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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우! 과학] ‘미라 부활?’…이집트, 미라 유전자 추출 성공

    [와우! 과학] ‘미라 부활?’…이집트, 미라 유전자 추출 성공

    고대 이집트인은 부활의 때를 기다리며 자신의 몸을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 미라를 만들었다. 물론 영화 미라에서처럼 부활해서 걸어 다니지는 못하지만, 대신 고대 이집트 미라는 당시 살았던 사람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므로 고고학자와 과학자들의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최근 튀빙겐 대학 및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이집트 중부의 주요 고고학 발굴지 가운데 하나인 아부시르 엘 멜라크(Abusir-el Meleq)에서 발견된 미라에서 고대 이집트인의 유전자를 추출하는 데 성공해 이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물론 과학자들이 미라의 유전자를 복원한 것은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런 일은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대신 이 유전자에는 고대 이집트인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남아있다. 이를 현대 이집트인 및 다른 장소에서 확보한 고대인의 유전자와 비교하면 고대 이집트 시대에 얼마나 많은 민족 이동과 혼혈이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미라는 잘 보존되어 있으므로 여기서 유전자를 추출하는 일이 쉬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상용되는 방부처리 약물이 유전자를 파괴시킬 뿐 아니라 기온이 높은 이집트의 환경 자체가 DNA처럼 복잡한 분자를 쉽게 파괴시켜 온전한 유전자가 수천 년 동안 살아남기 힘들다. 사실 영구 동토의 낮은 기온에서 보존된 화석에서 유전자를 복원하는 일이 더 쉽다. 따라서 연구팀은 151구의 미라 가운데서 90구에서만 유전자를 추출할 수 있었으며 완전한 전장 유전체 정보를 얻은 미라는 3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매우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기원전 1400년에서 400년 사이 살았던 이집트인으로 레반트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등) 지역의 고대인 및 지금의 터키 지역의 신석기인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깝다. 반면 현대 이집트인과는 달리 사하라 남쪽에서 기원한 유전자를 보기 힘들었는데, 이는 남쪽 인구의 유입이 고대 이후 이뤄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중세 시대 이뤄진 노역 무역 루트가 중요한 인구 유입의 경로라고 추정했다. 본래 목적과는 다르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고대 미라들은 다시 부활했다. 이들의 육신 대신 유전 정보가 수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복원된 것이다. 앞으로 고대인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는 한 이들의 유전 정보 역시 계속해서 보존되어 불멸의 존재가 될 것이다. 앞으로 연구는 계속 진행될 것이고 더 많은 미라가 컴퓨터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청주 동남지구에 쏠린 눈 ‘동남지구 대원칸타빌 더 테라스’ 견본주택 오픈

    청주 동남지구에 쏠린 눈 ‘동남지구 대원칸타빌 더 테라스’ 견본주택 오픈

    지난 2일 개관한 ‘동남지구 대원칸타빌 더 테라스’ 견본주택에 개관 첫날부터 주말 동안 총 2만5천여명이 몰렸다. ‘동남지구 대원칸타빌 더 테라스’의 견본주택을 방문한 사람들의 연령대는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부터 나이가 지긋한 노부부까지 다양했다. 청주에 마지막이자 최대 규모의 신도시로 각광받고 있는 동남지구 첫 분양으로 아파트를 구입해 보려는 실 수요자들이 많았다. 여기에 청추 최초 룸테라스를 갖춰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에게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견본주택에 마련된 유니트를 둘러본 고객들은 동남지구 대원칸타빌 더 테라스의 특화된 수납공간에 주목하는 모습이었다. 유니트별로 4~5베이의 혁신공간을 적용해 실 사용면적을 극대화 했으며 드레스룸과 알파룸, 펜트리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특히, 전용 84㎡A와 116㎡의 경우 안방과 연계한 룸테라스가 설계되어 북카페나 BAR, 홈시어터 등 입주민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였다. 동남지구 대원칸타빌 더 테라스 분양관계자는 “청주에서 볼 수 없는 특화설계와 고객니즈를 고려한 상품구성 등에 만족감을 느끼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견본주택을 관람하기 위해 1시간을 기다리며, 상당수가 관람 후 청약상담을 받는 등 구매 열기가 뜨거웠다”고 말했다. 한편, 동남지구 대원칸타빌 더 테라스는 1단지와 2단지를 합쳐 총 1,382가구의 대단지로 구성되며 동남지구 C1블록과 B3블록에 각각 위치한다. 1단지는 전용면적 78~121㎡, 지하 2층~지상 25층, 8개동, 676가구로 구성되며 2단지는 전용면적 78~84㎡, 지하 2층~지상 25층, 7개동, 706가구 규모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87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중도금 무이자 혜택까지 적용돼 수요자들의 부담을 낮췄다. 청약일정은 6월 7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8일 1순위, 9일 2순위 청약 접수를 받을 예정으로 1단지 C1블록과 2단지 B3블록 동시 청약이 가능하다. 당첨자 발표는 1단지 15일, 2단지 16일이고 계약기간은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모델하우스는 충북 청주시 서원구 분평동에 위치하며 입주는 2019년 12월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라의 부활?’ …이집트, 미라 유전자 추출 성공

    ‘미라의 부활?’ …이집트, 미라 유전자 추출 성공

    고대 이집트인은 부활의 때를 기다리며 자신의 몸을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 미라를 만들었다. 물론 영화 미라에서처럼 부활해서 걸어 다니지는 못하지만, 대신 고대 이집트 미라는 당시 살았던 사람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므로 고고학자와 과학자들의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최근 튀빙겐 대학 및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이집트 중부의 주요 고고학 발굴지 가운데 하나인 아부시르 엘 멜라크(Abusir-el Meleq)에서 발견된 미라에서 고대 이집트인의 유전자를 추출하는 데 성공해 이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물론 과학자들이 미라의 유전자를 복원한 것은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런 일은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대신 이 유전자에는 고대 이집트인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남아있다. 이를 현대 이집트인 및 다른 장소에서 확보한 고대인의 유전자와 비교하면 고대 이집트 시대에 얼마나 많은 민족 이동과 혼혈이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미라는 잘 보존되어 있으므로 여기서 유전자를 추출하는 일이 쉬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상용되는 방부처리 약물이 유전자를 파괴시킬 뿐 아니라 기온이 높은 이집트의 환경 자체가 DNA처럼 복잡한 분자를 쉽게 파괴시켜 온전한 유전자가 수천 년 동안 살아남기 힘들다. 사실 영구 동토의 낮은 기온에서 보존된 화석에서 유전자를 복원하는 일이 더 쉽다. 따라서 연구팀은 151구의 미라 가운데서 90구에서만 유전자를 추출할 수 있었으며 완전한 전장 유전체 정보를 얻은 미라는 3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매우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기원전 1400년에서 400년 사이 살았던 이집트인으로 레반트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등) 지역의 고대인 및 지금의 터키 지역의 신석기인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깝다. 반면 현대 이집트인과는 달리 사하라 남쪽에서 기원한 유전자를 보기 힘들었는데, 이는 남쪽 인구의 유입이 고대 이후 이뤄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중세 시대 이뤄진 노역 무역 루트가 중요한 인구 유입의 경로라고 추정했다. 본래 목적과는 다르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고대 미라들은 다시 부활했다. 이들의 육신 대신 유전 정보가 수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복원된 것이다. 앞으로 고대인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는 한 이들의 유전 정보 역시 계속해서 보존되어 불멸의 존재가 될 것이다. 앞으로 연구는 계속 진행될 것이고 더 많은 미라가 컴퓨터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4대강 보 개방 르포]창녕함안보 오후 2시 수문 열리고 강물 콸콸 쏟아져

    [4대강 보 개방 르포]창녕함안보 오후 2시 수문 열리고 강물 콸콸 쏟아져

    정부의 4대강 6개 보 수문 상시개방에 따라 1일 오후 창녕함안보도 그동안 굳게 닫혀 있던 수문을 열었다.이날 오후 2시 정각에 맞춰 창녕함안보 중간에 있는 3개 수문 중에 가운데 수문이 먼저 열렸다. 회전식 구조로 된 수문이 열리는 순간 ‘쏴~아’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물보라가 일면서 고여 있던 낙동강물이 보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보 위 다리에서 수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던 수십명의 환경단체 회원 등은 수문이 열려 물이 쏟아지는 순간 “와, 드디어 보 수문이 열렸다”, “낙동강이 흐르기 시작했다” 라고 외치고 박수하며 환호했다. 곧바로 좌우 수문도 잇따라 열리면서 갇혀 있던 강물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낮아진 보 위로 ‘콸~콸’ 흘러내렸다. 정은아 낙동강경남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낙동강이 흐르는 모습을 얼마만에 보는지 모르겠다. 사람도, 물고기도 고생했다. 강은 흘러야 한다”고 감격했다. 보의 3개 수문이 열려 방류가 시작된 지 3~4분이 지나자 보 바로 아래 강 하류 가장자리 쪽으로는 물결이 크게 일렁거렸다. 창녕함안보 주변 마을 일부 주민들도 현장에 나와 수문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날 오후 1시 45분쯤 수문개방에 앞서 창녕함안보 주변 마을 주민들에게 안내방송을 통해 수문을 개방하면 하류 수량이 늘어나고 유속도 빨라지니 안전사고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창녕함안보는 낙동강을 가로질러 경남 창녕군 길곡면과 함안군 칠북면에 걸쳐 건설돼 있다. 창녕함안보는 이날부터 주 수문 높이를 30㎝ 낮춰 물을 내보낸다. 보에 고여 있는 물 높이가 현재 5m에서 4.8m로 20㎝ 낮아질 때까지 계속 방류한다. 국토교통부 등은 10시간쯤 지나면 목표한 수위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시민·환경단체 회원 50여명은 보 수문 개방에 앞서 이날 오후 1시부터 창녕함안보 현장에서 보 개방 환영 행사를 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오늘 10여년 만에 낙동강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해 숨통을 틔우는 물줄기를 찾았다”고 수문개방을 환영했다. 이어 ”4대강에서 모든 보가 사라지고 강물이 자유롭게 흘러가는 모습을 볼 때까지 각오를 다지고 4대강 살리기 실천은 계속될 것이다”고 밝혔다. 환영 행사에 참석한 곽상수(49·경북 고령군 우곡면 포2리)씨는 고령 우곡면 낙동강변 일대에서 재배하는 ‘우곡그린수박’이 전국 최고 품질을 자랑했으나 낙동강 보가 건설된 뒤 지하수 높이가 올라가 수박뿌리가 깊이 내려가지 못하면서 수박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곽씨는 “보 건설 전에 800여동에 이르던 수박 재배 하우스 단지가 350동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낙동강에서 고기를 잡는 어민 한희섭(김해시 대동면)씨는 “4대강 사업 전에는 낙동강 어업이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할 만큼 수입이 좋았으나 보 건설 뒤부터는 장어, 붕어 등 토종 물고기가 사라져 외래어종을 잡아 보상금으로 먹고 산다”고 말했다.보 개방을 강력히 반대하는 농민들도 있다. 하한수(72·창녕군 도천면)씨는 “보를 열어 물을 뺀다는 소식에 화가 나서 현장에 나왔다. 낙동강 주변 농민들은 보가 만들어진 뒤 가뭄이 심해도 물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씨는 “차라리 이번 기회에 물을 모두 빼내 보에 물이 담겨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비교해 보면 된다”며 “수질도 농사를 짓는 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글·사진 창녕·함안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이재무의 오솔길]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이재무의 오솔길]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평상이 없다/예비군복과 기저귀가 없다/새댁의 나이아가라 파마가 없다/상추와 풋고추가 없다 줄넘기 소리가 없다/쌍절봉이 없다 씨멘트 역기와 통기타가 없다/골목길 멀리 내뱉던 수박씨가 없다/항아리가 없다 항아리 뚜껑 위에 감꽃이 없다/모기장이 없다 모기를 잡던 박수소리가 없다/모기장을 묶어 매던 돌덩어리 네 개가 없다/고무신이 없다 고무신 속 빗물 한 모금이 없다/안테나가 없다 안테나를 돌리는 작은 손이 없다/잘 나와? 잘 나오냐고? 안마당에 내려놓던 고함이 없다/우리 집은 잘 나오는디 염장을 지르던 옆집 아저씨의/ 늘어진 런닝구가 없다 (중략)/근데, 이 많은 것들이 언제 내 머릿속에 처박혔나?(이정록, 시 ‘옥상이 논다’ 부분)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우리 생활 주변에서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들이 많다. 살다 보면 사라져 가는 것들이 불쑥 애틋하게 눈에 밟혀 오는 때가 있다. 그중 생각나는 목록 몇 가지를 순서 없이 떠올려 본다. 골목길, 공중전화, 이발소, 정미소 등등. 한때 요긴했으나 지금은 기억에서 멀어진 생활의 세목들이 새록새록 눈에 밟혀 온다.미로처럼 어지러운 좁은 골목길은 생활에 다소 불편을 초래했지만 얼마나 많은 인정을 꽃을 피웠던가. 키 작은 처마와 처마가 연달아 맞닿아 있어 한낮에도 짙게 그늘이 고여 있던 질척한 골목길. 이쪽 집 창문을 열고 저쪽 집 열린 창문을 향해 갓 쪄낸 고구마나 옥수수, 밀개떡 등을 건네기도 하고, 송이눈이 내리는 겨울밤 술 취한 홀아비의 코 고는 소리가 낮은 블록 담을 넘어가 낯가림 없이 과부댁으로 성큼 걸어 들어가고 가는 비 오는 어느 여름날 저녁 이웃집 고등어구이 냄새가 배고픈 남매의 공복 위로 스멀스멀 기어오르기도 했던 골목길. 늦은 저녁 나이 어린 누이와 함께 집 앞에 쭈그려 앉은 채 저쪽 끝에서 빈 도시락 주머니를 흔들며 돌아올 어머니를 기다리던 골목길. 새벽마다 두부장수 방울 소리가 창문을 흔들고, 조간을 돌리는 고학생의 성급한 발자국 소리가 아침잠을 깨워 흔들어 대던 골목길. 백내장 앓아 대던 가등 아래 서로 더운 숨을 탐하던 늦은 밤의 연인들 실루엣이며, 이집 저집에서 흘러나온, 온갖 소리의 넝쿨들과 온갖 색깔 범벅의 냄새들이 주인 몰래 저희끼리 희희낙락 짝짓기하던 우리 한때의 자궁이었던 그곳, 그 골목길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없다. 모던의 상징이었던 공중전화. 뜨겁고 짜고 싱겁고 차갑던 사연들을 분주히 실어 날았던 공중전화.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뜻 모를 그리움이 까닭 없이 마음의 우물에 가득 차 출렁이던 공중전화. 영하의 매서운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 저녁 길게 늘어선 줄이 빨리 줄어들기를 기다리며 언 발을 동동 구르면서 차갑게 식은 청색의 손을 호호 불어 대던 추억의 공중전화. 한 시절 시쳇말로 뭇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잘나가던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이 이제 늙은 창부처럼 누군가 덜커덕 떨어뜨린 마음 한 조각을 허겁지겁 삼키고 있는 공중전화가 우리 시대 낡은 서정시같이 잘 보이지 않거나 후미진 곳에 함부로 방치돼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로 시작되는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 ‘삶’이 무채색 벽면에 걸려 있던 천장 낮은 이발소. 장 프랑수아 밀레의 부부가 기도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만종’이 걸려 있던, 금성 라디오에서 구성진 유행가 가락이 흘러나오던, 국수 내기 장기 놀이가 자주 벌어지던, 늘 서울이 그리운 늙다리 총각들이 무나 참외를 깎아 먹으며 음담패설을 주고받던,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겨운 장삼이사들이 모여 앉아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자꾸만 그리운 서울 얘기 등으로 까닭 없이 흥미진진하던 곳, 정겨운 이발소가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눈에 띌 뿐 멸종 신세로 전락해 가고 있다. 어찌 이뿐이랴. 정미소, 떡 방앗간, 하꼬방, 연탄구이 집, 지하다방, 작부 집 등속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추억의 목록들이 이름만 남긴 채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 시편 ‘옥상이 논다’는 이제 이곳 현실 속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지난 연대의 살가운 풍경이다. 다 해진 런닝구를 입고 염장을 지르던 이웃 아저씨가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여름날이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프랑켄슈타인’ 전투기가 국내 방위산업에 던진 교훈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프랑켄슈타인’ 전투기가 국내 방위산업에 던진 교훈

    지난달 초, 이스라엘 중부 텔 노프(Tel Nof) 공군기지에서 1대의 전투기가 이륙했다. 이 전투기는 이스라엘이 도입한지 40여 년 가까이 된 낡은 F-15 전투기였는데, 전투기의 이륙과 동시에 지상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사실 이 낡은 전투기는 현재의 이스라엘 공군 전력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스라엘에는 얼마 전 시리아 공습을 통해 그 위력을 발휘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I를 비롯해 우리 공군의 F-15K보다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F-15I, 그리고 미 공군 F-16의 성능을 능가하는 F-16I 등 다양한 고성능 전투기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체번호 122번의 이 낡은 F-15 전투기는 이스라엘의 항공 기술력이 얼마나 무서운 수준에까지 도달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고, 현지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프랑켄슈타인 전투기 19세기 초 소설을 통해 처음 등장한 뒤 영화와 뮤지컬 등 다양한 작품의 소재로 쓰이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죽은 사람들의 시체 살점과 뼈를 이어 붙여 사람 모양을 만든 뒤 여기에 전기적 충격을 가해 생명을 불어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괴물이다. 최근 이스라엘이 하늘로 날려 보낸 F-15 전투기는 바로 이러한 ‘프랑켄슈타인’ 같은 전투기다. 사용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되어 폐기 처분되어야 할 전투기 2대의 ‘시체’를 모아 붙여서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었기 때문이다. 이 프랑켄슈타인 전투기의 ‘반쪽’은 지난 1991년 이스라엘 공군에 처음 인도되어 제133전투비행대에서 운용되던 F-15B 전투기이다. 구형이기는 했지만 개량 사업을 통해 최신형 GPS 폭탄인 JDAM을 비롯해 다양한 신형 미사일들을 운용할 수 있었던 이 전투기는 지난 2011년 임무 비행을 위해 이륙한 직후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사고를 당했다. 버드 스트라이크란 문자 그대로 항공기와 새가 충돌하는 사고를 의미하는데, 이 전투기는 정말 운이 나쁘게도 엔진 공기흡입구에 큼직한 펠리컨이 빨려 들어가는 대형 사고를 당했다. 펠리컨은 몸길이가 1.4~1.8m에 달하는 대형 조류이기 때문에 이 새가 빨려 들어간 엔진은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곧 불길이 치솟았다. 이 전투기에 탑승하고 있던 조종사 2명은 침착하게 기체를 불시착시키고 탈출했으나, 엔진을 비롯해 기체 후방 부분은 심하게 불에 타 형상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됐다. 하지만 도입 당시 약 4000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했고, 불과 몇 년 전에 성능개량 사업을 한다고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불에 탄 부분은 전투기 후방동체 부분으로 레이더나 항공전자장비 등 전투기 전방부분은 멀쩡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어떻게든 이 전투기를 살려보고자 했다. 그러나 이 전투기의 제조사인 보잉(Boeing)은 물론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등 세계 유수의 전투기 메이커들은 이런 상태의 전투기를 재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스라엘 공군이 이 전투기의 폐기 처분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중 항공기의 개량 및 유지보수 임무를 담당하던 제22정비창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2대의 죽은 전투기를 이어 붙여서 1대의 살아있는 전투기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제22정비창은 기체 노후화에 따라 퇴역해 장기보관 중이던 F-15A 기체 하나를 창고에서 꺼내왔다. 이 전투기 역시 사고로 손실을 입은 기체로 지난 20여 년간 창고에 보관되던 기체였는데, 공교롭게도 이 전투기는 엔진과 후방 동체 부분은 멀쩡했다.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로 후방 동체가 완전히 파손되었지만 전방 동체의 레이더와 조종석 등은 멀쩡했던 F-15B와 전방 동체는 손상되었지만 엔진과 후방동체는 멀쩡했던 F-15A의 ‘합체’가 결정됐고,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수십여 년 간 전투기 정비와 개량사업을 통해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던 정비창 요원들은 몇 개월간의 작업 끝에 이들 전투기 2대를 접합하는데 성공했고, 최근에는 이 전투기를 다시 창공에 날려 보내는데 성공했다. 다시 태어난 이 기체는 새로운 기체번호 122번을 부여받고 이스라엘 공군으로 복귀했다. 이번 작업을 주관한 제22정비창장 맥심 오가드(Maxim Orgad) 중령은 “전투기 재생 작업에는 100만 달러도 들지 않았으며, 만약 이러한 전투기를 새로 구입하려고 했다면 4,000만 달러 이상 들었을 것”이라며 이번 도전의 성공을 자랑스러워했다. 이번 사례는 각국 방산업계에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지만, 사실 이스라엘이 이 같은 기상천외한 시도를 했던 케이스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무기 튜닝의 끝판왕... 보고 배워야 이스라엘은 어떤 무기를 개조해 새로운 무기를 창조해 내는 방면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나라다. 그들은 박물관에나 들어가야 할 구식 무기, 또는 전쟁을 통해 노획한 적의 무기까지 닥치는 대로 개조해 새 생명을 불어 넣는데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 건국과 동시에 주변 아랍국들과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했던 이스라엘은 항상 무기 부족에 시달렸지만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않았고, 이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기나 화포, 전차 등을 긁어모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손에 넣을 수 있는 무기라고는 대부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되었던 구식 무기들뿐이었고, 이런 무기들로는 소련제 최신형 무기로 무장한 아랍제국군과의 전투에서 이길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구식 무기를 대대적으로 개조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이스라엘 건국 초기 지상군의 주력 전차였던 M4 셔먼은 대부분 1940년대 초반에 생산되어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고철이었지만, 이스라엘은 이들을 대대적으로 개조해 1980년대까지 사용했다. 엔진과 서스펜션을 보다 신형으로 교체하고 화력 보강을 위해 105mm 주포까지 탑재하는 등 이른바 ‘마개조’를 한 것이었다. 원래 셔먼 전차는 75mm급 주포를 탑재하는 전차로 설계된 물건이었고, 현대 기준에서 보자면 장난감처럼 보이는 비교적 작은 덩치를 가지고 있는 전차였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 전차에 거대한 105mm 주포를 얹었고, 여기에 새로운 임무 장비들까지 더 얹었는데 이로 인해 포탑 무게 중심이 무너지자 별도의 무게추를 달아 문제를 해결했다. 매우 엉성하고 불안정해보였지만, 이 전차는 실전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4차 중동전에서 아랍군을 상대로 맹위를 떨쳤고, 특히 아랍군이 사용했던 소련제 최신형 전차 T-54/55를 상대로 거의 대등한 전투 능력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 같은 성능 덕분에 이 전차는 이스라엘군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예비전력으로 운용됐고, 이후 칠레에 수출되어 1990년대 초반까지 운용됐다. 이스라엘의 이 같은 무기 개조는 항공 분야에서 더 두각을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1960년대부터 도입한 F-4 팬텀 II 전투기의 노후화가 진행되자 1980년대부터 이 전투기의 성능 개량 사업을 준비했다. 이스라엘 공군이 내건 조건은 노후화가 극심한 팬텀 전투기를 현대전에도 쓸 수 있을 만큼의 수준으로 환골탈태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일명 ‘쿠르나스(Kurnass) 2000’과 슈퍼 팬텀(Super Phantom)이었다. 이스라엘 기술자들은 기존 팬텀 전투기의 뼈대만 남겨놓고 모든 것을 바꿨다. 레이더는 최신형 APG-76으로 변경됐고, 최신형 레이더에 걸맞은 미션컴퓨터가 장착됐다. 조종 시스템도 4세대 전투기 수준으로 변경되었으며, 이에 따라 구형 팬텀에서는 운용이 불가능했던 최신형 공대공 미사일은 물론, 100km 이상 거리에 있는 표적을 족집게처럼 타격할 수 있는 팝아이(Popeye) 공대지 미사일까지 운용이 가능해졌다. 쿠르나스 2000은 F-15나 F-16같은 신형 전투기들이 즐비한 이스라엘 공군에서도 강력한 폭장량을 가진 전폭기 전력으로 최근까지 운용되었는데, 특히 엔진까지 신형으로 교체한 최신 개량형 ‘슈퍼 팬텀’은 F-22 같은 최신예 5세대 전투기에서나 가능한 ‘슈퍼크루징’ 능력까지 선보이며 항공 관계자들을 경악시켰다. 전투기는 평상시에는 마하 0.6~0.8 정도의 느린 속도로 비행하다가 필요할 경우에만 애프터버너(Afterburner)를 사용해 초음속의 속도를 낸다. 하지만 애프터버너를 사용하게 되면 연료 소모량이 많아지고 엔진에도 무리를 주기 때문에 전투기가 음속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시간은 몇 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F-22와 같은 일부 최신 전투기들은 애프터버너를 사용하지 않고도 마하 1 이상의 초음속 성능을 구현하는데 이를 슈퍼크루징(Super-cruising)이라고 한다. 이스라엘은 1960년대에 만들어진 구식 3세대 F-4E를 개량해 최신 5세대 전투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슈퍼크루징 능력을 구현했던 것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개조·개량 경험이 축적된 덕분에 현재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 제조 기술을 가진 국가로 평가된다. 미국보다 앞서 고도의 다단계 미사일 방어체계를 완성해 전 국토를 물샐틈없이 지키고 있으며, 정밀유도무기와 항공기 개량 사업 부분에서는 세계 최정상급의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스라엘의 사례는 한국의 방위산업 정책이 나아가야 할 분야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오래된 노후 무기들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고, 이스라엘의 지혜를 벤치마킹하면 이들 노후 무기들도 얼마든지 현대전에서 위력을 떨칠 수 있는 새로운 무기로 환골탈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식이다. 대다수 국방정책 입안자들은 “어차피 버릴 낡은 무기에 왜 돈을 쓰나?” 혹은 “개량 사업이 진행되면 신규 무기 도입을 위한 예산을 배정 받는 것이 곤란해질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낡은 무기는 무조건 차세대 무기로 대체해야 한다는 이러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은 국방예산의 낭비와 전력 공백을 종종 불러온다. 예를 들어 한국공군의 F-5E 전투기는 대당 400억 원이 넘는 FA-50과 같은 신형 전투기로의 교체 시기만 기다리며 임무 수행조차 어려울 정도로 낡은 고철 취급을 받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스라엘이 대당 60억 원 정도의 비용으로 개량해 준 브라질 공군의 F-5E 전투기는 공중급유가 가능함은 물론 최신 애비오닉스를 탑재해 장거리 공대공 전투와 정밀 지상 타격까지 가능한 완전히 새로운 전투기 다시 태어났다. 이 전투기는 NATO 소속 E-3B 조기경보기의 지원을 받는 프랑스 공군 미라지2000 전투기와의 모의 공중전에서 승리하는 등 한국공군 F-5E 전투기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고 있으며, 한국공군이 F-5E/F 후속 기체로 도입하고 있는 신형 FA-50보다 월등한 공중전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국방예산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서 만들어준 귀중한 혈세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예산이 부족해 대응 전력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넋두리를 내놓기 전에, 과연 지금의 국방예산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강정호, 이대로 방출?... 현지 지역언론, 가능성 첫 언급

    강정호, 이대로 방출?... 현지 지역언론, 가능성 첫 언급

    2심에서도 징역형을 받은 강정호(30·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메이저리그 복귀가 불투명한 가운데 미국 현지 언론이 처음으로 ‘방출’을 언급했다.그동안 현지 언론은 강정호가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뛰기 어렵다는 표현만 써왔다. 그러나 25일(한국시간) 피츠버그 지역 매체 피츠버그시티 페이퍼는 올해 피츠버그 구단 성적을 중간평가하며 강정호에 대해 “방출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피츠버그 구단은 처음 강정호의 음주 사고 소식이 알려졌을 때 피칭 머신을 보내주기까지 했지만, 최근 그에게 지급하지 않은 연봉을 활용해 대체 선수 영입에 쓸 것이라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강정호와 피츠버그의 계약은 2018년 까지다. 강정호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삼성역 사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나 재판에 넘겨졌다. 검사는 최초에 벌금 1천500만원에 기소했지만, 법원은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정식 재판을 열어 강정호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도 재판부가 원심을 유지해 메이저리그 복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강정호는 미국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못했다. 미국 정부에서 강정호에게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강정호 측의 주장대로 징역형 때문이라면 집행유예 기간인 내년까지 현 상황이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방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강정호가 피츠버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구단은 이미 그를 제한 선수 명단에 묶어 연봉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피츠버그는 상황이 바뀔 걸 기다리며 내년까지 강정호와 계약을 유지해도 크게 잃을 건 없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박물관과 미술관 바로 알기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박물관과 미술관 바로 알기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제대로 그 개념을 모르고 사용하는 단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미술관이다. 사람들은 화랑과 미술관, 또 미술관과 박물관을 분명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이런 개념의 오류는 박물관의 역사라는 위엄을 통쾌(?)하게 깨트려버린 가족용 코미디 모험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2006)와 그 속편 ‘박물관이 살아있다2-스미소니언의 소동’(2009), ‘박물관이 살아있다3-비밀의 무덤’(2014)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편이 무직의 이혼남인 래리(벤 스틸러)가 가까스로 박물관 야간경비원으로 들어가 일하면서 경험하는, 아니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 연속되는 영화라면 2편은 스미스소니언 소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을 만큼 확실하게 자연사박물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정체가 모호하다. 자연사박물관이라고 하는데 미술, 사진, 조각 등등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여 있다. 그래서 미술관인지 박물관인지 구분이 안 된다. 3편은 영국박물관이 무대인데 역사박물관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 시공간을 초월해 이집트 파라오부터 나폴레옹, 폭군 이반, 알카포네 등이 한꺼번에 등장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한다.게다가 자연사박물관에 미술품들이 등장하는 것도 뜬금없다. 미국의 박수근쯤 되는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1930)은 당시 뉴욕에서 성했던 고급한 모더니즘에 대항해 미국 중부의 견실하고 분명한 농촌의 가치를 담고자 하는 지방주의의 중심이 된 작품이다.그랜트 우드의 작품은 인위적인 위장과 몰입을 부추기는 복잡함, 해독불가능한 양가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사물의 본질을 냉정한 관찰과 정확한 묘사로 표현해 독일 신즉물주의와 통한다. 그의 이런 태도는 매우 복잡하면서도 모호하고, 한편으론 단순하면서도 소박해 보인다. 자신의 여동생 낸과 치과 주치의 BH 매키비 박사를 모델로 그린 ‘아메리칸 고딕’은 미국 미술의 아이콘이 된 그림이다. 등장인물의 풍부한 시각적 반향들로 인해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분명하게 보이지만 모든 것이 분명하지 않은 심리적 상태를 드러낸다고나 할까. 그러다가 신고전주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안토니오 카노바의 ‘이탈리아 비너스’(1812)가 뒤를 잇는다. 피렌체의 피티궁전에 있는 이 조각은 매우 관능적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읜 작가의 우울한 감정과 감수성을 자신의 조각에 우아하게 표현했다는 카노바의 역작 중 하나이다. 베니스에서 조각과 인체 드로잉을 배운 그는 이후 신고전주의의 대표적인 조각가가 된다. 후에 마지못해 나폴레옹의 궁정 조각가가 됐지만 결코 이탈리아를 떠나지 않았던, 생전에 인정받고 존경받았던 보기 드문 조각가였다.그리고 로이 릭턴스타인의 ‘우는 여인’(1964)이 나온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모 재벌기업과 관련해 널리 알려졌지만 실은 그의 대표작이라기엔 부족하다. 다만 미술품을 문화적 자산이라기보다는 경제적 자산이라고 보는 한국사회의 그림에 대한 낮은 인식의 정도를 드러내는 작품일 뿐이다. 그는 팝 아트의 대표작가로 처음엔 추상 표현주의풍의 작품으로 시작했지만 1961년쯤부터는 만화로 관심을 돌려 만화의 이미지를 부분적으로 확대하는 방법을 통해 1960년대 소비가 미덕인 미국사회를 반영하는 작품으로 유명해졌다.여기에 유명한 ‘수병과 간호사’(1945)라는 사진이 불쑥 등장한다. 1945년 8월 14일 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는 소식에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쏟아져 나온 인파 속에서 한 수병과 간호사가 환희의 키스를 나누는 장면인데 당시 라이프지의 사진기자 앨프리드 아이젠스타트가 촬영한 역사적인 작품이다. 사진은 키스하는 인물의 활기찬 자세처럼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에 들떠 있는 거리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해 준다. 그리고 그 혼잡한 상황에 에드워드 호퍼의 쓸쓸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1942)이 배경이 되어 준다. 미국의 피폐해진 인간 군상들이 도시의 전형적인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도 욕망을 드러낸다. 바에 앉아 몸을 웅크리고 새벽을 기다리며 허기를 달래는 모습에서 우리는 고립된 인간의 상실감을 발견한다. 또 시간을 초월해 현대미술도 등장하는데 로버트 인디애나의 ‘러브’나 제프 쿤스의 ‘풍선으로 만든 강아지’가 그것이다. 코미디 영화에 너무 원칙적인 기준을 들이대는 것이 더 코미디라 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 어느 미술관, 박물관도 이런 식으로 체계와 계통 없이 뒤죽박죽 유물이나 소장품을 수집하진 않는다. 물론 가끔 졸부들의 과시욕 넘치는 컬렉션(?)이나 자신의 비루한 교양 수준을 위장하기 위한 수집품에서 발견되긴 하지만. 아무튼 영화는 우리의 부박한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개념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 우리는 박물관은 형님, 미술관은 동생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일로 박물관의 종류는 그것이 다루는 소장품에 따라 구분되며 종류는 사람들의 삶만큼 다양하다. 천문대나 동물원, 수족관은 물론 야외의 고분군, 유적지도 박물관에 속한다. 박물관학에 의하면 도서관이나 고문서보관소도 박물관의 하나이다. 문화재를 다루건 역사를, 자연사를, 미술품을, 과학을 다루건 모두가 박물관이다. 그래서 과학관은 과학박물관의 줄임말이며 미술관은 미술박물관을 이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립중앙박물관의 명칭도 분명하지 않다. 영문으로 ‘National Museum of KOREA’라면 대한민국의 모든 것, 즉 역사, 자연, 종교, 과학, 미술 등 모든 것을 다룬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제라도 소장품과 소장정책을 바탕으로 자신의 몸에 맞는 이름을 찾아 주어야 할 것이다. 박물관은 소장품 수집이 전제돼야 하고 이를 조사 연구하는 학술기관이다. 도서관이 장서를 갖추고 사서를 두어야 하는 것처럼 박물관, 미술관도 소장품을 두고 큐레이터가 이를 연구하고 조사해 상설전시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미술관은 박물관, 도서관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기반정책관 아래에 있지 않고 당대예술진흥을 담당하는 예술정책관이 관장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부처별로 각기 운영 중인 각종 크고 작은 박물관들을 문화기반국으로 옮겨 하나의 통합된 박물관 정책에 의거해 관장해 나가야 한다. 이런 원칙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채 문화융성을 외치다 결국 문화만 엉성해지고 말았다.
  •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 인 모스크바 개최…7인조 여성댄스팀 ‘이그지스트’ 우승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 인 모스크바 개최…7인조 여성댄스팀 ‘이그지스트’ 우승

    지난 20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이스베스티아 홀에는 커버댄스 페스티벌 참가팀들의 무대를 응원하며 즐기기 위해 온 K-POP 팬들이 공연 시작 네 시간 전부터 공연장 주변에 긴 줄을 늘어선 채 오랜만에 찾아온 모스크바의 따뜻한 날씨를 만끽하며 지루한 기색 없이 기다렸다. 1, 2층 객석은 물론 계단까지 가득 들어선 2,500여 명의 관객들은 시작과 함께 뜨거운 함성으로 공연장을 빈틈없이 가득 채웠다. 공연 내내 관객들은 시종일관 화려한 조명속에서 음악에 맞춰 점프를 하는 등 동작을 따라하며 열띤 응원으로 그 열기를 더 했다. 오전부터 진행된 리허설에는 본인 차례가 끝났음에도 만족하지 않고 삼삼오오 계속 음악에 동작을 맞춰 보는 등 1년을 기다리며 준비해 온 긴장감이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이번 대회에 앞서 500여 개가 넘는 동영상이 접수됐으며, 이중 온라인 심사를 통과한 27개의 커버댄스팀이 러시아 본선 무대에 초대 됐다. 두터운 팬층을 보여주듯 최신 K팝은 물론 추억의 K팝까지 총 말라되는 무대를 선보였다. 이들은 모스크바는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 옴스크, 노보시비르스크 등 러시아 전역에서 찾아와 함께 했다. 서울신문과 주러한국문화원이 주최하는‘2017 케이팝 커버댄스 페스티벌 인 모스크바’는 러시아 지역의 대표팀을 선발하는 본선으로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기원하고 글로벌 도시 서울의 관광 활성화를 기대하는 의미로 진행됐다. 이날 축사를 전한 주러시아 한국문화원 김일환 원장은 “서울신문과 한국문화원이 7년간 함께 해온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이 러시아 청년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하며 “K팝은 한-러 문화교류와 공동의 문화콘텐츠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뜨거운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러시아 무대의 우승은 최근 빌보드 뮤직 어워드 참석과 미국 빌보드 ‘트위터 톱 트랙’ 차트 정상에 오르는 등 그 기염을 토하며 명성을 더해가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와 ‘낫 투데이(Not Today)’를 믹스하여 커버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의 7인조 여성 커버댄스팀 ‘이그지스트(X.East)’가 차지했다. 7명 전원이 방탄소년단의 열렬한 팬이라고 전하는 이그지스트는 2011년 첫 해부터 도전해 7년만에 우승을 거머줘 드디어 대한민국 방문과 서울 결선을 눈 앞에 두게 댔다. 이그지스트의 멤버 디아나는 우승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K팝 팬으로써 오랫동안 도전해 왔고, 드디어 꿈을 이룰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국의 친구들에게 러시아가 한국의 친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한국과 K팝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가득하다는 것을 진심으로 공유하고 싶다.”고 감동의 소감을 말했다.올해로 7회째를 맞은 커버댄스 페스티벌은 세계 각국에 한류를 전하고 K팝 팬들이 직접 참여해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세계 최초, 최대의 K팝 팬 케어 캠페인이다. K팝을 사랑하는 전 세계인들이 온라인 예선과 현지 본선을 거쳐 한국에서 열리는 결선에 초대된다. 올해는 필리핀, 멕시코, 미국, 베트남, 러시아 등 세계 57개국에서 2400여개팀이 참가했다. 지역 본선에서 선발된 우승팀들은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결선에 초청된다. 다음달 2일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서 한 차례 경쟁을 벌인 뒤 3일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드림콘서트에 앞서 진행되는 최종 결선에 참여한다.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임신부로 산다는 건…‘모아나’ OST 패러디 영상 화제

    임신부로 산다는 건…‘모아나’ OST 패러디 영상 화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부부가 다섯 번째 자녀의 출산을 기다리며 제작한 영상이 누리꾼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일상 영상으로 유튜브에서 2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머레이스 부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OST ‘How Far I’ll Go’(얼마나 멀리 가야 할지)를 패러디한 ‘How long I’ll Go’(얼마나 오래가야 할지)를 공개했다.영상은 제목 그대로 딸의 탄생을 오랜 기간 기다리며 심신의 변화를 감당해야 하는 임신부의 고충을 담았다. 배는 볼록해지고 탄력을 잃어 늘어지는 피부를 보며 한숨을 쉬는 여성의 모습은 임신부로서의 삶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누리꾼들은 “공감된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라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사진·영상=The Murrays/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이름 없는 여자’ 오지은, 어깨 내린 서지석에 분노 “무슨 짓이야”

    ‘이름 없는 여자’ 오지은, 어깨 내린 서지석에 분노 “무슨 짓이야”

    ‘이름 없는 여자’ 오지은이 서지석의 뺨을 때렸다. 9일 방송된 KBS2 일일드라마 ‘이름 없는 여자’에서는 김무열(서지석)이 손여리(오지은)의 정체를 의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이날 방송에서 김무열은 손여리를 처음 만나게 된 그 BAR를 또 다시 찾아가 올리버장(박준혁)에게 “정말 손여리가 아니냐”고 물은 것. 이에 그는 아무런 대답없이 바로 손여리에게 연락해 “김무열이 출연했다”며 이 사실을 알렸다. 이를 알게 된 손여리는 “다음 계획은 구도치 옆에 있는 한소라다, 구도치가 한소를 얼마나 사랑하냐가 중요하다”면서 다음 복수 대상자로 홍지원을 지목, 이어 여리는“홍지원 기다리고 있어라 내가 당신의 성을 어떻게 갉아먹는지, 어떻게 무너지는지”라며 여전히 복수의 칼을 갈았다. 또한 홍지원은 여전히 자신이 불임이란 사실에 대해 “이게 다 손여리 때문이야. 손여리 넌 니 죄값 치르느라 죽은 거다”며 여전히 앙심을 품고 있었고, 이어 그녀는 “정신차려 홍지원 누가 뭐래도 넌 이 집안에 안주인이다. 세상 누가 뭐라해도 이 자리 못 뺏어간다. 저 남자 움켜쥘수 있다”며 자신의 자리를 뺏기게 될지 불안해했다. 한편 구도치(박윤재)는 자신을 위기 속에서 구해준 손여리의 연락을 기다리며 “그 변호사는 왜 연락이 없지”라면서 “분명히 어디선가 봤는데 혹시 내 팬인가”라며 여전히 손여리가 구면인지 의심, 김무열 또한 “니가 아무리 여리가 아니라고 해도 내가 널 몰라볼 리없다 직접 확인해봐야겠다”며 독백, “그것만 확인하면되 그럼 너도 더이상 여리가 아니라 잡아떼지 못할거야”라며 확신에 찬 눈빛으로 또 다시 손여리가 일하는 BAR로 향한 것. 이어 노래를 부르고 있던 여리는 김무열 자리로 가 “또 오셨네요”라면서 “아직도 내가 여리라고 생각하냐, 사랑했었던 여자냐”며 모르는 척 물었고, 이에 김무열은 “사랑했다 그리고 배신했다”고 대답하면서 “잠깐 실례좀 하겠다”며 그녀의 손목을 잡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끌고 갔다. 이어 그는 “니가 정말 여리가 아니냐”며 입을 열면서 그녀의 옷에 감춰진 어깨 흉터를 확인하려 했으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깨끗한 그녀의 어깨에 당황했다. 손여리는 “당신 무슨 짓이냐”며 서지석의 뺨을 때렸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이재무의 오솔길] 항아리와 감자 꽃과 경운기와 나무 의자

    [이재무의 오솔길] 항아리와 감자 꽃과 경운기와 나무 의자

    시골 빈집 뒤꼍 장광에는 금이 간 항아리들이 남아 있다. 항아리 속 바닥에는 사흘 전 다녀간 빗물이 남아 찔끔찔끔 눈물처럼 반짝이고 있다. 항아리 속으로 산그늘이 고여 있고 뻐꾸기 울음소리 서너 가닥도 처연히 앉아 있다. 낮에는 구름이 들어와 빗물에 살짝 입을 축였다 가고, 밤중에는 달빛이 그렁그렁 비치고, 새벽에는 항아리 입구 거미가 얼키설키 쳐 놓은 줄에 맺힌 이슬방울마다에 별빛이 걸려 창백하게 파닥거리기도 한다.금이 가서 버려진 항아리들을 자연이 유용하게 쓰고 있다. 한때 저 항아리들은 생활을 위해 아주 요긴하게 사용된 적이 있다. 철마다 간장, 고추장, 된장과 온갖 절임 유를 번갈아 담기도 했다. 장광 위 항아리들은 가난한 생활에 얼마나 귀한 살림 밑천이었던가. 그런 항아리들이 식구들 부주의로 금이 가고 깨져 버린 다음에 저렇게 함부로 버려져서는 지난 세월이나 되새김하고 있는 것이다.눈부신 5월 시골 집 텃밭에 핀 자주색 흰색 감자 꽃을 바라보자니 권태응의 동시가 절로 떠오른다. “자주색 감자 꽃은 캐보나 마나 자주 알 감자/ 흰색 감자 꽃은 캐보나 마나 하얀 알 감자” 이 동시에서 우리는 현실 경험을 재확인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미상불 미풍에 흔들리는 감자 꽃은 아름답다. 그런데 눈에 호사를 안겨 주는 감자 꽃을 아낙이 마구 따내고 있다. 감자는 뿌리 식물이라서 꽃이 지고 나서 열매가 열리긴 하지만 그것이 씨앗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감자를 심을 때는 씨앗 대신 따로 씨감자를 땅속에 묻어야 한다. 감자 꽃은 여자로 치면 불임 여성에 해당되는 꽃이다. 아낙이 감자 꽃을 인정사정없이 따내는 이유는 아낙의 모진 성정 때문이 아니다. 감자 꽃을 따내지 않으면 땅속 감자알이 잘 들어서지 않을뿐더러 부실해지기 때문이다. 영양분을 꽃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꽃을 저리 무지막지하게 속아 내고 있는 것이다. 땅속 감자알의 보다 튼실한 미래와 안위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감자 꽃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들릴 듯하다. 마을회관 한 구석에서 고물상을 기다리며 한 마리 늙고 지친 짐승처럼 쭈그려 앉은, 흙에서 멀어진 적막과 폐허를 본다. 젊어 한때 쟁기가 돼 수만 평의 논 갈아엎을 때마다 무논의 젖은 흙들은 찰랑찰랑 얼마나 진저리치며 환희에 들떠 바르르 떨어 댔던가. 흙에 생을 담가야 더욱 빛나던 몸이 아니었던가. 논일 끝나면 밭일, 밭일 끝나면 읍내 장터에, 잔칫집에, 방앗간에, 예식장에, 초상집에, 공판장에, 면사무소에 등등 부르는 곳이면 가서 제 할 도리 다해 온 그가 아니었던가. 어느 해 눈이 많이 내렸던 겨울밤 멀쩡한 다리 치받고 개울에 빠져 팔다리가 빠지고 어깨와 허리가 크게 상하기도 했던, 돌아보면 파란만장한 노동의, 그 오랜 시간을 에누리 없이 오체투지로 살아온 그는 바람이 저를 다녀갈 때마다 저렇듯 무력하게 검붉은 살비듬이나 쏟아내고 있다. 생각해 보면 몸의 기관들 거듭 갈아 끼우며 겨우겨우 오늘까지 연명해 온 목숨이 아닌가. 정원 뒤뜰에 버려진 나무 의자가 있다. 그 의자는 최근 들어 자주 혼자서 중얼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들고양이가 올라타거나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삐걱삐걱 혼잣말을 중얼거리게 된 것이다. 날마다 크고 작은 무게들이 다녀가도 군소리 없이 묵묵히 받쳐 주고 안아 주던 나무 의자. 그렇게나 자주 그를 애용하던 식구들은 그러나 이제 아무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는다. 한창 때 그는 얼마나 튼실했고 또 과묵했던가. 5월은 가족의 달이다. 나는 지금 시골에 함부로 방치된 채 홀로 살아가는 노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항아리와 감자 꽃은 우리들의 어머니이고, 경운기와 나무 의자는 우리들의 아버지에 해당되는 사물들이다. 사람은 누구나 생로병사를 겪다가 결국 죽음에 이른다. 태어나 평지돌출과 파란만장과 우여곡절과 악전고투를 겪다가 마침내 세상 난바다에 난파선처럼 버려진 채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내리 사랑의 주인공들인 우리들의 어머니, 우리들의 아버지들이 남몰래 안으로 삼켜 우는 울음소리를 우리는 듣고도 모른 척 애써 외면하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자문해 볼 일이다.
  • 安, 김종인과 심야 회동 ‘승부수’

    安, 김종인과 심야 회동 ‘승부수’

    5·9 대선을 불과 12일 남겨놓은 가운데 벼랑 끝에 몰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7일 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전격 심야회동을 갖고 도움을 요청했다.국민의당 선대위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안 후보는 오늘 밤 9시 반부터 10시 15분까지 김종인 전 대표와 독대하고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안 후보는 내일 오전 집권 후 국정운영 방향인 통합정부 관련 발표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날 밤 김 전 대표의 구기동 자택과 가까운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45분간 만났고, 안 후보의 지지 요청을 김 전 대표가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는 28일 ‘국민대통합과 협치에 관한 구상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김 전 대표의 합류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지율이 급락하며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의 ‘양강’구도가 균열된 상황에서 반전의 모멘텀을 찾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가 그동안 주장해온 ‘개헌 후 임기 단축’과 관련, 안 후보가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입당은 하지 않은 채 가칭 통합정부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앞서 2011년 안 후보가 정계에 발을 들여놓기 전 전국을 돌며 진행한 청춘콘서트 게스트로 초대되며 인연을 맺었다. 한때 ‘정치멘토’로도 불렸지만, 안 후보의 서울시장 보궐선거(2011년) 무소속 출마를 반대하면서 멀어졌다. 2015년말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고민하던 안 후보는 김 전 대표를 찾아갔다. 김 전 대표는 “당내 분란을 수습하는 역할을 해보라”고 조언했지만, 안 후보는 듣지 않았다. 한편 안 후보는 이날 공식 선거운동 이후 처음 제주를 찾은 뒤 TK(대구·경북) 표심을 잡기 위해 강행군을 펼쳤다. 이동 거리만 약 1300㎞에 달하는 ‘초 단위’ 유세 일정을 소화하며 지지율 회복에 나섰다. 식사할 시간도 없어 점심은 제주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비빔밥으로 5분 만에 때웠다. 서울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제주·경주·대구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홍준표 “3차 TV토론, 인신공격 난무한 초딩 수준”

    홍준표 “3차 TV토론, 인신공격 난무한 초딩 수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24일 3차 TV토론에 대해 “인신공격만 난무한 초딩 수준의 토론이 되어버려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한반도가 세계의 화약고로 떠오르는 이 시점에 외신은 숨 가쁘게 이를 주시하며 보도하고 있는데 우리는 문 후보 집권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보는지 아예 취급도 하지 않거나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벌써 문 후보에 줄 선 일부 언론이 대한민국의 장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며 “그래도 우리는 묵묵히 바닥민심만 보고 SNS를 통한 선거운동에 열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곤 있지만 참 너무하단 생각 든다”며 “그래도 민심만을 믿고 민심이 폭발하는 때만 기다리며 강원도와 경기 동부쪽으로 유세를 간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배우자로 좋은 공무원 따로 있다!… ‘공부원’ 비율도 직종 따라 큰 차

    방학 있는… 선생님 28% ‘최고’ 해외 근무… 외교부 7% ‘최저’ 경찰·소방관 10% 간신히 넘어 ‘어떻게 해야 공무원 배우자를 만날 수 있나요?’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주로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는 국가직·지방직 공개채용시험 이후에 이런 문의 글이 꽤 올라온다. 안정적인 합격권 점수를 받았다면 다음 목표인 ‘공부원’(공무원 부부)이 되기 위한 질문이다. #교사 부부, 교대·사범대 출신 학연도 한몫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손모(29)씨는 “공무원연금도 깎였고, 9급의 경우 처음 받는 월급이 180만원이 채 안 된다고 알고 있다”면서도 “안정적인 삶을 공유하기 위해 같은 처지의 공무원을 배우자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런 성향에 힘입어 공무원 부부의 비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공부원’ 비율이 직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직종별 부부 공무원 비율은 가장 안정적인 직업으로 알려진 교원이 27.9%로 가장 높다. 반면 해외 근무가 많은 외교부 공무원은 7.3%로 가장 낮았다. 업무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찰과 소방관도 10%를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16일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총조사(2014년 발간)에 따르면 전체 기혼 공무원(72만 8799명) 중 공무원과 결혼한 사람(19만 9877명)의 비율은 27.4%로, 5년 전 조사의 24.6%와 비교해 2.8%포인트 높아졌다. 전체 공무원 중 비율은 22.1%이었고 국가직은 22.6%, 지방직은 21.4%로 지역별로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직종별 차이는 컸다. 전체 공무원 중 공무원과 결혼한 경우의 비율은 교육(27.9%), 선거관리위원회(26.8%), 법원(24.9%), 행정부(22.5%), 국회(13.7%), 헌법재판소(12.8%), 경찰(12.6%·국가직 기준), 소방(11.4%·지방직 기준), 검사(11.1%), 외교(7.3%) 순이었다. 교사 부부의 경우 교육대, 사범대 출신이라는 학연과 ‘학교’라는 업무공간의 특수성이 영향을 미친다고 당사자들은 입을 모았다. 교대나 사대는 여학생 비율이 다른 학과에 비해 높은 편으로 교대 대부분이 신입생 선발정원의 25~40%를 남학생에게 할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학생 품귀 현상’과 함께 ‘안정’을 중시하는 성향으로 자연스레 캠퍼스 커플의 비율이 높고, 향후 결혼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는 설명이다. 교사 부부의 가장 큰 장점은 ‘방학’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최모(50·여)씨는 “다가오는 방학을 기다리며 부부가 외국 여행 계획을 짜는 식으로 학교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떨치곤 한다”며 “방학 동안 지친 심신을 달래는 시간을 가질 때면 ‘부부가 교사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부부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나누고 공감하며 이겨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학교라는 제약된 공간에서 오는 단점도 있다. 교사 홍모(49)씨는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 외에 외부인사와 교류하거나 다른 활동을 하지 않아 세상 물정에 어두운 경우가 많다”며 “교사 부부 대부분이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데 서툴다”고 전했다. #‘3교대·극한 업무’ 경찰·소방관 커플 힘들어 외교부의 경우 외국 근무가 많은 직무 특성상 공무원 부부로 안정된 가정을 꾸리기가 힘든 것이 부부 공무원 비율이 가장 낮은 원인으로 꼽힌다. 한 국장급 외교관은 “한쪽이 재외공관 근무를 나갈 때 배우자가 휴직을 하고 함께 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몇 차례씩 반복되면 배우자의 커리어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한쪽이 직장을 포기하거나 장기 별거를 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고위급 외교관 부부인 김원수(외시 12기) 유엔 사무차장과 박은하(외시 19기) 외교부 공공외교대사는 1987년 결혼 이후 최근까지 4차례나 이산가족 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외교부는 일과 가정의 양립 차원에서 근무지를 조정하거나 가족 관련 지원책을 확대하는 등 나름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내에 일·가정 양립 고충심의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재외공관의 특성상 모든 부부가 함께 근무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한 외교부 서기관은 “부부를 배려한다고 같은 대륙의 재외공관으로 발령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근무 국가가 다른데 같은 대륙에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부부 공무원 비율이 10%대 초반으로 역시 낮은 경찰·소방직은 2교대 혹은 3교대 근무체제와 현장업무가 많은 직무 특성상 공무원과 커플로 맺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설명이 많았다. 경기도 소방공무원인 오모(34)씨는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지방공무원 아내(32)와 2011년 결혼했다. 그는 “내 경우는 다행히 아내가 제 시간에 들어오지만 2교대 근무를 하는 소방관 부부의 경우 아이를 아예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씨의 아내도 대출금 상환 압박 등 경제적인 이유로 육아휴직을 1년만 사용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공무원의 육아휴직은 자녀 1명당 최장 3년이지만, 육아휴직급여는 1년만 지급된다. 한 해양경찰관은 “불법 중국어선을 감시하는 24시간 3교대 근무를 마치면 다음날 늦은 오후에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찾으러 갈 수 있다”며 “비상이라도 걸리면 밤샘 근무를 하기 때문에 아이를 찾으러 가는 시간이 매번 바뀌는데 눈치가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지방직 모두 7·8급이 가장 많아 공무원 직급별로 공부원 비율을 보면 국가직과 지방직 모두 최근 10년 새 결혼적령기를 맞은 7·8급 공무원이 가장 높았다. 9급 공무원의 경우 아직 미혼 공무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혼인 지방직 공무원 고모(28)씨는 “아직까지 결혼 생각이 없지만, 입직 연도가 얼마 차이 안나는 선배들은 대부분 공무원 커플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공무원이 지금처럼 결혼 상대 1위가 되기 전에 임용된 6급 이상 공무원의 경우 급수가 올라갈수록 부부 공무원의 비율이 낮아졌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이주의 문화 레시피]

    대중음악 ●봄에 내리는 젠틀레인-피크닉 재즈 인 스프링 서덕원(드럼), 송지훈(피아노), 김호철(콘트라베이스)로 구성된 재즈 트리오의 공연. 2004년 데뷔한 젠틀레인은 서정적이고 편안한 선율로 재즈는 지루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일본 재즈 디바 그레이스 마야와 함께 로맨틱 피크닉 무대를 꾸린다. 15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3만 3000~5만 5000원. (02)337-3103.●김완선 콘서트 ‘오늘밤’, ‘리듬 속의 그 춤을’,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의 원조 댄싱 퀸 김완선이 데뷔 30주년을 맞아 준비한 단독 공연이다. 김완선의 단독 공연은 1990년 이후 무려 27년 만이다. 콘서트에 맞춰 신곡 ‘잇츠 유’(It’s You)을 포함해 그간의 히트곡들로 꽉 채운 기념 앨범도 발표한다. 15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9만 9000~11만 원. (070)7740-5344. 연극·뮤지컬●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극단 산울림의 대표 레퍼토리 작품으로 사뮈엘 베케트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했다. 시골길 나무 아래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공연 기간에 2층 갤러리 ‘산울림 아트 앤 크래프트’에서 의상과 소품, 임영웅 연출의 연출 노트 등 관련 기록물을 무료로 전시한다. 5월 7일까지. 서울 마포구 소극장 산울림. 3만원. (02)334-5915. ●뮤지컬 ‘판’ 19세기 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양반가 자제인 ‘달수’가 염정소설과 정치 풍자에 능한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신인 정은영 작가와 박윤솔 작곡가가 선보이는 작품으로, CJ문화재단 첫 제작지원 창작뮤지컬이다.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CJ아지트 대학로. 3만~5만원. (02)3454-1401. 전시●‘이야기 있는/없는 그림’ 서사구조를 만들어 연출하고, 그 감정 상태를 화면에 재현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세 작가의 그룹전. 권순영은 상징이 부유하는 정물을, 우정수는 시공간을 박제하는 바로크 시대의 꽃을, 전현선(작품)은 격자무늬에 감정 없는 사물을 담은 개성 넘치는 작품을 선보인다.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옥인동 갤러리 룩스. ●오정미 초대전 ‘화훼본색-오해된 시선’이라는 주제로 화사한 꽃의 형상을 빌려 길게 과장되거나 혹은 지나치게 비틀어 놓음으로써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왜곡해 받아들이는 사회현상을 짚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 갤러리 아띠. (02)3445-6182. 클래식·무용●세종 파이프오르간 시리즈 Ⅹ 세종문화회관이 해마다 열고 있는 ‘악기의 제왕’ 파이프오르간 공연이다. 올해 10번째 공연은 핀란드 오르가니스트 칼레비 키비니에미가 장식한다. 시벨리우스의 ‘축제풍 안단테’, 리스트의 ‘연습곡’,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등을 연주한다. 15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만~9만원. (02)399-1624. ●련, 다시 피는 꽃 삼국시대 설화 ‘도미부인’과 제주 서사무가 ‘이공본풀이’를 조합해 창작한 전통 무용극. 가상의 조선 왕실을 배경으로 무희 ‘서련’의 사랑과 시련, 역경 속에서 자신의 뜻을 지켜 나가는 절개를 표현한다. 제례 의식 때 공연된 의식 무용인 ‘일무’와 나라의 태평성대와 왕실의 번영을 기원한 춤 ‘태평무’ 등 한국 전통춤의 진수를 담았다. 10월 29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극장. 4만~6만원. (02)751-1500.
  • [문화마당] 그 초 말고 이 초 이야기/김민정 시인

    [문화마당] 그 초 말고 이 초 이야기/김민정 시인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아주 짧은 동안. 찰나라고도 해 보자. 어떤 일이나 사물 현상이 일어나는 바로 그때. 작가 성석제는 데뷔작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라는 참으로 시적인 제목의 소설에서 한 사내가 자동차 사고로 추락해 사망하기까지의 그 4.5초의 시간을 놓고 한 사람의 일생이자 인생을 꿰뚫은 적이 있다. 그게 됐냐고? 물론 됐다. 1995년 여름에 선보인 이 소설 속 남자의 캐릭터가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설명해 보라고 하면 침 사방에 튀겨 가며 나불거릴 수 있을 만큼 선명하니 말이다. 물론 제목이 주는 각인의 힘이 어마무시했다는 걸 부인하지는 못하겠다. 이렇게 어느 날 문득 살짝 변형되어 나를 찌르기도 하나니, 나아가 모두와 한번 공유해 보고 싶은 마음도 먹게 하나니, 그래, 그러니까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나는, 또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게 될까나. 그리하여 우리 각자 종국에는 서로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까나. 경우에 따라 길면 길 수도 있는 시간일지 모르겠다. 한 시인은 1초간 떴다 가라앉은 까만 비닐봉지에서 오리의 날고 떨어짐을 비유한 적도 있으니 나 역시도 그 부지불식간에 사람을 귀신으로 보고 신던 슬리퍼를 내던진 적도 있으니 그 시간의 잴 수 있으나 잴 수 없음을 설명할 수 있는 건 그나마 시의 영역이 아니겠나 하면서도 얼마 전 어림잡아 그 두 배쯤 되는 8초간의 시간을 단 두 문장의 29자로 8분처럼 갖고 논 유일무이의 한 사람을 똑똑히 목도한 나는 정말이지 큰 혼란에 빠지고야 말았다. 요즘 그런 사람 누구겠나. 딱 한 사람 그 사람이지. 고개 숙이기밖에 더하겠어 할 때 탬버린처럼 손 흔드는 사람. 죄송하다라고밖에 더하겠어 할 때 억울하다고 눈물 흘리는 사람. 울기밖에 더하겠어 할 때 오히려 과감히 웃어버리는 사람. 세상의 상식이란 애초에 없는 공식이고 온전히 자기 논에 물 대는 일에만 입 대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 박근혜.  4.5초에서 시작해 8초를 되새김질하다 보니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보였다. 이상하지. 흘려버리기 십상이던 그 시간의 우리들을 그 안에 투영해 보니 저마다의 오늘이 너무도 잘 들여다보이는 것이었다. 만보기를 켜고 1초에 몇 보를 걷나 그 초의 숫자바뀜을 유심히 보니까 걸음으로 살아 있는 내가 느껴졌다. 라디오 생방을 가서 방송을 기다리며 째깍째깍 바뀌는 시계의 숫자를 유심히 보니까 설렘으로 살아 있는 내가 느껴졌다. 분식집에서 500원을 내고 오뎅 한 개를 산 뒤 그걸 한 입씩 나눠 먹기까지 채 5초도 안 걸린 몽골인 엄마와 그녀의 두 아이를 유심히 보니까 허기로 살아 있는 내가 느껴졌다. 일 초의 어려움, 일 초의 무서움, 일 초의 다함, 일 초의 전부를 인지하고 있을 때 사실 우리의 피로함은 극에 달한다. 어쩌면 그 지치는 헐떡임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그 일 초를 외면하고 사는 것이 우리인지도 모르겠다. 일 초를 일생이라 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삶과 사람에 대한 집중력은 얼마나 예의 바른 에너지일 것인가. 최소한 나 때문에 네 몸과 네 마음이 다치는 일은 없지 않을 것인가. 일 초 만에 사랑에 빠져 평생을 사는 부모가 있다. 일 초 만에 사람을 놓쳐 지금껏 혼자 사는 내가 있다. 일 초는 그런 시간이다. 누군가 어떤 이가 차기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냐고 묻기에 답하는 마음으로 썼다. 일 초를 섬기는 자여, 당신만이 오시라.
  • [사설] “22조 탕감”, “1년 안식년” 실현 가능성 얼마나 큰가

    대선 주자들이 또 선심성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어 우려스럽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달콤한 유혹에 유권자들은 이미 짜증을 낼 정도로 식상해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그저께 제시한 ‘가계부채 7대 해법’에 따르면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를 통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빚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장기연체금 등 22조원이 넘는 부채를 탕감해 203만명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자율 상한을 현행 25%에서 20%로 내리는 방안도 내놨다. 우리 경제의 위협 요소로 꼽히는 가계부채에 대해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한 것은 유력한 대선 주자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 보지 않은 장밋빛 공약을 내놓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빚을 탕감해 주겠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선 22조원이란 큰 금액을 탕감해 주려면 금융기관의 손실과 성실한 금융 소비자의 희생을 요구한다. 부채 탕감이 실현된다고 해도 1344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규모를 고려하면 일과성 고육책에 불과하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현 정부의 두 비율 완화 정책을 공격하던 민주당이었다. 근본을 무시한 처방은 선거를 기다리며 부채를 갚지 않으려는 모럴해저드를 부추기는 부작용만 키울 것이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전 국민 안식제’도 시선이 곱지 않다. 10년을 일하면 1년을 쉬게 하자는 데는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재원 마련을 위해 2~3년간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방안에 수긍할 수 있는 근로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안 지사가 전제 조건으로 언급한 ‘사회적 대타협’은 노사정의 관행으로 볼 때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 아닌가. 다른 대선 주자들이 제시한 모병제, 군 복무 기간 단축, 기본 소득제 등도 선심성 공약으로 비친다. 우리 국민은 정치인을 크게 믿지 않는다. 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은 ‘정치인들은 나라 걱정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데 공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직업군별 신뢰도 조사에서도 정치인은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꼴찌다. 정치인들이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았기에 빚어진 정치 불신 풍조다. 대선 주자라면 실현 가능한 국가 백년대계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 ‘소녀의 봄’을 기다리며

    ‘소녀의 봄’을 기다리며

    1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중앙공원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한 아이가 소녀상에 목도리를 둘러 주고 있다. 연합뉴스
  • [사설] 오늘 3·1절에도 정치인들 계속 선동할 텐가

    오늘은 98주년 3·1절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강점에 맞서 우리 민족의 역량을 한데 모아 독립의 의지를 세계만방에 펼친 바로 그날이다. 하지만 침략의 당사자인 일본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반성은커녕 과거사의 흔적을 지우는 데 급급하다. 한걸음 나아가 아베 일본 총리는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부르짖으며 ‘평화헌법’마저 바꾸려 하고 있지 않은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강대국들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사드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임에도 중국의 경제적 보복은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지금 우리는 마음을 한데 모아 외세(外勢)의 도전을 막아 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3·1정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주지하다시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 탄핵 심판은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쌓인 적폐가 적지 않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따라서 지금은 헌재의 최종 결론을 조용히 기다리며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승복을 다짐해야 할 시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오늘 서울시내 한복판에서는 탄핵을 찬성하는 쪽과 탄핵을 반대하는 쪽이 각각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한다. 양쪽 모두 ‘사상 최대의 집회’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사상 최대의 집회’가 ‘사상 최대의 분열’을 의미한다는 것을 양쪽 모두 정말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태극기가 분열의 매개체로 떠오른 것도 걱정스럽다. 탄핵 찬성파와 탄핵 반대파가 ‘촛불’과 ‘태극기’로 지칭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태극기는 1919년 4월 중국 상하이에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공식 국기였다.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에서도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상징했다. 그런데 3·1절에도 탄핵 반대를 상징하는 태극기는 달 수 없다는 분위기마저 없지 않다니 안타깝다. 오늘도 탄핵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태극기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기로 했다 표현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집회에 참여해 소신을 표출하는 것 역시 기본권에 속한다. 하지만 지지하는 쪽을 편드는 것을 넘어 정치적 목적을 이루고자 폭력적 언동으로 다른 쪽을 부정하는 행태는 용납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탄핵 국면에서 인내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정치인들의 선동은 차고도 넘쳤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치는 국민의 행복이 목적이어야 한다. 집권이 정치의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탄핵 국면의 국민 선동은 앞뒤가 뒤바뀐 것은 아닌지 정치인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한다. 오늘 통합을 말하지 않는 정치인은 어떤 집회에도 참석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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