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기권
    2026-06-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951
  • [사설] 오늘 지방선거, 나와 가족의 삶 바꾸는 투표를

    오늘은 제7회 지방선거 날이다. 이번 선거는 어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의 흥분과 내일 개막하는 러시아월드컵 등에 대한 기대 등이 뒤섞인 탓에 역대 최악의 무관심 속에 진행됐다. 정치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70%대의 높은 지지율과 50% 안팎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등 정부 여당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선거가 정치 지형이 바뀌는 ‘정초(定礎)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역사에 기록될 수도 있는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민주주의 축제’인 선거를 ‘정치 혐오의 장’으로 만든 것은 정치권이었다. 특히 경기지사 선거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은 목불인견 수준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영화배우 김부선씨의 스캔들을 야당 후보들이 제기해 막판까지 공방이 계속됐다. 도덕성 검증은 선거 과정에서 충실히 이뤄져야 하지만, 정책 대결이 사라졌다는 것이 문제다.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네거티브 싸움에만 열중하는 후보들에게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은 기권 등을 고려하기도 한다. 여기에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이혼을 하면 부천에 가고, 부천에서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에 간다”는 이른바 ‘이부망천’이라는 지역 폄하 발언을 해 인천시장 선거를 뒤흔들고 있다. 그럼에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건 유권자들의 몫이다. 지방선거는 지역 행정과 교육을 맡을 일꾼들을 뽑는다는 면에서 대선이나 총선보다 우리의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가시더라도 선거 공보물을 유심히 읽고 투표할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정당 가입이 금지된 교육감 후보의 정체성과 정책을 알려면 역시 선거 공보물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20%를 웃돈 사전투표로 올 지방선거는 2014년 투표율 56.8%를 가뿐히 넘어 60% 중반대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도덕군자가 없다고 투표를 포기하기보다는 차선 또는 차차선을 선택하려고 노력해야 우리 동네, 내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을 바꿀 수 있다.
  • [김형준의 정치비평] 6·13 지방선거 ‘정초 선거’ 되나?

    [김형준의 정치비평] 6·13 지방선거 ‘정초 선거’ 되나?

    6·13 지방선거가 이제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전국 규모의 선거로 중간 평가 성격을 띤다. 하지만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전에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여권의 압승으로 귀결될 조짐이 크다. 광역단체장 방송 3사 여론조사(6월 2~5일)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대구·경북과 제주 3곳을 뺀 14곳에서 상당히 큰 격차로 야당 후보에게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 투표 바로 전날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보수 야당의 분열, 대통령과 민주당의 이례적인 높은 지지도 등 여권의 호재가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에서 승리했는데 이번에 역대 최대 승리 기록이 깨질 수도 있다. 통상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일 년 정도 지나면 유권자는 정부가 경제를 잘 이끌었는지를 기준으로 ‘회고적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판문점 선언 등 굵직한 대형 이슈로 민생 경제 이슈는 변수가 되지 못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알지만 세 가지 관전 포인트가 존재한다. 첫째, 누가 투표에 참여할지가 관건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5월 16~17일)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 의사층’이 70.8%로 나타나 지난 4년 전보다 15.1% 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적극 투표 의사층’이 55.8%였는데, 실제 투표율은 56.8%였다. 이런 추세가 재연된다면 이번 선거 투표율은 70% 정도로 예상된다. 하지만 투표율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세대가 투표장으로 갈지 여부다. 30대 적극 투표층이 42.5%에서 75.7%로 30.5% 포인트 상승한 반면,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74.7→77.7%). 실제 투표에서 현 여권에 우호적인 30대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고, 전통적으로 보수 야당을 지지했던 60대 이상 연령층이 소극적으로 참여하면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로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그런데 세대별 투표율 분석은 이번 지방선거의 성격을 가늠해 보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유권자들은 야권의 ‘민생 파탄 정부 심판론’보다 여권의 ‘적폐 심판론’에 더 동조하는 것 같다. 둘째, 부동층의 향배다. 폭망 위험에 처해 있는 자유한국당은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은 숨은 보수표가 많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막판에 결집하면 “실제 결과는 다를 것이다”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샤이 보수 부동층’을 바라보면서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방송 3사 여론조사 결과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의 평균 부동층은 32.6%였다. 혼전을 벌이고 있는 대구시장과 경북지사의 경우 그 규모가 각각 41.1%와 43.7%로 가장 높았다. 통상 부동층은 세 종류다. 누구를 찍을지 이미 결정했는데 이를 숨기는 ‘은폐형 부동층’(40%)과 정말 누구를 찍을지 모르는 ‘순수 부동층’(30%), 투표를 포기할 ‘기권형 부동층’(30%)이다. 은폐형 부동층의 다수가 보수라는 것이 정설이지만, 여당 독주 상황에서 이들이 과연 투표장으로 갈지는 의문이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가 관건이다. 만약 회담이 북한 비핵화 이행에 대한 구체적 방식과 시기에 대한 언급 없이 정치적 선언으로 끝나면 선거 당일 보수가 결집할 수도 있다. 셋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간에 선거 이후 야권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문수·안철수 후보 가운데 누가 우위를 차지할지, 광역 의회 비례대표 득표에서 어느 정당이 앞설지, TK 지역에서 바른미래당의 성적표가 어떻게 될지 등에 따라 우열이 가려질 것이다. 보수가 이렇게 초라하게 몰락한 이유는 시대정신과 전략에서 졌을 뿐만 아니라 참회는 없고 대안 없이 극한 투쟁만 했기 때문이다. 만약 2016년 총선(여소야대)과 2017년 대선(정권교체)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진보 세력이 압승하면 이번 선거는 어떤 형태로든 한국 정치 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정초(定礎)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선거는 심판이다. 이제 한국 보수는 “국민은 왜 보수를 신뢰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 [지구를 보다] 자동차 만한 우주암석 추락하는 아찔한 순간 (영상)

    [지구를 보다] 자동차 만한 우주암석 추락하는 아찔한 순간 (영상)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 상공에 우주암석이 추락하는 아찔한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이 장면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 오후 6시 40분경 보츠와나의 농부 2명이 발견한 이 우주암석은 ‘2018 LA’라는 이름의 소행성으로부터 떨어진 것이며,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소행성의 존재를 확인한 지 불과 8시간 만에 발생한 추락이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소행성이 지구 대기에서 안전하게 해체될 것으로 여겼지만, 대기권에 추락하는 과정에서 생긴 우주 암석이 아프리카 보츠와나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2일 저녁 보츠와나에 떨어진 우주 암석은 이미 전문가들이 예측한 소행성의 궤도와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행성은 초당 17㎞의 빠른 속력으로 지구 대기에 진입했고, 지상 위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붕괴돼 밝은 불덩어리 형태로 떨어졌다. 해당 암석의 크기는 승용차 정도로 알려졌으며, 특별한 피해를 야기하기에는 비교적 작은 크기였다고 NASA는 밝혔다. NASA는 공식 발표를 통해 “이번 암석의 추락은 과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좋은 실전 훈련 기회를 제공했다”면서 “소행성으로부터의 암석 추락으로 피해를 경고하기에는 비교적 작은 크기였다”고 설명했다. 이를 실제로 목격한 보츠와나 주민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엄청난 불덩어리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사진에서 보는 것과는 매우 다른 느낌이었으며, 불길이 붉은색 꼬리를 그리며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편 과학자들이 지구와 직접 충돌하는 코스로 다가오는 소행성을 발견한 것은 지난 2008년과 2014년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또 사전에 지구충돌 소행성의 낙하지점까지 예측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4년 당시 발견된 소행성은 4m 크기로 충돌 19시간만에 발견됐으며, 과학자들의 예측대로 수단에 떨어졌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우주를 보다] 거대한 ‘멍자국’…토성의 얼음달 테티스

    [우주를 보다] 거대한 ‘멍자국’…토성의 얼음달 테티스

    수많은 크레이터와 크고 작은 상처들로 가득한 토성의 달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됐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은 토성탐사선 카시니호가 촬영한 위성 테티스(Tethys)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지표면의 '숨구멍'까지 생생히 보일만큼 선명한 이 사진은 지난 2015년 8월 17일 카시니호가 4만 4500㎞ 거리에서 촬영한 것이다. 흑백이 절묘하게 대비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인 그림처럼 보일 정도다. 이 사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마치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듯 동그랗게 보이는 거대 크레이터다. 천체와의 충돌로 생긴 이 크레이터의 이름은 ‘오디세우스’(Odysseus)로, 지름은 450㎞에 달한다. 테티스의 지름이 1071㎞인 것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거대한 규모인지 알 수 있는 대목. 지난 1684년 프랑스 천문학자인 장 도미니크 카시니가 발견한 테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이름을 따온 ‘바다의 여신’이다. 특히 테티스는 표면 물질이 대부분 물로 이루어진 얼음으로 이는 토성 고리의 성분과도 비슷하다. 한편 토성과 주위 위성들의 '민낯'을 보여준 카시니호는 지난해 9월 15일 오전 7시 55분(한국시각 15일 저녁 8시55분)께 토성 대기권으로 뛰어들어 장렬한 죽음을 맞았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죽을 권리 보장 vs 생명 가치 훼손… ‘능동적 죽음’ 안락사

    [글로벌 인사이트] 죽을 권리 보장 vs 생명 가치 훼손… ‘능동적 죽음’ 안락사

    최후의 존엄을 지키고자 자신의 목숨마저 포기할 권리가 있다는 목소리와, 인간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는 스스로에게도 없다는 목소리 사이에서 안락사 합법화가 표류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포르투갈 의회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안락사 합법화 법안을 부결했다. 말기암 등 중증의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죽을 권리’를 보장하자는 이 법안은 총 230석의 의석 중 찬성 110표, 반대 115표, 기권 4표를 받았다. 그럼에도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회 좌파연합 대표 카트리나 마틴스는 “정치적인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며 “사회에서 심도 있는 논쟁이 진행될 것”이라고 훗날을 기약했다. 가톨릭 신자 등 안락사에 반대하는 시민 수백명은 이날 의회 앞에서 “안락사는 안 된다”, “완화 치료(중증 환자에게 모르핀 등 마취제를 투여해 고통을 줄이는 치료법)가 대안이다”, “안락사는 노인 학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난달 9일에는 104세의 호주 생물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삶의 의미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통해 생을 마감했다. 그는 고향을 떠나 안락사를 허용하는 스위스 바젤에서 눈을 감았다. 구달 박사는 사망 직전 기자회견에서 “노인이 삶을 지속해야 한다는 통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게 하는 도구로 기억되기 바란다”고 말했다.지난해 4월 20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실시한 안락사 역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66년을 함께한 부부 찰리 애머릭(87)과 프랜시(88)가 이날 안락사를 통해 함께 영면에 들었다. 남편 찰리가 심장병과 전립선암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자 프랜시도 남편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딸 시어는 “부모님께는 후회도, 끝내지 못한 일도 없었다”면서 “두 분이 함께 마지막을 맞는다는 사실을 아셨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프랜시의 이웃 캐럴 놀스(70)는 부부의 결정에 대해 “용감하고 아름다웠다”고 평가했다. 현재 논란이 되는 안락사의 개념은 ‘존엄사’와는 다르다. 존엄사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 등이 연명 치료를 중단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수동적인 행위다. 반면 안락사는 불치병 등의 이유로 죽음을 원하는 사람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약물 등으로 목숨을 끊는 능동적인 행위다. ‘조력 자살’(Assisted Suicide)이라고도 한다.●스위스, 1942년부터 시행… ‘자살 여행’ 비판도 존엄사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암묵적으로 허용한다. 반면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는 드물다. 스위스에서는 1942년부터 안락사를 시행해 왔다. 다만 스위스는 의료진이 약물을 투여하는 것을 금지한다. 따라서 안락사를 희망하는 환자가 직접 약물을 섭취하거나 투약한다.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의 안락사를 허용한다. 앞서 구달 박사가 스위스로 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스위스가 ‘자살여행’을 상품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스위스의 안락사 단체 ‘디그니타스’에 따르면 2008년 시행한 안락사의 60%는 독일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2002년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를 하려면 환자는 불치병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확인받아야 한다. 이후 의사의 입회 아래 의학적으로 적절한 방식으로 안락사를 한다. 12세 미만의 미성년자의 안락사는 금지하며 12~16세의 안락사는 보호자 동의가 있을 때에만 시행한다. 2016년 네덜란드인 6091명이 안락사를 선택했다. 안락사는 스위스, 네덜란드를 포함해 콜롬비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캐나다 등 6개국에서만 합법이다.미국에서는 오리건,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버몬트, 워싱턴, 하와이 등 6개 주에서 안락사가 제한적으로 시행된다. 1997년 오리건주가 미국 최초로 약물 투여에 의한 안락사를 조건부 승인했다. 이들 6개 주 가운데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안락사를 합법화한 하와이에서는 다음과 같은 절차에 따라 안락사를 진행한다. 먼저 의료진 2명이 환자의 증상과 이들이 자발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요청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상담사가 환자가 치료 부족이나 우울증에 시달리지 않는지 묻는다. 환자는 20일 간격으로 안락사 약물을 처방해 달라고 두 차례 요청하고, 가족이 아닌 사람 1명을 포함한 2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면 요청에 서명해야 한다. 안락사 요청에 간섭하거나 안락사 약물 처방을 강요하는 사람은 형사 처벌을 받는다. 의학전문지 메디컬뉴스투데이는 안락사를 둘러싼 쟁점이 다양하다고 전했다. 안락사 지지자들은 개인의 ‘선택의 자유’에 무게를 싣는다. 불치병 또는 고령으로 고통당하는 한 개인이 자신의 생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락사 지지자들은 또 환자의 삶의 질에 주목한다. 병이 장기간에 걸쳐 한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이에 따라 개인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는 본인이 아니면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안락사 허용땐 쉽게 목숨 포기하는 풍조 우려도 안락사 지지자들은 또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끝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라고 주장한다. 안락사가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환자의 가족과 친지의 고통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고도로 숙련된 직원과 첨단 장비 등 제한된 자원을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보다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경제학적 시각도 존재한다. 반면 안락사 반대론자들은 안락사가 생명의 신성함에 대한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자살을 금하는 일부 종교에서는 안락사가 본질적으로 “자살과 같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안락사 반대론자들이 윤리 또는 종교 등 형이상학적 가치에만 근거를 두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불안, 공포 또는 죄책감에 휩싸여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없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신적 질환을 가진 환자 또는 치매 환자가 안락사를 하겠다고 할 때 이를 어떻게 결정하겠냐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환자가 자신의 가족이 겪는 재정적, 감정적, 정신적 부담 때문에 자의 또는 타의로 떠밀리듯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우울증을 동반한 불치병 환자의 감정적 결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의료진의 오진 가능성이나 기적적 회복 가능성 또한 안락사 반대론자들의 근거다. 안락사를 선택하면 혹시 모를 완치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외에도 일단 안락사를 허용하면 쉽게 목숨을 포기하는 풍조가 번질 것이라는 지적과, 완화 치료가 충분히 안락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 안락사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포함해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사 윤리를 송두리째 흔들 것이라는 의견 등이 있다. 영국의 진화론자이자 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역설적으로 안락사가 인생을 연장시킬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할 때 죽을 수 없다는 공포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다. 죽고 싶을 때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죽을 수 있다는 확신은, 지금 당장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게 할 것”이라며 안락사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적인 신학자 한스 큉은 자신의 저서 ‘안락사 논쟁의 새 지평’에서 “신에 의해 생명의 시작이 인간에게 맡겨진 것처럼, 생명의 끝도 인간에게 맡겨진 책임”이라면서 “신은 죽어가는 인간에게 죽음의 방식과 시점에 대한 책임과 양심의 결정을 위임했다”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러나 “안락사는 창조주 앞에 죄를 짓는 것이며 창조주에 대항하는 것”이라면서 “조력 자살은 ‘버리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병든 이들과 노인들을 사회의 짐처럼 여기도록 만들 것이다. 이는 마치 삶의 끝자락에서 내가 원하는 식으로 끝내겠다고 하나님께 말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스페인 라호이 총리, 부패로 실각... 새 총리에 ‘미남’ 산체스

    스페인 라호이 총리, 부패로 실각... 새 총리에 ‘미남’ 산체스

    스페인 하원이 1일(현지시간)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마리아노 라호이(63) 총리의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이에따라 제1야당인 사회노동당의 페드로 산체스(46) 대표가 신임 총리를 맡게 됐다.AFP통신에 따르면 총 350석으로 이뤄진 스페인 하원은 이날 중도 우파 국민당의 라호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찬성 180표로 통과시켰다. 반대는 169표, 기권은 1표가 나왔다. 라호이 총리가 실각함에 따라 제1야당인 사회노동당의 페드로 산체스 대표가 총리 자리를 이어받게 됐다. 스페인 헌법은 총리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결의안을 제출한 정당이 집권하도록 하고 있다. 1977년 스페인에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한 후 총리가 불신임 투표를 통해 퇴출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라호이는 지난해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 독립 움직임에 대해 유혈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헌법 조항을 동원해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직접통치라는 초강수를 두는 등 정치적 수완이 뛰어난 인물이다. 카탈루냐가 스페인에 완전히 굴복한 것은 아니지만, 라호이의 강경책이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같은 정치력을 지닌 라호이도 부패 스캔들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스페인 법원은 국민당이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모았다면서 29명의 전직 국민당 소속 각료 등 핵심당원들에게 최근 무더기 유죄판결을 내렸다. 국민당 인사들이 기업인 프란치스코 코레아에게 각종 공공계약 관련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불법자금과 뇌물을 받아 줄줄이 감옥에 간 이 사건은 스페인 역사상 최대 부패 스캔들로 꼽힌다. 라호이는 스페인 현직 총리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지난 7월 이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라호이는 의회의 불신임 표결 전 자진 사퇴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날 불신임이 가결되자 라호이는 새 총리 산체스에게 악수를 청한 뒤 6년간 재임한 스페인 총리직을 내려놓고 의원들의 박수 속에 의사당을 떠났다.국민당 정부의 실각을 주도해 성공한 산체스 신임 총리는 미남으로 유명하다. 정계에서의 별명도 ‘잘 생긴 페드로’다. 산체스는 이날 투표에 앞서 의원들을 대상으로 “오늘 우리는 스페인 민주주의 역사의 새로운 장에 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의 임명과 취임 허락 절차를 거친 뒤 정식으로 총리로 취임할 예정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시론] 지방선거 선거운동은 시작됐는데/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지방선거 선거운동은 시작됐는데/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방선거가 전국선거화한 지 아주 오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지방자치가 부활해 이제 곧 30년이 다 돼 가는데 지방선거는 아직 제자리를 못 잡고 있다. 지방선거는 그간 대통령의 중간평가로 변질됐다. 다만 20년마다 한 번씩 대통령의 임기 초반에 실시되는 지방선거는 밀월기 효과에 의해 여당이 유리했다. 이번에도 대통령의 임기 초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인 데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유례없이 높아 현직자의 지방자치 운영에 대한 업적과 무관하게 여당이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만약 지방선거 전날인 6월 12일 북ㆍ미 정상회담이 계획대로 열리면 지방선거는 비단 전국선거를 넘어서 세계선거로 변할 것이다. 국제적 이슈가 지방선거에 영향을 크게 미칠 것이란 말이다.사실 따지고 보면 지방선거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운명을 피하지 못한다. 정치학 교과서에서 지방선거를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와 같은 전국선거와 구분해 중요도가 낮은 선거로 분류한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 지방선거는 우선순위에서 더 밀려 있다. 대통령선거에서 TV 토론회는 높은 시청률울 기록하고 후보라면 꼭 참석하는데 지방선거에서는 TV 토론회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유권자도 있고 앞서가는 후보나 준비 덜 된 후보는 아예 참석하지 않기도 한다. 공직선거법 제261조 제③항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대담·토론회에 참석하지 아니한 사람”에게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지만 이를 가볍게 보는 경우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1인당 7표를 행사한다. 유권자 한 사람이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회의원, 기초의회의원, 광역비례대표, 기초비례대표, 교육감 등 모두 7명을 뽑는다. 교육감 후보는 정당 추천이 아니기 때문에 나머지 후보와 달리 기호를 받지 못하고 이름이 투표용지에 인쇄되는 순서도 투표구마다 서로 다르다. 여기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전국적으로 12개 선거구에서 실시되니 해당 유권자는 1인당 8표를 찍는다. 이렇게 많은 표를 한 사람이 찍다 보면 유권자의 안테나에 하나라도 더 걸리게 마련이다. 광역단체장에 대한 기대, 기초단체장에 대한 자격, 의회의원에 대한 정책, 교육 관련 공약 등 유권자의 관심을 다양한 측면에서 자극하게 된다. 출마자 전체 숫자도 많기 때문에 유권자와의 접촉도 빈번해질 수 있다. 유권자의 선거 관심이 증폭되면 참여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적고 참여도 덜하다. 그래서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1995년에 68.4%로 시작해 1998년 52.7%, 2002년 48.9%, 2006년 51.6%, 2010년 54.5%, 2014년 56.8%로 50%대를 오르내리는 중이다. 2014년에는 처음으로 사전투표제를 도입해 유권자에게 투표할 시간을 획기적으로 더 많이 제공했다. 그런데도 4년 전에 비해 투표율이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매우 높고 여당의 지지율이 50%를 오르내리는 데 비해 야당의 지지율은 그의 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어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건만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보장을 둘러싼 북ㆍ미 정상회담이 유권자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선거 결과가 다 정해졌다고 ‘샤이 표심’까지 기권할까 우려된다. 지난 주말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됐는데 경쟁률이 2.3대1로 집계됐다. 1998년 지방선거와 똑같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공교롭게 20년 전 지금과 똑같이 대통령의 임기 초반에 실시됐던 선거였다. 그만큼 선거의 역동성까지 줄어들어 근심인데 그나마 주목을 끄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6~17일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했던 정기 유권자 의식 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70.9%에 이르렀다. 4년 전에는 55.8%만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는데 그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 이제부터라도 북ㆍ미 정상회담만큼 지방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4년간 지방자치를 이끌 인물을 잘 골라서 투표일에는 반드시 7표 또는 8표를 찍으러 투표소에 가야 할 것이다.
  • 8명 기권에 본선행… 佛오픈의 ‘행운남’

    8명 기권에 본선행… 佛오픈의 ‘행운남’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 190위에 불과한 마르코 트룬겔리티(아르헨티나)가 롤랑가로의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세계 190위 트룬겔리티 ‘스타덤’ 트룬겔리티는 29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본선 1회전에서 버나드 토믹(호주·206위)을 3-1(6-4 5-7 6-4 6-4)로 꺾었다. 랭킹 100위권대인 데다 구석진 9번 코트에서 열려 ‘별 볼일’ 없는 매치업이었지만 트룬겔리티의 대회 출전 사연이 워낙 특이했다. 그는 예선 결승에서 패해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 그가 본선 진출 연락을 받았을 때는 파리에서 1000㎞ 이상 떨어진 스페인 바르셀로나 숙소에서 샤워 중이었다. 올해 대회는 기권 선수가 8명이나 나온 덕분에 ‘러키 루저’가 된 것이다. 다음날 오전 11시 경기에 출전하려면 한시가 급한 상황. 그는 남동생과 어머니, 할머니 등과 함께 차를 타고 파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트룬겔리티는 “바르셀로나를 출발한 것이 오후 1시 안팎이었는데 파리에 도착하니 밤 11시 50분이었다”고 말했다. ●10시간 차 타고 참가… 2R 진출 그의 할머니 다프네는 88세 고령이지만 손자의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10시간 이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2회전에 진출해 상금 7만 9000유로(약 1억원)를 확보한 그는 2회전에서 랭킹 72위의 마르코 세치나토(이탈리아)와 맞붙는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포토] 차 타고 1000㎞ 달려온 테니스 선수 ‘깜짝 스타’

    [포토] 차 타고 1000㎞ 달려온 테니스 선수 ‘깜짝 스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에서 아르헨티나의 마르코 트룬겔리티가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트룬겔리티는 이날 남자단식 본선 1회전에서 호주의 버나드 토믹을 3-1로 꺾고 2회전에 진출했다. 트룬겔리티는 예선에서 탈락했으나 다수의 기권자가 나오면서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트룬겔리티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남동생과 어머니, 88세 할머니 등과 함께 차를 타고 1000㎞를 달려와 화제가 됐다. 사진=AP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88세 할머니와 1000㎞ 달려온 러키 루저 2라운드 진출 기염

    88세 할머니와 1000㎞ 달려온 러키 루저 2라운드 진출 기염

    “할머니 빨리 샤워 마치고 나오세요. 저 프랑스오픈 나가야 해요.”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 109위 마르코 트룬겔리티(아르헨티나)는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욕실의 할머니 다프네(88)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오후 1시 스페인 바르셀로나 집에서였다. 경기는 다음날 오전 11시 1000㎞나 떨어진 파리에서 열린다고 했다. 비행기를 이용할까 하다 포기했다. 지난주 프랑스오픈 예선에 참가했다가 탈락해 자신을 방문한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여행하려고 렌터카를 빌려놨으니 자동차로 떠나기로 했다. 당장 출발해야 파리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일찍 코트에 나가 준비를 충실히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24시간도 채 안 돼 그를 초청한 것은 황당한 일이다. 하지만 점잖게 거절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1회전에 나가 지더라도 상금 6만 9000 파운드(약 1억원)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해서 남동생 안드레와 어머니 수산나, 할머니를 30분 만에 짐을 꾸리게 해 승용차에 올랐다. 파리에 밤 11시 50분 도착할 수 있었다. 할머니는 손주가 저유명한 프랑스오픈 본선 코트에 선다는 데 가만 있을 수 없다며 따라 나섰다.그는 4시간, 남동생이 6시간 운전대를 잡았다. 2시간마다 쉬면서 커피로 졸음을 쫓았다. 온갖 음악을 다 들으며 내리 달렸다. 그는 피곤했을텐데도 5시간만 자고 일어나 오전 7시 30분 대회장에 나가 대기 선수 명단에 서명하고 몸을 풀었다. 지난주 예선 통과에 실패한 트룬겔리티가 왜 이 난리를 친 걸까? 메이저 대회에서는 본선 진출자 가운데 기권이 웬만해서는 나오지 않는데 올해 프랑스오픈에서는 유독 많은 기권자가 나왔다. 지난해 1명이었는데 올해 벌써 8명이나 나왔다. 닉 키리기오스(호주)가 팔꿈치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그 자리를 메울 ‘러키 루저’가 필요했다. 원래는 프라지네시 군네스와란(183위·인도)에게 우선권이 있었는데 그는 이탈리아 챌린저 대회에 나가기로 했다고 하는 바람에 트룬겔리티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런데 정작 군네스와란은 토믹과 대결만 해도 1만 7000파운드를 받을 수 있었는데 비센차 챌린저 대회 1회전을 탈락해 겨우 660유로만 손에 쥐었다. 트룬겔리티 가족의 정성이 통했을까? 28일 남자단식 1회전에서 버나드 토믹(206위·호주)을 3-1(6-4 5-7 6-4 6-4)로 꺾었다. 토믹의 랭킹이 낮다고 깔볼 수는 없다. 그는 2012년 윔블던 8강에 올라 17위까지 올랐기 때문이다.그러나 지친 기색도 없이 2시간 54분 접전을 승리로 장식한 트룬겔리티는 “아르헨티나에 살면 1000㎞ 운전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웃어보였다. 그는 2회전에서 마르코 세치나토(72위·이탈리아)를 상대하게 된다. 물론 그를 이기면 상금은 더 올라간다. 러키 루저의 행운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자.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최저임금 산입 확대 국회 통과… 노정 관계 파국으로

    노동계가 28일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반발해 총파업과 사회적 대화 거부, 노정 교섭기구 탈퇴 등의 ‘전면 보이콧’에 나섰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와 일자리위원회 등 노정 교섭기구뿐 아니라 새로 출범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 운영도 불투명해졌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총파업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 일부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개정안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법”이라면서 “사회적 대화 기구 불참에 이어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2016년 11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다. 한국노총도 기자회견을 열고 “최악의 선택”이라며 개정안 폐기를 요구했다. 지난 25일 최저임금위원들의 사퇴 의사를 밝힌 한국노총은 “여당의 후속 조치에 따라 일자리위원회 등 각종 노정 교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 기구 불참으로 투쟁 범위를 넓혀 나가겠다”며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노총도 사회적 대화 기구 불참을 선언했다. 이날 법안 통과로 출범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당분간 개점 휴업이 불가피하다. 다음달 초 민주노총에서 열릴 예정인 4차 노사정 대표자회의도 무산됐다. 여야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물관리 일원화 관련법 등 90여건의 법안을 의결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재적의원 198명 중 찬성 160명, 반대 24명, 기권 14명으로 통과됐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지지 및 한반도의 안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결의안’(판문점 선언 지지 결의안)은 여야 간 이견으로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은 결의안에 ‘북핵 폐기’ 명기를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고수해 합의가 결렬됐다. 한반도 평화 정착에 힘을 보태야 할 국회가 되레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특파원 리포트] 상사 갑질·성희롱… ‘특약 보험’으로 해결하는 日기업

    [특파원 리포트] 상사 갑질·성희롱… ‘특약 보험’으로 해결하는 日기업

    고용관행 배상책임 보험판매 급증 1년 새 60% 증가해 3만 7000건 배상금 부담 큰 중소기업에서 인기일본 기후현의 한 전자기기 제조업체에 다니던 30대 남성이 직장상사의 거듭된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2013년 10월 목숨을 끊었다. 가족들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법원은 회사에 대해 1억 550만엔(약 10억 5000만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효고현의 한 공립병원에 근무하던 30대 남성 의사도 선배 의사로부터 “관둬라”, “죽어라” 등 모멸적인 대우를 받은 뒤 우울증에 빠져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법원은 병원의 책임을 인정, 유족들에게 1억엔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파와하라’(상사 등 힘 있는 사람들의 갑질), ‘세쿠하라’(성희롱) 등으로 볼리는 직장 내 각종 문제 발생에 대비한 신종 보험 판매가 일본에서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상사의 가혹행위나 성희롱, 성차별, 국적차별 등에 의한 직장 내 송사가 늘어나자 기업이 직원들에게 물어주어야 하는 배상금 등을 보장하는 이른바 ‘고용관행 배상책임 특약보험’ 상품을 최근 몇 년 새 대폭 확충했다. 이에 더해 소송을 당하는 기업뿐 아니라 소송을 제기하는 피해 당사자에 대해 변호사 비용을 보상하는 상품도 내놓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해상니치도화재, 손해보험재팬닛폰코아, MS&AD인슈어런스 등 일본의 3대 손보그룹이 판매한 고용관행 배상책임 특약보험은 약 3만 7000건으로 전년의 2만 3000여건에 비해 60%가량 증가했다. MS&AD인슈어런스의 경우 지난해 계열사인 미쓰이스미토모해상과 아이오이닛세이도와손보 등 2개 계열사를 통해 약 2만건을 판매했다. 이는 전년보다 50% 늘어난 것으로, 2년 전 대비로는 2.5배에 이르는 규모다. 손보재팬은 지난해 가을에 판매를 시작한 중소기업 전용 상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달리 자체적으로 변호사를 활용하기가 어려운 데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소송에서 질 경우 기업 존속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중소기업들이 특히 많이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미쓰이스미토모해상은 지난달엔 보험계약을 맺기 전에 있었던 부당행위에 대해서도 보상하는 상품을 추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근로자들의 인권과 자기권리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소송으로 이어지는 빈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6년 전국 노동청 등에 접수된 민사상 개별 노동분쟁 상담 건수는 25만 5460건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직장 내 따돌림·괴롭힘’에 관련한 것이 가장 많은 7만 917건이었다. 증가율이 전년 대비 6.5%에 달한다. 피해자 쪽을 겨냥한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도쿄 주오구에 있는 옐소액단기보험은 자신의 직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사람들에 대해 변호사 비용 등을 보상하는 상품을 최근 내놓았다. 성희롱, 상사의 인권침해 등에 정통한 변호사의 전화상담 서비스도 함께 제공된다. 가토 게이스케 경영컨설턴트는 “과거에는 직장에서 그대로 통용됐을 ‘죽어버려’, ‘왜 아직 결혼 못했어’ 같은 말들이 지금은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는데도 아직 이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다”며 “이런 경향은 예전부터 도제식 후배 양성의 전통이 강한 건설업, 음식업 등의 업종에서 특히 심하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여기는 남미] 페루, 미성년 대상 성폭행범 ‘화학적 거세’

    [여기는 남미] 페루, 미성년 대상 성폭행범 ‘화학적 거세’

    페루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성폭행범을 화학적으로 거세한다는 형법 개정안이 페루 의회에서 1차 의결됐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페루 의회는 신중한 법안 심의와 입법 활동을 위해 2차 의결제를 시행하고 있다. 1차 표결에서 참석의원의 3/5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법안은 2차 표결로 넘어간다. 화학적 거세에 대한 형법 개정안은 1차 표결에서 찬성 68, 반대 7, 기권 28로 통과됐다. 현지 언론은 "1차 표결 결과를 볼 때 (단순 과반이 적용되는) 2차 투표에서도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2016년 발의돼 2년 만에 표결이 실시된 형법 개정안은 기존의 징역 외에 추가 징계로 성폭행범에 대한 화학적 거세를 명문화하고 있다. 대상은 14세 미만 미성년자가 피해자인 경우다. 화학적 거세에 찬성한 의원들은 표결에 앞서 진행된 토론에서 "징역 외에 보완적인 징계가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 요니 레스카노는 "아무리 형량을 높여도 성범죄 예방엔 효과가 미미하다"며 "화학적 거세 등 이제는 다른 조치를 결단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주장했다. 형법 개정안은 내주 페루 의회에서 2차 표결에 붙여진다. 한편 중남미에서 성범죄에 대한 화학적 거세를 처음으로 제도화한 건 아르헨티나의 멘도사주다. 멘도사주는 2010년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70%에 달한다"며 논란을 불사하고 화학적 거세를 도입했다. 페루 의회가 형법을 개정하면 전국 단위로 화학적 거세를 제도화하는 첫 중남미국가가 된다. 하지만 페루 사법부 일각에서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벌써부터 반대의견이 나오는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에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특검 외친 국회 ‘제 식구 감싸기’… 역대 15·16번째

    특검 외친 국회 ‘제 식구 감싸기’… 역대 15·16번째

    김성태 “동료 의원들께 감사” 與 찬성 당론 불구 20여 반란표 홍영표 원내대표 “국민께 사과” 법원 ‘권성동 체포안’ 檢에 송부 여야가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학재단 공금횡령과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직권남용 등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이 청구된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1948년 제헌 국회 이후 역대 15, 16번째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20표 이상의 반란표가 나온 것으로 보여 후폭풍을 우려한 민주당은 즉각 사과했다. 한국당은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는 입장을 내놨다.체포동의안 표결에서 홍 의원은 재석 275명 중 찬성 129표, 반대 141표, 기권 2표, 무효 3표로, 염 의원은 찬성 98표, 반대 172표, 기권 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국회에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19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2014년 9월 3일)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20대 국회에서는 한국당 최경환·이우현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됐으나 임시국회 회기 만료로 표결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들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비회기 기간인 올 1월 구속됐다. 특히 이날 두 의원의 반대표는 한국당 의석수(113석)보다 훨씬 많았다는 점에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 야당은 물론 민주당 소속 의원 중 20표 이상의 반대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새롭게 출범한 홍영표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홍 원내대표는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를 이끌어야 할 국회가 제 식구 감싸기로 체포동의안을 부결한 것은 자가당착이고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면서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무죄 추정과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지켜져 동료 의원들께 감사하다”면서 “더욱 겸손하게 국민의 무서운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앞에서는 날을 세우고 싸우는 여야 의원이 뒤에서는 동료애를 발휘해 서로 감싸주고 있다는 사실이 국민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보수 야당들의 추악한 동료 감싸기”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두 의원의 신병 처리 방향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구속영장은 자동으로 기각된다. 검찰은 이들 의원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거나 6월 임시국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앞으로도 절차에 맞게 수사하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보였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 역시 “(사건 처리 방향에)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경우 횡령 액수가 커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안을 이날 서울중앙지검으로 송부했다. 체포동의요구서는 검찰과 법무부 등을 거쳐 이르면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그때부터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하고 72시간이 지나면 다음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된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의 태도로 미뤄 보면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특검 통과됐지만… 野 “김경수·송인배도 수사” 與 “피의자 아니다”

    국회가 21일 본회의를 열고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드루킹 특검법은 찬성 183표, 반대 43표, 기권 23표로 무난히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자 역대 13번째 특검으로 규모는 여야 합의대로 특별검사 1명, 특검보 3명 등 최대 87명이다. 수사 기간은 기본 60일에 30일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특검의 수사 대상이 남은 쟁점으로 거론된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드루킹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물론 드루킹을 김 후보에게 소개한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도 수사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특검법 합의 후 “수사 범위 내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하고 드루킹 내지 드루킹 회원, 단체, 불법과 관련된 사실이 있는 사람, 사건 수사 중 인지한 내용이면 누구도 성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경찰 수사에서 김 후보를 드루킹에게 소개한 사람이 알려지지 않다가 송 비서관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경찰과 검찰도 수사 대상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본회의 전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드루킹 특검에서 범죄 혐의가 있다면 누구도 성역이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물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나”라고 질문했다. 박 장관은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채 “특검이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드루킹 사건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김 후보의 범죄 행위가 확정된 것처럼 수사 대상으로 못박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는 피의자가 아니다”라며 “참고인 단계에서 특정 언론에 지속적으로 사건 내용이 보도되는 게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개편안 부결시 당위성·공정성 타격… 백기 든 현대차그룹

    개편안 부결시 당위성·공정성 타격… 백기 든 현대차그룹

    엘리엇 ‘반대표 몰이’ 나선 이후 ISS·국민연금 등 줄줄이 반대 주주들 설득도 여의치 않아 철회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절차 중단” 부진한 모비스 주가도 발목 잡아 연내 지배구조 개편 쉽지 않을 듯 이르면 10월 개편안 주총 개최도현대자동차그룹이 임시 주주총회를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안을 접은 것은 합병안 부결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가 개편안이 불공정하다며 반대표 몰이에 나선 이후 주요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상당수 반대 의견을 권고하면서 주주 설득이 여의치 않자 전격 철회를 결정했다. 사실상 현대차가 ‘일단 후퇴’를 선언한 셈이다. 현대모비스는 21일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 절차를 중단하고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 계약에 대한 해제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애초 현대모비스는 오는 29일 오전 임시주총을 열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개편안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면 그동안 개편안의 당위성과 공정성을 주장해 온 그룹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불어 개편안과 관련해 “엘리엇에 흔들리지 않겠다”며 이례적으로 인터뷰까지 했던 정의선 부회장에게도 여파가 번질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완전히 새로운 내용의 개편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현대차의 ‘눈물 어린 결단’엔 국민연금공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찬반 결정을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맡기기로 했고, 이번 주 중 의결권전문위를 열어 결론을 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에 이어 국민연금공단이 투자자문 계약을 맺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마저 반대 의견을 냈다. 의결권전문위 역시 ‘기권’이나 ‘중립’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마저 나오면서 결국 현대차그룹이 마음을 접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무리한 도전’을 하느니 시간을 두고 개편안을 수정·보완하면서 주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기회를 얻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부진한 모비스 주가가 발목을 잡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모비스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계속 맴도는 상황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회사에 보유 중인 주식을 행사 가격에 사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모비스는 이 가격을 23만 3429원으로 정했다. 모비스 주가가 주총 직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아래로 떨어지면 높은 가격에 주식을 되팔려는 수요 때문에 반대표가 몰릴 수 있고 다른 주주들의 반대 명분도 높아진다. 이날 모비스 주가는 분할·합병 계획이 나온 이후 7.6% 하락한 24만 1500원으로 마감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에 근접했다. 지난 10일(23만 1500원)에는 행사 가격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모비스는 분할·합병 반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한도를 2조원으로 설정했다. 반대 주주 9%가량을 흡수할 수 있는 규모다. 반대 주주 규모가 불어나 모비스가 지급해야 하는 대금이 2조원을 넘기면 재무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개편안을 철회하거나 다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예 개편안을 버리는 카드로 쓰느니, 지금은 물러섰다가 수정안으로 돌아오는 게 더 이득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주총 날짜도 확정하지 못했다. 이미 한번 중도에 접은 경험이 있는 만큼 다음번에 개편을 추진할 때는 주주들과 정부를 모두 만족시켜 주총 통과를 자신할 만한 수준으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에서 순환 출자 해소를 계속 압박하는 만큼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가 지배구조 개편의 적기로 꼽히지만, 올해 안에 작업을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존 개편안 검토에만 3~4개월이 걸리고 주주총회 소집도 6주 전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개편안을 검토하는 데 3~4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빠르면 오는 10월 중으로 개편안을 의결하는 주주총회가 열릴 수 있다”면서 “현대글로비스·모비스의 합병 비율이나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점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홍문종·염동열 체포동의안 국회 부결…방탄국회 논란

    홍문종·염동열 체포동의안 국회 부결…방탄국회 논란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과 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날 무기명 투표로 실시된 홍문종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총 투표 275명 중 찬성 129표, 반대 141표, 기권 2표, 무효 3표로 부결됐다. 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찬성 98표, 반대 172표, 기원 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홍문종 의원은 사학재단을 통해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염동열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 청탁 의혹 등으로 각각 구속영장이 청구돼 국회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이 상정됐다.국회가 21일 부결 처리한 홍문종·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1948년 제헌 국회 이후 역대 15·16번째 부결 사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드루킹 특검 법안 국회 통과…문재인 정부 첫 특검

    드루킹 특검 법안 국회 통과…문재인 정부 첫 특검

    국회가 21일 ‘댓글 조작 사건’ 일명 ‘드루킹’ 특검 법안을 의결했다.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적 288명에 찬성 183명, 반대 43명, 기권 23명으로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가결했다. 법안에서 수사 범위는 ▲드루킹 및 드루킹과 연관된 단체 회원 등이 저지른 불법 여론 조작 행위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들에 의한 불법 행위 ▲드루킹의 불법 자금과 관련된 행위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별검사는 대한변호사협회가 4명을 추천하고 야3당 교섭단체가 합의를 통해 그 중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야당이 최종 추천한 2명 중 1명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선임된다. 특검팀 규모는 특검 1명과 특검보 3명, 파견검사 13명, 수사관 35명, 파견공무원 35명이다. 수사 기간은 준비기일 20일에 60일로 하되 30일간 한 차례 연장, 즉 최장 90일 동안 할 수 있도록 했다. 특검 수사는 국무회의의 특검법 공포안 의결, 특별검사 임명, 특검팀 구성 등 준비를 걸쳐 6·13 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다음 달 하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장하나, 3승 향해 산뜻한 출발

    장하나, 3승 향해 산뜻한 출발

    우승 없는 인주연 6언더 깜짝 선두 이정은, 9홀 돌고 팔 통증에 기권장하나(26)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3승을 향해 순조롭게 첫발을 내디뎠다. 장하나는 11일 경기 용인시 수원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1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엮어 3언더파 69타 공동 6위에 자리했다. 2주 연속 우승을 노리는 김해림(29), 디펜딩 챔피언 김지영(22)과 한 조로 10번홀부터 출발한 장하나는 전반 9홀에서 보기 2개와 버디 1개를 기록했지만 후반 6~9번홀에서 4연속 버디로 상큼하게 1라운드를 마쳤다. 그는 현재 대상포인트(166점), 상금(4억 532만원), 평균타수(69.939타)에서 모두 1위다. 김해림은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 김지영은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맞바꿔 이븐파 72타로 각각 공동 32위, 공동 48위에 자리했다.KLPGA 투어 우승이 없는 인주연(21)이 6언더파 66타로 조윤지(27)에게 한 타 앞선 ‘깜짝 선두’에 올랐다. 그는 4번홀 보기로 주춤했지만 14~17번홀 4연속 버디를 포함해 7개의 버디를 쓸어 담았다. 올해 출전한 7개 대회에서 네 차례 컷을 통과했고 지난 3월 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에서 9위, 지난주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에서 11위를 기록했다. 그는 “오늘 티샷을 멀리 잘 쳤다. 두 번째 샷은 좀 아쉬웠지만 퍼팅이 잘 따라 줘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웃었다. 이어 “정규 투어 3년간 단독 선두에 오른 적이 몇 번 있었지만 지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올해는 기술도 많이 발전하고 멘탈 트레이닝도 열심히 한 만큼 앞으로 남은 라운드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 내일은 날씨가 좋지 않다니 좀더 수비적으로 경기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고국 무대에 선 김효주(23)와 이미림(28)도 2언더파 70타 공동 16위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1라운드를 마쳤다. ‘슈퍼 루키’ 최혜진(19)은 버디 2개, 보기 2개로 이븐파 72타를 쳤다. 한편 해외 출전이 빈번했던 ‘핫식스’ 이정은(22)은 전반 9홀을 소화한 뒤 오른팔 통증으로 기권했다. 매니지먼트사 측은 “팔 통증은 부상이 아니라 근육이 뭉쳐서 생긴 것 같다”며 다음 대회인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출전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유토피아는 있어도 ‘인민’은 없다

    유토피아는 있어도 ‘인민’은 없다

    北 SF,1950년대 소련 영향받아 태동 ‘낙지언어 해독’ 대량포획기술 개발 등 현실·과학에 근거한 환상의 세계 그려 주요 장르로 성장 불구 ‘체제’에 갇혀 환상적 삶 누리는 일상 등 형상화 안 해북한 과학환상문학과 유토피아/서동수 지음/소명출판/377쪽/2만 9000원 지구공학기사 철수와 지질학자 숙희는 북한 지구공학연구소에서 일하며 서해를 육지로 만드는 꿈을 꾼다. 미국 스파이 석호는 철수와 숙희를 시기하던 방사연구실장 달호를 부추겨 꿈을 좌절시키려고 한다. 과학평의회가 철수의 ‘서해개조’ 사업을 지지하면서 둘은 ‘희망호’를 타고 서해를 탐사하지만 이상한 빛을 띠는 물체의 공격을 받아 실패한다. 미국 잠수함의 짓이었다. 연구소는 비밀리에 또 다른 탐사선 ‘돌격호’를 제작하고 마침내 바다를 육지로 만드는 ‘반응물질’을 발견한다. 미국이 방해하지만 북한 경비대가 전투 끝에 잠수함을 침몰시키고, 철수와 숙희는 서해를 육지로 개조하는 데 성공한다.희망호나 돌격호, 서해 개조 등 어딘가 어색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줄거리를 지닌 이 작품은 1965년 11회에 걸쳐 북한 ‘아동문학’에 연재됐던 공상과학소설(SF)인 ‘바다에서 솟아난 땅’이다. 북한에도 SF가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역사도 깊고 작품도 다양하다. ‘북한 과학환상문학과 유토피아’는 북한에서 SF를 지칭하는 ‘과학환상문학’의 형성 과정과 특징, 작품들 속에 드러난 유토피아를 탐색한다. 저자인 서동수 상지대 교수는 1950년대부터 인공지능(AI) 로봇을 다룬 최근 작품까지 100여편을 분석했다. 북한 SF는 1950년대 소련 과학소설의 영향에서 태동했다. 당시만 해도 소련은 선진적인 과학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고 6·25 전쟁 후 사회주의 국가로 막 걸음마를 하던 북한에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서 교수는 북한이 SF 창작을 적극 지원하면서 1960년대 탈소련화를 거친 ‘과학기술 강국’의 도구로 삼았고, 1980년대 최전성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대표적인 SF 작가 황정상 등 일군의 작가들이 뜨면서 주요 장르가 됐다. 북한 SF가 그리는 미래는 그 경계가 뚜렷하다. 북한에서 과학은 절대적으로 체제에 복무하는 영역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공격하는 건 ‘인식교양적 의의도 없는 공허하고 막연한 환상’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래서 북한의 SF소설은 역사와 과학발전의 합리성에 기초한 ‘근거 있는 과학적 환상’을 그려내는 경향이 짙다. 예컨대 낙지 언어를 해독해 대량포획 기술을 개발하고(‘로케트를 부르는 전파’), 비행선을 통해 전력을 무한 공급받고(‘번개잡이 비행선’), 유전공학을 이용해 거대 작물을 생산하며(‘레일의 언덕’), 750년 동안 사계절 입는 옷을 발명하고(‘사시절 입는 옷’), 인공태양으로 온도를 조절하며 여러 종의 과일을 먹는 사회(‘무지개 비낀 도시’) 등이 대표적이다. SF가 제시하는 현실에 근거한 환상의 세계가 바로 북한이 추구하는 ‘유토피아’로 귀결된다. 북한 과학자들은 미국과 일본의 방해에도 매번 새로운 발명품을 완성한다. 외계인을 감복시켜 북한 지원세력으로 만들기도 하는 등 작품은 과학적 성과를 달성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데 상당 부분 할애된다. 여기서 드러나는 특징이 바로 ‘유토피아를 이루기 위한 과학 기술’은 그려지지만 ‘유토피아의 삶을 누리는 인민들의 일상’은 SF에서는 부재하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 같은 작품 구조는 북한의 수령 단일 체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주체 사상과 마찬가지로 SF 속 미래에도 체제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 기술의 발전에도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백두혈통의 지도 체제는 그대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을 지킨다. 북한 문학의 빈칸인 SF 장르를 연구해 온 저자는 “오랜 기간 주요 문학 장르로 성장했지만 북한 SF는 체제라는 한계 속에 갇혀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작가들의 ‘상상력 로켓’은 결국 체제라는 견고한 ‘대기권’을 뚫기에는 한없이 버거웠던 셈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