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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맹정주 서울 강남구청장

    최근에 강남구 밀레니엄 봉사단과 함께 우간다로 구호물자 전달 및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이번 봉사활동은 강남구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인 ‘아프리카 모기장 보내기’ 사업의 일환이었다. 강남구는 ‘나눔의 도시 강남’ 실현을 위해 올해 초부터 구민들에게 자율적으로 모금에 참여해달라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그 결과 바자회 등으로 1억 3000만원의 기금이 모금돼 모기장 1만장과 2000여명분의 말라리아 치료약 등 의약품들을 마련해 전달하고 양방과 한방 의료봉사활동을 통해 적도마을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돌아왔다. 실제로 눈으로 접한 아프리카의 실상은 언론이나 책으로 접한 것 이상으로 비참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50여년 전 한국전쟁 시절로 돌아간 것보다 더 뒤처져 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식수 부족과 오염, 기생충에 의한 질병과 말라리아 감염, 열악한 의료서비스는 그들의 일상이었다. 의료서비스에 줄지어서 몰려들고 처음엔 호기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다가 점차 우리 봉사단을 둘러싸고 손 흔들어 반기는 아이들의 눈초리가 지금도 선하다. 이들을 보며 우리가 준비해간 것이 턱없이 부족하기만 해 가슴이 아팠다. 모기장 사용법을 모르는 주민들에겐 연극을 통해 설명해주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의사진료를 받아본다는 주민들, 수술이 필요한데도 그저 약 한봉지 지어달라는 주민들의 얘기를 들을 때 비록 1만 8000㎞를 날아 먼 곳에 왔지만 우리가 벌이는 ‘봉사’의 의미와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들의 점심식사 한 끼 값으로 우간다 4인 가족이 일주일을 먹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사흘간 점심값을 절약, 그들에게 먹을 것을 사서 나눠주었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기 전날, 나는 봉사단을 모아놓고 “너무나 열악한 곳에서 활동하느라 수고 많이 했다.”고 격려했다.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다졌다. 부모 형제세대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번영을 이룰 수 있었고, 우리가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처지가 된 것에 모두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혹자는 국내에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저멀리 외국에까지 가서 구호활동을 펼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구조적 빈곤인데 그깟 모기장 몇 장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고 회의론을 펴기도 한다. 이같은 논리라면 1950년대 우리가 빈곤에 처해 있을 때 선진국들에선 우리나라를 어떻게 원조하러 올 수 있었겠는가. 구호금 몇 푼이 바다에 잡곡알 몇 알을 던지는 것에 불과할지라도 그마저 구호해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어떻게 버틸 것인가. 지구반대편 국가라고 외면하지 않고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밀고, 우리의 경제발전 성공경험을 나눠주는 것은 지구촌 시민으로서 선택이 아니고 의무사항이란 생각을 했다. 지속가능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 시대, 기업들조차 글로벌한 사회공익사업을 브랜드 마케팅의 일환으로 중시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국가적 마케팅을 위해 빈곤국가 구호활동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이번 아프리카 구호봉사활동을 통해 국경을 넘은 인간애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현지에서 기아대책기구 아프리카 본부장으로 수십년째 봉사활동을 천직으로 알고 실천하고 있는 이상훈 선생 부부, 적극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펼쳐준 젊은 의료인들 모두 한국의 저력을 확인케 해주었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 이번 아프리카 봉사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맹정주 서울 강남구청장
  • [인사]

    ■ 국무총리비서실 ◇승진 △공보비서관 李鍾成■ 재정경제부 ◇과장급 전보△금융정보분석원 기획행정실장 梁敦善△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 사무처 파견 安振煥■ 국방부 ◇별정직고위공무원 △국제협력관 송봉헌■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생명과학단지조성사업단장 李信載■ 노동부 ◇부이사관 전보 △대구지방노동청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소장 張華益■ 중소기업청 ◇부이사관 승진 △혁신인사기획팀장 이의준△조합지원팀장 윤도근■ 대한지적공사 △관리이사 金大塋■ 데일리안 △편집국장 김인배 ■ 서울증권 △MACRO팀장 鄭龍澤■ 가톨릭대·가톨릭중앙의료원 △의무원장겸 의무부총장 南宮成銀△기획조정실장 鄭秀敎◇교육기관 (가톨릭대 성의교정)△의과대학장겸 교학처장 千命薰△의대교무부학장겸 입학관리본부장 李元哲△의대교육부학장 姜武一△의대학생부학장 尹莘熙△의대연구부학장 金成允△의대정보부학장겸 의학도서관부관장 柳基成△의대학술학위부학장 鄭成煥△의학교육지원센터소장겸 START의학시뮬레이션센터 소장 劉南辰△공동연구지원센터소장 朴元相△간호대학장 朴昊蘭△간호대교학부학장 宋敬愛△연구처장 金仁卿△산학협력단장 金仁卿△성의산학협력실장 李埈成△성의산학협력부실장 金成允△도서관장 李光宇△대학원장 金勝男△대학원교학부장 鄭成煥△보건대학원장 朴正一△보건대학원교학부장 金顯旭△의료경영대학원장 金鶴基△의료경영대학원교학부장 金光霑△임상치과학대학원장 李哲遠△임상치과학대학원교학부장 朴載億△임상간호대학원장 金順禮△임상간호대학원교학부장 金熙昇◇진료기관 (성모병원)△병원장 禹榮均△진료부원장 文丁一△수련교육부장 尹鎬重(강남성모병원)△병원장 黃太坤△진료부원장 尹健浩△수련교육부장 吳承澤(의정부성모병원)△병원장 姜聖學△진료부원장 金泳熏△수련교육부장 權浩◇연구기관 (중앙의료원)△세포치료사업단장 申完湜△가톨릭의료경영연구소장 南宮成銀△임상연구지원센터소장 金慶洙△가톨릭기능성세포치료센터소장 吳一煥(가톨릭대 성의교정)△가톨릭응용해부연구소장 韓勝皓△세포사멸질환연구센터소장 金辰△미세절제유전체학연구소장 李正容△기생충병연구소장 南皓祐△한센병연구소장 蔡奎泰△가톨릭류마티스연구센터소장 金浩淵△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장 金泰圭△분자유전학연구소장 金東煜△면역생물학연구소장 曺喆洙△암연구소장 安雄植△생체의공학연구소장 徐太石△세포·조직공학연구소장 全興宰△실험동물연구실장 成耆郁△가톨릭인간유전체다형성연구소장 鄭演濬△간호대학평생교육원교학부장 宋敬愛△호스피스교육연구소장 朴在順△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李東益(성모병원)△산업의학센터소장 朴正一△뇌신경센터소장 羅亨均△조혈모세포이식센터소장 閔寓聖△임상의학연구소장 曺龍鉉(강남성모병원)△가톨릭암센터소장 洪龍吉(의정부성모병원)△임상의학연구소장 許弼雩
  • 프리온은 ‘지킬박사와 하이드’

    프리온은 ‘지킬박사와 하이드’

    최근 국내에서 최초로 ‘유사 인간 광우병 환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사실이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국민들은 광우병 위험으로 검역중단 뒤 수입이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와 연결시키며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 한우의 안전성까지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증권가도 불똥이 튀어 쇠고기의 대체재인 닭고기 업체와 수산주의 주가가 뛴다고 한다. 도대체 광우병이 얼마나 무서운 병이기에 이토록 난리법석일까? ●광우병과 ‘프리온’단백질 광우병(狂牛病:Mad Cow Disease)은 말 그대로 병에 걸린 소가 미친 듯한 증상을 보인다는 말이다. 정식 의학적인 명칭은 우(牛)해면양 뇌증(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이다. 소의 뇌조직이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녹아버리는 병으로, 병에 걸린 소가 방향감각을 잃고 미친듯이 움직인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광우병은 사람을 포함해 모든 동물에게서 정상적으로 발견되는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이 변형을 일으키면서 발생한다.‘프리온 단백질’은 단백질(Protein)과 비리온(Virion:바이러스 입자)의 합성어다. 프리온 단백질은 이제까지 알려진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곰팡이·기생충 등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질병 감염인자다. 변형된 프리온이 뇌조직에 침투하면 작은 구멍들이 생기면서 뇌기능이 마비된다. 또 몸 안에서 정상적인 프리온을 공격해 변형된 형태의 프리온을 기하급수적으로 증식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다. 프리온은 DNA나 RNA와 같은 핵산이 없이 감염성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 그 증식 과정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치료 방법이 없다. ●사람도 광우병 걸릴 위험 높아 1730년 영국의 양떼에서 처음 발견된 광우병은 사육업자들이 소에게 양고기를 사료로 먹이면서 소에게로 전파됐다. 자연에서 방목하는 것보다 빨리 살을 찌우려고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여 일어난 것이다. 자연의 섭리를 뒤바꾸려는 사람의 욕심이 빚어낸 ‘소의 복수’인 셈이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둘러싸고 소뼈 등을 돼지·닭에게 먹인 뒤 이들의 뼈를 소 사료로 다시 사용하는 ‘교차오염’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광우병은 소, 염소, 양, 사슴 등 소과의 동물과 고양이, 치타, 퓨마, 호랑이 등 고양이과 동물은 물론 사람도 걸린다.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질병은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으로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 골수, 내장 등을 먹었을 때 감염된다. 세계적으로 인구 백만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인간광우병에 걸리면 치매처럼 방향감 상실, 근육마비 증상을 보이며, 일부는 정신착란, 시력장애, 중풍 등이 오기도 한다. 말기에는 뇌 신경세포가 죽게 돼 소 광우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다가 죽음에 이른다. 그러나 잠복기가 길어 때로는 감염된 지 몇십 년 뒤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독(毒)도 되고 약(藥)도 되는 프리온 프리온 단백질이 꼭 인류에게 해를 끼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도움도 준다. 미국 화이트헤드연구소의 하비 로디시 박사팀은 지난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프리온 단백질이 줄기세포 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프리온이 뇌 질환을 일으키지 않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줄기세포의 복제를 도와 다른 세포로 분화시킨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새 혈구세포로 분열하는 쥐의 줄기세포를 연구했다. 그 결과 많은 세포 표면에서 정상 프리온 단백질을 발견했고, 이것이 줄기세포가 골수에서 새 혈구세포로 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프리온 단백질이 없는 줄기세포는 새 줄기세포를 만들지 못했다. 연구팀은 “프리온이 줄기세포가 골수 안에 달라붙는 것을 돕거나 세포 분열을 일으키는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프리온은 진화적 변화 메커니즘 연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몇년전 시카고대학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가 효모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일부 프리온 단백질이 유전자 코드를 정확하게 읽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숨어있던 유전적 돌연변이들이 프리온 단백질로 인해 드러나게 되고, 성장과정에서 완전히 새로운 특징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춤. 춘향’ 새달 8일 개막

    ‘춤. 춘향’ 새달 8일 개막

    다음달 8일부터 국립국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이 올라 12일까지 공연되는 국립무용단 레퍼토리 ‘춤. 춘향’. 국립극장 대표 레퍼토리 제작사업인 ‘국가브랜드 사업’ 작품으로 선정되어 새 단장을 마치고 5년 만에 팬들 앞에 다시 모습을 나타낸다. 세계 각국 국립극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9월8일~10월28일)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을 겸한 레퍼토리. 흐름은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종전에 비해 볼거리를 다양하게 늘리고 요즘 분위기를 조금 더 살린 춤 언어와 음악 때문에 무대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느낌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구성된 30인조 연주단의 라이브 연주가 무대의 생생함을 더한다. 무대의 처음은 월매 춤. 옥에 갇힌 춘향을 걱정하는 월매의 몸짓에서 시작해 몽룡과의 만남을 회상하는 옥중 춘향 장면이 이어지면서 공연은 본격적으로 흐른다. 창포물에 머리 감는 여인네들 같은 세시풍속 춤사위가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더한다. 기생점고 장면에서 끼워넣은 장구와 소고, 꽹과리춤도 악기를 응용한 색다른 분위기의 소품들로 눈길을 끈다. 배정혜 예술감독이 안무, 국수호 전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아 국립무용단 전·현직 예술감독이 함께 호흡을 맞춘 첫 무대란 점도 관심거리. 문학적 감성의 섬세한 배 감독과 카리스마와 웅장함의 연출가인 국수호 전 감독의 앙상블이 어떤 무대를 낳을까. 춘향 역은 장현수·김미애, 몽룡 역은 이정윤·조재혁의 몫. 평일 오후 7시30분·토·일 오후 6시(월요일 쉼).(02)2280-4115.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마을 신앙’ 변천사 한눈에

    ‘마을 신앙’ 변천사 한눈에

    국립민속박물관은 2005년 우리나라 마을신앙의 종합적인 양상을 파악하고자 150명 남짓한 소장파 민속학자들로 네트워크를 짰다. 이해 정월 대보름, 민속학자들은 대보름 동제(洞祭)가 남아있는 전국 139개 마을로 달려가 각각 1박2일 동안 현지조사를 벌였다. 이듬해에는 그동안 발간된 각종 보고서와 논문, 자료집을 토대로 우리나라 마을신앙의 종합적인 양상을 파악하여 1만 2000여개를 분류했다. 민속박물관이 22일 펴낸 ‘현장조사보고서-한국의 마을신앙’은 바로 2년동안에 걸친 작업의 결과를 두 권의 책과 CD롬에 담은 것이다. 이번 보고서 발간 작업은 그동안 민속학자들의 노력으로 적지않은 자료가 축적되기는 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현재의 양상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추진된 것이다. 예를 들어 인천 소래포구 대동마을굿은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인 김금화 만신이 주무(主務)를 맡고 있다. 그는 1983∼1989년에도 주무를 맡은 적이 있다. 이전에는 소래포구에 선적을 두고 있는 바다호의 단골만신이 주무였지만 해파리가 기승을 부리고 30년 만에 흉어가 들자 주무 자리를 넘겨주어야 했다.2000∼2003년에는 이 지역 출신의 안음전 만신이 주무를 맡았으나, 이번에는 가족들이 반대하여 2004년부터는 다시 김금화 만신을 불렀다고 한다. 소래포구 대동마을굿은 한국전쟁 이전에는 소를 잡고 기생을 부르는 등 4∼5일 동안 벌어지는 큰 굿이었다. 이 때는 화랭이패가 주도하는 경기도식이었으나, 바다호 단골만신이 주무로 활동한 시기는 인천식, 다시 김금화 만신 때는 황해도식 굿으로 바뀌었다. 한 시기의 조사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인 현지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소래대동마을굿은 증명하고 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연기하는 기업가’ 김영애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연기하는 기업가’ 김영애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 표지모델편] 온 방을 휘젓고 자는 등 잠버릇이 고약해서 지방촬영을 가면 독방을 써야하는 탤런트. 78년 6월 11일자 선데이서울은 그녀를 공상이 많은 여자, 곧잘 상상의 날개를 펴기 좋아하는 여자라고 소개하고 있다. 영역을 가리지 않고 넘나드는 그런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 덕분일까? 그녀는 요즘 드라마에서도 사업에서도 대박을 터뜨려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1969년 부산여상을 졸업하고 잠시 부산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하다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출발했다. 탤런트 시험에서는 얼굴이 카메라에 잘 받는다는 칭찬을 들었는데, TV드라마 녹화 때마다 지독한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초년병 시절 꽤 고생을 했단다.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시골마을이 수두룩했고, 흑백텔레비전도 한동네에 한두 집뿐이었던 70년대 초. 밤이면 동네사람들을 모두 한집으로 불러 모으는 드라마가 있었으니 바로 MBC TV <민비>였다.(고종이 황제에 오른 후 추존한 시호에 따라 ‘명성황후’라고 칭해야 하나, 당시 드라마 이름으로 쓰인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그 표현을 사용한다.) 그녀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 ‘민비’역을 맡아 1974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았고, 2000년엔 SBS TV 드라마 <파도>로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82년 대원군의 일대기를 그린 KBS 사극 <풍운>에서 다시 ‘민비’로 출연했다. 영화는 72년 <섬개구리 만세>로 시작하여 <왕십리>(1976), <바람불어 좋은 날>(1980), <겨울나그네>(1986)를 비롯해 <영어완전정복>(2003) 등 40여 편에 출연했다. 2003년 초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살던 서울 구기동 자택을 구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같은 해 5월 네 살 연하의 사업가 박장용씨와 재혼했다. 두 사람은 구기동 자택에서 동료 탤런트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결혼식을 치렀다. 98년 건강 카운슬러였던 박씨에게 건강상담을 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녀는 2001년 황토팩과 비누를 만드는 ‘황솔바이오’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기업가이기도 하다. 2004년 5월 KBS 시트콤 <달려라 울엄마>를 끝으로 방송 출연을 중단하고 ‘참토원’(전 황솔바이오) 부회장으로서 사업에 전념했다. 초창기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5년간 누적 매출액이 1500억원에 달하는 등 사업가로도 성공했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20대 젊은 시절과 50대의 중년에, 두 차례 고통스런 세월이 있었다. 75년에 있었던 스캔들로 한동안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녀는 선데이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어둡고 지루한 장마철”이었다고 회고했다. 두 번째는 2004년 사업 때문에 연기를 중단하고 일에 몰두하다, 정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린 것이다. 신 내린 사람이 무당 일을 거부하면 몸이 아프다는 얘기가 있는데 꼭 그 격이었다. 결국 방송을 중단한지 2년여 만인 지난해 10월, KBS 2TV 드라마 <황진이>에서 황진이(하지원)의 스승인 임백무 역을 맡아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임백무는 조선 최고의 춤꾼으로 인정받는 송도 교방의 행수기생으로, 라이벌로 나오는 매향(김보연)과 연기대결을 펼쳤다. 회초리를 휘두르며 기생들을 가르치는 카리스마 넘치는 냉정한 연기에 출연진들조차 “백무신이 내렸다”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최근엔 SBS <내 남자의 여자>에서 화영(김희애)의 엄마로 출연하여, 딸의 행복은 안중에도 없는 이기적인 못된 엄마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친구 남편을 빼앗은 비윤리적인 딸을 꾸짖기는커녕, 사는 집의 평수와 직업 등 남자의 경제력만을 따지는 엄마 역할이다. 돈만 따지는 엄마 때문에 첫 결혼도 억지로 했다 파경을 맞았는데, 한국까지 쫓아와 부유한 교포 이혼남과의 재혼을 종용하는 뻔뻔한 악녀 연기에 시청자들은 치를 떨었다. 얼굴이 뾰족하게 생겨서 악역이 잘 맞을 것 같은데 악역을 안준다며 순악질여사 같은 배역도 한번 해보고 싶다던 그녀. 이제 소원을 풀었을까? 표지=통권 499호 (1978년 6월 11일) 박희석 전문위원 dr39306@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000년 대형산불 삼척 야산지역 조사하니

    2000년 대형산불 삼척 야산지역 조사하니

    동해안 산불 지역에서 식생은 빠르게 회복하는 반면 토양 복원은 더디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피해 이후 이뤄지는 인공조림 과정에서 일반 벌채보다 더 많은 토양이 떠내려가 2차 피해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경부가 추진 중인 국가장기생태연구사업 결과다. 조사는 2000년 대형 산불이 일어났던 삼척시를 대상으로 했다. ●산불 전 소나무숲→활엽수림 복원 산불로 인한 폐해는 수종 변화를 불러왔다. 조사 지역은 산불 전에 소나무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침엽수 밀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산불 이후 6년 동안 모니터링 결과 재생 숲 초기 식생은 신갈나무 밀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굴참나무, 참싸리 등이 많이 자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무 종류는 30∼40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소나무가 개체 수가 줄어든 것을 빼고는 산불 피해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수관화(樹冠火·나무의 가지나 잎 부분만을 태우며 지나가는 산불)피해를 입은 곳은 바닥까지 태운 산불 피해를 입은 곳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산불 발생 5∼6년이 지나면 식생 종류는 산불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등 다시 살아나지만 나무 종류별 밀도는 크게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식생변화와 비교해 토양복원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양 속 동물 평균 개체 수가 산불이 일어나지 않은 곳보다 산불 발생지역에서 훨씬 적게 나타났다. 이는 산불 지역이 아직 토양 미생물이 살 수 있는 적절한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상팔 환경부 자연자원과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산불 발생 지역 숲이 되살아난 것처럼 보이지만 파괴된 토양이 복구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토양속 미생물 회복 더뎌 산불 피해 정도가 컸던 지역일수록 토양 속 작은 절지동물의 개체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풍부도는 낮게 나타났는데 산불 이후 5년이 지나도록 토양미소절지동물 회복이 상당히 늦게 나타나고 있었다. 산불 피해 정도와 토양 미생물 회복은 반비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불 지역과 미 발생 지역 토양 분석 결과 산도(pH)는 산불 피해가 컸던 지역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산불이 토양 산성화를 불러오고 산성이 심할수록 토양 속 미생물도 적게 나타났다. 산불은 빗물 유출량과 토사 유출량에도 직접 영향을 주었다. 산불로 식물 생태계가 파괴되면 빗물이 땅속에 스며들기 전 씻겨 내려가고 흙 유실량도 그만큼 많았다. 산불로 식생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지역은 식생이 80%에 이른 지역보다 토사 유출량이 30배 정도 많게 나타났다. 산불 지역에서는 토양 영양분이 떠내려가는 정도도 심했다. 산불로 인해 식물이 자라지 못하면 빗물이 흘러가고 흙이 떠내려가면서 땅에 있는 마그네슘·칼륨·칼슘과 같은 무기물 유출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조사단은 “산불 피해지역에서는 중장비를 동원하고 산불 뒤 벌채한 나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등 일반 산림벌채보다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해 임상 파괴와 토양 유실을 가속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5) 광주~장성 길재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5) 광주~장성 길재

    말(馬)이 요즘의 고속철도 역할을 하던 때, 광주에서 한양까지 대략 720리길이었다. 광주에서 긴급한 문서를 보내려면 잘뛰는 놈을 골라 역에서 갈아타고 하루 180리(72㎞)씩 달려 4일만에 한양땅에 도착했다. 조선시대의 고려 역사서인 ‘고려사’에는 오늘날 비상 사이렌을 단 차량처럼 비상문서용 말은 방울 3개를 달고 요란을 떨며 길을 재촉했다고 적고 있다. 낮이 긴 2∼7월에는 6개역(驛)을, 그렇지 않은 8∼1월엔 5개역을 하루만에 통과해야 했다. 그러나 하급 관리나 봇짐 장수, 민초들은 짚신을 허리에 꿰차고 산길과 지름길을 찾아 허기진 채 한양길에 올랐다. 고갯마루, 나루터마다 이들을 노린 주막(酒幕)거리와 역촌(驛村)이 생겼고 자연스레 물품과 사람이 모이면서 재미난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다. ●옥동마을은 동학군-관군 격전지 광주 광산구 평동은 나주에서 광주로 들어오는 초입이다. 여기서 장성을 거쳐 한양에 오르는 길은 두갈래였다. 복룡산 서쪽 길은 험하고 인적이 뜸해 이용자가 적었다. 대신 동쪽 길이 애용됐다. 대개 옥동마을과 황룡강 둑길, 송촌리 원등을 지나 나룻배를 타고 건너 선암역촌으로 들어섰다. 평동사무소 삼거리를 못미친 오른쪽 길옆 논가에는 옥동이란 돌 표지석이 있다. 백제 때 복룡현의 ‘치소(감영)’가 있던 자리다. 이곳은 본래 나주땅으로 나주와 광주, 장성의 요충지였다. 때문에 후백제군과 고려군, 동학군과 관군의 격전지였다. 복룡산 꼭대기에는 지금도 봉화터와 성터가 있다. 선암마을은 선암사가 있어 탑골이다. 마을 안쪽인 정찬연(74·광산구 선암동)씨의 집 대문 옆에 서 있는 3층 석탑이 옛 흔적을 살려낸다. 정씨는 “본래 5층 석탑인데 광주공원으로 옮겨진 뒤 마을에 나쁜 일이 많이 생기자 주민들이 다시 탑을 찾아오면서 3층으로 줄었다.”고 증언했다. 선암역은 장성∼광주∼나주∼영광을 잇는 역할을 했다. 인근 소촌동에는 광산구 부자이던 천석꾼 박용철(1904∼1938) 시인의 생가가 잘 보존돼 있다. 절골마을은 연안 차씨의 집성촌이다. 인근에 있는 연화약수비(蓮花藥水碑)가 눈길을 끈다. 표지석 뒷면에 ‘만수원천 감약수(萬壽源泉 甘藥水·일만살까지 살게 하는 감로약수)’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 마을 차판오(90·광산구 운수동)옹은 “한양 가는 마을 앞길을 ‘무내미재’라 부른다. 삼국시대부터 이 길이 있었다는 말을 어른들로부터 들었다.”고 또렷하게 기억했다. 무내미재는 물도 넘어갈 정도로 넘기 쉬운 고개라는 뜻이다. 이 고개는 경운기 한 대가 너끈히 지나갈 만하고 200m쯤 황톳길로 이어져 있다. ●주막집 딸 길손들 유혹하다 장군의 칼에 죽어 이 고개의 오른쪽 한길 낭떠러지 아래로는 다랑치 논이고 왼편으로는 산비탈이다. 막힌 산비탈 길을 돌아서면 하남역이 나온다. 마을 앞쪽 논 가운데에 시멘트 벽이 둘러친 마을 공동우물이 방치돼 있다. 이 샘이 ‘한우물’이다. 이후 ‘하나몰’이 되었고 다시 하남으로 바뀌었다. 광산구 송정리 이름도 ‘솥머리’에서 ‘솔머리’가 되었고 솔을 소나무 송(松)자로 바꿔 송정리가 됐다. 하남과 경계를 이루는 곳이 전남 장성군 남면 행정리 승가마을이다. 동네 동쪽 1㎞쯤에 고속도로가 나면서 한적한 마을이 됐지만 한 때 하남과 장성읍, 진원 등으로 통하던 길목에 신거무란 큰 장터가 있었다. ‘장성읍지’에는 ‘신거무 전설’이 전해진다.‘노 부부가 100일 치성(致誠)으로 낳은 아들이 거미같이 생겨 신거무라 불렸고 커서 현감까지 죽이는 등 갖은 행패를 부리다 죽었다. 이후 장날이면 맨 늦게 돌아가는 장꾼이 죽는 일이 이어졌다.’ 그래서 이 고장에서는 ‘신거무장 파하듯 한다.’는 속담이 있다. 장이 섰다 금세 파한다는 뜻이고 일이 흐지부지 끝나는 것을 빗대는 말이다. 또 후백제 견훤의 장남인 신검과도 연관된다. 지금도 승가 들판이 신거무들 또는 신검들로 입에 오르내린다. 마을 앞에 놓인 승가교 양쪽에는 신거무 다리의 돌머리가 세워져 있다. 높이는 1m80㎝쯤으로 길게 ‘기역자’로 홈이 난 화강암이다. 주민 고광석(54)씨가 10여 년 전 하천공사를 하다 2개를 발견해 다리 앞에 마을 수호신으로 세웠다. 장성읍내 바로 못미쳐 못재(마령고개)가 나온다. 맛재라고도 하는 데 주요 고개란 뜻이다. 옛날 이 고개 주막에서 어떤 효자가 호랑이를 길렀다해서 목호치(牧虎峙)라고도 불린다. 이어 호남고속도로 옆에 장성댐이 위치한다. 옛날 댐 밑에 청암역(단암역)이 있었다. 향토 역사서인 ‘호남역지’에는 청암역은 11개 역에 역리(驛吏) 등 50여명을 거느렸다고 전한다. 원래 청암역은 나주에 있었고 당시 장성역은 단암역으로 불렸다. 그러나 조선시대 이후 광주세가 나주를 누르면서 나주 청암역 찰방(察訪)이 장성 단암역으로 옮겨갔다. 이후 장성 청암역으로 불린다. 전라남·북도의 경계인 입암산 아래 왼쪽으로 보이는 게 갈재다. 한자로 갈대노(蘆)자를 써 노령고개로 불린다. 장성댐 밑 청암역에서 이 고개를 넘으려면 고개밑 원덕리 미륵원에서 쉬거나 여러 사람이 무리를 지어 넘어야 했다. 고개는 산적들 소굴이었다.1520년 중종 때 군사까지 파견될 정도였다. 이 미륵원 인근 500m쯤에 주막이 7개나 된 주막촌 ‘목란’이 있었다. 장사꾼이나 과거 지망생들이 목란에서 투전판이나 술 따르는 여인의 유혹에 걸려 인생을 망친 일이 많았다는 전설이다. ●장성 현감 셋 파직시킨 기생 ‘노화’ 목란과 미륵불이 있었던 원덕주막 사이 동쪽 산허리에는 처용암(處容岩)이란 미인 바위가 보인다. 짙은 두 눈썹 형상이 마치 아리따운 여인과 같다. 이곳 주막에서 태어난 ‘갈아’란 여인은 뭇사내들의 신세를 망쳐 어떤 장군의 칼에 찔려죽었다고 한다. 이후로 바위는 애꾸눈이 되고 인근 마을에서 애꾸눈 미인들이 태어났다는 전설이다. 이 전설과 관련, 정비석씨의 ‘기생열전’에서는 조선시대 성종때의 기생 ‘노화’가 나온다. 미색이 뛰어나 그의 치마폭에서 장성 현감 셋이 파직된다. 파견된 사헌부 관원마저 노화의 유혹에 걸려 팔뚝에 정표를 해준다. 다음날 관헌에게 붙들려 온 노화는 그의 팔뚝을 보여주며 노래한다.“노화의 이 팔뚝에 뉘 이름 새겼는고, 고운 살에 먹이 베어 글자도 선명코나.” 결국 이 기생은 관원의 첩으로 들어앉는다. 갈재 옛길 밑으로 지금은 호남고속도로와 호남선 터널 2개가 뚫렸다. 갈재는 전라좌도는 물론 전라우도 등 크고 작은 한양길이 모이는 주요 통로였다. 재를 넘으면 전북 전주 길목인 정읍이 펼쳐진다. 글 사진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장 “사람 모이는 요지… 길 속에 돈 있다” “지금의 광주∼장성간 고속도로와 철도, 국도는 선조들이 다녔던 옛길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김경수(49·지리교사·문학박사) 향토지리연구소장은 호남에서 한양가던 옛길은 현 호남선과 위치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큰 길을 뚫기 전에 인근의 옛길들을 사전 조사하면 적잖은 교훈을 얻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 소장은 “100년 전쯤 지금의 광주 시외버스터미널 역할을 하던 자리가 시내쪽에서는 경양역이고 광산구쪽에서는 선암역”이라고 소개했다. 경양역은 관할 6개 역으로 군졸 1만명, 말 300마리, 역둔토 300결이 넘을 정도로 번성했다고 한다. 오늘날 시내 중심이 된 광주교대, 동신고, 옛 광주상고 터가 경양역촌이었다. 그는 “우산동 서방시장 건너편에 경양역 표지석이 세워졌다. 동신대학교와 동신고 등을 설립한 동강학원 이사장이 역터(383번지)에 집을 지어 대물림한다.”고 전했다. 풍수학상으로 이곳은 명당으로 불리는 곳이다. 그의 말대로 조선시대 경제의 중심축이던 역촌(驛村)들이 산업단지와 산업동맥으로 다시 이름을 잇고 있다. 그는 “선암역도 송정역에 밀려 쇠락하다가 오늘날 이 일대가 다시 길목이 되면서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말했다. 선암역인 선암마을 앞쪽은 광주에서 무안국제공항을 잇는 고속도로와 광주에서 영광을 잇는 국도 22호선 우회로, 평동과 하남산업단지 진입도로가 교차하는 사통팔달로 통한다. 한양가는 길목이던 하남산업단지는 광주시 전체 제조업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김 소장은 “예나 지금이나 시대를 불문하고 길속에 길(돈)이 있다.”며 “교통의 요지에는 사람과 물품이 모이기 마련이어서 눈여겨 두면 뒷날 값어치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연극 ‘변’… 같은 독재자·정치 풍자

    연극 ‘변’… 같은 독재자·정치 풍자

    춘향에게 눈이 먼 베스트셀러 시인 변학도, 비자금 챙기기 바쁜 아전과 기생. 연극 ‘변’(31일∼9월14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의 주인공들이다. 시인 황지우가 극본을 쓰고 이상우가 개작·연출을 맡은 ‘변’은 독재자를 ‘똥’으로 알라고 충고한다. 독재자와 지식인을 조롱하는 이 난장에는 연출자 이상우를 중심으로 극단 차이무의 배우들이 헤쳐모였다. 변학도 역은 문성근, 강신일이 맡아 전라도, 경상도 버전인 변라도, 변상도팀의 ‘변’이 된다. 최용민, 정석용은 그의 충실한 비방(비밀중앙정보방), 박광정, 김승욱은 이방 노릇을 한다. 때는 조선 왕조 중기 혹은 20세기말 대한민국 어디쯤. 배우들과 연출은 “정치쪽으로 몰면 재미없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권력의 중심, 변학도의 ‘헛짓’과 그 하수인들의 중상모략을 보면 현실정치가 빤히 들여다보인다. 맨발에다 연방 하품을 쩍쩍 하며 의자에 기대앉은 문성근표 ‘변’은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안 간다. 강신일은 무게감 있는 변학도에 충실한 편. 그는 “권력자의 생존 법칙을 담았지만 한마디로 난장”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최용민은 “1인자보다 더 악랄한 2인자가 비방”이란다. 연출자 이상우는 “우리도 독재자가 있는 세상이 있었다.”면서 “그걸 기억해야지 잊어버리면 독재자가 다시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세상은 달라질 것 없어. 사람들은 빨리 잊어버리니까. 그리고 나는 다시 돌아오는 거야.”라는 변학도의 마지막 대사가 뜨끔하다.(02)3673-5580.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美·日 웰빙 바람타고 유기농시장 ‘쑥쑥’

    美·日 웰빙 바람타고 유기농시장 ‘쑥쑥’

    유럽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세계적인 유기농 열풍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특히 웰빙(참살이) 문화 확산과 맞물리며 유기농 식품 수요가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기농 식품 전문 슈퍼마켓과 레스토랑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서는 유기농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상점, 회원제인 전자상거래, 생활조합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유기농산물 열풍의 현장들을 둘러보았다. ■미국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버지니아 주의 페어팩스에 사는 주부 줄리 차르(36)는 장을 보러갈 때 집 근처에 있는 ‘블룸’,‘세이프웨이’ 등 슈퍼마켓 대신 꼭 2마일이나 떨어진 ‘홀 푸즈 마켓(Whole Foods Market)을 찾는다. 홀 푸즈 마켓은 유기농 식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유통체인이다. 차르는 “일반 슈퍼마켓에서 1달러99센트인 5개 들이 양파 한 꾸러미와 2달러99센트인 달걀 한 다스를 각각 2달러99센트와 3달러99센트(약 3720원)에 파는 등 비싸지만 유기농법으로 재배했기 때문에 안심하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다.”고 말했다.15일 직접 찾아간 페어팩스의 홀 푸즈 마켓은 청결함과 신선함이 느껴졌다. 과일과 야채, 해산물, 쇠고기, 치즈 등은 신선도가 뛰어났고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진열대마다 큼직하게 적혀있는 유기농 제품이라는 표시는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제품을 구입한다는 만족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 같았다. 일요일 오전에는 임시 일요장이 열려, 이 지역 농민들이 재배한 야채들을 소비자에게 직판하도록 연결해준다. 텍사스 주 오스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홀 푸즈 마켓은 최근의 ‘웰빙’ 열풍을 타고 급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영국의 196개 매장에서 56억달러(약 5조 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1년 사이에 매출이 9000억원이나 늘었다. ‘와일드 오츠 마켓’ 등 다른 유기농 식품 유통점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레스토랑들도 미국 각지에서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미국은 1990년 ‘전국 유기농 프로그램(NOP)’이라는 법적 기준을 만들었다. 모든 유기농 식품은 유전자 조작 물질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 경작 과정에서 농약과 인공비료, 분뇨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곡물 처리과정서 이온화 방사선이나 첨가제를 추가해서도 안된다. 동물은 항생제나 성장호르몬을 주사해서는 안 된다.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려면 법적 기준을 충족시키는 ‘유기농 공인서’를 획득해야 한다.24시간 뉴스 채널인 MSNBC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3년간 일반 식품의 판매는 연간 2∼3% 증가했으나 유기농 식품은 연간 17∼20%씩 늘어났다. 유기농 식품을 취급하는 유통체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판매증가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유기농 식품 옹호자들은 유기농 식품이 ▲소비자들의 건강에 좋고 맛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재배할 때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농약에 노출되지 않게 된다고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유기농 식품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미국 비영리기관 ‘소비자연대’는 일반과일의 잔류농약도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유기농 과일과 채소에서도 농약은 검출된다고 주장했다. 유기농 채소 재배는 농지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기농 식품의 이점이 식품유통업체들의 상업적 목적을 위해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dawn@seoul.co.kr ■일본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 도쿄 스기나미구 고엔지역 앞 상점가에는 유기농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체인점인 ‘자연식품의 집’이 자리잡고 있다.16.3㎡ 규모의 아담한 규모의 식품점이지만 갖가지 유기농산물을 비롯, 유기가공식품들이 즐비하다. 8년째 상점을 운영하는 스지키 준지(60)는 “40대 후반의 중·장년층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일반 농산물 가격보다 2∼2.5배 비싸지만 하루 평균 40여명이 꾸준히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 안전성에 대한 믿음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 유기농산물의 모토는 ‘안심’과‘안전’이다. 안심하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라는 점을 내세운다. 일본 법률에 따르면 유기농산물은 2년 이상 금지된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논밭에서, 재배 중에도 금지된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농산물이다. 제3자의 인증도 요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유기인증’을 따기가 어렵다. 생산자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2005년 기준, 전체 농가 가운데 4619가구만이 인증을 받았을 정도로 까다롭다. 농림수산성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농산물의 생산량 가운데 유기농의 비율은 0.6%에 불과하다.2004년 기준 유기야채는 0.13%, 과일은 0.04% 정도이다. 유기농산물에 대한 인증 절차가 번거로워 인증없이 판매하는 농가도 적지 않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설명이다. 대형슈퍼체인 도큐스토어의 쌀 코너에는 일반쌀과 함께 유기농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유기농쌀은 1㎏에 1350∼1450엔(약 1만 1500원)이다. 포대에는 생산자의 사진과 연락처, 재배지의 토질 및 도정 방식 등이 인쇄돼 있다. 고시히카리 등 일반미 5㎏이 2580∼2980엔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유기가공식품의 경우, 독자적인 상표를 갖고 소비자를 파고들고 있다. 유기가공식품은 양념류에서부터 주류, 케이크, 과자,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도큐스토아의 점원 나가히시 아사라는 “유기농쌀은 비싸고 양도 적기 때문에 잘 팔리는 편은 아니다.”면서 “중장년층이 주요 고객”이라고 말했다. 쌀을 사던 60대 주부 모리는 “자식들도 모두 출가해 남편과 둘이 살기 때문에 건강을 생각해 비싸지만 유기농쌀을 사먹는다.”고 했다. 일본에는 ‘자연식품의 집’과 같은 유기농 전문점도 있지만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가 대세를 이룬다. 전체 유기농 거래의 80% 정도가 회원제인 전자상거래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생활조합과 연결된 경우가 많다. ‘e-유기생활’은 지난 2000년 일본에 처음 등장한 전자 유기농상거래이다.80여개의 농업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 수확한 지 하루만에 생산지에서 소비자들의 식탁까지 배달되는 체제를 갖췄다. 특히 300여개에 이르는 농산물과 가공식품 등을 재배 방식에 따라 5개 등급으로 구분, 인기를 끌고 있다.1300여명의 생산자들이 참여하는 ‘얼굴이 보이는 야채’도 대표적인 유기농 전자상거래의 하나다. hkpark@seoul.co.kr
  • [전국고교야구대회] 장우람 ‘18이닝 완봉승’

    전주고 우완 투수 장우람(18)이 ‘18이닝 완봉승’이란 진기록을 세웠다.장우람은 12일 동대문구장에서 속개된 제3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회전 상원고와의 서스펜디드게임에서 18이닝 동안 삼진 14개를 솎아내며 3안타 3볼넷 무실점으로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전주고는 18회 2사 만루에서 나온 끝내기 폭투에 힘입어 승리했다. 전주고와 상원고는 전날 오후 2시27분부터 4시3분까지 연장 12회 혈전 끝에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서스펜디드 판정이 내려져 이날 13회부터 경기를 재개했다. 전날 선발 등판,12이닝을 던진 장우람은 이날도 나와 15회 노윤동에게 안타를 맞기 전까지 14이닝과 3분의1이닝 동안 안타를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대한야구협회에 따르면 비공인 최장 이닝 노히트 노런 기록이다. 투구수도 무려 214개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고교야구에서 ‘혹사 논란’이 다시 제기될 전망이다.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노회찬 의원은 지난해 “국가 인권위원회가 고교생의 투구 혹사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학 특기생으로 진학하려면 전국대회 8강 이상 진출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에 묻힌 바 있다.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내가 바로 공무원] 양천구 교육지원과 조영숙씨

    [내가 바로 공무원] 양천구 교육지원과 조영숙씨

    “행여 자식들 체면이 깎일까봐 한글을 배우러 오시지않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부모님 마음은 그런가 봐요.” 양천구 교육지원과에 근무하는 조영숙(41) 주임은 구청 근처 노인정 노인들에게 ‘악바리 여선생’으로 불린다.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은 지난해 6월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양천구가 평생학습센터 내에 ‘문해학교’를 개설하면서부터다. 문해학교란 가난이나 건강, 성차별 때문에 기초교육의 기회를 놓쳐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설립한 학교로 한글은 물론 영어, 산수 등도 가르치는 일종의 한글종합학교다. 서울에는 이런 학교가 16곳에 달한다. 당시 개설준비를 맡았던 조씨는 한달 동안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수강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단 한 명만 신청서를 냈다. 읽고 쓰지 못하는 설움을 안고 사는 노인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뜻에서 시작한 사업이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조씨는 “문해학교를 만들기 전 수요조사에서는 글을 모르는 노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았었는데…. 정말 당혹스러웠어요.” 조씨는 그 길로 한 달간 구청 인근 노인정을 돌며 어르신들을 만났다.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기 위해서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신분이 노출될까봐 걱정이 된다.”는 말에서부터 “머리가 굳어 이젠 자신이 없다.”는 말에 이르기까지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일부는 “신청서를 한글로 쓰는 것 아니냐.”며 지레 겁을 먹기도 했다. 조씨는 손사래를 치는 어르신들을 따라다니며 “버스노선과 번호는 기본이고 소설책이나 자막있는 외국영화도 맘껏 볼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반신반의하며 그렇게 조씨를 따라나선 노인 13명이 양천구 성인문해학교 1기생들이다. “제일 마음이 짠했던 것은 의사 아들을 둔 한 할머니였어요. 할머니는 ‘의사 부모가 글도 모른다고 소문나면 (자식)병원 하는데 안좋을 것 같다.’며 한사코 거절하셨어요. 그분은 동네 친구에게도 글을 못 읽는다는 걸 철저히 감추시더라고요. 부모님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어요.” 그 후 1년. 어렵사리 학교에 나오신 어르신들은 이제 한글을 읽고 쓰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가 됐다. 그동안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 문해학교 학생 수는 45명. 학급도 3개 반으로 늘어났다. 주위에선 ‘조씨의 악착스러움이 일궈낸 결과’라고 이구동성이다. 조씨가 ‘선생님’으로 불리는 곳은 이 곳뿐이 아니다. 그는 공무원노조와 신월동 푸른공부방에서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친다.10년 전 자기계발을 위해 조금씩 공부한 중국어가 이젠 남을 위한 일에 쓰이고 있다. 그는 “3년 전 구청에서 처음 신설한 평생교육업무를 준비하면서 도대체 업무가 그려지지 않아 동료들과 함께 고생도 많이 했다.”면서 “양천이 전국에서 평생학습의 모범구로 각인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맞춤형 교육통신]

    ●유웨이에듀(www.uwayedu.com) 최근 서울대생 공부법으로 화제를 모은 ‘스터디 코드’의 공부법 특강을 선보였다. 지난 7년 동안 서울대생 3121명의 공부 패턴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공부 습관 들이는 법을 알려준다. 유웨이에듀 회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달 26일까지 무료로 열린다.1588-8988.●천재교육 포털사이트 야후와 ‘야후, 꾸러기 엄마 학교’ 1기생 2만명을 이달 15일까지 선착순 모집하고 있다. 대상은 4세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자녀를 둔 전국 엄마. 엄마를 위한 각종 강연과 세미나에 우선 참여할 수 있고, 전문가 상담도 받을 수 있다.‘Yahoo! 꾸러기’(kr.kids.yahoo.com) 사이트 참고.●교육방송 외국어 교육 전문 사이트 EBSlang(www.ebslang.co.kr) 오픈 1주년을 맞아 ‘1일 영어마을 체험’ 이벤트를 연다. 이달 16일 서울 양재동 연회 전용공간인 ‘RT88’에서 입국·환전·쇼핑·식사·파티 등 프로그램을 통해 EBS 출연 강사를 비롯한 원어민 강사들과 만날 수 있다. 신청은 이달 12일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 가수 현미 ‘데뷔 50년’ 첫 콘서트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미국의 명배우 폴 뉴먼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고, 이제 더 잘 할 수 없을 것같아 연기생활을 접는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전 고희를 맞은 ‘데뷔 동갑내기’ 가수 현미 의 생각은 다르다. “은퇴는 없어. 내 목소리가 퇴색하는 날, 그 때라야 무대에서 내려올 거야. 목소리를 아끼기 위해 남들은 운동삼아 한다는 골프조차 치지 않아. 골프를 하면 목소리가 갈라지거든. 그래서 동료가수 패티 김과 굳게 약속했지. 우리는 노래할 수 있는 날까지 절대 골프채를 손에 잡지 말자고.” 70세 나이를 무색케 하는 현미의 크고 맑은 목소리는 TV뉴스에도 소개될 만큼 예전부터 유명했었다. “1962년 1집앨범 수록곡 ‘밤안개’를 녹음할 때였어. 목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녹음실 음량을 조절하는 콘솔 박스 게이지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벽만 두드리고 있을 정도였어. 이 모습이 TV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지.” 현미가 처음 연예계에 발을 디딘 것은 1957년 미 8군 무대를 통해서였다. 당시엔 칼춤 등을 추는 무용수로 활동했다. 그러다 한 여가수가 공연을 펑크냈고, 훗날 결혼하게 되는 작곡가 고 이봉조 선생의 권유로 ‘아!목동아’란 팝송 번안곡을 부르게 된 것. 이 일을 계기로 그녀는 본격적인 가수의 길을 걷게 된다. 얼마전엔 바비 킴, 부기킹즈 등 쟁쟁한 젊은 뮤지션들이 소속된 오스카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제 2의 음악인생을 시작했다. 오는 11월23일 그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꿈의 공연’을 펼친다.50년만에 처음으로 베스트 앨범도 낸다. “전 남편(고 이봉조)이 임종을 앞두고 날 위해 10곡가량 노래를 만들어 두었다고 하더군. 그 동안 악보만 보관하고 있었는데, 큰아들(이영곤·46)이 이번 앨범에 내 목소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외톨이 파랑새’란 노래를 수록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어. 그러마 했지. 이 노래 외에도 신곡을 한 곡 정도 더 실을까 생각 중이야.” 그동안 그녀가 발표한 앨범은 LP판 50장과 1996년 이후 내놓은 CD 2장 등 52장. 무려 53집이 될 이 앨범은 연말쯤 나올 예정이다.11월23일엔 예의 ‘크고 맑은 목소리’로 단독 공연도 벌인다. 이 또한 데뷔 후 처음이다. “그 동안 연말이면 꾸준히 디너 콘서트를 열었어. 하지만 나를 위한 자리는 아니었지. 노래만을 위한 자리는 더더욱 아니었고. 이번엔 나와 나의 노래가 중심이 되는 멋진 쇼를 만들 거야. 단 한 번의 무대를 통해 멋있게 나이먹어 가는 가수도 있다는 걸 보여줄 거야.” 51년차 가수 현미의 활동계획이 궁금했다. “계획? NO!내일 일은 아무도 몰라. 그저 부닥치며 사는 거야. 바람은 있어. 앞으로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는 것. 난 아직도 사랑에 목말라.” 고 이봉조 선생과의 결별 이후, 아들 유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야간업소를 7군데나 전전하는 등 씩씩하게 살아온 현미다. 항상 맑고 호방하지만, 사랑받고 싶다는 대목에서 어딘가 여성스러움도 묻어나는 ‘그녀’의 모습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글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유배객, 세상을 알다’/김려 산문선

    ‘유배객, 세상을 알다’/김려 산문선

    “그대 어디를 그리워하나?그리운 저 북쪽 바닷가/부령의 친구들 모두 나이 지긋한데 나와 백능까지 모두 여덟명./국보는 소처럼 마셔 몸 못 가누고 익보는 하루에도 거뜬히 백잔./담수는 밥보다 술지게미 좋아하고 권씨는 취하면 더욱 온순해지네./문성은 눈에서 번쩍번쩍 빛이 나고 언소는 항아리 째 벌컥벌컥 마셨네./그대들 생각하나 볼 수 없어서 괴로운 이 마음 가슴이 터질 듯.” ●함경도 부령·경상도 진해서 10년 ‘고초´ ‘부령의 술친구들’이라는 김려의 시다. 고향 친구를 그리는 듯 보이지만, 부령은 다름아닌 그의 첫번째 유배지. 김려는 함경도 부령에 4년 동안 유배된 뒤 다시 경상도 진해로 유배지가 옮겨졌는데, 이 시는 진해에서 부령의 술친구들을 못잊어 쓴 것이다. 조선 후기의 문인 김려(1766∼1822)는 15세에 성균관에 들어가 27세에 진사에 급제한 전도유망한 선비였다. 그런데 32세되던 1797년 벗 강이천의 옥사에 연루된다. ‘함께 모여서 서학(천주교)을 이야기하고, 서해에 진인(眞人)이 나타나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것이 죄목이었다. 이른바 강이천의 비어사건(飛語事件)으로, 김려는 두 곳에서 장장 10년 동안에 걸쳐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 김려는 이 시에 나오는 문하생 백능을 두고 ‘소년 풍모가 좌중을 압도한다.’고 했다. 국보는 병영의 아전이고, 익보는 그의 사촌동생으로 역시 아전. 담수와 언소 역시 아전이었다. 이렇게 보면 함께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던 벗들은 대부분 아전이다. 김려가 사대부라는 허위의식을 벗어던지고 진정으로 사람을 사귀어가는 모습이 드러난다. 김려 산문선 ‘유배객, 세상을 알다’(강혜선 옮김, 태학사 펴냄)의 재미는 유교적 질서에 얽매어 있던 선비가 제도권에서 내팽겨쳐지면서 오히려 본연의 인간성을 찾아가는 모습에 있다. 그가 진해에서 남긴 시는 ‘사유악부(思樂府)’라는 이름으로 묶였다. 한결같이 “그대 어디를 그리워하나?그리운 저 북쪽 바닷가(問汝何所思,所思北海湄)”로 시작하는데서 대부분은 기생 연희를 그리는 연가(戀歌)이다. ●부령은 명필 이광사의 로맨스로도 유명 부령은 조선후기의 명필 원교 이광사가 유배를 살았던 곳으로, 장애애라는 여인이 이곳에서 원교를 모시다가 신지도까지 따라갔던 로맨스로도 유명하다.‘부령의 술친구’에 나오는 담수는 바로 원교 이광사에게 배운 인물로 명필이라고 이를 만했다고 한다. 김려가 가슴이 시키는 대로 자연스러운 심성을 되찾을 수 있었던 데는, 유배 과정에서 마주친 갖가지 인간군상의 모습이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친듯 하다. 그는 옥사에 연루되어 형조에 갇힌 11월12일부터 부령에 닿은 12월10일까지 일기를 썼는데, 험한 지경을 지나왔다는 뜻으로 ‘감담일기’라고 일컬었을 만큼 고난의 길이었다. ●주민들의 덕성에 ‘감화´ 혹독한 추위 속에서 강행된 유배길에서 폐병이 악화된 김려는 하루에서 서너 차례 피를 토할 정도였는데, 부령부사는 혹심한 감시와 핍박으로 괴롭혔다. 하지만 부령 주민들과 사귀어 가면서 따뜻한 인정에 힘입어 유배생활의 고통을 극복해갈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자연스럽게 북방민 삶의 현실을 알게 되고 그들의 소박한 인간미와 덕성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려는 진해 바닷가에서는 ‘매일 듣지 못했던 것을 듣고, 매일 보지 못했던 것을 보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 책에도 일부가 소개된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는 그 체험의 종합판이다. 우해는 진해의 옛 이름으로 어류 53항목, 갑각류 8항목, 패류 11항목 등 모두 72항목이 담긴 ‘우해이어보’는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보다 11년 빠른 한국 최초의 어보(魚譜)이기도 하다.1만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위안부 운동 이제부터 진짜 시작”

    “도무지 끝이 안 보이는 일이었는데 결국 미 하원 결의안까지 이끌어 냈습니다. 지난 20년 세월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주춧돌을 놓은 1세대 운동가 김혜원(73)씨. 그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창립멤버다. 운동을 시작하던 1988년, 그는 이미 54세 중년 여성이었다.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맞춰 그가 책을 냈다. 제목이 ‘딸들의 아리랑’(허원미디어 펴냄)이다. 이 땅의 여성들이 숨죽여 불러온 아리랑이자, 이야기로 쓴 ‘위안부’ 운동사다. 김씨는 지난 20년간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으며 그 자신이 흘린 눈물 자국과 지난했던 순간순간을 되밟아 갈무리했다. 평생 피맺힌 응어리를 안고 살아야 했던 할머니들 이야기도 찬찬히 풀어냈다. 김씨는 “미 하원의 움직임을 지켜 보면서 미 의회를 움직이기까지 우리가 얼마나 끈질기게 진실 알리기에 매달려 왔는지 역사로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책을 쓴 이유를 설명했다.“이번 ‘위안부’ 결의안 통과는 작은 산을 넘은 것에 불과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의안 통과를 기점으로 일본을 더욱 압박해야 합니다.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제1당이 됐으니까 전보다는 나아질 거라 기대해 봅니다.” 김씨가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시작한 건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활동을 하면서부터다.1970년대부터 국가 차원의 기생관광사업 반대운동을 펼쳐 오던 연합회는 88년 ‘국제관광문화와 여성’이란 국제세미나를 개최했고, 그 일환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해 2월 그를 비롯한 윤정옥(정대협 초대 대표)·김신실씨 등 초기 정대협 ‘3인방’은 연합회의 정신대 조사위원 자격으로 일본열도를 훑으며 정신대 피해자들을 찾아다녔다. 자비를 털어 여비를 마련했고, 답사 장소나 만나볼 사람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사명감 하나로 떠났다. 그때 처음 만난 이가 배봉기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대인기피증에 걸려 있었어요.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때 외엔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도 만나 주지 않았어요. 위안부로서 받았던 고통과 멸시가 할머니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견딜 수 없었습니다.” 이야기 한번 제대로 나눠 보지 못한 할머니는 김씨가 다녀간 지 3년 만인 91년,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현재 정대협 운동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그는 “몸으로 뛰어 다니며 할머니들을 도왔던 운동 1세대의 역할은 자원봉사자나 국가가 어느 정도 채워 주고 있다.”면서 “이젠 노동법과 국제법 지식으로 무장한 후배들이 한 걸음 진전된 결과를 이끌어 낼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공동건립위원장 일만은 여전히 내려 놓지 않고 있다.김씨는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시키고 동일한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박물관은 꼭 세워져야 한다.”면서 “건물 짓는 데만 53억원이 필요하지만 지난 3년 동안 겨우 4억원밖에 모으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국민 모두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며 그는 호소하고 또 호소했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어떻게 지내십니까] 송종의 전 법제처장

    [어떻게 지내십니까] 송종의 전 법제처장

    주소 하나 달랑 들고 서울을 떠났다. 피할까 싶어 연락도 넣지 않았다. 숱한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10년간 피해온 그다. 세 시간을 달려 당도한 곳이 논산시 양촌리다. 있을까, 있더라도 만나줄까, 이런 저런 근심이 머릿속에 쌓여가는 사이 어느덧 양촌영농조합법인이란 큼지막한 글씨의 공장과 창고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로 동남쪽에 틀어 앉은 ‘天古齋(천고재)’란 옥호의 2층짜리 빨간 벽돌집이 객을 맞는다. 정원 잔디에 서있는 주인이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성성한 백발이다. 장맛비가 걷힌 후텁지근한 오후, 흙 묻은 바지를 입고 선 얼굴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오가는 길에 들렀다.”고 하자 “먼 길 오신 손님이니 차나 한잔 하고 가시라.”며 조합 사무실로 안내한다. 1998년 문민정부의 마지막 법제처장을 끝으로 세상에서 얼굴을 감춘 송종의씨. 참여정부에서도 법무장관, 부패방지위원장 등 요직에 천거됐으나 끝끝내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총리를 빼고는 다 거론됐다.”고 손사래를 친다.“노무현 대통령과는 악연이 있어요. 부산지검 시절 그렇게 구속시키려고 했는데, 그때 구속시켰어야 했는데….”라고 껄껄 웃는다.87년 2월 부산에서 열린 박종철 추모집회 현장에 있다가 붙들려온 노무현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결재했던 이가 바로 당시 송 부산지검 차장검사였다. 그러나 이런 악연 때문에 벼슬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있어서였다. ●“노무현 대통령과는 악연이…” 법제처장 퇴임사 말미에 그는 열여섯자 자작 한시를 남긴다.‘귀거래혜(歸去來兮) 영고무상(榮枯無常) 산수자한(山水自閑) 좌간부운(座看浮雲)’. 풀이하면 “돌아가네, 영화와 쇠락이 무상하니 자연에서 한가로이 뜬구름 바라보리.”라는 뜻일 게다.“이렇게 떠나왔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는 거지.”어릴 때부터 한학을 했던 그는 한시와 시조에 능하다. 검사 시절 송도사, 한학도사란 별명으로 불렸다. 그의 첫 낙향은 95년이었다. 대검 차장이던 당시 검찰총장 자리를 놓고 1기 후배인 김기수(사시 2회) 당시 서울고검장과 경합했다. 그러나 김영삼(YS)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얻은 경남고 후배인 김 고검장에게 고배를 마시고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심정으로 자유인으로 돌아간다.”며 훌훌 밤농장이 있는 이곳으로 내려왔다.YS는 1년 뒤 법제처장으로 그를 불러들인다.“검찰총장 건으로 빚을 졌다고 생각한 게야.YS가 조각을 해놓고는 통보한다고 나를 찾았던 모양인데, 휴대전화도 잘 안 되던 시절이라 집에 와보니 집사람이 ‘청와대에서 급하게 찾는다는데 무슨 큰일난 거냐.’고 하는 거야. 전화를 넣었더니 YS가 ‘니는 와 그리 연락이 안 되노, 내일부터 법제처장이니까 그리 알아라이.’라면서 응대할 틈도 안 주고 전화를 끊더라고.” ●서재에는 불경과 고서·역사서로 가득 1년여의 법제처장을 마치고는 다시 양촌으로 돌아왔다. 양촌과 연을 맺게 된 것은 71년 강경지청 검사를 하면서이다. 이곳의 국유지를 불하받아 밤나무를 심었다.10∼20년생이 가장 튼실한 열매를 맺는 나무인지라 30년쯤 된 ‘1세대’를 2000년대초 베어내고 새로 심은 ‘2세대’가 이제 탐스러운 과실을 머금기 시작했다. 그가 나무를 심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육군 법무관 시절인 67년 베트남에서 귀국할 때였다. 여수 상공에서 내려다 본 조국의 강산은 온통 황토색 민둥산이었다.“비행기에서 지은 시조 2수가 지금의 내 인생을 만들었어.” ‘전략…눈비벼 다시 보아 민둥산을 알았네/이렇게 헐벗었더냐 꿈에 그린 내조국’,‘옷을 입히리라 초록으로 덮으리라…중략…이 결심 헛되이 마라 천지신명 다 안다’ 나무를 심어놓은 양촌으로 오면서 그는 법전을 비롯한 법률 서적을 모조리 고물상에 줬다. 법전을 불태웠다거나 창고에 넣어뒀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조합 사무실의 ‘천목헌(天目軒)’이란 서재와 집 어딜 둘러봐도 불경과 고서, 역사서뿐이다.“이렇게 사는데 시비를 둘로 갈라야 하는 법이란 게 왜 필요한가?”그런 법을 배우려고 법대에 갔지만 원래 그는 공대 체질이었다. 손수 조립한 4구 라디오로 클래식을 들었을 정도이니 말이다.“형이 서울대 법대를 다녔는데 전쟁통에 졸업도 못 하고 고시도 안 됐어. 그래서 집에서 인정받으려고 법대도 가고 고시도 봤어.” 사시1회의 선두주자 검사 송종의의 인생 갈림길은 그렇게 여러 차례 있었다. 그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애지중지하던 스무살된 아들을 교통사고로 96년 잃은 것이다. 그때의 충격으로 한동안 행방이 묘연하던 부인을 부산의 어느 절에서 발견했다. 묵었던 절방이 ‘천목단(天目壇)’이었다.“스님이 던져준 화두를 풀면서 열사흘을 있었는데 하룻밤도 못 잤어. 뭔가 옆구리를 쿡쿡 쑤시는 귀신 같은 게 있다는 그 방에서 이틀 이상을 버틴 스님이 없었다는데 말이야. 결국 열사흘을 보내고 그 절에서 내려왔지.”이때 부부가 법명을 받았는데, 그는 천목, 부인은 고불법(古佛法)이다. 앞 글자를 한자씩 따 양촌 집의 옥호로 삼았다. “이제는 (슬픔을)다 털어버렸다.”고 한다. 쌍둥이 외손녀(13)를 위해 ‘외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음악여행’을 쓰고 있다. 인터넷을 뒤져 A4용지로 180장 남짓 썼다. 재경부 사무관을 거쳐 미국에서 대학교수를 하고 있는 사위와 딸 사이에 낳은 손녀들이다.‘딸에게 주는 편지’는 이미 340장을 탈고했다. 사시에도 합격했던 이 사위에게는 법조인의 길을 안 걷는다는 조건으로 딸을 줬다. ●농촌기업 성장시킨 성공한 귀농 사업가 가끔 찾아오는 선후배들을 위해 그는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었다. 왜 낙향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쏟아지는 질문에 일일이 설명하기 힘들어 ‘천목거사의 생활’을 비롯한 그의 인생을 53개의 파일,370분 분량으로 손수 제작했다.“파워 포인트를 1년간 배워 하는 장난”이라는 이 영상물은 귀한 손님에게만 보여준다. 사무실 거실에 아예 스크린을 걸어놓았다. 첫 관객이 법제처장 시절 모신 이수성 전 총리였다. 낙향이라곤 하지만 사실 그는 성공한 귀농 사업가라고 하는 편이 옳다.96년 세운 양촌영농조합은 “전국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밤농장에서 나는 밤 40t을 비롯해 일본에 수출하는 물량까지 합치면 한해 1500t가량의 밤을 가공하고 있다. 딸기가공에도 손을 대 전국 딸기생산의 7%를 차지하는 논산 딸기를 포함해 한해 1800t을 처리한다. 뿐만 아니라 사과, 포도, 유자, 자두, 복분자, 매실 가공도 하고 있다.11년 만에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모범적인 농촌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예까지 왔으니 저녁을 먹고 가란다. 성화에 못 이긴 척 이웃한 전북 운주의 음식점으로 옮겨 소주잔을 주고받는다. 서울을 오가며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골프도 치며 세상일을 전해들었을 법하다. 대통령선거와 특수부 시절 데리고 있던 김성호 법무장관의 거취가 자못 궁금한 모양이다. 결국 자리는 폭탄주로 이어졌다.66세의 나이에도 술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예닐곱잔의 폭탄주에도 꼿꼿한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새 정권이 들어서도 관직에 나갈 생각이 없으시냐고 하자 그의 꼬장꼬장한 목소리는 단호하다.“꽃은 피고 지는 때가 있는 법”이라고. 양촌(논산)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고위공무원 직무평가 ‘유명무실’

    고위공무원 직무평가 ‘유명무실’

    정부가 고위공무원단을 도입하면서 업무성과평가를 퇴출 등 인사자료로 활용하기로 했지만, 실제 평가 결과가 지나치게 관대한 것으로 나타나 제도 도입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기관은 ‘5점 만점’에 전체 대상자에게 ‘만점’을 줘 퇴출은커녕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인사위는 26일 지난해 7월 도입된 고위공무원단 시행 이후 처음으로 실시한 각 부처별 고위공무원단 성과평가 및 성과연봉 지급 실태를 점검한 결과 1019명의 대상자 가운데 46.4%가 최고 점수인 탁월(5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수(4점)는 37.1%, 보통(3점) 15.4%, 미흡(2점) 1.1%, 불량(1점)은 한 명도 없었다. ●총리비서실·특허청 모두 5점만점 직무성과계약평가란 각 부처의 고위공무원들이 할 업무에 대해 상위자와 서로 합의를 하고 계약을 맺게 한 뒤 그 결과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이다. 장관·차관 등 기관책임자가 고위공무원과 할 일에 대해 계약을 맺고, 계약 맺은 내용을 토대로 기관장이 평가를 하는 방식이다. 평가 결과가 누적되면 인사평가의 자료로 활용되는데, 특히 연속 2년 또는 총 3년 최하위 평가를 받으면 적격성 심사를 통해 퇴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실시된 평가 결과 지나치게 관대한 점수가 나왔다. 절대평가를 하도록 했기 때문에 대부분 후한 점수를 준 셈이다.48개 행정기관의 평균은 5점 만점에 4.29점이었다. 가장 후한 점수를 준 곳은 국무총리비서실과 특허청으로, 이들은 각각 14명과 22명을 모두 만점 처리했다. 5단계에 걸쳐 평가를 하도록 했는데, 모두 ‘탁월하다’는 평가를 했다. 이어 대검찰청은 평균 4.95점, 교육인적자원부도 4.92점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가인권위는 3.50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어 재정경제부가 3.56점으로 하위 2위였다. 인권위와 재경부가 가장 냉정한 평가를 한 셈이다. 퇴출 대상에 포함될 ‘불량’평가는 1019명 가운데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를 발표한 중앙인사위도 난감해했다. 인사위는 지나치게 관대한 평가를 한 국무총리비서실과 특허청에 엄중경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관대화지수를 개발해 지나친 관대화 경향을 막고,‘탁월과 우수’ 비율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지 못하게 하고,‘미흡과 불량’은 의무적으로 일정수준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인사위는 반면 직무성과평가와 부처업무평가 등을 근거로 상대평가하는 성과연봉평가에선 S등급 21.8%,A등급 31.0%,B등급 37.9% 등이었고, 성과급을 전혀 주지 않는 C등급은 9.3%였다고 설명했다. ●동기생간 연봉 최고 2483만원 차이 이에 따라 같은 고시동기생 간에도 연봉차이가 최고 2483만원까지 벌어지는 등 업무 성과에 따라 봉급차이가 벌어졌다. 고위공무원단 이후 봉급이 줄어든 공무원도 43명이나 됐다. 이에 대해 임승빈(명지대 교수)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은 “내부평가 위주로 하다 보니 이같은 현상이 빚어졌다.”면서 “내부평가를 80% 하고 20%는 객관적 자료나 언론평가 등 외부평가를 반영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평가지표를 보면 관대하게 평가하도록 유도하는 등 제도적인 문제가 많다.”면서 “직무특성을 반영하고 평가척도를 10점으로 하는 등 평가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다시 보는 선데이서울] 깜짝 잠적소동 이경진

    [다시 보는 선데이서울] 깜짝 잠적소동 이경진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 표지모델편 ⑭] “마음을 정하니까 홀가분해요. 이 판국에 갈 곳이 어디 있겠어요? KBS-TV죠. MBC를 잊을 순 없어요.” 1978년 10월22일자 선데이서울 표지 기사에 등장한 이경진은 결국 KBS로 옮겨가기로 한 결심을 밝혔다. 데뷔 3년차의 햇병아리(75년 MBC 탤런트 7기)였던 그녀는 그해 9월 KBS-TV 일일연속극 <자매들>의 녹화를 펑크 내고 잠적하는 소동을 벌였다. <제3교실> <신부일기> <타국> <왜그러지> 등의 연속극에 출연했지만 크게 빛을 보지 못하다가 KBS-TV의 일일연속극 <자매들>에 출연하면서 MBC와 불화를 빚기 시작한다. 유망주로 손꼽혔음에도 불구하고 MBC에서 주인공은 커녕 성격에 맞는 역할 한번 얻어 보지 못했던 차에 <자매들>의 배역이 마음에 들어 덜컥 수락한 것이 발단이 된 것이다. 어쨌거나 그녀는 <자매들>에서 큰 인기를 끌어, KBS는 후속작인 <기러기>에도 출연을 요청했고, 이에 질세라 MBC 역시 새 드라마 <연지> 출연을 제의했다. 그런데 그녀가 <연지> 출연을 거절하고 <기러기>를 선택하면서 MBC와 KBS의 격렬한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그 때문에 속이 상한 그녀는 탤런트생활을 그만 둘 생각까지 하고 기도원에 들어갔었단다. 이틀 만에 다시 녹화장에 나와 문제가 해결되긴 했지만 햇병아리의 잠적은 두 방송사의 PD들을 모두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83년 백상예술대상 TV 여자최우수연기상을 받는 등 30년간 꾸준히 안방극장 시청자 곁을 지켰다. 82년 7월엔 프로야구 원년 올스타전의 시구(始球)를 해 야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던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25년 전 그 얼굴과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그녀가 50대(1956년 10월 2일생)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는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골프다. 10여년 전 시작해 이제는 80∼85타를 칠 정도로 자타가 인정하는 수준급 실력이란다. 매일 오전 거르지 않고 골프 연습장에 나가고 대학도 골프학과를 다녔을 정도로 배움에도 열심이다. 연기생활 30여년. 그녀는 이제 은은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조연으로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은 항일운동과 청춘 로맨스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으로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KBS 2TV 드라마 <경성스캔들>에 출연하고 있다. 여자 혼자 몸으로 바느질일을 하며 독립투사 나여경(한지민 분)을 키워낸 강한 어머니 최학희여사 역을 맡았다. 그녀는 결혼할 기회도 여러 번 있었으나 아직 진짜 인연을 만나지 못한 독신이다. 지금까지는 감칠맛 나는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만 했으니, 앞으로 감칠 맛 나는 사내를 만나 행복꾸러미를 왕창 받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표지=통권 518호 (1978년 10월 22일) 박희석 전문위원 dr39306@seoul.co.kr
  • 졸업생 1만명… 시설 미비 교육 수준미달

    북한이탈주민(탈북자)의 국내 정착 교육시설인 하나원이 1999년 설립된 지 8년 만에 다음달 100기 졸업생을 배출한다. 탈북자 수도 이달 초 1만명을 넘어서는 등 급증하고 있어 탈북자 수용과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하나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탈북자 100기생 134명이 입소,8주간의 교육을 받은 뒤 다음달 23일 퇴소한다. 지난 8년간 하나원 졸업생은 지난달 말 현재 9172명으로 1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졸업생은 1999년 248명에서 2000년 538명,2001년 1029명,2002년 1146명,2003년 1742명,2004년 1346명,2005년 1266명,2006년 1857명 등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탈북자 수가 이달 상반기까지 1만 959명을 넘어섰고, 올해 1000여명이 추가로 들어올 것으로 보여 연말까지 하나원 졸업생은 1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탈북자와 조선족(혹은 한족) 사이의 자녀, 체류국에 10년 이상 거주한 경우 등 비보호대상자 등을 제외한 탈북자의 90%가 하나원의 교육을 거친다. 그러나 급증하는 탈북자 수에 비해 교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교육의 질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통일부는 2003년 1차 증축에 이어 오는 2008년 8월까지 36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2차 증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또다시 증축에 들어가야 할 형편이다. 이로 인해 교육기간도 당초 3개월이었지만 탈북자 입국자 수에 따라 2∼4주 단축하는 등 고무줄 식으로 운영해 왔다. 또 280시간의 교육이 상당수 이론교육 위주로 돼 있어 낯선 자본주의 사회에 뚝 떨어진 탈북자들이 사기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려대 남성욱(북한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이론 위주의 교육으로는 신분상승의 욕구를 가지고 탈북한 이들에게 자본주의 경제의 비정한 실상을 알리지 못한다.”면서 “오히려 하나원 교육기간을 줄이고 수료 뒤 체험 교육을 늘리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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