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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삼웅 칼럼] 늦가을, 존재의 근원을 찾는다

    깊어가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흐르는 세월의 소리를 듣는다.새천년의장엄한 일출을 축복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캘린더는 두장만 남기고 오늘 상달의 마지막날이다. “아아,쉬임없이 흐름으로써 우리를 고문하는/ 잔인한 세월이여/ 너를 죽여 모든 생활을 얻은들/ 모든 생활을 죽여 너를 얻은들/ 또 무엇하리.” 양정자 시인의 ‘가장 쓸쓸한 일’의 전문이다. 일순의 쉼표도 없이 흐르는 세월 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다.유난히 아름답다는 올 단풍도 하나둘 본자리로 돌아가고나무들은 겨울채비를 서두른다. 흔히 추수가 끝난 가을은 초목의 잎이 시드는 조락의 계절로 불리지만 생명의 원리에서 볼 때 조락은 복귀의 과정이다.낙엽귀근(落葉歸根)이란 말에서도 ‘생명복귀’의 원리를 읽는다.가을이 없다면 생물은 한없이 자랄 것이고 이것은 조화를 위한 절도를 넘어선다.천지는이렇게 조화와 절도를 부여받았다. 요즘 TV드라마로 부활한 조선시대의 저항적 학자 허균에게도 가을의교외는 풍성했다. “가을이 무르익어 즐거운 들판/ 기쁨의 소리가 원근에서 들리네/ 집집마다 흰 막걸리를 기울이고/ 곳곳에서 누른 벼를베고 있구나.” 신라의 승려 혜심(慧諶)은 ‘회향일(回向日)’에서가을의 번뇌와 망상의 식멸(息滅)을 말했다.“나부끼며 지는 잎은 숲에 떨어지고/ 쓸쓸히 날아가는 기러기는 새벽소리 보낸다/ 여기서 보고 듣고도 깨닫지 못한다면/ 부처님 마음 저버림이 얼마이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는 사람은 일하지 않은 결과이다.가을에 너울거리는 은빛 억새꽃을 보고도 사념(思念)이 없다면 심신이 산성화된 사람이다. 가람 이병기는 빼어난 가을시조를 남겼다.“들마다 늦은 가을 찬바람이 움직이네/ 벼이삭 수수이삭 으슬으슬 속삭이고/ 밭머리 해그림자도 바쁜듯이 가누나/ 무 배추 밭머리에 바구니 던져 두고// 젖먹는 어린아이 안고 앉은 어미 마음/ 늦가을 저문 날에도 바쁜 줄을 모르네.” 세월 앞에 파괴되지 않는 진실이란 무엇일까.인간의 타고난 사악함과 바닥과 천장을 모르는 탐욕은 순환하는 계절의 질서를 지켜보면서도 진실을 익히지 못한다. 조용우는 ‘양파’란 시에서탐욕을 뒤짚어 쓴 인간의 속살을 벗긴다.“껍질을 벗긴다// 탐욕의 껍질/ 위선의 껍질/ 독선의 껍질// 한꺼풀 한 꺼풀을 벗기니/ 그 속에 숨어 있는 작고 하얀 속살/ 껍질까지도 용납하고 품어 준 진실의 속살/ 여태껏 나를 버티게 해준 것이/ 이 작은 진실이었구나/ 한 꺼풀씩 껍질을 다 벗긴 뒤에/ 그 속에 아무것도 없었다면/ 나는 그만 흙속에서 썩고 말았을 게다.”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인도 전역을 걸어다니며 지주들을 만나고,가난한 이웃들에게 땅을 내주도록 설득하여,스코틀랜드만한 거대한토지를 헌납받은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사회개혁가인 비노바 바베의평전이 이제야 번역되어 가을을 앓는 영혼들에게 위안을 준다.브라만계급 출신이면서도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분뇨 치우는 일을 맡았던그는 말한다.“어린아이의 배를 고프게 하시는 분은 그 어미의 가슴에 젖을 채워주시기도 한다.그분은 자신의 일을 완성되지 않은 채로그냥 두시지 않는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란 ‘전설’의 시절에 쓴 안재홍의 ‘독서개진론’은 지금도 유효성을 갖는다.“황국 단풍이 어느덧 무르녹아 달밝고 서리 찬 밤 울어 예는 기러기도 오늘 내일에 볼 것이다.독서하기에 좋은 계절이다.하늘 높고 바람 급한 적에 호마가 소리쳐 장부의 팔이 부르르 떨치면서 넌지시 만리의 뜻을 품는 것은 가을의 감정이다.” 조선후기 철학자 이덕무의 글은 늦가을 국향(菊香)의 맛이다.“티끌 세상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더라도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책 읽을 여유를 가진 사람은 군자이다.” 버릴 줄 아는 사람만이 채운다.탐욕과 증오와 당파심을 털고 거리의 나무들처럼 겨울채비를 서두르자.새봄의 신록을 기약하면서,그리고뿌리로 돌아가는 잎새에서 존재의 근원을 생각하면서. “우수수 가을 바람 갈대잎 쓸쓸타 마라/ 이 한밤 잠못든다 흰머리외롭다 마라/ 천지에 한가닥 맑은 뜻을 우리만이 안다네.”(이은상,벽노기)김삼웅 주필.
  • “가요 ‘휘파람’ 저작권 침해”

    북한이 최근 북한과의 협의없이 북한가요를 담은 음반을 판매하고있는 국내음반사에 대리인을 보내 공식항의하고,문화관광부에도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 남북 사이의 저작권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의 조선만경무역상사는 최근 일본의 저작권 관리회사 만대의 관계자를 서울음반과 동아기획에 보내 탈북가수 김은실의 ‘기러기떼날으네’와 길정화의 ‘휘파람’ 등의 음반이 저작권료 지급없이 유통되고 있는데 항의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철원평야 겨울손님 오셨네”

    쇠기러기 등 겨울 철새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철원평야를 찾아왔다. 4일 강원도에 따르면 쇠기러기 30여마리가 예년보다 1주일 빠른 지난달 23일 첫 모습을 보인데 이어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 30여마리가 이달초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철원평야를 찾아와 둥지를 틀었다. 쇠기러기는 현재 2,000여마리가 떼를 날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시베리아에서 온 쇠기러기는 민통선 이북 동송읍 양지리 철원평야에 둥지를 튼 뒤 추수가 끝난 들녘에서 벼이삭 등을 주워 먹으며 긴 여정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다. 세계적인 희귀조인 재두루미도 지난 30일 ‘선발대’ 30여마리가 중국 칸카호 등지를 떠나 철원평야에 도착한데 이어 ‘본진’ 800여마리가 오는 20일쯤 합류할 전망이다.이중 300여마리는 충분히 먹이를섭취한 뒤 다시 일본 큐슈 이즈미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철원평야에서의 본격적인 탐조관광은 천연기념물 202호인 두루미가도착하는 이달말부터 내년 3월초까지가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겨울철새 중 기러기 20여만마리는 철원평야 전역에서 겨울을 나지만 유난히 경계심이 강한 두루미나 재두루미는 민통선 이북 철원군 샘통리나 아이스크림고지 등에서 먹이를 구하고 인적이 거의 없는 비무장지대에 주로 보금자리를 꾸민다. 철새먹이주기 자원봉사단 전춘기(全春基·철원군 동송읍 양지리·47)부회장은 “예년보다 1주일 빠르게 기러기와 재두루미가 찾아왔다”면서 “지역주민들이 먹이를 충분히 확보하는 등 철새 보호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체계적인 탐조코스를 개발,효과적인 탐조활동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철원 조한종기자 bell21@
  • “야생동물 치료해주세요”

    부상을 입은 야생조수에 대한 신고와 치료가 활기를 띠고 있다. 부산시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심하게 다친 야생조수 23마리를 발견해 동물병원에서 치료,원기를 회복한 18마리는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숨진 5마리는 묻어주거나 경성대 조류연구소에 실습용으로 기증했다고 24일 밝혔다. 치료받은 야생동물은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4마리와 고라니 3마리를 비롯,기러기와 너구리,도요새,해오라기 등이다.부상을 입은 야생조수가 몰리면서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시가 올해 편성한 예산 100만원이 상반기에 이미 동난 상태다.이에 따라 시는 추경예산을 통해 100만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지원액을 점차 늘려나가기로 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KBS가요무대 700회 ‘이미자 스페셜’

    KBS 1TV '가요무대'는 25일밤 10시 방송 700회 특집으로 ‘이미자스페셜’을 방송한다.지난 1985년 11월4일 첫 전파를 탄 가요무대는그동안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사랑과 관심을 받았으며 특히 해외동포들에게 인기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이미자 스페셜’에서는 KBS예술단,연합합창단과 함께 ‘여자의 일생’,‘기러기 아빠’,‘아씨’,‘동백아가씨’등 이미자의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선보이게 된다. 또 조영남,주현미 등 후배가수들이 출연,선·후배간의 정을 느낄수있는 코너도 마련한다. 장택동기자
  • 북한가요 무삭제 원판 첫 발매

    북한에서 녹음된 음원을 그대로 사용한 무삭제 가요 원판이 최초로발매된다. 음반기획사인 ㈜부곡무역은 5일 “북한 인기가수 전혜영,리분희 등이 부르고 보천보 전자악단 등이 반주를 맡은 북한 가요 9곡과 민요3곡이 수록된 북한 가요 1집 ‘휘파람’을 일본에 주문 생산,오는 7일부터 발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올 들어 여대생 가수 ‘통일소녀’와 탈북 여가수 김은실씨가 ‘휘파람’ ‘기러기떼 날으네’ 등의음반을 발매했으나 모두 국내에서 리메이크한 것이었다. 회사측은 “당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방법으로 음원을 입수한뒤 통일부와 문화관광부 등 관계 당국과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이창구기자 window2@
  • 우리말 두번째 이름 11호태풍 ‘개미’발생

    우리나라가 제안한 이름이 붙여진 태풍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22일 “올해 11번째 태풍인 ‘개미(Kaemi)’가 새벽 3시쯤 베트남 다낭항 동남쪽 200㎞ 부근 해상에서 발생,베트남 동해안쪽으로 진행중”이라고 밝혔다.‘개미’는 우리나라가 지난해 11월말 서울에서 열린 제32차 태풍위원회 총회에 제출해 공식 채택된 이름으로,북한이 제출한 제3호 태풍 ‘기러기’ 이후 우리말로 이름지어진 두번째 태풍이다.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말 이름이 붙긴 했지만 베트남통킹만쪽으로 진행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영우기자]
  • 4호 태풍 카이탁 북상…오늘 충청이남 영향권

    제4호 태풍 카이탁(KAI-TAK)이 우리나라를 향해 빠른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10일부터 충청 이남지역이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들며 12일까지 전국에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보인다. 카이탁은 올 여름들어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첫 태풍이다. 기상청은 “시속 31㎞로 북상중인 태풍 카이탁이 10일 오후 3시 제주도 남서쪽 약 400㎞ 부근 해상까지 진출하겠다”면서 “10일에는 충청 이남지방이,11일에는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면서 12일까지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10일 예상 강수량은 ▲제주도 40∼80㎜(많은 곳 120㎜ 이상) ▲호남 및 경남 남해안 30∼50㎜(〃 80㎜ 이상) ▲영남 20∼40㎜ ▲충청 10∼30㎜ 등이다. 태풍 카이탁은 중심기압 985헥토파스칼,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26m의 중형태풍이다.태풍 중심 반경 약 330㎞ 이내에는 초속 15m 이상의 강풍이 불고있다. 한편 올 장마는 사실상 끝났다. 기상청은 9일 1개월 예보(7월 11일∼8월 10일)를 통해 “8∼9일 일본 동해안을 스치며 열대폭풍으로 변한 제3호 태풍 ‘기러기’의 영향으로 장마전선은 세력이 크게 약화된 채 일본 동해 먼바다로 물러섰다”면서 “카이탁이 지나간 뒤 제주도 남쪽바다에 장마전선이 새로 형성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반도에 더이상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난달 16일 제주도에서부터 시작된 올해 장마는 중부지방은 지난달 30일,제주와 남부지방은 지난 1일 끝났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태풍의 이동로는 북서쪽으로 치우치는 현상을 보이고있어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숫자는 평년의 2.4개를 약간 웃돌겠다”고 덧붙였다. 전영우기자 ywchun@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교통질서와 ‘룰’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으며 지구촌을 한나절에 돌 날이불과 몇년 앞으로 다가왔다.숙명으로 여겨온 시공의 제약을 과학과 교통의발달이 한 꺼풀씩 벗겨내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에 몰려 살았다.70년대부터 급격히 이루어진 도시화도 따지고 보면 직장과 학교를 쉽게 오가며 필요한 물건들을 제때 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도시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러한 도시가 우리를 짜증나게 하고 있다.출퇴근때뿐 아니라 하루종일 막히는 교통체증 때문이다.길이 있어도 가지 못하고 차가 있어도 무용지물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성능좋은 차가 생산되고 많은 예산을 들여 도로를 신설하는데도 도시 교통문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도시의 교통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고대 로마에서도 도시내 교통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일정시간대에는 마차의 통행을 제한했다고 한다. 막대한 세금을 거둬 전체 도시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도로와 주차장을 확충한 미국 LA의 경우도 예나 지금이나 교통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교통은 물리적인 흐름이다.이러한 흐름을 가장 빨리,가장 안전하게 하는방법은 그 구성입자가 모두 동일한 원칙에 의해서 움직여 주는 것이다.하늘을 나는 기러기떼를 보면서 우리는 이러한 진리를 깨닫는다. 복잡한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차선과 신호등,제한속도와 건널목,끼어들기와 추월하기 금지 등 여러가지 시설과 질서를 만들어 놓았다.길에있는 모든 사람과 차량이 이들 질서를 지킬 때만이 우리는 최상의 교통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게임에도 ‘룰’이 있듯이 교통도 ‘룰’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신호등의빨간불에서는 당연히 정지해야 하고 푸른 불에서는 가야 한다.무인속도측정기에 적발돼 벌점 부과와 과태료를 내는 게 두려워서라기보다 제한속도를 지키도록 되어 있으면 지켜야 하는 것이다.안전벨트를 매면 대형사고시 화를덜 입는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매라는 것이지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모두가 정해진 ‘룰’대로만 하면 교통질서는 저절로 잡힌다. 교차로에서로 얽힌 차량,전용차선을 위반한 차량,갓길을 달리는 차량,모른척 끼어드는 차량…. 교통시설 확충에 수조원을 쏟아붓는 것보다 이처럼 ‘룰’을 어기는 차량들이 없어질 때 우리의 교통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金允起 건설교통부장관
  • 우리말이름 첫 태풍 발생

    우리말 이름을 가진 태풍이 처음으로 발생했다.기상청은 3일 “올 들어 3번째 태풍인 ‘기러기(Kirogi)’가 3일 오후 3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섬 남남동쪽 1,100㎞ 부근 해상에서 발생,시속 17㎞의 속도로 북상 중”이라고 밝혔다. ‘기러기’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말 서울에서 열렸던 제32차 태풍위원회총회에 제출,공식 채택된 첫 우리말 이름 태풍이다.이 회의에서는 올해부터미국식 이름 대신 회원국들이 제출한 이름 140개를 쓰기로 했으며,우리나라가 제출한 이름 ‘개미(Kaemi)’는 올 11번째 태풍 이름으로 정해져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러기’는 아직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우리나라에영향을 미칠지 여부를 판단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영우기자
  • [외언내언] 동백아가씨

    이미자(李美子·59)씨.우리네 산야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풀꽃처럼 흔한 이름이다.열아홉살 때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래 숱한 남녀의 심금을울리며 가요인생 40여년,그동안 발표한 노래만 1,000여곡이다. 이미자씨가 어쩌면 고별무대가 될지도 모르는 데뷔 40년 기념(99년) 앙코르공연을 가졌다.22,23일 이틀 동안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을 꽉 메운 그의 팬들은 ‘동백 아가씨’‘기러기 아빠’‘여자의 일생’ 등 가요 반세기를 장식했던 추억의 노래가 나올 때마다 함께 흥얼거리며 향수에 젖었다. 이미자씨의 노래는 한결같이 사랑 아니면 이별이다.흔하디 흔한,그러나 누구나 한번쯤은 절실했던 아픔-.그는 이 만인의 ‘아픔’을 100년에 한사람나올까 말까 하다는 빼어난 목소리로 풀어낸다.그가 40여년 동안 한결같이대중의 사랑을 받은 것도 바로 이 만인의 ‘애환’을 노래한 덕택이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이 가요의 여왕을 홀대한 일이 있다.엄밀히 말하면 대중과는 상관없는 문화정책 당국의 횡포지만 우리는 한때 그의 노래를 ‘왜색’이라고 해서금지곡으로 묶었고 그의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시비한 일이 있다.물론 뒤늦게 해금도 되고 그에게 문화훈장(화관)도 주었지만 일본의 미소라 히바리,프랑스의 이브 몽탕,미국의 엘비스 프레슬리,영국의 비틀즈가 자국에서 받은 대접에 비하면 푸대접이 너무 심했다. 말이 난 김에 ‘동백 아가씨’‘섬마을 선생님’ 등 한때 금지곡으로 묶였던 노래들의 왜색시비 근원을 규명해 보자. 일본 엔카(演歌)의 창시자 고가 마사오(古賀政男)는 일본 가요의 황제로 불린다.그런데 고가 마사오의 엔카가 한국의 육자배기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그 연유는 이렇다.고가 마사오는 1920년대 서울 선린상고를 다니면서 그 시절 풍미하던 임방울 이화중선의 민요,특히남도의 육자배기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민요가 모티브가 된 엔카가 일본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는 데있다.이는 한국과 일본인의 대중정서가 맥이 닿아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전문가들은 그 원류를 백제 유민의 한으로 추론한다. 우리는 우리 것,그래서흔한 것의 소중함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 金在晟논설위원 jskim@
  • 북한화가 작품 첫 서울나들이

    북한이 자랑하는 천재소녀화가 오은별(20)의 개인전이 서울에서 열린다.㈜아트빌 미술방송국은 오씨의 조선화(한국화) 48점을 입수,5월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목동에 있는 아트빌 미술방송국과 아트빌 조형연구소에서 전시한다.북한출신 화가의 개인전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만 두살 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당시 평양3역 장충유치원에 다니며 꽃·대나무·기러기·병아리 등을 소재로 해맑은 동심을 그려냈다.특히 기러기 그림을 잘 그려 지금도 ‘기러기소녀’로 불린다. 다섯살 때는 ‘전국 청소년미술전람회’에 참가해 특등을 차지해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87년엔 3만명이 참가한 국제어린이미술전람회(모스크바)에서1등상을 받는 등 지금까지 십수차례에 걸쳐 국내외에서 입상했다.북한당국은 일찍부터 그의 천재성에 주목,영어로 작품집까지 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않고 있다. 이번 전시작중엔 무리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나 부리를 마주하고 장난치는 병아리,어미닭 주위에 모여 노는 병아리 그림 등이 포함돼 있다.유치원때 그린 것들이지만20대 작가에 버금가는 역량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그는 현재평양미술대학에 재학중이며 동생 오옥별도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 안중근의사 순국 90주기/ 安의사 의거와 ‘대한매일신보’

    구한말 구국항일지 ‘대한매일신보’는 안중근 의사의 의거 다음날부터 관련기사를 대서특필,민족지로서의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특히 안 의사의 사형언도일인 1910년 2월 14일을 전후해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공판내용을 보도했다.또 안 의사의 옥중소식이나 가족근황 등에 대해서도 대대적으로보도한 것으로 나와 있다. 안 의사 의거 다음날인 10월 27일자 대한매일신보(한글판)는 하얼빈발 26일자 전보를 인용,이토가 하얼빈역에서 ‘한국사람’에게 총을 맞은 사실을 보도하였다.같은 날짜 ‘잡보’에서는 ‘조선일일신문’의 호외보도를 인용,이등박문이 26일 아침 암살당하였다고 보도하였다.11월 21일자에서는 일본 ‘대판조일(大阪朝日)신문’의 보도를 인용,안 의사가 예심에서 밝힌 이토를처단한 이유 15항을 실었는데 그 내용은 1.명성황후 살해 2.을사조약 체결,… 5.군대해산 등이다.이 해 12월 5일부터는 뤼순감옥에 수감중이던 안 의사의 동정을 변호인 등 면회자들의 입을 통해 ‘뤼순통신’이란 제목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1월 29일자 ‘시모시자(是母是子)’라는 기사에서는 안 의사의 어머니 조(趙)마리아 여사가 “중근은 러일전쟁 이후로 줄곧 위국헌신 사상을 가지고있었으며 국채보상금 모집때도 아내의 패물을 기꺼이 내놓았다”며 아들을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을 두고 조 여사의 인간됨이 한국에서 드문 인물이라고보도하였다. 한편 안의사에 대한 재판이 본격 시작된 이듬해 2월부터는 공판내용을 연일지면의 절반 가량을 할애해 보도하기 시작했다.안 의사에게 ‘살인죄’로 사형이 언도된 14일을 전후해 12일자부터 대한매일신보는 10회에 걸쳐 이를 보도하였다.15일자에서는 안 의사가 최후변론에서 “나는 일개인의 자격이 아니라 의군(義軍)의 참모중장으로 이 거사를 한 즉 의전(義戰)의 포로이니 보통 형사피고인으로 처리함은 불가하다”고 진술한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순국 하루전인 3월 25일자에는 안의사가 변호인을 통해 한국동포에게 보내는 유언을 실었다. “한국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해 3년간 해외에서 풍찬노숙하다가 그 목적을달성치 못하고 여기서 죽노니 2천만 형제자매들은 분발하여 학문을 면려하고실업을 진흥하며 나의 유지를 이어 자유독립을 회복하면 죽는 나는 아무런유감이 없다” 이밖에도 대한매일신보는 안 의사가 옥중에서 작성한 편지 6통을 남긴 사실도 보도하였다.이 편지들은 안 의사가 사형언도 당일 어머니와 부인 앞으로쓴 2통과,홍(洪)신부,아우 명근(明根),민(閔)주교,숙부 등 4명 앞으로 쓴 4통 등 모두 6통이다.천주교 신자인 안 의사의 편지 첫머리는 모두 ‘야소(耶蘇,예수)를 찬미합니다’,‘아멘’ 등으로 시작하고 있다.특히 부인 앞으로보낸 편지에서 안 의사는 “이슬과도 같은 허망한 세상에서 천주의 안배로배필이 되고 다시 주(主)의 명(命)으로 이에 헤어지게 되었으나 또 멀지 않아 주의 은혜로 천당영복의 땅에서 영원(靈源)에 모이려 하오…장남 분도는신부가 되게 하려고 마음에 결정하였으니 잊지말고 천주께 바쳐 신부가 되게하시오”라고 부탁하였다. 한편 대한매일신보는 안 의사가 뤼순감옥에서 교수형으로 순국한 당일 이를호외로 보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 실물은 전하지 않고 있다. 정운현기자 jwh59@. *安의사 유해발굴 70년대부터 추진. 우리 정부는 지난 77년부터 안의사의 유해 발굴작업을 추진해 왔으나 아직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중국과 수교 이전에는 현장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데다 그 이후도 중국이 북한을 의식,적극적인 협조를 보이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안 의사 유해발굴작업은 80년대 중반부터 정부차원에서 본격 추진됐다.86년12월 정부는 외무부(현 외교통상부)·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중국 당국에 협조요청을 한 바 있으며,88년에는 중국을 방문한 학자들을 통해 조사를 의뢰했으나 별 성과는 없었다.89년 안의사 의거 80주년 기념 학술회의 참가차 당시보훈처 관계관이 뤼순감옥을 처음 답사했으나 묘소위치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2년 뒤인 91년 중국지역 독립운동관련 사적지 답사차 방중한 학자 및 관계공무원 일행은 뤼순감옥 뒷편의 공동묘지가 모두 발굴된 후 일반건물이 들어섰으며,안 의사 묘소의 이장여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파악하였다. 특히 이들은 북한측에서도 수 차례 안 의사 묘소를 방문,조사를 벌였으나 묘소위치 확인에 실패하였다는 사실을 들었다. 92년 안 의사 유가족과 안의사숭모회 관계자 등이 현지 방문조사를 벌였으나 특별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93년 8월 한중외무차관 회의시 우리정부는다시 협조요청을 하였으나 중국측은 묘소확인의 어려움과 안 의사가 북한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명했다. 이 해 11월 정부는 광복50주년행사의 일환으로 범국민적 차원에서 일본내자료수집과 관련자 면담 등 다각적인 노력을 벌였으나 이 역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94년 방한한 중국 문화부 장관은 조사결과 근거자료가 없어 묘소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우리정부에 공식 전달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은 지난 70년대 중반 김일성 주석의 특별지시와 중국당국의 특별협조를 얻어 뤼순감옥 기록 등을 검토하고 감옥 주변을 조사했으나 유해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의사 90주기 행사 참석을 위해 최근 방한한 안 의사의 유일한 직계손자인 안웅호(安雄浩·67·재미)씨는 방한기간중 안 의사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굴될 경우 안 의사 유해 진위확인에 필요한 DNA검사 등을 위한 혈액·머리카락 등의 채취에 참여할 계획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최근 도쿄에서 공개된 자료를 입수,검토하여 유익한 자료로 판단될 경우 정부차원에서도 묘소발굴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운현기자. *특별제언/ 安의사 유해 찾아 판문점에 모시자. 그날 중국 뤼순(旅順)은 흐린 날씨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찌 하늘인들천하 대장부, 만대 의사가 가는 길에 무심하겠는가. 안중근의사는 모친이 새로 지어 보낸 한복(상의는 백무지, 하의는 흑색)으로 갈아입고 얼굴에 희색을 띠며 형장으로 향했다. 한점 흐트러짐이 없는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달리 유언할 아무것도 없지만 원래 나의 거사는 오로지 동양평화를 위한성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바라건데 오늘 임검한 일본관헌도 행여 나의뜻을 양지한다면 피아의 구별없이 합심협력하여 동양평화를 기도하기를 절망(切望)할 뿐이다. 덧붙여 내 요망은 죽음을 앞두고 동양평화만세를 삼창하고싶다”고 유언하였다. 그러나 일제는 그의 마지막 소원도 거부하고 형을 집행했다. 교수형이었다.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15분, 당시 안의사는 32세, 국적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지 5개월 되는 날로서 생을 접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였다. 집행전날 면회온 두 동생이 슬퍼하자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꼭 죽는 법, 죽음을두려워할 내가 아니다. 삶은 꿈과 같고 죽음은 영면하는 것, 조금도 어려운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동생들을 달랬다. 사마천은 일찍이 사람은 한번 죽지만 그 의의는 태산보다 무거울 수도 있고기러기털보다 가벼울 수도 있다고 했다. 정의를 위한 죽음은 태산보다 중하지만 불의한 장수는 기러기털보다 가벼운 것, 안의사의 속령 32세를 어찌 짧다고 하겠는가. 안의사의 순국을 청국의 원세개(袁世凱)는 이렇게 찬양했다. 平生營事只今畢 死地圖生非丈夫 身在三韓名萬國 生無百歲死千秋 평생 벼르던 일 이제야 끝냈구나 죽을 땅에서 살려는 건 장부아니고 몸은 한국출신이지만 이름 만방떨치니 백년못사는 인생 죽어 천년을 가리. 순국 5분후 안의사의 관은 백포(白布)에 쌓여 뤼순감옥 성당에 안치되어 우덕순·정도광·유동하 3동지에게만 마지막 예배를 시키고 오후1시 감옥묘지에 매장되었다. 안의사는 동생들에게 “유골은 하르빈공원묘지에 묻었다가국권회복 후 고국으로 반장하라”고 일렀다. 기록마다 ‘고국’또는 ‘고향’으로 표기가 다르다. 백암 박은식은 거사 후에 쓴 ‘안중근전’에서 ‘국권회복이 반장고토(國權回復而返葬故土)’라 하여 ‘고토’라고 표시했다. 안의사의 고향이 황해도신천인 관계로 북한이 ‘연고권’을 주장할 수 있어 유언의 내용은 중요한의미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어디로’모시느냐가 아니라 유해를 찾는 작업이 급선무다. 유해를 찾게되면 판문점이나 휴전선에 남북함께 안의사기념관을 짓고 그곳에 봉안했다가 통일후 고향에 안장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건국이래 처음으로 안의사의 유해발굴문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한 일이다. 때마침 안의사 유골발굴위원회 도교(東京)사무국에서유해 매장장소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발견되어유해발굴 가능성을 높이고있다. 안의사 순국 90주년, ‘국권회복’55년만에 이제야 의사의 유해발굴에 나선것은 남북한 7천만 동포의 부끄러운 일이지만, 새천년 벽두에 남북이 함께참여하여 유해발굴이 성사된 다면 민족적 경사가 될것이다. 안의사는 감옥에서 ‘동양평화론’을 집필했다. 형집행으로 완성하지 못하고 서론 부분만 집필했지만 그의 사상과 활동의 연관성을 어느정도 보여준다. 그는 동양평화를 실현하고 일본이 자존(自存)하는 길은 한국의 국권을 되돌려 주고 만주와 청나라에 대한 야욕을 버린 뒤 서로 독립한 3국이 동맹하여서양 세력의 침략을 막고 나아가 개화의 역(域)으로 진보하여 구주와 세계각국과 더불어 평화를 위해 진력해야 한다고 했다. 90년전 안의사의 주장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동양 3국은 ‘구주와 세계각국’과 더불어 세계평화를 위해 진력해야 할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이 통일되어 한·중·일의 ‘독립한 3국’이 정립하여 아시아 평화와공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안의사 순국 90주년의 의미이며 그의 유지(遺志)이기도 하겠다. 김삼웅 주필 kimsu@
  • [우리 지자체 최고] (2)서울 강북구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완전히 끝내주는 먹깨비를 아시나요’ 서울 강북구가 음식물 쓰레기 소멸기 ‘먹깨비’를 개발,보급에 앞장서고있다. 강북구는 한국능률협회가 주관하고 대한매일이 후원한 ‘제1회 경영행정성공사례 발표대회’에서 먹깨비로 경영사업 분야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먹깨비의 우수성이 인증받게 된 것이다. 강북구가 먹깨비 시스템 개발에 나선 때는 지난 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민원이 빗발쳤던 탓이다.사실 당시만 해도 젖은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수도권 매립지에서 청소차량이 반입 정지되면서 주민들이겪게 된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에 강북구는 95년 5월 서울대학교 미생물학연구센터(소장 河永七교수)와공동으로 유기성 오물 처리장치 개발에 착수했다.이후 3년간 공동 연구·실험을 하고,2년간 시험가동 끝에 나온 결실이 바로 먹깨비였다. 이른바 관(官)-학(學) 협동의 성공사례였다.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현장에서환경 친화적으로 거의 완전 소멸시키는 먹깨비의 기능은 이미 입증돼 있다.지난해에는 발명특허와 함께 Q마크를 취득하기도 했다. 먹깨비는 기능에 비해 구조와 원리는 간단한 편이다.분쇄기를 거친 음식물쓰레기를 지하에 매설된 탱크에 투입해 혐기성(嫌氣性) 미생물로 분해·발효시켜 메탄화하고,호기성(好氣性) 미생물로 나머지 잔여 유기물을 산화시키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처리후 침출수나 2차 부산물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청측은 산하 공기업인 도시관리공단(이사장 申炯彬)을 통해 먹깨비를 전국에 보급할 계획이다.장정식(張正植) 강북구청장은 “환경보호는 물론 지방재정 확충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먹깨비가 전국적으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도맡는 ‘해결사’역을 하는데는 아직 선결 과제가 남아 있다.초기 설치비용 문제가 대표적인 숙제다. 그러나 날로 심해지는 일종의 지역이기주의인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현상’은 역설적으로 먹깨비 보급의 호조건이 될 전망이다.김포의 수도권매립지 주민대책위는 올해초 오는 7월부터 음식물 쓰레기 반입 전면금지를 결의했다.법적인 매립 금지 시점인 2005년보다 5년 앞당겨 ‘발등의 불’이 떨어졌기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먹깨비에 대한 관심도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구본영기자 kby7@. *강북구 쓰레기 소멸기 '먹깨비'의 경제성. 먹깨비의 환경친화적인 성능은 이미 객관적으로 인정받았다.발명특허를 얻었다고 해서만이 아니라 2년여 시험가동을 통해 음식물이 거의 완전 소멸된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먹깨비 시스템 개발 주체인 강북구의 입장에서 남은 문제는 채산성이다.경영 수익을 통해 구청 재정 확충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느냐 여부다. 물론 구청 관계자들은 판로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구청측은 먹깨비의 개발 및 설치는 산하 공기업인 도시관리공단에 맡기고,판매는 민간업체인 은광환경에 위탁하고 있다. 다만 수용자 입장에선 초기 설치비용(용량에 따라 1,700∼2500만원)이 문제다.시민들이 아직까지는 환경에 대한 투자에 선뜻 돈을 지불하지 않으려는경향이 있는 탓이다. 그러나 도시관리공단측의 얘기는 다르다.퇴비화 내지 사료화 방식에 비해서전기료와 쓰레기 운반 등 물류비용이 저렴하다는 설명이었다. 이를테면 200가구 아파트에 설치하면 월 1∼2만원의 분쇄기 가동용 전기료 이외에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의 매립 방식에 비해서는 경제성이 월등함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구청측은 먹깨비 보급이 크게 확산되는 전기가 올 것으로 보고기대에 부풀어 있다.올해 300기,2001년 350기,2002년 500기 등 향후 3년간총 1,150기를 보급할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주요 보급대상은 공장과 학교,공공기관 등의 구내식당,군부대,병원 등이다. 설치비용에 대한 저항감을 고려해 기존 아파트보다는 일단 신축 아파트를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삼고 있다. 현재까지 먹깨비는 총 7개소에 보급돼 있다.서울시 전산정보관리소,경기도소방학교,육군본부 등이다.먹깨비 개발의 기술적 주역인 서울대 하영칠(河永七)박사는 “현재도 다른 방식에 비해 경제적이지만 지하에 매설하는 탱크의크기를 줄이는 등 설치비를 줄일 여지는 더 있다”고 장래를낙관했다. 수용가들의 반응도 꽤 좋다.우이동 성원아파트 주부 윤모씨는 “여름철이면 음식쓰레기 오수 냄새가 코를 찔렀는데 먹깨비를 설치한 이후 환경이 무척 좋아졌다”고 말했다. 구본영기자. *각지자체 음식쓰레기 처리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상이 걸렸다.선진국 방식의 원용은 물론 날짐승을 이용하는 등 갖가지 아이디어가 백출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경우 최근 고덕동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공장을 준공했다.이곳에서 하루 30만t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10t의 퇴비원료를 생산하게된다. 일단 경기 일원의 농가에 퇴비를 무상 공급할 예정이지만,내년부터는 판매도 시도할 예정이다.그러나 초기 투자비용뿐만 아니라 전기료와 교통란에 따른 만만찮은 물류비용이 문제다. 서울 일부 구청의 경우 사료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 사료로 재활용하는 좋은 취지이지만 제동이 걸렸다.지난해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사료를 공급받은 농가의 소 96마리가 폐사하는 바람에 해당 구청측이 무려 1억8,000여만원의 보상 책임을 뒤집어 쓰게 된 것이다. 구미시의 경우 올들어 오리에 이어 기러기로 음식물을 처리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시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러시아산 머코스비 기러기 230여마리를 들여와 하루 0.7t씩 처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기발한 방식은 처리 용량에 한계가 있다.그런 점에서 강북구청에서 개발 보급중인 먹깨비 시스템이 주목된다. 그러나 이 또한 설치비 때문에 단독 주택에는 보급하기가 쉽지 않은 난점이 있다.다만 마당이 있는 단독 주택의 경우 조그만 구덩이를 파 미생물 발효제,흙,음식물 쓰레기를 뒤섞어 처리하는 방식이 강북구에 의해 처음 시도돼서울시로 확산중이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분야야말로 기술과 법적·행정적제도 두 측면에서 혁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구본영기자.
  • 임권택감독의 ‘춘향뎐’ 내일 개봉

    ‘판소리의,판소리에 의한,판소리를 위한 영화’.임권택 감독의 97번째 작품 ‘춘향뎐’(태흥영화사 제작,29일 개봉)은 우리 민족 최고의 고전인 춘향전을 최고의 소리인 판소리에 녹여 영상으로 담아낸 순수 혈통의 영화다.춘향전은 1923년 하야카와(早川孤舟)란 일본인에 의해 처음 영화화된 이래 87년까지 13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다.그러나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 춘향 영화는 임감독의 ‘춘향뎐’이 처음이다. 춘향의 이야기는 원래 소설에 앞서 판소리로 만들어졌다.그런 만큼 춘향 이야기는 소리에 실려 전달될 때 더 큰 감흥을 준다.‘춘향뎐’에는 상영시간2시간14분 내내 절절한 판소리 가락이 흐른다.4시간 35분쯤 걸리는 춘향전판소리 완창의 20%정도를 영화에 갖다 썼다.그런 점에서 드라마에 판소리가부분적으로 깔린 ‘서편제’와는 사뭇 다르다.‘춘향뎐’은 판소리와 영상이 한 몸을 이루는 일종의 ‘영화 판소리’다. 춘향가는 현존하는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문학적·음악적으로 가장 예술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고전.영화는 소리꾼이 관객에게 춘향가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소리꾼 역은 국창인간문화재 조상현이 맡았다.조상현의 춘향가는 동편제인 김세종제의 것.서편제에 비해 굵고 웅장한 동편제 춘향가는 조선 철종때 김세종 명창의 제자 김찬업을 거쳐 정응민에 이어 조상현으로 전수된 것이다. 영화는 서울 정동극장의 판소리 공연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소리가락은 시공을 한순간에 뛰어넘어 관객을 조선조 숙종시대,남원 광한루로 안내한다.“기러기는 바다를 따르고,나비는 꽃을 따르고,게는 굴을 따른다”는 아리송한 말을 남기고 그네터를 떠나버리는 춘향(이효정).그 말이 자신을 직접 찾아오라는 뜻임을 눈치챈 몽룡(조승우)은 야밤을 틈타 춘향의 집을 찾는다.몽룡은 ‘여일월동심(與日月同心)’이란 불망기를 춘향의 치마폭에 써주고 백년가약을 맺는다.그러나 호사다마다.몽룡은 동부승지로 승진한 아버지를 따라한양으로 떠난다.남원땅에는 변학도(이정헌)가 후임 부사로 오고,그의 호색은 열녀 춘향을 옥중으로 내몬다.마침내 암행어사가 돼 남원에 다시 온 몽룡.변학도의 생일잔칫날 어사출또한 몽룡은 탐관오리를 응징하고 춘향과 재회한다. 이러한 춘향 이야기는 우리에게 더이상 새롭지 않다.춘향이 변학도 앞에서문초당하는 ‘십장가’를 통해 잘 드러나는 열불이경(烈不二更)의 ‘수절 이데올로기’는 요즘 기준으로 보면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하다.그러나 ‘춘향뎐’에는 다분히 실험적인 데가 있다.감독은 판소리와 영화의 경계를 지운다.판소리가 영화의 각본,나아가 내레이션 구실까지 한다.배우들의 연기는소리의 리듬을 쫓고,화면은 소리를 따라 흐른다.‘소리로 보는’ 춘향가인셈이다. ‘춘향뎐’은 소리 못지않게 영상미에 있어서도 빠지지 않는다.오방색으로채색된 사계절의 넉넉한 풍광은 한국의 미 바로 그것이다.철저한 고증에 바탕을 둔 것도 ‘춘향뎐’의 미덕.춘향이 갇혔던 옥사를 원형으로 지은 것이나,춘향이 월매와 살고 있는 집을 기와집이 아니라 초가로 만든 것 등이 그한 예다. ‘춘향뎐’은 무엇보다 임감독 스스로 밝혔듯이 우리의 소리,즉 한국적 가락을 영상으로 옮겨 놓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영화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찾으려는 그의 끈질긴 작업은 이 시대 ‘영상 장인’으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김종면기자 jmkim@
  • ‘강화도 겨울’ 포구와 진홍빛 낙조의 유혹

    강화도에 가보자. 한겨울을 감싸고도 남을 만한 따뜻한 포구를 찾아서. 혹한속에서도 생명의 기운이 살아 넘치는 갯벌을 찾아서.10여년전 절필을 선언한하종오 시인은 강화도에 틀어박혀 ‘염하를 건너오면/뭐가 있을 것 같아서섬으로 왔다’고 했다지. 한겨울 강화도는 무엇을 ‘건지는’게 아닌 ‘맡기는’여행에 제격이 아닐까.차길 닿는대로,발길 닿는대로 가보자.그러다 도시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라도 잊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저 몸을 맡겨보자. 어머니 품 같은 포근함이 그립다면 먼저 포구에 가볼 일.강화에서 가장 큰항구 외포리를 갔더니 겨울인데도 너무 어수선해 포구 특유의 안온함을 느끼기엔 부족하다. “선두포구가 조용하고 풍광도 좋지요.”선착장 인근 식당의 아주머니가 귀띔한다.외포리 남쪽에 있는 선두포구로 방향을 틀었다. 20분쯤 가니 선두포구 못비쳐 동막해수욕장이 나온다.썰물 때면 수백만평의광활한 갯벌이 드러나는 곳.날씨가 차 인적이 드물다.그러나 아무것도 없을것 같은 뻘을 몇번 뒤적이자 갯지렁이와 검은 흙을 뒤집어 쓴 칡게가 꼼지락거리며 나온다.그 생명의 강인함이라니!.추워 떨리던 몸이 순간 후끈 달아오른다. 선두포구는 아주머니 말대로 인적이 없어 쓸쓸함이 갯골을 메운다.하지만 이를 덜어주는 것이 있으니,바로 철새다.갯벌과 인접한 논바닥에 앉아 있던 큰기러기 떼가 발소리에 놀라 날아오른다.갯벌 위 먼 상공에도 100여마리 기러기가 삼각편대 대형으로 하늘을 가르고 있다. 내친 김에 뱃길에 몸을 맡겨보기로 했다.강화도 서쪽 석모도행 배에 승용차를 탄채 올랐다.외포리에서 석모도 석포선착장까지 10분도 채 안걸리는 짧은뱃길.배를 따라오는 기러기들에게 과자 부스러기를 던져주며 노는 재미가 쏠쏠하다. 석모도는 해안 일주도로가 19㎞에 불과해 천천히 드라이브를 즐기기엔 그만이다.선착장을 나와 진득이고개를 넘어 달리면 염전과 미니포구인 어유정포구,민머루해수욕장이 잇달아 나온다. 어유정포구는 작고 아담한 것이 초행이지만 왠지 친숙한 느낌을 준다.서너척의 작은 어선과 갯벌,미니 선착장이 어우러져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민머루해수욕장도 500m정도의 짧은 백사장과 갯벌이 전부.바위와 잔돌엔 석화가 드문드문 달라붙어 자란다.해수욕장 치고는 제법 운치 있다. 민머루해수욕장에서 조금 더가면 장구너머포구다.가는 길 중간 고갯마루에차를 세웠다.무언가 큰 것을 본 느낌.섬의 서쪽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오고확 끼쳐오는 서풍에 가슴 속까지 서늘하다.요란스럽지 않고 ‘점잖게’굽은해안선이 서해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시간이 촉박해 장구너머포구는 그냥 지나쳐 선착장으로 차를 몰았다.다시 외포리다.외포리선착장 옆에는 젓갈시장이 있다.강화도를 떠나기전 한번 꼭 들러야 할 것같은 느낌을 받은 곳이다.밴댕이젓 조개젓 오징어젓 등 십수가지젓갈이 가득 담긴 큼지막한 통을 앞에 두고 아주머니들이 손님을 부른다.1㎏이 훨씬 넘을 것 같은 밴댕이젓 한병이 5,000원이다. 서울을 향해 출발하려다 서쪽 하늘을 보고 멈칫했다.엷은 구름을 빨갛게 불태우는 낙조.강화의 또 하나 아름다움이 거기에 있었다. ◆가는길 승용차로 가려면 올림픽대로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올림픽대로 끝에서김포로 가는 길을 따라 가다가 48번 국도로 갈아타면 강화대교까지 이어진다.대중교통은 서울 신촌사거리 서강대교 방면에 있는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강화로 출발하는 버스가 10분 간격으로 있다. ◆먹거리 강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밴댕이회.맛과 영양이 뛰어나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특산물이라고 한다.외포리 등 모든 포구의 음식점에서 회와 회무침을 맛볼 수 있다.한접시에 1만5,000원.회무침은 1만원.두사람이 먹기에 적당하다. 순무도 강화의 대표적 특산물. 보라빛이 도는 동글동글한 열매로 톡 쏘면서씁쓰레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임창용기자 sdragon@
  • 올 경제계 남긴 말…말…말

    밀레니엄을 마감하는 올해 우리 경제는 경기회복과 증시활황 속에서도 대우그룹 해체로 상징되는 재벌 및 금융개혁이 가속화되는 한해였다.경제 이슈를유행어와 말로 되돌아 본다. ◆대마불사(大馬不死)는 없다 올해의 화두는 재벌개혁.백미는 대우그룹의 해체였다.이는 더이상 차입경영과 문어발 확장,선단식 경영은 통하지 않는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김우중(金宇中) 대우회장은 전경련 회장직을 내놓고그룹의 운명과 함께 초라한 자연인으로 되돌아갔다.은행 등 금융기관과 재벌은 망하지 않는다는 대사불사론이 여지없이 깨졌다. ◆IMF 졸업했다 외환위기가 모든 경제주체들의 노력으로 2년만에 극복됐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9월9일 “우리는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그러나 절반의 성공이다”고 선언하면서 가시화됐다.모든 경제지표가 2년전의 수준을 회복하고 움츠러든 마음도 펴졌다.IMF도 이를 공식 인정했다.그러나 여전히 100만명에 달하는 실업자와 빈부격차 심화,과소비 현상 등 과제가 남아 있다. ◆병든 기러기에 미래는 없다 전윤철(田允喆) 공정거래위원장이 11월12일 재벌에게 경고했다.재계가 ‘기러기론’을 내세우며 옹호하는 선단식 경영행태로는 국제경쟁에 살아남을수 없다며 일갈했다.500마리의 기러기 편대중 병든 기러기가 50마리나 되면 이를 도저히 떠안고 갈수 없다고 지적했다.재계도논객을 통해 재벌논리를 옹호하기도 했다. ◆황제주를 아시나요 국민의 최고 관심사는 주식투자였다.활동계좌수만도 760만명에 이를 정도로 개미군단의 발길과 부동자금이 연일 증시로 몰렸다.증시열풍 속에 SK텔레콤의 주가가 사상최고치인 407만원을 기록,황제주로 등극했다.코스닥시장에서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2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Y2K가 뭔가요 컴퓨터의 2000년도 인식오류에 따른 전산망의 가동중단에 따른 문제가 연말연시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가정,공공기관,정부기관 등에서 만약의 상황이 전개될 경우 그 피해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다.사재기 열풍을 낳기도 했다. ◆철밥통은 철밥통 공공부문의 비능률을 제거해 경쟁력을 갖추고자 시작한정부와 공기업의 개혁이 용두사미로 그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지난 5월의 2차 정부조직 개편이 말잔치로 끝난데 이어 포항제철,한국전력,가스공사,한국중공업 등 굵직굵직한 민영화방안도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다시 한번 공공부문 개혁의 원칙과 방침을 재점검해야 할 때다. ◆쌍끌이 파동 지난 2월 한·일어업협정에서 대형기선 저인망 어업부문 2개어종의 쿼터량 확보를 빠뜨려 어민과 국민의 분노를 샀다.정부의 협상능력과 국정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급기야 김선길(金善吉) 해양수산부 장관이 경질되는 사태를 맞았다.이를 빗댄 쌍끌이란 유행어가 사회전반에 유행했으며 주가상승의 견인차인 기관투자가와 외국인투자자를 일컫는 말로 자리잡았다. ◆우리사주가 없어요? 증시열풍에 힘입어 일부 상장사 직원들은 우리사주로떼부자가 됐다.SK텔레콤이나 삼성전자 등의 임직원들은 배정받은 우리사주로 수십억원에서 수억원의 돈방석에 올라 앉았다.벤처기업 등의 주주들도 마찬가지다.우리사주의 유무와 주가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스톡옵션제도의 확산도 떼부자를 양산해냈다. ◆맷집이 좋아서정부조직 개편을 주도한 진념(陳념) 기획예산처 장관이 “내가 그래도 맷집이 좋아서 각부처의 견제를 받고서 정부안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또 개편안 용역비로 세금 46억원을 낭비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사상 처음 정부기관에 건강진단을 한 셈”이라고 밝혔다. ◆기타 이헌재(李憲宰) 금감위원장은 “소방수가 불을 끄려면 집안에 들어가야 한다”며 신관치금융 지적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한편 강경식(姜慶植)전부총리는 “불끄러 들어간 소방수를 불 못껐다고 방화범으로 몰아서야 되겠느냐”고 경제청문회에서 반박했다. 박선화 전경하기자 psh@
  • [대한광장] 공동체위한 지도층의 조건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는 국민들의 가슴은 답답하다 못해 처절함 바로 그것이다.일년내내 언론이 다루고 있는 최대의 관심사는 민족의 장래를 염려하는 통일문제도 아니고,치열한 경쟁속에 치러지고 있는 경제의 구조조정 문제도 아닌 것같고,새천년의 비전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미래지향의 틀도 아닌 것 같다. 언론을 장식하는 보도의 대종은 연초부터 벌어지고 있는 고급옷 로비 사건이고,언론대책 문건으로 빚어지기 시작한 각양각색의 폭로전이고,소위 서경원 간첩사건을 중심으로 하는 검찰수사의 의혹 등등 지극히 정치적인 사건들이다.역사가 구체적인 사건들의 집합체이기도 하지만 사안의 경중을 따져보면 우리가 이토록 한가한 시대에 살고 있는가 되물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탄핵 일보직전에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소위 섹스스캔들이 세계의 뉴스초점이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결과야 어떠하든 한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스캔들이라는 사안 자체는 그리 큰 관심사는 아니었지만,그것을 둘러싸고 전개된 일련의 과정에서 ‘거짓말’이란 요소가 엄청난 파국을 몰고오고 또 거짓말은 반드시 밝혀지고 만다는 사실이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이지만 선진지향사회는 기본적으로 진실과 성실이 받침이 되는 신뢰사회일 수밖에 없다.거짓은 신뢰사회의 적이다.진실은 신뢰사회의 뿌리다.클린턴 섹스스캔들로 미국사회는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보통 있을수 있는 섹스스캔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스캔들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공직자의 최고봉이요 세계권력의 최첨단 직위와 관련된 스캔들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의 거짓을 극복하는 데는 평범한 진실을 찾는 것으로 족할수 있다.하지만 지도층의 거짓은 파장도 그만큼 크지만 진실을 찾아 정의를 세우는 일은 엄청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일단 지도층이라는 명예와 권세를얻으면 그 책임과 영향력은 그만큼 큰 파장을 타게 마련이다.예컨대 옷로비스캔들을 중심으로 벌어진 거짓말의 구조는 청와대 공직자를 비롯하여 검찰의 공조직, 나아가 지도층 부인들에게 이르기까지 난마처럼 얽히고 설켜 있다.그래서 평범한국민은 슬퍼한다.차라리 지도층이기를 포기하라는 절규이다. 경제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은 단순히 기업구성과 체질을 바꾸는 것만이 아니다.경제운용자의 철저한 변신과 변화를 기본 조건으로 삼는다.고위 공직자를 비롯한 지도층의 바꿈과 변신은 공직기구의 재편 못지않게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요즈음 ‘기러기 논쟁’도 있다.기러기가 화살촉 모양으로 대오를 지어 함께 날아갈 때는 혼자일 때보다 71% 정도의 거리를 더 날 수 있다고 한다.조류전문가들의 분석이다.그런데 화살촉 방향타 맨앞에 나는 기러기는 가장 힘있고 부유한 기러기가 아니다.힘없고 약한 기러기 아니면 순번을 바꿔가며평범한 능력의 기러기가 포진하고, 힘센 지도층은 중간과 말미에 포진하여까악대는 소리와 날개놀림으로 앞에 포진한 기러기의 힘을 북돋아주고 용기를 주며 함께 날아간다고 한다. 우리사회 지도층이 아무리 고매한 도덕과 힘을 지녔어도 평범한 사람들과함께 어울려 날지 않으면 힘없는 구성원은 탈락하고 급기야는 공동체 전체가 이합집산화하거나 최악의 경우 붕괴될수도 있다.하물며 힘만 있고 방향을잃은 지도층이 제멋대로 앞에서 날면 후속부대는 어떻게 되겠는가,지도층이평범한 주민의 필요한 대열에 포진하여 격려하고 아껴주며 모범을 보여야 그공동체가 기러기공동체로 살아갈 수 있다. 공권력의 위치와 역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솔직히 말해 국민속에 뿌리박고 국민을 섬기는 지도층이 건재하면 그 사회는 안심하고 순항할 수 있다.공동체적 결속의 조건은 바로 서로 믿고 의지하는 신뢰의 관계이다.신뢰를 공고히 하는 조건은 진실이다.도덕적 진실이고,실천적 진실이고,공동체적 진실이다.썩은 지도층은 도려내기에 앞서서 스스로 퇴진해야 옳다.자신들만붕괴되는 게 아니다.사회 전체가 붕괴를 향해 달리기 때문이다. [朴宗和 경동교회 담임목사, 前기독교장로회 총무]
  • [김삼웅 칼럼] 이 나라가 뉘 나라인데

    두 시골 선비가 현의 성문 앞에 와서‘신명정(申明亭)’의 ‘신(申)’자를보았다.한 사람이 말했다.“유(由)자다”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갑(甲)자다”그러자 옆 사람 하나가 말했다.“자네는 머리 하나를 더 달았고, 저 이는 다리 하나를 더 달았다.보아 하니 역시 전(田)자다.” 부분만을 보고 자기만이 옳다고 고집 부리는 것을 풍자한 ‘정선아소(精選雅笑)’에 나온 이야기다.우리 국정조사와 청문회 꼴이다. 뭇 동물이 근심과 절망감에서 회의를 마치고 퇴장하려는 순간에 가장자리에서 아주 명랑한 어조로 “저는 아무 걱정이 없어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모두들 놀라 돌아보니 하루살이였다.내일이면 지구의 종말이라는 소식에 대책회의가 열린 마당에서 일어난 소극으로 요즘 학생들 사이에 나도는 ‘썰렁한’이야기다.‘내일’을 모르는 우리 하루살이 정치인들을 풍자한다. 옛날 제나라 환공이 들에 유람을 나갔는데,망한 나라의 옛 성터인 곽국(郭國)의 폐허를 보고 촌부에게 물었다.“이곳은 곽국의 폐허입니다”환공이 말했다.“곽국의 성이 어찌하여 폐허가 되었는가?”촌부가 말했다.“곽국은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했기 때문입니다”환공이 물었다.“선을 좋아하고악을 미워하는 것은 잘한 일인데, 그것 때문에 폐허가 되었다니 무슨 말인가?”촌부가 답했다.“선을 좋아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악을 미워했으나 제거하지 못했습니다.그런 까닭에 폐허가 된 것입니다.” ‘신서(新書):잡사’의 ‘곽국의 성터(郭國之墟)’에 나온 고 사다. “선을 좋아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악을 미워했으나 제거하지 못했다”는 대목이 정곡을 찌른다. 바다에 오적(烏賊)이라는 고기가 있다. 이놈은 먹물을 뿜고는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데,남이 자기를 볼까 걱정하여 먹물을 뿜어 자기를 숨겼다. 바닷새가 이를 보고는 이상하게 여기다 그 안에 고기가 숨어 있음을 알아 채고는 고기를 잡아 냈다.아, 아! 헛되이 몸을 숨겨 안전을 구할 줄 알았지만, 흔적을 없애 의심받지 않게 할줄은 몰랐던 고로 들키고 말았다. 오적어설(烏賊魚說)’에 나오는 우화다.옷사건,파업유도사건,정형근의원 폭로사건,서경원 전의원 고문사건,DJ 1만달러 수수 조작사건 등을 지켜보면서‘인간 오적 물고기’들을 생각한다. 하루살이에게 얼음이야기를 하지말고, 우물 안 개구리에게 산불 이야기를하지말라 했다.‘갈대구멍으로 하늘을 보는 자 (葦管窺天)’와는 더불어 담론하지 말라 일렀다.옛 선사(禪師)의 게송(偈頌) 한 토막. 不知明日之鷄 但知今日之卵 내일의 닭을 모르고 오늘 달걀만 아는가. 솔개가 참새를 쫓자 참새가 스님 소매 속으로 들어갔다.그러자 스님은 손으로 참새를 쥐고 말했다.“아미타불, 내 오늘 고기 한덩어리 먹게 되었구나. ”참새는 눈을 감고 꼼짝하지 않았다. 스님은 참새가 죽은 줄 알고 손을 폈고 참새는 즉시 날라갔다.그러자 스님은 말했다.“아미타불,내 오늘 너를 방생했노라.” 간지와 교활과 언어의 유희를 통해 양비론을 펴는 이성(理性)의 약탈자들,소잡아 먹는 권력에는 침묵·방조하고 계란 깨뜨리는 권력에는 이성을 잃은지식인들의 양면성을 고발하는 우화다. 어떤 사람이 큰 기러기가 하늘에서 나는 것을 보고 활을 당겨 쏘려고 하다가 말했다.“잡으면 삶아 먹어야지” 그 아우가 다투어 말했다.“고기는 삶아 먹는 것이 마땅하나 날아다니는 기러기는 구워먹는 것이 마땅해요”형제는 다툼을 그치지 않다가 고을 수령을 찾아가서 판정을 청했다.수령 왈 “기러기를 반으로 갈라 각각 굽고 삶으라”고 했다. 잠시후 기러기를 찾으니 이미 하늘 높이 멀리 날아갔다. 〔'응해록(應諧錄)'〕 여야의 진흙밭싸움,특검의 내분,정치인들의 ‘아니면 말고’식의 끝없는 폭로, 표류하는 국회,‘기러기’는 저만치 날아가는 데 끝모르는 쟁론으로 20세기를 보내는가.“이 나라가 뉘 나라인데.” 주필
  • [새천년 이렇게 맞자] (2) 재벌개혁 연내 마무리를

    ‘기러기론’과 ‘화공(火攻)론’. 지난 10월 학계의 대표적인 재벌옹호론자인 송병락(宋丙洛) 서울대 부총장은 이른바 기러기론을 설파했다.떼를 지어 먼 거리를 비행해야 하는 기러리군(群·재벌)의 대오가 흐트러질 경우 기러기는 독수리(미국기업)의 밥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은 “냉혹한 국제경쟁 시대에 기러기론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그는 “500마리의 기러기 편대 가운데 병든 기러기가 50마리나 되면 이를 도저히 떠안고 갈 수 없는 현실”이라며 재벌들이 선단식 (船團式) 경영행태를 지양하고 부실기업을 퇴출할 것을 강조했다.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도 기러기론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재벌개혁의 목표를 분명히 밝혔다.그는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대전의 고사를 인용,“배를 모두 사슬에 묶어놓으면 매우 편안하다.그러나 한 겨울에 동남풍에 편승한 화공을 받으면 송두리째 재가 되고 만다”면서 재벌들의 선단식 경영에따르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2년을 맞는 요즘 재벌개혁은 재무구조 개선약정 실적 등 외형적인 성과와는 달리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소수 재벌은 더욱비대해졌고 우리나라 실물경제가 여전히 4대 재벌의 손안에 들어가 있는 까닭이다. 대우사태는 현재와 같은 재벌체제로는 21세기를 맞을 수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나 다름없다.우리 모두의 생존차원에서 총수의 전횡과 부실한 재무구조,비효율적인 계열사 체제 등 낡은 병폐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빌리고 또 빌리는 차입경영의 악순환 속에서 허망한 풀베팅 끝에 ‘김우중(金宇中) 세계경영’의 신화를 빚더미에 묻고만 대우사태는 무엇보다도 재벌개혁의 당위성을 잘 보여준다. 재벌총수들은 지난 8월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재계 간담회에서 올해 안에 5대 재벌의 구조조정을 완결하겠다고 다짐했었다.그러나 아직도 일부 재벌들은 구조조정의 마무리에 소극적이다,일각에서는 선단식 경영의 장점을들어가며 공개적으로 정부의 재벌정책을 비판하기도 한다.그만큼 재벌개혁에노골적으로 반기를 드는 기류가 재계에 없지 않다. 그러나 21세기가 불과 40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에 와서 다시금 재벌개혁의당위성이나 방향에 관해 논란을 벌이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없고 갈 길이 멀다. 재벌의 선단식 경영이 효력을 발휘했던 것은 개발경제 시대의 부품산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금융조달이 힘들었던 시절의 얘기다.지금은 세계화된경제의 시대다.과거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시대에는 비교우위만 있으면 됐지만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아래의 ‘제로섬 게임’에서는절대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만다. 재계가 총선이 있는 내년을 염두에 두고 연말만 지나면 재벌개혁이 유야무야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곤란하다.재벌개혁은 정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2의 환란을 막고,재벌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새 천년을 앞두고개혁을 스스로 마무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계는 약속대로 올 연말까지 구조조정을 끝내야만 한다.적벽대전의 화공은 삼국시대만의 고사가아니라 현재의 우리도 여전히 깊이 명심해야 할 화두(話頭)이기 때문이다. 정종석 경제과학팀장 * 재벌개혁 족벌경영 개선등 갈 길 멀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부채비율도 줄고 상호지급보증도 사라지고 있다.회장실도 폐지되고 사외이사 비중도 높아지고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최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경제전문 일간지인파이낸셜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대기업은 구조조정을 계속해야 한다”고 재벌개혁을 강조했다.아직 재벌개혁이 멀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를 제외한 4대그룹 등 재벌들의 재무구조 개선약정 실적이 대체적으로 합격점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다.계열사 정리를 비롯한 자산매각과 국내외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을 합한 자구(自救)노력 실적만 보면 괜찮은 편이다. 올 들어 9월까지 4대그룹의 진도율은 연말 목표의 79.8%다.4대그룹만 그런것도 아니다.6∼64대그룹 중 올해말까지 부채비율 200%를 달성하기로 채권단과 약속한 28개그룹 중 롯데·태광·제일제당 등 11개 그룹은 지난 6월말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부채비율 축소가 재벌개혁의 전부는 아니다.금융감독위원회 서근우(徐槿宇)구조개혁기획단 제3심의관은 “부채비율은 재벌들이 지켜야 할 하나의 항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정부가 ‘독려’해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효과는 얻었지만 그렇다고 재벌개혁이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속단하기는곤란하다.오히려 개혁과는 거꾸로 가는 면도 없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직후인 지난해 1월1일 10대그룹 계열 91개 상장사의 총수와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계열사 등을 포함한 내부지분율은 27.23%였지만 지난 8월 말에는 34.60%로 높아졌다.재벌총수와 재벌의 지배력은 더 심해졌다는 얘기다. 최운열(崔運烈)한국증권연구원장은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을 총수나 비서실·기획조정실 등에서 총괄하는 선단(船團)식 경영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려대 이필상(李弼商)경영대학장은 더 직설적으로 재벌개혁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그는 “재벌개혁에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지배구조개선이 있어야 하지만 족벌경영이 개선된 게 하나도 없다”며 “재벌개혁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한양대 나성린(羅城麟)경제학부 교수는“재벌총수가 잘못하면 법적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과거 정부도 재벌개혁을 한다고했지만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지 않았느냐는 시각도 있다.그러나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현 정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곽태헌기자 tiger@ * 재벌개혁 전문가 제언 [장하성(張夏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지금까지 재벌개혁이 상당히 진행됐다.그러나 기업 오너나 경영진이 자율적으로 행한 것도 아니고 시장기능에의한 것도 아니었다.압력이나 규제로 이뤄진 것이다.그런 점에서 정부 압력이 줄어들 경우 지금까지의 개혁성과조차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동안 재벌개혁은 재무 및 영업구조에 초점을 맞췄을 뿐 지배구조 개선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만일 이 시점에서 재벌개혁이 마무리된다면 그것은 경제상황이 좋아진 틈을 이용한 정치적 선언일 뿐이다.우리 기업이 수익성 있는 기업으로 회생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또다시 장기적인 과제로 남게 된다. 재벌개혁의 핵심은 이해 당사자인 주주나 채권자들이 자기이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있다.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 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제 등이 그것이다. 현재 외환위기는 극복됐으나 경제위기는 극복되지 않았다.책임경영·투명경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신광식(申光湜)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재벌개혁의 원칙과 방향,과제와 방법을 모색하는 데 있어 다음 두 가지를 인식해야 한다. 첫째,경쟁여건의 미흡과 이로 인한 재벌의 독점적 지위가 경제력 집중과 재벌의 비효율성을 가져온 주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따라서 재벌개혁은 재벌의 독점적 지위를 규제하고 시장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따라서 경제력 집중 억제의 규제를 경쟁촉진쪽으로 바꿔 독점력의 형성·강화 및 남용을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 경쟁제한적 법령의 축소·철폐가 중요하며 출자총액제한 등 규제적 수단보다 경쟁정책적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개별기업 단위로집행되는 기업결합 규제는 기업집단 단위로 바꾸고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재벌의 생성·성장이 관치경제 소산인 만큼 관치경제의 법·제도적 기반을 개혁해야 재벌구조와 행태상의 문제를 풀 수 있다.특히 주주·채권자·거래상대방·근로자·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단 뇌물수수·내부자거래·탈세·입찰담합·사기 등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재벌총수를포함해 형사적 법집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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