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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 배드민턴 ‘져주기’ 의혹에 中언론 ‘반전’

    1일 오전 3시 30분(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A조 마지막 조별리그에서 한국의 정경은(KGC 인삼공사)-김하나(삼성전기)가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기쁨과 환희로 가득해야 할 이들의 승리에 논란이 불거졌다. 이들과 맞선 중국의 왕샤오리-위양 조와 함께 서로 져주기 경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 양 팀은 모두 예선 리그에서 8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에서 마지막 조 예선에 돌입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팀이 세계 랭킹 2위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중국의 또 다른 복식조와 맞붙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양 팀 모두 이를 피하기 위해 져주기 경기를 펼쳤다는 것. 경기에서 진 왕양은 “한국의 정-김 조는 실제로 매우 강력한 팀”이라면서 “토너먼트로 경기가 진행되는 8강을 대비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싶었다. 쓸데없이 힘들게 경기할 필요는 없었다.”며 소극적인 경기를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이에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은 “지저분한 경기였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자국 선수 감싸기에 혈안을 보인 지난 2008베이징올림픽때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왕이닷컷스포츠 등 복수의 현지 언론은 “경기 당시 관중들의 야유에도 불구하고, 특히 중국 선수들의 소극적인 경기가 지속됐다.”면서 “‘뜻하지 않게’ 한국이 승리를 거두고 말았다.”고 전했다. 또 “경기장에서 더 큰 소리로 야유를 보내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는 한 네티즌의 트위터 글을 전하며 “돈을 내고 표를 산 수많은 관중들은 이미 후회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입장에서) 결국 돌로 제 발을 찍은 셈”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역시 왕이닷컴스포츠의 또 다른 기사에서는 경기 직후 한국 배드민턴 여자복식 팀이 중국을 꺾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내용의 한국 언론 발 기사를 캡처한 뒤 “서로 져주기 게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중국을 이긴 것을 ‘이변’이라고 표현하며 한국 선수들을 칭송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한편 국제배드민턴연맹(BWF)은 한-중 여자 배드민턴 복식경기에서 서로 져주기 시합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北 안금애, 금메달 축하하는 한국 기자에게…

    北 안금애, 금메달 축하하는 한국 기자에게…

    북한 선수들이 런던올림픽에서 연일 선전을 거듭하며 놀랄만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 열린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의 금메달 행진이 이어지자 체제 선전과 결속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9일(현지시간) 하루에만 유도 여자 52㎏의 안금애(32)와 역도 남자 56㎏급의 엄윤철(21)이 금메달 2개를 따낸 데 이어 30일에도 역도 남자 62㎏급의 김은국(24)이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세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총 56명의 선수를 파견한 북한은 금메달을 하나도 못딸 것으로 많은 스포츠 전문가들이 예상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31일 현재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로 각각 금·은·동 2개씩인 한국(6위)보다 높은 4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대로라면 금메달 4개,동메달 5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던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를 능가할 공산도 크다. 호성적 못지 않게 경기내용도 화제가 되고 있다. 유도에서 안금애는 오금대 떨어뜨리기라는 기술로 유효승을 거뒀다. 각국 선수들이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해 역대 가장 재미없는 유도 경기라는 혹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안금애는 큰 기술들을 구사해 박수를 받았다. 안금애는 시상식이 끝난 뒤 “선수로서 조국의 명예를 걸고 금메달을 따냈다. 김정은 동지에게 금메달로 기쁨을 드렸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기쁠 수 없다.”고 말했다. 안금애는 한국 취재진이 축하 인사를 건네자 “감사합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엄윤철은 용상에서 자신의 몸무게의 세 배인 168㎏을 들어올려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했다. 김은국은 인상에서 세계 타이기록인 153㎏을 든 데 이어 용상에서 174㎏을 보태 합계 327㎏의 세계기록을 세웠다. 북한의 매체들도 올림픽 개막식 내용과 경기 장면을 편집해 보도하고 첫 금메달 소식을 신속하게 타전하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9일 오후 10시 30분쯤 약 16분간 올림픽 개막식을 간추려 방영한 뒤 조정과 양궁 남자단체전 등을 편집해 녹화중계했다. 북한의 이번 올림픽 TV중계는 최근 방북한 김인규(KBS 사장)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회장이 북한 중앙방송위원회(KRT)와 방송 중계권을 최종 합의함에 따라 가능해졌다. 소정의 방송 중계권료를 납부키로 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은 이번 올림픽 기간에 주요 경기를 중심으로 최소 200시간 이상의 중계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새벽 6시 유도 안금애의 첫 금메달 소식을 타전한 데 이어 오후 6시 30분 역도 엄윤철의 금메달 소식을 전했다. 중앙통신은 “선수들이 올림픽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두 개의 금메달과 한 개의 동메달을 쟁취해 내외 인민들 속에서 커다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장한 아들딸들이 세상사람들의 예상을 뒤집은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올림픽이 김정은 체제 들어 처음 열리는 국제행사인 만큼 북한이 주민결속을 강화하고 영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심화하는 기회로 활용하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상 메달을 따면 국가 지도자 이름을 언급하며 소감을 말했던 선수들은 이번에는 ‘김정은’을 넣었다. 안금애에 이어 엄윤철도 “내 실력 향상의 비결은 따로 없다. 김정일 동지와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 때문”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중국통신] 두 다리 잃은 장애인, 8시간만에 산 정상 등극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때 두 다리 없이 산 정상에 오른 남자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또 다른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중궈칭녠왕(中國靑年網) 31일 보도에 따르면 올해 29살의 천저우(陳州)는 다리 없이 오로지 두 팔에만 의지해 지난 17일 ‘중국 오악’(五岳, 중국의 5대 명산) 중의 으뜸으로 꼽히는 헝산(恒山)의 정상에 올랐다. 오전 6시부터 등반 준비에 돌입, 8시 본격적으로 산을 타기 시작해 2016.8m의 산 꼭대기까지 오르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8시간. 몇번이나 좌절의 고비를 넘기면서 당도한 산 정상의 마지막 계단에 천저우는 입술을 갖다대며 ‘인간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6세가 되던 해 조실 부모하고 힘든 유년 시절을 보낸 천저우는 12세가 되던 해 갑작스런 사고로 두 다리 마저 잃게 되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고된 시련의 연속. 그러나 천성적으로 밝은 성격의 천저우는 허벅지만 남은 다리를 대신해 어깨와 팔에 의지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신문팔이, 구두 닦이 등을 하며 삶의 풍파를 견뎌냈다. 성인이 된 이후 부터는 길거리에서 노래를 불며 ‘유랑가수’로의 삶을 선택했다. 그러던 중 “등산은 할 수 있느냐?”는 누군가의 한 마디가 그의 마음 속에 숨어있던 도전 정신에 불을 지폈다. 그 날 이후 천저우는 ‘5대 악산 등반 완정’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세우게 된 것. 17일 등반에 성공한 헝산 은 헝산(衡山)과 숭산(嵩山)에 이은 세번째 ‘정거장’ 이었다. 천저우는 “내가 오른 것은 산의 정상이 아니라 내 인생”이라며 감격했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런던올림픽] 유도·역도서 金2 베일 벗은 北 초반 금빛 돌풍

    [런던올림픽] 유도·역도서 金2 베일 벗은 北 초반 금빛 돌풍

    베일을 벗은 북한이 대회 초반 약진하고 있다. 여자유도의 안금애(32)가 런던의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52㎏급 결승에서 베르모이 아코스타 야네트(쿠바)를 연장 끝에 유효승(오금대떨어뜨리기)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유도 안금애, 계순희 이어 16년만의 쾌거 북한 여자유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계순희 이후 16년 만이다. 북한의 유도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안금애는 기량은 물론 다부진 체구와 강인한 체력으로 4년 전 베이징 대회 은메달의 앙금을 말끔히 씻어냈다. 남자역도의 신예 엄윤철(21)도 이날 엑셀 런던 역도장에서 열린 56㎏급 경기에서 인상 125㎏, 용상 168㎏(올림픽기록) 등 합계 293㎏을 들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키 152㎝인 엄윤철은 인상 기록이 결선에 오른 18명 중 5위에 불과했으나 용상에서 경쟁자보다 무려 9㎏을 더 드는 괴력을 뽐냈다. ●역도 엄윤철, 첫 올림픽서 깜짝 스타로 엄윤철은 지난해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용상 156㎏으로 1위에 올랐고 첫 성인 무대인 세계선수권에서는 인상·용상 합계 267㎏을 들어 6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두 번째 성인 무대인 런던올림픽을 제패하며 깜짝 스타로 뛰어오른 것. 안금애는 “김정은 동지에게 금메달로 기쁨을 드렸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기쁠 수 없다.”고 말했고 엄윤철도 “내 실력 향상의 비결은 따로 없고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와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 때문”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대회 개막 직전에야 선수단 숫자(56명)가 드러날 정도로 베일에 싸였던 북한이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1972년 뮌헨올림픽부터 출전해 온 북한이 대회 출전 사상 처음으로 하루 금 2개를 거둬들이면서 국가별 메달 순위에서 6위로 뛰어올랐다. 대회 첫날 금 사냥에 차질을 빚은 4위 한국(금 2, 은 1, 동 2)에 은과 동 각 1개 차씩. 기껏해야 은 1개를 가져갈 것이라던 미국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전망을 무색게 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 역도와 레슬링에서 추가 금메달이 기대된다. 역도에만 가장 많은 8명을 내보냈다. 기대주는 남자 62㎏급 김은국(24).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합계 320㎏을 들어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 1위에 단 1㎏ 뒤졌다. 세계선수권 여자 58㎏급 5위에 오른 정춘미(27)도 이변을 꿈꾼다. 레슬링에는 5명이 나선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北 안금애, 금메달 축하하는 한국 기자에게…

    北 안금애, 금메달 축하하는 한국 기자에게…

    북한 선수들이 런던올림픽에서 연일 선전을 거듭하며 놀랄만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 열린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의 금메달 행진이 이어지자 체제 선전과 결속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9일(현지시간) 하루에만 유도 여자 52㎏의 안금애(32)와 역도 남자 56㎏급의 엄윤철(21)이 금메달 2개를 따낸 데 이어 30일에도 역도 남자 62㎏급의 김은국(24)이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세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총 56명의 선수를 파견한 북한은 금메달을 하나도 못딸 것으로 많은 스포츠 전문가들이 예상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31일 현재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로 각각 금·은·동 2개씩인 한국(6위)보다 높은 4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대로라면 금메달 4개,동메달 5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던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를 능가할 공산도 크다. 호성적 못지 않게 경기내용도 화제가 되고 있다. 유도에서 안금애는 오금대 떨어뜨리기라는 기술로 유효승을 거뒀다. 각국 선수들이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해 역대 가장 재미없는 유도 경기라는 혹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안금애는 큰 기술들을 구사해 박수를 받았다. 안금애는 시상식이 끝난 뒤 “선수로서 조국의 명예를 걸고 금메달을 따냈다. 김정은 동지에게 금메달로 기쁨을 드렸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기쁠 수 없다.”고 말했다. 안금애는 한국 취재진이 축하 인사를 건네자 “감사합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엄윤철은 용상에서 자신의 몸무게의 세 배인 168㎏을 들어올려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했다. 김은국은 인상에서 세계 타이기록인 153㎏을 든 데 이어 용상에서 174㎏을 보태 합계 327㎏의 세계기록을 세웠다. 북한의 매체들도 올림픽 개막식 내용과 경기 장면을 편집해 보도하고 첫 금메달 소식을 신속하게 타전하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9일 오후 10시 30분쯤 약 16분간 올림픽 개막식을 간추려 방영한 뒤 조정과 양궁 남자단체전 등을 편집해 녹화중계했다. 북한의 이번 올림픽 TV중계는 최근 방북한 김인규(KBS 사장)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회장이 북한 중앙방송위원회(KRT)와 방송 중계권을 최종 합의함에 따라 가능해졌다. 소정의 방송 중계권료를 납부키로 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은 이번 올림픽 기간에 주요 경기를 중심으로 최소 200시간 이상의 중계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새벽 6시 유도 안금애의 첫 금메달 소식을 타전한 데 이어 오후 6시 30분 역도 엄윤철의 금메달 소식을 전했다. 중앙통신은 “선수들이 올림픽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두 개의 금메달과 한 개의 동메달을 쟁취해 내외 인민들 속에서 커다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장한 아들딸들이 세상사람들의 예상을 뒤집은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올림픽이 김정은 체제 들어 처음 열리는 국제행사인 만큼 북한이 주민결속을 강화하고 영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심화하는 기회로 활용하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상 메달을 따면 국가 지도자 이름을 언급하며 소감을 말했던 선수들은 이번에는 ‘김정은’을 넣었다. 안금애에 이어 엄윤철도 “내 실력 향상의 비결은 따로 없다. 김정일 동지와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 때문”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에비앙마스터스] 박인비 “태극기 휘감으며”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금메달을 땄을 때처럼 태극기로 몸을 감싸고 싶었어요.” 올림픽 열전 이틀째의 열기가 런던을 뒤덮는 동안 도버해협 건너 프랑스에서는 스물넷의 박인비가 태극기로 온몸을 휘감았다. 에비앙-르뱅에서 끝난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비앙마스터스 우승자에게 내려오는 전통 세리머니다. 앞서 박인비는 신들린 퍼터를 앞세워 6언더파 66타를 때려내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공동선두로 함께 출발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2타차로 따돌렸다. 보기는 2개로 막고 전·후반홀 각 4개의 버디를 뽑아낼 만큼 퍼터가 휙휙 날았다. 2009년 신지애(24·미래에셋)에 이어 대회 두 번째로 우승한 한국선수로 이름을 올린 박인비는 대회 전통대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스카이다이버가 건네준 태극기로 몸을 감싼 뒤 “올림픽 메달을 딴 선수들이 부러웠는데 오늘 나도 그 기분을 만끽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4라운드에서 많은 선수들이 우승 경쟁을 벌였다. -3라운드를 마친 뒤 우승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4라운드에서 좋은 스코어를 기록해야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반까지도 우승하리라고는 예상을 못했는데 마무리가 좋았다. 특히 퍼트가 잘 됐다. →LPGA 투어 4년 만의 우승이다. -기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나. 4년이라지만 훨씬 길게 느껴졌다. 지금 너무 행복하다. →16∼17번홀 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17번홀과 18번홀은 전장이 길지 않은 홀이어서 버디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선수들도 버디를 하는 홀이기 때문에 우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스카이다이버가 내려와 태극기를 건네줬다. -에비앙마스터스에만 있는 이벤트다.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메달을 땄을 때 태극기를 몸에 휘감는 것을 봤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오늘 소원을 이뤘다. →퍼트가 너무 좋았다. 특별한 비결이 있었나. -다섯 차례 이 코스에서 경기를 했는데 그린이 너무 어려웠다. 올해는 그린 스피드가 빨라졌는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 나는 빠른 스피드의 그린을 좋아한다. →내년에는 이 대회가 메이저대회로 승격된다. -내년 디펜딩 챔피언으로 다시 오게 돼 영광이다. 이 대회는 메이저대회가 될 자격이 있다.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열정이 빛나던 최진실처럼 품격있는 여배우가 그립다

    최근 개봉한 영화 ‘도둑들’에서 여도둑 예니콜 역으로 등장하는 전지현은 금고털이 팹시(김혜수)를 두고 “어마어마한 X년”이라는 대사를 뱉는다. 목표물을 발견한 기쁨에 홀로 개다리춤을 추고 욕설을 자연스럽게 툭툭 던지는 껄렁껄렁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에서 청순가련의 대명사 전지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그녀는 배우로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슷한 상황은 역대 한국 멜로 영화 1위에 올라선 ‘건축학개론’에도 나온다. 한가인이 극 중에서 술에 취해 울면서 엄태웅에게 “내가 그 X년이냐.”면서 육두문자를 내뱉는다. 꼭 욕설을 한다고 해서 연기 변신을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의외의 모습에 놀란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과거 같으면 CF상의 이미지 때문에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법한 일들이다. 이처럼 요즘 젊은 여배우들은 자신에게 씌워진 이미지의 굴레를 벗기 위해 영화나 드라마에서 과감한 도전을 하고 성숙하곤 한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외모나 도덕성을 기대하는 대중들 탓에 힘겨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드라마 ‘패션왕’ 등으로 요즘 각광받고 있는 신세대 스타 신세경은 “연기에만 전념하고 싶어도 여배우들의 외모에 대한 기준이 높아 부담스럽고 행동에 대해서도 제약받는 면이 적지 않다.”면서 “드라마 촬영 현장이 아닌 CF 촬영장에서도 여배우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영화 ‘알투비: 리턴투베이스’로 컴백을 앞둔 여배우 이하나 역시 “각종 드라마와 MC를 맡으면서 인기는 올라갔지만, 대중이 원하는 배우상과 실제 내 모습이 달라 우울증에 빠진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미모에 대한 강박 관념은 많은 여배우들의 공통된 고민 중 하나다. 그 때문에 긴박한 추격 장면의 사극에서 머리 한 올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풀 메이크업으로 나와 질타를 받거나, 의학 드라마에서 생사를 다투는 위급한 환자인데도 무결점 물광 피부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여배우의 품격은 완벽한 외모가 아니라 배우로서의 도전과 인간적인 성숙함이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보이곤 한다. 지난 2008년 3월 인터뷰한 고(故) 최진실은 세간의 선입견과 달리 상당히 소탈하고 겸손했다. 당시 드라마 ‘내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 뽀글 파마머리에 뿔테 안경을 끼고 외모의 망가짐을 불사하는 연기로 인기를 끈 그녀는 촬영장에서 한순간도 손에서 대본을 놓지 않았다. 촬영을 마친 뒤 늦은 점심을 먹으며 인터뷰에 응한 그녀는 톱스타임에도 상대 배우에게 공을 돌리고 “무조건 대본 많이 보고 달달 외우고 노력하는 것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는 것 같다.”면서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또 한 명의 잊을 수 없는 여배우는 바로 윤정희다. 지난 2010년 영화 ‘시’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을 당시 만난 그녀는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 여배우의 기품을 보여 줬다. 질문마다 각종 비유를 섞은 시적인 표현력으로 소녀 같은 감수성을 보인 그녀는 인터뷰 말미에는 프랑스 파리에 오면 연락하라면서 명함을 건네는 푸근함까지 잊지 않았다. 완벽한 얼굴과 몸매로 판타지의 대상이기도 한 여배우들. 하지만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외모보다 연기 열정이 빛나는 품격 있는 여배우가 아닐까. erin@seoul.co.kr
  • 힘빼라, 박주영…힘내라, 박주영

    무심하게도 휘슬이 울렸다. 0-0 무승부. 올림픽축구 대표팀이 26일 뉴캐슬 세인트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조별리그 B조 첫 경기에서 멕시코와 비겼다. 경기 내내 압도하고도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다소 불안했던 수비라인은 파비앙과 산토스를 앞세운 멕시코의 공격을 잘 막았지만, 박주영(27·아스널)·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김보경(세레소·이상 23) 등의 공격진은 이름값에 못 미쳤다. 홍명보 감독은 “더 중요한 두 경기가 남았다. 스위스전에 다시 초심으로 임하겠다.”고 추슬렀다. 이어 스위스도 가봉과 1-1로 비겼다. 따라서 30일 오전 1시 15분 스위스와의 2차전은 더욱 불꽃 튀게 됐다. 홍명보호는 ‘알프스 산맥’을 어떻게 넘어야 할까. ‘미우나 고우나’ 믿을 건 박주영이다. 멕시코전 원톱으로 출장한 박주영은 철저히 막혔다. 뉴질랜드전(2-1), 세네갈전(3-0)에서 두 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결정력을 뽐내던 그 선수는 없었다. 이미 ‘요주의 인물’로 유명해진 터라 2~3명이 경기 내내 박주영을 전담했다. 좌우 날개로 나선 김보경, 남태희(21·레퀴야)와의 콤비네이션은 괜찮았지만 스스로 기회를 열지 못했다. 구자철, 기성용(23·셀틱)과도 엇박자를 냈다. 몸이 무거워 보였다. 슈팅은 단 하나에 그쳤고, 프리킥 두 개도 모두 수비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홍 감독은 후반 35분 박주영을 빼고 백성동(21·주빌로)을 투입했다. 홍 감독은 경기 뒤 “박주영의 컨디션도 그렇고…. 전술 변화를 줘서 마지막 15분 승부를 노리려고 했다.”는 말로 에둘러 아쉬움을 나타냈다. 스위스전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과제다. 박주영이 살아나야 재능 있는 공격진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공격진 전체의 흐름도 그렇지만 와일드카드로 뽑힌 ‘맏형’으로서 동료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주장 구자철은 “개인적으로 주영이형이 첫 번째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 어렵게 팀에 합류한 만큼 후배들에게 기쁨을 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스위스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대회 유럽예선에서 10승2무3패(22득점 10실점)의 빼어난 성적을 거둬 런던에 왔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21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등으로 돋보였다. 조추첨 직후 B조 1위 후보로 꼽힌 것도 스위스였다. 에이스 셰르단 샤키리를 비롯해 발론 베흐라미, 필립 센데로스 등이 소속팀 반대로 런던행이 무산돼 100% 전력은 아니지만 결코 쉽지 않다. 가봉전에서 주전 수비수 올리버 부프(취리히)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한국전에 뛸 수 없는 건 호재다. 홍 감독은 관중석에서 이 경기를 지켜보며 전력 파악에 열을 올렸다. 스위스 격파의 해법은 이미 홍 감독의 머릿속에 있다. 역대 최강 전력인 올림픽대표팀이 스위스를 상대로 8강행의 교두보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뉴캐슬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사설] 런던올림픽 환희·감동의 드라마 기대한다

    인류가 창조한 최고의 축제인 올림픽이 영국 런던에서 개막됐다. 8월 1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하계 올림픽에는 전 세계 205개국에서 1만 60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26개 종목에서 302개의 금메달을 놓고 그동안 닦아 온 기량을 겨루게 된다. 월드컵이 축구라는 단일 경기를 놓고 국가 간에 1대1로 맞붙는 결전의 장이라면, 올림픽은 다양한 종목에 참가한 선수 개인이나 팀이 육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발산하는 힘과 아름다움을 겨루는 축제의 마당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민족주의적 성향이 극대화되는 월드컵에 비해 올림픽에서는 개인의 드라마가 부각되고 거기서 나오는 ‘휴먼 스토리’가 인류를 감동시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는 참가국 모두가 여성 선수를 출전시켜 스포츠 역사의 새로운 장을 쓰게 됐다. 올림픽의 역사가 세계사의 단면인 것처럼, 한국의 올림픽사는 한국의 근대사이기도 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장기를 가슴에 단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민족은 가슴 깊이 북받쳐 오르는 설움 속에 독립의 의지를 다졌다. 1948년 7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도 전에 출전한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은 처음으로 독립국가 코리아를 세계만방에 알렸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통해 우리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동시에 발전시켜가는 모습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남북 선수단의 관계는 당시의 남북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대회 22개 종목에 245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박태환, 장미란처럼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이름이 생소한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도 많다. 그러나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은 물론 그들을 단련시키고 훈련을 도와온 코치와 스태프 등 선수단 모두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가대표들이다. 올해는 특히 글로벌 금융·경제 위기의 여파로 우리 경제도 침체에 빠지면서 어려움에 처하거나 사기가 떨어진 국민이 적지 않다. 런던에서 보여주는 우리 선수들의 활약상이 국민 모두에게 큰 위안과 활력소가 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더할 수 없는 기쁨이겠지만, 결과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우리 국민에게는 최고의 감동이 될 것이다.
  • [열린세상] 복지와 경제의 밀월을 이끌 인물이라면/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복지와 경제의 밀월을 이끌 인물이라면/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대통령 선거일인 12월 19일까지 5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여야 대통령 예비 후보들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김문수, 안상수, 임태희, 김태호 후보 등 다섯 명이 나와 겨루고,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김영환, 김정길, 정세균, 박준영, 조경태 후보 등 여덟 명이 뛴다. 그리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가 또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경선의 속내를 보면 치열함이 배어 있지 않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가 된다는 예상을 뒤집을 만한 변수가 없어 싱겁다. 지난 24일 TV토론을 했지만 뜨겁지 않았다. 민주당은 딱해 보인다. 경선은 하지만 안 교수와 메이저 리그에서 겨룰 후보자를 선출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안 교수는 새로운 정치를 외치지만 잊혀질 듯하면 이벤트를 만들어 자기를 알리는 고도의 정치행위를 하는 듯하다. 이게 ‘안철수식 정치’이고 신중함의 결과인지 모르지만, 변화를 외치는 그의 행보에 신선함보다는 짙은 정치적인 산법이 느껴진다. 지금 대한민국은 심각한 위기이다. 경제위기에 복지위기가 겹친 모습이다. 수출, 투자, 내수가 모두 불안하다. 올 하반기 경제 성장률이 3%는 고사하고 2%대가 되리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경제는 아직 위기이며, 유럽연합(EU)은 휘청거리고,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는 시점에서 자유무역협정(FTA) 방식으로 경제를 끌던 우리나라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EU 회원국의 작은 경제뉴스에도 주가가 요동치는 게 우리 경제의 현주소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도 세계경제의 침체, 한국경제의 위기에서 나온 현상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복지문제도 심각하다. 국민행복지수가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2위이다.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인 사회적 지출, 형평성 등 사회통합 부문의 최하위 점수가 행복지수를 낮추는 요인이 됐다는 게 연구결과이다. 인구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데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이다. 노인 빈곤율은 전체 노인 중 중위 소득 미만에 속하는 노인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그리스의 23%보다도 두 배나 높다. 노인 빈곤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하지만 정부 부채와 연계돼 있어 손대기가 쉽지 않다. 현재 정부 부채는 420조 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34% 정도이다. 전년도 33.4%보다 0.6% 포인트 확대됐다. 정부 부채는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게 문제이다. 2030년까지 인구 고령화로 사회보장성 지출 증가만으로도 정부 부채는 GDP대비 72.3%에 달하며, 여기에 외화자산 매입, 공공주택 공급지원 등 금융성 채무의 증가까지 포함하면 106%에 이른다는 예측이다. 현재대로라면 대한민국은 경제위기가 복지위기를 키우고, 복지위기가 다시 경제위기를 키우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 그래서 차기 대통령의 역할은 막중하다. 위기 극복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정치적 전략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인기에 영합해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면 그 인물이 비록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불행한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복지와 경제의 밀월을 이끌 정치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소설 ‘람세스’에는 이런 글이 있다. 생산은 중요하다. 그러나 분배는 더 중요하다. 한 계급의 이익을 위한 지나친 부는 불행의 원인이 된다. 골고루 나누어진 부는 기쁨의 씨앗이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어떤 배도 굶주리지 않는다. 이처럼 생산과 분배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바탕이 돼야 복지와 경제의 밀월을 이끌 수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대통령에 당선됐던 1933년 당시 미국은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였다. 경제위기와 복지위기가 겹쳐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루스벨트는 한 손으로는 공공투자사업을, 다른 한 손으로는 사회보장법 제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경제위기와 복지위기의 악순환 고리를 끊었다. 한국은 미국과 다른 정치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런 차이를 인식하면서 복지와 경제의 밀월을 이끌 인물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그에게 지지를 보내고 싶다.
  • 남다른 아이들의 엄마 남모를 행복을 말하다

    세상에 나온 아이를 만나는 행복감에 젖어야 할 순간,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소식을 먼저 접하게 되면 엄마는 오만 가지 상념에 사로잡힌다. “내가 지은 죄가 많았나.” 신세를 한탄하기도 하고, 장애가 있는 엄마였다면 내 아픔을 대물림한 것인가라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장애 아이를 가진 불쌍한 엄마’라고 불릴 나 자신을 먼저 떠올리기도 한다. 장애에 대한 편견과 무지, 무시가 가득한 이 세상이 그리 독하다. 독한 세상, 팍팍한 현실을 장애 아이를 둔 엄마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김효진 지음, 부키 펴냄)는 그 생생한 이야기다. 마흔아홉 해를 소아마비 후유증을 안고 산 저자는 아이를 낳아 키우며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운 엄마는 어떤 삶을 살아야 했을까. 그래서 저자는 장애 아이의 엄마 12명을 만나고 엄마들이 겪은 남모를 아픔과 고충, 삶 속에서 찾아낸 기쁨과 행복을 고스란히 담았다. “나비였어요. 처음엔 까만 나비인지 몰랐어요. …그 나비가 반쪽으로 딱 갈라져 한쪽이 없는 상태에서 날아가는 거예요. 너무 좋지 않은 꿈이라 그게 태몽인지도 몰랐어요.” 불길한 꿈에 엄마는 낙태를 고민했다가 결국 4대 독자 진석이를 낳았다. 발육이 많이 늦기에 병원에 갔더니 두 곳 모두 척추근이양증(근육병)이라고 진단했다. 치과 치료를 하면서는 아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아이의 입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특수학급이 있는 일반학교에 진학했는데, 교사나 학생들은 장애 아이들이 없는 존재처럼 조용히 있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근육병을 고치려고 백방으로 뛰었는데, 심지어 뒤늦게 진석이가 발달장애임을 알게 됐다. 진석 엄마만의 어려움이 아니다. “아이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많이 힘들 텐데, 굳세게 잘 기르세요.” 다운증후군 지영이를 키우는 서경주씨는 이런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다운증후군 같습니다. 이런 애는 버려도 데려가는 사람이 없어요. 열세 살까지 살려나.” 은혜가 태어난 지 겨우 이틀째 된 날, 장차현실씨가 의사에게 들은 말이다. 무례하고 잔혹하다. 세상의 인식은 부정적이지만 가족들은 지혜롭다. 180㎝ 키에 얼굴이 하얀 요섭이가 자폐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참 잘생겼는데, 안됐다.”고 한다. “장애가 있다고 못생기고 성격이 모나야 하나.”라고 반문하는 요섭 엄마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사회성이 부족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요섭이 덕에 하루하루가 시트콤처럼 재미있다. 다운증후군 승민이의 형과 누나들은 승민이가 귀엽다면서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 준다. 자신들과 조금 다른 승민이에게서 배려와 양보를 배우며 성장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승민 엄마는 고맙고 든든하다. 온몸으로 희망을 찾는 엄마들의 이야기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안쓰럽게, 또는 유별나게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힘이 있다. 1만 3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생명의 窓]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쟁심/오동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생명의 窓]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쟁심/오동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나라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이 말하는 바는 내가 잘 알고 있는 바로 옆 사람이 잘되면 기분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이 속담 속에 우리나라 사람의 심성을 엿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혹자는 이 속담은 원래 좋은 의미로 사용됐다고 주장한다. 원래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라도 아프다.’라고 했다고 한다. 사촌이 땅을 샀으니 축하는 해야겠는데 가진 것이 없으니 배라도 아파 설사라도 해서 거름을 주겠다는 좋은 의도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 일본은 이 속담을 정반대의 의미로 바꾸어 놓았다. 이웃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심보가 있다는 뜻이 됐다. 우리에게는 이런 놀부 심보가 없는데 일본이 속담의 뜻을 바꾸었고, 그 이후 변질돼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 때문에 바뀐 속담이 아직 쓰이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리를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 이런 심리가 없다면 아무리 일본인들이 속담의 뜻을 바꾸었어도 저절로 없어지거나 원래 뜻으로 사용됐을 것이다. 이런 시기와 질투심이 정말로 우리나라 사람에게 특징적일까. 최근 EBS에서 기능성 자기공명촬영(f-MRI)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한국 주부와 미국 주부에게 어떤 상황에서 기쁨을 느끼는지 카드 게임을 하게 했다. 카드 게임에서 미국 엄마들은 자신이 점수를 땄을 때에만 기쁨을 느끼는 뇌에 보상 시스템(보상중추)이 활성화되는 반응을 보였다. 상대방의 이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반면 한국 엄마들은 자신이 점수를 땄을 때가 아니라, 상대방보다 더 좋은 점수를 냈을 때에만 보상 뇌가 활성화됐다. 우리나라 엄마는 절대적 이익보다 상대적 이익에 기뻐했다. 자기가 잘돼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남보다 잘됐을 때 행복을 느끼는 것이 한국 엄마들이다. 미국 엄마들은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의 절대적인 이득에 만족하는 반응을 보였다. 왜 우리는 미국인과 다르게 남과 비교하면서 일희일비하는가. 자원은 제한돼 있고, 그 자원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 경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좁은 땅덩어리에 빈약한 자원을 갖고, 밀집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만큼 더 경쟁을 벌이게 됐다. 미국 사람도 제한된 것을 갖고 경쟁을 한다. 하지만 미국은 더 넓은 땅을 갖고 있다. 미시간주에서 직장을 못 구하면 플로리다주에 있는 회사에 지원서를 낼 수 있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영국이나 호주로 이민 갈 수도 있다. 이도 저도 안 되면, 한국에 와서 영어 강사라도 할 수가 있다.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보다 덜 경쟁적인 것 같다. 우리나라 사회는 급격히 변해 왔다. 6·25전쟁 이후 폐허가 돼 버린 우리는 미국의 원조가 없이는 살 수가 없었다. 1960년대 후반 초등학생 때 필자도 미국에서 원조받은 옥수수로 만든 빵을 무료로 얻어먹었다. 대부분 아이는 가난했고, 도시락 반찬으로 계란을 싸오면 남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 이후 현재까지 정말로 우리나라는 세계가 놀랄 만큼이나 눈부시게 변했다. 그렇게 변하는 동안에 강남에 살고 있던 가난한 농사꾼이 벤츠를 타고 다니는 졸부가 됐다. 처지가 비슷한 동창생이 아파트를 몇 번 사고팔더니 수십억원대 부자가 돼 있었다.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동안 우리 사회는 심한 변화를 겪었고, 그러는 동안 수준이 비슷했던 주변 사람이 인생 역전되는 것을 보고 배 아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속담의 뜻이 바뀌어 계속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천지가 개벽하는 것 같은 변화 속에서 경쟁에 뒤처지지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한다. 지금 기회를 놓치게 되면 영영 낙오자로 남을 것 같아 불안해진다.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에서 살면서 생긴 조급증 때문에 오늘도 우리는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 롯데마트 ‘감사일기’ 열풍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가난, 성폭행, 그로 인한 출산 등 어린 시절의 불행을 ‘감사일기’를 쓰면서 이겨냈다고 고백해 세인들에게 깊은 깨달음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감사일기가 유행이다. 경기불황의 그림자가 더 짙어지면서 사회 전반에 비판보다는 치유와 위로가 힘이 된다는 ‘힐링’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올 들어 소비침체와 ‘의무휴업’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대형마트 업체에서도 ‘매일 일기를 쓰듯 감사할 거리를 찾아 쓰라.’며 직원들을 위해 ‘감사노트’를 직접 제작해 화제다. 25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감사노트 2500권을 제작, 임직원들에게 배포했다. 휴대하기 간편한 일반 다이어리 크기에 빨강, 초록 등 총 5종의 색깔로 만들어진 감사노트는 한 장당 16줄로 채워져 있다. 표지를 넘기면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 구절이 제일 처음 나온다. 각 장 상단에는 ‘행복한 나를 만드는 습관’이라는 문구가, 하단에는 감사 주제의 한 줄짜리 국내외 격언이 들어 있다. 하루 최소한 10개씩 ‘감사쓰기’를 권하고 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쓰는 법과 예시까지 곁들여져 있다. 감사일기 쓰기는 노병용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노 대표는 해외 출장길에 감사일기와 관련된 서적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책을 읽은 뒤 문자로 가족과 지인들에게 짧은 감사인사를 전했는데, 돌아온 반응이 남달라서 기쁨과 놀람을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 ‘감사의 효능’에 대해 제대로 체험한 그는 얼마 전 월례회의에서 “요즘처럼 힘들 때 원망과 불만보다는 감사가 힘이 된다.”며 다같이 감사일기를 써 보자고 제안했다. 그가 이날 감사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감사노트 첫 장에 담겨 있다. 당초 의무적으로 감사일기 숙제가 주어진 팀장급 이상 임직원에게만 감사노트가 배포됐으나 일반 사원들 사이에서도 뜻밖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원하는 직원들이 많아 감사노트를 추가로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입사동기 은행원 부부 한날한시 지점장 승진

    같은 해 입사한 은행원 부부가 한날한시에 지점장으로 승진해 화제다. 주인공은 김학돈(오른쪽·50) 외환은행 청담역지점장과 최문형(왼쪽·45) 대치역지점장. 1990년 외환은행에 입사한 두 사람은 서울 태평로지점에서 함께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의지가 되는 동료이자 선의의 경쟁자로 지내다 결혼한 두 사람은 25일 외환은행 정기인사에서 나란히 지점장으로 승진하는 기쁨을 누렸다. 최 지점장은 “주변에 부부 지점장은 꽤 많지만 동시에 승진한 사례는 드물다.”면서 “여성 행원이 군 복무 경력을 인정받는 남성 동기보다 보통 승진이 늦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능력을 빨리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지휘를 맡은 청담역과 대치역 지점은 은행의 주요 고객인 강남 고액 자산가들이 밀집한 ‘영업의 최전선’이다. 두 지점의 거리는 불과 3㎞. 부부 지점장의 실적 경쟁이 관전 포인트다. 김 지점장은 서초동 우면동지점, 선릉역지점, 강남구청역지점 등 강남에서만 10년 넘게 경력을 쌓았다. 최 지점장도 압구정중앙지점을 거쳐 본점 영업부의 WM센터, PB영업추진팀에서 11년간 전문 프라이빗뱅커(PB)로 활약했다. 최 지점장은 “대치동지점은 자녀를 유학 보낸 부모들이 많아 외국환 수요가 많은 곳이므로 외환은행의 장점을 살려 고객을 만족시킬 것”이라면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남편보다 일찍 출근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외환은행은 이날 본부장, 부점장을 포함한 일반 행원 1200명에 대해 정기인사를 실시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중국통신] 애인이 낳은 아들, 10년이나 키웠더니…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내용이 현실로 일어났다. 불륜녀에게서 낳아 10년간 애지중지 키워 온 아들이 알고보니 다른 사람의 자식이었던 것. 저장르바오(浙江日報) 최근 보도에 따르면 닝보(寧波)에서 사업을 하던 장(張)씨는 지난 1993년 자신보다 18살 어린 20살의 치(齊)씨와 첫 만남을 가졌다. 당시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장씨는 아리따운 모습의 치씨에게 마음을 뺏겼고,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후 무려 10년 가까이 내연 관계를 유지했던 장씨와 치씨는 2002년 ‘이별’을 결심했지만 치씨의 갑작스런 임신 소식에 헤어짐 역시 쉽지 않았다. 다시 2년이 지난 2004년, 장씨는 치씨와 헤어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본처와의 사이에서 딸만 하나 두었던 장씨는 치씨가 낳은 아들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의 사업을 물려줄 마음을 먹고, 치씨에게 아들을 잘 키워줄 것을 당부하며 집과 BMW를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매년 12만 위안(한화 약 2160만원)을 양육비로 주었다. 아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에는 귀족학교에 보낼 정도로 열과 성을 다했고, 2011년에는 급기야 아들의 양육권을 찾아왔다. 그러나 아들을 얻은 기쁨도 잠시. 아들을 본 주변이들은 “하나도 닮지 않았다.”, “주워온 아들이냐.”며 장씨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친구들의 말에 상처를 받은 장씨는 결국 친자확인 검사를 신청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유전자 불일치, 10년간 왕자처럼 키운 아들이 알고보니 친 아들이 아니었던 것. 장씨는 곧 법원에 양육권 반환과 함께 그간의 양육비, 정신적 피해보상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23일 치씨에게 아들의 양육권을 가져가고, 양육비 10만5000위안과 정신적 피해 보상금 1만 위안을 장씨에게 주라고 판결했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길하고 상서로운 中 고미술품 한자리에

    국립중앙박물관이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길상’(吉祥)을 주제로 하는 테마전을 9월 23일까지 박물관 아시아관 중국실에서 개최한다. 박물관 자체 소장품을 중심으로 전국 공·사립박물관이나 개인이 소장한 관련 유물 100여점을 전시했다. 전시는 먼저 중국 고대미술품에 보이는 길상의 요소들을 점검한다. 신선과 동물을 도안한 한(漢)나라 시대 구리거울인 신수경(神獸鏡)에는 동방과 서방 세계를 관장하면서 길흉화복을 점지하는 최고의 남성 신선과 여성 신선인 동왕부(東王父)와 서왕모(西王母)가 보인다. 상서로움과 권위의 양대 상징물인 용과 봉황의 쓰임을 살핀다. 최고 권력자가 독점하던 두 동물은 나중에 민간에도 널리 퍼져 쓰임이 광범위해졌다. 붉은 색을 주된 색깔로 용 등 각종 문양을 금실로 화려하게 수놓은 청나라 때 혼례복(숙명여대 정영양자수박물관 소장)과 행복(福), 관직(祿), 장수(壽), 기쁨(喜), 재물(財)의 오복(五福)을 기원한 각종 공예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여덟 신선을 통나무 2개로 조각한 팔신선상(八神仙像·티베트박물관 소장)도 나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길섶에서] 하찮은 것의 소중함/구본영 논설위원

    본격적인 피서철인 모양이다. 공항 라운지는 해외 여행을 떠나는 인파로 넘쳐나고 있다. TV 뉴스에서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덩달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돈과 시간이 따라 주지 않는 한 언감생심이다. 희망사항과 현실을 오가며 심란하던 차에 한 지인의 메일을 받고 무릎을 쳤다. 평소 등산을 좋아하는 그가 보낸 ‘평지의 고마움’이란 짧은 글이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오르막을 걷거나, 다리 힘이 툭툭 풀리는 내리막을 걷다 보면 이따금 만나는 평지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는 게 요지다. 그렇다. 꼭 호사스러운 생활만이 행복감을 채워 준다고 할 순 없지 않은가. 때로는 하찮아 보이는 것이 소중한 기쁨을 안겨 주는 법이다. 문득 “행복의 대가는 아주 저렴한데도 우리는 행복의 모조품에 참으로 많은 대가를 지불한다.”는 발로의 명언이 떠오른다. 오는 주말엔 노부모님을 모시고 시골집 근처의 휴양림 개울에서 더위를 식혀야겠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명왕성, 위성이 무려 5개… 태양계 9행성 지위 되찾나

    명왕성, 위성이 무려 5개… 태양계 9행성 지위 되찾나

    태양계에는 몇 개의 행성이 있을까. 이 같은 질문을 받으면 누구나 저절로 머릿속에서 ‘수·금·지·화·목·토·천·해’라는 문구를 떠올리며 세어 보게 마련이다. 현재 태양계의 행성은 모두 8개. 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이 같은 사실이 아직은 어색할 수 있다. 입버릇처럼 ‘해’ 다음에 따라나오던 ‘명’, 곧 명왕성을 애써 지워야하기 때문이다. 태양계의 행성이 9개에서 8개로 줄어든 것은 2006년 8월이었다. 지구와 동등한 자격을 잃고 왜행성(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격하된 명왕성의 현재 공식 명칭은 ‘소행성134340’이다. ●새롭게 조망받는 ‘쫓겨난 행성’ 명왕성이 다시 천문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12일 “허블우주망원경이 명왕성 주위를 돌고 있는 또 하나의 위성을 발견했다.”고 밝히면서다. 달보다 작고, 행성 지위에서 쫓겨난 명왕성이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무려 5개의 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성·금성은 위성조차 없고, 지구는 하나, 화성은 두 개에 불과한데 말이다. 과학전문 뉴사이언티스트는 “명왕성의 다섯 번째 위성은 명왕성의 지위 격하를 둘러싼 논란에 신선한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죽음의 신 ‘플루토’(Pluto)에서 따온 이름만큼이나 명왕성의 운명은 기구했다. 1930년 2월 18일, 23살의 천문대 조수 클라이드 톰보가 미국 애리조나주의 로웰천문대 망원경을 통해 처음으로 명왕성을 발견했다. 명왕성의 발견은 천문학계의 놀라움이자 기쁨이었다. 천문학자들은 명왕성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행성X’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프톨레마이오스가 태양계 별의 족보를 정리한 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하기까지 150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태양계의 별은 태양을 포함해 7개뿐이었다. 천지개벽으로 여겨졌던 지동설조차도 별의 숫자가 아닌 중심축을 지구에서 태양으로 옮기는 데 머물렀다. 그러나 망원경의 발달로 1781년 3월 영국의 윌리엄 허셜이 천왕성을 발견하면서 이 같은 상식이 무참히 깨졌다. 허셜이 천왕성을 발견한 뒤 물리학자들은 뉴턴 물리학을 기반으로 천왕성의 궤도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망원경으로 관찰한 천왕성은 뉴턴의 공식을 완벽하게 따르지 않았다. 프랑스의 위르뱅 르베리에는 천왕성 외부에 또 다른 행성이 있어 천왕성의 궤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위치를 계산해 1846년 베를린 천문대의 요한 갈레에게 보냈다. 편지를 받은 그날 밤 갈레는 르베리에가 지목한 장소에서 정확히 새로운 행성, 해왕성을 찾아냈다. 명왕성의 발견 역시 해왕성의 궤도가 계산대로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시작됐다. 1890년 퍼시벌 로웰은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에 천문대를 세우고 해왕성 이외에 천왕성의 궤도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행성 즉, ‘행성X’를 찾고자 했다. 논점을 이탈하는 얘기지만 천문학자이자 외교관, 실업가였던 로웰은 한국 역사에도 등장한다. 1876년 일본을 찾았다가 조선의 첫 미국 사절단의 통역을 맡았다. 오랫동안 한국을 뜻한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로웰이 조선을 다녀간 뒤 쓴 책의 제목이다. 로웰은 노월(越)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고 있었으며, 고종의 사진을 처음으로 찍어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로웰이 예언하고, 그토록 찾고자 했던 행성은 그가 사망한 지 15년 뒤에야 발견됐다. 톰보가 발견한 행성은 11세 소녀 베네티아 버니의 제안에 따라 미지의 영역인 태양계의 끝에 있다는 의미로 플루토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공교롭게도 첫 두 글자 P와 L는 퍼시벌 로웰의 이니셜이기도 하다. ●뉴호라이즌스호의 2015년이 기대되는 이유 명왕성 발견 당시 아마추어 천문학자에 불과했던 톰보는 일생 동안 혜성 하나와 초은하단 하나, 성단 6개, 소행성 750개를 발견했다. 1992년 NASA는 톰보에게 명왕성을 탐사하기 위한 위성 ‘뉴호라이즌스’호 탐사계획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1997년 세상을 떠난 톰보는 결말을 보지 못했다. 대신 2006년 1월 발사된 뉴호라이즌스호에는 톰보의 유골이 실렸다. 톰보는 2015년 7월 명왕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반세기 넘게 태양계의 막내로 인정받았던 명왕성의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 태양계에서 소행성을 비롯한 미확인 천체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부터다.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의 소행성들이 여럿 등장하자 국제천문연맹(IAU)은 이들을 모두 행성으로 인정할 것인지(당시 발견된 것들을 모두 포함하면 태양계의 위성은 12개로 늘어날 예정이었다), 아니면 명왕성을 행성에서 제외할 것인지에 대한 의논을 시작했다. 논의 끝에 2006년 8월 24일 IAU 총회는 ‘태양 주위를 돌아야 한다.’ ‘충분히 큰 질량을 가져 자체 중력 때문에 둥글어야 한다.’ ‘자신의 공전궤도면에서 가장 지배적이고 강력한 존재여야 한다.’라는 행성의 세 가지 정의를 발표했다. 지름이 지구의 5분의1, 질량이 500분의1에 불과한 명왕성은 앞의 두 조건은 충족하지만 세 번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명왕성의 궤도는 찌그러져 있어 공전 중에 해왕성보다 더 태양에 가까워지기도 하고 자신의 위성인 카론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다. 이 때문에 명왕성은 왜행성으로 격하되면서 행성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말았다. 그해 미국에서는 몰락을 뜻하는 신조어인 ‘그 친구 명왕성 됐어.’(He’s plutoed)라는 문장이 올해의 문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76년간의 믿음, 그것도 과학적 사실이 변하는 것은 그만큼 전 세계에 충격이었다. 명왕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꼬마 행성인 명왕성의 위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하나가 추가되면서 5개로 늘었고, 명왕성이 에리스와 쌍둥이별이라는 주장도 있다. 뉴사이언티스트는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에 가까이 가면 얼마나 많은 위성이 새롭게 밝혀질지 모른다.”면서 “명왕성에 다시 행성이라는 이름을 붙여줄 새로운 근거가 마련되기를 많은 학자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명왕성은 행성일 당시 유일하게 미국에서 발견한 행성으로, 미국 천문학계의 자존심이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메이드 인 차이나’ 이제 옛말 ‘젊은 인력의 땅’ 동남아 뜬다

    필리핀 세부 발람반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는 현장 감독 호세 위니리토 탄퀴스(47)는 5만 8000t급 선박 ‘오션 심포니’의 진수식에서 필리핀 깃발을 올리며 벅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1살 난 아들 존과 함께 땀흘려 밥벌이를 한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배 덕분에 아들은 신발이며 옷이며 사고 싶은 걸 사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탄퀴스와 아들 존에게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안겨준 곳은 필리핀 회사가 아니다. 일본 제2의 선박회사 쓰네이시홀딩스다. 조선소를 최근 필리핀으로 확대한 쓰네이시홀딩스는 제2의 조선소 부지로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을 물망에 올리고 있다.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의 나이가 일본 근로자 평균 연령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게 이유다. 세부에서만 1만 5000명의 근로자를 거느리고 있는 쓰네이시홀딩스는 올해 이 조선소에서 11척의 선박을 진수했다. 세부 지사에 직원 1만 4000명을 둔 미쓰비시전자도 중국의 공장을 세부로 옮기려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이처럼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제조업 엔진들의 일자리가 동남아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기존 제조업 강국들의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역내에서 가장 젊은 동남아의 노동력이 기업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아세안(동남아 국가연합) 10개 회원국의 젊고 값싼 노동력, 높은 경제성장률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전 세계의 공장, 일자리, 투자 등이 동남아로 몰려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세안 국가들의 통화가치 향상과 소비 및 자산 붐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동남아로 일자리가 이동하는 현상이 “인구배당 효과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구배당 효과는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많아지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일본 3대 무역상사 가운데 하나인 이토추상사의 마루야마 요시마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일본은 이미 인구배당 효과가 끝났고 중국도 곧 이 효과가 그칠 것”이라면서 “하지만 아세안 지역은 현재 인구배당 효과가 진행되고 있으며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월 메릴린치 보고서에 따르면 필리핀의 2020년 노동인구는 2010년보다 1800만명, 31% 늘어나 7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는 19% 늘어난 2200만명, 인도네시아는 1800만명 늘어난 1억 8000만명까지 노동력이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중국은 2020년 9700만명으로 정점을 찍으면서 노동자 수가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노동인구의 중간값 연령이 37.8세로 2010년보다 세 살 많아지기 때문이다. 2020년 일본과 한국 노동인구의 중간값 연령은 각각 48.5세, 43.4세로, 필리핀의 23.9세, 말레이시아의 28.4세와 비교하면 최대 2배에 이른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주말 영화]

    ●조용한 가족(EBS 일요일 밤 11시)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적한 곳에서 장사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가족. 막내딸 미나를 대표로 아버지, 어머니, 삼촌 등 여섯 식구가 함께 산장을 운영하게 된다. 그렇게 산장 문을 연 지 2주가 지나도록 손님이 오지 않자 가족들의 신경은 극도로 날카로워진다. 미나는 밤이면 집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와 산장 주변에서 만난 이상한 노파의 불길한 이야기에 심란해하지만 가족들 그 누구도 그녀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고 드디어 산장에 첫 손님이 찾아오지만 다음 날 손님은 시체로 발견되고, 경악한 가족들은 장사에 지장을 줄까 봐 몰래 시체를 암매장한다. 첫 투숙객의 죽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교롭게도 산장에 투숙했던 남녀 한 쌍이 동반자살을 한다. 가족들은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로 시체를 또다시 암매장 장소로 옮긴다. 그러던 중 음독을 했던 남자가 깨어나 가족들의 매장 광경을 보게 되고, 이들은 하는 수 없이 남자를 죽이게 된다. ●오래된 인력거(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기쁨의 도시라 불리는 인도 최대의 도시 콜카타. 하지만 그 이면에는 400만 명이 넘는 절대 극빈자가 지독한 가난과 싸우며 살아 간다. 한편 이곳에는 맨손과 맨발로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인력거꾼 샬림이 살고 있다. 아내의 병원비, 가족의 생활비를 벌면서 틈틈이 돈을 모으고 있는 샬림의 꿈은 하루 빨리 가족과 함께 살 집을 장만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모든 것은 신의 뜻이라는 ‘인샬라’를 마음에 새기며 매일같이 지열 70℃의 뜨거운 아스팔트와 세차게 몰아치는 빗줄기를 뚫고 꿈을 향해 맨발로 거리를 나선다. 그러나 아내의 병은 차도가 보이질 않고, 설상가상으로 학업을 그만두고 돈을 벌기 위해 뭄바이로 떠났던 큰 아들이 신종플루에 걸렸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엣지 오브 다크니스(OBS 일요일 밤 11시 25분) 보스턴 경찰서의 베테랑 형사이자 법과 규정을 지키는 지극히 평범한 경찰 크레이븐. 오랜만에 자신의 집에 찾아온 딸 엠마와 오붓한 저녁을 즐기려던 순간 바로 눈앞에서 의문의 괴한에게 딸이 무참히 살해당한다. 언론과 동료들 모두 경찰인 그가 표적이었다고 파악한 후 수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크레이븐은 딸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품고 단독 수사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딸이 노스무어라는 국가기밀연구소에서 근무했다는 사실과 그 조직이 국가와 비밀리에 계약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낸다. 그들의 표적은 처음부터 자신이 아니라 딸이었음을 알게 된 크레이븐. 그렇게 국가와 연결된 거대한 음모에 가까워질수록 그를 향한 검은 위협은 계속되고, 딸의 억울한 죽음을 되갚기 위한 한 아버지의 생애 마지막 반격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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