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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전문성 떨어지는 ‘정피아’가 ‘관피아’보다 더 문제다

    지난해 4월의 세월호 참사 이후 ‘관(官)피아’가 떠난 자리를 ‘정(政)피아’가 빠른 속도로 꿰차고 있다. 공기업 28곳, 준정부기관 85곳, 기타 187곳 등 300개의 공공기관을 조사한 결과 지난 1년간 관피아는 줄고 정피아는 늘었다. 공공기관 300곳의 기관장·감사 등 397명 중 관피아는 세월호 참사 당시 161명이었으나 지난달에는 118명으로 43명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정피아는 48명에서 53명으로 늘었다. 관료 출신의 공기업 기관장, 감사가 물러나자 정치권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그 자리에 속속 입성했다. ‘어부지리’를 얻은 꼴이다. 정치권 언저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에게 공공기관의 요직을 선심 쓰듯 나눠 주는 것은 큰 잘못이다. 외부 출신이라고 무조건 배척해서도 안 되지만, 최소한 그 자리에 걸맞은 능력을 갖춘 인사가 가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 척결은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전관예우와 민관유착으로 인한 부정부패의 고리가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음이 확인됐다. 관피아가 없어진 자리를 정피아가 차지하는 건 더 심각한 문제다. 정피아는 일반 공기업은 물론이고 금융기관까지 접수하면서 또 다른 ‘적폐’가 되고 있다. 조직에도 해가 되지만 혁신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외면하는 일이다. 금융권의 감사 등 핵심 요직이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문외한’들이 중요 보직을 다 꿰차면 조직의 투명성과 경쟁력이 살아날 수가 없다. 정피아를 막으려면 공공기관 인사 선발 시스템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한다. 법에 정해진 대로 공공기관이 적임자를 뽑을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고 그 책임을 함께 묻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업공개를 한 공공기관이라면 기관장과 감사 선임 과정에서 주주들의 의사가 적극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치인을 비롯한 낙하산 인사는 역대 정권에서 항상 반복됐다. 대선캠프 출신을 비롯해 정권 창출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사람들은 대통령 임기 내 한 자리씩을 차지해 왔다. 비정상적인 관행이며, 끼리끼리 문화의 전형이다. 오랜 병폐의 싹을 잘라야 한다. 비정상적인 잘못된 관행을 이제 없애야 한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맨날 비리척결만 외친다면 어느 국민이 정권을 믿을 수 있겠는가. 이제는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을 없앨 때도 되지 않았나.
  • 부정부패·무사안일 칼 빼든 환경부

    부정부패·무사안일 칼 빼든 환경부

    “부정부패와 무사안일을 일삼는 직원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엄중 조치하라.”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1일 환경공단·국립공원관리공단·환경기술개발원·국립생태원·환경기술개발원 등 5개 산하 공공기관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공포를 앞두고 부정부패에는 성역 없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차관은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한 적극 행정을 실천하는 직원은 적극적으로 포상하겠지만 부정부패와 무사안일을 일삼는 직원은 엄중 조치할 것”이라며 “부정부패 척결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서 환경부와 산하 공공기관은 기관별 비리 취약 분야에 대한 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공직기강 확립에 적극 나설 것을 결의했다. 한편 환경부는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국고 보조금과 일반연구용역, 기술개발(R&D), 수변구역 토지매수 등 4대 부패 취약 분야에 대한 구조개선을 추진한다. 조직 스스로 부정부패 위험요소를 찾아내 개선, 관리하는 내부통제 자가평가(CSA)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 하반기 시범 실시할 계획이다. 사전 컨설팅 감사와 적극 행정 면책을 내용으로 하는 규정도 5월 중 마련키로 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李총리 “해외 자원개발 솔직해져야… 책임 소재 가려라”

    李총리 “해외 자원개발 솔직해져야… 책임 소재 가려라”

    “장관과 기관장이 책임지고 개혁을 완수해 주세요. 3개월 후 다시 점검하겠습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17개 공공기관장들을 긴급 소집해 ‘공공기관 개혁추진상황 점검회의’를 가졌다. 이들 공기관과 관련된 장관들도 함께 불렀다. 앞서 해임제청권을 언급하며 장관들 ‘군기잡기’에 나선 이 총리는 이번엔 공공기관장들에게 위기감을 갖고 개혁에 매진하도록 엄포를 놓았다. 특히 주로 에너지 공기업의 기관장들을 모아 놓고, 앞서 부정부패 척결 과제 중 하나로 꼽았던 해외 자원 개발의 문제점을 다시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이 총리는 “현 상황이나 예상되는 문제를 ‘제로베이스’에 놓고 솔직해져야 한다”면서 “냉철하게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중대한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공공 개혁에 대한 각오를 보였다. 이어 “공공기관이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면 존립의 이유가 없다”면서 “주무 장관과 기관장이 책임지고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해외 자원 개발 관련 국정조사와 감사 등을 언급하며 “지난해만 살펴보지 말고 3~4년 전도 같이 해서 책임 소재를 가리는 쪽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된다”고 주문했다. 이 총리는 또 “공공기관의 부채(523조원)가 국가 채무(498조원)보다 많다”며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 개선 실적 점검을 대폭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성과연봉제 확산, 순환보직 개선, 기관장 중간평가제 도입 등도 강조한 뒤 “3개월 뒤에 다시 회의를 하겠다”고 못 박았다. 회의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한국전력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의 기관장들이 참석했다. 한편 감사원은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의 성과를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다음달 19일까지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3개 공기업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순천 기관장들 초등생 대상 ‘사감’ 나서

    순천 기관장들 초등생 대상 ‘사감’ 나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전남 순천 지역 기관장들이 매월 한 차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릴레이 ‘사감운동’을 펼친다. 사감운동이란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포옹운동의 줄임말로 순천형 힐링허그 운동이다. 24일 순천시에 따르면 사감운동이 학교생활에서 하나의 문화로 정착될 경우 최근 문제가 되는 학교 폭력·우울증·왕따 등을 예방하는 등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마음을 여는 습관을 들인다면 사회성·배려심 등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시민운동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첫 번째 참여자로 나선 조충훈 순천시장은 지난 23일 매안초등학교를 방문, 등굣길에 힐러가 되어 40여분간 학생들을 포옹하고 악수하는 사감운동을 펼쳤다. 포옹과 악수, 손을 흔드는 몸짓 운동으로 정감을 나눈다는 감성 충전 운동이다. 이날 학생들은 부끄럽기도 하지만, 서로 웃음을 짓고 기분이 좋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김모(6년)군은 “늦잠을 자서 아침밥도 못 먹고 급히 왔는데 높으신 분이 따뜻하게 안아주시니까 기분이 풀리고 좋았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읍·면·동장과 주민자치위원, 이·통장들은 월 2회 초등학생들에게 사감운동을 진행해 나간다. 조 시장은 “사감 운동은 어린이, 학생, 시민 등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문화 운동”이라며 “진심을 담아 안아 줄 수 있는 분이라면 누구든 함께할 수 있는 만큼 사람 중심의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技풍’ 당당 ‘技세’ 등등

    ‘技풍’ 당당 ‘技세’ 등등

    “옛날엔 ‘공돌이’라며 낮잡아 보는 사람도 적잖았죠. 그러나 요즘 공직사회에선 싹 달라졌습니다. 섬세한 면에서 오히려 행정직 뺨친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주변에서 칭찬이 아주 자자합니다.” 행정자치부에서 일하는 한 고위 간부는 20일 이렇게 말하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기술직들을 두고 한 얘기다. 신인사운영 3대 원칙에 걸맞게 차별 철폐와 발탁 인사 적극 활용, 소수를 배려하는 배치를 천명한 데 따른 현상이다. 먼저 장관 비서실에 시설직 사무관을 발령해 눈길을 끌고 있다. 7년차인 김민철(33·행정고시 51회) 비서가 행정부 사상 비서실 기술직 1호에 이름을 올린 주인공이다. 흔히 기관장과 가깝게 지내는 사람을 쓰지만 김 사무관은 정종섭 장관과 일면식도 없던 사이다. ●정종섭 장관 “직렬 따지지도 묻지도 마라”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에서 공직 첫발을 뗀 김 사무관은 앞서 주택정비과, 공공주택건설본부, 건축기획과를 거쳤다. 대학에선 건축학을 전공했다. 구만섭 비서실장은 “사안을 분석하는 데 눈에 띄게 빼어나다”며 김 사무관의 맹활약을 반겼다. 장관 일정을 관리하려면 정책들을 두루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업무엔 홍보 기능도 붙었다. 의사처럼 제대로 진단한 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를 순방하고 있는 정 장관은 “직렬이니 뭐니 따지지도, 묻지도 말고 괜찮은 사람이면 명단을 모두 뽑아 보라고 지시해 건진 보배”라고 맞장구를 쳤다. 비서직 채용 땐 5배수로 추천을 받아 장관 면접까지 거친다. 행자부는 앞서 국장급인 지방행정연수원 기획부장에 기술고시 20회 출신인 충남도청 남궁영(53) 기획관리실장을 깜짝 발령해 놀라게 만들었다. 남 실장은 충남도에서 농정유통과장에 이어 살림살이를 도맡는 총무과장을 지냈다. 과거엔 거의 전부를 행정직으로 채웠던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도 한경호(52·기술고시 20회) 지방분권국장을 임명해 소수 직렬 배려가 결코 일시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 핵심 업무를 다루는 전자정부정책과장에도 기술 서기관(황규철·43·기시 31회)이 뛰고 있다. 재정정책과 총괄업무 담당엔 전공과 너무 동떨어진 게 아니냐는 말까지 들을 법한 시설직 사무관(조형선·34·행시 52회)을 배치했다. ●행자부 5급 이상, 기술직 출신이 30% 이런 변화엔 소수 직렬에게서 쏟아지는 불만을 해소하려는 뜻도 담겼다. 늦은 승진 등 행정직들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행자부는 지난 13일 김주이(45·여·행시 39회) 공기업과장을 3급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홍보담당관실 최영선(38·5급 경력채용) 서기관은 첫 여성 온라인대변인이다. 이들을 비롯해 과장급 이상 여성 공무원 13명을 배치했다. 본부 국·과장 7명, 소속기관 6명이다. 정 장관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부터 행복해야 서비스 대상인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어디에서도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소수자를 배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행자부는 지난 13일 인사에서 3급 승진 심사 결과 8명 가운데 전산직과 시설직 각 1명을 발탁했다. 4급에서도 대상자 22명 중 7명(전산직 4명과 시설·공업·방송통신직 1명씩)을 승진시켰다. 현재 5급 이상을 따지면 행정직이 498명으로 69.7%, 기술직이 217명으로 30.3%를 차지한다. 임호철(57·7급 기사보 공채) 청사기획관은 부이사관에서 2년 2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한 계단 뛰어올라 기술직으론 보기 드물게 고위 공무원단 대열에 당당히 합류한 사례다. 행자부는 다음달 단행되는 전보인사 때도 사서직 등 소수 직렬의 본부 진입을 늘릴 예정이다. 불과 2년 전인 2013년 7월만 해도 당시 안전행정부 과장급 승진 인사에서 기술직 출신을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기술직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국민안전처가 인사혁신처와 함께 행자부에서 떨어져 나간 상황인데도 변화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가뜩이나 적은 기술직렬 자리를 기존대로 행정직으로 계속 채운다면 변화를 꿈꾸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시에선 2011년 행정직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인사과장에 기술직인 구아미(당시 48세·기시 29회) 전 상수도연구원장을 임명해 처음엔 의아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생물학을 전공한 환경직 고시파이기 때문이다. 이런 파격은 막연히 존재하던 행정·기술직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칸막이를 제거함으로써 과거 행정직 위주로만 이뤄지던 인사운영 시스템에 균형감을 싣자는 취지였다. 정부 부처는 기존 이공계 출신이 담당하던 토목, 시설, 안전 등 소관 부서마저 행정직에 쏠려 차별을 더 심화시켰다는 비난을 받던 터였다. 그러나 이제 사뭇 달라진 것이다. 이달 말 정부청사 4곳을 관리하는 방호직에서 사무관이 탄생한다는 점도 바뀐 분위기를 가늠하게 한다. 입법부인 국회사무처에선 2013년 이미 배출됐지만 행정부 방호직으론 처음이다. 정 장관 취임 이후 행자부는 ‘방호직’의 의견을 수렴해 직위 명칭을 ‘방호관’으로 바꾸고 5급 신설을 추진했다. 틀을 깬 기술직 전진 배치는 다른 부처에서도 돋보인다. 고용노동부(산하기관 제외)에선 과장급 이상 직위에 배치된 기술직 공무원이 7명이다. 모두 4급이다. 역시 행정직에 주로 해당하던 지방노동위원회 사무국장, 지방고용노동청 지청장, 산재예방보상정책국 산업안전과장과 산업보건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본부 기준)에선 과장 68명 가운데 10명이 기술직이다. 의사 3명, 약사 2명, 전산직 2명, 한의사 1명, 보건직 7급 출신 1명, 개방직(민간 보건) 1명이다. 2013년 말 현재 부처를 통틀어 기술직은 약 2만 3900명, 행정직은 9만 820명이다. 기술직 여성은 전체의 24.3%인 5810명에 이른다. 행정직 여성은 3만 185명이다. 정부는 차별 철폐를 위해 3급 이상 고위 간부에 대해 행정·기술직 구분을 없앴다. 부이사관 이상 직급은 1616명(여성 71명)이다. ●“승진 여전히 느려… 소수 직렬 배려 아직 부족” 행자부의 한 고위 간부는 “과거에 비춰 한층 높아진 기술직 공무원 선호도를 생각하면 다소 과장된 것인지 모르지만 도리어 절대다수라 할 행정직들 사이에 일종의 위기감과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등 뜻밖의 부대효과마저 나타난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기술직 간부 공무원은 “일정직위 이상에 소수 직렬이 많이 배치된다고 하면 마치 승진도 빠른 것처럼 비치지만 그렇지 않다”며 “근무 연한과 같은 구체적인 자료를 따지면 기술직 배려라고 해 봐야 여전히 부족해 능력을 인사의 잣대로 삼는다는 대원칙엔 아무래도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세종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공공·민생·경제금융 분야 집중… 국가재정 탕진 ‘총체적 메스’

    공공·민생·경제금융 분야 집중… 국가재정 탕진 ‘총체적 메스’

    정부가 기업과 금융 비리, 탈세 등 민생경제 관련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데 사정의 칼날을 맞췄다. 정부는 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장관급) 주재로 ‘부정부패 척결 관계기관회의’를 열고 공공, 민생, 경제·금융 등 3대 분야에서 우선 추진 과제를 정했다. 공익을 해치는 범죄에 대해선 그동안에도 집중했지만, 특히 이번엔 경제사범을 단속하는 기관을 두루 참여시킴으로써 국가재정을 좀먹는 비리를 일망타진하기로 했다. 추 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비정상적 적폐의 청산은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기반을 튼튼히 하고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위한 시대적 과업이며, 사회구조 개혁의 일환”이라고 강조하면서 “부정부패는 단호하게 척결하되 비리의 환부만을 정확히 제거함으로써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나 일상적인 국민 생업행위 등이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회의에는 법무부 차관,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국세청·관세청·경찰청 차장, 금감원 수석부원장, 부패척결추진단장(국무총리실 국무1차장) 등의 차관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각 기관은 부기관장을 책임관으로 하고 과제별 전담관을 지정, 조직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관계기관 사이의 정보 교환과 공조 수사 등 협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검찰청은 기업 비자금과 방위사업·해외자원개발, 지역 토착, 국가재정 손실 등과 관련된 비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정한 기업과 국가사업, 지역 등이 모두 수사의 대상인 셈이다. 국세청은 기업 자금의 국외 유출, 편법 상속·증여 등 변칙적 탈세 행위 등의 근절에 나선다. 관세청은 무역금융 관련 편취, 국외 재산도피 등 외환 비리 등에 집중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전자금융 관련 정보유출 및 해킹, 국부유출, 정책지원금 및 탈세 관련, 자금세탁 비리, 미공개 정보이용 등 부정거래행위 척결에 나서기로 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열린세상] ‘첨단 농업협동조합’을 기다린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첨단 농업협동조합’을 기다린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CHS. 미국 미네소타 세인트폴에 본사를 두고 세계 25개국에서 활동하는 포천 62위의 다국적 기업형 농업협동조합이다. 지난달 1조 2400억원의 영업이익과 5800억원의 배당액을 발표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영업이익을 냈고 그 절반을 조합 주인에게 돌려 주겠다는 말이다. 물론 영업이익이 협동조합 성과지표로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투자자 소유의 주식회사는 투자자를 위한 영업이익 최대화가 분명한 목적이다. 하지만 이용자 소유의 협동조합은 이용자의 경제, 사회, 문화적 필요 충족이 목적이어서 경우에 따라 원가경영으로 이익을 남기지 않는 것이 이용자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런데 CHS는 필요 충족을 요구하는 이용자와 영업이익을 원하는 투자자를 함께 가지고 있다. 소위 ‘신세대 농업협동조합’이다. 이런 CHS에 영업이익과 배당 발표는 축제가 분명하다. 1920년대 말 미국에서 유행했던 곡물 생산자와 유통업자, 농자재 공급자의 소규모 지역 농업협동조합 몇 개가 CHS의 모체다. 개별 조합이 그동안 사업영역을 변경하고 결정적 시기마다 인수·합병 등의 의사결정을 통해 1998년 오늘의 CHS를 구축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는 농업부문 경쟁 환경이 급변한 미국 농업협동조합 역사상 최대 변혁기였다. 적응하지 못한 많은 조합이 사라졌다. 이 시기에 CHS는 오히려 성장의 토대를 만든 것이다. 몇 가지 드러난 특징을 보자. 첫째, 소규모 지역농협들의 연합사업단 역할을 해 왔다. CHS 구성을 보면 개별 농업인 회원이 7만 7000명, 지역농협 회원이 1100개이다. 전국 60만 농업인이 CHS의 직·간접 주인이다. 소규모 지역농협들이 CHS 우산으로 모여 연합사업단을 만들어 성공한 셈이다. 둘째, 철저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농업인이 주인이라는 농업협동조합의 핵심 원칙은 지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정착시켰다. 지배구조가 이사회와 경영위원회로 단출한데, 이사회의 17인 이사 전원이 미국 전역 8개 지구를 대표하는 현역 농업인이고 6인의 최고경영진은 대부분 외부기업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현재 이사장은 오리건 주 농업인 빌렌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 농기업 몬산토 출신 카살레이다. 셋째, 조합공개를 시도했다. 전통적인 협동조합은 회원 출자금으로 운영하는데 CHS는 상환우선주를 발행해 나스닥에서 거래함으로써 외부 투자자금을 모았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이기 때문에 농업인 주인 원칙은 지켜진다. 대신 우선주를 구매한 외부투자자를 위해서는 영업이익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 넷째, 불황기 실적이 돋보인다.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진 2009년부터 최근 6년간 배당금 총액이 약 3조원에 이른다. 이는 1977년부터 2009년까지 33년간의 배당금과 맞먹는다. CHS를 일부에서 21세기 저성장시대의 기업모형으로 거론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사업영역 개척과 내부경영전략과 관련한 많은 특징이 있다. 위의 모든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9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살아 남기 위해 상황에 따라 본질적인 원칙 외에는 모두 바꿔 왔다는 것이다. ‘신세대 농업협동조합’인 이유이다. 한국에서는 며칠 전 전국 농림수산업 관련 1326개 조합이 조합장을 선출했다. 진풍경이었다. 부정선거 시비 등 후폭풍은 뒤로하더라도 조합이 민간 기업이라는 사실을 의심하게 했다. 기업마다 특색이 있고 사업방침이 다른데 어째서 CEO를 같은 방법으로 같은 날짜에 뽑는지 모르겠다. 경제적 기업의 CEO를 뽑는 것이 아니라 지방관청 기관장을 뽑는 것 같았다. 농협의 지역 분포를 보면 더욱 행정기관처럼 보인다. 경제적 동기보다는 지역적 체면 때문에 각 행정구역은 무조건 농협을 가져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환경변화를 따라야 한다. 과감한 통폐합과 규모 있는 연합 사업단 구성, 그것을 경영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투명한 외부개방 등을 CHS는 말해 준다. 일본도 중앙회와 지역농협의 연계를 새롭게 설정하면서 경쟁도입을 통한 농협개혁을 시작했다고 한다. 모두 타산지석이다. 한국 농협도 이제 신세대를 넘어 ‘첨단 농업협동조합’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21세기 한국 농업·농촌에 가장 적합한 기업모형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길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 “장·차관 후보 추천받아요” 고위공직자 국민추천제 시행

    인사혁신처가 중앙부처 장·차관 등 정무직, 과장급 이상 개방형 직위, 공공기관장 등 주요 직위의 공직 후보자를 국민에게 직접 추천받는 국민추천제를 18일부터 운영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자는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 홈페이지(www.hrdb.go.kr)에 들어가 추천할 직위의 경력과 자격을 확인한 다음 추천할 사람에 대한 정보, 추천자 본인의 인적 정보, 추천 사유를 입력하면 된다. 스스로를 추천해도 좋다. 인사처는 추천 인물에 대해 기재 내용의 사실 여부, 직무 적합성 판단, 개인정보 제공 동의 등의 절차를 거쳐 분야별로 분류하고, 각 부처의 주요 직위 공직 후보자로 활용한다. 현재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엔 25만 2455명에 대한 정보가 수록돼 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서울광장] 반칙의 사회/정기홍 논설위원

    [서울광장] 반칙의 사회/정기홍 논설위원

    50대 A씨는 기초단체장 선거에 두 번 얼굴을 내밀었다. 어느 정도의 지지층은 있지만 정당 공천을 받은 적이 없고, 때마다 막판에 특정 후보를 밀었다. A씨는 이후 공기업의 감사 자리에 앉았다. 60대의 전직 교수 B씨는 공직 주변을 기웃한 지 십수 년째다. 정부 산하의 기관장과 관변 협회장 자리를 세 번이나 꿰찼다. 공직 주변을 줄곧 맴돈 것이 큰 힘이 됐다. 언론사 간부였던 C씨는 ‘제2인생 지원서’를 썼지만 번번이 면접을 통과하지 못했다. 언론인 C1씨는 정부 산하기관의 비상임 임원들을 뽑는 공개 모집에 준비한 지원서를 낼 수 없었다. 공고가 나오 전에 특정인이 내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C씨는 그가 들러리만 섰다는 사실을 몰랐고, C1씨는 세상 물정을 눈치껏 알아낸 것 차이다. 요즘 세상, 작은 권모술수라도 끼고 있어야지 치성(致誠)을 드린들 직장 잡기란 쉽지만은 않다. 대한민국 땅에서 일상으로 보는 사례들이다. 지역과 학교의 인사 편중이나 사기업의 임원 선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 기관과 관변 단체의 모집 공고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고, 특정인의 ‘자리 잔치’가 되고 있는 민낯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의 폐해가 지탄을 받으며 공무원이 물러선 자리를 정치권, 즉 ‘정피아’(정치+마피아)가 노리면서 뒷거래는 더하다. 그동안 이들 자리는 퇴직 공무원의 차지였고, 절차보다 누가 어느 자리에 가느냐가 관심사였다. 지금은 공무원에게 언감생심의 자리가 됐다. 구도가 ‘관치’에서 ‘정치’로 바뀐 것이다. 여건이 이렇게 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공무원의 ‘퇴직자 2년 취업 제한’으로 이들이 갈 자리가 막혔으니 굳이 재촉해 채울 일은 아니다. 멸사봉공(滅私奉公)해 온 공직사회 입장에선 아직도 남 주기에 아까운 자리다. 느릿느릿, 노량으로 놔 둬도 인사에 손 놓은 윗선에서 토 달 리도 없다. 이 분위기 탓에 기관장 자리들은 비어 있고, 마땅한 공무원을 찾지 못한 단체의 장들은 임기를 넘기고 있다. 기관장 자리가 1년 가까이 공석인 곳도 있다. 이를 비집고 정피아가 채워 간다. 전직 공무원은 “자리를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에게 내주면 주도한 담당자는 두고두고 후배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퇴직한 선배 공직자를 찾고 돌고 돌아 결국 공무원이 앉게 될 것이란 말이다. 민간의 인사 전문가를 장으로 영입한 인사혁신처는 고위직의 개방형 자리 10개 가운데 1개를 민간에 넘기겠다고 했다. 민간인을 들러리로 세우지 않고 민간인끼리 경쟁하는 틀도 만들겠다고 한다. 곧이곧대로 믿어도 될까. 공무원이 비껴선 자리에서 능력 있는 민간이 순수하게 경쟁할 수 있을까. 인사처의 의지가 무색할 만큼 비상식의 꼼수와 반칙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인사에 외부 입김의 정도가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 시중의 시각이다. 최근 전직 장관의 언론 인터뷰 내용이 신선하다. 그는 장관직을 내려놓은 다음날 그동안 만났던 사람의 전화번호를 다 지웠다. 전원을 꺼놓고 3시간에 한 번씩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다. 60대인 그의 말처럼 36년간 ‘누릴 건 다 누린’ 그의 공직 생활을 일반인에게 갖다 붙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권력의 뒷자리를 기웃하는 이들이 지천인 요즘 그의 처신은 메시지를 던지기에 충분해 보인다. 사례를 더 보자. 정부 기관의 고위직 D씨는 비어 있는 기관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 오다가 전직 공무원이 내정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서 욕심을 접었다.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이기고 나서 전쟁에 나서고, 패하는 군대는 싸우면서 이김을 구한다’는 손자의 병법을 전한 그의 말 뒤끝이 쌉싸름하다. 무릇 내부 조직원이 이러할진대 일반인이 처지와 입장을 거론할 상황은 아니다. 대통령은 틈나면 ‘비정상의 정상화’를 언급하고 있다. 정상은 제대로인 거고, 반칙은 정상적인 것을 어기고 그 테두리를 벗어난 것이다. 저잣거리에서는 가진 자들의 불공정 행위와 반칙에 비아냥대고 성내고 있다. 사회의 상식이 화나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조롱의 시대’다. 인사가 반칙에 함몰돼서는 모처럼의 공직 인사 혁신의 의지는 고사하고 사회 개혁마저 헛일이 되고 만다. 정치권도, 공직 사회도 이제는 임파워먼트해져야 한다. 잘못된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 지금은 반칙의 사회다. hong@seoul.co.kr
  • [이슈&논쟁] 개방형 직위 절반 민간인 채용 의무화

    [이슈&논쟁] 개방형 직위 절반 민간인 채용 의무화

    인사혁신처가 공직 개방 확대를 통한 정부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개방형 직위의 50%를 민간인으로 채용하는 경력개방형 직위를 도입한다. 고위공무원 10명 중 1명, 과장급 20명 중 1명을 민간인으로 뽑는다는 구상이다. 개방형 제도의 취지와 달리 민간 전문가가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민간인 간 경쟁을 통해 공직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우수한 인재를 유인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관계 부처 협력과 국회 협의 등 독특한 공직문화에 제대로 적응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기관장의 조직 장악력이 약화되고 승진 기회가 축소될 것이라는 현실적인 불만도 만만찮다. 민간인 채용 확대에 따른 실효성도 면밀하게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의 찬반 의견을 들어 봤다. [贊] 진재구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 “공직 내 서열·순혈주의 극복하게 민간 능력자 스카우트 재량 줘야” 최근 정부는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할 공직사회 변화 및 공무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범정부 인사혁신 실천 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경력개방형 직위’의 도입이다. 경력개방형 직위는 공무원과 민간 경력자가 경쟁하는 개방형 직위의 절반을 순수 민간 경력자 끼리 경쟁하도록 할당하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개방형 임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늬만 개방형’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개방형 임용 제도를 실질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중하위직 공개경쟁 채용 시험을 통한 폐쇄형 임용과 내부 승진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직업공무원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 제도가 행정의 일관성과 계속성을 보장한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공직사회의 무사안일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부처 국과장급 직위의 10~20%를 민간에 개방하는 개방형 임용제도와 5급 공채 인원의 일부를 민간경력 채용으로 할당하는 등 제도를 보완해 왔다. 그러나 현재의 개방형 임용 제도는 과거 정부 부처별로 개방형 직위를 지정하고 선발하던 방식을 인사혁신처 중앙선발시험위원회로 선발 권한을 일원화하고 면접위원을 전원 민간위원으로 교체하는 등의 방식으로 바꾸는 등 나름대로 노력했음에도 실제 민간의 경쟁력 있는 전문가를 공직에 유인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직의 개방성 확대는 공개경쟁 채용 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 정부 인사제도 아래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공직 내 서열주의, 순혈주의로 인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논란의 핵심은 이번에 인사혁신처가 도입하기로 한 경력개방형 직위제도가 과연 민간의 유능한 전문가를 유치하는 데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가와 현직 공무원의 응모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이 과연 인사정책적으로 바람직한 것인가에 있다. 우선 순수 민간 경력자끼리만 제한 경쟁을 하도록 하는 경력 개방형 직위 지정은 현재의 개방형 임용 제도를 정착하지 못하게 하는 민간 지원자의 회의적인 시선, 즉 자신이 들러리를 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는 데는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각 부처에서 자체적으로 개방형 임용 심사를 하던 과거와 달리 인사혁신처 중앙선발시험위원회에서 민간위원들에 의한 면접으로 채용 방식을 변화시킨 후에 개방형 직위에 경쟁력 있는 민간 경력자의 지원이 증가한 것도 증거다. 그러나 아직도 각 부처의 개방형 직위 지정 사례를 보면 실제로 민간 경력자가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인사혁신처가 정한 비율을 채우기 위해 마지못해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사실상 권한이 별로 없는 한직을 지정하거나 정반대로 민간 부문의 경력보다는 정부 내 경력이 더욱 필요한 자리를 지정함으로써 민간의 경쟁력 있는 지원자가 나올 수 없는 구도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도입하기로 한 경력 개방형 직위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민간 경력자끼리만 경쟁하도록 하는 할당 방식의 도입에 더해 경쟁력 있는 민간 경력자를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직위를 경력 개방형 직위로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현직 공무원의 응모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인사정책적으로 바람직한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다. 개방형 직위 제도의 취지가 공직사회의 다양성과 경쟁력 확보에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 일종의 할당 방식인 경력 개방형 직위 지정을 통해 민간 경력자가 실질적으로 채용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 각 부처 인사권자가 능력 있는 민간 경력자를 능동적으로 스카우트할 수 있는 사실상의 재량권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사정책적 의의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反] 김한창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 “공직에 새바람·경쟁 필요하다면 별정직·박사 전문위원제 활용을” 개방형 직위가 공무원 중심으로 충원되면서 의무적으로 민간인 비율을 할당해 활성화하자는 극약 처방이 내려졌다. 개방형 직위 제도가 필요한 것일까.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역으로 생각하면 필요성이 없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당초 도입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반박을 피하기 힘들다. 개방형 직위는 거창한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논하지 않더라도 한국에서는 관료 실패라고 일컬어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에 중요성이 대두됐고, 초유의 상황이 도래하면서 대처할 만한 공직인사가 부재했기 때문에 정당성을 부여받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개방형 직위 제도는 직업공무원제에 반하는 비상시 처방인데 상시적 처방으로 제도화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진짜 혁신은 공무원의 속성상 한번 문서로 올라가서 제도화된 정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관료 관성에서 벗어나 개방형 직위 제도를 없애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개방형 직위가 공직 인사에 주는 비율을 단순하게 따져 보자. 2013년 기준 중앙정부 고위공무원단 정원은 991명으로 이 중 국장급이 659명이다. 과장급은 5606명이다. 개방형 직위는 고공단 166명, 과장급 244명 등 430명이다. 개방형 직위를 민간 전문가로 채용한다 해도 비율은 최대 6.9%다. 조직 전체에 미치는 효과보다는 해당 업무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개방형 직위에 근무하던 사람들의 평균 재직 연수는 4년 남짓이거나 길어야 6년 미만이다. 과연 그 자리에 들어간 민간인이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언제든 공직을 떠날 준비를 할 것이고 그런 노력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공직에는 특수경력직 공무원법이 있다. 정무직과 별정직 공무원이다. 또 시험은 봐야 되겠지만 일반직도 연구직, 지도직, 전담직위, 일반임기제, 전문임기제, 전문경력관, 한시 임기제 등이 운용되고 있다. 제도적으로 공무원 조직에서도 교육과 훈련, 직무연수를 통해 민간인 이상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게 돼야 하는 것이 혁신이다. 공직에 외부 충격과 견제, 경쟁을 갖도록 한다는 취지라면 개방형이 아니더라도 별정직을 확충하거나 위원회제도, 박사급 전문위원제도 등 다양한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개방형 직위 제도는 원점에서부터 검토할 시점이 됐다. 민간에 업무를 맡길 땐 민간이 더 잘하는 업무이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는 행정학의 정설이 됐다. 나아가 책임과 권한이 명확해야 한다. 사명감을 갖고 공직에 입문한 사람과 민간의 자유스러운 환경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사람의 본성이 다른데 그 다름을 이질적 영역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신중해야 하고 제도도 다르게 디자인해야 한다. 시대가 ‘짬짜면’을 원하는데 왜 자꾸 ‘짬뽕’을 원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현재 인사혁신처의 정책은 계급제를 깨뜨리자는 것인지 아니면 직위분류제를 시행하자는 것인지, 죽도 밥도 아니면서 혁신이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기우(杞憂)이겠지만 개방형 직위와 입직 경로의 다양성에 대한 혼선을 빚고 있는 건 아닌지 반문하고 싶다.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필기시험의 한계가 있다는 부분은 동감한다. 입직 경로의 다양성을 통해 공무원이 채용되면서 기본적 공무원의 소양을 가진 다양한 측면의 인재가 공직에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채용의 엄중함은 직업공무원제의 근본이며 한국 사회의 인프라이자 사회적 자본이고 국가의 근간이다. 혹시 인사혁신처가 내놓은 국민 인재라는 것이 인기영합적 ‘짬뽕’을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진짜 국민 인재를 내놓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교육혁신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하고 일정 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공직에 입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 [지금 대전청사에선] 차관급 인사설 확산… 정부 외청들 초긴장

    [지금 대전청사에선] 차관급 인사설 확산… 정부 외청들 초긴장

    3월 들어 차관급 인사설이 확산되면서 정부 외청들이 긴장하고 있다. 오는 18일이면 임기 3년차를 맞는 기관장들이 생겨나지만, 지금까지 외청장이 2년 이상 재임한 경우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 인사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정부 부처 유일의 책임운영기관인 김영민 특허청장의 임기(2년)도 17일로 끝나 인사가 소폭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정부대전청사 8개 외청에서 특허청장과 신원섭 산림청장,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박형수 통계청장, 박창명 병무청장 등 5명이 2013년 3월 현 정부 출범 당시 임명됐다. 관세·조달·문화재청은 앞서 기관장이 교체됐다. 외청 고위 공무원은 11일 “관피아법으로 퇴로가 차단된 공직사회의 인사 동맥경화 현상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인사설에 무게를 실었다. 이런 가운데 외청장으로 현직 공무원들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는 대전청사 기관장 가운데 5명이 학계와 연구원 등 외부에서 수혈됐다. 특허청장 인선 경쟁도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의 화두인 창조경제의 근간이 지식재산권, 특허라는 점에서 특허청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때 김 청장의 유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임기제 기관장의 연임 전례가 없고 ‘희망자’가 많아 교체로 가닥이 잡혔다는 후문이다. 내부적으로는 1977년 개청 이후 내부 인사의 첫 청장 배출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허청장은 그동안 총리실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이 임명됐다. 기재부 출신인 이수원 전 청장 이후 임명된 김호원 전 청장과 김영민 청장은 산업부 인사로 분류된다. 미래창조과학부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재 특허청장 후보로 산업부 K·P실장 등과 미래부 L실장, K단장, 특허청 차장 등 5~6명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청 내부에서는 조직 파워에서는 밀리지만 전문성을 내세워 내부 발탁 가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선거법 위반 징계위 지연 ‘솜방망이’ 처벌, 의원 면직 ‘꼼수’… 연금·퇴직수당도 챙겨

    선거법 위반 징계위 지연 ‘솜방망이’ 처벌, 의원 면직 ‘꼼수’… 연금·퇴직수당도 챙겨

    선거법을 위반한 공무원을 싸고도는 자치단체와 교육청의 행위가 천태만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국 244개 자치단체를 감사한 결과 처벌 감경, 징계위원회 지연, 중징계 규정 위반, 의원면직 혜택 등의 부적절한 사례를 확인하고 시정을 요구했다고 5일 밝혔다. 현행 ‘지방공무원 징계양정 규칙’은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를 금품수수, 성폭력·희롱, 음주운전 등과 함께 ‘감경’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했다. 그만큼 공무원의 정치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1~2013년 서울시 등 10개 지자체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 조치된 17건 가운데 자체 조사를 통해 9건은 무혐의 처리했고 징계위에 회부된 8건 중에서도 2건은 ‘표창감경’ 조치했다. 또 죄질이 낮은 ‘경고’ 조치 건수는 131건이었지만 징계위 회부는 42건에 그쳤고 그나마 8건은 ‘성실’ 또는 ‘적극 행정’ 등의 이유로 감경 혜택을 받았다. 과거에 상을 받았다거나 평소 성실히 근무하고 적극적인 행정을 펼쳤다는 게 감경 이유다. 강원도교육청 등 5개 교육청도 경고 13건 중에서 징계위 회부는 5건에 불과했고 그중 2건은 감경 처리했다. 아울러 행정기관장은 공무원의 선거법 위반 사실을 통보받으면 1개월 안에 징계위를 열고 의결 처리해야 하지만, 경고 조치를 받은 131건의 처리 일수는 평균 231일이었고 길게는 1년 반(568일)이나 지연시킨 사례도 있었다. 또 공무원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글을 올렸다가 적발된 10건에 대해서도 ‘정치운동 금지’ 규정이 아닌 ‘성실의무 위반’으로 판단해 중징계를 피하도록 했다. 인천시는 공무원 K씨가 현직 시장의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를 했다가 이듬해 2월부터 경찰의 조사를 받았으나, 규정에 따라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징계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즉시 의원면직 조치를 내렸다. 파면을 피함으로써 연금과 퇴직수당을 모두 챙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단독] ‘개방형 직위’ 메스… 고위공무원 10명 중 1명 민간인 뽑아야

    [단독] ‘개방형 직위’ 메스… 고위공무원 10명 중 1명 민간인 뽑아야

    앞으로 정부 부처 고위공무원 10명 중 1명, 과장 20명 중 1명은 반드시 일반인을 채용해야 한다. 부처마다 고위공무원 20%, 과장급 10%를 기존 공무원과 일반인을 아울러 공모하는 개방형 직위로 충원하도록 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을 반드시 일반인으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하기 때문이다. 5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인사혁신처가 이 같은 ‘경력개방형 직위’ 운영계획을 마무리 짓고 각 부처에 개방형 직위 조정계획을 마련해 6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제도 취지에 맞춰 개방형 직위를 전면 재조정할 계획으로, 최근 3회 공모에서 공무원만 임용됐거나 2회 공모 때 민간인 지원자가 2명 이하인 자리 등을 다른 직위로 교체하도록 했다. 이번 대책엔 민간 전문가가 개방형 직위 공모에서 ‘들러리’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 아예 지원하지 않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민간인끼리 경쟁하도록 만들자는 취지가 담겼다. 통합 운영하던 ‘개방·공모’ 직위도 폐지했다. 그동안 각 부처는 고위공무원단(고공단)은 10~20%, 과장급은 5~15% 범위 내에서 개방형 직위를 자율 운영했으나 원래 취지와 어긋나게 공무원으로 충원하는 비율이 너무 높아 마련한 대책이다. 예컨대 국장이 10명인 기관의 경우 민간 경쟁을 통해 1명, 민간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개방형 공모를 통해 1명을 선발해야 한다. 인사처 관계자는 “46개 부처, 430개 개방형 직위 중 일반인 채용은 64개에 불과했다”면서 “고공단엔 일반인 33명, 과장급에는 31명으로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공직 개방 확대를 통한 정부 경쟁력 강화가 속도를 내게 됐다. 정부는 민간 전문가 간 경쟁을 통한 선발로 공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우수한 인재를 유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사처는 6일까지 조정안을 제출하지 않는 부처에 대해 추가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진재구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직의 순혈주의 해소 및 다양한 경로를 통한 채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민간경력자가 공무원보다 잘할 수 있는 직위를 지정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 부처 공무원들은 정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가 영입 등 취지에는 공감한다. 공무원과 내부 출신이 임명돼 ‘무늬만 개방형’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제도의 개선 필요성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인만 지원할 수 있는 경력개방형 직위를 지정하는 데 대해 ‘옥상옥’, ‘불공정 경쟁’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7월 민간 전문가 수혈 확대를 위해 중앙선발심사위원회를 민간인으로 구성,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도 직위 조정 등 보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부처의 인사부서 관계자는 “민간이 효율적이고 일을 잘할 것이라고 전제된 황당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중앙부처 간부도 “공무원을 부도덕하고 능력 없는 집단으로 인식하는 듯해 씁쓸하다”면서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이라면 민간 출신과 경쟁할 수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업무에 대한 책임 소재도 대두됐다. 문제 발생 때 경력자는 나가면 그만이지만 피해는 국민이나 조직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선 공무원연금 개정과 관피아법 등으로 사기저하가 심각한 상황에서 승진 기회마저 줄어들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간부가 상대적으로 적은 외청에서는 상급기관의 인사 해소처로 전락할 수 있다는 고민이 심각하다. 외청 관계자는 “외부 개방직위 도입에 따른 후폭풍이 더 거셀 것”이라며 “외청의 전문성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고공단 승진 및 전보권에 대한 정부의 권한 강화에 이어 경력개방형 직위 도입 등으로 기관장의 조직 장악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서울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전발연 비리에 전북 감사 ‘후폭풍’

    전북의 싱크탱크인 전북발전연구원이 비리의 온상으로 드러나면서 전북도의 다른 산하 기관으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4일 전북도에 따르면 발전연구원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원칙 없는 예산 집행, 엉터리 연구보고서 작성 등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나자 다른 산하기관으로 감사를 확대하고 있다. 도는 공기업과 출연기관들의 부실, 방만 운영을 감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기관에서는 구조적인 비위 사실도 포착돼 집중 감사를 벌이고 있다. 도는 이번 감사를 통해 산하기관들의 운영을 혁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 산하 공기업과 출연기관은 전북발전연구원을 비롯해 전북개발공사, 전북신용보증재단, 경제통상진흥원, 테크노파크, 자동차기술원, 생물산업진흥원, 니트산업연구원, 여성교육문화센터, 인재육성재단, 남원의료원, 군산의료원 등 12개 기관이다. 한편 도는 산하기관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공기업·출연기관장들과 경영 성과 목표 협약식을 최근 가졌다. 도는 성과가 부진한 기관장 연봉을 삭감하기로 하는 등 기관장의 책임과 역할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생각나눔] ‘지휘선상 근무’를 아시나요?

    [생각나눔] ‘지휘선상 근무’를 아시나요?

    최근 인천 연수구 송도에서 근무하는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 고위간부들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 치안감인 해양경비안전국장만 빠졌다.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치안총감 아래 ‘별 둘’ 계급인 치안감 2명, 하나인 경무관 1명, 경찰서장급인 총경 12명을 거느린 해양경찰 조직이다. ‘별 넷’인 홍익태 본부장은 간담회에서 “국장급 간부를 점심시간 때도 일선에 남긴 게 바로 국민안전처 출범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웃었다. 국민안전처는 정월 대보름(5일)을 맞아 달집태우기 및 쥐불놀이로 인한 화재 등 각종 사고의 예방과 신속한 초기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소방관서 특별경계근무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관서장 ‘지휘선상 근무’를 강조했다. 비상연락체계를 유지하며 유사시 1시간 이내에 정위치에서 근무하거나 현장지휘가 가능한 장소에 위치해 근무하는 것을 가리킨다. 물론 신속한 초기대응을 위해서다. 특별경계근무는 4일 오전 9시부터 대보름 이튿날인 6일 오전 9시까지 48시간으로 예정돼 있다. 건강과 안녕을 비는 대보름 행사 때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등 풍습을 재현하느라 화재발생 가능성이 높아 해마다 내놓는 대책이다. 이에 따라 전국 소방관서(소방본부 19개, 소방서 200개)를 이끄는 기관장들은 평소보다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안전’이라는 최대 화두를 비웃듯 재난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더하다. 하지만 전시성 행정이란 불평도 적지 않다. 한 시민은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어디에 있든 지휘권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관건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시민은 “원격 회의도 가능한 세상이라지만 아주 제한적이라 소방관서 직원끼리 대면한 채 상황을 살펴보려는 자세를 좋게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사설] 권력기관장 영남 출신 쏠림 심각하다

    대통령의 출신지나 지지 기반이 관가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수십 년의 영남 정권 기간에 대구·경북(TK) 출신들이 정부 요직을 차지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았던 호남 출신 인사들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일종의 반작용이었던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한 뒤 국민은 반신반의하면서도 편중 인사가 해소되리라고 기대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모든 공직에 대탕평 인사를 할 것이며 한 지역이 아니라 모든 지역에 해당하는 100% 대한민국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또 올해 신년 회견에서도 “능력과 도덕성이 인사의 최우선”이라며 “특정 지역 특혜는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기대는 기대로 끝나고 말았다. 집권 3년차인 현재 대통령의 공약과는 정반대로 영남 출신들이 권력기관장과 국가 요직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과거 5공이나 호남 정권 당시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수준이다. 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공정거래위원회 등 이른바 ‘5대 권력기관’의 기관장은 모두 영남 출신이다. 야당이 조사한 결과 권력기관의 고위직 168명 가운데 42.3%가 영남 출신이다. 국가 의전 서열 1~10위 11명(9위인 국회부의장 2명) 중 영남 출신은 무려 8명으로 73%에 이른다. 국토가 좁은데도 지역 갈등이 격심하다. 영남 출신 대통령 아래에서 나라가 두 쪽이 났고 하나가 돼야 할 국론은 사분오열됐다. 이런 상황에서 탕평책은 절실한 과제다. 영남 대통령이라도 삼부 요인이나 권력기관장의 중책은 비영남권 인사들에게 맡김으로써 그 지역 국민의 소외감과 박탈감을 해소시켜야 한다. 그런데도 늘 탕평책은 말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공약을 식언하고 특정 지역 출신을 중용했다. 특정 지역이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인사의 폐해는 크다. 끼리끼리 뭉쳐 지역 이기주의에 함몰한다. 타 지역을 적대시함으로써 국토의 균형 발전을 저해한다. 지역에 상관없이 인재를 찾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물론 영남 출신 인사의 능력이 출중하다면 출신 지역을 탓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인사 파문만 이어졌을 뿐 전 국민의 존경을 받는 영남 인사를 손꼽으려 해야 꼽을 수 없다. 기계적인 지역 안배는 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출신 지역을 따져 가면서 인사를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 대통합을 위한 첫 번째 길이다. 비영남권에도 인재는 얼마든지 있다. 눈을 크게 뜨고 봐야 한다.
  • [사설] 군기 잡기식 장관 해임건의 옳지 않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공직사회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듯 강한 발언을 했다. 장·차관과 청장 등 기관장에 대해 연 2회 종합평가를 실시해 기강이 해이하고 성과가 부진할 경우 국무위원 해임건의권과 인사 조치를 포함한 지휘감독권을 엄정하게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국무위원 해임건의권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주어진 이상 총리의 정당한 권한 행사에 토를 달 이유는 없다. 자칫 타성에 젖기 쉬운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극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총리의 권한 행사는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책임총리’ 정신에도 부합한다는 점에서 반길 만한 일이다. 그러나 총리의 공언은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공허하게 들린다. 무엇보다 지금의 내각이 어쩌다 이렇게 존재감을 잃고 만성적인 무기력증에 빠지게 됐느냐 하는 근본 원인에 대한 성찰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확실한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국정 운영 스타일과 그에 따른 ‘받아쓰기 내각’ 체질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아무리 장·차관에게 채찍을 내리친들 기대한 성과는 얻기 어렵다. 내각을 통할할 총리로서 분위기 일신 차원에서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일 못하면 자른다’는 식의 ‘군기 잡기식’ 발언은 공직사회 전반의 사기만 떨어뜨릴 뿐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정부에 입각한 장관이 한둘이 아니다. 이 총리는 어제 국회에서 20대 총선 불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적당한 시점에 밝힐 것”이라고 했다. 이 총리뿐 아니라 장관직을 차지하고 있는 의원들의 입장도 거기서 거기라고 본다. 사정이 이러하니 총선 경력 관리용으로 장관을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비생산적인 ‘시한부 내각’이 될 공산이 큰 지금의 엉거주춤한 상황부터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진정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소통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인으로서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총리 스스로 밝혔듯 총리직을 마지막 공직으로 여긴다면 총선 출마에 대한 미련은 버리는 것이 마땅하다. 총선을 염두에 둔 국회의원 겸직 ‘실세’ 장관들이 즐비한 마당에 해임 건의 운운하는 것은 국민에게는 한갓 ‘정치쇼’로 비칠 뿐이다. 국회의원이든, 총리든, 장관이든 한 가지 일에만 매진하라는 게 여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총리부터 한 손의 ‘떡’은 내려놓는 본을 보여 주기 바란다. 그런 뒤에 장관 해임건의권을 행사해도 해야 할 것이다.
  • 첫 국무회의 주재 李총리 “일 못하는 장관 해임 건의”

    이완구 국무총리가 공무원 기강 확립을 위해 중앙행정기관 평가를 연 2회 실시하고 일 못하는 장관에 대해서는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활성화와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국정 동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고, 공직 기강이 바로 서지 않고서는 이 과제들을 이룰 수 없다”며 ▲공무원 기강 확립 ▲부정부패 척결 ▲활기찬 공직사회 분위기 조성을 3대 중점 과제로 선정했다. 이 총리는 “앞으로 장차관과 외청장의 노력과 성과를 상시 점검하고 연 2회 종합 평가를 실시하겠다”면서 “기강이 해이하고 성과가 부진한 행정기관과 기관장에 대해서는 총리가 지닌 국무위원 해임건의권과 지휘감독권을 엄정하게 행사하겠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국무조정실이 내부 조직인 정부업무평가실, 공직복무관리관 등의 기능을 활용해 평가 업무의 컨트롤타워를 맡기로 했다. 첫 번째 상반기 평가 결과는 오는 7, 8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리는 또 공직사회 혁신을 위한 민관 합동기구로 총리실 소속으로 인사혁신추진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안을 심의, 의결했다. 기존 인사혁신처와 별도로 공무원 인사정책에 관한 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범정부적 협력에 관한 사항을 협의할 인사혁신추진위는 국무조정실장을 포함한 정부위원과 총리가 위촉하는 민간위원 등 15~20명으로 구성된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사설] 경영 비효율 부추기는 공공기관 평가 문제 있다

    정부의 경영평가에 대비해 공공기관 10곳 중 8곳 이상이 별도의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어제 언론 보도에 따르면 62곳의 공기업과 준(準)정부기관 중 51개 기관이 경영평가 전담팀을 두고 있다. 별도 조직을 운영하는 인건비만 연간 3억 6000만원에 달한다. 경영 평가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접대와 연구용역 몰아주기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대 비용까지 더한다면 경영평가를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방만 경영을 해소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공기관들이 또 다른 불필요한 지출을 하도록 부추기는 셈이다. 공기업들이 경영평가에 매달리는 것은 평가 등급에 따라 직원이나 기관장의 성과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낮은 평가를 받으면 당연히 직원들의 성과급은 크게 준다. 기관장도 낙제점을 받으면 원칙적으로 퇴출 대상이 된다. 그러니 기를 쓰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양질의 보고서를 써내야 하고 이를 전담할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의 평가 기준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이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면 별도의 전담팀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이 바뀔 때마다 평가 기준도 크게 달라졌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독려하던 이명박 정부 때는 높은 등급을 받았던 에너지 공기업들이 정권이 바뀐 지난해 경영평가에서는 해외 투자로 인해 빚이 크게 늘면서 무더기로 낙제점을 받은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실사(實査)를 하지 않고 보고서에만 의존해 평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일수록 보고서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불리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불만도 일리가 있다. 미흡한 평가 방식으로 인해 해마다 평가 결과가 발표되고 나면 낮은 평가를 받은 공공기관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는다. 좋은 취지에서 출발한 경영평가이지만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는 데다 일부 평가위원들이 갑(甲)질 행세도 한다고 하니, 이런 평가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의구심도 든다. ‘철밥통’ 관행이 뿌리박힌 공공기관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공공기관 평가는 해야 한다. 하지만 평가위원이 더 전문성을 갖추도록 해야 하며 평가지표도 객관화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단기적인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보다는 장기 사업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평가 방식을 손볼 필요도 있다.
  • 전직 정보기관장 ‘오욕사’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1심과 달리 9일 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돼 법정구속되면서 전직 정보기관장의 ‘오욕사’도 이어지게 됐다. 국정원을 포함해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후 지금까지 모두 30명의 수장이 중정과 안기부, 국정원을 거쳤다. 이 중 전두환, 유학성, 장세동, 안무혁, 이현우 등 5·6공화국 시절 안기부장들은 군사 반란과 비자금 사건 등에 연루돼 사법 처리됐다. ‘김대중 용공 조작’ ‘북풍 공작’ 등의 각종 공안 사건과 안기부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됐던 권영해 전 부장은 징역 7년 10개월을 선고받았다. 특히 권 전 부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흉기로 자해 소동을 벌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국정원장을 지낸 이종찬 전 원장은 언론 장악 시나리오를 담은 언론 대책 문건 유출 파문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천용택 전 원장은 불법 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을 활용한 의혹으로 역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불법 도·감청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임동원, 신건 전 원장은 각각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형이 확정된 지 4일 만에 대통령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김만복 전 원장은 일본 월간지 ‘세카이’에 재임 시절 대북협상과 관련한 일화를 기고해 비밀 누설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비록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에서 제명당하는 수난을 당했다. 퇴임 후 곧바로 출국금지를 당하고 최단 시간 내 검찰에 소환된 그가 2심에서 대선 개입 혐의가 인정돼 법정구속되면서 정권 교체 후 정보기관장 사법 처리라는 악순환도 되풀이됐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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