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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장모측, 주가조작 의혹 보도에 “사실 아냐, 검언유착 법적대응”

    윤석열 장모측, 주가조작 의혹 보도에 “사실 아냐, 검언유착 법적대응”

    “주가조작 관여사실 없고 공소시효도 완성”“사실관계 법리에 맞지도 않아” 보도 반박“수사팀 내부기밀 유출 경위 檢 수사 의뢰”노컷뉴스 ‘주가조작 공소시효 내년’ 주장차기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측이 27일 자신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 보도에 대해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없을뿐 아니라 공소시효도 완성됐다”면서 “사실관계와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는 27일 변호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수사팀과 해당 언론사의 유착이 매우 의심되는 상황으로, 이런 것이야말로 검언유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노컷뉴스는 이날 도이치모터스의 임원 A씨가 2011년까지 최씨와 동일 IP로 주식을 거래했으며, 2012년에도 제3자와 IP를 공유한 흔적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A씨가 2012년까지도 주가조작 의심 행위를 했으면 그 전에 A씨와 IP를 공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최씨의 공소시효도 2022년까지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최씨 측은 “최씨는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A씨가 IP를 공유했다는 제3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면서 “순차적 공모관계가 성립할 여지가 없으며, 따라서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이 법리적으로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당 보도는 수사기록에 첨부된 ‘특정 개인의 IP 증거자료’와 수사팀 내부 기밀인 ‘법리검토 내용’을 근거로 한 것”이라면서 “수사팀이 반복해서 특정 언론사를 통해 ‘수사팀 내부자료’를 흘리고 있다는 구체적이고 충분한 정황이 있다”며 검찰에 유출 경위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지난해 뉴스타파가 경찰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10∼2011년 주식 시장에서 활동하던 이모씨와 공모해 회사 주가를 조작했는데, 이 과정에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가 돈을 댔다는 게 의혹의 핵심 내용이다.
  • 펜타곤 UFO 보고서 월말 공개하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넷

    펜타곤 UFO 보고서 월말 공개하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넷

    보건의료 전문가인 한 대학교수로부터 청와대에 들어가 일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보건의료와 관련해 할 일이 많아서라고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미확인 비행물체(UFO)에 대해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아 그에 관한 정보나 문서를 보고 싶어서이기도 하다”고 덧붙여 꽤 놀랐던 기억이 있다. 미국 정부가 이달 말 UFO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해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영국 BBC가 23일(현지시간)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네 가지로 정리해 눈길을 끈다. BBC 코리아의 한글 기사를 참조했다. 하늘을 특이하게 날아다니는 미확인 물체에 대한 얘기는 숱하게 나돌았고, 로스웰에 외계인 사체가 보관돼 있다는 얘기까지 입길에 올랐다. 미국 국방부에는 이에 대한 수많은 보고가 접수돼 있는데 미국 의회가 국방부에 이를 보고하도록 했는데 이 중 기밀이 해제된 보고서들이 이번에 공개되는 것이다. 펜타곤과 의회 지도부 분위기가 외계 회의론에서 ‘ET 큐리어스’, 즉 외계에 대한 관심론으로 전환된 것도 보고서 공개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은하계를 넘나드는 방문을 확인할 결정적인 증거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군 당국은 외계로부터 온 것이라기보다 러시아나 중국 같은 적국의 기술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보고서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지난해 8월 펜타곤은 UFO 관측 결과를 조사하기 위해 ‘미확인 비행 현상(Unidentified Aerial Phenomena, UAP)’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임무는 이런 사건들을 “탐지, 분석, 분류”하고, UFO의 “실체와 기원”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UAP 보고서의 기밀본은 이달 초 의원들에게 제공됐다. 지구를 뒤흔들 폭로는 나오지 않겠지만 재미로만 다뤄지던 UFO에 대한 정부 보고서가 처음으로 공개돼 공상과학과 대중문화의 영역을 넘어 미국 국가안보의 관심사로 발전했음을 의미하게 된다. 미 언론들은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고서에서 외계 활동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도 않았다. 태스크포스는 또 관측된 UFO가 미군의 기밀 기술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왜 우리가 관심을 갖나 지난해 펜타곤은 “오해의 소지를 없앤다”며 UAP 영상 세 건을 공개했다. 관계자들은 지난 20년 동안 120건이 넘는 UFO 목격 사례를 분석했는데, 이 중에는 펜타곤의 영상 세 건도 포함됐다. UFO 전문가 집단으로 불리는 민간단체들은 지난 수십년 정부가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은폐해왔다고 주장해왔다. 대중들도 정부에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고 압력을 넣어왔다. 펜타곤은 2007년부터 ‘고등 항공우주 위협 식별 프로그램(Advanced Aerospace Threat Identification Program)’를 통해 조용히 자료를 모아왔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 지원은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지낸 해리 레이드 전 의원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그의 지역구는 미 공군기지 ‘51 구역(Area 51)’을 포함하는데, 음모론자들은 이곳에서 1947년 뉴멕시코주 로스웰에 떨어진 UFO 파편에 관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고 주장해왔다. 당시 미군은 로스웰에 떨어진 물체가 기상관측용 풍선이라고 해명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UFO 추락 관련 정보를 은폐한 것이라고 믿었다. 미국 고위 관리들은 물론 대통령들도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언급해왔다.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대책본부장 존 포데스타는 오랫동안 UFO 이론에 관심이 있었는데 2016년 대선 당시 외계인에 대한 정부 기밀 보고서 발표를 클린턴의 공약으로 걸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외계인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을 가족에게조차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아는 것을 당신에게 말해줄 수는 없지만, 아주 흥미롭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TV 진행자 제임스 코든에게 “취임한 이후 외계인 샘플이나 우주선을 보관하고 있는 연구실이 있는지 물었지만, (관계자들은) 약간의 조사를 한 끝에 그런 곳은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지하게 말하는 것인데, 하늘에 있는 물체에 대한 영상과 기록이 있고, 우리는 아직 그것들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그것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 궤적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여전히 그것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알아내려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구분하지 않고 의회에서도 UFO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들은 이번 발표가 군인들이 오명이 씌워질 가능성 때문에 상사에게 미확인 물체에 대한 보고를 망설이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증거가 있기는 한 건가 일부 미군 및 정보 당국자들도 UFO 목격담을 상세히 설명해왔다. 이 중에는 조종석에 앉아있던 조종사들이 군 무기와 군사 훈련 시설 인근에서 UFO를 목격했다는 더 믿을 만한 진술도 있다. 앞서 미 18개 정보기관을 총괄했던 존 래트클리프 전 국가정보국장은 지난 3월 폭스뉴스에 “솔직히 공개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목격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해군이나 공군 조종사들이 목격했거나 위성사진에 포착된, 솔직히 설명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물체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은 재연하기 어렵고, 우리에게 그럴 만한 기술도 없다. 이 물체들은 소닉붐 없이 음속 장벽을 뛰어넘어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소닉붐이란 초음속 비행기가 내는 큰 소음을 가리킨다. 지난달 방영된 CBS 방송의 매거진 쇼인 ‘60분(60 Minutes)’에는 두 전직 해군 조종사가 출연해 태평양에서 이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물체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전 해군 조종사 알렉스 디트리히는 그가 목격한 물체가 틱택 민트캔디처럼 작고 하얀 물체였다고 묘사했다. 그는 BBC에 “딱 그렇게 생겼다. 매우 빠르고, 매우 불규칙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이 어느 방향으로 회전할지 예측할 수 없었고, 어떻게 그렇게 움직이고 추진력은 어떻게 얻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명백한 연기 꼬리나 추진체도 없었다. 그러한 비행을 하는 데 필요한 비행 제어 장치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른 나라들도 연구한다는데 레이드 전 의원은 다른 나라들도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며, 자신이 따낸 2200만달러(약 249억 1500만원) 상당의 국방부 UFO 지원금을 정당화했다. 그는 2019년 네바다 뉴스메이커스에 “우리는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러시아에서도 KGB 내 누군가가 연구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우리도 이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레이드 전 의원은 “2명, 4명, 6명, 혹은 20명 수준이 아니라 수백 명이 때때로 동시에 이런 현상을 목격했다”는 국방부 조사 결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이스라엘 국방부의 하임 에셰드 전 우주국장은 예디오트 아로노 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은하 간 조약의 존재를 공개할 뻔했지만,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킬 것을 우려해 직전에 접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 정부와 외계인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다”면서 “그들은 이곳에서 실험을 하기 위해 우리와 계약을 맺었다”고 덧붙였다. 물론 터무니없는 이 주장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인간과 외계인 모두로부터 말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카슈끄지 암살’ 사우디 요원들 美서 군사훈련받아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사우디 요원들이 과거 미국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미 국무부의 승인하에 민간 군사업체들이 훈련시킨 이들이 참극을 벌인 것으로,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독재 정권과 얼마나 강하게 묶였는지 그 단면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카슈끄지 살해에 개입한 사우디 왕실경비대(신속개입군) 요원 15명 중 4명이 “2017년에 미국 아칸소주에 있는 경비업체 ‘티어1 그룹’에서 군사 훈련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또 이 중 2명은 2014년 10월부터 2015년 1월까지도 같은 업체에서 훈련을 했다. 미 국무부가 사우디 왕실 경비대에 대한 훈련 허가를 준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었던 2014년이고, 훈련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들어선 첫해인 2017년 12월까지 지속됐다. 훈련 내용은 사격술, 근접 격투술, 반격법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티어1 그룹은 본래 미군을 대상으로 해당 훈련을 진행했지만 해외 배치 미군이 줄면서 수익을 위해 타국 고객에게 눈을 돌렸다. 향후 미국 기업들의 전문 군사지식 판매가 증가하면서, 같은 식의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내용은 티어1 그룹의 모회사인 사모투자사 ‘서버러스’의 임원 루이스 브레머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부 고위직에 지명됐을 당시 의원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서에 명시됐다. 그는 사우디 요원들이 받은 훈련이 방어 위주로 진행됐기 때문에 카슈끄지 암살과는 무관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브레머는 이 의혹으로 낙마했다. 미국에 체류하며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칼럼을 미 언론에 기고했던 카슈끄지는 2018년 결혼 서류 문제로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잔혹하게 살해됐다. 이후 미국의 대응은 줄곧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외교·경제 관계가 먼저라며 카슈끄지 살해 작전의 배후로 의심받는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밀월관계를 이어 갔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자 국가정보국(DNI)은 지난 2월 기밀 해제 보고서를 통해 무함마드의 책임을 명시했지만, 당국은 76명의 사우디 시민권자에 대해 비자 발급을 중지하면서도 무함마드는 제외했다. 미 언론들은 대선 경선 때 ‘대가를 치르게 하고 이른바 왕따로 만들겠다’던 바이든의 엄포와 달리 무함마드에게 사실상의 면죄부를 줬다고 꼬집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中 거침없는 ‘우주굴기’ 뒤엔 美 끊임없는 도·감청 있었다

    中 거침없는 ‘우주굴기’ 뒤엔 美 끊임없는 도·감청 있었다

    중국이 지난 17일 3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선저우12호 발사에 성공하는 등 ‘우주굴기’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독자적인 우주 기술 개발을 미국이 도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5월 톈원1호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화성에 착륙하는 등 최첨단 기술을 확보하게 된 이면에 미국의 끊임없는 도·감청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미국의 견제가 중국의 우주 소프트웨어 독자 개발에 불을 붙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화성에서 활동하는 탐사선(톈원1호)과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톈궁), 달 암석을 가져올 탐사선(창어6호) 등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운영체제(OS) ‘기린’이 탑재돼 있다”고 전했다. 기린은 중국의 국영 정보기술(IT) 업체인 중국전자정보산업유한공사(CEC)가 개발한 OS로, 중국 정부와 군대에서 쓰인다. SCMP에 따르면 애초 중국 우주 당국은 다른 나라들처럼 리눅스와 윈도 OS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써 왔다. 그런데 2008년부터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의 부품과 프로그램을 조금씩 줄여 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중국을 적대시하며 두 나라 간 갈등을 키우기 훨씬 전이다.중국은 왜 검증이 끝난 미국의 기술을 스스로 배제한 것일까.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전 세계에서 상대국의 정보를 가장 많이 수집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미 국가안전보장국(NSA)은 2001년 9·11 테러 발생 이후 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했다. 미국과 최전선에서 첩보전쟁을 벌이는 중국이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특히 중국 지도부는 2011년 미 중앙정보국(CIA)이 중국 군부에 침투해 대놓고 정보를 빼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 CIA는 인민해방군 장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 기밀을 얻었다. 이들 자녀가 해외 명문대로 진학할 수 있게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정보망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가동되는지 보여 주는 사례다. 결국 2013년 6월 전직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가 전 세계를 상대로 정보 수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폭로하자 중국 우주 당국의 ‘탈서구화’ 작업이 본격화됐다고 SCMP는 설명했다.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면 미국의 기술부터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CEC의 기린 프로젝트 수석연구원 단지안쿤은 “중국은 (미국의 염탐 시도 때문에) 독자 운영 체제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며 “외국의 OS로 중국군을 운영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땅에 내 집을 짓는 것과 같다. 내일이라도 (집이) 무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글로벌 패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중국을 상대로 한 정보수집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이를 잘 알기에 자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맞서는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지만 미국의 끊임없는 정보수집 시도가 중국의 독자 기술 구축에 힘을 실어 줬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미국이 도운 중 우주굴기? “미국의 도감청 시도가 기술 독립 노력 불 붙여”

    미국이 도운 중 우주굴기? “미국의 도감청 시도가 기술 독립 노력 불 붙여”

    중국이 지난 17일 3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선저우12호 발사에 성공하는 등 ‘우주굴기’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독자적인 우주 기술 개발을 미국이 도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5월 톈원1호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화성에 착륙하는 등 최첨단 기술을 확보하게 된 이면에 미국의 끊임없는 도·감청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미국의 견제가 중국의 우주 소프트웨어 독자 개발에 불을 붙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화성에서 활동하는 탐사선(톈원1호)과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톈궁), 달 암석을 가져올 탐사선(창어6호) 등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운영체제(OS) ‘기린’이 탑재돼 있다”고 전했다. 기린은 중국의 국영 정보기술(IT) 업체인 중국전자정보산업유한공사(CEC)가 개발한 OS로, 중국 정부와 군대에서 쓰인다. SCMP에 따르면 애초 중국 우주 당국은 다른 나라들처럼 리눅스와 윈도 OS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써 왔다. 그런데 2008년부터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의 부품과 프로그램을 조금씩 줄여 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중국을 적대시하며 두 나라 간 갈등을 키우기 훨씬 전이다. 중국은 왜 검증이 끝난 미국의 기술을 스스로 배제한 것일까.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전 세계에서 상대국의 정보를 가장 많이 수집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미 국가안전보장국(NSA)은 2001년 9·11 테러 발생 이후 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했다. 미국과 최전선에서 첩보전쟁을 벌이는 중국이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특히 중국 지도부는 2011년 미 중앙정보국(CIA)이 중국 군부에 침투해 대놓고 정보를 빼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 CIA는 인민해방군 장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 기밀을 얻었다. 이들 자녀가 해외 명문대로 진학할 수 있게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정보망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가동되는지 보여 주는 사례다. 결국 2013년 6월 전직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가 전 세계를 상대로 정보 수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폭로하자 중국 우주 당국의 ‘탈서구화’ 작업이 본격화됐다고 SCMP는 설명했다.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면 미국의 기술부터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CEC의 기린 프로젝트 수석연구원 단지안쿤은 “중국은 (미국의 염탐 시도 때문에) 독자 운영 체제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며 “외국의 OS로 중국군을 운영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땅에 내 집을 짓는 것과 같다. 내일이라도 (집이) 무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글로벌 패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중국을 상대로 한 정보수집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이를 잘 알기에 자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맞서는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지만 미국의 끊임없는 정보수집 시도가 중국의 독자 기술 구축에 힘을 실어 줬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노벨경제학 수상자의 경고… “獨 백신 지재권 고집, 전 세계 인질 잡아”

    노벨경제학 수상자의 경고… “獨 백신 지재권 고집, 전 세계 인질 잡아”

    스티글리츠 교수, 지식재산권 면제 지지“G7 빈국 보내는 23억 회분, 한참 모자라독일, 반대 고수하면 팬데믹 계속 맹위”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 면제에 반대하는 독일이 전 세계를 인질로 삼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독일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팬데믹 상황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지재권을 즉각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16일(현지시간) 독일 주간 디차이트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히며 “전 세계가 삶과 죽음에 관해 대대적으로 논쟁 중인 상황에서 독일이 핵심 역할을 한다”고 했다.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내고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석학 스티글리츠는 줄곧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지재권을 일시적으로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도 서명한 바 있다. 반면 독일은 지난달 초 미국 정부가 백신 지재권 면제를 지지한다고 밝히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대변인은 당시 성명에서 “지재권 보호는 혁신의 원천으로 미래에도 유지돼야 한다”며 면제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백신 생산을 더디게 하는 요소는 공장의 생산력과 높은 품질 기준이지, 특허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스티글리츠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전 세계인을 보호하려면 100억~150억 회분의 백신이 필요하다”며 “주요 7개국(G7)은 내년까지 23억 회분을 빈국에 보내기로 했지만, 이는 한참 모자란 규모”라고 봤다. 그는 “생산 물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특허나 저작권, 회사 기밀과 산업디자인 등의 장애물을 일시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지재권 일시 면제가 합의되지 않는 한 전 세계 백신 배분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아 저개발국 상당수는 2023년 전까지 접종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팬데믹은 계속 맹위를 떨치고, 백신의 효과가 없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해 또다시 전 세계가 봉쇄될 수도 있다”고 했다. 국제상업회의소(ICC)에 따르면 저개발국이 직접 코로나19 백신에 접근하지 못할 경우 이로 인한 손실 비용은 92억 달러(약 10조 3000억원)로 추산된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공수처·檢 신경전에 현실이 된 ‘중복 수사’

    공수처·檢 신경전에 현실이 된 ‘중복 수사’

    공수처 9건 중 절반, 檢 조사·수사 겹쳐檢 ‘김학의 불법출금’ 재이첩 없이 수사‘윤중천 보고서’는 서로 다른 혐의 적용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에 나선 사건 9건 중 절반이 검찰에서 조사했거나 수사 중인 사안과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관의 신경전이 길어지면서 동일 사건을 중복 수사하는 비효율 문제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문홍성 검사장 등 현직 검사 3명 사건을 검찰로부터 ‘재재이첩’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입건했다. ‘공소권을 유보해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첩한 사건에 대해 공수처가 다시 이첩을 요청하면 입건한다’는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14조 3항에 따른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검찰에서 공수처로 넘어갔다가 재이첩된 뒤 수원지검이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기소하는 등 수사를 계속해 왔다. 수원지검 수사팀이 수개월간 수사를 진행해 공수처의 재재이첩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중복 수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3호 사건’인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왜곡·유출 의혹도 검찰과 공수처에서 혐의만 다르게 적용해 동시에 수사하고 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는 공무상 기밀누설 등 혐의를, 서울중앙지검은 명예훼손 등 혐의를 수사한다. ‘4호 사건’인 이 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사건은 지난달 14일부터 대검 감찰부에서 진상 조사를 해 오고 있다. 공수처가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한 두 사건은 이미 대검과 법무부의 감찰이 이뤄졌던 사안이다. 중복 수사가 계속되면서 검찰과 공수처 간 협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취임 직후 김진욱 공수처장과 만나 “협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공수처가 지난달부터 추진 중인 검·경·해경·국방부 검찰단이 참여하는 ‘5자 협의체’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공수처에 고소·고발된 사건도 많은데 자꾸 다른 수사기관이 열심히 수사 중인 사건을 가져가려 하니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공수처는 지난 9일 ‘정치자금 부정 수수´ 의혹으로 고발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다.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혐의로 함께 고발된 전·현직 검사 4명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 중이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에어비앤비, 강간 피해 여성에게 78억원 지불

    에어비앤비, 강간 피해 여성에게 78억원 지불

    공유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가 매년 5000만달러(약 559억원)를 나쁜 경험을 한 숙박객과 집주인을 위해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 에어비앤비의 기밀 문서를 통해 고객들과의 법적 분쟁을 해결하고 파손된 집 수리를 위해 위와 같은 금액의 돈이 쓰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또 에어비앤비가 나쁜 경험을 한 고객들에게 보상하기 위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강간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는 성병 검사까지 해준다고 전했다. 집 수리를 위해서는 피닦기 전문 요원을 고용하는 가 하면, 벽에 난 총구멍을 메우는 비용도 부담한다. 또 절단난 사체의 일부분을 찾는 비용을 낼 때도 있다. 2015년 뉴욕 에어비앤비에서 한 여성이 아파트 열쇠를 가진 남성에 의해 강간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에어비앤비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대가로 피해 여성에게 700만달러(약 78억원)의 배상금을 지불했다.에어비앤비가 매년 쓰는 5000만달러의 비용은 주로 집 수리에 들고, 고객과의 합의를 위해 1억원 이상의 돈을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한편 여름이란 최대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에어비앤비는 집을 빌려주는 호스트가 될 수 있는 더욱 편리한 절차를 도입했다. 숙박객들의 호감을 살 수 있도록 알고리즘으로 집 사진을 자동으로 배열해 주는가 하면, 자신의 집을 알리는 문구도 에어비앤비에서 제안한 것 가운데 골라쓸 수 있다. 에어비앤비 숙박 예약 가운데 가족여행은 지난해 27%에서 올여름 33%로 늘어날 전망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A급 전범 도조 히데키 유해 태평양에 뿌린 이유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A급 전범 도조 히데키 유해 태평양에 뿌린 이유

     1941년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격을 지휘해 태평양 전쟁으로 확전시켜 일본 군국주의를 멸망의 길로 이끈 A급 전쟁 범죄자 도조 히데키 전 총리의 유골이 태평양에 흩뿌려진 사실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확히 어느 지점에 흩뿌려졌는지는 미국 정부와 미군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왔다. 도쿄에 있는 니혼 대학의 다카자와 히로아키 교수가 메릴랜드주에 있는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소장하다가 2018년에야 기밀 해제된 문서를 통해 미국 육군의 연락용 항공기에 탑승한 장교가 요코하마에서 동쪽으로 48㎞ 떨어진 태평양 바다 위에 도조와 나란히 교수형이 집행된 전범 6명 등 7명의 유해를 흩뿌린 사실을 기록한 것을 찾아냈다고 영국 BBC가 AP 통신 등의 보도를 인용해 14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후손들이야 늦게라도 알게 됐으니 다행이라고 반겼지만 전쟁의 참화를 고스란히 당한 우리 민족으로선 스스로 단죄하지 못한 전범의 유골 존재가 이제야 밝혀진 것을 통탄할 일이다.  도조는 유럽에서의 전쟁을 빨리 매듭지으려던 미국 등 연합군의 관심을 아시아 지역으로 돌려 2차 세계대전을 연장하려 한 원흉이다. 영국 등 옛 제국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아시아를 손아귀에 넣겠다는 야심에서 전쟁을 시작해 수백만명의 무고한 인명을 희생시킨 전범 중의 전범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1948년 11월 사형이 언도됐고, 다음달 성탄절을 이틀 앞두고 교수형으로 처형 당한 도조의 유골이 어디에 있는지 함구해왔다. 그곳이 알려지면 애국 영웅으로 여기던 우익 지지자들이 성지로 받들며 순교자로 떠받드는 일이 벌어질 것과 한국과 중국, 필리핀 등 막대한 전쟁 피해를 입은 나라들이 들고 일어날 것을 우려해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이번에 다카자와 교수가 찾아낸 문서는 루서 프라이어슨 소령이 도조 등의 사형 집행 모습을 참관하고 유해를 화장하는 과정, 항공기에 유해를 싣고 공중에서 살포하는 과정을 상세히 기록으로 남긴 것이었다. 그는 1948년 12월 23일이라고 찍히고 ‘비밀’ 도장이 박힌 문서에다 “난 다음에 적힌 전범들의 형이 집행된 뒤 이들의 시신을 넘겨받아 화장하도록 감독하고 제8 육군 연락용 항공기에 올라 유해들을 태평양 바다 위에 흩뿌렸음을 확인한다”고 적었다. 그 밑에는 도조 히데키와 다른 6명의 전범 이름이 적혀 있었다. 화장을 마친 뒤에는 유해들을 빠짐없이 모았고, 유해들을 바다 위에서 뿌릴 때도 각별히 주의해 용기를 비워냈다고 적었다.  이듬해 1월 4일 작성한 문서에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시간대별 상황을 꼼꼼이 기재했다. 그날 새벽 2시 10분쯤 지문 확인을 마친 도조 등 7명의 시신을 담은 관을 2.5t 트럭에 싣고 감옥 밖으로 나와 모터사이클 호송을 붙여 요코하마의 미군 묘지 관리부대에 1시간 30분 뒤 도착해 최종 점검을 했다. 트럭은 다시 아침 7시 25분에 그곳을 떠나 30분 뒤 요코하마 화장터에 이르렀다. 관들을 차례로 트럭에서 내려 각기 “오븐들”에 들어가 10분씩 있었으며 근처를 병사들이 지켰다.  그 뒤 근처 공항으로 옮겨져 프라이어슨 소령이 탑승한 항공기에 유해들이 실렸다. 그리고 “우리는 대략 요코하마에서 동쪽으로 48㎞쯤 날아가 내가 직접 화장된 유해를 넓은 지역에 흩뿌렸다”고 적었다.  도조의 증손자 도조 히데토시(48)는 “유해가 없다는 것은 유족에게 오랫동안 굴욕이었다”는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소감을 뇌까렸다. 그는 “유해에 대한 정보가 드러나 안심된다”면서 “만약 그의 유골이 일본 영해 안에 뿌려졌다면 행운이다. 유해가 뿌려진 장소가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지면 친구들을 불러 모아 헌화하며 묵념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증조할아버지에 대한 모든 것이 봉인됐다”면서 “유해를 보존하지 않는 것이 전범재판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다카자와 교수는 “도조의 유해가 신성시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와 함께 미군은 유해를 일본 영토에 돌려주면 일본인이 절대적인 굴욕으로 여길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종의 배려를 한 것이란 해석인데 우리로서는 그의 견해에 동의할 수 없고 화가 나는 대목이다.  그는 전범으로 기소된 이가 4000명 이상이며 이 중 920명이 사형에 처해졌다며 전쟁 재판에 대한 연구를 더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참배했고 스가 요시히로 현 총리가 공물을 봉납했던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는 전범들의 유해가 없고, 대신 도조를 포함한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합사돼 오늘도 우익들이 찾아 추모하고 있다. 1869년에 세워진 이곳에 위패가 모셔진 일본인은 250만명 가량인데 전범들이 합사돼 오히려 이들의 희생 정신을 퇴색시킨다고 뜻있는 일본인들은 개탄하는데 군국주의 향수에 빠진 우익들은 반성하지 않는다. 도조 히데키는 일본 육군 참모장을 지냈으며 1941년부터 1944년까지 총리를 지냈다. 줄곧 일본 영토 확장을 부르짖었고 미국과 유럽의 제국주의 세력을 타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공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휘해 총리에 올랐지만 1944년 전세가 기울자 히로히토 일왕의 신임을 잃게 됐고 압력 끝에 물러났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무조건 항복하기에 이르렀고, 1945년 9월 11일 미군 병사들이 집을 포위하자 권총으로 극단을 선택하려 했으나 실패해 체포됐다.  도조 히데키가 떵떵거릴 때에도 뜻있는 우익들은 공군력이 절대 열세인 일본이 미국을 끌어들여 자멸의 길로 이끈 책임이 실로 크다고 비판했다. 히로히토 일왕이 교활하게 도조 히데키 등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미군정과 결탁해 목숨과 기득권을 부지했다는 비판도 대두된다.  도조 히데키를 체포한 미군 병사 5명 가운데 마지막 생존자 존 윌퍼스가 지난 2013년 93세를 일기로 메릴랜드주에서 세상을 떠났다. 윌퍼스가 도조의 자살 시도를 막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
  • 일본 전범 유골 바다에 뿌려져…증손자 “다행, 헌화할것”

    일본 전범 유골 바다에 뿌려져…증손자 “다행, 헌화할것”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격을 지휘했던 전쟁 범죄자 도조 히데키 일본 전 총리의 유골이 바다에 뿌려졌다는 소식에 유족들이 다행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14일 사형당한 도조의 유골이 어디 있는지는 세계 2차 대전의 가장 큰 미스테리였다면서, 일본 대학의 한 교수가 미국 군사 문서를 통해 답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그와 함께 처형당한 전범 6명의 유골은 순교자로 떠받들여지는 것을 막고자 일본 요코하마에서 50킬로미터 동쪽의 태평양에 뿌려진 사실은 철저한 비밀로 부쳐졌다. 일본에 전쟁 패배는 아픈 상처인데다 보수집권층이 역사를 꾸며내려 시도하면서 중국과 한국 등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니혼대 히로아키 다카자와 교수는 2018년 미국 워싱턴의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보유한 기밀 해제 문서에서 전범들의 유골이 뿌려진 곳을 찾아냈다. 도조의 증손자의 도조 히데토시(48)는 “유해가 없다는 것은 유족에게 오랫동안 굴욕이었다”면서 “유해에 대한 정보가 드러나 안심된다”고 말했다.이어 “만약 그의 유골이 일본 영해 안에 뿌려졌다면 행운”이라며 “친구들을 초대해서 만약 유해가 뿌려진 장소가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진다면 헌화하며 묵념하겠다”고 덧붙였다. 증손자는 “증조할아버지에 대한 모든 것이 봉인됐다”면서 “유해를 보존하지 않는 것이 전범재판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조 히데키는 일본 보수층에서는 애국자로 존경받지만, 2차 대전을 연장한 혐의로 서구에서는 증오의 대상이다. 1945년 8월 15일 히로히토 일본 국왕이 일본의 패배를 선언했을 때 도조는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도쿄의 집에서 체포됐다. 다카자와 교수는 전범으로 4000명 이상이 기소됐고, 이 가운데 920명이 사형에 처해졌다며 전쟁 재판에 대한 조사를 더 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조 아베 전 총리가 참배했던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는 전범들의 유해가 없다. 하지만 도조를 포함한 전범들의 위패가 이 곳에 합사되어 아직까지 신성시되고 있다. 미국의 기밀 문서에서 사형 집행 현장을 참관하고 기록을 남겼던 루서 프라이어슨 미군 소령은 한 톨의 유해도 남기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檢 “이재용 변호 로펌이 수사팀 검사 영입” 변호인 “모욕감 느껴”

    檢 “이재용 변호 로펌이 수사팀 검사 영입” 변호인 “모욕감 느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합병·부정승계 의혹’ 관련 재판에서 검찰이 이 부회장이 선임한 로펌 가운데 한 곳인 김앤장이 최근 이 부회장을 수사한 검사를 영입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모욕적 발언”이라고 반발하며 공방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박사랑 등) 심리로 10일 이 부회장의 5회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엔 전 삼성증권 직원이 앞선 공판에 이어 4회째 증인으로 출석해 변호인 반대신문을 진행했다. 반대신문이 끝난 뒤 검찰은 재판부에 요청사항이 있다고 운을 뗀 뒤 김앤장의 수사팀 검사 영입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증인이 삼성에 근무했고 지금도 삼성그룹 관련 업무를 하고 있어 여러 측면에서 삼성 측 관계자들로 하여금 가급적 (증인과의) 접촉을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달 전 (검찰) 인사로 수사팀 일원 중 한 명이 퇴임을 했는데 오늘 듣기로는 김앤장이 영입을 해서 변호사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법적, 윤리적 문제를 떠나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과정에서도 디지털 포렌식 수사관 한 명을 김앤장이 영입했는데 저희가 항의해서 영입이 취소된 적이 있다”면서 “원활한 재판을 위해 오해를 사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일단 처음 듣는 이야기라 정확한 사실관계를 모르지만 막연한 이야기를 마치 기정사실처럼 말하는 것 같다”면서 “변호인단이 마치 검찰이 알고 있는 수사 기밀 등을 의도적으로 알아내 그걸 이용해 변론한다고 여기는 건 과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그런 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코멘트를 할 건 아닌 것 같다”면서 증인에게 “의심살 수 있는 부분을 조심해달라”고 정리했다. 그러나 재판이 끝나기 직전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증인신문을 준비하고 진행한 변호인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모욕감을 느낀다”며 검사의 문제제기에 거듭 불쾌감을 드러냈다. 변호인은 “오늘 증인신문을 위해 밤새 노력했는데 검사가 갑자기 오해살 일을 만들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면서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낸 이유가 뭐냐. 공소사실 증명은 객관적인 증거로 해야지 갑자기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형사재판의 격’을 언급했다. 양측의 논쟁이 더 이어질 조짐이 보이자 재판부가 나서 상황을 진정시켰다. 재판부는 “양측에 오해하는 거 전혀 없고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음 재판기일을 고지했다. 이 부회장의 6회 공판기일은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다. 전 삼성증권 직원이 이날도 증인으로 출석해 변호인 반대신문을 진행한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베이조스·머스크 ‘소득세 0원’…대출·기부 뒤 숨은 美억만장자

    베이조스·머스크 ‘소득세 0원’…대출·기부 뒤 숨은 美억만장자

    중산층 소득세 14%인데 부호는 3.4%임금 대신 세율 낮은 주식 차익 선택주식담보대출·기부금으로 조세 회피백악관 “불법 공개… 유출 경위 조사”포브스 선정 세계 최고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2011년 소득세를 얼마나 냈을까. 코로나19 이후 테슬라 주가가 급등해 쾌재를 불렀던 일론 머스크 CEO의 2018년 소득세는 얼마일까. 답은 모두 ‘0원’이다. 각종 공제와 이들의 대출액을 고려, 미국 국세청(IRS)은 당시 ‘슈퍼리치’들의 연방 소득세를 면제해 줬다. 미국의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는 8일(현지시간) IRS 자료를 입수, 2014~2018년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25명의 소득세 감면 현황을 폭로했다. 5년 동안 25명이 늘린 자산은 총 4010억 달러(약 447조원)에 달했고, 같은 기간 이들이 납부한 소득세 총액은 136억 달러(약 15조원)였다. 불린 자산의 3.4%만 소득세로 낸 셈이다. 평소 부유세 신설을 주장하며 납세 의무를 강조하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이 기간 수익 243억 달러의 0.1%에 불과한 2370만 달러를, 대선에도 도전했던 언론 재벌 마이클 블룸버그는 225억 달러를 벌어 1.30%인 2억 9200만 달러를 소득세로 냈을 뿐이다. 미국의 최고 소득세율 37%는 부부 합산 연소득이 62만 8300달러(약 7억원)만 넘어도 적용된다. 보통 연소득이 7만 달러(약 7800만원) 정도인 미국 중산층 가구라도 최근 소득세 실효세율은 14%로 파악됐다. 즉 슈퍼리치들에게 평균 실효세율 3.4%의 낮은 소득세를 적용하느라 부족해진 세수를 ‘유리지갑’ 중산층들이 부담해 왔던 것이다. 세금 납부 뒤 손에 남은 자산을 따지면 불공정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교외에 집을 가진 40대 미국 중산층 가족의 경우 2014~2018년 6만 2000달러(약 6915만원)의 소득세를 납부했다. 생활비를 충당하고 세금까지 낸 뒤 저축, 집값 상승 등을 통해 이들이 5년 동안 늘릴 수 있었던 자산은 6만 5000달러(약 7250만원)쯤이다. 슈퍼리치들이 늘린 자산의 96.6%를 자신의 사금고에 남긴 반면 중산층 가구는 어렵게 모은 자산의 절반을 소득세로 내고 48.8%만 수중에 남긴 셈이다. ‘수익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명징한 징세 원칙은 1920년 연방 대법원의 판결 이후 무너졌다고 한다. 1918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상위 1% 부자들이 전체 소득세 징수분의 80%를 납부, 세금을 통한 재분배가 작동됐다. 그러나 1920년 ‘주식, 채권, 부동산 관련 수입은 매각해서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에 과세한다’는 판례가 성립됐고, 이후 보유한 주식 가치가 급등해도 팔지만 않으면 슈퍼리치들은 소득세 징수를 피할 수 있었다. 또 갑부들은 지분을 파는 대신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현금을 조달하고 거액을 기부하거나 신사업에 투자해 평판을 관리하는데, 이 대출금이나 기부금을 활용해 소득세 공제를 적극적으로 받았다. 감면 제도를 활용한 결과 2011년 베이조스의 ‘소득세 0원’ 기록이 만들어진 것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 유명 CEO들이 선택했던 ‘1달러 월급’ 역시 알고 보면 훌륭한 소득세 회피 수단이었다. 이들은 최고세율 37% 구간을 적용받는 임금 소득 대신 세율이 낮은 배당금과 주식·채권 투자 차익을 선택했다. ‘부자 증세’와 ‘법인세 인상’을 추구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지만, 프로퍼블리카의 폭로엔 부담을 드러냈다. 이 매체가 소득세 불공정을 해소할 해법으로 “개인 납세 데이터 공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장 보도 이후 백악관, 재무부, 국세청 등은 “납세 자료와 같은 개인 기밀 정보 유출은 불법”이라며 언론 매체로의 자료 유출 경위를 엄정 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프로퍼블리카는 “최고세율이 어떻든 억만장자들은 세금을 적게 낸다”면서 “이들의 납세 실적을 공시하는 것만큼 불공정한 현실 파악에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도조 히데키 A급 전범 유골 미군이 바다에 뿌렸다

    도조 히데키 A급 전범 유골 미군이 바다에 뿌렸다

    태평양전쟁 후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도조 히데키(1884∼1948) 전 일본 총리 등 A급 전범 7명의 유골이 바다에 뿌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A급 전범의 유해 처리 방법이 공문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니혼대학 생산공학부 다카자와 히로아키 전임 강사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입수한 문서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문서는 일제강점기 시절 요코하마시에 사령부를 둔 미 제8군이 작성한 것으로 A급 전범 7명이 처형된 1948년 12월 23일과 1949년 1월 4일 두 종류의 극비 문서로 최근 기밀 해제됐다. 이 문서를 작성한 것은 당시 현장 책임자였던 루서 프라이어슨 소령으로 ‘전쟁 범죄인의 처형과 시신의 최종 처분에 관한 상세 보고’라는 제목으로 문서를 작성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A급 전범 7명의 사형 집행은 1948년 12월 23일 0시 도쿄에 있는 스가모 형무소에서 이뤄졌고 시신을 태운 트럭은 오전 2시 10분 스가모 형무소에서 출발해 1시간 반 후 요코하마 시내의 미군 제108묘지 등록 소대에 도착했다. 이후 오전 7시 25분 소대를 나온 뒤 30분 후 화장장에 도착해 오전 8시 5분 화장됐다. 화장된 후 7명의 유해는 제8군의 활주로로 옮겨졌다. 이후 이 소령은 “요코하마 동쪽의 태평양 상공을 약 30마일(약 48㎞) 지점까지 연락기로 이동해 내가 유골을 광범위하게 뿌렸다”고 적었다. 다만 30마일 지점이 정확히 어디인지 언제 뿌린 것인지 정확히 적시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도조 히데키의 증손자인 도조 히데토시(48)는 “(유골이) 어딘가에 폐기되는 것보다 자연에 돌아온 것이 낫다”고 냉랭하게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문서를 입수한 다카자와 전임강사는 B·C급 전범도 사형 후 해상에서 유골이 살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범은 침략전쟁을 기획·시작·수행한 지휘부는 A급 전범, 상급자 명령 등에 따라 고문과 살인 등을 행한 이들은 B·C급 전범으로 분류됐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이해영의 쿠이 보노] 5·18광주항쟁 41주년, ‘하우스먼의 시간’

    [이해영의 쿠이 보노] 5·18광주항쟁 41주년, ‘하우스먼의 시간’

    5·18과 ‘미국 책임’, 새로운 말이 아니다. 1980년대 광주, 부산 미문화원 방화, 서울 미문화원 점거 사건 등 한때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책임 문제는 아직도 미완의 과거사다. 미국 탐사기자의 선구적인 노력으로 극비문서 ‘체로키파일’이 공개됐지만 미국에 의해 선별된 사실을 넘어선 실체적 진실은 여전히 멀다. 미국 책임의 정점에는 의당 ‘인권’ 대통령 지미 카터가 있다. 하지만 몇 해 전 광주의 방송사가 그를 찾아갔을 때 도망치듯 피신하는 그의 비루한 뒷모습은 충격적이다. 카터 아래 백악관의 권력 엘리트, 특히 안보보좌관 브레진스키를 우두머리로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리처드 홀브룩 등 ‘안보파’가 위치한다. 1979년 10월 26일~1980년 5월 말 이른바 ‘한국위기’에서 현장 지휘 공식 책임자는 대사 글라이스틴이다. 군쪽으로는 미 8군, 한미연합사, 유엔사 사령관 등 온갖 모자를 바꿔 쓰고 다니던 위컴이 있다. 미 CIA 한국지부장 밥 브루스터도 현장의 핵심 당사자다. 글라이스틴과 브루스터 양인은 1978년에, 위컴은 10ㆍ26 몇 달 전 한국에 부임했다. 글라이스틴과 위컴은 1990년대 말 나란히 회고록을 냈다. 브루스터는 1980년 말 사직, 1981년 병사한 관계로 절친(?)이었다는 전두환의 등극을 볼 수 없었다. 나는 글라이스틴, 위컴, 브루스터 3인에 이어 한 명을 더 지목하고 싶다. 제임스 하우스먼이다. 이 4인방이 10ㆍ26 급변사태 당시 한국 현장의 미국측 대리인이라고 본다. CIA 한국지부장은 미 대사관 8층 대사 집무실 옆방에서 근무한다. 그의 ‘화이트’ 명칭은 대사 특보(Special Assistant). 그렇다면 미 8군 사령관의 옆방에는 누가 근무할까. 사령관 특별고문(Special Advisor)이다. 위컴의 특별고문이 하우스먼이다. 군사고문단으로 해방 직후 한국군을 창설했고, 4ㆍ3을 겪었으며, 여순사건 진압을 현장에서 지휘했다. 한국전 당시에는 한강 인도교 폭파를 지시했으며 5ㆍ16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승만의 각별한 비호하에 경무대에 살다시피 하면서 국무회의에도 참석했다. CIA 지부장은 민간 첩보망을 통해 미 대사를, 하우스먼은 군방첩(CI)망을 통해 미군사령관을 지원하는 것이 임무다. 하우스먼은 글라이스틴, 위컴보다 앞선 1995년에 회고록 비슷한 것을 냈다. 이 책에서 5ㆍ16 당시 자신이 주한 미군사령관 “매그루더 장군의 직선적인 명령선상에 있지 않아 내 나름대로 행동했다”고 적고 있다. 그는 미 국방부 국방정보국(DIA) 지휘를 받는 자였다. 막상 이 책에는 10ㆍ26 이후 자신의 역할에 대한 상세 언급이 없다. 그런데 회고록 내기 전인 1990년 7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를 보자. “10·26 사건 뒤 하우스먼씨를 실장으로 하는 미8군 사령관 고문관실의 정보팀은 권력의 공백을 메울 세력이 누구인가를 탐색하는 데 주력하였다. ‘우리는 박 대통령의 죽음을 지배층의 붕괴라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한 지도자의 죽음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박 대통령을 지탱하여 온 여러 파워 그룹들이 박 대통령이 죽었다고 해서 권력을 포기하겠습니까. 아니면 이제는 우리가 나설 때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우리는 여러 파워 그룹 중에서 군대와 경제계가 가장 발달해 있고 정당이 가장 낙후돼 있다고 보았습니다. 정당이 권력의 공백을 메워야 민주화가 되는데 그럴 힘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고문관실 정보팀’이 누군지 위컴의 회고록이 말해 준다. “스티브 브래트너와 브루스 그랜트와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 … 하우스먼과 함께 나머지 두 사람의 조언은 과거 한미연합사령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내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귀중했다.” 과거 농구선수 박신자의 남편인 브래트너는 하버드대 출신 군정보통으로 1981년 하우스먼의 자리를 계승했다. 모르몬교 선교사 출신의 그랜트는 한글 전문가로 유명한데 생존해 있다. 떠나는 그를 사령관 위컴은 아래 공적으로 서훈한다. “대통령 박정희와의 긴밀한 개인적 관계를 통해 한국 군부가 미 정부의 우려를 불식할 만한 행동을 취하도록 설득했고, 신흥 군지도부의 배경과 열망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통해 신군부하 대한민국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지위를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나갈 것임을 미 정부에 확신시켰다.” 시인 이산하가 과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 현대사가 이 한 사람을 이기지 못했다.” 자료의 부족으로 분석이 시어(詩語)를 못 따른다. 미국은 ‘이 한 사람’과 그의 정보팀이 생산한 기밀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 홍콩, 톈안먼 추모집회 봉쇄… 中, 자오쯔양 생가 철통 감시

    홍콩, 톈안먼 추모집회 봉쇄… 中, 자오쯔양 생가 철통 감시

    중국 베이징 중심가 톈안먼광장이 핏빛으로 물들었던 ‘6·4 톈안먼 민주화시위’(톈안먼 사태) 32주년을 맞은 지난 4일. ‘비운의 지도자’ 자오쯔양(1919∼2005) 전 공산당 총서기가 살던 둥청구 왕푸징의 ‘푸창후퉁(부강골목) 6호’ 사합원(중국 전통 주택)을 찾았다. 중국 민주화를 용인하다가 1987년 실각된 후야오방(1915~1989) 전 총서기가 1989년 4월 갑자기 숨을 거두자 대학생과 시민들이 그에 대한 사인 규명과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톈안먼광장으로 모여들었는데, 당시 총서기인 자오는 무력 진압 여부를 저울질하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1904~1997)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퇴출됐다. 결국 6월 4일 톈안먼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에게 탱크와 장갑차가 다가갔다. 중국 당국은 사망자 수가 300여명이라고 밝혔지만, 2017년 공개된 영국 기밀문서는 “목숨을 잃은 민간인 수가 1만명이 넘는다”고 전한다. 톈안먼 사태로 물러난 그는 2005년 1월 사망할 때까지 여기서 가택 연금 생활을 했다.기자가 푸창후통 골목으로 들어서니 사복경찰로 보이는 이들이 곳곳에 배치돼 귀에 꽂은 리시버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집 근처에 주차된 차량들에도 공안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골목 밖에도 몇몇이 무전기를 들고 행인들을 두루 살폈다. 자오의 딸인 왕옌난과 남편 왕즈화가 올해 4월 이곳을 떠나 가족도 없었지만 감시는 여전했다. 라오바이싱(일반 서민)들이 그의 흔적을 찾아 톈안먼 사태의 시위를 떠올리는 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톈안먼광장 역시 삼엄한 감시 속에 관광객들로만 북적였다. 늘 그랬듯 외신 기자들의 출입은 금지됐다.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태 32주년에도 깊은 침묵을 지켰다. 사회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기에 과오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 브리핑에서 ‘톈안먼어머니회’(유가족 모임)가 유혈 진압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는 말에 “신중국 건국 70년 만에 이룬 위대한 성취는 우리가 선택한 발전의 길이 옳았음을 증명한다”며 “1980년 말 발생한 정치 풍파(톈안먼 시위)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미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자유아시아방송(RFI)은 허난성의 한 역사학자 말을 인용해 “중국 청년들이 ‘더우인’(틱톡)에 열광할 뿐 ‘6·4’는 거의 모른다”며 “교과서에서 톈안먼 사태가 지워졌기에 학생들이 이를 알 방법이 없다. 설사 일부가 이를 전해 듣고 웨이보 등에 올려도 당국의 검열로 삭제되거나 애국주의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는다”고 전했다. 홍콩에서도 톈안먼 희생자를 기리는 촛불집회가 불허됐다. 해마다 6월 4일 오후 8시면 시내 중심 빅토리아공원에서 톈안먼 시위를 추모하는 수만 개의 촛불이 켜졌지만, 이날은 홍콩 당국의 원천봉쇄로 32년 만에 처음으로 공원 내 집회가 열리지 않았다. 홍콩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2년 연속 집회를 불허했다. 그래도 지난해처럼 시민들이 공원으로 몰려갈 것을 우려해 공원을 봉쇄하고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그럼에도 빅토리아공원 주변을 비롯해 몽콕, 침사추이 등 곳곳에서 시민들이 ‘소규모 촛불 시위’를 벌였고, 이에 경찰이 주동자들을 체포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보도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5·18기록관, 미국 기밀문서 홈페이지 공개

    5·18기록관, 미국 기밀문서 홈페이지 공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1980년대 미국 기록문서를 2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기록문서는 1980년대 미국 기관에서 생산한 기록문서를 대한민국 외교부가 전달받아 5·18기록관에 제공한 것으로 14건에 총 53쪽 분량이다.이 기록물은 당시 전두환 반란 군부의 동향, 정치적 상황, 5월 광주, 시민·학생 움직임 등 대한민국의 상황 등이 담겨 있다. 한편 5·18을 기록한 미국 국무부, 국방부, CIA, 한국주재 미대사관 등 주요 기관의 문서는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5·18기록물의 일부분으로 모두 3471쪽에 달한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2020년에도 비밀해제된 미국측 문서 43건을 전달받아 5·18기록관에 제공한 바 있다. 정용화 관장은 “5·18 당시 상황을 담은 미국 문서는 전두환 반란군부와 외교 관계, 한국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중요 자료”라며 “원문은 공개하고 차츰 우리말로 번역하고 쉽게 풀어 써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美 “80년 당시 崔대통령·국방장관 사실상 실각”

    美 “80년 당시 崔대통령·국방장관 사실상 실각”

    ‘무력한 대통령(A helpless president)과 내각은 그 결정을 재가했다.’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하루 전인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된 직후 주한 미국대사관은 이 같은 내용을 전문으로 작성해 ‘서울의 탄압’(Crackdown in Seoul)이란 제목으로 본국에 긴급 타전했다. 2일 미 국무부가 외교부에 전달한 5·18 민주화운동 관련 외교문서(14건·약 53쪽)에는 ▲12·12사태 이후 군부 동향 ▲최규하 과도정부의 정치적 위상 ▲5·18 이후 정치적 처리 과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문서들은 1990년대 중반 기밀 문서에서 해제됐지만 전두환, 최규하 등 구체적 인물에 대한 기술은 가려져 있다가 이번에 모두 공개됐다. 당시 최규하 대통령은 이미 실각했으며, 전두환을 주축으로 하는 신군부가 실권을 완전히 장악했음이 미국 정부 문서에서도 재확인됐다. 전문은 전두환에 대해 “군부 내에서 결정적이지는 않더라도 중심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규하 대통령뿐 아니라 12·12사태 후 국방부 장관이 된 주영복 장관도 실권이 없음을 솔직하게 밝힌 대목도 공개됐다. 1980년 1월 10일자 주한 미대사관 작성 문서에는 주 장관이 레스터 울프 미 하원의원으로부터 ‘한국군의 안정을 바라며 지휘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돕겠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군에 대해 아무런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신군부 주도의 실질적 지휘 체계가 12·12사태 직후 형성된 것이다. 이런 정세 속에서 미국 정부는 전두환에게 경계심을 가지면서도 실세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정황도 드러났다. 미 국무부는 연례안보협의회의 개최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면서 한국의 국방부 장관 외에도 실권자였던 전두환에게도 보내라고 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발포 명령을 내린 책임자나 지휘체계에 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관계자는 “5·18은 군사적 사건이기 때문에 군 부대 이동상황이나 지휘체계, 발포 명령 등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방부에서 생성된 문서가 공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씨줄날줄] 둔함메르 작전/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둔함메르 작전/오일만 논설위원

    초연결 시대에 돌입한 세계가 치열한 정보전에 돌입한 지 오래다. 정보를 장악한 나라가 세계 패권국이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는 손자병법이 21세기에서 통용되는 것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국(NSA)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청 프로그램인 ‘프리즌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테러 방지라는 미명으로 일반인의 통화 및 이메일 목록을 빠짐없이 수집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NSA로 직장을 옮긴 에드워드 스노든은 2013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프리즘 프로젝트를 포함한 불법 통화감찰 실태를 폭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외국 정치인들을 광범위하게 감시했다는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2017년에도 미 CIA의 충격적인 감청 소식이 또다시 폭로됐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코드명 ‘볼트7’이라는 CIA 기밀정보를 공개했다. 사이버인텔리전스센터라 불리는 CIA 해킹 조직이 주도적으로 정보 수집에 나섰으며 모든 백도어, 악의적 페이로드, 트로이 목마, 바이러스는 물론 CIA에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기타 악성 코드의 개발, 테스트 및 운영 지원을 담당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최근에도 비슷한 사건이 터졌다. NSA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덴마크와 손잡고 독일 메르켈 총리나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 고위 정치인들에 대한 감청 활동을 벌였다는 것이 핵심이다. 덴마크 공영라디오 DR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NSA는 덴마크 군사정보국(FE)과 체결한 안보협력을 통해 문자와 전화 통화, 인터넷 검색, 채팅, 메시지 애플리케이션 등에 접근해 정보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둔함메르 작전’이라는 명명하에 이러한 감청 내용이 공유됐고 양국의 최고위층에게도 전달됐다고 한다. 미국의 맹방이라는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를 상대로 한 조직적 도청 행위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와의 화상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동맹국 사이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발끈했다. 메르켈 총리 역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 역시 동맹국을 감시하는 ‘세계 최대 해커 제국’이라고 비난 대열에 뛰어들었다. 적과 아군의 구별 없는 살벌한 정보전 시대다. 미국과 동맹국인 우리도 결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이유다.
  • 유럽 “美, 감청 의혹 해명해야”… ‘제2 스노든 사태’ 되나

    유럽 “美, 감청 의혹 해명해야”… ‘제2 스노든 사태’ 되나

    유럽 정상들이 과거 미국이 덴마크 정부의 협조를 받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치인들을 도·감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개 해명을 요구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와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동맹국 사이에서 도청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덴마크와 미국에 이러한 폭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도 잇따라 미국과 덴마크에 공개 해명을 요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해명 촉구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앞서 전날 덴마크 국방장관이 “동맹국 간 감청 활동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한 것에 “안심한다”고 말했다. 덴마크 공영라디오방송인 DR은 전날 “미 국가안보국(NSA)이 덴마크 군사정보국(FE)과 맺은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덴마크의 해저 정보케이블을 이용해 2012~2014년 독일과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의 고위 정치인들과 관리들을 도청했다”고 보도했다. DR은 감청 대상에 메르켈 총리와 당시 독일 외무장관, 야당 지도자가 포함돼 있었으며 NSA가 이들의 인터넷 검색기록과 채팅,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에까지 접근했다고 전했다. 미 NSA가 광범위한 도·감청을 했다는 폭로는 이전에도 나왔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NSA 전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2013년 6월 미 정보기관들이 9·11 이후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폭로했고, 외국 정치인들에 대한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추가 폭로도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은 폭로에 대해 명확하게 부정하지 않았고, “강력한 국가안보의 목적이 없는 한 외국 동맹들에 대한 추적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AFP와 영국 가디언 등은 “DR 보도대로라면 미 정보기관이 스노든의 폭로 이후에도 감청 활동을 계속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노든은 트위터를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감청 의혹이 제기된 당시) 부통령이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 있는 해명을 요구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정부는 즉각 ‘상습범’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맹비난하고 나섰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은 모두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의 해커 제국이자 기밀을 빼내는 선수”라며 “대규모, 무차별로 기밀을 절취하는 상습범 중에서도 고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기밀을 절취하는 자가 오히려 온라인 안전을 수호한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미국의 온라인 억압 행위를 폭로하고 저지하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대중 압박에 주력해 온 미국과 동맹 유럽의 균열을 시도하려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덴마크 정부는 아직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정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오는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마크롱·메르켈, 미국에 감청 의혹 해명 요구…“동맹국간 용납 못한다”

    마크롱·메르켈, 미국에 감청 의혹 해명 요구…“동맹국간 용납 못한다”

    유럽 정상들이 과거 미국이 덴마크 정부의 협조를 받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치인들을 도·감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개 해명을 요구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와 화상으로 진행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유럽의 신뢰관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동맹국 사이에서 도청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덴마크와 미국에 이러한 폭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도 잇따라 미국과 덴마크에 공개 해명을 요구했다. 피해자로 지목된 메르켈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해명 촉구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앞서 전날 덴마크 국방장관이 “동맹국간 감청 활동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한 것에 “안심한다”고 말했다. 덴마크 공영라디오방송인 DR은 전날 “미 국가안보국(NSA)이 덴마크 군사정보국(FE)와 맺은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덴마크의 해저 정보케이블을 이용해 2012년~2014년까지 독일과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의 고위 정치인들과 관리들을 도청했다”고 보도했다. DR은 감청 대상에 메르켈 총리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당시 독일 외무장관, 페어 슈타인브루크 당시 독일 야당 지도자가 포함돼 있었으며 NSA가 이들의 인터넷 검색기록과 채팅,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에까지 접근했다고 전했다. 미 NSA가 광범위한 도·감청을 했다는 폭로는 이전에도 나왔다. 미 중앙정보국(CIA)와 NSA 전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2013년 6월 미 정보기관들이 9·11 이후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폭로했고, 외국 정치인들에 대한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추가 폭로도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은 폭로에 대해 명확하게 부정하지 않았고, “강력한 국가안보의 목적이 없는 한 외국 동맹들에 대한 추적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AFP와 영국 가디언 등은 “DR 보도대로라면 미 정보기관이 스노든의 폭로 이후에도 감청활동을 계속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스노든은 트위터를 통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감청 의혹이 제기된 당시) 부통령이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있는 해명을 요구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중국 정부는 즉각 “미국은 ‘상습범’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맹비난하고 나섰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은 모두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의 해커 제국이자 기밀을 빼내는 선수”라며 “경쟁 상대뿐만 아니라 동맹을 포함하며 대규모, 무차별로 기밀을 절취하는 상습범 중에서도 고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기밀을 절취하는 자가 오히려 온라인 안전을 수호한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국제사회가 미국의 온라인 억압 행위를 폭로하고 저지하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대중 압박에 주력해온 미국과 동맹 유럽의 균열을 시도하려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덴마크 정부는 이번 폭로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정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오는 11일~13일 영국에서 열리는 G7정상회의에서 핵심의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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