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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작/ ‘흔들리는 構圖’

    *** ‘흔들리는 構圖’-박소연. 말보다 깊은 기억 바랑에 가득 채워보이지 않는 그곳, 뜬눈으로 걸어간다. 끝없이 타는 목마름 발길마다 밟으며한 걸음 내딛으면 또 다가서는 생(生)의 갈증기어이 넘아야 할 불혹의 기나긴 고비마다바래고 주름진 흔적 혈흔(血痕)으로 남는다. 난타당한 푸른 수액 꽃가지에 동여매고맨발로 계단을 건너 당도한 세월의 길렌즈 속 흔들리는 구도(構圖), 돌아서서 지운다. 삭정이 성긴 힘줄 안으로 삭혀두고막막한 저 발자국 정수리에 또 새길까지워도 뚜렷이 남는 육면체를 꿈꾸며. ■‘박소연’ 당선소감. 예고 없이 첫눈 내리던 날 기차 여행을 했다.싸늘한 들녘에 참으로 오랜만에 은빛 고요가 쌓인다.애써 어둠을 잡아둔그 대지 위에 의미가 되지 못한 언어들이 마구 뒹굴고 있었다.얼기설기 구도를 짜며 내 문학의 길도 그렇게 젖거나 마르곤 했다. 한 겨울,떠오르는 감정들을 밤새도록 끌어안을 수 있었던많은 나날에 감사드린다.밥 보다 더 배부른,차보다 더 향기로운 시조를 창작하면서 삶을 배우고 일렁이는 감정들을 삭히고 삭혔다.‘첫눈의 설레임을 어떻게 풀어낼까’하고. 고민할 때 신문사로부터 뜻밖의 ‘당선’ 소식을 받았다.사방으로 흩어지는 눈송이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이더니 초조,기다림,환희의 나팔소리로 바뀌었다. 내 이제,나의 삶에도 형광색의 무대를 마음껏 꾸밀 수 있으리라 믿고 싶다. 그 동안은 바람에 부서지고 어둠에 찢겨지는 가설무대였다면 이젠 혼자서도 넉넉히 마임을 할 수 있는 작은 단상이었으면 한다.열병처럼 쏟아지는 언어들을 모아 몸짓으로 풀어보리라.때로는 단아하게 또 유장하게. 부족한 작품을 흔쾌히 뽑아주신 신문사와 심사위원님께 먼저 깊이 감사 드린다.겉으로는 신랄하게,속으로는 따뜻하게보듬어 준 곽홍란 시인과 문우들께 이 벅찬 기쁨을 바치고싶다. 또 어설픈 아내에게 내색조차 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준 남편,엄마 작품이라고 줄줄 읽으며 즐거워하는 아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심사평. 총응모작을 둘로 나눠 두 심사위원이 각자에게 할당된 작품을 가려뽑는 1차 심사가 있은 뒤,그 뽑은 작품을 또 서로 바꿔 읽어서 몇편만을 고르는 2차 심사를 가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남은 작품이 김미영의 ‘복천동 고분(古墳)’과 김종길의 ‘산수유’,박소연의 ‘흔들리는 구도(構圖)’ 등 세 편이었다. 이들 세 편도 모두 조금씩의 결점을 내보이고 있었다.예컨대,‘복천동 고분’은 시어의 불필요한 남용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는데 ‘무덤’,‘토우’ 등 이 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어들이 두세 번씩 쓰이고 있는 점이었다.‘산수유’에서도 ‘노랗게,노랑,노란’ 이라는 봄을 가리키는 단어가 짧은 시속에 세 번씩이나 사용되고 있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더 좋은 시어로 바꾸어놓을 수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었다. 끝까지 거론된 작품들이 예년의 당선작 수준을 크게 뛰어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신춘의 화려한 등단을 가리는 이 불꽃튀는 경선이 분명 신인다운 패기와 참신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데에 역점을 두게 되면,이러한 생각에 가장 접근한 작품이 바로 ‘흔들리는 구도’였다.군데군데 설익은 표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뽑은 데에는 함께 투고한 ‘폐광,그후’ 등이작자의 역량을 뒷받침해 주었음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당선작에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아울러 앞으로의 정진을 기대한다. 박시교 윤금초
  • 쾌락·욕망…조선시대 풍속 엿보기

    혜원 신윤복은 단원 김홍도와 함께 18∼19세기 조선시대 대표적인 풍속화가.혜원의 그림은 구도나 색채,살아 움직이는듯한 선과 같은 미학적 요소뿐만 아니라 회화 상에 인간과자연,일상을 복원해 사조사적 측면에서도 근대성을 평가받는다. 그러나 혜원의 그림이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건 기생이나,아낙,양반 등의 놀이나 도박,성(性) 등 그 시대 사람들의 은폐된 삶의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혜원이 너무비속한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도화서에서 쫓겨났다는 설은 그의 자유분방함을 단적으로 전한다. ‘조선 사람들,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는 이러한그림을 코드 삼아 그 시대의 풍속사,특히 지금까지 역사 연구대상에서 소외되었던 쾌락과 욕망의 풍속사를 사회사적 맥락에까지 확대시켜 풀어내고자 한 유쾌한 보고서이다.문학박사이자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특유의 솜씨로 조선시대 가사와 한문 단편,역사 기록등을 요리하며 혜원의 ‘정지화상’을 ‘동화상’으로 전환시킨다. ‘과부:이부탐춘’.화창한 봄날 과부가 계집종과 함께 개의 짝짓기를 감상하고 있다.여인네는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배시시 웃고 있고 계집종은 상전의 허벅지를 살짝 꼬집고 있다. 저자는 그림을 살펴본 후 조선시대 과부의 사회적 무게를 짚어 나간다.경국대전의 과부 재가 금지조항,정약용의 ‘열부론’,가사 ‘과부가’,박지원의 ‘열녀함양박씨전’을 인용하며 사회적 억압과 이에 대한 반론,느슨해진 사회 실상 들을 재현해내는 식이다.그림은 과부의 억압된 성을 표현하며 ‘욕망은 억압될 뿐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다림’.화사한 봄날 여인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여인의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중(僧)들이 머리에 쓰는 모자이다.여인과 스님은 어떤 관계였을까.경국대전,조선실록 등을 보면 조선시대 절이 억압대상이었던 것은 종교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절은 남성중심 사회의 희생자인 여성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해방구였고 그런 연유로 절 주변은 혜원 회화의 단골 소재가 될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혜원전신첩’에 수록된 회화 30점의 사회사가 하나씩 풀려나간다.우리나라 최초의 키스신이라는 ‘삼각관계:월하밀회(月下密會)’에서는 남녀의 연애상이,‘선술집-주사거배(酒肆擧盃)’에서는 서서 술을 마시게 돼 있는 선술집을 비롯해 내외주점,색주가,들병장수 등 다양한 술집의 영업형태가 소개되고 ‘기방의 한때:청루소일(靑樓消日)’ 등에서는 기방의 운영과 기생,매춘에 관한 풍속들이 풀어진다. 결국 혜원의 그림들은 조선시대 후기 사회의 미감의 변화와욕망의 분출,이를 가능케한 사회 경제적 발전 등의 반영이다.이 책의 다양한 자료사진과 꼼꼼한 각주는 ‘유흥풍속사’를 다루면서도 격조를 잃지 않게 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1만5,000원. 신연숙기자 yshin@
  • 김택상 추상화展 내일부터

    ‘캔버스에 머물렀던 물과 물감의 흔적이 남은 작품’. 추상화가 김택상(43·청주대 미술학부 교수)의 그림을 두고 흔히들 하는 말이다.그가 그림을 만드는 과정은 특이하다. 먼저 물을 담을 수 있는 틀을 만들고 그 위에 캔버스 천을 씌운 뒤 물감을 엷게 탄 물을 틀속에 붓는다.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틀속의 물을 빼고 캔버스 천을 말리면 일단 한번의 과정이 끝나게 된다. 이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물은 그 자신이 캔버스 위에 자리했었던 시간의 흔적을 ‘결’ 또는 ‘테’의 형태로 캔버스 위에 남긴다. 김택상의 작품은 물과 물감이 시간의 흐름속에 방치되는동안 만들어지는 과정의 산물이다.그래서 그는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기다림’으로 묘사한다.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데 시간이 걸리듯이 김택상 작품의 색도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의 작품은 얼마나 오랜동안 방치되었느냐에 따라,또는계절적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 따라 다르다. 색에 대한 그의 관심은 비단 미학적인 색감이나 자연의색 등에 국한되지 않고 색이 갖는 사회적 기능으로확장된다. 전통 한의학이 간에는 녹색이 좋고 신장에는 검정 색이좋다는 식으로 각 장기와 색을 연관 짓듯이,그는 색을 통해 우리의 시각적인 환경을 개선하고 건강에도 이로움을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시간의 빛깔’이라는 제목으로 15일∼12월13일 서울 청담동 카이스갤러리(02-511-0668)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는 전면을 노랑색으로 칠한 대형 전시장에 130여 작품이 선보인다. 시간의 흐름이 ‘결’이란 흔적으로 화면에 드러나는 캔버스 작품의 경우 ‘결 216hrs’라는 제목이 붙게 되는데,이는 물이 캔버스가 씌어진 틀에서 216시간 동안 머물러있었다는 뜻이다. 유상덕기자 youni@
  • [대한광장] ‘근대적 시간’의 억압 아래서

    시골 출신이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유신시대에 서울에올라와 대학을 다니던 나는 사람들의 분주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당황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서울에서 내가 느낀 인상은 우선 사람들의 행동이 무척 민첩하다는 점이었다.종로거리를 걷다가 주위를 둘러보면 길 가는 사람들이모두 나보다 빨리 걷는 것 같았다. 12년 전 광주에 내려왔을 때 이곳 사람들의 걸음걸이는전혀 달랐다.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무척 느리게 보였던 것이다.서울에서 십수년의 세월을 지내는 동안나도 모르게 빠른 삶의 분위기에 동화됐던 모양이다.광주사람들의 한가한 발걸음에서 나는 산업화의 지체를 확인했다. 몇해 전에 교육방송에서 근대화의 문제를 강의하면서 사회자에게 이런 경험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그때 사회자가웃으면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그의 눈에는 내 모습이 너무나 느리게 보인다는 것이었다.아마도 내가 광주의 생활 스타일에 익숙해진 탓이었을까.지금은 광주의 생활도 분주한편이지만,서울에 비하면 아직도 한가롭다고 할 수 있다. 허나 따지고보면,오늘날 한국인의 정서와 행동을 나타내는 말로 널리 알려진 ‘빨리빨리’ 스타일도 역사가 오래되지 않는다.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전통사회의시간 아래서 삶을 꾸려 나갔다.전통적 사회는 무엇보다도자연의 지배를 받는다.사람들의 시간 또한 자연의 리듬에맞추어져 있었다.자연적 시간은 어둠과 빛,추위와 더위,노동과 휴식 등 서로 대조적인 것의 순환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기다림과 영속의 시간일 뿐이다.그만큼 변화가 적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속적이고 단조로운 삶을 살았다. 자연적 시간은 산업화와 더불어 해체된다.산업사회의 시간은 이전에 비해 더욱더 짧게 나뉜다.시간의 세분화는 단위 시간에 이루어지는 일의 양이 급속하게 증가하거나 또는 일정한 양의 일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질 경우에 필요하다.현대사회의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표현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단위 시간당 변화가 많다는 의미다. 시간 분할과 함께 사람들의 삶은 지속보다는 변화에,느림보다는 빠름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산업화를 압축적으로경험한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더 급속하게 시간분할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모든 일을 빨리 해치우려는 경향은 이밖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겹친 데서 비롯한다.언론 방송의 선동과 선정주의,군사정권의 대중조작과 동원,일관성 없는 각종 정책 등 모든것들이 서로 작용하면서 사회 전체가 조급하게 효력과 성과만을 기대하는 분위기에 빠져들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나 역시 좁은 국토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극단적인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조건이야말로 우리 머리 위에 드리운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그경쟁풍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빨리 해치우지않으면 안된다.거기에는 체면도,염치도,주위의 눈길도 하찮은 장식물에 지나지 않는다. ‘근대적 시간’의 억압에서 해방될 가능성이 낮을수록사람들은 다른 한편으로 해방의 꿈을 찾아 헤맨다.근래에‘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를 비롯해 시간에 관한 책들이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이런 꿈이 작용한 탓이다. 요즈음 우리의 바람과는 반대로 근대적 시간의 지배는갈수록 더 강화되고 있다.특히 세계화라는 말이 모든 국민의슬로건으로 동원되면서,우리의 삶은 더욱더 빨라지는 것같다.이 억압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마음 깊이 절망감을 느끼면서도 나는 때로 해방의 행복한 순간을 머릿속에 그린다. 이영석 광주대 교수
  • [씨줄날줄] 장관급 회담

    남북 당국이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했다.정부가 북한의 대화 제의를 수용,지난 6일 오전 날짜와 장소를 제시하자 북측이 그날 오후곧바로 수락한 것이다.남북 당국간 대화는 지난 3월 중단된이래 반년이 지나도록 소강상태에 있다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더욱이 이번 회담은 8·15 평양축전파문으로 대북 포용정책의 사령탑이던 통일부 장관이 교체되는 등 곡절을 겪은 마당이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장관급 회담의 재개는 북한이 ‘선 북·미,후 남북’대화라는 기존 입장을 사실상 수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북한이 최근 북·러에 이어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대화 재개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 아닌가 한다.장관급 회담은 정치,경제협력 분야는 물론 문화교류,인도적 문제까지 총괄적으로다룰 수 있다.이처럼 고위급 당국자간 대화 채널이 오랜 기다림 끝에 가동되는 것을 보면 이번 회담에서 뭔가 ‘대어’가 낚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회담이 열리게 되면 무엇보다 6·15 남북 공동선언의 이행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그 중에서도 남북간에 이미 합의한 사항을 먼저 실천하고, 이행 도중에 중단됐던 작업을 재개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그렇다면 경의선 철도연결과 임진강 댐 건설, 이산가족 문제, 개성 공단 조성,금강산 육로 관광,그리고 경협 4대 합의서 교환 및 후속 조치등을 먼저 논의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남북간에는 뭐니 뭐니 해도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이 문제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긴 하지만 ‘답방’을 둘러싸고 국내외적으로구구한 억측과 부질없는 논란이 없지 않은 만큼 차제에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북측이 진일보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았으면 한다.때마침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에서도 김 위원장의 조속한 답방 등 6·15 공동선언 후속조치의 실천을 위해 남북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한다. 8·15 평양축전 방북단의 돌출 행동에 따른 파문으로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뒤따랐다.그러나당시 남북이 민간차원에서지만 학술,문화,사회 단체의 교류에 합의한 만큼 이의 실천도 신의성실의 자세로 이행해야 한다.약속만 무성하고 실천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남북 간에는 오히려 불신의 골만더 깊어질 것이다. 이경형 수석논설위원 khlee@
  • 2001 길섶에서/ 하세월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이야기 한 대목이다.솔로몬에게 죄를 지은 마신(魔神)이 구리 항아리에 갇혀 바다에던져졌다.누가 바다 속에서 건져주어야만 세상에 다시 나올 수 있다.마신은 “나를 구해주는 사람은 평생 부자로만들어 주겠다”고 생각하며 100년을 기다렸다.그러나 구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마신은 “나를 구해주는 사람에게는세상의 숨은 보물창고를 모두 알려줘야지”하면서 또 100년을 기다렸으나 구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희망을버리지 않은 마신은 “나를 구해주는 사람은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결심했다.그런데도 수백년이 지나도록구해주는 사람이 없자 지치고 화가 난 마신은 이렇게 맹세한다.“이제부터 나를 구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놈을 죽이겠다” 기대하고 기다리다 지치고 실망하면 호의가 적의로 바뀔수 있다는 얘기다.최근 정가의 움직임을 보면 10년 전이나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인물도 그렇고, 행태도별반 다름없다.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하염없이 기다려 왔다.기다림에 지치면 고마움이 증오로바뀔 수도 있다. 김경홍 논설위원
  • [씨줄날줄] 남북적십자 30년

    “아버지” “내딸 금단아…” 1964년 10월 도쿄에서 15년만에 만난 부녀는 부둥켜 안고 눈물만 흘렸다.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북한 육상선수 신금단씨(당시 26세)와 아버지 신문준씨(당시 49세,1983년 작고)의 극적인 상봉이었다. 남북 최초의 이산가족 상봉은 7분만에 끝났다.현재 남한에만 이산가족 1세대 123만명,2·3세대까지 합치면 767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1세대는 대부분 70세가 넘는 고령자이다.70세 이상 25만여명의 이산가족들은 죽기 전에한번만이라도 혈육을 만나보고 싶어 한다. 8월12일인 어제는 적십자회담 대북 제의 30돌이 되는 날이었다.1971년 당시 최두선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이산가족 재회를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열자”고 제의했고 1971년 9월 20일 분단후 처음으로 남북적십자 1차 예비회담이열렸다.그로부터 30년 동안 숱한 접촉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들의 상봉은 불과 4차례에 그쳤다.1985년 남북 50명씩의 이산가족 고향방문이 있었고,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3차례 서울과 평양에서 200명씩의 상봉이 이루어졌다.1,000만명에 이르는 이산가족 가운데 겨우 1,000여명 남짓이상봉했을 뿐이다. 이산가족들에게 남북대화 중단은 또다시 하늘이 무너지는아픔을 겪게 하는 것이다.이산의 아픔을 달래자는데 북·미관계 악화가 무슨 이유나 변명이 되는가.이산가족 문제는 정치나 국제관계와는 별개로 남북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북한은 하루빨리 적십자회담에 응해야할 것이다. 중국과 타이완의 경우,이산가족 문제는 정치와는 별도로해결했다.중국은 1978년 타이완에 통상,통항,통우(通郵)와경제·문화·체육·과학기술 교류 등 ‘3통4류’를 제의해 1987년에 자유왕래가 보장됐고,1991년에는 중국인 배우자의 타이완 거주를 허용했다.동·서독은 1950년대부터 이산가족 재회와 동독주민의 서독 이주를 추진했고,1981년에는 ‘이주 협정’이 체결됐고 마침내 통일에 이르게 됐다. 우리도 중국이나 독일처럼 못할 이유가 없다.분단이 반세기가 넘고 남북적십자회담을 한 지도 30년이 되었는데 이산가족들의 한맺힌 기다림은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지는가. “새들도 자유롭게 남과북을 오가는데 우리는 도대체 뭔가.”[김경홍 논설위원 honk@]
  • [사라지는 것을 찾아] 결실의 고향 ‘방앗간’

    들녘에서 거둬들인 벼를 찧는 그날만은 모두가 흥겨웠다. 숱한 날 눈으로,입으로 사정없이 흘러내리던 땀방울의 짠맛만큼이나 확실한 결실이 바로 눈 앞에 있어 벼를 달구지에실고 정미소로 가는 농부의 발걸음에는 오랜만에 넉넉함이배어난다. 이래서 시골 정미소는 언제나 잔칫집이었다.안에서는 쌀겨를 벗기는 기계음소리가 요란하고,바깥 마당에서는 기다림을 못이긴 소란이 흐뭇하게 인다.윗마을 패들은 대낮부터술상을 벌여 취해 있었고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신이 나팽이를 돌려댄다.아낙네들은 한쪽 구석에서 수다를 떨며 소박한 꿈에 젖어든다. “여덟 섬은 한 해 양식으로 쓰고 다섯 섬은 팔아 소금·고무신·석유 등을 사고,올해는 소출이 괜찮은데 분이라도한통 사볼까나….” 읍내에 나가 있는 자식놈 학비로는 몇 섬이 들어갈까를 계산할 쯤이면 정미기에서 하얀 쌀이 나와 촌부의 입은 한없이 벌어진다.수수료조로 한섬당 ‘2되 반’을 챙기는 정미소 주인의 마을 유지 기반은 한층 단단해진다. 이렇듯 쌀농사의 끄트머리에 있으나 농민들의 가슴속에선가운데에 있었던 정미소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 80년대초까지만 해도 정미소는 이(里) 단위 마을마다 있어 전국적으로 2만개를 훨씬 웃돌았다.대개 마을 중심에 자리잡은데다 공장 비슷한 모습을 갖춘 유일한 건물이어서 위용마저풍겼다. 그러나 지금은 70∼80%가 없어졌을뿐 아니라 남아있어도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 태반이다.쌀의 고장이라는인천시 강화군의 경우 80개의 정미소가 등록돼 있지만 가동되는 것은 30여개에 불과하다.한때는 교동면에만 22개가 있었다. 정미소가 사라지는 것은 쌀 생산량이 줄어들어서가 아니다.농협에서 운영하는 대형 도정공장 때문이다.도시에서 대형유통업체가 구멍가게를 몰아내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농촌에서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도정공장은 농민이 전화만 하면 차량을 보내 수확한 쌀을가져간다.우수한 기계로 정미를 하는 데다 수매 등 모든 것이 자동처리되기 때문에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더없이편리하다. 이러다 보니 가내공업 수준인 정미소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일부는 기계를 보강하고 차량배달을 시도하는 등나름대로 변신을 꾀하지만 애당초 도정공정과의 경쟁에는한계가 있다.떡하러 오는 손님이 줄어들자 방앗간이 스스로떡을 만들어 파는 변신(?)을 통해 대도시 아파트상가에서건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을 닫지 않은 정미소라 해도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예전에는 추수기뿐 아니라 연중 기계가 돌아갔지만 지금은서너달 작동되는 것이 고작이다.지난 57년부터 강화군 선원면 창리에서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진성(金振聲·70)씨는 “전에는 한해에 2만가마 정도를 찧었는데 지금은 1,500가마도 벅차다”면서 “구태여 사람쓸 필요도 없어 식구들끼리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덩달아 정미소 주인의 위상도 크게 떨어졌다.양조장 주인과 더불어 대표적인 시골유지였지만 지금은 정미소만으로는생계를 꾸리기 힘들어 다른 부업을 기웃거리는 ‘반실업자’로 전락됐다. 김학준기자 kimhj@
  • “”돈되면 뭐든”” 국책銀 파격 변신

    “국책은행들이 돈맛을 알았나?”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다. 기업·산업·수출입 등 이른바 국책은행 ‘3총사’가 요즘 수익성을 화두로 경쟁하듯 뛰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곳은 기업은행.1일 창립 40주년을 맞아 기능 중심의 본부조직을 시장 중심의 사업부제 조직으로 확바꿨다.임원 7명중 5명을 교체했다.성과를 바탕으로 한 차등보수제도 도입했다.금융권 최초로 시설자금 대출을 시장금리에 연동시킨 ‘파격’은 시장의 수요를 읽은 산물이다. 수출입은행은 수은법 개정을 적극 밀어부치고 있다.지나치게 세세하게 규정해놓은 법 규정이 수은의 발목을 잡고있다고 판단해서다.법 개정이 이뤄지면 대북수출 지원업무를 비롯해 영업기반이 크게 확대된다.이 참에 아예 ‘시중은행과 경쟁하면 안된다’는 법조항도 고칠 작정이다. 산업은행은 얼마전 ‘한국의 월가’라는 여의도에 새 둥지를 튼 것을 계기로 몸과 마음 모두 ‘월가 사람답게’고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공포의 노란카드’ 제도도 본격화됐다.고객 평가가좋은 직원에게는 그린카드,그렇지 않은 직원에게는 옐로우카드가 주어진다.고객불만 제로화 운동의 일환이다. 국책은행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들이다.여기에는올봄 취임한 이영회(李永檜)수출입은행장,정건용(鄭健溶)산업은행 총재,김종창(金鍾昶)기업은행장 등 세 수장의 공이 크다. 이행장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부처간의 이해관계를 원만히조절,수은법 개정을 끌어내고 있다. ‘카리스마 정’으로 불리는 정총재는 고객이 차 한잔 마실 동안 대출절차를 끝내라며 직원들을 ‘속도경쟁’으로내몰고 있다.한국전력 민영화를 지원하면서 3조원 어치의정부보유 한전주식을 현물출자로 따내는 뚝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김행장은 중소·벤처기업 CEO 릴레이 간담회를 펼치며 거래선 트기에 앞장서고 있다.‘기다림’과 ‘인사받기’에익숙하던 국책은행들이 이제는 고객을 찾아가고 먼저 허리를 굽히고 있다. 안미현기자
  • [고시촌 산책] 공정한 채점만 남았다

    제43회 사법시험 2차시험이 4일간의 여정끝에 막을 내렸다.전국이 장마권에 들었음에도 서울지역에는 많은 비가내리지 않아 최적의 조건이었다.시험이 끝난 수험생들은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면 2차시험이 끝난 수험생들은 장시간의 휴식에 들어가는 듯 하다.1년 여에 가까운 시험 준비동안 소모된 체력과 정신적인 탈진 때문이리라. 사람마다 다를 일이지만 휴식기간과 재충전의 기회를 고심해 보아야 한다.냉정한 판단하에 합격가능성을 예상해 보고 이를 통해 무기력한 기다림을 피해야 한다. 2차시험과 관련해서 해마다 수험생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이 있다.시험출제와 채점과정의 부정에 관한 것들이다.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제법 근거있는 얘기가 오고감은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올해의 경우 사상 초유의 응시자수로 인해 채점이 어려울것으로 예상된다.이럴수록 채점과정의 엄격함과 공정성이요구된다. 1차시험과 달리 논술형으로 치러지다 보니 채점위원의 주관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사법시험 자체를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합격자 발표기간의 단축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2차시험합격자 발표는 시험이 끝난 6월 말에서 5개월 이상이나지난연말에 있다. 채점의 난해함이 이유가 될 수 있겠으나 수험생 및 관련자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발표기간 단축은절실히 요구된다. 2차시험 기간 중에 헌법문제가 논란이었다.시험기간 중에언론에 보도된 점은 수험생과 주관부처의 담당 공무원 모두에게 민감할 수 있기에 개인적으로는 유감이었다. 일부 수험생들의 의견대로 표절시비의 논란을 무마하기위한 채점을 한다거나,법무부가 주관하는 내년도 사시 1차시험의 문제 유형과 관련해 일본식 문제의 출제비율을 예상과 달리 조정하는 등의 일은 없었으면 한다. 2차시험이 끝난 지금,수험생들의 어려움을 지켜보아야 했던 가족들은 한동안 편안할 수 있어 보인다.반대로 사법시험 2차시험을 주관하는 행자부 고시과 공무원들은 잠시의여유를 마치고 마무리를 하기 위해 정진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무더운 여름날 수만장의 답안지를 채점해야 하는 채점위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가짐과 동시에 단1점에도 당락이 좌우되는 우리 수험생들을 생각하는 신중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이현종 사시로 대표
  • 윤영자 조각인생 50년 회고전

    한국 여성조각계의 선구자 석주(石洲) 윤영자(77ㆍ예술원회원)가 50년 조각세계를 정리하는 회고전을 마련한다. 1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석주미술상 역대 수상자들도 작품을 함께 내 빛을 더한다.석주미술상은 지난 90년 윤씨가 설립한 석주문화재단이 매년 여성미술인 1명을 선정,시상해온 것으로 1회(정경연·섬유미술)에서 12회(차우희·서양화)에 이르기까지 12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윤씨가 선보일 작품은 ‘율(律)’‘애(愛)’‘망(望)’‘기다림’등 50여점.부드러운 선을 중심으로 한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들이다.주된 주제는 여인상과모자상.근대 이후 거의 모든 조각가들이 즐겨 다뤄온 이주제를 통해 그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생명주의’다. 그의 조각의 원형을 이루는 여인상과 모자상에는 생명의율동감이 넘친다. 윤씨가 본격적으로 조각작업에 나선 것은 1947년 조각가윤효중·윤경렬에게 조각을 사사하면서부터다.이어 홍익대에 미술학부가 창설되던 1949년에 이 대학에 입학해 여성조각의 새 지평을 열었다.그는 최근까지도 행주산성의 권율 장군 비석과 서울 남산의 정약용 동상,인천의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탑 등을 제작하는 등 작품에서 손을 놓지않고 있다.(02)720-1020. 김종면기자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醫·藥·政 합의, 상호신뢰 계기로…

    의·약·정 합의를 토대로 한 약사법 개정안을 의료계와 약계,정부공동명의로 국회에 제출했다.의약분업 시행이후 4개월 동안이나 기나긴 진통의 터널속에 있던 의료계 파업의 종착을 고하고,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고 정책을 집행하면서 이번 의약분업보다 더큰 진통과 난산이 또 어디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수차례에 걸친 의료계의 파업으로 국민들이 겪어야 했던 불편과 고통은 감내하기 어려운수준에 달했다.이로 인해 정부에 대한 질책은 날로 커갔고,의료계 파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마저 찾기 어려웠다. 의료계는 대(對)정부 요구사항을 내걸면서 마치 정부를 굴복시키려는 것처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정부측의 사과요구까지 들고 나오는상황이었다.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당사자간에 너무 깊게 패어 버린 이 불신의 덩어리 속에서 번민과 절망감으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면서 국민을 생각하는 것보다 더 귀한 가치는 없는 것 아닌가. 나는 주저하지 않고 “국민이 불편하다면 백번이라도 사과하겠다”고 말하고 의료계와 성의있는 대화를 약속했다.다행스럽게도 이를 계기로 전혀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의·정 대화의 물꼬가 터지고 약·정 대화가 이어졌다. 10월31일 의·약·정협의회가 시작되어 6차례의 밤샘대화 끝에 드디어 11월11일 새벽 4시 역사적인 ‘의·약·정 합의’가 도출된 것이다.의약분업이 파행에서 정상궤도로 돌아오는 극적인 순간이었다. 상호불신의 골이 깊은 의료계와 약계를 맞상대하면서 서로 상대측으로부터 밀실야합이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았지만,항상 국민의 건강보호를 최우선한다는 원칙을 견지,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동시에끈질기게 설득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수차례나 밤을 같이 지새면서 서로 상대 직능에 대한 이해의 폭을넓히고 조금씩 양보해 상생의 결과를 도출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지루한 기다림과 함께 새로운 형태를 갖추는 치열한 몸부림이 있는 법이다. 산고의 진통은 컸지만 그간의 모든 갈등은 이제 대승적 차원에서 화합으로 어우러지기를 기대해 본다. 앞으로 의료계·약계와 정부는 그동안 대화과정을 통해 쌓은 상호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국민불편을 최소화하고 보건의료제도를 한단계 끌어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의약분업 시행에 따른 불편을 고스란히 떠안은 국민에 대해 최소한의 사죄가 되기 때문이다. 의·약·정 합의는 이제 작은 시작일 뿐이다.그러나 의료계와 약계및 정부간에 깊어졌던 불신의 골을 메우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의미있는 큰 출발’이 될 것으로 본다. 崔善政 보건복지부장관
  • 2차 남북이산상봉/ 단체상봉·만찬스케치

    ‘오마니…’‘아버지 살아계셨군요’.50년의 기다림은 눈물이 되고 오열이 되어 남북으로 흘렀다.30일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과 평양 고려호텔은 단체상봉이 시작되자마자 얼싸안은 가족들의흐느낌과 절규가 뒤섞인 눈물바다로 변했다. ■서울 김책공대 강좌장 하재경씨(65)는 남의 가족들에게 양복에 건메달을 보여주며 “박사 메달”이라고 설명했다. 운보 김기창 화백의 동생 기만씨(71)는 형의 병세에 관심을 나타내며 “형님 드리려고 조선화 4점을 가져 왔다”고 설명했다. 북에 가족을 두고 온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은 곳곳에서 북측 방문단들에게 ‘혹시 내 가족을 아느냐’고 물어보는 모습이었다.한치기씨(66·서울 신천동)는 ‘흥남 서호,형 지돈,흥남 내호,처남 이춘국,처형 이춘자,서울 한치기·이춘옥’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방북단 버스 앞에서 북한 기자들에게 “가족들을 아는 사람 있으면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김영황 김일성대 교수(69·어문학부)는 누나 옥인씨(81)의 몸을 와락 안은 채 오열속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동생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주위의 부축을 받으며 상봉장은 찾은팔순의 누나도 동생의 어깨를 잡은 손을 놓을 줄 몰랐다. ■평양 단체상봉을 마친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은 인민문화궁전으로이동,량만길 평양시 인민위원장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량 위원장은 “흩어진 가족,친척 방문단 교환사업은 우리 민족의 자주정신을 발양시키고 민족의 대단결을 이룩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건배를 제의했다. 만찬에는 봉두완(奉斗玩) 남측 단장과 북측에선 량 위원장과 전금진(全今振) 내각 책임참사,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허해룡조선적십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 머리를 다친 채훈묵씨(82)는 단체상봉장에서 아들 규칠씨(55)가 “싸웠냐고 물어보더라”면서 “너 보려 급히 오다가 다쳤다고 얘기해 줬다”고 말해 한바탕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앞서 고려호텔에서의 단체상봉에서 방북단에 뒤늦게 낀 김명식씨(89·경기 포천군 화현면)는 조카 정현씨(64)를 만나 부둥켜 안고 통곡했다.그는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이렇게 너를 만나니 더 이상 여한이 없다”면서 한동안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남한의 화가 김한씨(72)는 북한의 유명 시인으로 성장한 동생 철씨(67)를 만나 자신이 그린 ‘어린애를 업고 있는 어머니’‘향가(鄕歌)’그림을 선사했다. 조현석 홍원상기자평양공동취재단 hyun68@
  • 시인 2人 새 작품집 ‘눈길’

    유하의 새 시집 ‘천일馬화’와 박찬의 ‘먼지 속 이슬’이 시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무림일기’‘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세운상가키드의 사랑’등으로 대중적 인기와 평단의 상찬을 같이 받았던 유하는 우리 사회의 진실이 더러운 찌꺼기처럼 풍부하게 침전된 하위문화의 새 장소로 경마장을 택했다.평론가 이광호에 따르면 그곳은 우리의 천민자본주의 아래서 한 개인의 사소하고 비루한 욕망이 추억의빛깔로 물든 자리이며 동시에 비판적인 문맥에서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함유하는 공간이다.스포츠신문 만화 제목이기도 한 이 시집에서 달리고 달려야 하는 말의 모습에 우리의 끝없는 물질적 욕망,천일야화의 주인공처럼 영원히 지껄여야 하는 이야기꾼의 운명이 겹쳐진다. /경주는 새로이 시작되고,욕망은 지연된다.나의 질주는 반복되고 누군가는 또다시 나를 기다린다.결승선 전방 어디쯤 후미 그룹을 형성하다 벼락처럼 치고 나오는 짜릿한 나의 모습을./두두두두두 똥말은달려간다 천일마화여,두두두두 마각을 감춘 채 세상의 똥말들은 쉬지 않는다/나의 왕인 고객이시여,아직은 칼을 거두소서.내 말은 아직끝나지 않았답니다./나는 여전히 후미 탐색 중이니까요.기다림을 멈추지 마세요.언젠가는 대박을 안겨드릴 거예요/그럼요,멋지게 인생을 역전시켜 드리겠어요/ (‘천일마화-변마의 독백’부분)한편 박찬 시인의 네번째 시집 ‘먼지 속 이슬’은 ‘빗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파아란 불길’과도 같은 한결 깊고 성숙해진 시세계를 펼쳐보인다고 시인이자 평론가인 최동호는 말한다.또 이 시인에 대해평론가 방민호는 “세상 한 낮은 모퉁이에 다 큰 아이 하나 살아 꽃도 먹고 풀도 먹고 나무도 먹고 마음속 부처 찾아 산에도 절에도 가고 애타게 사랑마저 희롱”한다고 표현했다. 미황사에 가서/누런 소는 보지 못했네/염화실 주인과/밤새 빗소리만듣다 왔네/손님으로 갔다가/손님으로 돌아오던 날 아침/대웅전 뒤,대숲을 휘감은 안개 속에서/설핏 본 눈 큰 바위/(‘미황사에 가서’)김재영기자
  • 美 대통령 선거/ 팜비치 手개표 재개 이모저모

    미국 대통령 선거의 당락을 가를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의 수작업 재개표에 대해 16일(현지시간) 주 대법원이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판결하면서 개표장 주변에는 다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민주당 앨 고어 후보측은 “수검표 진행이 합법이라는 주 대법원의명확한 판결은 플로리다 유권자의 표가 공정하게 집계되는 것을 보길원하는 모든 이들의 승리”라며 만족을 표시했다.그러나 공화당 조지W 부시 후보측은 “이번 결정은 현상(現狀)을 유지하는 것에 지나지않으며 현상은 주 관리들이 재검표 시한을 규정하고 있는 주법에 준해 행동하는 것”이라며 판결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보였다. ■나흘간의 지루한 기다림 끝에 이날 저녁 7시20분부터 시작된 수작업 재개표는 자정까지 계속됐다. 개표 요원 2명과 민주-공화당의 참관인 등 모두 4명이 한 조가 돼 30개조가 100여평 규모 재해대책본부(EOC) 상황실의 계단식 탁자에서투표용지를 하나씩 들어 불빛에 비춰가며 표를 계산했다. 개표 요원이 투표용지를 확인해 각 후보별로 분류하면양당 참관인들이 뒤에 서서 이를 지켜보다 투표 판정에 문제가 있으면 이의를 제기하고 3명으로 구성된 선거감독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작업이밤새 이어졌다. ■팜비치 카운티에서 투표 집계기가 무효처리한 1만9,000여표중 대통령 후보를 아예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기계에 읽힌 표는 1만311표.대통령 선거를 하러 나와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 극히예외적인 일이란 점을 감안할 때 이중 상당수는 수작업 개표를 통해각 후보의 유효표로 가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지역 신문인 팜 비치 포스트는 수작업 재개표가 진행되면 고어후보의 표가 팜비치 카운티에서만 400∼500표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 이 신문은 플로리다대 정치학과의 카틱 크리쉬나이예르 교수의 분석을 인용,고어측이 팜비치 수작업 재개표에서 500표 이상의 추가 득표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 워싱턴 최철호특파원·외신종합
  • 美 대통령 선거/ 이모저모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혼란을 거듭해온 미국 대통령선거는 결국 법원의 판결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게 됐다.미 국민들은 오랜 혼란과 기다림에도 불구,아직까지는 정확하고 공정한 개표를 기대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짜증스럽다는 듯한 태도도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16일 인터넷 신문에서 오는 23일 추수감사절이 미국민 인내의 한계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스트는 마이클 매커리 전 백악관 대변인의 말을 인용,“미 국민들은 대권싸움을 보는 것 보다 추수감사절날 칠면조 고기를 먹고 축구경기를 보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추수감사절을 기점으로 여론의향배가 판이하게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트는 또 이날 고어 후보의 면담 제의를 부시 후보가 거절한 것과 관련,부시가 유리한 상황에서 ‘상황조기 종결’을 하기 위한 전략이라면서 최근 정확하고 완전한 개표를 원하는 여론의 흐름을 감안할때 향후 여론의 향배는 고어진영으로 흐를수도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출신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15일 CNN 방송의 ‘래리 킹라이브’프로그램에 출연,플로리다주 전체의 수(手)검표를 감독할 초당적 선거감시위를 구성하자고 제의하고 자신은 공화당 출신의 제럴드 포드 전대통령과 같이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카터는 또 “플로리다주 투표지 전체를 손으로 재개표하더라도 5∼6일이면 충분하고,그래야만 나라 전체가 조용해질 것”이라면서 “최종적이고 정확한 결과가 나오면 더 이상의 의혹은 있을 수 없다”고말했다. ◆미 인디애나 대학 정치학 교수인 버터 먼로가 플로리다주 팜비치카운티의 투표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 7일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개혁당 팻 뷰캐넌 후보가 얻은 표들 가운데 최소한 2,800표가 민주당 고어 후보의 표인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 재해대책본부(EOC) 상황실에서 수작업재검표를 기다리는 개표요원들은 며칠째 계속되는 재검표 개시 연장결정에 피곤한 기색들이 역력.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제기되는 소송과 그에 따른 재검표 시작 연기로 끝없는 기다림만 반복되자 개표요원들은 15일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하거나 책상에 다리를 올려놓고 낮잠을 청하는 등 차기 대통령을 결정할 역사의 현장 운운하는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hay@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소중하고 특별한 만남

    우리는 끊임없는 만남 속에 살아가고 있다.우리는 만남을 통해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존재가치를 깨닫게 되며 어떤 특별한 만남에 의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기도 한다. 지난 6월 13일 평양에서는 우리 민족에게 소중하고도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분단 55년 사상 처음으로 남북 정상간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정상간의 첫 만남으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열기 시작하였으며 역사의 물줄기를 불신과 대결에서 평화와 화해로 돌려놓는 민족사의 일대 전기를 마련하였다. 불교의 팔고(八苦)중에는 애별리고(哀別離苦)가 있다.부모와 형제,부부 등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고통을 말한다.우리 민족은 지난반세기 동안 이러한 아픔과 한을 간직한 채 살아왔다. 두 정상간의만남을 계기로 온 겨레의 심금을 울린 이산가족들간의 해후,전 세계인을 감동시킨 시드니 올림픽 동시입장 등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위한 만남들이 이어지고 있다. 제3차 남북장관급 회담이 내일 제주에서 열린다.남북의 대표들은 지난 1,2차 회담에서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향한 진전을이루기 위해머리를 맞대고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만남이 소중하고 값진 것은 ‘기다림’이 있기 때문이다.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장기적인 구상과 먼 안목으로 결코 서두르지 않고 내실있는 실사구시적 협의를 통해 한반도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위한 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둘 것이다. 또한 상호 양보와 협력의 정신에입각하여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지 않고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생산적이며 상생(相生)의 만남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남과 북의 만남은 분단 55년이라는 틈을 가진 ‘현실과 현실’의 만남이다.더욱이 통일에 대한 일시적인 감상과 열정만으로는 서로가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따라서 우리 대표들은 ‘민족을 사랑하는 뜨거운 가슴과 현실을 직시하는 차가운 머리’를 가지고 신중하게 협상에 임할 것이다. 남북 정상간의 만남으로 조성된 화해와 협력의 흐름이 한반도 평화와 도약의 창조적 만남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온 겨레의 지혜와 의지를 결집해 나가야 한다.서로 힘을 합할 때 한반도는 냉전의 외로운 섬이 아닌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가교,그리고 새천년 세계 평화와 번영의 시발지(始發地)가 되는 희망의 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올해는 대희년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게 우리 민족에게 기쁨과 희망으로 넘친 ‘만남’의 한 해인 것 같다.남과 북은 만남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공통체’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내일의 만남이 자꾸 기다려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朴在圭 통일부장관
  • 양천구 ‘실버콜’ 자원봉사 화제

    무엇인가를 기다릴 게 없는 것보다 더 쓸쓸한 것이 있을까.한달이지나도록 전화 벨소리 한번 듣기 힘든 독거노인들.이들에게 하루에한번씩 전화를 걸어 ‘기다림의 기쁨’을 선사하는 이들이 있다. 서울 양천구(구청장 許完) 자원봉사센터(02-2644-4750)의 실버콜(Silver Call) 자원봉사자들.이들은 비록 전화통화를 통한 만남이지만의탁할 곳 없이 홀로 사는 노인들에겐 너무나 반가운 벗이 되고 있다. 목6동에 사는 황선옥씨(黃善玉·38·주부)는 시각장애와 당뇨병을앓고 있는 김옥수(74·신정3동)할머니와 매일 통화를 한다.‘몸 상태는 좀 어떠세요’ ‘우리 아이가 할머니가 보고 싶대요’는 등 안부도 묻고 집안 이야기도 한다.특히 초등학교 5학년,1학년인 두 아이가할머니를 좋아해 가끔 함께 찾아가기도 한다. 최근에는 의료계 폐업으로 진료받기가 힘들다는 할머니 말에 전화할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황씨는 “봉사한다는 마음보다 아이들과 함께더불어 사는 이웃사랑을 배운다는 마음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신월2동에 사는 하미정씨(河美貞·55·주부)는 같은 동네에 사는 이소저(89·신월2동)할머니와 짝이 됐다. 이 할머니도 눈이 침침하고 골다공증이 심해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다.하씨는 “그래도 항상 몸을 깨끗이 하고 지하셋 방이나마 말끔히치우고 사는 할머니가 아름답다”고 말한다. 하씨는 “전화할 때마다 반기는 할머니의 음성에서 그동안 얼마나외로웠을까 마음이 아프다”면서 “독거 노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외로움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
  • 남북이산상봉/ 아쉬웠던 점들

    지난 16일 정오쯤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 숙소인 서울 워커힐 호텔입구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눈물겨운 상봉노력 북측 방문단 오경수씨(70)의 남측 가족·친지 50여명이 몰려와 오씨를 만나기 위해 호텔 진입을 시도하다가,제지하는 행사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오씨 동생들인 길수(65),덕림씨(60·여) 등 5형제와 조카,손자·손녀들로 구성된 이들은 ‘할아버지,우리도 들어가고 싶어요’라고 쓴팻말을 들고 있었다.결국 “약속된 장소와 시간 이외의 상봉은 규정에 어긋난다”는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궁리끝에 오찬장으로 가던 오씨를 중간지점에서 잠시 만나 ‘회포’를 푸는 데 만족해야 했다. 북한 인민예술가 정창모씨(68)와 상봉하려는 남측 가족·친지들의노력도 눈물겹다.정씨의 조카 진양씨(28·여) 등 가족·친지들은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 숙소인 워커힐 호텔 입구에서 서성대고 있었다. 이날까지 상봉 기회를 잡지 못한 이들은 오찬장으로 가던 정씨를 만나,큰 절을 올리고 사진을 찍는 등 혈육의 정을 나눴다. 이처럼 워커힐 호텔과식당 주변은 상봉 인원제한(5명)에 묶여 ‘편법 상봉’을 시도하는 남측 가족들이 진을 쳐 종종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시행착오도 남겨 역사적인 8·15 이산가족 상봉은 50년의 한을 풀어주고 7,000만 겨레가 ‘한 민족 한 핏줄’임을 새롭게 각인시키는계기가 됐지만 일부 이산가족들을 울리는 아픔도 남겼다. ‘상봉 장소 제한’도 50년 이산의 상처를 덧나게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50년 전 헤어진 어머니 김애란씨(87)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온 량한상씨(69)는 “50년을 건너 왔는데…”라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거동이 불편해 상봉장소에 나오지 못한 어머니를 만나는 유일한 길은 어머니가 계신 서교동 동생집으로 가는 것.그러나 ‘장소 제한’에 묶여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이산가족들의 생사 확인 오류도 이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남측 김희조씨는 북한의 유일한 생존자인 남동생 기조씨(67)와의 상봉을 위해 평양에 갔지만 2년전 사망했다는 통지를 받고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김금자씨(69·서울 강동구 둔촌동)도 북측 오빠 어후씨(73)가 2년전사망했다는 소식을 평양에서야 듣고는 “50년 기다림이 헛되이 됐다”고 허탈해 했다.김씨는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더욱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평양 출발직전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통보받은 장이윤씨(72)도 생사확인이 잘못돼 이산가족들을 ‘두번 죽이는’ 아픈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상봉자료에 딸을 만나기로 돼있던 강기주씨(91·도봉구 도봉6동)는“원래 아들만 둘이고 딸은 낳아 본적이 없다”면서 “이산가족 방문조회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당국을 원망했다. ◆고향방문과 성묘는 언제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많은 이산가족들은 고향방문과 성묘에 대한 강한 애착도 보였다.일부 남측 가족들은 부모나 형제를 자신의 집에 초대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도 내비쳤다. 17일 창덕궁을 관람한 북측 홍두혁씨는 “저 담장만 넘으면 고향집인데…”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북측 아버지 이복연씨(73)를 만난 호걸씨는 “시간만 더 있으면 아버지를 할아버지 산소로 모실텐데…”라고 아쉬워했다.이씨는 “아들집에 하루만 묵어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내달 7일 구순 생일을 맞는 남쪽의 김금녀씨(90) 가족들은 “어머니90회 생일을 함께 모여서 치르자”며 재회를 약속하는 등 짧은 만남과 기약없는 이별을 아쉬워했다. 오일만 박록삼기자 oilman@
  • MBC’이산,두여자 이야기’상봉의 날 희비 엇갈린 두 할머니

    50년만에 헤어진 가족을 만나는 심정은 어떨까.간절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막상 가족을 만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TV에서 다른 이산가족의 상봉장면을 지켜보는 이산가족의 심정은 또 어떨까. MBC는 18일 ‘이산,두 여자 이야기’(밤10시5분)에서 각각 아들과남편을 잃고,생이별의 한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두 할머니의 최근 행적을 따라간다.지난달 16일 발표된 북측 이산가족방문 후보명단을 보면서 시작된 가슴 떨리는 기다림,그리고 만남,마지막으로 기약없는헤어짐까지를 빼곡히 담았다. 이덕만 할머니(87)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큰아들을 잃었다. 큰 아들이 태어난 그 집에서 50년간 떠나지 않고 기다려온 이덕만 할머니는 위암 말기의 환자다.병원에서 혈액주사를 맞으면서 숨지기 전에 큰아들 얼굴 보기만을 기다려왔다. 유순이 할머니(71)는 한국전쟁 당시 결혼 6개월만에 남편이 의용군으로 떠났다.당시 임신 3개월이었다.이산가족방문 후보명단에서 남편이 찾는 가족 중에 자신의 이름은 없었지만 누구보다 기뻤다.시댁인청주에내려가 남편에게 보여줄 가족사진을 찍는 등 하염없이 만날날만을 기다렸다.지난 8일 최종명단이 발표되던 날 이덕만 할머니는아들 안순환의 이름을 확인했지만 유순이 할머니는 남편 김중현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좁은 집에 할머니의 일상을 찍으러온 제작진으로 북적대는 가운데 TV화면을 아들과 함께 보던 유순이 할머니는 ‘오래 사시면 만나 보실수 있을 거예요’라고 제작진이 건넨 위로의 말에 끝내 눈물을 흘렸다.취재진이 모두 철수한 뒤 할머니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갔지만허한 마음은 여전하다. 이덕만 할머니는 꿈에도 그리던 아들 안순환씨를 지난 15일 코엑스에서 만나 품에 앉았다.상봉 마지막 날인 18일은 아들의 생일날.50년만에 생일상을 차려줄 마음에 들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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