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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턴 책 400곳 수정 요구… 트럼프 “그는 또라이”

    볼턴 책 400곳 수정 요구… 트럼프 “그는 또라이”

    트럼프 행정부가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의 400곳 이상의 수정과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볼턴은 재임 기간 겪은 각종 외교·안보 현안에 관한 일을 책으로 썼고, 백악관은 국가기밀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기각된 상황이다. 법원은 볼턴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그가 기밀을 공개함으로써 국가안보를 위험에 처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17쪽짜리 서류를 보면 백악관은 570쪽에 달하는 볼턴의 책 내용 중 415곳가량의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책에는 한국과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룬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백악관은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사안을 다룬 두 개의 장에서만 110개가 넘는 수정, 삭제 의견을 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도 문장 자체의 삭제를 요구하는가 하면 ‘내 의견으로는’, ‘알게 됐다’라는 식의 표현을 추가하라고 주문했다. 일례로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미국의 근본적 국가이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적은 부분에는 ‘내 추측에는’이라는 말을 추가하라고 요구했고,책에는 ‘내 관점에서는’이라는 표현이 더해졌다. “한국의 어젠다가 우리(미국)의 어젠다는 아니다”라는 부분은 ‘항상’이라는 단어를 추가하라는 백악관 요구를 수용해 “한국의 어젠다가 항상 우리의 어젠다는 아니다”라고 수정됐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와 다른 어젠다를 갖고 있다”는 문장 뒤에는 “어느 정부도 자기 국익을 우선시하는 것처럼”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도록 했다. 북한을 의식한 듯한 주문도 있다. 볼턴이 애초 “북한이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표현한 부분은 백악관 요구를 받아들여 “북한이 핵심 정보를 숨기고 있다”로 바뀌었다. 트럼프, 볼턴 회고록 출간 전날 또 비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나는 존 볼턴에게 기회를 줬다”며 볼턴을 겨냥, “그는 또라이(wacko)로 여겨졌고 호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상원의 인준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항상 다른 관점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대단히 무능하고 거짓말쟁이로 판명됐다. 판사의 의견을 보라. 기밀 정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에도 트윗에서 볼턴에 대해 ‘괴짜, 바보, 전쟁광, 무능력’ 등의 표현을 써가며 책은 거짓말로 꾸며졌다고 비난했었다. 또 그는 지난 1월엔 볼턴을 ‘유엔 대사 인준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이라며 상원 인준이 필요 없는 자리를 볼턴이 구걸했고 많은 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자리를 줬다고 공격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백악관 볼턴 책 415곳 수정 요구해 일부 반영, 한반도 관련 110곳 넘어

    백악관 볼턴 책 415곳 수정 요구해 일부 반영, 한반도 관련 110곳 넘어

    미국 백악관이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출간에 앞서 한반도 관련 내용을 포함해 400곳 이상의 수정과 삭제를 요구해 이미 적지 않은 부분이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합뉴스가 23일 보도했다. 볼턴은 재임 기간 경험한 외교·안보 현안에 관한 일을 이날(현지시간) 출간되는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백악관 회고록’에 썼고, 백악관은 국가기밀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그런데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17쪽짜리 서류를 보면 백악관은 570쪽에 달하는 볼턴의 책 내용 가운데 415곳가량의 수정과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그의 회고록에는 한국과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룬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백악관은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사안을 다룬 두 개의 장에서만 110개가 넘는 수정과 삭제 의견을 냈다. 볼턴의 책에는 남북, 한미, 북미 정상 간 논의 내용과 고위급 인사들의 대화가 담겨 있는데, 진위를 떠나 책에 담는 것 자체가 외교 협상의 신의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장 볼턴의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도 한미 균열과 북미관계 악화를 우려한 듯 아예 문장 자체의 삭제를 요구하는가 하면, 단정적인 표현의 문장에는 ‘내 의견으로는’, ‘알게 됐다’라는 식의 표현을 추가하라고 주문했다. 마치 볼턴의 주장이 미국의 입장인 양 비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미국의 근본적 국가이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적은 부분에는 ‘내 추측에는’이란 말을 추가하라고 요구했고, 책에는 ‘내 관점에서는’이라는 표현이 더해졌다. “한국의 어젠다가 우리(미국)의 어젠다는 아니다”라는 부분은 ‘항상’이라는 단어를 추가하라는 백악관 요구를 수용해 “한국의 어젠다가 항상 우리의 어젠다는 아니다”라고 수정됐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와 다른 어젠다를 갖고 있다”는 문장 뒤에는 “어느 정부도 자기 국익을 우선시하는 것처럼”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도록 했다. 북한을 의식한 듯한 주문도 있다. 볼턴이 애초 “북한이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표현한 부분은 백악관 요구를 받아들여 “북한이 핵심 정보를 숨기고 있다”로 바뀌었다. 또 볼턴이 포렌식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규모와 범위에 관한 중요한 결과를 추론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백악관은 이런 일이 북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표현을 넣으라고 주문했다. 일부 문장의 ‘~할 것’(would)이라는 단어를 ‘~할 수 있을 것’(could)으로 바꾸라고 하는 등 미묘한 뉘앙스까지 신경 쓴 흔적도 보였다. 그렇다고 볼턴이 백악관 주장을 다 수용한 것은 아니다. 한 예로 그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도 국내 사정이 어려워지면 일본을 이슈화한다고 적었는데, 백악관은 문 대통령을 한국인으로 바꾸라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북한의 한미 균열 획책을 피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표현된 문장은 백악관이 ‘문 대통령과 더 큰 조율 없이는 어떤 합의도 일어날 수 없다’로 변경해 북한을 자극하지 말 것을 주문했지만 볼턴은 백악관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미 법무부는 볼턴이 기밀 누설 금지와 관련한 고용 계약을 위반했고 기밀정보 삭제 등 회고록 출간에 필요한 절차를 마치지 못했다며 출판 금지 명령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지난 20일 출간을 막기에 너무 늦었다며 이를 기각했다. 그리고 정식 출간을 앞두고 이미 온라인에는 PDF 파일이 돌아다니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기밀 각색한 볼턴의 외교결례… 살얼음판 남북미에 돌 던졌다

    기밀 각색한 볼턴의 외교결례… 살얼음판 남북미에 돌 던졌다

    2018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부터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회동까지의 뒷얘기를 다룬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는 권력에서 축출된 ‘네오콘’의 민낯이 드러난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경색되고 있는 북미·남북 관계를 수렁에 빠뜨릴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회고록 자체가 리비아모델(선 비핵화 후 보상)을 유일한 대북 해법으로 여기는 네오콘 출신 ‘슈퍼매파’ 볼턴의 관점으로 각색됐다. 정상외교 이면을 공개하는 것은 외교 기본에 어긋나며 살얼음판을 걷는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능을 드러내고자 ‘배설’하듯 쏟아냈다. 애초 한반도의 운명 따윈 관심 밖이었으며 ‘불량국가’를 무너뜨리는 데 골몰했던 그가 안보기밀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볼턴이 백악관에 머문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는 남북미 정상의 톱다운 외교에 힘입어 한반도 운명의 대전환기였다. 그는 북미 정상외교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협상의 본질적 내용보다는 언론의 주목을 끄는 데 있었으며, 대북 외교는 완전한 실패라고 규정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등 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거짓말쟁이’라고 부르고 “더 많은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 “신뢰 구축은 허튼소리”라고 맹비난한 점 등은 북측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미측이 협상 신의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북측이 ‘어느 쪽이 정상국가인가’라며 반발하더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한미 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했다. 비핵화 협상 동력을 살리고자 부심했던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시종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본다. 볼턴이 북미 외교를 “한국의 창조물”,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이 관련된 것”이라고 묘사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뒷받침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볼턴은 판문점 회동 당시 북미 모두 문 대통령의 참여를 원하지 않았고, 특히 미국은 동행 제안을 3차례나 거절했음에도 문 대통령이 매달렸다는 식으로 묘사했다. 청와대가 22일 볼턴 회고록을 이례적으로 맹비난한 것은 가뜩이나 남북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정상 외교의 내밀한 뒷얘기가, 자의적으로 왜곡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방관한다면 볼턴의 주장이 사실처럼 간주될 우려가 있고, 남북·북미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담겨 있다. 북한의 개성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9·19 군사합의 무력화에도 대화를 포기할 뜻이 없는 청와대로선 북한과의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 ‘불순물’이 가득한 주장을 정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대응은 백악관과도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책은 거짓말과 지어낸 이야기의 모음”이라고 비난했다. 볼턴이 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에 대해 “조현병 같은 생각”(schizophrenic idea)이라고 원색적으로 폄훼한 것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볼턴) 본인이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응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판문점 남북미 회동 당시 볼턴이 몽골에 갔던 점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때 볼턴의 역할이 뭐였는지 말씀드리지 않아도 쉽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볼턴은 판문점 회동 두 달여 뒤 경질됐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볼턴 “한반도 문제로 사임…백악관 갈 땐 트럼프 믿어”

    볼턴 “한반도 문제로 사임…백악관 갈 땐 트럼프 믿어”

    NPR인터뷰서 “한반도 문제가 사임 이유”이란보다 한반도에 더 불만 컸다는 의미 애초에 백악관 왜 들어갔냐는 질문에는“어쩌면 너무 낙관적이었는지 모르겠다”“트럼프 결정하고 번복하고 다시 번복”“전략·목표 없는 결정 과정에 좌절했다”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관련 미국공영라디오(NPR)와의 22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한반도 문제가 나의 사임에 가장 큰 이유였다”고 밝혔다. 2018년 4월에 백악관에 들어가 이듬해 9월에 경질될 당시 이란 제재를 완화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빚은 게 이유로 알려졌지만, 스스로 한반도 문제에 더 불만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부시 행정부 때 대북 선제 타격론을 주장했던 볼턴은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와 달리 남북미는 탑다운식으로 각종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과정을 진전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볼턴은 이날 인터뷰에서 왜 한반도 문제로 좌절을 느꼈을 때 즉시 사임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대통령과 뜻이 다르다고 사임한다면 백악관에서 24시간도 버틸 수 없다”고 해명했다. 북미 관계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에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몇 주간 보았던 것처럼 남북연락사무실 건물(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 폭파됐고, 북한과의 2년간의 모든 노력은 외교적 실패로 끝났다고 말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그것은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계속 추구할 수 있는 시간을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외 애초에 백악관에 입성할 때 트럼프 행정부의 문제를 알고 있지 않았겠냐는 취지의 질문에 “민간인 트럼프와 만났을 때 정상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 실행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너무 낙관적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결정을 내리고 번복한 다음 또 매우 빠른 속도로 다시 번복했다. 궁극적인 목적과 전략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결정 과정이었다”라며 “매우 좌절스러웠다”고 회고했다. 실제 그는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다룬 챕터의 제목으로 ‘싱가포르 슬링’이라는 칵테일 이름을 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전략 없이 홍보용 행사로 여기고 칵테일 한잔하듯 가볍게 왔다 갔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한편 백악관 측이 배포를 막으려 소송을 불사하는 가운데 볼턴의 회고록이 소위 해적판으로 온라인에 무료로 풀리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적 기밀이 포함됐다고 주장해온 볼턴 회고록의 PDF파일이 인터넷에 올라왔는데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저작권 침해에 대한 명백한 불법 사례를 제거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는 출판사 관계자의 말도 전했다. 실제 이 파일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등 주요국에 퍼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배설’하듯 쏟아낸 볼턴…한반도로 장난치는 ‘네오콘 민낯’ 드러내다

    ‘배설’하듯 쏟아낸 볼턴…한반도로 장난치는 ‘네오콘 민낯’ 드러내다

    靑, ‘文폄훼’ 및 남북·북미관계 악영향 우려 맞대응 볼턴 ‘조현병’ 언급에 “본인, 그런 것 아닌가” 응수 2018년 6월 1차 북미정상회담부터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회동까지의 뒷얘기를 다룬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는 권력에서 축출된 ‘네오콘’의 민낯이 드러난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경색되고 있는 북미·남북관계를 수렁에 빠뜨릴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회고록 자체가 리비아모델(선 비핵화 후 보상)을 유일한 대북 해법으로 여기는 네오콘 출신 ‘슈퍼매파’ 볼턴의 관점으로 각색됐다. 정상외교 이면을 공개하는 것은 외교 기본에 어긋나며 살얼음판을 걷는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능을 드러내고자 ‘배설’하듯 쏟아냈다. 애초 한반도의 운명 따윈 관심 밖이었으며 ‘불량국가’를 무너뜨리는데 골몰했던 그가 안보기밀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볼턴이 백악관에 머문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는 남북미 정상의 톱다운 외교에 힘입어 한반도 운명의 대전환기였다. 그는 북미 정상외교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협상의 본질적 내용보다는 언론의 주목을 끄는데 있었으며, 대북 외교는 완전한 실패라고 규정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등 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거짓말쟁이’로 부르고 “더 많은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 “신뢰 구축은 허튼소리”라고 맹비난한 점 등은 북측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미측이 협상 신의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북측이 ‘어느 쪽이 정상국가인가’라고 반발하더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한미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했다. 비핵화 협상 동력을 살리고자 부심했던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시종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본다. 볼턴이 북미 외교를 “한국의 창조물”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이 관련 된 것”이라고 묘사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뒷받침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볼턴은 판문점 회동 당시 북미 모두 문 대통령의 참여를 원하지 않았고, 특히 미국은 동행 제안을 3차례나 거절했음에도 문 대통령이 매달렸다는 식으로 묘사했다. 청와대가 22일 볼턴 회고록을 이례적으로 맹비난한 것은 가뜩이나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정상 외교의 내밀한 뒷얘기가, 자의적으로 왜곡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방관한다면 볼턴의 주장이 사실처럼 간주될 우려가 있고, 남북·북미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담겨 있다. 북한의 개성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9·19 군사합의 무력화에도 대화를 포기할 뜻이 없는 청와대로선 북한과의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 ‘불순물’이 가득한 주장을 정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대응은 백악관과도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책은 거짓말과 지어낸 이야기의 모음”이라고 비난했다. 볼턴이 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에 대해 “조현병 같은 생각”(schizophrenic idea) 이라고 원색적으로 폄훼한 것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볼턴) 본인이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강도높게 응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판문점 남북미회동 당시 볼턴이 몽골에 갔던 점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때 볼턴의 역할이 뭐였는지 말씀드리지 않아도 쉽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볼턴은 판문점 회동 두달여 뒤 경질됐다. 그는 또한 “한국이나 미국뿐 아니라 대통령의 참모는 비밀준수 의무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더욱이 볼턴은 일종의 허위사실을 (회고록으로 펴냈으니) 미국 쪽이 판단해서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볼턴 “트럼프, 세기를 통틀어 부적격한 대통령” 낙선운동 선언

    볼턴 “트럼프, 세기를 통틀어 부적격한 대통령” 낙선운동 선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곧 출간을 앞둔 회고록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둘러싼 비화를 폭로한 데 이어 올해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에 대해 사실상의 낙선 운동에 나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한 세기를 통틀어 가장 부적격한 대통령으로 규정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지원하고 싶은 공화당의 대의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국가 이익과 자신의 이익 구별 못해” 로널드 레이건 정부 때부터 공화당 정권에서 잇따라 고위직을 맡아 온 볼턴 전 보좌관이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에 대해 이같이 결심한 것은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크기 때문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설명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도 최근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철학적 기반이나 전략이 없다”며 “그는 미국의 국가 이익과 자신의 이익 간 차이를 모른다”고 비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개인적 지식이 매우 적었고, 배우는 데에도 관심이 없었다”면서 “지난 100년간 이런 식으로 접근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정부가 마치 소규모 가족회사인 것처럼 행동하는데, 국가는 그렇게 운영되기엔 사안들이 너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이는 일관적인 주제나 전략이 없다는 의미”라면서 “어느 날 내린 결정이 다음 날 쉽게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물론 바이든에게도 투표 안 해” 텔래그래프는 볼턴 전 보좌관 인터뷰와 함께 그가 이번 대선에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지만, 볼턴 측은 이를 부인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같은 날 미국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도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볼턴 전 보좌관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텔레그래프 보도가 틀렸다며 “볼턴 전 보좌관이 보수적 공화당원의 이름을 적어 넣겠다고 최근 며칠간 일관되게 말했다”며 “트럼프도 바이든도 안 찍는다는 점을 확실히 하자”고 설명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정책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과 관련해 장기적 전략이 없다”며 “대북 협상은 북한이 남한과 함께 지은 건물(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을 폭파하고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속할 정도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은 지난 3년간 억제된 적이 없다”면서 “바로 이런 사안에서 트럼프의 무능이 더욱 명확해진다”고 비난했다. “다른 나라 지도자와의 개인적 친분을 외교적 성공으로 인식”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의 개인적 친분을 곧 외교적 성공과 같은 것으로 인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미국이 중국과 좋은 관계에 있다고 봤으며,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와 관계가 좋지 않으면 영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고 믿었다”고 밝혔다. 이어 “시진핑 같은 지도자는 자신이 국익을 대표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나는 트럼프가 그럴 거라곤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회고록 출간 이유 “미국 국민이 진실 알아야” 볼턴 전 보좌관은 오는 23일 출간될 예정인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집필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고위직에 있다면 진실을 말할 의무가 있다”며 “정부에서 17개월을 보낸 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필요한 능력이 없다는 점이 우려됐고, 미국인들이 이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자신의 회고록을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의 역사’라고 규정하며 현 정부의 핵심 외교 정책 및 국내 사안에 관한 사실들을 그대로 전달해 국민이 스스로 결정하길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백악관이 볼턴의 회고록에 대해 “국가 기밀을 포함하고 있다”며 출간 저지를 시도한 데 대해 볼턴 전 보좌관은 ABC 인터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부가 회고록을 읽는 것보다 자국민이 회고록을 읽는 것을 우려한다”며 “미국 국민이 진실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이 미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치적 결정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속사정을 지금 밝히는 게 적기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볼턴 회고록, 해적판 PDF 파일로 출간 전에 인터넷에 풀려

    볼턴 회고록, 해적판 PDF 파일로 출간 전에 인터넷에 풀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둘러싼 비화를 폭로해 논란이 되고 있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출간을 앞둔 지난 주말 해적판으로 인터넷에 풀린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출간될 예정인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PDF 파일이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됐다고 21일 보도했다. 회고록 출판사인 ‘사이먼 앤 슈스터’는 이날 “저작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인 해적판 유포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일반에 공개되면 논란이 될 법한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숨겨진 이야기를 폭로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을 비판적 시각으로 서술했다.이 책은 지난 17일 사전 예약 판매를 통해 미국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특히 대북 정책에 있어 초강경론자로 분류되는 볼턴 전 보좌관의 시점에서 북미정상회담 등을 둘러싼 온갖 비화가 실리면서 볼턴의 회고록은 한국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볼턴의 회고록이 국가기밀을 누설했고 출판에 앞서 예비 검토 과정을 마치지 않았다며 미국 법무부가 출판금지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역사 속 시인 윤동주·송창근 목사…그의 집요한 고증, 진실 복원하다

    역사 속 시인 윤동주·송창근 목사…그의 집요한 고증, 진실 복원하다

    초여름 햇살 따가운 금요일 낮에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송우혜 선생을 만났다. 그동안 여러 번 뵈었지만 선생은 그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내 기억 속에 추가해 주신다. 그때그때 휴대전화의 녹음 기능을 쓰게 된 것이 벌써 상당량이 된다. 송우혜 선생은 말할 것도 없이 저 ‘윤동주 평전’의 눈부심을 완성한 저자로 가장 유명하다. ‘윤동주 평전’은 윤동주가 살아 냈던 북간도의 역사와 상황을 사실적으로 복원하고, 당시의 극비 취조문서나 판결문 같은 자료를 섭렵하고 추적해 짧았지만 파란만장했던 윤동주의 삶을 구성해 낸 한국 평전문학의 정점으로 남았다. 정작 선생은 이 책의 가장 빛나는 성과를 무엇이라 생각하실까 한번 여쭈었다.●진실을 바로잡는 귀한 순간들 “북간도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복원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평전을 쓰면서 발견하게 된 가장 귀한 것은 북간도 혹은 명동촌의 실상에 있다는 말씀이었다. 특별히 윤동주의 4학년 때 담임교사였던 한준명 목사의 말씀을 들으면서 소스라쳤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게 다가온다고 한다. “목사님 말씀 가운데 명동학교에서도 일본어를 가르쳤고 은진중학에서도 일본어 교과서를 가지고 동시통역하듯이 우리말로 읽으면서 수업했다는 것을 듣고 많이 놀랐어요.” 또한 선생은 명동 사람들이 기독교를 받아들인 것도 신앙적 차원보다는 기독교 세계가 제국처럼 자신들을 보호해 준다는 걸 기대한 현실적, 정치적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떠올린다. 아닌 게 아니라 평전 앞부분에 다룬 윤동주 출생 과정은 명동과 용정을 포함한 북간도의 역사이자 일제강점기 이산(離散)의 역사로도 모자람이 없다. 어쩌면 송우혜 선생은 정직한 역사 기록을 통해 그분들의 신산했던 삶이 역사 한복판으로 살아 나오는 순간을 부조(浮彫)한 것인지도 모른다.“아무도 이러한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때였어요. 그때 진실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진실이 왜곡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신앙과 민족이라는 키워드로 신성화됐던 북간도 역사를 사람살이의 현장으로 재현해 낸 이 장면은 선생을 뛰어난 사학자로 세우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윤동주 생애에 송몽규가 빠지면 안 된다는 점을 알아낸 것이다. 송몽규라는 존재를 알려 윤동주의 생애를 입체적으로 구성해 낸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귀한 성과라고 선생은 강조했다. 아닌 게 아니라 선생은 평전 서문에서 “나의 아버지 송두규 목사님의 삼종형인 송몽규 어른이 윤동주 시인의 동갑내기 고종사촌 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점이 더욱 집필의 동력이 됐다고 고백한 바 있는데, ‘송몽규 이야기’야말로 다른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 선생만의 창의적 궤적인 셈이다. 윤동주와 송몽규라는 형제요, 친구요, 운명적 동지에 대한 고증과 각인은 선생의 노고가 없었다면 이 땅에 그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을 것이다. 더불어 시집 초판의 서문과 발문을 쓴 정지용과 강처중, 육필 시집 원본을 보관했다가 세상에 알린 정병욱 그리고 윤일주, 윤혜원, 윤영춘 등 가족들, 김정우, 문익환 등 북간도 친우들의 기억 속에서 윤동주는 선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간 모습으로 충일하게 번져 온다. 이분들의 기억과 증언이 없었다면 아마도 우리가 아는 윤동주는 몇 편의 텍스트 안에 옹색하게 갇혀 버렸을 것이다. 송우혜 선생의 걸작 ‘윤동주 평전’ 초간본은 1988년에 열음사에서 나왔고, 1차 개정판은 1998년에 세계사에서, 2차 개정판은 2004년에 푸른역사에서 나왔다. 그리고 현재는 서정시학에서 출간되고 있다. 이렇게 여러 번 판을 거듭할 때마다 선생은 매우 중요한 자료들을 공개하고 그에 대한 예리하고도 전문가적인 해석을 덧대 갔다. 특별히 소설가로서의 정확하고 에두름 없는 문장은 이러한 성과를 대중에게 선명하게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야말로 수많은 인터뷰를 하고 발로 뛰면서 귀납한 자료들을 적정한 곳에 배치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거쳐 윤동주와 송몽규의 연대기를 차근차근 구축해 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선생의 섭렵과 고증의 결실을 후학들이 전거를 전혀 달지 않고 인용하거나 심지어 자신이 알아낸 것처럼 쓰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 같다. 객관적 사실이나 정보는 공유돼야 마땅하겠지만, 선생이 직접 인터뷰하고 찾아낸 사실만은 반드시 그 출처를 밝혀야 할 것이다.●정확성과 집념,뛰어난 문재의 ‘큰 문학가’ 송우혜 선생이 쓴 평전이 또 하나 있다. 선생은 1947년 송두규 목사의 차녀로 출생했다. “송창근 목사님은 아버지의 오촌 당숙이셨지요. 제 이름도 지어 주셨어요. 이분의 생애와 활동이 개신교 역사는 물론 한국 근대사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생전에 강원용 목사가 들려주신 말씀 하나를 옮겼다. “평양역 생기고 군중이 가장 붐볐을 때가 두 번 있었는데, 도산 안창호 선생이 감옥에서 나와 평양에 왔을 때 환영 인파가 어마어마했고, 송창근 목사가 평양을 떠날 때 또 한 번 그러했다는 거예요. 오랫동안 그게 전설처럼 전해졌다고 하세요. 교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다 온 거지요.” 이 책은 개신교 지도자로서 송창근 목사의 생애를 그려 가면서, 한신대학교 설립자를 송창근 목사로 바로잡는 데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기록하는 이의 정확성과 집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알려 준 셈이다.선생은 어렸을 때부터 문재(文才)가 남달랐다고 한다. 1951년 1·4후퇴 때 얘기다. 당시 목사와 장로들이 거제도로 피신하면서 바다를 처음 봤다. “잔잔한 바다를 보고는 어린 제가 ‘바다 위에서 물이 살금살금 기어가’ 그랬대요. 그러니까 배에 함께 탄 교인 한 분이 이 아기는 자라서 큰 문학가가 될 거라고 하셨대요. 자랄 때 그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정말 그 아기는 바다 위를 살금살금 기어가는 물의 흐름으로 군살 없는 문장을 쓰는 ‘큰 문학가’가 됐다. 이후 꾸준히 자신만의 서사를 온축해 온 그 아이는 전문적 고증과 작가적 상상력을 결합해 굵직한 작품을 쓰는 소설가가 됐다. 1980년 등단이니 올해 40주년을 맞는 소회가 있을 듯하다. “그간 쓴 작품 가운데 장편 ‘하얀 새’는 정말 마음먹고 쓴 거예요. 역사물이라기보다는 환향녀를 주인공으로 해 권력과 전통과 인간 내면의 모습을 쓴 작품이지요. 그때 독자들이 한번 손에 들면 놓을 수가 없다고 했어요.” 병자호란 때 나라로부터 보호받지 못해 적진으로 끌려가 온갖 수모를 당한 여인들은 살아 돌아왔지만 다시 모진 세월을 살아야 했다. 더럽혀졌다는 남성 권력의 손가락질을 견디며 살아온 여인들의 삶을 두고 여성주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평론가도 있었다. 이처럼 ‘하얀 새’는 홍제천에 몸을 씻어야 입성이 가능했던 여인들의 삶을 충격적으로 전해 주면서, 국가권력이 전란 후 체제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여인들을 속박한 역사를 담았다. “병자호란 이전인 정묘호란 때부터 벌써 이러한 논리를 편 여성들이 사료에 남아 있어요. 사료를 철저히 읽고 나서 사실에 근거한 소설을 썼습니다.” 이처럼 선생은 집요한 고증의 노력과 문학적 감수성을 결속해 읽는 이들로 하여금 작품에 빨려들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불끈 주먹을 쥐었다가 쓰라린 마음에 눈물을 훔치게끔 하기도 한다. 그동안 선생의 브랜드는 이순신, 전봉준, 홍범도, 윤동주 같은 남자들로 알려졌지만, ‘하얀 새’에 그려진 여성들의 삶이 대칭적인 데칼코마니를 이뤄 줄 것이다.●행복 체험으로서의 역사와 문학 “저는 목사의 딸로 태어났어요. 출생 따라 생의 틀이 결정됐지요. 어릴 때부터 성경 인물 이야기를 듣고 자라면서 인간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힘을 키웠다고나 할까요? 신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가치관이 세상살이에 초연한 기질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선생은 세속적 성공이나 인기에 집착하지 않고, 인간과 역사에 대한 정확하고 철저한 이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그 결과로 ‘윤동주 평전’을 내놓았고, 이순신에 관한 중요한 연구 결과들을 발표했으며, 그녀만의 문장을 오롯이 담은 소설들을 썼다. 1994년에 선생은 한 일간지로부터 동학 관련 소설을 부탁받고는 직접 연구해 쓰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일본 정부 기밀문서인 정보 보고서들, 현지 조선인의 체험 기록 등 당대 사료들 안에 동학의 실상이 눈부시도록 생생하게 살아 있었어요. 그 사료들을 통해 전봉준이라는 영웅의 위대함을 발견하고 깊이 전율했습니다. 그리고 행복했어요.” 선생의 연재물은 동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전봉준 평전’을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선생은 이때의 행복 체험을 떠올리면서 누구도 넘보지 못할 결과를 내놓을 것이다. 한다면 하는 분이니. 역사를 가로지르며 진실을 복원해 가는 송우혜 선생이 필생의 업적으로 남길 이순신, 전봉준 작업을 마음 깊이 응원해 마지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볼턴, 회고록 폭탄 맞을 거야”

    “볼턴, 회고록 폭탄 맞을 거야”

    “안보 위협… 수익 몰수·처벌 가능성” 트럼프 “큰 대가 치를 것” 위협 트윗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법원의 판단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회고록 출간금지 압박을 일단 막아냈다. 그러나 법원은 그의 출간이 심각한 국가안보상의 우려를 제기한다고 지적해 기밀누설에 따른 수익 몰수와 함께 형사처벌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로이스 램버스 판사는 20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출간을 금지해 달라는 법무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램버스 판사는 23일 출간을 앞두고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회고록 수십만부가 퍼졌고, 언론사도 입수해 피해는 이미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시대에 이미 주요 언론사가 회고록의 핵심 내용을 보도한 상황에서 기밀누설로 인한 피해를 막아 달라며 법무부가 낸 출간금지 명령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법원은 정치적 회고록의 전국적 몰수와 폐기를 명령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고록 출간을 둘러싼 법정 공방 1라운드에서는 볼턴이 승리했지만, 판사는 그의 회고록이 ‘정치적’이라고 단정했다. 램버스 판사는 볼턴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가지고 도박을 했으며, 국가를 위해에 노출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기밀이 책에 포함돼 있다면 회고록 출간에 따른 수익 몰수와 형사 처벌에 직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램버스 판사가 “볼턴이 잘못했다”고 결론지은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판결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볼턴은 치러야 할 큰 대가가 있는데도 법을 어겼다”면서 “그는 사람들한테 폭탄을 떨어뜨려 죽이는 걸 좋아한다. 이제 그에게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볼턴 회고록 출간 막지 못한다” 법원 판결에 트럼프가 올린 트윗

    “볼턴 회고록 출간 막지 못한다” 법원 판결에 트럼프가 올린 트윗

    “그는 사람들한테 폭탄을 떨어뜨려 죽이는 걸 좋아한다. 이제 그에게 폭탄이 떨어질 것이다.” 미국 법원이 20일(이하 현지시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출간을 막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제동을 걸었지만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어 수익 환수와 형사처벌 가능성을 인정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날린 트윗이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로이스 램버스 판사는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출간에 금지 명령을 내려달라는 법무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램버스 판사는 10쪽에 이르는 판결 이유 설명서를 통해 23일 출간 예정일을 앞두고 미국 전역을 비롯해 전 세계에 회고록 수십만부가 퍼졌고 언론사에도 다수 입수돼 피해는 이미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주요 언론사가 회고록의 핵심 내용을 보도한 상황에 기밀 누설로 인한 피해를 막아 달라며 법무부가 낸 금지 명령의 실익이 없으므로 “법원은 (회고록의) 전국적 몰수와 폐기를 명령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정 공방 1라운드에서는 볼턴 전 보좌관이 승리한 셈이다. 그러나 램버스 판사는 법무부 측의 주장을 토대로 회고록을 살펴본 결과 볼턴 전 보좌관이 누설 금지 의무를 위반해 기밀을 공개함으로써 국가안보를 위험에 처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백악관의 공식 승인을 받기 전에 출간을 강행하는 볼턴 전 보좌관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 출간에 따른 수익 몰수와 형사처벌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가 요청한 금지 명령에 대해선 볼턴 전 보좌관의 손을 들어주지만 앞으로 진행될 법정 공방에서 볼턴 전 보좌관이 불리할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16일 회고록 출간을 미뤄달라는 민사소송을 냈고 다음날 주요 언론에 회고록의 핵심 내용이 일제히 보도되자 금지명령을 별도로 신청했다. 이날 결정은 금지 명령에 대한 것이라 민사소송은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으로 꼽히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볼턴 전 보좌관을 상대로 기밀누설에 따른 형사처벌을 주도할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볼턴 전 보좌관은 출간 지연을 노리는 듯한 백악관과 오랜 협의 끝에 기밀을 다 덜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으로부터 회고록에 기밀이 없다는 공식 증명서는 받지 못한 상태다. 그는 회고록 집필에 앞서 200만 달러(약 24억 1900만원)의 선인세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출판사는 미국 국내용으로만 20만부를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이번 법원 결정을 승리라고 주장하면서 볼턴 전 보좌관이 ‘폭탄’과 같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위터에 “책이 이미 나와 많은 사람과 언론에 새 나갔는데 존경받는 판사가 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수익과 기밀 준수 위반에 대한 강력하고 힘 있는 결정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볼턴은 치러야 할 큰 대가가 있는데도 법을 어겼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법정으로 옮겨온 조국대전③]조국vs김태우 ‘원칙’ 놓고 장외공방…재판장 “檢 기소, 반격으로 보일 수도”

    [법정으로 옮겨온 조국대전③]조국vs김태우 ‘원칙’ 놓고 장외공방…재판장 “檢 기소, 반격으로 보일 수도”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이른바 ‘조국대전’이 벌어졌습니다. ‘정치 검찰의 횡포’라는 입장과 ‘강남 좌파의 민낯’이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여러 의혹의 진위를 밝히는 일은 이제 법원의 몫이 됐습니다. 법정으로 옮겨 온 조국대전의 공방을 전합니다.조국 “원칙 어기고 날 고발한 김태우” 19일 3차 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을 찾은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은 앞선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특감반은 이른바 ‘사직동팀’의 권한 남용을 근절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대통령 비서실 직제 7조에 따라 감찰 대상자가 엄격히 제한되고, 감찰 행위는 비강제적 방법으로 첩보수집을 하고 사실 확인을 하는 것에 한정된다”고 못박았다. 눈에 띄는 대목은 그 이후부터다. 조 전 장관은 “이러한 원칙을 어긴 사람이 (오늘) 증인으로 소환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라고 지목하면서 “김 전 수사관은 청와대 내부 감찰을 통해 비위가 확인돼 징계 및 수사의뢰가 됐고 이후 대검에서 해임처리 됐으며 기소까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로 이 사람이 작년 1월 저를 유재수 사건으로 고발했다. 지난 총선에서 통합당 후보로 출마까지 했다”면서 “(검찰은) 김씨의 고발을 기화로 저에 대한 수사 진행하다 작년 하반기 전격 수사 확대했다. 이유 무엇인지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감반의 원칙을 어긴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김 전 수사관이며, 김 전 수사관의 고발을 계기로 검찰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확대했다고 자신의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김태우 “원칙 어긴 건 감찰 무마한 조국” 김 전 수사관은 자신의 재판을 이유로 이날 예정됐던 증인신문에 불출석했으나, 공방은 법정 밖에서 이어졌다. 조 전 장관의 이러한 발언 소식을 들은 김 전 수사관이 “원칙을 어겼다는 말은 조국 본인에게 해야 한다”고 받아친 것이다. 수원지법을 찾은 그는 “유재수 감찰을 해야 하는데 (조 전 장관이) 무마했지 않았냐”면서 “그것이야말로 감찰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인데, 왜 내게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전 수사관은 ‘감찰 대상과 방법을 엄격히 제한했다’는 조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16개월간 매일 1건 이상씩, 백 수십건의 보고서를 올렸다. 그 많은 감찰 보고서를 받아 본 사람은 조국”이라고 꼬집으며 “조국의 승인 내지 지시가 있어 특감반에서 업무를 했는데 그렇다면 원칙을 지키지 않은 지시를 누가 한 것이겠냐.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고 응수했다. 김 전 수사관은 유재수 사건을 비롯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청와대 근무 시절 알게 된 공무상 기밀 등을 처음으로 폭로한 인물이다. 특감반 근무 당시 특감반장과 반부패비서관, 민정수석 등 ‘윗선’의 지시에 따라 민간인 사찰이 포함된 첩보를 생산했다고도 주장했다. 청와대는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며 2018년 12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김 전 수사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국회에서 “김 전 수사관이 희대의 농간을 부린다”고 말했고,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 전 수사관을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 전 수사관은 이듬해 2월 조 전 장관을 감찰 무마 혐의(직권남용)으로 고발했고 조 전 장관의 말처럼 이 고발로 계기로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확대됐다. 검찰은 지난해 4월 김 전 수사관에 대해 우윤근 주러시아대사의 금품수수 의혹 등 비위 첩보,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첩보 등 5개 항목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다만 유재수 사건이나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 이날 조 전 장관과 김 전 수사관의 입장 차가 두드러짐에 따라 향후 법정에서도 특감반의 ‘원칙’이 무엇인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재판장 “檢기소, 검찰개혁 반격으로 보일 수 있어” 이날 조 전 장관의 재판에서는 지난 공판에서 문제가 됐던 증인들의 참고인 조서 열람 문제를 놓고 재판부와 검찰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이 시작되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김미리)의 재판장은 증인들의 법정 출석 전 검사실 방문이 “자칫 잘못할 경우 진술 회유처럼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이 사건의 경우 특수성이 있어서 검사가 신청한 증인들은 일반인이 아니라 검사 혹은 수사관을 장기간 재직했거나 재직중”이라면서 “(증인들은) 참고인 조사를 마쳤을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상당부분 진술을 했다”고 부연했다. 재판장은 나아가 “이 사건의 경우 검찰 개혁을 시도한 피고인(조국)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고 보는 일부 시각이 존재한다”면서 “다른 사건과 달리 더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검찰에서도 이런 점을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지난 공판에서 처음 불거졌다. 지난 5일 열린 조 전 장관의 2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이모 전 특감반원은 “검찰 조사에서는 하지 않았던 말”이라고 운을 떼며,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감찰에 응하지 않고 있었을 당시 “항공권의 경우 유 전 부시장이 예매 시 연락을 나눴던 대한항공 직원을 통해 알아보거나 FIU(금융정보분석원)에 공문을 보내 자료를 받아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변호인이 이 전 특감반원에게 “해당 진술을 왜 검찰 조사 때는 하지 않았냐”면서 “여기 나오기 전에 검찰에 갔었냐”고 되물었다. 이 전 특감반원이 “진술조서 확인 차 한 번 갔다”고 답하자 재판장은 “증인들이 법정에 나오기 전에 검찰 가서 조서를 확인해도 되는거냐”면서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증인들이 (조서에 대한) 열람·등사를 신청하면 검사실에서 이를 보기도 한다. 검찰 규정에 따른 것으로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서 “재판장님이 이런 것을 처음 들었다는 것에 놀랐다”고 항변했다. 이날 검찰은 재판장의 주의 당부에 “공감하고 유념하겠다”면서도 “형사소송법 규칙에 따르면 ‘검사가 신청한 증인은 적절한 신문이 이뤄지도록 준비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면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일반인에 대해서만 (사전면담이) 가능하다’는 재판장의 의견은 어디서 도출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여기서 말하는 규정은 검찰사건사무규칙 115조의 4로 ‘검사는 증인신문을 신청한 경우 검사가 신청한 증인 및 그 밖의 관계자를 상대로 사실을 확인하는 등 적절한 신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다른 검사는 “검찰 측이 유리한 증언을 얻기 위해 증인 상대로 회유를 하거나 증인을 유도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재판장은 그러나 “나중에 문제가 된다면 검토하겠다”면서 “검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신빙성의 문제가 항상 있어서 특수성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재차 주의를 당부했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도 “일부 증인의 경우 공범일 수도 있고, 증인으로 소환된 사람 중 하나가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면서 “신빙성 관련해 유념해서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박록삼의 시시콜콜] 트럼프vs볼턴 ‘개싸움’…널뛰기 무원칙 대북정책 민낯

    [박록삼의 시시콜콜] 트럼프vs볼턴 ‘개싸움’…널뛰기 무원칙 대북정책 민낯

    점입가경(漸入佳境)이고,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잇딴 폭로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거친 반박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 일극 초강대국을 자처하며 세계 지배질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정부 최고위층 인사들의 품격이나 철학 같은 것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조차 없이 저열하다. 사탕 하나 더 차지하려는 유치원생들의 싸움이 이럴까 싶다. 그저 속속 드러나는 건 미국 정부가 내비쳤던 무원칙한 널뛰기 대북정책의 민낯이고, 그들의 유치한 권력 다툼에 놀아나며 위기로 내몰리는 한반도의 갸냘픈 운명이다. ●초강경 매파 볼턴과 트럼프의 1년 반 ‘티키타카’ 애초 시작은 트럼프 대통령부터였다. 첫 북미정상회담을 두 달 앞둔 2018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초강경 네오콘인 볼턴을 자신의 안보정책 총책임자인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했다. 대화가 아닌 대결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의 만남이 어떻게 귀결될지 불길한 짐작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볼턴은 안보보좌관으로서 폭스뉴스, CNN 등과 인터뷰를 통한 첫 일성을 북한이 가장 꺼리는 ‘리비아 모델’로 시작했다. ‘선 비핵화, 후 보상’의 리비아 모델은 북측으로선 결코 받아들이지 못할 안이다. 또한 국가원수인 카다피의 사망까지 떠올리게 만들기에 꺼릴 수밖에 없다. 북측은 그를 가리켜 ‘사이비 우국지사’라며 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북의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볼턴과 자신의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안팎의 비난에도 볼턴을 감쌌다.볼턴의 훼방과 악담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6·12 북미정상회담은 세기의 만남이었다. 한반도 비핵화, 북미관계 정상화 약속, 한반도 평화체제, 미군 전쟁포로 유해방굴 및 송환 등을 약속하고 마쳤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음을 감안하면, 2차 정상회담을 기약하는 좋은 분위기였다. 볼턴 또한 정상회담에 배석했다. 정상회담 직후 볼턴의 뉴스 인터뷰에 따르면 심지어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이 정상 오찬 도중 “우리 북측의 강경파들에게 당신이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필요 있다”면서 “함께 사진 찍자”고 제안할 정도로 화기애애했다. 미군 전쟁포로 유해를 송환하는 등 북측의 약속 이행이 있었고, 비핵화의 단계적 진전 차원에서 핵실험장 폐기, 미사일 발사장 해체 등 가시적인 조치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최소 4차례 이상 미국 실무협상 팀이 평양을 방문해 2차 정상회담을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를 향해 중국 대륙을 종단하며 66시간에 걸쳐 보여준 김정은 위원장의 ‘열차 로드쇼’는 서명 절차만 남은 북미관계의 새시대, 정상국가 북한의 출현에 대한 장밋빛 기대감의 예고편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합의가 예상됐던 ‘단계적 해법’이 아니라 북측에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결과는 ‘노딜’. 아무런 성과를 남지기 못한 채 북미관계는 파탄나고 말았다. 볼턴은 노딜 직후 “하노이 정상회담은 미국 이익의 보호 및 진전 측면에서 실패가 아닌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을 가리켜 종종 ‘전쟁광’(warmonger)이라고 부르곤 했지만 1년 반 동안 계속 볼턴을 껴안고 갔고, 지난해 9월에서야 그를 ‘해고’했다. 물론 볼턴은 ‘자진 사임’이라고 반박했다. ●남남 된 볼턴과 트럼프의 책임 떠넘기기 이전투구(泥田鬪狗) 몇 달 동안 벼르고 벼른 볼턴은 회고록 ‘일이 벌어지는 방’(원제:The Room Where It Happens)을 통해 신랄하고 원색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를 가리켜 “처음부터 비핵화 문제는 관심도 없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 회담조차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행사 정도로 생각했다”, “지난해 6월 판문점 회담에서도 사진을 찍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온통 재선승리에 관심이 있지만, 그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등으로 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18일(현지시간) 속사포처럼 트위터를 날리며 볼턴을 원색적 비난으로 반박했다. ‘미친(wacko) 볼턴’, ‘멍청하기 짝이 없는 주장’ 등으로 비난했고, 그는 “TV에 나와 리비아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을 때 북미 관계는 끝난 것이었다”면서 “그때 그 자리에서 잘랐어야 했는데”라고도 말했다. 볼턴의 회고록은 23일 출간될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외교기밀을 담고 있다면서 출판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볼턴은 주요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회고록 주요 내용을 밝혔다. 딱히 진실이랄 것도 없고, 궁금할 것도 없다. 트럼프 때문이건, 볼턴 때문이건 간에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를 위한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미국 정부가 얼마나 무원칙했고, 극단과 극단을 오가는 널뛰기 정책을 했음을 새삼스럽게 절감할 뿐이다. 또한 최근 북측이 미국과 남측 모두의 관계를 사실상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대단히 폭력적으로 드러낸 상황에서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없이는 북미관계의 개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복원은 불가능에 가까움이 느껴진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동맹국가’ 미국을 믿고 한반도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으며, 이후 다시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 정책을 수립해서 풀어갈 수 있을까. 박록삼 논설위원 youngtan@seoul.co.kr
  • 경찰청 가이드라인에 출범도 못 하는 지방청 직협

    경찰청 가이드라인에 출범도 못 하는 지방청 직협

    경찰청이 18일 ‘경찰 노동조합’인 공무원직장협의회(직협) 설립식을 개최했다. 경찰청 직협은 이날 역사적인 출발을 알렸지만 전국 18개 지방경찰청은 직협을 꾸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협 가입이 가능한 직무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 혼선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직협 설립을 준비하는 경찰관들은 “경찰청 가이드라인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18일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공무원직협법’ 개정으로 경찰은 경찰청, 전국 지방청·경찰서 등 기관장이 총경 이상인 기관 295곳에서 직협 설립이 가능해졌다. 가장 최근 기준으로 전체 경찰관 12만 2913명 중 경감 이하 97.2%(11만 9564명)가 직협에 가입할 수 있다. 직협은 경찰공무원의 근무환경 개선, 고충 처리 등에 관해 기관장과 협의를 진행한다. 현행법은 지휘·감독 직책에 있거나 인사·예산·기밀·보안·경비 등의 업무를 하는 공무원의 직협 가입을 금지한다. 직협이 기관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을 막고, 직협과 기관장의 협의 과정에서 기관 운영, 국가안보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 전체 경감 이하 경찰관 중 2만명 정도가 가입 금지 대상이다. 다만 더 많은 경찰관이 직협에 들어갈 수 있는 근거가 직협법에 마련돼 있다. 가입이 금지되는 직책·업무를 기관장이 직협과 협의해 지정·공고하도록 한 조항이다. 행안부도 지난 8일 경찰·해양경찰·소방에 배포한 길라잡이를 통해 “다수 공무원이 직협에 가입할 수 있도록 법을 적극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도 ‘기관장은 직협 가입 금지 업무를 하는 공무원을 최소로 하라’는 내용의 표준안을 이달 초 전국 경찰관서에 전파했다. 그러나 수사·정보·보안·외사·경호 등의 업무를 하는 경찰관의 직협 가입을 금지한다는 기본 방침은 유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가·사회적 법익을 침해한 사건을 다루는 수사경찰들의 직협 가입만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방청 직협 설립을 준비하는 경찰관들은 반발하고 있다. A지방청 직협 준비위원은 “경찰서는 지역경찰(지구대·파출소)이 많아 직협 가입률이 높지만, 지역경찰이 없는 지방청은 경찰청 표준안대로라면 대다수 업무가 가입 금지 대상”이라고 말했다. B지방청 직협 준비위원은 “표준안대로라면 우리 지방청에 있는 경감 이하 경찰관 중 직협 가입자 수가 과반도 안 될 것”이라면서 “직협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기관장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과반이 안 되는 직협의 요구 사항을 기관장이 들어주겠냐”고 꼬집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경찰청은 직장협의회 설립했지만…눈치만 보고 있는 지방청

    경찰청은 직장협의회 설립했지만…눈치만 보고 있는 지방청

    지난해 법 개정으로 경감 이하 경찰공무원들도 공무원직장협의회(직협) 설립이 가능해졌다. 직협은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 고충 처리 등을 위해 기관장과 협의하는 기구다. 경찰청에서는 18일 직협 설립식 행사가 열렸다. 반면 전국 18개 지방경찰청은 직협 가입 범위 문제를 놓고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이다. 직협 설립을 준비하는 경찰관들은 “경찰청 가이드라인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18일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공무원직협법’ 개정으로 경찰은 경찰청, 전국 지방청·경찰서 등 기관장이 총경 이상인 기관 295곳에서 직협 설립이 가능하다. 가장 최근 기준으로 전체 경찰관 12만 2913명 중 경감 이하는 97.2%(11만 9564명)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법은 지휘·감독 직책에 있거나 인사·예산·기밀·보안·경비 등 업무를 하는 공무원의 직협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직협이 기관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을 막고, 직협과 기관장의 협의 과정에서 기관 운영, 국가안보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 전체 경감 이하 경찰관 중 2만명 정도가 가입 금지 대상이다. 그러면서도 현행법은 직협 가입이 금지되는 직책·업무를 기관장이 직협과 협의해 지정·공고하도록 했다. 비록 가입 금지 대상 규정이 있지만 협의를 통해 더 많은 공무원이 직협에 가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행안부도 지난 8일쯤 경찰·해양경찰·소방(소방경 이하 소방공무원들도 직협 설립 가능)에 배포한 길라잡이를 통해 “다수의 공무원이 직협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도 ‘기관장은 가급적 사무 분장을 조정해 직협 가입 금지 업무를 하는 공무원을 최소로 하라’는 내용이 적힌 표준안을 이달 초 전국 경찰관서에 전파했다. 그러나 수사·정보·보안·외사·경호 등 업무를 하는 경찰관의 직협 가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가·사회적 법익을 침해한 사건을 다루는 수사경찰들의 직협 가입은 금지한 반면 개인적 법익 침해 사건을 다루는 수사경찰들은 모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표준안도 각 기관에서 직협 가입 범위를 정할 때 참고하라는 용도로 만든 설명자료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방청 직협 설립을 준비하는 경찰관들은 반발하고 있다. A지방청 직협 준비위원은 “경찰서는 지역경찰(지구대·파출소)이 많다 보니까 직협 가입률이 높지만, 지역경찰이 없는 지방청은 경찰청 표준안대로라면 대다수 업무가 가입 금지 대상”이라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의 사정을 다른 기능에 속한 직원이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직원들이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B지방청 직협 준비위원은 “표준안대로라면 우리 지방청에 있는 경감 이하 경찰관 중 직협 가입자 수가 과반도 안 될 것”이라면서 “직협과 합의한 사항을 기관장이 이행하지 않아도 처벌하는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과반도 안 넘는 직협의 요구사항을 기관장이 듣겠나”라고 꼬집었다. C지방청 직협 준비위원은 “직협 가입 범위 결정을 위한 협의는 각 기관마다 자율성을 갖고 민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지방청 경무과장이 소속 경찰서 경무과장들에게 ‘경찰청 가이드라인을 지키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경찰 조직 내 지휘·명령 계통을 생각한다면 경찰청의 표준안은 설명자료 개념보다는 ‘이렇게 하라’는 지시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소방청 직장협의회 내일 공식 출범…총회 열고 활동 개시

    소방청 직장협의회 내일 공식 출범…총회 열고 활동 개시

    소방청이 18일 소방청 직장협의회가 출범한다고 17일 밝혔다. 전국 257개 소방기관 중 직장협의회가 출범하는 것은 소방청이 처음이다. 이는 이달 11일 경찰·소방공무원 등의 직장협의회 설립을 허용한 ‘공무원직장협의회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소방청 직장협의회는 7일간 공고를 거쳐 18일 설립총회를 연 뒤 설립증을 받아 공식 활동을 시작한다. 직장협의회 설립단위는 기관장이 4급 이상인 소방청과 소속기관, 시도 소방본부, 소방서, 소방학교 등 257개 기관이다. 가입 대상은 전국 소방경 이하 소방공무원이다. 다만 지휘·감독이나 인사·예산·경리·물품 출납·기밀·보안 관련 업무 종사자는 가입할 수 없다. 이 같은 제한 인원을 제외하고 직장협의회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은 전체 소방경 이하 인원의 약 94%인 5만 1312명에 달한다. 소방청 직장협의회에는 가입 대상의 약 83%인 101명이 참여한다. 아울러 각 시·도 소방기관도 설립단위별로 직장협의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방청은 전했다. 현재 257개 소방기관 가운데 129곳은 직장협의회 협의위원을 선임하고 7월쯤 출범을 앞두고 있다. 나머지 기관들도 여건에 맞춰 순차적으로 출범할 계획이다. 정문호 소방청장은 “직장협의회를 통해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업무능률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볼턴 회고록 무슨 내용 있길래…미국 정부 “출판금지 소송”

    볼턴 회고록 무슨 내용 있길래…미국 정부 “출판금지 소송”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내려던 회고록에 대해 미국 법무부가 출판 7주일을 앞둔 16일(현지시간) 출간금지 소송을 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바로 직전 안보보좌관이어서 그의 회고록에는 현직 대통령의 외교·안보의 내밀한 이야기가 얼마나 담겨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미 법무부가 법원에 낸 27쪽 분량의 소장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의 529쪽짜리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을 출간하는 것은 그가 서명했던 비밀 준수서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공영 라디오방송 NPR이 전했다. 소장은 또 “원고에 포함된 정보는 보안, 기밀, 최고 기밀 수준으로 분류돼 있다”며 “회고록이 출간되면 미국의 국가안보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로 백악관을 떠나기 사흘 전에 “연방정부 직원으로서 획득한 어떤 기밀이나 비밀 정보의 폭로를 금지한다’는 서류에 서명했다고 NPR이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사전 출판 검토 요건 위반, 기밀정보 유출 금지 의무 위반, 법무부가 주장하는 200만 달러(24억원 상당)로 알려진 부당 이득 등 3가지를 위반한 것으로 피소됐다. 회고록이 출판되면 볼턴 전 보좌관의 경제적 이득은 모두 몰수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그의 변호사 찰스 쿠퍼는 “우리는 정부의 소장을 검토하고 있으며, 적당한 시기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출판사는 “우리는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이야기를 말할 헌법적 권리를 완전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원고 초안의 수정 검토 수준을 놓고 양측이 갈린다. 출판사는 “볼턴은 국가안보회의(NSC)와 협력했고, NSC가 우려를 표한 문자는 수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법무부는 소장에서는 “볼턴 전 보좌관은 NSC의 검토 수준에 불만스러워했다”며 “사전 검토가 끝나기 전에 볼턴이 직접 결정했다”고 맞섰다. 볼턴이 차후에 수정한 부분은 NSC가 그 내용을 모른다는 의미다. 출판사가 낸 책의 광고문에는 “적을 껴안고, 동맹을 배척하고, 자신의 정부를 의심한 혼란에 집착한 대통령을 보여준다”고 되어 있다. 그의 회고록은 이미 인쇄되었고, 배포 중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트럼프 조카도 ‘트럼프 폭로’

    트럼프 조카도 ‘트럼프 폭로’

    볼턴 회고록 이어 재선 가도 타격 우려 트럼프 “출간 땐 형사상 문제 생길 것”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사’로 인해 곤경에 처할 위기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문제의 회고록 출간을 강행하는 가운데 그의 조카딸도 ‘삼촌’ 트럼프에 대한 추문을 폭로하는 책을 출간할 예정이어서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비사를 담은 볼턴의 책 출간을 막기 위해 백악관은 강력한 형사상 책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볼턴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출간 강행과 관련해 “책이 출간된다면 법을 어기는 것이며, 형사상 문제를 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석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전직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회고록 출간에 필요한 절차를 마치지 못했고, 법무부는 회고록에서 기밀정보를 삭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에 며칠 내로 회고록 출간금지 명령을 요청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볼턴은 약 600쪽 분량의 회고록을 올 초 내려고 했으나 백악관이 기밀누설 검토를 이유로 시간을 끌자 출간일을 이달 23일로 늦췄다. 백악관은 이미 볼턴 회고록을 살펴본 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이 될 만한 내용이 들어 있다고 판단, 소송을 통해서라도 출간에 제동을 걸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볼턴 전 보좌관의 변호사인 척 쿠퍼는 “4개월간 백악관의 집중적인 검토를 받았다”며 “국가 안보문제는 회고록을 검열하는 핑계”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인 메리 트럼프가 오는 8월 내밀한 가정사를 다룬 책을 내고 폭로 대열에 합류한다. ‘너무 많고 절대 충분치 않다’는 제목의 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가 시절 사기성 세금 문제와 부친에게 4억 달러 이상을 상속받는 과정, 가족들의 평가 등이 담겼다. 인터넷매체 데일리비스트는 ‘끔찍하고 외설적인’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담겼다고 전했다. 특히 8월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는 전당대회가 열리는 달이어서 파장이 주목된다. 메리는 트럼프의 친형 프레드 트럼프 주니어의 딸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신흥무관학교 재원 조달, 독립군 양성… 만주 독립운동의 ‘숨은 공신’

    신흥무관학교 재원 조달, 독립군 양성… 만주 독립운동의 ‘숨은 공신’

    수원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이며 근대교육자인 임면수는 이회영이나 이상룡과 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이다. 전 재산을 털어 수원 삼일학교를 설립했고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 재원 조달에 몸바치는 등 만주독립운동을 뒤에서 도운 숨은 조력자이기도 하다. 신흥무관학교 분교 교장으로 독립군을 양성하고 결사대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가 고문으로 반신불수가 돼 고향에 돌아왔을 때는 기거할 방 한 칸도 없었다. 임면수 선생은 1874년 6월 13일 경기도 수원군 수원면 매향리(현 화성시)에서 아버지 임진엽과 어머니 송씨 사이에서 2남으로 출생했다. 삼일학교 설립에 기부한 재산을 보면 그의 가계는 중농 이상의 부호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호는 필동(必東) 또는 필동(弼東)을 사용했다. 임면수는 19세 때 나중에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뒷바라지하고 독립운동가들을 돌본 전현석과 결혼했다.선생은 어려서는 향리에서 한학을 공부했지만 늦은 나이에 근대 교육을 받았다. 수원양잠학교를 졸업한 선생은 화성학교에 진학, 2년 동안 공부했다. 당시 화성학교 학생들은 일본군 군자금을 기부하는 등 일본에 협력하는 자세를 보였다. 러일전쟁에 통역으로 참가하는가 하면 각종 기관의 일어 통역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생은 항일투쟁이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주시경·이동휘 등 애국지사들과 교류 선생은 1905년 서울로 와서 한국사와 한국지리 등을 가르치며 학생들에게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을 고취시키던 상동청년학원에 입학했다. 선생은 국어강습회를 열었던 주시경과 이동휘 등 애국지사들을 그곳에서 만나 교류했다. 경기 강화에서 사학을 30여곳 설립해 교육 사업을 하고 임시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이동휘는 선생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선생은 수원에서 이하영, 김태제 등과 함께 국채보상운동에 뛰어들었다. 국한문 취지서를 자비로 발간해 동참을 호소하고 경기도 각 지역에 배포했다. 반향은 컸다. 수원에서는 취지서 발표 2~3일 만에 당시로서는 거금인 500여원이 모금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1903년 29세의 선생은 젊은 동지들과 함께 유명한 신여성 화가 나혜석이 졸업한 수원 삼일여학교를 설립했다. 학교는 북감리교회로 운영권이 넘어가면서 설립 후 3년이 지나자 재정난을 겪게 됐다. 부호 강석호는 1906년 5월 거금을 기부했고 나중석도 부지 900여평을 기증했다. 선생도 집터와 토지, 과수원을 내놓았다. 현 매향정보중고등학교가 자리잡은 곳이 그가 희사한 땅이다. 1909년 선생은 삼일학교 교장이 됐고 다른 사립학교 설립도 도왔다. 선생은 1907년 기호지방 출신 인사들이 조직한 기호흥학회에서도 활동했다. 서우학회, 교남교육회, 호남학회와 같은 교육진흥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역마다 학회가 조직됐는데 기호흥학회도 그중 하나였다. 광주와 수원 등 경기도와 충청도 지역에 19개 지부가 있었고 수원 지역 교육자로서 선생은 교육과 계몽운동에 앞장섰다. 1910년 선생은 서울로 올라와 신민회에 가입하고 양기탁의 집에서 열렸던 구국운동회의에 참여했다. 신민회의 결의에 따라 모국을 떠나 만주에서 독립군을 양성하기로 결심했다. 삼일학교 운영은 나홍석에게 위탁했다. 경술국치 직후인 1910년 10월 초 선생은 극비리에 가족을 이끌고 만주 봉천성 환인현 횡도촌으로 망명했다. 그곳에 먼저 정착한 이회영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은 1911년 6월 독립군을 양성하기 위해 농가 2칸을 빌려서 신흥강습소를 개설했고 1912년 통화현 합니하로 이전, 신흥중학으로 이름을 바꿨다. 신흥중학은 후에 신흥무관학교로 발전하는데 수만 평의 연병장과 수십 칸의 내무실은 생도들이 합심해 만들었다. 통화현 합니하는 독립군 무관 양성의 본영이 됐다. 선생의 역할은 재원 조달이었다. 신흥무관학교 유지비와 군사훈련비를 조달하고자 영하 40도의 한파와 폭설을 무릅쓰고 썩은 좁쌀, 강냉이, 풀나무 죽으로 연명하면서 동포들의 도움을 구하러 다녔다. 선생 부부는 객주업에 종사했는데 독립군의 연락소, 휴식소, 무기보관소, 회의실 공간으로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독립운동의 아지트였던 셈이다. 부인 전 여사는 수시로 방문하는 별동대, 특파대 등의 식사를 하루에 대여섯 번이나 내놓았고, 그들의 보따리와 총기를 맡아 챙겨 주는 등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독립군으로서 전 여사의 밥을 안 먹은 이가 없을 정도였다. 전 여사의 인내심과 온순함, 예의 바른 행동에 누구나 머리를 숙였고 ‘독립의 어머니’로 칭송을 받았다. 선생의 비문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그 당시 독립운동가로 선생댁에서 잠을 안 잔 이가 별로 없고, 그 부인 전현석 여사의 손수 지은 밥을 안 먹은 이가 없으니 실로 선생댁은 독립군 본영의 중계 연락소이며 독립운동객의 휴식처요, 무기보관소요, 회의실이며 참모실이며 기밀 산실이었으니….” 만주의 한인자치기관 부민단에서는 1916년 3월 16일 독립운동가들의 근거지를 위협할 일본영사관 분관 설치를 제지할 방안을 논의했다. 그 방책으로 결사대 200명을 편성했고 7~8명은 통화현 시가에 잠입했는데 선생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1916년 9월 9일 안동 주재 일본영사가 일본 외무대신에게 보낸 ‘재만 조선인 비밀결사 취조의 건에 대한 회답’ 등에 선생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지(통화현)의 배일자 중 유력자인 결사대원 임필동”이란 표현에서 당시 만주 독립운동계에서의 선생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양성중학교 교장 일하며 제2 신흥무관학교로 선생은 1910년대 중반 통화현 합니하에 설립된 민족학교인 양성중학교 교장으로 활동했는데 이 학교는 제2 신흥무관학교 격이었다. 교수로 재직한 이세영과 재무감독 이동녕 등은 신흥무관학교의 실질적인 중심인물이었다. 3·1운동 이후 일본군들은 1920년 간도로 출병해 만주 지역의 독립운동가를 체포·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선생은 1920년 6월 12일 밤 해룡현 북산성자 삼도가 김강의 집에서 체포됐다. 일본 경찰관과 친일 조선인을 암살하고 동지들을 통해 상하이 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송금하려 한 혐의였다. 선생은 압송돼 가던 중 한국인 경찰 유태철의 도움으로 여관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선생은 낮에는 숨고 밤이 되면 걸어서 14일 만에 길림성 이통현 고유수 한인 농촌마을에 도착해 동포 박씨 집에 은둔했다. 그곳에 머물다 장춘을 거쳐 부여현에 도착해 안승식의 도움을 받았고 그의 집에서 겨울을 보냈다.●아담스기념관 건축 감독… 고문 후유증에 타계 그러나 1921년 2월쯤 길림시내에 잠입해 활동하다 밀정의 고발로 길림영사관에 체포된 뒤 평양감옥에서 심한 고문을 받았다. 전신이 마비될 정도의 위중한 상태가 되자 일제는 선생을 석방했고 수원으로 귀향했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독립운동가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의 가족사도 불운했다. 만주에서 20세가 돼 독립운동에 가담한 장남 우상이 1919년 국내에 잠입해 군자금을 마련하고 만주로 돌아가다 동상을 입어 객사한 것이다. 선생은 1923년 삼일학교 아담스기념관 건축 감독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문 후유증으로 건강이 악화돼 1930년 11월 29일 5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1964년 세류동 공동묘지에 안장됐던 선생의 유골은 삼일상고 동산으로 옮겨졌고 기념비도 세워졌다. 정부는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고 묘소는 국립현충원으로 옮겨졌다. 2015년 기념사업회가 발족했으며 손자 임병무씨도 유품을 수원박물관에 기증하고 조부의 업적을 기리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볼턴은 워싱턴 기득권”

    “볼턴은 워싱턴 기득권”

    “우크라 외 타국과도 위법 행위” 회고록 내용 보도에 ‘트럼프 측근’ 그리넬, 신뢰도 깎아 파장 최소화 시도미국 백악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는 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회고록 발간을 강행 중인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트럼프 진영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신뢰도를 깎아내려 책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인터넷매체 뉴스맥스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의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주재 미국 대사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볼턴)가 워싱턴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워싱턴에 머무르기를 원하고 워싱턴의 일들에 의해 보상받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볼턴이 워싱턴 주류의 시각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식으로 공격한 것이다. 그리넬 전 대사는 “외부의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일찍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라며 “그는 시스템에 도전하고 아주 새로운 관점을 가져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운동 때부터 ‘오물 청소’(Drain the swamp·워싱턴 기득권 청산)를 강조했었다. 그리넬 전 대사의 공격적 발언이 나온 건 볼턴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A White House Memoir)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 외에 다른 나라들과도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언론 보도 이튿날이었다. 이날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마이클 퀴글리 하원의원도 “국가는 그(볼턴)를 필요로 했지만 그는 책을 파는 것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볼턴의 회고록을 보이콧하자는 분위기도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18년 4월부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했지만 대북 정책과 대중동 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극심한 이견을 보이다 지난해 9월 경질됐다. 회고록은 본래 지난 3월 출간 예정이었지만 백악관이 국가기밀 문제로 제동을 걸면서 연기됐다. 하지만 볼턴 전 보좌관은 발간을 강행할 태세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법원 “李 위법성 있지만 불구속 재판”… 법조계 “檢·삼성 무승부”

    법원 “李 위법성 있지만 불구속 재판”… 법조계 “檢·삼성 무승부”

    검찰은 자신하던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이 불발됐고, 삼성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 인신 구속을 피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그러나 이 부회장과 삼성 측 역시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형국이다. 이번 영장 기각은 ‘적법 경영’을 주장하던 이 부회장에 대해 ‘위법성이 있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정식 재판을 통해 죄의 유무를 가리라’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이번 법원 판단이 어느 쪽도 승자로 구분할 수 없는 무승부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321호 법정에서 열린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64)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을 범죄행위로 본 검찰과 ‘정당한 경영 행위’라고 맞서는 이 부회장 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졌다. 원정숙(46·사법연수원 30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심문은 이 부회장의 인지와 지시 여부에 집중됐다. 이 부회장 심문에만 8시간 30분가량이 소요됐다. 검찰이 범죄혐의로 적시한 주요 대목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부분이다. 당시 두 회사의 합병으로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이 없음에도 지주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했고, 이 과정에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부양하려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삼성바이오 역시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분식회계가 이뤄졌고, 이 같은 주요 불법행위에 대해 이 부회장이 보고받고 승인을 내렸다는 게 이번 수사의 골자다. 검찰은 이날 심문에서 20만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토대로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을 압박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방안과 이 부회장 보고 및 수정사항 등이 담긴 내부 문건, 이런 내용을 총망라한 사내 기밀 ‘이재용 경영권 승계 프로젝트’인 ‘프로젝트G’ 등을 앞세워 이 부회장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검찰 수사 논리를 기업 경영 논리로 맞바꿔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앞선 법원 판결을 근거로 두 기업 합병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삼성 측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지배구조를 검토·점검한 게 프로젝트G일 뿐”이라면서 “이 부회장은 해당 문건의 존부 자체를 알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맞섰다. 심문을 마친 이 부회장은 최 전 부회장, 김 전 사장과 함께 이날 오후 9시 20분쯤 법정을 나와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심문 이후 양측이 제출한 자료와 이날 진술 등을 토대로 장시간 법리 검토를 진행한 원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쯤 이 부회장을 포함한 3명 전원 영장 기각을 결정했다. 원 부장판사는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기각 결정에 대해 “본 사안의 중대성과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추어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라면서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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