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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혁규 “친일규명보다 경제 주력을” 쓴소리

    김혁규 “친일규명보다 경제 주력을” 쓴소리

    “친일 진상 규명도 중요하고 역사 바로세우기도 중요하지만,우선 순위를 좀 잘못 가져가는 것 같다.” 야당 의원의 일갈이 아니다.여당 의원,그것도 지도부의 일원인 상임중앙위원의 일격이다. 23일 아침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이 쓴소리를 시작했을 때,장내의 ‘기온’은 가파르게 떨어졌다.참석자들은 느닷없이 찬물을 뒤집어 쓴 표정이었다.앞서 과거사 규명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던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의 얼굴에 곤혹스러운 빛이 스쳤지만,김 위원의 ‘비수(匕首)’는 그것을 따돌리고 나아갔다. “요즘 우리 당에서 친일 진상규명이니 역사 바로세우기니 하는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국민 여론은 정치인들이 경제 살리기에 전념해서 빨리 회복됐으면 하는 것이다.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 회생을 위해 더욱 체감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우리 당의 인기는 아주 떨어질 것이다.” 이날 김 위원의 비수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측근이라는 점이다.결국 김 위원은 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천명한 ‘과거사 정리’의 코드에 순응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올해 65세로 이순(耳順)의 문턱을 훌쩍 넘은 그가 굳이 남의 귀(耳)를 아프게 ‘불순(不順)’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일단 “자신의 인기만을 의식한다.”라는 비판보다는 “소신이다.”라는 분석이 더 많이 들린다. 한 당직자는 “미국에서 가방 장사를 하면서 실물경제의 밑바닥을 굴러본 김 위원으로서는 민생과 동떨어진 정쟁이 거듭되는 것을 참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겨레말 ‘전자사전’ 개발 앞장 박용수 시인

    겨레말 ‘전자사전’ 개발 앞장 박용수 시인

    “흔히 사전 편찬자를 일컬어 ‘3무(三無)사업자’라 합니다.업무 특성상 재미·인기·돈 없는 사람이란 뜻이죠.비슷한 맥락에서 ‘가정파탄·외톨이·사회 낙오자’라는 별칭이 따라다녀 ‘3득(三得)사업자’라 불리기도 합니다.” 시인이자 기록사진 작가로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 현장을 누빈 박용수(70)씨.삶의 또다른 ‘갈래’인 겨레말 사전편찬자로도 유명한 그는 서울 효자동 한글문화연구소에서 ‘자연어 검색 전자 갈래사전’ 개발 준비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진주중학교 4학년 때 장티푸스를 앓은 뒤 청력을 잃게 된 그를 만나 이메일과 필담 등으로 작업 현황을 들어 보았다. 문화관광부 3년 지원사업으로 지난해 시작한 ‘전자사전’ 작업에 대해 “나라끼리의 만남이 부쩍 늘어나면서 외래어에 밀려 급속도로 입지가 좁아들어가고 있는 우리 말의 사용 빈도를 높여 겨레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대답한다. ●100년 안에 민족언어 90% 소멸 진단 사람 좋은 미소를 띠지만 어조는 단호하다.“사람 버릇은 말버릇으로 굳어집니다.이를 가볍게 여기니 ‘아버지는 그저 용돈 넉넉히 주는 사람’정도로 인식돼 살부(殺父) 등 패륜이 나오는 것 아닙니까? 100년 안에 민족언어 90%가 소멸할 것이라는 유네스코의 진단에 한글이 포함돼 있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아무도 돌보지 않으면 ‘국어’는 소멸하고 당연히 민족도 사라집니다.” 원래 그의 꿈은 시인.감수성 예민하던 중학생 때,형과 그의 국어선생 친구 사이에 책심부름을 하면서 접한 시인 임화의 작품은 순박한 시골소년을 사로잡았다.그는 ‘가난한 나라의 민족 정서를 시로 담고 싶다.’는 꿈을 품었고 경남 진주에서 사진기술자로 일하던 60년 11월 종합문예지 ‘영문’에 시가 추천돼 등단했다. 꾸준히 시작업을 하던 박씨는 본격적인 ‘시인의 꿈’을 찾아 70년 1월 서울로 올라왔다.63명이 일하던 ‘허바허바 사진관’의 잘나가던 사진 기술자이던 박씨는 친하게 어울리던 소설가 이문구 김정한 박태순 송기원,시인 고은 신경림 등의 문인들과 함께 1974년 11월 자유실천문인협의회(민족문학작가회의 전신)를 구성하면서 ‘역사의 중심’에 뛰어든다. ●민주화운동 기록 사진작가 활동도 이후 고(故) 문익환 목사가 이끌던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의 중앙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모든 시위 현장에 담긴 분노와 억압의 장면들을 사진으로 생생하게 잡아내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그러던 그를 사전 편찬에 눈을 돌리게 만든 사건이 운명처럼 다가왔다.“81년 200자 원고지 2000장 정도의 서사시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작업했는데 막상 800여장을 쓰고 나니 평생 공책에 모아 둔 우리 말 자료가 동이 나더군요.명색이 시인인데 같은 말을 반복할 수는 없잖아요”.그래서 ‘바람소리’(실천문학사 펴냄)로 일단 시집을 출간한 뒤 사전 편찬작업에 나섰다. ●토박이말 3만 6000여개 주제별로 국어대백과사전을 뒤져 토박이말 3만6000여개를 강·바다·식물 등 주제별로 나눠서 89년 ‘우리말 갈래사전’(한길사 펴냄)을 출간했다.그의 갈래 사전이 빛나는 것은 가나다순이 아니라 생활,문화,사람 등 주제 별로 정리해 어떤 분야의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단어에 목말라하는 작가들에겐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사전 편찬이 ‘평생의 업’이 된 것은 고 문익환 목사와의 인연 때문이다.“시를 쓴다는 개인적 필요성에서 시작한 겨레말 분류작업이 사전 편찬이라는 피말리는 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그런데 89년 북한을 방북한 문 목사가 당시 김일성 주석에게 제 사전을 선물하는 사진이 외신을 타고 널리 알려져 주위에서 증보사업을 하라고 많이 권유해 손을 댔다가 여기까지 오고 말았습니다.두 사람이 ‘남북통일사전 편찬 합의서’를 쓴 것도 제겐 큰 부담이 됐지요.” 이후 박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뚝심으로 ‘겨레말 갈래 큰 사전’(93),‘새 우리말 갈래 사전’,‘겨레 말 용례 사전’(96) 등 4권의 사전을 펴내면서 ‘외길’을 걸어왔다.또 손수 찍은 기록사진 전시회를 열었고 ‘민중의 길’이란 사진집도 냈다. ●89년 김일성 주석에게 사전 선물 그가 지금 몰두하고 있는 것은 평생 편찬한 사전을 컴퓨터로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주제별 갈래에 따른 겨레말과 그 용례를 묶는 것이다.한자어 등도 보완해 우리말 30만개 쯤을 선정해서 이를 6∼7단계로 분류해 누구나 쓰고싶은 낱말을 쉽게 찾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개인 박용수’는 아직도 시인의 꿈을 간직하고 있다.그의 시 사랑은 한결같다.‘바람소리’ 2권에 들어갈 시를 포함해 계속 시를 쓰기 위해도 건강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기록사진가·시인·민주화 운동 등 파란만장한 삶은 고은 시인의 ‘만인보’에서 살아 꿈틀거린다. “(…)그가 찍은 사진들은 예술이기 전에 역사이다/그가 쓴 시는 예술이기 전에 인간/반드시 있어야 할 인간이다”(고은 시집 ‘만인보’ 가운데 ‘박용수’편)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178㎝ 앳된 살인미소 백서현

    178㎝ 앳된 살인미소 백서현

    ‘천국의 계단’의 송주,‘태양인 이제마’의 이제마,‘허준’의 허준,‘다모’의 황보윤 종사관,‘영웅시대’의 태산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드라마 주인공’은 너무 싱거운 대답.눈치 빠른 시청자들은 벌써 다른 답을 준비했을 듯.바로 아역 연기자들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그 주인공은 탤런트 백성현(16)이다.11월 방영 예정인 KBS 대하사극 ‘해신’에서 장보고의 아역까지 맡았으니 현재 아역 탤런트 가운데 가장 잘 나가는 연기자요,팬카페 회원만 10만명에 이르러 권상우 못잖은 인기를 누리는 아역 탤런트계의 톱스타다. ●연기 하나만큼은 자신있어요 178㎝의 훌쩍 큰 키에 마른 체형.완도에서의 야외 촬영으로 보기 좋게 그을린 피부.인터뷰를 위해 머리에 “힘 좀 줬다.”는 그는 TV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모습이었다.광명 북고등학교 1학년. 아역 탤런트들은 무기로 삼던 깜찍함을 잃은 나이쯤 되면 어느새 화면 뒤로 사라지게 마련.아역을 맡기에도 성인 연기를 하기에도 어중간한 나이인데도 그는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제가 특별히 연기를 잘해서라기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서 그런 거 같아요.” 모범 답안 같은 그의 말에 어린 티(?)가 배어나온다. 그의 무기는 어린 연기자답지 않은 연기에 대한 몰입이다.MBC ‘영웅시대’에서 태산 역을 맡아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듬직한 장남 연기를 훌륭히 해내 시청자들의 칭찬이 자자했다.“어린 시절 연기가 뭐 어렵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하지만 감독님들이 드라마 초반에 힘을 많이 주려고 하기 때문에 야외촬영도 많고 요구조건도 까다롭죠.” ●칠갑산 덕에 데뷔했죠 촬영장을 놀이터,학교 삼아 자라온 탓에 이제 카메라 체질이 됐다.낯가림이 심하다면서도 “이상하게 카메라 앞에만 서면 안도감이 생겨요.”하며 예의 그 귀여운 미소를 짓는다.어린 시절 백성현은 동네에서 알아주는 꼬마 스타였다.6살때 ‘칠갑산’‘소양강 처녀’ 등을 구성지게 불러제껴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옆집에 탤런트 이의정 누나가 살았는데 누나 어머니께서 제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시고 다리를 놔주셨어요.” 그래서 입문하게 된 연예계.벌써 경력 10년차다.아역 연기자들이 주는 소위 ‘발랑 까졌다.’거나 ‘싸가지 없다.’는 일반적 편견에서 한참 비켜서있다. ●공부도 연기도 다 욕심나요 “저는 연예인 티 내는 거 제일 싫어해요.오늘 여기에 온다고 파마했는데 이상해요.친구들은 다 스포츠형 머린데 저만 (머리가)기니까 친구들한테 미안하고요.” 밤샘 촬영하고 학교에 가도 선생님께 죄송해서 수업시간에 졸지 못한다는 그는 전형적인 ‘범생이’다.“학교 가는 건 좋아하지만 공부는 별로다.”라고 시치미를 뗐지만 옆에 앉아있던 코디가 “중학교 때 전교 10등 안에 들었다.”고 슬쩍 귀띔을 해준다. ●제 매력도 ‘살인미소’래요 농구,축구 좋아하는 건 기본.영화는 사흘 연달아 볼 정도로 좋아하고 책은 한 번 잡으면 끝까지 봐야 직성이 풀린단다.최근 읽은 책은 스펜서 존스의 ‘선물’.“삶의 교훈이 되는 책이에요.꼭 한번 보세요.(웃음)” 마지막으로 팬들이 왜 좋아하는 거 같냐고 물었다.“다들 ‘웃는 게 귀엽다,잘생겼다.’그러세요.전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그런데요 자꾸 들으니까 나르시시즘에 빠지려고 해요.(웃음)”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서울광장] 한국정치가 실패하는 이유/이목희 논설위원

    한국정치가 민주화됐다는 사실은 모두 인정한다.그런데도 정치판을 보면 고개를 젓게 된다.뭐가 모자라서 그럴까.왜 반복적으로 실패를 거듭하는 걸까.진지하게 고민해봤다.‘대권(大權)에 대한 과도한 관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를 통해 정치현상의 90%는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당이나 행정부에서 힘 좀 쓴다는 사람을 만나면 대체로 두가지가 화제다.권력 핵심부가 어떤 구도를 갖고 있느냐가 하나다.또 하나는 대권주자로 누가 유력하며,당사자의 움직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이다.정부·여당의 정책을 국리민복 차원이라고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힘들다.야당도 마찬가지다.정권 연장과 교체를 각각 염두에 두고 있다.요즘 여야의 이전투구도 대권다툼과 연관되어 있다.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유력한 대권주자가 아니라면 박정희 전 대통령 논란이 정국을 흔들 이유가 없다. 대통령 5년 단임제 아래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한국인의 성향이 바뀌기 전에는 안 된다는 비관론이 나온다.답답하다.실패의 길이 뻔히 보이는데 고치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지금은 여야가 대립하는 정도니까 그래도 봐줄 만하다.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넘어가는 내후년부터는 유력 정당의 내부 갈등이 본격화될 것이다.정치권의 이합집산으로 나라가 어지러워질 가능성이 높다. 먼저 한나라당을 보자.박 대표가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등이 대권후보 경쟁에서 선발주자가 짜놓은 판을 깨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어떤 행동을 할지 예단하기 어렵다.최근 손 지사 주변에 젊은 개혁파들이 모이고 있다.한나라당 후보가 되기 어려울 때에 대비한다는 관측이 있다. 열린우리당도 만만치 않다.정동영 통일장관,김근태 보건복지장관을 내각에 묶어뒀다고 잠잠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오산이다.신기남 의장,천정배 원내대표가 당직을 바탕으로 이미지 관리에 들어갔다.정·김 두 장관이 이에 자극받는 순간,내각의 ‘정치적 평화’마저 깨진다. 우리 정치가 민주화되면서 ‘개방성’은 높아졌다.그에 반드시 따라야 할 ‘질서’가 없는 게 문제다.공정한 ‘게임의 룰’이 있어야 예측가능한 정치가 이뤄진다.대권주자들이 일정 시점까지 ‘현업’에 충실하도록 안심시키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정당판에서 ‘대권’을 잠시 잊으면 ‘상생(相生)’이 가까워진다. 민주정치의 역사로는 우리보다 훨씬 긴 미국도 1968년 이전까지는 대권주자 관리가 엉성했다.예비선거를 치르지 않은 주자가 갑자기 전당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로버트 케네디 암살 이후 민주당은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을 철저히 제도화했다.예비선거 및 전당대회 날짜를 미리 정하는 것은 물론,후보 검증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제도적으로 줬다.공화당도 즉각 따라왔다. 우리도 정당법을 고쳐 ‘대선 로드맵’을 미리 정하도록 하자.각 정당에 맡기니까 후보선출 방식도,시기도 제각각이다.대의원,일반시민,인터넷 등 투표권자 비율에 따라 유·불리가 확실한데 이를 그때그때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미래가 불투명하니까 대권주자들은 쟁점마다 ‘올인’한다.여야 정당도 아무 상대나 깎아내리고 보자는 식이다. 17대 국회가 시작된 뒤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빨리 고쳐보자는 당위론에 여야는 공감했다.그러나 중대선거구제 등을 놓고 입장차가 너무 크다.선거법에 앞서 정당법을 먼저 논의한다면 의외로 의견접근이 쉬울 수 있다.대권문제는 여야 공통의 고민인 까닭이다.경선 관리 및 비용 문제까지 포함,바로 협의에 착수하길 바란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문화마당] ‘귀여니’ 논쟁/박덕규 협성대 문창과 교수·소설가

    어느 대학의 세미나 장에서 귀여니의 소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한 학생은 불건전한 내용이 아니고 인기가 있으니 그만큼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 학생은 문학 강의실에서 한 교수님이 주장한 말을 옮기며 비판한다.“그건 쓰레기니까 읽을 가치가 전혀 없다!” 논쟁은 이어진다. “전문가들이 인정하지 않는 작품이라고 무조건 가치 없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가.”“철저히 대중을 향한 이야기일 뿐 깊이도 없고 사색도 없다.”“그럼,그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 생각 없는 우중인가.”“사탕이 달콤하다고 자꾸 먹으면 이를 해치고 결국 몸도 다친다.”“사탕 먹는 사람이 사탕만 먹겠으며,그게 또 사탕이라고 볼 수도 없다.”…. 귀여니는 고교 시절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해 인기를 끌었고,그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화되어 인기를 이어갔으며,그런 공적이 인정돼 한 명문대학에 특기자로 입학하는 행운을 얻었다. 최근에는 그의 다른 인터넷 연재소설들이 연달아 영화로 제작돼 다시 한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이 현상을,그런 소설 아니고도 읽을 것이 너무 많고 흉내 낼 다른 작품 목록을 두툼하게 가진 강의실에서 애써 설명할 까닭은 없다.그런데,초지일관 문학의 길을 걷고 있는 문학도마저도 강의실 문만 나서면 들리는 귀여니 소식에 자기도 모르게 귀가 쉽게 열리는 경험을 하고 만다. 기막히게도 그의 귀에는 “귀여니 소설처럼 인기도 끌고 돈도 많이 얻는 작품을 쓰려 하지 않고 무슨 고리타분한 문학에 매달려서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래?”하는 유혹의 말이 들리기도 한다. 나는 말할 것도 없이,문학 강의실에서 만나는 그런 문학도에게는 “쓸데없는 데 한눈 파는 걸 보니 너 문학 포기해야겠구나”하고 질책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걸로 그들의 갈등과 의구심이 잠재워질 리 없다는 걸 알고 있다.왜냐하면,이제 문학작품도 글과 책이라는 자리에서만 평가되고 소통되고 있지 않은 시대임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나는 문학도들이 ‘글’ 창작자로서의 문학만 생각해도 좋은 사람이라면 고민할 게 별로 없겠지만,우리 시대의 ‘문학 지향 인생’에 영향을 주는 문학은 글과 책 못지않게 그밖의 ‘문학적 생산물’들인 때가 너무 많아서 이제 ‘문학‘만이 아니라 ‘그 다른 문학적 생산물’을 함께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문학에는 글과 책 그 자체로 가치를 빛내는 문학이 있는가 하면,다른 장르로 재탄생되면서 그 장르와 함께 빛을 발하는 문학이 있다.당장의 파급 효과로 치면,그 재탄생 과정에서부터 후자 쪽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할 수 있다. 글과 책으로서 수준 높은 작품이 다른 장르로 이어져 그 가치가 상승되고 문화적으로 산업적으로 크게 기여하면 좋겠지만,많은 경우 그렇게 연계될 가능성조차 크지 않다. 오늘날 문학의 위기감이 고조된 이면에는 바로 이런 메커니즘이 도사리고 있다. 글과 책의 자리에서 좋은 문학을 하고 그것을 평가하는 자리는 두껍게 형성돼 있다.그러나 이 시대에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그것이 다른 장르에서 옮겨져 더욱 큰 가치를 빛낼 수 있도록 하는 문학기획이다.새로운 문학기획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박덕규 협성대 문창과 교수·소설가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6) 강원도 삼척 ‘해랑당’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6) 강원도 삼척 ‘해랑당’

    깊고 푸른 바다,동해.백두대간을 옆에 끼고 동해가 누워 있다.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그 동해를 향하여 향나무로 야무지게 깎은 남자의 성기가 열댓개씩 굴비 엮이듯 새끼줄에 엮여 걸린 게 아닌가.일년 내내 출렁이는 물결과 해풍을 따라 끄떡거리고 있을 남근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삼척의 신남리,일명 섶내미마을에 가면 언제나 남근(男根)을 볼 수 있다.아예 ‘해신당 성민속공원’이란 간판까지 내걸어 본격적으로 ‘남근’을 팔고 있다.그래서 웬만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지는 이미 오래이며,텔레비전에도 너무 자주 소개돼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그래서 삼척을 찾은 손님들 대부분이 ‘의무적’으로 찾아오곤 하는 곳이 됐다.해양수산부가 자금을 지원하여 남근공원 옆에 들어선 어촌 민속전시관은 절반쯤을 세계성민속관으로 꾸며놓고 손님을 끌고 있어 이래저래 신남리만큼 ‘남근 볼거리’가 풍성한 마을도 없을 것이다. 얼마전만 해도 이곳은 한적한 어촌이었다.포구마을 산기슭에 ‘큰당’이라 불린 서낭당이 있고,바다로 혀를 내민 곶(串)부리에는 ‘작은당’이라 불리는 해랑당(海娘堂)이 있어 해마다 마을제를 올려왔다. ●처녀 죽은 뒤 풍랑 잇따라 옛날 옛적의 일이다.마을의 젊은 남녀들이 배를 타고서 마을 앞 아름다운 백섬,일명 애바위로 나갔다.섬에서 조개를 줍는데 갑자기 풍랑이 일었고,젊은이들은 서둘러 귀환했다.그러나 같이 간 처녀 한 명이 미처 배를 타지 못했고,급기야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그로부터 얼마 후,마을에서 하나 둘 젊은이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이 바다에만 나가면 풍랑이 이는 이유는 뭡니까?” “ 처녀애를 서낭으로 모시고,남근을 바치도록 하시오.” “남근이라뇨?” “해마다 향나무로 남근을 깎아 처녀의 혼령을 달래보시오.” 답답하다 못해 찾아간 무당의 입에서 처녀의 원귀를 달래주라는 공수가 내려졌다.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원귀를 처녀귀신이라 했던가.그로부터 마을의 당은 해랑당이 되었고,예쁜 처녀애를 그림으로 그려서 여서낭으로 봉안했다.해마다 남근을 깎아서 정성을 드리니 그후로는 탈이 없었다. ●남근 깎아 봉안하자 바다 잠잠 남근을 바친 뒤로는 고기도 잘 잡히고 해상 사고도 없다고 한다.해랑당의 남근은 향나무를 적절한 크기로 깎아서 흰색과 붉은 무늬가 조화를 이룬다.주먹에 꽉 찰 정도로 굵고 시원스럽게 깎았기 때문에 자신의 그것이 작은 남자라면 콤플렉스를 느낄 정도다.남근에는 붉은 황토를 칠해 실물과 비슷한 색깔을 내기도 한다. 이 동네의 웬만한 어른들은 수십년간 남근을 깎아온 터에 자귀 하나만 쥐면 나뭇밥을 일으키며 척척 깎아내는데,수십년간 남근 깎기에 이력이 난 솜씨가 가히 경탄스럽다.남근 깎기에 관한 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 이런 전통이 문화관광상품으로까지 확대되어 아예 남근공원이 들어섰고,장승보다 큰 남근들이 전봇대처럼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근년에는 남근을 매단 열쇠고리까지 만들어 팔고 있으니,남근으로 수입을 올리는 유일한 마을이 아닌가 싶다.남근만을 강조하는 남근공원이 여성차별이라는 문제제기도 없지 않아 한동안 뜻있는 여성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으니,이래저래 남근공원은 세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풍요 바라는 염원 담겨있어 그러면 이 해랑당의 남근신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해랑당의 죽은 처녀에게 남근을 바치는 의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통적인 죽음관에서 비롯된다.귀신 중에서 가장 무서운 귀신이 처녀귀신이다.속설에 처녀귀신은 손각시(孫閣氏),혹은 왕신이라고 하였다.처녀귀신은 원한이 깊어 혼령이 제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원귀가 되어 떠돈다고 믿는다.그리하여 ‘망자혼사(亡者婚事)굿’처럼 죽은 처녀 총각을 맺어주는 사후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진다.이러한 의미에서 해랑당의 여서낭은 해마다 여러 개의 남근을 받고 있으니,죽어서나마 남자 복은 많은 셈이다. 해랑당 당신화(堂神化)에는 풍요주술을 희구하는 어민들의 염원이 절절하게 배어 있다.처녀귀신에서 남근을 봉헌함은 당연히 성적인 주술을 의미한다.처녀는 남근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원한을 풀어낸다.단순한 원한풀이를 뛰어넘어 처녀와 남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생산을 가져오며,덕분에 바다는 한결 풍요로워진다. 해랑당의 남근은 더 이상 인간의 남근이 아니며,영적인 힘을 부여받은 주술적인 남근이다.이들 주술은 왜 힘을 지니는가.이미 시대의 고전이 된 ‘황금가지’(The Golden Bough)에서 프레이저(Frazer)는 주술의 기초가 되는 사고의 원리를 분석하면서 ‘닮은 것은 닮은 것을 낳는다.’는 ‘유사(類似)의 법칙’을 제시한 바 있다.해랑당의 남근신앙도 ‘유사의 법칙’에 비교적 충실하다.처녀와 남근의 결합은 역으로 어업의 풍요와 다산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고성군 백도선 동굴에 남근 봉헌 동해안 남근에 관한 한 해랑당이 유일한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다른 곳에도 남근신앙이 존재한다.고성군 문암리 앞바다의 백도는 ‘망개’라 불린다.이곳의 해식동굴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바,나무로 깎은 남근을 곳곳에 꽂아 거룩한 신전으로 꾸몄다.지금은 사람들이 빼가거나 제물로 떨어져나가 몇 개만 남아 있으나,한때는 구멍마다 남근이 가득찼다. 매년 정월에 마을 앞산의 남성황신과 바닷가 여성황신에게 제를 올리는데,해랑당처럼 특별히 남근을 깎아 여성황에게 봉헌한다.남근은 제관 가운데 한 사람이 깎는데,자신이 남근을 깎는다고 말해서는 안되며,남근을 타인에게 보여주지도 않는다.아무리 나무 남근이지만 함부로 보여줄 수 없는 금기가 지켜진다. 남근은 길이 한 자,지름 5㎝ 정도의 크기.보기에도 막강하다.반드시 오리나무를 이용해 3개를 깎는데,이 남근을 여성황신이 있는 바위구멍에 꽂아 구멍이 한번에 맞으면 풍어가 온다고 믿는다.‘한번에 맞아야’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는 데서 속궁합,혹은 성적 결합의 정확성을 엿볼 수 있다. 망개의 남근 봉헌에는 해랑당과 같은 처녀 원귀설화가 없다.여성황과 남성황의 남녀 결합을 제관이 깎은 남근을 바위구멍과 결합시키는 의례를 통해 성취하고 있을 뿐이다.해마다 성적 결합을 올리는 것으로 미뤄 결혼식은 아니고,그렇다고 임시 동거도 아닌,신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망개의 해식동굴은 그 자체가 여성의 자궁을 상징하기도 한다.폴란드 태생의 말리노프스키(B.K. Malinowski)가 뉴기니 북동쪽 트로브리안드 군도를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미개사회의 성과 억압’에서도 어김없이 동굴이 등장한다.이 경우에는 여성이 동굴에 음탕한 자세로 누워서 종유석의 물방울을 받아 후손을 잉태한다.망개의 해식동굴도 단순하게 동굴을 선택하여 구멍에 남근을 봉헌한다는 것 이상의 세계문화사적 보편성을 지니는 것이다. ●남근봉헌, 해양민족에 넓게 퍼져있는 문화 남근봉헌(phallicism)은 비단 우리만 가진 것이 아니다.이웃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폴리네시아 같은 해양민족 사이에 드넓게 퍼져 있다.한반도에는 육지부에 남근신앙이 대단히 많지만 대개 아들낳기를 희구하는 기자신앙에 속해 보수적인 편이다.남근을 깎는 제의 연출행위가 거의 없으며,남근석을 세워 오로지 아들낳기를 바랄 뿐이다. 반면에 해랑당이나 망개의 남근 봉헌은 제의 자체로도 드라마틱하다.해마다 남근을 깎는 행위 자체가 극적이다.남근 깎는 기술력의 전승이 오랜 세월을 이어져왔으니 문화전승의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남녀 결합의 장엄(莊嚴)을 통하여 바다에는 풍요가 찾아들고 해상 안전은 물론 고기잡이까지 만사형통이다. 동해 바다의 가공할 위력 앞에서 사람들은 맞서 싸우기보다 차라리 남근 봉헌을 통해 신들을 달래기로 작정한 셈이다.여신들 입장에서야 험한 파도로 해코지를 일삼기보다는 해마다 남근을 받아들임으로써 인생을 편하게 살기로 작심했음직하다.험난한 자연과 인간의 대타협점이 신들의 성적 결합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니,동해의 해풍을 받으며 끄떡거리는 남근 속에 이와 같은 오묘한 논리가 잠복되어 있는 것이다. 남근공원을 찾아가서 오로지 ‘야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거친 동해에 격이 맞게 내걸린 남근 봉헌의 속깊은 뜻을 온 몸으로 체득하고 올 일이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6) 강원도 삼척 ‘해랑당’

    깊고 푸른 바다,동해.백두대간을 옆에 끼고 동해가 누워 있다.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그 동해를 향하여 향나무로 야무지게 깎은 남자의 성기가 열댓개씩 굴비 엮이듯 새끼줄에 엮여 걸린 게 아닌가.일년 내내 출렁이는 물결과 해풍을 따라 끄떡거리고 있을 남근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삼척의 신남리,일명 섶내미마을에 가면 언제나 남근(男根)을 볼 수 있다.아예 ‘해신당 성민속공원’이란 간판까지 내걸어 본격적으로 ‘남근’을 팔고 있다.그래서 웬만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지는 이미 오래이며,텔레비전에도 너무 자주 소개돼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그래서 삼척을 찾은 손님들 대부분이 ‘의무적’으로 찾아오곤 하는 곳이 됐다.해양수산부가 자금을 지원하여 남근공원 옆에 들어선 어촌 민속전시관은 절반쯤을 세계성민속관으로 꾸며놓고 손님을 끌고 있어 이래저래 신남리만큼 ‘남근 볼거리’가 풍성한 마을도 없을 것이다. 얼마전만 해도 이곳은 한적한 어촌이었다.포구마을 산기슭에 ‘큰당’이라 불린 서낭당이 있고,바다로 혀를 내민 곶(串)부리에는 ‘작은당’이라 불리는 해랑당(海娘堂)이 있어 해마다 마을제를 올려왔다. ●처녀 죽은 뒤 풍랑 잇따라 옛날 옛적의 일이다.마을의 젊은 남녀들이 배를 타고서 마을 앞 아름다운 백섬,일명 애바위로 나갔다.섬에서 조개를 줍는데 갑자기 풍랑이 일었고,젊은이들은 서둘러 귀환했다.그러나 같이 간 처녀 한 명이 미처 배를 타지 못했고,급기야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그로부터 얼마 후,마을에서 하나 둘 젊은이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들이 바다에만 나가면 풍랑이 이는 이유는 뭡니까?” “ 처녀애를 서낭으로 모시고,남근을 바치도록 하시오.” “남근이라뇨?” “해마다 향나무로 남근을 깎아 처녀의 혼령을 달래보시오.” 답답하다 못해 찾아간 무당의 입에서 처녀의 원귀를 달래주라는 공수가 내려졌다.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원귀를 처녀귀신이라 했던가.그로부터 마을의 당은 해랑당이 되었고,예쁜 처녀애를 그림으로 그려서 여서낭으로 봉안했다.해마다 남근을 깎아서 정성을 드리니 그후로는 탈이 없었다. ●남근 깎아 봉안하자 바다 잠잠 남근을 바친 뒤로는 고기도 잘 잡히고 해상 사고도 없다고 한다.해랑당의 남근은 향나무를 적절한 크기로 깎아서 흰색과 붉은 무늬가 조화를 이룬다.주먹에 꽉 찰 정도로 굵고 시원스럽게 깎았기 때문에 자신의 그것이 작은 남자라면 콤플렉스를 느낄 정도다.남근에는 붉은 황토를 칠해 실물과 비슷한 색깔을 내기도 한다. 이 동네의 웬만한 어른들은 수십년간 남근을 깎아온 터에 자귀 하나만 쥐면 나뭇밥을 일으키며 척척 깎아내는데,수십년간 남근 깎기에 이력이 난 솜씨가 가히 경탄스럽다.남근 깎기에 관한 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 이런 전통이 문화관광상품으로까지 확대되어 아예 남근공원이 들어섰고,장승보다 큰 남근들이 전봇대처럼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근년에는 남근을 매단 열쇠고리까지 만들어 팔고 있으니,남근으로 수입을 올리는 유일한 마을이 아닌가 싶다.남근만을 강조하는 남근공원이 여성차별이라는 문제제기도 없지 않아 한동안 뜻있는 여성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으니,이래저래 남근공원은 세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풍요 바라는 염원 담겨있어 그러면 이 해랑당의 남근신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해랑당의 죽은 처녀에게 남근을 바치는 의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통적인 죽음관에서 비롯된다.귀신 중에서 가장 무서운 귀신이 처녀귀신이다.속설에 처녀귀신은 손각시(孫閣氏),혹은 왕신이라고 하였다.처녀귀신은 원한이 깊어 혼령이 제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원귀가 되어 떠돈다고 믿는다.그리하여 ‘망자혼사(亡者婚事)굿’처럼 죽은 처녀 총각을 맺어주는 사후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진다.이러한 의미에서 해랑당의 여서낭은 해마다 여러 개의 남근을 받고 있으니,죽어서나마 남자 복은 많은 셈이다. 해랑당 당신화(堂神化)에는 풍요주술을 희구하는 어민들의 염원이 절절하게 배어 있다.처녀귀신에서 남근을 봉헌함은 당연히 성적인 주술을 의미한다.처녀는 남근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원한을 풀어낸다.단순한 원한풀이를 뛰어넘어 처녀와 남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생산을 가져오며,덕분에 바다는 한결 풍요로워진다. 해랑당의 남근은 더 이상 인간의 남근이 아니며,영적인 힘을 부여받은 주술적인 남근이다.이들 주술은 왜 힘을 지니는가.이미 시대의 고전이 된 ‘황금가지’(The Golden Bough)에서 프레이저(Frazer)는 주술의 기초가 되는 사고의 원리를 분석하면서 ‘닮은 것은 닮은 것을 낳는다.’는 ‘유사(類似)의 법칙’을 제시한 바 있다.해랑당의 남근신앙도 ‘유사의 법칙’에 비교적 충실하다.처녀와 남근의 결합은 역으로 어업의 풍요와 다산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고성군 백도선 동굴에 남근 봉헌 동해안 남근에 관한 한 해랑당이 유일한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다른 곳에도 남근신앙이 존재한다.고성군 문암리 앞바다의 백도는 ‘망개’라 불린다.이곳의 해식동굴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바,나무로 깎은 남근을 곳곳에 꽂아 거룩한 신전으로 꾸몄다.지금은 사람들이 빼가거나 제물로 떨어져나가 몇 개만 남아 있으나,한때는 구멍마다 남근이 가득찼다. 매년 정월에 마을 앞산의 남성황신과 바닷가 여성황신에게 제를 올리는데,해랑당처럼 특별히 남근을 깎아 여성황에게 봉헌한다.남근은 제관 가운데 한 사람이 깎는데,자신이 남근을 깎는다고 말해서는 안되며,남근을 타인에게 보여주지도 않는다.아무리 나무 남근이지만 함부로 보여줄 수 없는 금기가 지켜진다. 남근은 길이 한 자,지름 5㎝ 정도의 크기.보기에도 막강하다.반드시 오리나무를 이용해 3개를 깎는데,이 남근을 여성황신이 있는 바위구멍에 꽂아 구멍이 한번에 맞으면 풍어가 온다고 믿는다.‘한번에 맞아야’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는 데서 속궁합,혹은 성적 결합의 정확성을 엿볼 수 있다. 망개의 남근 봉헌에는 해랑당과 같은 처녀 원귀설화가 없다.여성황과 남성황의 남녀 결합을 제관이 깎은 남근을 바위구멍과 결합시키는 의례를 통해 성취하고 있을 뿐이다.해마다 성적 결합을 올리는 것으로 미뤄 결혼식은 아니고,그렇다고 임시 동거도 아닌,신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망개의 해식동굴은 그 자체가 여성의 자궁을 상징하기도 한다.폴란드 태생의 말리노프스키(B.K. Malinowski)가 뉴기니 북동쪽 트로브리안드 군도를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미개사회의 성과 억압’에서도 어김없이 동굴이 등장한다.이 경우에는 여성이 동굴에 음탕한 자세로 누워서 종유석의 물방울을 받아 후손을 잉태한다.망개의 해식동굴도 단순하게 동굴을 선택하여 구멍에 남근을 봉헌한다는 것 이상의 세계문화사적 보편성을 지니는 것이다. ●남근봉헌, 해양민족에 넓게 퍼져있는 문화 남근봉헌(phallicism)은 비단 우리만 가진 것이 아니다.이웃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폴리네시아 같은 해양민족 사이에 드넓게 퍼져 있다.한반도에는 육지부에 남근신앙이 대단히 많지만 대개 아들낳기를 희구하는 기자신앙에 속해 보수적인 편이다.남근을 깎는 제의 연출행위가 거의 없으며,남근석을 세워 오로지 아들낳기를 바랄 뿐이다. 반면에 해랑당이나 망개의 남근 봉헌은 제의 자체로도 드라마틱하다.해마다 남근을 깎는 행위 자체가 극적이다.남근 깎는 기술력의 전승이 오랜 세월을 이어져왔으니 문화전승의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남녀 결합의 장엄(莊嚴)을 통하여 바다에는 풍요가 찾아들고 해상 안전은 물론 고기잡이까지 만사형통이다. 동해 바다의 가공할 위력 앞에서 사람들은 맞서 싸우기보다 차라리 남근 봉헌을 통해 신들을 달래기로 작정한 셈이다.여신들 입장에서야 험한 파도로 해코지를 일삼기보다는 해마다 남근을 받아들임으로써 인생을 편하게 살기로 작심했음직하다.험난한 자연과 인간의 대타협점이 신들의 성적 결합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니,동해의 해풍을 받으며 끄떡거리는 남근 속에 이와 같은 오묘한 논리가 잠복되어 있는 것이다. 남근공원을 찾아가서 오로지 ‘야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거친 동해에 격이 맞게 내걸린 남근 봉헌의 속깊은 뜻을 온 몸으로 체득하고 올 일이다.
  • [삶과 경영 이야기] (18)신동렬 성문전자 회장

    성문전자 신동렬(63) 회장은 일생의 절반은 야구를 하고 나머지 절반은 건실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보냈다. 그는 최근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만루 위기에 처한 투수에 비유하면서 “내·외야수들이 마운드에 선 투수의 어깨를 두드려 주듯이 임직원이 어려운 경영 상황을 함께 거든다면 불황은 극복된다.”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자질에 대해서도 까다로운 주문을 빼놓지 않았다. ●시련과 좌절이 패기를 키운다 1965년 성균관대 졸업과 함께 실업 명문팀인 대한통운 야구부에 투수로 입단했다.당시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구호가 온 나라에 퍼질 때다.대한통운은 국영기업이라 야구 선수들도 요즘으로 말하면 구조조정을 겪게 됐다.나는 초년 선수라 야구를 계속할 수 있었지만 일부 선배들은 졸지에 직장을 떠나야만 했다.첫 직장에서 비애감을 느꼈다.어릴 적에는 김응룡(당시 한일은행 선수감독·현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스 감독)씨처럼 야구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선배들의 처지를 보면서 야구가 싫어졌다. 형과 남동생 등 세 형제가 사업을 시작했다.그때는 건설 현장이 많아 유리 수요가 많았다.소자본으로 노동력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유리 공장을 차렸다.그러다 72년 대홍수로 한강물이 범람하면서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동에 있던 유리 공장이 침수됐다.혹독한 첫 시련이었다. 그때 전자산업이 유망하다는 소리를 들었다.벤처산업이었던 셈이다.미국과 일본의 전자부품업체에 편지를 보냈다.‘나는 공장을 갖고 있는데 자본과 기술을 대주면 훌륭한 합작 회사가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수없이 편지를 보냈더니 그중에 한 일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74년 일본의 한 전자부품업체와 합작을 했다. 태동기인 국내 전자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면서 그런대로 사업이 잘 됐는데,79년 터진 2차 석유파동으로 두 번째 시련기를 맞았다.한번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곧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공장 규모나 기계 등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였다.가슴 아프게 일부 직원들도 내보냈다. 80년 석유파동의 여파를 견디지 못해 쓰러진 중소기업을 인수했다.이 때부터 콘덴서에 손을 댔다.콘덴서는 지금도 모든 전자제품에 없어선 안 되는 주요한 부품이다.기능은 전혀 다르지만 지금으로 치면 반도체와 같은 대접을 받았다.그 콘덴서에 들어가는 필름을 만들었다.핵심 공정은 기술이 모자라 일본에서 처리한 뒤 필름을 다시 들여와 국내 전자업체에 납품했다.그 때는 삼성·LG·대한전선 등 국내 대기업도 정신없이 전자제품을 생산할 시기였다.일본에서 중요한 기술은 가르쳐 주지 않아 일본에 건너가 기술을 훔치다시피 몰래 배웠다.3년 만에 국내에서도 100%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자신감이 생겼다.콘덴서에 목숨을 걸자고 다짐하고 한 대에 20억∼30억원이나 하는 콘덴서용 금속필름 증착기를 들여왔다.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으로 금속증착 필름의 독창적인 국산화에 성공했다.로열티를 물지 않아도 됐다.일본 회사로부터 독립도 했다.투자자를 찾아 헤매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의 투자조합으로부터 지원금을 얻었다.5년 만에 회사를 주식 시장에 상장해 자산의 30%를 조합에 주는 조건이었는데,약속대로 5년이 되기 전인 90년에 주식을 상장했다. 그 시기엔 정말 기업할 맛이 났다.우리가 신뢰를 저버린 회사를 먼저 찾아가 신제품의 우수성을 설명했다.그들이 납득할 때까지 매달렸다.힘들 때마다 투수 시절에 위기에 몰린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를 떠올리면서 버텼다. 해외의 유명 전자업체들이 우리 제품을 인정하자 그 다음은 순풍에 돛 단 듯 일이 잘 풀렸다.지금은 금속증착 라인이 15개로 늘었고,머리카락의 1000분의1에 불과한 얇은 필름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생산하고 있다.정부로부터 동탑산업훈장,우수중소기업대상,과학기술훈장 등을 연이어 받았다. ●원칙과 명예를 존중하는 스포츠 부산에서 태어난 나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때 해운대에 살면서 야구를 배웠다.초등학교 주변에 주둔하던 미군들이 주말이면 야구 배트과 글러브를 피란민 청년들에게 나눠주고 함께 야구 시합을 했다.중학교에 입학해서도 취미는 야구뿐이었다.동래고등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큰 키(180㎝)에서 내리꽂는 공을 타자들이 잘 맞히지 못해서 그런지 투수를 맡았다.당시 부산의 야구 명문은 경남고교인데,이 학교를 콜드게임으로 이긴 적도 있다.전국 대회에서 5일 동안 9회까지 완투를 하는 바람에 손가락에 물집도 났다.하지만 나는 원칙과 명예심을 존중하는 스포츠 정신이 좋았다.이는 선수단의 집단 생활에서 익혀진다.성대에 야구 장학생으로 입학했다.당시 성대는 전국 우승을 넘보는 명문 팀이었다. 일본인들은 태평양전쟁 패망후 미 점령군에게서 본격적으로 야구를 배웠다.미군은 패전국 일본의 사회 치안이 불안정하고 거리에 실업자가 넘쳐나자 정책적으로 야구를 보급했다.특히 게임의 룰을 중시하도록 가르쳤다고 한다.지금은 일본에 5000여개의 야구팀이 있지만 유소년 팀에선 경기방법보다 먼저 야구인의 자존심과 매너를 가르친다.야구 선수는 더운 여름에도 긴 소매 옷과 바지를 입는다.타석엔 혼자 서지만 수비석에는 9명이 정교하게 호흡을 맞춰야 멋진 플레이가 나온다. 80년대쯤 평소 존경하던 성대 총장이 만나자고 해서 모교를 찾았다.사무실 비품 등이 함부로 내팽개쳐진 채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고 있었다.총장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총장은 학생들을 탓하기보다 “가라앉은 학교 분위기를 살리고,학생들에게 단합된 애교심을 심어주고 싶으니 야구인 동문회를 활성화시켜 달라.”고 부탁했다.그 뜻을 받아들이고 다시 총장실로 가서 후배 학생들을 호통쳤다.“총장은 너희들 뜻을 받아들일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데,이게 무슨 행패냐.지킬 것은 지키면서 주장하라.”고 다그쳤다.나중에 총장실 점거를 곧 풀었다는 소식을 듣고 흐뭇했다. ●투수와 CEO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희생 정신과 융화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나를 낮추고 동료들과 함께 하려는 정신을 바탕으로 남과 공정한 원칙속에서 경쟁하는 법을 배운다.기업에도 룰이 있다.정확한 물건을 만들어 바르게 팔 때 소비자들이 나를 인정한다.또 동료 기업인들의 본보기가 되면 그들과 언제 어떤 자리에서 만나게 될지 모르는 거래 관계에서 그 이익이 내게 돌아온다.기업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우리 주변의 극단적인 노사관계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도저히 한 배를 탄,한 운명의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내가 아는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직원들을 자기 식구처럼 여기고 있다.제 직원에게 월급을 제대로 못 주는 것처럼 가슴 아픈 일은 없다.노조도 이같은 경영인들의 심경을 조금은 헤아려 주어야 한다. CEO는 끊임없이 앞길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이제는 정보와 기술이 바로 돈이다.내가 갖고 있는 정보와 기술은 곧 다른 이들의 표적이 된다.그래서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CEO는 직원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모 대기업 회장은 첨단기술을 개발한 연구진에게 약속했던 대가의 몇 배를 주고 아낌없이 격려했다.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미사일을 개발하는 국방기술 연구진을 밤에 홀연히 찾아가 만두를 함께 나눠 먹으며 그들을 감동시켰다.CEO는 마운드의 투수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다방면에서 능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기업을 하는 환경이 매우 나쁘다.30년 이상 지속된 중소기업의 생산 환경이 중대한 변화기를 맞았다.대기업에 의존하는 하청관계를 벗어나야만 할 때가 됐다.중국은 방문할 때마다 우리를 놀라게 만드는 나라다.우리는 절대 중국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우리의 권위적인 행정 규제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하다.미국 투자가들은 한국의 노사관계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관적이고,배타적으로 보고 있다.한국 사람들이 다른 민족보다 정(情)과 열(熱)이 많아서 그런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이제는 정확히 해야만 살 수 있다.모 국회의원이 내게 보낸 글을 인용한다.아르헨티나는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선 세계 5대 경제부국이었다.볼펜과 버스,헬리콥터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나라다.그러나 페론 정부의 인기주의 정책과 계층간 갈등 때문에 지금은 세계 5대 채무국으로 전락했다. 한국을 잘 아는 한 일본인이 한국과 일본의 다른 점을 열거한 글이 생각난다.그 일본인은 ‘막히는 고속도로에는 어김없이 나타나 물건을 파는 한국인’에 대해선 호감을 표시한 반면 ‘한국의 버스 정류장에는 반드시 버스가 서지 않는다.’라면서 일본인 방문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또 ‘자동차 접촉사고가 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종종 이긴다.’고 꼬집었다. 한국인이 룰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게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돼선 안 된다.이제 모두 제자리에서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한 때다. ■ 신동렬 회장은 성문전자의 신동렬(辛東烈·63) 회장은 고교·대학 시절 정식 야구선수 출신이면서도 보기 드물게 전자부품 업계에 뛰어들어 회사를 작지만 강한 전문 기업으로 키운 최고경영자(CEO)다.그는 실업야구 초년 시절에 야구를 그만두고 우여곡절 끝에 전기·전자 부품인 콘덴서의 핵심 소재인 금속증착필름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성문전자를 창업했다.경기도 성남과 평택 등 공장 3곳의 연매출액은 500억원.이 분야 국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제품의 65%가 세계 20여개국에 수출된다. 신 회장은 파푸아뉴기니 명예총영사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감사도 맡고 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 이젠 360도로 달려요-MC夢

    이젠 360도로 달려요-MC夢

    MC몽의 ‘180도’는 그가 직접 쓴 가사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나를 보고 바보라고 사람들이 놀려대도 그 아무도 그 누구도 무시못해‘로 시작하는 이 곡은 그의 자전적 체험이 녹아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 “솔직해서 좋다.”“희망을 얻었다.”는 의견과 동시에,“누구나 다 겪은 고생을 가지고 지나치게 부풀린다.”“힘들게 살면 다 삼류냐.”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그는 “남들보다 두 배,세 배 더 힘들게 살았다고 말한 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삼류인생에서 계약금 억대로,차가운 마루바닥에서 따뜻한 양탄자로,낡은 스틱 고물차에서 빛나는 스포츠카로‘등 다소 거만한 가사는 지금 아니면 못 쓸 것 같아 썼단다. ‘삼류인생’이란 표현도 그에겐 풍운아처럼 멋진 의미.“제가 ‘노가다’로 일한 것도 꼭 돈 벌려고 했던 게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한 거거든요.” 또 ‘양탄자’는 럭셔리한 분위기 때문에,‘스포츠카’는 반전의 의미를 강조하려고 고른 단어라고 했다. 그는 “인간이 언젠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듯,인생도 180도에서 360도로 도는 것이란 의미”라면서 “결국은 ‘180도만 꿈꾸지 말아라.’가 주제”라고 강조했다.“제가 원래 가사를 뜬금없이 쓰거든요.” 후속곡은 ‘그래도 남자니까’.연인과의 아픈 이별을 담은 MC몽의 실제 이야기로,이달 중순쯤 뮤직비디오와 함께 띄울 예정이다. 피곤에 지친 얼굴.그럴 만도 했다.연예오락 프로그램의 고정 게스트,연기자,래퍼….처음엔 한참 풀이 죽은 저 표정으로 어떻게 인터뷰를 할까 싶었다.하지만 카메라를 들이대자마자 그의 노래 제목처럼 표정이 180도 바뀌었다.마치 마임을 연상시키듯 자유자재로 표정과 동작이 변하는 그는 역시 MC몽(25·본명 신동현)이었다. “8월초 앨범 활동 끝나면 잠수할 거예요.몇 년씩 쉴지도 몰라요.” 대뜸 내뱉는 소리가 ‘은퇴 선언’인가 싶어 옆의 매니저를 돌아보니 “혼자 생각이에요.”라며 웃는다.뭐가 그를 그렇게 힘들게 했을까.연예인인 것이 실감이 안 난다는 그는 아직도 다른 연예인을 보면 신기하단다.“연예계에 잘 못 섞여요.다들 예쁜 척하는 것도 싫고….그냥 포장마차에서 소주나 마시는 게 제게 어울리죠.”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그는 요즘 연예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스타다.특히 ‘180도’가 각종 가요차트 1위를 장식하면서 오랜 희망이던 가수로서의 성공까지 거머쥐었다.이번에 솔로 데뷔앨범을 낼 때만 해도 “음악을 한다.”는 것에 의의를 뒀다.“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어요.” 특히 가요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는 순간에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며 어린애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중3 때부터 랩을 하다가 고2 때부터 가사를 쓰면서 힙합의 길로 들어섰다.학창시절 놀기는 했지만 ‘날라리과’는 아니었단다.그의 연예계 데뷔는 힙합밴드 피플크루의 1집이 나온 99년 1월.“어쩌다가 이렇게 유명해졌는지 모르겠다.”는 그는 4년 동안 지방축제의 무대를 전전했다.“이름도 희안해요.술과 떡의 잔치,고추장축제….” 그래도 마음만은 그때가 더 편했단다. 음악쪽에서는 10위권안에도 들어보지 못한 그에게 팬이 생긴 건 2001년 겨울 m.net에서 ‘What’s Up Yo!’를 진행하면서부터.시끌벅적하고 솔직한 입담 덕이었다.그 뒤 친구 하하의 소개로 MBC 시트콤 ‘논스톱3’에 출연했고,급기야 “쟤,누구야?”하며 눈독을 들인 제작진에 의해 지난해 9월 ‘논스톱4’에 캐스팅됐다.SBS ‘야심만만’의 고정 게스트로도 참여하면서 더 많은 팬을 끌어모았다. “‘학교 어땠어요?’라고 물으면 ‘나가봤어야 알죠.’라고 쉽게 말해버리니까 호감을 가지신 것 같아요.하지만 저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동시에 욕도 많이 먹어서 힘들어요.” 그는 보기와 달리 마음이 여리다.돈과 인기를 얻었지만 마음의 상처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솔직한 것도 독이 될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는 그는 요즘 들어 쇼프로에서 말수도 부쩍 줄었다.힘들게 살다가 돈이 생기니 주변에선 그게 다 꼬투리란다.가요프로에서 첫 1위를 하는 순간에 눈물을 흘린 것을 갖고 “거짓 눈물을 흘렸다.”는 식의 악의적인 비난까지 받으니 상처가 더 컸다.“남의 기쁨까지 욕을 하는 건 너무하잖아요.” 그래도 자신에게 돈과 명성을 얻게 해준 쇼프로의 게스트 출연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대신 연기는 편하고 재미가 있단다.“제 모습을 속일 수 있으니까요.” 배워본 적이 없어 어렵기는 하지만 ‘논스톱4’의 캐릭터가 어눌하고 정이 많은 게 자신과 닮아 잘 적응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에도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지만 그는 소속사에 “쉬어가자.”고 제의했다.하루에 2∼3시간밖에 못 자는 날이 계속되니까 힘들어 죽겠다며.그래도 피플크루의 동생들은 끝까지 챙겨줘야 한다며 물밑에서 ‘대박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 했다.“사실상 피플크루는 해체됐지만 다른 이름으로 부활할 거예요.” 자기가 쓴 가사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MC와 꿈을 뜻하는 몽을 합성해 이름을 정한 그는 “랩을 하면서 꿈을 이루고 싶었다.”고 말했다.그럼 먼 장래의 꿈은 뭘까.“30대 중반이 넘으면 프로듀서가 돼 멋진 팀을 만들 거예요.편의점도 운영하고 싶어요.엄마랑 같이 하려고요.” 인터뷰 내내 엄마 얘기를 놓지 않을 만큼 효자로도 소문난 그다.그는 자신을 잘 모르면서도 방송만 보고 좋아해주는 팬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근데 전화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거의 번호를 안 알려주는데 귀신처럼 알고 전화를 하더라고요.” 솔직함과 엉뚱함,MC몽만의 매력이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이젠 360도로 달려요-MC夢

    MC몽의 ‘180도’는 그가 직접 쓴 가사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나를 보고 바보라고 사람들이 놀려대도 그 아무도 그 누구도 무시못해‘로 시작하는 이 곡은 그의 자전적 체험이 녹아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 “솔직해서 좋다.”“희망을 얻었다.”는 의견과 동시에,“누구나 다 겪은 고생을 가지고 지나치게 부풀린다.”“힘들게 살면 다 삼류냐.”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그는 “남들보다 두 배,세 배 더 힘들게 살았다고 말한 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삼류인생에서 계약금 억대로,차가운 마루바닥에서 따뜻한 양탄자로,낡은 스틱 고물차에서 빛나는 스포츠카로‘등 다소 거만한 가사는 지금 아니면 못 쓸 것 같아 썼단다. ‘삼류인생’이란 표현도 그에겐 풍운아처럼 멋진 의미.“제가 ‘노가다’로 일한 것도 꼭 돈 벌려고 했던 게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한 거거든요.” 또 ‘양탄자’는 럭셔리한 분위기 때문에,‘스포츠카’는 반전의 의미를 강조하려고 고른 단어라고 했다. 그는 “인간이 언젠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듯,인생도 180도에서 360도로 도는 것이란 의미”라면서 “결국은 ‘180도만 꿈꾸지 말아라.’가 주제”라고 강조했다.“제가 원래 가사를 뜬금없이 쓰거든요.” 후속곡은 ‘그래도 남자니까’.연인과의 아픈 이별을 담은 MC몽의 실제 이야기로,이달 중순쯤 뮤직비디오와 함께 띄울 예정이다. 피곤에 지친 얼굴.그럴 만도 했다.연예오락 프로그램의 고정 게스트,연기자,래퍼….처음엔 한참 풀이 죽은 저 표정으로 어떻게 인터뷰를 할까 싶었다.하지만 카메라를 들이대자마자 그의 노래 제목처럼 표정이 180도 바뀌었다.마치 마임을 연상시키듯 자유자재로 표정과 동작이 변하는 그는 역시 MC몽(25·본명 신동현)이었다. “8월초 앨범 활동 끝나면 잠수할 거예요.몇 년씩 쉴지도 몰라요.” 대뜸 내뱉는 소리가 ‘은퇴 선언’인가 싶어 옆의 매니저를 돌아보니 “혼자 생각이에요.”라며 웃는다.뭐가 그를 그렇게 힘들게 했을까.연예인인 것이 실감이 안 난다는 그는 아직도 다른 연예인을 보면 신기하단다.“연예계에 잘 못 섞여요.다들 예쁜 척하는 것도 싫고….그냥 포장마차에서 소주나 마시는 게 제게 어울리죠.”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그는 요즘 연예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스타다.특히 ‘180도’가 각종 가요차트 1위를 장식하면서 오랜 희망이던 가수로서의 성공까지 거머쥐었다.이번에 솔로 데뷔앨범을 낼 때만 해도 “음악을 한다.”는 것에 의의를 뒀다.“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어요.” 특히 가요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는 순간에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며 어린애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중3 때부터 랩을 하다가 고2 때부터 가사를 쓰면서 힙합의 길로 들어섰다.학창시절 놀기는 했지만 ‘날라리과’는 아니었단다.그의 연예계 데뷔는 힙합밴드 피플크루의 1집이 나온 99년 1월.“어쩌다가 이렇게 유명해졌는지 모르겠다.”는 그는 4년 동안 지방축제의 무대를 전전했다.“이름도 희안해요.술과 떡의 잔치,고추장축제….” 그래도 마음만은 그때가 더 편했단다. 음악쪽에서는 10위권안에도 들어보지 못한 그에게 팬이 생긴 건 2001년 겨울 m.net에서 ‘What’s Up Yo!’를 진행하면서부터.시끌벅적하고 솔직한 입담 덕이었다.그 뒤 친구 하하의 소개로 MBC 시트콤 ‘논스톱3’에 출연했고,급기야 “쟤,누구야?”하며 눈독을 들인 제작진에 의해 지난해 9월 ‘논스톱4’에 캐스팅됐다.SBS ‘야심만만’의 고정 게스트로도 참여하면서 더 많은 팬을 끌어모았다. “‘학교 어땠어요?’라고 물으면 ‘나가봤어야 알죠.’라고 쉽게 말해버리니까 호감을 가지신 것 같아요.하지만 저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동시에 욕도 많이 먹어서 힘들어요.” 그는 보기와 달리 마음이 여리다.돈과 인기를 얻었지만 마음의 상처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솔직한 것도 독이 될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는 그는 요즘 들어 쇼프로에서 말수도 부쩍 줄었다.힘들게 살다가 돈이 생기니 주변에선 그게 다 꼬투리란다.가요프로에서 첫 1위를 하는 순간에 눈물을 흘린 것을 갖고 “거짓 눈물을 흘렸다.”는 식의 악의적인 비난까지 받으니 상처가 더 컸다.“남의 기쁨까지 욕을 하는 건 너무하잖아요.” 그래도 자신에게 돈과 명성을 얻게 해준 쇼프로의 게스트 출연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대신 연기는 편하고 재미가 있단다.“제 모습을 속일 수 있으니까요.” 배워본 적이 없어 어렵기는 하지만 ‘논스톱4’의 캐릭터가 어눌하고 정이 많은 게 자신과 닮아 잘 적응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에도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지만 그는 소속사에 “쉬어가자.”고 제의했다.하루에 2∼3시간밖에 못 자는 날이 계속되니까 힘들어 죽겠다며.그래도 피플크루의 동생들은 끝까지 챙겨줘야 한다며 물밑에서 ‘대박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고 했다.“사실상 피플크루는 해체됐지만 다른 이름으로 부활할 거예요.” 자기가 쓴 가사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MC와 꿈을 뜻하는 몽을 합성해 이름을 정한 그는 “랩을 하면서 꿈을 이루고 싶었다.”고 말했다.그럼 먼 장래의 꿈은 뭘까.“30대 중반이 넘으면 프로듀서가 돼 멋진 팀을 만들 거예요.편의점도 운영하고 싶어요.엄마랑 같이 하려고요.” 인터뷰 내내 엄마 얘기를 놓지 않을 만큼 효자로도 소문난 그다.그는 자신을 잘 모르면서도 방송만 보고 좋아해주는 팬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근데 전화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거의 번호를 안 알려주는데 귀신처럼 알고 전화를 하더라고요.” 솔직함과 엉뚱함,MC몽만의 매력이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Top 셀러] 애완용 사육 붐

    족제비과 페릿,파충류 이구아나·카멜레온,바다새우인 시몽키,소라 껍질 속에 들어가 주로 생활하는 소라게,앵무새·카나리아·십자매 등 애완조류…. 유통가에 애완동물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백화점·할인점에 애견용품·열대어에서부터 카멜레온·이구아나 등 파충류,장수하늘소·사슴벌레 등 곤충에 이르기까지 애완동물이 대거 등장해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권오병 신세계 이마트 바이어는 “애완동물이 어린이들의 정서 발달과 생명의 신비감을 일깨워 주는 교육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애완동물의 종류도 열대어 등에서 이구아나·카멜레온 등으로 다양해지고 판매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애완동물 바람이 부는 것은 어린이들에겐 정서 발달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교육용으로 적합하고,노인들에게는 적적함을 달래주는 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주로 판매되는 애완동물은 구피 등 열대어를 비롯해 기니피그·페릿·햄스터 등의 설치류,이구아나·카멜레온·거북이 등의 파충류,소라게·시몽키,앵무새·카나리아·십자매 등 애완조류,장수하늘소·사슴벌레 등 곤충류 등이다.기니피그는 토끼와 돼지가 섞인 듯하며 크기는 새끼 토끼 정도밖에 안된다.앙증맞고 귀여운 외모를 가진 페릿은 심한 장난기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진다. 대형 도마뱀의 종류인 이구아나는 크기는 15㎝ 정도이지만,공룡을 연상시킨다.소라게는 야행성이어서 낮에는 잠을 자지만,밤만 되면 일어나 모래 위의 인조 수초 등을 헤집고 다니며 재롱을 떤다.애완용 바다새우인 시몽키는 크기가 1.2∼2㎝밖에 안돼 귀엽고 앙증맞은 데다 좁은 공간에서도 쉽게 키울 수 있다.장수하늘소·사슴벌레 등 곤충류는 생명의 신비감을 느끼게 해 준다. 행복한세상은 이구아나 3만원,기니피그 2만원,미니 햄스터 로블로스키 5000원,미니 토끼 1만 8000원,페릿 30만원선,앵무새·구관조 100만∼300만원,십자매 한 쌍 2만원,카나리아 한 쌍을 10만원에 선보였다.신세계 이마트는 구피 등 열대어 500∼2만원,소라게 4000∼5000원,이구아나 1만 4000원,페릿 35만원,장수하늘소·사슴벌레를 2만∼3만원에 내놓았다. 롯데마트는 열대어 500∼5만원,햄스터 3000∼1만원,이구아나 2만∼3만원,거북이 1만 5000원,기니피그 3만원,워터드래곤을 7만원에 판매한다.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이구아나·애완토끼·기니피그·거북이 1만원대,금붕어·열대어 등은 어항을 제외한 제반용품 세트로 꾸며 1만원 안팎,어항을 포함한 화성 모양의 시몽키 세트 3만 8800원,우주왕복선 모양의 시몽키 세트를 4만 2800원에 출시했다. 인터파크는 애완견 아메리칸 코카 스파니엘 40만원대,시추 30만∼40만원대,말티즈를 40만∼50만원대,페르시안 고양이 85만원,러시안 블루 고양이 105만원,더치·드워프 토끼를 4만 9000∼5만 9000원에 판매한다.SK디투디는 샴 고양이 84만원,러시아 블루 고양이 86만원,페르시안 고양이를 84만원에 출시했다.디앤샵은 페키니즈·말티즈·시추·알래스칸 맬러뷰트·골든 리트리버 등을 20만∼80만원에 분양한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관련 사이트 300여개… 분양·사육 안내 인터넷을 이용하면 애완동물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현재 인터넷 상에는 애완동물 관련 사이트가 300개 이상 개설돼 있다. 애완동물 인터넷 사이트는 트로피시넷(열대어)·소라게닷컴·씨몽키코리아·곤충가이드·이구아나코리아·가보아(애완조류)·인터쥬(페릿)·세계파충류공원(카멜레온)·사이테스의 거북의 모든 것(거북이)·토끼나라(기니피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취미생활 동호회 전문 사이트인 다음카페(www.cafe.daum.net)나 네이버(www.cafe.com)카페에 들어가면 애완동물 동호회 사이트가 망라돼 있어 분양정보·사육방법 등 각종 애완동물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월드 이슈-세계 언어지도가 바뀐다] EU 공용어 골머리 “영어로 통일하자”

    지난 5월1일로 회원국이 15개에서 25개로 늘어난 유럽연합(EU)이 언어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공용어가 20개다 보니 각종 관련자료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비용이 크게 늘었다.유능한 통·번역사를 못 찾는 언어도 속출하고 있다.다만 동구권 국가들이 대거 신규 회원국이 되면서 EU 내에서 영어의 패권이 강화되는 경향도 있다. ●공용어는 없지만 영어가 중심축 4억 5000만 인구에 공용어가 20개다 보니 영어를 단일 공용어로 삼지 그러냐는 외부의 목소리도 많다.191개 회원국을 거느린 유엔은 공용어가 영어 불어 스페인어 아랍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 6개라는 점에서 특히 더 그렇다.이번 EU 확대로 공용어가 된 몰타어는 몰타 인구 40만명만 쓴다. 그러나 공용어 축소는 EU정신에 위배된다.유럽회의 번역담당사무국의 칼 뢴토르 사무국장은 “알 권리와 민주주의,평등의 문제이자 다문화 사회의 일원으로서 겪어야 할 문제”라며 공용어 축소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뢴토르 국장은 “EU 시민 가운데 2억∼3억명은 모국어 하나밖에 모른다.”면서 “모든 사람들이 빠짐없이 모국어로 정보를 얻을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도리안 프린스 주한 EU대사도 “EU법규는 개개인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관련 법규가 그들이 모르는 언어로만 되어 있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실제로 EU 주민 누구라도 모국어로 EU 정보에 접근하는 데 거부당하면 EU 법정에 제소할 수 있다. 물론 영어가 기본이 되긴 한다.브뤼셀에 위치한 EU본부 직원 1만 6000명 사이에 주된 실무어는 영어다.EU집행위원 대부분 2∼3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 다수가 모이면 영어가 주로 쓰인다.독일 일부에서는 EU 인구 중 독어를 모국어로 쓰는 비중(24%)이 가장 높으므로 독어에 좀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지 않느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체 EU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EU집행위가 자신의 모국어 외에 어떤 언어가 가장 유용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영어라고 답한 사람이 69%로,독어라고 답한 사람(26%)의 두배를 훨씬 넘었다.불어를 고른 사람도 37%로 독어보다 많았다.제2외국어로 교육되는 언어도 영어 89%,불어 32%,독어 18%순이었다. ●통·번역 비상 공용어가 20개다 보니 통·번역 작업에 비상이 걸렸다.2003년 현재 각종 법규,서신,출판물,보도자료 번역량이 150만쪽이었는데 올해는 260만쪽에 달할 전망이다.통·번역 요원과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EU 확대 전 5억유로(6950억원)였다.매일 800명의 통역요원이 필요했다. EU는 새로 공용어가 된 1개 언어당 110명씩의 정규직 통·번역사와 프리랜서를 채용할 계획인데,채용이 끝나면 비용이 8억유로(1조 1123억원)로 늘어날 전망이다.확대 초창기인 지금 최소 180명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며,활동이 본격화할 경우 360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다. 워낙 수요가 커 유능한 통·번역사를 찾기도 힘들다.특히 몰타어는 사용인구수가 워낙 적어 최근 실시된 EU통역요원 선발시험에서 단 한 사람도 선발되지 못했다.뢴토르 국장은 얼마전 몰타어를 핀란드어로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당장 소개해달라며 통·번역사 수급의 어려움을 토로했다.물론 통역이 EU간 언어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EU 전체로 다른 나라와 협상을 벌인 경우 협상국 언어의 통역도 필요하다. EU는 나름대로 장치를 마련했다.사용인구가 적은 언어는 먼저 주요 공통언어로 번역된 뒤 다시 사용빈도가 낮은 다른 언어로 번역된다.이를 위해 현직 통역사들에게 새 언어를 훈련시키고 있다.일종의 중계장치를 쓴 셈인데,이 과정에서 한 사람이 농담을 하면 통역을 거치느라 웃음이 시차를 두고 연달아 터지기도 하고 의미가 잘못 전달되기도 한다. 통역서비스를 제한하기도 한다.EU정상회의와 각료급 회의에는 20개 언어 모두에 대해 통역서비스가 제공되지만 대사급 회의에서는 영어 불어 독어 등 3개 언어에 한해서만 서비스가 된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6000여개 언어중 100년후 90% ‘멸종’ 현재 지구상에서 쓰여지고 있는 6000여 언어 가운데 절반이 영어와 같은 유력 언어뿐 아니라 억압적인 정부정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앞으로 100년 안에 지구상의 언어 가운데 90%가 사멸할 것이라고 극히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언어학자들도 있다. 언어도 동물이나 식물처럼 제대로 보호하지 않으면 ‘멸종’할 수밖에 없다.언어의 사멸은 고대 제국이나 오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지금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언어의 사멸 현상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하지만 언어의 사멸 속도와 범위는 전례없을 정도로 급속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국제화·세계화 추세에 따라 강대국 언어가 세계 공용어로 사용되면서 소수민족의 독특한 문화와 삶,그리고 정신을 담고 있는 언어들이 점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2년 전 발표한 90쪽 분량의 ‘세계 사멸 위기 언어 지도’ 보고서에서 “프랑스,러시아에서 미국,호주에 이르는 세계 각지에서 소수민족의 언어와 유산이 사멸 위기를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유네스코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언어는 최소 3000개에 이른다.”며 “하나의 언어가 사라지면 인간의 사고와 세계관에 대해 인식하고 이해하는 도구를 영원히 잃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네스코는 23개 현지어 중 절반이 중국어 때문에 사라지고 있는 타이완과,프랑스어가 현지어를 대체하고 있는 뉴칼레도니아 등을 위기 지역으로 꼽았다.또 프랑스 내에서 사용되는 14개 언어와 스칸디나비아와 러시아 북부에서 사용되는 사미어와 라플란드어 등을 사멸 위기 언어로 분류했다. 최근 들어 언어의 사멸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은 미국과 호주다.특히 호주에서는 1970년대까지 시행된 강력한 동화정책으로 수백가지 원주민 언어가 사멸됐다.미국에서도 유럽인 이주 전까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언어 수백가지 가운데 현재 150가지 미만이 살아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의 경우 중국은 당국의 압력으로 소수민족 언어의 앞날이 불투명한 반면 일본과 필리핀,인도네시아,파푸아뉴기니 등 태평양지역은 2000여 언어가 사용되는 등 언어 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분석됐다.아프리카에서는 1400여 언어 중 550여 언어가 쇠퇴 일로에 있고,특히 250여개는 사멸 위기에 놓인 것으로 지적됐다.사멸 과정을 겪고 있는 언어들 대다수는 5000명 미만의 소수집단들이 사용하는 언어들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5000∼6700여개의 언어가 있는 것으로 언어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이 가운데 세계 인구의 90% 이상이 100대 상위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나머지 10%가 6000여개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특히 적도를 중심으로 열대지역의 20개 주요국이 종류면에서 세계 언어의 70%를 점하고 있다. 언어가 소멸의 운명을 피하려면 사용인구가 1억명이 넘어야 하고,국력이 세계 10위권 내에 들어야 한다.이와 함께 정부의 두 언어 또는 다언어 정책도 현지어 생존에 도움이 된다. 지난해 국내에 번역·출간된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에서 저자 다니엘 네틀과 수전 로메인은 “언어를 보존하려면 원주민에게 자원을 통제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언어의 사용집단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가정과 사회에서 그 언어를 사용해야만 언어 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세계 유일 여성문자 ‘뉘수’ 세상에는 여성들만 사용하는 비전(傳) 언어도 있다.세계 유일의 여성 전용 문자인 중국의 ‘뉘수(女書)’ 관련 자료들이 지난 4월 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후난(湖南)성 문서관 류거닝(劉歌寧) 관장은 뉘수 문자가 적혀 있는 손수건,앞치마,스카프,핸드백,부채,서예작품 등 303점을 공개했다. 공개된 뉘수 자료들은 1900년대 초 청(淸) 말부터 1970년대까지 시대별로 다양하다. 뉘수는 중국의 소수민족인 야오족 여성들만이 사용한 독특한 마름모꼴 문자로 후난성 장융,다오(道),장화(江華) 등 3개 현과 광시좡주(廣西壯族) 자치구 일부 지방에서 사용했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불행과 심리상태를 말로 표현할 수도 있었다.어머니에서 딸들에게로만 전해졌고,고립된 지역에서 발전했기 때문에 남성들은 뉘수를 해득할 수 없었다. 뉘수는 그러나 최근 들어 여성 사회의 부단한 변화에 따라 농촌의 일부 할머니들만이 사용,거의 사멸 위기에 놓였다. 뉘수를 사용한 지방에서는 여성들이 죽을 때 뉘수로 쓴 물건들을 불태우거나 시신과 함께 매장하기 때문에 뉘수 관련 자료는 매우 희귀하다. 중국 정부가 100만달러를 들여 후난성 장융현에 짓고 있는 박물관에는 현재 700자만 사용되고 있는 뉘수 문서 등이 전시된다. 또 장융현 문화국에서 일하며 남성으로는 처음으로 뉘수를 배운 저우 수오이(79)는 50년간의 노력 끝에 최근 뉘수 사전도 편찬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 [Top 셀러] 애완용 사육 붐

    [Top 셀러] 애완용 사육 붐

    족제비과 페릿,파충류 이구아나·카멜레온,바다새우인 시몽키,소라 껍질 속에 들어가 주로 생활하는 소라게,앵무새·카나리아·십자매 등 애완조류…. 유통가에 애완동물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백화점·할인점에 애견용품·열대어에서부터 카멜레온·이구아나 등 파충류,장수하늘소·사슴벌레 등 곤충에 이르기까지 애완동물이 대거 등장해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권오병 신세계 이마트 바이어는 “애완동물이 어린이들의 정서 발달과 생명의 신비감을 일깨워 주는 교육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애완동물의 종류도 열대어 등에서 이구아나·카멜레온 등으로 다양해지고 판매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애완동물 바람이 부는 것은 어린이들에겐 정서 발달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교육용으로 적합하고,노인들에게는 적적함을 달래주는 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주로 판매되는 애완동물은 구피 등 열대어를 비롯해 기니피그·페릿·햄스터 등의 설치류,이구아나·카멜레온·거북이 등의 파충류,소라게·시몽키,앵무새·카나리아·십자매 등 애완조류,장수하늘소·사슴벌레 등 곤충류 등이다.기니피그는 토끼와 돼지가 섞인 듯하며 크기는 새끼 토끼 정도밖에 안된다.앙증맞고 귀여운 외모를 가진 페릿은 심한 장난기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진다. 대형 도마뱀의 종류인 이구아나는 크기는 15㎝ 정도이지만,공룡을 연상시킨다.소라게는 야행성이어서 낮에는 잠을 자지만,밤만 되면 일어나 모래 위의 인조 수초 등을 헤집고 다니며 재롱을 떤다.애완용 바다새우인 시몽키는 크기가 1.2∼2㎝밖에 안돼 귀엽고 앙증맞은 데다 좁은 공간에서도 쉽게 키울 수 있다.장수하늘소·사슴벌레 등 곤충류는 생명의 신비감을 느끼게 해 준다. 행복한세상은 이구아나 3만원,기니피그 2만원,미니 햄스터 로블로스키 5000원,미니 토끼 1만 8000원,페릿 30만원선,앵무새·구관조 100만∼300만원,십자매 한 쌍 2만원,카나리아 한 쌍을 10만원에 선보였다.신세계 이마트는 구피 등 열대어 500∼2만원,소라게 4000∼5000원,이구아나 1만 4000원,페릿 35만원,장수하늘소·사슴벌레를 2만∼3만원에 내놓았다. 롯데마트는 열대어 500∼5만원,햄스터 3000∼1만원,이구아나 2만∼3만원,거북이 1만 5000원,기니피그 3만원,워터드래곤을 7만원에 판매한다.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이구아나·애완토끼·기니피그·거북이 1만원대,금붕어·열대어 등은 어항을 제외한 제반용품 세트로 꾸며 1만원 안팎,어항을 포함한 화성 모양의 시몽키 세트 3만 8800원,우주왕복선 모양의 시몽키 세트를 4만 2800원에 출시했다. 인터파크는 애완견 아메리칸 코카 스파니엘 40만원대,시추 30만∼40만원대,말티즈를 40만∼50만원대,페르시안 고양이 85만원,러시안 블루 고양이 105만원,더치·드워프 토끼를 4만 9000∼5만 9000원에 판매한다.SK디투디는 샴 고양이 84만원,러시아 블루 고양이 86만원,페르시안 고양이를 84만원에 출시했다.디앤샵은 페키니즈·말티즈·시추·알래스칸 맬러뷰트·골든 리트리버 등을 20만∼80만원에 분양한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관련 사이트 300여개… 분양·사육 안내 인터넷을 이용하면 애완동물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현재 인터넷 상에는 애완동물 관련 사이트가 300개 이상 개설돼 있다. 애완동물 인터넷 사이트는 트로피시넷(열대어)·소라게닷컴·씨몽키코리아·곤충가이드·이구아나코리아·가보아(애완조류)·인터쥬(페릿)·세계파충류공원(카멜레온)·사이테스의 거북의 모든 것(거북이)·토끼나라(기니피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취미생활 동호회 전문 사이트인 다음카페(www.cafe.daum.net)나 네이버(www.cafe.com)카페에 들어가면 애완동물 동호회 사이트가 망라돼 있어 분양정보·사육방법 등 각종 애완동물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길섶에서] 기찻길/우득정 논설위원

    어린 시절의 기억은 항상 고향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기찻길에서 시작된다.저녁 무렵 철길 위에서 기다리노라면 이웃 과수원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사과를 쥐어 주곤 했다.또 기찻길은 선로 위에 대못을 올려두면 칼날로 변하는 마법의 대장장이이기도 했다.겨울철에는 형들과 함께 철로를 따라 떨어진 조개탄을 줍는 것이 가장 큰 일과였다. 어느 가을 이웃집 아이가 기차에 치여 죽었던 날,어머니는 기찻길을 지나던 엿장수가 아니었다면 막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철로 위에 서서 기적을 울리며 달려오는 기차를 신기한 듯 바라보던 막내를 엿장수 아저씨가 온몸을 던져 구해줬단다.아이들로부터 그 얘기를 전해 듣고 고마움을 표시하려 엿장수를 찾았더니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는 얘기와 함께. 이름조차 생소한 한 기업이 보낸 사보가 책상에 놓여 있다.고속철 선로로 장식된 표지를 넘기니 하루 서너 차례 굉음을 울리며 마을 앞을 지나던 기차의 사진도 실려 있다.선로 주위를 감싼 아지랑이도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다.갑자기 기적 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듯하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37) 한국의 찻그릇 - 유태근의 검은 빛깔 찻사발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37) 한국의 찻그릇 - 유태근의 검은 빛깔 찻사발

    경북 문경시 호계면 별암리 산 6번지 언덕길을 한참 올라가야 닿는 문경대학 도자기공예과 유태근 교수 연구실은,그의 주된 연구분야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매우 특이한 형태와 색깔의 그릇들로 가득차 있다.문경이 우리나라 도자 역사에서 민간요의 대표적인 곳으로 알려져 온 것처럼 이 지역에서 조사 발굴된 옛 그릇들의 파편과 가마터 흔적을 짐작하게 하는 자료들도 연구실 군데군데 쌓여 있다. ●박해 피해온 천주교인들 문경서 ‘가마노동’ 문경 그릇이 지닌 맛은 순수한 흙과 유약 그리고 불과 바람이 만든 것 외에,19세기 중반이후부터 시작된 대원군의 천주교 박해가 남긴 종교적 고난사와 그 고난을 비폭력으로 극복하고 종교적 구원에 다다르려는 기도와 시련의 아픈 역사도 느껴진다.전해 오는 바로는 조선 정부의 천주교 박해를 피해 문경 산록으로 숨어든 교인들은 그 곳에서 그릇을 빚고 굽는 사기장들이 운영하는 가마의 노동자로 신분을 위장하여 살아남으려고 시도했었다. 사기장들은 그들 스스로가 천민처럼 소외당하고 살아가는 슬픔의 주인공들이어서 목숨을 건지려고 도망쳐 온 교인들을 제 살붙이같이 쓸어 안아 주었다.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쓸어 안아 주는 문경의 인심이 생겨난 한 까닭이기도 하다.교인들은 머슴이 되기도 하여 오래 머물기도 하지만 잠시 머물다가 떠나기도 했다. 지게에다 그릇 몇 점을 얹어 짊어지고 교인들 집을 찾아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막대기를 이용하여 땅바닥에 십자가를 슬쩍슬쩍 그으면 이를 알아보는 교인들은 얼른 전달해 줄 말이나 물건을 전하기도 했었다.문경 지방에서 만든 그릇은 그래서 다른 지역 그릇보다 인간의 체취가 진하게 풍기고,그만큼 그 사회상이 짙게 투영된 그릇들로 알려져 온다. 유태근의 연구실에서 눈길을 끄는 몇 가지 그릇들 중에서 검은 색깔이 짙게 드러난 일련의 작품들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문:이 그릇의 용도가 궁금하군요. 유:찻그릇입니다. 문:검은 색깔을 입은 찻그릇이라….흔히 흑도라고도 부르는 종류의 하나인가요? 유: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만,제가 시도하고 있는 것은 고려 시대의 흑도 종류나 두만강 유역의 고구려 시대 흑도와는 다른 분야라고 해야 옳습니다. 문: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유:저의 경우에는 신라,가야 토기의 순수성에 감명 받아 시도하고 있거든요. ●인간체취·사회상 투영된 문경찻그릇 문:이 작품들을 만들게 된 동기라고 봐도 될까요? 유:엄밀하게 말하자면 직접접인 동기는 아닙니다.직접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1년 경기도 여주에서 열렸던 세계도자기엑스포에서 세계 여러 지역 원주민들이 직접 그들 고유의 토기를 제작하는 모습을 보고서였습니다. 그 때 저의 관심을 끈 것은 파푸아뉴기니아 원주민들의 토기 제작 광경이었지요.그들 나라에서 가져 온 흙으로 그릇을 성형하여 굽는데 그 과정이 퍽 이채롭더군요.그릇을 노천에 쌓아 놓고 그릇 주위에다 장작이나 연료를 쌓아서 불을 질렀거든요.우리가 말하는 노천가마하고도 전혀 다른 형식이었는데,어찌보면 일본의 전통 그릇인 라쿠(樂)를 제작하는 방법과 유사했습니다.그릇이 굽혀지더군요.색깔은 검정색이었는데,화도(火度)가 낮은 편이어서 물이 스며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그릇들의 색깔이나 질감이 어쩌면 그렇게도 초기의 김해토기들과 흡사했는지 깜짝 놀랐거든요.그릇의 양감(量感)이 매우 빈약하고 얇은데다 가볍고 차가운 느낌이었지요. 문:가야와 신라 토기가 지닌 순수성이란 표현과 관련이 있습니까? 유:그렇습니다.순수성이란 말보다는 그릇에서 순결한 느낌을 받는다는 표현이 옳을 것입니다.복잡한 생각없이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어쩌면 원시신앙이나 종교적 열정일지도 모르지요. ●도자기엑스포 관람이 흑도 제작 계기로 문:그 원주민들의 그릇 굽는 방식에 관한 얘기는 불교의 초기 율장 중 하나인 사분율(四分律)에 나오는 기록과 매우 닮았군요.부처님이 옹기장이한테 진흙으로 발우 만드는 법을 설명하는 대목을 보면 그릇을 만들어 화로 안에 넣고 뚜껑을 덮은 후 그 주위에다 여러 가지의 마른 장작들을 쌓아 놓고 불을 지펴서 굽는 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그런 방식은 고대 인도 지방은 물론 동남아시아 전 지역에 널리 보급되었고,아직도 그런 방식이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일본인들이 17세기 무렵 이후 그들 특유의 라쿠그릇 만드는 법도 이런 식과 관련이 있거든요.혹 유교수는 일본의 라쿠 제작 방법을 알고 계신가요? 유:예,일본에서 도자기를 공부했거든요. 문:어디서 공부하셨습니까? 유:미야기 교육 대학 미술과에서 도자기를 전공한 다음,나고야 아이치 예술 대학에서 전통파트로 대학원을 마쳤습니다.그러다보니 일본 도자기의 특성을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그런 연후에 가야와 신라 토기에 대한 나름의 미학적 접근도 가능했거든요.라쿠제작 기법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 중에 파푸아 뉴기니아 원주민들의 토기 제작을 보게 되자 일본의 라쿠,가야와 신라의 토기들이 하나의 어떤 궤적을 이루면서 연상되기 시작하더군요.그런 경험을 토대로 이 흑색 찻그릇을 창안해가고 있습니다. 문:제작 방법을 소개해 줄 수 있을까요? 유:그럼요.먼저 흙은 장석질 사토와 황토에다 산청토를 섞습니다.성형을 마치면 잘 말려서 임시로 제작한 통 속에다 넣지요.그리고는 그릇 주위에다 연료를 쌓습니다.연료가 타면서 그 열기에 그릇의 유리질화가 진행됨과 동시에 연료가 타면서 생기는 연기를 그릇에 스며들게 하는 시도를 합니다. 인체에 좋은 효과를 주는 것으로 알려진 쑥,갖가지 한약재들을 태워서 연(煙)을 먹이지요.그을음을 먹인다고 표현하는데,이것이 일종의 유약이기도 하지요.현대적 재료를 이용하여 인체에 유익한 기능성 찻그릇을 연구하게 된 것입니다. 문:화도가 불충분할텐데요. 유:그렇습니다.아무래도 정통 가마에 비해 열의 온도가 덜 오르기 때문에 잘 해야 1100도 정도가 최고 온도지요.그러니 유리질이 덜 이루어져서 물이 스며나올 수밖에 없지요. ●“전통성·기능성 어우러진 찻그릇 만들것” 문:그럼 어떤 해결책을 개발했습니까? 유:온전한 찻그릇이 되어 생활에 사용하도록 하기 위하여 연구를 했습니다.먼저 그릇의 안쪽에만 옻칠을 시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더군요.옻칠을 배웠지요.여러 번 시도하다 보니 썩 괜찮은 찻그릇이 되겠다 싶었지요. 그 다음엔 일본의 라쿠다완이나 중국 송나라 때 귀족들이 사용하던 화려한 찻잔에서 힌트를 얻어 금박지를 입혀봤습니다.찻그릇 바깥은 짙은 검정인데 안쪽은 붉은 옻칠색이나 황금색의 밝고 화려한 표면이 나타나더군요.일본 라쿠차완의 장점을 응용하여 한국의 새로운 찻그릇을 만들고,가야토기라는 전통성 위에 현대 사회의 속도감과 기능성을 가미시킨 그릇으로 변화시켜가고 싶습니다. 문:좋은 찻그릇은 그 시대의 표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현대 한국사회의 삶을 응시하면서 찻사발을 창안하려는 숨은 의지가 느껴집니다. 유태근(39세) 교수는 대학 동문인 아내 김수희(35세),외아들 청우(7세)와 함께 여러 해 째 병석에 계신 부친의 마음을 위안해드릴 수 있는 찻사발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그의 부친이 만족해 하는 그릇이라면 세상 사람들에게도 작은 위안이 되리라 본다고 했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37) 한국의 찻그릇 - 유태근의 검은 빛깔 찻사발

    경북 문경시 호계면 별암리 산 6번지 언덕길을 한참 올라가야 닿는 문경대학 도자기공예과 유태근 교수 연구실은,그의 주된 연구분야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매우 특이한 형태와 색깔의 그릇들로 가득차 있다.문경이 우리나라 도자 역사에서 민간요의 대표적인 곳으로 알려져 온 것처럼 이 지역에서 조사 발굴된 옛 그릇들의 파편과 가마터 흔적을 짐작하게 하는 자료들도 연구실 군데군데 쌓여 있다. ●박해 피해온 천주교인들 문경서 ‘가마노동’ 문경 그릇이 지닌 맛은 순수한 흙과 유약 그리고 불과 바람이 만든 것 외에,19세기 중반이후부터 시작된 대원군의 천주교 박해가 남긴 종교적 고난사와 그 고난을 비폭력으로 극복하고 종교적 구원에 다다르려는 기도와 시련의 아픈 역사도 느껴진다.전해 오는 바로는 조선 정부의 천주교 박해를 피해 문경 산록으로 숨어든 교인들은 그 곳에서 그릇을 빚고 굽는 사기장들이 운영하는 가마의 노동자로 신분을 위장하여 살아남으려고 시도했었다. 사기장들은 그들 스스로가 천민처럼 소외당하고 살아가는 슬픔의 주인공들이어서 목숨을 건지려고 도망쳐 온 교인들을 제 살붙이같이 쓸어 안아 주었다.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쓸어 안아 주는 문경의 인심이 생겨난 한 까닭이기도 하다.교인들은 머슴이 되기도 하여 오래 머물기도 하지만 잠시 머물다가 떠나기도 했다. 지게에다 그릇 몇 점을 얹어 짊어지고 교인들 집을 찾아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막대기를 이용하여 땅바닥에 십자가를 슬쩍슬쩍 그으면 이를 알아보는 교인들은 얼른 전달해 줄 말이나 물건을 전하기도 했었다.문경 지방에서 만든 그릇은 그래서 다른 지역 그릇보다 인간의 체취가 진하게 풍기고,그만큼 그 사회상이 짙게 투영된 그릇들로 알려져 온다. 유태근의 연구실에서 눈길을 끄는 몇 가지 그릇들 중에서 검은 색깔이 짙게 드러난 일련의 작품들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문:이 그릇의 용도가 궁금하군요. 유:찻그릇입니다. 문:검은 색깔을 입은 찻그릇이라….흔히 흑도라고도 부르는 종류의 하나인가요? 유: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만,제가 시도하고 있는 것은 고려 시대의 흑도 종류나 두만강 유역의 고구려 시대 흑도와는 다른 분야라고 해야 옳습니다. 문: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유:저의 경우에는 신라,가야 토기의 순수성에 감명 받아 시도하고 있거든요. ●인간체취·사회상 투영된 문경찻그릇 문:이 작품들을 만들게 된 동기라고 봐도 될까요? 유:엄밀하게 말하자면 직접접인 동기는 아닙니다.직접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1년 경기도 여주에서 열렸던 세계도자기엑스포에서 세계 여러 지역 원주민들이 직접 그들 고유의 토기를 제작하는 모습을 보고서였습니다. 그 때 저의 관심을 끈 것은 파푸아뉴기니아 원주민들의 토기 제작 광경이었지요.그들 나라에서 가져 온 흙으로 그릇을 성형하여 굽는데 그 과정이 퍽 이채롭더군요.그릇을 노천에 쌓아 놓고 그릇 주위에다 장작이나 연료를 쌓아서 불을 질렀거든요.우리가 말하는 노천가마하고도 전혀 다른 형식이었는데,어찌보면 일본의 전통 그릇인 라쿠(樂)를 제작하는 방법과 유사했습니다.그릇이 굽혀지더군요.색깔은 검정색이었는데,화도(火度)가 낮은 편이어서 물이 스며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그릇들의 색깔이나 질감이 어쩌면 그렇게도 초기의 김해토기들과 흡사했는지 깜짝 놀랐거든요.그릇의 양감(量感)이 매우 빈약하고 얇은데다 가볍고 차가운 느낌이었지요. 문:가야와 신라 토기가 지닌 순수성이란 표현과 관련이 있습니까? 유:그렇습니다.순수성이란 말보다는 그릇에서 순결한 느낌을 받는다는 표현이 옳을 것입니다.복잡한 생각없이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어쩌면 원시신앙이나 종교적 열정일지도 모르지요. ●도자기엑스포 관람이 흑도 제작 계기로 문:그 원주민들의 그릇 굽는 방식에 관한 얘기는 불교의 초기 율장 중 하나인 사분율(四分律)에 나오는 기록과 매우 닮았군요.부처님이 옹기장이한테 진흙으로 발우 만드는 법을 설명하는 대목을 보면 그릇을 만들어 화로 안에 넣고 뚜껑을 덮은 후 그 주위에다 여러 가지의 마른 장작들을 쌓아 놓고 불을 지펴서 굽는 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그런 방식은 고대 인도 지방은 물론 동남아시아 전 지역에 널리 보급되었고,아직도 그런 방식이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일본인들이 17세기 무렵 이후 그들 특유의 라쿠그릇 만드는 법도 이런 식과 관련이 있거든요.혹 유교수는 일본의 라쿠 제작 방법을 알고 계신가요? 유:예,일본에서 도자기를 공부했거든요. 문:어디서 공부하셨습니까? 유:미야기 교육 대학 미술과에서 도자기를 전공한 다음,나고야 아이치 예술 대학에서 전통파트로 대학원을 마쳤습니다.그러다보니 일본 도자기의 특성을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그런 연후에 가야와 신라 토기에 대한 나름의 미학적 접근도 가능했거든요.라쿠제작 기법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 중에 파푸아 뉴기니아 원주민들의 토기 제작을 보게 되자 일본의 라쿠,가야와 신라의 토기들이 하나의 어떤 궤적을 이루면서 연상되기 시작하더군요.그런 경험을 토대로 이 흑색 찻그릇을 창안해가고 있습니다. 문:제작 방법을 소개해 줄 수 있을까요? 유:그럼요.먼저 흙은 장석질 사토와 황토에다 산청토를 섞습니다.성형을 마치면 잘 말려서 임시로 제작한 통 속에다 넣지요.그리고는 그릇 주위에다 연료를 쌓습니다.연료가 타면서 그 열기에 그릇의 유리질화가 진행됨과 동시에 연료가 타면서 생기는 연기를 그릇에 스며들게 하는 시도를 합니다. 인체에 좋은 효과를 주는 것으로 알려진 쑥,갖가지 한약재들을 태워서 연(煙)을 먹이지요.그을음을 먹인다고 표현하는데,이것이 일종의 유약이기도 하지요.현대적 재료를 이용하여 인체에 유익한 기능성 찻그릇을 연구하게 된 것입니다. 문:화도가 불충분할텐데요. 유:그렇습니다.아무래도 정통 가마에 비해 열의 온도가 덜 오르기 때문에 잘 해야 1100도 정도가 최고 온도지요.그러니 유리질이 덜 이루어져서 물이 스며나올 수밖에 없지요. ●“전통성·기능성 어우러진 찻그릇 만들것” 문:그럼 어떤 해결책을 개발했습니까? 유:온전한 찻그릇이 되어 생활에 사용하도록 하기 위하여 연구를 했습니다.먼저 그릇의 안쪽에만 옻칠을 시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더군요.옻칠을 배웠지요.여러 번 시도하다 보니 썩 괜찮은 찻그릇이 되겠다 싶었지요. 그 다음엔 일본의 라쿠다완이나 중국 송나라 때 귀족들이 사용하던 화려한 찻잔에서 힌트를 얻어 금박지를 입혀봤습니다.찻그릇 바깥은 짙은 검정인데 안쪽은 붉은 옻칠색이나 황금색의 밝고 화려한 표면이 나타나더군요.일본 라쿠차완의 장점을 응용하여 한국의 새로운 찻그릇을 만들고,가야토기라는 전통성 위에 현대 사회의 속도감과 기능성을 가미시킨 그릇으로 변화시켜가고 싶습니다. 문:좋은 찻그릇은 그 시대의 표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현대 한국사회의 삶을 응시하면서 찻사발을 창안하려는 숨은 의지가 느껴집니다. 유태근(39세) 교수는 대학 동문인 아내 김수희(35세),외아들 청우(7세)와 함께 여러 해 째 병석에 계신 부친의 마음을 위안해드릴 수 있는 찻사발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그의 부친이 만족해 하는 그릇이라면 세상 사람들에게도 작은 위안이 되리라 본다고 했다.˝
  • 가수활동 8년만에 베스트음반 발매한 김진표

    “지극히 개인적인,나를 위한 음반이죠.” 가수 김진표가 8년간의 활동을 집약한 베스트 음반을 냈다.“4집 작업하면서 작은 슬럼프를 느꼈어요.그래서 제 자신을 정리해보자 생각했죠.” 다행히 효과는 있단다.솔로로 첫 발을 내디딜 때 가졌던 생각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무식하지만 열정적이었던 ‘왜 못해’마인드가 상기되고 있어요.” 97년 국내 최초의 랩앨범 ‘열외’를 낼 때 무모하다는 비아냥을 받았던 그는 이제 한국적 랩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보여 줄 게 없어서” TV에 안나가고 “감동을 줄 자신이 없어서” 콘서트를 열지 않는다는 그는 “10년은 되어야 내공이 쌓이지 않겠냐.”고 겸손해 했다. 이번 앨범의 의미가 완전히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다.“솔로 1집이 절판됐는데 찾는 사람들이 많았어요.희귀 음반이어서 경매 사이트에서 2만∼3만원에 거래되더군요.그래서 재발매 해주고 싶던 차에 베스트 음반을 내게 된거죠.” 돈벌이만 생각,형편없는 음질의 짜깁기 음반을 내려는 기획사에 선수를 친 측면도 있다. “예전에 패닉 베스트 음반이 나온 적이 있는데 정말 불쾌했어요.” 최상의 음질을 얻어내기 위해 미국 뉴욕까지 날아가 다시 마스터링한 히트곡 28곡과 신곡 4곡 등 총 32곡이 두 장의 CD에 담겼다.앨범에 실린 히트곡 가운데 김진표가 가장 아끼는 곡은 1집 수록곡인 ‘아무 누구’.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기 때문이란다.더구나 당시에는 랩 음반이 나온 적이 없던 터라 수많은 반대와 심리적 압박 속에 작업을 했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간다고. 신곡인 보사노바 리듬의 타이틀곡 ‘시간을 찾아서’는 이적이 노래를 불러 패닉에 대한 향수를 다시 불러모으고 있다.“원래 형(이적)한테 곡만 부탁했는데 노래도 불러 주겠다고 하더라고요.고맙죠.기사 한 줄이 더 생기니까.근데 한편으론 걱정도 됐어요.패닉 버전이 되는 거니까.” 그럼 패닉은 재결합하는 걸까.“내년이 패닉 10주년 되는 해인데 이 때 맞춰서 4집 앨범을 내볼까 하는 얘기들이 오가고 있긴 하죠.” 그러나 단순히 예전 패닉을 답습하는 차원은 아니라고 못박았다.“만약 실패했을 때 패닉으로 쌓아놓은 이미지가 훼손되는 거잖아요.그래서 막상 하자 해놓고도 무서운 거죠.” 김진표는 이번 앨범에서 신곡 ‘너는 니길로’와 ‘그럴수도 있지 뭐’에서 각각 신인 여가수 리사와 체리필터의 보컬 조유진과의 작업으로 새로운 맛을 선사했다.까다롭기로 소문난 그였기에 보컬 선정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너는 니길로’는 버림받은 여자가 남자를 죽여 버리겠다는 노래거든요.진짜 ‘목을 따버리는’ 느낌을 원했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었죠.사실 리사에 대해 잘 몰라서 별 기대를 안했는데 한번에 맘에 들었어요.” ‘그럴수도 있지 뭐’도 원래 비지스풍의 노래로 만들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자 아예 생각을 뒤집었고 장르의 정체성은 불분명해졌지만 오히려 더 재밌는 곡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상숙기자 alex@˝
  • 2360억 경제파급 효과 기대

    내년 11월 열릴 제 13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개최 도시가 5개월의 장고(長考) 끝에 부산으로 낙점됐다.한국 제2의 도시 부산이,평화와 환태평양 물류 중심의 이미지로 국제사회에 부상할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부산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따라서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는 이홍구(전 총리)선정위원장의 설명도 있지만,경쟁을 벌였던 제주 시민들이 강력 반발하는 등 후유증도 만만찮을 전망이다.2010년 동계 올림픽 개최를 놓고 심각히 대립했던 평창·무주 두 도시간 갈등이 재연될 소지마저 안고 있다. ●‘부산 브랜드’극대화 부산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측면에서 수치화하기 힘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우선 부산 아시안게임에 이어 북한을 APEC회의 옵서버로 참가시켜 부산을 한반도 평화의 이미지와 연결시킨다는 구상이다.최근 중국 상하이항 등에 밀려난 항만도시의 위상도 재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회의 개최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파급 효과는 2369억원,취업유발 효과 4892명,소득유발 효과 522억원 등으로 추산하고 있다.항만·공항·배후지 건설,지구개발 등 간접 비용으로는 생산유발효과 28조 3000억원,소득유발효과 6조 7000억원,취업유발효과 36만 3000명 등 천문학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외국자본과 외국기업의 유치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꿈에도 부풀어 있다. 이번 회의에는 21개 회원국 관료,기업인 등 5000∼6000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정치적 고려 논란 탈락 도시인 제주의 반발을 무마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노 대통령은 경남출신이고,부산은 정치적 고향이지만 지난 15일의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PK(부산·울산·경남)에서 4석을 얻는데 그쳤다.따라서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선거 등 6·5 재·보선을 앞두고 이 지역 표를 확보하려고 부산을 개최도시로 선정했을 것이라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선정위측은 “대도시란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고 안전·경호 측면에서도 제주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부산이 제주보다 국제회의장 규모가 크고 회의장에서 숙박시설 거리도 가깝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하지만 “부산 시내 길이 막히면 마찬가지”라는 등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선정위측이 11월 정상회의 3개 핵심회의 외에,나머지 15개 크고 작은 회의 중 규모가 가장 큰 통상장관회의(1200∼1500명 참가예정)를 제주에서 개최토록 건의한 것도 이를 무마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APEC은 어떻게 개최되나 APEC은 지난 89년 출범한 다자포럼이다.80년대 말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진통을 겪는 가운데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지역주의가 가속화하자,아·태 국가들이 이에 대응하려고 만든 지역 모임이다.한국,미국,일본,캐나다,호주,뉴질랜드,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중국,대만,홍콩,파푸아뉴기니,칠레,러시아,베트남,페루 등 2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91년 3차 APEC 각료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했으나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처음이다.APEC은 한국이 참여하는 유일한 지역경제협력체이자,주변 4강 정상과의 정기적인 교류의 장을 제공해 한반도 안정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신용회복 현장을 가다] 벼랑끝 信不者사연

    “아내와 세 딸만 있는 집에 채권 추심원이 들이닥칠 때가 가장 무섭습니다.여자들만 있는데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떡합니까.남편 노릇,애비 노릇 못하는 제가 한스러울 따름이지요.” 지난 8일 서울 명동 센트럴빌딩 6층 신용회복위원회 상담실.서모(50)씨가 상담을 받다말고 눈물을 쏟았다.서씨는 매일밤 서울 망원동 건설현장 한쪽에 마련된 컨테이너 박스에서 잠을 청한다.1억 3500만원의 빚을 하루라도 빨리 갚기 위해서다.그는 중견기업의 전직 임원이었다. ●가족들 줄줄이 신용불량자 올 2월말 현재 신용불량자는 382만 5000여명.주변에 신용불량자가 있다는 게 그다지 놀랍지 않은 일이 됐다.2002년 11월 출범한 신용회복위원회는 상환기간 연장,이자 감면 등 채무조정을 통해 신용불량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채무자와 금융기관을 연결시켜 주는 기관이다.채무 3억원 이하의,소득이 있는 신용불량자만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최대 S그룹의 잘나가는 사원이던 서씨는 1993년 사업을 하는 여동생의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빚더미에 앉게 됐다.빚쟁이들에게 시달리다 98년 퇴직금이라도 받아 빚을 갚으려 회사를 나왔지만 빚을 갚기에는 태부족이었다. 중견회사로 옮겨 매월 150만원씩 꼬박꼬박 빚을 갚아나가면서 터널의 끝이 보이는 듯했다.그러나 2002년 이 회사마저 문을 닫았다.서씨는 그때부터 신용카드로 빚을 내 은행이자를 막았다. “자전거를 탈 때 안 넘어지려고 페달을 계속 돌리듯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걸 막기 위해 카드론과 대환대출(대출을 받아 빚을 갚는 것)을 계속 받았습니다.이자가 불어나는 것을 도리없이 지켜보는 그 심정 아십니까.” 이자는 원금의 배가 넘었다.결국 서씨는 지난해 11월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대환대출 받을 때 아내와 큰 딸까지 보증인으로 세웠던 것이다.서씨가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다음달 이들도 신용불량자가 됐다.서씨의 남은 희망은 공무원인 큰 딸을 흠잡히지 않고 시집보내는 것이다. ●“워크아웃,그런게 있었어요?” 김모(37·미장공)씨와 오모(34·미싱사)씨 부부 역시 대환대출로 배보다 배꼽을 더 키운 사례다.이들 부부는 뒤늦게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은 것을 후회했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7∼8%의 낮은 이자로 갚아나갔을 텐데 25%의 높은 이자로 대환대출 이자를 받은 게 억울하기만 하네요.” 김씨는 부친이 위암말기 선고를 받자 카드빚을 끌어썼다.3년동안 신용카드 7개를 돌려쓰다보니 원리금이 1억원에 달했다.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한 카드사가 현금서비스 한도를 0원으로 줄이면서 신용불량자가 됐다.신용회복위원회 상담원 유상철 과장은 “부부가 같이 찾아온 것은 약과이고,다섯 식구 모두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줄줄이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하고 간 적도 있다.”고 전했다.그는 특히 “보증인이 필요한 대환대출이야말로 가족 모두를 신용불량자로 만들기 좋은 구조”라고 말했다. ●옵티마 모는 청소부의 사연은 말쑥한 캐주얼 차림의 김모(32)씨가 상담석에 앉았다. 상담원은 서류를 훑어보고 “차를 먼저 파셔야겠네요.사치품들은 모두 팔아야 개인워크아웃을 받을 수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빚진 주제에 중형차를 사다니 제가 정신이 나갔던 모양입니다.하지만 지금은 팔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할부로 산 차라 캐피탈사에 담보로 묶여 있는데 상호저축은행에서도 담보를 잡았어요.자동차 할부가 100만원밖에 남지않았기 때문에 팔면 손해죠.”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던 김씨의 현재 직업은 환경미화원.회사에 다니면서 다단계판매에 혹했던 게 문제였다.정신을 차린 뒤에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상황버섯을 재배해 팔기도 했고 야간에 대리운전을 하기도 했다.아내는 시간당 2500원짜리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다.하지만 때는 너무 늦어 있었다. “2000만원도 안되는 제약회사 연봉으로는 빚을 감당하기에 턱도 없었죠.환경미화원은 그래도 연 3000만원 정도의 수입이 생기니까 이제는 편안합니다.” ●“제발 신용불량자로 만들어달라” 강모(39·상업)씨는 상담석에 앉자마자 “제발 좀 되게 해달라.”로 애원조로 말했다. “공교롭게 가게 옆에 추심회사가 있습니다.그쪽 직원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면서 빚 독촉을 해대니 도저히 장사를 할 수 없어요.어제는 가게를 가압류하겠다고 해서 부리나케 여기로 왔습니다.워크아웃에 들어가면 가압류가 안 된다고 하던데….” 하지만 상담원이 신용정보를 조회한 결과 강씨는 신용불량자가 아니었다.상담원은 “개인워크아웃은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사람들만 받을 수 있습니다.죄송하지만 안 되겠습니다.” 상담원의 말이 끝났지만 강씨는 자리에서 한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주부 강모(47)씨는 ‘맹모형 신용불량자’에 해당된다.몇년 전 남편이 실직하는 바람에 연년생 두 딸의 교육비를 모두 강씨가 마련해야 했다.미술을 전공하는 큰 딸,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는 막내딸 모두의 꿈을 꺾을 수는 없었다. 마사회 매표원으로 월 100만원을 벌어들였지만 카드에 손을 대게 됐고 결국에는 사채업자를 찾아갔다. 신용회복위원회 김승덕 홍보팀장은 “과소비로 인한 신용불량이 많기는 하지만 경기침체와 빈부격차 심화 등으로 생계를 꾸리려다 잘못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면서 “이들이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사회가 나서서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 [깔깔깔]

    ●훌륭한 카운슬러 문: 저는 결혼을 앞둔 27세의 여성입니다. 약혼한 남자가 결혼식날까지 콜라병 같은 몸매를 만들어놓지 않으면 파혼하겠다고 성화입니다. 다이어트란 다이어트는 다 해봤는데 살은 좀처럼 빠지지 않습니다.어쩌면 좋을까요? 답: 남편 될 사람에게 1.5ℓ 콜라병을 보여주세요. 문: 영문과에 다니는 23세의 학생입니다. 학교에서 중간고사를 필기시험 대신 즉석 회화로 점수를 매긴다고 합니다. 교수와 일대일로 회화를 해야 학점을 딸 수 있는 거죠. 회화는 정말 자신 없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답: 교수에게 먼저 “Can you speak korean?”이라고 하십시오. 분명히 “Yes.”라고 할 겁니다. 그러면 그 다음부터는 우리말로 하십시오. ●황당함의 극치 * 목욕탕에서 : 찬물이 튀겨 인상을 쓰고 째려보니 온몸에 용문신. * 오락실에서 : 오래간만에 세운 최고 기록 이름 새기니 정전. * 지하철에서 : 폼 잡고 영어잡지 펼쳤더니 말 시키는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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