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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은귀의 詩와 視線] 꽃과 긴장/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정은귀의 詩와 視線] 꽃과 긴장/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나는 긴장을 기르나 보다아무도 가지 않은어느 숲속의꽃들처럼. 상처는 저마다 완전하여눈에 띌까 말까 한조그만 꽃에 울을 만들고아파한다. 아픔은 저 꽃과도 같아이 꽃과도 같고저 꽃과도 같고이 꽃과도 같아 ―로버트 크릴리 ‘꽃’ 꽃의 긴장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꽃과 긴장은 꽃과 간장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꽃과 상처, 꽃과 아픔도 마찬가지. 꽃은 주로 밝고 환하고 부드럽고 고운 것들과 연결된다. 그런데 시인은 꽃의 목소리로 긴장을 말한다. 그것도 사람들의 탄성을 맞이하는 정원의 예쁜 꽃이 아니라 아무도 가지 않은 어느 숲속의 꽃들을. 숲속의 꽃들은 무얼 할까. 김소월은 시 ‘산유화’에서 “산에 / 산에 / 피는 꽃은 /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라고 했는데, 크릴리의 꽃은 처음부터 혼자가 아니라 다수의 꽃들이다. 그 꽃들이 각자의 긴장과 상처 속에서 완벽한 단독자의 시간을 견디는 것이다. 한 송이씩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시인은 긴장을 품으며 시간을 견디는 힘, 어떤 에너지와 기다림으로 보았다. 그 기다림은 누가 와서 바라봐 줄지 가늠할 수 없는, 약속도, 기약도 없는 기다림이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상처를 이해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기의 상처는 자기만 알 뿐 타인의 상처를 다 헤아릴 수는 없다. 안다고 해도 모르기 일쑤고 자기 상처조차 제대로 모를 때가 많다. 한참 지나서야 ‘아, 그때 그랬지’ 한다. 이 시에서 상처의 영어 원문은 ‘wound’인데 작은 상처가 아니라 칼이나 어떤 외적인 힘에 의해 피부가 벌어져 생기는 제법 깊은 상처를 말한다. 물론 정신적 상처도 해당이 된다. 꽃을 두고 긴장과 상처와 아픔을 말하는 시인. 저마다의 상처를 속으로 품어 기르다가 꽃으로 피어나는 거라고 말하는 시인은 시의 말미에 꽃을 피우는 아픔의 단독성을 보편적인 다수의 경험으로 대폭 확장한다. 아픔은 이 꽃과도 같고 저 꽃과도 같다고 말이다. 꽃의 영광은 상처를 안으로 품어 길러 내며 피어나지만, 동시에 그 경험이 오롯이 혼자만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시의 마지막은 마치 ‘혼자만 아파하지 말고 주위를 한번 돌아봐’라고 말하는 것 같다. 꽃의 아름다움 속에 깃든 긴장과 상처와 아픔을 보는 시선, 저마다의 고립에서 보편과 연대로 나아가는 이 시선은 우리에게도 말한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네 아픔과 네 상처도 혼자가 아니야. 보스턴에 있는 시인의 묘비에는 “이 시간의 / 빛을 / 바라 / 봐”라는 구절이 새겨져 있다. 꽃들의 긴장이 상처와 아픔에서 연대로 나아가는 과정이 이 시간의 빛일까, 가만히 물어보는 여름이 지나고 있다.
  • “불편함 느꼈다면 죄송” 성훈 측, ‘줄서는 식당’ 비위생 논란 사과

    “불편함 느꼈다면 죄송” 성훈 측, ‘줄서는 식당’ 비위생 논란 사과

    배우 성훈 측이 tvN ‘줄서는 식당’ 출연분으로 불거진 비위생, 비매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성훈 소속사 스탤리온엔터테인먼트 측은 10일 “재미있게 하려다 보니 과했던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보시는 시청자분들께서 불편함을 느끼셨다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좀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전했다. 지난 8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줄서는 식당’에는 성훈이 게스트로 출연해 박나래, 입짧은햇님과 묵은지 김치찜, 솥뚜껑 삼겹살 맛집을 찾았다. 성훈은 이날 방송에서 차돌박이를 굽던 집게로 고기를 먹는가 하면, 김치찜을 먹다가 돌연 머리를 흔들며 땀을 털어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박나래는 “밖에 물새나?”라고 물었고, 성훈은 “땀!”이라고 답했다. 이에 박나래와 입짧은햇님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성훈의 행동이 비위생적이며 비매너라고 지적했다. 또한 ‘줄서는 식당’의 콘셉트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랜 기다림에 불만을 드러내는가 하면 무표정으로 토크를 이어간 점에 대해서도 방송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 [애니멀S] 오랜 시간 가족을 기다려온 일곱 살 고양이 은동이

    [애니멀S] 오랜 시간 가족을 기다려온 일곱 살 고양이 은동이

    고양이 은동이의 일생은동이는 아파트 단지에서 학대 위기에 처했다가 사설 보호소로 구조되었던 고양이다. 다만 사설 보호소에서도 입양을 보낼 여력이 없어 은동이는 입양 기회도 없이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오롯이 보호소에서 보냈다. 그러다 지난 2020년에 동거동락하던 5마리 고양이들과 함께 카라에 구조되었다.  은동이를 포함한 6마리 고양이들이 카라에 입소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2마리 고양이는 한 가정으로 동반입양을 가게 되었다. 은동이도 입양을 갔었으나 안타깝게도 다묘 가정에서의 스트레스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이후 함께 지내던 겨울이, 여름이, 아기에게 입양 소식이 들렸다. 가족을 찾은 이들에겐 기쁜 일이지만 은동이는 친구들이 가족을 찾아 떠날 때마다 무기력해졌다.  활동가들이 은동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는 것이었다. ‘곧 가족을 찾을 수 있게 할게’ 라는 약속을 했지만, 기약 없어 미안한 나날이 계속됐다. 활동가들은 한동안 은동이를 보살피는 일에 시간을 많이 쏟았다. 가만히 옆에 앉아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은동이는 위로로 느껴졌는지 점차 예전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모든 고양이들이 다 떠나고 혼자 남은 은동이에게 변화가 생겼다. 독립성이 강했던 은동이는 꼭 아기가 된 것처럼 사람만 기다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자신을 두고 가지 말라는 것처럼, 혼자 남겨지기 싫다고 말하는 것처럼 온기와 품을 그리워한다.  신종 펫숍의 마케팅과 유기묘들은동이는 평범하고 특별한 코리안 숏헤어 고양이다. 예쁘고, 사려깊고, 건강한 고양이. 다만 이 고양이의 입양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일곱 살이라는 나이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입양자 입장에서도 반려동물과 일 분 일초라도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을 테니,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곱 살 은동이가 단지 어리지 않다는 이유로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건 너무나 아깝고 안타까운 일이지 않을까.  한편, 요즘에는 펫숍에서 ‘보육원’ ‘보호소’ 등의 이름을 걸고 마케팅을 한다. 번식장에서 태어난 어린 품종 고양이들을 ‘유기묘’라고 포장하면서 ‘책임비’라며 몇 십만원에서 몇 백만원의 비용을 받고 고양이를 판매한다. 요즘엔 펫숍에서 고양이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본인이 동물을 매매했다기 보다는 ‘유기묘를 입양했다’고 착각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카라로도 자신이 보호소에서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전화가 자주 온다.  요즘 펫숍들은 포털에 각종 광고를 걸면서 동물 분양을 유도하고 있다. 거대 자본에 진짜 유기묘들, 진짜 구조묘들은 입양 갈 자리를 자꾸 뺏기는 중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고양이 입양을 고민하던 사람이 마케팅에 속아 펫샵에서 고양이를 입양하지 않고, 어쩌면 은동이나 다른 코숏 고양이들을 만나 입양을 했다면 그건 생명을 살리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펫숍의 동물 착취를 거드는 일이 아니라. 입양을 계속 기다리는 은동이와 나날이 번창하는 펫숍을 보면서, 펫숍의 마케팅이 너무나 악질적이고 기만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고양이들의 기다림이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보호소에서 고양이를 입양하는 것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보호소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고양이가 생명으로서 살아갈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렇고, 번식장-펫숍에서 착취당하는 동물 학대 구조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우리 사회는 이제 ‘펫숍 소비’가 곧 동물학대와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펫숍 소비자는 소극적인 동물학대자로 봐도 무방하다는 사실을 직면해야 한다.  이 험난하고 고단한 세상 속에서 은동이가 은동이만의 가족을 만날 수 있기를 빈다. 가정에서의 생활이 낯설어 소변 실수를 하거나 울어도, 그 불안을 사랑으로 품어주고 그의 평온을 위해 모든 것을 해 줄 수 있는 그런 가족이 은동이에게도 나타나길 바란다. 으레 다른 반려묘들이 가진 행복을 은동이도 느낄 수 있기를. 
  • 반했어, 친환경… 그래서, 전기차 [먼저 온 주말]

    반했어, 친환경… 그래서, 전기차 [먼저 온 주말]

    “경제성 엄지척”“짜릿한 가속력”“최첨단 신기술”“시동을 걸 때마다 지구를 지킨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일부 ‘얼리어답터’의 전유물에서 자동차산업의 ‘메가트렌드’로. 고유가와 친환경 바람을 탄 전기차가 일상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누적 전기차 보급 대수는 29만 8633대. 아직 집계되지 않은 지난달까지 치면 총 30만대를 돌파했을 것으로 보인다. 불과 5년 전 2만 5000여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엔진 대신 배터리와 모터로 움직이는 낯선 모빌리티를 둘러싸고 여러 시선이 교차한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낙관론과 “잠깐 지나가는 바람”이라는 비관론이 동시에 나온다. 실제 타 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전기차를 지금 사도 괜찮을까. 대답을 듣고자 실제 전기차를 모는 차주 4명을 선정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직장인 이환주(28)씨, 자영업자 이두연(32)씨, 공연기획자 김모(39)씨, 그리고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의 조영준(50) 원장이다. “출고까지 꼬박 1년 걸렸어요. 그만한 가치가 있었죠.” 긴 기다림의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이두연씨는 자신의 ‘애마’인 기아의 중형 전기트럭 ‘봉고3 EV’를 2020년 5월 신청해 11개월 만인 지난해 4월에서야 받았다. 인기가 워낙 높아 생산이 수요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오래 기다린 만큼의 값어치가 있었다고 이씨는 말한다. 이유는 요즘 ℓ당 2000원이 우스울 정도로 치솟았던 천정부지 기름값 때문이다. 주유소를 지나갈 때마다 가격표를 보면서 몇 번이나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전기차 몰아서 다행이라고. “거래처에 납품할 일이 많아 일주일 평균 500㎞ 정도 달려요. 주 2회 정도 충전하는데, 만약 디젤트럭을 뽑았다면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충전 단가가 높은 여름에도 비싸 봤자 월 7만원 드는 정도니까요. 한 달에 40만~50만원 정도 아꼈을걸요.” 이씨의 말이다. “덜렁 모니터만 달려 있는 게 신기했어요.” 공연기획자인 김씨는 테슬라 ‘모델3’ 차주다. 그가 테슬라를 선택한 이유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 볼 수 있어서”다. 별도 계기판 없이 모니터만 달린 게 퍽 신기했다고 그는 말했다. 특히 그의 관심이 쏠린 것은 테슬라의 트레이드마크인 자율주행 기술 ‘오토파일럿’이다.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종종 운전 중 요긴하게 쓰고 있다고 김씨는 밝혔다. 그는 “전기차가 대화의 화제로 오르면 강력하게 추천한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사서 이런 신기술들을 누리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전 세대를 관통하는 친환경 가치 전기차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직책. 지난 2월부터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으로 일하는 조영준씨 이야기다. 오래된 디젤차를 몰던 그는 올해 초부터 마치 운명적으로(?) 전기차를 몰고 있다. 각종 세계 무대에서 상을 휩쓴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가 그의 선택. 평소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탄소중립에 관심이 많았던 조씨는 최근 자리를 옮긴 뒤 ‘전기차를 한번 타 보자’는 욕구가 강하게 일었다고 한다. 그는 “조용하고 진동이 없어 운전 피로감이 덜하고 편의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는 등 전반적으로 만족해 주변 사람에게 전기차를 권하는 전도사가 됐다”면서 “잦고 오래 걸리는 충전 등 불편한 부분은 앞으로 스타트업들의 빛나는 아이디어로 차차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소비로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가치소비’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정의하는 특징 중 하나다.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 차주인 직장인 이환주씨는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끈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비싼 배터리 가격 탓에 하부 충격에 굉장히 민감해졌고, 차체도 워낙 낮아 긁힘도 자주 생기는 등 불편한 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씨는 “‘충전국밥’ 같은 전기차 충전 애플리케이션 등을 잘 활용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내연기관차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제로백’과 가속감을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는 시점에 전기차로 환경을 보호한다는 느낌도 전기차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갈 길 먼 전기차 시대” 국토부는 지난 1일 전기차 가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구독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가격이 큰 폭으로 낮아지는데, 4530만원짜리 기아 ‘니로 EV’의 최종 구매 가격이 1430만원까지 낮아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규제개혁위원회가 제안한 내용으로 국토부는 올 연말까지 관련 법령을 정비할 계획이다. 규제가 풀린 것은 높이 살 만하지만, 매번 이렇게 하나씩 개선하는 것으로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을 이끌긴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빌라나 연립주택 등 주차장이 좁아서 공공 충전기가 구축되지 못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스마트 그리드 과금형 콘센트’ 보급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면서 “이참에 법률에서 금지한 게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애니멀S] 도살장에서 구출한 흰둥이 ‘안나’ 뉴요커가 되다

    [애니멀S] 도살장에서 구출한 흰둥이 ‘안나’ 뉴요커가 되다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12월,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은 전기 도살로 잔인하게 죽어가는 개들을 구조하기 위해 설문동 도살장을 찾았고, 거기서 백구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백구의 정확한 과거는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도살장까지 끌려오기까지의 고통,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만큼은 백구의 두 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백구가 있던 도살장은 개를 전기 쇠꼬챙이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곳이었습니다. 도살장 곳곳에는 그동안 이름도 없이 죽어간 개들의 흔적으로 가득했습니다. 가까스로 이곳에서의 죽음을 피해 온전한 자유의 몸으로 도살장을 벗어난 백구에게 '안나'라는 이름을 주었습니다. 안나는 도살장에서 얻은 질병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받으며 사회화 교육 등 입양을 위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비록 평생을 사람에게 실망하고 또 실망한 안나였지만, 천사 같은 안나는 활동가들에게 빠르게 마음을 열어주었고, 안나를 볼 때면 꼬리를 치며 반겨주었습니다. 이런 안나에게 꼭 평생가족을 찾아주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체구가 작고 품종견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 입양처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고, 긴 기다림 끝에 미국 뉴욕으로 입양이 결정되어 이동봉사자의 도움으로 안나는 하늘길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이름, 새로운 환경, 새로운 가족  긴 여정 끝에 입양처에 도착한 안나에게 '준'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평생가족을 만난 준은 모든 곳이 새로운 그곳에서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입양가족은 "처음 준이 집에 왔을 때 사람을 피해 구석만을 찾았어요. 그리고 인기척이 느껴지면 밥도 먹지 않았고요."라며 당시 준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입양가족분들은 하루 만에 180도 뒤바뀐 환경에 당황하는 준이의 모습에 놀라거나 실망하지 않고, 준이가 적응할 수 있도록 천천히 기다려주었습니다. 준이는 점차 새로운 가족과 환경에 적응을 했고, 지금은 집에 도착했을 때와 완전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준은 저희와 시간 보내는 것을 너무나 좋아해요. 어디서든 잘 먹고, 집 정중앙에 있는 소파 위에 누워서 하루를 보내요. 또 어디든 함께 할 수 있는 착한 아이예요. 준이의 이런 모습에 저희도 가끔 놀라요."라며 기뻐하셨습니다. 아직 자신의 입양 이야기를 기다리는 카라의 구조동물들  준이의 입양 이야기는 '모든 개는 반려견'임을 다시 한번 증명합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는 평생을 '식용견'이라는 오명을 쓴 채 개농장에서 살다, 경매장 바닥에서 끌려다니고, 도살장에서 잔인하게 죽어가는 개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카라는 안나와 마찬가지로 개농장과 도살장 등에서 구조된 동물들을 돌보며 그들이 가족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식용견’이라 손가락질 받았던 개들이 누명을 벗고, 아름다운 '반려견'으로서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정은귀의 詩와 視線] 어떤 기다림/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정은귀의 詩와 視線] 어떤 기다림/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그들은 영원하다, 저 모든 별들은 은빛으로 금빛으로 다시 빛나리니, 저 대단한 별들과 작은 별들은 다시 빛나리니, 별들은 참고 견디고 저 광대한 영원한 태양들, 저토록 오래 참는 묵묵한 달들은 다시 빛나리니 ―월트 휘트먼 ‘밤의 해변에서’ 부분 오랜만에 오는 뉴욕은 다시 활기가 넘친다. 노란 택시, 멈추어 선 자동차 사이를 빠르게 지나는 사람들. 뉴욕의 시인 월트 휘트먼을 롱아일랜드 한적한 바닷가 검은 석판 위에서 만났다. 딱 이 구절이다.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후 비명에 간 수많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무너진 건물의 잔해로 추모탑을 곳곳에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를 보러 간 거였다. 때마침 그에 관한 시를 번역하던 참이었다. 화염에 철골이 휘고 녹슨 그 모양 그대로 추모탑은 그날의 비극을 기억하게 만든다. 벽을 따라 희생자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19세기 미국의 민주주의를 시의 크나큰 이상으로 노래한 시인 휘트먼. 휘트먼은 바다를 좋아했다. 바다를 좋아했다고 쓰려니 땅도 좋아했다. 땅도 좋아했다고 쓰려니 사람도 좋아했다. 무엇보다 휘트먼은 권위와 권력에서 배제된 작은 존재들, 멀리 또 가까이 있는 익숙한 것들을 좋아했다. 휘트먼의 시 중에 ‘밤의 해변에서 혼자’라는 제목의 시도 있지만 이 시는 ‘혼자’가 빠진 제목의 다른 시다. 시는 한밤에 해변에 서 있는 한 아이와 아이의 아버지를 그린다. 그들은 한밤에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서 있다. 성난 구름이 몰려오는 하늘, 아버지 손을 잡고 해변에 서 있는 아이는 울고 있다. 시인은 말한다. ‘울지 마라, 아이야. / 울지 마라, 내 아가, / 이 키스로 네 눈물을 닦아 주마 / 저 성난 구름은 오래지 않아 물러갈 것이니 / 저 구름이 저 하늘을 차지하지 못할 것이니 구름이 별들을 삼켜도 그건 다만 환영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부분이 위에 인용된 구절. 원시는 각 행이 더 긴데 나는 9·11 추모탑에 새겨진 대로, 짧게 재배열된 걸로 인용한다. 시인은 울고 있는 아이에게 다독인다. 기다리라고. 곧 목성이, 또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나타날 것이니 참고 기다리라고. 일곱 자매 별로도 알려진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황소자리에 있는 별들의 무리. 성난 구름 가득한 검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저 구름이 걷히고 하늘에서 별무리가 다시 반짝일 테니 눈물 거두라고 하는 시인의 말. 그 시선은 지금 우리를 압도하는 어떤 짙은 어둠이 있다면 그에 질식하지 말고 침착하게 기다리라는 지혜로 들린다. 멀리 보는 시선이 결국 이긴다. 시는, 반짝이는 목성이나 태양보다 작은 별무리들이 더 오래 가고 오래 견딘다는 말로 끝난다. 결국, 인내하며 역사의 물꼬를 바꾸는 자는 그 작은 별 같은 존재들이다. 시인은 그 기적을 믿는 자다.
  • 42세 이인혜, ♥연하 치과의사와 결혼

    42세 이인혜, ♥연하 치과의사와 결혼

    대학교수 겸 배우 이인혜가 결혼 소식을 알렸다. 27일 이인혜 측에 따르면 오는 8월 서울 모처에서 결혼식을 진행한다. 이인혜의 예비신랑은 1살 연하의 치과의사로 알려졌다. 이인혜는 1981년생으로 올해 42세다.이인혜는 예비신랑에 대해 “첫 느낌 그대로 따뜻한 사람이고 귀여운 애교까지 보여주는 사랑꾼”이라고 소개했다. 이인혜는 “사랑이란 무조건 함께 있고, 불타올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밤 하늘의 별이나 노을처럼 바라만 봐도 좋은 것 혹은 기다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신랑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한편 아역배우 출신의 이인혜는 고려대학교 졸업 후에도 배우 활동과 학업을 병행했다. 최연소 대학 교수로 발탁됐다.
  • ‘배우→교수’ 이인혜, 1살 연하 치과의사와 8월 결혼…웨딩화보 공개

    ‘배우→교수’ 이인혜, 1살 연하 치과의사와 8월 결혼…웨딩화보 공개

    배우 겸 경성대학교 교수로 활동하는 이인혜(41)가 1살 연하 치과의사와 결혼한다. 웨딩화보 매거진 웨딩21은 27일 이인혜의 8월 결혼 소식을 전하며 웨딩화보를 공개했다. 이인혜는 웨딩21에 “신랑은 첫 느낌 그대로 따뜻한 사람이고 귀여운 애교까지 보여주는 사랑꾼”이라고 말할 만큼 서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두 개의 직업을 가진 만큼 남들보다 두 배로 바쁜 신부에게 전적으로 맞춰주는 신랑 덕에 갈등은 거의 없었다고. 이인혜는 “사랑이란 무조건 함께 있고, 불타올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밤 하늘의 별이나 노을처럼 바라만 봐도 좋은 것 혹은 기다림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라며 결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인혜는 1991년 MBC 어린이합창단을 통해 연예계에 들어서 드라마 ‘학교3’ ‘쾌걸춘향’ ‘황진이’ ‘나도 엄마야’ ‘우아한 친구들’, 예능 프로그램 ‘골드미스가 간다’ ‘스타 골든벨’ 등에 출연한 바 있다. 고려대학교와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배우 겸 대학교수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패션사진작가 오중석 ‘시간의 연속성’전 부산서 개최

    패션사진작가 오중석 ‘시간의 연속성’전 부산서 개최

    소울아트스페이스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패션사진작가 오중석의 ‘Continuity of Time: 시간의 연속성’전(展)을 개최한다. 부산에서 처음 개최되는 오중석의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적인 ‘꽃’ 시리즈를 비롯해 1950~60년대 필름을 자신만의 사진으로 재탄생시킨 시리즈 등 신작을 포함한 30여점이 공개된다. 사진은 찰나의 예술이라 불린다. 그 찰나는 순간의 기록물로 남지만 시간은 영원하며, 연속적이다. 니엡스(Joseph Nicéphore Niepce)와 다게르(Louis Jacques Mandé Daguerre)에 의해 발명된 사진은 어쩌면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산물일지 모른다. 오중석이 주로 다루는 꽃은 시간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소재 중 하나다. 피었다 지는 과정은 길지 않고, 더구나 만개한 순간은 더욱 짧기 때문이다. 이같이 짧은 생의 물질들은 도처에 있지만 꽃이 대표적으로 상징되는 이유는 궁극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최상의 미를 추구하는 패션업계에서 오랫동안 몸담은 오중석이 미의 대표성을 띠는 꽃에 이끌린 것은 당연한 결과이지만 사실 그는 사진가의 꿈을 가졌던 고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30년간 끊임없이 꽃을 카메라에 담아왔다고 한다.꽃의 표현은 타이밍이 중요하기에 조심스럽게 다루고 인내로 찰나를 포착해야 하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광고촬영이 물 흐르듯 막힘없이 진행되는 일상이라면, 오롯이 홀로 집중해야 하는 순수작업은 아무래도 보다 정성을 쏟게 되지만 도무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번뇌와 좌절의 반복을 경험하면서 더욱 애정하며 붙들 수밖에 없는 것이 되었다. 긴 시간 꽃을 찍어온 만큼 전시되는 꽃의 종류, 형태, 색감, 표현방식이 다양하다. 꽃 자체를 담담하게 드러내거나 마이크로렌즈로 극사실적 묘사를 하기도 하며, 빛이 투영된 꽃을 담거나 컬러를 흑백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Flower#99’의 경우 마르지 않은 상태의 프린트를 거꾸로 돌렸을 때 잉크가 흘러내리는 것에 영감받아 임의로 잉크를 두텁게 올린 인화지를 반대로 세워 재촬영했는데, 마치 꽃잎이 흘러내리는 것과 같은 비현실적 느낌을 선사한다.  같은 선상에서 오중석이 담아내는 또 다른 대상은 하늘이다. 다만 ‘하늘’ 시리즈는 소재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당시의 시간을 추억하는 대상으로서 존재한다. 가령 ‘Love’는 발리를 방문했을 때 아내에게 선물하기 위해 촬영한 컷이지만 결국 전하지 못한 사연이 있다. 인화된 사진 위에 ‘Love’라는 레터링이 새겨진 이유이기도 하다.실내에서 촬영한 ‘꽃’ 연작과 달리 ‘하늘’은 실외에서 바라볼 수 있는 피사체이기에 그날의 장소, 빛, 공기, 온도를 통해 작가의 감정이 녹아들고, 일상이 꾸밈없이 반영돼 그에게는 과거를 구체적으로 소환시키는 소재가 된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시리즈도 전시된다. 오래된 필름을 직접 수집해 자신만의 톤을 입히고, 다양한 트리밍을 시도해 재가공한 연작으로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그가 수집한 필름을 우연한 기회에 스캔하게 되면서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이 시기의 필름으로만 작업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동경하는 시대이기도 하고, 지금은 찍을 수 없는 풍경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순히 옛것을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타인의 시선에 비친 과거의 풍경을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 화면으로 재구성하면서 1950~60년대 화면은 오중석에 의해 2022년 새롭게 세상에 드러난다. 2만 장이 넘는 필름에서 선택된 컷들은 고용량 스캔을 받는 작업부터 선행된다. 반세기 동안 관리되지 못한 컨디션 불량의 필름을 살려내고자 고해상도의 화면에서 하나하나 먼지를 지워내고 톤을 만들어 가는 작업은 고된 수행의 과정이자 타인의 시간을 자신의 시간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진은 순간의 기록이지만 결과물을 향유하는 시간은 연속적이다. 오중석에게는 여전히 방대한 양의 사진이 있다. 마치 아카이브처럼 과거의 시간을 꺼내어 현재에 편승시킨 작품들은 긴 시간의 축에서 대상의 의미와 현존재, 본질과 실존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각기 다른 시간 속에서 촬영된 오중석의 이미지들이 하나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또 다른 해석과 감상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오중석(1974년생)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촬영한 첫 화보는 2001년 ‘코스모폴리탄’을 통해서였다. 이후 패션업계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보그’, ‘엘르’, ‘바자’, ‘지큐’, ‘에스콰이어’ 등의 잡지 화보와 표지를 독점하면서 순식간에 최고의 포토그래퍼 반열에 올랐다.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과정 속에서도 꽃, 소녀, 풍경 등을 소재로 자신만의 순수한 작업을 꾸준히 펼치며 독창적인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 야들야들 살코기… ‘쪽’ 소리 나게 먹어야 제맛[김새봄의 잇(eat) 템]

    야들야들 살코기… ‘쪽’ 소리 나게 먹어야 제맛[김새봄의 잇(eat) 템]

    돼지 등갈비는 육즙과 감칠맛이 풍부하고 담백한 살코기 맛도 느낄 수 있어 입맛이 없을 때 식사로도, 야식으로도 자주 찾게 된다. 더위가 이어지는 요즘 같은 날씨에 별미로 딱 좋다. 등갈비뼈에 붙은 갈비살은 마블링이 좋은 데다가 육향도 진하다. 특히 뼈를 두꺼운 근막이 덮고 있어 발라 먹는 재미마저 쏠쏠하다. 흔히 ‘쪽갈비’라고 부르는 부위는 등갈비와 같은 개념인데, 갈비를 ‘쪽’ 소리나게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재미난 별칭이다. ‘한입소바’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김새봄의 이번 주 잇템(eat-tem)은 언제 먹어도 맛있는 ‘등갈비’다.쪽갈비에 고추지 올리면 꿈의 맛 ①논현동 ‘해몽’ 꿈보다 해몽? 아니 진짜 꿈의 맛이다. 인적 드문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골목 구석에 유일하게 인파가 몰려드는 ‘해몽’. 문 여는 시간 훨씬 전부터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로 복작복작하다. 해몽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조심스러워진다. 추가 주문을 할 수 없어 처음에 몇 인분을 주문할지 머릿속으로 숫자싸움을 하기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은 그 많은 사람들의 고기를 일일이 굽고 잘라 먹기 좋게 코앞에 내준다. 긴 기다림에 대한 보상심리로 매번 많은 양을 주문하지만, 한 번도 남았던 적은 없다. 웨이팅을 견디고 자리에 앉은 뒤 목장갑에 비닐장갑을 덧대 회심의 쪽갈비를 받아들이기 위한 자세를 갖춘다. 양념고기는 자고로 까맣게 그슬릴 때까지 살짝 태워 주는 게 포인트. 이미 한 번 초벌해 나온 쪽갈비를 양파와 부추, 간장에 버무린 특제 양념에 푹 담가 탈탈 털어 준 뒤 또다시 불판 위에 올려 태닝하듯 살코기 색깔을 바짝 검게 끌어올린다. 이렇게 완성된 쪽갈비에 고추지 하나를 올려 먹으면 꿈의 맛이 탄생한다.살짝 탄 양념이 구석구석 감칠맛 ②을지로 ‘장안문’ 회식의 메카 을지로. 거대 빌딩 숲속, 아직까지 높은 건물 대신 머리 높이의 1층 가게들이 줄지어 이어진 정겨운 먹자골목. 한산했던 골목은 저녁이 되면 셔츠에 넥타이를 맨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들 골목 가운데 쪽갈비 골목은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모든 가게들이 입구에서 직화로 등갈비를 굽고 있어 골목 안이 연기로 자욱하기 때문이다. 지나칠 수 없는 매력적인 숯불 향기로 끊임없이 사람들의 코를 꾀어내고 있다. 쪽갈비 골목 가게들은 대동소이하지만 이 중 양념이 진한 편인 ‘장안문’에 정착했다. 후텁지근한 바깥공기와 달리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시원한 에어컨 냉기가 훅 들어온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양념등갈비를 주문하고, 곧이어 바깥에서 굽던 고깃대들이 속속 등장한다. 빛이 반짝, 윤기가 좔좔 흐르는 먹음직스런 자태. 딱 뜯어 먹기 좋게 살코기가 붙은 쪽갈비다. 무쇠판에 다시 구우며 바삭하게 조금씩 탈 때쯤 하나씩 손으로 집어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달달짭짤한 간장 양념이 칼집을 타고 뼈 가까이까지 깊숙이 배어든 쪽갈비는 살짝 탄 양념이 마법의 가루처럼 구석구석 감칠맛을 뻗친다. 작고 야무진 쪽갈비들을 손가락을 쪽쪽 빨아가며 발골해 낸다. 여기에 시원한 소주 한 잔을 훅 곁들인다. 소박하지만 하루의 노고가 싹 씻겨 내려가는 제대로 된 포상이다.쯔란 향 가득한 사천식 훈제갈비 ③우이동 ‘파크689’ 서울에서도 최북단, 우이동 인근. 최근 생긴 호텔 파라스파라 서울의 ‘파크689’는 모던 아시안 앤드 그릴이라는 모티브를 앞세워 가장 원시적인 조리법인 ‘직화’로 제철 식재료를 다루는 곳이다. 특히 다양한 향신료와 조리법으로 해석해 여러 스타일의 음식을 한데 묶었다. ‘파크689’의 취지에 가장 맞는 메뉴를 꼽으라면 단연코 ‘사천식 훈제 갈비’다. 직관적으로 메뉴를 해석하자면 ‘쯔란 등갈비 구이’다. 숯불로 구웠고, 이국적이며, 향신료의 존재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은 구름이 자욱한 돔형 접시. 뚜껑을 들면 김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참나무의 불향이 코를 스친다. 여러 번 양념을 입히고 발라 유리막을 씌운 듯 반짝이는 등갈비는 꼼꼼히 짠 쯔란 옷을 입었다. 크러시드 레드페퍼(crushed red pepper)가 드문드문 박힌, 고추씨 무늬의 쯔란 옷이다. 어쩜 옷을 단디 채워 입혔는지, 야무지고 기특하다. 고기를 꼿꼿이 지키고 있는 라임을 있는 힘껏 쭉 짜 등갈비를 샤워시키고, 한 입 큼직하게 베어 문다. 자근자근 씹히는 쯔란이 경쾌한 리듬감과 함께 중국 향신료 특유의 향을 입안 가득 흩뜨린다. 동시에 참나무의 훈연향이 입안 구석구석 기분 좋게 퍼진다. 명불허전 참숯. 잔잔하지만 확실한 존재감이다. 이들을 비집고 올라오는 사천식 특제 소스는 매콤하지만 과하지 않다. 밸런스 좋은 양념 덕에 이국적이면서도 익숙한, 모두가 만족할 만한 식사를 한다. 푸드칼럼니스트
  • 오로지 나무와 나, 오롯이 나누는 숨[포토다큐]

    오로지 나무와 나, 오롯이 나누는 숨[포토다큐]

    많은 사람들이 나무와 숲을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지만 수목 관리에 대한 체계는 수십년이 흘러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볼품없는 모습으로 절단된 가로수가 이런 현실을 방증한다. 우리는 과연 나무와 공생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크레인·사다리 없이 ‘나무 위를 걷는 사람들’ 아보리스트(Arborist)는 클라이밍 장비를 이용해 수목 관리나 특수한 목적을 위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훈련된 전문가를 말한다. 우리에겐 아직 낯선 직업이지만 선진국에서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수목 관리가 정체된 우리나라와 달리 다른 나라들에서는 많은 연구와 발전이 있었다. 결론은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고, 만약 개입이 필요하다면 자격이 있는 전문가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두절(나무 머리 자르기), 가지터기(가지를 일부 남겨 두고 자르기), 평절(바짝 자르기) 등 가로수 전정 작업은 고사(枯死)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 나무의 재생력은 동물의 방식과 다른데 이를 정리한 것이 ‘나무의 부후 구획화 이론’(CODIT)이다. 아보리스트는 이런 해부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수목을 생태역학적으로 관리한다.국내 1호 아보리스트 김병모(62)씨가 2011년 강원 강릉 오대산 깊은 산속에 설립한 WOTT 트레이닝센터는 아보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의 요람이다. 센터에서 만난 6년차 조경업자 심기호(40)씨도 그중 한 명이다. 심씨는 “그동안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나무를 타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전문적으로 등목(클라이밍)도 배우고, 부족함을 느꼈던 나무 치료나 전지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 아보리스트 교육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국내 1호 아보리스트 김병모, 트레이닝센터 꾸려 기본적인 이론 수업을 마친 후 밖으로 나가 본격적인 실습을 진행한다. 오자미를 묶은 로프를 높이 던져 가지에 건다. 족히 10m는 될 만한 높이인데 단번에 로프가 걸린다. 센터 이름인 WOTT(Walking On The Tree Top), 즉 ‘나무 위를 걷는 사람들’처럼 아보리스트는 크레인이나 사다리 없이 로프를 이용해 맨몸으로 나무 위를 오른다. 나무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친환경적인 노력이다.김씨는 우리나라 수목 관리에 대해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자체 등에서는 보여 주기식 성과를 바라는데 식물의 특성상 최소 4~5년은 지나야 변화를 볼 수 있다”며 “멀리 내다보는 안목과 과학적인 관리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보리스트들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도 덧붙였다. “충분히 공부하고 훈련한 뒤 실전에 투입돼야 나무도, 사람도 안전할 수 있습니다.” 
  • [기고] 반도체 인력 양성: 열정과 냉정 사이/김동욱 충남대 전파정보통신공학과 교수

    [기고] 반도체 인력 양성: 열정과 냉정 사이/김동욱 충남대 전파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학의 반도체 인력 양성이 화두다. 대통령이 인력 양성을 교육부에 지시한 이후 전국 대학에 ‘반도체 바람’이 불고 있다. 30년을 반도체 소자와 회로 개발에 몸담아 온 필자로선 무척 반가운 일이지만, 걱정도 한가득이다. 열정이 세상을 삼킬 듯 휘몰아칠 때일수록 현실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반도체 인력은 연간 1621명이 부족하고 학사 이상 인력 부족도 대략 411명 정도로 추산된다. 현재 반도체 산업성장률과 매년 전국 대학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관련 학과 졸업생이 650명 정도임을 고려하면, 인력 수급 불일치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반도체 계약학과를 늘리고 반도체 관련 학과 신설 및 정원 증원 등 방안이 나온다. 학사 인력 배출에는 4년, 석박사 인력은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들을 양성할 신규 교수 자원은 제한적이다. 계약학과는 기업 재정지원과 취업 연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방식이라 기업 재정지원이 중단되거나, 취업이 원활하지 않으면 학과 존폐가 위협받는다. 다행히 현재 대학 교육체계에서 답을 찾아낼 수 있을 듯하다. 반도체학과 또는 그와 유사한 학과명으로 모여 있지 않을 뿐이지 물리학과, 신소재공학과, 전자공학과 등에서 반도체 분야 교수들이 열심히 연구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많은 대학이 운영하는 ‘마이크로디그리’(또는 나노디그리) 학위과정 제도를 활용하면서 현재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예컨대 물리학과 학생들이 전자공학과에서 만든 반도체 소자 설계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을 이수하면서 물리학과 전자공학을 접목시킨다. 이런 각각의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을 엮어 ‘모듈형 반도체 연계전공’을 만들면 여러 분야의 학생들이 반도체를 복수 또는 부전공으로 이수할 수 있다. 반도체 기술이 발달할수록 장비 가격이 비싸지는데, 대학은 이런 장비를 갖출 여력이 없다. 충남대를 비롯한 전국 국가거점국립대에 교육용 반도체 팹을 설치하고 지역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반도체 공정교육을 제공하면 실무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반도체는 지속적인 투자와 기다림이 필요한 분야다. 지금 불고 있는 반도체에 대한 열정이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식어버리지 않도록, 반도체 인력 양성이 현 정부를 넘어 다음 정부에서도 이어지도록 조심히 다루어야 한다. 우리에겐 지금 냉정한 사고가 필요하다. 정부의 의지는 확인했고, 대학들의 열망도 확인됐다. 전국 여러 대학이 가진 반도체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세밀하게 준비했으면 한다. 향후 50년의 미래를 위해서.
  • 英 극장들 ‘미니언즈’ 차림의 10대들 관람 행렬에 ‘쩌는’ 이유

    英 극장들 ‘미니언즈’ 차림의 10대들 관람 행렬에 ‘쩌는’ 이유

    영국의 일부 극장들이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2-그루의 성장’을 관람하려는 10대 청소년들이 캐릭터들의 차림새를 하고 오면 입장을 불허하기로 했다. 2010년 ‘슈퍼배드’(Despicable Me, 야비한 나)가 3편까지 나오고 ‘미니언즈’로 이어진 뒤 7년 만에 속편을 내놓았는데 그야말로 ‘초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영국 극장들의 조치는 이들 청소년들이 틱톡에서 유행하는 #젠틀미니언스(gentleminions)를 좇아 우스꽝스러운 옷차림으로 우르르 극장에 몰려 와 영화를 보면서 마구 떠들고 뭔가를 집어던지기 때문이란다. 전혀 ‘젠틀’하지 않은 행동을 틱톡이 부추기는 셈이다. 한 극장 직원은 4일(현지시간) BBC에 처음 영화관에 오는 더 어린 관객들을 물들이는 일을 막으려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시네마에서는 다른 관객들이 무더기로 환불을 요구해 비슷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소년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모습을 담은 짤막한 동영상이 틱톡에 올라오면 수백만 조회가 보장되곤 하기에 이런 행동이 이어진다. 이들은 영화 속 슈퍼빌런 펠로니우스 그루가 두 손의 손가락 모두를 맞대는 동작을 따라 하거나 “5년의 기다림이 끝났다”는 메시지에 열광했다. 유니버설 픽처스는 트위터에 “모든 이들이 @미니언즈 옷을 입고 나타나길, 우리는 여러분을 만나고 싶다”는 글을 올려 부추겼다. 그러나 상영관들의 이해심은 부족했다. 여러 상영관들은 틱톡의 부채질에 몰려 온 젊은 팬들의 행동에 불평을 터뜨렸다. 건시의 유일한 상영관은 더 이상 이 영화 상영을 안하겠다고 했다. 반달리즘(문화 파괴), 물건을 던지고, 직원들을 유린하는 등 “놀라울 정도의 나쁜 행동” 때문이라고 했다. 멀러드 시네마의 대니얼 필립스스미스 매니저는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는 떼내려 했는데 다시는 스크린을 보러 오지 않겠다는 가족들이 있었다.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극장을 빠져나가는 가족들이 있었다. 물론 아이들은 눈물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몰론 관람에 방해를 받았다는 관객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바람에 재정적 손실도 심각하다고 했다. 콘월주 웨이드브리지의 리걸 시네마는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채 주인공 차림을 한 어린이들”의 입장을 불허하겠다고 공지했다. 박스오피스 직원도 이런 옷차림의 어린이들이 “영화 내내 떠들고 손뼉을 마주 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통통 뛰어오르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열심히 얘기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했다. 무작정 말리면서 협조해줘 고맙다고 말해야 했으며 처음 극장 나들이를 한 어린이들을 진정 보호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일부 영화 팬은 #젠틀미니언즈가 재미있는 유행이라고 반겼다. 서리주의 보조교사 스테이스 우즈는 이 옷차림을 한 팬들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으며 잘 행동했다”고 했다. 덧붙여 그네들이 그루 미니어처 앞에서 멈춰서 줘 자녀들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한 부모는 13세 아들이 칼라가 들어간 흰색 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극장 출입을 거부당했다며 불평을 털어놓았다. 해서 어떤 부모는 급히 점퍼 두 벌을 사입혀 예매한 극장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 ‘2022. 06. 21’ 우주독립의 날

    ‘2022. 06. 21’ 우주독립의 날

    24절기 중 낮이 가장 길고 해가 높이 뜨는 ‘하지’에 35년의 긴 기다림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6월의 창공을 가르고 2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2022년 6월 21일은 ‘한국 발사체 기술 독립의 날’로 남게 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날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의 원격수신정보(텔레메트리)를 분석한 결과 목표 궤도인 700㎞에 정상 투입된 뒤 성능검증위성을 성공적으로 분리하고 안착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러시아,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에 이어 열 번째로 발사체 기술을 확보했고 미국, 러시아, EU,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일곱 번째로 1t 이상 실용급 위성 발사가 가능한 나라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연료와 액체산소 충전을 승인했다. 오후 2시에 개최된 최종 발사관리위원회에서는 발사를 위한 기술적 준비상황, 기상상황, 우주물체와의 충돌 가능성, 발사 안전통제상황 등을 종합 검토해 당초 예정대로 오후 4시에 누리호를 발사하기로 결정했다. 누리호는 오후 4시에 정상 발사돼 300t 추력 1단 엔진이 123초간 연소되면서 고도 62㎞까지 상승했고 발사 227초 후 202㎞ 고도에서 페어링이 분리된 뒤 269초 후에는 고도 237㎞에서 2단 엔진을 분리했다. 발사 후 875초에 목표 고도 700㎞에서 큐브위성 4기를 포함한 약 162.5㎏의 성능검증위성을 먼저 분리하고 발사 후 945초에 1.3t의 위성모사체까지 분리했다. 1단 로켓은 발사장에서 약 413㎞ 떨어진 해상에, 2단 로켓은 발사장에서 2800㎞ 떨어진 필리핀 동쪽 태평양 공해상에 낙하했다. 누리호는 2010년부터 약 12년 동안 1조 9572억원이 투입돼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첫 우주발사체로 고도 600~800㎞ 지구 저궤도에 1.5t급 실용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3단형 로켓이다.
  • ‘2022. 06. 21’ 우주독립의 날

    ‘2022. 06. 21’ 우주독립의 날

    24절기 중 낮이 가장 길고 해가 높이 뜨는 ‘하지’에 35년의 긴 기다림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6월의 창공을 가르고 2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2022년 6월 21일은 ‘한국 발사체 기술 독립의 날’로 남게 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날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의 원격수신정보(텔레메트리)를 분석한 결과 목표 궤도인 700㎞에 정상 투입된 뒤 성능검증위성을 성공적으로 분리하고 안착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러시아,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에 이어 열 번째로 발사체 기술을 확보했고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일곱 번째로 1t 이상 실용급 위성 발사가 가능한 나라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연료와 액체산소 충전을 승인했다. 오후 2시에 개최된 최종 발사관리위원회에서는 발사를 위한 기술적 준비상황, 기상상황, 우주물체와의 충돌 가능성, 발사 안전통제상황 등을 종합 검토해 당초 예정대로 오후 4시에 누리호를 발사하기로 결정했다. 누리호는 오후 4시에 정상 발사돼 300t 추력 1단 엔진이 123초간 연소되면서 고도 62㎞까지 상승했고 발사 227초 후 202㎞ 고도에서 페어링이 분리된 뒤 269초 후에는 고도 237㎞에서 2단 엔진을 분리했다. 발사 후 875초에 목표 고도 700㎞에서 큐브위성 4기를 포함한 약 200㎏의 성능검증위성을 먼저 분리하고 발사 후 945초에 1.3t의 위성모사체까지 분리했다. 1단 로켓은 발사장에서 약 413㎞ 떨어진 해상에, 2단 로켓은 발사장에서 2800㎞ 떨어진 필리핀 동쪽 태평양 공해상에 낙하했다. 누리호는 2010년부터 약 12년 동안 1조 9572억원이 투입돼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첫 우주발사체로 고도 600~800㎞ 지구 저궤도에 1.5t급 실용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3단형 로켓이다.
  • [데스크 시각] 가치 있는 기다림 맞습니까/최여경 사회정책부장

    [데스크 시각] 가치 있는 기다림 맞습니까/최여경 사회정책부장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하고도 열흘이 지났다. 새로운 시대를 맞은 희망은 잠시, 나라 안팎으로 남북 관계, 경제 위기, 고유가 등 물가인상, 환경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첩첩이 쌓여 있다. 이 와중에 윤석열 내각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국회가 19일로 21일째 상임위원회 구성도 못한 터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 날짜도 잡질 못했다. 국회 공전을 기회로 두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지는 않겠다는 의미인지, 윤 대통령이 21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서 박 후보자와 김 후보자 임명 여부를 두고 “상당 기간 기다려 보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기다림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 싶다. 며칠 전에는 박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력을 두고 “음주운전도 언제 한 것이며 여러 가지 상황이라든가, 가벌성이라든가 도덕성 같은 것을 따져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술을 마신 뒤 주차하려고 운전대를 잡아도 벌금을 물리는 게 요즘 음주운전을 대하는 법의 관점이다. 만취 상태에서 운전한 데 따져야 할 상황이 무엇일까. 박 후보자나 김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은 그들의 도덕성이나 능력뿐만 아니라 부처 수장으로서 자격 논란을 부를만큼 문제가 심각하다. 교육부는 올 1월 음주운전이나 음주 측정 불응으로 적발돼 징계를 받으면 교장임용제청에서 영구 배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으로도 2001년 박 후보자의 음주운전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0.251%)는 해임이 가능한 수준이다. 논문 중복 게재는 교육부의 감사 사항이다. 박 후보자 측은 ‘교육부 연구윤리지침’이 만들어지기 전이고, 이로 인해 부당한 이익도 얻은 게 없다고 해명했는데, 교육자로서 부끄러움도 없어 보인다. 김 후보자도 마뜩잖은 점이 여러 가지다. 후보자의 100살 노모는 후보자 딸에게 아파트를 판 뒤 다시 전세계약을 맺고, 신도시 개발 예정지에 놓인 무허가 컨테이너 가건물에 전입신고를 했다. 후보자는 모친에게 현금이 필요했고, 가건물은 농사를 위한 간이 숙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어머니를 모시느라 모친은 형제들이 돌봤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시절에는 복지부가 ‘약품 유통질서 문란 행위’로 규정한 의약품 리베이트 행위를 적발하고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있다. 국회의원일 때는 렌터카 보증금 1800여만원과 배우자 차량 보험금 34만원을 정치자금으로 지출하기도 했다. 과연 노인복지, 생활보호, 보건위생, 사회보장 등 업무를 관할하는 복지부 수장으로서 괜찮은 건가. 윤 정부는 출범 직후 교육·연금·노동 개혁을 강조해 왔다. 미래 교육 수요와 사회 변화를 반영해 교육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전환하겠다고 했고,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연금제도는 당장이라도 손질하겠다고 했다. 이런 정책 기조와 운영 방향을 제시한 정부가 이 두 후보자를 교육·복지 장관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니 진정 그 이유가 궁금하다. 서울대·50대·남성으로 채운, 소위 ‘서오남’ 내각이라는 비판을 과연 이들로써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성 국무위원을 늘려야 한다는 구색 맞추기 ‘발탁’ 인사가 오히려 여성의 기회를 ‘박탈’하는 비극을 낳을까 우려스럽다. 국회 공전 속 기다림의 시간에 다시 인물을 찾아보는 수고를 기꺼이 해주길 바란다. 우선은 공직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도 방법이다. 공직에 수십년 몸담고 있던 공직자라면 적어도 사회 규범에 적합한 삶을 살았을 것이고, 차곡차곡 능력과 자질을 쌓아오지 않았겠나.
  • [여기는 남미] “왜 안 나오시지?” 병원 앞에서 사망한 주인 기다리는 반려견

    [여기는 남미] “왜 안 나오시지?” 병원 앞에서 사망한 주인 기다리는 반려견

    병원 앞에서 사망한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반려견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소개돼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이 반려견이 매일 정문을 지키고 있는 곳은 브라질 상파울루의 산타카사 병원. 반려견이 출근하다시피 매일 병원을 찾는 이유는 딱 하나. 주인을 만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반려견의 바람은 적어도 이 세상에선 이뤄질 수 없다. 견주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려견의 주인은 상파울로의 한 공원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59세 남자였다. 남자는 지난해 10월 칼에 찔려 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노숙인의 반려견은 부상한 주인을 따라 당시 출동한 앰뷸런스에 올라타려 했지만 구급대원들의 저지로 탑승하지 못했다. 하지만 반려견은 포기하지 않고 사력을 다해 달려 앰뷸런스를 따라왔다고 한다.  이게 반려견이 주인과 함께한 마지막이었다. 견주 노숙인은 부상이 심해 결국 이 병원에서 숨졌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반려견은 매일 병원 정문에서 주인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경비원 등 직원들이 바닥에 담요를 깔아주고 먹을 것과 물을 챙겨주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반려견의 기다림이 약 4개월째 계속되고 있을 때 크리스틴이라는 이름의 한 여성이 진료를 받기 위해 이 병원을 찾았다가 이 사연을 알게 됐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는 사진을 찍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유하고 반려견의 사연을 알렸다.  덕분에 한 동물단체가 구조에 나서 개를 데려갔지만 사라졌던 반려견은 얼마 뒤 다시 병원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알고 보니 개는 동물단체의 보호시설에서 탈출해 주인이 들어간 병원을 찾은 것이었다.  병원 경비원은 "주인이 사망한 사실을 알려줬으면 좋겠지만 말을 해준다고 알아들을 리도 없어 안타깝다"면서 "당장은 지금처럼 돌봐주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반려견의 사연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워하며 저마다 해법을 제시했다. 한 네티즌은 "주인을 시신을 보기 전엔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무덤에 데려가 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동물이 사람을 가르치고 있다" "영원한 사랑이 진짜 있구나. 사람은 걸핏하면 배신하던데 부끄럽다"는 등 감동적이라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 [단독]약점 잡힐까 똥참던 강아지, ‘진심’에 배를 보였다[2022 유기동물 리포트-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단독]약점 잡힐까 똥참던 강아지, ‘진심’에 배를 보였다[2022 유기동물 리포트-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딱 3주만 개로 살아 보고 싶었다. 한때 가족이었던 사람들에게 버려진 그들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다. 보호자에게 버림받아 거리로 내몰린 반려동물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온몸으로 버텨야 한다. 생명의 기회를 얻거나 삶과 작별하거나. 서울신문 스콘랩은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14일까지 3마리의 유기견을 추적 관찰했다. 아이들의 마음 상태를 읽기 위해 반려견 행동 전문가들의 자문은 물론 짖는 소리로 감정을 분석하는 웨어러블 기기의 도움도 받았다. 도심을 떠돌던 ‘펜더믹 퍼피’ 루피의 이야기다. ※키워드에 대한 설명을 보다 편히 보시려면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확인하세요.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615003003포메라니안을 닮은 이 떠돌이개는 거리를 얼마나 헤맸을까.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1월①. 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인 서울 용산구 신계역사공원에 갈색 믹스견 한 마리가 나타났다. 노숙 생활을 제법 한 듯 초라한 행색이었다. 주변에는 주인도, 무리도 없었다. #상처 - 사람의 손길을 피하다 삐쩍 마른 몸피가 수북히 자란 털로 뒤덮인 아이. 주민들은 ‘루피’라고 불렀다. 호기심이 많은 만화 캐릭터와 성격이 닮아 붙여 준 이름이다. 루피는 출근이라도 하듯 매일 아파트 단지에 나타났다. 주민들이 주는 간식을 받아먹는 게 하루 일과였다. 큰 경계심은 없었지만 사람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건 거부했다. “반갑다고 불러도 팔 닿는 거리까지는 오지 않더라고요.” 지난겨울부터 루피를 지켜봐 온 주민 박현선(43)씨의 말이다. 이 때문에 주민 신고를 받은 구청 위탁업체 직원들②과 119대원이 와서 루피를 잡아 보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워낙 눈치가 빠르고 잽쌌다. ‘잡히면 죽을 수 있다’는 걸 아는 듯했다. 아이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누가 버렸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날이 더워질수록 루피의 건강이 걱정됐다. 지저분한 유기견을 못마땅하게 여긴 사람들은 주민들이 놓은 밥그릇에 소변을 봤다. “루피를 구조합시다.” 지난 4월 한 주민이 중고거래 사이트 ‘당근마켓’ 게시판을 통해 구조를 제안했다. 23명이 참여한 채팅방이 만들어졌고, 작전이 개시됐다.#유혹 - 삼겹살로 힘겹게 포획 한낮 최고기온이 30도 가까웠던 지난달 23일, 종일 굶은 루피는 본능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바싹 구운 삼겹살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개의 후각은 사람보다 1만배쯤 더 발달했다. “굶주린 유기견을 유인할 때 냄새가 진한 삼겹살이나 닭가슴살만한 게 없어요.” 민간 동물구조단체 ‘리버스’ 대원인 구철민씨가 말했다. 그는 주민들의 요청을 받아 이곳에 왔다. 가로 3m, 세로 5m 넓이의 철제 구조틀 안에 삼겹살 300g을 놓고 루피를 유인했다. 당장 먹고 싶었을 테다. 그러나 섣불리 집어 물었다간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음을, 개라도 직감할 수 있었다. 새 주인을 만나거나, 죽거나. 루피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때 이은비(29·여)씨가 나섰다. 평소 잘 챙겨 줘 루피가 따르던 사람이다. 그의 반려견 ‘리지’도 구조틀 근처에서 애타는 마음으로 루피를 불렀다. 6시간의 기약 없는 기다림. 결국 루피는 구조틀 안으로 들어와 구조됐다.루피는 떠돌이 생활을 막 시작한 게 틀림없었다. 나이는 2~3살로 추정됐다. 사람들은 누군가 코로나19 때 외로움을 달래려 키우기 시작한 ‘팬데믹 퍼피’③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손발톱은 단정했고, 유기견답지 않게 건강도 양호했다. 병원에서 루피를 살펴보던 박찬규 수의사가 말했다. “유기견은 보통 진드기나 심장사상충에 감염되기 쉬워요. 루피는 야외생활로 피부에 약간의 염증이 있을 뿐 감염병이 없는 걸 보면 유기된 지 얼마 안 된 아이예요.” 김용환 리버스 대표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루피는 사회화(0~7개월) 시기 때 교감법을 배운 아이예요. 의도적으로 버린 건지, 잃어버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 키우던 강아지가 100% 맞아요.” 하지만, 대부분의 유기견이 그렇듯 루피는 동물등록④이 돼 있지 않았다. 원보호자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주민들은 절차에 따라 루피를 구청 위탁보호소인 인근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등록해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렸다.#경계 - 잔뜩 웅크리고 끙끙 루피는 임시보호자를 자처한 은비씨의 집으로 향했다. 첫날부터 루피는 행동으로 속마음을 털어놨다. 머릿속에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만 가득했다. 온종일 눈을 감고, 입을 벌려 숨을 헐떡였다. 그러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겁에 질린 듯 입을 꼭 다물었다. 넘어가는 숨도 참을 만큼 루피는 두려웠다. 그러다 고개를 바닥에 축 늘어뜨리며 눈을 감았다. 신원규 독클래스 훈련사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입을 다무는 행동은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방법 중 가장 위험한 신호예요. 루피 입장에서는 둘러싼 사람들이 하는 모든 행동이 두렵고, 부담스러운 거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앞에 풀이 죽어 회피하고 싶은 상태로 보시면 돼요.”루피는 포획 이후 닷새 동안 똥을 누지 않았다. 두려움을 느끼는 개들이 흔히 보이는 행동이다. 자신의 건강 정보가 담긴 변 냄새가 퍼지면 천적이 공격할 수 있다는 본능 때문이다. 먹지도 않았다. 누군가 자신을 죽일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모든 욕구를 잠재웠다. 그저 구석을 찾아 잔뜩 웅크리고 고개를 낮춰 끙끙 앓는 소리만 냈다. 구조 이후 나흘간 루피의 음성으로 마음 상태를 파악한 관찰용 기기에는 ‘불안’과 ‘슬픔’만 떴다. #믿음 - 사료 다 먹고 배 드러내 “루피가 들어갈 집 안 공간은 모두 막아 보세요. 숨지 않고 같이 적응하는 법을 알려 줘야 합니다.” 신 훈련사가 은비씨에게 조언했다. 구석으로 숨으면 마음을 열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아. 눈치 보지 않아도 돼.’ 이 진심만 루피에게 닿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5일이 흘렀다. 진심이 닿았을까. 지난달 28일 루피의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처음으로 웨어러블 기기가 루피의 심리를 ‘행복’이라고 분석했다. 사료에 입을 대지 않던 루피가 한 그릇을 허겁지겁 해치웠다. 배가 채워지자 바닥을 파고 뱅뱅 돌며 놀았다. 신체에서 가장 약한 부분인 배를 까 보이며 경계심을 푼 루피는 은비씨에게 애교를 부렸다. 손을 내밀면 앞발을 올렸다. 놀아 달라는 신호였다. 만지면 깨물 것 같던 이전 반응과는 달랐다. 은비씨는 울컥했다. 사람에게 몸을 내준다는 건 믿고 따르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한번 마음의 빗장이 풀리자 아이는 온 마음을 내줬다. 더이상 구석을 찾지도 않았고, 눈을 감고 숨을 헐떡이지도 않았다. 루피는 은비씨의 관심을 쫓아 집 안 곳곳을 따라다녔다. 은비씨와 떨어지면 끙끙 앓았다. 웨어러블 기기는 루피를 이렇게 분석했다. ‘놀아 주세요’. 더이상 버려지지 않겠다는 생존 본능이 분리불안과 애교로 표현됐다.관찰 종료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루피가 처음으로 하네스(반려동물에게 착용하는 줄)를 두르고 문밖을 나섰다. 자신이 버려졌던 그곳에 발을 디딘 루피. 또 버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까. 한동안 꼬리를 내리고 움직이지 않았지만, 곧 은비씨에게 맞춰 걸었다. 루피는 점점 사람과 관계를 맺는 법을 익히고 있다. 결국 아이를 버릴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존재는 사람뿐이었다. #기다림 - 루피의 여생은 주민들은 루피가 좋은 입양자를 만날 수 있길 바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만들어 루피를 소개하며 새 보호자를 찾아나섰다. 루피의 입양자가 갖춰야 할 조건은 간단하지만 단호했다. ‘사교성 만렙(최고 레벨)인 루피의 우정을 지켜 주고 산책을 자주 해 줄 활기찬 다인 가정’, ‘다시는 유기되지 않도록 노력하실 분’.관찰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까지 원보호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루피의 미래는 알 수 없다. 행복하게 남은 삶을 살 수도, 버려질 수도 있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할 수 있는 이것뿐이다. 다시 사람을 믿거나, 다시 버려지거나. 루피의 인스타그램 입양홍보 계정 : @puffy_luffy__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국내 동물권 문제를 폭넓게 다루는 시리즈와 후속 기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물학대와 유기, 펫샵이나 개농장·공장 등에서 벌어지는 부조리, 육견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을 제보(jebo@seoul.co.kr)해 주시면 끝까지 추적해 보도하겠습니다. 제보자 신원은 철저히 익명에 부쳐집니다. *키워드에 대한 설명을 보다 편히 보시려면 서울신문 홈페이지(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et1)에서 확인하세요.①1월동물자유연대의 ‘2021유실유기 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기동물 중 약 26%가 이동이 잦은 휴가철(6~8월)에 버려짐. 하지만 2020년 대비 계절에 따른 감소폭은 축소했다.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감소하면서 월별 편차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됨.②구청 위탁업체 직원유기견은 ‘민원’이 들어오면 지방자치단체 포획팀이 출동. 붙잡히면 전국 228개 직영·위탁 보호센터에 입소함. 이 가운데 약 45%는 안락사 또는 질환 등으로 자연사.③팬데믹 퍼피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기간인 2020년 이후 입양·분양받은 강아지. 지난해 4~5월 2만 561마리였던 유기·유실동물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2만 1228마리로 늘었다.④동물등록유실·유기 방지를 위해 반려동물을 시·군·구청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한 제도. 동물이 구조되면 내장·외장형 인식칩을 활용해 소유자를 찾음. 반려견 양육자 중 71.5%가 동물등록을 함.
  • [단독] 잡혀온 녀석들은 번호로 불렸다…결국 생사 엇갈린 123과 161[2022 유기동물 리포트-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단독] 잡혀온 녀석들은 번호로 불렸다…결국 생사 엇갈린 123과 161[2022 유기동물 리포트-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딱 3주만 개로 살아 보고 싶었다. 한때 가족이었던 사람들에게 버려진 그들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다. 보호자에게 버림받아 거리로 내몰린 반려동물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온몸으로 버텨야 한다. 생명의 기회를 얻거나 삶과 작별하거나. 서울신문 스콘랩은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14일까지 3마리의 유기견을 추적 관찰했다. 아이들의 마음 상태를 읽기 위해 반려견 행동 전문가들의 자문은 물론 짖는 소리로 감정을 분석하는 웨어러블 기기의 도움도 받았다. 햇빛 부서지던 그 봄날, 거리에서 포획된 강아지 2마리의 사연으로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포획 - 열흘 시한부의 시작 오른쪽 눈 밑 사마귀 2개와 슬개골 탈구, 아토피 증상, 어금니에 두껍게 쌓인 치석. 처음 보는 개지만 동물보호센터에서 12년째 일하는 베테랑 유영모 팀장은 단박에 가늠할 수 있었다. 4살쯤 된 성견 몰티즈①라는 것과 보호자로부터 버려졌을 듯하다는 것을. 입양 가능성은 50%쯤 될까. 마음이 불편해졌다. “이틀 전 밤이었나. 집에 오는데 맞은편 인도에서 아이가 덜덜 떨고 있었어요. 데려가고 싶기도 한데 지금 2마리 키우는 것도 벅차서… 어휴, 어떡해.” 아이를 임시보호하던 A(경기 의정부시)씨 부부의 음성이 떨렸다. 유 팀장이 부부를 만나 몰티즈를 건네받은 건 지난달 23일 오후였다. 그가 A씨에게 말했다. “저희가 데려가면 10일②간 공고를 합니다. 그사이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입양도 안 되면 안락사돼요.” 서로 말하고도, 듣고도 싶지 않은 현실. 아이는 이제부터 시한부 삶을 살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유 팀장은 ‘Rescue’(구조)라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있었다. 몰티즈에게 짖는 소리로 감정을 파악하는 웨어러블 기기③를 채웠다. 분노와 불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실시간 전달된 마음속은 온통 잿빛이었다. 희망을 잃어서일까. 특수견 훈련 전문가인 권영율 아워비전 대표는 아니라고 했다. “처음에는 버려졌다고 생각 못 해요. ‘내 보호자가 왜 안 보이지?’ 하죠. 그래서 케이지 밖으로 나와 산책하면 다시 기분이 좋아지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까.”#신입방 - 밀려오는 불안 차로 1시간 넘게 달렸을까. 경기 양주시에 있는 유기·유실동물 보호소에 도착했다. 이곳은 서울·경기권 시군구 20여곳에서 위탁받아 동물을 포획해 ‘처리’한다.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채석장과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염색공장. 시끄럽고, 냄새 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멀리 밀어낸 시설들이 보호소를 감싸고 있었다. 모래 먼지가 날리고, 악취가 진동한다. 하지만 버려진 동물들에게 이만 한 쉼터도 찾기 어렵다. “도심에 보호소가 있다면 사람들이 쉽게 유기동물을 만날 테니 더 많이 입양될 거예요. 하지만 동물 보호소는 혐오시설이죠. 처지가 비슷한 시설과 모여 있으니 싫은 소리는 덜 들어요.” 임성규 소장의 표정은 착잡했다. 보호소에서 하루가 지났다. 몰티즈에게 이름이 붙여졌다. ‘경기-의정부-2022-00123’. 수감자에게 붙는 수인번호 같았다. 이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은 걸까. 사실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아무도 부르지 않는다. 직원들은 오가며 건강 상태만 확인했다. 이름 밝히길 꺼린 이곳 수의사가 말했다. “감정이입하면 이 일 오래 못 해요. 그래서 최대한 마음을 숨기죠. 제가 흔들리면 직원들까지 동요하니까.” 이 보호소의 아이들은 모두 300여 마리다. 전날 수도권 전역에서 포획된 개, 고양이 수십 마리는 보호소 안 ‘신입방’④에서 밤을 함께 보냈다. 주인 잃은 동물들이 계류장에 가기 전 머무는 임시 공간이다. 00123도 거기 있었다. 눈을 감았다 뜨길 반복했고, 야윈 몸을 떨었다. 애처롭게 낑낑거리기도 했다. 웨어러블 기기는 이 소리를 ‘불안’으로 해석했다. 케이지 모서리에 몸을 바짝 밀어 넣은 채 손발을 감췄다. 꼬리도 가랑이 사이로 말아 넣었다. 동물훈련사인 이찬종 이삭애견훈련소 소장이 행동을 해석했다. “한쪽 구석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죠? 침을 흘리기도 하고요. 두려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거죠. 사람의 모성애를 자극하려는 겁니다.”#계류장 - 경계심 없는 아이 쌍꺼풀이 유독 짙은 강아지가 있었다. 00123의 입소 동기 45마리 중 한 아이였다. ‘경기-양주-2022-00161’. 예전에는 ‘똥개’라 부르던 믹스견⑤이다. 양주의 한 공장 인근에서 발견된 이 아이를 두고 직원들은 생후 3개월⑥쯤 된 어린 강아지라고 했다. 보호자가 해 줬어야 할 인식표나 등록칩이 발견되지 않았다. 아이는 티 없이 밝았다. 잠시 케이지 문을 열어 줬더니 뛰고, 깨물고, 핥는다. 사람이 보이면 달려가 벌렁 누워 배를 보인다. 일말의 경계심도 없다. ‘감정상태: 신남’. 웨어러블 기기가 심리를 추정했다. 권 대표가 말했다. “아기처럼 동물도 생후 3~15주까지는 마음이 백지상태예요.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거죠. 보호자가 사회화를 잘 시켜 주면 살가운 성격으로 자랄 강아지예요. 야산 등에서 떠돌던 저 아이는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일지 몰라요. 개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니까.” 00161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건 그날 오후쯤이었다. 신입 신고를 마친 뒤 계류장⑦으로 옮겨 갔을 때였다. 계류장. 운명은 그곳에서 갈린다. 대기 기간 10일 동안 원래 보호자나 새 입양인을 찾을 기회를 주는데 나타나지 않으면 그 개는 안락사된다. 9평 남짓한 공간에는 사과 상자보다 조금 큰 케이지 세 칸이 두 줄로 쌓여 있다. 12마리의 개가 그 안에 있었다. 삭막한 적막감이 흐른다. 곧 한 마리가 짖자 약속이라도 한 듯 두려움 섞인 짖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00161의 마음도 출렁였다. 기기의 감정 상태가 불안으로 변했다. 이 소장이 말했다. “짖는 건 개들의 소통법입니다. 다른 개나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 등을 알리는 거죠. 우리에게는 똑같은 소리로 들리지만 자기들끼리는 다 알아들어요. ‘아, 저 녀석도 지금 많이 겁나는구나’ 하고. 아이들도 사람처럼 불안, 분노, 시기, 희열을 다 느끼죠.” 수의사도 거들었다. “여기 있는 애들은 사료를 많이 먹어도 몸이 점점 말라요. 엄청난 스트레스 탓이죠.” #산책 - 짧은 행복 지난달 27일 오전, 00123이 임 소장과 함께 처음 산책을 했다. 뭔가 의아한 듯했다. 다른 개들은 온 힘을 다해 짖는데도 꼼짝없이 갇혀 있는데 홀로 풀려났으니 그럴 만했다. 시원한 바람과 쏟아지는 햇빛. 웨어러블 기기는 00123의 감정이 ‘행복’으로 바뀌었다고 알려줬다. 아이는 혼자 한참을 앞서 가다가도 사람이 부르면 바로 따라왔다. 사람의 지시에 따라 능숙히 걷는 방향도 틀었다. 임 소장과 거리가 벌어진 것 같으면 쭈뼛쭈뼛 뒤를 돌아봤다. 권 대표가 조심스럽게 유추했다. “중년 여성이 키웠을 확률이 높아요. 걸음 속도가 빠르지 않고,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며 뒤를 돌아보잖아요. 보호자를 배려하며 행동하는 게 몸에 밴 거죠.” 시간은 힘이 세다. 잔뜩 움츠렸던 개들도 어느새 공간에 익숙해졌다. 짧게는 이틀, 길게는 일주일쯤 걸린다. 눈치 빠른 성견들은 현실에 빨리 순응한다. 00123도 노련한 아이였다. 입소한 지 9일이 되자 생존법을 터득한 듯 인간들에게 시위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보일 때마다 벌떡 몸을 일으켜 수십 초 동안 짖기를 반복한다. ‘요구성 짖음’이다. “여기서 꺼내 달라고 하는 거죠. 아마 이전 주인에게 이런 방법이 통했을 거예요. 보호소에 적응되니 예전 기억을 되살려 행동하기 시작한 겁니다.” 어린 강아지인 00161은 조바심을 냈다. 시간이 다해 간다는 걸 직감한 걸까. 누워서 눈치를 보다가 사람이 보이면 관심을 끌려고 애썼다. 혀로 철장을 핥고, 작은 틈새로 코를 들이밀어 본다. 생후 3개월된 강아지 딴에 할 수 있는 사투였다. 지난달 31일, 입소 9일째. 00161은 좋아하던 산책마저 거부했다. 그새 훌쩍 커버린 발로 철장 밑바닥을 꽉 잡고는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이곳 직원인 이준희(40)씨에게는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발이 케이지에 달라붙은 것처럼 단단히 잡는 아이들이 많죠. 얼마나 두렵겠어요. 영물인데. 다 느낄 테죠.” #응급처치실 - 생과 사 죽음과 삶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입양 대기 기간이 끝나고, 일주일이 더 지난 10일. 00123은 서울 마포의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로 옮겨졌다. 그곳으로 간 아이들은 대부분 입양된다. 비교적 어린 데다 품종견이기에 누릴 수 있는 행운이다. 하지만 보호소의 모든 개가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어린 00161은 찾는 이가 없었다. 품종견이 아니어서다. “입양 신청이 한 건이라도 들어오면 살아요. 한 건도 들어오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 문제죠. 입양 조건을 쉽게 하면 책임감 없이 데려갔다가 또 버릴까 봐 걱정되고. 딜레마죠.” 임 소장이 말했다. 이날 보호소의 아침 공기가 유독 무겁다. ‘그날’은 늘 그렇다. 오늘은 20마리의 아이가 보호소를 떠난다. 죽은 채로. 이 보호소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안락사를 집행한다. 수의사가 말했다. “법정 보호기간이 10~20일인데 더 데리고 있으려 해도 지자체에서는 비용을 안 줘요. 여기 오래 있으면 애들 건강도 나빠지죠. 가둬 두니까. 왜 안 풀어 놓느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죠. 근데 돌봐 줄 사람도 없고, 시간도 없어요.” 수의사는 오늘도 건물 앞에서 향을 피운다. 떠나는 아이들을 위한 예이자 남는 이들을 위한 의식이다. 건물 벽에는 ‘응급처치실’이라는 붉은 글씨가 쓰여 있다. 개들이 글을 읽을 리 없지만, ‘안락사실’이라고는 차마 적어 놓을 수 없었다. 생명에 대한 마지막 예의다. 계류장에 있던 00161은 응급처치실 앞 좁은 공터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줄을 섰다. 바로 옆 위령탑에 문구가 적혀 있다. ‘새 삶을 찾아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버린 주인과 같은 인간임이 부끄럽지만 그들의 안식을 위해 우리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 동그란 두 눈으로 탑을 올려다보았을까. 00161은 건물 안으로 이끌려 갔다. 끝내, 제 이름을 다시 찾지 못하고. <2022년 6월 10일 오후 1시 30분. 00161은 19마리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2013년부터 올 4월까지 전국 21만 8083마리의 유기·유실동물은 그렇게 떠났다.>※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국내 동물권 문제를 폭넓게 다루는 시리즈와 후속 기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물학대와 유기, 펫샵이나 개농장·공장 등에서 벌어지는 부조리, 육견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을 제보(jebo@seoul.co.kr)해 주시면 끝까지 추적해 보도하겠습니다. 제보자 신원은 철저히 익명에 부쳐집니다.①몰티즈푸들, 포메라니안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국민 강아지. 반려견 가구의 23.7%가 몰티즈를 선호(KB금융의 ‘2021 한국 반려 동물 보고서’). 반면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가장 많이 발생한 유기·유실견 품종도 몰티즈였음.②10일전국 지자체의 직영 또는 위탁 보호소는 원 보호자 등을 기다리기 위해 유기동물 포획 시 10일(입양대기 기간 포함)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공고해야 함.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지자체장이 동물의 소유권을 갖게 됨.③웨어러블 기기반려견 80여종의 음성 1만여건의 정보가 내장된 기기. 인공지능(AI) 기술로 동물 소리를 듣고 심리 상태를 5가지(행복·불안·안정·슬픔·분노)로 분석.④신입방서울 20개 자치구와 경기도 7개 시군에서 매일 낮 시간대 구조된 개와 고양이는 오후 5시쯤 경기 양주 보호소로 들어와 병원 안에 있는 케이지로 옮겨짐. 다음날 오전 10시 응급 치료와 함께 성별, 몸무게 등 개체별 특징을 조사하는 ‘신입 신고’를 위해 기다림.⑤믹스견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유기·유실동물 보호소에 입소한 전체 유기·유실동물(8만 2044마리) 중 믹스견(비품종견) 비율은 76.9%(6만 3053마리).⑥생후 3개월반려동물은 어릴수록 많이 버려짐. 지난해 발생한 유기·유실동물(11만 8357마리) 가운데 0~3세는 85.5%. 특히 53.7%(6만 3581마리)는 한 살이 채 안 됨.⑦계류장보호소에 입소한 개와 고양이들이 공고 기간이 끝날 때까지 머무는 공간*키워드에 대한 설명을 보다 편히 보시려면 서울신문 홈페이지(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et1)에서 확인하세요. 
  • [단독] 죄는 사람이 짓고 벌은 개가 받는다[2022 유기동물 리포트-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단독] 죄는 사람이 짓고 벌은 개가 받는다[2022 유기동물 리포트-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딱 3주만 개로 살아 보고 싶었다. 한때 가족이었던 사람들에게 버려진 그들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다. 보호자에게 버림받아 거리로 내몰린 반려동물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온몸으로 버텨야 한다. 생명의 기회를 얻거나 삶과 작별하거나. 서울신문 스콘랩은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14일까지 3마리의 유기견을 추적 관찰했다. 아이들의 마음 상태를 읽기 위해 반려견 행동 전문가들의 자문은 물론 짖는 소리로 감정을 분석하는 웨어러블 기기의 도움도 받았다. 햇빛 부서지던 그 봄날, 거리에서 포획된 강아지 2마리의 사연으로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키워드에 대한 설명을 보다 편히 보시려면 서울신문 홈페이지(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et1)에서 확인하세요.  #포획 - 열흘 시한부의 시작 오른쪽 눈 밑 사마귀 2개와 슬개골 탈구, 아토피 증상, 어금니에 두껍게 쌓인 치석. 처음 보는 개지만 동물보호센터에서 12년째 일하는 베테랑 유영모 팀장은 단박에 가늠할 수 있었다. 4살쯤 된 성견 몰티즈①라는 것과 보호자로부터 버려졌을 듯하다는 것을. 입양 가능성은 50%쯤 될까. 마음이 불편해졌다. “이틀 전 밤이었나. 집에 오는데 맞은편 인도에서 아이가 덜덜 떨고 있었어요. 데려가고 싶기도 한데 지금 2마리 키우는 것도 벅차서… 어휴, 어떡해.” 아이를 임시보호하던 A(경기 의정부시)씨 부부의 음성이 떨렸다. 유 팀장이 부부를 만나 몰티즈를 건네받은 건 지난달 23일 오후였다. 그가 A씨에게 말했다. “저희가 데려가면 10일②간 공고를 합니다. 그사이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입양도 안 되면 안락사돼요.” 서로 말하고도, 듣고도 싶지 않은 현실. 아이는 이제부터 시한부 삶을 살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유 팀장은 ‘Rescue’(구조)라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있었다. 몰티즈에게 짖는 소리로 감정을 파악하는 웨어러블 기기③를 채웠다. 분노와 불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실시간 전달된 마음속은 온통 잿빛이었다. 희망을 잃어서일까. 특수견 훈련 전문가인 권영율 아워비전 대표는 아니라고 했다. “처음에는 버려졌다고 생각 못 해요. ‘내 보호자가 왜 안 보이지?’ 하죠. 그래서 케이지 밖으로 나와 산책하면 다시 기분이 좋아지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까.”#신입방 - 밀려오는 불안 차로 1시간 넘게 달렸을까. 경기 양주시에 있는 유기·유실동물 보호소에 도착했다. 이곳은 서울·경기권 시군구 20여곳에서 위탁받아 동물을 포획해 ‘처리’한다.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채석장과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염색공장. 시끄럽고, 냄새 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멀리 밀어낸 시설들이 보호소를 감싸고 있었다. 모래 먼지가 날리고, 악취가 진동한다. 하지만 버려진 동물들에게 이만 한 쉼터도 찾기 어렵다. “도심에 보호소④가 있다면 사람들이 쉽게 유기동물을 만날 테니 더 많이 입양될 거예요. 하지만 동물 보호소는 혐오시설이죠. 처지가 비슷한 시설과 모여 있으니 싫은 소리는 덜 들어요.” 임성규 소장의 표정은 착잡했다. 보호소에서 하루가 지났다. 몰티즈에게 이름이 붙여졌다. ‘경기-의정부-2022-00123’. 수감자에게 붙는 수인번호 같았다. 이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은 걸까. 사실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아무도 부르지 않는다. 직원들은 오가며 건강 상태만 확인했다. 이름 밝히길 꺼린 이곳 수의사⑤가 말했다. “감정이입하면 이 일 오래 못 해요. 그래서 최대한 마음을 숨기죠. 제가 흔들리면 직원들까지 동요하니까.” 이 보호소의 아이들은 모두 300여 마리다. 전날 수도권 전역에서 포획된 개, 고양이 수십 마리는 보호소 안 ‘신입방’⑥에서 밤을 함께 보냈다. 주인 잃은 동물들이 계류장에 가기 전 머무는 임시 공간이다. 00123도 거기 있었다. 눈을 감았다 뜨길 반복했고, 야윈 몸을 떨었다. 애처롭게 낑낑거리기도 했다. 웨어러블 기기는 이 소리를 ‘불안’으로 해석했다. 케이지 모서리에 몸을 바짝 밀어 넣은 채 손발을 감췄다. 꼬리도 가랑이 사이로 말아 넣었다. 동물훈련사인 이찬종 이삭애견훈련소 소장이 행동을 해석했다. “한쪽 구석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죠? 침을 흘리기도 하고요. 두려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거죠. 사람의 모성애를 자극하려는 겁니다.”#계류장 - 경계심 없는 아이 쌍꺼풀이 유독 짙은 강아지가 있었다. 00123의 입소 동기 45마리 중 한 아이였다. ‘경기-양주-2022-00161’. 예전에는 ‘똥개’라 부르던 믹스견⑦이다. 양주의 한 공장 인근에서 발견된 이 아이를 두고 직원들은 생후 3개월⑧쯤 된 어린 강아지라고 했다. 보호자가 해 줬어야 할 인식표나 등록칩이 발견되지 않았다. 아이는 티 없이 밝았다. 잠시 케이지 문을 열어 줬더니 뛰고, 깨물고, 핥는다. 사람이 보이면 달려가 벌렁 누워 배를 보인다. 일말의 경계심도 없다. ‘감정상태: 신남’. 웨어러블 기기가 심리를 추정했다. 권 대표가 말했다. “아기처럼 동물도 생후 3~15주까지는 마음이 백지상태예요.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거죠. 보호자가 사회화를 잘 시켜 주면 살가운 성격으로 자랄 강아지예요. 야산 등에서 떠돌던 저 아이는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일지 몰라요. 개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니까.” 00161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건 그날 오후쯤이었다. 신입 신고를 마친 뒤 계류장으로 옮겨 갔을 때였다. 계류장. 운명은 그곳에서 갈린다. 대기 기간 10일 동안 원래 보호자나 새 입양인을 찾을 기회를 주는데 나타나지 않으면 그 개는 안락사된다. 9평 남짓한 공간에는 사과 상자보다 조금 큰 케이지 세 칸이 두 줄로 쌓여 있다. 12마리의 개가 그 안에 있었다. 삭막한 적막감이 흐른다. 곧 한 마리가 짖자 약속이라도 한 듯 두려움 섞인 짖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00161의 마음도 출렁였다. 기기의 감정 상태가 불안으로 변했다. 이 소장이 말했다. “짖는 건 개들의 소통법입니다. 다른 개나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 등을 알리는 거죠. 우리에게는 똑같은 소리로 들리지만 자기들끼리는 다 알아들어요. ‘아, 저 녀석도 지금 많이 겁나는구나’ 하고. 아이들도 사람처럼 불안, 분노, 시기, 희열을 다 느끼죠.” 수의사도 거들었다. “여기 있는 애들은 사료를 많이 먹어도 몸이 점점 말라요. 엄청난 스트레스 탓이죠.” #산책 - 짧은 행복 지난달 27일 오전, 00123이 임 소장과 함께 처음 산책을 했다. 뭔가 의아한 듯했다. 다른 개들은 온 힘을 다해 짖는데도 꼼짝없이 갇혀 있는데 홀로 풀려났으니 그럴 만했다. 시원한 바람과 쏟아지는 햇빛. 웨어러블 기기는 00123의 감정이 ‘행복’⑨으로 바뀌었다고 알려줬다. 아이는 혼자 한참을 앞서 가다가도 사람이 부르면 바로 따라왔다. 사람의 지시에 따라 능숙히 걷는 방향도 틀었다. 임 소장과 거리가 벌어진 것 같으면 쭈뼛쭈뼛 뒤를 돌아봤다. 권 대표가 조심스럽게 유추했다. “중년 여성이 키웠을 확률이 높아요. 걸음 속도가 빠르지 않고,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며 뒤를 돌아보잖아요. 보호자를 배려하며 행동하는 게 몸에 밴 거죠.” 시간은 힘이 세다. 잔뜩 움츠렸던 개들도 어느새 공간에 익숙해졌다. 짧게는 이틀, 길게는 일주일쯤 걸린다. 눈치 빠른 성견들은 현실에 빨리 순응한다. 00123도 노련한 아이였다. 입소한 지 9일이 되자 생존법을 터득한 듯 인간들에게 시위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보일 때마다 벌떡 몸을 일으켜 수십 초 동안 짖기를 반복한다. ‘요구성 짖음’이다. “여기서 꺼내 달라고 하는 거죠. 아마 이전 주인에게 이런 방법이 통했을 거예요. 보호소에 적응되니 예전 기억을 되살려 행동하기 시작한 겁니다.” 어린 강아지인 00161은 조바심을 냈다. 시간이 다해 간다는 걸 직감한 걸까. 누워서 눈치를 보다가 사람이 보이면 관심을 끌려고 애썼다. 혀로 철장을 핥고, 작은 틈새로 코를 들이밀어 본다. 세 살배기 강아지 딴에 할 수 있는 사투였다. 지난달 31일, 입소 9일째. 00161은 좋아하던 산책마저 거부했다. 그새 훌쩍 커버린 발로 철장 밑바닥을 꽉 잡고는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이곳 직원인 이준희(40)씨에게는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발이 케이지에 달라붙은 것처럼 단단히 잡는 아이들이 많죠. 얼마나 두렵겠어요. 영물인데. 다 느낄 테죠.” #응급처치실 - 생과 사 죽음과 삶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입양 대기 기간이 끝나고, 일주일이 더 지난 10일. 00123은 서울 마포의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로 옮겨졌다. 그곳으로 간 아이들은 대부분 입양된다. 비교적 어린 데다 품종견이기에 누릴 수 있는 행운이다. 하지만 보호소의 모든 개가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어린 00161은 찾는 이가 없었다. 품종견이 아니어서다. “입양 신청이 한 건이라도 들어오면 살아요. 한 건도 들어오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 문제죠. 입양 조건을 쉽게 하면 책임감 없이 데려갔다가 또 버릴까 봐 걱정되고. 딜레마죠.” 임 소장이 말했다. 보호소의 아침 공기가 유독 무겁다. ‘그날’은 늘 그렇다. 오늘은 20마리의 아이가 보호소를 떠난다. 죽은 채로. 이 보호소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안락사를 집행한다. 수의사가 말했다. “법정 보호기간이 10~20일인데 더 데리고 있으려 해도 지자체에서는 비용을 안 줘요. 여기 오래 있으면 애들 건강도 나빠지죠. 가둬 두니까. 왜 안 풀어 놓느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죠. 근데 돌봐 줄 사람도 없고, 시간도 없어요.” 수의사는 오늘도 건물 앞에서 향을 피운다. 떠나는 아이들을 위한 예이자 남는 이들을 위한 의식이다. 건물 벽에는 ‘응급처치실’이라는 붉은 글씨가 쓰여 있다. 개들이 글을 읽을 리 없지만, ‘안락사실’이라고는 차마 적어 놓을 수 없었다. 생명에 대한 마지막 예의다. 계류장에 있던 00161은 응급처치실 앞 좁은 공터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줄을 섰다. 바로 옆 위령탑에 문구가 적혀 있다. ‘새 삶을 찾아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버린 주인과 같은 인간임이 부끄럽지만 그들의 안식을 위해 우리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 동그란 두 눈으로 탑을 올려다보았을까. 00161은 건물 안으로 이끌려 갔다. 끝내, 제 이름을 다시 찾지 못하고. <2022년 6월 10일 오후 1시 30분. 00161은 19마리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2013년부터 올 4월까지 전국 21만 8083마리의 유기·유실동물은 그렇게 떠났다.> 특별취재팀: 유대근·최훈진·이주원·이근아 기자 (스콘랩), 박윤슬·오장환 기자 (사진부), 김예원·조숙빈 기자 (비주얼뉴스부) ■팩트 기반의 스토리 스콘랩 선보입니다 스콘랩은 스토리(Story) 콘텐츠(Contents) 랩(Lab)의 줄임말입니다. 저희는 팩트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 형식의 기사를 지향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께서 깊이있게 현실을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글뿐 아니라 사진, 영상,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을 통해 다양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국내 동물권 문제를 폭넓게 다루는 시리즈와 후속 기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물학대와 유기, 펫샵이나 개농장·공장 등에서 벌어지는 부조리, 육견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을 제보(jebo@seoul.co.kr)해 주시면 끝까지 추적해 보도하겠습니다. 제보자 신원은 철저히 익명에 부쳐집니다. ①몰티즈푸들, 포메라니안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국민 강아지. 반려견 가구의 23.7%가 몰티즈를 선호(KB금융의 ‘2021 한국 반려 동물 보고서’). 반면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가장 많이 발생한 유기·유실견 품종도 몰티즈였음.②10일전국 지자체의 직영 또는 위탁 보호소는 원 보호자 등을 기다리기 위해 유기동물 포획 시 10일(입양대기 기간 포함)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공고해야 함.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지자체장이 동물의 소유권을 갖게 됨.③웨어러블 기기반려견 80여종의 음성 1만여건의 정보가 내장된 기기. 인공지능(AI) 기술로 동물 소리를 듣고 심리 상태를 5가지(행복·불안·안정·슬픔·분노)로 분석.④도심 동물보호소서울의 용산·마포·양천·관악·동작구는 시내 위탁 동물병원에서 유기 동물을 보호함. 이 덕에 입양률이 높음.⑤수의사14년째 보호소 근무 중. 매일 입소하는 10~40마리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예방접종과 응급처치를 진행. 원 보호자를 찾지 못하거나 입양되지 않으면 동물을 안락사 시키기도 함. 안락사 시행에 대한 비난 여론 탓에 이름 밝히길 꺼려함.⑥신입방서울 20개 자치구와 경기도 7개 시군에서 매일 낮 시간대 구조된 개와 고양이는 오후 5시쯤 경기 양주 보호소로 들어와 병원 안에 있는 케이지로 옮겨짐. 다음날 오전 10시 응급 치료와 함께 성별, 몸무게 등 개체별 특징을 조사하는 ‘신입 신고’를 위해 기다림.⑦믹스견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유기·유실동물 보호소에 입소한 전체 유기·유실동물(8만 2044마리) 중 믹스견(비품종견) 비율은 76.9%(6만 3053마리).⑧생후 3개월반려동물은 어릴수록 많이 버려짐. 지난해 발생한 유기·유실동물(11만 8357마리) 가운데 0~3세는 85.5%. 특히 53.7%(6만 3581마리)는 한 살이 채 안 됨.⑨행복관찰기간 중 강아지가 행복한 감정을 드러낸 때는 주로 산책하거나 사람과 교감할 때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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