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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상덕의 서울야화](16)거지들이 사랑했던 스타 차홍녀

    [심상덕의 서울야화](16)거지들이 사랑했던 스타 차홍녀

    ‘대종상 영화제’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겁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영화의 발전과 함께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사랑도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고요. 그런데 옛날 영화 중 1965년 ‘김지미’와 ‘신영균’이 주연했던 전택이 감독의 ‘홍도야 우지마라’를 알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 이 영화를 본 적이 없다 해도 그동안 연극으로 많이 공연이 됐고, 지난 1950년대에도 같은 제목의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었거든요. 또 1930년대 후반에도 인기몰이를 했던 영화였습니다. ‘홍도야 우지마라’는 지금으로부터 꼭 70년 전인 1936년 동양극장에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라는 제목으로 연극으로 공연됐던 작품이었습니다. 이 연극에서 홍도 역을 맡았던 배우가 ‘차홍녀’였습니다. 홍도의 오빠역인 경찰관은 그 시절 첫손에 꼽히던 배우 ‘황철’이 맡았고요. 이 작품을 쓴 극작가 ‘임선규’는 처음부터 여자 주인공엔 차홍녀를 생각했었기에 ‘홍도’라는 이름이 등장하게 된 거고, 또 오빠인 경찰관 역엔 황철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철수’라는 등장 인물을 만들어 냈던 겁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일찍 부모를 잃고 의지할데 없는 두 남매. 홍도는 오빠의 학비를 벌기 위해 기생이 된 뒤, 오빠의 동창생 청년과 사랑에 빠집니다. 그 청년은 이미 약혼녀가 있는데도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홍도를 아내로 맞아들이는 거죠. 그러나 홍도는 남편이 유학을 떠나자 소박을 맞고 쫓겨나게 되는 겁니다. 유학에서 돌아온 남편은 집안 식구들의 모함만 듣고 홍도를 마치 부정한 여자로 치부하면서, 전 약혼자와 결혼할 생각을 갖게 되고 이성을 잃은 홍도는 본의 아니게 전 약혼녀를 살해하게 돼 경찰관이 된 오빠에게 수갑이 채워져 끌려가야 하는 기구한 운명을 다룬 작품입니다. 그런데 ‘대종상 영화제’가 있는 오늘.‘서울야화’에서 왜 ‘홍도야 우지마라’라는 연극과 영화 얘기를 하느냐고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홍도야 우지마라’의 주인공 ‘차홍녀’가 인기절정의 여배우였지만 너무나 아까운 나이 25살에 꽃잎을 떨구게 됐던 겁니다. 그 이유가 뭐였는가 하면요. 당시 극단 ‘아랑’에서 지방 순회공연을 돌던 1940년 겨울. 강원도 철원에서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기차역에 나갔는데 그날 따라 기차가 한 40분 정도 연착이 되는 바람에 기차역 주변을 서성이고 있을 때, 그 추운 날씨에 역 앞에서 온몸을 웅크리고 덜덜덜덜 떨면서 구걸하는 거지를 발견하게 됐던 거죠. 바로 이 순간 차홍녀가 그 거지 앞을 그냥 지나쳤다면 아무런 탈이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평소 인정이 많던 차홍녀는 그 거지에게 적선을 했던 겁니다. 거지는 그 인정이 고마워 손을 내밀었는데 차홍녀가 따스하게 거지의 손을 꼭 붙잡아 줬던 거죠.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입니까.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 거지와의 접촉에서 그 당시 한창 유행하고 있던 ‘천연두’에 걸려 지방공연을 다녀온 지 며칠 만에 죽어버린 겁니다. 그 당시 ‘천연두’에 걸리면 전염병치료소인 ‘순화병원’에 강제로 수용돼 비참한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그녀의 가족들은 이같은 사실을 숨기고 한약을 먹이면서 이불을 뒤집어 씌웠다는 겁니다. 차홍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 원인에 대해 서울시내에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그 당시 동양극장 앞에서 관객들을 상대로 구걸하던 거지들은 물론 서울시내 다른 지역 거지들에게도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차홍녀의 장례식이 있던 그날, 거지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겁니다. 그리고 당시 화장터가 있었던 홍제동까지 거지들이 상여의 뒤를 길게 따라가면서 대성통곡을 했다고 합니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우리에게는 ‘홍도야 우지마라’로 더 잘 알려진 연극을 통해 인기 정상에 올랐던 차홍녀. 그녀는 비록 스물다섯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지 6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차홍녀’의 사진을 들여다 볼 때마다 아직도 우리 가슴 속엔 마음씨 고왔던 그 시절의 스타 ‘차홍녀’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지는 듯합니다.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9) 진리와 非진리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9) 진리와 非진리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맞다’와 ‘틀리다’는 말을 사용한다. 저 말은 지성적 판단의 결과인데, 그런 판단은 세상사를 분별해야 할 필요성에서 생겼다. 세상사의 분별 필요성은 생존문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산에 터널을 뚫고 강에 다리를 놓고, 경제적인 빈곤을 해결하고, 안보상의 위협에 대처하는 모든 것은 생존문제를 풀기 위한 판단을 요구한다. 판단을 통하여 문제해결의 정/오를 구분한다. 지성은 사회생활에서 생존을 위한 꾀를 인위적으로 강구한다. 이것이 그 동안 인류문명의 성격이었다. 지성이 진/위를 판별한다. 지성적 진리의 기준은 실용성과 정합성과 공정성이겠다. 실용성은 경제적 편리의 척도에서 이/해를 분별하고, 정합성은 수학적 정밀성과 논리적 합리성의 척도에서 진/위를 가늠하고, 공정성은 사회적 공공성의 척도에서 정/사의 기준을 정립한다. 물론 문제의 성격에 따라 진리의 세 기준 중에서 우선순위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으나, 공통적으로 저 세 기준은 다 세상을 인간이 소유하고 장악하려는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공정성의 진리는 인간의 소유의지와 다른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저것은 정의의 진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의의 진리도 정/사를 분별하여 공정하게 정의가 지배하기를 욕망하는 뜻을 지닌다. 그러기 위하여 정의는 불의와 싸워야 한다. 공정성도 소유적 진리의 지배의지를 떠난 것은 아니다. 아무튼 과학은 지성이 인지한 문제를 해결하는 소유적·객관적 지식을 탐구한다. 이 지식이 진리다. 문제가 없으면 지식이 없고, 진/위의 구별도 생기지 않는다. 지성의 진리는 결국 인간의 사회적 생존에 도움이 되는 가치만을 가리킨다. 문제해결의 정답으로서의 지식은 결국 문제를 지성적으로 소유했다는 것을 상징한다. 경제적 부자가 세상을 지배하듯이, 과학기술적 지식이 세상을 장악한다.20세기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 푸코가 지적했듯이, 문명이 ‘권력 즉 지식’(power-knowledge)의 방향으로 이행해 왔다는 것은 지식과 돈과 권력이 하나의 소유적 지배의 삼원(三元)체제를 구성해 왔다는 것을 말한다. 동식물의 본능이 생존을 위한 자연의 사심없는 술(術)이듯이, 인간의 지능(지성)도 사회적 생존을 위한 인위적 술이어서 흠결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동식물의 본능은 생/멸의 굴러가는 바퀴 속에서 일어나는 상생과 상극의 존재방식이므로 거기에 소유의식이 없다. 동식물이 자기생존을 위하여 타 생명과 싸우는 상극적 일이 생기나, 그 상극적 투쟁은 무한히 살려는 생명의 의지를 제한시키는 죽음의 필연적 등장을 표시해줄 뿐이다. 자연은 생멸의 균형을 그 존재방식으로 이룬다. 그러나 인간의 지성은 자연의 존재방식과 다른 새 질서인 소유를 세상에 부과한다. 지성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서의 수단(savoir-faire)을 갖고 있음을 말하는데, 그 수단이 클수록 더 많은 지배력을 향유한다. 지성은 진리를 소유하고 허위를 배척한다. 20세기 프랑스의 가톨릭 실존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그의 저서 ‘존재와 소유’에서 잘 지적했듯이, 소유의 생리는 ‘자기중심적(heauto-centric)이면서 동시에 타자중심적(hetero-centric)’이라는 것이다. 소유의 생리는 자기든 타자든 다 중심을 형성하려는 욕망을 지닌다. 왜냐하면 소유론은 곧 권력론이기 때문이다. 지배적인 중심은 종속적인 주변을 전제해서 가능하다. 중심적인 것은 지성적 진리의 세 기준에서 사회나 세상을 지배하려는 권력 주체이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그 권력을 내가 소유하려고 하는 만큼 타자도 역시 타자중심적으로 소유하려 한다. 이것이 마르셀이 말한 ‘자기중심’과 ‘타자중심’의 이율배반적 사고방식이겠다. 세상의 정치는 늘 지식과 돈을 수단으로 권력의 중심이 되려는 욕망과 다르지 않고,‘자기중심’과 ‘타자중심’이 서로 격렬하게 싸우는 소유중심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 소유론적 진/위의 판단적 분별로서 세상이 절대로 진리에로 귀일하지 않는다. 소유론은 중심론이고, 중심론은 자기/타자의 끝없는 대결투쟁을 낳는다. 자연과학적 진리도 가치중립이 아니다. 그 진리도 이미 권력론의 중력 안에 있다. 사회생활의 사고방식을 소유론에서 존재론으로 이행하지 않으면, 인류는 각자 다 자기가 중심이 되려는 이기적 탐욕에서 해방되지 않는다. 소유론적 지성은 필연적으로 세상을 문제로 여겨 판단의 대상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존재론적 사유는 세상을 문제로서 보기보다, 오히려 세상에 존재하는 시원적 법을 본받으려고 고요히 보고 귀를 기울인다. 그 시원적 법을 하이데거는 자연성(physis)이라고 보았다. 자연성은 자연과학의 대상이 된 자연(nature)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이 스스로 나타나는 ‘생기의 사건’(event)과 스스로 사라지는 ‘소멸의 사건’(dis-event)과의 사이에서 왕복하는 자동사적 운동을 말한다. 세상사를 명사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하이데거는 존재자적인 사고(ontic thinking)라 불렀다. 명사와 존재자는 유사한 개념이다. 존재자는 지성이 세상사를 보는 객관적 사고방식의 일반적 대상을 가리키는 개념이고, 명사는 세상사를 개별적 대상으로 분류해서 지적한 개념이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존재론적 사유(ontological thinking)는 세상사를 명사적 개별개념으로 쪼개서 보는 존재자적 사고방식이 아니라, 자연성처럼 세상사를 서로 유기적인 그물 망처럼 읽는 방식을 말한다. 자연의 나무(木)는 비목(非木)과의 얽히고 설킨 관계로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가 보았다.(28회) 20세기 프랑스의 해체철학자 데리다가 그물처럼 얽힌 존재방식을 차연(差延=differance)(14,28회 글)으로 명명하면서, 차연은 형식상 명사 같지만 사실상 명사가 아니고 차이를 지니고 있는 만물들 사이(the between)의 거래관계와 같다고 말했다. 데리다는 이런 차연을 초점이 불일치한 사팔뜨기와 같다고 비유했다. 모든 명사는 개념적 초점이 분명한데, 이 차연은 선명한 개념의 중심이 없으므로 개념적 소유론에 해당되지 않는다. 존재가 차연이라는 것은 존재가 이중성이므로, 존재는 지성에 의한 개념적 장악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 세상을 존재론적으로 본다는 것은 세상을 지성의 판단대상으로 여기지 않겠다는 것을 말한다. 세상이 지성의 판단대상이면, 세상은 어김없이 택일적 선택(眞/僞,善/惡,正/邪,利/害)의 가치론으로 심문당한다. 세상에 그런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은 세상을 그런 가치로 소유하겠다는 지성의 결심과 같다. 마르셀이 말했듯이, 소유론은 ‘자기중심적’이면서 동시에 ‘타자중심적’인 역설을 지니고 있기에 반드시 양자가 분열되어 투쟁하게 마련이다. 인간이 선택한 어떤 진(眞)/선(善)/정(正)/이(利)도 그 이면에 약점을 지니고 있으므로 상대방은 내가 선정한 저 가치를 정반대의 약점인 위(僞)/악(惡)/사(邪)/해(害)로 해석한다. 역사적으로 인간의 판단이 선택한 가치가 대립의 갈등 없이 일치를 자아낸 적이 있었던가? 자연성에는 소유론적 대립이 없고, 오직 생멸(生滅)의 이중성만 있을 뿐이다. 생멸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택일적 가치가 아니다. 생멸은 자연의 자동사적인 사건이다. 생(生)은 비생(非生)의 멸(滅)을 머금고 있고, 멸도 비멸(非滅)의 생을 안고 있다. 꽃은 이미 비생의 멸을 내포하고 있고, 죽은 꽃이 남긴 열매는 이미 비멸의 생을 품고 있다. 이것이 2~3세기 인도의 고승 나가르주나(한자명=龍樹)가 언급한 생멸과 유무의 이중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중관(中觀)사상으로 통한다. 원효는 나가르주나의 중관사상을 본받아 불교의 공사상이 ‘정공’(定空=고정된 空)이 아니라 ‘역공’〔亦空=不空과 또한(亦) 연계된 空〕이라고 언명했다. 공은 독자적인 개념이 아니라, 차연처럼 ‘불공(不空)과 또한 연계된 공’임을 알리기 위하여 ‘정공’과 ‘역공’의 용어를 원효가 ‘대승기신론소’에서 대비적으로 사용했다. 그것은 공과 불공이 차연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한 의도겠다. 그러므로 존재론적 세상보기에서 진/위, 선/악, 정/사, 이/해의 대립이 없고, 진(眞)과 비진(非眞), 선(善)과 비선(非善), 정(正)과 비정(非正), 이(利)와 비리(非利)의 이중관계의 차연이 있을 뿐이다. 여기에는 어떤 중심이 없다. 이 중심이 있으면, 저 중심이 생겨서 반드시 대립갈등을 빚는다. 중심주의와 소유주의와 택일주의는 다 동격이다. 하이데거의 후기사유가 존재의 계시(啓示)로서의 진리(truth)와 존재의 은적(隱迹)으로서의 비진리(un-truth)를 각각 천명한 것은 존재론적으로 이 세상이 독자적인 진/위로 대립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겠다. 하이데거의 비진리는 허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공과 불공을 한 쌍으로 보는 원효와 같이 진리와 비진리를 한 쌍으로 보는 차연적 사유를 말한다. 비진리는 진리가 무(無)의 방향으로 즉 밤의 휴식으로 ‘은적하는’(hiding) 것이고, 진리는 비진리가 유(有)의 방향으로 즉 낮의 활동으로 ‘현시하는’(disclosing)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돌고 도는 자연의 자연성이다. 원효와 하이데거는 사회생활의 소유론적 사고를 자연성의 존재론적 사유에로 치환시킬 것을 종용하는 철학자라 하겠다. 그들은 다 공통으로 존재론적으로는 세상에 취하거나 버릴 진/위는 없고, 다만 인간의 미망(迷妄)이 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 미망을 하이데거는 ‘길잃음’(erring)이라고 명명했다. 이 길잃음은 마음의 ‘집착’(insistence)에 기인한다고 하이데거는 그의 논문 ‘진리의 본질에 관하여’에서 언명했다. 마음의 집착인 소유욕이 세상을 재단하는 것이 병이지, 세상의 시원적 사실은 마음의 병을 지닌 인간의 심판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진리가 허위나 오류가 아니고 진리의 이면이라는 하이데거의 철학은 타자가 자기의 이면이라는 뜻을 암시한다 하겠다. 중심주의의 철학에서 자기중심과 타자중심이 대결구조로 이원화되지만, 중심을 해체시킨 차연의 철학에서 타자는 비(非)자기로서, 자기는 비(非)타자로서 각각이 각각의 이면임을 말한다. 차연의 철학은 일체가 다 자기와 별개의 대립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동기(同氣)의 사유를 낳는다. 삼라만상 일체가 다 동기다. 이것은 공상적 낭만의 꿈이 아니다. 이것의 중요성을 다음주에 볼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경남도 IT인재 사업 ‘대박꿈’

    경남도가 양성한 ‘IT엘리트’들이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푼돈으로 시작한 IT인재 양성사업이 대박꿈을 부풀리고 있다. 경남도는 고학력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시행중인 IT엘리트 양성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일본 IT기업의 선두주자인 트랜스코스모스와 TPS㈜가 연말에 졸업하는 2기 수료생 중에서 각각 10명씩을 채용키로 하는 등 기업들로부터 구인요청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IT분야 인력수요는 국내가 4만여명이며, 일본은 42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일본은 부족한 인력을 한국과 중국에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랜스코스모스측은 경남도에 앞으로 자동차 설계분야 250명과 IT분야 200명을 채용할 계획임을 최근 전해왔다. 이와 함께 다음달 고위간부가 방문, 이와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의사가 있다며 경남도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는 관련학과를 두고 있는 도내 대학과 협의,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도는 지난해 67명을 교육시킨 데 이어 올해도 3억 6000만원의 사업비로 2기생 78명을 선발, 고급과정을 교육중이다.38명은 경남대에서 ‘자바 디벨로퍼’과정을 교육받고 있으며,40명은 진주산업대에서 ‘모바일 엔지니어’과정을 밟고 있다.1인당 교육비 600만원 중 도가 400만원을 지원하고,200만원은 자부담이다. 지난해의 1기생중 고급과정을 수료한 41명 가운데 30명은 트랜스코스모스와 TPS㈜,K&J테크놀로지 등 9개의 일본 IT기업에 취업, 실력을 인정받았다. 덕분에 3명이 추가로 취업을 상담중이다.그리고 전문가 과정을 수료한 12명은 호조건으로 국내 기업에 취업했으며, 나머지 7명은 연봉수준을 조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과정 14명은 이달말 수료한다. 일본에 취업한 1기 수료생들의 초임 연봉은 주택보조비와 교통비, 식비 등을 포함,4000만원 수준으로 국내 대기업과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도 관계자는 “일본에서 인정받은 IT엘리트 양성사업이 신성장 동력사업으로 각광받을 날이 머지않았다.”면서 “이를 선점하기 위해 IT엘리트 양성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기내서 들킨 ‘돈봉투’

    지난달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알제리로 향하는 여객기 안. 비즈니스석 두번째 줄에 앉아 있던 김정일 방위사업청장이 바로 앞자리의 육군사관학교 28기 동기생 A씨의 ‘호출’을 받고 앞으로 갔다. 방산업체 임원으로 방위사업청과 직무 연관성이 있는 A씨의 옆자리는 승무원석으로 잠시 비어 있었다. 두 사람은 알제리에서 열리는 방산물자 설명회에 참가차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비즈니스석에 탑승한 상태였다. 김 청장이 옆에 앉자 A씨가 두툼한 봉투를 건넸다.“해외에 나가보면 대사관의 무관들이 고생이 많더라. 가서 격려금으로 나눠주라.”는 말을 곁들였다. 김 청장은 그것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데 당시 비행기에서 몇사람이 문제의 ‘봉투 수수’ 장면을 목격했고, 귀국 후 입방아를 찧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청장은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의 돌연한 사의 표명에 대해 “지난 4월 말 해외출장 중 골프를 친 사건으로 부담을 갖고 있던 중 마침 차관인사가 곧 있을 것이란 언론보도를 보고 지금이 적기일 것 같아 사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퇴진 배경엔 아무래도 ‘봉투 수수’ 사건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 같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골프 사건은 당시 본인의 사과로 일단락됐었고, 김 청장은 다시 업무에 의욕을 보이던 참이었다. 회견에서 김 청장 본인도 비행기 안에서 5000유로(600여만원 어치)가 든 봉투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그는 “알제리에 가보니 무관들이 너무 많아 나눠주기에 뭐했고, 체류 기간 내내 경호차가 따라다니고 숙박도 따로했기 때문에 봉투를 돌려줄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귀국 후 경황이 없어 1주일 뒤에야 봉투를 돌려줬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권 핵심부에서 차기 청장으로 염두에 둔 인사를 일찌감치 밀기 위해 김 청장을 낙마시켰다는 얘기도 나돌았으나, 봉투 사건이 밝혀지면서 ‘음모론’은 쑥 들어간 상태다. 정부 안팎에서는 군수 조달 업무의 일원화·투명화를 위해 올해 통합, 출범한 방위사업청에 권한이 집중되면서 오히려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서울신문 102년-서울신문의 어제] 겨레와 동고동락 서울신문의 102년

    [‘서울신문 102년-서울신문의 어제] 겨레와 동고동락 서울신문의 102년

    서울신문이 겪은 정치적 격랑은 100년 역사의 신문이 쌓아온 문화적 의미마저 짓눌러왔다.‘총독부 기관지’‘군사정권 선전도구’라는 어두운 역사의 그늘에 가려 서울신문이 한 세기 역사속에 남긴 문화사적 족적마저 축소되고 폄하되어온 것이다. 그러나 서울신문은, 창간 초 대한매일신보 시절은 물론 일제 강점기 매일신보, 광복 후 서울신문으로 신문의 맥을 이어오면서 한국 근현대문화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신춘문예 효시가 된 소설 현상공모를 처음 도입했는가 하면 춘원 이광수의 ‘무정’, 정비석의 ‘자유부인’, 김주영의 ‘객주’ 등 연재소설들은 한국문학사의 자양분이 되었다. 또 한글판 서울신문 발간과 한글전용 단행, 최초의 시사종합 월간지인 ‘신천지’와 시사주간지 ‘주간 서울’ 등을 창간하며 한국 언론역사에 다양성을 부여했다.1904년 창간 이후 격동의 한 세기를 넘기며 대한매일신보, 매일신보, 서울신문이 우리 근현대 문화사에 남긴 족적과 의미를 살펴본다. 매일신보는 광복과 함께 총독부 기관지란 굴레를 벗고 민족의 공기(公器) 서울신문으로 거듭태어나게 된다. 한국 전쟁 발발전까지 특히 눈에 띄는 행보는 ‘신천지’와 ‘주간서울’ 창간이다. 훗날 한국 잡지사의 빛나는 한 페이지로 남게 되는 신천지는 서울신문과 짝을 이루는 월간 종합시사지로 1946년 2월 창간됐다. 신천지는 창간이래 좌우익 논쟁과 정부수립을 전후한 혼란기에서 6·25 및 휴전 이후에 이르기까지 만 9년동안 통권 68호를 기록했다. 광복 후 6개월동안 100여종의 잡지가 쏟아져나왔으나 창간호가 곧 종간호가 되거나 기껏해야 5호를 넘기기 어려웠던 당시에 신천지는 ‘잡지 전장(戰場)의 유일한 생존자’로 불렸다. 신천지가 선택한 국판 크기는 뒷날 우리나라 월간지의 대표적 판형이 되며,200여쪽에 이르는 분량도 100쪽 안팎의 다른 잡지를 압도했다. 1948년 10월엔 국내 최초의 시사주간지 ‘주간 서울’을 창간했다. 빈약한 타블로이드 판형의 지면에 정치 기사 일변도였던 일간지들이 일반 독자의 수요를 고루 충족시켜주지 못하던 상황에서 다양한 분야의 관심거리를 다루었던 주간서울은 창간 즉시 큰 인기를 모았다. 악화일로를 걷던 식량사정을 파헤친 ‘국민의 식생활은 안도되는가’, 반민특위 재판으로 서리를 맞은 육당과 춘원의 저서 회수 소동, 국내 음악계 동향과 각종 취미오락 등 각계 각층의 독자 취향을 염두에 두었다. 서울신문은 이후에도 연예주간지 시대를 연 ‘선데이서울’ 창간, 고급 지성지 ‘서울평론 창간’, 최초의 TV연예주간지 ‘TV가이드’, 계간 예술비평 전문지 ‘예술과 비평’ 등 대중과 고급을 아우르며 잡지 트렌드 메이커로서 역할을 해냈다. 잡지 발간과 함께 단행본 출판에도 관심을 기울였는데, 광복과 전쟁의 혼란기 전단지 수준의 정치선전물이 주류를 이루었던 상황에서 서울신문 출판물은 단연 돋보였다. 신채호의 ‘단재저작집’과 ‘조선사’, 정인보의 ‘조선사연구’(상하)와 ‘오천년간 조선의 얼’, 홍기문의 ‘훈민정음 발달사’와 ‘조선문법연구’ 등이 대표적이며, 박은식의 역사서도 여러권 출판했다. 연재소설의 맥은 서울신문에서도 꾸준히 이어졌다.1940년대의 암울한 생활고를 그린 주요섭의 ‘대학교수와 모리배’, 무능한 지식인 남편과 자유분방한 아내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을 그린 최상덕의 ‘새벽’ 등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1954년 1월1일부터 8월6일까지 연재됐던 정비석의 ‘자유부인’은 전무후무한 화제와 논란을 불렀다. 완고한 학자 남편과 가정에 권태를 느껴 뭇남성들과 다방, 댄스홀을 드나드는 여주인공의 대담한 행태는 장안의 화제로 번져갔고, 자유부인이란 단어는 곧 바람난 주부의 대명사가 되었다. 사회적 파장도 컸다. 특히 교수사회가 발끈했다. 당시 서울대 법대 황산덕 교수는 대학신문에 ‘작가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비판의 날을 세우자 작가는 서울신문을 통해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고, 황 교수 또한 서울신문 기고를 통해 재반박했다. 서울신문은 논쟁의 당사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황 교수의 재반박 기고를 실어 독자들과 문화계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홍순엽 변호사의 ‘자유부인 작가를 변호함’이란 글, 문학평론가 백철의 ‘문학과 사회와의 관계-자유부인 논의와 관련하여’란 평론이 나오는 등 ‘자유부인’발 문화적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1979년 6월부터 1984년 2월까지 연재한 김주영의 ‘객주’는 서울신문 최장기 연재소설로 ‘자유부인’이래 가장 많은 독자를 모았다. 이 소설은 신문소설사뿐 아니라 한국 문단에 있어서 역사소설의 새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선 후기를 시공간적 배경으로 보부상을 비롯한 백정·기생·천민의 사랑과 애환이 장강처럼 굽이쳐 흐르는 소설이다. 문학 분야와 함께 서울신문이 특히 높은 비중을 두었던 게 한글문화 보급이었다.1956년 10월18일 나온 ‘한글판 서울신문’은 언론사 및 국어사에 일대 사건이었다. 기존의 서울신문과 병행, 석간으로 선보인 한글 전용 지면은 외솔 최현배를 중심으로 한 한글학계는 물론 독자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특별담화를 통해 한글신문 탄생의 기쁨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글판 신문을 별도로 발행했던 서울신문은 1968년 11월22일 전지면의 한글 전용을 단행했다. 국내 일간지로는 유일한 한글 전용이었다. 이후 1970년 1월1일 ‘온국민이 모든 분야에서 한글만 쓰도록 하라’는 대통령 담화가 발표되었고, 국한문 혼용체와 문어체를 고수하던 각 신문사도 한글 전용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신문협회도 한글 전용을 위한 연구기구를 설치, 운영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신문은 신문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한글문화 보급과 정착에 촉매 역할을 한 셈이 됐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사설] 법조비리 악순환 끝이 없는가

    법조계에 고질병이 또다시 도졌다. 판·검사, 변호사, 브로커가 낀 전형적 법조비리가 적발된 것이다. 의정부·대전 법조비리에 이어 제3의 대형 법조비리로 이어질 조짐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따르면 브로커 김홍수씨와 부적절한 돈거래 등을 한 10여명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를 비롯해 지법 부장판사, 전·현직 검사, 현직 경찰서장 등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이들이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법조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른바 ‘먹이사슬’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브로커는 먹잇감이 있는 한 독버섯처럼 기생한다. 특히 판·검사들이 이들에게 놀아난다는 것은 비극이다. 브로커들은 법조인들에게 접근해 환심을 산 뒤 사건청탁 등 차츰 본색을 드러낸다. 이들에게 코를 꿴 판·검사들은 심지어 협박을 당하기도 한다.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윤상림 사건도 그랬다. ‘봐주기 수사 및 재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법조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법원과 검찰은 미묘한 반목을 드러내곤 했다. 검찰은 기소단계에서 자기 식구들을 봐주기 일쑤였다. 법원 역시 영장발부 및 재판과정에서 제편을 든 게 어디 한두 번인가. 그러다 보니 법조비리에 연루돼도 불기소되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그칠 때가 많았다. 변호사 개업도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법조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개업 금지 등 윤리강령을 훨씬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군산지원에 근무했던 판사 3명도 골프접대 등 편의를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중 2명은 사건 관련자 소유의 57평형 고급 아파트에 입주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들의 사표를 받는 선에서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했다. 사건 관련자는 구속적부심을 신청한 지 5일만에 석방됐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런데도 대가성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검찰이 당장 수사에 나서야 한다.
  • 놀이터 어린이들 눈에 비친 실태

    놀이터 어린이들 눈에 비친 실태

    어린이들이 보는 놀이터는 어떤 모습일까? 최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어린이 놀이터 안전성 확보를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초등학생들이 직접 놀이터 실태를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또 한국생활안전연합의 어린이 놀이터 안전실태 조사결과도 함께 발표돼 부모와 어린이가 각자의 시각에서 놀이터의 문제점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절반이 한달에 한번 이용 우선 어린이들에게 놀이터는 재미없는 공간이었다. 서울 광진구 동자초등학교 6학년 학생 30여명이 학교 주변의 놀이터 10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어린이 100여명을 상대로 일대일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어린이 2명 중 1명은 놀이터를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이용한다고 답했다. 놀이터를 매일 찾는다는 어린이는 단 1%에 불과했고, 한 달에 한 번만 찾는다는 어린이가 56%나 됐다. 그 외 2주에 한 번 14%,1주에 한 번 10%,4∼5일마다 10%,2∼3일마다 9% 등으로 나타났다. 놀이터에서 놀 때 재미를 묻는 질문에는 53%가 ‘재미없다.’고 답했다. 재미없는 이유로는 44%가 ‘놀이시설의 종류가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위험한 시설이 많아서’라는 답변도 23%나 됐다. 또 ‘놀이공간이 부족해서(15%)’,‘놀이터가 지저분해서(8%)’라는 답변도 나왔다. 또 80%가 넘는 어린이가 놀이터에서 다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미끄럼틀(20%), 그네(19%), 철봉(16%) 등에서 놀다 다쳤으며,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갈 정도로 심하게 다친 경우도 10%가 넘었다. 이 어린이들은 자신이 다친 이유에 대해 자신의 부주의(21%) 탓도 있지만, 시설물(38%)이 위험해서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자초교 학생회장인 김한솔 군은 “놀이터를 찾아다니며 조사해봤더니 미끄럼틀의 경우 높이는 너무 높고 손잡이는 너무 얇아 위험해보였다.”며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래·고무매트 딱딱해져 충격흡수 못해 어른들이 보기에도 놀이터는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공간이었다. 한국생활안전연합이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151곳의 안전실태를 조사한 결과 83%에 이르는 놀이터가 어린이들이 뛰어놀기에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놀이터 바닥은 어린이가 넘어지거나 기구에서 떨어졌을 경우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래나 고무매트 등 부드러운 재질로 채워야 한다. 뿐만 아니라 충격흡수 기능을 위해 바닥면 두께는 적어도 30㎝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조사 대상 놀이터 가운데 바닥두께가 적정한 곳은 단 17%에 불과했다. 모든 놀이터가 바닥재질로 모래나 고무매트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관리를 안해 딱딱하게 굳어져 있거나 얇게 깔아놓은 정도여서 충격흡수재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위생문제도 걱정거리였다. 놀이터의 61%가 바닥이 비위생적이었고 이 중 2곳에서는 기생충까지 발견됐다. 놀이기구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기구를 관리하지 않고 방치해 전체 62.7%가 녹슬거나 부서진 상태였으며,72.7%는 표면이 거칠어 피부가 긁히는 등 상처를 입기 쉬웠다. 또 어린이가 이용하는 놀이기구는 높이가 2.5m 이하로 제한되지만 19%가 기준보다 더 높았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가 놀이기구에 끼이는 사고를 막기 위해 틈이 넓은 곳은 몸이 쉽게 빠지도록 공간이 23㎝ 이상이어야 하고, 틈이 좁은 곳은 몸이 빠지지 않도록 9㎝ 이하로 제작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놀이기구들이 39%나 됐다. 윤선화 한국생활안전연합 공동대표는 “어린이들의 놀이터 안전사고 유형을 살펴보면 놀이기구의 안전성을 알 수 있는데 긁히는 사고가 18%나 된다는 것은 놀이기구의 표면이 그만큼 거칠다는 얘기고, 부딪히는 사고가 17%라는 것은 놀이공간이 좁다는 의미”라며 “추락사고가 전체 45%나 되고, 입원할 정도로 다치는 경우가 37%나 된다는 것은 놀이터 안전성 확보의 시급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어린이 안전사고 한해 300여건 감독권 나눠져… 책임관리 불가능 놀이터에서 발생하는 어린이 안전사고가 지난 한 해 300여건에 이르지만, 관리·감독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감독권이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어 책임있는 관리가 불가능한 시스템을 원인으로 꼽았다. 윤선화 한국생활안전연합 공동대표는 “전국에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가 몇 개나 되는지 그 숫자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시설이 얼마나 낙후됐는지, 안전하기는 한 건지 알 수가 없다.”며 “놀이터 설립주체가 다르고 관리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놀이터에 대한 관리·감독은 건설교통부, 교육인적자원부와 지역 교육청,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으로 나눠져 있다. 아파트와 동네 놀이터는 건교부 소관이고, 학교와 유치원 내 놀이터는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관리한다. 또 어린이집의 놀이터는 여성부, 복지시설 내 놀이터는 복지부 소관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근거 법령에 따른 구분일 뿐 일관된 법규정도 없고 책임 소재도 불명확하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음식점,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설치된 놀이터는 그나마 근거법령조차 없다. 복지부 아동안전권리팀 관계자도 “지난해 복지부 내에 아동안전권리팀이 신설돼 어린이 안전사고 등을 관리하고는 있지만, 놀이터의 경우는 전국 현황과 안전상태 등에 대한 기초조사자료가 없어 안전 대책 수립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연재 기술표준원 생활용품안전팀장 역시 “소관 부처가 다원화돼 있다 보니 설치나 유지 관리가 안 돼 항상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04년에 놀이터 기구도 안전검사품목으로 지정돼 새로 설치되는 놀이시설은 안전검사를 받고 있지만, 그 이전에 설치된 대부분의 놀이터는 안전성 검증도 받지 않고 설치됐다.”며 “놀이시설 설치와 운영에 관한 개별 법령을 개정하고 한 부처에서 관리를 일원화해 철저하게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儒林(639)-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22)

    儒林(639)-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22)

    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22) 두향은 가슴이 와랑와랑 뛰었다.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보니 아직 볕이 한참이나 남아 있는 석양 무렵이었다. 그새 잠깐 낮잠에 빠져든 모양이었다. 잠깐 든 낮잠 속에 그런 흉몽을 꾼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것일까. 여삼이란 아전에게 매분 한 그루와 편지를 띄워 노잣돈과 함께 보낸 것이 닷새 전. 아무리 천천히 가고 온다 하더라도 닷새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인 것이다. 그런데도 여직 아전으로부터는 소식조차 없다. 그렇다면. 두향은 불길한 예감으로 몸을 떨었다. 그새 나으리께서 연세하신 것일까. 아니다. 두향은 머리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나으리께서 그렇게 덧없이 돌아가실 리가 없을 것이다. 한바탕 흥건하게 울어 눈가가 젖었으므로 두향은 무심코 방 한구석에 놓여 있는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았다. 나으리와 헤어진 것이 벌써 20여 년 전. 그동안 두향은 한번도 분단장을 해본 적이 없었다. 반고가 쓴 한서(漢書)에도 나와 있지 아니한가.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인은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분단장을 한다.’고. 옛말 그대로 사랑하는 남자와 생이별을 하여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고 이미 죽은 목숨처럼 종신수절하고 있는 두향으로서는 뺨에 붉은 단지를 바르고 얼굴에 분칠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간혹 짓궂은 남정네들이 바람으로 떠도는 소문을 전해 듣고 일부러 강선대를 찾아와 유람하며 두향의 모습을 엿보기도 하였다. 두향은 집에서 나설 때면 반드시 전모를 쓰고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전모는 우산처럼 살을 만들고 기름먹인 종이를 위에 바른 쓰개로 이 전모는 자지갑사(紫地甲紗) 끈으로 턱 밑에 단단히 매었다. 원래 기생들이 쓰던 쓰개였는데, 두향은 퇴계가 단양을 떠난 직후 사또께 청원하여 기적에서 벗어나 상민이 된 순간 기생일 때 입었던 온갖 화려한 비단옷들과 비녀와 뒤꽂이를 비롯한 패물과 노리개 등을 모두 팔아 버렸으나 단 하나 전모만은 그대로 간직하고 이를 소중히 쓰고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전모를 쓰면 자신의 얼굴을 완전히 가릴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끊임없는 호기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뿐인가. 두향은 거울조차 제대로 보지 않았다. 두향은 세월 따라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에도 무신경하였다. 그러나 석양빛이 반사된 거울 속에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는 오랜만에 본 자신의 얼굴은 이미 청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몽리청춘(夢裡靑春). ‘한바탕 꿈속의 청춘’이란 말처럼 그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얼굴은 덧없이 사라지고 거울 속에는 잔주름이 무성하고 듬성듬성 흰 머리칼이 나 있는 중년 여인의 얼굴이 마치 유령처럼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 장마철 곰팡이성 피부질환 주의!

    장마와 함께 곰팡이성 피부질환이 기승을 부릴 때이다. 곰팡이성 피부질환 하면 흔히 무좀을 떠올리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발 말고 겨드랑이, 등, 가슴, 목, 사타구니 등 신체의 거의 모든 부위에서 생긴다. 사소하게 여겨 방치하면 어느 순간 증상이 심해져 온 몸으로 퍼지고 만다. 전문의들이 “곰팡이성 질환은 초기에 잡으라.”고 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어우러기 어우러기는 피부 각질층에 기생하는 ‘말라세치아’라는 곰팡이균에 의해 발생하는 피부 질환이다. 성인에게 많으며, 겨드랑이나 등, 가슴, 목 등 피지선이 발달한 몸통에 주로 생긴다. 처음에는 피부가 얼룩얼룩해지면서 껍질이 벗겨지고, 희게 보이다가 점차 갈색으로 변한다. 긁거나 문지르면 미세한 껍질이 벗겨지는 게 특징이다. 전염되지는 않으나 겨드랑이 등 몸 전체로 퍼질 수 있으므로 초기에 치료해야 한다. 피부 곰팡이가 원인으로, 모양이 특이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방치하면 원인균이 배출한 물질이 멜라닌 색소의 형성을 막아 피부에 영구적인 탈색 반점을 남기기도 한다.●백선 피부사상균에 감염돼 작은 물집과 각질층이 비늘처럼 일어나는 전염성 피부질환으로, 피부사상균의 일종인 백선균에 의해 생기는 무좀이 대표적이다. 주로 발가락, 발바닥, 손끝 등에 생기며, 머리와 얼굴에 생긴 경우, 동전 크기로 시작해 점점 넓게 번지는 것이 특징이다.은 가려움증이 심하고, 피부가 짓무르거나 물집이 생긴다. 또 피부가 하얗게 벗겨지고 갈라지거나 더 심하면 발가락 사이에 좁쌀 같은 물집이 잡힌다. 이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2차 감염으로 염증이 생겨 진물이 나고 붓는다.●완선 남성에게 흔한 완선은 백선균에 감염돼 겨드랑이나 엉덩이처럼 피부가 스치는 곳이나 사타구니처럼 분비물이 많아 습한 곳에서 잘 생긴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땀으로 음부가 짓물러 증상이 심해진다. 손바닥 크기의 둥글고 불그스름한 버짐이 생기며, 몹시 가려운데 이때 긁으면 습진으로 발전해 주위로 빠르게 번진다.●치료 비슷한 유형의 피부병이 많아 섣부른 판단으로 잘못 치료하면 증세를 악화시키기 쉽다.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며, 바르는 약을 1주일 정도 사용해도 효과가 없으면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게 좋다.■ 도움말 김범준 일산 동국대병원 피부과 교수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서울광장] 고위공무원 살아남는 법/오풍연 논설위원

    [서울광장] 고위공무원 살아남는 법/오풍연 논설위원

    A부처 B국장과 C국장은 고시 동기생이다. 둘 다 대학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해 탄탄대로를 걸어 왔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같은 호봉에 똑같은 처우를 받았는데 말이다. 오늘(7월1일)부터 시행되는 고위공무원단 제도 때문이다. B국장은 업무의 난이도와 책임도 면에서 최고인 ‘가’등급을 받았다. 반면 C국장은 최하인 ‘마’등급으로 분류됐다. 보수체계의 핵심요소랄 수 있는 직무급(가∼마 5개 등급)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직무등급의 차이는 바로 돈 문제와 직결된다. 만약 둘이 올 연말 성과평가에서도 비슷한 격차를 보인다면 2007년도 연봉차는 1177만원으로 벌어지게 된다. 직무급에서 960만원, 성과급에서 217만원이 각각 차이난다는 계산이다. 말하자면 직무 및 능력이 돈인 셈이다. 현재 성과연봉은 전체 연봉 대비 1.8%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비중이 내년에는 5%,2008년에는 10%까지 확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총 연봉 격차는 점점 커지면서 성과에 따른 보상문화가 공직사회에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이제 고위공무원은 단순한 연공이나 호봉이 아니라 ‘성과와 책임’만으로 평가를 받게 됐다. 이 제도를 도입한 근본 취지로 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얼마 전 “성과를 내지 않는 1급 국장(고위공무원단)은 가차없이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독려한 바 있다. 이번 고위공무원단에 처음 진입하는 대상자는 모두 1305명이다. 일반직이 1033명으로 가장 많고 별정직 205명, 계약직 67명 순이다. 평균 연령은 50.3세, 재직기간 22.3년, 국장급 이상 재직기간 3.2년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일 것 같다. 조직의 리더로서 능력을 인정받아야만 고위공무원단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소통, 조정·통합, 전문가 의식, 전략적 사고 등 리더의 요건을 두루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이들 항목을 포함해 평가항목만 9개에 이른다고 하니 고위공무원 심사가 예전처럼 통과의례는 아닐 듯싶다. 리더십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오늘날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본다. 정부도, 기업도 그것을 함양하기 위해 매달리고 있다. 리더십은 비전, 규율, 열정, 양심에서 나온다고 한다. 경영철학자 피터 쾨스텐바움은 “뛰어난 리더는 비전 등 4개 차원에서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진단한다. 리더십은 양심이 비전·규율·열정을 지배할 때 지속성을 갖는다. 양심이 그것들을 지배하지 못할 때는 지속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리더십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도 무너진다. 예를 들어보자. 히틀러는 비전·규율·열정을 가졌지만 양심의 결여로 몰락을 가져왔다. 그러나 간디의 비전·규율·열정은 양심의 지배를 받았다. 그래서 그는 국민의 종복이 되었고 국부로서 추앙받았다. 리더십에서 신뢰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아이젠하워는 “리더의 최고 자질은 말할 것도 없이 성실성이다. 성실성이 없으면 그 어디에서도 진정한 성공을 이룰 수 없다.”고 단언한다. 다시 말해 신뢰는 사람과 조직의 믿음의 결과이며 조직을 이어주는 끈이자 벽돌을 고정시키는 시멘트다. 실패하는 리더십의 90%는 성품의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 공직사회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철밥통’이라는 말 역시 사라질 게 분명하다. 개방과 경쟁의 시대를 맞아 스스로 능력을 쌓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고위공무원단 제도의 도입과 함께 더욱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심상덕의 서울야화] (13)연지동 개구리 소리

    [심상덕의 서울야화] (13)연지동 개구리 소리

    고향에 가면 요즘 모내기가 끝난 무논에서 ‘개굴 개굴 개굴 개굴∼.’개구리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서울 생활을 하다 보니까 이제는 이 개구리 소리를 들어보기도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나 우리 어린 시절엔 서울에 살면서도 여기저기 개구리가 많아 개구리 울음 소리를 듣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개구리를 잡으러 다닌 적도 있었습니다. 그 ‘강아지풀’의 수염 난 끝부분으로 개구리 낚시를 한 적도 있었거든요. 개구리 여러 마리가 모여 있는 도랑이나 논둑에서 이 강아지풀 하나 쑥 뽑아가지고 끝부분만 조금 남겨놓은 수염이 난 이삭 줄기로 요렇게 요렇게 살살 흔들어 주면 개구리가 그걸 자기가 잡아 먹을 곤충인 줄 알고 덥석 입안에 삼키는 순간 바로 그 강아지풀 줄기를 재빨리 탁 낚아채면 강아지풀 줄기에 대롱대롱 개구리 한 마리가 잡혀 올라왔던 거죠. 바로 이 순간 손끝에 약한 전기가 흐르듯이 짜르르르 느껴지던 그 손맛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이었던 겁니다. 그 흔하던 개구리들이었지만 지금은 이 개구리도 예전 같지가 않거든요. ‘개굴 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불과 이삼십년 전만 해도 우리 서울 근교에서 자주 들을 수가 있었던 이 개구리 노래. 그리고 이 개구리는 전 세계적으로 2000여종이나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참개구리’‘금개구리’‘북방산개구리’‘산개구리’‘옴개구리’‘청개구리’‘기생개구리’ 등등 많은 종류의 개구리가 살고 있고 말이죠. 그 중에서도 참개구리는 우리 어린 시절, 그 뒷다리로 몸보신을 한 적도 있었고 말이죠. 그런가 하면 어른들 말씀으로는 살림살이가 가난했던 그 예전에도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은 일부러 기생개구리를 집에서 길렀다는 겁니다. 세상살이 아무리 힘들고 부평초 같은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 비해 마음의 여유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얼마 전에 남산에다 개구리와 다람쥐 방사행사를 가졌습니다. 남산의 자연 환경을 되살리고 서울을 보다 친환경 도시로 다듬기 위해 ‘산개구리‘와 ‘무당개구리’‘두꺼비’‘도롱뇽’‘청개구리’등을 방사한 겁니다. 그런데 그 예전에 우리 서울에서 개구리 울음소리로 가장 유명한 곳, 거기가 어디였는지 아십니까. 서울토박이 말로 ‘연못골’이라고 불리던 ‘종로구 연지동’이었습니다. 이 연지동의 연못은 지금 기독교회관 건너편 쪽에 있었는데, 특히 여름 한철엔 연꽃이 무성해서 연지(蓮池)라고 했고 바로 여기서부터 ‘연지동’이란 이름도 생겨나게 된겁니다. 1920년대에 나온 ‘경성백승’이란 책에 보면 서울의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의 손꼽히는 풍물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요. 여기보면 ‘연지동’의 명물로 ‘개구리 소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연못골의 명물이 무엇이냐. 개구리 소리라는 명물입니다. 요새 같은 여름철 비가 그친 저녁이나 달 밝은 밤에 한번만 연못골 오셔서 요란한 개구리 소리를 들어보십시오.’ 그래요. 서울에서 개구리 소리로 가장 유명한 동네, 거기가 바로 그 예전에 연못골로 불리던 ‘종로구 연지동’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개구리 얘기가 나왔으니 개구리와 연관된 속담 하나 소개할까요. ‘개구리가 움츠리는것은 멀리 뛰자는 뜻이다.’ 삶이 힘들고 어깨가 움츠러들 때마다 이 속담 한 마디를 기억해 두면 좋겠지요. 지금은 움츠려 있지만 멀리 뛰기 위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고 넉넉하게 생각하십시오.
  • [씨줄날줄] 여경과 다모(茶母)/진경호 논설위원

    광복 직후 서울 등 주요도시에 ‘여자경찰서’가 있었다.1945년 10월 국립경찰이 창설되고 1년여 뒤인 1947년 2월부터 서울과 인천, 대구, 부산 등지에 잇따라 여자경찰서가 들어선 것이다. 총무계, 순라계 등 4개 부서로 구성된 이 여자경찰서는 여성 피의자 몸 수색 등 주로 여성의 권익보호와 청소년 업무를 다뤘다고 한다. 경찰만큼은 다른 분야보다 여성의 진출이 빨랐던 셈이다. 하나 이 여자경찰서는 6·25를 거치면서 폐지론의 등장과 함께 결국 1957년 창설 11년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여자경찰서가 곧 여경의 위상을 뜻하지는 않겠으나 실제 그 뒤로 경찰내 여성의 위상은 답보를 면치 못했다. 광복 직후 전체 경찰관의 1.8%인 여경 비율이 50년 뒤(1999년 1.9%)까지 거의 변함이 없었던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여경의 위상이 달라진 것은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다.1999년 3월 폭력시위대를 처음으로 여경기동대가 막기 시작했고,12월 ‘경찰대개혁 100일 작전’과 함께 여경의 일터가 민원실 등에서 수사·형사·정보, 심지어 강력범죄를 다루는 부서로까지 확대됐다. 성폭력과 사이버범죄, 테러 등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미아리텍사스’를 때려잡은 김강자 총경,‘장군 잡는 여경’ 강순덕 경위, 첫 여성 경무관인 김인옥 울산경찰청 차장 등 스타급 여경도 잇따랐다. 여경 수도 1946년 7월 조선국립경찰학교 졸업 여경 1기생 64명과 간부 16명에서 지금 4572명으로 늘었다. 전체 경찰의 4.8%지만 경찰 목표치 10%나 여성·소년 범죄자 비율 16∼24% 등을 감안할 때 더욱 늘어야 할 상황이다. 오늘 여경 탄생 60주년을 맞아 세번째 다모(茶母)대상이 수여된다.3년 전 TV드라마로 세간에 알려진 다모는 썩 명예로운 이름은 아니다. 조선시대 관청이나 사대부집에서 차 심부름 등 허드렛일을 하던 천민여성으로, 의녀수업을 받았으나 성적이 모자라 질병치료를 맡기에 부족한 초학의(初學醫)들이 대부분 다모를 맡았다. 포도청이 다모들에게 규방 염탐이나 여성 피의자 수색 등을 맡기면서 ‘여형사’쯤으로 발전한 것이다.‘여경’에 남성과 구분하는 성적 차별의식이 엿보이듯 ‘다모’ 역시 남성 포도에게 종속된 성적, 계급적 차별의 잔재가 담겨 있다. 여성 경찰관이 바로 설 날을 기대한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논·구술 - 심층면접 준비 가이드

    학생부 못지않게 중요한 전형요소가 논·구술과 면접이다. 특히 수시 1학기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내신성적이 좋은 만큼 사실상 논·구술과 심층면접이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 ●“기출문제부터 익혀라” 논술을 잘 보려면 자신이 지원하려는 대학, 계열의 수시 모집의 기출 문제나 모의 평가 문제, 출제 지침 등을 반드시 확인하여 문제 유형을 정확하게 알아두는게 좋다. 기출문제는 각 대학에서 자주 출제하는 주제와 제재가 담겨있다. 또한 예시답안을 보면 제시문이 어떻게 요약되고 활용되는 지에 대해서도 잘 드러나 있다. 대학 측에서 시험을 앞두고 발표하는 모의고사 문제나 전년도 문제의 예시 답안 등은 출제 방향이나 채점 방향 등을 설명해 주는 자료라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반드시 참고하도록 한다. 일단 지난해 수시2학기 기출 문제는 반드시 풀어봐야 한다. 구술면접에 대비하기위해서는 평소 친구들과 그룹을 지어 토론하거나 가족 앞에서 발표를 해보는 훈련도 좋다. ●독해력과 이해력 높혀야 논술고사가 주로 통합 교과형으로 출제되고 있는 만큼 교과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필수다. 지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독해력과 배경 지식을 쌓아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약형이나 지문간의 관계를 밝히는 유형의 문제는 특히 지문에 대한 이해력을 직접 평가하는 것이다. ●요약능력 능력길러야 최근 논술고사는 복수 영역을 조합하거나 SET형 문제로 출제된다. 따라서 문항 수가 많아지고, 한 문항당 요구 분량은 짧아진다. 그러므로 문제와 상관없이 무조건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에 맞춰 쓰기보다는 문항에서 요구하는 문제의 성격과 분량에 맞게 답안을 작성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SET형 문제는 설명, 기술, 요약, 분석, 견해 제시 등 문항별로 요구 사항이 다르고 요구 분량도 다르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의 성격과 분량에 맞춘 글쓰기 능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요약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신문사설이나 칼럼 같은 비교적 짧은 글로 요약 연습을 시작한 후, 익숙해지면 출제 빈도가 높은 고전 작품의 한 Chapter 정도를 요약해 보면좋다. ●시사문제도 관심 가져야 시사문제는 논·구술 모두에 관련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현안을 알아보고 이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 이때에는 그 문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알아보고, 자신의 입장도 정리해야 한다. 자신의 관점을 세울 때에는 적절한 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구체적인 사례도 함께 생각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표현능력도 길러야 논술고사는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안을 글로 표현하는 시험이다. 제시된 글이나 자료의 내용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여 논리적이고 정확한 표현을 통해 전달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논술고사에 적절하게 대비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작문 이론에 대한 학습과 이를 활용한 부단한 쓰기 훈련이 필요하다. ●또박또박, 명료하게 대답해야 심층면접에서는 시사적인 문제외에도 지망학과와 관련된 문제를 많이 물어본다. 주로 인문계는 영어와 사회, 자연계는 수학 및 과학교과와 관련된 내용을 많이 묻기때문에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면접에서는 말을 또박또박 하고 명료하게 하는 것이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자기생각을 가다듬어 미리 글로 써보고 정리를 하여 명료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두면 좋다. 바꿔말해 ▲발음이 나빠서 알아듣기 어렵거나 ▲옷차림이 요란하고 시선이 산만하거나 ▲잘난 척하거나 ▲간단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학생은 감정당하기 쉽다. ■ 도움말 대성학원 유웨이 중앙교육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집단식중독사태에 ‘사후약방문’?

    학교급식 집단식중독 사태가 불거진 뒤 정부가 28일 ‘연내 식품안전처 신설’ 카드를 내놓자 시기를 놓치고는 뒤늦게 부산 떠는 것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이 적지않다. 식품관리·감독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동안에도 꾸준했다. 특히 지난해 ‘기생충알 김치’ 파동을 비롯, 중국산 납꽃게, 불량만두, 발암물질 장어 등 식탁을 위협하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식품안전 행정업무 일원화에 나서 ▲식품안전처 신설 ▲식품의약품안전청 확대 개편 ▲식품안전정책위원회 강화 등을 놓고 협의했으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만 5개월 이상 걸렸다. 총리실 관계자는 “조직이 없어지고 생기는 문제라, 부처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지난 3월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 등에서 식품안전처를 7월까지 신설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이 전 총리가 ‘3·1절 골프’ 파문으로 사퇴하자 신설 작업은 ‘올스톱’됐다. 4월20일 한명숙 총리가 취임했지만,‘5·31 지방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당정협의 중단을 선언하는 바람에 진척을 보지 못했다. 한 총리는 취임식 직후 “선거기간에도 긴급한 현안은 당정협의를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식품안전처 신설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결국 공직사회 내부 문제로 수개월을 허송세월한 꼴이 됐다.‘급식 대란’으로 힘을 받고는 있지만 반발도 여전한 만큼 ‘연내 식품안전처의 신설’이 현실화될지도 미지수다. 의약계가 의약품과 식품의 관리체계를 이원화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반발이 보건복지부의 일개 본부로 ‘격하’될 가능성도 있는 의약계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지적도 없지않다.그럼에도 이원 체제가 불필요한 혼선을 불러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예컨대 제약회사가 식품에 가까운, 식품회사가 의약품에 가까운 기능성 제품을 각각 내놓았을 때 관리 주체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6)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6)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내가 대학 철학과 학생시절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은 마음이 지은 바)라는 구절을 강의시간에 들었다. 일체가 다 마음이 지은 바라면, 내가 지금 교실의 창 너머로 보고 있는 교정의 나무도 내 마음이 만든 것이란 말인가? 하교 후에 내 마음이 나무를 보고 있지 않으면, 그 교정의 나무는 없단 말인가? 이런 의문들이 줄곧 생기면서 나는 불교의 화엄사상이 말하고 있는 ‘일체유심조’의 뜻에 동의할 수 없었다. 나이를 먹은 후에 나는 점차로 불교가 말하는 ‘일체유심조’의 법을 나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화엄학에서 마음의 본질을 알아차림(識)으로 읽고 있고, 우주의 일체가 다 마음이라고 말한다. 우주를 통일적으로 이해하여 한마음(一心)으로 읽는다. 무엇이 마음일까? 마음은 우선 알아차리는 능력(識)을 구비하고 있다. 그래서 불교는 마음론을 유식론(唯識論)이라 부른다. 마음에 바깥 경계가 비치면, 즉각 마음은 그 경계를 알아차린다. 그 알아차림의 능력은 마음이 줄곧 바깥을 향하여 자기 자신을 벗어나는 탈자(脫自)운동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알아차림과 탈자운동은 같은 의미를 약간 다르게 언명한 것과 같다. 마음의 알아차림과 탈자운동을 다시 다른 말로 종합적으로 표명하면, 마음은 곧 욕망에 다름 아니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마음은 욕망이다. 욕망은 자기와 다른 것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그것에 대한 부단한 관심에서 타자와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운동을 말한다. 화엄학의 ‘일체유심조’가 유식학에서 만법유식(萬法唯識·모든 것은 다 알아차림으로 이루어져 있음)으로 이행된다. 보통 사람들은 인간만 마음이라고 여기는데, 화엄학과 유식학은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다 마음이라고 한다. 나도 오랫동안 인간만이 마음이라고 착각했다. 모든 것이 다 마음이라면, 굼벵이나 사자도 마음이며, 심지어 난초와 대나무도 마음인가? 동식물의 생명은 다 스스로 살려고 하는 본능의 욕망을 지니고 있기에 그 본능의 욕망만큼 그들도 알아차린다. 굼벵이와 사자도, 난초와 대나무도 다 알아차린다. 알아차리는 방식이 약간 다를 뿐이다. 인간의 마음도 알아차리는 방식의 탈자운동을 시행하고 있다. 이 우주의 일체가 다 마음의 알아차리는 제 각기의 방식을 띠고 있다. 심지어 무생물인 광물도 마음이 있을까? 어떤 이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무생물도 자연계에서 타자와의 인연으로 그 자리에 놓여 있고, 타자와의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무생물도 깨어 있지 않고 잠자는 마음의 상태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17세기 독일의 철학자 라이프니츠의 단자론(單子論·monadology)이 이런 생각을 펼쳤다. 자연계의 동식물과 인간이 다 마음이라면, 모두가 다 같을까? 마음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 같은데, 그러나 다 제각기 마음의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알아차림과 탈자운동의 차원들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불교의 유식학이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을 가르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불교의 유식학적 마음론은 서양철학이 분류한 유물론과 대립적인 유심론 사상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서양철학의 유심론은 물질에 대한 정신의 우위를 강조하는 사상으로서 정신은 물질보다 더 진리의 차원에서 상위에 속한다는 그런 주장을 담고 있다. 그러나 불교의 유식적 마음론은 물질과 대립적인 의미의 정신이 아니다. 굼벵이의 마음은 이미 굼벵이의 몸을 통하여, 사자의 마음은 사자의 몸을 통하여 이미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초의 마음도 대나무의 곧고 굳센 몸통과 다르게 유연하나 쉽게 꺾이지 않는 그런 몸을 이미 현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도의 고승인 2세기(?)의 아슈바고샤(한자명 馬鳴)는 그의 저서 ‘대승기신론’에서 색심불이(色心不二·물질과 마음은 둘이 아님)의 사상을 개진하였다. 삼라만상의 동식물의 물질적 몸은 이미 그 마음의 질을 현상적으로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불교의 ‘일체유심조’의 사상을 나는 대학생 시절에 서양철학의 유심론의 뜻으로 오해했고, 더구나 그 마음을 나는 인간중심적 사유로 오인했었다. 그래서 내가 보고 있지 않으면, 교정의 나무가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 그런 질문을 내가 품었던 것이다. 교정의 나무들과 새들도 다 그들 마음의 욕망의 표현으로 그렇게 자신들의 존재를 현시한다는 것을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주자연을 지독한 인간중심주의적 법집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자연적 마음은 존재론적 욕망을 펼치고 있다. 자연은 상생과 상극의 이중주를 모든 생명간에 주고받는다. 상생은 서로의 삶을 증장(增長)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상극은 서로의 삶을 손감(損減)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손감의 극치가 곧 죽음이다. 자연은 서로서로 죽음을 부르기도 한다. 타자의 생명을 취해야만 살 수 밖에 없는 자연의 생명현상은 곧 살생의 폭력이 자연의 연결고리에 필연적으로 얽혀 있음을 알려준다. 자연계에서 상생과 상극은 형식적으로 보면 이율배반적이나, 실질적으로 그 둘은 자연의 존재방식의 상보적인 이중성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즉 죽음의 상극이 있기에 삶의 욕망이 강렬해진다는 것이다. 천적이 있으므로 생명의 욕망은 그만큼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생과 상극의 이중적 존재방식은 자연계의 신진대사(新陳代謝)의 존재방식을 가능케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왜냐하면 생명은 무한히 생존하려는 욕망인데, 죽음이 그 무한대의 욕망을 차단시켜 새 생명의 존재를 가능케 해주는 여백을 마련해주는 셈이다. 자연적 마음의 욕망이 서로서로 주고받으면서 의타기적(依他起的·다른 것에 의지해서 존재하는) 존재방식으로서 삼라만상이 상호 왕래의 오감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신진대사의 법은 불교적 의미에서 만물이 돌고 도는 길상의 상징인 만(卍)자와 같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자연적 삼라만상의 마음의 욕망은 존재론적 욕망이다. 존재론적 욕망이란 어떤 중심과 주변도 없고 서로서로 존재하도록 도와주는 상호의존의 돌고 도는 관계만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자연의 삼라만상의 마음과 다른 차원의 특이성을 지닌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이 언어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동물들도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러나 그 의사소통은 신호의 교환이지 언어활동은 아니다. 인간의 마음의 알아차림(識)은 언어활동을 통하여 나타난다. 인간 마음의 알아차림과 언어활동은 같은 개념이고, 이 언어활동이 탈자운동의 현상화이며,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상태를 떠나 사회상태를 유지하게끔 했다. 자연상태를 떠나 사회상태를 유지하게 한 것과 자연상태의 본능이 인간에게 지능으로 자리이동을 했다는 것은 같은 뜻이다.(1회 글) 본능은 자연상태에서 동식물들의 자기생존의 알아차림인데, 이제 지능은 사회상태에서 인간의 자기생존을 위한 알아차림으로 변한 것을 상징한다. 인간의 사회생태는 인간 마음의 이중성을 잘 반영한다. 그 이중성은 인간의 마음이 사회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기심을 꼭 쥐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이며 동시에 이기적이다. 이것을 18세기 독일 철학자 칸트는 그의 논문 ‘세계 시민적 관점에서 본 보편사의 이념’에서 ‘비사교적 사교성’(unsociable sociability)이라는 절묘한 말로서 표현했다. 인간의 사회상태는 비사교적 이기심인데, 그 이기심은 인간에게 사교성이라는 사회성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생겼다는 것이다. 이말은 인간의 지능은 이기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이라는 것을 말한다. 칸트가 잘 밝혔듯이 그동안 인류의 역사는 이 지능의 ‘비사교적 사교성(이기적 사회성)’에 의거해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이 이기적 사회성은 자연상태의 욕망처럼 존재론적 방식이 아니고, 소유론적 방식의 욕망을 뜻한다. 서로 비교해서 열등감과 우월감을 느끼는 모든 인간의 마음은 시샘, 질투, 원망, 투지, 결심 등과 같은 모든 종류의 심리현상을 빚는다. 이 심리현상을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루소가 그의 저서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부글부글 끓는 발효’(fervent fermentation)라고 표상했다. 소유론적 욕망의 언어활동은 양자택일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왜냐하면 소유론은 배타적이고 배척적인 사고방식을 기본적 문법으로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소유론의 언어활동은 호/오(好/惡), 이/해(利/害), 진/위(眞僞), 선/악(善/惡)에서 늘 전자를 취하면서, 후자를 버리는 태도를 옳은 것으로 여겼다. 그러기 위하여 소유론의 철학은 판단론을 중시했다. 판단을 통하여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의 존재론적 욕망은 인간의 사회적 소유의 욕망과 달라서 의타기적이므로 최소한도 잡종적 이중성의 성격을 띤다. 예컨대 상생과 상극도 배타적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신진대사를 가능케 하기 위한 이중적 사실로서 읽혀진다. 상생과 상극이 서로 다르면서 각각 상대방에게 상보성이 성립하도록 자신의 흔적을 던져 준다. 천적이 자기를 죽이면서 동시에 자기의 생기를 북돋아 준다. 마치 도장에서 양각과 음각이 서로 다르지만, 양각은 음각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고 음각도 양각이 없으면 존립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자연의 삼라만상이 서로 다르지만, 그 다름의 차이(difference)가 적대적 배타성을 띠지 않으므로 현대 해체철학에서 그런 차이를 차연(差延·differance)이라 부른다. 지금까지 동서고금의 철학은 차이를 적대관계로 배척하는 언어활동을 중시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철학사상은 차이를 적대적 모순처럼 여기지 않고, 불교의 연기사상처럼 차이를 차연(차이를 띠면서 서로가 상대방에게 자기의 흔적을 연기시킴)의 뜻으로 읽으려는 사유가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알아차림으로서의 말을 지능의 소유론으로 해석해온 지나간 역사를 해체시켜 인간의 알아차림과 그 말을 다시 자연의 존재론처럼 복원시키려 하는 철학사상의 대전기를 맞고 있음을 반영한다. 세상은 변해 가는데, 한국은 아직도 소유론적 대결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 소유론과 순수론은 늘 이웃한다. 소유적 이기심을 순수성으로 위장한다. 한국에는 위선자가 많이 설친다. 존재론은 잡종론이다. 잡종은 순종보다 통합을 더 잘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대학별 전형 특징] 건국대학교

    모두 443명을 선발한다. 서울캠퍼스 303명, 충주캠퍼스 140명이다.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면접고사, 논술고사(서울캠퍼스만 해당) 성적 등만 반영한다. 학생부는 평어 50%, 석차 50%를 반영한다. 서울캠퍼스는 학교장 추천 특별전형, 학급반장 이상의 직책으로 6개월 이상 활동한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뉴 리더십 특별전형, 공인된 영어성적(TOEIC,TOEFL,TEPS)이 필요한 국제화특기생 특별전형, 공인된 매스컴에서 수상하거나 주연(조연)으로 출연한 연기경력자를 선발하는 연기우수자특별전형,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에 등록된 벤처기업 창업자와 경영자로서 일정자격을 갖춘 경우 지원가능한 벤처창업특기생 특별전형 등이 있다.
  • 儒林(635)-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8)

    儒林(635)-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8)

    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8) 두향이가 입던 갑사 저고리의 깃을 잘라 내어 이를 강선대 바위 밑에 파묻고 다시 다북쑥 우거진 무덤에 함께 묻힐 것을 맹세함으로써 이 지상의 황촌(荒村)에서는 영원히 만날 수 없음을 노래하였던 두향. 퇴계는 묵묵히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나으리께서 곁에 계시오면 소첩이 넓적다리의 살을 베어 내서라도 드리옵고, 손가락을 단지해서라도 나으리를 살릴 것이오나 이처럼 멀리 떨어져 계시오니 대신 인편에 분매 한 그루를 보내 드리오리다. 이를 소첩 보듯 바라봐 주시옵소서. 나으리께서 떠나신 그날부터 소첩이 나으리를 생각하여 키운 매화꽃이온데,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흘러 옥설의 골격에 빙상(氷霜)의 넋이 활짝 피었나이다. 나으리께오서 유난히 매화를 아끼시고 사랑하시는 마음 소첩은 여직 기억하고 있사오니 매화꽃을 보실 때마다 그곳에서 소첩이 피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주시옵소서. 특히 올해 피어난 백매는 다른 해보다 빙자옥질(氷姿玉質)하여 소첩이 나으리를 상사하는 아취고절(雅趣高節)의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았으니 소첩이 보내는 일지춘으로 병마에서 벌떡 일어나 쾌차하시옵소서.” 일지춘(一枝春). 중국의 양자강(陽子江) 남쪽에 있는 강남에서 매화나무의 가지 하나를 멀리 있는 친구에게 보낸다는 뜻으로 원문은 ‘강남일지춘(江南一枝春)’이다. ‘형주기(荊州記)’에 나오는 일화로 오나라의 육개(陸凱)가 절친한 친구인 범엽(范曄)에게 봄이 되어 갓 피어난 매화꽃 가지 하나를 인편을 통해 선물로 보내며 우정을 나눈 이야기에서 비롯된 말. 육개는 매화꽃 가지 하나를 보내며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매화나무 가지를 꺾다가 역부를 만나(折梅逢驛使) 몇 가지 묶어서 멀리 계신 그대에게 보냅니다.(寄與嶺頭人) 강남에 살며 가진 것이 없어(江南無所有) 겨우 봄꽃 하나를 보내 드리오.(聊贈一枝春)” 두향의 편지는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나으리, 소첩 역시 강남에 살고 있으나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애오라지 봄꽃 한 그루를 보내 드리오니 소첩 보듯 맞아 주시옵고 암향부동(暗香不動)의 향기를 맡으시어 비록 멀리 떨어져 있사오나 나으리를 향한 침개와 같은 소첩의 마음을 헤아려 주옵소서.” 침개(針芥). ‘바늘과 개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여기서는 자석에 붙는 바늘과 호박에 붙은 개자를 가리킨다. 자석에 붙은 바늘이 떨어지지 않듯이, 호박 넝쿨에 기생하는 개자가 떨어지지 않고 밀착되듯이 퇴계를 향한 두향의 일편단심이 여전히 그리움에 떨고 있음을 가리키는 말.
  • 儒林(632)-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5)

    儒林(632)-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5)

    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5) 율곡이 유지에게 준 이별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쁘게도 태어났네 선녀로구나/10년을 서로 알아 익숙한 모습/목석 같은 남자는 아니지만/병들어 늙었기로 사절함일세/길가에 버린 꽃 아깝다말고/운영(雲英)은 언제 배항(裴航)을 만날까/함께 ‘구슬 미음(瓊漿)’마시고 신선될 수 없네/헤어지면서 시를 써주니 부끄러운 마음뿐일세.” 율곡이 인용하였던 ‘구슬 미음’은 ‘태평광기’에 나오는 배항이라는 청년의 고사에서 비롯된 말. 어느 날 배항은 운교(雲翹) 부인을 만난다. 그때 그녀는 ‘한번 구슬 미음을 마시고 나면 온갖 느낌이 일어난다오. 검은 서리(玄霜)라는 신선의 약을 찧어주고 운영(雲英)을 만나게 될 것이오.’라는 시를 한 수 지어준다. 훗날 배항이 남교 역을 지나면서 어떤 할머니에게 마실 것을 청하였더니 그 할머니가 절색의 미인 운영을 시켜서 마실 것을 가져다주었다. 배항이 그것을 받아 마셔보니 진짜 ‘구슬 미음’. 이후 배항은 100일간 절구를 찧어주고 운영을 아내로 맞아들여 신선이 되었다는 고사를 인용하였던 것이다. 기생 유지와 함께 ‘구슬 미음’을 마심으로써 신선이 되고 싶었던 율곡. 율곡은 그런 내용의 이별시뿐 아니라 유지를 노래한 3편의 시를 더 읊는다. 그 중의 한 편은 장시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아, 황해도 여성이여/맑은 기운 모았구나. 선녀가 따로 있나./곱기도 해라, 그 태도여/맑기도 해라, 그 얼굴이여./승로반(承露盤:새벽이슬을 받는 대야) 같구나. 이슬을 먹는가/어쩌다 버려졌나, 길가에/봄도 한창이구나, 꽃의 신선로처럼/황금의 집으로 옮기지 못함이여, 슬프다 일색이여./처음 만났을 때 언제런가. 아직 피지 않은 꽃이더니/마음의 정만 연달아 가는구나. 서로 가슴 통하니/파랑새는 가버렸구나. 중매도 없네. …(중략)… 슬프다 인생의 녹음(綠陰)이러니/늙었구나, 나는 여색을 멀리해야 하네./이 몸의 욕망이여, 재같이 식어졌다네. 아득한 들이여 달은 어둡구나/범 우는구나 빈 숲 속에서/나를 따라옴인가 무슨 뜻이랴/옛날의 명성을 그리워해서라네./문을 닫을 것인가 인정 없는 일/동침하랴 의리 없는 일/집어치워라, 병풍이여/자리도 달리 이불도 달리/마음을 거두어라, 근원을 맑게 함이여/처음으로 돌아가리라 청명함이여/3생(전생, 금생, 내생)을 배회함이여/빈말이 아니라네./연꽃 핀 아름다운 나라에서 그대를 다시 만나리.” 평생 동안 성리학에 종사하였던 대학자로서 한갓 기생에 대한 이와 같은 헌시를 남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유지라는 기생을 노래한 율곡의 화려하고 기교적인 사장을 보면 오히려 그 어디에서도 두향에 대한 상사를 표현하지 않고 두향을 다만 매화꽃에 비유하여 ‘거문고 대에 앉아 줄 끊겼다 탄식마라(莫向瑤琴嘆絶絃)’라고 노래하거나 ‘원컨대 님이시여, 마주 앉아 생각할 때 청진한 옥설(玉雪) 그대로 함께 고이 간직해 주오.’라는 식으로 은유하여 노래한 퇴계의 마음이 훨씬 더 애절하고 진실되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 임채정 국회의장·이용훈 대법원장 중·고교 동기동창

    입법부 수장인 임채정(65) 국회의장과 이용훈(64) 대법원장이 중·고교 동기동창생이어서 화제다. 21일 광주일고 동창회에 따르면 두 사람은 광주서중 31회(1956년 졸업)와 광주일고 34회(1959년 “) 동창생으로 입학과 졸업을 같이 했다. 광주일고 2년 때는 같은 반 급우였다. 동기생인 광주 신흥택시 유찬영(65) 사장은 “조용하고 차분했던 이 원장이 고교 시절 줄곧 1,2등을 다퉜으며 임 의장은 중간 정도 성적에 사교성이 좋았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 원장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30여년 동안 판사로 일해 왔고, 임 의장은 고대 법대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를 하다 1975년 자유언론수호투쟁으로 해직된 뒤 1987년 정치권에 입문했다. 고향은 임 의장이 나주, 이 원장이 보성이다. 동창회와 동기생들은 “입법·사법·행정 등 정부 3부 요인 가운데 두명이 한 학교 동창생이어서 동문들이 거는 기대와 자부심이 남다르다.”고 기뻐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충청보다 먼저 온 ‘서울의 봄’ 왜?

    올 봄 서울 남산의 진달래가 충청권보다 더 일찍 개화했다. 남산의 진달래 꽃잎이 다 떨어지고 1주일이 지나서야 충북 월악산의 진달래가 비로소 꽃망울을 떠뜨렸다. 서울 도심의 대기오염과 ‘열섬(Heat Island) 현상’이 개화 시기를 앞당긴 원인으로 분석됐다. 환경부는 21일 2004년부터 실시해 온 ‘국가장기생태연구사업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의 봄이 남쪽 지방보다 더 일찍 찾아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서울 남산의 진달래는 4월7일 개화한 반면 충북 제천시의 월악산에선 이보다 13일 늦은 같은 달 20일에야 꽃핀 것으로 조사됐다. 낙화 시기도 각각 4월12일과 29일로 남산이 훨씬 빨랐다. 연구를 수행한 서울여대 환경생명과학부 이창석(생명공학 전공) 교수는 “서울 도심의 열섬현상으로 인해 남산의 기온이 월악산보다 더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면서 “진달래의 개화뿐만 아니라 신갈나무와 당단풍 등의 개엽(開葉) 시기도 마찬가지 현상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열섬은 늘어선 빌딩 등이 바람길을 막아 온갖 오염물질이 떠도는 더운 공기를 가둬 도심 기온을 높이는 현상으로, 지구온난화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런 현상이 앞으로 지속될지는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계속 파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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