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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W포토] 문채원 “기생 역할 맡았어요”

    [NOW포토] 문채원 “기생 역할 맡았어요”

    박신양, 문근영 주연의 SBS 새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극본 이은영ㆍ연출 장태유)의 제작발표회가 17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레스호텔에서 열렸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조선시대 가장 유명한 천재화가 김홍도(박신양분)와 신윤복(문근영분)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그림 그리고 미스터리한 역사의 모습을 색다르게 그려낼 예정이다. 24일 첫 방송. 서울신문NTN 한윤종기자 han0709@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노주현과 스튜어디스의 러브·스토리

    노주현과 스튜어디스의 러브·스토리

    미남「탤런트」노주현(盧宙鉉)(25·본명 노運永)이 목하 열렬한 연애중이란다. 아가씨는「스튜어디스」출신의 팔등신 미인「미스」홍(洪)(23). 이들은 지난 1년반 동안 남몰래 사랑의 2중창을 불러 왔다는데-. 소형 영화 촬영대회에서 첫눈에 서로 마음이 끌려 노주현과「미스」홍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8월 28일, 남이섬에서 열렸던 소형 영화 동호회 촬영대회 때.「미스」홍의 아버지를 비롯, 온 가족이 소형 영화 동호회「멤버」로 촬영대회에 참가했었고, 노군은「모델」로 초청된 자리였다. 그날 문희(文姬)·최은희(崔銀姬)·안인숙(安仁淑)양 등과 함께 초청되었던 노군의 시원하고 남다른「마스크」가「미스」홍의 눈길을 끌었던 모양. 아버지 어머니 동생과 함께 열심히 노군을「카메라」에 담고, 이윽고는 자리를 같이해서 얘기를 나눌 기회를 마련했다. 얘기를 나누는 동안「미스」홍이 KAL「스튜어디스」로 근무중이라는 것과 KAL에 근무하고 있는 노군의 친구들과도 잘 아는 사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뒤「미스」홍의 동생으로부터 노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남이섬에서 찍은「필름」이 다 되었으니까 집으로 보러오라는 초청전화였던 것. 호기심과 함께 감사한 마음으로 우이동「미스」홍의 집을 찾아간 것이「러브·스토리」의 실마리였다. 이것을 계기로 해서 두 사람 사이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서로 시간나는 대로「데이트」를 하곤했다.「미스」홍의 집안에서도 노군의 성실하고 착한 마음씨를 믿고 두 사람 사이를 환영해주는 눈치. 특히 어머니는 절대지지자가 되기에 이르렀다. 「데이트」횟수가 늘어남에 따라서 두사람은 어느새 연인 사이로 발전, 말한적은 없지만 장래를 약속하는 마음이 되었다. 노군의 주위에는 항상「미스」홍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고, TBC 운현궁「스튜디오」부근 의 찻집을 비롯해서 국립극장 주변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특히 노군이 연극에 출연하는 동안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분장실에 나타나 여러가지로 노군을 보살피곤했다. 부모들도 기꺼이 승낙해 내년 가을쯤 식 올릴지도 「미스」홍은 2년동안 다니던 KAL을 지난 3월에 그만두고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노군과 같이했다. 지난 여름에는 양쪽 집안 어른들을 만나도록 해서 두사람의 결합에 합의를 보았고 승낙을 얻기에 이르렀다. 부모들도 이들의 결합을 흐뭇해했다. 부모들의 승낙을 얻고 이제 결혼을 앞둔 그들.「미스」홍의 집에서는 가능한한 올해 안에 식을 올리자고 내세우지만 노군의 집에서는 내년 가을쯤으로 미루자는 의견. 아직 나이도 급하지 않을뿐더러 노군이「브라운」관에서 더 확고한 자리를 잡은 다음에 식을 올리자는 의견이다. 그러나「미스」홍의 집에서는 노군이 인기인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성사를 시켜 혹시나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 결혼시기를 놓고 양쪽 집안의 엇갈린 주장으로 두사람 사이가 얼맛동안 공백기까지 있었을 정도로 심각했었지만 타협안으로「미스」홍이 도미(渡美)하기로 합의. 12월 중으로 미국「로스앤젤리스」로 건너가 1년동안「디자인」공부를 하도록 했다. 올해 안에 식을 올리자고 주장하고 있는「미스」홍의 집에서는 아직도 그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형편이긴 하지만, 두 사람의 의견이 그렇다면 별 수 없이 물러설 수밖에. 만약「미스」홍이 미국으로 떠나지 않는다면 다시 KAL에 들어가 결혼할 때까지「스튜어디스」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미스」홍 자신은 미국에 가는 것보다는 오히려 KAL에 복직하는 것을 더 원하고 있기 때문. 홍양집에선 더 빨리 결합되길 바라지만 1년쯤 미국에 가서「디자인」공부하기로 「미스」홍은 숙명(淑明)여고를 거쳐 서울여대 공예과를 나온 아주 키가 큰 팔등신 미인. 대학 3년 때 집안의 반대를 무릎쓰고「스튜어디스」시험에 응시해서 국내·국제선에 근무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비행기 타는 것이 가장 큰 꿈이어서 학업마저 중단하고「스튜어디스」생활을 했을 정도. 그러나 이제는 하늘을 나는 것보다 더 큰 꿈인 노군을 만나게 된 것. 노군보다는 2살 아래인 1948년생. 노군은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나 65년 배재(培材)고교를 나왔고 지난해에 한양대학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67년 TBC-TV 5기생으로「브라운」관에「데뷔」,『아내의 모습』『꿈은 좋았는데』『아씨』『마부』『딸』『동경유학생』 등에 출연하면서 화려한「마스크」와 함께 무난히 인기의 정상을 향해 달려왔다. 현재『청춘극장』과『그런 부인을 두고』에서 열연중. 한편 연극에 남다른 열의가 있어서『오해』(여인극장)『지난여름 갑자기』(여인극장)『여름과 연기 그리고 바람』(극단동양)『소』(극단동양) 등에 출연, 영화에도 선을 보여『발정난 총각』『아무도 모르게』『미워도 다시 한번』(완결편)『풋사랑』등에 출연했다. 영(英) [선데이서울 71년 12월 5일호 제4권 48호 통권 제 165호]
  • ‘윌리엄 해밀턴 쇼 추모공원’ 만든다

    ‘윌리엄 해밀턴 쇼 추모공원’ 만든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전사자 윌리엄 해밀턴 쇼(한국명 서위렴 2세) 대위를 기리는 추모공원이 건립된다. 12일 서울 은평구에 따르면 노재동 은평구청장, 박세직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 이성호 5대 해군참모총장을 공동추진위원장으로 한 윌리엄 해밀턴 쇼 추모공원 건립추진위를 발족하고, 녹번천광장(역촌수변공원) 조성 예정지에 추모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선교사 외아들로 평양서 태어나 1922년 평양에서 태어난 쇼 대위는 일제강점기에 한국에 온 선교사 윌리엄 E 쇼(서위렴 1세)의 외아들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미해군 장교로 입대해 제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전했다. 한국에서는 진해 해군사관학교 민간인 교관으로 근무하고, 한국해안경비대 창설에도 기여하는 등 대한민국 국군 태동기에 큰 역할을 했다. 이후 하버드대 박사과정 중 한국전쟁 발발 소식에 다시 해군정보장교로 한국에 온 그는 극동군사령관 맥아더 장군의 최측근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인천상륙작전을 마치고 서울 탈환작전을 펼치다 녹번리(현 녹번동)에서 북한군과 총격전 끝에 사망한 그는(당시 29세) 서울 탈환 후 마포구 합정동 양화진 묘지에 안장됐다. ●“내 조국 한국의 평화가 먼저” 당시 그와 함께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했던 이성호 위원장은 “그는 ‘나도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한국 사람이다. 공부는 내 조국에 평화가 온 뒤에 해도 늦지 않다.’면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고 회상했다. 쇼 대위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대전 목원대 교회를 세우고 현재 양화진에 안장돼 있다. 쇼 대위의 부인은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세브란스병원 의료사회봉사과 신설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아들 윌리엄은 서울대 법대 초빙교수로 재직했고, 부인 캐롤은 한국대사관 기록보관소 연구원이자 대표적인 한국 근대사 연구서 ‘The Foreign Destruction of Korean Independence(외세에 의한 한국 독립의 파괴)’의 저자이기도 하다.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56년 그가 전사한 자리에 전사기념비를 세웠으나 당시 서울 도시계획으로 철수됐고, 지금은 응암어린이공원에 해사 제2기생들의 협조로 만든 작은 추모비가 있을 뿐”이라면서 “한국 사랑을 대물림한 쇼 일가를 생각하면 그의 묘역을 이렇게 방치할 수 없어 추모공원을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추진위원회는 오는 22일 오후 3시 응암어린이공원 전사기념비 앞에서 ‘윌리엄 해밀턴 쇼 추모 및 발기인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추모공원 건립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하키 장비납품 비리’ 전·현직 국가대표 감독도 연루

    하키 전·현직 국가대표와 전국 중·고·대학·실업 감독 등 하키인 102명이 하키장비 구입 비리 등으로 경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경남지방경찰청은 8일 하키장비 납품단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7억 400여만원을 챙겨 하키팀 감독·코치 등과 나눠 가진 혐의(사기, 뇌물공여 등)로 납품업자 한모(4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한씨로부터 부풀린 대금을 챙기거나 납품 청탁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배임 수재 또는 뇌물수수 등)로 모 시청 전 하키 감독 김모(5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유모(51)씨를 비롯한 하키 전·현직 국가대표 감독 등 9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하키협회 양모(55) 사무국장에 대해서도 하키장비 구입 대금 8000여만원을 개인 빚을 갚기 위해 횡령하고 국가대표 해외전지 훈련비 6100만원을 임·직원 성과금으로 지급한 혐의(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와 함께 하키 체육특기생 입학 청탁 대가로 학부모 4명으로부터 572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 수재)로 모 대학 전 감독 권모(54)씨도 구속했다. 한씨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학교·실업 하키팀에 장비를 납품하면서 단가를 부풀리거나 공급하지 않은 장비를 포함시킨 가짜 납품서로 7억 400만원을 편취한 뒤 1억 4000만원을 챙기고 나머지는 감독 등에게 수백만∼수천만원씩 건네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는 또 장비 납품 청탁대가로 60여명의 학교 감독에게 100만∼2000여만원씩 모두 2억 5000여만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법고를 치는 뜻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법고를 치는 뜻

    몇 해 전 영남알프스에 있는 운문산을 올랐다가 하산하면서 운문사에 들렀다. 해가 질 무렵 범종각에서 법고를 치는 것을 듣고 퍽 감동한 적이 있다. 법고는 불교의식에서 사용하며 대개 아침 저녁 예불 때 친다. 나는 저녁 예불 때의 법고를 들었다. 법고춤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은 조석의 예불 때나 기타 영산재 등의 의식에서 추는 것이다. 나는 뒤에 절에 갈 적마다 법고를 보면, 운문사의 법고가 생각났다. 나는 법고는 늘 범종각 안에서만 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신윤복의 ‘법고’(그림1)를 보니, 길거리에서도 치고 있지 않은가. 어찌된 사연인지 그림을 좀 더 꼼꼼히 살펴 보자. 그림 중앙에 한 스님이 법고를 두드리고 있고, 그 왼쪽에 패랭이를 쓴 사내는 꽹과리를, 또 그 왼쪽의 감투를 쓴 사내는 목탁을 두드리고 있다. 아마도 제법 요란한 소리가 날 것이다. 오른쪽에는 고깔을 쓴 사내가 무언가 펼쳐들고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다. 자, 이제 여자들을 보자. 부녀자 다섯이 있는데, 세 사람은 장옷을 입고 있고, 한 여자는 장옷을 개켜 머리 위에 얹고 있다. 중앙의 한 여인은 치마를 걷어 올리고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고 있다. 여자들의 신분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나 같이 젊은 여성들이며, 복색이 사치스러운 것을 보면, 여염집 여자는 아니다. 특히 그림의 왼쪽 아래에 도포를 입은 선비, 그것도 내외를 하기 위해 차면(遮面)을 손에 든 선비가 바라보고 있는데, 치마를 훌렁 뒤집는다는 것은 양반집 여성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기생 패거리가 아닌가 한다. 하기야 이 선비도 우습다. 자기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차면까지 들고 다니는 선비라면 가던 길이나 갈 것이지, 걸음을 멈추고 여자들의 속것은 왜 본단 말인가? ●정조 7년 스님들 도성 출입 금지 각설하고, 도대체 길거리에서 법고를 치는 것은 왜인가? 홍석모(1781∼1850)는 ‘동국세시기’에서 법고의 내력에 대해 간단히 말하고 있다.‘세시기’란 것이 원래 한 해의 정기적인 풍속을 밝힌 것인데, 법고는 1월 1일의 풍속에 해당한다. 스님들이 북을 지고 시가로 들어와서 치는 것을 법고라 한다. 혹은 모연문(募緣文)을 펴놓고 방울을 울리면서 염불을 하면 사람들은 다투어 돈을 던진다. 속담에 중의 떡을 얻어 어린이를 먹이면 마마를 곱게 한다고 한다. 또 스님들은 떡 한 개를 속세의 떡 두 개로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후에 조정에서 도성문 출입을 금지했으므로 성 밖에나 이런 풍속이 남아 있다. 여러 스님의 상좌스님이 재 올릴 쌀을 오부 내에서 빌기 위하여 새벽부터 바랑을 메고 돌아다니면서 문 앞에 와 소리를 지르면 인가에서 각기 쌀을 퍼다 준다. 이는 새해의 복을 맞는 뜻이다. 새해 첫날 스님들이 모연문을 가지고 서울 도성 안으로 들어와 법고를 치고 염불을 하면 사람들이 돈을 던진다는 것이다. 모연문이란 불사(佛事)를 일으킬 때 신도에게 재물을 기부하여 좋은 인연을 맺도록 권유하는 글이다. 쉽게 말해 종교 단체에 기부하고 복을 받으라는 내용의 글이다. 한데, 위 기록에 의하면 조정에서 스님들의 서울 도성 출입을 금지했으므로 도성 밖에나 이런 풍습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홍석모와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김매순(1781∼1850)이 지은 서울의 풍속지인 ‘열양세시기’에는 정조 원년에 스님의 도성 출입을 금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조 원년의 ‘실록’에는 그런 기록이 없다. 정확하게 스님을 축출한 것은 정조 7년이다.‘정조실록’ 7년 1월 2일 조에 “중들이 도성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법을 거듭 엄하게 적용하라고 명하였다. 세시(歲時)에 쌀을 구걸하는 중들이 서울 도성 안으로 난입한 사건 때문에 경연관(經筵官)이 엄히 금할 것을 요청하자, 그대로 따랐던 것이다.”라는 기사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후로 1월 1일 스님들이 서울 시내에서 법고를 가지고 와서 치는 것이 금지되었을 것이다. 그림1 역시 장소가 도성 안이 아니라 야외인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승복 입지 않은 사내들… 아마도 사당패일 듯 그렇다고 해서 이 그림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법고, 꽹과리, 목탁을 치는 사내는 모두 승복을 입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꽹과리를 치는 사내와 목탁을 치는 사내는 패랭이와 감투를 쓰고 있다. 왜 이들은 승복을 입지 않고 있는 것인가. 참고로 오명현의 ‘모연(募緣)’(그림2)과 김홍도의 ‘모연’(그림 3)을 보자. 모두 모연문을 펼쳐 놓고 요령을 흔들고 목탁을 치고 꽹과리 비슷한 것을 치고 있다. 또 당연히 가사 장삼을 제대로 차려 입고 있다. 그림2와 그림3에 비하면 그림1의 사내들은 무언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의심해 본다면, 그림1에 등장하는 네 사람의 사내는 승려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자신 있게 말할 단계는 아니기에 조심스러운 추론이지만, 내게 이들은 사당패로 보인다. 하기야 사당패라면 여자가 주된 구성원이고 춤과 노래, 매음을 하는 연희 집단이기는 하지만, 남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심우성 선생의 ‘남사당패 연구’란 책을 보면, 사당패에는 ‘모갑’이란 우두머리가 있고, 그 아래 ‘거사’란 사내들이 사당 한 명과 각각 짝을 맞추어 패거리를 이룬다고 한다. 겉으로 보면, 사당패는 모갑인 남자가 이끄는 패거리인 것 같지만, 사실상 모갑 이하 모든 거사들은 사당에 붙어서 사는 기생자일 뿐이다. 곧 거사는 사당의 연희(演)에 전혀 관계하지 않고, 다만 사당을 업고 다니는 등 갖가지 잔일과 뒷바라지를 하며 허우채(解衣債, 사당이 매음하여 얻은 돈) 관리를 맡는 것이다. 그런데 심우성 선생의 사당패에 관한 언급 중 그림1과 관련하여 각별히 눈을 끄는 대목이 보인다. “그들은 자기들의 수입으로 불사를 돕는다는 것을 내세운다. 실제로 그들은 반드시 관계를 맺고 있는 일정 사찰에서 내준 부적을 가지고 다니며 파는데 그 수입의 일부를 사찰에 바치는 것이다.” ●사찰에서 내준 부적 가지고 다니며 팔아 더 이상의 설명이 없어 추리하기 곤란하지만, 그림1은 이 설명처럼 사당패가 자신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찰의 부적을 파는 장면이 아닌가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림1에서 고깔을 쓴 사람이 펼쳐 들고 있는 것은 부채처럼 보이지만, 부채가 아니라 부적일 것이다. 19세기의 문인 권용정은 서울의 풍속을 기록한 ‘한양세시기’에서 계절의 구애를 받지 않는 서울의 연희로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꼽았는데, 소년의 씨름, 거사의 뇌고(雷鼓), 산붕(山棚)의 선희(繕戱), 화랑의 타령(打令), 무고(巫)의 새남(賽南)과 송경(誦經)이 그것이다. 권용정은 여기에 친절하게 주석을 달고 있다. 맨 끝의 것부터 소개하자. 무고는 무당과 장님이다. 새남에 대해서는 주석에 ‘강혼영신(降魂迎神)’이라 하였으니, 곧 무당의 굿이다. 송경은 점치는 장님이 경문을 외는 것이다. 화랑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풍속에 우인(優人광대)을 화랑이라 한다.”는 주석을, 타령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풀어서 하되 간간이 노래를 섞는 것”이라는 주석을 달고 있으니, 곧 광대의 판소리 공연을 말하는 것이다. 산붕은 ‘산대(山臺)’로서, 산붕의 선희란 곧 광대가 무대를 가설하고 줄타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거사에 대해서는 원래 불교의 ‘재가(在家) 신자’란 뜻이지만, 사실 이 원래 뜻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은 아마 사당패의 거사와 동일한 것일 터이다. 그리고 뇌고는 법고를 의미할 것이다. 곧 사당패 거사들의 법고를 흥미 있는 사철의 구경거리로 여긴 것이 아닌가 한다. 이것이 그림1의 사내들이 모두 승복 아닌 평복을 입고 있는 근거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사족을 하나 붙이자면, 그림1에서 돈을 내는 사람이 여자인 것이 흥미롭다. 옛날 조선시대에는 불교 신자는 여자가 많았다(지금도 그렇다). 현대 한국의 기독교에도 여자 신도가 많은 줄 안다. 여성이 종교적 심성을 더 짙게 타고 태어나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한국 사회의 모종의 특수성이 그렇게 만든 것인가?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스포츠 라운지] ‘길거리 영웅’ 출신 LG 새내기 기승호

    [스포츠 라운지] ‘길거리 영웅’ 출신 LG 새내기 기승호

    8년 전 소년은 부천 길거리농구판을 휩쓸었다. 또래보다 한 뼘은 큰 188㎝에 슛도 정확했던 터라 거리에선 적수가 없었다. 소년의 인생이 바뀐 것도 그때였다. 여느 때처럼 거리에서 공을 튕기며 놀던 소년에게 소문을 듣고 찾아온 덕산중 박승훈 코치가 ‘길거리캐스팅’을 제안했고, 소년은 운명처럼 ‘제도권’에 진입했다. 초등학교 4년 동안 축구선수를 했지만,“똘똘한 외아들이 공부를 했으면” 했기에 그만두게 했던 부모는 이번에도 반대했다. 하지만 소년은 “안 하면 죽을 때까지 후회할 것 같다.”고 버텼고, 결국 부모는 두 손을 들었다. 또래보다 6년가량 ‘늦은 진도’를 따라가려고 유급도 생각했지만 창단팀 안양고에 스카우트됐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자 실력이 쑥쑥 늘었고, 류광식(동부)과 함께 고 3때 회장기 준우승과 종별선수권 우승을 일궈냈다. 그래도 톱클래스는 아니었기에 대학농구 중·하위권이던 동국대에 입학했다. ●외곽슛·돌파·포스트플레이까지 전천후 1학년 땐 선수가 없어 주전으로 뛰었지만,2학년 때 최희암(현 전자랜드) 감독이 오면서 벤치로 밀렸다.3학년 때 이충희 감독,4학년 때 이호근(현 삼성생명) 감독으로 바뀌어 혼란스러울 법도 했지만, 외려 다른 색깔의 지도자들을 만날 때마다 성큼성큼 자랐다. 그리고 4학년 때 대학무대를 발칵 뒤집었다. 창단 이래 처음 농구대잔치 결승에 오른 것. 동기생인 정재홍(오리온스), 천대현(모비스), 오기석(전자랜드)도 잘했지만, 득점왕에 오르며 에이스 역할을 한 그는 프로 스카우트들의 안테나에 포착됐다. 1월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9번으로 LG에 뽑힌 신인포워드 기승호(23·194㎝)가 바로 그다. 드래프트 동기 중 ‘빅4’인 하승진(KCC), 김민수(SK), 윤호영(동부), 강병현(전자랜드)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올시즌 강을준 감독의 부임과 함께 혁신을 꿈꾸는 LG의 비밀병기로 꼽힌다. 3일 필리핀 알라스카와의 연습경기에선 4쿼터에 16점을 비롯, 팀내 최다인 19점을 올려 잠재력을 드러냈다.3점슛은 물론 탁월한 운동능력으로 페니트레이션과 포스트업까지 가능한 그는 국내선수들의 득점력이 약해 고전했던 LG의 새로운 공격옵션임에 분명하다. 물론 아직은 가다듬는 단계다.‘늦깎이’인 탓에 슛폼이 엉성한 것 같다고 찔러봤다.“꽈배기 같다고 해요. 고교 때 남들처럼 머리 위에서 3점슛을 던지니까 힘에 부쳐서 림까지 안 갔어요. 그래서 타점을 내렸죠. 이후 (타점을) 다시 올렸는데 어정쩡한가 봐요. 밸런스도 불안정하고….” 드리블도 좀 아쉽다고 자극해 봤다. “가드 출신인 오성식 코치님이 야간에 1대1 교습을 해주셨어요. 픽앤드롤도 능숙하지 못하지만… 많이 보고 배우려고요.” 단점을 잘 알고 있었고, 쓴소리에도 찡그리는 법이 없었다. 선수생활 8년 만에 급성장해 프로까지 온 원동력일 터. ●“‘드래프트 빅4´에 결코 밀리지 않겠다” 입단 후 ‘방장’으로 모시는 현주엽은 최고의 스승이다.“주엽이 형이 끊임없이 말해 줘요. 속공이나 패턴 때의 세밀한 움직임부터, 오픈찬스에선 배짱 있게 슛을 때리라는 격려까지…. 형의 패스나 움직임을 따라하고 싶죠.(조)상현이 형의 슛스텝,(박)규현이 형의 디펜스 손놀림도 배우고 싶고….” 농구에 관한 한 지독한 욕심쟁이 같았다. 올시즌 각오를 물었더니 “팀에 보탬이…”란 식의 교과서 답이 돌아오기에 되물었다.‘빅4’를 이기고 싶진 않냐고.“워낙 쟁쟁한 친구들이잖아요. 신인왕 이런 건 말하고 싶지 않아요. 다만 그 친구들에게 떨어지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농구를 시작한 순간 그는 또래에서도 뒤쪽 어디쯤에 있었지만, 한 명씩 제치고 여기까지 왔다.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그이기에 내일이 더 궁금하다. 글 사진 마닐라(필리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짧은 몽골 체류기](하편)

    [심재억 기자의 짧은 몽골 체류기](하편)

    ■몽골에서 우리의 옛 모습을 보다 ‘문명의 충돌’이라는 오고바흐타의 진단은 몽골에 체류하는 동안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몽골 입성 4일째 되는 날,의료봉사를 마친 일행은 초원으로 야유를 나섰다.말이 야유지 그것은 또다른 고행의 체험이었다.워낙 햇볕이 따가워 일행들은 함부로 초원에 나서기를 꺼려했다.그냥 차안에서 너른 초원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겠다는 투였다.그래도 몽골이라는 나라가 그리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은가.필자는 작심하고 시원한 차량을 나섰다.더운 바람이 턱 하고 숨길을 막았고,발바닥에 밟히는 초원의 감촉은 뜨겁고 푹신했다.뜨거움은 태양에 달궈진 대지의 체온이고,푹신한 것은 빠삭하게 마른 모래흙이 밟히는 감촉이었다.걸음을 뗄 때마다 풀풀 먼지가 일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가 몽골과 역사·문화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흔적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어워’였다.초원을 가로 질러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이어진 길(나중에 지도를 보고 그 길이 러시아령 바이칼 호수 쪽으로 이어지는 간선 국도임을 알았다.)을 따라가자니 길가에 익숙한 돌무더기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바로 어워였다.우리 식으로 보자면 성황당이다.모양도 성황당과 너무 닮았다.몽골인들은 길을 오가다 어워를 만나면 돌을 세개 쌓거나 주위를 세번 돈 뒤 기원을 하고 지나간다.의례까지도 우리의 성황당 의식과 너무 비슷해 놀랐다.요즘엔 차량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예전처럼 돌이 많이 쌓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직 몽골에는 토템이나 샤먼적 요소가 우리보다 훨씬 많이 남아 있다.예컨대 차량 운전자도 아워 앞을 지나칠 때면 경적을 세번 울리거나 아예 차로 아워 주변을 세번 돌고 지나가는 식이다.우리에게 익숙한 ‘삼세번 문화’와 흡사한 의식의 발현이다. 우리와 다른 점도 있었다.종교든 생활 관습이든 주어진 환경 조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의 원형 이탈은 불가피한 것이다.우리의 경우 큰 나무에 영성(靈性)이 깃들었다고 보고 그걸 성황당으로 삼는 데 비해 그들은 그냥 평지에 돌무더기를 쌓아 어워로 삼았다.삼림지대가 아닌 망망대해 같은 초원지대에는 나무가 거의 없어 우리처럼 노거수를 토템의 대상으로 삼기가 쉽지 않은 탓일 것이다.이 때문에 우리는 나무 등걸에 색색의 천을 걸거나 금줄과 유사한 기능의 새끼줄을 걸쳐 공간의 신성성을 표시하는데 몽골에서는 돌무더기 가운데 통나무를 박아 장소성을 나타냈다.그들은 이 나무에 예외없이 파란 천을 친친 두른다.물론 다른 색의 천도 걸려있지만 주종은 파란색 천이다. 파란 색 천은 옛적부터 몽골인들이 외경의 대상으로 삼았던 하늘을 뜻한다.그러고 보니 우리가 탄 버스의 운전석 위에도 씨름 샅바처럼 만 파란 천이 가로로 걸쳐져 있다.이런 습속은 일반인의 생활에도 깊숙히 자리잡아 게르나 현대식 주택엘 들어서도 거의 예외없이 출입문 위에 가로로 걸쳐 놓은 파란 천을 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그들이 하늘을 외경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충분히 이해됐다.그들의 삶을 지배하는 태양이 터를 잡은 곳이 하늘이고,철궁으로도 뚫지 못하고,천마를 달려도 다다를 수 없으니 어찌 그들이 하늘을 경외하지 않았겠는가.비록 지상에서는 동과 서,남과 북 천하에 대적할 사람이 없는 대제국을 일궜을지라도 하늘 만큼은 그들의 발아래 꿇릴 수 없었을테니…. 그들이 하늘을 외경의 대상으로 삼은 흔적은 까마귀를 신성시하는 것에서도 확인됐다.그들도 우리처럼 까마귀를 ‘태양의 사자’라고 믿는다.그래서 사냥에 나설 때도 까마귀는 건드리지 않는다.만약 누군가가 까마귀를 해쳤다면 전쟁터로 가는 길이든,결혼식장으로 가는 길이든 모두 포기하고 돌아온다고 한다.까마귀의 영성을 대하는 이들의 시각은 이 정도다. 이런 의식은 우리와도 닮았다.지금이야 까치는 길조이고,까마귀를 그냥 기분 나쁜 새로 여기지만 이는 근대 이후 우리나라에 이입된 서구적 의식의 영향 탓일 뿐 예전 우리 조상들은 까마귀를 영물(靈物)로 여겼다.몽골과 마찬가지로 우리 조상들도 까마귀를 ‘하늘의 사자’라고 여겼으며,이는 우리 신화 속에 깃든 삼족오(三足烏)의 전설이 입증해 준다.혹 어렸을 적에 할머니로부터 이런 얘기 들을 기억이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아,글씨 이 망할 구미호(여우)가 어찌나 신통방통한 둔갑술을 가졌는지 도저히 어찌 해볼 요량이 없는게야.그래 그 사람이 이젠 죽었구나 하고 아예 땅바닥에 다릴 풀고 퍼질러 앉았지.그러고는 조상께 하직인사를 올렸지 뭐야.‘인자 죽게 돼 조상님들께 제사도 못 올리게 되었다고….’그랬더니 눈앞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타나 이렇게 말하는 게야.‘이 눔아,게서 죽으면 못써.얼렁 내가 일러준 주문을 외워봐.그러면 삼족오허고 삼족구가 와서 널 구해줄게다.’ 그래 정신이 퍼뜩 든 이 사람이 그대로 주문을 외았드니 금시 삼족오허고 삼족구가 와서 그 구미홀 쫓아내는거야.” 여기서 삼족오는 다리가 셋인 바로 그 까마귀이고,삼족구는 다리가 셋인 개를 말한다.이처럼 우리 의식 속에서는 둘 다 잡귀를 물리치고 주인을 지켜주는 신성한 영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삼족오를 일본이 잽싸게 건져내 자국의 축구 국가대표팀 문장으로 만들었다.사실 우리 축구대표팀의 문장에 넣은 호랑이는 애당초 우리 의식 속에 늘 있었던 것이어서 놀랄 일이 아니었으나 일본이 삼족오를 내미는 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 때 내 속으로는 “저들이 언제 우리 할머니 이바구까지 훔쳐 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무척 아까웠었다.생각은 그렇더라도 까마귀에 대한 이런 의식이 동양문화의 중추를 관통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이로써 대륙의 문명이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갔음을 확인하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다른 문화의 유사성은 씨름에도 있었다.아워도 그렇지만 씨름도 우리 민족이 중국의 한족과 전혀 다른 문화적 혈통을 가졌음을 확인시키는 결정적 근거가 아닐까.씨름의 민속 벨트가 몽골-러시아 극동지역-한국-일본으로 이어져 중국이 배제되고 있다.인류문화사적으로도 중국은 우리와 전혀 다른 언어 및 인종적 경로를 갖고 있다. 몽골에서 ‘부흐’라고 부르는 씨름은 샅바를 이용하는 우리의 것과 형식적으로는 약간 차이가 있다.그러나 두 사내가 서로 맞붙어 힘과 기술을 겨룬다는 점에서는 똑같다.승패를 가르는 방식,즉 넘어뜨리면 이기는 승패 규칙도 매우 흡사하다.해마다 7월 11∼13일에 몽골 최대의 나담축제가 열리는데,이 축제의 3대 행사가 바로 부흐와 말타기,마상 활쏘기이다.여기에서 그들에게 부흐가 생활의 일부임을 알 수 있다.몽골 역사상 올림픽 첫 금메달리스트가 된 유도의 투브신바야르 나이단도 원래는 부흐 선수였다.현지에서 듣기로는,그가 부흐를 배우다가 ‘세상이 바뀌어 이제는 부흐로 먹고 살기 어려우니 유도를 하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유도선수가 되었단다.하기야 유도나 씨름이나 근본적인 역동의 원리는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는다. 몽골 체류 중 일행은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가장 큰 곳 중 하나라는 재래시장을 찾았다.소액(50토그르기)이지만 입장료도 내야 했다.뙤약볕 아래 제법 널찍하게 펼쳐진 재래시장은 예의 인파로 북적였다.갖가지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이 보도를 점령한 것도 우리에겐 익숙한 광경이었다.특히 냉차를 파는 노점은 옛날의 우리 모습을 다시 보는 듯 했다.온갖 잡화가 진열된 그곳은 생각과 달리 잘 정리되어 있었고,풍성했고,사람들의 표정도 밝아 보였다.이 시장은 울란바토르에서도 중산층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또다른 익숙한 광경도 눈에 띄었다.식료품 가게에는 감자와 마늘,양파가 즐비했다.현지 안내원에게 물으니 몽골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식품들이라고 했다.우리와 다른 점은 어물전이 없다는 거였다.하기야 고비사막을 깔고 앉은 내륙도시 울란바토르에 신선한 생선이 있을리 만무했다.일행중 누군가가 우스개소릴 던졌다.“어디 가서 싱싱한 회나 한 접시 했으면 좋겠구만.” 이 시장이 매력적인 것은 몽골인들의 삶을 가감없이 드러낸다는 점이었다.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거리의 악사’가 눈길을 끌었다.초로의 여인이 짙은 화장을 하고 뙤약볕 아래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아들인 듯 싶은 젊은이는 반주가 담긴 카세트를 켜들고 그 뒤에 물끄러니 서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의 옛날들이 스쳐 지나갔다.일제에 의해 전통적인 우리의 권번이 해체되면서 수많은 기생들이 거리로 내몰렸다.이를테면 그 이전의 관기(官妓)가 중심이었던 ‘공창 시스템’을 자본주의식 ‘사창 시스템’으로 전환시킨 조치였다.하루 아침에 일자리에서 내몰린 기생들이,그것도 ‘애기기생’들을 모두 떠나보내야 하는 늙수그레한 노털 기생들은 천상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전국을 떠돌며 잔치집을 전전하거나 노상에서 술과 웃음을 파는 들병이로 전락했다.이 몽골 여인의 삶의 내력을 알 수는 없었으나 길거리에서 기예를 파는 처지가 딱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양 한마리를 해치우는데 고작 20여분. 몽골을 떠나기 이틀 전,몽골 현지 ACC 책임자가 아주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몽골의 자연형 국립공원인 테일지 초원의 게르로 나가 양고기 오찬을 대접하겠다는 것이었다.정중한 초청이었기에 거절할 수는 없었지만 일행 대부분은 이미 여러번의 현지식에서 양고기의 누린 맛에 적잖이 질린 터라 서로 마주보고 눈만 꿈벅거렸다.그때 일행중 한 명이 나섰다.“너무 양고기에 기죽은 표정들 하지 맙시다.이미 초청을 받았는데 안 간다는 것도 결례이고 하니 그냥 가볍게 초원으로 산책 나간다는 생각으로 갔다 옵시다.” 그렇게 해서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1시간 쯤을 달려 테일지 자연공원에 도착했다.그곳은 아름드리 삼림이 있고 바이칼호수에서 발원했다는 맑은 강물이 흐르는 천국 같은 곳이었다.산의 능선을 타고 펼쳐진 바위가 마치 금강산의 풍광 한 폭을 뚝 떼어다 옮겨놓은 듯 아름다웠다.안타까운 것은 거기에도 개발 바람이 불어 그 울창한 원시의 수림대가 차차 망가지고 훼손된다는 사실이었다.테일지로 가는 길목 곳곳에 베어넘긴 거목의 시체들이 즐비했다.그곳에서 말등에 올라타고 두개의 야트막한 하천을 건너 한참을 가니 광활한 초원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상상해 보라.인공이 가해지지 않은 원시의 초원을 눈앞에 두고 선 나그네의 가슴 울렁거리는 희열을. 말인 즉 인공이 가해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그곳에는 양과 말,야크떼를 거느린 유목민들이 살고 있었다.양털과 젖이 그들의 주수입원이었지만 가끔 게르에서 하루,이틀 묵으며 초원을 체험하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제법 짭짤한 수입을 올리기도 하는 그런 곳이었다.그곳 유목민들은 땟국에 절은 입성 말고는 어떤 문명의 티도 내지 않았다.예약된 게르에 들어서자 주인 사내가 딱딱하게 말린 양젖 버터를 권했다.마치 고구마 절편처럼 딱딱했다.맛을 보려고 입으로 가져가니 예의 누린내가 확 끼쳐 슬그머니 내려놓고 말았다. 게르 뒷편에서는 젊은 유목민 사내가 때맞춰 능숙한 솜씨로 양을 잡고 있었다.그걸 지켜보자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살아있는 양의 네 다리를 잡고 땅바닥에 누인 뒤 고작 연필만 한 주머니칼을 꺼내 명치 부위에 10㎝ 가량의 칼집을 냈다.그때까지 양은 멀쩡하게 살아 맴맴거리고 있었다.이윽고 사내는 칼집으로 손을 쑥 집어넣더니 검지를 대동맥에 걸어 뚝 하고 잡아뗐다.그걸로 끝이었다.양은 이내 목을 축 늘어뜨렸다.양의 숨이 끊어지자 사내는 손바닥을 밀어 익숙하게 가죽과 몸통을 분리했다.칼은 발목과 목을 분리할 때만 썼다.다음은 배를 갈라 내장을 들어내는 일.가슴을 갈라 내장을 들어내고,흉곽에 그득한 피를 준비한 그릇에 담아 선지 순대를 만들었다.그의 아내인 듯 보이는 여성이 들어낸 내장을 익은 솜씨로 손봐냈다.순대와 내장,적당한 크기로 나뉜 몸통은 그대로 통속으로 들어가 삶겼다.양 한마리를 잡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20여분 정도,그러는 동안 땅바닥엔 피 한방울이 흐르지 않았다.일을 마친 사내는 풀섶에 쓱쓱 문대 손의 피를 닦았다.양 한마리를 그렇게 잡도리했다. 일행이 담소하는 동안 삶은 양고기가 가득 든 통을 든 사내가 게르로 들어섰다.건장한 사내는 순박하게 웃어보이며 통 속에서 막 삶긴 뜨거운 양고기를 꺼내 칼질을 시작했다.익숙한 솜씨였다.통속에는 양고기와 함께 돌과 감자도 들어있었다.게르에 차려진 간이 식탁위에는 금세 맛있게(?) 삶긴 양고기가 그득했다.다릿살이며 내장에 양의 선지를 채운 양순대가 모락모락 김을 피워올리고 있었다.술도 나왔다.말젖을 발효시킨 마유주였다.맛을 보니 시금털털해 아무래도 비위가 얇고 술에도 약한 필자가 감당하기엔 무리였다.일행 중 한 명이 “내 이럴 줄 알고 준비했지.”라며 술 한병을 꺼내 식탁에 올려놨다.몽골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칭키즈칸 보드카였다.독한 술이 돌자 처음엔 양고기 누린내에 고개를 모로 꺾던 사람들이 하나,둘 달려들어 안주 삼아 양고기를 맛보기 시작했다.더러는 “생각보다 먹을만 한데….”라는 후평을 내놓기도 했으나 준비해 간 고추장 맛으로 몇 점 먹어본 것이 고작이었다.30여명이 먹은 양고기가 너댓근에 불과해 보였다.남은 고기가 먹은 것보다 훨씬 많았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맞았다.벌써 며칠째 밥 다운 밥 꼴을 못 본 필자는 그걸로라도 면허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고기덩이 속에서 삶은 감자를 골라냈다.그러나 양고기와 같이 삶긴 터라 감자든 고기든 누리기는 매 한가지였다.양고기와 양순대,간 등이 있었지만 누린내 때문에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옆에 있던 누군가가 그런 필자의 옆구릴 쿡,찌르며 귀엣말을 건넸다.“아직 배가 덜 고팠구만….” ■애들아,말 달리자.저 땅 끝까지. 오찬을 마친 일행은 초원으로 나섰다.초원에서 몽골 말을 타볼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말을 타려니 연전 터키의 한 시골에서 말을 타다가 엉덩이 꼬리뼈 부위가 벗겨져 곪는 바람에 며칠 혼쭐이 났던 기억이 되살아났다.말안장에 쓸린 상처 부위가 덧나 나중에는 차를 타건 비행기를 타건 한시도 의자에 바로 앉지 못했던 그 끔찍한 여행의 기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터였다.그걸 아는 필자로서는 말등에 올라서도 말이 제 멋대로 달리게 할 수가 없었다.말은 과천 경마장에서 내달리는 유럽형 경주마처럼 크지 않았다.키가 작달막해 보였는데 그래도 가까이 다가가니 등이 어른 키높이만 했다.바로 이 말이 옛날 몽골 전사들이 타고 세계를 아우른 그 말이라고 했다.순식간에 내달리는 속도는 유럽산 경주마에 뒤지지만 지구력이 좋아 오래 달린다고 했다.또 먹성도 까탈스럽지 않고 병에도 잘 견딘다니 전쟁터에 타고 나갈 기마용으로는 그만인 듯 했다.그러니 유난히 말을 사랑했다는 당태종이 이곳에서 명마를 골라 준마도,백마도(百馬圖)를 그리고 그 유명한 당삼채로 완성해내지 않았을까. 그렇든 말았든 꼬리뼈의 추억 때문에 고삐를 바짝 당겨쥐어 말이 뛰지 못하게 한 뒤 게르 주변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끝냈다.그렇게 조심했는데도 나중에 보니 엉덩이 가운데 꼬리뼈 끝이 빨갛게 쓸려 있었지만 예전처럼 곪지는 않았다. 농사 유전자를 가진 한국인에게 말을 타는 일이 썩 어울려 보이지는 않았다.거북하고 어색한 몸짓이 우스꽝스러웠는지 그곳 아이들이 바라보며 키득거렸다.태어나 걸음을 떼면서부터 말등을 떠나지 않은 그곳 아이들 아닌가.아닌게 아니라 고작 예닐곱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잽싸게 말등으로 뛰어오르더니 ”츄∼츄∼”하는 입소리를 내며 가죽 고삐로 뱃골을 치자 말은 순식간에 초원 저편으로 질풍처럼 내달려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때 누군가가 한가지 제안을 했다.“저 꼬마녀석들에게 뭔가 선물을 줘야 할텐데 그냥 주기도 뭐하니 말타는 모습을 좀 보여달라면 어떨까?” 그런 뜻을 게르 주인에게 전했더니 주인 사내는 한 술 더 떴다.“이 마을(마을이라야 게르 서넛이 멀찍이 자리잡은 것에 불과했다.)에 저 또래 아이들이 모두 여섯인데 그들에게 목표를 정해 말타기 경주를 시켜보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모두가 동의했다.하는 김에 5달러씩 걸어 이긴 사람이 본전을 제하고 나머지를 애들 시상금으로 주자고 제안했다.주인이 제안한 터라 딱히 그 사람들이 기분 나쁘게 여길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자고 동의하자 주인이 초원을 향해 높은 톤으로 소릴 질렀다.멀리 있는 아이들을 부르는 소리였다.잠시 후 여기저기서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모여들었다.그들 뿐이 아니었다.아낙들,젖먹이들도 모두 눈을 반짝이며 게르 앞으로 모여 들었다.꼬마들은 제각각 아끼는 말을 골라타고는 고삐를 바투잡고 나란히들 섰다.그들은 말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듯 했다.우리야 한번 말등에 오르내리려면 기를 써야했지만 걔들은 가볍게 말등을 오르락거렸다.말에 올라탄 꼬마들은 뭐라고 주문을 외며 우리가 든 게르 주변을 천천히 열바퀴 돌았다.몽골의 전통적인 출정의식이라고 했다.이윽고 목표가 정해지고 모두 출발선에 섰다.목측으로 2000m쯤 되는 거리였다.사내가 신호를 하자 고삐를 꼬나쥔 꼬마들이 초원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옛날의 몽골 전사들이 저렇게 내달려 도버해협과 북해의 거친 해안까지 다다랐던 것은 아닐까.그들의 모습에서 영화로웠던 칭키즈칸과 그의 아들 오고타이,손자인 쿠빌라이칸의 시대를 보는 것 같았다.그 모습은 시공을 초월해 그들이 말(馬)을 매개로 엮어진 불가분의 의식공동체임을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애들이 말을 몰아 목표를 돌아오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얼굴이 발그레 상기된 아이들은 사내의 지시에 따라 마상에서 뭐라고 몇 번 고함을 지른뒤 훌쩍,훌쩍 뛰어내렸다.그들이 마상에서 내지른 소리 역시 무사히 말을 타게 해 줘 감사하다는 일종의 주문이라고 했다.논의 결과 아무리 애들이 수고는 했지만 직접 돈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여겨 사내에게 모은 돈을 한꺼번에 건넸다.그렇게 모은 돈이 한 40 달러쯤 됐다.사내는 한 켠으로 아이들을 불러모은 뒤 뭐라고 얘기를 나눴다.아이들이 깔깔대는 소리가 들렸다.잠깐 말 타는 것을 보여줬을 뿐인데 돈은 무슨 돈이냐는 투였다.거기까진 우리가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황무지 제국에도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해가 기울고 있었다.구름 한점 없는 하늘 한 켠이 마치 불길이라도 이는 듯 선홍빛으로 타들었다.대륙의 장엄한 노을이었다.타드는 것이 하늘 뿐만은 아니었다.하늘과 맞닿은 대지도 붉게 달아올랐다.그 노을 속으로 누군가가 말등에 지친 몸을 싣고는 하염없이 길을 걷고 있었다.그의 뒤를 키 작은 양떼들이 따랐다.유목의 사내일 것이다.그 모습에서 문득 몽골의 전사들을 이끌고 천하를 휘저을 때 남긴 칭키즈칸의 말이 떠올랐다.“성벽을 쌓는 자는 망하고 이동하는 자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랬다.비록 그 말이 옛적 유목의 부정형 삶을 두둔하고 옹호하는 의미였을지라도 우리는 지금 그 의미를 결코 백안시할 수도,도외시할 수 없다.오늘날에도 그 교조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몽골의 거친 황무지,그 황무지와 하늘을 가장 단순하게 구획하는 일획의 지평선 위로 비장하게 물드는 노을.뜨겁게 달아 올랐다가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순식간에 스러져 가는 그 노을에서 장대했던 몽골의 옛 제국을 보았다.참으로 비장했던 제국의 영화와 끝.그 노을을 응시하던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말문을 닫았다.자연이 연출한 그 무위의 파노라마 앞에서 온몸으로 느끼는 전율 말고 무슨 영탄이 필요할 것인가.몇몇은 풀섶에 가만히 주저앉아 술병을 땄다.보드카였다.독한 술이 목줄기를 타고 넘어가 순식간에 흉금을 적셨다.노을에 함뿍 적신 얼굴 위로 서서히 술기운이 돌았다.노을과 사람이 함께 익어드는 것 같았다. 이윽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작한 노래가 거친 풀섶으로 나즈막히 흘렀다.“천등사안 바악딸째를 울고넘는 우리 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 비에 젖는구려…”노래는 다시 이어졌다.“아아∼∼ 신라의 바아암이이이여 불국사의 종소리가 들리어온다 지∼나가는 나아그네에에여어 거∼얼음을 머어엄추어라 고오오요오하안 다아알빛아래….” 그 노래가 그 시각,그 자리에서 어울리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따지지 않았고,또 생각하지도 않았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장대한 자연의 섭리를 앞에 두고 터져나온 노래야말로 가장 진솔한 정서의 토로 아니었겠는가. 이윽고 맞은 저녁.몽골의 밤하늘은 별들의 천국이었다.장관이었다.요요한 풀섶에서 쳐다보는 밤하늘에는 별들이 촘촘하게 박혀 형용할 수 없는 자태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휘∼ 손을 내저으면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았다.어린 시절 고향에서 보았던 그 광경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그 모습이 고스란히 몽골의 초원에서 재현되고 있었다.아주 오랫동안 뒤로 고개를 꺾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가슴이 울렁거렸다.기대하지 않았던 만남이 주는 설레임 때문이었다. 그 싱싱하고 영롱한 별들이 어느 새 술병 속에 떨어져 잠겼는지 몇 잔을 마신 보드카가 이내 목에 턱턱 걸렸다.그렇게 술과 함께 삼킨 초원의 별들이 훗날 내 속에서 어떻게 되살아날까. 봉사단원들은 모처럼 가진 초원에서의 휴식에 모두 흡족해 했다.ACC 김종구 총재가 일행과 함께 하며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꽃향기는 황홀해 보여도 산 하나를 넘지 못하지만 남에게 베푸는 봉사의 향기는 국경도 넘는다.” 사실 일상에 쫓기며 살아야 하는 갑남을녀가 ‘봉사’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그러나 김 총재의 말마따나 “봉사는 마약”인지도 모를 일이다.그렇지 않고서야 선뜻 사재를 털어 빈민에게 새 게르를 지어주기는 쉬울 것이며,자신의 직장일을 뒤로 하고 1년에 몇 차례씩 해외 봉사활동을 나서기는 또 쉬울 것인가.봉사활동 말미에 가진 한·몽 ACC 자평모임에서 김 총재는 이런 말을 했다.“재산이 많아 하는 봉사는 자선일 수는 있어도 엄밀한 의미의 봉사는 아니다.봉사는 자신의 여건을 초월해 나서는 것이다.세상에 아무 것도 잃지 않고서 할 수 있는 봉사란 없다.” 일행을 이끈 아시아 사랑나눔의 배용민씨는 현지에서 정을 나눈 안내원들과 따로 어울리며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눴다.그가 대뜸 이런 말을 꺼냈다.“고생할 때는 두번 다시 몽골엔 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초원에서 밤을 맞으니 그 생각이 틀린 것 같습니다.이걸 보고 몽골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그랬다.사실 몽골에서의 체험은 매우 특이했다.그러나 누린 먹을거리에 곤죽이 되고,태양에 주눅이 들었어도 그것이 잘 사는 나라에서 항용 겪는 무관심이나 비하와 모욕의 체험은 아니었다.사람들은 순박했고,지혜로웠다.손님을 대하는 태도도 정성스러웠다.그런 정성이 양고기의 역겨운 노린내를 지우고도 남았다. 애당초 봉사하자고 나선 길에 무슨 호의호식을 바라겠는가.그런 생각이 봉사의 취지를 훼손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지며 더 많은 땀을 쏟지 못한 아쉬움이 가슴으로 잔잔하게 배어들었다.밤이 지나면 다시 저 망망한 대지 위로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그리고 그 태양의 순환처럼 이 황무지에도 연대와 공유의 찬란한 세상이 다시 열릴 것이다.그렇게 기원했다. 글·사진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25개大 수시모집 이렇게] 건국대학교

    지난해보다 모집인원을 크게 늘려 총 정원의 34%인 2069명(서울 1370명, 충주 699명)을 선발한다. 서울캠퍼스는 정원의 37%를 13가지 다양한 전형을 통해 선발한다. 수시2-1전형에서 논술고사 성적만 100% 반영해 300명을 선발하는 논술우수자전형을 신설했다. 국제화 전형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 없이 일정 수준의 외국어 성적과 논술로 101명을 선발한다. 외국어 성적은 영어나 일본어 성적 40%와 논술 60%를 반영하며 TOEFL CBT 250점(IBT 100점,PBT 600점) 이상,TOEIC 900점 이상,TEPS 850점 이상,JPT 800점 이상이면 지원이 가능하다. 항공우주특기생 전형은 국내외 모형항공기대회 무선조종부문 입상자에 자격이 주어지며 수상경력 20%, 학생부 60%, 면접 20%를 반영한다. 인문학부 문예창작특기생은 언론사 신춘문예 당선자와 문학단체·문예지 주최 대회 입상자를 대상으로 수상경력 80%, 학생부 10%, 면접 10%를 반영한다. 충주캠퍼스는 수시2학기에 정원의 28.5%인 699명을 모집한다. 수시2-1에 모범학생전형을 비롯해 전문계고교졸업자전형, 기회균형전형 등을 실시하며 대부분 전형에서 학생부 70%와 면접 30%를 반영한다. 모범학생 전형은 고교 재학 중 임원활동을 했거나 각종 기관장 표창과 시상을 받은 자를 대상으로 하며 학생부 70%와 면접 30%를 반영한다. 전문계고교졸업자 전형은 고교 과정과 자신이 지원하는 모집단위가 동일한 경우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학생부 70%와 면접 30%로 선발한다. 모두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없다.
  • 충무로 新인 감독 바람

    충무로 新인 감독 바람

    최근 충무로에 막 입성한 새내기 감독들의 영화가 대거 개봉돼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28일 개봉한 ‘스페어’의 이성한,‘우린 액션배우다’의 정병길, 새달 11일 개봉하는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이 그들이다. 극심한 불황으로 스타급 감독이 연출한 영화에도 투자가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과감히 출사표를 던진 이들이 과연 영화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성한 : 건설사 그만두고 37세 늦깎이 데뷔 요즘 영화계에선 ‘스페어’의 이성한 감독의 이야기가 단연 화제다. 올해 37세인 그는 2005년 잘 다니던 건설회사를 그만두고 영화일에 뛰어들었다. 어릴 때부터 성룡의 열렬한 팬이었던 그는 문화센터에서 1년 남짓 영화공부를 한 것이 전부인 ‘초짜’. 하지만 그는 더이상 내 꿈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신인배우들과 함께 영화 ‘스페어’를 찍었고, 한 차례 개봉을 미룬 끝에 드디어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정병길 : 주성치 같은 액션배우·감독 꿈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의 정병길(28) 감독은 주성치 같은 액션 배우겸 감독을 꿈꾸는 평범한 20대였다.“앞으로 영화일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을 시험해 보기 위해” 서울액션스쿨에 들어간 그는 동기생 5명과 함께 액션배우로서의 꿈과 인생을 담은 성장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를 찍었다. 이 작품은 저예산 독립영화로서는 드물게 15개 극장에 걸렸다. 곧 촬영에 들어가는 정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인 ‘청년폭도맹진가’의 주연 배우 이정진이 제대 후 첫 작품으로 출연한다. 정 감독은 “저 역시 서른 살을 앞두고 주변을 돌아보니 실제 꿈을 이룬 이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면서 “막연한 동경만 갖고는 일을 성취할 수 없는 20대 청춘들을 통해 꿈이라는 것이 왜 바뀌는지,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보여주는 일종의 성장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장훈 : 김기덕 감독 연출부 출신 김기덕 감독 연출부 출신 장훈(33) 감독 역시 ‘리얼 액션’을 표방하는 ‘영화는 영화다’로 도전장을 내밀었다.‘사마리아’‘빈집’‘활’ 등의 연출부를 거쳐 ‘시간’의 조감독을 맡기도 한 그는 첫 작품부터 소지섭, 강지환 등 청춘스타와 작업하는 만만찮은 경험을 했다. 실제로 싸움을 하는 것을 전제로 액션 영화를 찍는다는 장 감독은 배우들에겐 진짜 액션 연기를 주문했고, 각색에만 1년 반이 걸리는 등 공을 들인 끝에 “좀 거칠지만 대체로 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 감독은 “액션 동작이나 미술, 분장 등에서 기존 홍콩 액션영화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영화를 찍을 땐 느끼지 못했지만 개봉을 앞두고 톱스타들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여름 유난히 스타감독들의 격전이 벌어진 충무로는 이 같은 신인감독들의 출현에 사뭇 고무적인 분위기다. 올초 자신의 첫 장편 데뷔작 ‘추격자’로 흥행에 성공한 나홍진 감독의 예에서 볼 수 있듯 불황일수록 신인들의 도전은 활력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스페어’의 홍보대행사인 ‘유쾌한 확성기’의 이은영씨는 “연출부 경력이 전무한 이 감독이 국악과 추임새 등 마당극의 요소를 넣은 영화적 시도가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르네상스시대 메디치家 어떻게 ‘슈퍼부자’가 됐나

    르네상스시대 메디치家 어떻게 ‘슈퍼부자’가 됐나

    타임머신을 타고 1400년대 프랑스의 남부 도시 리옹 세계무역시장으로 가본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유럽 각국에서 모여든 장사꾼들 틈바구니에서 한가롭게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각국 상인들에게 돈을 바꿔주고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환전업자들이다. ●교황청 상대 환전장사로 부 쌓아 이탈리아 피렌체를 기반으로 일어난 르네상스 시대의 ‘슈퍼부자’ 메디치 가문. 메디치 기업을 일군 비에리 메디치는 그런 시장 사정에 어린 시절부터 통달했다. 하지만 큰 돈을 쥐기 위해서는 교황청을 잡아야 한다는 계산을 끝냈다. 교황청은 세계각국의 성당들이 보내온 헌금을 로마에 모았다가 이를 다시 각 지역 돈으로 환전해 성당 운영비로 나눠주고 있었다. 메디치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헌금을 로마 돈으로 환산해 메디치 은행에 보관했다가 교황청이 원할 때마다 싼 환율로 바꿔 공급했다.15세기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가는 금융업자로 나서 천문학적인 돈을 긁어모으기 시작했던 것이다. ●축재서 쇠락까지 과정 추적 르네상스를 주도했던 부자들에게는 부를 창출하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다.15∼16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꽃피운 재력가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책이 ‘비즈니스의 탄생’(조승연 지음, 더난출판 펴냄)이다. 부를 일궈낸 흥미로운 과정은 물론이고 쇠락의 길을 걸은 뒤안까지도 추적했다. 책이 르네상스에 주목한 배경은 분명하다. 오늘날 세계경제의 기틀이 된 자본주의 체계가 그 시대에 형성됐다고 파악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왕과 기사들이 농민을 착취하던 봉건주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뛰어난 수완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돈을 버는 슈퍼부자가 탄생했다.”고 르네상스의 일면을 정의한다. ●‘물류´ 원조 佛거부 쾨르 그 시대, 프랑스의 거부로는 자크 쾨르가 있었다. 왕실에 돈을 빌려줄 정도였던 그에게 특별한 경영 안목이 있었음은 물론이다.1432년 전염병이 휩쓸고간 남부 항구도시 나르본. 폐허로 전락한 도시의 지리적 이점을 그는 정확히 꿰뚫었다. 그곳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연결하는 다마티아로(路)와 남부 프랑스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아퀴타나로가 만나는 지리적 요충지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당대 많은 무역상들과 차별화된 혜안도 있었다. 비단, 보석, 향신료 등 동양의 물품들을 알렉산드리아를 통해 거래하는 대신 새 판매처로 시리아를 뚫어 큰 돈을 벌어들였던 것. 시리아로 들여온 동양의 물품들을 나르본의 창고를 통해 유럽 각국으로 신속하게 배송하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따라서 책은 오늘날의 물류시스템인 ‘로지스틱스’의 개념이 다름아닌 쾨르의 경영전략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사람 몰리는 길목에 돈 있다 거부들의 축재 과정에만 초점을 맞추진 않았다. 슈퍼부자들의 행로를 세세히 소개하는 한편으로 직접적인 비즈니스 팁(tip)도 귀띔한다. 쾨르는 사람이 지나가는 지점과 모이는 지점을 파악하면 돈의 흐름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지도에 표시된 강의 흐름, 역사 속에 묻힌 옛 도로 등이 사람을 모으고 흩어지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제언한다. ●인간욕구 짚어낸 첫 미디어재벌 라이몬디 세계 최초의 미디어 재벌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도 르네상스 시대의 신흥부자였다. 엄격한 종교사회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벌이들인 그의 이야기에는 한층 각별한 의미가 실린다. 미디어라는 전혀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했다는 점이다. 그는 엄격한 종교규율에 억압된 귀족들의 욕망을 정확히 간파했다. 교황청의 단속을 피해 부패귀족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유행하던 26개의 침실 체위들을 화가 줄리오 로마노에게 그리게 했다. 기생들에게 무료배포된 섹스화보는 그들이 상대하는 귀족과 추기경들에게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여기서 재확인되는 불변의 비즈니스 원칙. 인간의 잠재의식에 깃든 욕구를 짚어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슈퍼부자들의 행로를 쫓는 과정은 곧 르네상스 문화의 주름살을 헤집어보는 인문학적 탐색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베스트셀러 ‘공부기술’을 펴냈던 주인공. 뉴욕대 경영학과, 줄리어드 음대 이브닝 스쿨을 졸업한 뒤 프랑스 에콜 뒤 루브르에서 중세그림을 전공했다.2만 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탤런트와 미모의 아내 사기행각

    탤런트와 미모의 아내 사기행각

    자가용을 몰고다니던 TV「탤런트」가 음식을 주문하기에『띵호』-철석같이 믿고 부지런하게 배달을 해주던 동네 중국집 장궤가『우리 사람 망했어 해』울상이 되었다.「탤런트」는 철창에 갇히고 그 부인은 줄행랑을 친 것. 알고보니 중국집 외상값만 아니라 피해자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빌어 탄 자가용 팔아먹고 동네 안에서만 3백만원 요즘 성북(城北)구 장위(長位)동에 있는 중국집 S반점 장궤아저씨는 홧병에 걸려있다. 이웃에 살던 M방송국「탤런트」정용재(鄭用在)씨(29·성북구 장위동 225의 9)가 외상값 몇만원을 잘라먹고 줄행랑을 쳤기때문이다. 자가용을 타고 다니면서 호기를 부리는 기세에 그만 깜박 속아서 배달해달라는 대로 자장면·우동·울면을 외상주었더니 얼마전 갑자기 행방을 감추고 만것이다. 가족까지 몽땅 도망갔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달려갔을 때는 이미 살림살이까지 모조리 빼돌린 다음이고 피해자들만 모여있을 뿐이었다. 식품점, 구멍가게, 연탄가게, 그리고 이웃 아낙네들…. 이들 피해자들이 모여 털어놓고보니 동네주변 피해액이 무려 3백만원. 가게 외상값 정도는 새발의 피고, 이웃 주부들에게 빚을 얻어 쓴 돈이 엄청난 액수에 이르렀던 것. 거품을 물고 혹시 부지깽이라도 집어오려고 달려갔던 장궤아저씨는 말도 못붙일 형편이었다. 정은 그동안 주로 동네 주부들의 곗돈을 부인을 통해 교묘히 빚을 얻어내서 가로채곤했는데 그것이 들통나게 되자 줄행랑을 놓고만 것이다. 정씨가 돈을 얻어 쓴 것은 비단 동네에서 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가 속해있는 M방송국관계자들을 비롯해서 친지, 대학선배들에 까지 피해를 입혔다. 그는 언제나 이자만은 또박또박 지불했기 때문에 누구든지 의심하지 않고 돈을 주곤 했다. M방송국「탤런트」이(李)모(90만원), 김(金)모(30만원), 정모(2백만원), 최(崔)모(50만원), 손모(30만원)등과 작가 김모씨도 2백여만원이 걸려있다고. 피해자들이 공개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정확한 액수를 알수는 없지만 대강 짐작한 방송국주변 피해액이 1천5백~2천만원 정도. 정씨가 경찰에 구속된 것은 10월18일. 그에게 30만원을 빌어주었던 김모씨의 고소에 의해서였다. 김씨는 정씨의 학교선배로 혜화동에서 음악학원을 경영하는 사람. 지난 9월초에 정씨가 찾아와서『인천에 냉동기가 들어와 있는데 그것을 빼돌릴 교제비를 돌려달라』는 말에 속아 빌려주었다고. 방송국 주변서 2천만원 피해자들이 공개를 꺼려 감쪽같이 속고만 있었을뿐아니라 정씨를 철석같이 믿고만 있던 피해자들이『당했구나』하고 깨닫게된 것은 김씨의 30만원 고소사건 계기가 됐다. 그가 김씨의 고소로 경찰에 구속됨으로써 지금까지 벌여온 사기행각 전모가 비로소 드러나게 되었고 피해자들은 어안이 벙벙…. 구속된 북부서에는 매일 피해자들로 와글와글. 주로 동네 주변의피해자들이고 방송국 주변 피해자들은 창피해서 그런지 나타나지 않았다. 사건을 담당했던 김학렬경사는『그 같은 사기는 난생 처음 보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정씨가 장위동에 이사온 것은 지난해 9월. 이모씨네 2층에 60만원에 전세를 들었다. 부인은「스튜어디스」출신으로 늘씬한 몸매에 능란한 화술을 가진 미인. 사람들로 하여금 당장 호감을 갖게하는 재주를 가졌고 뛰어난 말솜씨로 몇번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기도 모르는사이에 믿게 하는 천부의 소질을 가졌다. 그래서 꾸어준 돈을 이자는 커녕 원금까지 몽땅 잘린 형편이면서도 동네 사람들은『설마…』하고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들이다. 정씨는 누구의 것인지는 몰라도 자가용을 2대씩이나 타고 다니면서 호기를 부렸다. 혹시 동네 사람중에 차가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서슴없이 빌려주곤 했다. 그렇게 해서 인심을 얻은 다음에는 부인을 동원, 빚을 얻어쓰곤했다. 20만원을 사기당한 모대학 교수 P씨도 그중의 한 사람. 그 동네에 살고 있는 P교수가 어느날 귀가하는 길인데 느닷없이 정씨가 쫓아오더니 공손하게 인사하더라는 것. 그렇게 인사를 한다음에는 자주 집에 드나들며 한가족(?)처럼 친하다는 인상을 주고는 빚을 얻어내곤 했다. 빚을 얻을 때에는 주로 약속어음을 주고 한달이 되는 날이면 어김 없이 이자를 지불하곤 했다. 그러니까 이자를 준돈 역시 다른 사람에게서 빚을 얻어 주곤 했던 것. “몸으로 때우겠다”고 버텨 일부선 재산 도피설까지 정씨가 구속됨과 동시에 그의 부인은 어디론가 행방을 감추었다. 그래서 정씨의 늙은 어머니가 매일 면회를 와서 며느리 욕을 늘어놓곤 했다는데, 철창안에 갇힌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도망간 부인을 야속해하더라는 김경사의 말이었다. 김경사가 취조한 바에 의하면 정씨가 자백한 사기액수는 1천5백만원.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입힌 피해가 대부분이더라고. 그가 호기를 부리면서 타고 다니던 자가용도 사실은 남의 차를 잠시 빌어 탄 것으로 소문에 의하면 그 차까지도 팔아 먹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이 모두가 창피한 마음에서 공개를 꺼리기때문에 정씨로부터 입은 피해가 얼마인지는 알수가 없지만 아뭏든 1년남짓동안 꼬박 남의 돈, 남의 차, 남의 음식만 먹으면서 호강스럽게 지낸 것만은 틀림없다. 그렇게 많은 돈을 사기했으면서도 현재가진 재산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 조금이라도 받아보려고 경찰서에 왔던 사람들은 공연히 소송비용만 들뿐 받을 길이 없을 것같아서 모두 그냥 돌아가고 말았다. 그러나 과연 그의 말처럼 돈을 다쓰고 없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 빼돌렸는지는 모를 일. 그리고 도망갔다는 그의 부인이 정말 도망간 것인지 아니면 재산을 도피시킨 곳에 가서 정씨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하는 것은 그가 한사코『몸으로 다 때우겠다』고 버티고 있다는 사실. 그는 10월24일 30만원 사기혐의로만 검찰에 구속송치 되었다. 정씨는 KBS-TV「탤런트」1기생으로 M방송국으로 옮긴지는 얼마 안된다. 오랜 연기자 경력에 비추어 조역이나 단역 밖에는 출연하지 못했고 따라서 시청자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얼굴이다. 사기혐의로 구속되기 전까지『수사반장』이란「드라머」에 나갔었다. <영(英)>[선데이서울 71년 11월 14일호 제4권 45호 통권 제 162호]
  • 늦더위 식힐 한맺힌 기방의 사연

    늦더위 식힐 한맺힌 기방의 사연

    이대로 떠나보내기는 아쉬운 여름. 안방극장에 늦더위를 날려버릴 한맺힌 기녀들의 사연이 펼쳐진다.27일 오후 9시55분에 방송되는 KBS 2TV ‘전설의 고향’ 제6화 ‘기방괴담’(극본 유은하·연출 김정민)편은 중견탤런트 이덕화가 단막극을 살리자는 취지로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은 작품. 귀신이 산다는 기괴한 소문이 도는 기방 ‘화혼옥’을 배경으로 죽어서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기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풍악소리가 화혼옥의 담장을 넘던 어느날 밤. 지금은 낙향했지만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움켜쥔 김대감(이덕화)과 이대감이 거나하게 술판을 벌인다. 하지만 호기롭게 내민 술잔의 흥취도 그날 밤으로 끝나고 만다. 이대감이 화혼옥 한복판에서 살해되고 만 것. 기생 애향(장채우)은 이대감의 죽음이 실종된 다른 기녀인 소월의 짓이라고 떠들어댄다. 그러자 고을에는 화혼옥에 귀신이 산다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간다. 이때 화혼옥에 그림솜씨로 먹고 사는 한량 효량(이민우)이 나타난다. 효량은 있는 대로 먹고 마신 뒤 술값은 그림으로 대신하겠노라며 배짱을 부린다. 그리고는 본보기로 그림 하나를 꺼내는데, 기생 화란(민지영)은 그 초상화가 사라진 소월의 얼굴과 닮아 크게 놀란다. 그날 밤, 소월의 원귀에 홀린 애향은 변사체로 발견된다. 이에, 고을 사또(김규철)는 화혼옥의 연속된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개성으로 뭉친 ‘우린 액션배우다’ VS ‘스페어’

    개성으로 뭉친 ‘우린 액션배우다’ VS ‘스페어’

    8월 개봉을 앞둔 영화 중 개성으로 똘똘 뭉친 영화 두 편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우린 액션 배우다’와 ‘스페어’. 두 영화에는 유명한 배우나 감독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작도 아니다. 메이저 배급사의 힘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조용히 큰 힘을 지닌 영화다.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며 관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두 영화의 매력 속으로 빠져보자. # 악으로 깡으로 근성으로 ‘우린 액션배우다’ 몸으로 인생을 연기하는 액션배우들의 종횡무진 활약상을 그린 코미디보다 더 웃긴 다큐멘터리 ‘우린 액션배우다’는 다큐멘터리 장르에 대한 일반 관객들이 가질법한 고정관념을 가볍게 날려 버린 영화다. 올해 전주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인 ‘우린 액션배우다’는 서울액션스쿨 8기를 수료한 정병길 감독과 그의 동기생들이 만들어 낼 결과물이다. 액션과 연출을 동시에 하는 감독이 되기 위해 무작정 액션스쿨에 자원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정 감독과 그저 움직이는 것이 좋아 액션배우를 꿈꾸고 그 꿈을 향해 몸을 던진 배우들의 열정은 관객들에게 과장되지 않은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웃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비록 주연배우들을 대신해 대역으로 살지만 그들은 당당히 자신들을 액션배우라고 외치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웃다가도 진짜로 울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 유쾌하다. 그래서 즐겁다! ‘스페어’ ‘스페어’는 유쾌한 영화다. 신인감독에 얼굴이 잘 알려진 배우가 등장하진 않지만 리얼 액션과 재치 있는 줄거리 그리고 국악을 곁들인 배경음악은 조화를 이루어 독특한 느낌의 액션 영화를 만든다. 신인감독들이 도전하기 힘든 액션 장르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 이성한 감독은 영화감독이 되기 위한 정규과정을 밟지 않았다. 문화센터 강좌를 들은 것이 유일한 과정이었지만 평생을 두고 품어온 액션에 대한 꿈과 열정은 영화를 통해 빛을 낸다. 액션에 국악을 접목시킨 것도 신선하다. 화려한 액션장면이 연결될 때 북, 해금 등 한국 전통 타악기는 배우들의 생생한 움직임과 어우러져 리얼 액션의 리드미컬한 요소를 강조했다. 사진= ‘우린 액션배우다’(위), ‘스페어’(아래) 서울신문 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가을 문턱 ‘담백한 다큐’ 한편쯤

    가을 문턱 ‘담백한 다큐’ 한편쯤

    생생한 다큐멘터리 한 편이 때론 구구절절한 드라마보다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늦여름 극장가에 볼 만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잇따라 선보인다. 리얼리티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꾸미지 않는 날것이 주는 매력에 기댄 작품들이다. ●장동건이 들려주는 지구의 현재와 미래 영국 BBC와 독일 그린라이트 미디어가 300억원을 들여 공동제작한 자연 다큐멘터리 ‘지구’(새달 4일 개봉)는 우리가 발딛고 있는 지구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다. 지구의 풍경과 동물의 모습을 담았다고 해서 단순히 극장판 ‘동물의 왕국’쯤으로 생각한다면 오산. 지구의 초상화가 될 수 있는 영화를 남기자는 의도에서 출발한 ‘지구’는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명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고 있다. 40여명의 카메라멘이 4500일 동안 전세계 26개국을 돌며 촬영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북극곰, 아프리카 코끼리, 혹등고래 등 세 종의 포유동물. 삶의 역경 속에서도 새끼를 보호하는 어미의 본능이 눈물겹다.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로 인해 부족한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동물들의 열악한 현실은 산업화란 미명하게 인간이 저지르는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명세 감독 연출 아래 내레이션을 맡은 장동건은 담담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지구의 현재와 미래를 설명하며 세계인의 화두인 환경문제에 동참하자고 호소한다. 그는 “이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 행성인지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진짜 액션배우들이 보여주는 웃음과 감동 ‘스턴트맨’으로 불리는 액션배우를 꿈꾸는 청춘들의 성장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우린 액션 배우다’(28일 개봉)는 꿈에 관한 보고서라 할 만하다. 주성치처럼 액션과 연출을 동시에 배우기 위해 서울액션스쿨에 들어간 정병길 감독은 졸업작품 ‘칼날 위에 서다’를 함께 했던 동기생 5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영화 ‘괴물’‘짝패’와 드라마 ‘태왕사신기’‘쩐의 전쟁’‘히트’ 등 지금까지 이들이 출연한 작품만해도 줄잡아 100여편. 하지만 각자 얼굴도 이름도 드러나지 않는 액션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된 동기도 천차만별이다. 차량 정비공에서 자동차 액션신 전문 배우가 된 사람,TV 출연이 좋아 액션배우 생활을 시작한 친구, 발차기는 어설프지만 얼굴이 잘생겨 액션스쿨에 합격한 ‘얼짱’도 있다. 영화는 촬영장 안팎 주인공들의 현란한 액션과 함께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해야 하는 액션배우들의 고민을 담는다. 정 감독은 “액션배우들이 주인공을 뒷받침해주는 역할로 나온다고 해서 이들의 일상 자체가 우울한 것은 아니다.”면서 “움직이는 것이 좋아서 ‘액션배우’의 길을 택한 이들의 진짜 액션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비록 4500만원의 제작비로 만든 저예산 영화지만 이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사뭇 뜨겁다. 전주영화제에서는 관객이 뽑는 ‘최고 인기상’을 수상했고, 최근 열린 정동진 독립영화제에서는 관객상인 ‘땡그랑 동전상’을 받았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정부대전청사 외청 ‘깨소금 냄새’ 팍팍

    정부대전청사 외청 ‘깨소금 냄새’ 팍팍

    관세청·특허청 등 정부대전청사 외청에 부부공무원들이 유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대전청사 외청 등에 따르면 관세청의 부부공무원(일명 ‘관우부부’)은 지난달 말 현재 162쌍으로 단일 부처 가운데 가장 많다. 특허청도 38쌍에 달한다. 정원이 4500명인 관세청은 7.2%,1600명인 특허청은 4.8%가 부부공무원이라는 것. 직급·직렬에 관계없이 직장 동료나 선·후배 사이에서 평생의 반려자로 발전하는 추세는 계속되고 있어 부부공무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부부공무원의 증가는 높아진 공직에 대한 위상과 직업의 안정성, 급여수준의 상승 등 상대적인 풍요가 한몫하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재직 중 인연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의 박재붕(6급)·김무단이(여·7급) 부부는 세무대 관세학과 선후배 사이에서 발전한 경우.1998년 결혼한 둘은 “업무를 서로 이해하고 있고, 직장과 관련된 일을 서로 잘 알기 때문에 비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상 인사이동으로 인한 별거(?)에 대비해야 하는 점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허청도 최근 몇년간 특채 및 전입 공무원 확대 등으로 부부공무원이 급증했다. 첫 부부 서기관 배출로 화제가 된 목성호(43·행시 40회) 비서관은 “심사관으로 근무할 때 업무를 서로 상의하는 등 도움이 많이 됐다.”면서 “이전 부서에서는 3쌍의 부부공무원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디자인2심사팀 정경훈(35) 사무관과 아내인 성과관리팀 곽선미(31) 사무관은 행시 46회 동기생. 연수 당시 사귀면서 같은 직장을 택했고 2006년 결실을 맺었다. 아내의 뜻에 따라 남편이 특허청에 근무하게 된 ‘부창부수’도 있다.2005년 박사 특채자인 정밀화학심사팀 김정민 사무관은 지난해 남편 곽수홍 사무관(기획재정담당관실·공인회계사)을 공직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익희 상표1과 사무관의 경우는 아내 홍경희 사무관(전자소재심사과)의 국외훈련에 따라 과감히 유학 휴직을 신청하기도 했다. 반면 사생활 노출 등에 대한 부담으로 타 부처로 전출하거나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도 있다. 무엇보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구조 조정과 감원 얘기가 불거질 때면 마음 고생도 크다는 후문이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Beijing 2008] “미안하다 민주야 메달 못걸어줘서”

    [Beijing 2008] “미안하다 민주야 메달 못걸어줘서”

    네 살배기 민주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제대로 찾아가보지도 못한 채 이를 악물고 샌드백을 두들겼다. 독한 아비라는 소리를 들을 법했다. 그는 딸에게 올림픽 메달을 안겨주는 게 어떠한 약보다 낫다고 여겼다. 못난 남편을 만나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고생하는 아내에게 메달이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질 것으로 생각했다. ●결혼식도 못올린 아내에 선물하고 싶었는데… 베이징에서 메달을 따 엄마 목에 걸어주라는 딸의 목소리가 귀를 맴돌 때마다 악착같이 샌드백을 때렸고, 혹독한 태릉선수촌 훈련을 이겨냈다. 그런데 국내 인파이터 가운데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그가 바라는 것은 금메달이 아니었다. 소박하게도 동메달이 목표였다.‘8강 징크스’ 때문이다. 스물 한 살 때인 2001년부터 줄곧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세계 무대에서 8강을 넘어서 본 적이 없었다.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이듬해 세계선수권에선 8강서 무너졌다. 세계선수권 3연패에다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쿠바 복싱 영웅’ 마리우 킨데란을 만났던 것. 2004년 아테네올림픽 8강에선 당시 18세로 복싱 천재라 불리던 아미르 칸(영국)을 얕잡아보다 1회에 RSC 패를 당했다.2005년 세계선수권에서도 쿠바의 강호 우가스 에르난데스에게 8강에서 졌다. 세계 8강은 ‘좌절의 벽’과 같았다. 선수촌을 집처럼 여기고 앞만 보고 뛰다보니 복싱 선수로서는 환갑이 성큼 다가왔지만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했고, 군대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이 어찌보면 마지막 기회였다.8강을 돌파하지 못하면 아내와 딸을 남겨두고 입대해야 할 처지. 올림픽에선 동메달,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따야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메달을 따면 충남체고 동기생으로 태권도가 전공인 아내와 함께 태보(복싱+태권도)체육관을 차리는 꿈에 밑거름이 될 터였다. ●생명위험 진단에도 “링에서 죽겠다” 하루에도 샌드백을 수천 번 두드렸던 그의 주먹은 그러나, 베이징올림픽 8강에서 다시 멈추고 말았다. 지난 15일 강자로 꼽히는 피차이 사요타(태국)를 10-4로 물리쳤으나 예기치 않은 부상을 당했던 것. 경기 뒤 목과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그는 무리하게 경기를 치르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병원 진단을 받았다. 외부 충격으로 기관지가 찢어졌고 여기서 새어나온 공기가 심장 부근까지 찼다고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식에 중국과 한국 병원 4곳에 CT 자료를 보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링 위에서 죽겠다.”고 출전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는 그의 목숨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천인호 대표팀 감독은 고민 끝에 흐라칙 자바크얀(아르메니아)과의 8강전을 반나절 앞두고서야 기권을 결정했다.19일 아침이었다.“가자, 베이징으로 가서 날고 오자.”고 자신의 미니홈피에 다짐했던 백종섭(28·충남체육회)의 여정은 그렇게 안타깝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베이징 올림픽특별취재단 icarus@seoul.co.kr
  •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지리산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지리산

    지리산은 남한의 어느 산보다 덩치가 크다. 한반도 산줄기의 근간을 이루는 백두대간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산군에는 남한 내륙의 최고봉인 천왕봉(1915m)을 비롯하여, 제석봉(1806m), 촛대봉(1704m), 명신봉(1652m), 칠선봉(1576m), 토끼봉(1534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 등 1500m가 넘는 산봉우리들이 장장 45㎞에 이르는 주릉을 형성하며 솟아 있다. 높은 봉우리들이 연이어진 고산능선에서 흘러내리는 유장한 계곡들 또한 남한의 다른 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경관을 연출한다. ●식물 1500여종 서식… 학명 ‘지리산´ 꽃 즐비 지리산은 산세가 웅장한 만큼 그곳에 살고 있는 식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산자락을 포함해서 지리산에는 대략 1500종류의 식물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남한에서 한라산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종류의 식물이 자라는 것이며, 북한산이나 관악산 등 800m급 산에 700∼800종류의 식물이 자라는 것에 비하면 2배쯤 많은 숫자다. 이처럼 풍부한 지리산 식물들 가운데는 북방계 식물 또는 고산식물로 분류할 수 있는 구름병아리난초, 금강애기나리, 기생꽃, 너도바람꽃, 땃두릅나무, 만병초, 산오이풀, 자주솜대, 참바위취, 회목나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지리산 능선을 대표할 만한 식물들로 다른 산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곳 지리산이 분포의 남방한계선에 해당하므로 더욱 의미가 크다. 북방계 식물들이 지리산 높은 곳에 자라고 있는 것은 빙하기때 남쪽으로 내려왔던 북쪽 식물들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고산지역에만 살아남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리산에서 처음 발견되었거나 채집되어 우리말 이름에 ‘지리’ 또는 ‘지리산’이 붙은 식물들도 있다. 지리강활, 지리고들빼기, 지리괴불나무, 지리대극, 지리대사초, 지리말발도리, 지리바꽃, 지리사초, 지리실청사초, 지리오리방풀, 지리터리풀, 지리산고사리, 지리산괴불나무, 지리산김의털, 지리산바위떡풀, 지리산숲고사리, 지리산싸리, 지리산오갈피, 지리산하늘말나리 등이 그것이다. 또한, 학명(學名)에 지리산을 뜻하는 말이 붙은 것도 여럿 있다. 한국특산식물인 누른종덩굴의 학명에는 ‘지이산엔시스(chiisanensis)’가 붙어 있는데, 이것은 ‘지리산의’ 또는 ‘지리산에 자라는’이라는 뜻이다. 우리말 이름이나 학명에 지리산을 뜻하는 말이 붙지 않았지만 지리산에서 처음 발견된 노각나무와 모데미풀 같은 식물들도 있다. ●가시오갈피나무·깽깽이풀 등 보호식물 지정 지리산 식물들 가운데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식물도 많다. 특산속(屬)에 속하는 모데미풀은 물론이고, 구상나무, 금마타리, 노랑매미꽃, 누른종덩굴, 산앵도나무, 세모부추, 세뿔투구꽃, 지리고들빼기, 히어리 등의 특산식물이 분포하고 있다.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멸종위기식물들도 있는데,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식물로 지정한 가시오갈피나무, 깽깽이풀, 기생꽃, 세뿔투구꽃, 자주솜대, 천마, 히어리 등이 자라고 있다. 지리산에 이처럼 다양한 식물이 살 수 있는 것은, 너른 산세에 걸맞게 독특한 조건을 갖춘 식물생육지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생육지는 고산능선으로서 해발 1500m 이상의 지역에 길게 형성된 능선에 특별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특히 주릉 곳곳에 발달한 바위봉우리나 초원에는 귀한 식물이 많다. 이들은 특수한 곳에만 적응해 살아가는 식물들로서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이다. 지리산을 찾는 사람이나 관리하는 사람 모두 능선과 정상부의 보호에 힘써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리산 곳곳에 발달한 습지도 지리산의 독특한 식물생육지 가운데 하나다.90년대 중반에 대원사 북서쪽 왕등재 부근의 해발 1000m 지역에서 발견된 왕능재늪이 대표적인 습지다. 이 습지는 길이 200여m, 폭 80여m로 사람의 손을 전혀 타지 않은 채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곳에는 감자개발나물, 닭의난초, 동의나물, 방울새난, 세모부추, 숫잔대, 애기부들 등 고산지역의 습원에 오랜 세월 적응해 살아온 습지식물들이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어 학술적 가치도 크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어린이 책] 편견 깨고 당당히 산 조선 여걸 30명

    “밤늦도록 쉬지 않고 베를 짜건만 베틀 소리만 차갑게 울리는구나. 베틀에는 배 한 필 짜였건만 어느 누가 이 옷을 입을 일인가?” 허난설헌(1563∼1589)의 시 ‘가난한 여인의 노래’ 일부다. 조선시대 천재시인으로 불리는 그의 일생은 어땠으며, 그는 언제 어떤 마음으로 이런 시를 짓게 됐을까. ‘우리 역사 속 못 말리는 여자들’(임해리 지음, 최재호 그림, 꼬마이실 펴냄)은 조선시대로 눈을 돌려, 그 시절에도 누구보다 씩씩하게 삶을 개척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책은 ‘조선’과 ‘근대’로 시대가 나뉘어 출간됐다. 사회적 편견에 묶여 맘껏 뜻을 펴지 못했으나, 누구보다 지혜가 빛났던 여성 30명이 줄줄이 등장한다. 왕비, 기생, 종교인, 예술가, 독립군, 기자 등 면면은 다양하다. ‘조선’편에서는 역사책 속에서 그저 스쳐지나갔을 이름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명종의 어머니로 조선 역사상 가장 막강한 정치력을 발휘한 문정왕후, 대학자 이이의 어머니이자 예술가였던 신사임당, 빼어난 미모에 탁월한 글재주로 사대부 양반들과 당당히 붓을 겨룬 기생 황진이 등 익숙한 주인공들이 우선 눈에 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낯선 이름도 끼어 있다. 남편을 따라 죽어야 열녀라고 부추기는 제도에 맞선 영조시대의 여성 성리학자 임윤지당, 온갖 시련 끝에 평생 모은 재물을 흉년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위해 내놓은 제주 상인 김만덕 등이 그들. 다감한 이야기체의 글이 술술 책장을 잘도 넘어가게 한다. 인물을 해설하는 사이사이로 시대풍속도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각권 98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박왕자씨 오전5시15분 피격” 금강산합조단, 北주장 재반박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과 관련, 북한측의 주장을 뒤집는 조사결과가 또 나왔다. 현대아산 관계자의 진실은폐 시도도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정부합동조사단(단장 황부기)은 12일 “고 박왕자씨는 사건 당일 오전 5시6분쯤 해수욕장 경계 펜스를 통과해 9분 뒤인 5시15분쯤 경계 펜스에서 기생바위 방향으로 200m 지점에서 피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경계 펜스에서 800m 떨어진 지점에서 박씨를 발견, 박씨가 500m를 도주한 뒤 4시55분에서 5시 사이에 총탄을 발사했다.’는 북측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사고 당일 촬영된 4장의 사진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한 결과 이같은 추정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5시3분에 촬영된 사진과 5시6분,7분에 촬영된 사진 등 모두 3장의 사진을 통해 박씨가 5시6분에 경계 펜스를 넘어간 사실을 확인했고, 목격자들이 대부분 5시15분쯤 총성을 들었다고 진술한데다 박씨가 쓰러져 있는 모습이 담겨 있는 사진의 촬영시간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5시16분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황 단장은 “박씨가 경계 펜스를 넘어 9분 정도 이동한 것으로 보이는데 모의실험 결과 9분 동안 북측이 주장하는 대로 800m를 갔다가 다시 500m를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새만금 내부매립 내년 상반기 시작

    새만금지구 내부 매립공사가 당초 계획보다 2년 가까이 앞당겨진 내년 상반기 착공될 전망이다. 11일 전북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8일 국무총리실에서 주재한 제3차 새만금실무정책협의회에서 새만금 산업단지 조성 공사에 경제자유구역법을 적용해 조기 개발하기로 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9개 관계 부처와 전북도 관계자들이 참석해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 내 새만금산업용지 조성공사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일괄 처리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새만금지구 내부 개발은 걸림돌로 대두됐던 매립면허 변경 여부, 개발부지 양도·양수, 환경영향평가 재평가 여부 등이 한꺼번에 해결돼 내년 상반기 공사에 들어가게 됐다. 농지를 산업용지로 바꾸는 매립면허 변경은 ‘선 성토 작업, 후 면허변경’ 방식으로 처리된다. 개발부지 양도·양수는 성토 작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시행자가 결정되면 이전 절차를 밟기로 했다. 환경영향평가 재평가 여부는 관계부처간 변경 협의로 대신하기로 했다. 이같은 협의로 새만금 내부 개발 공사는 행정 절차를 밟는 데 필요한 기간을 최대 22개월 앞당길 수 있게 됐다.1차 매립공사 대상지역은 새만금지구 가운데 군산쪽 산업용지 18.7㎢이다. 이번 공사에 필요한 성토재는 1억 300㎥로 추정된다. 공단 조성에 필요한 성토재는 군산항과 장항의 준설토를 우선 활용하고 인근 연안의 해사토를 추가로 사용할 계획이다. 한편 전북도는 11일 새만금 내부개발 국제공모작 3편을 선정했다. 세계적인 도시설계팀 7개팀이 참여한 이번 국제공모 최종 당선작은 ▲미국 MIT팀 ▲영국 메트로폴리탄대학팀 ▲미국 컬럼비아대학팀 등이다. 미국 MIT팀은 ‘장대하고 아름다운 경관 새만금’을 주제로 농지+마을+투어리즘을 연계한 개발을 제안했다. 용도변화에 대응이 쉬운 구조란 평가를 받았다. 영국 메트로폴리탄대학팀은 여러 개의 인공섬을 중심으로 한 동양의 베니스 건설 계획을 내놓았다. 인간중심의 다양한 도시공간 구성방안과 항만의 관광자원화, 생명력과 유쾌함을 보장하는 공존의 도시를 개발하고자 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은 새만금 습지에 자연생태적 요소를 부가해 수질개선 시스템과 도시개발을 연계한 제안, 물의 낙차를 이용한 전기생산, 토량이동을 최소화한 토지 확보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전북도는 이번에 당선된 공모작을 정부에 전달하고 새만금 내부 개발 자료로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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