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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이 좋아 산으로] 경북 경주 남산

    [산이 좋아 산으로] 경북 경주 남산

    삼천리 방방곡곡 아름답지 않은 곳 어디 있을까마는 경주는 단연 돋보인다. 언제 찾더라도 식상하지 않은 여유와 부드러움,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신라인의 체취와 함께 남산(南山)이 있다. 그리 높지도 험악해 보이지 않는 남산엔 수많은 불적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신라 법흥왕 14년(527년) 불교가 공인된 뒤로 남산은 부처가 머무는 영산으로 받들어져 수많은 절과 탑, 불상이 조성되었다.‘절들은 별처럼 벌여있고, 탑들은 기러기 날아가듯(寺寺星張 塔塔雁行)’했다고 ‘삼국유사’는 전한다. 세월은 아득히 흘렀지만 골골에선 여전히 그 흔적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포석정을 뒤로 하고 부흥골을 오른다. 구불텅하게 높이 뻗어있는 소나무 숲이 장관이다. 향수병에서 향기가 번져나듯 솔향기가 짙게 배어난다. 부흥사 이르기 전 만나게 되는 부엉골 마애여래좌상. 넓은 연꽃 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은 모습이 평안하다. 부흥사 남쪽 늠비봉 넉넉한 봉우리 위엔 늠비봉 5층석탑이 태양빛을 받으며 서있다. 그 모습을 보며 당시 웅장했을 남산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늠비봉 위쪽 금오정에 오르면 외동평야부터 경주 시가지까지 옛 화려했던 서라벌이 한눈에 굽어보인다. 주능선을 따라 금오봉을 향한다. 임도로 이어진 능선길 덕에 남산의 심원한 맛이 퇴색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 삭막한 능선길이 사라진 신라의 허망함처럼 가슴을 두드린다. 오른편 멀리 보이는 상선암 마애대좌불. 거대한 자연 암반에 조각된 남산에서 두 번째로 큰 불상이란다. 불상을 만나려면 냉골로 내려서야 하는데, 지금까지 오른 것이 아깝다고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다. 상선암과 금오봉 사잇길은 조망하기에 좋다. 이쯤에서 바라보는 마애대좌불 바위절벽도 좋고, 너른 배리들판의 모습도 시원하다. 그 너머 망산이 있고 벽도산·단석산 그리고 주변 봉우리의 어울린 모습이 마치 다도해의 섬을 연상시킨다. 금오봉(468m)에 섰다. 높이로 치자면 남산 최고봉은 고위봉(494m)이지만, 주봉은 이곳 금오봉이다. 때문에 이곳 금오봉을 목표로 남산을 오르는 경우가 더 많다. 능선길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다 오른쪽 용장골로 내려서는 길. 벼랑 끄트머리엔 산 전체를 기단 삼아 세워진 용장사지 3층석탑이 세상을 내려보며 서있다. 그리고 아래쪽 등성이에는 황남빵을 쌓아놓은 듯 삼륜대석불좌상이 있고, 옆쪽 바위벽엔 엄격하면서도 자비로운 모습의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자연과의 조화를 생각한 신라인의 지혜로움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이처럼 남산의 여러 유적들은 자연과 가깝다. 눈비를 맞게 하지 않기 위해 바위 처마 아래 불상을 조각했고, 놓여진 바위를 하층기단 삼아 그 웅장함을 표현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들은 박물관에 있으면 미완성이지만 이 봉우리 위에서는 완성품’이라 했던가. 용장사지에 섰다. 용장사는 매월당 김시습이 7년간 기거하며 (금오신화)를 쓴 곳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용장사는 남산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대가람으로, 천년 긴 세월 동안 향연이 그치지 않던 곳이었다지만, 지금은 텅 빈 한쪽에 자리한 표지판만이 이곳이 절터였음을 알려줄 뿐이다. 부흥골을 거쳐 늠비봉∼금오정∼금오봉을 거쳐 용장골로 하산할 경우 산행시간은 6시간 정도 소요된다. 글 사진 김도훈(월간 MOUNTAIN 기자) www.emountain.co.kr
  • [책꽂이]

    ●석초시집(신석초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충남 서천 태생인 신석초(본명 신응식)는 사회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아 ‘카프’에 가입했으나 카프의 도식주의적 창작방법에 실망, 박영희의 전향선언과 때를 같이해 탈퇴한다. 그후 이육사와 알게돼 함께 동인지 ‘자오선’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한다. 그의 첫 시집 ‘석초시집’을 60년 만에 복간했다.‘비취단장’‘규녀(閨女)’‘가야금별장(別章)’‘사비수(泗水)’‘낙와(落瓦)의 부(賦)’ 등의 시가 실렸다.9000원.●36인의 아틀라스(샘 본 지음, 노진선 옮김, 황금부엉이 펴냄) 유대 신비주의 전통에 따르면 이 세계가 망하지 않는 이유는 ‘의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는 36인의 감추어진 의인들이 있다. 그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다른 인간들을 위해 선행을 베푼다. 그들의 선행이 이 세계를 지탱하고 존재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은 종교스릴러. 유대교의 신비주의 종파인 하시디즘의 문화적 전통과 관습을 엿볼 수 있다. 아틀라스는 그리스 신화의 거인신으로, 호메로스의 작품에선 하늘과 땅 사이를 받치는 기둥을 버티고 있는 존재로 나온다.1만 2000원.●닐스의 신기한 여행(셀마 라게를뢰프 지음, 배인섭 옮김, 오즈북스 펴냄) 1909년 여성 최초이자 스웨덴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저자의 성장소설. 스웨덴 남부 스코네에 살고 있는 열네 살의 심술궂은 소년이 엄지손가락만큼 작아져 거위 등을 타고 기러기들과 함께 스웨덴 전역을 여행, 온갖 모험과 견문을 쌓으며 어진 마음을 지닌 소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스웨덴의 20크로나짜리 화폐에는 저자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1890년대 스웨덴 낭만주의 부흥운동에 기여한 판타지 문학의 고전. 전3권 각권 9000원.●루시퍼의 눈물(마이클 코디 지음, 공보경 옮김, 노블마인 펴냄) ‘신의 유전자’ ‘크라임 제로’ 등 과학적 지식과 종교적 상상력을 버무린 지적 스릴러로 주목받는 작가의 장편소설. 종교지도자들과 과학자들이 광컴퓨터로 죽은 이의 영혼을 추적해 사후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에서 루시퍼는 꼭 사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작가가 밝히고 있듯,‘빛을 가져오는 자’를 뜻한다. 악마 루시퍼를 그동안 종교계에서 해석해온 것과 달리 인간에게 빛을 가져다주는 프로메테우스 같은 존재로 설정해 눈길을 끈다. 전2권 8800원.
  • [공연+새앨범]

    ■ 심수봉 콘서트 ‘사랑이 시로 변할 때’ 데뷔한 지 2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가수이자 우리들의 영원한 누이인 심수봉. 리드미컬하면서도 한과 흥을 함축한 멜로디와 평범하면서도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노랫말 등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심수봉표 노래’들로 팬들의 가슴을 촉촉히 적신다.11월 3,4일.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02)522-9933. ■ 홍경민 콘서트 ‘Evolution of Rhythm’ 관객이 많건 적건 늘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서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는 홍경민의 ‘음악으로 꽉 찬’ 콘서트. 흔한 이벤트는 과감히 없애고 오로지 음악으로만 달려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공연이다. 단순하게 보이지만 가수로서의 ‘밑천’이 없다면 함부로 선택하기 힘든 구성. 그래서 이번 홍경민 공연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10월 27∼ 29일. 서울 대학로 질러홀.(02)522-9933. ■ 이지형 콘서트 ‘Unplugged Diary’ 90년대 얼터너티브 록밴드 Weeper를 이끌던 소년이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금년 4월 첫 솔로음반을 낸 신인이지만,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오래된 뮤지션. 홍대앞 클럽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못다한 이야기들이 마치 뮤지컬처럼 펼쳐진다.11월10일 백암아트홀.(02)559-1341. ■ 바이브 콘서트 ‘We Go’ 음악포털 쥬크온이 진행한 ‘연인과 함께 가고 싶은 가을콘서트’ 설문조사결과 1위에 오른 R&B 듀오 바이브의 전국투어 콘서트. 방송출연 대신 음반활동을 위주로 콘서트 무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들은 감미로운 발라드가 매력적인 남성듀오.‘미워도 다시한번’,‘오래오래’ 등 히트곡들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10월28,29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02)542-5903. ■ 김진표 디지털 싱글 ‘사랑따위’ 인기래퍼 JP(김진표)가 1년만에 컴백작으로 내놓은 디지털싱글.‘사랑따위 Part1’ 과 ‘사랑따위 Part2’ 등 2곡을 발표한 김진표는 이번 디지털 싱글 음악을 직접 기획하고 작사, 작곡, 편곡, 녹음까지 모두 혼자 소화해내는 역량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팜엔터테인먼트. 클래식 ■ 2006 가을밤 콘서트 29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재일 한국인 뮤지션 양방언, 뉴욕타임스가 극찬한 기타리스트 임정현, 뮤지컬의 박해미, 바리톤 김동규가 출연하는 4인4색의 콘서트. 박상현 지휘로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서울필하모닉 합창단도 출연.3만∼10만원.(02)2000-9752. ■ 아시아의 실소리 11월1일 오후 7시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한·중·일 아시아 3국의 실로 만든 현악기와 각국의 연주자들을 초청하는 협연무대. 중국의 고쟁 연주로 ‘고산유수’, 한국의 가야금 연주로 ‘돈돌라리’, 일본의 고토 연주로 ‘편곡 침’ 등을 들려준다. 무료 공연.(031)782-5502. 연극 ■ 이상한 동양화 27일∼11월5일 화∼금 7시30분, 토 4시·7시30분, 일 4시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강화도 전등사의 나부상 설화를 모티브로 펀드매니저에서 노숙자로 전락한 기러기아빠 등 천태만상의 인간군상을 조명한다. 이기도 작·연출, 남우성 최홍일 등 출연.1만 5000∼2만원.(02)744-7304. ■ 자객열전 26일∼11월26일 화∼금 8시, 토 4시30분·7시30분, 일 4시30분 우리극장. 민족의 스승인 백범 김구 선생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킨 코믹극.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는 사회에서 애국과 폭력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박상현 작·연출, 이대연 김학수 등 출연.1만 2000∼2만원.(02)745-0308. 무용 ■ 브라질 그루포 코르포 내한 공연 27일 8시,28·29일 4시 LG아트센터. 발레에 브라질 특유의 열정과 정서를 입힌 현대무용. 원색의 화려한 의상을 입은 여섯 커플이 사랑의 기쁨과 배신, 비통함 등 다양한 감정을 춤으로 풀어낸다.3만∼7만원.(02)2005-0114. ■ 카르멘 28일까지 목·금 8시, 토 5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비제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마츠 에크의 ‘카르멘’과 조지 발란신의 ‘심포니 인 C’를 국립발레단이 공연.5만∼10만원.(02)587-6181. 뮤지컬 ■ 라이온 킹 28일부터 무기한 화∼금 7시30분, 토 2시·6시30분, 일 2시 샤롯데극장. 디즈니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첨단 무대기법으로 형상화한 가족뮤지컬. 일본 최대 극단 시키가 제작하고, 한국 배우들이 참여했다.3만 5000∼9만원.(02)411-5083∼6. ■ 개똥이 2006 11월19일까지 화∼목 7시30분, 금·토 4시·7시30분, 일 4시30분 학전블루 소극장. 곤충의 시각으로 현대 산업문명의 폐해를 고발하는 생태 환경 노래극.1995년 초연에 이은 두번째 공연으로 ‘날개만 있다면’등 주옥같은 노래가 돋보인다. 김민기 작·연출, 김소연 권형준 등 출연.1만 5000∼2만 5000원.(02)763-8233.
  • 한남동 리움서 ‘조선말기 회화전’ 등 수묵화 전시회 잇따라

    이하응의 ‘괴석묵란도’(怪石墨蘭圖)에선 고도의 격조와 고졸미(古拙美)가 동시에 느껴진다. 날아오를 듯한 난초의 선이 괴석의 자연미와 어우러져 수묵의 깊은 맛을 한층 더한다. 현대 동양화가 박병춘의 수묵은 격조 대신 현대적 유희를 담았다. 먹 선이 만들어낸 커다란 풍경 한쪽에 노란 풍선이 둥실 떠 있는가 하면 컬러풀한 패러글라이딩이 난데없이 날아간다. 가을이라서 그런가. 묵직한 수묵의 진수를 보여주는 전시가 잇따르고 있다. 먼저 조선 말기 서화를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조선말기 회화전-화원·전통·새로운 발견’전이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고 있다. 조선 후기와 일제 강점기에 끼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조선 말기 회화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다. 유숙의 ‘홍백매도8공병’, 김정희의 ‘반야심경첩’ 등 보물 2점을 포함하여 당시 회화의 큰 산맥을 이뤘던 서화가인 장승업 허련 김정희 안중식 김수철 홍세섭 등의 대표작 80여점이 ‘화원’과 ‘전통’,‘새로운 발견’ 3주제로 나뉘어 전시된다. 화원은 궁중 도화서에 소속되어 있던 직업화가로 조선시대 회화의 한 축을 이룬다. 이들은 공적인 목적을 띠는 작품에선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기교를 보여주었으나, 사적으로는 자신만의 예술적 독창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많이 남겼다. 장승업은 산수, 인물, 화훼 등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으며, 서양화법으로 초상화를 그린 채용신, 책거리 그림에 두각을 나타냈던 이형록, 기러기 그림에 명성이 높았던 양기훈 등이 눈에 띄는 작가들이다. 문인화가로는 추사 김정희를 필두로 그의 영향을 받은 조희룡·전기·허련·이하응 등이 명성을 얻었다. 특히 이하응은 묵란을 잘 그려 추사가 자기보다 낫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밖에 김수철 김창수 남계우 박기준 등은 독특한 소재와 형식을 도입해 새로운 시대의 미의식을 적극 반영했다. 내년 1월28일까지.(02)2014-6555.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선 수묵화가 박병춘의 ‘흐르는 풍경’전이 26일부터 11월5일까지 열린다. 수묵의 묵직함에 현대적 경쾌함을 가미한 전시. 작가는 수묵채색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오면서도 전통산수 풍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화면 가득히 흐르는 절벽과 숲 한편에 패러글라이딩과 헬리콥터 등 현대적 이미지들을 등장시키는 등 전통산수에 현대적 일상풍경을 병치시키는 새로운 산수를 보여준다.(02)720-5114. 인사동 갤러리 상에선 생명의 기운이 충만한 자연의 리얼리티를 세밀한 필치로 담아내온 이영환 개인전이 11월4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이번에 특히 여러겹의 종이를 붙인 뒤 그림을 그리는 독특한 지접준(紙接) 기법을 통해 거친 듯하면서도 깊이 있는 은유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보여준다.(02)730-0030.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난 영원한 카멜레온”

    “난 영원한 카멜레온”

    곱게 기른 생머리에 찢어질 듯한 고음부의 샤우팅 창법으로 유명한 가수는?대한민국 록의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그룹들인 시나위와 부활, 백두산 등의 보컬을 맡았던 가수는?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정답을 말하자면 바로 김종서다.1987년 록그룹 시나위의 보컬리스트로 ‘새가 되어가리’를 열창하며 데뷔했던 김종서가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강산이 두번이나 바뀔 긴 시간. 그러나 정작 그의 반응은 심드렁하기 짝이 없다.“벌써요?별로 한 것도 없는데 후딱 지나가 버렸네요.” 경기도 일산의 한 주택가 지하연습실에서 땀에 흠뻑 젖은 채 목청을 가다듬고 있던 김종서를 만났다.10월20∼23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새천년홀에서 열리는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명작’을 준비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연습할 때 실제공연처럼 철저히 준비해야 공연날에 관객들과 열심히 놀 수 있죠.”연습을 공연처럼. 김종서의 철학이다. 20년 동안 별로 한 것이 없다고 겸양의 미덕을 발휘했지만, 그가 대한민국 록의 역사에 새긴 족적의 깊이는 결코 얕아보이지 않는다.92년 솔로로 변신한 이후 발표한 음반만해도 9장. 특히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대답없는 너’를 비롯해,‘겨울비’,‘플라스틱 신드롬’,‘아름다운 구속’,‘희망가’ 등은 수많은 록팬들의 가슴을 유린한 록 발라드의 명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껏 올곧게 로커의 길을 걸어 왔던 그가 최근들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TV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들을 웃기는가 하면,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 유다역으로 출연해 연기에 도전하는 등 좌충우돌하는 모습이다. 개봉예정인 한 영화의 음악을 맡아 음악감독에도 도전한다.“(영화의)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새로운 음악을 하는 방법입니다. 대부분의 음악가들이 한번쯤 꿈꿔본 분야이기도 하고요. 뮤지컬이나 방송출연 등은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높여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음반시장이 거의 붕괴된 상황에서 음악팬들을 흡수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시면 됩니다. 앞으로도 활동영역을 넓혀 나가는 작업을 계속할 겁니다. 주변 사람들이 저만의 색깔을 잃어간다는 지적을 하기도 하지만,(저는)다양한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해요.”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다양한 변신이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단다.“사람들이 알듯 ‘로커’의 길만 걸어오지는 않았어요. 노래는 한 부분이었고, 작사·곡은 물론, 음반 프로듀서 등 음악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섭렵해 왔죠. 그리고 앞으로도 변신에 능한 카멜레온처럼 음악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도전할 겁니다.” 이번 ‘명작’콘서트에서도 그의 다양한 관심영역이 유감없이 표출될 예정이다. 자신의 대표곡들로 간이 뮤지컬 무대를 꾸미는가 하면, 이효리의 댄스곡 ‘텐 미닛’을 록버전으로 바꿔부르기도 한다.“재밌잖아요. 이런저런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는 것이요.‘김종서표 공연’의 원년이 되는 콘서트가 될 겁니다.” 최근 밝히길 꺼려 했던 결혼사실과 함께 기러기 아빠 신세를 토로하기도 한 ‘로커’ 김종서. 록, 그 이상의 비상을 꿈꾸고 있었다. 공연문의 (02)522-9933. 글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강학중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아내가 중2아들 유학 보내자고…

    Q중학교 2학년인 아들을 조기 유학시키러 호주로 가겠다는 아내 때문에 답답합니다. 샐러리맨의 뻔한 월급에 무슨 돈이 있으며 나 혼자 어떻게 사느냐고 하면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 그 정도 투자도 못하냐며 절 한심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몰아붙이니 말이 안 됩니다. 공부를 썩 잘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별로 가고 싶어하지도 않는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러는 건지 요즘 회사 사정도 별로 안 좋은데 방법이 없네요. - 구자모(가명,45세) - A보낼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본인이 가겠다고 할 때 그리고 어느 정도 학력이 뒷받침될 때 유학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학을 보내기에 적합한 나이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2라면 가장 예민하고 자신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나이여서 더욱 신중하셔야 하구요. 무엇보다 아내가 왜 조기 유학을 그렇게 원하는지 그 진정한 이유에 대해서 부부가 깊은 대화를 나눠 보십시오. 투자 대비 효과가 어떤지 예상한 대로 결과가 안 나온다면 또 어떻게 할 것인지 기간은 어느 정도 생각하는지 정작 아내는 또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 말입니다. 부모의 삶에서 자식이 전부는 아니며 유학만 보내면 다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닙니다. 공부 잘 하는 것이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고요. 아이 하나를 유학시키기 위해 부모까지 따라나갔을 때 경제적인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셔야 합니다. 어려운 대로 뒷바라지를 할 수는 있겠지만 상황이 달라졌을 때 또 그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미리 생각하셔야 합니다. 상황은 늘 변하게 마련이니까요. 가장 중요한 아드님의 의견을 물어보셔야 합니다. 물론 무조건 아드님이 원하는 대로 하시라는 뜻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부모의 권유에 못이겨 억지로 갔을 경우에는 현지 적응도 어려울 뿐더러 훗날 부모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와 가족이 따로 떨어져 사는 상황에 대해서도 그 장단점을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떨어져 살면서 오히려 배우자와 가족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그 전보다 더 끈끈한 가족애로 뭉치는 가족도 있지만 오랜 기간의 별거가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당장 두 집 살림을 하려니 생활비가 많이 드는 점도 있겠지만 기러기 아빠들의 불규칙한 생활, 부실한 식사, 술에 의존하는 생활, 성적인 욕구 불만 등 치러야 할 대가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부부가 의견 일치를 본 다음 아드님이 동의한다면 실제적인 조기 유학을 위해 사전조사와 치밀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겠죠. 경험자와의 만남이나 관련 서적, 인터넷을 통한 정보수집이나 대행 회사와의 상담, 현지 방문 등을 통해 더욱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아무쪼록 두 분이 깊은 대화를 통해 자녀교육의 공동 목표부터 세운 다음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내시기 바랍니다. <한국가정경영연구소장>
  • [시론] 정치권 북핵 등 ‘추석민심’ 들어라/김민전 경희대 정치학 교수

    [시론] 정치권 북핵 등 ‘추석민심’ 들어라/김민전 경희대 정치학 교수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추석은 사람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전국의 여론이 한데 모이고 다시 흩어져 민족 대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난다. 이 때문에 여론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유력 정치인들의 대통령 후보경선 참여선언이 잇달았고, 외국에 나가 있던 정치인들도 돌아왔다. 언제부터인지 한국정치판의 변수가 되고 싶어하는 북한조차 민족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핵실험’ 카드를 들고 끼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추석민심은 말이 없다. 정치권에 대한 욕조차 듣기 어려웠다. 민주화만 되면,3김 정치만 종식되면 민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참정치’가 실현되리라는 믿음이 산산이 부서졌기 때문에 더이상 정치권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세상 모두가 북한을 손가락질해도 우리만 참고 감싸면 언젠가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리라는 믿음이 무참히 무너졌기 때문에 못들은 척하고 싶은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집값 때문에 내집 마련을 포기한 서민들, 그러나 이제는 전셋값마저 따라갈 수 없다. 언제 직장의 문을 나서게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지만, 그런 직장조차도 못 들어가 취업전쟁이다. 졸업해도 태반이 취직길이 막막한 대학을 가기 위해 사교육전쟁을 벌여야 한다. 외국에 아이를 보낼 여유가 있는 기러기가족이나, 쥐꼬리만한 생활비에서 학원비를 짜내려는 가족이나 모두 전쟁이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최저의 출산율은 이런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한 개인들의 최후 항거인 것이다. 물론 우리의 삶이 팍팍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면 된다는 희망이 있었다. 온 국민이 함께 손잡으면 근대화도, 민주화도,IMF 위기 극복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막연한 불안과 서로에 대한 불신만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사회적인 장벽이 너무 두터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중국·일본 모두 자신들의 국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데, 우리 정치권과 정치화된 시민사회는 국민을 볼모로 싸움만 하고 있다. 그러나 민심은 말이 없지만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실타래처럼 얽혀버린 국제문제를 풀고, 째깍거리는 핵시계를 멈추게 하고, 우리를 압박하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임인 후보가 누구인지. 남의 눈에 있는 들보만 손가락질하는 게 아니라 자신 먼저, 자기 정당 먼저 혁신할 후보가 누구인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이번에는 국민들도 확실히 깨닫고 있다. 감성에 휘둘리거나 깜짝쇼에 환호해서는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이런 민심을 파악했다면, 대권을 꿈꾸는 이들은 TV토론용 2분짜리 정답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온몸으로 느끼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정계개편이란 이름으로 의원 머릿수를 세고, 선거공학이라는 이름의 칼을 들고 국민을 분열시킬 것이 아니라 국민의 에너지를 한데 모을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정치권도 아직 1년이 넘게 남은 대선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국회를 내팽개칠 것이 아니라 민생부터 차분히 챙겨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헌법재판소부터 제자리에 두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도 해결도 못하면서 문제거리만 쏟아내는 소위 ‘담론의 정치’는 그만두어야 한다. 현재의 일은 제대로 챙기지도 않은 채 장기계획에만 매달리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 정부가 문제를 쏟아낼수록, 먼 장기계획에 매달려 허둥될수록 국민은 더 괴롭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 교수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목조각 5000여점 모아 ‘목인박물관’ 설립 김의광 관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목조각 5000여점 모아 ‘목인박물관’ 설립 김의광 관장

    죽은 이가 마지막으로 가마를 타고 간다. 에구메라, 여러 목인(木人)들이 외로울까봐 함께 벗을 하잔다.‘따라와∼’ 창을 들고 호랑이를 탄 남자, 해태 위에 걸터앉은 선비, 물구나무 선 광대, 학을 타고 천도복숭아와 술병을 든 신선, 머리에 뿔이 두개가 나 있는 도깨비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호들갑이다. 기왕지사, 가는 길에 노래나 몇술 뿌려보자. 자, 이승과 이별하는 최후의 마당이 아닌가.‘이제 가면 언제 오나/허어야 허어야/간다 간다 나는 간다/북망 고개로 나는 간다/서른 서이 상두꾼아/발맞추어 나아가세’ 처량하면서도 차원 높은 해탈의 노래다. 목인(木人), 풀어보면 나뭇조각 인간을 뜻한다. 비록 말이 없지만 웃음과 울음이 있다. 풍자의 여유가 진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이 주술 및 벽사, 그리고 각종 의례에 사용했다. 죽은 이를 저승길로 무사히 안내하고 극락세계로 모시는 역할도 했다. 무덤의 부장용으로 쓰였던 목용(木俑), 마을의 수호신, 일상 생활에서 각종 민예품으로 사용됐던 흔적들이 뜸뜸이 전해내려온다. 아울러 이들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은 당시의 생활 풍습과 토속신앙, 복식문화 등을 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자료가치로 평가된다. ●목인은 민화와 함께 민중공예문화 대표 특히 상여장식에 표현된 다양한 목인들은 민화와 함께 우리 민중의 공예문화를 대표한다. 하지만 상여소리를 하는 선소리꾼과 상여꾼들이 점차 사라지는 현실에서 그 맥이 끊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잠깐, 여기에서 주목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국내 유일의 ‘목인박물관’을 설립한 김의광(57) 관장이다. 강산이 세번 바뀌는 지난 30년 세월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3000여점의 목인과 목조각을 옹골지게 ‘목인석심(木人石心)´으로 수집했다. 조선시대 후기의 상여문화를 알 수 있는 목인을 비롯, 신당(神堂), 절에 있던 목조각 등 귀중한 작품들을 많이 모았고 올 3월에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박물관을 열었다. 그랬더니 오늘날 민속학자, 역사학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쓰레기통 언저리에 버려졌거나, 그랬음직한 목인들이 일약 스타가 된 셈이다. 그동안 말없이 방치됐던 목인들이 김 관장의 노력에 의해 당시의 생활풍습과 의식문화 등을 알려주는 데 중요한 역할로 떠올랐다. 이쯤되면 김 관장을 가리켜 별난 사람이라기보다는 단절되가는 전통문화의 맥을 잇는 훌륭한 인물이라고 해야 되지 않을까. 지난 19일 목인박물관에서 김 관장을 만났다.2층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더니 역시나 애지중지 목인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최근에 열린 ‘목인, 세속에서 얻은 성스러움’의 특별전에 대한 마무리 손질작업이기도 했다. 김 관장은 먼저 안에 전시된 여러 목인들을 설명해준다. 전시실에는 300여점의 목인과 상여 앞에 매달렸던 꽃나무 조각 200여점이 벽면에 가득 전시돼 있었다. 지난 세월만큼이나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있었으나 당시의 생활상을 연상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연꽃, 학, 닭, 기러기, 사당패, 가슴을 드러낸 기생, 봉황탄 어린이 등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조상들의 숨결이 새록새록 느껴진다. 그는 “삶을 마감하고 가는 길은 우울하고 어두웠을텐데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준 조상들의 마음이 정말 아름답지 않으냐.”고 하면서 죽음에 대한 긍정적 사고를 새삼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쭉 둘러보노라니 영화 ‘왕의 남자’로 유명한 줄타기 하는 목인,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는 붉은 치우천왕, 첩과 가까이 있는 남편에게 눈을 흘기는 본처 목인, 아들을 손꼽아 바라는 부부 목인…. ●인도·태국 등 동남아 목조각도 2000여점 모아 그는 “이 박물관 집은 단기 4288년, 흔히 쌍팔년 4월에 지어졌다. 여기 목인들이 있기엔 잘 어울리는 공간.”이라면서 이들을 불러모으느라 애를 많이 썼다며 웃는다. 특히 이 박물관 1층 지하에는 요즘 보기 힘든 방공호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1970년대초였어요. 외국인 친구네 집에 갔는데 우리나라 전통 민속품이 진열돼 있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지요. 그때부터 취미로 목조각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당시 ㈜태평양에 입사, 근무했던 시절이어서 퇴근 후나 주말 등을 이용해 골동품 가게를 뒤졌다. 주로 인사동이나 청계천 일대였다. 갈 때마다 맘에 드는 목인을 보고 가격이 비싸 만지작거렸던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의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특히 기독교인이 상여장식을 모은다고 하자 ‘귀신이 붙었다.’라는 얘기도 자주 들었다. 그럴수록 목인은 그에게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다가왔다. 이름없는 장인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혼, 보면 볼수록 감동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하나 둘 수집한 것이 3000여점. 최근 2∼3년 사이에는 행동반경을 넓혀 인도, 태국 등의 동남아 목조각 2000여점을 모았다. 당연히 현지에서 발품을 팔았다. “목인 중에서도 상여 목조각에는 그 사회의 시대상이 그대로 담겨 있어 많은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상여 목인은 주로 조선 후기에 왕성하게 만들어졌지요. 그땐 관을 지키는 사람이 장군이었다가 일제 시대에 와서는 순사로 변합니다.” 김 관장은 “사실 상여문화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풍습이다.”면서 죽은 자가 현세에 누리는 마지막 호사였고 평민에게는 평소 고관대작이나 탈 수 있는 가마를 죽을 때 타보는 영광(?)도 있었다고 했다. ●올겨울 ‘목인도록´ 제작… 특별전 계획 김 관장은 또 “누군가 그런 것(목인을)들을 모으지 않았다면 쓰레기통 비슷한 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지금와서 생각해봐도 목인들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바로 ‘함께 살아온 우리 시대의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명분으로 박물관을 열었더니 민속학자 등 주변으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았다고 했다. 이들에 대한 보답으로 올 겨울에는 ‘목인도록’도 제작하고 특별전을 열 예정이다. 내년 3월 개관 1주년 때에는 그동안 모아온 동남아의 목인들도 전시해볼 계획이다. “우리 박물관은 목인들과의 대화의 장소입니다. 음악과 역사가 공존합니다. 옛날의 목인을 보며 차도 마시는 문화공간이지요.” 젊었을 때는 돈이 없어 못했지만 60을 바라보는 지금 나이에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 너무 뿌듯하다고 의미부여를 했다. 김 관장은 서울 출신. 연세대 정외과를 나와 75년 설록차를 생산하는 태평양에 입사했다. 이후 태평양 계열사인 장원산업 회장으로 있던 2004년 목인들의 반란(?)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의 박물관을 설립했다. 그가 박물관과 인연이 된 것은 부친의 영향도 없지 않았다. 자유당 시절 상공·교통·내무장관을 지낸 부친(김일환)이 이화여대 이사로 있었던 1999년에 김활란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십장생도 병풍’을 기증했다. 조선시대 궁중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병풍은 1972년 프란체스카 여사로부터 선물받아 30년 가까이 소중하게 보관해왔던 것이다. 김 관장은 이때 ‘적재적소’라는 말을 생각해냈다. 즉 물건이나 사람이나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그래서 수집했던 목인들을 모아 박물관 설립을 생각하게 됐다. “공예품이 청자라면 목인은 백자입니다. 또 청자가 귀족의 애장품이라면 목인은 민초의 삶, 애환과 고통 그 자체이지요. 사람에게도 적재적소가 있듯이 목인들도 제자리가 있는 것이지요.”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9년 서울 출생 ▲68년 대광고 졸업 ▲72년 연세대 정외과 졸업 ▲74년 동대학 석사 ▲75년 ㈜태평양 입사 ▲83년 태평양 장업㈜ 전무 ▲92년 태평양 돌핀스야구단 대표이사. 대통령 표창(전통차 계승발전) ▲2002년 장원산업㈜ 회장 ▲06년 3월 목인박물관 관장, 옛돌조각 사랑모임 회장, 사단법인 한국민속박물관회 이사, 서울시박물관협회 이사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전준엽 ‘빛의 정원에서-대바람 소리’ /그는 그림을 완성했다-이종만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전준엽 ‘빛의 정원에서-대바람 소리’ /그는 그림을 완성했다-이종만

    가을산 지워버리고 다시 그린다 불타는 산을 지우던 붓놀림 그새 찬비 내렸는가 빈 나뭇가지에 잎새 하나 떨고 있다 이윽고 붓이 먹을 머금었는가 가을 햇살 빛나고 기러기 세 마리 한 획으로 날아간다 붓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나머지는 다 여백 그는 그리지 않고 그림을 완성했다
  • ‘유학·연수’ 첫 10만 돌파

    ‘유학·연수’ 첫 10만 돌파

    사교육비 부담과 취업난 등이 겹치면서 향후 우리 경제를 이끌 젊은층의 ‘탈(脫)한국’ 행렬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유학·연수를 목적으로 한 출국자는 사상 처음으로 10만명을 돌파했다. 여기에다 유학·연수·관광 등의 이유로 해외로 나간 학생 수도 14만명이 넘어 최근 4년새 가장 많았다. 특히 출국자가 입국자보다 많은 ‘사람수지 적자’ 현상이 더욱 심화돼 서비스수지 악화는 물론 인구감소를 촉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국제인구 이동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유학과 연수를 목적으로 한국을 떠난 사람은 10만 2085명으로 사상 처음 10만명대로 올라섰다. 유학 목적의 출국자는 5만 9942명으로,1년전 5만 2081명보다 15.1% 늘었다. 지난 2003년 6.9%,2004년 4.3% 증가한 것에 견줘 크게 높아진 수치다. 연수 목적의 출국자도 4만 2143명으로 12.9%나 늘어났다. 유학·연수생 가운데 3만 464명이 미국행을 택했으며, 다음으로는 중국이 1만 6865명, 일본 1만 3588명, 캐나다 1만 3481명 등 순이었다. 또 관광·시찰을 위해 출국한 사람은 13만 172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6.8% 증가했다. 특히 조기유학을 떠난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는 이른바 기러기 엄마·아빠 등 ‘방문’을 목적으로 한 출국자는 5만 2643명으로 1년 전보다 13.3%나 늘었다. 직업별로 보면 초등학생부터 대학, 대학원생까지 포함한 ‘학생’이 14만 2930명으로 전체 출국자의 38.0%를 차지해 1위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출국자 2명 가운데 1명은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나 저출산보다 유학·이민 등에 따른 인구 감소가 경제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는 큰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출국자 가운데 20대는 14만 562명으로 37.4%,30대는 6만 8704명 18.3%로 20∼30대 출국자가 전체의 55.7%를 차지했다. 특히 출국자 수에서 입국자 수를 뺀 ‘순출국자’의 수가 가장 많은 연령층도 20대로 2만 8640명이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장관님, 수요일 남편귀가 늦었어요”

    “오늘도 늦으면 장관님에게 직접 편지를 보낼 거예요!” 행정자치부의 C팀장은 수요일인 지난 20일 출근길에 부인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 매주 수요일은 ‘가정의 날’로 야근을 못한다. 그런데 지난 두 주일 동안은 수요일마다 무엇을 하다가 밤늦게 돌아왔느냐는 것이다. 결국 C팀장은 이날 정확히 오후 6시10분에 사무실을 떠나 집으로 향했다. 행자부가 지난 4월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풍속도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일찍 귀가해 가족들과 보내라는 취지에서 이용섭 장관이 도입한 제도이다. 이 장관은 배우자들에게 편지도 보냈다. 가정이 행복해야 행자부도 행복한 만큼 가정의 날을 도입했다는 내용이다. 행간에는 ‘수요일 밤엔 남편을 잘 챙기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 결과 수요일에 일찍 집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다른 일을 하다 ‘경고’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행자부는 ‘가정의 날’이 정착되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수요일에는 ‘오늘은 가정의 날’이라는 구내방송도 나온다. 간부들이 솔선할 것도 주문한다. ‘가정의 날’에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하면 차관의 결재를 받도록 했다. 허가받지 않고 야근하는 사람은 단속도 한다.최근에는 직장협의회가 일부 부서에서 승인 없이 야근을 하는 사례를 확인하자 장관 명의로 경고장까지 보내는 일도 생겼다.일부 간부 사이에는 지나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한 사람, 두 사람 야근자가 늘어나 결국 흐지부지된다면 장관이 직원 배우자들에게 거짓말을 한 꼴이 된다. ‘가정의 날’은 5개월 남짓 시행하면서 어느 정도 정착됐다. 수요일엔 사무실 분위기도 훨씬 부드럽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극장을 가거나 가족들과 외식을 많이 한다고 전한다. 하지만 미혼이거나 기러기 아빠들에겐 이른 귀가가 또다른 고민이라고 털어놓는다. 행자부는 수요일엔 일찍 귀가하는 대신 금요일은 ‘행자부 날’로 오전 7시30분부터 일하도록 하고 있다.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사설] 교육수지 적자 이대론 안 된다

    외국 유학과 연수에 따른 교육수지 적자가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2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4조원 이상 교육수지 적자가 예상된다니 큰 걱정이다. 특히 영어 조기교육 열풍으로 해외로 나가는 학생의 60%가 초등학생이라고 한다. 어렵게 벌어들인 외화가 이렇게 쉽게 빠져나가고, 교육수지 적자가 매년 30% 이상 증가한다면 방치할 단계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해외 유학·연수의 증가와 ‘기러기 가족’의 양산이 사회문제화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선진국에서 좋은 교육을 받겠다는 것을 무작정 나무랄 수는 없다. 개인의 미래와 글로벌 인재의 육성을 위해 여건이 허락되면 권장할 만하다. 문제는 일부 초·중·고생 사이에 만연한 부화뇌동 분위기다. 너도나도 편승하니 공교육의 훼손은 물론이고 교육 양극화를 부채질하며, 사회갈등의 한 원인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사실 세계가 부러워하는 교육열과, 교사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주며, 교육 인프라도 남 못지않은 나라에서 교육을 남의 나라에 의존한다는 것은 국가 자존심의 문제다. 더구나 교육분야의 해외 씀씀이가 나라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라면 국가차원에서 교육 경쟁력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도 됐다. 고비용 저효율의 교육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야 없지 않은가. 교육에 관한 한 전 국민이 전문가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 한국이다. 백이면 백의 진단과 해법이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백년대계를 마냥 그르칠 수는 없다. 교육을 꼭 돈으로 접근할 일은 아니나,1년에 4조원이나 외국에 갖다줄 정도라면 우리 교육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교육당국은 평준화의 틀에서 수월성 및 국제화 교육의 확대를 다각도로 모색해 보기 바란다. 교육수지의 적자 해소는 교육 수요자의 욕구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 소동파 선을 말하다/스야후이 지음

    “사람은 가을 기러기와 같아서 오면 소식이 있지만, 일은 봄날의 꿈과 같아서 흔적이 없네.” 선(禪)의 풍미가 짙게 깔린 중국의 문호 소동파 시의 한 대목이다. 이 두 마디 시구는 소동파가 이미 인생은 본래 공(空)하다는 이치를 깨우쳤음을 잘 보여준다.‘적벽부’를 지은 당송팔대가의 한 명으로 널리 알려진 그가 선과 인생을 가장 조화롭게 아우른 선인(禪人)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최근 출간된 ‘소동파 선(禪)을 말하다’(스야후이 지음, 장연 옮김, 김영사 펴냄)는 그동안 지나쳐온 소동파의 선사상의 일단을 짚어봄으로써 한 시대를 풍미한 대가의 정신과 문학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게 하는 의미 있는 책이다. 중국의 선비들이 그렇듯이 소동파 또한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이루기 위해 벼슬길로 나아간다. 하지만 강직한 성격의 그는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신당파를 비판해 미움을 사고 모함을 받아 죽음 직전까지 가는 ‘오대시안’을 겪으며 인생의 무상함을 통감, 본격적인 선의 길로 접어든다. 그가 추구한 선은 중국 남북조시대 보리달마가 인도로부터 들여온 불교의 한 종파다. 중국 불교 전문가인 저자는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니, 도(道)는 평상에 있다.”는 소동파 선사상의 핵심을 재미있는 일화를 곁들여 들려준다. 정적들의 모함으로 평생을 좌천과 유배로 보낸 천재시인 소동파. 하지만 그는 끝내 쓰러지거나 꺾이지 않았으며 남을 원망하거나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주위를 즐겁게 하는 유유자적한 낙천가의 삶을 살았다. 그 원동력은 물론 선이다. 소동파가 만들어낸 갖가지 에피소드와 그가 지은 뛰어난 작품들은 선이 평범한 삶에 얼마나 큰 위안과 힘이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소동파는 자신의 선을 이렇게 요약한다.“하늘에 있는 용의 고기가 좋긴 하지만 범부는 먹을 수 없다. 땅 위의 돼지고기는 용의 고기처럼 고귀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먹을 수 있다. 내가 말한 선의 이치는 돼지고기처럼 소박하고 이해하기가 쉬워 생활 속에 실현되는 것이다.” 1만 29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OUR STORY] 봉평 효석문화제

    [OUR STORY] 봉평 효석문화제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 선다. 가을의 전령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휘영청 달이 뜬다. 문득, 장돌뱅이의 사랑이 생각난다. 달이 너무 밝아 물레방앗간에 들어가 옷을 벗었다. 아이고메라. 봉평에서 제일가는 일색인 성서방네 처녀가 울고 있었다. 어찌어찌 하룻밤 정을 통했다. 그게 첫경험이자 마지막이었다. 세월이 지난 장돌뱅이는 오늘도 메밀꽃밭을 걷는다. 자신을 빼닮은 당나귀, 그리고 꼬마 장돌뱅이와 함께. 그러면서 또 얘기한다. 유행가 가사를 인용한들 어떠리.‘사랑, 그 사랑이 정말 좋았네. 불타던 두가슴에 그 정을 새기면서,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그 밤이 좋았네.’라고. 매년 이맘때면 장돌뱅이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무려 50만명 이상 찾는다. 소금을 뿌린 듯,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인 ‘메밀꽃 필 무렵’을 찾기 위해서다. 봉평∼장평∼대화에 이르는 팔십리.‘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된 장돌뱅이들이 걷던 길과 시냇물,30년대의 봉평 재래장터…. 특히 8만평의 메밀밭을 직접 감상하는 맛은 서정적이다 못해 야릇해지기까지 한다. 이제 픽션의 무대와 현실의 만남이 시작된다.70년전 작가의 상상력을 내안에 끌어내어 마음껏 즐겨보자. 봉평 메밀밭에 펼쳐지는 ‘제8회 효석문화제’는 다른 때와 달리 여러 ‘특별함’이 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메밀과 문학이 만났을때 올 여름 수해로 많은 피해를 입었던 강원도 평창. 그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금 소박한 메밀꽃이 한창이다.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간다는 백로(白露) 즈음에 피는 가을을 알리는 꽃이다. 밀려오는 수입농산물 때문에 대부분의 농부들이 메밀 농사를 접었지만 봉평에는 여전히 메밀의 향기가 가득하다. # 엄마 팝콘이야. 팝콘이 열려 있어요 효석문화제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을 축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꽃밭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메밀 막국수 등 맛난 먹을거리, 가산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효석문학축제는 8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메밀꽃 축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진다. 우선 가산 이효석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또 올해는 도민들이 입은 수해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이벤트성 행사를 가급적 줄이고 뜻깊은 문학행사 위주로 진행된다. 효석백일장, 이효석문학상 시상식, 평론가들이 참여한 ‘이효석 작품에 나타난 성의식’ 심포지엄 등 다양하다. 또 ‘작고문인의 육필을 만나다’ 행사를 비롯, 현대문학 희귀본을 전시하는 ‘추억의 헌책방’도 운영된다. 아울러 김유정, 정지용, 유치진, 이상, 박태원, 이태준 등 가산과 함께 참여했던 구인회 문인의 고서를 전시한다.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시인, 소설가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비록 소설에서처럼 산허리에 걸린 메밀밭은 아니지만 그 고랑을 따라 난 길을 걸으면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 사이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아장아장 메밀꽃 사이를 걷는 아이의 손을 잡은 엄마, 아빠의 모습이 평화로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원래 메밀은 다섯가지 색깔로 이뤄져 있다. 꽃은 하얗고 잎은 푸르며 줄기는 붉고 열매는 검다. 뿌리는 노랗다. 그래서 ‘오방지영물’이라고 불린다. 파종부터 재배까지는 불과 두 달.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에 잡초가 끼어들지 못해 하얀 바다를 이룰 수 있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듯한 메밀꽃 사이를 걸어도 좋지만 흐뭇한 달빛 아래 터벅터벅 걷고 있는 소설 속의 허생원처럼 닮아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 문학의 숨결을 좇아 알다시피 평창 봉평은 가산의 고향이자 작품의 주무대이기도 하다. 곳곳에 그의 자취가 묻어 있다. 첫번째로 들를 곳이 꽃길 끝자락에 있는 물레방앗간.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사랑을 나누고 동이를 잉태한 곳으로 일장춘몽처럼 지나간 하룻밤을 그리워하는 허생원의 마음이 흠씬 묻어있다. 새로 만들어서인지 옛날의 감흥을 느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작품 속의 아련한 감동이 다가온다. 두번째가 이효석문학관. 봉평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멋지게 자리잡았다. 가산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느낄 수 있는 문학전시관, 문학교실, 학예연구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옛 봉평 장터 모형, 문학과 생애를 다룬 영상물, 유품과 초간본 책 등이 좋은 볼거리다. 세번째가 그의 생가이다. 하지만 허물어져 다시 지은 탓에 좀 아쉽다. 축제 기간에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27회 전국 효석백일장과 각종 사물놀이 공연과 흥겨운 마당놀이, 소리공연 등이 계속 펼쳐져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학습도 다양하다. 흥정천 일대에서 나무다리, 섶다리 건너기,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종이배 띄우기 등이 열린다. 이밖에 딱지치기, 굴렁쇠놀이, 통나무 빨리 자르기, 우마차 끌기 등 추억의 놀이도 가득하다. (033)335-2323,www.hyoseok.com ■ 허브도 보러오세요 흥정천 상류에 있는 봉평 허브나라. 우리나라에 최초의 허브농원으로 100여종의 허브를 만날 수 있는 기분 좋은 곳이다. 올 여름, 흥정천이 범람해 1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직원들이 15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는 복구작업으로 거의 원상회복이 됐다. 꽃이 군데군데 좀 모자란 듯하지만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향긋한 허브향과 쭉쭉 뻗은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에 세상 시름이 잠시 사라진다.(033)335-2902,www.herbnara.com 또한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무이예술관(033-335-6700)도 들러볼 만하다. 평창지역의 화가, 서예가, 조각가 등이 힘을 합쳐 만든 복합 예술공간으로 다양한 체험학습과 야외 조각공원 등이 좋다. ■ 전국 최대 메밀밭 전북 고창 ‘학원농장’ 몇 해 전부터 전북 고창 공음면 선동리 ‘학원농장’이 전국에서 가장 큰 메밀꽃밭으로 자리잡았다. 무려 20만여평에 달하는 거대한 밭이 이맘때면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메밀꽃으로 일렁인다. 학원농장은 진의종 전 국무총리 일가의 농지다. 현재 그의 아들인 진영호씨가 대기업에서 이사를 지낸 뒤 농사꾼이 되기 위해 지난 1992년에 낙향해 가꾸고 있다. 학원농장은 나지막한 구릉지대이다. 땅과 하늘이 만나는 공제선에 흰 꽃송이들이 구름처럼 떠 있는 모습은 봉평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쪽빛 하늘과 순백의 꽃송이가 끝없이 펼쳐지는 장관에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한다. 올해 메밀꽃 절정기는 이번 주와 다음 주 초이다. 물론 파종 시기를 달리해서 10월 초까지는 메밀꽃의 향기에 빠질 수 있다. 입장료, 주차비도 받지 않는다. 서해안고속도로 고창나들목에서 빠져 무장면 방면으로 달리다가 무장 읍내를 거쳐 공음 방향 10여분을 달리면 ‘학원농장(鶴苑農場)’ 돌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063)564-9897,www.borinara.co.kr # 여행정보 강원도 평창군 봉평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영동고속도로 장평나들목으로 나가면 된다. 또한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도 좋다.우리테마투어에서는 오는 9일부터 24일까지 매주 수·토·일요일에 당일 일정으로 봉평의 메밀꽃밭, 이효석생가, 가산공원, 강릉의 경포대 해수욕장까지 돌아보는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2만 9000원.(02)733-0882.www.wrtour.com 메밀꽃 축제에 들렀다면 메밀국수는 기본이다. 봉평축제장 주변에 메밀국수를 하는 집이 몰려있는데 그 중에서 진미식당(033-335-0242)을 추천한다. 봉평에서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집으로 시원하고 담백한 육수 맛이 가히 예술이다. 막국수 4000원, 또한 곤드레밥을 잘하는 가벼슬(033-336-0609)도 있다.
  • 때론 애처롭게… 때론 코믹하게… TV속 아버지像

    때론 애처롭게… 때론 코믹하게… TV속 아버지像

    알츠하이머에 걸린 경찰 아버지. 결국 어린 아들과 딸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가 됐지만 혼신을 다해 아이들과 나들이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대기업 간부 아버지. 아내와 이혼한 뒤 수년째 아들을 찾지 않다가 어느날 이뤄진 부자 상봉 이후 아버지는 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어머니 역할을 한다. 한동안 TV 드라마에는 아버지가 없었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의 주변인물로 전락하거나 ‘엄마 파워’가 커지면서 아예 아버지가 없는 가정이 다뤄지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에서 아버지들이 살아나고 있다. 때로는 애처롭게, 때로는 코믹하게 그려지면서 아버지들이 오랜만에 제자리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아버지도 눈물 흘린다’ KBS 수목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에서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사경을 헤매면서 뒤늦게 가족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며 눈물을 흘리는 경찰 최장수(유오성 분)를 만날 수 있다. 최장수의 눈물과 가족들의 안타까움에 시청자들도 매회 눈시울을 적신다. 직장인 오유경(33)씨는 “오랜만에 아버지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보니 진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격하면서도 따뜻한 아버지의 표상인 탤런트 박인환은 KBS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둘째 딸 설칠(이태란 분)이 집을 나가자 회한의 눈물을 흘리다가 쓰러진다. SBS 주말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주인공 태준(조민기 분)과 태수(이훈 분)는 세월이 흘러 각각 출세밖에 모르는 냉정한 아버지와 뒤늦게 개과천선한 철 없는 아버지가 됐지만, 자식들에 대한 애절한 마음은 똑같다. 특히 4년여 만에 처음 만난 아들에게 선물을 사주고 책을 읽어주는 태준의 모습은, 권위적인 아버지의 이면에 숨어 있는 부드러운 부성애를 느끼게 한다. 가족드라마를 표방하는 MBC 주말극 ‘누나’는 자수성가한 사업가 아버지(조경환 분)가 실종되면서 아버지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남은 가족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아버지의 변신은 무죄? 브라운관 속 친근하고 재미있는 아버지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어느새 20대 청년을 자식으로 둔 아버지가 된 강남길과 김창완은 각각 KBS 일일드라마 ‘열아홉 순정’과 월화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에서 자식의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 같은 아버지로 등장한다.MBC 수목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에는 밤무대 가수 활동을 하다가 뒤늦게 앨범을 출시하고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는 소시민 아버지 임하룡이 감칠맛을 더한다.KBS 성장드라마 ‘반올림3’의 주인공 박이준의 중국집 주방장 아버지(이원종 분)는 엄마 없이 아들을 키우면서 아들 친구들에게 자장면을 대접할 줄 아는 의리파다. ●현실에서의 아버지 모습은 드라마 속 아버지를 보면 현실과 가까운 듯하면서도 동떨어진 모습도 종종 보인다. 아버지로서의 역할은 뒤로 한 채 바람을 피우거나, 가족에게 필요하지 않은 존재로 비춰지기도 한다. 지난달 31일 첫 전파를 탄 EBS 5부작 휴먼 다큐멘터리 ‘다큐-아버지’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진솔한 삶을 진지하게 조망하고, 우리가 함께 찾고 만들어갈 진정한 아버지의 상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암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정성스레 간병하는 아버지, 기러기 아빠와 초보 귀농 아빠, 육아를 위해 과감히 휴직계를 낸 아빠 등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아버지들의 헌신과 사랑을 깨닫게 해준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사설] 리영희 펜을 놓다

    한국 현대사는 리영희 선생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전환시대의 논리’,‘8억인과의 대화’,‘우상과 이성’,‘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등 그의 저서는 한국 사회를 덮고 있는 허구의 논리를 깨트리는 지성의 외침이었다.‘실천하는 참 지식인’,‘사상의 은인’,‘비타협적 진실주의자’ 등 수많은 찬사는 그가 우리 사회에 비춘 진실의 빛에 비하면 가을 기러기 털처럼 가벼울 뿐이다. 리 선생이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신적 육체적 기능이 저하돼 50여년간의 연구와 집필활동을 접는다고 밝혔다.21세기 벽두 혼돈 속에 지성의 울림이 더욱 간절한 지금 그의 말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1960년대 기사로,70년대와 80년대 책과 칼럼으로 겨레의 이성을 일깨운 ‘죄’로 그는 아홉 번 연행되고 다섯 번 구치소에 가고 세 번 재판받고 언론계와 대학에서 두 번씩 쫓겨났다. 반공 성전으로 인식되던 베트남전이 베트남 민중의 해방전쟁이라는 것을 깨우친 것도 그였으며,‘중공(中共)’으로 알려진 사회주의 중국의 현대사에 눈을 뜨게 한 것도 그였다. 수많은 지식인들이 자리와 돈을 좇아 소신을 헌신짝 버리듯 할 때, 그는 사회 발전에 지성의 동력을 제공하는 지성인의 역할에서 한시도 벗어난 적이 없다. 그가 이제 지적 활동을 접는다 해도 깨달음을 주는 지성인의 역할은 결코 줄지 않을 것이다. 장엄한 석양처럼 아름답게 세상을 물들이고 펜을 놓는 그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고마움을 표하고자 한다.
  • 儒林(685)-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31)

    儒林(685)-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31)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31) 퇴계의 편지는 다음과 같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다음과 같이 고쳐 보았습니다. ‘사단(四端)의 발현은 순수한 이(理)인 까닭에 선하지 않음이 없고, 칠정(七情)의 발현은 기(氣)와 겸하기 때문에 선악이 있다.’ 이처럼 고치면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중략)… 처음 만나면서부터 견문이 좁은 제가 박식한 그대에게서 도움을 받은 것이 많았습니다. 하물며 서로 친하게 지낸다면 도움됨이 어찌 이루 말할 수 있겠습니까. 헤아리기 어려운 것은 한 사람은 남쪽에 있고, 한 사람은 북쪽에 있어 이것이 더러는 제비와 기러기가 오고 가는 것처럼 어긋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달력 한 부를 보내 드립니다. 이웃들의 요구에 따를 수 있을 것입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이 참 많습니다만 멀리 보낼 글이기에 줄이겠습니다. 오직 이 시대를 위해 더욱 자신을 소중히 여기십시오. 삼가 안부를 묻습니다. 기미년(1559년) 정월 5일, 황은 머리를 숙입니다.” 퇴계의 편지는 이처럼 고봉의 논박을 듣고 나서 ‘사단칠정’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수정한 내용이 골자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사단칠정론. 그렇다면 고봉은 퇴계의 ‘사단칠정론’에 대해서 어떻게, 무엇을 공격하였음일까. 퇴계와 고봉사이에 벌어졌던 우리나라 철학사상사에 있어 최고의 논쟁인 ‘사칠논변(四七論辯)’은 어떻게 시작되었음일까. 이 논변의 시작은 정지운(鄭之雲)이 지은 ‘천명도설(天命圖說)’에서부터 비롯된다. 정지운은 중종4년(1509년)에 태어나 명종16년(1561년)에 죽은 조선중기의 학자로 퇴계보다 10년 가까운 연하의 후학이었다. 자는 정이(靜而), 호는 추만(秋巒)이었다. 일찍이 김정국(金正國) 밑에서 수학하다가 김안국(金安國)의 문하에서 성리학을 연구하였던 유학자였다. 그는 1537년 주희의 ‘성리대전’에 나와 있는 천명(天命)과 인성(人性)의 관계를 도표로 표시하고 거기에 문답을 더하여 ‘천명도설’이란 책을 저술하였다. 두 스승에게 질정(質正)을 구하였으나 인가를 받지 못하게 되자 정지운은 1543년 서문까지 써 두었음에도 미완성이라 생각하고 이를 집에 보관해 두면서 계속 수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명종8년(1553년) 퇴계를 만나게 되자 정지운은 ‘천명도설’을 퇴계에게 보여준 후 틀린 부분이 있으면 이를 가차없이 수정해 줄 것을 청원하였다. 이때 퇴계는 정지운의 청을 받아들여 그가 쓴 내용을 수정하였는데, 수정한 중요한 부분이 바로 ‘사단칠정’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정지운이 처음 지었던 ‘천명도설’은 ‘천명구도(天命舊圖)’라고 불리게 되었고 퇴계의 의견을 좇아 수정한 내용은 ‘천명신도(天命新圖)’라고 부르며 비로소 목판본으로 간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 정지운은 천마산에 유람갔다가 돌아오는 도중에 숨을 거뒀는데, 이로써 그가 남긴 ‘천명도설’은 그의 대표적인 유작이 되었다.
  •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솟대-장승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솟대-장승

    우리나라 대부분의 마을 뒷산에는 수호신을 모신 산신당이 있고, 마을 입구에는 장승과 솟대가 있다. 장승과 솟대는 마을 공동체 신앙을 구성하는 요소이며 촌락의 역사와 민중의 생활상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오랜 비바람의 풍파에도 아랑곳없이 오직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나그네에게는 이정표를, 사찰에서는 경계표를 자임한 장승. 민초들의 소박한 정서가 담긴 장승은 무섭기도 하지만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감을 주며 해학적이다. 마치 선량한 서민의 자화상을 보는 듯해 더욱 정겹다. 툭 튀어 나온 퉁방울 눈, 무뚝뚝한 코, 약간 삐뚤어진 듯한 얼굴, 거기에 살짝 벙거지를 올려 쓴 제주도의 돌하르방. 영락없이 불끈 솟은 남근이다. 살짝 비껴 보노라면 탄성이 절로 난다. 어느 조각가가 이만큼 깎을 수 있을까. 그것은 비록 이름 없는 석수장이의 솜씨지만 하나의 예술품이다. 거기에 빌면 자식을 낳을 수 있다는 속신이 보태지면 그것은 단순한 석상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체로 다가온다. 솟대는 장승과 함께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비는 신앙의 대상물이었다. 짐대, 기러기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 솟대는 그 자체가 우주목(Worl Tree)으로 성역의 표시였다. 또 과거급제자의 표시와 가문의 행운을 비는 기념물로, 솟대 위에 앉혀진 물새로 화마를 막는 상징물이었다. 그야말로 다양한 형태와 의미를 지닌 솟대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종교, 민속 등이 종합적으로 녹아있는 중요한 상징물이다.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나 대개 정월 대보름이 되면 전국곳곳에서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산신제나 장승제를 지내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 우리네 풍속이다. 중요무형문화재인 영산줄다리기는 원래 정월 대보름에 행했으나 현재는 3·1 문화제 행사의 하나로 하고 있다. 길이가 100m가 넘고 지름이 1m가 넘어 줄을 타고 앉아도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거대한 줄은 10여일에 걸쳐 만든다. 평소 농사일에 묻혀 흩어져 살던 농민들이 요란한 풍물소리와 함께 풍물패를 앞세우고 결집하는 모습,1만명이 넘는 남녀노소가 일제히 우렁찬 목소리로 ‘으∼샤, 으∼샤’하며 흙먼지를 부옇게 일으키며 당기는 모습. 놀이와 제의, 화합과 축제가 어우러진 줄다리기.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 줄다리기는 놀이 자체로서도 재미있지만 미리 풍흉을 점치거나 풍년을 기원하는, 즉 다산을 위한 성교를 상징하듯 암줄과 숫줄을 결합하여 풍년에 대한 염원과 화합을 기원한다. 여자편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 하여 편을 가를 때도 남자, 여자로 가른다. 때문에 남자편이 일부러 져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깊고 가장 규모가 큰 민속축제는 단연 강릉단오제이다. 단오는 음력 5월5일로 일명 수릿날, 중오절이라고도 불리는데 일년 중 양기가 가장 강한 날이다. 단오의 ‘단(端)’자는 처음 곧 첫 번째를 뜻하고,‘오(午’)자는 오(五), 곧 다섯의 뜻인 초닷새를 이른다. 음력 4월15일 대관령 산신제로 시작된 강릉단오제는 대관령 성황신을 모셔와 강릉시내의 여성황사에 봉안하고 5월5일까지 계속된다. 본격적인 행사는 5월1일부터 대관령에서 흘러내린 물이 지나가는 남대천변 단오장에서 닷새간 열린다. 아침, 저녁으로 제를 올리고 굿을 하며 한마음으로 풍년과 풍어, 마을의 평안을 기원한다. 행사기간동안에는 그네타기, 씨름, 농악, 무언극인 관노가면극 등 각종행사가 벌어져 수많은 예능인과 군중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긴 행렬의 난장이 이어진다. 강릉단오제는 무속과 신화, 유불선이 습합된 우리 고유의 향토축제다. 주민의 화합과 단결은 물론이고 나아가 이제 관광 상품으로도 손색이 없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한다. 한마디로 현대축제가 갖추어야 할 전형을 보여준다. 강릉단오제는 이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축제로 새로 태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촌에서는 항시 서로 돕고 돕는 다양한 형태의 조직을 만들어 생활하였다. 두레는 상부상조하는 미풍양속 중에서도 으뜸이다. 동제가 동심결취적 성격을 지닌 신앙적 결합이라면, 두레는 노동을 제공하거나 상호협력을 바탕으로 촌락사회의 결속을 다져온 협동체이다. 두레는 농작물의 생장기인 농번기에 구체화되어 모내기에서 김매기를 마칠 때까지 시행된다. 두레는 고통스럽고 힘든 일을 협동과 신명으로 풀어내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체계였다. 일명 ‘농악’이라 하는 것도 바로 두레에서 이루어졌다. 한마디로 두레는 일과 놀이를 겸비한 상부상조 문화의 상징이요, 풀뿌리 민주주의가 관철되는 현장이다. 우리 고향 모습은 어떤 것일까. 야트막한 동산아래 앞으로는 내가 흐르고 마을 동구를 가로질러 서 있는 정자나무, 그것이 고향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자나무는 마을의 역사를 대변해준다. 여름철에는 마을 사람들의 휴식처로써,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장으로 함께 해왔다. 정자나무 밑에는 들돌이 놓여져 있어,7월 백중엔 마을 청년들이 시원한 나무 밑에 모여 들돌을 들어 힘을 겨루고 장사를 뽑았다. 이를 ‘들돌들기’라 하였다. 양반 자제들의 성년식이 관례라면,‘들돌들기’는 서민들의 성년식으로 들돌을 들어 체력을 인정받아 당당히 어른의 품삯을 받는 일종의 통과의례였다. 이렇듯 마을의 정자나무는 휴식과 신앙과 회합이 이루어지는 공동의 문화공간이었다. 우리 선조들은 산이 높으면 건물은 낮게, 반면 산이 낮으면 건물은 높게 지어 음양의 조화를 꾀하였다. 자연에 순응하며 조화를 이룬 것이 우리네 건축 정서이다. 양지바른 산자락에 마치 암탉 둥지처럼 옹기종기 모여 하나의 선을 자아내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초가와 기와집들은 현대적 건물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한옥은 구조에서부터 만드는 재료에 이르기까지 자연적이다. 마루를 중심으로 그 둘레에 방이 있고, 부엌과 화장실은 마루를 통과하여 갈 수 있거나 별채를 따로 두었다. 방이 개인을 위한 닫힌 공간이라면, 서양엔 없는 대청은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이고, 마당은 큰일을 치르는 공간이다. 서양 가옥이 바람을 막는 닫힌 집이라면 한옥은 지나는 바람을 막지 않는 열린 공간이다. 때문에 우리네 집은 자연과 하나 되어 바람소리, 물소리, 흙냄새, 나무냄새를 느낄 수 있다. 흔히 한국의 미는 선(線)에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용마루나 처마 끝선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 동양 삼국의 기와집을 보면 금세 구별이 된다. 중국은 처마와 추녀 끝이 너무 올라가 왠지 방정맞고, 일본은 처마가 직선으로 마치 무를 잘라낸 듯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이와 달리 한국의 처마는 부드러운 곡선을 이룬다. 마치 여인네의 살짝 올라간 버선코처럼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다. 부챗살 모양으로 배치한 서까래의 처마 곡선은 장중한 모양의 지붕을 사뿐히 나는 듯 보이게 하며 우아한 자태를 느끼게 한다. 우리네 대문은 밖에서 안으로 밀도록 되어 있는데 반해 서양의 문은 안에서 밖으로 열도록 되어 있다. 밖에서 안으로 밀어 열도록 한 것은 바깥으로부터 복이 들어오도록 한 것이다. 반면 방문을 대문과는 달리 안에서 밖으로 열도록 한 것은 들어온 복을 나가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어찌 서양의 기능적 면만 강조한 문과 비교되겠는가. 집의 얼굴이 문이라면, 창문은 집의 눈이요 표정이라 할 수 있다. 서양의 창은 유리로 막아 안과 밖의 공기 유통을 막을 뿐만 아니라 소리도 차단시킨다. 어디 그뿐인가 속내를 훤히 드러내어 은근한 멋이 없다. 하지만 우리네의 창은 창살에 한지를 발라 숨을 쉬도록 하였다. 우리의 창은 마음을 담아낸다. 밤늦도록 다듬이질을 하는 아낙의 정겨운 방망이 소리와 창가에 비친 모습, 이제나 저제나 오실까 숨죽여 애타게 님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는 여인의 설렘도 창가에 서린다. 한옥 마을이 평화로운 느낌을 주는 것은 소박한 곡선과 우아한 돌담이 사이사이 이어주기 때문이다. 담은 한옥의 완결체이다. 제주도는 한마디로 돌담의 세계이다. 산과 들에는 산담, 집에는 집담, 바다에는 바당빌레, 고기를 잡는 원담, 심지어 무덤에도 담을 쌓았다. 제주사람들의 문화와 정서, 애환이 녹아있는 돌담은 무한한 관광자원 가치와 함께 미학적 아름다움으로 ‘재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100대 상징 작업은 우리 것에 대한 재발견이요 혼을 불어 넣는 작업이다. 정종수 국립춘천박물관장
  • ‘기러기 엄마’ 는다

    ‘기러기 엄마’ 는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를 2년간 외국에 보내려고 하는데 비용이 얼마나 들지요.” 국내 유학원에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유학원:“엄마가 함께 갈 때와 자녀 혼자서 ‘홈스테이’할 경우가 다릅니다.”▲남성:“엄마가 아니라 제(아빠)가 동반하려고 하는데요….” 최근 자녀들의 조기 유학에 남편이 동반하고 아내는 국내에서 직장에 다니며 체재비를 송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기러기 아빠’에 상반된 ‘기러기 엄마’들이다. 남편이 직장을 쉬거나 아예 그만둬야 하기 때문에 가부장적인 시각에서 보면 ‘파격’이다. 하지만 여성의 능력과 사회적 지위가 점차 개선되면서 ‘기러기 엄마’를 고려하는 가정이 점차 늘고 있다. 현실적으로 따져도 아내의 소득이 많은 가구가 있기 때문이다. 주재관 등으로 가족이 함께 나갔다가 엄마만 들어오는 ‘귀국형’에서 처음부터 아빠를 보내는 ‘고소득형’, 사업을 겸해 아빠가 자녀들을 돌보는 ‘일석이조형’ 등 형태도 다양하다. 지난 1년간 가족과 함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로 연수를 갔던 회사원 김모씨(40·여)는 지난달 혼자 귀국했다. 미국 기준으로 가을학기 4학년에 입학하는 딸 아이를 위해 남편이 남기로 했다. 김씨는 “1년이 지나면서 딸 아이가 영어에 재미를 붙이고 학교생활에도 익숙해지는 것을 보고는 남편과 함께 남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편이 귀국할 경우 새로 사업을 해야 하지만 김씨가 일단 직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 고생이 되더라도 당분간 김씨가 ‘기러기 엄마’를 자처했다. 남편도 이해하고 시댁 어른들을 설득시켰다. 김씨는 국내에 들어와 틈틈이 모았던 비상금을 털고 연금도 깨는 등 경제적 부담이 컸지만 아이를 위해 ‘조기투자’한다는 생각에 견디고 있다. 일단 6개월 정도만 생각하고 있으나 더 연장할 수도 있다.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상무 최모(51)씨는 연초 미 동부지역에 3학년짜리 늦둥이를 데리고 3년 임기로 부임했다. 회사에 다니던 아내는 과장 승진을 앞둬 국내에 남았다. 최 상무는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나가라고 할 때에는 섭섭하고 화도 났지만 아내의 직장도 중요한 데다 남들은 가고 싶어도 못가는 조기유학이라 아내 말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최 상무의 경제적인 부담은 다른 가정과 달리 크지 않다. 국내 유학원에도 ‘기러기 엄마’를 타진하는 문의 전화가 늘고 있다. 유학뱅크의 관계자는 “올해 들어 아빠가 자녀 유학에 동반해도 괜찮냐고 묻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다.”면서 “주로 고정 수입이 있는 의사나 회사 경영자(CEO) 등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짜리 자녀를 아빠와 함께 미국에 보내려는 CEO 부부의 문의가 있었다고 했다. 특히 고정수입이 있는 아빠가 동반할 경우 엄마보다 미국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측이 불법 체류자로 남을 확률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 종로유학원 관계자는 “연초 아빠가 자녀 유학에 동반하겠다는 문의가 몇 건 있었다.”면서 “10년마다 안식년제로 해외 연수를 나가는 교수나 교사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부부가 모두 대학 교수인 30대 김모씨가 이런 예에 해당한다. 남편이 안식년을 맞아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데리고 이달 초 미국으로 떠났다. 김씨는 안식년제가 아니어서 함께 가지 못하고 여름방학을 이용해 학교와 집을 구하느라 잠깐 다녀왔다. 특히 중국 쪽으로 남편과 자녀를 보내는 ‘기러기 엄마’들이 많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주말부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월말부부’가 가능하고 비용도 미국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조기유학온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홈스테이’를 운영하는 박모(46)씨는 한국에서 아내와 함께 슈퍼마켓을 했다. 처음에는 아내가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데리고 베이징에 왔는데 갈수록 통제가 안돼 아내와 역할을 바꿨다. 이후 박씨는 베이징에서 아파트 1채를 더 임대해 ‘홈스테이’를 차렸다. 서울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전모(39·여)씨도 남편과 초등학교 6학년·4학년 두 아들을 베이징으로 보낸 기러기 엄마다. 중개사 자격증이 없던 남편이 베이징으로 건너가 현지 부동산을 국내에 연결해 주는 사업을 하면서 자녀들 뒷바라지까지 겸하고 있다. 중국 여성을 가정부로 쓸 경우 월 2000위안(약 22만원)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사업을 하면서 자녀들 교육까지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에서는 자격증이 없어도 비공식적으로 부동산 소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전씨는 당분간 국내에 혼자 머물 계획이다. 한편 지난 2004년 90일 이상 외국에 있으면서 체류 목적을 ‘기타’나 ‘미상’으로 적은 사람은 2440명으로 자녀유학에 동반된 사례로 추정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달부터 체재 목적을 적지 않기 때문에 기러기 아빠나 엄마에 대한 통계는 추정하기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생명 꺼져가는 ‘장다리물떼새’를 아시나요

    생명 꺼져가는 ‘장다리물떼새’를 아시나요

    장다리물떼새를 아십니까? 이름 그대로 쭉 뻗은 긴 다리가 퍽이나 인상적인 새입니다. 한번 보기만 하면 누구나 금세 알아차릴 만큼 차림새가 눈에 띕니다. 가늘고 긴 분홍색 다리 위에 흑백의 대비가 뚜렷한 몸뚱이가 얹혀 있지요. 키는 40㎝ 남짓인데, 다리 길이가 절반을 넘으니 어떨 땐 위태롭게 보이기도 합니다. 장다리물떼새는 1998년까지만 해도 국내 관찰기록이 거의 없던 미지의 새였습니다. 몽골의 습지에서 동남아로 날아가는 동안 우리나라에 잠깐 들르는 나그네새로만 알려져 있었지요. 그런데 그 해 여름 서산간척지에서 번식 중인 모습이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습니다. 한국야생조류협회 김현태(서산농공고등학교 교사) 고문이 학계에 보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것입니다. 장다리물떼새는 이후 서산간척지에서 해마다 4∼8월 사이에 머물면서 번식해 오고 있습니다. 가장 많을 때도 50∼60쌍만 발견될 정도로 보기 드문 희귀종입니다. 김 고문은 1998년부터 올 여름까지 이 새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왔는데, 그 동안의 생생한 야생기록을 최근 서울신문에 보내왔습니다. 교미와 둥지 짓기, 알 품기, 부화 그리고 어린새가 성체로 자라기까지 가히 ‘장다리물떼새의 일생’이라 일컬어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물길에 휩쓸려 둥지 밖에 떨어진 알(길이 4㎝, 폭 3㎝ 정도)을 누룩뱀이 먹어치우는 광경에선 자연의 섭리가 떠올려지기도 합니다. 장다리물떼새의 자식 사랑은 남다릅니다. 사람이나 다른 동물들이 알이 담긴 둥지 곁으로 접근하면 우르르 몰려들어 날개를 퍼득이거나 소리를 지르고, 부리로 쪼는 방어행동을 합니다. 물떼새류 특유의 집단 보호행동인데, 이 말고도 둥지가 발각되지 않도록 거짓으로 꾸미는 의태(擬態)행동도 흥미롭습니다. 김 고문은 “둥지 반대편에 서서 다리를 저는 체 하거나, 갑자기 날개를 펴 퍼드득하고 비상하는 식으로 다른 동물들의 주의를 돌리곤한다.”고 전합니다. 이런 습성은 다른 새들에게 덕을 베풀기도 합니다. 호사도요(천연기념물 449호)와 뜸부기(천연기념물 446호·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처럼 법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는 귀한 새들이 떼지어 잘 뭉치는 장다리물떼새 집단에 끼어, 이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호사도요와 뜸부기를 보호하려면 장다리물떼새를 먼저 보살펴야 한다.”(한국조류보호협회 조정장 충남서산지회장)는 지적도 나오곤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김 고문은 2001년 장다리물떼새를 관찰하다 그 곁에 있던 호사도요의 모습을 80여년 만에 처음 촬영하는 행운을 잡은 적도 있습니다. 호사도요는 1920년대 초 이래로 국내 관찰기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론 장다리물떼새의 국내 번식이 아주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1998년부터 9년째 꾸준히 번식해 왔지만, 갈수록 주위 환경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고문은 “2002년 이후 둥지 수가 급감하고 알에서 깨어나는 새들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작년엔 10여개 둥지 가운데 한 군데서만 새끼가 태어났을 정도로 사정이 악화한 상태”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처참한 환경이 계속되면 이른 장래엔 장다리물떼새의 국내 번식이 끝장날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장다리물떼새가 위기에 처한 까닭은 여럿입니다. 그동안 대규모 영농을 하면서 외지인들의 접근을 막았던 서산간척지가 2002년부터 일반에 분양된 것이 큰 원인입니다. 소규모농이 늘어나고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장다리물떼새들이 이곳을 잘 찾지 않게 된 것이지요. 특히 영농방식의 변경은 장다리물떼새에게 직접적인 생존의 위협이 됐답니다. 김 고문은 “오랫동안 논에 물을 댄 뒤 씨앗을 뿌리는 직파농법이 사라지고 몇 년전부터 서산간척지의 대부분이 모내기논으로 변했다.”고 전합니다. 장다리물떼새는 강 근처 습지나 수심이 얕은 논 또는 논갈이 후 생긴 흙둔덕에 둥지를 짓습니다. 하지만 모내기논은 땅을 바짝 마른 상태로 유지하다 모를 심기 직전에 물을 대기 때문에 번식처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됐다는 것입니다. 모내기 전의 논갈이 과정에서 애써 만든 둥지가 통째로 망가지면서 “둥지 대신 논바닥에 알을 낳아 부화에 실패한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태안군 쪽의 서산간척지 B지구 일대에는 내년부터 골프장과 각종 위락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니, 장다리물떼새의 사정이 정말 딱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대목에서 갯벌과 농경지 그리고 새들의 안식처 문제를 떠올리게 됩니다. 새들에겐 갯벌과 그 주변이 자연상태로 보존되면 살기에 가장 좋지만, 물을 담은 농경지도 차선책이긴 합니다. 오리·기러기류 그리고 장다리물떼새 같은 종들이 먹잇감도 많고, 습지 역할도 하는 농경지로 모여들기 때문입니다. 서산간척지는 본래 용도가 농지였지만 앞으로 상당부분 개발지로 변모해 갈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약속대로 갯벌을 없애는 대신 농경지로 계속 보존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새만금 갯벌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정부 일정대로 간척이 진행돼 갯벌이 사라진다면,“식량안보를 위해 농지로 사용하겠다.”던 공언만큼은 제대로 지켜져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든 장다리물떼새의 장래는 어둡기만 합니다. 어쩌면 우리 땅에서 다시 못 볼 이 귀한 새를 두고두고 감상할 묘안은 없는 것일까요?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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