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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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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일상의 여유

    누구나 경험했겠지만,운동을 하고 샤워를 마친 뒤 마시는 차가운 생맥주 한잔은 광고의 카피처럼 “바로 이 맛이야.”다. BC 2000년경 처음 제조된 ‘파라오 맥주’를 시작으로 인간과 인연을 맺어온 맥주가 오늘날에도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이유는 아마 이러한 청량함일는지 모르겠다. 더워지는 날씨 탓일까,아니면 경기 탓일까,생맥줏집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저마다 현대적 감각의 독특한 실내 장식으로 주머니 가벼운 주당들을 유혹하고 있다. 며칠 전,동네 친구들로부터 밤늦게 새로 개업한 생맥줏집에서 기다린다는 연락을 받고 마침 목이 마르던 차에 잘됐다 싶었다.그런데 집안에서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조금 늦어버렸다.어느새 거나해진 이웃들은 그래도 웃으며 반겼다. “요즈음 애들은 휴대전화로 세번 연락해도 받지 않으면 그냥 헤어진다는 거야.도통 기다릴 줄을 몰라.” 조급증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기다림의 여유-생맥주 첫 잔보다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양승현 논설위원
  • 한옥사랑 여성5인 방담/ “친환경 한옥의 지혜 배우면 삶이 건강하고 넉넉해져요”

    조혜경(57·주부·서울 광진구 중곡동) 남춘순(56·환경운동가·서울 종로구 계동) 이미화(48·주부·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조정미(43·가톨릭대 의류학과 교수) 진종옥(38·전북 무안군 농업기술센터 생활환경담당) 한옥에 대해 관심을 갖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한옥강좌에 여성들이 몰리고 언젠가 내 손으로 집을 짓겠다는 이도 많다. 이같은 현상은 자연주의 조류라거나 복고가 유행이라는 말로 설명될 수도 있다.그러나 무엇보다 우리 문화를 지키면서 친환경적인 한옥의 정신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겠다는 각오를 가진 어머니들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끈다.회색 아파트에 살면서 이전과 달라져가는 사람들의 심성을 한옥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 한옥을 배우고 있는 여성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11번째 회원이 배출된 한옥문화원(원장 신영훈)의 ‘우리 집을 지읍시다’ 강좌를 들으며 한옥에 대해 배우고 한옥문화에 대해 생각하는 여성들.이들은 한옥사랑의 본질은 바로 자신을 낮추면서도 결코 자존심을 잃지 않는 품격있는 삶이라 했다. 한옥을 통해 자신의 삶과 사회를 모두 바꿔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을 만났다. 사회:가회동 북촌마을을 둘러보니 한옥의 매력이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그러나 한옥이 불편해서 아파트로 대체됐는데,왜 다시 한옥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남춘순:10여년 전부터 전통문화에 대한 공부를 했어요.몇년 전 서울로 이사오면서 북촌의 낡은 집을 고쳐 살게됐는데 묘한 것은 그전에 두통을 앓던 저와 아이들이 한옥으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두통을 앓았던 사실조차도 잊어버렸어요.아파트의 꽉 막힌 구조와 달리 통풍성이 좋은 한옥이 단번에 치유케 한 것이지요.건강에는 한옥만한 집이 없어요.불편이 문제가 아니지요. ●한옥은 주인의 식견으로 짓는다 -조혜경:우리는 집짓는 것은 전문가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옛말에 ‘주인 식견이 7이고 목수 식견이 3’이라고 했거든요.식견을 키워 내가 짓고싶은 집을 지으려고 시작했지요.흔히 한옥은 춥다,불편하다고들 하는데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한옥은 전통 사대부 가옥이 아니랍니다.그나마남아있는 가회동 북촌 집들도 1920년대,일본인 집장수가 지어 외양만 한옥일 뿐 벽체도 얇아요.‘한옥은 문치레’라는 말이 있는데 이곳의 창호는 한두 겹밖에 되지 않는 등 엉성해서 그렇게 잘못 인식된 것이지요.흙과 나무가 주재료인 한옥은 쾌적하고 편안해요. -이미화:전 집이 달라지면서 사람들이 달라졌다는 생각입니다.초가의 지붕선처럼 부드럽고 모든 것을 품어안았던 부모님의 정신을 아이들에게 이어주려면 한옥을 통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지난해에는 건축과에 재학중인 아들과 함께 집짓기 실습도 했어요.아들이 익힌 한옥의 정신이 품격있는 건축물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진종옥:한옥을 양옥으로 바꾸면서 불편한 부엌을 개량한 것은 좋았지만 결국 아궁이까지 없어졌고,보일러로 바뀌면서 정작 군불때고 뜨끈뜨끈하게 주무시던 어른들이 ‘돈이 타는 것같아’ 보일러를 못 켠 채 겨울을 지내시죠.그런 모습을 보며 과연 서양식이 만능인가하는 생각에 부딪혔죠.올 연초 3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로 달려와서 한옥강좌를 들었어요.앞으로 무조건적으로 서구화하는 농촌에 우리 것을 알리고 생각할 기회를 마련할 참입니다. ●집은 인연,기다림의 지혜도 배워 사회:그러면 누가 제일 먼저 한옥을 짓게 되실까요. -조정미:그건 몰라요.집이야말로 인연이 있거든요.저는 염색을 전공하기 때문에 지방을 다니면서 한옥을 많이 볼 기회가 있었죠.쪽도 키우고 염색을 할 수 있는 너른 마당있는 한옥을 찾아 누군가 집을 내놨다면 지방까지 한달음에 달려가곤 했지만 아직 인연을 못 만났어요.한옥에 대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자 값도 오르고 있지만 서두르지 않고 연을 기다리고 있어요. -이미화:저는 경북 청도 본가에 한옥을 보수중이에요.대나무가 올라가 지붕을 뚫은 뒤채부터 제 모습을 찾았어요.마침 그 동네에 여든이 되신 솜씨좋은 목수가 계셔서 가능한 일이었죠.그 낡은 집에서 못 하나 버리지 않는 노(老) 목수의 일솜씨를 보면서 새삼 낭비가 많은 우리들의 삶을 반성하기도 합니다. -조혜경:정말 한옥 공부를 하다보면 욕심을 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저는 몇년 전 구입 때보다 오히려가격이 내린 강화도 한 구석에 13평 작은 한옥을 갖고 있어서 주말마다 농사지으러 갑니다.그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한옥은 작아도 답답하지 않으니 구태여 넓은 집을 탐하지 않게 되던데요. 더욱이 일본식 정원과 달리 한옥은 먼 곳에 있는 산을 빌려오는,즉 차경(借景)이 특징입니다.소유가 아니라 더불어 즐길 수 있다는 것,이것이야말로 욕심에 가득찬 현대인들에게 한옥이 주는 지혜라는 생각도 합니다. -진종옥:집이 달라지면서 인심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때가 많아요.15년간 농촌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는데,2∼3일씩 지방출장 길에 객이 한 끼 요기를 하고 가는 것은 흉이 아니었어요.그런데 양옥의 폐쇄성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모두 닫아 걸었어요.농촌사람들의 닫힌 마음도 집이 달라지면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해요. 사회:젊은 세대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나이가 좀 든 세대들이 한옥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남춘순:그렇지도 않습니다.제 딸은 이젠 저보다 더 한옥 마니아가 됐지요.대학원 재학중인데 앞으로 한옥의 정신을 살려 풍토와 기후·정서에 순화된 집을 알려나갈 계획을 차근차근 세우고 있어요. -이미화:시작은 제가 했지만 제 아들에게서 저 역시 어떤 변화를 보고 있어요.한동안 단절됐지만 한옥을 알게 되고,공부하게 되면 그 정신에 흠뻑 빠지게 되니까요.우리 부모들이 한옥의 정신을 잃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배어들고,아이들은 오히려 여기에 더 지혜를 더한다는 사실을 배웠어요.한옥강좌에 젊은이들 참여가 많잖아요. ●인간이 존중받는 집 사회:한옥을 통해 마음 공부를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그런데 한옥은 건축비가 만만치 않고,유지도 어렵잖아요. -남춘순:사실 유지와 보수는 좀 힘든 게 사실이죠.그러나 건축비가 비싸다해도 웬만한 아파트 가격에 비하면 오히려 쌀 것 같은데요.흙을 바른 토담집과 같이 싸게 집짓는 비결도 있고.한옥에서는 단 하나의 공해도 나오지 않는 친환경적인 자재들로 인해 다소 비싸다고 해도 오히려 나라 전체로 따져본다면 결코 비싸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전국에 펜션이 유행인데 그런 펜션을 한옥으로 지어 건강주택,전통주택의 멋과 실용성을 함께하는 의식의 전환이 있었으면 합니다. -진종옥:요즘 마을회관을 지으면서 한옥으로 하는 곳이 늘고 있어요.한옥의 정신을 따온 거죠.실제의 전통 한옥건축에는 부족하지만 여느 마을회관과는 분명 달라요.실(室)과 실이 개방돼 얼마든지 공간을 넓혀 쓸 수도 있고,더욱이 마당을 이용하는 등 공동체 의식이 살아났다는 말도 하지요.바로 그런 점 때문에 한옥의 작은 단점에도 불구하고,장점을 되살려야겠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혜경:자연스럽게,편안하게 살 수 있는 집은 바로 한옥이니까요.요란하지 않게,자신의 분수를 아는 것이 오늘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하나,집은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일 뿐 투자의 대상이어선 안 된다는 것이죠.인간이 존중되는 집,한옥을 알게 되면 집에 대한 그릇된 생각도 바뀔 것 같아요.집값 안정은 물론이고요. 사회·정리=허남주기자 hhj@
  • [씨줄날줄] 빨간 우체통

    길거리에서 빨간 우체통을 보기가 힘들어졌다.얼마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있었는데,다시 보면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없다.이제는 우체국 말고 어디에서 우표를 파는지도 통 모르겠다.또 국경일을 맞거나 국가적 행사가 열리면 기념 우표까지 발행되어 우표수집이 취미인 사람들을 기대에 부풀게 만들었는데,이제는 남의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실제 동네 문방구 앞이나 길모퉁이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빨간 우체통이 빠른 속도로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는 소식이다.전국적으로 2000년 말 3만 9400여개에 달하던 우체통이 해마다 대략 800여개씩 줄어 지난해 말 현재 3만 76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빠르고 편리한 인터넷 e메일이 보편화되면서 하얀 종이 위에 애절한 사연을 담아보내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든 데 따른 현상이다. 하긴 예전에는 답장을 받는 데 달포는 족히 걸렸던 국제편지도 이젠 ‘눈 깜박할 새’이다.수신확인으로 상대방이 읽어보았는지까지를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함의 극치이다. 이러다 보니 빨간 우체통은 추억속으로 밀려나고 있는데,오히려우체통을 거치지 않는 편지 전성시대다.시대의 변화가 가져다준 아이러니다.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비롯해 구구절절한 청취자들의 사연을 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는 e메일 편지로 차고 넘친다고 한다.e메일의 속성인 동시다발성의 선물인 셈이다. 그러나 e메일에는 속도와 편리함은 있지만,기다림과 애틋함은 찾아볼 수 없다.빨간 우체통 앞에서 밤을 새워가며 어렵게 쓴 편지를 들고 ‘보낼까’ ‘말까’를 수없이 망설였던 기억을 가진 ‘올드 세대’들에게 빨간 우체통은 추억 이상이다.젊은 날의 낭만이고,정서적인 풍요이다. 예전에 ‘어니언스’라는 남성 듀엣이 불러 유행시켰던 ‘편지’를 저절로 흥얼거리게 만들고,황동규 시인이 쓴 ‘즐거운 편지’를 문득 떠올리게 한다.‘…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우체통이 빨간색인 것은 눈에 잘 띄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세계적으로 빨간색 우체통이 보편적이지만,스페인 같은 나라는 노란색이다.눈에 잘 뜨인다고 해서 언제까지 그 자리에 머물지는 못할 것 같다.우리내 일상의 삶이 늘 그러하듯이, 이별이 서러운 빨간 우체통이다. 양승현 논설위원
  • [먹고 사는 이야기] 心身을 맑게하는 녹차

    녹차의 계절이다.해마다 이맘때면 남녘 제주도와 전남 보성지역의 큰 차밭에선 찻잎 따기가 시작된다.산비탈의 밭고랑을 따라 빼곡하게 들어찬 작은 키의 차 나무와 그 사이를 오고가며 찻잎을 따내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더없이 여유로워 보이는 요즈음이다.차 밭에 자주 드리워지는 엷은 안개처럼 차는 조용한 음료다.마신다기보다는 차라리 음미하는 음료다.다기에 따뜻한 물을 부은 뒤 찻잎을 넣고 2∼3분 우러나기를 기다리다 보면 코 끝에 와 닫는 은은한 향기가 무엇보다도 먼저 마음을 정갈하게 해준다.차에 으레 다도라는 말이 따라붙는 이유도 그 특유의 향기와 조용한 기다림의 미학 때문일 것이다. 커피,코코아와 더불어 세계 3대 비알코올성 기호음료로 분류되는 차의 역사는 500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우리나라의 차 문화도 역사가 매우 깊어 2세기 말에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한국 고유의 차 문화가 형성된 시기는 원효대사가 불법을 설파하던 신라시대이며,고려시대에는 그 문화가 귀족은 물론 서민들 사이에도 널리 퍼져 전성기를 이루었다고한다. 차는 현재 전세계 인구의 50%가 마시고 있다.특히 인체에 유익한 다양한 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진 뒤로는 단순한 기호음료의 범주를 넘어 기능성 식품으로 점차 지평을 넓혀가는 추세이다.영양학적으로 볼 때 녹차는 카로틴,비타민C,비타민E 등의 항산화 비타민과 칼륨 마그네슘 등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루틴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차에 들어있는 불소는 충치를 예방해준다. 녹차의 잎에 함유된 카테킨은 수렴,해독,살균,방부에 효과가 있으며 인체의 중금속을 씻어내주는 기능도 한다.또한 항산화·항돌연변이 효과,콜레스테롤 저하 등의 생리효능이 있다.노화를 촉진하는 유해산소를 제거해 노화도 막아준다.방취작용을 해 입냄새 제거에도 매우 효과적이다.그뿐만 아니라 식욕을 저하시키고 지방분해를 촉진시켜 비만 예방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이러한 생리효능이 입증되면서 녹차 추출물을 이용한 다양한 건강보조식품도 선을 보이고 심지어는 녹차 화장품까지 등장했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 녹차도 적당히 마셔야 몸에 이롭다.녹차의 생리효능을 보기 위해서 하루에 5잔 정도 수시로 마시는 것이 좋다.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한 것은 아니다.커피보다는 적지만 카페인이 들어있기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숙면을 방해받을 수 있다.약물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약을 복용하는 음용수로도 적당하지 않다. 하지만 다른 음료에 비하면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더군다나 차를 두고 달마의 눈꺼풀처럼 밝고 깨어있는 음료라고 하지 않는가.갓 따내 우려낸 봄철 햇차로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건강도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 임 경 숙 수원대 교수 식품영양학
  • 전시회 리뷰/‘마인드 스페이스’ ‘美에서 찾는 禪’ 기획에 못미친 감동

    마음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고 부처도 아닌 이것은 무엇인가? 성철 스님은 ‘백일법문’에서 법문을 들을 때나 책을 볼 때나 무엇을 하든지 언제나 이렇게 물어보라고 했다.이뭐꼬! ‘마인드 스페이스(mind space)’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호암갤러리 전시장은 마치 화두와 씨름하는 한국불교의 간화선(看話禪)도량 같다.칠흑보다 어두운 텅 빈 방(제임스 터렐),한없이 빨려들어갈 듯한 붉은 구멍(애니시 카푸어),향기를 풍기는 밀랍 쪽방(볼프강 라이프),영혼의 상처와 상실의 고통을 치유한다는 모기장 형상(라니 마에스트로),잉태한 여인의 배처럼 봉긋하게 솟은 벽(우순옥),번잡한 거리에 장승처럼 서 있는 ‘바늘여인’(김수자)….이러한 작품들에 무슨 미학적 혹은 미술사적인 해명이 필요하랴.그것은 한갓 현학적 둔사에 불과할 뿐,이 요령부득인 작품들의 정신성을 헤아리기 위해서는 그나마 선(禪)의 세계에 기댈 수밖에 없다. 주최측은 전시제목이 암시하듯 분열된 정신과 육체,이성과 감성이 맞닿아 있는 지점인 ‘마음’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한다.영적이면서 동시에 물질적인 전시를 통해 자아를 찾는 내면여행을 떠나보자는 것이다.시각만이 아니라 후각,촉각 등 공감각적인 체험의 통로도 마련했다. 그러나 최소한의 심미적 아름다움을 도외시한 작품은 내면 성찰의 도구는 될 수 있을지언정 예술적 감동을 주기는 어렵다.미국 작가 제임스 터렐의 설치작품 ‘기다림’이 대표적인 예다.미술은 관념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인정한다면,그의 작품은 예술의 이름으로 통용될 수 없다.비(非)예술이요,반(反)예술이다. 다만 러시아 태생의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의 색면회화는 전시에 나온 작품중 드물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형언할 수 없는 슬픔의 정조,숭고의 미학을 느끼게 한다. 전시는 마음의 공간을 ‘빛과 무한의 공간’‘생성과 소멸의 공간’‘기억과 치유의 공간’등 셋으로 나눠 접근했다.전시의 이상과 컨셉트는 좋았지만 구체적인 작품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 느낌이다.과잉연출의 혐의가 짙다.전시는 5월18일까지.관람료 어른 4000원,초중고생 2000원.(02)771-2381∼2. 김종면기자 jmkim@
  • [녹색공간]자연에서 얻는 마음의 풍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즐거움 ‘나와 자연은 한 몸' 자각부터 인간은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그러나 하루 한 걸음도 흙을 밟지 않는 도시생활에서,일년에 한번도 흙을 만져보지 못하는 산업사회에서 그런 능력은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현대인은 인공적인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다.그 즐거움은 TV와 컴퓨터와 휴대전화처럼 주로 과학과 기술의 산물에서 얻어지는 것이다.첨단 과학기술로 얻는 즐거움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더 빨리,더 높이,더 많이’를 요구하는 소비문화는 물질의 욕망을 끊임없이 부추기고,우리는 물질의 욕망에 노예가 되어 더 빠른 컴퓨터,더 넓은 TV,더 현란한 휴대전화 얻고자 내몰리고 있다.우리들이 얻는 즐거움은 이처럼 대가를 지불하고 얻는 것이 대부분이다.따라서 금전적인 가치를 지불하지 않고 얻는 즐거움은 가치가 없는 것으로 쉽게 치부한다. 그러나 자연과 교감을 나누는 데는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물질의 풍요보다는 마음의 풍요로 얻는 즐거움이기에 엄격하게 말해서금전적인 가치로도 셈할 수 없다.남녀노소와 빈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그리고 어느 때나 교감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대상은 자연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즐거움을 얻는 데 이렇게 순수하고 이렇게 평등하며 이렇게 인간적인 일이 오늘날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오늘의 우리들은 과학과 기술에 의지하지 않고도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천부의 능력을 상실했다.아쉽게도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데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만 익숙해진 우리들은 자연이 주는 마음의 풍요로부터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의 진정한 의미나 가치를 옳게 헤아리지도 못한다. 자연과의 교감으로 얻는 즐거움은 예로부터 익숙하게 사용해 왔던 우리 몸의 감각 기관만 바르게 활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누릴 수 있다.눈,귀,입,코,그리고 손발을 통해서 자연을 보고,듣고,맛보고,냄새 맡고,접촉하며 얻는 즐거움은 유행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첨단 제품이 없어도 가능하다.그리고 비싼 입장료를 지불할 필요도 없다.물질의 욕망이 줄어들고 지불해야 할 대가가 없으니따라서 동료나 이웃간에 극심한 경쟁심도 필요 없다. 자연과의 감응은 나와 자연이 딴몸이 아니라는 자각에서 시작된다.나의 들숨에 포함된 산소는 나무의 날숨으로 만들어지며,나의 날숨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는 나무의 몸체가 된다는 평범한 자각 말이다.이런 자각이 심화되고 확장되면 이 세상의 삼라만상이 모두 그물망처럼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것은 자연의 운행속도에 따르는 행동을 뜻한다.자연은 우주적 리듬을 거스르거나 계절의 질서를 건너뛸 수 없다.숲 소리를 듣고자 원하면 바람이 불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이런 기다림의 가치를 자각하면 효율이 지배하는 산업사회에서 압축성장이나 속도지상주의가 자연에는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자연과의 감응이나 자연의 질서에 순응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은 값으로 매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값으로 매길 수 없는 이유는 자연과의 교감으로 우리 가슴 속에 싹튼 감성이나 미의식은 물질의 풍요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풍요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자연과 감응하고,자연의 질서에 순응함으로써 얻는 교감의 즐거움을 새삼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첫걸음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 영 우
  • 베를린관객 눈시울 적신 ‘童僧’

    |베를린 김소연특파원|오지 않는 어머니를 기다리는 꼬마 스님의 이야기 ‘동승’(제작 스펙트럼필름 코리아).기다림을 담은 내용처럼 7년의 시간을 꼬박 기다리며 찍은 영화는,베를린에서 오랜 기다림의 짐을 가볍게 내려놓았다.제5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아동영화제(Kinderfilmfest)부문에 초청된 영화 ‘동승’에 대한 현지 반응은 그만큼 뜨거웠다.관객시사가 열린 지난 10일 오후 2시(현지시간) 부다페스터가 조 팔라스트극장의 1000여석은 빈자리없이 가득 메워졌다.한국영화라면 빠지지 않고 본다는 한 교민,선(禪)수행에 심취해 있다는 어느 독일 아줌마,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독일 일가족…. “모든 인류가 품은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라는 주경중(44)감독의 무대인사가 끝나자,독일어 더빙에 영어자막을 곁들인 시사가 시작됐다.동승 도념이 천진난만하게 토끼를 쫓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터졌고,어머니를 그리는 똘망똘망한 눈가에 눈물이 고이자 관객들도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시사가 끝나고 주 감독과 주연배우 김태진(13)군이참석한 가운데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1시간동안 질문이 쏟아졌다.아이들의 질문은 주로 김군에게 집중됐다.“주지 스님에게 매맞는 장면은 진짜냐?”“살짝 맞았다.”“맘에 드는 장면은?”“(토끼를 잡았다고 고자질한)친구를 때리려고 달려가는 장면.”“혹시 진짜 스님 아니냐?”“난 크리스천이다.” 영상미에 관한 찬사도 잇따랐다.안동 봉정사,오대산 월정사,순천 선암사 등을 돌며 한국 산사의 사계절을 자연광으로 담아낸 화면은 옅은 물감으로 채색한 그림 같았다.독일의 한 방송기자는 “커다란 슬픔이 유려한 풍경과 함께 아름답게 승화됐다.”고 평가했고,릴리안 스퍼라는 열세살 독일 소녀는 “아이의 슬픔과 행복 사이의 묘한 감정이 영상의 아름다움과 잘 어우러졌다.”고 말했다. 영화의 제작기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7년이 걸린 이유는 모자란 제작비 때문.집을 팔고 사채까지 끌어다 쓰면서 한푼 두푼 모아 영화를 찍고,모자라면 쉬다가 또 모아서 찍고….한 독일 관객이 “한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힘드냐?”고 묻자 감독은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이 50%에 가깝지만,스타가 나오지 않는 영화는 투자자를 만나기가 힘든 현실”이라고 설명했다.감독이 “혹시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하자 절반 정도가 손을 번쩍 들었다.영화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며,91년 이정국 감독의 ‘부활의 노래’ 제작에 참여한 뒤 긴 시간을 고집스럽게 데뷔영화에 바친 감독의 꿈이 머나먼 이국땅에서도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아동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토마스 하일러는 “한 꼬마가 세상을 혼자의 힘으로 헤쳐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초청배경을 밝혔다.아울러 “집행위원장의 입장에서 특정영화를 좋다고 말하기는 어색하지만 스토리,영상,시각이 모두 뛰어난 영화”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26회를 맞은 아동영화제는 베를린영화제의 한 섹션으로,올해는 장편 14편과 단편 16편이 출품됐다.11∼14세 어린이 심사위원이 크리스털 곰상을,어른 심사위원 5명이 상금을 수여한다.상하이영화제 각본상,시카고영화제 관객상 등을 받은 영화 ‘동승’.베를린에서도 상복이 이어질까.결과는 15일 오후에 발표된다. purple@
  • 美 북핵청문회 오간 내용 “한반도 화해 중시”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 상원은 지난 4일 오전(현지시간)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을 출석시켜 북핵 청문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오후에도 청문회를 계속했다.리처드 루거(공화·인디애나) 상원 외교위원장 주재하에 속개된 청문회에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북 정책을 입안한 애시턴 카터 예방방위계획(PDP) 공동국장,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미국대사,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 등이 출석했다. ●카터 국장:북한의 핵보유를 용납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가 있다.첫째는 북한이 플루토늄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이고 둘째는 북한이 붕괴할 경우 관리가 느슨해진 핵무기가 군벌이나 단체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셋째는 핵무기가 북한정부의 손에 그대로 있다해도 이 경우 한반도 전쟁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넷째 북한의 핵보유는 동아시아에서 한국·일본·타이완에 도미노 효과를 주어 이 국가들로 하여금 비핵지위가 과연 안전한지를 재고하도록 만들 것이다.다섯째 북한이 핵무장을 한다면 세계 핵비확산 체제에 중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미국은 이와 관련해 핵연료봉 은닉이나 재처리는 미국 안보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준다는 것을 북한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아울러 미국은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전쟁할 계획이 없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미국만이 그것을 할 수 있다.그래서 미·북간 직접 대화가 필요하다.둘째로 우리는 영변의 핵시설을 해체하는 대가로 북한에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레그 전 대사:북한은 미국의 안전 보장을 원한다.그들은 우리만이 그것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안다.그래서 그들은 우리와 대화를 주장하는 것이다.한·미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하다.한국인들은 주한미군 주둔을 크게 원한다.그들은 우리가 한반도 화해를 선호하기를 바란다.그들은 이 문제에 대해 미국이 명쾌한 입장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본다.우리가 그들에게 한반도 화해에 흥미가 있으며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들은 안심할 것이다. ●보즈워스 전 대사:북한이 하는 모든 행동은 정권의 생존 염원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북한을 다룰 때에는 한국과 긴밀한 협조하에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긴요하다.우리는 공동의 전략을 가져야 하며 북한과 하는 협상에서 당근과 채찍을 둘 다 사용하면서 합의하에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당근은 주로 한국에서 나올 수 있고 채찍도 대부분 한국이 당근을 거둬들이는 방법으로 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과 이견을 해소하는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한국의 새 정부는 미국과 안정적이고 좋은 관계를 원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미국과 한국은 긴밀한 협의 과정을 시작하고 공동으로 상황을 평가해야 한다.또 그 상황에 대한 바람직한 전략이 무엇인가에 대해 합의를 이루고 한·미 양국과 지역 다른 국가들이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를 위해 매우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 ●루거 외교위원장:아미티지 부장관은 한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러나 그런 기다림이 진행되는 동안 동시에 핵확산도 진행된다.북핵 상황이 한국·미국이나 다른 관련국들이 통제할 수 없는 점까지 진행될 수도 있다.그래서 북핵문제는 시급히 다루어야 한다. mip@
  • 책꽂이/ 날아라 버스야 외

    ●날아라 버스야(정현종 지음) 시인인 저자가 30년 넘게 써온 글 중에서 가려 뽑은 산문집.1부에는 저자의 시세계와 유년의 추억,독서,세상사에 대한 성찰을,2부에서는 춤,몸,바람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예술론과 그 배경을,3부에는 시론 및 시인론을 실었다.백년글사랑 9000원. ●세월(마이클 커닝햄 지음,정명진 옮김) 지난 99년 퓰리처상과 펜 포크너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영화 ‘디 아워스’의 원작.버지니아 울프의 ‘세월’을 주요 소재로 해 삶과 죽음,그리고 사랑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탁월하게 소화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생각의나무 9500원. ●맛있는 추억(김은식 지음) ‘오마이뉴스’에 연재해 호응을 얻었던 저자의 글을 엮었다.어린 시절 엄마 몰래 만들어 먹었던 설탕과자,젊은날의 추억이 교차하는 커피에 이르기까지 음식을 소재로 한 맛갈스러운 글들을 골라 실었다.자인 8500원. ●마음이 예뻐지는 수필(곽재구 외 지음) 곽재구 장석남 신대철 김재진 김용택 정채봉 최윤 서영은 안도현 김미라 양귀자 최인호 이해인의 수필과 마르셀 프루스트 등이 쓴 외국의 유명 수필 4편을 함께 묶었다.나무생각 7000원. ●연개소문(박혁문 지음) 연개소문과 맞섰던 당 태종 이세민,그리고 선의의 경쟁자인 양만춘 등의 삶을 삼원적으로 전개한 역사소설.중국 최고의 영웅 이세민의 정복사와 감춰진 연개소문의 삶이 중국 문헌과 단재 신채호선생이 수집한 자료와 설화 등을 바탕으로 재현됐다.중명출판사 전5권 각 8500원. ●누더기(샤를르 쥘리에 지음,이기언 옮김) 제라비 코르비오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눈뜰 무렵’의 원작자인 작가가 49세때 집필해 12년만인 62세때 탈고한 자전소설.사랑의 추억과 황폐한 성장기,그리고 기나긴 자기 성찰과정 등 비극적인 삶을 담아냈다.서정성이 돋보이는 작가의 빼어난 사랑이야기 3편을 묶은 ‘가을기다림’(이재룡 옮김)도 함께 나왔다.현대문학 각 9000원. ●철길이 희망인 것은(문창길 지음) 지난 80년대 두레시 동인과 구로노동자문학회 등에서 활동했으며 92년 ‘문학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저자의 첫 시집.‘삼양동 사람들’‘신용협동조합 건물이있는 풍경’‘신곡리 말자’‘전자공장의 K형’등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게 감싸는 시들을 실었다.들꽃 5000원. ●시 읽는 기쁨2(정효구 지음) 김춘수 홍윤숙 오세영 조정권 남진우 박노해 등 시인 25명의 대표시와 그들의 시에 얽힌 일화를 함께 엮었다.작가정신 9800원. ●러시아 인형(아돌프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안영옥 옮김) 20세기 중남미 환상문학을 대표하는 아르헨티나 작가의 단편소설집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이다.‘로취에서의 만남’‘여행자가 자기의 조국으로 돌아가다’등 9편을 실었다.대산세계문학총서 15번째 책.문학과지성사 9000원. ●아직은 저항의 나이(문동만 외 지음) 노동시 동인 모임인 ‘일과 시’의 일곱번째 동인집.김해화 김해자 김용만 김기홍 등이 노동자의 자유와 행복을 노래한 시를 실었다.삶이보이는창 5000원.
  • 北女·베트남男 ‘금지된 사랑’ 31년만에 결실

    (하노이 연합) 운명적인 만남과 기약없는 이별.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31년만에 맺은 사랑의 결실.북한 노처녀 이영희(54)씨와 베트남 노총각 팜응옥카잉(53)의 사랑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극적이다. 지난 13일 하노이 시립운동장 옆 체육회관에 베트남과 북한의 정부 관계자들을 비롯해 10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하노이 사이클연맹 회장인 팜응옥카잉과 북한 노처녀 이영희씨의 31년에 걸친 세월과 3000㎞가 넘는 국경을 뛰어넘은 진정한 사랑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50대의 나이에 두 사람 모두 초혼이라는 점과 북한과 베트남 남녀의 첫 공식 결혼식이라는 점만으로도 화젯거리였지만, 그보다도 오랜 가슴앓이를 이겨내고 끝내 사랑의 결실을 일궈낸 두 사람의 진정한 사랑이 주는 감동이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이들의 첫 만남은 1971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베트남 국비유학생으로 북한을 찾은 22살의 청년 팜응옥카잉은 흥남의 비료공장에서 처음 만난 이영희에게 첫눈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1년반의 유학 시절은 금방지나갔고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기약없는 이별이었다. 그러나 북한과 베트남간의 거리도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을 가로막을 수는없었다.이들은 1주일이 멀다 하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자신들의 사랑을 키워나갔다.그러는 사이 팜응옥카잉은 베트남 정부와 북한에 두 사람의 결혼을 승낙해줄 것을 끊임없이 탄원했다. 둘 사이에 최대의 위기가 닥친 것은 1991년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하면서 둘 사이의 애정을 이어주던 편지가 끊긴 것.여기에 1993년 북한은 팜응옥카잉에게 이영희가 결혼했다고 통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팜응옥카잉은 이영희를 포기할 수 없었다.그는 지난 5월 트란둑루옹베트남 주석의 북한 방문 때 둘의 결혼 문제를 다시 청원했고, 북한도 두 사람이 결혼할 수 있도록 법적 조치를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그리고 10월 17일평양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났고 하루 뒤인 18일 평양에서 간이결혼식을 가진 뒤 함께 베트남으로 향했다. 31년5개월에 걸친 오랜 사랑이 결실을 맺은것이다.
  • 로맨틱코미디·SF·멜로…골라보는 재미가 ‘쏠쏠’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을 겨냥해서인가,이번 주에는 유난히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관객맞이에 나선다.6일 개봉하는 섹스코미디 ‘몽정기’와 스릴러 ‘레드 드래곤’을 시작으로 8일까지 로맨틱코미디·SF액션·코믹·멜로물이 줄줄이 뒤를 잇는다.입맛대로 고르자면 감상포인트를 아는 것은 필수. “잘 생겼다 싶으면 느끼하고,똑똑하다 싶으면 썰렁하고….어디 내 맘에 쏙드는 짝은 없을까?” 나이가 꽉 찬 노처녀·노총각들의 공통된 고민이다.그런데 이런 경우는 어떨까.오랜 기다림 끝에 딱 맞다 싶은 짝을 만났는데 하필 동성(同性)이라면?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Kissing Jessica Stein·8일 개봉)는 짝을 찾아 좌충우돌하는 로맨틱 코미디에 동성애 소재를 접목한 영화.보수적인 유대인가정에서 자란 뉴욕의 신문기자 제시카(제니퍼 웨스트펠트).평소 좋아하는 릴케의 시구(詩句)가 담긴 구인광고에 솔깃해 찾아간 상대가 같은 여자라니…. 영화는,결코 동성애는 하지 않을 것 같은 제시카가 같은 여성인 헬렌(헤더예르겐슨)에게 어쩔 수 없이 끌리는상황을 만들어가며,코미디의 정석을 따라 웃음을 끌어낸다. 하지만 가볍지만은 않다.그저 친구 사이로만 아는 가족과 동료들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제시카의 모습에서 동성애 또한 평범한 일상 속 사랑이라는 점에 공감을 갖게 한다. 그렇다고 ‘여성의 자아찾기’나 ‘동성애도 사랑’이라는 식의,이미 많은 영화에서 우려먹은 주제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섹스를 사랑의 완성이라고 생각하는 헬렌과,서로를 위하는 마음만으로 충분하다는 제시카.둘은 티격태격 싸우다가 그냥 친구로 머물게 된다.동성애뿐만 아니라 사랑이라는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까지 아우르는 것. 이 작품은 100만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돼 올해 초 미국 6개 도시에서 개봉했다가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3주만에 전국으로 스크린을 늘렸다.영국에서는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진지함과 재미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성공한 보기 드문 수작이다. 8일 개봉하는 ‘텐 미니츠 트럼펫’(Ten Minutes Older)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영화 거장들의 단편을 모은 작품.아쉽게 망각 속으로 사라지는 10분에,시간에 관한 서로 다른 해석과 경험을 녹여냈다. ‘개에겐 지옥이 없다’는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다운 간결한 터치의 블랙 유머가 살아 있는 작품.기차를 타기 전 남은 10분의 시간동안 삶을 뒤바꾸는 결정을 하는 주인공을 통해,인생의 선택에 대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짐 자무시의 ‘실내-트레일러의 밤’은 여배우의 10분간 휴식에 카메라를 들이민다.잠시도 쉴 틈 없는 트레일러 속 여배우의 휴식은 현대인 누구나의 삶처럼 고단하다. 스파이크 리의 ‘우린 도둑 맞았다’는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미국 대통령 선거발표 직전의 숨막히는 전쟁을 인터뷰의 교차편집으로 속도감있게 표현했다. 나른한 일상,피로 젖는 아이,스페인 내전의 신문 기사 등이 몽타주로 이어지며 사적인 삶과 역사를 극명하게 대비시킨 빅토르 에리스의 ‘생명줄’,흙빛의 로드무비로 10분간의 환각상태를 비주얼하게 잡아낸 빔 벤더스의 ‘트로나까지 12마일’도 뛰어나다. 이밖에도 첸 카이거,베르너 헤어조그의 단편을 만날 수 있다.영화가사유하는 힘을 준다고 여긴다면 꼭 봐야 할 작품.올 부천영화제 폐막작이다. ‘레드 드래곤’(Red Dragon)은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에 이은 토머스 해리스 원작소설 3부작의 완결편.시간상으로는 맨처음 발표돼 1981년 마이클 만 감독이 ‘맨 헌터’라는 제목으로 한차례 만든 바 있다. 식인마 한니발 렉터와 FBI수사관 그레이엄(에드워드 노튼)의 대결구도에,멀리서 렉터의 조종을 받는 달러하이드(랄프 파인즈)의 엽기적 살인행각이 공식대로 흘러간다. 상대방의 내면까지 뚫어보는 듯한 앤서니 홉킨스의 눈빛은 여전히 간담을 서늘하게 하지만,많이 본 탓인지 ‘약발’이 달린다.‘러시 아워’시리즈의 브렛 래트너 감독.전편보다 충격은 덜하지만 그런대로 오싹하다. 에디 머피 주연의 ‘플루토 내쉬’(Pluto Nash·8일)는 휘황찬란한 네온과 암흑이 어우러진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만화 같은 영상을 선사한다.2087년 달의 도시에서 클럽 사장 내시와 도시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카지노 왕의 대결을 그렸다.볼거리는 많지만 웃음과 긴장감이 거의 없어지루한 게 단점.론 언더우드 감독. ‘유아독존’(7일·제작 비전 엔터테인먼트)은 인생이 꼬이는 세 남자가 덜컥 아이를 맡아 키우는 내용의 코미디.주연인 안재모·이원종이 ‘야인시대’로 떠 제작사는 쾌재를 불렀지만,영화는 조폭 코미디의 변주에 불과하다.주연배우들의 팬이라면 참고 볼 정도는 된다.‘반칙왕’의 조감독인 홍종오감독 데뷔작.이밖에도 10대들의 성적 호기심을 그린 ‘몽정기’와 불륜을 소재로 한 ‘밀애’(8일)가 이번 주에 선보인다. 김소연기자 purple@
  • 축제속으로/ ‘晩秋의 단풍’ 어서오라 손짓하네!

    단풍의 막바지 절경을 놓치지 않으려는 나들이객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때마침 오색 단풍이 절정에 이른 명소 내장산 일대에서 ‘단풍축제’와 ‘정읍사 문화제’가 열려 단풍 여행지로 제격이다.그리 멀지 않은 전남 화순에서는 운주축제가 마련돼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내장산 단풍·정읍사 문화축제 “붉게 타오르는 내장산으로 오십시오.깊어가는 가을의 낭만과 풍요로움을 가슴 가득 담아드립니다.” 제7회 ‘내장산 단풍축제’와 제13회 ‘정읍사 문화제’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늦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국립공원 내장산을 무대로 펼쳐진다. 전국 으뜸의 단풍을 자랑하는 ‘내장산 단풍축제’와 정읍사 여인의 ‘기다림의 정한’을 새롭게 조명하는 ‘정읍사 문화제’가 함께 열리는 전북 정읍시는 이번주부터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관광객들로 오색물결을 이루게 된다. ◆내장산 단풍축제 단풍이 가장 아름답게 물드는 11월 2∼3일 이틀간 열린다.이즈음 내장산 단풍은 수줍은 새색시의 홍조 띤 얼굴과도 비유될 정도로 곱다. 특히 내장산에 자생하는 ‘아기 단풍’이 온산을 울긋불긋 수놓으며 누구나 다가오라 손짓한다. 2일 풍물패의 ‘터벌림 굿’을 시작으로 악기의 울림소리와 흥겨운 장단에 모든 관광객이 함께 호흡하는 ‘두드락 공연’,‘유태평양 비나리 공연’,경음악단의 음악 공연 등이 줄을 잇는다.특설무대에서는 단풍가요제가 흥을 한껏 돋운다. 3일에는 단풍을 소재로 한 ‘헤어쇼’와 보디페인팅쇼,행위예술,청소년축제,전통국악공연 등이 선보인다. 정읍시는 내장산 단풍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자랑하기 위해 외신기자들을 초청하고 아마추어 무선대회도 여는 등 홍보에도 힘쓸 복안이다. ◆정읍사 문화제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정읍사 공원과 예술회관에서 개최된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축등행렬을 앞세우고 시내 주요도로를 걷는 ‘달맞이 걷기’가 축제의 신호탄이다.이에 충렬사에서는 불꽃놀이가,예술회관에서는 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가 열려 깊어가는 가을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새달 1일에는 망부사 제례를 올린 뒤 남편에게 헌신봉사하고 가정의 화합과 우애에 앞장선 기혼여성을 선발해 ‘부도상‘도 준다. 정읍농고 운동장에서는 투호,씨름,줄다리기 등 전통민속경기가 펼쳐치고 예술회관에서는 마당극 ‘옹고집전’과 학생 국악경연대회,시조경창대회가 이어진다. ◆인근 볼거리 정읍시내에서 불과 15분 거리의 내장산 국립공원은 만추의 진수를 맛보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일주문∼고내장∼서래봉에 오르거나 사슴목장∼서래봉,장군봉을 거쳐 신선봉에 이르는 등반코스는 내장산이 연출한 기막힌 단풍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동학혁명의 발상지인 정읍은 가볼 만한 명소가 즐비하다.시내에서 30분거리인 이평면과 덕천면에서 만석보,동학혁명기념관,전봉준 고택 등 동학유적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옥정호 순환도로는 단풍과 드넓은 호수가 어우러진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절정의 가을 정취에 흠씬 취해 섬진강의 민물고기 맛도 음미할 수 있다.칠보면 시산리에는 상춘곡의 저자인 정극인의 시비와 묘가 있는 무성서원도 자리하고 있다. 정읍 현감을 지낸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충렬사(시청 뒤)와 최치원이 현감시절 지은 태인의 피향정,정읍사 부도,고부면 입석리 고인돌군 등도 이 지역이 내세우는 유적이다. 내장산에서 전남 장성 백양사에 이르는 추령 고갯길도 단풍철 드라이브코스로 제격이다. ◆먹을 거리 산과 평야를 끼고 있는 정읍시는 먹을 거리도 풍성해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곳.단풍 절경을 감상한 뒤 내장산 산채백반과 더덕구이,도토리묵 등 이 지역의 ‘무공해 별미’로 출출한 배를 채우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 듯 싶다.옥정호를 끼고 있는 산내면 일대의 붕어찜,매운탕,다슬기수제비 등도 나들이객의 미각을 자극한다.유성엽(柳成葉) 시장은 “내장산 단풍축제와 정읍사 문화제를 볼거리·먹을 거리·살거리가 많은 세계적인 문화·관광축제로 육성하기 위해 차별화된 관광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정읍 임송학기자 shlim@ ■화순 운주축제 - 문화유산 고인돌群 구경 오세요 석기시대때 고인돌을 어떻게 만들었을까.하룻밤에 세웠다는 천불천탑(千佛千塔)은 어떤 모양인가.야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돌을 주제로한 ‘운주(雲住) 대축제’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전남 화순군에서 열려 단풍철 나들이객들의 관심을 모은다. ◆아는 만큼 보인다 춘양면 대신리와 도곡면 효산리를 잇는 보검재 계곡(3㎞)에는 596기의 고인돌군이 있다.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여서 지난 2000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현재 고인돌공원 조성사업이 한창이다.바윗덩이를 잘라낸 채석장 흔적이 발견돼 문화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 도암면 운주사에는 도선국사가 하루 낮과 밤에 천불천탑을 세워 새 세상을 열려 했다는 전설을 뒷받침하는 석조물이 흩어져 있다.동자승이 닭소리를 흉내내 미처 완성못해 누운 채인 국내 최대의 와불(臥佛·길이 12m)이 일어설 날을 기다리고 있다.이 석불이 일어서면 새 세상이 열린단다. 산속 벼랑 바위끝에 9층 석탑이 하늘로 치솟아 있고 원형 다층석탑과 다소 파격적인 모습의 돌부처가 바위밑 곳곳에 널려 있다.현재 경내에는 석탑 21개,석불 93개가 있다.절 아래쪽에는 스님들이 시장을 보러 몰려왔다 해서 붙여진 ‘중장터’가 지금도 건재해 절의 번창을 짐작케 한다. ◆고인돌을 만든다 공설운동장에 족장 사망을 알리는 연기가 피어 오른다.부족회의에서 선출된 새 족장이 돌무덤 축조를 선언한다.원시인 차림의 주민 70여명이 수십t 나가는 바윗덩이를 끌어 당긴다.구령이 시작되자 짚으로 꼬아 만든 동아줄이 팽팽해 진다.바윗덩이 밑에는 통나무를 깔아 바퀴처럼 굴러간다.지석 양쪽에 흙을 쌓아 덮개돌을 끌어 올려 덮는다.주변의 흙을 퍼내고 족장의 명복을 빌며 하늘에 제를 지낸다.이어 대동 한마당 풍악이 울려 퍼진다. 고인돌을 소재로 한 설치 미술전,고인돌군 현장방문도 관심거리다.원시인들이 살던 움막집과 마을 액막이를 위해 세운 솟대(대나무 끝에 동물형상을 매단 것)를 비롯해 원시인 뗏목타기,사냥하기 등 귀한 체험 시간도 있다.군민회관에서는 세계 거석문화 학술대회에 이어 세계 5개국 민속공연도 이어진다. 운주사 드넓은 잔디밭에서는 관광객들이 천불천탑을 흙으로 직접 빚는 솜씨자랑이 있다.석공들이 정으로 돌을 쪼아 석불을 직접 깎아내는 모습도 볼만하다.◆곳곳이 역사학습장 쌍봉사(이양면) 대웅전은 법주사 팔상전처럼 목조탑 양식이라서 눈에 띄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그만이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생을 마친 물염정(이서면),세상을 바꿔보려는 개혁주의자 조광조 선생이 사약을 받은 적려 유허비(능주면),북면 서유리 육식공룡의 발자국 화석 등이 흥미롭다.고인돌군이 있는 곳과 운주사를 잇는 셔틀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임호경(林鎬炅) 군수는 “차별화된 돌 축제를 통해 독특한 거석문화를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관광 화순의 이미지를 높여 소득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061)370-1224,1227. 화순 남기창기자 kcnam@
  • [대한포럼] 잊혀진 수재민

    첫눈이 내렸다.지난해보다 열이틀이나 빠르다.영월 일대 강원도 산간에 40분 동안이나 눈발이 흩날렸다고 한다.첫눈은 서설(瑞雪)이라고 했다.기다림의 대상이다.그냥 첫눈 내리는 날 만나자고 약속을 한다.첫사랑을 가꾸는 연인들은 하루하루 퇴색하는 손톱의 봉선화 물을 지켜보며 첫눈을 얼마나 기다렸던가.첫눈이 내릴 때까지 봉선화 물이 남아 있으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했다.첫눈은 그렇게 새로운 기대와 설렘의 징표였다. 그러나 올해의 첫눈은 반가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겨울 추위가 혹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얼음도 엿새나 빨리 얼었던 터다.첫눈 내린 곳이 하필이면 지난 여름 태풍 ‘루사’가 모질게 할퀸 지역이란 말인가.물난리는 잔인했다.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마을이 아예 사라졌다.6000여채는 형체만 남았고 3080채는 흔적조차 감췄다.그래도 사람들은 떠나지 못했다.1800여가구가 집터마저 희미한 그곳에서 컨테이너 생활을 시작했다.딱히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층이 많았다고 한다. 우리도 하느라고 하기는 했다.수재 의연금을1296억원이나 냈다.1998년 경기 북부가 온통 물바다를 이뤘을 때보다 거의 두 배나 된다.42만명이 물난리 현장을 찾아 밤낮없이 봉사 활동을 폈다.위문품도 250만점이 모였다.어려움을 만나면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하나로 뭉치는 저력을 잘도 보여 주었다.그렇다고 컨테이너 수재민을 잊어도 괜찮다는 명분은 될 수는 없다. 컨테이너는 철판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상자쯤 될 것이다.집이라 할 수도 없다.난방 장치는커녕 그 흔한 단열재 처리도 안돼 있다.장작불이나마 밀어 넣을 아궁이조차 없다.요즘같은 추위만 해도 말 그대로 냉장고가 된다.꽁꽁 언 바닥에 전기 장판을 깔아 북풍한설을 이겨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더구나 수재민 가운데는 70세 안팎의 노인들이 적지 않다.따끈따근한 아랫목이 있어도 힘겨운 겨울이다. 우리는 세계 29개 부자 나라축에 낀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가 6년이 되는 나라의 국민들이다.70세 안팎의 노인들이 엄동설한을 컨테이너에서 보내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나라에 충성하고,부모에 효도하며,노인을공경하는 동방예의지국 인심으론 도저히 그렇게 못한다.국민들이 호주머니를 털어 낸 의연금은 어디에 쓸 텐가.설마 다리 놓고 길 닦을 생각은 아닐 것이다.미분양 아파트나 빈 집을 잠시라도 빌려 수재민들이 이 겨울을 따뜻하게 나게 해야 한다. 자치단체는 60년대식 예산 타령만 할 텐가.비상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 아닌가.빈집이 정 없다면 단체장의 관사라도 내놓을 일이요,지방의회 사무실이라도 비울 일이다.지난 6월 지방 선거 때 지역 주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호언하지 않았던가.중앙 정부도 나서라.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최소한 인간다운 생활은 보장해야 한다.수해 복구비로 7조 1778억원을 확보했다면서 뭘 하고 있는가.제발 규정이 어떻고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타령일랑 이제는 그만두자. 예부터 날씨 인심을 제일로 쳤다.날씨라도 포근해야 가난하고 돌봐주는 이 없는 서민들이 겨울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얘기다.세상이 이래저래 시끄러워 그런지 올해는 벌써부터 눈발이 분분하다.생각하면 하나하나가 소중한 우리 이웃들이다.성금을 내고 자원 봉사에 나섰던 그 열정으로 그들을 다시 보자.당국은 지금이라도 서둘러라.수재민들에게 손발이나마 녹일 수 있는 아랫목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펄펄 내리는 함박눈을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있게 해주길 촉구한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 헤지펀드 유가 내리고 주가 올리나

    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도 국제유가는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12월물 서부텍사스중질유는 2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8.18달러에 거래됐다.지난 9월 31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10주동안 28달러선을 맴돌고 있다. 덩달아 석유회사 주가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22일 런던증시에서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과 셸석유는 각각 5.4%와 3.7% 하락하는 등 거의 모든 석유사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이런 현상의 배후에 지난 반년 동안 ‘전쟁특수’를 겨냥해 꾸준히 원유를 사들였다가 미 정부가 정책의 초점을 ‘평화’로 옮긴 데 실망해 매물을 시장에 내놓고 있는 헤지펀드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파생상품 감독기관인 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2주동안 헤지펀드를 비롯한 대규모 투기세력들이 ‘매수’ 포지션을 대거 청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 초만 해도 석유시장에서 대형 펀드들의 하루 매수 주문은 매도보다 4370만배럴 많았지만 지난 15일에는 매수와 매도의 격차가1820만배럴로 60%가량 줄어들었다. 뉴욕에 있는 파네스톡사의 파델 가이트 상임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지난 6개월동안 전쟁 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기다림에 지쳐 발을 빼고 있다.”며 “앞으로 개전 여부에 따라 3개월안에 헤지펀드의 투자 포지션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투자분석가들은 원유시장을 빠져나온 헤지펀드 자금이 3∼5개월간 증시로 몰리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드레스드너 클라인보르트 바서슈타인의 폴 스페딩 애널리스트는 “석유시장에는 ‘전쟁 프리미엄’이,증시엔 ‘전쟁 디스카운트’가 존재한다.”며 “미국의 군사행동이 지연되는 데 따른 안도감이 증시에 단기적인 호재가 되고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선기자 bsnim@
  • 일요영화/ 이지라이더 외

    ▲이지라이더(KBS1 오후11시20분)= 섹스,마약,록,히피,모터사이클….그리고 황량한 아스팔트 도로 위로 불어오는 흙먼지 바람과 캡틴 아메리카(피터 폰다)의 유명한 대사.“자유는 창녀가 됐고,우리는 그 창녀의 이지라이더(기둥서방)가 되었다.” 그리고 이지라이더는 60년대 뉴아메리칸 영화의 금자탑이 되었다. 그 좋았던 미국은 어디로 갔을까.60년대 미국 젊은이들은 왜 그토록 절망해야 했을까.항상 술에 절어 사는 변호사 조지 핸슨(잭 니컬슨)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개죽음을 당한다.“사람들이 그토록 너희를 증오하는 이유는 너희들이 누리는 자유 때문이다.”물론 영화는 아무런 답이나 힌트,행동강령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 60년대 할리우드에서 ‘망나니 아들들’로 자타가 공인한 피터 폰다와 데니스 호퍼가 푼돈의 제작비로 주연,감독을 맡으며 대형사고를 쳤다. ▲할로윈(MBC 밤12시25분)= 원제는 ‘할로윈 H20:20년후’.78년 4700만달러의 엄청난 흥행 수입을 올리며 존 카펜터 감독을 B급 영화의 거장으로 끌어올린 작품 ‘할로윈’에서 이어지는내용으로,시리즈로 따지면 7번째.할로윈의 20주년 기념작으로 스티브 마이너가 98년 감독했다.공포영화의 전설적인 ‘스크림 퀸’ 제이미 리 커티스의 성량은 예전 같지 않지만 완숙한 연기를 맛볼 수 있다. ▲하루(SBS 오후11시40분)= 불임부부 소재의 최루성 멜로물. 자상한 남편 석윤(이성재)과 외유내강형 아내 진원(고소영)은 남부러울 것 없는 잉꼬 부부지만,아이가 좀처럼 생기지 않는 게 유일한 흠이다.오랜 기다림 끝에 생겨난 아이는 무뇌아 판정을 받는데…. ‘고스트 맘마’와 ‘찜’을 만든 한지승 감독의 2000년 작품. 채수범기자 lokavid@
  • 3개국 공동제작 ‘쓰리’ 김지운·진가신 감독/ “”亞영화 배급망 넓히려 뭉쳤죠””

    한국의 김지운,홍콩의 진가신,태국의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이 셋이 늦여름 스크린을 3가지 색깔의 공포로 물들인다.아시아 3개국 감독이 공동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쓰리’가 오는 23일 개봉하는 것.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진가신 감독과,아침에 일찍 일어나느라 혼났다는 김지운 감독을 잔뜩 흐린날 오전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만났다.공포영화를 찍은 사람답지 않게이 둘은 때로는 농담을 던지고 때로는 서로의 말을 받아치며 인터뷰 시간 내내 웃음을 선사했다. 약속시간에 맞춰 나타난 김지운(38) 감독.하늘은 비를 뿜을 듯 흐리지만 여느 때처럼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집에서도 벗는 것을 잊어버릴 때가 있어요.”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고 하자 “선글라스에 주름을 숨겨서 그렇다.”며 수줍은 듯 웃었다. 10여분간 가볍게 얘기를 주고받으니 진가신(40) 감독이 들어왔다.방금 감은 듯 촉촉히 젖은 머리카락,맘씨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어떻게 이 사내의 머리에서 ‘첨밀밀’ 같은 사랑 이야기가 나왔을까.“영화만 보고 저를 낭만주의자라고생각하는 사람이 많죠.하지만 전 철저히 현실주의자입니다.단지 영화는 탈출이기 때문에 그런 낭만을 담는 것이죠.” 현실주의자라는 그의 말대로,이 영화는 진 감독의 철저히 상업적인 제안에서 시작됐다.아시아 영화시장의 간격을 줄이고 배급망을 넓혀보자는 생각이었다.중국은 검열이 심해서,타이완은 할리우드 영화가 시장의 98%를 잠식했기 때문에 탈락시켰다.그럼 일본은? “일본은 호프집에 가서 테이블을 붙이겠다고 하면 웨이터가 5분 동안 고민하다가 지배인을 불러옵니다.같이 일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죠.” 김 감독의 말이다.한국이 꼭 끼어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진 감독은 “한국영화는 아시아영화 중 최고”라면서 “특별한 특징이 없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감독에게 동의하냐고 물었다.“지난 5∼6년간 다양한 영화가 나온 것은 사실입니다.하지만 프로 감각이 부족하죠.스태프가 점점 어려져서 전통과 기술이 축적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진 감독 역시 “한국사람들은 돈과 자존심을 같은 것으로 본다.”면서 “절대 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기 때문에 배급망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께 영화를 만드는 것까지는 좋은데 왜 하필 ‘공포’일까.진 감독은 “그거 당신 아이디어였어.”라며 김 감독을 가리킨다.마치 무슨 큰 비밀을 들킨 듯 머뭇거리던 김 감독은 “언젠가 한 모델하우스에서 신혼부부의 넋이 나간 표정을 보고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중산층의 욕망과 허영이 구체화한 신도시 난개발을 공포영화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한달 만에 후닥닥 영화를 완성했다.하지만 아무도 시작조차 안해 ‘이거 나만 만들고 끝나는 것 아니야?’라는 ‘공포’가 엄습했다.논지와 진가신의 영화를 본 뒤에는 ‘맨 먼저 만드는 게 아니었는데.’라며 후회했다.영화가 태국에서 역대 흥행 3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들은 요즘은 ‘한국에서만 실패하지 않을까.’라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촬영 중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하지는 않았을까.“몰래 찍었기 때문에 괜찮다.”면서 “아마 김혜수가 나오니까 예쁜영화인 줄 알 것”이라며 짓궂은 아이처럼 웃었다.진지했다가 웃겼다가,김 감독은 ‘조용한 가족’‘반칙왕’ 같은 그의 영화와 많이 닮았다. ‘금지옥엽’‘첨밀밀’로 성공을 거둔 뒤 할리우드로 건너가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으로 1999년 ‘러브레터’를 만든 진 감독.최근 연출이 뜸한 이유를 묻자 “나이가 들다 보니 나를 잡아끄는 그 무엇이 있을 때만 영화를 찍는다.”고 대답했다.이제는 주로 제작에 공을 들인다.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제작에도 참여했다. 이번 작품 ‘고잉 홈’은 고향에 돌아가고자 하는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에,부유하는 홍콩의 정서를 녹여냈다고 설명했다.호러보다는 멜로에 가깝다고 말하자 “나도 모르게 익숙한 것을 표현한 것 같다.”고 인정했다.사람들이 떠나간 텅빈 아파트가 홍콩의 현실을 상징하느냐고 물었다.“장소가 영감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하지만 상징의 의미는 인터뷰에서 지적받은 다음에야 알게 되죠.(웃음)” 김 감독은 일본 영화사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코미디를 기대하기에 거절했다.현재는 큰 저택에 각종 귀신이 등장한다는 ‘장화 홍련’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당분간은 미스터리·호러에만 전념할 생각이다.멜로는? “전 로맨틱코미디만 빼고는 뭐든지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영화는 TV의 반대라고 생각하는데,로맨틱코미디는 TV드라마와 비슷하잖아요.” 진 감독은 할리우드 자본과 홍콩의 스태프를 활용한 다국적영화 제작과 연출을 준비중이다.미국의 베스트셀러 소설 ‘기다림’(Waiting)을 각색한 작품이다. 김소연기자 purple@ ■‘쓰리'는 어떤 영화 ‘공포’이외에는 공통점이 없는 짧은 영화 3편을 한 상 위에 차린 ‘쓰리’.일관된 주제의식이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한편 값 관람료로 전혀 다른 세 가지 맛을 즐길 수 있으니 불평할 일만은 아니다. 첫 영화 ‘메모리즈’(Memories)는 가장 차가운 작품.아내(김혜수)가 실종된 뒤 환영에 시달리는 성민(정보석).한편 후미진 길에서 깨어난 아내는 기억을 잃는다.단서라고는 세탁전표의 전화번호뿐.하지만 그녀는 집을 찾을 수가 없다….최근 공포영화의 문법에 익숙하다면 그리 놀랍지 않은반전이 기다린다. 점프컷 등을 사용한 비현실적인 시선은 일그러진 신도시의 모습을 잡아내는 데 적격이다.하지만 신도시 비판이라는 주제를 단순히 이미지만으로 표현한 감이 있다.또 금속성의 소리가 공포심을 자극하지만 뒤따라주는 사건이 없어 매번 김 빠지게 만든다. 이어진 태국의 ‘휠’(Wheel)은 저주받은 꼭두각시 인형으로 돈을 벌려는 일가족에 서서히 죽음이 드리워지는 과정을 그렸다.욕심을 저주로 벌하는 도덕적인 주제가 거슬리지만,태국의 화려한 전통 인형극을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 될 만하다. 세번째 홍콩의 ‘고잉 홈’(Going Home)은 왕가위 영화의 화면을 만들어낸 크리스토퍼 도일의 영상미와 진가신의 감수성이 맞물린 작품.죽은 아내의 시체를 갖은 약재로 보존하며 깨어나기만을 바라는 파이(여명)의 사랑이 서늘한 감동을 준다.‘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생과 사가 엇갈리는 장면과 마지막의 반전까지,순간순간 드러나는 공포가 오히려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에 근원적인 슬픔을 덧씌운다. 김소연기자
  • “견우·직녀처럼 사랑 키우세요”

    “견우와 직녀처럼 사랑을 키워가세요.” 국적불명의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대신 우리 고유 명절인 칠월칠석을 연인의 날로 만들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농촌진흥청이 오는 15일 칠월칠석 앞뒤로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인다.‘견우와 직녀의 날,기다림과 만남전’으로 이름지어진 이번 이벤트에는 우리 농산물을 활용해 만든 우수선물 전시회와 함께 연인들을 위한 음악회 등이 마련된다. 오는 14∼20일 서울 인사동 덕원미술관 2층에서 열리는 우리 농산물로 만든 선물 전시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개발된 톡톡 튀는 아이디어 선물들이 선보인다.약용식물인 곰취와 구절초,황기 등을 이용한 향수제품과 ‘나는 너의포로’임을 선언하는 병속 배와 포도,일편단심 민들레로 만든 차 등 사랑을 고백하면서 전달할 수 있는 선물도 전시된다. 칠월칠석인 15일에는 생활개선중앙회 주최로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견우 직녀의 날 기념 음악회가 열린다.송창식,유열,권진원 등 연예인들이 참석,사랑의 노래를 들려준다. 농진청 생활개선과 김화님 과장은 “칠월칠석을 우리 고유의 연인의 날로 만들어 사랑하는 이나 존경하는 분,가까운 이웃 친지들에게 우리 농산물을 선물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무엇보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우리 명절과 우리 농산물을 알리는 데 역점을 두고 이번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 어린이 책 세상/ 국화 등

    ◇국화(김정희 글,우종택 그림)=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데다 봄이면 보릿고개를 넘느라 힘겹게 살던 시절을 배경으로,징용에 끌려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열살 소녀 국화와 그 이웃의 삶을 그렸다.초등학교 고학년용.삽화로 사용한,한국화가의 섬세한 채색화가 일품이다.사계절.7800원. ◇역사의 섬 강화도(이경수 지음)= 암기하는 ‘국사’가 아니라,살아 있는 교육을 위한 역사기행 시리즈.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민족의 삶을 강화도의 역사와 문화재를 통해 꼼꼼히 소개한다.중고생용.신서원.1만 2000원. ◇쉬∼가 뭐야?(야마와키 쿄 글,스가와라 케이코 그림)= ‘혼자서도 잘해요’시리즈 1권.어린이 혼자서 변기에 쉬하고,옷갈아 입고,편식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익힐 수 있게 하는 그림책.언어세상.7000원. ◇별이 된 도깨비 누나(김옥애 글,김지윤 그림)= 부모를 잃고 고모 집에서 얹혀 사는 열두살 소년 근주.어느날 도깨비 누나가 나타나 가족에게 행복을 선사하는데….판타지 장편동화로 사랑과 이별을 다루었다.청동거울.8000원. ◇위대한 강(프레데릭 바크 글·그림)= 주인공은 약 2만년 전 빙하에 의해 열린 캐나다 동부의 세인트로렌스 강.북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생명수이던 강이 1700년대 프랑스인과 영국인들의 유입으로 어떻게 죽어갔는가를 그렸다.이작품을 토대로 한 애니메이션은 1990년대 중반 안시영화제 대상,히로시마영화제 대상,오타와영화제 최우수상을 받았다.파스텔톤 그림이 환상적.두레아이들.9800원. ◇사유미네 포도(미노시마 사유미 지음,후쿠다 이와오 그림) =사유미네 집에 포도가 주렁주렁 열렸다.사유미는 먹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포도가 까맣게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포도를 따먹기로 한 토요일,포도는 사라졌다.새와생쥐 다람쥐 곰이 거의 먹어버린 것.내년을 기약하는 사유미.기다림을 배웠을까.현암사.7000원.
  • 조선족 김춘란 AG태극마크

    2년간의 기다림 끝에 한국 국적을 취득한 조선족 출신 역사 김춘란(25·부산체육회)이 부상투혼 끝에 생애 처음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따냈다. 김춘란은 30일 태릉선수촌 역도훈련장에서 열린 부산아시안게임대표 선발을 위한 지명평가전에서 69㎏급에 출전,태극마크를 달았다.이날 김춘란은 인상100㎏,용상 120㎏을 들어 합계 220㎏을 기록했다.김춘란은 같은 체급에서 이미 국가대표로 선발된 강미숙(담배인삼공사)의 한국기록(227.5㎏)에는 못미쳤다.그러나 대한역도연맹은 김춘란을 여자 대표팀 마지막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 [분필과 칠판] 작은읍의 실업계고교 딴전 피우던 아이들 진솔한 대화에 마음의 문을…

    새학기가 되면서 2학년 유통과 3반의 담임을 맡게 되었다.오랜만에 복귀한 학교에서 새 학기의 시작과 함께 담임을 맡게 되었지만 담임을 맡았다는 기쁨보다는,도시의 주변부 작은 읍에 위치한 실업계고등학교,그중에서도 한국 실업교육의 모순을 모두 안고 있는 학급의 담임을 맡았다는 무거움이 앞섰다면 너무 심한 넋두리일까. 학교 밖에서 있었던 1년 동안의 지난한 기다림을 보상이라도 하듯 나는 신나게 학급을 운영하겠다는 계획부터 세웠다.우선 재미있는 학급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계획은 계획일 뿐 반복되는 스트레스가 나를 짓눌러 왔다.학교보다는 PC방에서 게임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아이들,등교시간과 하교시간이 자유로운 아이들,청소시간이 돼도 못본 척하는 아이들. 출석부는 매일매일 늘기만 하는 결석과 지각,조퇴로 ‘결석부’로 전락해갔고 나는 그냥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밤잠을 못 이루었다. 더욱이 대화하지 않으려는 아이들과 어떻게 의사소통구조를 만들어야 할지 무척 난감했다.각종 상담관련 서적을 참고하고 동료교사들의 조언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의사소통을 하려고 했지만 새로운 사람에게 닫혀진 가슴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러더니 5월이 되면서 조금씩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타나는 아침햇살처럼 아이들도 나에게 문을 열기 시작했다.민수라는 아이가 있었다.까만 피부색깔에 깡마른 체구,고무장갑을 풍선처럼 불 수 있는 심폐기능을 가진,누가 보아도 장거리 선수 같아 보이는 아이였다.엄마와 같이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는 아이.그 아이가 드디어 아침 일찍 나타났다. 그러더니 지난 5월말 2학년 들어 처음으로 체조시간에 나타났다.민수는 체조시간이 끝나갈 무렵 살금살금 다가오더니 나를 뒤에서 껴안았다.얼마나 아팠던지 한참 동안 그 상태로 앉아 있다 일어났다. “선생님 지금 꾀 부리는 거지요.” “윽!이놈,모처럼 나와서는.”. 너무 아파 병원에 갔더니 갈비뼈에 금이 간 것 같다는 의사의 진단을 들었다.병원을 나오면서 하늘을 한번 올려다 보았다.푸르디 푸른 하늘을 보는데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한 학기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몇 명의아이는 자퇴를 했지만. 아직도 미세하게 전해지는 통증이 남아 있지만 일찍 나오려고 노력하는 민수가 있고 내가 가지 않아도 스스로 청소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자기 삶은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함께 사는 사람들의 받침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돼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녀석들은 알고나 있을까.개학이 벌써 기다려진다. 조응현 전남 벌교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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