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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학맞이 공연 풍성

    여름방학이다.갑갑한 교실에서 잠시 벗어나 또다른 세상을 체험하는 시간.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는 것도 좋지만 모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문화의 향기에취해보는 건 어떨까. 청소년뿐만 아니라 온가족의 감성지수를 한단계 높여줄만한 다양한 공연들이 이제 막 무대에 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성 페테르부르크 국립아이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정통 발레와 피겨스케이팅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주는 러시아 최고 아이스발레단이 8월11∼2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동화같은 무대를 선사한다.1967년 창설된 이래 전세계 5,000회 이상의 공연을 펼칠 만큼 환상적인 기교와 예술성을 자랑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 발레단의 산 역사이자 전설적인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 미하일 카미노프가 예술총감독을,러시아 3대 발레리노중 한명인 콘스탄틴 라사딘이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 가로·세로 15m크기의 이동 아이스링크를 눈앞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한여름의 무더위가 싹 가실 만한 무대이다.1588-7890◆뮤지컬 ‘오즈의 마법사’ 올해로 출간 100주년을 맞은 프랭크 바움의 베스트셀러 동화를 호암아트홀이 개관 15주년을 맞아 새로운 형식의 가족 뮤지컬로 제작했다.마법세계에서 벌어지는 신나는 모험과 아름다운 우정을 그린‘오즈의 마법사’는 그간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으로 전세계에 소개돼 인기를 모았다. 뮤지컬 배우 임선애,탤런트 홍석천 등이 출연하는 이번 공연은 연출,음악감독,무대의상 등은 한국 스태프가 맡고,무대미술,작·편곡,안무,조명 등은 일본 뮤지컬계의 선두주자들이 참여하는 한일합작 공연으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8월4∼9월3일 호암아트홀.1588-3888◆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의 여름방학 프로그램 예술의전당은 연극,뮤지컬,음악회 등 다양한 장르의 청소년 문화프로그램을 마련했다.토월극장,자유소극장에서는 매년 이맘때 선보여온 우수 어린이연극 3편(7월28∼8월6일)과 어린이뮤지컬 ‘베짱이의 모험’(8월9∼20일)이 공연된다.음악당에서는 청소년들이 클래식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맞춤프로그램이 진행된다.오는 22일 오후6시 콘서트홀에서 ‘재즈,변주의 즐거움’이란 주제로청소년음악회가 열린다.(02)580-1300세종문화회관은 오는 27·28일 오후7시30분 대극장에서의 ‘이야기와 영상음악회’를 시작으로 다채로운 음악공연을 펼친다.서울시청소년 교향악단의 연주와 MBC 황선숙아나운서의 해설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매년 여름 청소년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은 기획물로 올해는 조승미 발레단이 출연해 환상적인 율동을 선보인다.8월12일에는 서울시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서머 클래식콘서트’13일에는 ‘10인의 만화가와 함께하는 애니메이션 콘서트’,그리고18·19일에는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함께하는 재즈의 밤’이 마련된다.(02)399-1626이순녀기자 coral@
  •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오늘 개봉

    기교부리지 않은 소박함이 오히려 빛을 발할 때가 있다.류승완 감독(27)이 16㎜ 필름으로 찍은 하드보일드 액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바로 그런영화다.류 감독은 93년 박찬욱 감독 밑에서 영화에 입문한 뒤 독학으로 단편만 찍어온 ‘신인’이다.그러나 본격 장르영화로 데뷔하면서도 그의 카메라는 불필요하게 관객을 의식하려들지 않았다. 영화는 4편의 독립된 극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뭉쳤다.하나의 이야기를 일관되게 이어나가되,4편은 모두 장르가 제각각이다.액션으로 시작했다가 호러로바뀌는가 싶으면, 주인공들이 화면밖을 향해 중간중간 방백을 던지는 다큐멘터리가 되고 결국 마지막은 익숙한 갱스터로 장식한다. 열아홉살 청춘들이 당구장에서 패싸움을 벌이다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공고생 성빈(박성빈).정작 싸움을 부추긴 건 열등감에 사로잡혀 사는 석환(류승완)이었지만,얼떨결에 성빈이 살인자가 되는 것으로 1부 ‘패싸움’편은일단락된다. 2부는 7년형을 마치고 출감한 성빈이 가족과 사회의 냉대속에방황하는 와중에 그가 죽인 친구의망령에 시달리는 ‘악몽’편이 바통을 잇는다.상대 패거리에 몰매를 맞다 성빈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폭력조직의 중간보스 태훈(배중식)이 3부 ‘현대인’에서는 주인공이 된다.그리고 이제는 어엿한 형사가 되어 태훈을 끈질기게 좇아다니는 석환과 함께극을 세미다큐로 끌어간다.마지막 4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편은 배신과분노로 얼룩진 폭력의 끝점을 보여주는 지점이다.석환의 동생 상환(류승범)이 성빈의 폭력조직에 가담하고,지난날 살인현장에서 패싸움을 주동했던 석환에게 배신감을 느껴온 성빈은 상환을 조직싸움의 칼받이로 내몰며 처절한복수극을 펼친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푸른 톤의 화면이 냉소에 찬 메시지들을 날것으로 전달한다.출세하라는 부모의 성화에 못이겨 경찰이 됐다는 석환의 한숨섞인 방백. “꿈이요? 꿈은 무슨 꿈입니까.무사안일주의,공무원주의…”단선적으로 나열된 듯한 이야기들은 그럼에도 저열하거나 가난해보이진 않는다.갓 서른도 안 된 젊은 감독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치고받는 폭력영화를 만든데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었다.“인생이란 마음먹은대로 굴러가주지 않는 거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감독은 말했지만,그게 전부는 아닐 터.역설적이게도,“삶에 배반당하는 건 너나없이 마찬가지…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희망을 품어야 한다”고 열심히 독려해주는 영화다.코믹연기가 압권인 상환역은 감독의 친동생이 연기했다.15일 개봉. 황수정기자 sjh@
  • 장영주 아홉번째 음반 나왔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20)가 아홉번째 음반을 내놓았다.9살에 데뷔음반을 발표한 장영주가 올해 성년을 맞아 도전한 작품은 헝가리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인 칼 골드마크(1830∼1915)의 ‘바이올린협주곡 가단조’와 ‘프로메테우스 서곡’. 브람스와 동시대를 살다간 골드마크는 화려하고도 서정적인 멜로디,뛰어난기교로 비르투오조(탁월한 예술적 테크닉을 지닌 음악가)로서의 명성을 널리 날렸다.오페라 ‘시바의 여왕’작곡가로도 유명한 그의 ‘바이올린협주곡’은 1877년 작곡,이듬해 뉘른베르크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독일 낭만주의 향취를 오롯이 담고 있다. 장영주는 녹음을 마치고난 뒤 “처음 악보를 보니까 곡이 너무 예쁘고 로맨틱했어요.저는 보통 녹음작업 했던 곡들은 다시 연주하지 않는 편인데 이 곡만큼은 계속 연주하고 싶어요”라고 애정어린 소감을 밝혔다. 함께 음반에 실린 ‘프로메테우스 서곡’은 애실리우스의 연극 ‘속박당한프로메테우스’를 음악적으로 형상화한 작품.현재 독일 쾰른시 총음악감독겸 파리오페라단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제임스 콘론이 지휘하는 쾰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협연했다. 허윤주기자 rara@
  • “무대위 열연…주부 스트레스 날려요”

    결혼후 신혼의 단꿈도 잠깐 뿐,정신없이 아이들을 낳고 기르고 해도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에 지쳐만 가는 것이 보통 전업주부의 일상이다.커가는 아이들과 늘어나는 아파트 평수,살림살이에 흐뭇해 지다가도 가슴 한켠에 휑하게지나가는 허전함은 어쩔 수가 없다. 일상의 지루함과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만한 뭐 신나는 일이 없을까.주변을둘러보며 눈을 반짝이던 주부들이 모처럼 집안을 벗어나 무대에서 뭉쳤다. 주부극단 연합회가 지난 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여성주간행사로 펼치고 있는 ‘주부연극제’.12개 참가 단체중 하나인 ‘강남모자이크 주부극단’도 그런 평범한 전업주부들의 모임이다.6일 오후3시 이들의 출전작품 ‘아름다운사인’이 공연된 서울 여의도 굿모닝300홀,무대 객석 할 것없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오직 이날을 위해 지난 몇달간 구슬땀을 흘려온 단원들은 애써 외운 대사를 잊지 않기 위해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초반의 긴장감은 잠시.막판엔 애드립까지 자연스레 던질 정도로 연기에 물이 올랐다.남의일 같지 않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관객들도 아낌없이웃고 울며 박수갈채를 던져 이들의 신명을 북돋웠다. 공연이 끝나고 분장실에서는 시끌벅쩍 연기점검이 한창이다.“언니,아까 그장면에서 너무 잘하더라” “인삼밭에서 농약먹고 죽는 그 대목에서 목소리가 너무 오버한 거 아니야”서로의 연기를 조목조목 지적해주며 하하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강남모자이크 주부극단 10여명이 처음 만난 건 96년 강남구청이 구민들을 위해 마련한 ‘유인촌의 연기교실’에서였다.수업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열성분자들이 뜻을 합쳐 직접 극단을 만들었다. 여학생 시절부터 연극반을 하는 등 연극에 못다한 사랑을 키워온 이도 있었지만 ‘늦바람’난 초보도 꽤 있다.아이를 학교 보내고 집안일을 대충 정리한 뒤 매주 2∼3차례 어김없이 강남구민회관에서 만나 한나절씩 연기 연습을했다. 35살의 ‘막내’부터 올해로 환갑을 맞은 ‘언니’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그러나 무대를 향한 열정만은 한결같다. “너무 늙었다고 안 시켜줄까봐 처음에 걱정 했었지.요즘엔 설겆이 하고 빨래 하면서도 대사 외고 연기연습을 하는데 그렇게 재미날 수가 없어”단원들에게 ‘언니’로 통하는 박찬열씨(60)는 연극을 하면서 10년쯤은 젊어진 것같단다. 집안일도 소홀해질 것 같지만 생활에 활력이 넘치다 보니 청소며,빨래며 오히려 더 신이 난다.초반엔 뜨악한 눈길을 던지던 남편들도 이제는 오히려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극단 대표를 맡고 있는 조선옥씨(47)는 “평소에 경험할 수 없었던 하이라이트를 받으며,다른 인생을 살아본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연극 맛이란 게 안해보면 죽어도 몰라요.사는게 얼마나 재미있어 지는데….다른 주부들도 연극 배우러들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2살된 막내아이를데리고 다니며 연습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아이가 벌써 6살이 됐다는 조혜선(35)씨의 당부다. 허윤주기자 rara@
  • 최종원등 유명연극인 주부연극제 14일까지

    올해 제4회 주부연극제에서는 주부연기교실도 함께 열리고 있다.공연이 끝난 직후엔 최불암,강부자,최종원씨 등 유명 연극인들이 강사로 참여해 연기에대한 조언과 함께 진솔한 대화의 시간도 갖는다. 강남모자이크 주부극단의 공연이 열린 6일엔 박정자씨가 강사로 초청됐다.‘위기의 여자’‘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등으로 열성 여성팬들을많이 확보하고 있는 박씨는 이날 자신의 대표적 출연작등을 담은 슬라이드를준비,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또한 소품 준비부터 관객과 호흡하는 법,분장법 등도 소상히 소개했다. 연극에 관심이 있는 주부들은 전국주부극단연합회(02-783-1001)에 문의하거나 백화점 문화센터,지자체 취미교실 등을 통해 문의하면 된다.현재 전국에대략 20여개의 주부극단이 알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허윤주기자
  • [굄돌] 초중학생 ‘건축’교과서 필요하다

    중학 1년생 아들이 있다.바로 오늘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이다.녀석에겐 참으로 홀가분한 날이 될 것이다.녀석과 나는 문방(文房)의 형식을 빌어아파트의 한 방을 책보는 기능실로 함께 나눠쓰고 있다.그 바람에 녀석의 시험일정은 물론 시험과목도 쉽사리 눈에 들어오고,더러는 별뜻없이 녀석의 교과서를 들춰도 보게 된다.이미 녀석이 그어놓은 요란한 밑금으로 다색면의판화처럼 변해버린 교과서지만 그 느낌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과목 중에 특히 ‘기술·산업’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공학계열로 분류돼오고 있는 건축학과를 졸업한 나로서 직업의식이 발동하여 은연중에 그책을 세세하게 들춰보게 되었다.아니나 다를까. 교과서는 기술적 기초지식을 도면화시키는 부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었다.그러고보니 녀석의 준비물 가운데 제도기며,삼각자 등을 볼 수 있었다.선긋는 연습이며,삼각자 쓰는 요령이며,건축 및 전기도면 읽는 법과 공작물 도면 그리는 법 등에 대한 교과내용을 전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그나이에 경험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지금 세상에는 그나마 컴퓨터로 도면을 그린다)는 것이 의아했다. 전진삼 월간 ‘건축인 poar’편집인·건축비평가 언제부턴가 언어,과학,예술분야에 대한 조기교육 또는 영재교육이라는 용어가 일상화되었다.나 또한 그에 더하여 우리가 사는 집에 대한 교과목을 초중학교 과정에 신설해야한다는 생각을 키워오고 있다. ‘집’하면 떠올리는 일상적 용어가 ‘부동산’으로 통하는 세태에 비추어청소년기의 우리 아이들이 중학교과서를 통해 처음 접하고 있는 집의 그림은 좋고 나쁨조차 검증되지 않은 주택평면도와 전기배선도 등으로 솔직히 대학에서 그것을 배운 나조차도 보기에 짜증나는 지면이었다. 우리의 건축문화는 10대 청소년기부터 이렇듯 왜곡된 배움의 과정을 강요하고 있다.그 나이에는 집의 주생활 공간의 특징을 인문학적 코드로 풀어서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우리나라 현대건축이 특히 세계문화의 주류로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검정 교과서’안에 내재해 있다고 할밖에.도면을 그리고,읽는 법은 더 철이 들어서 배워도 무방하다.그에 앞서 건축공간의 상상력을 키워줘야 한다. 그러러면 당연히 ‘건축’교과서가 있어야 한다. 전진삼 월간 '건축인poar' 편집인.건축비형가.
  • 한국화가 사석원 개인전 16일까지

    동물의 형상을 해학적 미술언어로 표현해온 작가 사석원(40).그는 “동물을 꼭 그리고자 해서가 아니라 그리다 보니 동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붓 가는 대로,마음 가는 대로’ 그려서일까,그의 동물그림은 퍽 친근하게 다가온다.동물 연작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화가 사석원이 ‘애정과 유머그리고 생명력’이란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16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02-736-1020). 부엉이,수탉,당나귀,호랑이,까치,독수리,소,돼지,양,개구리….작가의 화폭에는 온갖 동물이 오른다.우리에 갇혀 사육되는 것이 아니라 야생상태 그대로의 모습이다.자연 그대로의 거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동물들의 표상은 정겹기만 하다. 작가는 한지에 수묵채색으로 조선시대 민화에서나 느낄 법한 넉넉함과 친근함을 담아낸다.그의 그림에서 ‘카메라의 눈’으로 사물을 그려낸 흔적은 찾아내기 힘들다.기교가 없고 서툴러 보이지만 예스럽고 담박하다.‘고졸함의미학’이다.그것은 우현 고유섭이 한국미술의 특질로 표현한 ‘무기교의 미’‘적조(寂照)의 미’와도통한다. 동물을 소재로 한 때문인지 그의 그림은 한 편의 동화 같다.특유의 익살로웃음을 자아내는 재치가 만만찮다.웃음이 말라버린,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병이 들어도 아픈 줄 모르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의 그림은 여유와 운치를 안겨준다.예컨대 한 마리의 호랑이를 그리더라도 그의 손에 들어가면 민화의 그것처럼 풍자와 해학의 대상이 된다.닭을 머리에 이고 있는가하면,모란꽃에 파묻혀 있기도 하다. 전시에는 ‘당나귀’‘호랑이’시리즈 등 평면작품 40여점과 오브제 3점이나와 있다.이번 작품들은 예전처럼 두텁고 풍부한 마티에르를 보여주지 않는다.그 대신 색채의 향연을 펼친다.수묵의 유연함과 원색의 강렬함,그리고 간간이 섞인 파스텔톤의 은근함은 색에 예민한 작가의 미적 감수성을 엿보게한다. 그에게 가장 큰 예술적 영감을 주었던 것은 오지 여행.특히 실크로드 답사여행중 중앙아시아와 소아시아 지방에서 만난 동물들의 잔상은 아직도 생생하다.“몇년전 이란의 한 사막에서 껌정 당나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서서히 사라져가는 그 껌정이의 뒷모습을 보며 블루스의 음울한 곡조를 읊조렸지요.다시 그 당나귀를 만나 우수와 사랑,구름과 무지개,운명 등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작가는 말없는 동물과의 교감,그것을 ‘당나귀블루스’라고 이름 붙였다.이번 전시에는 ‘닭과 당나귀’‘꽃과 당나귀’‘소나기를 맞는당나귀’ 등 당나귀 그림이 유난히 많이 나와 있다. 김종면기자
  • EBS 새 어린이프로 17일부터 방송

    EBS는 오는 17일부터 취학전 아동을 위한 새 프로그램을 두 편 내보낸다.두편 모두 외국물이라는 게 단점이지만 이는 어쩔 수 없다.국내에서 제작된 어린이용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탓이다.아이들은 TV 보는 재미를,부모는 아기교육정보를 얻을 수 있다.‘요리조리 숫자놀이’(월∼목 오후 10시45분)는만 5세부터 7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숫자를 가르친다.영국의 대표적 교육방송인 ‘채널 4’에서 만들어진 시리즈물이다.어린이들의 기본적 계산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숫자가 왜 필요한 지에서부터 숫자 세는 법,두자리 수 만들기,홀수와 짝수,간단한 계산 등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숫자호’라는 배를 타고 항해에 나선 선원 가족과 동물 승객들이 벌이는여러 이야기 속에 수의 개념 등을 집어넣었다.‘숫자호’에는 테드,미라벨부부와 4명의 자녀들,그리고 20마리 동물이 여행을 한다.점토인형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극 전체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가꾼다. 동물과 어린이 4명이 벌이는 숫자놀이가 늘 쉽지는 않다.이 때마다 해결사와 사회자가 등장,시청자 어린이들도 문제해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부여한다. ‘호야네 집’(월 오후4시20분)은 캐나다의 어린이 프로그램 전문제작사인시나르가 만든 만화영화다. 호야네는 할아버지,할머니,아빠,엄마 그리고 동생까지 3세대가 사는 평범한 가정이다.호기심 많은 세살배기 호야가 말썽을 부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렸다.상황설정이 친숙하고 일상적이라 ‘어,우리 집 아이랑 똑같네’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호야는 엄마랑 놀고 싶지만 엄마는 가계부를정리하느라 바쁘고 아빠도 고장난 세탁기를 손보느라 짬이 나지 않는다.할머니 역시 동생을 재우느라 호야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심지어 고양이도 호야를 무시하는 듯하다.결국 혼자서 놀기로 했지만 “동생을 재우려 하니 조용히 하라”는 엄마의 핀잔만 듣는다.모든 가족이 동생만 예뻐하는 것 같은 세살짜리 아이의 심정과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 어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다. 전경하기자
  • 비발디서 비틀즈까지 ‘금관 앙상블’

    ‘비발디에서 비틀즈까지 금관앙상블의 진수를 보여줍니다’세계적인 명성의 금관5중주단 ‘캐나디안 브라스’가 7일(오후7시30분),8일(오후3시)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연주회를 갖는다. 2대의 트렘펫과 혼,트럼본,튜바로 이루어진 ‘캐나디안 브라스’는 정통 클래식기법을 고수하면서도 세심한 개작,편곡을 함께 아우른다.지난 70년에 창설,다양한 레퍼토리와 뛰어난 기교로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들은 지금까지 모두 50장이 넘는 음반을 발표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협주곡’,비발디의 ‘사계’중 ‘가을’외에도 거슈윈의 ‘포기와 베스 모음곡’,듀크 엘링턴 히트곡 등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연주회 이후에는 젊은 연주자들과 교사들을 위한 마스터클래스와 클리닉이열릴 예정이다.(02)2273-4455허윤주기자 rara@
  • [대한광장] 서커스와 남북 문화교류

    남북 정상회담이 있기 전 평양교예단이 서울에서 공연을 가졌다.연일 입장권이 매진될 정도로 시민들 사이에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화해 무드를조성하고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를 잡는 데 일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TV 뉴스에서 본 교예단의 공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서커스라는 평가가 결코 빈말은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듯했다.북에서 일군 것이기는 하지만 한민족의 서커스단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지에 이른 데 대해 민족의 자부심을 느끼는 듯한남의 언론 보도들은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남북간의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체육관을 꽉 메운 서울 시민들의 따듯한 성원과북한 서커스의 묘기에 대한 뜨거운 박수 갈채도 흐뭇한 정경을 연출했다. 모스크바에서 본 적이 있는 잘 지어진 서커스 전용극장,서커스 공연을 알리는 예쁘고 현란한 색채의 동유럽 포스터들,폴란드의 시골에서 본 동독 루마니아 폴란드 합동서커스단의 천막극장 등의 기억이 되살아났다.그러나 서커스라는 이미지가 주는 아슴프레한 어린 시절의 즐거운 추억에도 불구하고 내내 흐뭇하거나 따듯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그것은 왜 구 소련을 비롯한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서커스가 특히 발전했는가라는 의심 때문이다.서커스도 예술 장르의 하나로 친다면 그것은 아마도 현실사회주의 블록에서 가장 잘 발달한 예술 장르일 것이다.북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닌가 한다.특히 동유럽의 현실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서커스의전성기도 지난 오늘날의 상황에서 평양교예단은 세계 서커스계의 거의 독보적인 존재가 아닌가 한다.세계 최고 수준의 서커스단을 가진 데 대해 나는민족적 자부심을 느끼기보다는 일종의 비애를 느꼈다.문학이나 연극·영화가아니라 서커스가 발전했다는 사실이 함축하는 역사적 의미가 읽혀졌기 때문이다.다른 예술 장르와 비교할 때 서커스가 갖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정치풍자 등을 비롯한 사회적 메시지를 거의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공중 그네 타기나 재주 부리는 곰과 동물들,고난도의 솜씨로 관객의 눈을속이는 마술 등 서커스의 주요 종목들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만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예술은 아니다.서커스 특성상 예술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예술적으로 승화된 정치적 풍자나 사회적 함의가 자리할수 있는 여지는 없는 것이다.권력의 입장에서 볼 때 서커스는 참으로 안전한예술인 것이다. 노멘클라투라의 과두정이 지배한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에서고난도의 서커스가 발전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현실사회주의의 서커스는 그러므로 자본주의 대중예술의 3S(스피드,스포츠,섹스)와 같은 기능을 담당한 것이 아닌가 한다.전용극장을 세우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서커스에 대한 파격적 지원은 사실상 대중들을 우민화하려는 권력의 의지가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드러내줄 뿐이다.대중들이 삶과 사회에 대해 고민하고판단하고 사고하도록 자극하는 예술은 권력이 골치 아파하는 예술이다. 공화정이 무너진 후 건강한 시민정신이 타락한 제국 로마의 문화정책이 ‘빵과 서커스’정책으로 요약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평양교예단의 아찔하고도 현란한 묘기에 마냥 박수 갈채를 보낼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그것은 판단과 결정은 당과 지도부가 할 터이니 인민은 제시된 길을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는 북한식 ‘군중노선’의 예술적 표현일 뿐이다.인민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정상회담이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평화체제를 향한 소중한 첫 걸음이라는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문화 부문을 비롯한 다양한 수준에서 남북간 교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그러나 나는 아무리 세계 최고 수준이라도 서커스와같은 문화 교류는 별로 마땅치 않다.비록 소박하고 초라한 것일지라도 남한의 독립영화와 같은 삶의 냄새가 묻어 있고 세상과 사람 사는 것의 의미를생각하게 해주는 북한의 예술을 보고 싶은 것이다.예술에 대한 민족적 자부심은 세계 최고 수준이어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소박하고 초라한 것일지라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예술적 성취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남과 북의 문화 교류가 기교와 스케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사람의 체온을 느낄수 있는 예술적 성취도를 중요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 앞으로의 문화 교류에 거는 내 작은 바람이다. ◆ 林 志 鉉 한양대 교수·사학
  • 김창세교수 다섯번째 개인전

    초상연구를 통해 조각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온 조각가 김창세 교수(46·목포대)가 다섯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24일까지 서울 관훈동 가람화랑.작가는 10년넘게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서’라는 주제 아래 한국조각의 전통과 정체성을 찾아왔다.그 작업은 구체적으로 초상회화에 깃든 한국인의 내면정서와 전신사조(傳神寫照)의 기운을 조각에 되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단순한 외형적 형상을 묘사할 뿐 아니라 내면의 진실까지도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이번 전시는 최근작 ‘영혼의 노래’ 등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이 작품들은 작가가 그동안 천착해온 조형세계,즉 의도된 주제를 준비된 재료에 짜맞추는 억지기교의 세계가 아니라 내면의 충만한 기운에 따라 절로이뤄지는 자연스런 조각의 세계를 보여준다. (02)732-6170김종면기자 jmkim@
  • 한국전쟁 성격규정 본격 연구 ‘큰 걸음’

    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을 맞아 한국역사연구회(회장 방기중)가 오는 10일 오전10시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 홀에서 심포지엄을 연다.주제는 ‘한국전쟁의재인식-분단을 넘어 통일로’. 그동안 정치학을 비롯한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한국전쟁과 관련해 다양한 학술대회를 가졌지만 역사학계가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역사연구회는 “전쟁기원론·전쟁책임론처럼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둔 접근과 분석을 거부하는 대신 미국·옛소련이 최근 비밀해제한 관련문서에 기초해 한국전쟁자체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은 도진순 창원대 사학과교수의 주제발표 ‘화해와 통일을 위한 전쟁인식의 과제’로 시작한다. 서설 성격의 이 논제에서 도교수는 한국전쟁을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규정하고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전체가 구조조정에 돌입한 지금한국전쟁을 올바르게 마무리하는 일이야말로 평화와 통일로 가는 초석”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아직 제대로 해명되지 않은 문제로 꼽은 것은 전쟁 중의 ■정보전 ·특수전 ■양민학살 ■세균전 등이다.그 중에서도 양민학살은 그 규모와 원인측면에서 한국전쟁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고 본다. 정병준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는 ‘1949∼50년 38선 충돌과 북한의 한국전쟁 계획’에서 전쟁전 38선에서 벌어진 남북한 군사 충돌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복원한다.또 그 충돌이 북한의 전쟁 계획 수립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남북한 지도부는 정치적 의도에 따라 상대방의 도발을 과장해 강조했는데,특히 북한은 38선 충돌을 통해 ?병력 증강과 훈련,무장강화를 이루었고 ■6·25 당일의 전면남침을 ‘정의로운 반격전’으로 내세우는 전쟁관을 수립하게 됐다고 결론짓는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기광서 조선대 북한학과교수는 ‘소련의 한국전쟁관과 개입과정’을 주제발표한다.기교수는 옛소련 자료를 바탕으로 스탈린이 한국전쟁에 소극적·방어적으로 대한 이유와,소련공군의 참전을 사실적으로 밝혀낸다. 이밖에 국방군사연구소의 안정애박사는 ‘한국전쟁기 주한미군사고문단의조직과 활동’을,양영조박사는 ‘한국전쟁기 한국 군부의 재편과 정치화 과정’을 발표한다. 이용원기자 ywyi@. *창원대 도진순교수 ‘주제발표’요약. 미국의 정보전문가 도널드 니콜스는 회고록에서 “왜 우리가 한국전에서 승리하지 못했는가”자문하면서 “(농민들의)지게 때문”이라 답한 바 있다.한국전쟁은 베트남전·아프카니스탄전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군사전쟁이 아닌폭넓은 대중전선이 병행했다.이러한 상황에서 대중은 자발적이건 비자발적이건 전선에 동원됐으며 대규모로 학살당했다. 최근 노근리 사건이 문제가 된 뒤 한국전쟁 때의 양민학살이 여러곳에서 터져나온다.한 통계에 따르면 전쟁중 사상·실종·포로·납치된 수는 478만여명에 이르는데,사상자 숫자에서 민간인이 군인의 4∼5배나 된다.이는,옥쇄작전으로 악명 높았던 오키나와전투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군인의 1.5배가 되지않은 사실에 비교하면 기록적인 수치이다.학살에는 우발적인 것도 있지만 단체·조직이 저지른 ‘국가후원적’학살이 대부분이다.미군에 의한 학살도적지 않은데 이는 ‘종족 학살’(genocide)의 면모를 보여준다. 양민학살은(고려때 몽고의 침입이나 임진왜란처럼)대중의 집단 기억에 매우강하게 유전된다.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양민학살에 관한 공식조사가 거의 없다시피한 실정이다.동티모르의 인권문제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자기땅 자기조상의 학살에는 침묵하는 것,이것이 한국전쟁에 관한 우리 인식의 현주소다. 대중적 관점에서 한국전쟁을 독해할 때,또 갈등과 대립을 넘어 화해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데 양민학살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 제8회 공초문학상 시상식

    대한매일신보사가 제정한 제8회 공초(空超)문학상 시상식이 2일 수상자 이탄(李炭) 시인과 공초숭모회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차일석(車一錫) 대한매일 사장은 “우리 나라 신시의 선구자이시며 현대 한국의 대덕이셨던 공초 오상순 선생의 맑고 깊은 정신이 물질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새삼 그리워진다”면서 많은 시에 공초의 정신이 깃들여 있는 이탄 시인의 수상을 축하했다. 김규동(金奎東) 원로시인은 심사보고를 통해 수상자의 ‘끈질지게 삶의 깊이를 파고드는 의지’를 높이 샀으며 수상작 ‘나무 토막’의 일상적 스케치를 통한 초현실적 수법을 칭찬했다.이근배(李根培) 공초숭모회 회장과 구상(具常) 숭모회 고문은 아무 것도 가지지 않으려 했던 공초의 무소유 정신을기렸다.특히 구상 시인은 “공초 선생의 무소유 무정처 무작위 정신은 존재의 실체에 대한 물음없이 그저 소유와 기능 등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현대 한국인,특히 젊은이들에게 큰 가르침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상자이탄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전통을 무시하고 시의 새로운 실험을할 수는 없다”면서 “시가 ‘생명의 발현’이 되도록 끝까지 애쓰겠다”고다짐했다.지난 64년 등단한 이탄 시인(본명 김형필)은 ‘기교나 재주부리지않은 차분한 지적 관조’를 40년 가까운 시작생활 동안 견지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10권의 시집을 펴냈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 한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공초문학상 상금은 500만원. 한편 이날 시상식을 마친 후 공초숭모회원 등 참석자들은 3일로 37주기를맞는 공초 선생의 수유리 묘소를 참배,추모 행사를 가졌다. 김재영기자 kjykjy@
  • 새 영화/ 컵

    ‘스포츠 외교’니 ‘스포츠 마케팅’이니 하는 말을 아예 모르는 세상이있다 치자.그런 세상의 사람들이 월드컵 얘기를 한다면 이런 동문서답쯤 주고 받지 않을까.“쟤들,뭣때문에 싸우지?” “컵을 가지려고 그러죠” “(물잔을 쳐다보며)컵 하나 때문에 저렇게 싸워?” 티벳어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장편영화 ‘컵’ 속에 실제로 등장하는 대사다.그러고 보면 이 영화의 감상포인트는 ‘실제’라는 말을 빼고서는 설명이 안된다.실제 사원을 무대로,실제 티벳 승려 키엔츠 노부의 연출에, 실제승려들의 연기까지.부탄 국적으로 올 칸영화제 감독주간에까지 초대받은 영화는 98년 프랑스 월드컵 열풍이 히말라야 사원으로까지 번진 실화를 그대로담았다. 열네살짜리 승려 오기엔은 승복 밑에 호나우도의 등번호를 새기고 다니는축구광.그가 바람을 잡는 바람에 잠잠하던 사원이 축구 열기로 술렁인다. 코카콜라 캔을 찌그러뜨려 공을 차지 않나,프랑스와 브라질의 경기를 놓고점을 치질 않나…. 영화보는 재미에는 코믹한 대사들이 한몫한다.맛배기.“프랑스가이기게 부적 좀 써줘요” 프랑스팬 꼬마스님의 말에 덤덤히 대꾸하는 점쟁이.“왜? 프랑스가 아프냐?” 기교를 부린 흔적이 없다.그 흔한 음향이나 특수효과도 일절 없고. 덕분에히말라야 산자락의 순박한 대사들이 더 도드라져 들린다.롱테이크,롱샷의 가을 들판 위로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조차 기발하다.‘꼬마스님들은 2002년 월드컵을 기다린다…’ 10일 개봉. 황수정기자
  • 北 평양교예단 어제 서울에

    세계적으로 화려한 기교와 예술성을 자랑하는 북한의 서커스단인 평양교예단이 29일 전세기인 중국국제항공 133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해 12월 통일농구대회에 참가한 북한의 남녀 농구단과 함께 서울을 방문,이틀 동안 깜짝 공연을 선보인 지 6개월여만이다.지난해에는 12명만 입국했었으나 이번에는 62명의 정예 단원이 서울을 찾았다. 김유식(교예단 예술부단장) 단장을 선두로 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102명의교예단 일행은 지난 24일 방문한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의 어린 학생들과 달리여유롭고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환영객의 박수 갈채에 답례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 리뷰/ 서혜경 피아노 리사이틀

    지난 1월 기성연주자만이 참가하는 미국 팜비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여더욱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지난 14일 광주를 비롯하여대전,부산,익산 등 지방도시 순회연주를 시작했다. 1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혜경 피아노 리사이틀은 고도의 기술과 표현력을 요하는 슈만,스크리아빈,스트라빈스키의 대작들을 거대한 스케일로 연주했다. 슈만의 소나타 제2번을 비롯한 네 곡에선 다양한 음악성과 함께 이 작곡자의독특한 문학적인 향기를 풍기게 했고 스크리아빈의 소나타 제5번에서는 작곡가의 신비주의 사상을 잘 해석해 들려주었다.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에서는 매우 어려운 기교를 훌륭히 구사하면서,영혼을 불어넣은 인형인 페트루슈카를 주인공으로 한 러시아 민요 소재의이 발레음악을 오직 피아노 한 대로 리얼하게 그려주었다. 더구나 강렬한 리듬과 날카롭고도 대담한 화성으로 이루어진 이 곡을 거대하게 전개했다.포르티시시모로 건반을 두드릴 때엔 서혜경의 온 몸이 소용돌이쳤는데 남자 피아니스트도 이 여류피아니스트의 크나 큰 호소력을 따르기 어려울 것이다. 스트라빈스키가 서혜경의 연주를 듣는다면 “내 작품이 이렇듯 뛰어난 줄 몰랐다”고 감탄할 것이며,하이페츠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그는 너무나 완벽하기 때문에 신이 분노할 것이다”라는 평을 쓴 버나드 쇼가 연주를 듣는다면 “코리아의 한 여류 피아니스트가 처음으로 신에 도전하는 연주를 한다”고 절찬할 법도 하다. 서혜경은 철학자 니체가 내세운 아폴론형과 디오니소스형의 상반된 두 타입을 이번 독주회에서 절묘하게 보여주었다.슈만의 여러 곡에서는 조형적인 아폴론형을 나타내는가 하면 스크리아빈과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에서는 도취적인 디오니소스형을 표현함으로써 연주에서 가장 필요한 논리와 감정을 오묘하게 조화시키는 높은 경지를 이번에 다시금 보여준 것이다. 서혜경의 이번 독주회는 세계 피아노 연주사에 기록될만한 큰 업적을 남겼다고 본다. 김원구 음악평론가.
  • 라스 폰 트리에 감독 ‘백치들’

    영화를 다 찍고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나는 항상 포르노를 찍고 싶었지만불행히도 '백치들'은 포르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충분히 논쟁적일 수는 있지만,그의 말처럼 이 영화는 포르노그라피가 아니다.한국에서 지난해 '거짓말' 논란에 엮여 덩달아 섹스영화로 몰린 걸 알면 감독은 어떤 얼굴을 할까. 좀 억울할 것같다. 가식없는 인간의 본모습을 덴마크의 '천재'감독은 백치게임을 통해 들여다보기로 했다.으레 자의식 강한 감독의 영화는 리얼리즘이 떨어지는 위험부담을 안게 마련.몰입하지 않으면 영화는 어려워만 보이는데,편견을 걷어내고보면 이렇게 담백한 영화도 없다. 어린 아들의 장례식 전날,한 식당에서 카렌(보딜 요르겐센)은 일단의 백치들을 만난다.어색했던 처음과는 다르게 그들이 일부러 바보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카렌은 서서히 그들을 닮아간다.백치그룹에서는 손발을 비틀고,아무렇게나 침을 흘리며,괴성을 질러대는 일이 비정상이 아니다.마침내 그들모두는 정상이라 규정된 바깥세상에서는 결코 용납치 않을 '마지막 시도'를 한다.어느 구성원의 생일날 한덩이가 되어 펼치는 난교파티. 배우들의 섹스 실연이 등급위의 심의논란을 불렀던 바로 그 장면이다. 실제 백치들의 이야기를 찍은 다큐멘터리로 착각하기 쉽다. 얼굴 중간에서 툭툭 앵글을 잘라버리는 핸드헬드 카메라는 한톨의 기교도 부리지 않는다.군더더기 감정이 끼어들 여지를 없애고 백치행동을 하는 배우들의 몸짓과 대사에 관객을 집중시키려 한 노림수가 아니었을까.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도그마 영화가 늘 그렇듯 '백치들'이 냉소를 던진 대상은,결국 인간의 행동과 일상을 강제 규격화하는 사회규범과 관습이다.인간의 순수본성과 본능을 꼼짝없이 가두는 올가미가 그것들일 테니까 말이다. 진실의 끝자락은 어쩌면 슬픔과 맥이 닿아있는지 모른다. 내내 난수표같던 영화는 끄트머리에 이르러서는 눈물샘을 자극한다.아들의 장례가 끝나고 한참뒤 집으로 돌아간 카렌이 가족앞에서 바보짓을 하다 용납받지 못한 채 집을돌아나오는 장면쯤이다.이 영화에 대한 감독의 애정은 각별했다.한국 심의에 걸린 부분의 마스킹(가림)처리를 손수 해서 보내왔다.20일 개봉. 황수정기자 sjh@
  • 예술의 전당 화려한 무대 관객 유혹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산뜻하게 피어오르는 신록과 더불어 음악계도 풍성한상차림을 내놓고 관객을 손짓하고 있다. 특히 예술의전당은 19일 서혜경 피아노 독주회,21일 당 타이 손 피아노 독주회등 굵직한 무대를 잇달아 마련한다.이들은 20대에 뮌헨콩쿠르,쇼팽콩쿠르등 세계적 권위의 콩쿠르에서 입상한 실력을 바탕으로 수준높은 연주세계를 펼치고 있는 독주자들이다.또 25·28일엔 화려한 테크닉과 즉흥연주로 국내외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안트리오가 새앨범 발매를 앞두고 내한공연을 갖는다. 기교와 열정을 겸비한40대 피아니스트들의 원숙미와 20대 세자매들의 통통튀는 발람함을 한눈에훑을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듯하다. ◆서혜경 피아노 독주회 서혜경(40)은 23세이던 1983년 세계적 권위의 뮌헨 콩쿠르에서 1위없는 2위에 입상하며 세계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현재경희대 명예객원교수이기도 한 그녀는 88년 카네기홀공연,93년 일본및 유럽6개도시 순회공연을 통해 실력과 원숙미를 겸비한 세계정상급 연주자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98년이후2년만에 열리는 이번 독주회에서는 슈만과 스타라빈스크 작품등을통해 웅대한 기교, 활화산같은 열정을 유감없이 발휘할 계획이다.19일 오후8시 서울공연 외에도 14일 광주(오후7시),20일 대전(〃),23일 부산(〃),30일익산(오후7시30분) 등 지방순회 무대도 갖는다.(02)757-1319◆당 타이 손 피아노 독주회 1980년 22세때 국제 쇼팽피아노콩쿠르 에서 이보 포고렐리치를 제치고 우승,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베트남 출신 당 타이손(42)이 8년만에 한국무대에 선다.쇼팽 전문가로 소문난 그답게 쇼팽소나타전곡을 가지고 나온다. 현재 도쿄 구니타치 음대 교환교수로 일하고 있는 그의 이번 독주회는 그동안 쇼팽 연주에서 쌓아온 역량과 함께,테크닉보다는 심오한 해석에 승부를 거는 그의 음악세계를 확인할수 있는 자리다.21일 오후3시 (02)543-5331◆안트리오 페스티벌 쌍둥이 자매인 첼리스트 마리아(29)와 피아니스트 루시아,그리고 막내인 바이올리니스트 안젤라(27)로 구성되어 있는 안 트리오는화려한 테크닉과 정열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팬들이 많다.전세계를 순회하며 연간 100회 이상의 연주회를 갖는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고 특히 파격적인 즉흥연주와 튀는 패션으로 늘 화제를 몰고 다닌다. 2집앨범 ‘안플러그드(ahnplugged)’의 전세계 동시발매를 앞두고 마련된 이번 공연에서는 수크의 엘레지,드보르작의 피아노 트리오,베토벤의 3중협주곡등 정통클래식에서 현대작곡가들의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25일 오후7시30분 첫공연에 이어 28일 오후3시엔 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함신익)와 협연한다.(02)598-8277허윤주기자 rara@
  • 공무원 年 50만명 정보화 교육

    행정자치부는 21일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50만명씩 모두 250만명의 공무원에게 정보화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정보화 중장기교육 계획을 수립하여모든 행정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대한매일 3월31일자 참고) 이에 따라 4급 이상 관리직 공무원 1만여명은 1년에 한번 의무적으로 정보화 인식과 인터넷 활용능력 등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교육은 서울·과천·대전 3개 권역별로 중앙공무원교육원,정부전산정보관리소,국가전문행정연수원국제특허연수부 등에서 실시한다. 5급 이하 공무원 50여만명은 각급 기관별로 기본적인 정보화기기 운용 및인터넷 활용 등에 대한 교육을 받게 된다. 박현갑기자
  • 한국화가 서수영 개인전, 새로운 채색화의 열정

    채색화는 한국회화의 대표적인 양식으로 자리매김돼 왔다.고분벽화에서 고려시대 불화,조선시대의 민화에 이르기까지 채색화 전통은 면면히 이어져온다. 한국화가 서수영(28)은 채색화의 기법과 정신을 충실히 따른다. 그러나 단순히 고답적인 전통의 노예가 되지 않고 그것을 새롭게 해석해 내고자 하는 데 그의 작업의 미덕이 있다.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수영 개인전’(27일까지)에서는 작가의 창조적인 열정을 읽을 수 있다.서수영은 장지에 진채 위주의 그림을 그린다.일본화의 주요 안료인 분채와 석채도 종종 쓴다.그렇지만 일본회화처럼기교적이고 장식적으로 흐르지 않는다.그의 그림에는 이미지와 형상을 담아내려는 독특한 표현주의 미학이 담겼다.그는 향비파·장고 같은 전통악기나전통 춤사위 등을 즐겨 그린다.(02)737-7650. 김종면기자 j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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