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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이시대의 어머니상 탤런트 고두심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이시대의 어머니상 탤런트 고두심

    누가 18세를 낭랑(朗朗)이라고 했나. 한 여인이 그때 시집갔다. 꽃다운 나이였다. 결혼은 지독한 외로움에서 시작했다. 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살았다. 산고의 울부짖음 속에 직접 탯줄을 끊고 목욕시키며 첫 아이를 출산했다. 그렇게 자식 열둘을 낳았다. 그중 다섯은 어머니보다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어찌하랴. 나머지 자식들이 있으니 견딜 수밖에. 모진 세월, 그렇게 온몸으로 아픔을 이겨냈다. 일자무식이었지만 자식을 억척스럽게 꼭꼭 보듬었다. 어머니는 그렇게 살다가 떠났다. 하지만 지금은 거울이 되어 늘 곁에 있다. “엄마, 지금도 TV에 나오는 걸 보나? 나, 상 탔거든. 엄마가 그랬지, 편지가 따로 있냐,TV가 편지지라고. 난 엄마를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어. 엄마의 마지막 모습은 세상을 한꺼풀 벗긴 해탈의 모습이었거든. 어머니…,50년 동안 묻어두고 못한 말을 이제야 합니다.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닮고 싶은 거울이지요.” 인기 탤런트 고두심(54). 올해를 이렇게 시작했다.4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겨준 거울을 부둥켜안고 50년 동안 가슴에 묻어둔 고백을 했다. 또한 스스로 ‘이 시대의 어머니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어머니처럼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는 2004년 KBS·MBC 양 방송사에서 연기대상을 받았다.TV 시청자들은 고두심에게 어떤 이미지를 느낄까. 한 여론조사가 눈길을 끈다. 청와대 안주인 1순위,2002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여인…. ●질곡의 어머니·한많은 어머니 그는 연기생활 33년 동안 처녀 역할은 한번도 안해봤다. 천의 얼굴을 가진 탤런트라고 하지만 대부분 어머니 역이었다. 질곡의 어머니, 바보같은 어머니, 한많은 어머니. 목욕탕의 때밀이 등을 맡느라 뒤도 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고두심’ 하면 두개의 이미지, 즉 ‘어머니’와 ‘제주도’로 귀결된다. 지난 주 서울 여의도 MBC방송국 녹화장과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서울갤러리에서 연달아 만났다. 방송국에서는 밤을 샌 초췌한 얼굴이었고, 갤러리에선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방송국에서 만날 때였다. 전남 남원에서 올라왔다는 주부 김모(45)씨. 그는 고씨를 보자마자 달려오면서 “일부러 (사인받으려고)올라왔어요. 정말, 요즘의 어머니인 것 같아요.”라고 했다. 시청자 김씨가 보는 눈에는 많은 함축이 담겨 있었다. 순간, 속으로 ‘아, 이 정도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치를 챘는지 고씨가 이렇게 얘기한다.“나 있잖아, 지나가다 보면 아기 업은 엄마들이 손을 덥석 잡으며 고맙다는 얘기를 자주해. 어떻게 그렇게 잘 (어려운 어머니 역할을)대신해 주냐고.”. 수줍게 피식 웃는다. 더 이상 질문하지 말라는 표정이기도 했고, 요즘 ‘나 이렇게 살아.’하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었다.TV 속의 어머니가 아니라 요즘을 살아가는 어머니의 ‘표준’이 생각났다. 고씨 또한 각박한 시대에 20대 아들과 딸을 둔 그런 어머니였다. 고씨는 지난 9일 제주 출향 인사들이 베푼 만찬에 참석했다. 장소는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 고교 때 은사였던 김원치 전 검사장을 비롯,50여명이 고씨를 위한 축하의 자리를 열었다. 그가 그저 인기 탤런트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제주를 무척 사랑하는, 인간적으로 친근함을 주는 사람임을 입증해 주는 상징적 자리이기도 했다. 고씨는 평소 자주 ‘제주는 어머니’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어머니는 무엇일까. 불쑥 질문을 던지자 거침없이 말문을 연다.“어머니를 사랑합니다. 우리 어머니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사랑하고 우리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욱 사랑합니다. 또 어머니가 사랑하는 제주, 어머니같은 제주를 사랑합니다. 지금까지는 언제나 나에 대해서만 말해왔지요. 하지만 이제는 어머니 얘기를 하면서 남은 인생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50대중반에 찾은 해답도 어머니 그는 불혹의 나이 때부터 심각하게 고민을 해왔다. 의혹투성이의 삶을 풀기 위해 자신의 뿌리, 태어나기 이전, 어머니와 아버지의 시대, 그때를 알아야 실체를 그나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지금 5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해답을 찾았단다. 바로 ‘어머니’였다. 지난 연말 연기대상을 받았을 때 수상 소감으로 ‘어머니’라는 외침을 여섯번이나 했다. 식당에서 돈가스로 점심 식사를 하면서, 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그는 “IMF 이전에는 아버지였으나 이제는 어머니가 희망이 아니냐.’고 했다. 어머니는 무수한 세월이 흘러도, 또 변해도 ‘삶의 본질’ 자체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의 어머니들은 바다에 옥죄어 살아야 했지요. 한뙈기의 논도 없는 제주에서 가난으로 인한 박대도 많았지만 어머니들은 자식을 온몸으로 감싸안았습니다.” 고씨의 집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다. 앞마당에 어머니(홍정의·84살에 작고)는 앉아 있고 자신은 선 채로 대화하는 모습의 그런 동상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결코 어머니를 보내지 않았다. 안방에 없으면 마당에 계시고 마당에 안 계시면 제주 오빠네 집에 가 계시다.”며 웃는다. 또 야외촬영을 갈 때 흐트러진 모습을 고치기 위해 어김없이 생전의 어머니가 남겨준 거울을 꺼내본다고 했다. ●다섯째로 태어나 23살때 연기자의 길 1938년 결혼 직후 아버지와 어머니는 남태평양 사이판 서남쪽 부근 ‘얍’이라는 미개척섬에서 인생의 보따리를 풀었다.10년의 세월 동안 일본과 얍을 오가며 장사를 했다. 어머니는 해녀는 아니지만 제주 여인들이 누구나 그랬듯이 바다에서 자맥질을 자주했다. 해방후 삶의 무대를 제주로 옮겼다.1948년 4·3사태가 생기면서 삶이 어지러웠다. 그래도 어머니는 늘 온화하고 인자한 모습이었다. 고씨는 3년후 다섯째로, 어머니의 외모를 빼닮으면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고씨는 여객선 3등선에 의지해 육지로 나왔다. 서울에 사는 오빠에게 밥을 해줘야 한다는 ‘명분’으로 어머니를 설득했다. 서울에서 처음 한 일은 무역회사의 사무원.1년이 조금 안돼 MBC공채 5기에 뽑혀 탤런트가 됐다. 스물셋에 연기자가 됐지만 불행(?)하게도 처녀 역할은 한번도 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아줌마나 어머니, 아니면 할머니역이었다. 결혼 적령기에 무뚝뚝하지만 매력있는 부산 남자를 만나 뜨겁게 사랑했다. 부산으로 내려가는 밤열차를 타고 그의 품에 안기는 낭만은 ‘그만’이었다. 꿈같은 신혼시절은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20년 결혼생활, 그는 어머니한테 ‘이혼’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를 보듬어 안았다. 이유도 묻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지요. 어머니는 촬영장에 따라가시려고 주머니 속에 항상 양말을 숨겨 놓으셨지요. 전원일기 촬영장인 경기도 양수리를 가시는 것을 무척 좋아했어요.” 그는 어머니란, 설명이 많을수록 감동이 없다고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시대는 어머니가 희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고씨는 현재 평창동에서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아들과 딸 두 자녀는 미국에서 지낸다. 일요일이면 여섯시간이나 걸려 북한산을 종주할 만큼 체력을 관리한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51년 5월 제주 출생 ▲70년 제주여고 졸업 ▲72년 MBC 공채 5기 탤런트 ▲72년 드라마 ‘갈대’로 데뷔 ▲95년 극단 로뎀 단원,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 위촉 ▲99년 축산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 공동대표. ▲2002년 제4회 광주비엔날레 명예홍보대사 ▲수상경력=1990년 KBS·MBC연기대상,91년 백상예술대상·MBC연기대상.97년 제주도문화상.2000년 SBS연기대상.2004년 KBS·MBC연기대상 ▲연극 ‘투우사의 왈츠’ 등 6편, 영화 ‘질투’ 등 8편, 드라마 ‘한강수타령’외 50여편 출연.
  • ‘말 알아듣는 꽃’ 기생들의 삶 한눈에

    ‘말 알아듣는 꽃’ 기생들의 삶 한눈에

    “소설과 시기(詩妓)의 것에는 감정을 거짓한 흔적이 없습니다. 만일 공자의 사무사(詩無邪)라는 시에 대한 평이 옳은 말씀이라면 이 점에서 아낙네들의 노래는 낙제이고 기생의 시는 급제외다.” 시인 김억의 말대로 유교사상으로 무장한 조선사회에서도 진솔하게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시어로 노래한 이들이 있다면 그건 바로 기생이다. 말을 알아듣는 꽃, 그래서 해어화(解語花). 그들의 삶은 그 자체가 한편의 슬픈 시였다. 널리 알려진 황진이나 그와 쌍벽을 이뤘던 매창, 강릉기생 홍장, 경성기생 홍랑, 평안도 성천 기생 부용 등 옛 기생들은 문학을 비롯해 음악, 춤 등 못하는 게 없었던 당당한 예인이었다. 이들은 신분은 비록 천인이었지만 당대의 전문직 여성으로 상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기생조합을 거치면서 이들의 삶은 성과 관련된 이미지로만 왜곡·폄하돼,‘기생’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센터 전시장에 마련된 ‘기생’전은 시·서·화의 재능과 지조를 갖춘 교양인으로서의 기생들의 역사적 발자취를 살펴보는 색다른 전시다. 기생과 관련된 문학이나 인물 중심의 에피소드는 많지만 시각예술 차원에서의 해석은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게 현실.(주)서울옥션이 주최한 이번 기획전은 기생이라는 단일 주제로 열리는 최초의 전시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전시작품은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에 걸쳐 제작된 엽서와 원판사진 500여 장과 평양 명기 소교(小橋)의 ‘묵죽도’와 죽향이 그린 ‘묵란도’, 초상화가 동강 권오창이 그린 기생 초상, 성행위를 묘사한 동경과 향갑노리개, 비녀, 뒤꽂이 등 장신구와 화장구들로 이뤄졌다. 엽서와 사진들 속에는 담배를 피우며 바둑을 두는 기녀의 모습이나 수업을 받는 모습 등이 담겨 있어 당대 풍속의 한 단면을 엿보게 한다. 기생의 이미지를 현대미술의 시각에서 바라본 작품도 눈길을 끈다. 기생방에서 촬영한 알몸의 여성의 사진 위에 한복연구가 김혜순의 기생한복 이미지를 입힌 사진작가 배준성의 ‘화가의 옷-기생Ⅰ’이 대표적인 작품. 논개의 충혼을 달래주는 진주검무(중요무형문화재 12호)와 관련된 영상, 운보 김기창이 신윤복의 그림을 패러디한 ‘청록산수’, 윤석남의 설치조각 등도 나와 있다.2월 13일까지.(02)395-0331.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개발광풍에 파헤쳐지는 ‘생태계 寶庫’

    개발광풍에 파헤쳐지는 ‘생태계 寶庫’

    중남미에 ‘아마존 정글’이 있다면 제주에는 ‘곶자왈’이 있다. 아마존 열대밀림이 지구의 허파라면 곶자왈은 제주섬의 허파다.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낸 돌무더기 위에 다양한 식물군들이 자라나 숲을 이루고, 나무나 돌에 붙어사는 희귀한 착생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곶자왈은 지하수를 생성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다. 법정 보호종인 천량금과 개가시나무를 비롯해 방울꽃, 큰톱지네고사리, 쇠고사리, 제주고사리삼, 큰우단일엽, 나도은조롱, 검정비늘고사리, 숫돌담고사리, 개톱날고사리 등 무수한 희귀식물군이 이곳에서 자란다. 우리나라 양치식물의 80%가 곶자왈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곶자왈 생태계’가 무분별한 도로개설과 골프장 및 리조트 건설로 인해 제모습을 잃고 있다. 위기속의 제주도 곶자왈 실태와 곶자왈 지킴이들의 활동상 등 곶자왈 생태계를 점검해 본다. ●한라산만의 독특한 숲생태계 유지 제주의 곶자왈은 대부분 해발 200∼600m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한라산 중턱을 동서로 연결하는 형태로 자리하고 있다. 크게 한경·안덕곶자왈, 애월곶자왈, 조천·함덕곶자왈, 구좌·성산곶자왈 등 4개의 주요 곶자왈로 구분된다. 다시 북제주군 선흘곶자왈, 교래·함덕곶자왈, 조천·대흘곶자왈, 애월곶자왈, 종달·한동곶자왈, 수산곶자왈, 상도·하도곶자왈, 세화곶자왈, 남제주군 월림·신평곶자왈, 상창·화순곶자왈 등 10개 본류로 나뉘고 이것들은 다시 무릉·고산·저지·와산·산양곶자왈 등 수십개 지류로 갈라진다. 이들은 지리적으로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니면서 한반도의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라산만의 독특한 숲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부의 구좌·성산곶자왈은 후박나무 등 녹나무과 식물의 점유도가 월등히 높고 북부의 선흘곶자왈은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지, 조천·함덕곶자왈은 붓순나무와 식나무군락지, 남부의 한경·안덕곶자왈은 국내 최대의 개가시나무 자생지로 꼽힌다. 곶자왈의 자랑은 뭐니뭐니 해도 ‘넘치는 생명력’이다.‘곶자왈사람들’송시태 대표는 “제주에만 있는 곶자왈은 크기 1m 이상 되는 블록형 암괴들이 얼기설기 얽혀 있고 이 암괴들이 식물성장에 필요한 보온·보습의 역할을 해 양치식물의 왕국을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제주 생태계의 허파와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천연난대림 지역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반 사이로 10도 안팎의 지열 올라와 암반과 암반사이로 사시사철 뿜어 나오는 영상 10도 안팎의 지열, 이것이 한겨울에도 푸른 숲을 유지해 주는 에너지인 셈이다.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의 원천도 바로 ‘곶자왈’이다. 암석과 암석사이의 틈을 통해 빗물이 80% 이상 무한정 유입됨으로써 지하수 공급원이 되고 있다. 제주대 현해남(환경생명공학과)교수는 “곶자왈 지역의 투수성은 일반 지형에 비해 1000∼1만배 이상 빨라 시간당 50㎜를 소화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곶자왈은 이밖에 노루, 오소리, 다람쥐, 족제비, 등줄쥐, 비단털쥐, 뱀 등 야생동물이나 집게벌레, 딱정벌레, 하늘소 사슴벌레 등 곤충들의 주요 이동 통로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라산과 취락지 해안을 연결하는 생태벨트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곶자왈 밀림’ 대부분은 수백년 동안 벌채돼 엄밀하게는 2차림에 속하지만 ‘빨리 자라는’속성으로 인해 원시림에 비견할 만한 생태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제주지역에서도 거의 유일한 상록활엽수림지대를 비롯해 낙엽활엽수림지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온화한 지역인 서귀포시 섶섬이나 천지연 등 난대림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천량금, 검정비늘고사리 등 남방계식물군부터 최북단 두만강이나 압록강변에 분포하는 골고사리, 진퍼리 등 북방계식물군까지 두루 자생하는 세계적으로 손색없는 자연자원이다. ●용암석·희귀식물 불법 채취도 빈번 이러한 ‘곶자왈’이 도로, 골프장, 리조트단지 등 갖가지 관광개발 광풍속에 훼손돼 위기를 맞고 있다. 본류 ‘곶자왈’가운데 세화곶자왈은 온천지구를 만든다며 이미 대부분 파헤쳐져 흔적만 남은 상태이며 월림·신평곶자왈도 리조트공사와 골재채취 등으로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애월곶자왈도 도로개설 등 각종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우리나라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인 동백동산을 낀 선흘곶자왈 역시 묘산봉관광지구개발계획에 따라 파괴될 날이 머지 않았다. 군소 곶자왈들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곶자왈지대에는 또 수석인들 사이에 ‘바가지석(용암구)’‘신비석(용암수형)’‘부챗살(용암튜브 또는 용암수형)’‘뽀빠이(용암구 내부구조)’ 등으로 불리는 특이한 용암형상석들이 많아 전문 도채꾼들에 의해 잘리고 파헤쳐지는 수난마저 따르고 있다. 수석이나 화분·어항 등으로 사용하기에 그만이어서 어떤 것은 개당 수천만원까지 호가해 도채꾼들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북제주군 고산곶자왈지대에서 천리향·백양금·춘란 등 자생식물 수백그루를 불법채취한 조경업자가 해경에 검거됐다. 이에 앞서 11월에는 남제주군 무릉곶자왈지대 4만여평에서 4.5t트럭 200대분의 자연석을 무단 채취한 조경업자가 구속됐고 10월에는 곶자왈지대에서 불법채취한 것으로 보이는 자연석 250여점을 목포행 카페리편으로 반출하려던 도채업자가 붙잡혔다. 이 모두 곶자왈을 앓게 하는 일들이다. ●조례제정 등 보호장치 마련을 제주도는 뒤늦게나마 곶자왈지대에 다량 산재하는 용암석 등 화산암류를 포함한 화산분출물, 퇴적암, 퇴적층, 자연석 등을 보존자원으로 지정 보호하기 위해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시행조례를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대부분의 곶자왈이 개발에 지장이 없는 생태계보전지구 2∼3등급임에 따라 생태적으로 우수한 곳을 골라 오는 2007년 GIS등급 재조정시 1등급으로 올려 무절제한 개발을 막기로 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이 정도의 보호계획은 턱도 없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곶자왈지대에서 희귀식물이 발견된다 해도 보호종으로 지정되려면 최소 2∼3년이 걸려 그동안은 무방비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보호종 지정은 국가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이어서 실제 보호종으로 지정되는 식물이라고 해야 한정될 수밖에 없어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소중한 식물자원이 국내외로 반출되거나 훼손될 일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강은정 제주YWCA 사회개발위원장은 “제주도 등 자치단체가 곶자왈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조례제정 등을 통해 희귀식물 보호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며, 지하수 유입이 쉬운 만큼 취약한 지하수 오염을 막기 위해서도 2등급인 지하수 등급을 조속히 1등급으로 상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seoul.co.kr ■ 교수·교사등 50여명 ‘곶자왈 지킴이’ 앞장 제주도내 환경단체 회원과 교수·교사, 언론인 등 50여명은 ‘곶자왈사람들’이라는 환경NGO를 만들어 ‘곶자왈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8일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창립행사를 갖고 앞으로 일체의 곶자왈 파괴 행위를 거부하고 보존에 앞장설 것을 결의했다.‘곶자왈 선언문’에서 이들은 “곶자왈을 통해 인간의 공존과 상생, 순환의 원리를 터득하고 미래 제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성장 만능주의를 경계하며 평화와 평등, 공존의 정신이 살아 있는 사회를 지향하고 환경 파괴적인 소비생활을 거부하는 친환경적 삶을 실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동안 음지에서 알게 모르게 곶자왈 보전을 위해 노력하던 이들이 무분별한 관광지 개발로 인해 생명의 터전인 곶자왈 파괴가 가속화돼 미온적인 보전운동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사수를 공식 천명한 것이다. 이들이 창립을 서두른 것은 지난해 9월 승마장 사업자가 남제주군을 상대로 제기한 ‘승마장 사업승인 불허가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원이 내린 판결이 계기가 됐다. 제주지법은 “남제주군이 곶자왈임을 이유로 사업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 곶자왈에 대한 연구 조사 및 자료화 사업, 세미나 및 출판사업, 교육 및 홍보사업, 보존을 위한 각종 사업, 환경보전을 위한 각종 단체와의 연대사업 등을 펴나갈 계획이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seoul.co.kr ■ 곶자왈이란 무엇인가 ‘곶자왈’이란 한라산의 화산활동으로 반액체 상태의 용암물질인 마그마가 기생화산인 오름을 생성하면서 흘러내린 곳을 따라 나무, 덩굴, 가시덤불 따위가 무성하게 자란 곳을 말한다. 골프장이나 승마장, 리조트호텔 등으로 적합한 해발 100∼600m지역에 분포돼 있다. 일부 학자들은 한라산의 화산활동 당시 스코리아류 등에 의해 운반된 자갈과 화구로부터 방출된 화산탄 및 화산자갈이 뒤섞여 쌓인 ‘암괴상 용암류(岩塊狀 熔岩流)’위에 양치식물 등이 자라면서 숲을 이룬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을 제외하고는 자연림 형태로 보존가치가 매우 뛰어나지만 그동안 벌채, 약초캐기, 표고버섯 재배장 등으로만 이용됐을 뿐 ‘버려진 땅’으로 천대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환경론자들에 의해 생태계의 보고로 부각되면서 언론계와 학계, 해외학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 생태적 가치 재평가 작업이 활발히 일고 있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seoul.co.kr
  • [세상에 이런일이]격투기고등학교

    한 농촌 고등학교가 학생수 감소로 인한 폐교를 막기 위해 ‘격투기고’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화제다. 경기 양평군 청운면 용두리에 있는 청운고는 올해 신입생이 21명에 불과하자 폐교위기에 몰렸다. 학교운영위원회와 총동문회, 주민들까지 머리를 맞대고 상의한 끝에 나온 결론은 현재의 학교를 ‘청운격투기고(가칭)’로 전환하자는 것. 이중호 교장은 “병설 중학교도 한 학년에 20∼30명으로 이들이 고교에 진학하는 2∼3년 뒤에는 존폐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라면서 “교육청과 예산 등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대학 체육계 학과나 경찰·경호원·체육지도자로 진출할 수 있도록 유도, 복싱, 레슬링, 태권도, 검도 등 특기생들을 전국단위로 모집해 격투기 특성화반을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청운고는 이미 지난해 말 60억원 규모의 체육관 및 기숙사 신축계획서를 도교육청에 제출했다.1968년 청운산림고로 문을 연 청운고는 1980년 9개 학급으로 늘어나기도 했지만,1990년대 들어 학생이 급감, 최근 들어 3학급으로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
  • 임하댐 근처 하천도 생태교란

    임하댐 근처 하천도 생태교란

    개발위주 정책이 또다시 ‘환경 재앙’을 낳았다. 경북 안동시 임하댐의 흙탕물로 생태계가 크게 파괴된 사실이 정부당국의 연구용역 조사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물고기들의 아가미 형태가 바뀌고 피부·신장 등 조직에 이상이 생기는가 하면 서식처·먹이사슬 파괴로 인근 하천의 수중생물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처럼 댐 건설로 인한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천문학적인 복구비용과 함께 댐 입지선정 잘못 등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서울신문 1월 10일자 24면 참조) 10일 본지가 입수한 국립환경연구원의 ‘임하호 탁수가 수서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댐 상류지역에서 연간 500만t씩 쏟아진 점토성 토양이 댐 내 어류의 조직에 침투해 호흡장애와 기생충 감염, 조직형태 변이 등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하댐에서 채집된 6종의 어류 가운데 잉어와 백조어 등은 탁수(濁水) 영향으로 아가미 조직이 부풀어 오르거나 두터워졌으며, 세포의 이상증식 현상까지 빚어져 호흡곤란과 기생충 감염 등 현상이 관찰됐다. 잉어의 신장 사구체(絲球體·모세혈관덩어리) 크기도 비정상적으로 작아져 체내 노폐물을 걸러주는 기능이 크게 떨어졌으며, 누치의 경우 표피 두께가 정상치보다 두 배 가량 두꺼운 것으로 측정됐다. 이같은 형태변화와 함께 누치와 잉어, 붕어, 백조어 등의 심장 혈장(血漿)에서는 정상 어류에 존재하지 않는 단백질이 생성돼 있는 등 생리적 이상징후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2월부터 1년여 동안 연구용역을 수행한 안동대학교 이종은 생명과학과 교수는 “댐 내 물고기들이 아가미와 신장 등이 탁수로 심하게 오염되면서 형태·생리적 변화를 일으킨 사실을 확인했으며, 탁수가 심해질 경우 어류가 폐사할 수 있다.”면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이런 후유증 외에)종합적인 악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댐 인근 하천 생태계도 크게 파괴됐다. 임하댐의 흙탕물이 흘러드는 반변천에서 하루살이와 날도래 등 수서곤충류가 평균 1965개체(29종) 채집된 반면 탁수영향을 받지 않는 인근 길안천의 경우 이보다 2.4배 많은 4696개체(44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미세토양입자가 하천 바닥과 돌 틈을 메우면서 수중생태계의 먹이사슬이 교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하댐 탁수문제는 1993년 댐이 준공된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해 오다 2002년과 2003년 태풍 루사·매미 등 여파로 안동시 수돗물 공급에 차질을 빚는 등 급속히 악화됐었다. 현재 정부는 사방댐 건설 등 3400여억원이 투입되는 개선대책을 잠정 마련했으나 개선효과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흙탕물은 경북 영양·청송 등 댐 상류지역의 특이한 지질문제를 간과한 채 댐 입지를 선정한 탓으로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스웨덴기자 아손, 100년 전 한국을 걷다/김상열 옮김

    흔히 우리나라에 처음 온 스웨덴인은 1926년 일본의 초청을 받아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은 스웨덴 왕자 구스타프로 알고 있다. 그러라 실은 구스타프보다 20년이나 먼저 이 땅을 밟은 스웨덴인이 있었다. 당시 스웨덴 신문기자였던 아손 크렙스트가 바로 그다. 그는 1904년 12월, 러·일전쟁부터 을사늑약에 이르는 긴박한 시기에 몰래 한국땅을 밟았다. 당시 일본은 전시라는 이유로 외국인 기자의 한국 여행을 금했기 때문이다. 그는 1월까지 한국 구석구석을 누비며 여행을 하고 돌아갔으며, 이를 바탕으로 1912년 한국여행기를 냈다. ‘스웨덴기자 아손,100년 전 한국을 걷다’(김상열 옮김, 책과함께 펴냄)는 바로 이 여행기를 번역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1904년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24일 부산항에 밀입국해 이듬해 일본의 감시망에 걸려 인천 제물포항에서 중국행 배를 타고 강제출국당하는 1월 말까지 아손 크렙스트는 대한제국 구석구석을 여행했다. 그가 여행한 곳은 서울의 궁궐부터 시장, 뒷골목, 감옥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또 고종황제부터 시골의 노인, 젖가슴을 내놓은 하녀까지 두루 만났다. 그는 고종황제의 모습에서 저무는 나라의 미래를 점쳐보기도 한다. 140여컷에 달하는 사진은 그가 직접 찍은 귀중한 기록. 저잣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 지게꾼, 빨래터의 여인들, 서울의 기생들, 황태자비의 장례식, 강화도 포구 등 100년 전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1만 48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자연의 재앙, 인간/프란츠 부케티츠 지음

    ‘자연의 재앙, 인간’(프란츠 부케티츠 지음, 박종대 옮김, 시아출판사 펴냄)은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답답하고 우울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진화는 있을지언정, 진보는 없다.’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진화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연속’이란 절망적 목소리뿐이다. 처음엔 ‘이렇게 극단적이고 병적인 비관주의적 사고의 소유자가 있을까.’ 하고 저자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번득이면서 책장을 넘겨보지만, 거부하기 어려운 논리에 의문부호를 하나씩 내주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가슴 가득 차오르는 답답함뿐인 걸 어쩌랴. ●진화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연속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사실 인간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인류의 진보를 종교처럼 떠받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비례해 살육의 기술과 규모를 키우는 인류의 광기, 개발과 물질만능 뒤안의 환경파괴와 그로 인한 자연재앙들만 보아도, 진보는 허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완전히 지워버리긴 어렵다. 책이 시작되자마자 저자는 묻는다. 최초의 인간이 석기나 맨손으로 짐승을 사냥하고 열매를 따먹다가 현대인이 슈퍼마켓에서 포장된 음식을 구입해 요리해먹게 된 것을 진보라고 할 수 있는가. 인간이 과학기술 문명의 혜택을 누린다는 이유만으로 석기시대의 선조들보다 나은 인간이라가 말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생물학적 진화와 사회문화적 진화 영역에서 진보사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했는지를 해부하고, 이를 통해 진보사상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여지없이 파헤친다. 먼저 생물학적 진화를 과연 진보와 발전의 개념으로 연상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기생생물의 예를 들어 밝힌다. 바다에 사는 게에 기생하는 주머니벌레는 유충때 자유롭게 바닷속을 떠다니다가 숙주인 게의 몸속으로 구멍을 뚫고 들어간다. 일단 들어가면 눈과 다리, 신경조직은 완전히 퇴화하여 사라지고, 대신 앞쪽 끄트머리에서 가느다란나 관들이 나와서 벌레 자체가 생식선화한다. 이처럼 기생생물은 진화가 오로지 진보와 발전이 아닌 퇴행도 함을 잘 보여준다. 생물이 고도로 진화해 탄생했다는 포유류중 하나인 개 1마리에 얼마나 많은 기생생물이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진화에서 진보와 상승발전이 핵심이라는 주장은 정말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생물종들이 진화하다 멸종 지은이는 생물들의 진화는 근본적으로 크고 작은 재앙들의 연속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지구가 생긴 이후 수많은 생물종들이 진화하다가 멸종의 재앙을 맞았으며, 이는 인간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 만일 진화과정에서 중단 없는 진보가 존재한다면 이같은 재앙들을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그 자체가 자연사에서 발생한 갖가지 재앙들의 한 결과물일 뿐이다. 한데도 그러한 사실을 잊은채,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 더 나은 지식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진화를 점점 더 큰 재앙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인간은 여전히 자연의 폭력 앞에 미약하고 무력한 존재이며, 정교하게 발달한 과학기술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의 자연재앙에 속수무책일 뿐이다. 지금까지 멸종을 맞은 수많은 생물, 아니 우리 선조인 구석기인들만 해도 막대한 재앙을 일으킬 능력이 애초에 없었지만 현대인 즉 ‘연미복을 입은 석기시대인’은 진보의 기치를 높이들고 대량소비와 환경파괴란 폭탄을 짊어지고 재앙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의 재앙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사회문화적 진화는 진보성을 띠고 있는가. 지은이는 이 또한 단호히 거부한다. 진보의 증거로 내세우는 문명은 오히려 인간의 원시적 습성과 행위 충동, 즉 파괴본능을 더 조장한다. 파괴본능으로 무장한 인간의 원시적 행위 충동들이 쉽게 발현될 수 있도록 특별한 삶의 조건들을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문명인 것이다. 그 노골적인 예가 바로 국가간의 전쟁이다. 구석기시대의 무리들이 생존을 위해 사냥감을 놓고 싸움을 벌였다면, 현대 국가들은 이데올로기적 이유로, 국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는 이유로, 혹은 세계를 지배해야겠다는 신념으로 전쟁을 일으킨다. 문명화 과정은 오히려 갖가지 도구들의 축적과 함께 인간의 폭력적 잠재력을 체계적으로 확장시킨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문명은 인간의 파괴본능 되레 조장 이 책은 만물의 영장을 자임하고, 지구의 주인으로 행세하면서도 지구의 황폐화를 향해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생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도 헛된 희망을 땅에 묻어버리라고 독자들에게 요구한다.‘인간이 우주조차도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는 오만을 버리고 우주의 한 점에 불과한 곳에 사는 털없는 원숭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재앙을 향한 발걸음을 최소한 늦출 수는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오만과 광기로 점철된 지난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이 또한 헛된 희망일 듯싶다.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소설 ‘김일성’ 펴낸 이항구 씨

    소설 ‘김일성’ 펴낸 이항구 씨

    “우리 민족의 거대한 흐름 속에 김일성·김정일 위원장으로 이어지는 북한체제의 흐름과 북한동포들의 삶을 묘사하는 것은 누구든 반드시 해놓아야 할 겨레의 사명입니다.” 소설가 이항구(70)씨는 어느 누구보다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그는 17살 때 좌익활동 중 월북한 뒤 인민군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이어 32살 때 공작임무를 띠고 남파된 직후 귀순했다. 특히 김일성 주석의 지근거리에서 취재하는 등 북한에서 노동자·군인·기자·작가 등으로 파란만장한 생활을 했다. ●정지용 아들과 빨치산 활동 그는 이같은 경험을 토대로 최근 전 3권짜리 책 ‘소설 김일성’(이가서刊)을 펴냈다. 말이 ‘소설’이지 대부분 실명을 토대로 한 다큐멘터리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원래 ‘소설 김일성’은 지난 93년 처음 일어판으로 발간했을 때 황장엽 전 비서의 망명을 예언한 대목이 있어 일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에 발간된 ‘소설 김일성’은 최근 핵문제를 둘러싼 북한 내부의 변화상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추가로 삽입한 것. 지난달 말 서울 중구 서소문에 위치한 통일연구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과거 얘기를 자꾸 들추지 말고 책이나 잘 소개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씨는 1934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다. 청운초등을 거쳐 휘문중 4년 때 좌익단체인 민주애국청년동맹원으로 활약했다. 이때 이태준씨 아들 이유백, 정지용씨 아들 정구용, 또 남로당 계열의 거물급 간부인 홍증식(월북후 조국전선 서기장)의 아들 홍창희 등이 함께 참여했다. “이유백과 홍창희가 먼저 월북하고 정구용과 함께 서울에 남았지요.6·25가 발발하자 월북하던 중 남조선에서 계속 투쟁하라는 지시를 받았지요. 그래서 태백산으로 내려가 정구용과 함께 빨치산 활동을 했습니다.” ●중앙방송 노동자 출신 기자로 이씨는 1950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정선·문경 등지에서 유격대를 결성해 많은 전투에 참가했다. 이씨는 51년 4월 상부지시에 따라 다시 월북했다.6개월 동안 교육을 받은 그는 인민군에 입대했으며 56년 특무상사로 제대했다. 이후 그는 흥남비료공장에 배치돼 노동자 생활을 한다. 이 무렵 그는 ‘안전띄’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때마침 북한 전역에 신인작가 발굴령이 내려졌다. 당시 문예총위원장인 한설야가 직접 전국을 돌아다니며 신인을 발굴했다. 이씨는 한설야가 흥남비료공장을 방문했을 때 직접 면담을 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이씨는 58년 중앙방송위원회 노동자 출신 기자로 발탁됐다. 산업부 기자로 김일성 주석이 농촌 순시 때마다 수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이씨는 김일성종합대학 문학부 전신인 평양문학대학이 설립되면서 1기생으로 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문예총출판사 현대문학 편집부 기자가 됐다. 이때에도 김일성 주석 수행기자를 맡았다. “하루는 무용가 최승희가 원고를 들고 와 자신이 집필한 것이라며 책을 발간해달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구금상태인 남편 안막이 쓴 것으로 밝혀져 무산됐습니다.” ●북한 실상 바로 알릴 의무감 느껴 66년 초부터 북한당국이 남조선 출신들에 대한 차별대우와 사상검증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게 된다. 시험대에 오른 이씨는 어쩔 수 없이 대남 공작훈련을 받았고 그해 7월 서부전선 군사분계선을 통해 남파됐다. 그러나 곧바로 미군측에 귀순했다. 이후 기무사 군무원으로 있다가 정년 퇴임했으며, 지금은 모기관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북한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을 뿐”이라고 거듭 책 발간의 의미를 부여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m·net ‘홈스위트홈’ 출연 백지영

    m·net ‘홈스위트홈’ 출연 백지영

    “아무도 방송활동을 막은 적은 없지만, 이제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필요하다면 방송 출연도 적극적으로 할 거예요. 새 음반도 낼 거고요.” 가수 백지영(26)이 방송 활동을 재개한다. 지난 2003년 12월 단독 콘서트 이후 1년여 만이다. 백지영이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케이블 음악채널 m.net이 10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6시30분에 방송하는 리얼시트콤 16부작 ‘홈 스위트홈’.10명의 남녀가 한 집에서 합숙생활을 하면서 벌이는 에피소드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백지영뿐 아니라 가수 강성훈, 오세훈, 길건과 그룹 ‘파이브’의 멤버인 우정태, 인디밴드 ‘고스락’ 멤버 정종혁, 개그맨 겸 MC 노숙자, 연예인 지망생 염준영, 유나인, 유키 등이 출연한다. “예전 좋지 않은 일로 방송 생활도 못하고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때 많이 도움을 준 케이블 방송에 항상 호의를 갖고 있었어요. 게다가 이 프로그램이 연예인을 망가뜨리는 것도 아닌데다 흔한 짝짓기 프로그램도 아니어서 출연을 결심했죠.” 촬영이 진행되는 경기도 성남의 한 전원주택에서 만난 백지영은 “본격 연기 활동을 위한 징검다리로 이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연기자의 길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저 좋은 추억거리, 좋은 동료들을 만들자는 생각이 앞선다.”며 미소 지었다. 특히 “나이가 있기 때문에 가수와 연기생활을 병행하려면 좀 더 깊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최근 논란이 됐던 성형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할말은 없고, 실제 봤으니 알아서 판단하시라.”며 부정하지 않은 그녀는 “대본 없이 진행되는 만큼 인간적인 제 모습을 최대한 숨김없이 보여드릴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그녀는 다음달 5집 앨범을 선보일 계획이다.“지난 1년간 열심히 준비했답니다. 이번 앨범을 통해 발라드 가수로 변신하는 모습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섹시한 컨셉트를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섹시함이 저절로 풍겨나는 제 모습을 많이 기대해 주세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김윤진“한국서 통하면 미국서도 통해요”

    김윤진(31)은 그동안 한국 여배우의 폭을 넓히는 역할을 해왔다.‘쉬리’의 거친 여전사나 ‘단적비연수’에서의 남자를 묵묵히 지키는 여인처럼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으로 한국 여주인공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다. 그런 그녀가 이젠 ‘한국의 여인’을 넘어 ‘세계의 여인’으로 내닫고 있다. 한국 여배우로서는 첫 할리우드 영화 입성과 미국내 최고 인기 드라마 출연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영화 ‘조지아 히트’ 주인공 맡아 그녀는 얼마 전 2005년 6월 크랭크인 되는 미국 영화 ‘조지아 히트(Geor giaHeat)’의 여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됐다. 할리우스 스타 빌리 밥 손튼과 호흡을 맞춘다. 그녀는 특히 지난 9월부터 미국 전역에 방송,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ABC 드라마 ‘로스트(Lost)’ 출연을 통해 아시아 출신 스타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내 시청률 1위에,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올해의 TV 프로그램’에 뽑힌 ‘로스트’는 비행기가 무인도에 불시착하면서 벌어지는 주요 남녀 14명의 이야기. 그녀는 재미 교포 배우 다니엘 김과 함께 한국인 부부를 연기한다. 지난 25일부터는 KBS 2TV를 통해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선보이고 있다. ●“드라마속 배역 저 때문에 생겼어요” 그녀는 30일 오후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로스트’ 국내 방영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배우 김윤진이 미국 드라마에 출연하고, 다시 한국에서 소개된다는 사실에 소중하고 고마운 생각이 든다.”는 말로 소감을 전했다. 그녀는 국내 영화 ‘밀애’의 흥행 실패 이후 국내 활동을 접고 꾸준히 미국 시장 진출을 노려왔다. 그리고 불과 2년 만에 달콤한 열매를 수확했다. 그녀는 “한국 활동이 이렇게 큰 힘이 되리라고는 감히 생각지도 못했다.”고 미소지었다.ABC측이 자신과 미팅을 갖더니 당장 전속계약을 맺자고 하더라는 것. 본래 드라마 속에는 지금의 배역이 없었는데, 새로운 캐릭터를 새로 만들어내면서까지 드라마 출연을 하자고 제의했단다.“미국에도 개봉된 영화 ‘쉬리’ 등 한국내에서의 활동 경력이 점수에 많이 반영된 것 같아요. 한마디로 한국에서 인기가 검증되면 미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죠.” 얼마 전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 ‘게이샤의 추억’ 출연을 제안받고도 일본 기생역이라 출연을 거부한 그녀의 ‘토종 자존심’은 미국 현지에서도 빛났다.“1시간짜리 드라마에서 한국말로 30분간 대사를 했어요. 처음에는 더빙하자고 제안했지만, 제가 우겨서 ‘자막 처리’로 선회했죠.”‘로스트’ 두번째 시즌에는 중국풍 음악이 아닌 국악이 삽입될 수 있도록 하겠단다. 그녀는 미국내에서 기존 아시아권 출신 여배우들과는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연기보다는 ‘발차기’ 등 액션으로만 승부하던 한계에서 탈피,‘주류 배우’로서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드라마 ‘로스트’든, 영화 ‘조지아 히트’든 최선의 연기를 하면 자신만의 캐릭터와 입지가 확보될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한국배우 자존심 계속 지킬 것” 그녀는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드라마 속 남편 역할의 ‘한국 남성상 왜곡’ 논란에 대해 “정말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처음엔 황당하더라고요. 한국사람들이 저렇게 가부장적이지 않은데…. 프로듀서와 2시간 동안 통화하면서 그 이유를 듣기까지 했죠.” 드라마 전개상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이미지일 뿐 극적인 반전이 있는 결말 부분에 가면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 거라며 미소짓는다. 내년 초 개봉 예정인 영화 ‘12월의 일기’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 새롭게 인사한다는 그녀는 인터뷰를 마치며 ‘토종 자존심’을 거듭 강조했다.“한국에서의 활발한 활동이 미국에서도 충분히 인정받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를 계기로 많은 우리나라 배우들이 미국으로 진출했으면 해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새드라마 ‘쾌걸 춘향’ 한채영

    새드라마 ‘쾌걸 춘향’ 한채영

    ■ 새드라마 ‘쾌걸 춘향’ 한채영 “다혈질에 단순무식하고, 툭하면 주먹부터 나가고, 만날 ‘택택’거리고….(웃음)그래도 알고 보면 오직 한 남자에게만 순정을 바치는 좋은 여자라니까요.” 낯설다. 디지털카메라 경품에 눈이 멀어 나이트클럽에서 ‘그네쇼’를 펼치는 성춘향이라니. 이 새로운 춘향이는 옥에 갇혀 속절없이 서방님만 기다리던 누군가와는 많이 다르다.‘얼짱’,‘몸짱’,‘공부짱’에 싸움 실력까지 특출해, 어지간한 불의(不義)는 암행어사가 나설 것도 없이 자신이 직접 처단해버리는 ‘쾌걸(快girl·제작진 표현)’이란다. 철없고 단순한 몽룡이를 어르고 달래 명문대는 물론 사법고시까지 합격하게 만드는 ‘열녀’. 어찌보면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새해 1월3일 첫방송되는 KBS2 새 월화드라마 ‘쾌걸춘향’(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전기상 지병현)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패러디된 주인공 성춘향역을 맡은 한채영(24)은 “처음으로 실제의 나와 똑같은 배역을 받았다.”며 무척 신나는 눈치였다. “으, 그동안 팔자에도 없는 도도하고 능력있는 캐리어우먼 역만 맡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이번에는 말투 같은 것부터 그대로 저인지라, 연기가 아닌 것처럼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모든 배역을 직접 캐스팅 한 전기상 프로듀서도 “당돌하고 발랄한 새 춘향 캐릭터가 한채영 원래 성격과 잘 들어맞아 연기에 쉽게 적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8세때 미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한국을 떠나있었던 한채영은 의외로 고전인 ‘춘향전’을 읽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아, 사실 처음에는 심청이랑 헷갈려서,‘아버지 때문에 바다에 뛰어드는 애’라고 아는 척하다가 주위의 빈축을 산 적도 있지요.”그녀는 “내가 파악하는 춘향이는, 한국 전통의 순종적인 여인상을 대변하는 일편단심 열녀”라면서 “이번 춘향이도 다른 것은 다 바뀌지만 일편단심 하나만은 똑같이 유지된다. 끝까지 지킨다.”고 말했다. 실제 성격도 그럴까.“그럼요. 원래 성격이 단순해서, 누가 한번 좋아지면 그 뒤에 더 좋은 사람이 와도 흔들리지 않아요. 좀 손해보는 성격이죠. 물론 다소곳, 얌전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지만. 누가 내 남자 뺏어가려고 시도하면 직접 찾아가서 응징할 것 같은데요.” 주먹까지 쥐어보이며 웃었다.“그대로 ‘죽음’이다.”라고 말했다. 몽룡의 싫은 점들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따지기에 구체적인 이상형이 존재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한채영은 “글쎄, 전 좀 많이 긴데.”라며 머뭇거리더니 정말로 ‘목록’을 죽 읊었다.“일단 제가 많이 어린지라, 얼굴을 상당히 따집니다. 우선 보기에 좋고 멋져야 해요. 그리고 성격은 착하지만, 유약해선 안 되고, 터프하면서 말수가 적은 과묵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어느 정도의 유머는 있어야 하고….” 계속 이어지는 ‘목록’ 열거도 끊을 겸,“극중에서처럼 이상형에게 능력 없으면 내조로 키워줄 거냐.”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즉시 튀어나오는 대답.“제가 능력 있잖아요. 사랑만 있다면 능력은 없어도 상관 없습니다. 제가 열심히 일해서 먹여살릴 겁니다.(웃음)아무리 일 잘하고 능력 있어도 옆에 좋아하는 사람 없으면 불행할 것 같으니까요.” 한채영은 마지막으로 “이번 쾌걸춘향이 사실상 첫 주연에 첫 본격 코믹 연기다. 기대도 크지만 안 해봤던 캐릭터라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많이 부담되기도 한다.”고 털어놓으면서 “그래도 처음으로 딱 맞는 배역을 맡아 신나게 연기하고 있다. 처음에 좀 어색하게 보여도 계속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글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러브스토리 in 남원 KBS2 새 월화드라마 ‘쾌걸춘향’은 고전 ‘춘향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패러디한 로맨틱 코미디물.‘미안하다, 사랑한다’의 후속작으로 새해 1월3일부터 16부작으로 방송된다. 기생의 딸 춘향(한채영)은 생활고 속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밤무대 가수의 딸로 다시 태어났다. 몽룡(재희)은 공부와는 담을 쌓은 경찰서장 아들, 변학도(엄태웅)는 끈질기게 춘향이를 노리며 도움을 주는 연예기획사 사장. 여기에 몽룡의 첫사랑 채린(박시은)이 원작에는 없는 창작 캐릭터로 일과 사랑 모두에서 춘향과 경쟁하며 재미를 더해줄 예정이다. 전기상 프로듀서는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너무 흔해 평소 주목했던 춘향전을 패러디하게 됐다.”면서 “고전을 빌려 오늘날 젊은이들의 사랑과 일, 우정 등 가치관을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盧대통령, 軍檢·육군에 동시 경고 메시지

    盧대통령, 軍檢·육군에 동시 경고 메시지

    노무현 대통령이 15일 장성 진급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 수사 주체인 군 검찰과 이에 반발하는 양상을 보여온 육군의 민감한 반응에 대해 사실상 동시적인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방부 신현돈 공보관은 노 대통령이 14,15일 이틀에 걸쳐 윤광웅 국방장관으로부터 중간 수사상황을 보고받은 뒤 수사가 적법한 방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국방부 신청사에서 김종환 합참의장과 육ㆍ해ㆍ공군 참모총장, 군단장급 이상 핵심간부 1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지시 내용을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적법한 수사는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수사상황을 공개하는 방법으로 여론의 힘을 빌려 수사하는 관행은 적절하지도, 적법하지도 않다. 국방장관이 책임을 지고 이번 사건을 잘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신 공보관은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군이 스스로 개혁하려는 노력을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둔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국군통수권자로서 국군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기대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당초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이 군 검찰 수사에 불복하는 듯한 발언을 한 소문이 전해졌으나, 국방부측은 이날 이를 일단 부인했다. 신현돈 국방부 공보관은 “남 총장이 주한미군 초청 만찬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3일 오후 상경했다가 유효일 국방차관의 요청으로 회동을 갖고 군 검찰의 수사 상황에 대해 설명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군 소식통은 남 총장이 인사참모부 소속의 중령 2명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된 것과 관련해 수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 차관에게 전달했다고 전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군 검찰이 창군 이래 처음으로 육군본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영관 장교와 장성을 잇따라 소환했음에도 조직적인 범죄 단서를 포착하지 못한 채 비리 의혹만 난무한 데 따른 경고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이 적법한 수사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은 최근 육사 40,41기생들이 구속된 동기생 중령 2명의 변호사비를 모금하는 등 집단행동을 벌인 데 대한 경고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盧心은 양비론? ‘진급비리수사’ 발언 안팎

    장성 진급 비리의혹 수사와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15일 언급은 원칙적인 양비론을 펴면서 질타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노 대통령은 적법한 수사는 원칙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론을 펴면서 군 검찰의 비리 수사활동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수사 상황을 공개해 여론의 힘을 빌려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군 검찰의 수사 방법이 잘못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같은 질책성 발언으로는 앞으로 장성비리 의혹수사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은 국방장관이 수사를 잘 관리해 나가라고 당부했을 뿐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 발언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장성비리 의혹 수사를 중단하라는 쪽에 가깝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군 검찰의 수사를 끌고 갈 만한 팩트(사실)가 없는 것 같다.”면서 “이 정도에서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군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해왔다는 얘기다. 고위 관계자는 “육군과 군 검찰이 서로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장성 진급 대상자 명단을 사전에 작성하는 게 군의 인사관행인데, 군 검찰이 이런 인사관행을 문제삼은 것은 이해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남재준 육군 참모총장이 군 검찰의 수사경과와 결과에 항의하는 ‘군심(軍心)’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국방장관이 알아서 관리하라는 지시는 남 총장과 장교들의 반발에 대한 장관의 지휘역량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육사 40·41기 동기생들이 장성 진급 비리수사로 구속된 동기생들의 구명운동을 벌이는 등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윤 장관은 ‘애교’라며 과소평가했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육본 준장 이틀째 소환

    장성진급 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국방부 검찰단은 14일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인사관리처장 이모 준장을 이틀째 불러 이미 구속된 영관 장교들에게 인사관련 허위공문서를 작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했다. 이와 관련,15일 국방부에서 윤광웅 국방장관과 김종환 합참의장, 각 군 총장 등 군 장성 110여명이 참석하는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가 예정돼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에 비판적인 육군 장성들이 집단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윤 장관은 군 검찰에 구속된 영관급 장교들의 육군사관학교 동기생들이 이들의 변호사 선임료를 모금하는 등 ‘구명운동’에 나선 것과 관련,“동기애로 봐달라. 동기들 간에는 그런 게 있지 않으냐.”며 군 검찰의 수사에 대한 반발이라는 일각의 시각을 부인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축구특기생 9명 ‘뒷돈’ 입학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4일 학부모에게 금품을 받고 체육특기생을 부정입학시킨 4개 대학,3개 고교의 전·현직 축구감독 7명과 브로커 1명, 학부모 9명 등 모두 17명을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부정입학 혐의를 받고 있는 특기생 9명의 명단을 교육부에 통보했다. K대 축구감독 조모(41)씨는 지난 2002년 M고교 감독 김모(44)씨로부터 대학에 입학할 실력이 안되는 축구선수를 입학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Y대 전 감독 김모(40)씨는 지난해 4월 S고 감독 김모(51)씨 등 고교감독 2명으로부터 축구선수 3명을 특기생으로 입학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3500만원을 받았다.H대 감독 한모(50)씨도 같은 해 9월 특기생 2명의 입학 대가로 2700만원을 받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삼성 법무실, 서우정변호사 영입

    삼성이 또다시 법조 인맥 확보에 나섰다. 9일 삼성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달 서울고검 검사를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난 서우정(48·사시 23회) 변호사를 구조조정본부 법무실 부사장급으로 영입키로 했다. 현재 서 변호사의 영입과 관련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서 변호사는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사시 23회에 합격한뒤 서울지검 검사, 속초지청장, 법무부 공보관, 서울지검 특수3부장·특수1부장 등을 역임했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법률수요가 늘어 법무실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서 변호사를 영입키로 결정했다.”면서 “기업 경영에 관련된 법적 리스크를 방지한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7월 노무현 대통령의 사시 동기생이자 김&장의 대표변호사를 역임한 이종왕 변호사를 사장급으로 영입하면서 법무팀을 법무실로 승격했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중앙지검 유승엽(35회) 검사, 광주지검 부부장검사를 지낸 김수목(29회) 변호사를 상무로 데려오는 등 법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사법연수원 수료생 2∼3명도 새로 뽑기로 했다. 삼성 구조본 법무실에는 이종왕 실장을 제외하고는 40대 이하 인력이 주축이어서 서 변호사의 영입으로 중량감을 더하게 됐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오늘의 눈] “재선충병 북진을 막아라”

    “더이상 북동진은 안 된다. 경북 포항에서 반드시 차단시켜야 한다.” 군사작전 명령이 아니다.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소나무 재선충병에 대한 산림청의 비장한(?) 각오이다. 지난 1988년 부산 동래에서 최초로 발생한 재선충병이 올해 최악의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8개 지역,90여㏊에서 발병이 신고됐다. 무엇보다 태백준령과 지리산을 코앞에 둔 지역까지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경주시 양남면 수렴리 소나무 고사목(10여그루)에서 재선충 같은 기생성 선충류가 확인돼 경북도가 정밀조사에 나섰다. 천년고도 경주 불국사와 남산 등의 소나무가 자칫 사라질 수도 있다. 게다가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하동군에서도 발생사실이 확인됐다. 올해 최대 피해지는 포항이다.90㏊에 달하는 피해지역 중 고속도로 주변 등 16㏊에 대해 이례적으로 모든 나무를 베어내는 ‘개벌’이 시작됐다. 포항시 북구 기계면 내단리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변(5.5㏊)에서만 40년생 소나무 등 4500그루가 사라지게 된다. 기자가 찾아간 개벌현장은 기계톱 소리와 가지, 잔목을 태우는 연기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포항은 우리나라 소나무 목재 주산지인 경북 울진과 강원도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산림당국으로선 반드시 포항을 사수(死守)해야 할 처지다. 우리나라의 재선충병 피해지역은 이미 30개 시·군·구 3461㏊에 달한다. 지금같은 속도라면 오는 2100년 국내 소나무의 전멸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도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예산·인력지원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과성 대책으로는 재선충병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 특별법 제정 등 특단의 대책이 조속한 시일안에 나와야 한다. 일본은 재선충병을 70여년간 방치하다가 산림이 황폐해진 1977년에야 뒤늦게 특별법을 제정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愚)를 답습하지 않기를 바란다. 박승기 공공정책부 기자 skpark@seoul.co.kr
  • [부고]

    ● 이맹기 대한해운 명예회장 한국 해운업계의 개척자인 이맹기 대한해운 명예회장이 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80세.1947년 해군사관학교 1기생으로 바다와 처음 인연을 맺은 고인은 5·16 군사쿠데타 후 62년 해군참모총장 겸 최고회의 최고위원으로 재직하다 64년 예편, 대한해운공사 사장에 취임했다.68년 공사가 민영화되자 대한해운을 창립해 국내 최대 전용선사의 기반을 닦았다. 대한해운을 무분규 회사로 키웠고 옥포장학회, 해성사회윤리문제연구소 등 장학·연구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고인은 재향군인회장, 선주협회 회장, 한국해양소년단연맹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상임이사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 7월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현재 대한해운은 장남 이진방 사장과 장학세 회장이 경영하고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위정호 여사와 1남3녀. 빈소는 삼성의료원 15호실(02-3410-6915), 발인은 12일 오전 10시, 장지는 대전 국립현충원이다. 장례는 해군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 박명근 前 국회의원 4선 의원을 지낸 박명근 전 국회의원이 9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77세. 박 전 의원은 경제기획원 예산과장, 대통령 경제비서관 등을 거쳐 1971년 정계에 투신해 8,9,10,14대 국회의원(경기 파주)을 지냈다. 대한투자신탁 사장도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윤정옥씨와 아들 정준(국회의원 보좌관)씨 등 1남5녀. 사위 김종갑(특허청장), 이국한(의사), 전명진(사업), 하성(기획예산처 과장), 김동영(라인란드 기술㈜)씨가 있다. 빈소 삼성서울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02)3410-6914. ●이인철(군산 KBS 부장)웅철(자영업)광철(17대 국회의원)승철(도움약품 대표)씨 부친상 이기원(충남 서천중 교사)씨 빙부상 9일 전북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10시 (063)250-2451 ●윤태화(산업은행 수석부부장)씨 모친상 8일 인하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9시 (032)890-3199 ●이상택(대림산업 인도DHDT 현장소장)상근(KOIS 기획조정부 차장)상윤(볼보코리아 전북사업소 상무이사)상훈(한겨레플러스 대표)씨 부친상 이규명(HSD 엔지니어링사업부 과장)씨 빙부상 9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11일 오전 6시 (02)392-0299 ●김종태(유토피아 익스프레스 대표)씨 부친상 김병철(현대정보기술 부장)신상현(주식회사 계선 과장)씨 빙부상 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02)3010-2268 ●송재평(전 청주역장)씨 별세 준호(광평개발 과장)씨 부친상 김승기(전 공주 부시장)이무근(전 전기초자 전무)씨 빙부상 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1일 오전 7시30분 (02)3410-6907 ●박진민(주식회사 서등 대표)씨 별세 이재선(한국청소년금연운동연합 총재)씨 상배 9일 서울순천향병원, 발인 11일 오전 7시 (02)792-1656 ●김기태(운송신문사 부사장)씨 별세 9일 서울시립은평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02)304-4471 ●지성운(사업)씨 부친상 김용수(사업)장성훈(법무사)신주호(경찰공무원)씨 빙부상 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02)3010-2267 ●김성태(전 예술원 회장·전 서울음대 학장)씨 상배 기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기철(SK텔레콤 지점장)기순(이화여대 음대 교수)씨 모친상 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02)3010-2294 ●이인원(전 대양건설 소장)씨 별세 준호(가온미디어 주임연구원)씨 부친상 김충현(춘천불교방송 보도제작팀장)씨 빙부상 9일 을지병원, 발인 11일 오전 10시 (02)978-0299
  • 왕년의 ‘목소리 마술사’ 다시 뭉쳤다

    좍 편 두 손은 ‘대기’,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대사) 들어가라.’는 신호. 라디오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12년 동안 떠나 있었다는 사람답지 않게 부조종실의 임영웅(극단 ‘산울림’ 대표) 연출가는 한시도 쉬지 않고 양 손을 현란하게 움직인다. 잠시라도 지시를 놓치면 거친 욕설이 쏟아지지만 반백의 성우들은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자리는 KBS 1기 성우들이 방송인생 50주년을 기념해 뭉친 제작현장이었기 때문. 성우는 물론 제작진도 대부분 원로급이다. 이들은 녹음을 마치자 약속이라도 한듯 일제히 서로에게 박수를 치며 악수했다.“정말 잘했어, 잘했다고.”(8일 KBS1 라디오 ‘KBS무대’ ‘목탁새’ 제작현장) ●“화려했던 60~70년대 전성기 재현” 지난 1954년 말 뽑힌 KBS 공채 성우 1기들이 50주년을 맞아 4부작 기념 라디오 드라마를 마련했다.KBS1라디오(표준 FM 97.3㎒) ‘KBS무대’(매주 일 오후 11시10분)에서 지난 5일부터 성우 1기들을 중심으로 제작·방송하는 라디오 드라마 4편이 바로 그것. 지난 5일 ‘돌아온 아이들’에 이어,12일 ‘목탁새’,19일 ‘가을과 노을’,26일 ‘만남’이 차례로 방송된다. 특히 마지막 편인 ‘만남’에서는 현재 살아 있는 1기생 전원이 출연해 의미를 더할 방침이다. 신원균 이창환 등 이미 세상을 뜬 1기 동기들도 ‘망자와의 대화’ 형식으로 등장해 성우 1기생의 반세기에 걸친 삶의 애환과 즐거움 등을 그려낼 예정이다. 극본도 성우 1기인 고은정이 썼다. 또 연출도 임영웅(예술원 회원), 곽현(KBS 라디오 연출 1기생), 조원석(KBS 라디오 본부장) 등 예전의 원로 PD들이 꾸미는 등 제작진 거의가 원로급이다.8일 제작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화려했던 60∼70년대 라디오 드라마 전성기를 다시 재현해 보이겠다.“며 의욕이 대단했다. ●고은정·김수일·박용기·오승룡씨 등 한자리 “소감요? 말도 못하게 좋죠. 부부보다 더한 우리 1기들이 오랜만에 모여 뭔가 만든다는 자체가 감개무량합니다.”(고은정) 고은정, 김수일, 박용기, 오승룡…. 이날 한자리에 모인 한국 방송사의 산 증인들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감회에 젖었다. 이 자리를 위해 미국 텍사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동기(박용기)도 있을 정도.“이 짓(성우)은 거의 ‘아편’ 같다고나 할까요. 한번 맛을 알면 안 할 수가 없습니다.”(김수일) “다시 태어나도 이 직업 택할 겁니다. 한번도 후회한 적 없는 반세기였죠.”(오승룡) “돌이켜보면 항상 부끄럽고 항상 미완성이었네요. 모두들 좋은 작품 만들겠다는 욕심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 아닐까….”(박용기) 물론 말 못할 고충들도 많다.50년 동안 군 입대와 관련한 석달을 빼놓고 단 하루도 쉬어보지 못했다는 오승룡, 녹음 시간을 맞추기 위해 긴급환자를 위장해 스튜디오까지 달려간 적도 있다는 김수일…. 박용기가 “풀어놓자면 끝이 없다. 그만해라.”며 손을 내저을 정도. 그러나 해보지않은 사람은 모를 그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그만둘 수 없었던 것은 “TV드라마와는 또다른 묘미 때문”(오승룡)이다. “그림이 피동적으로 주어지는 TV와 달리 라디오는 청취자들이 직접 그리는 ‘마음의 극장’이잖아요. 때문에 라디오 드라마는 청취자들이 각각 공감할 수 있는 개인적인 체험이 됩니다.” 애정이 많으면 할 말도 많은 법. 이들은 침체된 라디오 드라마 장르의 현황을 걱정하며 방송사들의 투자 부족 등을 성토하기도 했다. 현재 편성된 지상파 라디오 드라마는 KBS 5편,MBC 1편뿐.SBS는 한 편도 없다. 지난 57년 만들어져 현재까지 국내 유일의 문예창작 라디오 드라마 프로의 명맥을 이어온 ‘KBS무대’의 이상여 프로듀서는 “오디오에만 의존한다는 라디오 드라마의 약점은 역으로 강점이기도 하다.SF, 팬터지 등 라디오 드라마의 가능성은 아직도 무한하다고 본다.”면서 “제작진과 방송사 모두 라디오 드라마만이 할 수 있는 몫을 계속 고민하고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한달간 스님되기’ 지원자 몰려

    ‘한달간 스님되기’ 지원자 몰려

    한 달 동안 행자 과정을 체험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월정사(주지 정념 스님)의 단기출가학교가 일반인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월정사는 17일까지 접수할 예정이던 단기출가학교 3기생을 8일로 조기 마감한다고 7일 밝혔다. 접수에 들어간 지 10여일 만에 모집인원(일반 60명, 중·고등학생 20명)의 네 배 가까운 3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일반인들도 한 달 동안 삭발, 발우공양, 새벽과 저녁 예불, 운력(대중과 함께 하는 노동) 등 스님들과 똑같은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단기출가학교는 한국불교사에 새로운 출가문화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기출가학교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최근 들어 이 학교 1기생들의 사연과 수행모습을 영상에 담은 MBC 다큐멘터리 ‘출가’ 2부작이 방영되면서 한층 커졌다. 월정사는 제4기(내년 4월18일∼5월17일ㆍ일반), 제5기(8월 중순ㆍ대학생과 교사), 제6기(9월12일∼10월11일ㆍ일반), 제7기(2006년 1월5일∼2월4일ㆍ일반인과 중고등학생)생을 잇따라 모집한다. 월정사 홈페이지 참조(www.woljeongsa.org).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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