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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통신] 이륙 지연 불만 승객 “비행기 납치할 것” 협박

    항공기의 이륙 지연에 불만을 품은 승객이 “비행기 납치하겠다!”고 소리치면서 끝내 구속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우한완바오(武漢晩報) 12일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北京) 발 우한행 MU 2454편 항공기는 11일 오후 5시 이륙 예정이었으나 베이징 날시 탓으로 출발이 지연, 저녁 8시가 되어서야 겨우 서우두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엇다. 정해진 시간에 탑승한 승객들은 어쩔 수 없이 기내에서 3시간여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던 상태. 승객 중 한명인 위안(袁)씨 또한 기내에 비치된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리고 긴 기다림 끝에 비행기가 이륙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위안씨는 돌발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 돌연 “짜증나게 하면 비행기를 납치해버리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기내에 있던 다른 승객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한 것. 승무원들은 곧 위안의 행동에 제재를 가하고, 도착지의 관제탑에 위안을 신고했다. 약 한 시간 뒤, 항공기가 우한 공항에 착륙하자마자 위안은 대기 중이던 경찰에 의해 연행되었고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비애모’이야기 우리식으로 풀어보고 싶어

    ‘비애모’이야기 우리식으로 풀어보고 싶어

    지난달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한팩 솔로이스트 무대에서 휘몰아치는 음악에 맞춰 격렬하게 발레 동작을 소화하면서 무용수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어진 제2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창작발레 ‘워크 투’(Work II)를 선보였다. 큰 무대를 꼼꼼히 채우며 “수작이 나왔다.”는 평가와 함께 안무가로서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원조 발레스타 김용걸(39)은 무용수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로, 김용걸댄스시어터의 예술감독과 안무가로, 1인다역을 해내고 있다. 말만 들어도 아찔한 일정을 소화하는 그가 또 다른 작품으로 관객을 찾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예술감독·안무가로 1인 다역 소화 지난 6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이자 부인인 김미애(40)와 2인무를 연습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창작발레 ‘비애모-오르페우스와 유리디체’(비애모) 무대를 위해서다. ‘비애모’는 그리스 신화이자 글루크의 오페라로 잘 알려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유리디체는 에우리디케의 불어식 발음이다). 김용걸에게는 세계적인 안무가 피나 바우슈(1940~2009)의 동명 작품으로 익숙하다. “(프랑스)파리오페라발레에서 활동할 때 네댓 번 바우슈와 공연을 했어요. 그때 이 이야기를 우리식으로 풀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특히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찾아 오가는 명계(地獄)를 우리 설화에 나오는 서천 꽃밭으로 설정하면 정말 아름답겠다 싶었어요.”(김용걸) 바우슈가 영감을 준 것은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처음 말하는 건데, 파리오페라발레가 이 작품으로 해외투어를 할 때 바우슈가 공연장 로비에서 저를 보고 ‘누구냐’고 물었대요. 에우리디케의 이미지와 같다고요.” 갸름한 얼굴에 길쭉한 팔다리를 가진 김미애를 보면, 실로 그랬을 법하다. 김용걸은 “공연을 보면 왜 무용수 김미애를 세웠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덧댔다. 바우슈가 에우리디케에 대한 고민도 털어준 셈이다. 둘이 한무대에 서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정동극장에서 김미애가 출연한 20분짜리 소품을 함께한 적이 있다. 당시 김용걸은 작은 비중이어서, 이번 공연이 부부에게는 첫 무대나 다름없다. 한국무용에서는 거의 없는 들어 올리는 동작(리프트)이 많아 김미애는 다소 걱정스럽다. “어제도 연습하다가 팔꿈치로 눈 부위를 맞았어요. 리프트도 낯설어서 몸이 좀 경직돼 있어요.” 살짝 한숨을 쉰 김용걸은 “그래도 내가 대한민국에서 잘 드는 사람 중 하나니까 믿고 맡기라는데도….”라며 투정이다. ●3만 송이 국화가 깔린 서천 꽃밭 ‘장관’ 인상적인 장면을 묻자 김용걸은 “3장까지 스무 개 정도가 떠오를 만큼 무대 자체가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물론 오랫동안 맘에 품었던 서천 꽃밭 장면을 가장 기대한다. 극 중 두 번, 무려 3만 송이에 달하는 국화가 바닥에 깔린다. 물기가 있어 미끄러지기 쉬운 생화 대신 조화를 준비했다. 문제는 플라스틱 꽃받침과 철사 줄기 때문에 발에 상처가 난다는 점이다. 시범공연에서 무용수들이 발에 상처를 입어 기겁하기도 했단다. “무용수에게 발은 가장 신성한 곳이지만 상처를 안고 가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고 냉정하게 말하면서도 “시각적으로 정말 멋진 장면이라서”라며 다소 미안한 티를 냈다. ●“남편이지만 고집 있는 안무가가 됐으면…” 굳이 이런 서천 꽃밭을 만든 이유는 작품 의도이기도 하다.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기다림의 의미를 배웠다.”는 그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는 ‘얻으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가장 적절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서천 꽃밭은 아내를 찾으러 간 곳이기도 하고, 다시 아내를 잃은 곳이기도 하다. 아무리 욕심을 부려도 결국은 그 자리라는 말이다. 안무가로서 그의 자세도 작품 의도와 일맥상통한다. “나는 아직 초보안무가”라는 김용걸은 “안무력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제작진들과 상호협력하면서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관객 평가에도 굴하지 않고, 생각하는 것을 무대에 올릴 줄 아는 고집 있는 안무가가 됐으면 좋겠다.”는 김미애의 바람은 그의 지향점일 것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새음반] 더 아이들러 윌 이즈 와이저

    ●더 아이들러 윌 이즈 와이저…(The Idler Wheel Is Wiser…) 18살의 나이에 발표한 데뷔앨범 ‘타이들’(Tidal)에서 그는 나이답지 않은 보컬로 고뇌에 찬 가사를 토해냈다. 단박에 앨라니스 모리셋, 토리 에이머스 같은 거물 여성 음악가와 비교됐다. 650만장이 팔려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그래미상 최우수 여성 록보컬 부문을 수상했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피오나 애플(35)이 주인공이다. 7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끝에 정규 4집앨범으로 돌아왔다. ‘나사용 드라이버보다는 유동바퀴가 더욱 현명하고, 위핑코즈(요트의 굵은 로프를 바깥에서 묶어주는 가는 끈)는 로프 더미 이상으로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알쏭달쏭한 앨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그의 2집은 기네스북에 역사상 가장 긴 앨범제목으로 올랐으니 놀랄 일도 아니다. 눈을 감고 노래를 듣노라면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반복적인 읊조림과 절규까지 얹혀 때론 주술적인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음울하고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는 묘하게 듣는 이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 말라깽이에 신경질적이던 10대 소녀는 3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아티스트’의 범주에 올라선 듯하다. 7년을 기다린 게 아깝지 않다. 소니뮤직.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K리그 올스타전] 올스타전 말말말

    ●거스 히딩크 러시아 안지 감독 파티는 끝났다. 다들 만나서 반갑고 기뻤다. 10년 전 기억을 아름답게 가져가길 바란다. 좋지 않은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줘 고맙다. (박지성이 안겼을 때) 10년 전과 다른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감동적이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0년 전 멤버가 다시 모여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안정환(K리그 명예홍보팀장) 형이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줬다. 당시 안겼던 히딩크 감독의 품은 상당히 포근했는데 오늘은 ‘왜 했을까.’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반에 느꼈던 따뜻한 품이 아니더라. ●신태용 성남 감독 2002년에 4강에 오른 이유를 잘 보여 줬다. 시야나 활동 반경, 패스 타이밍이 정말 좋았다. 홍명보, 황선홍 형이 “살살해. 그만 좀 괴롭혀.”라고 하더라. 2002 멤버가 잘 준비했지만, K리거들이 더 잘 준비했다. 비오는 날 ‘팀 2012’가 약속대로 혼내 준 한판이었다. ●이동국(전북) 오늘 경기장에 와서 골 세리머니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딱 3개 만들었는데 전반에만 3골을 넣어서 하프타임 때 급하게 2개를 더 만들었다. 5개가 최대였는데 여섯 번째 골을 넣었을 땐 할 게 없었다. MVP는 2002멤버 중에 나올 줄 알았는데 내가 받아 의외였다. ●최용수 FC서울 감독 당시의 환희와 감동을 되살리면서도 볼거리를 제공한 것에 만족한다. 경기 전엔 지성이가 얼마나 답답할까 미안했다. 10년의 기다림 끝에 득점까지 해 상당히 만족스럽다. 유로 2012에서 본 발로텔리의 표정이 인상적이었고 퍼포먼스도 보여 주고 싶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 힘들어 못하겠더라. 넣으라고 자꾸 공을 주는데 넣을 수가 있어야지. 근데 재미는 있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K리그 선수들도 팬들이 그렇게 축구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자부심을 갖고 경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마지막 골은 김용대가 끝났다고 그냥 먹어 준 거다. 최병규·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4일 TV 하이라이트]

    ●환경스페셜(KBS1 밤 10시)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해마다 봄이면 각종 회귀성 어류들이 산란을 위해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온다. 험난한 귀향이다. 그러나 강으로 돌아오는 물고기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강에서 이들의 모습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바다와 강 사이를 막아 놓은 하굿둑과 하천 곳곳에 설치된 수중보 때문이다. 프로그램에서는 강의 실상과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본다. ●각시탈(KBS2 밤 9시 55분) 각시탈을 놓친 슌지는 괴로운 마음에 엔젤클럽에 들렀다가 무희들과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강토를 보게 된다. 다음날 서커스단으로 찾아간 강토는 예전과는 달리 자신에게 살갑게 대하는 목단의 태도에 의아함을 느낀다. 한편, 강토는 담사리(전노민) 일행을 돕기로 작심하고, 아스카호텔 커피숍에 최태곤 사장 앞으로 메모를 남긴다. ●아이두 아이두(MBC 밤 9시 55분) 장 여사에게 임신 사실을 들킨 지안은 사장자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자. 장 여사는 오히려 회사에서 쫓아 내겠다고 한다. 한편, 장 여사의 계략으로 잡지사에 지안이 은성과 결혼한다는 기사까지 나와 회사는 발칵 뒤집힌다. 지안의 결혼 기사에 쇼크를 받은 태강은 그럼에도, 지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접을 수가 없는데. ●출발! 모닝와이드(SBS 오전 6시)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제주도. 이곳은 성산일출봉, 지삿개 주상절리대 등이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야구선수 양준혁과 모델 양윤영이 24㎞ 길이의 최대 규모 난대림 지역으로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 있는 사려니 숲을 찾아가 아름다운 경관을 소개한다. ●극한직업(EBS 밤 10시 40분) 열 달의 기다림 끝에 새 생명이 태어나는 숭고한 순간. 매일 10~20명의 아기가 태어나는 인천의 한 산부인과에서는 산모들의 비명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출산이 임박하면서 산고에 몸부림치는 산모들. 그리고 곁에는 수시로 산모의 자궁 상태를 확인하고, 불안해하는 산모의 곁에서 심리적 안정을 주는 출산과정을 돕는 간호사들을 만나 본다. ●미스터리 세계를 가다(OBS 밤 10시) 인도 동안부의 대나무 숲에는 언제나 천연 시한폭탄이 재깍거리고 있다. 48년에 한 번씩 터지는 이 시한폭탄은 바로 대나무 숲에 사는 쥐떼들이다. 48년마다 보통의 1000배가 넘는 쥐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와 인근의 논밭을 초토화시킨다. 그 때문에 주민들은 이날을 ‘마우탐의 날’이라고 부르는데.
  • [김문이 만난사람] 4개국서 동시 사진전 여는 배병우 사진작가

    [김문이 만난사람] 4개국서 동시 사진전 여는 배병우 사진작가

    사진은 진실이다. 진실은 감동이다. 감동은 사랑이다. 여기에서 문제 하나, 피사체를 담는 카메라는 언제부터 나왔을까. 궁금하다. 잠시 어원을 들여다본다.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라틴어로 어두운 방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방 안을 어둡게 한 뒤 한쪽 벽면에 바늘 구멍을 뚫어 놓으면 방 밖에 있는 물체의 영상이 방 안의 벽면에 비친다는 것을 알았다.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네모난 상자의 한쪽 면에 바늘구멍을 뚫어 놓고 반대 면에 종이를 붙여 그림의 윤곽을 잡았다. 바늘구멍이 향하고 있는 쪽의 영상이 상자 속으로 들어와 종이에 비치는 기능을 활용했다. 이 같은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는 오늘날의 사진기, 즉 카메라의 어원이 됐다. 재미난 과거의 뉴스 하나. 1839년 프랑스인 다게르에 의해 현재의 사진기가 처음 개발됐을 때 당시 유럽의 언론들은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하느님의 형상과 같은 인간의 모습을 포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신(神)에 대한 모독이다. 이런 기계를 만들었다고 떠드는 다게르는 분명 바보 중의 바보다.” 아마 사람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것이 영혼을 빼앗는 걸로 여겼던 것 같다. ●‘대양을 향하여’ 30일까지 여수서 사진전 지난 19일 오후 카메라를 들고 오롯이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을 만나러 갔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사람이다. 배병우(62)씨. 소나무로 유명하지만 원래는 바다에 풍덩 빠진 사람이다. 서해안, 남해안, 제주도 바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다. 올해로 사진 인생 40년, 궁금한 것은 만나서 물어보자는 생각으로 경기 파주 헤이리마을 작업실로 갔다. 어라, 약속된 시간인데도 탁구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작업실에 있는 조교랑 주거니 받거니 잘도 한다. 약이 올랐다. 탁구 라켓을 잡고 같이 치자고 했다. 그런데 배씨는 왼손잡이. 약간 주눅이 들었지만 왕년의 탁구 실력을 발휘해 볼 생각에 열심히 덤벼들었다. 오른쪽, 왼쪽으로 푸싱을 했다. 그런데 잘도 받아 낸다. 20분쯤 지났다. 땀이 눈을 자극했다. 항복했다. 그러고 나서 ”선생님 왜 그렇게 체력이 좋으세요.”라고 인사했다. 육십이 넘었는데 민첩하게 탁구를 잘도 친다. 돌아오는 답이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탁구에는 급수가 있어요. A급은 프로 선수고 B급은 아마추어인데 내가 B급 정도는 되지.”라고 한다. 그러고는 슬쩍 웃는다. 흘리는 땀을 닦으며 자리에 앉았다. 물과 냉커피를 갖다준다. 얼른 물었다. “여수 바닷가 출신이지요.”라고. 배씨는 오는 30일까지 여수에서 ‘대양을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을 열고 있다. 그는 소나무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바다를 먼저 시작했다. 1970년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바다를 그리워했다. 태생이 바다였기 때문이다. 배씨에게 다시 “탁구는 일주일에 몇 번 치세요.”라고 물었다.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한테 강합니다.” 그러고는 다시 웃으면서 말한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땐 유도를 했습니다. 탁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했고요.” 잠시 시간이 흐른다. 창밖에는 6월의 열정으로 가득 찬 나무들이 있다. 배씨는 그것을 잠시 응시하면서 말했다. “1999년이죠. 아내가 죽었을 때 탁구장 회원 등록을 했어요. 술을 많이 먹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건강도 생각해야 했고요. 그때부터 했어요, 탁구를….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탁구를 칩니다. 한 시간 30분 정도씩…. 웬만한 상대를 만나도 자신 있습니다.” ●1년 중 3분의1씩 바다·소나무와 보내 배씨는 건강에 대해서는 자신 있단다. 건강해야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리기도 했다. 얘기를 여수 전시로 돌렸다. 지난달 경주 전시에 이어 여수엑스포에 맞춰 전시 중이다. 소나무 작가인데 왜 바다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제 나이 29살 때 제주를 처음 갔지요. 카메라 들고 말입니다. 그 바닷가가 너무 좋았어요. 그때부터 계속 바다를 찍었습니다. 지금도 1년의 3분의1은 제주도(바다), 또 3분의1은 경주(소나무), 나머지는 서울에 있지요.” 다음 전시는 언제 하는지 물었다. 피식 웃으면서 답을 한다. 늘 하는 건데 새삼 묻느냐는 의미로 다가온다. “올 11월 4개국에서 동시에 전시를 합니다. 따로따로 하는 경우는 있었는데 동시에 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서울, 파리, 베를린, 안트베르펜(벨기에)에서 합니다. 주제는 바다로 3년 동안 찍은 제주바다를 전시합니다. 아직 제목을 정하지 않았지만 바람과 바다를 접목시켜 정하려고 합니다.” 그는 생선장수의 아들이다. 그래서 바다를 좋아한다. 어머니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바다를 보면서 수채화를 그렸고 나중에 미술대학을 갔다. 하지만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 바다로 갔다. 어머니 품을 담으려고 했다. 고향이었고 삶 그 자체였다. 울릉도도 가고 서해안과 남해안 섬에도 갔다. 제주 마라도에도 갔다. 그러던 33살 때 소나무를 찾았다. 소나무는 아버지였다. ●독일 등 유럽 귀족들에 내 작품 인기 그는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 손의 떨림, 시선은 어떻게 할까. 이런 생각이 들어 질문을 했다. “열 명이라고 합시다. 각자의 신체, 손이나, 손가락의 움직임, 감각, 숨결, 사상, 재능 따위가 다르겠지요. 한마디로 말하면 인문학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이미지와 플러스알파, 뭐 이런 것도 있고요. 사진은 온갖 것을 찍을 수도 있지만 자연을 대할 때는 마음가짐이 좀 달라집니다. 사람의 자질도 자연을 대할 때 각자 달라지겠지요.” 소나무로 다시 돌렸다. 전국 방방곡곡 소나무 숲을 전부 다녔을 터이니 말이다. “바다를 찍다가 우리나라의 상징이 무엇인가 고민하던 중 소나무를 찾게 됐다.”면서 “지금은 소나무가 많이 사라져 안타깝다.”고 말한다. 제주도 자리돔이 울릉도에 와 있듯이 온도 변화로 활엽수가 침엽수를 이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갔던 숲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곳이 어디냐는 물음에 “가야산 숲이 최고다.”라고 대답한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창밖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배씨 뒤에는 온갖 책들이 있다. 사진집, 미술 서적, 대부분 영어로 된 책이다. 문득 사진 예술가로 걸어 오면서 누구를 좋아하는지 물었다.“에드워드 웨스턴이 멘토였어요. 만나지는 못했지만 집에 가서 남겨놓은 작품들을 살펴봤습니다.”라면서 책꽂이에서 사진집을 꺼냈다. ‘캘리포니아 오두막에 살면서 사진관도 하고 자연과 인간의 삶을 담아낸 작가’라는 설명이 나온다. “보세요, 누드도 얼마나 잘 찍었는지….” 배씨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까닭 중에 하나는 2005년 팝스타 엘턴 존이 2700만원을 주고 배씨의 사진을 구입한 일이다. 이 얘기를 꺼냈더니 그는 “엘턴 존이 애틀랜타 별장에 사는데 거기에다 걸어놨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사실 스페인, 스웨덴, 독일 등 유럽의 귀족들 별장에도 많이 걸려 있다.”고 말한다. 하기야 그는 스페인에서 2년 동안 알람브라 궁전만 찍었다. 그러면서 사귄 유럽 친구들도 많다고 했다. 어디 유럽뿐일까. 2009년 호주에서 사진 발명 170년에 맞춰 선정한 세계적인 사진작가 60인에 들기도 했다. 그는 아직도 필름을 사용한다. 디지털이 영 안 맞는다고 했다. 린호프(4x5) 카메라를 주로 들고 다닌다. ●필름 없어질지 몰라 2년 쓸 것 구입해 놔 “내가 필름을 사용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겁니다. 필름이 없어지는 것을 대비해서 2년치는 구입해 놨지요.” 그래서일까. 그가 찍은 사진에는 사람이 없지만 사람의 기척 같은 것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기는 한데 인간의 모습이 숨어 있다. 사람의 숨결이 감돌고 있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그와 술잔을 기울였다. 술병, 술잔, 도자기, 달력 등등 모두가 배씨의 그림이 새겨져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런 거 저런 거 묻기가 부끄러워 술 친구들 많이 있느냐고 했다. 잠시 생각하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인문학이라고 하잖아요. 사진도 그래요. 역사를 살피는 것, 자연을 살피는 것은 바로 인문학입니다. 내가 디자인을 전공했잖아요. 그런데 카메라를 들고 바다로 갔어요.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죠. 그리움을 갈망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조용한 기다림이라고나 할까요.” 다시 술잔을 기울인다. 잠시 후 시계를 본다. 약속이 있다고 했다. 그에게 고약한(?) 질문을 했다. 혼자 살기 때문에 여자 친구가 있는지라는 말을 꺼냈다. “귀찮아요.”라고 했다. 에구 역시 잘못 물었나 보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배병우 작가는 미대시절 사진 독학… “발 부르트도록 대상 찾아다녀” 1950년 여수에서 태어났다. 여수고를 나와 1974년 홍익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동대학 대학원 공예도안과를 졸업하고 독일 빌레펠트 대학에서 연구생활을 했다. 대학 때부터 카메라를 들고 바다를 찾았다. 사진은 독학했다. 1984년부터 사진작가 배병우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소나무 작업에 매달렸다. 자신이 태어난 바다와 산과 제주 오름 등 한국의 자연에 천착했다. 국내는 물론 프랑스, 일본, 캐나다, 미국, 스페인, 독일 등 국외에서도 많은 전시를 열었다. 세계적인 팝 가수 엘턴 존이 작품을 구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세계 유수의 아트경매에서 1억원을 호가하며 낙찰되는 등 세계적인 작가로 활동 중이다. 사진 찍는 법을 물어오는 이들에게 “손 대신 발이 부르트도록 대상물을 찾아다닌다.”고 말한다. ‘풍경을 넘어서’ ‘사진-오늘의 위상’ 등 다수의 기획전과 개인전을 했으며, 일본 국립근대미술관 ‘90년대 한국미술’(1996), 토론토 파워 플래닛 ‘Fast Forward’(1997), 파리 OZ 갤러리 ‘배병우 개인전’(1998), 서울 박영덕갤러리 ‘배병우 개인전’(2000) 등의 전시 경력이 있다. 1981년부터 최근까지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주요 작품집으로 ‘종묘’(1998), ‘청산에 살어리랏다’(2005), ‘Sacred Woo’(2008), ‘창덕궁: 배병우 사진집’(2010), ‘배병우 빛으로 그린 그림’(2010) 등이 있다.
  • 유안진 열여섯 번째 시집 ‘걸어서 에덴’

    유안진(71) 시인의 열여섯 번째 시집 ‘걸어서 에덴까지’(문예중앙 펴냄)는 보라색 표지처럼 어둡지만 신비롭다. “최소한의 압축 언어에 최대한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시인은 시작과 끝의 의미를 조명한 ‘거꾸로 로꾸거로’, 기다림을 위대한 허무로 바라본 ‘기다림을 기다린다’, “죽음보다 더한 죽음 이상도/또한 삶이니라.”라고 노래한 ‘피뢰침, 죽을 힘으로 산다’ 등 시 전반에 삶을 바라보는 철학과 해학을 흘렸다.
  • 끝나지 않은 항쟁… 마르지 않는 눈물

    끝나지 않은 항쟁… 마르지 않는 눈물

    610명의 시민들이 ‘6·10항쟁’ 기념 무대를 장엄한 하모니로 채웠다. 1987년 6월 10일, 시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외쳤던 것처럼 이날도 시민들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나서 ‘끝나지 않은 항쟁’을 노래했다. 6월 민주항쟁 25주년을 맞은 10일 서울 도심에서는 각종 기념 행사가 열렸다. 특히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민대합창 공연이 눈길을 끌었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피맺힌 그 기다림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전국에서 공개 모집을 통해 선발된 시민 610명이 한목소리로 열창하자 광장에 모인 민주화 운동 관계자와 정·관계 인사, 시민 등 수천명이 마치 그날의 그 현장에 선 듯 노래를 따라 불렀다. 6월 항쟁 당시 불렸던 ‘우리 승리하리라’, ‘철망 앞에서’ 등의 노래가 잇따라 울려 퍼졌다. 그날의 뜨거웠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되새기는 40~50대가 있는가 하면, 아직도 미완의 시민운동이라는 회한 때문에 눈시울을 붉힌 반백의 노인도 있었다.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을 지낸 정은숙 성신여대 음대 석좌교수가 공연단장을 맡았고, 작곡가 류형선씨가 지휘봉을 들었다. 이날 서울광장에 마련된 40개 희망 부스에는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와 청년유니온,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등 다양한 계층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참여해 공론의 장을 만들기도 했다. 앞서 시민대합창을 기획한 6월항쟁25주년행사국민추진위원회는 행정안전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공동 주최로 이날 오전 10시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6월 항쟁 25주년 기념식을 가진 뒤 무대를 서울광장으로 옮겨 만민공동회, 범국민추모제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또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한국 민주화 과정에서 천주교회의 활동을 정리하기 위한 기념미사와 기록물 전시회, 학술대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지금&여기] 큰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니/김효섭 사회부 기자

    [지금&여기] 큰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니/김효섭 사회부 기자

    올 초부터 큰애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과정은 수월하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어린이집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였다. 교사들이 마음에 들면 시설이 부실해 보였고, 어떤 어린이집은 “아이들을 돈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몇 개의 어린이집을 거쳐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은 뒤에는 기다림과의 싸움이었다. 정부의 보육료 지원으로 또래의 아이들이 모두 어린이집으로 몰린 데다 맞벌이 부부도 아닌 탓에 큰 아이는 3순위로 밀렸다. 그렇게 2개월가량을 버틴 덕에 어린이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오늘은 뭘 하고 놀았는지 살피고, 점심과 간식으로 뭘 먹었는지를 나눠준 식단표와 비교하고 있다. 또 선생님이 혼내지는 않았는지, 같이 다니는 아이한테 맞거나, 잘못하지는 않았는지를 잊지 않고 확인한다. “혹시나”해서다. 아내는 밸런타인데이나 스승의 날 때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느라 한참 바빴다. 그럴 때면 “어린이집까지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짐짓 점잖은 척했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집 아이는 대하는 게 다르다.”는 아내의 근거 없어 보이는 현실론 앞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어머니가 학교에 왔다 가면 태도가 달라지던 선생님의 얼굴이 떠올라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오래전 떨쳐버린 기억이라고 여겼는데, 되살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린이집의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를 담당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복지부 앞에서는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정부의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주장이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원장들의 입장에 전혀 찬성할 수 없다. 원장들은 불신부터 해소해야 한다. 아이들을 믿고 보낼 수 있도록 더 많은 견제장치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언제쯤 걱정 없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을까. 이제 곧 둘째도 어린이집에 다닐 텐데 그때는 지금보다 좀 더 어린이집을 믿을 수 있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1일 TV 하이라이트]

    ●고향극장(KBS1 밤 7시 30분) 거문도를 이루고 있는 세 개의 섬인 동도, 서도, 고도 중 가장 외진 섬 동도. 평소 물 맑고 고기 많기로 소문난 동도 앞바다는 봄이 오자 더욱 활기가 넘친다. 물 위는 거문도 사나이의 뱃일로, 물 아래는 거문도 해녀들의 물질로 바쁘다. 그런데 거문도 유촌 마을 해녀들에게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고 하는데…. ●VJ 특공대(KBS2 밤 9시 55분) 정해진 시간에 허락된 양만큼만 먹을 수 있다는 한정 판매 요리들이 있다. 이 요리들은 발로 뛰고 기나긴 기다림을 감수한 사람들만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선착순 200그릇. 이마저도 30분 안에 품절돼 버린다는 한우 갈비탕부터 식당과 주방장을 통째로 전세 내고 즐기는 원 테이블 철판 코스까지. 도도한 맛의 세계 속으로 빠져 본다. ●천사의 선택(MBC 오전 7시 50분) 침실에서 유란과 함께 있는 모습을 들키고도 상호가 발뺌을 하자 은설은 폭발한다. 유란은 초롱을 데리고 가출하고, 길에 서서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은석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한편 상호는 은설이 바람을 피운 사실을 미리 알았음에도 꽁꽁 숨겼던 것에는 뭔가 꿍꿍이가 있음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 25분) 여덟 살 지혁이는 축구면 축구, 태권도면 태권도를 잘하는 만능 재주꾼이다. 하지만 학교 앞에만 섰다 하면 180도 돌변하면서 선생님도, 친구도 필요 없다. 학교에선 오직 엄마뿐이다. 이런 지혁이는 교실 탈출은 기본에다 수업은 내 멋대로 등교 거부를 외치기 일쑤다. 과연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명의(EBS 밤 9시 50분) 뇌혈관 질환은 한국인의 단일 질환 사망률 1위를 차지한다. 하루 85명의 생명을 앗아 가는 뇌혈관 질환은 ‘머릿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뇌졸중 인식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위험 신호에 대해 인지도는 60%에 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적극적인 의식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집 생방송 민주통합당 대표후보 토론회(OBS 오후 1시 10분) 김민전 경희대 교수의 진행으로, 약 120분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토론회가 열린다. 민주통합당 대표 선거에 참여한 8명으로 이해찬, 추미애, 이종걸, 우상호, 문용식, 김한길, 조정식, 강기정 후보가 참여한다. 이들은 자신의 주요 핵심 공약을 밝히고, 상대 후보에게 질문 공세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4) 경기도 과천시 ‘추사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4) 경기도 과천시 ‘추사로’

    글을 잘못 써서 고민스러운 당신, 늘 글을 잘 쓰고파서 안달하는 당신, 스스로 물어라. 글을 쓰느라 연필 1000자루쯤을 몽당연필로 만들어 봤나? 아니면 쓰고 지우느라 지우개 열 개쯤을 없애 봤나? 감히 고개를 끄덕이지 못한다면, 지금 당장 책상을 박차고 경기 과천시 추사로로 달려갈 일이다. 학문과 예술 분야에서 감히 넘볼 수 없는 문재와 필체로 ‘앞뒤 300년을 통틀어 최고의 천재’라는 찬사를 받는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조차 ‘붓 천 자루, 벼루 열 개’를 닳아 없애면서까지 글을 쓰고 다듬는 데 열중했던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추사가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웠던 경기 과천시 추사로 78 ‘과지초당’(瓜地草堂)을 찾았다. 미욱한 후손일지언정 꺼지지 않았던 추사의 열정을 어슴푸레나마 확인할 수 있다. 서울경마공원 뒤쪽 마사(馬舍)가 있는 담벼락을 따라 이어진 말두레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말의 배설물 냄새가 바람에 실려 떠다닌다. 슬쩍 인상이 찌푸려지며 코를 막아 보지만 이 역시 생명이 건강하게 순환하는 과정이려니 하면 견딜 만하다. 삼부골로와 이어지는 지점에서 말두레로가 끝나고, 울울한 플라타너스 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선 추사로가 나타난다. 1850m의 2차선으로 제법 길지만 인적이 그리 많지 않은 길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대로로 연결되는 만큼 서울로 다니는 차량이 사람 대신 쉼 없이 오간다. 말두레로 끝 추사로 시작 지점에서부터 걸었다. 과천 시민의 반대 속에서 4년 전 어렵사리 이곳으로 이전해 온 기무사가 오른쪽에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 옆을 지나 제법 걸었는데도 과지초당이 보이지 않았다. 과지초당의 도로명 주소는 ‘추사로 78’이다. 일단 짝수니까 길 오른쪽(홀수는 길 왼쪽)에 있어야 한다. 또 숫자당 10m 거리니까 400m 남짓 즈음에 있어야 맞다. 뭐가 잘못된 걸까. 이유는 금세 확인됐다. 과지초당 주변은 한창 공사 중이었고, 가림막이 둘러쳐 있어 보이지 않았다. 추사박물관을 짓는 중이었다. 완공되는 올해 말에야 들어갈 수 있으나 현장소장에게 간청해서 잠깐 둘러볼 수 있었다. 과지초당은 추사의 아버지 김노경(1766~1837)이 1824년 지은 일종의 별장이다. 부친이 세상을 뜨자 추사는 과지초당 바로 옆의 옥녀봉 중턱에 모시고 이곳에서 3년 시묘(侍墓)를 하기도 했다. 이후 10년 동안 제주, 2년 함경도 북청 등에서 유배생활을 마친 뒤 다시 과지초당으로 찾아와 생의 마지막 4년 동안 머물렀다. 과천시가 여러 문헌 사료에 근거해 2007년 새로 지은 것이다. 약간 어수선한 공사 현장을 지나 닫힌 문을 열고 과지초당에 막 들어서니 아주 작은 연못이 있는 소박한 마당과 단출한 기와 한 채가 있다. 과지초당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고, 기둥에 걸린 네 개의 주련(柱聯)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大烹豆腐瓜薑菜’(대팽두부과강채) ‘高會夫妻兒女孫’(고회부처아녀손) ‘磨穿十硏’(마천십연) ‘禿盡千毫’(독진천호) 추사체다. 오랜 절차탁마의 결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파격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유자재로 펼쳐져 소박함과 호기방장을 함께 가졌다는 추사체다. 뜻을 이해하기는커녕 한 글자씩 따라 읽기조차 벅차다. 동행한 전 한국문화원연합회장인 최종수(71) 추사기념사업회장이 빙긋이 웃은 뒤 한 자, 한 자 짚어 가며 읽고 설명을 보태 준다. ‘가장 좋은 반찬은 두부와 오이, 생강, 야채’(대팽두부과강채)라거나 ‘가장 좋은 만남은 부부와 아들, 딸, 손자’(고회부처아녀손)라는 글귀는 굳이 따지자면 예서로 분류된다. 십수년 동안 모진 고초를 겪고 모처럼 가족 곁에 돌아와 누리는 소박한 삶 자체에 행복해하는 추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벼루 열 개의 바닥을 뚫고, 붓 천 자루를 닳아 없앤다.’(마천십연 독진천호)는 행초서체 글귀에는 말년에도 가시지 않는 추사의 서늘한 결기와 함께 평생에 걸친 부단한 노력의 일단을 짐작하게 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이러한 추사였기에 누가 시키지 않았건만 이런 삶의 가르침 뒤로 따르는 후대들이 모여드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글귀를 읽어 나가던 최 전교의 자랑이 이어졌다. 수없이 많은 후대의 문인들이 그를 흠모하며, 혹은 그의 재능을 시샘하며 작품을 남겼다 한다. 이근배와 유안진, 오세영, 조정권, 황지우, 곽재구, 도종환, 정호승 등 내로라하는 여러 시인들에게는 추사의 삶 자체가 하나의 시편이었고, 시 창작을 고무시키는 영감이었다. 또 유홍준 명지대 교수가 쓴 ‘완당 평전’은 추사를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중요한 이정표가 되기도 했다. 학술과 문학 분야에 머물지 않았다. 영상을 곁들인 창작국악 가무극인 ‘붓 천 자루, 벼루 열 개’는 2006년부터 과천 시민들을 상대로 매년 펼쳐지는 단골 공연 작품이 됐다. 오는 11월 25일 남산 국립극장 무대에서도 공연을 올린다. 정종기 과천시 부동산관리팀장이 “과지초당 곁으로 추사박물관까지 다 만들어지고 나면 추사의 생가가 있는 충남 예산, 10년 가까이 유배생활을 했던 제주 서귀포시 등과 더불어 과천이 ‘추사의 메카’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며 추사 자랑, 과천 자랑을 거들었다. 관이 나서서 이끌었다면 길 위에서 느끼는 감동의 무게감은 훌쩍 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여기까지 끌고 왔다. 2004년 기무사 이전 반대 운동을 하던 과천 시민들은 이 과정에서 추사와 과천의 인연을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추사 관련 문화 보존 운동으로 이어졌다. 땅을 매입하기 위해 ‘과천 트러스트’ 형식으로 수천만원을 모았고, 과천시도 여기에 동참해 과지초당, 추사로 현판 등을 세울 수 있었다. ‘추사체를 닮은’ 과지초당의 현판 역시 시민들의 힘으로 이뤄졌다. 공사 중이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연못은 뿌옇기만 했다. 그럼에도 무더위 속 과지초당을 나서는 발걸음이 괜스레 가볍다. 추사박물관을 짓는 바람에 연말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은 아쉬움이지만, 내년부터는 추사로에 들어서면 단순히 추사에 대한 현대화한 기억뿐 아니라 추사에 대한 방대한 자료까지 곁들여서 더욱 체계적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 기다림조차 기껍다. 과지초당 앞의 나무 그늘 드리운 추사로는 구불하게 돌아 감으며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지혜를 서늘하게 가르쳐 주는 듯하다. 글 사진 과천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5회는 서울 성동구 ‘마조로’를 소개합니다.
  • 한은, 외환은 지분 판다

    한국은행이 45년 넘게 갖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 6.12%(3950만주)를 드디어 팔 수 있게 됐다. 정부가 매각 지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주식 시장에 영향을 최대한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매각 물량과 시기 등을 정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한은이 갖고 있는 외환은행 주식의 처분을 한은에 맡긴다는 내용의 고시를 제정, 오는 29일 관보에 게재한다고 25일 밝혔다. 고시에 따르면 장내 매각, 블록 세일(특정 투자자에게 덩어리 매각) 등 처분 방법과 시기 등을 한은이 자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며 파생상품 거래는 금지된다. 장외에서 경쟁 입찰을 하거나 수의 계약을 할 때는 은행이나 보험사, 사모펀드 외에 은행지주회사도 가능하도록 매각대상을 추가했다.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된 외환은행이 5년 뒤 하나은행과 합병하고 한은이 그때까지도 외환은행 주식을 갖고 있는 게 있으면 한은은 하나금융에 해당 지분 인수를 요청하거나 합병주식(하나금융) 전환 뒤 매각을 선택할 수 있다. 한은은 외환은행이 외국환전문은행으로 설립된 1967년부터 1985년까지 7회에 걸쳐 총 3950억원을 출자했다. 이후 1989년 외환은행법 폐지로 외환은행이 시중은행으로 바뀌면서 한은은 이 지분을 팔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은법상 한은은 시중은행 지분을 갖지 못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규모 물량 방출에 따른 시장 영향 등을 우려해 정부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매각방법을 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지분 보유를 허용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법적으로는 29일부터 지분 매각의 길이 열렸지만 그렇다고 한은이 당장 외환은행 지분 매각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시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 등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데다 기대수익도 없기 때문이다. 한은의 외환은행 주식 평균 매입단가를 단순 계산하면 주당 1만원이다. 이날 외환은행 주가는 8280원에 마감했다. 지금 팔면 약 680억원의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45년 장기 투자치고는 ‘쓰라린’ 성적이다. 물론 대부분의 매각 수익은 국고로 귀속된다. 균형재정을 맞추기 위해 한 푼이 아쉬운 정부로서는 ‘눈먼 돈’이 생기게 됐다. 한은은 외환은행 지분을 1% 이상 매각하거나 매각을 완료하면 재정부 장관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亞 최대 식품박람회 고양 킨텍스서 개막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식품박람회 ‘코리아 푸드 쇼 2012’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나흘 일정으로 8일 개막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수산물식품유통공사·한국식품산업협회·킨텍스 공동 주관으로 국내 식품산업에 대한 세계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농식품부는 올해 4회째를 맞은 코리아 푸드 쇼는 코트라가 주관하던 ‘서울 푸드’와 통합함으로써 규모 면에서 아시아 최대 식품박람회가 됐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음식(K-Food)의 가치 재발견을 통해 국내 식품산업의 우수성을 체험할 수 있는 세 가지 주제(두드림·어울림·기다림)를 내걸었다. 행사장에서는 관람객의 오감을 만족시킬 전시 프로그램과 이벤트, 식품산업미래포럼, 1대1 수출상담회 등이 열린다. 영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레이 해먼드와 프란츠 피슬러 전 유럽연합(EU) 농림수산부 장관을 비롯한 세계 식품산업계의 저명 인사가 참여하는 아시아푸드포럼도 개최된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위키드’ 2차 티켓오픈…영화 특별상영 이벤트까지 ‘풍성’

    ‘위키드’ 2차 티켓오픈…영화 특별상영 이벤트까지 ‘풍성’

    브로드웨이의 가장 거대한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가 관객들의 기다림 속에 드디어 2차 티켓을 오픈한다. ‘위키드’는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대형 히트작으로, 지난 2월28일 티켓오픈 당일에만 2만 3천장의 이례적인 판매기록을 세우며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작품의 명성을 확인했다. 2차 공연 티켓은 4월 24일 화요일 오후 2시 전 예매처에서 동시에 판매되며, 7월 31일 공연까지 예매 가능하다. 한편 ‘위키드’ 제작사 측은 2차 티켓 오픈을 기념해 예매자에 한해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단독 시사회 이벤트를 연다. ‘위키드’가 고전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어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았던 오즈의 두 마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인 만큼, 패러디된 부분과 반전,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아 비교하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메가박스 클래식 특별전’ 5월 상영작으로 선정돼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단독 시사회는 5월 8일 오후 6시, 8시 20분 2회에 걸쳐 진행된다. 4월 24일부터 5월2일까지 각 예매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다. 4월 싱가포르 공연을 끝내고 한국으로 무대를 옮겨 5월 31일 블루스퀘어에서 화려한 막을 올리는 ‘위키드’ 내한 공연은 해외에 가지 않고 국내에서 자막 서비스로 온전히 공연을 관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뮤지컬 팬들을 더욱 설레게 하고 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CEO 칼럼] 인내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하자/김창범 한화L&C 대표

    [CEO 칼럼] 인내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하자/김창범 한화L&C 대표

    헬렌 켈러는 미국에서 최초로 인문계 학사를 취득한 중복 장애인이었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3중 장애의 어려움을 딛고 그는 작가, 사회운동가, 교육자 등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암흑 속을 뚫고 나온 빛의 천사로 불리며 칭송받았던 그의 뒤에는 48년 동안 고난과 헌신의 삶으로 일관한 개인교사 앤 설리번이 있었다. 앤 설리번은 헬렌 켈러에게 ‘시작하고 실패하는 것을 계속하라.’는 말을 반복했다. 켈러의 기적적인 삶은 인생에서 인내의 힘을 깨우쳐 준 설리번과 같은 조력자가 있어 가능했다. 한 사람이 보낸 인고의 세월이 다른 사람의 천재성을 발현시킨 값진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꿈을 실현시켜 거대한 부를 축적한 월트 디즈니. 그의 어린 시절은 그가 이룬 환상의 세계와는 달리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가정 불화로 집을 뛰쳐나와 추운 골목을 뛰어다니며 신문배달을 했던 그는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고난의 세월을 견뎠다.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되는 사업 실패로 고전을 거듭했지만 꿈을 이루겠다는 집념과 신념으로 마침내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그룹을 일구고, 어린이들의 꿈과 환상을 구현한 디즈니랜드를 탄생시켰다. 인내를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했기에 가능한 성공이었다. 요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일들은 모두가 인내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하철이나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추태를 부리는 ‘○○녀’, ‘○○남’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출현은 인내가 더 이상 미덕이 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사람들은 점점 자신에게 가해지는 사소한 피해에도 발끈하고 격한 감정을 쏟아내야 권리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참을성 부족한 개인을 탓할 수만은 없다. 이 모든 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다. 무한경쟁만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 참을성 있게 꿈을 좇는 일은 시대에 뒤처지는 일이 됐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이기주의가 득세할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경제불황과 정치적 이념 대립으로 정신적, 물질적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가정과 학교, 사회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아이들은 점점 남에 대한 배려를 배울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다. 살벌한 경쟁으로 상실한 인간성을 회복하고 믿음을 되찾기 위해 특별한 처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손바닥을 건드리는 것이 전부였던 열악한 교수법이지만 믿음을 가지고 암흑 속의 소녀를 일깨운 앤 설리번의 참을성과 암담한 현실에도 좌절하지 않고 꿈을 향해 수없이 도전했던 월트 디즈니의 인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이 세상 어느 것도 스스로를 낮추고 인내하지 않는 것이 없다. 사계의 원리가 그러하고 인생의 모습 역시 그러하다. 지나친 성급함과 조바심으로 천재일시(千載一時)의 기회를 놓치는 과오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삶은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경과 고난의 연속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기다리면 값진 선물을 안겨 주기도 한다. ‘몸과 정신을 단련하는 부단한 노력이 재능을 앞선다.’는 격언을 가슴에 새기고 인내하는 여유를 갖자. 기나긴 제련의 과정을 통과하지 않으면 순금이라는 빛나는 결과물을 얻어낼 수 없듯이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면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기업경영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불안한 세계 정세와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 등으로 위기 의식이 팽배한 요즘과 같은 기업환경 속에서 믿음의 인내와 도전의 인내는 더욱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성급한 열정에 휩쓸리지 않고 참고 노력한다면 인생은 달콤한 결실로 우리에게 보답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은근과 끈기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끌어 내는 유전자가 있다. 올바른 가치관을 세웠다면 기다림의 여유와 안목을 가지고 미래를 기대해 보자.
  • 女탁구 日에 대역전 8년만에 4강 진출

    女탁구 日에 대역전 8년만에 4강 진출

    탁구는 박자의 경기다. 랠리가 이어지는 동안 제 박자를 잃으면 경기도 잃는다. 수비형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스매싱을 함부로 맞받아 치지 않고 서서히 상대가 실수를 물기만을 기다리는 것. 박자와 지루한 기다림. 탁구는 마치 낚시와도 같다. 30일 자정(이하 한국시간)을 조금 못 남겨둔 독일 도르트문트의 베스트팔렌경기장. 일본과의 2012년 세계팀선수권대회 8강전에첫 번째 경기,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경아(35·대한항공)는 경기를 끝내고 “마치 지옥과 천당을 한꺼번에 보고 온 것 같다.”며 채 가라앉지 못한 흥분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서른 중반을 막 넘긴 대표팀의 맏언니다. “런던올림픽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은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욕심장이기도 하다. 복식없이 5단식으로만 진행되는 단체전에서 김경아는 1단식과 마지막 5단식을 맡았다. 첫 번째 단식. 상대는 ‘아이짱’으로 불리며 일본여자탁구의 아이콘으로 군림한 세계 11위의 후쿠하라 아이. 이제까지 한 번도 후쿠하라에 진 적이 없었기 때문일까. 출발은 느긋하고도 힘찼다. 그러나 여유는 점차 불안으로 바뀌었다. ‘깎신’이라 불릴 정도로 커트에 일가견이 있는 그다. 네트를 살짝 넘나드는 예리함이 주무기다. 그런데 자꾸 탁구공이 붕붕 떠다녔다. 불안은 조급함으로 이어졌다. 후쿠하라의 특기인 전진속공이 테이블을 파고 들었다. 풀세트를 벌였지만 김경아는 2-3으로 졌다. 두 번째 경기에 나선 귀화선수 석하정(25)도 유난히 강세를 보이던 세계 6위 이시카와 카즈미에 2-3으로 패했다. 그 역시 “늘 자신있던 상대였는데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못 이겼다.”고 했다. 패색이 짙었다. 2년 전 모스크바대회 당시 일본에 져 8강에서 탈락한 아픈 기억이 반복되는 듯 했다. 관람석 꼭대기에서 “니폰~.”을 외치는 일본인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그런데 세 번째 주자 당예서(31)가 나오면서 차츰 상황이 바뀌었다. 세계 43위가 13위의 히라노 사야카를 3-1로 제쳤다. 고향인 중국에서 딸을 낳고 돌아온 지 3개월 남짓이다. 지난 21일이 딸의 돌이었는데, 그는 돌잔치를 해 주러 집에 갈 수가 없었다. “히라노의 경기 비디오를 보면서 대결을 준비했다.”고 했다. 4번 주자로 다시 코트에 나선 석하정은 아예 후쿠하라를 3-0으로 셧아웃했다. 2-2 동점. 역전의 희망이 솟았다. 몸을 풀고 있던 김경아의 손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김경아는 경기를 모두 끝낸 뒤 “첫 경기에서 진 내가 단초를 제공했다. 그렇지만 후배들이 잘 해 줬다. 마무리는 당연히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을 추스렸다.”고 말했다. 상황은 그렇지 않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호흡을 가다듬으니 커트가 말을 잘 들었다. 예상은 했지만 풀세트 접전. 그런데, 마지막 세트 듀스까지 갈 줄은 몰랐다. 10-10에서 시작한 듀스는 네 차례나 이어졌다. 실수를 하는 쪽이 끝이었다. 13-12, 매치포인트. 옆 코트에서남자부 4강전을 펼치는 독일을 응원하는 홈관중들의 고함소리가 귀에서 웅웅거렸다. 김경아는 상대의 서비스를 가볍고도 길게 깎아 넘겼다. 던진 미끼를 덥석 문 이시카와는 힘껏 스매싱을 휘둘렀지만 깊게 깎인 공은 공중으로 붕 뜬 뜬 뒤 코트 울타리 밖으로 날아갔다. 시작과 끝에서 지옥과 천당을 함께 경험한 김경아는 마침내 승리를 확인한 듯 두 손을 높이 쳐들었다. 한국 여자탁구가 숙적 일본을 3-2로 꺾고 지난 2004년 도하대회 이후 8년 만에 팀세계선수권대회 4강에 올랐다. 2년 전 모스크바대회 8강전에서 일본에 패해 탈락한 기억도 깨끗이 씻었다. 한국은 31일 새벽 1시 40분 현재 또 다른 8강전을 벌이고 있는 독일-싱가포르전 승자와 오후 8시 4강전에 나선다. 1973년 사라예보, 1991년 지바대회 우승 이후 걷게 될 통산 세 번째 결승 길목이다. 도르트문트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최초 조선시대 ‘日記 뱅크’ 마련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최초 조선시대 ‘日記 뱅크’ 마련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

    조선시대에 살았던 조상들은 어떤 일기를 썼을까. 설명이 많으면 감동이 없는 법, 흥미로운 몇 가지 예로 직접 느껴보자. #하나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채 보름도 안 된 1592년 음력 5월 12일 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데 광해군의 빈궁이 해산을 했다. 광해군이 생산한 첫 자식이다.’ 이 내용은 당시 내원의 제조로 광해군의 분조(分朝)를 수행했던 정탁(1526~1605)의 ‘피난일기’에 적혀 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알려졌던 광해군의 첫 자식 출산이 1598년이었던 것에 비하면 이 기록은 6년이나 앞당겨져 있다. 그러나 이 아이가 왕자인지 공주인지 모르며 이후로는 아무런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 #둘 ‘1617년 6월 25일 김택룡은 바쁜 하루를 보낸다. 아들 김각이 내일 과거시험을 치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시험장에 타고 갈 말을 빌리고 시험 칠 때 사용할 붓을 빌린다. 이전 과거에 합격한 사람이 사용한 붓을 통해 아들의 합격을 기원하려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목욕재계을 한 후 제물을 꼼꼼히 챙겨서 제사 준비를 마쳐둔다. 이후 시험 답안지를 정부 규격에 맞추어 꼼꼼하게 마름질하고 시험 치는 사람의 신상명세를 기록한 녹명단자도 준비한다. 온갖 기원을 담아 바쁜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시험장에 가야 하는 26일 모든 가족이 모여 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어머니의 위패를 모셔 제사를 지낸다. 먼 길 떠나는 아이의 편의를 봐 달라고 의흥현감에게 보내는 편지도 작성한다.’ 요즘 수능 시험을 치르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심정과 비교할 수 있어 눈길을 끄는 일기 내용이다. #셋 ‘1780년 8월 15일 맑음. 어느새 명절이 되고 보니 성묘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주막 사람이 돈을 너무 많이 요구하여 노자가 거의 떨어졌다. 명절날 한번 배부르게 먹는 것도 마련할 수 없으니 진실로 한번 웃고 말 일이다.’ #넷 ‘1599년 11월 15일, 조익(趙翊)과 동지사(冬至使) 일행은 황궁의 서관(西館, 사신관)에 머물고 있었다. 이날 명나라 예부에서 관리가 공문을 가지고 와 내일 하사품을 받을 것이라 알려 주었다. 다음 날(11월 16일) 동지사 일행이 대궐로 나아갔다. 명나라 예부주사(禮部主事)는 조선의 사신들에게 하사되는 물품을 감독하여 지급하였다. 표저의(表紵衣) 각 두 벌, 흑단(黑段) 4필, 황기(黃綺) 각 4필, 청(靑, 청포) 2필 등의 물품이다. 그리고 사신의 옷에는 협금(挾金)을 사용하였고 하사품의 양도 두 배로 하였다. 수행원에게는 다만 견의(絹衣) 한 벌, 청(靑) 2필을 지급하고, 화청(靴淸) 등의 물품도 있었다. 광록시(光祿寺)에서 규례대로 일상에 필요한 물품을 보내주는 것은 5일에 한 차례, 사신과 수행원 21명에게 지급하였다. 돼지고기 52근(斤) 8냥(兩), 향유(香油) 2근 10냥, 염장(鹽醬) 각 5근 4냥, 화초(花椒) 4냥, 엽채(葉菜) 3근 4냥, 쌀 1석(石) 5승(升), 술 52병 반, 야채 2근 6냥이었다. 황제가 내리는 일상 생활 물품은 단지 한 차례 내려주는데 양(羊) 네 마리, 거위 네 마리, 닭 여섯 마리, 다식(茶食) 네 접시, 호두 네 접시, 향유 2근 10냥, 염장 각 5근 4냥, 화초 5냥, 엽채 3근 4냥, 쌀 2석 1두 1승, 술 42병, 야채 26근이었다.’ 당사자가 직접 쓴 일기도 있고 옆에서 본 사람이 쓴 내용도 있다. 얼핏 봐도 당시 시대상과 사람들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이런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면 말 그대로 재미가 무궁무진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있을까. 한국국학진흥원 장판각에 소장돼 있다. 200자 원고지 4장 분량의 일기 목판이 무려 6만 3000여장이나 보관돼 있다. 10만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국내 유일의 10만대장경을 기록하는 셈이다. 그저 단순한 일기뿐만이 아니다. 첫째 예에서 보듯 정탁의 ‘피난일기’는 사료적 가치가 보물급이다. 현재 번역 작업을 하고 있으며 올해 말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에 위치한 한국국학진흥원에서 김병일(67) 원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김 원장은 국학진흥원뿐만 아니라 선비문화수련원의 이사장도 맡아 ‘선비정신’의 전파,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두루마기가 잘 어울리는 김 원장에게 먼저 국학진흥원에 수집된 자료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물었다. “고문서와 고서, 목판 등과 같은 민간 소장 전통 기록 유산이 주류를 이룹니다. 기탁 수집 방식을 통해 국학 자료 33만 9000여점이 보존돼 있어 국내 한국학 관련 연구소 가운데 최대 소장량을 자랑합니다. 국보급 1종(징비록)과 보물 52종 등 고문서 16만 7000여점, 고서 10만여점, 일기류 목판 6만 3000여점 등의 다양한 문화재 자료가 보관·보존돼 있지요.” 기탁 수집 방식이란 원 소장자의 소유권을 인정하면서 수집된 자료에 대한 관리와 연구 및 학술적 가공의 권리만 가지는 제도를 말한다. 이 방식은 국학진흥원에서 처음 채택했다. 국학진흥원의 보물창고라고 알려진 ‘장판각’으로 장소를 옮겨 인터뷰를 계속했다. “장판각에 보관된 일기류 기록 자료들은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창작자들에게 좋은 이야기 소재가 됩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러한 일기류 자료 가운데 사료적 가치가 높고 문화 콘텐츠 산업에 활용 가능한 일기류를 선별해 번역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지요. 한문으로 기록된 자료를 한글로 옮김으로써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해소하면서 이야기 소재 뱅크를 구축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600여개의 소재를 개발했고 올해도 600여개의 소재를 개발할 예정이다. 향후 1만여개의 이야기 소재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원장은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창작자들을 위한 최대의 창작 인프라를 구축해 우리의 이야기에 기반한 세계적인 한류의 전진 기지로서 기능할 것”이라고 자부했다. 특히 장판각에 보관된 일기류들은 우리나라 선비·유교문화의 실생활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특별하다. “선현들이 남긴 거룩한 내용(일기)들이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흥미로운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요즘 인기를 끄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등 여러 사극도 이런 소재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지요.” 최근 국학진흥원에서는 ‘조선시대 일기류를 활용한 전통문화 콘텐츠 소재 뱅크 활용 방안과 전망’이란 주제로 ‘전통문화 콘텐츠 소재 뱅크 보고 및 시연회’를 가져 창작인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끌었다. 허구의 가공된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의 생생한 사실 정보를 가감 없이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 이상의 현실 같은 이야기 소재’여서 창작자들에게는 최고의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다시 말해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물음에 답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국학진흥원의 장판각 일기 보관소인 셈이다. 세계적인 소설이자 영화인 ‘해리포터’가 영국 전통문화의 결정체라고 한다면 한국판 ‘해리포터’는 전통문화의 보고인 국학진흥원의 장판각 일기를 참고한다면 충분히 생산 가능한 일이라고 김 원장은 강조한다. 이뿐만 아니다. 국학진흥원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을 펼치고 있다. 조손(祖孫) 세대 간의 문화 소통을 통해 미래 세대(유아 및 아동)의 인성을 함양시키고 민족적 정서가 배어 있는 이야기 구연을 통해 민족 문화를 전승하는 사업을 말한다. 3년 전 시작한 이 사업은 56세 이상의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지난해 300명, 올해 600명, 내년 1000여명의 이야기 할머니들이 전국 3000여개의 유치원에서 미래 세대에게 전래동화와 선현들의 미담을 들려주는 이야기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요즘 학교 폭력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이런 미담을 들은 아이들이 자라면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김 원장은 말한다. 이어 화제를 어른들로 돌려 선비수련원 이야기를 꺼냈다. 2001년 퇴계 선생 탄신 500주년을 맞아 설립된 선비수련원에는 그동안 10만명 가까이 다녀갔을 만큼 해마다 인기를 더해가고 있단다. 처음에는 주로 학생과 교원이었으나 최근에는 관공서 직원, 기업인과 일반인 등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점점 각박해져가는 오늘날에 선비 정신의 중요성을 새삼 체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퇴계 선생의 청량산행 시를 인용한다. ‘산봉우리 봉긋봉긋, 물소리 졸졸/새벽 여명 걷히고 해가 솟아오르네/강가에서 기다리나 임은 오지 않아/내 먼저 고삐 잡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네’ 친구 이문량에게 쓴 시로 조급해하지 않는 여유와 기다림의 미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선임기자 km@seoul.co.kr ●김병일 원장은 1945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1963년 서울 중앙고등학교를 나온 뒤 서울대에서 사학과와 행정대학원(석사)을 졸업했다. 1971년 제10회 행정고시를 거쳐 재정경제원 국민생활국장(1994), 국회예산결산특위 수석 전문위원(1995~1997), 통계청장(1997~1998), 조달청장(1999~2000), 기획예산처차관(2000~2002), 금융통화위원(2002~2003), 기획예산처장관(2004~2005), 한국개발연구원 자문위원(2005~2008)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국학진흥원장,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상훈으로는 황조근정훈장, 청조근정훈장 등이 있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봄/이성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봄/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블루스 디바’ 강허달림, EBS 스페이스공감 출연

    ‘블루스 디바’ 강허달림, EBS 스페이스공감 출연

    지난해 12월, 2번째 정규앨범 ‘넌 나의 바다’를 발매한 싱어송 라이터 강허달림이 오는 15,16일 EBS 스페이스 공감을 통해 진한 블루스를 선보인다. 평단의 호평과 7000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1집 ‘기다림 설레임’을 발매한지 3년 8개월만의 앨범인 2집 ‘넌 나의 바다’는 작사 2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을 모두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을 하며 1집에 이어 진정한 송 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또한 보컬리스트로서의 자리매김을 위해 보다 소울풀하고 보컬의 맛을 내는데 중점을 뒀다. 그녀의 음악은 완전한 재즈도 아니고 소울이나 블루스도 아닌 독특한 느낌과 감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평단의 평가다. 신촌블루스의 엄인호와 저스트 블루스의 채수영이 함께 한 1집에 이어, 이번 앨범 역시 강허달림의 음악을 지지하는 선배 블루스, 재즈 뮤지션들이 다수 참여했다. 2집에는 신촌블루스 출신의 이정선과 한국 재즈 1세대 트럼페터로 불리우는 최선배가 작업에 참여해 ‘넌 나의 바다’ 앨범의 음악적 깊이를 더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강허달림의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는 2월 15일, 16일 양일간 오후 7시 30분, 강남구 도곡동 EBS에서 진행되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사전 홈페이지(www.ebsspace.com)를 통해 사전 관람 신청이 가능하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18대 공약 성적-공약남발 실태] 1000만개 일자리 창출·550만채 집… 이행 못해

    지난해 3월 21일 미국 워싱턴DC의 의회 의사당 앞에 시민 수만명이 운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법을 개혁해 불법체류자를 구제하겠다고 한 대선 공약을 지킬 것을 압박하는 집회였다. 참가자들은 “이민 개혁에 대한 지루한 기다림에 좌절감을 맛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루속히 대선 공약을 지켜 이민법을 개정하라.”고 성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말까지 포괄 이민 개혁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민자 단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선 당시 약속처럼 이 사안을 최우선 순위에 놓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2004년 대선 때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는 집권하면 4년 동안 일자리 1000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기업의 공장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법인세 제도를 개혁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재선에 나선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은 “그런 공약을 실천하려면 1조 7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예산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허황된 공약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소수 인종과 저소득층이 2010년까지 550만채의 집을 더 가질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부시는 이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지키지 않는 공약, 무늬만 그럴듯한 공약이 선거 때마다 문제가 된다. 한 표가 아쉬운 후보들은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고, 이 때문에 당선 후 유권자들로부터의 압력과 정치적 현실 사이에서 좌충우돌하게 된다. 현재 경선을 치르고 있는 공화당 대선주자들도 갖가지 공약을 남발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드는 것들도 많다. 예컨대 경선 선두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집권하면 세금을 대폭 감면하고 정부 지출을 크게 삭감하겠다고 하면서도 해외주둔 미군은 늘려 미국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단 미국의 선거문화에서 다른 것은, 대선 후보가 지엽적인 지역개발은 공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정 전체를 아우르는 공약 경쟁이 펼쳐진다. 시민단체뿐 아니라 언론의 공약 검증이 신랄하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유력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놓으면 신문과 방송 뉴스에서 연일 실현 가능성을 분석하고 인터뷰를 통해 후보에게 조목조목 따지고 든다. 따라서 웬만큼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공약은 금세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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