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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혼·동거커플도 ‘가족’으로… “차별없게 법무부와 법개정 논의”

    비혼·동거커플도 ‘가족’으로… “차별없게 법무부와 법개정 논의”

    건강가정 용어, 가치중립 ‘가족’으로 확장건가법 논의 때마다 전화 쇄도로 업무마비“가족 해체·동성혼 조장 오해 해소에 중점” 혈연·혼인 중심 민법 779조 폐지 등 협의“사회변화 맞게 가족의 정의 국회 논의를”“말도 못해요. 전화가 엄청 걸려와요. 건가법(건강가정기본법) 논의할 때마다 거의 업무 마비 수준이에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발표 7개월, 시민들 반응을 묻는 말에 한 여성가족부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건가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실 못지않게 여가부에도 밀려드는 조직적인 항의 전화에 그는 익숙한 듯했다. 지난 4월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년)을 발표했다. 건가법 제15조에 따라 5년마다 새로 계획을 짜는데,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를 가치중립적인 ‘가족’이라는 용어로 바꾸고, 비혼·동거 커플도 가족으로 인정하는 등 민법상 가족의 정의와 범위에 변화를 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시민단체에서도 “기존의 가족 정의가 협소하다는 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건 처음”(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소장)이라고 할 만큼 전향적인 발표였다. 내부적으로는 이번 계획에 대해 “이 정도면 (시민사회가) 받아들일 만한 수준”으로 평가했지만, 보수 기독교계·학부모 단체들의 반발은 거셌다. 실제 올 1월에 열린 공청회에서부터 4월 계획 발표 이후까지 6개월 이상 여가부 담당 부서는 해당 단체, 시민들에게서 걸려온 항의 전화를 받았다. 정책 반대를 주장하며 걸려오는 항의 전화들에 여가부 공무원들은 대체로 담담한 편이다. 그러나 한 사무관은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부정적 의미로 통용되면서 여가부 공무원들이 다루는 생산적인 가족·청소년 정책까지 한꺼번에 평가절하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다른 여가부 관계자는 “건강가정기본계획이 가족 해체, 동성혼을 조장하는 오해를 많이 듣는데 이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계획 추진을 위해 넘어야 할 어려운 과정 중 하나는 법무부와의 협의다. 여가부는 가족을 혈연·혼인 중심으로 규정한 민법 779조 폐지, 건가법 개정 등을 위해 법무부, 법원행정처 등과 검토 과정을 거친다. 여가부 관계자는 “부처 중 가장 보수적이면서도 법에 관한 한 최고 권위를 갖는 법무부도 민법상의 가족 개념 대신 개별법으로 규정하면 된다는 인식을 같이해 함께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펴낸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을 포함해 가족 정책의 근거가 되는 기본법이나 우리 민법에 해당하는 법령에 가족 형태를 특정해서 가족을 정의하는 규정을 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법원행정처와의 협의 끝 미혼부의 자녀에 대해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 요건을 확대·시행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이끌어낸 것도 지난한 과정 끝에 얻은 성과다. 여가부에서 기대를 거는 것은 결국 국회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정춘숙 의원 등이 발의한 건가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여전히 교착상태다. 지난 10월 여가부 국정감사에서 정 장관은 “가족 형태가 굉장히 다양화되고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특정 형태의 가정만 건강하고 나머지는 불건강한 가족이라고 결과적으로 규정하게 되는 상황”이라며 “법안 소위에서 국민 합의를 바탕으로 좋은 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김민아 여가부 가족정책과장은 “건가법 개정 등 제도적인 부분을 개선하는 게 최우선적인 과제”라며 “절박한 소수의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에서 논의가 적극적으로 펼쳐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 한교총, 한국교회 연합과 비전대회 “하나돼 극복하자”

    한교총, 한국교회 연합과 비전대회 “하나돼 극복하자”

    국내 개신교 최대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이 22일 서울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한국교회 연합과 비전대회’를 개최했다. 한교총 공동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와 장종현 총회장, 이철 감독회장과 교계 지도자들 등 모두 400여명이 모여, 한국교회 연합과 비전을 위해 기도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 정계 인사들도 다수 참석해 행사를 축하했다. 한교총은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가 새롭게 하나 되고, 안전한 자율 방역 아래 온전한 예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다짐하자는 차원에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소강석 목사는 환영사에서 “코로나 19로 인해 한국교회가 많이 움츠러들었다.”라며 “오늘 모임을 통해 서로가 하나 되고 미래를 향한 교회 세움의 전략적 포석을 함께 두자”고 말했다. 소 목사는 “위드 코로나 시기에 또 한 번의 대유행이 오더라도 예배만큼은 제재를 받지 않도록 교회 스스로 선제적 자율 방역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한국침례회 고명진 총회장은 1부 예배 기도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이 우리의 인격이 되게 해달라”며 “행복과 꿈이 있는 대한민국이 되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장종현 총회장은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감당할 때 그리스도의 향기가 교회 밖으로 흘러 나간다”고 강조했다. 2부는 한국교회 연합을 소망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보수 연합기관 통합을 논의 중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김현성 임시 대표회장과 한국교회연합 송태섭 대표회장이 참석해 메시지를 전했다. 대회사를 전한 기독교대한감리회 이철 감독회장은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꿈을 꾸고 있다”며 “국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섬기는 한국교회가 되자”고 당부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교회가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배경에는 우리의 잘못이 있다”며 “교권주의 물량주의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하나 되지 못한 죄를 회개하자”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또 비전 선언문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들은 “코로나 19의 빠른 종식을 기도한다”며 “팬데믹 속에서도 희망을 외치는 교회가 되자”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이기적 욕망으로 분열된 과거를 치유하고, 연합해야 한다”며 “분열된 교회의 죄를 회개하고 연합의 손을 잡아 위기를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 ‘무녀도’ 안재훈 감독 “코로나로 ‘직업의 종말’ 맞은 이 시대와도 맞닿은 영화”

    ‘무녀도’ 안재훈 감독 “코로나로 ‘직업의 종말’ 맞은 이 시대와도 맞닿은 영화”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도 모르게 사라지는 직업이 많잖아요. 사라져 가는 전통 직군인 무당을 통해 자기 직업의 종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와도 맞닿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동리(1913~1995) 작가의 단편소설 ‘무녀도’(1936)를 동명의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연출한 안재훈(52) 감독은 22일 “우리 것을 신명나고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었고, 사라진 것을 붙들고 싶은 마음이 많이 생긴다”며 이같이 말했다. 24일 개봉하는 ‘무녀도’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신문물이 밀려들던 1920년대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신을 섬기는 무당 어머니 ‘모화’와 기독교인 아들 ‘욱이’의 갈등을 그렸다. 작품은 붉은 옷을 입은 채 칼춤을 추고 작두를 타는 무당의 모습 등 고유의 멋과 정서를 쉴 새 없이 보여 준다. 안 감독은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는 현시대에도 우리가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서로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안 감독은 그동안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2014), ‘소나기’(2017) 등 한국 단편 문학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잇달아 내놓았다. 그는 이에 대해 “단편 문학을 영상으로 옮기는 것은 우리 문화의 고리가 후대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 없던 한 부분을 채우는 작업”이라며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눈물 흘릴 일이 많은 우리 문학이야말로 세계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깊이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힘”이라고 설명했다.‘무녀도’는 지난해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독특하고 도전적인 작품에 수여하는 콩트르샹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안 감독은 “한복과 굿 등 고유의 문화가 해외 관객들에게 재미있게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안 감독은 요즘 관객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무속과 관련한 대사를 뮤지컬 가사로 승화시키며 극복하고자 했다. 굿과 무속인들의 복장이 다양하다는 점은 고민이었으나, 다양한 굿 장면은 무속인 이해경 선생 등의 조언을 구했고, 2년 이상 각종 서적과 논문을 참조해 고증에 힘썼다. 모화가 경상도 사투리로 부르는 노래는 대구 출신 뮤지컬 배우 소냐가 호소력 있게 연기했다. 만화가를 꿈꿨던 안 감독은 스물네 살 때 일본 애니메이션 주문자위탁제작(OEM) 업체에서 일을 하면서 애니메이션 세계에 눈을 떴고, 단편 ‘히치콕의 어떤 하루’(1998), ‘순수한 기쁨’(2000) 등을 창작하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 지원 혜택을 많이 받았다”며 “우리 애니가 디즈니 등과 경쟁할 보석 같은 창작자를 육성하려면 정부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감독은 또 “관객이 보기에 감독뿐 아니라 어떤 애니메이터가 만들었는지 궁금해지는 작품을 스태프들에게 만들어 주고 싶다”며 “차기작으로는 서울 정동길을 배경으로 20대 청년들의 인생을 다룬 장편 ‘살아오름’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성범죄 목사 영구제명”에 목사 44.6%만 “동의”

    “성범죄 목사 영구제명”에 목사 44.6%만 “동의”

    목사가 교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다시는 목회자를 못하도록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교인들과 목회자 간 생각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인 5명 중 4명은 목사가 교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영구 제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비해 목회자들이 ‘영구 제명’에 동의한 경우는 절반에 못 미친 것이다. ‘교인 대상 성범죄 영구제명’ 교인 86.5% vs 목사 44.6% 18일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발표한 ‘개신교 성인지 감수성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인 응답자 800명 중 86.5%가 교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일으킨 목사를 영구 제명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목사직을 정직시키고 일정 기간이 지나 충분히 회개한 뒤 복권시킬 수 있다’는 항목에 동의한 교인의 비율은 9.7%에 불과했다. 그러나 목회자들의 여론은 이와 대조적이었다. 설문에 응한 목회자 200명 중 영구 제명에 동의한 비율은 44.6%에 그쳤다. 목회자 중 절반 이상은 ‘복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목사직 정직과 회개를 조건으로 향후 복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데 동의한 답변은 49.0%로 영구 제명 답변보다 더 많았다. ‘교인과 부적절 관계’엔 목사 49.6%만 “영구제명”목사와 교인 간에 성범죄가 아닌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을 경우 처리를 놓고도 교인과 목회자 간 입장은 확연히 달랐다. 교인 응답자들은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서도 85.0%가 영구 제명해야 한다고 답했다. ‘목사의 성범죄’에 대한 영구 제명 비율(86.5%)과 거의 비슷하다. 이에 비해 목사 응답자들은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49.6%만이 영구 제명해야 한다고 답했다. 단순 비교하면 목사들은 교인을 상대로 한 성범죄(44.6%)보다 교인과의 부적절한 관계(49.6%)를 더 엄격하게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목사가 금하거나 조심해야 할 일’로는 교인 응답자의 41.5%, 목사의 51.9%가 ‘성범죄·성적 스캔들’을 꼽았다. 이어 ‘부정직한 재정 사용·돈 욕심’이 각각 19.5%, 18.9%로 조사됐다. 교회 내 성범죄 대처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목사 응답자의 93.7%는 ‘잘 갖춰져 있지 못하다’고 봤다. 교인 응답자 55.9%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성범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로 목사 응답자의 35.6%가 ‘사건을 덮는 데에만 급급한 것 같다’고 했고, 교인 응답자는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공적 기구가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는 센터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올 8월 30일∼9월 9일 교회를 출석하는 만 19∼65세 교인과 목회자 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중세의 여성/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중세의 여성/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중세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의 차이점 중 하나는 이슬람 여성들이 기독교의 수녀원에 견줄 수 있는 사회적 진입로를 못 가졌다는 것이다. 중세 이슬람 세계는 다양성이 컸지만, 성평등 면에서는 기독교와 비교해 한계가 뚜렷했다. 중세 유럽의 왕실 및 귀족 여성에게 수도 생활은 매력적이었다. 수녀원은 여성에게 사회적으로 공인된 활동 영역을 제공했다. 여성들은 그 안에서 외부 간섭 없이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그런 주도권은 수녀원 밖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수녀원은 여성에게 사회적으로 명예로운 지위를 부여했다. 그곳에서 여성들은 자기 가문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아울러 유괴나 성폭력, 또는 가문의 외교적·왕조적 이해관계 증진 명목으로 추진되는 강제 결혼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다. 수녀원은 바깥세상의 삶이 지극히 위태롭게 여겨졌던 시기에 구원을 보장하는 안전장치였다. 수녀원은 왕실 남성들에게도 유리했다. 그들이 수녀원을 건립하고 지원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수녀원은 왕의 미망인같이 성가신 잠재적 권력자 여성들을 은퇴시키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경건한 여성들의 기도는 왕국을 위해 신의 가호를 얻어내는 데 각별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출산 가능한 왕실 여성의 수를 제한함으로써 수녀원은 잠재적 왕위 계승자의 수를 줄이는 데도 이바지했다. 왕실 여성을 수녀원에 보내는 것은 중세 유럽 왕국들을 빈번히 분열시킨 왕위 계승 다툼을 완화하는 한 방법이었다. 중세 유럽의 수녀 중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이 컸던 인물은 독일의 수녀이자 신비가인 힐데가르트 폰 빙겐(1098~1179)이었다. 힐데가르트는 자신이 본 계시와 환상을 독창적인 라틴어 산문으로 서술했다. 대단히 매혹적인 문장이어서 동시대인은 그녀가 직접 신의 영감을 받았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교황은 독일을 방문했을 때 그녀를 축복했고, 종교 지도자 및 세속 지배자들은 그녀의 조언을 구했다. 힐데가르트는 약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글도 남겼다. 그녀는 많은 종교 음악을 작곡했는데, 이 성가의 아름다움은 최근 재발견되고 있으며, 유튜브 등에서도 쉽사리 검색해 감상할 수 있다. ‘위대한 계시’(2009)는 그녀의 생애를 다룬 독일 영화다.
  • [정대화의 더 정치] 사회 갈등·양극화 풀자… ‘소통·협의·상생’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

    [정대화의 더 정치] 사회 갈등·양극화 풀자… ‘소통·협의·상생’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

    인류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일까 전쟁의 역사일까? 둘 다 맞는 말일 것이다. 나는 여기에 패러다임의 역사라는 말을 추가하고 싶다. 역사라는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수많은 대립과 우여곡절을 거치며 복잡하게 전개되는데, 이 과정을 토머스 쿤의 말로 표현하면 역사란 하나의 패러다임이 형성돼 도전받고 무너지면서 다른 패러다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패러다임이란 한 시대의 다수 인간의 인식과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특정한 인식체계, 가치체계, 행동 양식의 총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은 패러다임 간 대결의 극단적 형태 종교적 관점이지만 불교와 유교의 세계관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중요한 패러다임이고 지금도 그렇다. 서양에서도 기독교적 관점은 절대적 중요성을 가지며 그 안에서 천동설과 지동설이 패러다임 차원에서 대립했다. 물리학에서 뉴턴의 고전역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산업혁명 이후 부르주아혁명과 사회주의혁명, 정치 영역에서 왕권신수설과 민주주의론 등 패러다임의 대립과 발전의 사례는 많다. 그러므로 역사는 패러다임의 대결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며 전쟁은 패러다임 간 대결의 극단적인 형태이므로 전쟁의 역사는 곧 패러다임의 역사가 된다. 이 관점에서 우리 역사를 보자. 매우 가혹한 역사적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화가 빨랐고 변화의 폭이 컸고, 그에 따른 패러다임의 교체가 매우 극심했다. 무엇보다도 외압이 강하게 작용했으므로 한순간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조선 후기의 거듭된 당쟁과 대규모 농민봉기, 외세의 침탈과 국권 상실, 식민지 억압과 독립운동, 해방에 이은 분단과 한국전쟁, 정부 수립과 독재와 민주화 등 급격한 전환기가 연이었다. 이렇게 가혹한 운명을 타고난 이유를 탐구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패러다임의 관점에서 지금 우리가 직면한 또 다른 전환의 문제에 집중하자.우리 현대사는 한마디로 청산되지 못한 역사다. 조선 후기의 봉건적 유제가 청산되지 못한 채 망국의 길을 걸었고 식민지 지배의 유제가 청산되지 못한 채 해방을 맞았다. 더구나 해방은 청산되지 못한 반제 반봉건의 과제 위에 분단 극복과 반독재의 과제까지 떠안았다. 막중한 4대 과제를 짊어졌으니 등이 휘어질 지경이었고, 사정이 이러하니 정의와 도덕보다는 불법과 반칙이 난무했으며 정상적인 사람들은 좌절했다. 75년 전 우리는 이런 악조건에서 출발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그래서 행복한가 그러나 전화위복이랄까 새옹지마랄까. 우리는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달성했고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쿠데타와 독재로 점철됐던 정치가 점차 민주화됐다. 그 결과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매우 드문 나라가 됐다. 자동차, 철강, 조선, 반도체, 인터넷, 스마트폰 등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랐고 케이팝과 한류로 새로운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단한 일이고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상전벽해의 반전을 실현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편안하고 안락하고 행복한가. 그렇지만 이 질문에 선뜻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해방 시점에서 짊어진 4대 과제 중에서 민주화를 제외한 나머지 세 과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인 데다 그 그늘 또한 매우 짙다. 한반도 분단체제는 아직도 끝이 보이질 않고 반제 반봉건의 과제는 시효소멸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깊이 내장됐다. 그것이 최근의 양극화, 지역 불균형과 지역소멸, 자살률, 정치사회적 갈등과 같은 극단적 양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은 미어터지는데 지역과 시골은 사람의 흔적조차 사라지고 젊은이들은 아예 아이를 낳지 않는 기형적인 나라가 돼 버렸다. 이 모든 현상을 한반도 분단체제의 유산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분단 만능주의라거나 분단 환원론이라고 매도하지 말자. ●분단체제·반제국·반봉건 과제 해결해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선거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통상의 선거라는 것이 양극단을 배제하고 중간으로 수렴되는 경향성을 갖는 법인데 분단체제의 모순구조는 중간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군사독재의 철옹성을 민주화의 염원으로 넘어선 것처럼 패러다임의 혁명적 교체가 불가피하게 됐다. 1945년에 해방과 동시에 분단됐으니 2045년이면 해방 100년이자 분단 100년이 된다. 오스트리아, 베트남, 독일의 경우를 생각할 때 우리가 해방 100년이 되는 2045년을 분단 상태로 맞이해서는 안 되겠다는 국민적 각오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여기서 연방제 패러다임이 제기된다. 연방제는 한반도 분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남북한의 체제가 이질화되고 격차가 큰 상황에서는 남북한이 만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 남북한이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남한을 강력한 자치권을 갖는 남한연방으로 전환하고 그 후 남북협상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북한연방을 권고한 후 남한과 북한의 연방이 하나의 통일연방으로 결합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때 적용되는 연방의 강도는 유연하고 탄력적이어야 한다. 남한연방이나 북한연방은 결합의 강도가 높아도 무방하지만 남북한이 만나는 마지막 통일연방은 연합 수준으로 충분히 강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연방제가 한반도 통일에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국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자치 30년 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지방자치로는 망국적인 수도권 집중과 참혹한 지역소멸을 막을 수 없다. 오랜 세월 정부와 정치권과 학계와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지역분권을 주장했지만 지역 불균형은 더욱 심화됐다. 중앙과 지방의 불균형이 엄존하고 지방이 중앙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시혜적 지역분권론으로는 균형발전이 불가능하므로 현행 지방자치제 아래서는 지역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 그저 꿈일 수밖에 없다. 결국 지역이 권한과 재정을 갖는 자립적 지역분권이어야 하는데, 연방제만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차제에 대통령제와 내각제에 대한 오래된 고정관념도 재검토할 때가 됐다. 대통령제와 내각제는 각기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떤 제도가 더 좋다고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우리는 특수한 역사적 상황에서 대통령제를 선택해서 70년 이상 사용해 왔기 때문에 이 제도에 매우 익숙하다. 그러나 경제발전과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정치사회적 갈등이 오히려 증폭되는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달리 사회적 요구가 매우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제가 그 다양성을 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때가 됐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대신 사회적 다양성을 보장하면서 합의를 촉진하는 내각제로 타협적 리더십을 구축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더욱이 내각제 방식은 대통령제보다 남북한 통일에 더욱 유리하다. ●만고불변의 제도 없어… 새로운 상황 시작돼 제도는 역사적 산물이므로 시대와 상황을 초월하는 만고불변의 제도는 없다. 상황이 바뀌면 제도가 바뀌고 해결책도 달라진다. 경제가 성장하면 배분의 문제가 발생하고,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지면 억눌렸던 요구가 분출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제약 없이 표출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므로 경제발전과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적 민주화가 됐는데도 사회갈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경제가 발전했는데도 양극화가 외려 심화되고, 도시의 발전이 지역의 소멸을 재촉하고,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상황이라면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발전주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소통하고 협의하고 상생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 딱 적기다. 상지대 교수
  • 평민된 日마코 공주, 뉴욕서 맞벌이할 듯

    평민된 日마코 공주, 뉴욕서 맞벌이할 듯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인 마코(30) 공주·고무로 게이(30) 부부가 14일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시어머니의 빚 문제로 국민의 반대를 받았던 결혼을 4년 만에 치른 뒤 드디어 일본을 떠났다. NHK에 따르면 이날 오전 마코 공주 부부는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지난달 뉴욕주 변호사시험에서 떨어진 고무로는 주변에 “앞으로 노력해 (내년 2월 뉴욕주 변호사시험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기독교대학(ICU)에서 미술·문화재 연구를 전공해 학예원 자격이 있는 마코 공주는 이를 활용해 뉴욕에서 맞벌이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마코 공주는 2017년 9월 고무로와의 약혼을 발표했지만 그의 모친이 과거 약혼 상대였던 남성으로부터 2010~2012년 생활비 등으로 약 400만엔을 받고 이를 갚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주간지 보도로 알려지면서 결혼이 연기된 바 있다. 고무로는 출국 전 해당 남성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약 400만엔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언론은 이날 마코 공주 부부의 출국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일본 네티즌의 반응은 여전히 좋지 않다. 일본 왕실이 세금으로 유지되는데 마코 공주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왕실에서 이탈할 때 받을 수 있는 우리 돈 약 16억여원에 달하는 정착금을 포기했지만 그들이 출국하는 과정에서 경호가 이뤄지면서 이 또한 세금이 투입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 네티즌은 “이제 일반인이 된 것 아닌가. 아파트 비용 등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이·팔 분쟁은 ‘정착민 식민주의’서 비롯됐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분쟁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대개 ‘같은 땅에 대해 각자 권리가 있는 두 민족 사이에 벌어진 안타까운 충돌’ 정도로 이해한다. 혹은 ‘하느님이 주신 영원한 고국에 대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주장하는 유대인에 대한 아랍인과 무슬림의 증오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디아스포라와 홀로코스트의 고난을 겪은 유대인에 대한 연민, 기독교와 서구 사회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상대적으로 빈약한 이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은 이 같은 견해와 상반된 주장을 담은 책이다. 팔레스타인계 미국 역사학자인 저자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기원과 성격을 ‘정착민 식민주의’로 규정한다. 유럽인이 아메리카 인디언을 학살하고 미국을 세웠듯, 영국 등 열강을 등에 업은 시온주의가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몰아낸 뒤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발단이 된 건 1917년 ‘밸푸어선언’이다.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영국은 밸푸어 외무장관의 입을 빌려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가 건설되는 것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이후 1922~47년 팔레스타인의 유대인 경제는 해마다 10%를 훌쩍 넘기는 고고도 성장을 이뤘다. 인구 비율도 급격히 변했다. 밸푸어선언 당시 94%에 달했던 팔레스타인 원주민은 차별과 탄압으로 해마다 줄었고, 6%에 불과했던 유대인 정착민은 1939년 31%에 달했다. 그리고 1948년, 마침내 원주민의 절반 이상을 쫓아내면서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땅의 주인이 됐다. 저자는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해 이스라엘에 빼앗기고 남은 22%의 땅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는 것, 팔레스타인에 두 민족 국가를 세우는 것 등의 방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저자 자신도 밝혔듯, 전망은 비관적이다. 저자는 팔레스타인이 패배한 원인 중 하나로 디아스포라와 홀로코스트 서사로 무장한 시온주의를 꼽는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서사에 맞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세계 여론에 호소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목사 손이라도 잡게 해달라” 사형수의 간청 美 대법원 들어줄까

    “목사 손이라도 잡게 해달라” 사형수의 간청 美 대법원 들어줄까

    “외롭게 죽고 싶지 않다. 가더라도 조금 편안하게 가고 싶다. 목사 손이라도 잡게 해달라.” 여느 사람이라면 당연히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겠지만 사형수라면 어떨까?미국 텍사스주의 사형수 존 라미레스(37)의 간절한 요청은 주 당국에 의해 거부됐다. 이에 따라 그는 미국 대법원에 호소해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영국 BBC가 10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라미레스는 해병대 출신으로 2004년 점포 직원을 상대로 강도 짓을 하다 다치게 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사형을 언도 받았다. 그는 기독교 신앙을 존중해 죽음을 맞는 순간에 “기도와 찬송가, 인간의 손길”을 느끼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텍사스주 관리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형 집행을 미루려고 핑계를 만들어 대는 것이며 “성직자를 이용해 두더지 잡기 게임(whack-a-mole)”을 하는 것이라고 봤다. 라미레스는 헌법 수정안 1조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텍사스주 관리들을제소했고, 법관들이 이를 받아들여 지난 9월 8일 예정됐던 사형 집행을 9일 변론 이후로 미뤘다. 종교적 조언을 할 수 있는 이가 사형수 곁을 지키게 해달라고 대법원에 제소해 형 집행이 미뤄진 것은 그가 최근 3년 동안 세 번째였다. 2019년에는 무슬림 사형수가 이맘과 마지막을 함께 보내겠다고 청원했다가 거부 당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달 뒤에는 불교도 재소자가 비슷한 청원을 했는데 받아들여졌다.일본에서는 지난주 두 사형수가 집행 몇 시간 전에 통보하고 곧바로 교수형을 집행하는 것은 너무 비인간적이며 정신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법적 행동에 나섰다. 이란에서는 살인 피해자 가족들이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의 형을 직접 집행할 수 있다. 2014년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살인범의 목에 로프가 걸린 상태에서 딛고 서 있는 발판만 빼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이 어머니가 따귀만 한 대 갈기고 로프를 벗겨줘 두 어머니가 사형을 지켜보려고 몰려든 군중들 앞에서 껴안는, 영화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란 법에 따르면 사형 집행 48시간 전 피고의 법률 대리인에게 통보하도록 돼 있으나 잘 지켜지지 않는다. 특히 정치나 안보에 관련된 사건들이 그렇다.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형 집행 며칠을 앞두고 독방에 머무르게 하거나 수갑을 줄곧 채우는 등 오히려 더 가혹하게 다뤄진다.싱가포르에서는 지능지수가 69 밖에 안되는 남성의 사형 집행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2009년 나가엔스란 다르말링감은 헤로인 42.7g을 밀반입한 혐의로 체포됐다. 원래 10일 아침 교수형이 예정돼 있었으나 하루 전 극적으로 미뤄졌다. 사형제 찬성 여론이 이례적으로 높은 이 나라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다. 그의 변호인과 인권단체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처형하지 않도록 하는 국제법을 어기려 한다고 비판한다. 모든 다른 법적 투쟁으로도 뜻을 관철하지 못한 이들은 대통령의 사면을 청원했지만 그마저 실패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그가 “행동의 본질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으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을 잃지 않고 있다”고 반박한다. 이집트에서는 18세 이하 청소년들에게 사형이나 종신형, 강제 노역 등을 선고해선 안된다는 이 나라의 형사법전을 위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 이후 이 연령대의 17명이 사형 선고를 받았다. 15세 이상이라면 어른 공범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경우 성년으로서 재판을 받도록 허용한 제도를 검찰이 악용한 결과였다. 조만간 미국 대법원의 결정이 나오는데 종교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사형 집행을 하는 것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 것이다. 인간은 존엄한 존재란 원칙과 사형이란 형사처벌 관행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미국 대법원의 결정은 어쨌든 사형을 허용한 나라들에게 하나의 준거가 될 수 있으며 사형 집행을 앞둔 세상 모든 남녀들의 권리를 둘러싼 더 큰 논쟁을 불러올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방송은 결론내렸다.
  • 원시·현대 만났다… 아프리카 미술의 매력

    원시·현대 만났다… 아프리카 미술의 매력

    코로나19로 그간 잔뜩 움츠러들었던 미술계도 ‘위드 코로나’ 이후 기지개를 펴고 있다. 서울 종로구 아트스페이스선은 9일부터 아프리카 작가 3인이 그린 이국적 세계를 차례로 펼치며 설레는 마음을 간질인다. 아프리카 미술의 매력을 담은 이번 ‘포커스 아프리카’ 전시회에선 카메룬 출신 조엘 음파두(65)와 탄자니아 출신 헨드릭 릴랑가(47), 에드워드 사이드 팅가팅가(1932~1972)의 작품을 선보인다. 9일 음파두를 시작으로 30일부터 릴랑가, 12월 21일부터 팅가팅가의 그림이 전시된다. 전 세계 다양한 도시를 경험하고 프랑스에서 유학한 음파두의 그림은 자유분방하다. 유럽풍 일러스트레이션 같지만 그는 아프리카 조각의 조형성과 특유의 낙서화도 놓치지 않는다. 그의 작품에선 인간의 목을 길게 그리거나 몸통을 직사각형으로 표현해 회화의 평면성을 거스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기하학적 특성이 강한 아프리카 전통 조각의 모습을 염두에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란한 색채, 간결한 선을 가진 릴랑가의 그림은 화려하고 경쾌한 꿈을 닮았다. 언뜻 팝아트나 스트리트 아트 같기도 하다. 그림 속 사람들은 함께 대화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춘다. 자신이 낳은 아이 넷에 버려진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작가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즐기는 데 인생의 따스함이 있다고 본다. 캔버스와 물감이 아닌 색다른 재료를 활용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팅가팅가는 35세에 독학으로 그림을 그려 아프리카 현대 미술의 새 길을 개척해 왔다. 버려진 공사장 합판과 자전거용 에나멜 페인트도 그에겐 미술 도구였다. 그는 전형적인 아프리카의 상징인 야생 동물과 사바나의 경치를 화폭에 담았는데, 이는 ‘혁명’으로 평가받았다. 기독교와 이슬람이 강한 탄자니아에선 동물 그림이 우상 숭배의 일환으로 금기시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작품은 태고의 자연과 아프리카 다양한 종족의 문화를 토대로 현대적 미술 양식을 버무리고 있다. 아트스페이스선은 “독특한 창의성과 놀라운 터치 속에서 아프리카 미술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 이재명, 기독교·불교계 만나 차별금지법 숙의·정청래 대신 사과

    이재명, 기독교·불교계 만나 차별금지법 숙의·정청래 대신 사과

    이재명, 불교계 찾아 ‘정청래 문화재 발언’ 사과개신교 찾아서는 “차별금지법 충분한 논의해야”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불교계·기독교계를 연달아 찾아 종교계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조계사에 방문해 정청래 의원의 과거 ‘문화재 관람료 통행세’ 발언을 사과했고, 한국교회총연합회에서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숙의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각각 968만명·762만명(2015년 기준)에 달하는 개신교·불교 신자 표심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기독교회관을 방문, 한국교회총연합회 간부들을 만나 “이 문제(차별금지법)는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얼마든지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일방통행식의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당면한 현안이거나 긴급한 문제, 당장 닥친 위험의 제거를 위한 긴급한 사안이라면 모르겠지만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가야 하는 방향을 정하는 지침 같은 것”이라며 숙의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가 “(차별금지법 처리는) 교계의 목소리를 들어가면서 가셔야 한다. 자꾸 이렇게 소수자를 배려하고 다수를 묶어버리는 문화적·병리적·사회적 현상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내자 일방처리 하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차별금지법 문제는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고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헌법 정신에 따라 모든 분야와 영역, 사람들 사이 차별이 없어야 한다. 기독교 지도자 여러분들도 그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이것이 현실에서 잘못 작동할 경우에 대한 우려가 높으신 것 같다”며 “해외에도 그런 왜곡된 사례들이 실제로 존재하다 보니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민적 합의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해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을 예방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우리 식구 중 하나가 과한 표현으로 종교계에 심려 끼쳐드려서 대신 사과드린다”면서 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라고 비판했던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불교문화가 사실 우리 문화의 뿌리인데 그런 이유 때문에 종교 단체 중 유일하게 법률에 의해 재산권을 제한 받고 있다”며 “부담을 주면 그에 상응하는 예우와 보상을 해야 하는데 그 점에서 불교계에서 아쉬움이 있을 것”이라며 불교계에 공감대를 표시했다. 이에 원행 총무원장은 “그분(정 의원)이 빨리 사과를 하든지 잘못 생각했다고 하면 되는데 고집이 세신 거 같다”며 “문화재 보호법 44조 49조에 의해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문화재는 전부 국가서 관리하는데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사찰에는 보통 수십 점씩 문화재가 있는데 스님들이 있어서 (절이 관리하기 때문에) 국가에 부담이 안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라 지칭하며 “3.5㎞ 밖에서 매표소에서 표 끊고 통행세 내고 들어가요. 그 절에 안 들어가더라도 내야 돼요.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요”라고 말해 불교계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 백령공항 예정 솔개지구에 레저·숙박시설

    백령공항 예정 솔개지구에 레저·숙박시설

    백령공항 건설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된 가운데, 인천시와 옹진군이 공항 주변지역을 어떻게 개발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서울신문 취재결과 시와 군은 공항이 들어설 솔개지구에 공항시설 외에 다양한 스포츠·레저·숙박·오락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시와 군의 개발구상안에 따르면 활주로와 관제탑 등 공항시설은 솔개지구 중간 아래에 가로 형태로 들어선다. 이어 공항 윗 부분은 문화시설지구·상가시설지구·운동오락시설지구·숙박시설지구 등으로 나눠 18홀 규모 골프장, 고급 휴양 및 의료관광숙박시설, 해양 스포츠단지, K팝 입체 공연장 등이 들어설 전망이다. 솔개지구 밖도 대폭 손질한다. ‘효녀심청’이 뛰어들었다는 북한 황해도 앞바다 인당수가 보이는 백령도 동부해안의 심청각은 대수선을 거쳐 새로운 명소로 거듭난다. 백령호는 수변관광시설로 꾸며질 계획이며, 동북해안가에는 백령도 명물로 부상한 점박이 물범 에코센터와 바닷물을 이용한 스파시설이 조성될 전망이다. 동쪽 해변에 위치한 용기포는 해양관광거점으로 개발된다. 국내 최초의 기독교 복음전례지로 알려진 중화동 교회는 복원하고 인접한 해안가 용트림바위 부근에는 해양탐방로가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경서인텍 등이 제출한 보고서는 현재 연간 13만명인 백령도 방문객이 2030년까지 39만여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 200주년 맞은 도스토옙스키...이젠 쉽고 가볍게 풀어서 읽자

    200주년 맞은 도스토옙스키...이젠 쉽고 가볍게 풀어서 읽자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작품 세계는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과 치밀한 심리 묘사가 압권이나 어두운 분위기와 방대한 분량 탓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고전으로 여겨진다. 오는 11일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에 앞서 출판계는 독자들이 그의 문학 세계에 좀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번역본과 연구서, 만화 등을 잇달아 출간하고 있다.열린책들은 최근 4대 장편소설 ‘죄와 벌’(1866), ‘백치’(1869), ‘악령’(1872),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1880)을 총 8권에 달하는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세트로 펴냈다. 그동안 경음이나 파열음이 많이 들어간 전통적 러시아어 표기법이 사용됐으나 젊은 독자들이 불편해하는 점을 고려해 인명·지명 등을 국립국어원 표준 규정에 맞췄다. 여성이 남성에게 일방적으로 존댓말을 사용하게 한 번역 관례도 탈피하는 등 여성 혐오적 어법도 일부 수정했다.신예 화가 김윤섭씨가 표지화를 그린 이 기념판은 각각 홍대화(경남대), 김근식(중앙대), 박혜경(한림대), 이대우(경북대)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도스토옙스키의 문학 세계는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앙과 자연과학에 대한 혜안이 뒷받침됐다고 분석한 석영중 고려대 교수의 연구서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와 주요 걸작의 주요 장면을 추려 짤막한 해석을 붙인 입문용 책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도 열린책들에서 나왔다.뿌쉬낀하우스는 ‘가볍게 읽는 도스토옙스키 5대 걸작선’의 일환으로 ‘카라마조프 형제들’ 축약본을 냈다. 러시아 정교에 대한 이해가 깊은 허선화 한남대 교수가 번역한 이 책은 러시아 소도시의 지주 카라마조프가 살해된 뒤 세 아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 인간 존재를 탐구한다. 완역본의 방대한 분량이 부담스러운 독자들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들을 엄선해 한 권에 담았다.새움출판사는 국내에서 덜 주목받았던 ‘가난한 사람들’(1848)을 선보였다. 중년 하급관리와 고아 소녀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이 소설은 사회적 불평등을 고발해 무명 작가이던 도스토옙스키를 ‘무서운 신인’으로 각인시킨 출세작이다.앞서 민음사도 러시아를 뒤흔들던 광기와 폭력을 비판해 작가 최고의 정치 소설로 꼽히는 ‘악령’(전 3권)을 김연경 박사의 번역으로 펴냈다. 2000년 열린책들에서 내놨던 역자의 기존 번역본을 읽기 쉽도록 전면 개역했다.이 밖에 프랑스 작가 바스티앙 루키아가 ‘죄와 벌’을 각색한 동명의 그래픽노블(2019)이 미메시스에서 번역돼 주목된다. 강렬한 색채와 생생한 선으로 그려 환상과 현실이 어우러지는 듯한 장면들이 재미를 더한다. 김현택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어과 명예교수는 “도스토옙스키는 부친 살해같이 19세기에는 드물었으나 오늘날 종종 볼 수 있는 사건을 소재로 다룬 예언적 작가”라며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 그의 작품은 기술과 인간의 연결이 중요해진 21세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700년 명맥 끊긴 고려불화…40년 혼 담은 붓으로 환생

    700년 명맥 끊긴 고려불화…40년 혼 담은 붓으로 환생

    부처의 몸을 감싼 하얀 사라가 투명하다. 살결과 피부선은 물론이고 안에 입은 천의(天衣) 색깔이 다 비쳐 보인다. 정교하게 수놓은 금빛 문양은 화려하다. 복사빛 얼굴에 가늘게 뜨고 내려다보는 눈빛과 옅은 수염이 자애롭다. 보는 이의 시선을 자꾸 잡아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보는 위치에 따라 부처의 표정이 살짝살짝 변하는 것도 묘미다. 섬세하면서도 화려하고 기품 있는 모습은 분명 고려인의 얼굴이다.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제1전시실에서 만난 ‘수월관세음보살도’다. 월제 혜담 스님이 조성한 고려불화(高麗佛畵)로, 스님은 700여년간 명맥이 끊어진 고려불화를 재현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스님의 작품에 대해 세계적인 종교석학 루이스 랭커스터 UC버클리대 명예교수는 고려불화의 “부활”(revive)이라고 평가했다. 혜담 스님은 강원 속초시 노학동 계태사의 주지이자 고려화불연구소 이사장도 겸하고 있다. 스님은 자신의 작품을 고려불화라고 하지 않고, 고려화불(畵佛)이라고 부른다. 부처를 그린 그림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나투신 부처라는 의미다. -스님은 국내보다 프랑스에 더 많이 알려졌다. “2014년부터 해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열어 왔다. 루브르 첫 전시회에 앞서 어느 여름날, 프랑스의 대학 교수와 화가들이 계태사까지 찾아와 작품들을 보고, 내가 직접 그리는 모습까지 보더라. 외형만 따라 그리는 모방화가 아니라 고려불화의 전통 기법과 안료를 그대로 복원해 똑같은 과정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인정받았다. 이런 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았고, 해마다 루브르박물관의 초청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코로나19로 루브르가 문을 닫아 전시하지 못했다. 중국에서도 전시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한다. 코로나19가 뿌리 뽑히면 갈 생각이다.” 고려불화는 고려 문화의 정수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화려함과 정교함은 세계 미술사에서도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고려 말기인 1270년부터 약 120년에 걸쳐 집중적으로 제작됐다. 이때는 몽고의 침략으로 고려 조정이 강화도로 피란 가 있던 시기와 겹친다. 외침이 많아 수많은 살생이 자행되다 보니 그 죄를 참회하고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자 불화를 많이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불화 대다수는 왕실과 귀족의 후원 아래 제작됐다. 이 때문에 색채가 화려하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아교에 금가루를 개어 섬세한 찬란함을 더하고, 비단 후면에 안료를 두껍게 칠해 앞으로 배어 나오도록 하는 배채법(背彩法)으로 깊이가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외국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한마디로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서양 종교화들은 캔버스에 유화로 그렸지만, 고려불화는 천연 안료인 석채로 비단에 그려 정교하고 은은하다. 700여년 전 고려시대의 그림인 불화를 복원한 것이라는 설명에 관람객들이 ‘어메이징’을 연발하던 것이 기억난다. 고려불화가 서양인에겐 낯선 종교화지만 예술성이 높기 때문에 그들도 공감하더라. 고려불화가 서양의 종교화 절정을 이룬 르네상스보다 200년 이상 앞섰다는 것에도 놀라워한다.” 안경 너머 스님의 얼굴은 해맑았다. 인터뷰 중간중간 스님은 손수건으로 눈을 닦았다. 희뿌연 막이 끼여서 잘 보이지 않는다며 전시회가 끝나면 안과에 가 보겠다고 했다. -현존하는 고려불화 대다수는 일본에 있다. “고려불화는 현재 180여점이 전한다. 이 가운데 국내에 남은 것은 10여점에 불과하다. 160여점이 일본에 있다. 일본은 불교 국가도 아닌데 많이 가져가 고려불화의 예술성과 희소성을 알아보고 국보급 문화재로 지정했다. 처음 루브르에서 전시할 때 서양인들이 고려불화를 일본 문화로 잘못 알고 있더라. 그래서 한국 불교 예술의 정수라는 점을 국제학술대회 등에서 강조했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국제행사에서 일본인들이 나를 보면 슬금슬금 피하는 것 같더라.” 스님이 일본 이야기를 할 땐 목소리가 높아졌고, 톤도 빨라졌다. 고려불화는 고려 전에도, 후에도 제작된 적이 없는 미술 사조다. 조선시대엔 억불 정책과 함께 불교 미술이 쇠퇴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산속으로 쫓겨난 절에서조차 불화를 가지고 있을 수 없었는데 민가의 불화는 오죽했을까. 성리학이 지배하던 조선시대에 일반인들 사이에서 불화는 불온서적처럼 터부시됐다. 그러면서 조성 기법은 사라졌고, 남아 있는 고려불화는 유실되거나 약탈됐다. -언제부터 고려불화 재현에 나섰나. “스무살 무렵이었을까, 책에서 우연히 수월관음도 사진을 보고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막상 그리려고 하니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재료나 자료에 대한 설명도 없었고, 당시 절에는 일종의 벽화인 탱화만 보존되고 있을 뿐이었다. 인물화를 잘 그린다는 손재주만 믿고 고려불화에 도전했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전복 껍데기와 진사를 개어 간 안료에 아교를 묻혀 비단에 칠했지만 잘 붙지도 않았고, 붙은 것은 안료가 마르면서 덩어리져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역설적이게도 스님에겐 일본인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일본 박물관의 부관장이던 오야마 노리오가 수십년간 모았던 고려불화 사진과 복원에 필요한 문헌 자료 등을 보내 줬다. 그 뒤 고려불화는 수십년의 시행착오 끝에 혜담 스님의 손끝에서 완벽하게 부활했다. 스님이 재현한 고려불화는 단순히 불교 미술을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잊혀진 역사의 단층을 발굴해 낸 것이다.-요즘엔 하루에 얼마나 작업하나. “옛날엔 하루 17~18시간씩 방 안에서 꼼짝 않고 앉아서 그렸다. 붓을 잡으면 일체의 망상이 다 사라진다. 그렇게 한 40년을 그렸다. 요즘엔 체력이 부쳐서 12시간 정도 그리면 어질어질해진다. 고려불화를 조성하는 것이 나에겐 수행이고 기도이자 화두(話頭)를 붙잡고 늘어지는 참선이다. 이번에 처음 선보인 5.5m 크기의 대작 ‘오백나한도’는 완성하는 데 2년 6개월이 걸렸다. 수월관음도는 3년이 걸렸다. 그동안 조성한 작품은 300여점이다. 불화 조성이 완성되면 내 손으로 그린 것이라고 믿기지도 않고, 희열이 넘쳐난다. 방 안을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기쁘다.” -그림은 누구에게 배웠나. “사실 그림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예닐곱살 때 어머니에게 화가가 되겠다고 했다가 ‘여자 환쟁이는 안 된다’며 반대하셨다.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출가 이전 소녀 시절에 기독교의 성화 등을 따라 그리기도 했다. 출가한 초심자 시절 토굴에서 수행 정진하던 어느 날 참선 자세로 맞은 일출 속에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고려불화 재현에 매달려 왔다. 고려불화는 배워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전생에서 하던 습성대로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차원에서 스님은 스스로를 고려화불 계승자로 여긴다. -700년간 단절된 문화유산을 복원했다. 이젠 후학 양성도 중요하다. “제자들을 10여년 전에 모두 돌려보냈다. 당시로선 30여년간 고려불화 재현에만 매달린 나도 먹고살기 힘들더라. 그래서 스님으로서 젊은 사람들의 인생을 망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라고 했다. 월급도 못 주는데 시간도 뺏고, 신세도 망치는 것 같아서…. 목숨 바쳐서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제자는 두지 않고 있다. 여망이 있다면 불화를 공부하는 이들을 위해 작품을 전시할 작은 전각을 하나 마련했으면 한다.” -요즘 고려불화 붐이 일고 있다. 대학에서도 가르치고, 시내의 사찰에서도 고려불화반이 있다. “학생들이 전시회에서 와서 사진을 많이 찍어 간다. 그대로 따라 그려 어느 전시회에 출품했다가 입선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도 좋다. 그림은 훌륭하게 잘 그렸지만 혼이 담기지 않으면 불화가 될 수 없다. 혼이 담기려면 그리는 내내 세상 사람들을 위하겠다는 부처가 돼야 하고, 보살이 돼야 한다. 학생들에겐 어질게 살아야 혼이 담긴 그림이 나올 수 있다고 한마디 해 준다.”
  • 여성 혐오 민낯 보여준 日 마코 공주 결혼 소동

    여성 혐오 민낯 보여준 日 마코 공주 결혼 소동

    언론, 고무로 美 변호사시험 불합격 보도뉴욕 고급아파트 신혼생활 준비도 차질왕실 세금 유지… 국민 관심 커 보도경쟁나루히토 일왕의 조카인 마코(30) 공주가 지난 26일 일본 국제기독교대학(ICU) 동기인 고무로 게이(30)와 결혼하면서 ‘일반인’이 됐지만 그에 대한 일본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코 공주의 결혼 소동이 단순 가십을 넘어 일본 사회의 여성 혐오 민낯을 보여 준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31일 일본 모든 언론이 고무로의 뉴욕주 변호사 시험 불합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고무로는 2018년 8월 미국 로스쿨에 진학해 현재 법률 사무원으로 근무하며 지난 7월 뉴욕주 변호사 시험을 치렀다. 마코 공주 부부는 도쿄 시부야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시적으로 머물며 뉴욕에서의 신혼 생활을 준비 중이었지만 고무로의 불합격으로 차질이 생겼다. 고무로는 주변에 “내년 2월 시험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했다고 NHK가 전했다. 일본 언론은 결혼부터 시작해 이번 일까지 과도할 정도로 보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매체인 일간SPA는 “변호사 시험은 9227명이 응시하고 63%인 5791명이 합격했고 불합격은 3436명인데 그중 한 명이 된 것”이라며 “이 결과에 대해 (일본 왕실을 담당하는) 궁내청도 동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코 공주는 결혼에 반대하는 여론을 의식해 결혼한 왕족에게 지급되는 16억여원의 정착금을 포기했다. 하지만 신변 안전을 위해 뉴욕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를 빌릴 수밖에 없는데 월세만 80만엔이어서 연봉이 600만엔 수준인 법률 사무원의 수입으로는 감당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마코 공주가 연봉 1500만엔을 받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할 것으로 보인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마코 공주가 일반인이 된 이후에도 일본 국민과 언론이 이처럼 관심을 보이는 건 일본에선 왕실이 하나의 종교나 다름없는 데다 세금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합격 여부는 아무래도 좋다. 앞으로 이 부부에게 세금이 투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마코 공주 부부 결혼 기사에 비난 댓글이 지나치게 많이 달리자 야후 재팬은 댓글창을 폐쇄하기까지 했다. 당초 마코 공주 부부에 대한 일본 국민의 비난은 일본 사회의 여성 혐오 문화에서 기인했다는 분석도 있다. 마코 공주는 2017년 9월 약혼을 발표했지만 이후 고무로의 모친이 과거 약혼 상대였던 남성과 금전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혼이 연기됐다. 이번 결혼이 마코 공주가 받을 16억원의 일시금을 노린 것이라는 억측까지 이어졌다. 도노무라 히토미 미시간대 여성학과 교수는 CNN에 고무로가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다는 점을 들며 “일본에서는 미혼모를 도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비하하는 여성 혐오가 심하다”고 말했다.
  • 日마코 공주 남편, 60% 붙는 美변호사 시험 ‘최종 낙방’

    日마코 공주 남편, 60% 붙는 美변호사 시험 ‘최종 낙방’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인 마코(30) 공주가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고무로 게이(30)가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시험에 최종 불합격했다. 30일 일본 NHK 등에 따르면 고무로는 전날 발표된 뉴욕주 변호사 자격시험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시험은 지난 7월 약 9200명이 응시해 60%가 넘는 5791명이 합격했다. 개인사정 등이 있는 6명을 제외한 5785명의 이름이 뉴욕주 사법시험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고무로 합격 여부에 대한 매체의 문의에 위원회 관계자는 “개별 수험자의 합격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는다”면서 “일반적으로 합격한 사람이라면 명단에 포함되며, 명단에 없을 경우 불합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앞서 발표 초기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6명에 고무로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국 불합격한 것으로 밝혀졌다.이로써 이번 결혼에 대한 일본 국민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 계열 주간지 아에라가 지난달 22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3%가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할 마음이 없다’고 답변했다. 마코와 고무로는 일본 국제기독교대학(ICU) 동기로 만나 2017년 9월 약혼을 발표했다. 그러나 고무로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일본 국민들이 결혼을 압도적으로 반대하자 마코 공주는 서류상으로만 혼인한 채 왕실에서 이탈할 때 받을 수 있는 15억원가량의 일시 정착금도 포기했다. 두 사람은 결혼 후 도쿄도 시부야구의 한 아파트에 일시적으로 거주 중이다. 고무로가 미국 변호사에 합격하면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방 1개짜리 아파트서 신혼생활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고무로가 낙방함에 따라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뉴욕에서 방 1개짜리 아파트의 월세는 보통 월 3000달러(약 352만 원)~1만 1000달러(약 1290만 원) 수준이다. “내년 2월 시험에 다시 도전하겠다. 노력을 더 하겠다” 고무로는 모친의 금전 문제와 관련한 언론 보도로 논란이 커진 뒤인 2018년 8월 미국 유학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올해 5월, 로스쿨 과정을 마쳤으며, 이후 뉴욕주 변호사 시험을 치렀다. NHK는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일본으로 돌아온 고무로가 주변에 “내년 2월 시험에 다시 도전하겠다. 노력을 더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앞서 마코 공주는 26일 고무로와의 혼인신고서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했다. 남편의 성을 받아 이름도 ‘고무로 마코’로 개명했다.
  • 日마코공주 남편, 뉴욕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에 없어

    日마코공주 남편, 뉴욕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에 없어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인 마코(30) 공주가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고무로 게이(30)가 미국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시험 주최 측은 현재 공개된 명단이 최종 합격자 명단이 아니며 추가 합격자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29일 닛칸스포츠 등 일본 매체는 미국 뉴욕주 사법시험위원회가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합격자 명단에서 ‘고무로 게이’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고무로 합격 여부에 대한 매체의 문의에 위원회 관계자는 “개별 수험자의 합격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는다”면서 “일반적으로 합격한 사람이라면 명단에 포함되며, 명단에 없을 경우 불합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앞서 마코 공주는 26일 고무로와의 혼인신고서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했다. 남편의 성을 받아 이름도 ‘고무로 마코’로 개명했다. 일본 국제기독교대학(ICU) 동기인 두 사람의 결혼을 놓고 일본 내에선 반대 여론이 높았다. 아사히신문 계열 주간지 아에라가 올해 9월 22~28일 인터넷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3%가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할 마음이 없다고 답했다. 왕실 구성원에 대한 일본인들의 각별한 애정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반응이다. 그만큼 고무로 게이에 대한 반감과 불신이 높다는 것이다. 궁내청이 2017년 9월 약혼을 발표하고 약 석 달이 지난 후 나온 주간지의 보도가 결혼을 둘러싼 논란의 시작이었다. 고무로의 모친이 과거에 약혼 상대였던 남성과의 사이에 금전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2018년 2월 궁내청은 이들의 결혼을 연기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다만 또다른 매체인 뉴스포스트세븐에 따르면 위원회 측은 “일본에서 취재가 쇄도하고 있어 곤혹스럽다”면서 이번에 공개된 명단이 최종 합격자 명단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추가 합격자가 나올 수 있으며, 반대로 부정행위 등으로 합격이 취소되는 사례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시험에는 9227명이 시험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개된 합격자 명단엔 5791명이 올라 합격률은 약 62.7%로 집계됐다. 위원회에 따르면 처음 시험을 치른 이들의 합격률은 약 78%다. 고무로는 2018년 8월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올해 7월 뉴욕주 변호사 시험을 치렀다. 그는 로스쿨 수료 후 한 법률사무소에 취직해 ‘로클럭’(법무조수)으로 일하고 있다. 뉴스포스트세븐은 고무로의 연봉이 600만엔 정도로 추정된다며,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초임이 2000만엔을 넘겠지만 현재 연봉으로는 높은 물가의 뉴욕 생활을 하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인과 결혼해 왕실을 이탈하는 공주에게는 생활정착금으로 쓰도록 일시금이 전달되지만, 마코 공주는 여론을 의식해 최대 1억 5000만엔(약 16억원)에 달하는 일시금을 받지 않기로 한 바 있다.
  • 노태우 전 대통령 오늘 영결식…‘손에 손잡고’ 부르며 추모

    노태우 전 대통령 오늘 영결식…‘손에 손잡고’ 부르며 추모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30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국가장으로 거행된다. 정부는 검소한 장례를 희망한 고인의 뜻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참석 인원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영결식에는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 장례집행위원장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유족과 친지, 장례위원회 위원, 국가 주요 인사, 주한외교단 등 50명 이하의 인원이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발인은 오전 9시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다. 고인의 유해는 곧바로 노 전 대통령이 별세 직전까지 머물렀던 서대문구 연희동으로 이동한다. 이후 9시 30분부터 30분간 자택 앞에서 유족 중심으로 노제를 치른다. 운구가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으로 이동하면, 1시간가량 영결식이 진행된다. 손범수 아나운서가 사회를 본다. 추도사는 노재봉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국가장인 만큼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교의식을 통해 넋을 기린다. 추모곡으로는 가수 인순이 씨와 테너 임웅균 씨가 88서울올림픽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를 부른다. 이 노래는 고인이 재임 시절 성공적인 개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88서울올림픽의 공식 주제가다. 영결식이 끝난 뒤에는 오후 1시 50분쯤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절차가 진행된다. 오후 4시 30분쯤 파주 검단사에 고인의 유해가 임시 안치된다. 장지 협의가 늦어진 데 따른 것으로, 유족들은 묘역 조성 후 파주 통일동산 인근에 다시 안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한편 서울대병원에서 연희동을 지나 올림픽공원까지 구간, 올림픽공원에서 서울추모공원을 거쳐 파주 검단사까지 구간은 각각 오전과 오후에 운구행렬 통과에 맞춰 순차적으로 교통이 통제된다.
  • 소설·실화, 현실감 넘치는 애니로 만나요

    소설·실화, 현실감 넘치는 애니로 만나요

    소설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특색 있는 한국형 애니메이션 두 편이 잇달아 개봉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소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등 해외 애니메이션이 보인 강세를 이어 갈지 주목된다. 다음달에는 지난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안재훈 감독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무녀도’(위)가 찾아온다. 김동리 작가의 1936년 동명 단편을 원작으로 한 ‘무녀도’는 전통 무속 신앙과 기독교의 충돌로 한 가족이 파탄에 이르는 비극을 담았다. 영험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을 느끼는 이름난 무녀 모화는 아들 욱이를 절에 보내고 아픈 딸 낭이를 애지중지 키우며 살아간다. 하지만 10년 만에 돌아온 욱이는 기독교인이 돼 모화의 삶을 흔든다.영화는 ‘소중한 날의 꿈’(2011),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2014), ‘소나기’(2017) 등을 연출한 안 감독의 한국 단편 문학 마지막 프로젝트다. 뮤지컬 배우 소냐와 김다현이 각각 모화, 욱이 역을 맡아 목소리 연기에 도전한다. 절제된 감정 연기와 몽환적 영상과 음악이 영화에 풍성함을 더한다. 한국 노동운동사의 상징적 인물 전태일(1948~1970)의 삶을 그린 ‘태일이’(아래)는 12월 1일 개봉을 확정했다. ‘그 강아지 그 고양이’, ‘바람을 가르는’, ‘원숭이 왕’ 등을 연출한 홍준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성적인 220만 관객을 기록한 ‘마당을 나온 암탉’ 제작사 명필름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1970년대 삶의 공간과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서정적 작화 속에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희망의 불꽃이 된 22세 청년이 전하는 가슴 뜨거운 메시지를 녹여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언제나 밝고 남을 위하는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 청년 태일 역의 목소리를 배우 장동윤이 맡았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몸바쳐 일한 태일의 어머니 이소선씨 역은 염혜란이 연기한다. 여기에 진선규, 박철민, 권해효, 태인호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연기파 배우들이 합류해 기대감을 더할 예정이다.
  • “돈 필요없다” 왕실 떠난 日마코…서류로만 진행한 ‘공주 결혼’

    “돈 필요없다” 왕실 떠난 日마코…서류로만 진행한 ‘공주 결혼’

    혼인 신고서 제출로 결혼 절차 완료마코 공주 “16억 일시금 안 받겠다”일본인 93% “결혼 축복할 마음 없어”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인 마코(30) 공주가 왕족으로서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결혼하고 왕실을 떠났다. 26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왕실 사무를 담당하는 행정기관인 궁내청 직원이 마코 공주와 일본 국제기독교대학(ICU) 동기인 고무로 게이(30)의 혼인 신고서를 이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했고 신고서는 문제없이 수리됐다. 이로써 마코와 게이는 부부가 됐다. 마코는 남편의 성을 받아 성명을 ‘고무로 마코’로 변경했다. 마코가 게이와 결혼하는 것에 대한 일본 국민의 반대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공식 축하 행사도 없이 서류 절차만으로 혼인 의식이 사실상 완료됐다. 아사히신문 계열의 주간지 아에라가 지난달 22~28일 인터넷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3.3%가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할 마음이 없다고 답했다. 왕실 구성원에 대한 일본인의 각별한 애정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반응이다. 일반인과 결혼해 왕실을 이탈하는 공주에게는 정착금으로 쓰도록 일시금이 전달되지만 마코 공주가 여론을 의식해 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처음으로 지급되지 않았다.궁내청이 2017년 9월 약혼을 발표하고 약 석 달이 지난 후 나온 주간지의 보도가 결혼을 둘러싼 논란의 시작이었다. 게이의 모친이 과거에 약혼 상대였던 남성과의 사이에 금전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후 이들의 결혼은 연기됐다. 보통 16억원에 달하는 일시금을 노린 결혼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면서 여론은 악화됐다. 마코의 부친인 후미히토가 2018년 11월 기자회견에서 “많은 국민이 납득하고 기뻐할 상황이 안 되면 결혼식을 올리기 어렵다”고 언급하는 등 게이가 의혹을 해소할 것을 간접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혼 의사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후미히토는 결혼을 인정하기로 했다. 게이는 2018년 8월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지난 7월 뉴욕주 변호사 시험을 치렀다. 이날 왕실을 떠난 마코는 지난달 하순 귀국한 게이와 도쿄도 시부야구의 아파트에서 지내면서 미국으로 건너갈 준비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왕족이 결혼 후 바로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변호사 시험 결과는 다음달쯤 발표되며 게이는 뉴욕의 한 법률사무소에 취업할 전망이다. 게이의 초임 연봉은 약 20만 5000달러(약 2억 4000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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