있다”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이재용 불기소 권고 후폭풍… 윤석열 ‘자리’ 걸고 결단 내리나

    이재용 불기소 권고 후폭풍… 윤석열 ‘자리’ 걸고 결단 내리나

    위원 공정성 논란 등 제도 재검토 지적도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내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여권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을 걸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검찰의 기소독점권 남용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수사심의위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부회장의 경제범죄 혐의에 대해 1년 7개월이나 수사를 했는데 기소조차 못 할 수준의 수사를 한 거라면 윤 총장은 관둬야 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는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판단을 하고, 검찰은 증선위가 고발을 했기 때문에 수사를 한 것”이라며 검찰이 무리하게 삼성 수사에 착수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나절 만에 분식회계도 아니고 범죄도 아니고, 수사는 이미 끝났는데 그 수사도 하지 말라고 하는 이상한 결론이 내려졌는데 그 권고를 굳이 따라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또 “권고를 받아들일 거면 검찰은 앞으로 모든 수사는 일단 국민 여론조사부터 하고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엄중히 촉구한다”는 논평을 냈다. 민변은 “이 부회장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삼성에 대한 최대한의 지배권을 승계하고자 했던 시도에 대해 범죄가 성립하는지와 그 책임의 정도에 대해 법원의 엄정한 형사재판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의위원을 무작위로 추천했다고 하지만 이번 심의에 위원으로 참여한 김병연 건국대 교수의 과거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공정성 논란 등 여진도 계속되고 있다. 심의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범죄 성립 여부 외에 삼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됐다면 위원회 도입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심의위원 구성과 심의 내용의 중대성·난해함에 비해 심의 시간이 너무 적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참여연대 “심의위 이재용 결정 강한 유감…검 기소해야” 촉구

    참여연대 “심의위 이재용 결정 강한 유감…검 기소해야” 촉구

    “기소독점권 견제 위해 도입된 수사심의위 악용돼검, 이재용 부회장 혐의 사실관계 보강해 기소해야”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도 “부당 결정 따르지 말아야”이한상 교수 “자본시장 훼손에도 심의위 사법정의 막아”26일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합병·승계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해야 한다고 결정한 데 대해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논리도 근거도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검찰이 심의위의 결정에 따르지 말고 사실관계를 철저히 보강한 뒤 기소해 공정한 법 집행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심의위 결정이 나온 직후 ‘검찰수사심의위의 이재용 불기소 권고, 깊은 유감’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번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심의위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부회장으로의 승계작업 존재를 인정하며 사건을 파기환송하고, 최근 이 부회장 영장실질심사 당시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다’며 혐의를 사실상 인정했음에도 기소 자체를 하지 말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수사심의위원회는 ‘수사팀의 과잉 수사와 무리한 기소’ 방지 등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도입된 것임에도 어떠한 논리도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삼성의 손을 들어준 심의위 현안위원들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심의위가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해 과잉 수사를 했다’고 본 대목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2016년 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를 낮추려 한 여러 정황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9년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부적절한 회계처리가 있었다’고 인정했고 삼성전자 부사장 등 관련자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면서 “이런 상황에 이 부회장의 불법승계 의혹에 대해 검찰의 과잉수사 자체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이토록 엄중한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 및 논리를 더욱 철저히 보강해 흔들림 없는 기소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경실련 정책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심의위 결정 직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을 통해 “검찰이 기소독점권을 이용해 기소해야 할 범죄 혐의를 기소하지 않는 문제를 막기 위해 심의위가 도입됐다”면서 “그런데 이 제도가 재벌총수를 기소하겠다는 검찰의 발목을 잡는 데 악용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구속영장을 비정상적으로 기각한 영장판사마저 ‘증거가 상당히 확보되었고 재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회부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교수 역시 검찰 기소를 촉구했다. 그는 “이런 선례를 남기면 아예 재벌 총수 범죄의 기소가 어려워질 수 있으니 검찰은 부당한 심의위의 권고를 따라서는 안 된다”면서 “기소해서 재판을 통해 증거가 공개되어야 하고, 법이 만인에게 공정하게 집행됨을 보여야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애쓰는 검찰에게 격려를 보낸다”고 말했다.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당시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감리위원으로 참여한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정상국가라면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와 재판 등 사법절차가 진행돼야 하지만 심의위를 통해 사법정의가 가로막혔다”면서 “자본시장과 기업지배구조를 훼손해놓고도 어떻게 나라가 잘 되길 기대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장수’ 낙마하고 목소리만 컸다… 갈길 먼 검찰 개혁

    ‘장수’ 낙마하고 목소리만 컸다… 갈길 먼 검찰 개혁

    국론 분열 부른 조국은 35일 만에 사퇴 추미애 강공에도 수사·기소 분리 아직 특수부 축소 문무일, 수사권 조정 이견 윤석열 “공수처법에 독소조항” 반발문재인 정부의 사회 분야 숙원 과제는 검찰개혁이다. 우여곡절 끝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의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공수처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뜨렸다는 의미가 있다. 경찰에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넘겨 주는 검경 수사권 조정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의 상징이자 촛불 세력에 대한 약속인 검찰개혁의 제도적 기반을 갖춘 건 최대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실제 개혁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계획대로라면 2017년까지 공수처 설치 등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2018년부터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됐어야 한다. ‘국회’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계획이 크게 틀어진 셈이다. 전쟁터에서 싸울 ‘장수’(법무부 장관)들이 불미스러운 일들로 낙마한 데다 목소리는 컸지만 ‘내용’(검찰개혁 세부안)은 부실한 탓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법무부 장관에 비(非)검찰 출신을 중용했지만 시작부터 꼬였다. 첫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경환(72) 후보자는 ‘도장 위조 혼인신고 논란’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지명 5일 만에 사퇴했다. 비고시·비검찰 출신으로 검찰개혁 적임자로 평가된 인물이 문재인 정부 공직 후보자 중 첫 낙마 사례로 기록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2개월이 지나서야 박상기(68) 연세대 교수가 법무부 장관에 취임했다. 그는 “법무·검찰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 “개혁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인상적인 취임사를 남기며 개혁의 칼을 빼들었지만 검찰을 휘어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령 개정 없이도 할 수 있는 개혁 작업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월 수사권 조정 작업을 주도한 조국(55)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앉히는 강수를 뒀다. 조 전 장관은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으나 ‘가족 비리 의혹’ 수사로 35일 만에 물러났다. 조 전 장관 때 검찰개혁 이슈가 본질에서 벗어나 정치 슬로건으로 변질돼 극심한 국론 분열을 야기한 건 문재인 정부에 큰 숙제를 남겼다. 일부에서는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을 동일시했고, 보수 야권에서는 “검찰개혁이 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지난 1월 취임한 5선 의원 출신 추미애(62) 장관은 검찰개혁 동력을 살리기 위해 초반부터 강공 전략으로 일관했고, 이는 검찰의 반발을 샀다. 추 장관은 지난달 취임 100일을 돌아보며 “투명하고 공정한 법무행정을 위해 인사 원칙을 바로 세우고, 관행이라는 명목 아래 반복돼 오던 많은 일을 법과 원칙, 인권의 관점에서 시정해 왔다”고 자평했다.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의 분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구체화 단계로 이어지진 않았다. 세 명의 장관을 거치는 동안 검찰에서는 문무일(59) 전 검찰총장이 2년 임기를 채우고 지난해 7월 윤석열(60) 검찰총장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문 전 총장은 직접수사 총량을 줄이고 41개 지청 특수 전담과 2개 지검(울산·창원)의 특수부를 폐지하는 데 앞장섰다. 대검 인권부가 설치된 것도 문 전 총장 때다. 문 전 총장은 수사권 조정법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되자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직접수사 통제 대신 사법경찰에 대한 통제권만 빼앗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검찰권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직접수사 부분을 손보는 데 소극적이었다. ‘헌법주의자’라는 윤 총장을 총장직에 앉힌 것도 문재인 정부다. 윤 총장은 지난해 10~11월 8차례에 걸쳐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공수처법에 수사기관의 즉시 통보 의무 조항이 삽입되자 ‘독소 조항’이라며 반발했다. 검찰개혁의 기틀이 마련됐지만 실제 국민 피부에 와닿는 개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과도기 과정에서 경찰이 법 적용 등에서 실력을 키우지 못하면 오히려 국민 불편이 더해지고 민원이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정치적 열정을 가라앉히고 내실 있는 변화를 위한 전력 투구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잇따른 ‘믿을맨’ 사퇴…숙제로 남은 검찰개혁 정치화

    잇따른 ‘믿을맨’ 사퇴…숙제로 남은 검찰개혁 정치화

    문재인 정부 출범 3주년검찰개혁 어디까지 왔나공수처법 통과 성과에도개혁 속도 기대에 못미쳐문재인 정부의 사회 분야 숙원 과제는 검찰개혁이다. 우여곡절 끝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의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공수처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뜨렸다는 의미가 있다. 경찰에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넘겨 주는 검경 수사권 조정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의 상징이자 촛불 세력에 대한 약속인 검찰개혁의 제도적 기반을 갖춘 건 최대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실제 개혁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계획대로라면 2017년까지 공수처 설치 등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2018년부터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됐어야 한다. ‘국회’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계획이 크게 틀어진 셈이다. 전쟁터에서 싸울 ‘장수’(법무부 장관)들이 불미스러운 일들로 낙마한 데다 목소리는 컸지만 ‘내용’(검찰개혁 세부안)은 부실한 탓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법무부 장관에 비(非)검찰 출신을 중용했지만 시작부터 꼬였다. 첫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경환(72) 후보자는 ‘도장 위조 혼인신고 논란’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지명 5일 만에 사퇴했다. 비고시·비검찰 출신으로 검찰개혁 적임자로 평가된 인물이 문재인 정부 공직 후보자 중 첫 낙마 사례로 기록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2개월이 지나서야 박상기(68) 연세대 교수가 법무부 장관에 취임했다. 그는 “법무·검찰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 “개혁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인상적인 취임사를 남기며 개혁의 칼을 빼들었지만 검찰을 휘어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령 개정 없이도 할 수 있는 개혁 작업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월 수사권 조정 작업을 주도한 조국(55)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앉히는 강수를 뒀다. 조 전 장관은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으나 ‘가족 비리 의혹’ 수사로 35일 만에 물러났다. 조 전 장관 때 검찰개혁 이슈가 본질에서 벗어나 정치 슬로건으로 변질돼 극심한 국론 분열을 야기한 건 문재인 정부에 큰 숙제를 남겼다. 일부에서는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을 동일시했고, 보수 야권에서는 “검찰개혁이 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지난 1월 취임한 5선 의원 출신 추미애(62) 장관은 검찰개혁 동력을 살리기 위해 초반부터 강공 전략으로 일관했고, 이는 검찰의 반발을 샀다. 추 장관은 지난달 취임 100일을 돌아보며 “투명하고 공정한 법무행정을 위해 인사 원칙을 바로 세우고, 관행이라는 명목 아래 반복돼 오던 많은 일을 법과 원칙, 인권의 관점에서 시정해 왔다”고 자평했다.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의 분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구체화 단계로 이어지진 않았다. 세 명의 장관을 거치는 동안 검찰에서는 문무일(59) 전 검찰총장이 2년 임기를 채우고 지난해 7월 윤석열(60) 검찰총장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문 전 총장은 직접수사 총량을 줄이고 41개 지청 특수 전담과 2개 지검(울산·창원)의 특수부를 폐지하는 데 앞장섰다. 대검 인권부가 설치된 것도 문 전 총장 때다. 문 전 총장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진 않았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법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되자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직접수사 통제 대신 사법경찰에 대한 통제권만 빼앗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검찰권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직접수사 부분을 손보는 데 소극적이었다. ‘헌법주의자’라는 윤 총장을 총장직에 앉힌 것도 문재인 정부다. 윤 총장은 지난해 10~11월 8차례에 걸쳐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공수처법에 수사기관의 즉시 통보 의무 조항이 삽입되자 ‘독소 조항’이라며 반발했다. 검찰개혁의 기틀이 마련됐지만 실제 국민 피부에 와닿는 개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과도기 과정에서 경찰이 법 적용 등에서 실력을 키우지 못하면 오히려 국민 불편이 더해지고 민원이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정치적 열정을 가라앉히고 내실 있는 변화를 위한 전력 투구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서울광장] ‘윤석열 사퇴’가 필요한 이유/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윤석열 사퇴’가 필요한 이유/박록삼 논설위원

    불과 몇 달 전인 지난해 여름과 가을의 일이다. 오랫동안 진보적 가치를 주장해 온 이조차 강남 부유층으로서 계급·계층적 이해관계 아래에서 살아왔음을 온 국민은 목도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계층적 기반과 상반된 실존적 삶을 살기 어려운 법이다. 이제 개별 행위에 대한 죄와 벌은 법원에서 판가름나게 됐으니 그저 지켜볼 일이다. 지난해 여름 목도했던 것 중 더욱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등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과정 속에서 검찰이 직접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검찰은 언론을 쥐락펴락할 줄 알았다. ‘정의감’에 들끓는 기자의 귀에 누군가의 부정을 침소봉대해 속삭일 줄 알았고, ‘단독’ 기사에 목말라하는 기자에게 적절히 피의사실을 흘릴 줄 알았다. 또한 기소권, 수사권을 양손에 쥔 채 국회의원의 절반 가까이를 일렬종대로 세우는 방법을 알았다. 이뿐 아니다. 법무부의 외청이지만 똘똘 뭉쳐 청와대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결기 또한 보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3~4년 동안 국회 청문회, 국정감사, 취임사 등에서 늘 ‘법과 원칙’을 입에 달고 살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국민들 다수는 검찰의 법과 원칙이 얼마나 자의적인 것인지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이는 검찰의 모습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9월부터 나경원 미래통합당 의원을 검찰에 10차례 고발했지만 검찰은 묵묵부답이었다. 나 의원이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회장 재임 시절 저지른 15건의 비리 등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로 밝혀졌고, 자녀입시 관련 비리 혐의가 속속 확인되고 있지만 정작 피고발인인 나 의원은 서초동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대신 고발인 조사만 다섯 차례 했을 뿐이다. 법무장관 일가족에게 그랬듯 소환조사도 없는 기소, 먼지털이식 압수수색 70회 이상, 별건의 별건으로 꼬리물기 수사, 광범위한 피의사실 유포 등의 수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검찰의 법과 원칙이 대체 무엇이기에 최소한의 책무조차도 방기하고 있는지 알고 싶을 따름이다. 시민단체들이 나 의원에 대한 11번째 고발을 검찰 아닌, 경찰에 한 것은 검찰 불신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BBK 주가 조작 사건’ 수사에는 불기소로 기꺼이 면죄부를 줬다.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계엄령 문건’ 수사도 미온적이었다. 수차례 고소·고발된 ‘김학의 별장 성폭행 사건’은 법원에서 무혐의로 결론 났다. 그 원인으로 검찰의 부실기소를 의심한다. 검찰과거사위에서는 검찰이 국정원의 유우성 간첩 조작 수사를 묵인·방조한 것에 대해 “검찰총장이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은 ‘검찰의 법과 원칙’을 이렇게 스스로 무너뜨렸다. 검찰에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졌다. ‘윤 총장 장모 사건’이다. 윤 총장 장모가 2013년 ‘350억원 잔고증명을 위조했다’는 사건이다.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가 나흘 남았다고 한다. ‘시간이 없다면 기소 먼저 한 뒤 철저히 수사하라’는 여론이 들끓는다. 별건수사로 공소시효쯤은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이미 증언들은 차고 넘친다는 평가다. 문제는 검찰의 수사 의지다. 윤 총장의 장모는 그 사이 몇 차례 고발됐지만 검찰은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이 뒷배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진다. ‘장모 사건’과 관련해 윤 총장까지 직권남용,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배경이기도 하다. 윤 총장으로서는 억울할지 모른다. 하지만 검찰총장을 포함한 장모, 부인까지 수사해야 하는 후배 검사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그에겐 개인 윤석열의 억울함 이전에 검찰총장으로서 갖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있다. ‘자신에게 보고하지 말라’는 발언 한마디에 후배 검사들이 선배인 검찰총장을 수사하는 부담을 떨칠 수는 없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내가 빠질 테니 마음껏 수사해서 검찰의 명예를 회복해 달라”는 윤 총장의 입장 표명이다. 가뜩이나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이 높은 때 아닌가. 결국 ‘윤 총장의 결단’만이 바닥에 떨어진 검찰의 신뢰, 법과 원칙을 회복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윤 총장의 용퇴를 권한다. ‘피고발인 윤석열’을 포함한 일가족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검찰 구성원들의 결기가 그 완성의 필요조건이다. 윤 총장이 검찰의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youngtan@seoul.co.kr
  • 0.48% 위한 재정전담부… 법원 ‘檢 견제’ 생색내기?

    0.48% 위한 재정전담부… 법원 ‘檢 견제’ 생색내기?

    檢이 불기소한 사건 법원이 검토 후 재판 실제 공소제기 결정 ‘미미’ 실효성 논란 “검찰개혁에 법원이 숟가락 얹나” 지적서울고등법원이 지난 22일 전체 판사회의에서 재정신청 사건만 담당하는 ‘재정전담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일각에서 검찰개혁 시류에 편승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서울고법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하는 재정신청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형사 피해자를 위해 법원이 본연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재정신청 사건이란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뒤 고소인이 법원에 기소 여부를 다시 살펴봐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를 말한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 검사는 의무적으로 공소를 제기해야 하고 취소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자의 권리를 높일 수 있는 제도로 꼽힌다. 그러나 2018년 기준 전국 고법에 접수된 재정신청 2만 4187건 중 공소 제기가 결정된 건 115건(0.48%)에 그친다. 이 때문에 국감 때마다 해당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 지난해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서울고법의 재정신청 인용률이 전국 꼴찌 수준(2019년 상반기 기준 0.21%)인데 대책은 뭐냐”고 꼬집었다. 이번 결정이 검찰개혁 시류에 편승한 행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서울고법은 지난 4월부터 재정전담부 설치에 대해 논의해 왔다는 입장이다. 당초 행정 1~11부가 재정신청 사건을 나눠 맡으면서 재정신청 사건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내부에서는 재정전담부 설치를 놓고 업무 과중이나 악성 민원인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제기하며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판사회의에서 고법 전체 판사 170명 중 90명이 참석해 61명이 전담부 설치에 찬성표를 던지며 다음달 법원 정기 인사에 맞춰 전담 재판부가 출범하게 됐다. 지난해 12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재정전담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공수처의 기소 판단을 재심하는 기소심의위원회를 두지 않기로 하면서 재정전담부가 공수처 검사의 기소·불기소를 견제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文 “檢 여전히 막강, 초법적 권력 내려놔야”… 개혁 고삐 의지

    文 “檢 여전히 막강, 초법적 권력 내려놔야”… 개혁 고삐 의지

    “어떤 사건 선택적 수사하면 신뢰 잃을 것” 조국·靑 전방위 수사 염두에 둔 발언 해석 “尹,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 秋 손 들어줘 靑 수사 계속하면 靑·檢 갈등 이어질 듯 “어제부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뿐 아니라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제도적 개혁작업이 끝났다. 권한이 과거보다 줄긴 했지만 검찰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공수처는 판검사 기소권만 갖게 돼 나머지는 여전히 검찰 손에 있다. 때문에 국민 대부분은 여전히 검찰의 기소독점 상태(아래)에 있다. 그래서 개혁은 여전히 중요하다.”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이 현재진행형임을 강조하며 개혁의 고삐를 죄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제도적 기반이 일단락된 지금이야말로 수십년에 걸쳐 뿌리내린 검찰의 나쁜 수사관행과 조직문화를 걷어낼 적기라고 판단한 듯 보인다. 당정청의 협공을 받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와대 등을 겨냥한 수사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검찰의 현주소와 개혁 당위성에 대한 인식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검찰 수사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나 과거 권력, 검찰이 관계된 사건에 대해서나 항상 엄정해야 한다”며 “어떤 사건은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일가 수사에서 시작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확대된 전방위적 수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채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 ‘과잉수사’를 하고 있다는 여권 주류의 인식과 다르지 않다. 최근 검찰 인사 등을 통해 청와대를 겨냥했던 수사진을 사실상 해체하고 또 다른 정치검찰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문 대통령이 크게 인식하지 않은 듯 보인다. 문 대통령은 “검찰로선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자꾸 나무라느냐란 점에서 억울한 생각을 가질지 모르겠다”면서도 “수사권이 절제되지 못한다거나 피의사실 공표가 이뤄져 여론몰이를 한다거나 초법적 권력이 행사된다고 국민이 느끼기 때문에 개혁이 요구되는 것이며, 그 점을 검허하게 인식한다면 개혁을 이뤄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한 최근 검찰 인사과정에서 윤 총장의 행동에 대해 “인사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공개 경고했다. 다만 당정으로부터 ‘항명’이란 비판을 들으면서 해임설까지 돌았던 윤 총장의 거취에는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비판받는 검찰 조직문화라든지 수사관행을 고쳐 나가는 부분까지 윤 총장이 앞장서 준다면 국민들로부터 훨씬 더 많은 신뢰를 받게 되리라고 본다”며 개혁의 주체가 될 것을 당부했다. 수사 관행이나 조직 문화 혁신을 끌어내려면 검찰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 드라이브가 검찰의 청와대 수사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수사와 개혁 과정이 청와대 수사와 맞물리면서 권력투쟁 비슷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검찰개혁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진행해 온 작업이고 청와대 수사는 그 이후에 끼어든 과정”이라며 “두 가지를 결부시켜서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전문] 문재인 대통령 신년회견 중계

    [전문] 문재인 대통령 신년회견 중계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내외신 출입 기자들과의 문답을 통해 새해 국정구상을 공개했다.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이라는 부제로 열린 이번 회견은 오전 10시부터 진행됐고 TV로도 생중계됐다. 청와대 출입 기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치·사회, 민생·경제, 외교·안보 등 세 가지 주제로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다음은 문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Q.문재인 대통령의 신뢰에 대해서 묻겠다. 먼저 남북관계 관련한 신뢰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답방 여건의 마련을 위해 남북이 같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북한은 사실상 거부했고 미국에서도 제재 완화와 관련해 앞서가지 말란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그리고 김 위원장 답방에 대해 여전히 신뢰하나. 아울러 검찰과 관련된 신뢰에 대해 묻겠다.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국민의 신뢰를 받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는 분이라 격려했다. 하지만 이후 항명 논란이 있었다. 여전히 대통령은 윤 총장을 신뢰하나. -두 가지 다 참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지금 남북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 모두 현재 지금 낙관할 수도 없지만, 비관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께서 김 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한 과정 때문에 논란이 좀 있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한미일 3국 안보당국자 간 회의를 위해 방미 했을 때 사전 예정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로 불러서 김 위원장에게 생일축하의 메시지를 꼭 좀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물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별도로 친서를 똑같은 내용으로 북측에 보냈다. 저는 그 사실이 아주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많은 분들은 ‘뭔가 도발적 행위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까지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메시지를 보내면서 대화 메시지를 여전히 강조한 것은 대단히 좋은 아이디어였고, 높이 평가를 하고 싶다. 북한도 그 친서를 수령했고 또 그에 대한 반응을 즉각 내놨다. 두 정상 간 친분관계도 다시 한번 더 강조를 했고 북한의 요구가 수긍돼야만 대화할 수 있단 대화의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지금 북미 간 대화가 활발한 상태는 아니지만 여전히 대화를 이뤄가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양 정상 간 신뢰는 계속되고 있고 그런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남북 간도 마찬가지다. 남북 간도 외교란 것은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더 많이 있다. 북미관계 대화의 교착 상태와 맞물리면서 남북관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러나 대화를 통해 협력을 늘려나가려는 노력들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 충분히 잘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면서 추진해 나가고 있다. 윤석열 총장의 검찰은 어제부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만 아니라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제도적인 개혁작업이 끝났다. 검찰의 권한이 과거보다 줄긴 했지만 검찰은 여전히 주요 사건들의 직접 수사권을 갖고 있고, 경찰이 직접 수사권 갖는 사건에 대해서도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수사를 지휘 통제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검찰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기소권도 공수처에서 판검사 기소권만 갖게 되고 나머지 기소권은 여전히 검찰의 손에 있기 때문에 검찰의 기소독점도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간 기소되는 판검사 수가 몇 명이나 되겠나. 거의 대부분 국민들은 여전히 검찰의 기소독점상태에 있다. 그래서 개혁 이 부분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리고 검찰의 개혁은 검찰 스스로 우리가 주체라는 그런 인식을 가져줘야만 가능하고 또 검찰총장이 가장 앞장서 줘야만 수사 관행 뿐 아니라 조정문화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의 수사와 검찰의 개혁이란 여러 가지 과정들이 청와대에 대한 수사와 맞물리면서 그것이 조금 무슨 권력투쟁 비슷하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는데 아시다시피 검찰개혁은 그 이전부터, 정부 출범 이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작업이고 청와대 수사는 오히려 그 이후에 끼어든 그런 과정에 불과하다. 두 가지를 결부시켜서 생각해주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고, 검찰뿐 아니다. 우리 청와대, 검찰, 국정원, 국세청, 경찰 이런 모든 개혁기관들은 끊임없이 개혁 요구를 받고 있다. 그것은 자칫 잘못하면 이런 기관들이 원래 가진 법적 권한을 뛰어넘는 초법적인 권력이나 권한 지위를 누리기가 쉽기 때문에 그런 것을 내려놓으란 것이 권력기관 개혁요구의 본질이다. 검찰로선 아마도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자꾸 검찰을 보고 나무라느냐란 점에 대해서 억울한 점을, 그런 생각을 가질지 모르겠다. 검찰의 엄정수사 위해선 누구나 국민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는 바이고, 그런 과정에서 수사권이 절제되지 못한다거나 피의사실공표가 이뤄져서 여론몰이를 한다거나 초법적 권력 권한이 행사된다고 국민이 느끼기 때문에 검찰이 정의론 대한민국 위해 앞장서서 가장 많은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 점을 검찰이 겸허히 인식한다면 검찰개혁을 빠르게 이뤄나가는데 훨씬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평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검찰의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나 또는 과거의 권력에 대해서나 또는 검찰 자신이 관계되는 사건에 대해서나 항상 엄정하게 수사돼야 한다. 어떤 사건에 대해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수사의 공정성에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은 검찰 스스로가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 어쨌든 윤석열 총장은 이른바 엄정한 수사,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수사 이런 면에서는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 점에 대해서 검찰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조금 더 분명히 인식하면서 국민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는 검찰 조직문화라든지 수사 관행 이런 부분을 고쳐 나가는 부분까지 윤 총장이 앞장서 준다면 국민들로부터 훨씬 더 많은 신뢰를 받게 되리라고 믿는다.Q.검찰 고위간부직 인사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윤 총장의 손발을 잘라내는 인사가 아니었느냐는 시각도 있다. 이 충돌을 문 대통령은 어떤 시각에서 보고 있는지. -법무부 장관이 검찰 사무의 최종 감독자라는 것은 제가 말한 게 아니라 검찰청법에 규정된 것이고, 저는 그 규정을 말한 것이다.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은 항시 계속되는 것이지만, 그런 수사나 재판하고는 별개로 정기 인사는 항상 이뤄져 왔다. 이 부분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수사권은 검찰에 있다. 그러나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 검찰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하는 것이다. 검찰청법에도 검사의 보직에 관한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돼 있고 법무부 장관은 그 제청에 있어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 것으로 그렇게 규정돼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럼 총장은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인사의 어떤 큰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검찰 수사가 특수부로 너무 편중돼 있어서 형사부나 공판 여러 직역의 공평한 발탁이 필요하다는 말을 대통령이 여러 번 강조한 바 있기에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번 인사가 고검장과 지검장 승진인사였기 때문에, 어느 기수까지 승진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이런 의견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나아가선 인사대상자가 될 만한 사람들에 대한 인사평가 자료를 전달해 참고하게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사 때문에 특별한 문제 있다면 특별히 고려할 사안에 대한 의견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법무부 장관이 그 의견을 들어 인사안을 확정하고 그를 대통령에 제청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보도에 의하면 법무부 장관이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 보여줘야만 그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인사에 관해 의견을 말해야 할 총장이 법무부 장관이 와서 말해달라 그러면 그것도 얼마든지 따라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제3의 장소에서 명단을 가져와야만 할 수 있겠다라고 한다면, 그것도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야말로 아까 제가 말씀드린 초법적 권한, 또는 권력을 누린 것이다. 아마도 과거에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검찰 선후배였던 시기에 그때는 서로 편하게 또는 밀실에서 그런 의견교환이 이뤄졌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진 세상인 만큼 내용은 공개되지 않더라도 총장의 인사개진, 법무부 장관의 제청 이런 절차는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한건으로 저는 윤석열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 인사위에서 제청을 하게 돼 있을 때 그 제청의 방식, 또는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돼 있을 때 말하는 방식이 정형화돼 있지 않다. 그리고 제청이나 의견을 말하는 게 어느 정도의 인사에서 비중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라는 점에서도 정립돼 있지 않고 애매모호한 점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 일은 그런 의견을 말하고 제청하고 하는 그런 식의 방식이나 절차가 아주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일단 판단하고, 이번을 계기로 의견을 말하고 제청하는 절차가 투명하게 국민이 다 알 수 있도록 분명하게 정립돼나가기를 바란다. Q.하명 수사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 울산과 청와대, 검찰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울산 공공병원 등 각종 사업들이 검찰 수사와 맞물려 유관 부처에서 소극적으로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공공병원이라는 것은 산재모병원이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보다 융통성 있는 표현으로 공공병원이라는 표현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2012년 대선 때 공약했고, 2017년 대선 때 다시 한번 공약했고 실제로 지역에서 논의는 참여정부, 또는 훨씬 이전부터 논의돼왔다. 그 이유는 울산이 광역시인데 유일하게 광역시도 가운데 공공병원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병원이 타당성 평가라는 벽을 넘지 못했기에 오랫동안 이뤄지지 못하다가 국가균형발전사업 차원에서 각 지자체로부터 의견을 들어서 지자체당 평균 1조원 정도 규모의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을 허용했는데, 그 가운데 산재모병원이 포함돼 가능하게 된 것이다. 사업 취지는 검찰 수사와 무관하게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마 검찰 수사는 그 과정에서 뭔가 위법한 일이 있지 않았냐 하는 부분을 수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검찰 수사는 엄정하게 되어야 할 것이다. 관계없이 산재모병원이라는 사업의 추진은 아무런 변동 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약속을 드린다. Q.정세균 신임 총리가 협치내각 구성을 대통령에게 제안하겠다고 했는데 수용하실 의사가 있으신지 궁금하다. 또 취임 초반에 강력하게 드라이브 걸었던 개헌이 수면 아래로 내려간 것 같다. 여전히 의지를 갖고 계시는지 말씀해달라. -협치야말로 우리 정치에서 가장 큰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정세균 총리를 후보자로 지명할 때 저도 정 총리도 함께 고심을 많이 했는데 그 이유는 아시다시피 국회의장을 했기 때문에 삼권분립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분을 발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분이 국회의장을 하셨고 늘 대화하고 협력하는 데 역할을 많이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 사이에서 협치의 정치를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당연히 다음 총선 지나고 나면 야당 인사 가운데서도 내각에 함께 할 수 있을만 한 분이 있다면 함께하는 그런 노력을 해나가겠다. 내각제에서 하는 연정과는 다르기 때문에 정당별로, 일률적으로 배정되거나 특정 정당에게 몇석을 배정한다거나 하는 이런 식은 어려우리라고 본다. 그러나 전체 국정철학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해당 부처의 정책 목표에 공감한다면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협치가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방금 말씀드린 노력은 이미 제가 전반기에 여러 차례 했었다. 언론에 보도도 있었지만 야당 인사에 입각 제안했었고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비중 있는 통합의 정치, 협치의 상징이 될만한 분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모두가 협치나 통합의 정치라는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아무도 수락하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 우리의 정치 풍토, 우리의 정치 문화 속에서는 저는 그분들이 당적을 버리지 않고 기존 당적을 그대로 가지고 기존의 정치적 정체성 유지하면서 함께 해도 좋다고 제안했지만 그럼에도 우리 정부 내각에 합류하게 되면 자신이 속한 기반 속에서는 배신자처럼 평가받는 것을 극복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그 부분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그것은 바로 야당 파괴, 야당 분열 공작으로 공격받는 게 우리 정치 현실이다. 당연히 다음 총선 이후에 대통령이 그런 방식을 통한 협치에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총선 통해서 우리 정치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책임총리라는 이런 카테고리와 별개로 예를 들어 외교조차도 대통령의 외교를 분담해서 할 수 있도록 그런 여러 번의 순방의 기회를 드리기도 하고 순방 때 대통령 전용기를 내어드리기도 하고 매주 국회의장을 만나면서 함께 국무총리를 만나면서 함께 국정 논의하는 노력을 해왔다. 그런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Q.검찰개혁 입법이 국회에서 완료됐는데,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라 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여쭙고 싶다. 대통령께서 본 조국 전 장관은 어떤 사람이었나. 정치는 다수의 지지라 생각하는데, 대통령께서 끝까지 밀어붙인 배경을 허심탄회하게 말씀해달라. -공수처법과 검찰개혁,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의 국회 통과에 이르기까지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했던 기여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그분의 유무죄는 수사나 재판 과정을 통해서 밝혀질 일이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조국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국민들께도 호소하고 싶다. 조국 장관의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인해서 국민들 간 많은 갈등과 분열이 생겨났고, 그 갈등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 참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검경수사권 조정법안까지 다 통과됐으니 이젠 조국 장관은 좀 놓아주고, 그분을 지지하는 분이든 반대하는 분이든 앞으로 유무죄는 그냥 재판 결과에 맡기면 좋겠다. 이제 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끝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국민들께 드리고 싶다. Q.변화의 핵심, 정점은 개헌이다. 남은 임기 동안 개헌 추진 계획이 있는지, 권력 구조가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는지. -개헌은 정말 우리 정치 구조, 또 우리 사회를 근원적으로 바꿔내려는 저나 우리 정부의 어떤 철학 같은 것이 다 담긴 것이었고, 지방선거 때 함께 개헌하는 것이 정말 두 번 다시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무산된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그렇게 됐기 때문에 개헌에 대해서 대통령이 다시 추진 동력을 가지긴 어렵다 본다. 개헌이 필요하다면 개헌 추진 동력을 되살리는 것은 이제 국회의 몫이 됐다고 본다. 지금 국회에선 어렵겠지만 다음 국회에서라도 총선 시기 공약 등을 통해 개헌이 지지를 받는다면, 그다음 시기에 그다음 국회에서 개헌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고, 당연히 대통령은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인지 여부를 검토해서 대통령도 그에 대한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다. Q.대통령이 느끼는 국민들이 준 가장 큰 소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국회에서 굉장히 극한 대결이 펼쳐졌는데 이 부분을 협치의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여야정협의체를 다시 활성화할 계획이 있는가. -우리 정부의 소명은 촛불 정신이 정해줬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더 혁신적이고 또 포용적이고 공정한 경제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남북 간에도 이제는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의 시대 만들자는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시대와 국민이 부여한 소명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 여야 협의 부분은 정말, 이번 국회를 보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과제다. 국회가 지금처럼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민생경제가 어렵다고 다 이야기를 한다. 민생경제가 어려우면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함께 손을 잡고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말로는 민생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듯한, 이렇게 제대로 일하지 않는 것은 안된다고 본다. 국회와 정부가 (힘을) 합쳐서 국민을 통합의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해야지, 오히려 정치권이 앞장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다음 총선을 통해 그런 정치 문화가 달라지기를 바란다. 누차 강조하지만 손뼉을 치고 싶어도 한손으로는 칠 수 없다. 기억할지 모르지만 저는 (2017년) 5월 10일에 그냥 아무런 인수위원회 등의 과정 없이 약식 취임식을 했다. 그 전에 가장 먼저 한 일이 야당 당사들을 다 방문한 것이었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야당 대표와 야당 원내대표를 만났을 것이다. 야당은 끊임없이 변했다. 분당을 하고 합쳐지기도 해 대화 상대를 특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 속에도 가능하면 하고자 했다. 분위기가 좋으면 만나고, 안좋으면 안 만나지 않도록 아예 3개월에 한번씩 분위기가 좋든 나쁘든 무조건 만나자는 식으로 여야정 협의체에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조차도 지켜지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그에 대해서 대통령은 잘했는가, 책임을 다 한 것이냐고 말한다면 참 송구스럽기 짝이 없지만 어찌 되었든 협치의 어떤 의지를 갖고 있기에 국회에서 조금만 마주 손을 잡아 준다면, 또는 마주 손뼉을 쳐준다면 국민에게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려운 경제와 어려운 여건을 헤쳐나가는 길이고 하다. 현실적으로 지금 국회에서 되기는 쉽지는 않겠지만 남아있는 입법과제가 많은 만큼 최대한 유종의 미를 거둬주길 바란다. 다음 국회에서 거듭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Q.대통령은 지난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정부가 역량과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가진 듯하다. 현상 수준 유지인지, 취임 초 수준인지 부동산 안정화 정책의 목표를 말해달라. 이번 부동산대책 약효가 떨어질 때 보유세 강화로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닌지. -부동산 투기를 잡고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지난번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은 상당히 안정되는 것 같다. 단순히 더이상 가격이 인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일부 지역은 정말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만큼, 위화감을 느낄 만큼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었는데 가격 상승은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될 때까지 노력을 기울이겠다. 지난번 부동산 대책으로 모든 대책이 다 갖춰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번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다주택에 대해 초점을 줘서 지금은 9억원 이하 주택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생긴다거나 또는 부동산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바뀌며 전세가가 또 오르는 식으로 정책에서 기대하는 것 이외의 효과가 생길 수 있어 그런 부분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언제든 보완대책을 강구해나갈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대책이 오랜 세월 동안 그대로 효과가 계속 간다고 볼 수 없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워낙 과잉상태고 저금리 상태기 때문에 말하자면 갈 곳 없는 투기자본이 부동산 투기로 모이고 있고, 그래서 세계 곳곳에 우리보다 훨씬 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나라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도 똑같은 양상을 보여서 대책을 내놓으면 상당 기간은 효과가 먹히다가도 결국에는 다른 우회적인 투자수단을 찾아내고 하는 것이 투기자본의 생리이기 때문에 정부는 지금의 대책이 뭔가 조금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또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다. 어쨌든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보이고, 그 점에서는 언론도 협조를 바란다. 정부의 대책이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언론에서도 그 대책이 효과를 볼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봐주시면 효과가 먹힌다. 발표하자마자 언론에서 ‘안 될 것이다’라고 하면 그 대책이 제대로 먹힐 리가 없다. 언론에서도 서민 주거를 좀 더 보호하자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좀 함께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크게 보면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보유세는 실제로 강화되고 있다. 고가 주택과 다주택에 대한 종부세를 좀 더 인상하기로 했었고, 그 외 주택 보유세도 공시가격이 현실화하면서 사실상의 보유세 인상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거래세 완화 부분은 길게 보면 맞는 방향이지만 당장은 취득세, 등록세가 지방재정, 지방정부의 재원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당장 낮추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양도소득세의 경우에는 부동산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양도차익, 불로소득 과세이기 때문에 그걸 낮추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 부분도 앞으로 부동산 가격의 동정을 보아가면서 신중하게 검토해 나가겠다. Q.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인구통계를 보면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 넘는다. 이는 역사적으로 처음이다. 연방제에 준하는 국가, 지방 잘사는 나라를 공언했는데 수도권 집중을 막지 못했다. 지역균형발전 평가와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연말 주민등록상으로 수도권 인구가 50%를 넘었다. 주민등록인구가 실인구와 꼭 같지는 않다. 해외거주자도 있고, 실제 거주자는 50%를 조금 못 넘었을 것이라고 보는데, 그게 중요하진 않고 이러건 저러건 50%에 와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 참여정부 때 이미 49.5%까지 오른 바가 있다. 그 이후 참여정부가 시행한 국가균형발전이 제대로 될 때는 수도권 인구증가가 상당히 둔화했다가 그것이 약해졌을 때는 다시 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지금 드디어 50%를 넘어섰고 이런 식으로 편중되어가다가는 지방은 다 도산하겠다는 것이 단순한 수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균형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혁신도시를 발전시키고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그 자체는 다 완료됐다. 이제는 과거 균형발전 사업 연장선상에서 민간기업이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 우리 정부는 2단계 국가균형발전 사업으로 전체적으로 23개 사업에 25조원을 배정해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국가균형을 도모하는 사업을 지방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사업도 올해 예산에 10조원 넘게 배정했다. 또한 올해 지방소비세율이 과거 부가가치세의 11%였던 것이 21%로 10%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상당히 획기적 변화다. 지방분권의 핵심이 재정 분권에 있다고 보면 국세 지방세의 비중이 8 대 2에서 75 대 25로 높아질 것이고, 우리 정부 말에는 7 대 3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정부에도 계속해서 지방세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기관 이전 이후에 새롭게 생겨난 공공기관 이전이라든지 충남, 대전 지역에서 나오는 혁신도시 추가 지정 요구 등은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해나가겠다. Q.임기 반환점을 돌아서 후반기로 돌아가고 있다. 여러 가지 일들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국민들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좋지 않은 뒷모습을 보아야 했고 그것이 상처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문 대통령께서 임기가 끝난 후 어떤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가. 또 어떤 대통령으로 남기 위해 노력해왔나. -저는 대통령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 대통령 임기 이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정치와 연관을 계속 갖는다든지, 그런 것은 일체 하고 싶지 않다. 일단 대통령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 임기 후에는 그냥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 솔직히 구체적인 생각은 별로 안 해봤다. 임기 끝난 이후 좋지 않은 모습은 아마 없을 것이다. Q.올해 경제 성장률, 물가 실업률 등과 관련한 계획과 목표를 말해달라. 또한 ‘타다’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있다. 이해관계 충돌을 푸는 방법 마련하겠다 했지만 쉽지 않다. 복안과 구상을 말해달라. -제가 지난번 신년사에서도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많이 말씀드렸다. 제가 경제에 대해서 조금 긍정적인 말씀을 드리면 ‘우리 현실경제의 어려움을 모르고 안이하게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경제지표는 늘 긍정적 지표, 부정적 지표가 혼재한다. 제가 지난번 신년사 때, 신년사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지표를 보다 많이 말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제가 말한 내용은 전부 사실이다. 부정적 지표를 말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제가 말한 내용에 대해선 전부 사실이다. 그 점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있다면 지적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경제의 부정적인 지표는 점점 적어지고 긍정적인 지표는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전망도 국내외적으로 일치하다. 아마 이달 하반기쯤 되면 추정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 정도 될 것이라고 정부는 판단한다. 과거 지난 우리 경제성장에 비하면 성장률이 많이 낮아진 것이지만, 전체 세계를 놓고 보면 비슷한 3050클럽, 국민 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천만 이상 정도의 규모를 갖춘 국가들 가운데서는 미국 다음으로 2위를 기록한 결과다. 아주 어려움 속에서 선방했다 생각한다. 신년에는 그보다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국제경제기구나 우리나라의 한국은행을 비롯한 경제연구소의 분석이 일치한다 실제로 작년 12월 정도 기점으로 수출이 좋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달도 1월 1일부터 1월 10일까지의 수출은 모처럼 5.3% 증가했다. 물론 1월 설 연휴가 있기 때문에 월간 기록이 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일별 평균 수출액은 분명 늘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도 연초에 기분 좋게 출발하고 있다. 주가가 많이 오른다는 것은 결국 주가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미래 전망을 외국 투자가나 국내 투자가들이 밝게 본다는 뜻이다. 거시경제가 좋아진다고 해서 국민들 개개인의 삶에서 체감하는 경제가 곧바로 좋아진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거시경제가 좋아지는 이 계기에 실질적인 삶의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타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규제 혁신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규제혁신에서 속도 내고 있다. 실제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타다 문제처럼 신구산업 간의 사회적 갈등이 생기는 문제를 아직 풀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런 문제 논의하는 사회적 타협기구들이 건별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통해 기존의 혁신하는 분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타다 같은 보다 혁신적인 사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임명에 대해 노조와 시민단체가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기업은행장 인사에 대해 당시 민주당은 관치금융의 폐해라고 지적해 인사가 무산된 바 있다. 그때는 반대하고 지금은 왜 낙하산 인사를 하는지에 비판이 있는데. -과거에는 민간 금융기관과 민간 은행장들까지 인사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개입을 했었다. 그래서 관치금융이니 낙하산 인사니 하는 평을 들었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투자한 국책은행이고 정책금융기관이다. 일종의 공공기관과 같다. 인사권이 정부에 있다. 변화가 필요하면 외부에서 수혈하고 안정이 필요하면 내부에서 발탁한다. 윤 행장은 자격이 미달하는 인사라면 모르겠지만, 경제금융 분야에 종사해왔고 과거 정부 때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도 했다. 우리 정부에서는 청와대 경제수석을 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도 역임했다. 경력 면에서 전혀 미달 되는 바가 없다. 그냥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내부 발탁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기업은행의 발전과 기업은행이 해야 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역할을 얼마나 더 활발히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에서 인사를 봐달라고 노조에 부탁하고 싶다. Q.지난 한 해 인구 증가 수가 2만 3802명이다. 인구절벽은 국가소멸 문제와 맞닿아 있다.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많은 열정 보였는데,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산·고령화 문제, 인구의 수도권 집중 문제를 재점검하고 재설계할 의향은 없는지. -실제로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는 것은 단순히 사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돈, 기업 등 경제력이 다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방은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방이 어렵다는 것이 그냥 말로만의 어려움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지방의 기초자치단체들은 지역 인구가 줄어나가면서 기초자치단체로서의 인구요건에 미달되는,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돼야 하는 그런 상황에 처한 기초자치단체들이 많다. 심각한 문제다. 지역이 수도권보다 출산율이 높다. 그래서 출산율이 낮아서 인구가 주는 것은 전혀 아니고, 지역의 출산율이 높지만, 젊은이가 희망 가질 수 있는 일자리가 적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서울로, 서울로 유출되면서 지방 인구가 줄어든다. 이 흐름을 반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비상사태를 말했는데 꼭 그렇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마음으로, 자세로 하자는 뜻으로 이해하겠다. 그렇게 노력해나가겠다. Q.북한은 그간 리비아, 이라크 등 여러 국가 사례를 자신들의 핵 보유 정당화를 위해 사용해왔다. 현재 이란 사태를 북한이 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한 이후 미국이 북한 핵을 포기하게끔 어떻게 설득할 수 있고 북한과 맺게 될 합의가 변경되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제가 높은 평가를 한다고 한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 당시 미국은 국내적 상황도 있지만 이란 문제도 있고 여러 복잡한 일들이 많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생일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은 그런 상황에서도 미국이 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여전히 가장 중요한 외교 상대방으로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정상 간 친분을 유지하며 대화를 계속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이 연말이라는 시한을 설정한 바가 있어서 그 시한을 넘어가면 북미 간 대화 관계가 파탄 나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분이 많았지만, 북한은 그 시한이 넘어서도 여전히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 물론 ‘북한의 요구 조건을 미국이 수긍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는 대화 조건을 강조하긴 했지만, 그건 북한의 종전 주장과 달라진 바 없다. 북한 역시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고 대화를 하고 싶다는 뜻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문제는 미국이 국내적으로도 대선이 본격적 국면에 들어서게 되면 이젠 북미 대화를 위해서 시간 자체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북미 간 많은 시간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화가 단절된 것은 아니지만 대화가 여전히 진전되지 못하고 있고 교착상태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대화 교착이 오래된다는 것은 결국은 상황을 후퇴시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북미 간 최대한 빨리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 정부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년사에서 밝힌 것은 이제 북미 대화만 바라보고 있을 게 아니라 교착상태에 놓인 만큼 남북 간에서도 이 시점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현실적 방안을 찾아서 남북관계를 최대한 발전 시켜 나간다면 그 자체로도 좋은 일일 뿐만 아니라, 북미 대화에 좋은 효과를 미치는 선순환적 관계를 맺게 될 것이란 뜻을 말씀드렸던 것이다. 아직은 북미 대화의 성공 가능성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싶다. Q.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셨는데, 유엔을 필두로 한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있다. 제재 완화에 조건이 부과될 수 있는지, 북한과의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서 제재 일부를 완화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대북제재는 대북제재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대북제재를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것에 제재의 목표가 있다. 그래서 북한이 비핵화에 있어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당연히 미국이나 국제사회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그 조치 속에는 대북제재 완화도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어떤 조치를 취할 때 어떤 정도의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있을지 또는 대북제재 완화의 조건으로 북한이 어디까지 비핵화 조치를 취할 지라는 서로 간의 상응 조치를, 어떻게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지라는 것이 지금 북미 대화의 과제다. 북미 간에 이 필요성, ‘북한의 비핵화와 상응조치’라는 원론에 대해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가 교착상태에 있는 것이다. 교착상태를 돌파하기 위해서 미국도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나가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누차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북미 대화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남북 관계에서도 할 수 있는 최대한 협력 관계를 넓혀나간다면 북미 대화를 촉진할 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 북한에 대한 제재에 대해서 일부 면제나 예외조치를 인정하는 데 대한 국제적 지지를 넓힐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본다. Q.얼마 전 대통령께서 중국을 방문했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방한 예정이라고 말씀하셨다. 올해 한중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는가. 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예정돼 있다.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리게 되는데, 그때는 리커창 총리께서 오시기로 예정돼 있다. 중국의 두 분 국가지도자들의 방한은 한중관계를 획기적으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또 한국과 중국은 2022년 수교 30주년을 맞게 된다. 이를 계기로 한중관계를 한 단계 더 크게 도약시켜나가자는데 양국 지도자들의 생각이 일치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2021년과 2022년을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해 보다 활발한 문화 교류와 인적교류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 사업과 한국 정부가 역점을 두는 신남방정책·신북방정책의 접점을 찾아 함께해나가는 데도 속도를 낼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실제로 중국은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줬다. 거기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하루아침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오랜 적대 관계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평화를 찾아 나가는 여정은 긴 여정이라서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할 때까지 중국이 끊임없이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저희가 함께 협력해 나갈 것이다. Q.대통령께서는 평창올림픽 당시 한미군사훈련 중단 가능성을 말씀했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변했다. 미국 쪽에서 한미군사훈련이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서 재검토·재협의를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한국 정부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우선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한미동맹은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 또 한미 간에 긴말한 소통과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가 현재의 남북관계 발전 그리고 북미 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되돌아보면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을 통해 한반도가 완전히 위기상황이었을 때 저는 2017년 한 해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3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7차례 통화를 하면서 평창올림픽에의 북한 참가를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유예할 수 있다는 결정을 이끌어냈다. 그것을 통해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가 봇물 터지듯 터진 것이고 남북 간 대화는 곧바로 북미 간 대화로 이어졌다. 북미 간 대화가 본격화하고 난 이후에는 남이나 북 모두 북미 대화의 진전을 지켜봤다. 왜냐하면 북미 대화가 타결되면 남북 협력의 문이 더 활짝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들어가서 한편으로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되살리는 한편 남북 간에도 북미 대화만 쳐다보는 게 아니라 남북 간 할 수 있는 최대한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이견이 없으며,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에 대해 충분히 협력할 것이다. 구체적 문제에 대해 답변 드리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Q.작년 말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해 나가자고 한 것은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양국 간 갈등 문제가 놓여 있다.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어떤 해법을 구상하고 있는지. 또 대통령은 임기 안에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의 관계 개선을 낙관하는지.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아베 총리와 만날 생각이 있는지. -일단 한일 간에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의 문제가 있고, 그 문제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문제가 생겨났고, 그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로 연결됐다. 크게는 세 가지 문제이다. 그 문제들 외에 한일관계는 대단히 건강하고 좋은 관계라고 말씀드린다. 한일관계를 더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겠다는 의지, 한국이 일본을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 여기고 있다는 자세들은 확고하다고 말씀드린다. 지금 국제경기가 어렵다. 그래서 양국이 오히려 힘을 합쳐 어려운 국제경기에 대응해 나가야 할 시기인데, 이런 어려운 문제들, 특히 수출규제를 통해서 한국기업뿐 아니라 일본기업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게 생각된다. 우선 일본의 수출규제, 지소미아 문제 등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빨리 해결한다면 양국 간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강제징용 판결도 한국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 입법부도 법안을 발의하는 등 입법부 차원에서 노력했다. 원고 대리인단이었던 한일 변호사들, 한일 시민사회들도 공동협의체 구성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 정부는 그 협의체에도 참여할 의향 있다. 어쨌든 일본도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면서 한국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본다. 한국 측이 제시한 해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의 수정 의견이 있다면 수정 의견을 내놓고 한국이 제시한 방안과 일본이 수정 제시한 방안들을 함께 놓고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나간다면 충분히 해결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 해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는 해법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동의 없인 한일 간 정부가 아무리 합의해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위안부 합의 때 아주 절실히 경험한 바 있다.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점에 좀 충분히 염두에 두면서 방안을 마련하면 양국 간에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고, 지금 강제집행 절차에 의해서 강제 매각을 통한 현금화가 이뤄지는데, 많은 시간의 여유가 있지 않기 때문에 한일 간 대화가 더 속도있게 촉진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선 한국 정부가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도쿄올림픽은 남북 간에 있어서도 일부 단일팀 구성이 합의돼 있고 공동입장 등의 방식으로 한반도를 위한 평화 촉진의 장으로 만들어 갈 수도 있다. 한일관계 개선과 교류를 촉진하는 그런 기회로도 삼을 수 있다. 평창올림픽 때 아베 총리가 개막식에 참석했듯 도쿄올림픽에도 한국에서 고위급 대표가 참석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역시 한일관계 문제를 근본적으로 푸는 좋은 계기가 되기 바란다. Q.신년사에서 남북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북한은 지금도 남한 불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북관계 증진을 위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안이 있나. 또한 미국이 압박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방위비분담금 협상 문제에 대한 견해는. -외교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훨씬 많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외교는 당장 내일의 성과만을 바라보고 하는 것은 아니다. 1년 후, 2년 후, 긴 미래를 바라보면서 하는 것이다. 북한의 메시지를 잘 보더라도 비핵화 대화는 북미 간의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고,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남북 협력을 위한 남북 대화를 거부하는 메시지는 아직 전혀 없는 상태다. 남북 간에도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않고 남북 협력을 조금 증진하면서 북미 대화를 촉진해나갈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제 제재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북이 할 수 있는 협력에 있어서 여러 가지 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한된 범위 안에서 남북 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우선 접경지역 협력을 할 수 있다. 또한 관광, 개별 관광 같은 것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스포츠 교류도 있다. 도쿄올림픽 공동 입장, 단일팀 구성뿐 아니라 나아가 2032년 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도 이미 합의한 사항이다. 그 부분을 추진할 구체적인 협의도 필요하다. 남북관계에 대해 협력해 나가는 데 있어 유엔 제재로부터 예외적인 승인이 필요하다면 그 점에 대해서 노력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남북 관계는 우리 문제라서 우리가 조금 더 주체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 우리가 가장 중요히 여길 것은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교민의 안전 문제일 것이다. 또한 원유 수급이나 에너지 수송 문제도 관심을 가질 대상이다. 한미동맹도 고려해야 하고 이란과도 외교관계가 있어서 그 전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진전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거리가 많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한국으로서는 기존의 방위비 분담 협상의 틀 속에서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다. 또 방위비 분담 협상안은 국회 동의받아야 하는 데 국회의 동의도 그 선을 지켜야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어쨌든 미국과 점점 서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고 서로의 간격도 좁혀지고 있어 빠른 시일 내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혁신도시 추가 지정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관련해서 총선을 거치며 검토하겠다고 했다. 검토 방식을 말하는 것인지 시기를 말하는 것인지. -원래 혁신도시는 국가균형발전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혁신도시를 지정하며 수도권은 제외했다. 수도권은 혁신도시라는 추가적 발전 방안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경기도 쪽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혁신도시가 지정됐지만 충남·대전 쪽은 제외됐다. 그 이유는 그 당시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이전한다는 개념이 있었기에 충청·대전은 신수도권 지역이 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수도는 실현되지 않았다. 더 현실적으로는 세종시가 커지면서 세종시 쪽으로 인구 등이 흡입되는 것이 충남과 대전 경제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들이 있다. 그래서 충남과 대전에서는 추가로 혁신도시를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오래전부터 해왔고, 그를 위한 법안도 국회에 계류돼있다. 그 법안이 통과되면 그에 따라서 최대한 지역에 도움 되는 방향을 찾아 나가려 한다. Q.부동산과 관련해 ‘가격 상승은 원상 회복돼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기준이 언제라고 생각하시는 건지. 대통령이 원상 회복하시겠다고 하면 집 없는 서민들은 집을 안 사고 마음 놓고 기다려도 되는 것인가. -대답이 불가능한 질문이다. 그런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라고 생각해달라. 서울의 일부 특정지역, 일부 고가주택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높은 주택 가격은 정말 많은 국민에게 상실감을 준다. 그런 문제를 반드시 잡겠다는 것이다. 너무 이례적으로 가격이 오른 지역, 아파트에 대해서 가격을 안정화하는 정도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이해해달라. 궁금증이 충분히 해소됐는지 모르겠다. 늘 이렇게 짧다. 지난해와는 다르게 신년사와 별도로 기자회견을 구분해서 진행했는데, 신년사에 더해서 국민들의 궁금증을 많이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더 늘리려는 의지로 봐주기 바란다. 아까 협치에 대한 질문도 나왔지만, 사실 우리 정치를 보면 우리의 현실이 어려운 만큼 소통과 협치, 통합과 같은 것이 참으로 절실한데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거꾸로 가고 있다. 정말 대통령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물론 그 가운데 상당한 부분은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다 미루려는 뜻은 없다. 어쨌든 대통령으로서도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중 한 방향은 우선 국민과 더 많은 소통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다음에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새로운 국회와도 더 많은 소통을 통해 협치의 노력을 해나가고, 이를 통해 우리 경제를 살려 나가는 더 강력한 힘을 얻어내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주시기 바란다. 오늘 좋은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늘 다짐하는 바지만 이렇게 기자들과도 소통하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 감사하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검찰개혁 입법 완료, 형사사법체계 조기 정착에 힘쏟아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검찰청법 개정안까지 처리해 검경 수사권 조정이 완결됨으로써, 지난해 12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회 통과 이후 문재인 정부의 최대 숙원인 검찰개혁을 위한 입법이 완료됐다.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린 뒤 8개월여 만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6개월 뒤부터는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으면서 수사를 시작할 수도 있고, 죄가 안 된다면 독자적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도 있게 됐다. 경찰 창설 이래 최대의 숙원을 풀게 된 것이다. 검찰은 공수처 설치로 기소독점권이 깨진 데 이어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잃게 됐다. 이제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이라는 용어 자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경찰의 재량권을 대폭 늘리고, 검찰의 권한은 줄여 검경의 수직적 관계를 상호협력 관계로 재설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정 법률에는 경찰이 1차적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을 갖고, 검찰은 기소권과 함께 특정 사건에 관한 직접 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및 시정조치 요구권 등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 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의 수사 구조가 획기적으로 바뀌는 형사사법체계의 대변혁이라고 할 만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만큼 조기 정착하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무엇보다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게된 경찰이 해야 할 일이 많다. 많은 국민들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 찬성했지만, 경찰 수사를 불신하는 것도 사실이다. 교통사고 피해자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로 둔갑했다는 하소연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들린다. ‘화성 8차사건’, ‘낙동강변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사건’ 등 경찰의 강압수사 흑역사는 검찰의 공안사건 조작만큼이나 많다.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과거의 악습을 끊고 국민의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비대해진 경찰을 제어하기 위해 경찰개혁법 처리 등 후속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계획대로라면 경찰은 치안과 정보를 담당하는 일반경찰과 수사를 맡는 수사경찰로 분리하게 된다. 각 시도에는 자치경찰을 두고, 가칭 국가수사본부 설치도 서둘러야 한다. 수사권 조정의 목적은 검찰과 경찰이 국민의 안전과 인권 수호를 위해 상호견제 및 협력하면서 권력을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행사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검경 모두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사설] ‘추미애표 검찰개혁’, 정치적 중립은 보장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을 전격 재가했다. 법무부 장관직이 80일이나 공석이었다는 점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송부 시한이 끝나자마자 재송부를 요청하지 않고 곧장 임명한 것은 아쉬운 측면이다. 추 신임 법무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부터 예고됐듯이 검찰개혁과 관련해 정치공방의 한가운데 서 있다. 여당은 조속한 검찰개혁을 당부한 반면 야권은 ‘국회를 무시하고 절차 민주주의를 형해화했다’고 날 선 비판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도 추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법무)장관이 검찰사무의 최종 감독자라고 규정이 돼 있기에 규정 취지에 따라 검찰개혁 작업을 잘 이끌어 달라”며 “검찰 내부에서 소외된 검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시작은 수사관행이나 수사방식, 조직문화 혁신”이라고 구체적으로 개혁의 방향과 내용을 밝혔다. 추 장관은 “인권을 중시하면서도 정확하게 범죄를 진단하고 응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검찰 본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검찰개혁을 공개적으로 제시한 셈이다. 권력기관의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이다. 이런 관점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도 바라봐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치되면 일부 완화되지만, 기소독점권을 거머쥔 검찰의 권한을 분산해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취지에는 국민 대다수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일부 확대하고 경찰의 일방적 수사 종결을 막는 조항을 신설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선진국처럼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하길 기대했던 국민들은 두 권력기관의 ‘밥그릇 싸움’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은 더는 ‘과잉수사’나 ‘표적수사’, ‘제 식구 감싸기’ 등에 공권력을 남용한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추 신임 법무장관도 국민의 염원인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앞세워 여당이 권력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추 장관이 청문회에서 공언한 ‘검찰 조직 재편’을 앞두고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정면충돌이 예상하되지만, ‘기관과 기관의 대화’를 통해 적극 검찰과 소통하길 바란다. 법무장관의 권한인 검찰인사권 등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면 검찰·법무 개혁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추 장관이 ‘검찰 길들이기’라는 오해를 불식시키면서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 [서울광장] 장강의 뒷물결과 검찰개혁/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장강의 뒷물결과 검찰개혁/박홍환 논설위원

    #에피소드1 김대중 정부 마지막 해인 2002년 1월 13일 늦은 밤 대검 기자실. 굳은 표정으로 기자실에 들어선 이중훈 대검 공보관이 신승남 검찰총장의 사퇴의사 표명 소식을 짤막하게 전했다. 반년 가깝게 온 나라를 뒤흔든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된 신 총장 동생이 이날 차정일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되자 신 총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야당의 탄핵 공세 속에도 완강히 자리를 지켰던 신 총장은 결국 2년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7개월 만에 사퇴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특검팀 수사는 운 좋게 비켜 갔지만 신 총장은 같은 해 7월 친정인 검찰에 소환돼 밤샘조사를 받고, ‘이용호 게이트’ 수사기밀 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에 연루된 검찰간부만 최소 5명이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01년 9월 대검 중앙수사부는 이용호씨에게서 수천만원을 받은 신 총장 동생을 소환조사하고도 “스카우트 비용”이라는 해명만 믿고 무혐의 처분했었다. 만약 이때 검찰이 제대로 철저하게 수사했다면 특검은 꾸려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계를 더 거꾸로 돌려 2000년 5월 서울지검 특수2부는 이용호씨를 긴급체포하고도 하루 만에 석방했다. 같은 해 7월 이씨에 대한 수사는 불입건 종결됐다. 만약 이때 검찰이 엄정한 사정의 칼을 휘둘렀다면 재수사-특별감찰본부 수사-특검팀 수사-재재수사로 이어진 국력낭비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에피소드2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11월 11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경찰의 소환에 여러 차례 불응하던 김 전 차관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을 반려했다. 이듬해 7월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온 여성 이모씨가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고소하자 재수사가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같은 해 12월 30일 또다시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수사를 끝냈다. 이른바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은 그렇게 막을 내리는 듯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찰과거사위원회 활동을 통해 이 사건은 또다시 무대 위에 올려졌다. 지난 3월 세 번째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김 전 차관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지만 김학의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피해여성 측 대리인과 여성단체들이 최근 사건을 다시 수사해 달라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배당해 또다시 수사하고 있다. 검찰의 첫 번째 수사가 엄정했다면 이렇게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는 7월쯤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마침내 문을 연다. 2020년은 검찰개혁의 원년임에 틀림이 없다. 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제 검찰만이 기소권을 갖고 사건을 제멋대로 주물렀던 65년의 흑역사가 막을 내리게 됐다. 판검사 및 경찰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 및 기소권을 갖게 됐고 다른 고위공직자들의 범죄 수사도 공수처가 검찰보다 우선권을 갖는다.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는 용납되지 않는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첫 번째 사례가 어떻게 바뀔까. 이용호씨를 처음으로 수사했던 서울지검 특수2부는 검찰 간부들의 이씨 옹호를 예사롭게 넘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때 검찰총장 동생이 수사선상에 올랐다면 지체없이 공수처에 관련 내용을 통보해야만 한다. 이후 공수처 수사를 통해 곧장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간부 소환조사를 거쳐 처벌까지 일사천리로 이어지게 된다. 두 번째 사례 또한 6년간이나 이어질 까닭이 없다.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내사를 거쳐 첩보의 신빙성이 어느 정도 확인되면 관련 내용을 공수처에 넘기게 된다. 공수처는 즉각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할 것이다. 김 전 차관이 소환에 불응하면 직접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수도 있다. 법원의 판단이야 별개지만 기소까지 6개월을 넘기지 않았을 것이다. 장강(長江)의 뒷물결은 도도하게 흘러와 앞물결을 밀어낸다. 검찰개혁은 버티거나 거스를 수 없는 장강의 물결과 같다. 형사소송법 195조(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에 규정된 검사의 수사의무를 소홀히 한 대가는 혹독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기소독점권에 취해 자기혁신을 게을리하지 않았는지 깊이 되돌아보길 바란다. 위기의 해법도 거기에 있다. stinger@seoul.co.kr
  • 입 뗀 윤석열 “돈·권력으로 국민 선택 왜곡 땐 엄정 대응”

    입 뗀 윤석열 “돈·권력으로 국민 선택 왜곡 땐 엄정 대응”

    尹총장 신년사서 공수처 관련 입장 없어 즉시 통보 조항·野 실질 비토권 등 논란 4+1 “통보 기한 명시” 부랴부랴 보완책 보수野 반발 여전… 21대 국회 공방 지속 일부 “4+1 공조땐 수장 野비토권 무력화”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65년간 유지된 검찰의 기소독점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검찰이 ‘독소 조항’이라며 반발한 통보 조항(공수처법 24조2항)을 비롯해 공수처장, 공수처 검사의 독립성 등 남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어 내년 7월 출범 전까지 공수처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3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수처법 통과에 막판 장애물이었던 이른바 ‘즉시 통보’ 조항 논란은 21대 국회까지 이어진다.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검찰과 야당의 극렬한 반발에 부딪히자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는 국회 본회의에 앞서 보완책을 마련했다. 공수처장이 다른 수사기관이 인지한 고위공직자 범죄를 통보받은 경우 수사 개시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회신하도록 수사처 규칙에 명시하도록 한 것이다. 해당 조치는 21대 국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공수처장 임명 때 야당이 실질적인 비토권을 갖는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공수처장은 국회 공수처추천위원회가 추천한 2명 중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공수처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 여야 각 2명씩 7명으로 구성되는데, 야당은 “야당 몫이 2명이라고 해도 언제든 비토권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4+1 협의체는 “7명의 위원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후보자로 추천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합리적인 공수처장이 임명되지 않으면 ‘조국 사태’를 두고 청와대와 검찰이 여론전을 펼쳤던 것처럼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공수처를 구성할 검사들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당초 변호사 경력 10년 이상에 ‘재판·수사·조사 업무 10년’의 자격 요건이 ‘재판·수사·조사 업무 경력 5년 이상’으로 축소되면서 검찰 개혁에 적극적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유입될 거란 전망이 제기돼서다. 다만 민변 측은 각종 조사단에서 5년 경력을 채운 법조인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민변 부회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공수처의 독립성을 위해서는 검사 일변도가 아닌 판사, 변호사 등 다양한 배경의 법조인들이 기용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수처법 통과 후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던 검찰은 31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신년사에서도 그 기조를 이어 나갔다. ‘공수처에 대한 더이상의 반발은 득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윤 총장은 공수처법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없이 “부정부패와 민생범죄에 대한 국가의 대응 역량이 약화되는 일이 없도록 국민의 검찰로서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내년 4·15 총선과 관련해서도 “선거 범죄에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선거 건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단순히 기계적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누구라도 돈이나 권력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왜곡하는 반칙과 불법을 저지른다면 철저히 수사해 엄정 대응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향후 고강도의 검찰개혁이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형사사법 관련 법률의 제·개정으로 앞으로 형사절차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우리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자세로 중단 없는 개혁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사설] 공수처법 통과,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 기대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발의 뜻으로 퇴장한 가운데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제출한 공수처법 제정안을 의결한 것이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검찰총장,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의 범죄행위를 수사·기소하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자는 법안을 2002년 만든 지 17년 만이다. 이제 권력의 구조적 부정부패에 대한 강력한 감시기구인 공수처는 빠르면 내년 7월에 출범하게 된다. 앞서 표결한 기소권을 제외한 권은희 의원의 공수처 수정안은 부결됐다. 국회 통과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논란이 제기됐다. 초법적 권력기관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나 표적수사할 것이라는 걱정, ‘정적 제거용’으로 악용할 소지 등이 지적됐다. 따라서 정부는 공수처 설치 및 운영 과정에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 야당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장은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가능한데, 7명 위원 중 2명이 야당 추천 몫이니 일방통행식 임명이 불가하다. 청와대의 수사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대통령과 비서실은 일체의 수사 간여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신설 조항도 존중해야 한다. 독소조항 논란이 있었던 ‘검경의 고위공직자 수사 시 공수처 통보’ 조항도 논란이 없도록 운영해야 한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판검사, 광역자치단체장 등 입법·사법·행정부의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으로 7000명에 육박한다. 공수처는 이 중 경찰과 검찰, 판사는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이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나 권력과 결탁한 ‘뭉개기 수사’, 인권을 침해하는 ‘과잉 수사’ 등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공수처 설치법의 통과는 진정한 의미에서 검찰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만큼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할 수 있다. 따라서 검찰과 신설 공수처는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이 염원하는 공정사회 실현을 위해 경쟁해야 한다. 공수처법 국회 통과가 검찰개혁의 종착점은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입법되면 후속 조치를 통해 개혁 법안이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다하려면 치밀한 세부 내용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시행령 등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 [사설] 추 법무장관 후보, 국민 위한 법무·검찰 개혁해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 열렸다. 예상대로 청문회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물론 당 대표 시절의 선거개입 의혹과 출판비 횡령 의혹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있었다. 검찰개혁의 구원투수를 자처했던 추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을 위한 법무·검찰 개혁을 완성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인권과 민생 중심의 공정사회 구현도 약속했다. 추 후보자는 ‘비대한 검찰권력의 분산’을 검찰개혁의 화두로 던졌고 △적절한 검찰권 행사 △인권옹호적 관점에서의 조직 문화 변화 △조직 내부의 견제 △기소권 독점에 대한 국민적 참여 유도 등의 개혁 청사진도 제시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입법되면 후속 조치를 통해 개혁 법안이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당위성은 차고도 넘친다. 검찰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공정한 검찰로 바로 세우는 것은 우리 사회의 오랜 숙원이다. 기소독점권을 거머쥔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대립하던 때 검찰은 다양한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셀프개혁’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 대다수의 요구였던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검찰개혁 요구가 폭발하는 이유는 검찰이 ‘선택적 정의’를 구현한다는 의혹이 증폭되는 탓이니, 자업자득인 측면이 크다. 추 후보자의 법무·검찰 개혁 드라이브가 자칫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 조직과 충돌하면 국가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들도 청문회에서 나왔다. 청와대와 여당이 현재 ‘윤석열 사단’을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규정하고 민주적 통제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은 신임 법무장관의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주문했지만, 추 후보자는 확답하지 않았다. 법무장관의 인사권 행사가 ‘검찰 길들이기’로 오해될 소지를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검찰인사는 검찰총장의 의견을 청취해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하도록 돼 있다. 새 법무부 장관을 맞이하는 검찰은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무소불위로 휘둘렀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검찰의 권력을 악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추 후보자 역시 국민의 이름으로 권력의 대리인이 돼선 안 된다.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 검찰개혁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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