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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석 “재벌 2, 3세 불법 경영권 세습 막아야”

    정진석 “재벌 2, 3세 불법 경영권 세습 막아야”

    기업 실명 들며 재벌개혁 강조 “독과점 규제 등 모든 수단 동원” 20대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 데뷔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이 20대 국회의 시대정신”이라면서 정의로운 사회를 강조했다. ‘사회적 대타협으로 더 큰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연설문은 심해지는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의로운 ‘분배’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 원내대표는 청년들의 높은 실업률과 비정규직 일자리를 언급하며 지난달 발생한 구의역 참사를 상징적인 예로 들었다. “정규직에 대한 과다한 보호가 비정규직에 대한 수탈로 이어지는 노동시장의 이중성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철밥통의 대가를 비정규직 청년들이 치르고 있는 셈”이라면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너무 크고 이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중향 평준화’를 통해 고용이 안정된 상층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기득권을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중항 평준화 원칙에 입각했다며 “노동개혁 4법은 경직된 임금체계와 인력 운영으로 초래되는 생산성 저하를 막으려는 법안들”이라면서 “신속하게 통과돼야 한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원한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전달하는 데에도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기업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구의역 사고의 발단이 된 서울메트로에 대해선 “철밥통 공기업의 전형”이라고 비판했고, 기아자동차의 본사 정규직 노동자와 사내 하청 노동자의 연봉 격차를 거론하며 “봉건제처럼 엄격한 신분 질서가 결정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대기업의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경영권 세습의 방지가 필요하다”면서 총수의 부인들이 관리한 한진해운, 현대상선과 부자·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롯데그룹을 겨냥했다. 정 원내대표는 “재벌을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 2, 3세들이 편법 상속, 불법적 경영권 세습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독과점 규제 등 가용한 수단을 동원, 방만한 가족경영 풍토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정진석 “정규직 양보로 ‘중향 평준화’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0일 20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극심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개혁, 복지 구조개혁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타협의 핵심 주체로는 대기업과 노동조합, 국회를 꼽았다. 정 원내대표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너무 심해지고 있다. 소득 상위 10%의 사람들이 전체 소득의 절반을 가져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상층 노동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폭 양보하는 것이 사회적 대타협의 핵심”이라고 요약했다. 정 원내대표는 ‘중향 평준화’를 지향했다. 그는 “좌파 진영에서 주장하는 ‘처지가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만들고, 이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해 주어야 한다’는 ‘상향 평준화’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면서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양보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고임금에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이 많은 정규직들이 우선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불법적·탈법적 경영권의 세습을 막아야 한다면서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도 시대 상황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野 박수 받은 유승민···질타 받은 정진석 교섭단체 대표연설

    野 박수 받은 유승민···질타 받은 정진석 교섭단체 대표연설

    새누리당 전·현직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한 야당의 반응은 그야말로 정반대다. 야당은 지난해 4월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무소속 의원의 연설에는 “공감한다”면서 박수를 보낸 반면, 20일 열린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향해서는 “실망스러운 연설”, “책임의식이 결여됐다”면서 비판했다. 유 의원은 지난해 4월 8일 원내대표 취임 후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지적했다. 유 의원은 “심각한 양극화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나누면서 커가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정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도 대표연설에서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나눠먹을 파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해 왔다”면서 “제대로 성정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분배의 문제를 고민해야만 할 시점이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너무 심해지고 있다”면서 양극화 심화 문제에 공감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두 사람의 접근 방식은 뚜렷한 차이가 있다. 정 원내대표는 “대기업의 오너나 경영진,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그리고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하며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심화’를 불평등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는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략) 상대적으로 고임금에 여거 가지 복지 혜택이 많은 정규직들이 우선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층 노동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폭 양보하는 것이 사회적 대타협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도 지난해 대표연설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언급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정 원내대표와 달랐다. 유 의원은 “성장의 해법은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친 고통스러운 개혁이다. 성장을 향한 개혁은 고통스럽기 때문에 어느 일방의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면서 “개혁이 성공하려면 공정한 고통 분담, 공정한 시장경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노사정 대타협이 바로 그런 합의”라고 말했다. 또 유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 공약이었던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이 “허구”라고 인정했다. 그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 이제 정치권은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면서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그리고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적인 원칙까지 같이 고려하면서 세금에 대한 합의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 원내대표 대표연설에서는 현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목은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공무원 연금 개혁을 어렵게 해냈다”든지 “박근혜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 입법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언급했다. 정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부와 집권 여당의 실책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전제됐을 때 고통 분담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고,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도 “정부의 자성과 책임의식이 결여된 2% 부족한 연설”이라고 비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 정규·비정규직 ‘사회적 대타협’…야권 ‘경제 문제·미래 준비’ 화두로

    정진석, 계파문제 자성 담을 듯 김종인, 개헌론 언급할 가능성 안철수, 4대혁명 해법 제시 계획 여야 3당이 20일부터 사흘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며 20대 국회를 주도할 주제를 제시한다. 20대 국회 첫 교섭단체 연설은 20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21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22일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순으로 각각 진행된다.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는 최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를 계기로 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사회적 대타협’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직의 기득권 양보를 통한 일자리 문제 해법인 동시에 사회 안전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또 구의역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하는 ‘야권 대선주자 견제’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정 원내대표가 ‘유승민 복당’ 파동으로 다시 한 번 불거진 당내 계파 문제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 더민주 김 대표는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 등 경제 문제에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때부터 꾸준히 경제 문제를 부각했던 만큼 이번 연설에서는 현 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한 비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대안 제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대표는 개헌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린다. 최근 “개헌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번 시도해 볼 때가 됐다”고 말했던 것에 비춰 보면 개헌특위의 조속한 구성 등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헌론에 동조하는 발언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 안 대표는 최근 경제와 미래 문제에 대해 꾸준히 발언했던 것에 비춰 보면 이번 교섭단체 연설의 초점도 ‘미래 준비’에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사회의 위기를 진단하고 4차 산업혁명, 과학기술혁명, 교육혁명, 창업혁명 등 ‘4대 혁명’을 해법으로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그가 정치권의 특권 내려놓기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관련 위원회 설치 등을 공식 제안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또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유감 표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el@seoul.co.kr
  • [커버스토리] 英 ‘EU 탈퇴 vs 잔류’ 왜 세계가 벌벌 떠나

    [커버스토리] 英 ‘EU 탈퇴 vs 잔류’ 왜 세계가 벌벌 떠나

    주변국 ‘경제 門닫기’ 도미노 우려 ‘잔류파’ 女의원 피습 사망… 영향 촉각 양쪽 진영 투표 관련 논쟁 일단 올스톱 유럽 금융의 허브 영국이 오는 23일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걸을지 결정한다.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에 남을지 떠날지 선택한다. 다음주 투표를 앞둔 영국사회는 이미 대혼란이다. 지난 16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반대 캠페인을 하던 조 콕스 하원의원이 괴한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애도 분위기 속 전 세계는 그녀의 죽음이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0년간 지배한 신자유주의 균열 만약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1993년 출범한 EU는 23년 만에 분열의 위기를 맞는다. 자본과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바탕으로 지난 40여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신자유주의도 균열이 예상된다. 문제는 우리에게 미칠 후폭풍이다. 한국도 영국과 유럽계 자금 이탈에 따른 금융시장의 충격과 대영 무역 감소 등 실물경제 위축이 우려된다. 당장 2020년까지 대영 수출이 연간 4억~7억 달러 줄고 코스피가 1800선까지 밀릴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영국계 자금이 무더기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등 경제 위축 불가피 브렉시트는 영국이 EU와 경제적 국경을 쌓는 걸 의미한다.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수출이 감소하고 자본의 이동 제한으로 금융시장도 위축된다. 영국 경제는 장기간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국상공회의소(CBI)는 2020년까지 9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1000억 파운드(약 165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5위 경제대국 영국이 흔들리면 세계 경제도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주변국으로 불똥이 튄 뒤 유럽 수출 의존도가 큰 중국과 아시아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저금리에 지친 국민들 찬성 몰려 그럼에도 브렉시트 찬성 여론이 절반에 달하는 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저성장·저금리·저물가, 이른바 뉴노멀 시대에 국민들이 지쳤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인구 중 일하는 사람 비율은 10년 전 6.6%에서 현재 10%를 넘어섰다. 실업률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5%대지만 이민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불만이 고조됐다. 런던 주택가격은 최근 4년 새 45%나 올랐다. EU에 낸 분담금과 돌려받는 수혜금의 격차는 2008년 28억 유로(약 3조 7000억원)에서 2013년 108억 유로(약 14조 2000억원)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다른 국가를 먹여살리는 데 더는 돈을 쓸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저소득층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커졌다.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시장에 모든 걸 맡기는 신자유주의가 금융위기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EU체제가 지속돼 영국 내 빈부 격차가 심해졌다”며 “EU 잔류가 기득권층에만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브렉시트로 분출됐다”고 말했다. 경제적 국경의 문을 닫아걸자는 움직임은 영국뿐만이 아니다. 강경한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인기가 이를 방증한다.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강요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브렉시트가 무산되더라도 당분간 주요 국가는 1930년대 대공황 직후와 유사한 보호무역 및 고립주의 강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사설] 공공기관 개혁 강도 더 높여야 한다

    정부가 어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2015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심의·의결했다. 116개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A(우수) 등급의 성적표를 받은 공공기관은 20개(17.2%)로 2014년에 비해 5개 늘었고 E(아주 미흡) 등급 공공기관은 6개에서 4개로 줄었지만 D(미흡) 등급 공공기관은 9개로 동일했다.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는 490조 5000억원으로 2014년(507조 2000억원)보다 16조 7000억원 감소했다. 공공기관 부채 비율이 191%를 기록해 처음으로 200% 밑으로 떨어졌다. 기획재정부는 “적극적인 부채 관리 노력의 결과로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의 부채가 주는 등 일부 경영 실적도 나아진 측면은 평가받을 만하다. 정부는 지속적인 공공 개혁의 성과라고 밝히면서 경영평가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제점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335개 공공기관 수장의 지난해 업무추진비 집행 금액이 56억 6082만원으로 전년보다 3.8% 늘었다. 2014년에 전년보다 10% 이상 줄였던 업무추진비를 슬그머니 올린 것이다. 경영실적이 나빠져도 업무추진비를 대폭 늘린 기관들의 행태를 보면 과연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부채 비율 감소가 재무건전성에 도움이 되지만 경영의 건전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특히 공공기관들이 정부의 경영평가를 의식해 수치를 꿰맞추는 보여 주기식도 없애야 할 관행이다. 공공기관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공공기관의 철밥통을 깨자는 성과연봉제 도입도 지지부진이다. 업무성과에 따라 급여를 차등화해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노조는 업무평가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지만 변화의 물꼬를 튼 뒤 점진적으로 합리적 방안을 찾으면 된다.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은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밖에 안 된다. 공공기관 개혁을 부르짖는 정부와 정치권의 이율배반적 행태도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올해 상임감사·감사위원에 대한 평가에서 우수등급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4·13 총선 이후 공공기관 감사 등의 자리에 여당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내려오고 있다. 낙하산 인사의 근절이 바로 공공기관 개혁의 출발점일 수 있다.
  • “공공개혁, 마침표 찍기 전엔 안 끝난다”

    “공공개혁, 마침표 찍기 전엔 안 끝난다”

    임기 뛰어넘는 추진 의지 필요 수술시기 놓치면 회복 불가능 성과연봉제 반드시 도입해야 여성·고졸 등 열린 채용 확대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공공개혁은 끝까지 간다는 각오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임기를 뛰어넘어 추진한다는 의지와 마침표를 찍기 전에는 모두 처음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실에서 ‘2016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주재하면서 “우리가 가야 할 개혁의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과제는 되면 좋지만 안 돼도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반드시 돼야만 하는 것이고, 오늘 못하면 내일로 미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수술도 시기를 놓치면 힘들고 불가능하게 되듯이 가야 할 길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확실하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성과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꼭 필요하다”면서 “연공서열식 호봉제로는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하기 어렵고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에선 성과연봉제가 경쟁을 부추기고 저성과자 퇴출 무기로 악용될 것이라면서 반대하는 데 국민 입장에서 보면 기득권 지키기에 다름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한전과 마사회의 성과연봉제 도입사례를 들면서 “기관장이 직접 나서 잘못 알려진 사실을 적극 바로잡았고 직원을 설득하면서 노사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들었다”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하고도 노조 동의를 확보하지 못한 기관들은 이런 선례를 잘 참고해 직원 동의를 얻는 노력을 계속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2단계 공공기관 기능조정에 대해서도 “특히 에너지 분야는 여러 공공기관이 중복 투자하거나 만성적인 부실로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야기하기 때문에 기능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민간으로 이양하고 독점 폐해가 있는 부분은 장벽을 허물어 경쟁을 유도해야 하고 그 이상 지속할 필요가 없는 기능은 과감하게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은 매년 1만 80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큰 고용시장이라는 점에서 구직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채용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고 여성, 고졸, 지역인재 등 열린 채용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아이를 잘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젊은이들의 취업 확대를 위해서는 공공기관 전체가 합심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열린세상] 구의역 사고가 남긴 사회적 숙제/이상일 언론인

    [열린세상] 구의역 사고가 남긴 사회적 숙제/이상일 언론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사망한 김모(19)씨 사고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하며 대안 마련을 촉구한다. 김씨 사고 직후 시민들은 추모행진에서 ‘친구야, 너의 잘못이 아니야’란 손팻말을 영정처럼 들고 나왔다. 이런 문구는 보는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하면서 사회가 그를 죽음으로 내몬 공범이란 인식을 깔고 있다. 김씨 사고 후 원인과 처방은 봇물처럼 터져 나와 혼란스러울 정도다. ‘2인1조 근무’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결과라거나, 비정규직 시간당 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 하청기업에 퇴직자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원청기업의 철밥통이 문제다, 서울메트로에 내려간 서울시장의 낙하산 인사가 문제다, 스크린도어 작업의 하청보다는 서울메트로 직영운영을 검토한다는 등…. 청년 한 명의 죽음을 둘러싸고 이렇게 다양하고 거센 사회적 논의가 제기된 것은 우리 사회가 적어도 개인의 삶과 죽음에 사회구조적인 인과관계가 작용했음을 본격 인식하게 된 계기다. 이는 김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발전과 도약으로 삼을 수 있는 기대를 갖게 한다. 반면 동시에 너무 사회적 논의가 넓어진 탓에 아무런 개선 없이 흐지부지될까 우려되기도 한다. 작년 8월 말에도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 직원이었던 조모씨(사고 당시 28살)가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사망했는데 아무런 실질적인 변화도 없이 또 김씨가 판박이 사고로 희생됐다. 따라서 같은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제3, 제4의 김씨 사고가 빈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무엇부터 손을 대고 착수해야 할까. 특히 시민들은 사망한 김씨가 어린 나이에 기관사가 될 꿈을 키우며 컵라면을 먹으며 일했다는 대목에서 울컥한다. 시간제로 일하는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로환경은 심각할 정도로 열악하다. 8시간 혹은 9시간의 근무시간 중에는 점심을 먹을 시간이 따로 책정이 되지 않아 화장실에 가서 초코파이나 빵 한 조각으로 때운다고 한다(책 ‘이런 시급 6030원’에서). 시급을 1만원으로 올리라는 요구가 기업에 주는 부담 때문에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 해도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인간적으로 최소한의 권리인, 점심을 챙겨 먹을 시간을 제공하는 일은 사회가 당장에라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김씨 사망의 직접적인 요인 중 하나인 스크린도어 작업의 기본적인 매뉴얼인 ‘2인1조 근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지 문제다. 반면 생명이나 안전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업의 압박적인 근무 분위기에 눈을 돌리면 문제를 쉽게 풀기 어려울 것이다. 이익 극대화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면서 여유인력을 되도록 적게 운용하려는 것이 기업의 속성인 탓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김씨 사망이 시민들의 포스트잇 추모와 시위로 연결된 사회적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김씨 등 비정규직의 대극점에서 전직 서울메트로 직원들이 스크린도어 회사에서 진을 치고 여유 있는 생활을 즐긴 점에 시민들은 분노한 것이다. 같은 기업 안에서 쥐꼬리만 한 생계비 수준의 급여에 목숨을 건 청년들과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에 보장해주는 급여를 받는 계층이 공존한다는 현실이 기막힌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런 현실을 잘 몰랐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건 때 ‘해피아’(해수부+마피아)란 신조어가 나온 이후 이번에 ‘메피아’란 말이 등장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피아’가 나온다면 다른 분야, 다른 구석에는 그런 문제가 없으리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노조가 퇴직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하청기업에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제안을 하고 경영층이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사례는 다른 분야에서 또 없을까. 기득권층의 지나친 이익추구를 제어하는 시스템이 사회에 부족하다. 김씨 사망을 계기로 박 시장은 스크린도어 정비 업무를 서울메트로 직영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영합리화로 세부적인 업무를 분사화하거나 외주화하는 것은 경영의 기본 메뉴다. 외주 기업이 문제가 됐다고 그 대안이 직영일 수는 없다. 경영합리화에 끼어든 사익 추구를 막는 것이 해법일 것이다.
  • “안전판” vs “기득권”… 핀테크 인증제 논란

    일부 업체 “스타트업엔 진입장벽” 누가·어떤 기준 적용할지도 문제 ‘최소한의 신뢰 안전판인가.’ ‘시대에 역행하는 구태인가.’ ‘핀테크 인증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핀테크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최소한의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협회 차원의 인증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불을 댕겼다. 기득권이 싫어 뛰쳐나온 핀테크업체들이 또 다른 기득권을 만들어 내려 한다는 반론이 즉각 이어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핀테크 인증제는 지난달 은행연합회에서 주최한 핀테크기업과 은행 간 교류 증진을 위한 간담회에서 처음 거론됐다. 한 핀테크기업 관계자가 “신생 기업이다 보니 영업 활동을 하거나 금융사 융자를 받을 때 신뢰성에 의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인증제 도입을 건의했고 은행연합회는 이를 핀테크산업협회 측에 전달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핀테크업체는 곧바로 들고일어났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업체들에는 인증제가 유리하게 작용할지 모르지만 스타트업들에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핀테크기업을 인증할 것인지도 논란이다. 박소영 월드핀테크협회장은 “핀테크 인증제는 시대에 역행하는 심각한 착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충분히 논의해 볼 만하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개인 대 개인(P2P) 대출업체나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의 경우 유사수신업체로 오해받는 일이 많고 소비자들로부터 어떤 회사를 믿고 거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민원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증제가 도입되면 은행 대출이나 세제 면에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예컨대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창업 중소기업에는 3년간 50%의 세액 감면 혜택과 취득세 면제, 재산세 50%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해썹(HACCP)과 같은 식품안전관리인증 기준은 은행에서 기업 대출을 할 때 가점 요인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핀테크산업협회는 이제 막 형성되는 핀테크산업에 특정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혁신성을 꺾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인증제를 실제로 도입하려면 전체적인 공감과 당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열린세상] 부끄럽고, 미안하다/정영길 건양대 행정부총장

    [열린세상] 부끄럽고, 미안하다/정영길 건양대 행정부총장

    부끄럽다. 어디에 마음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부끄럽고 미안하다. 50년을 이 나라에 살았고, 운 좋게 좋은 직업을 얻고 좋은 자리에 앉아 배부르고 등 따습게 살아, 그래서 책임져야 할 일이 많은 기성세대라서 더 부끄럽고 미안하다. 뉴스만 틀면 여기저기서 터지는 사건들. 권력, 돈,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사람들은 서로 필요에 의해 끊어지지 않을 것 같은 견고한 카르텔을 형성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목숨 걸고 사수하고 있다. 사람들의 욕심이 도를 넘어 돈과 권력을 좇는 신도 집단처럼 돼 버린 느낌이다. 드론이 날아올라 집집마다 택배를 배달하는 시대가 도래했건만 고급 아파트 주민 대표는 관리소장을 종이라 칭한다. 어떤 기업은 호황 때는 한판 성과 잔치를 벌이다가 회사가 어려워지자 구조조정 내부 정보를 빼낸 뒤 미리 주식을 매각해 수십억원씩 벌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적자금을 넣어야 한단다. 사람들은 돈이 있으면 죄짓고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검사, 판사, 변호사 전관예우 통해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알고 있다. 이번에 좀 놀란 이유는 “액수가 그 정도나 됐어?”라는 것일 뿐. 우리 사회에서 최소한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법이 만인에게 평등한 게 아니라 만명에게만 평등한 나라라고 비판했던 어느 정치인의 말이 생각난다. 법은 약한 사람들 지키라고 만들어 놓은 거라고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사실이든 아니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90%는 남이 그렸는데 100% 내 작품”이라는 건 또 무슨 소리인가? 아이디어를 내가 내면 누가 그렸더라도 내 작품이라고 한다. 공산품처럼 찍어 내고 작가가 마지막 터치를 하면 작가의 작품이 된다니 OEM 주문자 생산이라는 이야기인가? 미술계에서 대작(代作)이 관행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 국민의 시각으로 볼 때 화가란 직접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 마지막 사인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5년간 확인된 사망자만 239명이 나온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첫 사망자가 나온 지 5년이 되도록 수사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니 도대체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1994년 국내 업체가 가습기 살균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한 이후 22년 동안 대한민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흡입독성 생체 실험 중이었다. 사람들은 이를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 부른단다. 단지 차이는 세월호는 2시간 반 만에 침몰했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2년 동안 서서히 가족이 잠자는 방을 침몰시켰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화장실에서 사람이 죽었다. 23살의 젊은 우리의 딸이 죽었다. 이번에는 여성혐오라고 읽고, 정신질환으로 인한 피해망상이라고 쓴다. “더이상 어떻게 더 조심하느냐?”며 우리들의 딸들이 부르짖는다.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났는지 찬찬히 곱씹어 봐야 하는 이 안타까운 사건은 어느새 남녀 간 편 가르기로 변질되고 있다.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는가? 차라리 TV를 끄고 귀 막고, 눈을 닫고 싶다. 우리의 해법은 무엇인가? 차라리 누가 누구를 가르치기를 그만두자. 내 탓이라고 하는 것도 식상하다. 그냥 나 하나라도 지킬 것을 지키고,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자. 우리 몸에는 사구체라는 것이 있다. 콩팥의 한 기관인 사구체는 혈액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여과 기능을 한다. 한자를 그대로 풀어 보면 실이 공 모양으로 뭉쳐 있다는 뜻으로 수많은 작은 모세혈관들이 뒤엉켜 있는 형상이다. 알파고라 해도 이 엉켜 있는 사구체를 풀어서 한 줄로 늘어뜨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다. 너무나 꼬여 있어서 풀어지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엉킨 부분을 가위로 과감히 잘라 내고 다시 이어야 그 기능이 살아난다. 중요한 것은 그 가위를 누가 들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가위질을 당하는 것을 용납하고 감수할 준비가 돼 있는가다. 기성세대로서 젊은이들에게 풀 수 없이 꼬인 세상을 물려주는 것 같아 진심으로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다.
  • [이경형 칼럼] ‘87체제’를 리모델링할 때가 왔다

    [이경형 칼럼] ‘87체제’를 리모델링할 때가 왔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청년들은 이제 50대 장년을 훌쩍 넘었다. 이 시기 통신 수단이 전화였다면 한 세대가 지난 지금은 모바일이다. 인류 문명사에서 인쇄술, 화약의 발명과 맞먹는 인터넷이 등장한 것이 1991년이고 보면 세상은 엄청 변했다. ‘1987년 체제’ 곧 현행 헌법체제는 당시 민주화의 염원에 모든 초점을 맞춰 5년 단임 직선 대통령제를 채택했다. 20대 국회가 금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30년간 한국 사회는 진화를 거듭했다. 하지만 선거제도, 정당 구조 등 대의정치의 기제는 옛날 그대로다. 민주화는 이미 성취한 가치다. 국민들은 공정한 복지사회를 원하고 있다. 4·13 총선은 지금의 정치제도가 과연 변화된 국민의 정치적 욕구 수준에 걸맞은 제도인가에 많은 의문을 던졌다. 유권자들은 여당을 제2당으로 끌어내리고 비례대표 선거에서 제3당인 국민의당에 600만 표가 넘는 27%의 득표를 안겨주었다. 대통령의 독선적인 권력 행사, 양당 중심의 기득권 정치에 염증을 느꼈다. 국민들은 양극화 등 격차 해소, 개인의 자유권 확대, 다양성과 통합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16년 만에 여소야대를 이룬 이번 국회는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자칫 자파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정권 쟁탈전에 몰입하기 쉽다. 현행 헌법이 지속된 지 한 세대를 맞는 시점에 개원되는 20대 국회는 지금의 대통령과 국회 관계 등 권력 배분 시스템을 총 점검할 헌정사적 소명을 갖고 있다. ‘87년 체제’가 다음 한 세대, 미래 30년까지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필요하면 개선해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과거보다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51대49라는 다수결의 원리는 존중되지만 승자가 독식하면 ‘49’의 협력을 끌어낼 수 없다. 득표의 지분만큼 권력을 나누자는 생각이 먹혀들고 있다. 새 국회는 가급적 빨리 헌정 발전을 논의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개헌이 모든 국정 현안을 삼키는 블랙홀이라며 금기시하는 것은 더이상 설득력이 없다. 개헌안을 두고 내년 대선에 적용할지, 차차기 대선부터 적용할지는 나중에 여론 수렴을 거쳐 결정해도 된다. 지금처럼 원내 어느 정당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고 국회선진화법이 계속 유효한 상황에서 국회와 대통령이 대립하면 국정은 교착상태를 면치 못한다. 이런 경우를 염두에 두면 대통령제보다 내각제나 내각제 요소를 더 가미한 권력구조가 적합할 것이다. 국회 헌정 발전 기구가 가동되면 지금의 소선거구제 외에도 다양한 선거제도를 논의,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더 촘촘하게 반영할 수도 있다. 원 구성도 차일피일하는 20대 국회에 개헌 문제까지 논의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대선 구도가 정립되지 않았지만 유력 대권주자들이 개헌에 관한 소신을 밝히는 국면이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각 정파가 국회를 대선 고지의 교두보로 삼고 대중영합 입법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 20대 국회는 19대 식물국회보다 더 못한 ‘나라를 망치는 국회’가 될 수 있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것이나 지금 남미 국가들이 쇠락하는 원인도 귀족이나 정치 엘리트들이 이기주의에 빠진 대중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재정을 파탄시켰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장기 침체, 청년 일자리 부족, 저출산 고령사회 진입 등 난국을 맞고 있다. 여차하면 깊은 수렁에 빠질 수도 있는데 벌써부터 표밭을 겨눈 ‘포퓰리즘 입법’들이 춤을 추고 있다. 대통령의 ‘상시 청문회법’ 거부권 행사로 20대 국회는 출범부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황금 분할의 의석 분포는 잘 쓰면 한국의 의회정치를 업그레이드하는 보약이 되겠지만, 잘못 쓰면 돌이킬 수 없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 20대 국회는 협치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지금의 낡은 대의정치의 기제를 개별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순식간에 집단지성으로 공론화하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맞게 과감하게 리모델링할 때가 왔다. 주필
  • [경제 블로그] 채권단 ‘STX조선 포기’ 왜

    [경제 블로그] 채권단 ‘STX조선 포기’ 왜

    ‘강성’ 노조, 회사 침몰에도 상여금 등 기득권 고집 아쉬워 뒷짐 진 정부·표심 의식 정치권·무능한 채권단도 책임 커 5개월 만의 ‘변심’입니다. 지난 25일 STX조선해양 법정관리를 결정한 채권단 얘기입니다. 채권단은 시장의 냉담한 반응 속에서도 STX조선을 포기하지 않았더랬죠. ‘여전히 회생 가능성이 높다’며 4500억원을 추가 지원한 것이 불과 지난해 연말 얘기입니다. 그런데 5개월 만에 채권단 분위기가 180도로 바뀌었습니다. 법정관리행을 두고 채권단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결국 STX조선 ‘포기’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노조 때문이었죠. STX조선 노조는 지난달 말께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회사가 상여금 550% 지급을 보류하고 직원들 복지를 축소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발이었죠. ‘3년 넘게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아 왔지만 회사 위기가 더 심해지고 있다. 운영자금으로 채권단 뱃속(이윤)만 채우고, 노조엔 일방적 양보와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는 게 성명서 요지입니다. 냉정하게 따져 보겠습니다. STX노조는 ‘강성’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덕분(?)에 중형 조선소임에도 1인당 임금은 업계 최고 수준(연봉 7600만원)입니다. 업계 최고 대우를 받는 노조이지만 회사가 침몰하는 상황에서도 기득권은 쉽사리 내려놓지 않으려 했죠. 노조는 올해 3월 회사를 고용노동부에 고발했습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지급하던 자녀 학자금, 의료비 등 복지 혜택을 노조 동의 없이 중단했다는 게 이유였죠. 숙련공들이 ‘몸값’을 높이기 위해 경쟁사로 이직을 반복하는 업계 악습은 선박 인도 지연으로 연결됐습니다. 채권단 관계자는 “4~5명의 기술자가 어느 날 한꺼번에 출근하지 않아 연락하면 다른 회사에 출근해 있더라”며 혀를 내두릅니다. 물론 뒷짐만 졌던 정부와 표심만 의식한 정치권, 무능한 채권단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아닙니다. 구조조정 실패에 대한 책임은 끝까지 따져 물어야 합니다. 다만 노조에도 묻고 싶습니다. 과연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맸는지를요. 전 세계 조선업계를 휩쓸던 ‘통영·거제의 봄날’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노조의 뼈를 깎는 희생 없인 이 구조조정 파고를 넘을 수 없단 사실을, 그 봄날도 되찾아 올 수 없단 사실을 되새겨 주길 바랍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정의화 의장 “미래지향적 중도세력의 빅텐트 펼칠 것”

    정의화 의장 “미래지향적 중도세력의 빅텐트 펼칠 것”

     정의화 국회의장은 25일 국회법 개정안 논란과 관련해 “상임위 청문회 활성화 부분을 두고 일부에서 ‘행정부 마비법’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우리나라 정치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는 ‘빅 텐트’를 펼치겠다”면서 퇴임 이후에도 정치적 행보를 이어갈 뜻을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집무실에서 한 퇴임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대신해 국정을 감시하고 특정한 국정 사안을 조사하는 것은 헌법 61조에 규정돼 있는 국회의 당연한 책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지금 우리 국민은 일 잘하는 국회, 정부를 제대로 감독하고 견제하는 국회를 원하고 있다”면서 “행정부가 국민의 편에 서서 올바르게 일하라고 만든 법에 대해 ‘귀찮다’, ‘바쁘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거 일부 청문회에서 나타났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해 정책 청문회 활성화 자체에 반대하는 것 또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식의 회피성 주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검토 중인 상황에 대한 입장을 묻자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이 국회 운영에 관계된 문제는 국회에 맡겨두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거부권 행사는 가능한 한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상임위에서의 청문회를 활성화하고 대신 국정감사를 폐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의장은 “그동안 국정감사는 상임위에서 일어난 얘기를 재탕, 삼탕하거나 1년에 걸쳐 일어난 일을 한 번에 묶어 국감을 하려다 보니 시의적절성도 떨어지는 폐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히려 국감을 없애고 이런 형태(상임위에서)의 청문회를 활성화하는 게 국익에 훨씬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날 정 의장은 20대 국회 출범 직후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즉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새로운 정치질서 ‘협치의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87년 체제’를 극복해야 할 구조적 전환기로, 역사가 바뀌고 시대의 요구가 바뀌면 헌법을 그에 맞게 바꿔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또 “현행 소선거구 제도는 다수의 사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고질적 지역구도를 깨기 어려운 심각한 단점이 있다”며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사회적 합의와 생산적 타협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 지역패권주의와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혁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의장은 현 정치권에 대해 “지역과 이념의 기득권 질서에 안주하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무능과 나태 속에 빠져있다”며 “날이 갈수록 국민이 아니라 권력자를 바라보는 정치, 국익과 민생이 아니라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에 사로잡힌 정치가 되어 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장 퇴임 후에도 정파를 뛰어넘어 미래지향적인 중도세력의 빅 텐트를 펼치고 새로운 정치 질서를 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또 오는 26일 자신이 이사장을 맡은 사단법인 ‘새한국의 비전’을 출범하는 것이 향후 신당 창당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묻는 말에는 “10월 정도까지 고민해 보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의화 국회의장 “청문회 활성화 국회법 반발은 민주주의 원칙 훼손”

    정의화 국회의장 “청문회 활성화 국회법 반발은 민주주의 원칙 훼손”

     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국회법 개정안 논란과 관련해 “상임위 청문회 활성화 부분을 두고 일부에서 ‘행정부 마비법’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집무실에서 열린 퇴임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대신해 국정을 감시하고 특정한 국정 사안을 조사하는 것은 헌법 61조에 규정돼 있는 국회의 당연한 책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지금 우리 국민은 일 잘하는 국회, 정부를 제대로 감독하고 견제하는 국회를 원하고 있다”면서 “행정부가 국민의 편에 서서 올바르게 일하라고 만든 법을 ‘귀찮다’ ‘바쁘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거 일부 청문회에서 나타났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해 정책 청문회 활성화 자체에 반대하는 것 또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식의 회피성 주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국회법 개정안 통과 이후 국정감사 폐지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20대 국회에서 국감 폐지하는 법안을 바로 제출해서 올해부터는 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면서 “상임위원회에서 했던 이야기를 재탕 삼탕하는 등 여러가지 폐해가 있다. 국감을 없애고 청문회를 활성화 하는 것이 국익에 훨씬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의장은 20대 국회 출범 직후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즉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새로운 정치질서 ‘협치의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87년 체제’를 극복해야 할 구조적 전환기로, 역사가 바뀌고 시대의 요구가 바뀌면 헌법을 그에 맞게 바꿔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또 “현행 소선거구 제도는 다수의 사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깨기 어려운 심각한 단점이 있다”며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사회적 합의와 생산적 타협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 지역패권주의와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혁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의장은 현 정치권에 대해 “지역과 이념의 기득권 질서에 안주하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무능과 나태 속에 빠져 있다”며 “날이 갈수록 국민이 아니라 권력자를 바라보는 정치, 국익과 민생이 아니라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에 사로잡힌 정치가 되어 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며 “협치와 연대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26일 자신이 이사장을 맡은 사단법인 ‘새한국의 비전’ 출범을 하루 앞둔 정 의장은 “저는 이제 국회를 떠나지만 낡은 정치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열어나가는 길에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단체의 성격에 대해서는 “외곽에서 정치 건강을 위해 조언을 하는 정치 원로 집단이 될수도 있고 새로운 정당으로 태어날 수 있는 정치결사체로 볼 수도 있다”면서 “오는 10월까지 고민한다고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건전하고 미래 지향적인 중도세력을 규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복당 문제에 대해서는 전날 정진석, 최경환, 김무성 의원의 3자 회동을 언급하며 “당을 다시한 번 추스르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새누리당이 정말 대오각성하지 않고 권위주의적인 보수의 모습으로 제게 인식이 된다면 자동입당이 된다하더라도 다시 탈당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년차를 맞이한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정말 조국과 국민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좀더 탕평인사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흔히 소통(의 문제점)을 이야기 하는데 미흡했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기고] 제4차 산업혁명, 노동개혁으로 돌파하자/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기고] 제4차 산업혁명, 노동개혁으로 돌파하자/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프랑스가 시끄럽다. 정부의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학생과 근로자의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의 눈으로 보자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변해도 너무 변했다. 4년 전에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75%로 올린다고 약속하며 집권했는데, 이제 와서 좌파가 신성시하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손보고 기업의 직원 해고 요건을 단순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실 노선 변화는 보다 일찍 감지됐다. 집권 2년 만에 75% 세율을 폐기했고 일요일 상점 영업을 허가하는 ‘마크롱법’을 긴급명령으로 통과시켰다. 또 좌파 성향의 각료들을 내쫓고 중도 인사로 대체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왜 지지층을 배신할 수밖에 없었을까. 실업률을 낮추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유세 기간 중 기업의 근로자 해고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집권 첫해에 PSA 푸조-시트로앵이 대규모 감원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 파리 근교의 소도시 올네 수 부아의 공장 문을 닫는 것을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가운데 프랑스의 실업률은 10%를 넘어섰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웃 독일처럼 노동개혁이 불가피함을 인식한 것이다. 1990년대부터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한 독일은 산별협약에서 벗어나 기업별로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고, 파견근로 규제를 완화했으며, 미니잡 등 다양한 근로 형태를 확산시켰다. 기업들이 ‘저비용’을 찾아 동구권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려 한 데 따른 조치였다. 2000년대 초의 하르츠 개혁은 이런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산업 구조조정의 격랑에 휘말리고 있다. 조선·해운 등 중요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일시적 경기침체와 더불어 중국의 추격과 같은 구조적 상황 변화에 기인한 것이다. 이미 1990년대에 우리는 의류·신발 등 경공업에서 가격경쟁력을 잃어 고부가가치인 중화학공업으로 산업의 축을 옮긴 적이 있다. 이번 위기도 우리는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상황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유연한 적응능력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경제환경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평생에 걸쳐 새로운 지식을 계속 습득해야 하고 기업 차원에서는 끊임없이 사업구조 재편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각 부문의 기득권을 타파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이처럼 우리 경제의 적응력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혜택을 가장 많이 볼 사람들은 청년들이다. 노동개혁을 비판하는 노동계 등 일부는 환경변화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30년 전 민주화 시대의 구호를 반복하면서, 노동시장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다. 노동시장 규제 강화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 나라는 지구 어디에도 없었다. 감성에 호소하는 대중영합적 정책은 후안 페론(1895~1974) 치하의 아르헨티나에서 보듯이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걱정스러운 점은, 심리학자들이 말하듯 개인의 의식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믿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중영합적 정책이 명백한 실패임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에서 최근까지 반복됐고 칠레, 브라질, 페루 등 다른 중남미 국가로 확산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쉽게도 19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가 노동개혁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지난주에 끝났다. 그러나 노동개혁은 제4차 산업혁명의 파고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해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키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 가운데 특히 5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파견 허용은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방출되는 고령 근로자를 노동시장이 다시 흡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또 근로시간 단축과 신축성 증대, 실직자를 위한 구직급여 확대, 출퇴근 재해에 대한 보호 강화 역시 중요하다. 다음 국회에서는 노동·자본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실리 중심의 논의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 [사설] ‘셀프 개혁’으로 로스쿨 바로 설 수 있겠나

    로스쿨협의회가 지난 13일 입시 공정성 확보 방안을 내놨다. 학생 신상 정보를 알 수 없도록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하고 자기소개서에 집안 배경을 쓰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요지다. 최근 교육부의 로스쿨 입시 실태조사 결과 불공정 사례들이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음서제 특혜 의혹은 끊일 새가 없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그 와중에도 로스쿨협의회는 내부 개혁에 꿈쩍 않고 버텼다. 그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로스쿨 스스로가 모처럼 환부에 칼을 들이댄 자구책이다. 로스쿨 운영 방식에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국민들 눈에는 그래도 한참 멀었다. 공정성 시비를 근본적으로 없애겠다는 의지를 읽기 어렵다. 블라인드 면접 금지와 자기소개서 단속 정도는 일반 기업체와 대학 입시에서조차 뿌리내린 장치다. 여론의 화살이 집중적으로 쏠린 상처만 마지못해 봉합하고 넘어가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사법시험 존치 논의와 별개로 로스쿨 폐지론이 고개 든 마당이다. 그런데도 심각한 구멍으로 드러난 부분만 손질하고 넘어가겠다는 발상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불공정 특혜의 여지가 많은 정성평가 비중을 대폭 줄이라는 요구가 거센데도 기존의 선발 방식을 고수하려는 뜻을 이해할 수 없다. 정량평가에서의 변별력이 지금처럼 계속 낮으면 면접 등 정성평가로 합격을 가려야 하니 특혜 시비가 줄지 않을 것은 뻔하다. 대학과 법조계에는 “로스쿨 제도의 최대 수혜자는 로스쿨 교수”라는 말이 돈다. 교수들의 정성평가 재량이 과도한 탓이다. 로스쿨 교수진은 예전의 법학과 교수들과 전직 법조인들이다. 법조 인맥을 타고 실력자 자녀의 로스쿨 입학 청탁이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굳어져 있다. 의심과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지켜야 할 기득권이 있지 않다면 로스쿨협의회는 국민 기대치보다 더 큰 폭의 체질 개혁에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 로스쿨의 입시제도 개혁이 흐지부지 넘어가면 교육부도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등 떠밀려 간신히 로스쿨 3년치 입시만 조사한 데다 그나마 적발된 부정 사례들조차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거세다. “교육부가 현대판 음서제를 당당히 커밍아웃시켰다”는 비난마저 연일 높다. 엄중한 국민 시선을 안다면 교육부는 로스쿨의 셀프 개혁에 결코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
  •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새누리 권석창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새누리 권석창

    새누리당 권석창 당선자는 1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단장으로서 자동차 소비자 권익 증진을 이뤄 낸 것처럼 국회에서는 ‘정책 소비자’의 권익 증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현대자동차 싼타페의 연비 과장을 밝혀내, 소비자 12만명이 평균 40만원의 보상금을 받게 한 경험이 있다. 최근 당 원내부대표 직책까지 맡았다. Q. 정치를 하게 된 계기는. A. 운명. 어느 날 갑자기 사표 쓰고 정치를 해야겠다는 ‘신내림’이 왔다. 공무원으로 할 수 있는 부분보다 입법부에 가면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신내림이 오지 않으면 정치 못한다. 많은 사람이 하겠다고 얘기는 해도 실제로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한다. 나도 ‘떨어지면 딸 학교는 어떻게 보내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날 뻔하기도 했다. Q. 당선자에게 정치는. A. 타고난 것.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인간의 역학관계를 규명, 연구하는 것도 좋아한다. ‘내추럴 본(타고난) 정치인’이다. 어릴 적부터 지적 호기심이 남달라 궁금한 것은 다 해봐야 했다. 최고가 되거나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정치를 시작하는 지금도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마음이다. Q. 충청 대망론에 대한 견해는. A. 인물 대망론. 충청 대망론 같은 지역 대망론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구제할 수 있는 인물 대망론이 필요하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그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면 나도 기여하겠다. 다만 아직 그분이라는 확신이 없다. 수면에 올라온 사람도 아니고 현재 비교 대상도 없다. 충청 사람이 우리나라 대통령이 돼야만 한다? 이건 아니다. Q. 입법하고 싶은 법안은. A. 교통 관련법.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교통 약자 이동 편의 증진법 개정안, 업계의 반대가 세서 아직 하지 못한 자동차 교환환불법 등을 하고 싶다. 도시개발과 도시 교통 발전이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 국도나 지방도가 잘 돼 있는데 도시 내 교통 정체는 최악이다. 싱가포르는 자동차가 더 많고 길이 더 좁아도 혼잡하지 않다. 시스템 문제다. 주차장만 잘 돼 있어도 훨씬 나아진다. Q. 국회에 쓴소리를 한다면. A. 내려놓아야. 기득권을 더 내려놓아야 한다. 세비 반납 같은 ‘쇼’ 하지 말고 정말 내려놓을 부분들을 더 찾아야 한다. 옛날엔 공무원들이 논다고 했는데 BSC(균형성과관리지표) 도입 후로는 서로 경쟁하고 놀지 않는다. 국회엔 그런 게 없다. 국민들이 관심도 없는 시민단체들의 법안 발의 건수 발표 같은 형식적인 것 말고 자체 평가위원회를 두는 등 성과를 평가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국회는 경쟁 밖에 있어 왔다. 평가 좋은 사람을 국회의장이 공개적으로 발표하면서 인센티브를 줘 본 적이 없지 않은가. Q. 정치적 롤모델은. A. 권영우 박사. 훌륭한 기업인이자 정치인이었다. 내가 세명대 초빙교수인데 그분이 세명대를 설립했다. 소위 ‘흙수저’ 출신이라 중학생 때 잘 곳이 없어서 약국에 찾아가 재워 달라고 했다더라. 자기 원칙을 철저히 지켜 경기대원고속이라는 그룹을 만들고 국회의원도 지냈다. 나도 정치권에서는 흙수저 축에 들어간다. 아버지가 쌀집을 하셨다. 묘하게 공부를 잘했고 행정고시에 빨리 붙고 결혼도 잘해서 중산층이 됐다. 원칙에 충실한 정치인이 되겠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프로필 ▲1966년 충북 제천 출생 ▲서울대 신문학과 ▲제34회 행정고시 합격,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기획단장, 대통령비서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공공개혁국장
  •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새누리당 김정재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새누리당 김정재

    20대 국회 새누리당의 유일한 여성 지역구 초선 의원이 보수의 아성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 배출됐다. 주인공인 김정재(경북 포항북구) 당선자는 20대 국회 여당의 첫 번째 원내대변인으로도 활약하게 됐다. ‘포항의 첫 여성 국회의원’ 타이틀도 거머쥔 김 당선자는 ‘선택받은 수혜자’가 아니라 ‘바닥부터 밟아온 현장형’임을 앞세웠다. Q. 내게 정치란. A. 일상.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누구나 일상에서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정치를 한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고민하고, 희열하고, 각자가 추구하는 지향점에 다가가는 과정이 정치 아닐까. 다만 그 지향점이 각자 다를 뿐이다. ‘국민이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내 지향점이다. Q. 내 정치의 원동력은. A. 소통. 길거리에서, 시장에서 시민들과 소통할 때 엔돌핀이 샘솟는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점을 찾았을 때의 기분은 희열 그 자체다. 정치하는 목적이 여기 있는 것 같다. Q. 정치인으로서 최대 관심사는. A. 공정사회 구현. 서울시의원으로 일할 때 우리 사회곳곳에 아직도 부조리한 관행이 너무 많다는 걸 실감했다. 중소기업이 입찰 하나 따내고 기술개발을 해도 대기업이 돈으로 사버리면 그만이다. 비정규직, 원청·하청 문제부터 전관예우까지 마찬가지다. 정치권도 신인들이 현역에게 도전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기득권층에게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으라고 하면 내려놓겠나. 사회적 약자가 외면받지 않고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Q. 20대 국회에서 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A. 편견을 뚫었다. 경북 맨바닥에서부터 부딪치며 ‘여성 당선은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헤쳐나왔다는 점이다. 처음에 지역인사를 다니니 특히 어르신들의 거부감과 어색함이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다. 그래도 2번, 3번, 4번 낮은 자세로 다가갔다. 느리지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시더라. ‘딱딱하고 높고 먼 정치’가 아니라 ‘부드럽고 낮은 정치’를 하려는데 기대를 걸어주신 것 같다. Q. 여성우선공천을 받아 ‘낙하산’ 반발도 나왔다. A. 실력으로 검증받은 공천. 시의원은 서울에서 했지만, 2014년 지방선거 포항시장 경선을 준비하면서부터 지역을 누볐다. Q. 여성정치인으로 손해본 적도 많을 것 같다. A. 여성에게 정치는 블루오션. 사심 없이 부지런히 일하면 유권자들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정치가 아직 남성의 영역이라 입문 과정이 험난하다. 남성들의 조직 네트워크를 뚫기 위해 상향식 소통을 택했다. 어촌계, 복지관, 시장에서 직접 얘기 듣고 부딪치다보니 자연히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과도 연결됐다. Q. 중점 추진 정책은. A. 포항을 살고 싶은 도시로. 신성장동력을 만들고 영일만대교 등 기반시설을 조기 완공해 경북 제일의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고 싶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프로필 ▲1966년 경북 포항 출생 ▲포항여고·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미국 프랭클린피어스 법과대학원 ▲새누리당 부대변인 ▲제 7·8대 서울시의회 의원
  • [사설] 원 구성 늦어지면 무노동 무임금 적용해야

    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마저 무기력증에 빠진 가운데 여야가 ‘신(新)3당 체제’로 운영될 20대 국회 원 구성에 시동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새 원내대표가 어제 이번 주부터 원 구성 협상을 시작하자고 역시 새로 선출된 새누리당 정진석,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제안하면서다. 그는 “각 당이 서로 얻고자 하는 계산이 있겠지만 그것을 떠나 시작부터 법을 지키는 20대 국회가 되자”고 강조했다. 당연한 얘기다. 여야가 말로는 “민생 최우선”을 다짐하면서 실제론 상임위원장직 배분 등을 놓고 한 달 넘게 샅바싸움을 벌이곤 했던 역대 국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6월부터는 20대 국회가 정상 가동돼야 한다. 그러나 그런 기대를 갖기엔 조짐이 좋지 않다. 민생 경제를 먼저 돌보라는 선거 민의를 강조하는 여야가 물밑에선 ‘의회 권력’ 장악에 여념이 없는 꼴이 아닌가. 야권은 벌써 교문위나 환노위 등을 둘로 분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임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이른바 ‘노른자 상임위’를 하나라도 더 차지하려는 욕심이 어른댄다면 큰일이다. 상임위원장이 늘어나는 만큼 국민 부담은 가중되기 마련이다.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정치적 복선이 깔린 흥정이 오간다면 이 또한 문제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막강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국회의장직을 여당에 양보할 수 있다고 했지만, 진정성 대신 정치공학적 노림수만 엿보이니 말이다. 물론 긍정적 신호도 없지 않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4·23 총선 직후 “20대 국회 임기 시작일인 이달 30일까지 원 구성을 못 하면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국민의 입장에선 쌍수를 들고 반길 말이다. 하지만 그간 국회 공전이나 파행 때마다 여야가 앞다퉈 ‘무노동 무임금’이나 ‘세비 삭감’을 적용한 법안을 제출했지만, 결과는 늘 무용지물이었다. 19대 국회 초반 원 구성이 늦어지자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한 달 세비를 반납한 드문 전례가 있을 뿐이다. 부디 여야가 이번엔 원 구성을 제때 완료하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그러면 20대 국회가 의원 기득권이나 당략을 초월해 출발한 결과로 입증될 게다. 다만 우리가 본란에서 안 대표가 공언한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높이 평가하는 건 과거처럼 흰소리나 립서비스가 아니라 반드시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는 이유임을 밝혀 둔다.
  • [사설] 北, 시진핑도 경고한 핵실험 망동 중단해야

    북한이 그제 하루 사이 두 차례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무수단’을 발사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지난 15일에도 무수단 발사에 실패했던 북측이 다음달 6일 36년 만에 열리는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뭔가에 쫓기는 듯 악수를 거듭 두는 꼴이다. 연거푸 주민들에게 체면을 구긴 김정은 정권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대두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그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중국은 대북 제재 결의를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베이징의 제5차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외교장관회의에서 북측에 추가 핵실험을 말라고 경고한 셈이다. 북한이 한때 후견국이었던 중국의 이런 통첩을 심각히 인식하고 정권의 잔명을 단축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북한은 일련의 ‘핵 도박’을 김정은의 업적으로 내세우면서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에 쐐기를 박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는 모양이다. 일단 한반도 위기 시 미 군사력의 한반도 전개 거점인 괌 기지가 사정거리인 무수단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면 7차 당 대회의 ‘축포’로 포장할 낌새다. 이어 내친김에 5차 핵실험으로 핵탄두 폭발 능력까지 입증하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채 미국과의 핵군축 및 평화협정 협상에 나설 심산이란 얘기다. 그러나 북측의 이런 계산은 이만저만 착각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며칠 전 회견에서 “우리의 무기로 북한을 확실히 파괴할 수 있지만, 인도주의적 대가 외에도 동맹국인 한국이 옆에 있다”고 했지 않나. 우방인 한국을 고려해 선제 공격을 참고 있을 뿐 우리의 어깨 너머로 핵을 가진 북과 ‘거래’를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더군다나 북측의 핵 도발에 과거 혈맹이었던 중국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낼 조짐이다. 유엔 안보리 4월 의장국인 중국은 지난 24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시험 발사 하루 만에 이를 규탄하는 의장 성명을 주도한 데 이어 이번에 시 주석이 직접 이례적으로 공개 경고를 했지 않나. 특히 얼마 전 북측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한·미·일이 대북 원유 수출을 전면 차단하는 유엔 안보리 제재를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노동당대회를 앞둔 북한 당국은 요즘 ‘장마당 규찰대’ 등을 통한 주민 단속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최근 해외 북한 식당의 종업원들이 탈북 대열에 합류하는 등 북한 사회의 기득권층마저 동요할 조짐을 보이면서다. 며칠 전 박근혜 대통령도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기도하면 “김정은 정권은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당국이 핵·미사일 시위를 계속한다면 외교적 고립과 국제사회의 한층 강화된 제재를 부를 뿐 얻는 건 아무것도 없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무모한 추가 핵실험이 ‘자멸의 길’임을 자각한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이를 깨우치도록 해 줘야 한다. 한·미·중 등 국제사회가 보다 강력한 제재를 실행할 준비를 갖추란 뜻이다. 시 주석의 경고가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실질적 조치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우리 외교가 당면한 초미의 과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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