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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기업소득환류정책의 한계/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열린세상] 기업소득환류정책의 한계/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지수도 2060선을 횡보하고 있고 코스닥지수 역시 550선으로 회복되고 있다. 환율도 아직은 달러당 1030원 선을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지표 개선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평가나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최 부총리도 “지도에 없는 길을 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고백할 정도로 한국경제는 지금 복합적인 무기력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면서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그 결과 주력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이 하강하고 있는 현재의 추세는 1990년대 초 일본이 20년의 장기 불황을 맞이하였던 때와 너무도 유사하다. 최 경제팀은 기본적으로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진작에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현금을 쌓아 놓고 투자를 안 하는 기업에 대해 근로소득 증대나 배당소득 증대를 도모하지 않으면 기업소득환류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며 내년부터 박근혜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이러한 정책을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 구상은 ‘한국경제의 병’에 대한 올바른 진단임에 틀림없다. 지금 한국경제는 투자를 못하고 있는 중병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단은 맞게 하였지만 처방으로 내세운 일련의 가계소득증대정책은 너무 졸속하게 구상돼 있어 정책 상호 간의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 이번에 발표된 가계소득증대세제 3대 패키지(기업소득환류세 부과, 근로소득증대세제혜택, 배당소득증대세제혜택)가 갖는 치명적인 문제점은 투자 부진에 대한 책임을 일부 우량 대기업에 떠넘기고 이들 기업이 예비적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유보액에 대해 일종의 벌과금을 부과하겠다는 발상이다. 공부를 잘해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에게 너는 왜 더 많은 시간을 다른 친구들과의 공동수업에 할애하지 않았느냐고 꾸짖는 것과 같은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해운·조선산업의 많은 대기업들이 정책금융 지원으로도 살아남지 못하고 아직까지 법정관리 상태에 있다. 이와 같은 전 세계적 불황에서 선전한 효자기업, 효자산업에 대해 정부는 페널티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경제정책이 자본주의의 시장 원칙을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처음에는 대중의 인기를 얻을지 모르지만 정책의 생명은 오래가지 못하게 된다. 이번에 발표된 가계소득증대세제패키지의 또 다른 치명적인 결함은 내부 합치성의 결여에 있다. 현금보유액을 털어 임금을 인상시켜 주는 중소기업(대기업)에는 10%(5%)의 법인세를 공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법인세를 부과하고 또 공제해 주며 그래도 현금이 쌓여 있는 기업에는 환류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제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병 주고 약 주는 조세정책이 되고 말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배당이 늘어난 대주주는 배당소득세율을 31%에서 25%로 6% 포인트 낮춰주고 소액주주는 14%에서 9%로 5% 포인트 낮춰 준다고 한다. 이러한 이중적인 배당소득세율 인하정책이 과연 배당소득과는 하등 상관없는 임금근로자, 중소자영업자의 소득증대, 소비증대 그리고 최종적인 기업의 투자증대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한편 추진되고 있는 부동산대출 규제완화 정책 역시 가계대출 문제를 악화시켜 가계소득의 증대는커녕 가처분소득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경제에는 무상급식이 없듯이 경제정책에도 기적적인 종합선물세트로서의 정책조합은 없다. 한국경제의 ‘투자부진’이라는 병의 근본 원인은 주력 수출산업과 수출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들은 이미 임금을 올려줄 수 있을 만큼 올려준 만큼 급속히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고 여러 가지 형태의 투자에 대한 규제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한국생산성본부의 취업자당 전산업(농림어업ㆍ공공행정ㆍ가사서비스업 제외) 노동생산성 통계를 보면 2000~2007년 동안의 연평균 4.5%씩 증가했던 1인당 노동생산성(산업생산지수/총근로자수)이 2010~13년 동안에는 연평균 -0.8%로 감소했다. 한국경제의 당면 문제는 임금소득의 저환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초과환류에 있는 것이다.
  • 청소년 시기, 우유를 많이 마셔야 하는 이유는?

    청소년 시기, 우유를 많이 마셔야 하는 이유는?

    우유는 건강식품으로 손꼽히며 유아 때부터 청소년기 때까지 꼭 섭취해야 할 식품으로 여겨왔다. 특히 영양학적으로 특별한 식품으로 인식되며 영국, 미국과 같은 낙농선진국을 비롯한 전 세계 약 45여개 국가에서는 학교우유 급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청소년의 체위향상과 건강 유지를 위해 1981년부터 학교급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청소년 때 우유를 많이 섭취하도록 권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유가 타 식품에 비해서 칼슘을 풍부하게 공급할 수 있는 급원이기 때문. 뉴질랜드 더니든 병원의 알리사 골딩 박사는 ‘우유가 어린이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 우유를 즐겨먹는 어린이가 성장 발육이 좋은 것을 확인하고, 우유가 키를 크게 하는 성장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우유를 먹지 않는 어린이 50명과 우유를 규칙적으로 마시는 어린이 200명을 대상으로 하루 칼슘 섭취량, 뼈의 무기질 함유량, 골격 크기, 키 등을 비교해 본 결과 우유를 마시는 어린이들의 뼈 크기가 크고 뼈에 함유된 무기질 함량도 많다고 보고했다. 또한 우유를 마시지 않는 어린이 50명 중 4명만이 적절한 칼슘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팔 골절률이 우유를 마시는 어린이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연구는 우유를 마시는 어린이들이 뼈 건강이 좋다는 것과 어린이의 정상적인 키 성장을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우유를 마셔야 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유과학연구회에서 발간한 ‘우유 한잔의 과학’ 서적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서울 소재 초등학생 793명을 대상으로 3일동안 식생활 및 신장, 체중, 체성분 골무기질량과 고밀도 등의 신체계측을 조사한 결과, 고학년 여자어린이의 경우 우유 및 유제품을 많이 섭취한 어린이가 적게 섭취한 어린이에 비해 골밀도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우유가 큰 키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네덜란드인들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키를 자랑하는 네덜란드는 어렸을 때부터 적당량의 우유를 꾸준히 마시는 것이 습관화 되어있을 뿐 아니라 세계 제일의 우유 소비국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최근 평균 신장이 10cm 정도 더 커졌는데, 그 이유로 우유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우유는 다른 식품에 비해 약 2~3배 이상 흡수율이 높아 성장기 어린이에게 효율적인 칼슘을 공급하기도 한다. 멸치, 채소, 과일에도 많은 양의 칼슘이 존재하지만 녹색채소의 경우 우유의 2배 이상이 되는 칼슘이 들어있음에도 체내 흡수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우유를 마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청소년 시기, 하루 우유 권장량은 어느 정도일까? 청소년 시기에는 남자 900mg, 여자 800mg의 칼슘 섭취를 권장하고 있으며, 우유 한 잔(200㎖)에는 칼슘 200㎎이 함유돼 있다. 그러므로 우유 500㎖를 섭취하고, 나머지 칼슘은 유제품(치즈, 요구르트), 짙은 녹색채소(시금치, 브로콜리), 두부, 멸치 등으로 보충하면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들은 칼슘 권장량에 비해 심하게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인제대의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 교수팀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소아청소년 7233명(남아 3973명, 여아 3260명)을 분석한 결과, 75%가 칼슘섭취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미정 교수는 “칼슘이 부족하게 되면 혈액 내의 칼슘을 유지하기 위해 뼈에 저장된 칼슘이 빠져나가 뼈가 약해지고 성장이 안되며 다양한 질환들이 생긴다”며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70.3%가 칼슘부족으로 조사돼 성인들도 칼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줌 인 서울] 다문화 여성들 전문인력으로 키운다

    [줌 인 서울] 다문화 여성들 전문인력으로 키운다

    “좋은 직업을 갖게 돼 마음이 뿌듯하고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도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어요.” 베트남 출신인 응웬티 띠엡(25·여)씨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결혼 이주여성 가운데 첫 번째로 여행사에 취업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2008년 8월 결혼해 입국한 띠엡씨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다문화 이해 교육, 베트남어 계약직 강사를 하며 전문직 취업을 꿈꿨다. 그러던 중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의 소개로 서울시 주관 관광통역안내사 육성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자격증 시험에서 한 차례 낙방한 뒤 재도전해 올 6월 마침내 합격증을 땄고, 지난달에는 국내 최대 여행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 띠엡씨는 “앞으로 관광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에도 진학해 일과 공부를 병행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띠엡씨의 경우 서울시가 육성·지원하는 결혼 이주여성 전문인력 양성 과정의 첫 취업사례다. 시내 다문화가족의 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는 44.4%나 된다. 특히 결혼이민자·귀화자 중 취업자가 64%이지만, 3분의 1 정도가 단순노무직이다. 미취업자의 76.5%는 취업을 희망한다. 서울시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관광통역안내사협회와 연계해 지난해부터 이들의 취업을 위한 교육과정을 꾸렸다. 지난해 교육과정 수료자 대상으로 집중교육을 한 결과 올해 2명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베트남어)을 취득했다. 또한 서울시는 지난달 10일 청사 시민청에서 ‘결혼이주여성 취·창업 박람회’를 열었다. 결혼 이주여성 200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이를 통해 우즈베키스탄 출신 우타바에바 니루파르(34)씨가 유명 성형외과에 취업하는 등 2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니루파르씨는 “공장 일을 하면서 힘들었는데 한국에서 병원을 찾는 고국 사람들을 위해 일하게 돼 뿌듯하다”며 웃었다. 이 밖에 서울시는 결혼 이주여성 취업 또는 창업을 위해 산모관리마스터 양성과정, 호텔룸어텐던트 양성 과정, 아동급식 전문가 등 6개 사업을 추가로 추진 중이다. 올 3월에는 영어·중국어·일본어·몽골어·베트남어 등 서울통신원 11명을 선발해 통·번역 등 외국인 주민을 위한 서비스도 넓혔다.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지금껏 결혼 이주 여성들의 경우 단순 노무직에서 일하기 일쑤였지만, 앞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적극적으로 제공해 전문인력을 늘려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남경필 지사의 ‘지방자치 연정’ 첫 결실

    남경필 지사의 ‘지방자치 연정’ 첫 결실

    대한민국 최초로 경기도에서 시도되는 ‘지방자치 연정’이 8부 능선을 넘었다. 경기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책협의회(연정정책협의회)에 참여하는 도의회 새누리당 이승철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김현삼 대표는 5일 20개 사항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새정치연합은 큰 틀에서 연정 합의를 이끌어 냄에 따라 이번 주 사회통합(정무)부지사를 남경필 경기지사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합의문에는 그동안 의견 차이가 컸던 ‘생활임금 조례’ 등 4개 조례의 취지를 여야가 공감한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등 새정치연합의 요구 사항이 상당수 반영됐다. 새정치연합이 다수당인 도의회가 4개 조례를 재의결하자 김문수 전 지사는 재임 마지막 날인 6월 30일 대법원에 제소, 갈등을 빚어왔다. 여야는 4개 조례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취하하고 대신 도의회는 이들 조례를 수정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는 또 친환경 무상급식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규칙을 제정하기로 했다. 인사혁신을 위한 기구를 만들고 고위공무원과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도 하기로 했다. 재정 건전성 강화와 예산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 ‘경기도 재정 전략회의’를 신설하고 ‘경기 연정 예산 가계부’도 만들기로 했다. 남 지사의 공약 실현과 관련한 사항도 합의문에 다수 포함됐다. 여야는 아름다운 마을공동체 복원과 따복마을(따뜻하고 복된 마을 공동체) 조성에 최대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마을공동체를 위한 공간을 도가 마련하고 활용과 운영은 주민자치에 맡겨 사회적 일자리 등 주민 요구사항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여야는 빅데이터 무료 컨설팅 서비스인 빅파이 프로젝트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빅파이(BigFi· Big-data와 Free-information 합성어) 프로젝트는 도와 31개 시·군, 26개 도 산하기관에 산재한 정보를 통합해 도민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남 지사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이 밖에 전국적인 연대를 통해 지방장관 혹은 정무부지사를 확대하고 지방의원이 이를 겸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야는 안산시를 ‘사람 중심 희망도시’로 만들기 위한 특별법 제정, 0.59%인 일자리 예산 2%까지 확대, 보육교사·사회복지사 처우 개선, 경기북부 발전을 위한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쌍둥이 개성공단 조성, 도 소속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등에도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연정정책협의회는 여야의 전·현직 국회의원과 도의원 등 5명씩 모두 10명으로 꾸려졌다. 지난 6월 18일 첫 모임을 했고 이날이 5차 모임이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윤일병 구타사망 파문] 인분 묻은 손 입에 넣고, 식칼로 면도질…약자에 잔혹

    [윤일병 구타사망 파문] 인분 묻은 손 입에 넣고, 식칼로 면도질…약자에 잔혹

    군 당국이 여러 차례 병영문화 개선 대책을 내놨지만 군내 인권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전투형 군대 육성에 초점을 맞춰 온 군 당국이 병사들을 바라보는 근본 인식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약자에게 잔혹한 병영폭력을 예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4월 선임병들의 구타로 사망한 28사단 윤모(21) 일병은 마대자루로 맞고 가래침을 핥아먹도록 강요받았다. 하지만 병영 내 인권침해 사례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4일 육군 6사단의 한 의무부대 이병이 2012년 10월부터 6개월간 선임 3명으로부터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지속적인 성추행과 가혹행위를 당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가해자들은 양쪽 다리를 잡고 발바닥으로 성기를 문지르는 행위(일명 ‘오토바이’)를 하거나 성기를 베개로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육군의 한 중위는 식칼로 부하의 얼굴을 면도질하다 적발돼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특히 2005년 1월 논산 육군훈련소에서는 훈련소 중대장이 화장실이 더럽다며 중대원 192명에게 인분이 묻은 손을 입에 넣도록 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군 당국이 내세운 병영문화 대책은 땜질식 처방에 그쳐 뿌리 깊은 병영폭력을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국방부는 2000년 2월 국방개혁추진위원회가 신병영문화 창달 추진계획을 발표했고 육군은 2003년 8월 각 부대에 하달한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통해 분대장을 제외한 병사들끼리는 명령이나 지시, 간섭을 할 수 없도록 했다. 2005년 10월에는 선진병영문화 비전을 발표해 야간 점호를 없앴다. 하지만 2011년 7월 김포 해병대에서 발생한 관심병사의 총기난사 사건에서 보듯 병영 내 왕따와 구타 행위는 하향식 행정 개선만으로는 근절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는 군 당국의 시각이 병사들의 눈높이가 아닌 지휘관 중심에 머무른다는 한계를 반영한다. 또한 군이 인권침해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부대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입막음하는 관행도 적폐로 지적된다. 군의 한 관계자는 “선임병이 후임병을 꽉 잡고 있어야 부대가 잘 돌아간다는 간부들의 인식도 남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병 인권에 대한 군 당국의 낮은 인식은 간부들과 병사들의 인간관계 단절과 상호 불신에도 원인이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병사들의 낮은 복무 동기는 간부들과 병사 간의 단절에도 원인이 있다. 간부들의 36.3%는 병사들이 이기적이고 배타적이라고 답변했다.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라는 답변도 24.6%나 됐다. 양자 간의 단절감이 병영생활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군은 장병들의 복무여건 개선을 강조하면서 병사 봉급 15% 인상, 병영 내 민간조리원 확대, 기본 급식비 6.5% 인상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인권과 관련해서는 현재 전 군에 246명인 병영생활관 전문 상담관을 내년까지 271명으로 늘리고 군 법무관이 겸직하는 인권 교관을 두세 배 늘리겠다는 등 관련 보직 확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전담 요원이 아니고 군 법무관이 겸직하는 인권 교관을 어떻게 신뢰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국방부 장관 보좌관을 지낸 김종대 디펜스 21플러스 편집장은 “군이 지난 4년여간 전투형 군대를 만든다고 공언하면서 운영했던 시책들이 총체적인 난관에 부딪힌 것”이라며 “군이 수능성적에 치이고 약육강식의 사회 구조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20대 청년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총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서울교육청, 학교운영비도 326억 삭감

    심각한 재정 부족으로 9월 고교연합학력평가를 취소한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보낼 학교운영비까지 삭감했다. 연초 배정된 예산으로 연간 계획을 세웠던 일선 학교들은 비상이 걸렸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관내 공립 초·중·고교에 “심각한 재정 결손으로 지난 1월 통보한 예산안에서 학교운영비를 감액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달 30일 내려보냈다. 시교육청은 사립학교에도 조만간 같은 내용을 통보할 계획이다. 학교운영비는 학교별로 시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시설관리 및 개보수 비용 등으로 사용된다. 올해 학교운영비 예산 6600여억원 중 삭감규모는 326억여원으로, 1200개 서울시내 초·중·고교당 평균 500만원 정도다. 시교육청이 학교운영비를 삭감한 것은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운영 등 각종 공약사업으로 예산의 가용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각 학교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대부분 학교운영비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냉·난방 비용을 줄이거나 시설 개보수 등을 미룰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운영비 감축이 곧 학생들의 교육 여건 악화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운영비 감축으로도 재정 부족이 해결되지 않아 추가적으로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누리과정에 돈 다 써… 시험까지 취소

    누리과정에 돈 다 써… 시험까지 취소

    서울 시내 고교생들이 서울시교육청 예산 부족으로 오는 9월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되는 학력평가를 보지 못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누리과정(3~5세 어린이 교육비 지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인 무상급식에 시교육청 예산을 많이 쓴 결과다. 노후된 학교시설 개보수 등 시급한 예산마저 제대로 편성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에 10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서울 교육이 ‘공약 몸살’에 시달리고 있다. 3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최근 시내 각 고교에 “9월 3일로 예정된 고 1·2 전국연합평가는 예산사정 악화로 시행되지 못함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추경예산을 편성해 11월 시험은 정상적으로 치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의 예산이 7조 4391억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억원이 되지 않는 학력평가 비용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시교육청 측은 “인건비 등 손을 댈 수 없는 고정비용이 64.6%인 상황에서 각종 교육사업비가 증가하면서 다른 예산들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전체 예산의 20.6%를 차지하는 교육사업비는 대부분 박 대통령의 공약 사업인 누리과정과 초등돌봄교실, 박 시장의 공약 사업인 무상급식에 사용된다. 누리과정은 지난해 2319억 9900만원에서 올해 5473억 3600만원으로 135.9%나 늘었고, 초등돌봄교실에도 올해 446억 3000만원이 투입된다. 무상급식 역시 2278억 7200만원을 차지한다.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예산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학교 시설 예산이 심각한 문제다. 올해 시교육청이 신청한 시설사업비 2221억 2100만원 중 실제 반영된 것은 1172억 900만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묻지마식 공약’이 시교육청 예산 부족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교육연구원 관계자는 “누리과정이나 무상급식은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하면서 예산은 대부분 시교육청에서 내도록 하고 있다”면서 “정작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들이 뒤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 김양호 강원 삼척시장

    [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 김양호 강원 삼척시장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백지화하고 청정에너지 친환경도시로 탈바꿈시키겠습니다.” 김양호(52) 강원 삼척시장은 29일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백지화’ 행보를 본격화하고 대신 청정에너지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수년 동안 지역 혼란의 원인이 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새로운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힘쓸 작정이다. 김 시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다시피 원전이 도심 가까이에 건설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고 시민들도 백지화를 원한다”며 “이 같은 민심을 바탕으로 정부에 삼척 원전 백지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8월에 의회의 동의를 얻어 8~9월 중 원전 건설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할 계획이다. 정부의 원전계획이 연말까지 확정되는 일정을 감안해 이전에 모든 절차를 밟아 백지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후 삼척을 살리기 위해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청정 삼척이 되도록 신재생에너지를 대체 산업으로 육성, 고용창출 효과를 이끌어 낼 심산이다. 기본적으로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도시 건설에 초점을 두겠다는 게 김 시장의 뜻이다. 이를 위해 임원 자연휴양림과 같은 대규모 힐링 숲 조성에 나서고 오십천 수변 생태문화공원 조성, 해양레포츠단지 조성, 이사부 광장 재정비 등 도심권을 해양 휴식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내륙권에는 자연생태숲, 산촌문화체험 관광단지 및 관광마을 육성으로 주민소득과 연계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에 정성을 기울일 방침이다. 그는 또 “삼척을 교육이 살아나고 문화와 예술이 넘쳐 나는 전통 예향도시로 가꾸겠다”고 밝혔다. 인재육성관 건립과 육영재단 설립, 내년까지 고교 무상급식·교육 확대 등의 뜻도 내비쳤다. 귀농·귀촌지원센터 설립과 농산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 6차산업 생태 농가마을 조성, 삼척산 농수축산물의 브랜드화 사업, 어촌 정주어항의 4계절 체험관광어항 개발 등을 통해 살기 좋은 농산어촌 개발에도 나선다. 삼척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사람 죽여보고 싶었다”… 日 여고생 같은 반 친구 살해 충격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같은 반 여학생 친구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 일본이 충격에 빠졌다. 범행 동기에 대해 그냥 한번 죽여보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은 더 크다. 28일 일본 언론들은 지난 27일 오전 3시 20분쯤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의 한 아파트에서 고교 1년생인 15살 마쓰오 아이와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발견 당시 마쓰오의 신체 일부는 절단된 상태였다. 즉각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마쓰오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급생 A(16)양을 살인 등의 혐의로 체포,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양은 사건 전날인 26일 밖에서 마쓰오와 함께 놀다가 집으로 들어간 뒤 금속 공구로 마쓰오의 머리를 여러 차례 때려 쓰러뜨린 뒤 목 졸라 살해했다. NHK는 A양의 범행 동기에 대해 “사람을 한번 죽여보고 싶었다”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양의 정신상태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교도통신은 A양의 어머니가 지난해 먼저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가 재혼한 상태에서 지난 4월부터 홀로 아파트에 살면서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시절 급식에 이물질을 넣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고 작은 동물을 해부한 적도 있었다. 마쓰오는 밝은 성격으로 학교에서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으며,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고 서예를 배우면서 문학 전공을 꿈꿨던 평범한 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양과 마쓰오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이어서 함께 다니면서 아주 친해진 사이였고, 특별히 둘 사이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사건 소식이 알려지자 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1학년 학생들은 28일 학교 밖 학습 일정이 있었으나 여러 학생들이 결석하면서 외부 수업 일정이 취소됐다. 마이니치 신문은 “2004년 초등학교 6학년생의 동급생 살해 사건 이후 지역 학교들이 모두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교육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충격과 허탈감은 더 크다”고 보도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톡톡 경제콘서트] 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 왜 다를까

    [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톡톡 경제콘서트] 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 왜 다를까

    소비자들은 가격과 물가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가격이란 개별 상품(재화 및 서비스)의 가치를 화폐로 표시한 것이며 물가란 여러 상품의 가격을 종합한 평균 개념이다. 즉 물가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개별 상품의 가격에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고 이를 평균(가중평균)한 종합적인 가격수준이다. 이를 지수로 나타낸 것이 물가지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표되는 주요 물가지수에는 소비자, 생산자 및 수출입물가지수가 있다. 물가지수들은 시차를 두고 서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원유도입가격(수입물가)이 오르면 정유사가 국내에 파는 석유제품가격(생산자물가)이 전반적으로 오르게 되고 이에 따라 소비자가 구입하는 휘발유가격(소비자물가)도 오른다. 소비자물가는 도시 가계의 평균적인 생계비 내지는 구매력 변동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에 가장 근접한 물가지수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2013년 중 전년 대비 1.3% 올라 1999년(0.8%)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으며 올 들어서도 6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1%대 상승에 그쳤다. 또한 소비자들이 자주 사는 신선식품이나 생활필수품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돌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체감물가는 이런 공식 물가 수준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상품 구성과 상품별 가중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는 모든 상품의 가격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가계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품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다. 현재는 2010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액 중 1만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481개 품목을 선정한 뒤 상품별로 가중치를 부여하고 이를 평균해 지수를 작성한다. 소비지출액에 따라 부여되는 가중치는 개별 상품의 지수 내 중요도를 의미한다. 즉 가격변동이 같은 경우 가중치가 큰 상품이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평균적인 물가변동을 측정한다. 체감물가는 가구별로 자주 사는 상품들의 가격변동을 소비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물가로, 주로 소비하는 상품 구성이 다를 경우 체감물가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의류·신발은 4.6%, 주택·수도·전기·연료는 3.0%씩 올랐다. 따라서 이 부문의 지출이 많았던 가구의 체감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1.7%)보다 높았다. 반면 주류 및 담배(-0.2%), 교통(-0.1%) 부문의 지출 비중이 높은 가구의 체감물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소비자물가 중 주택임차료(전·월세)의 가중치는 약 10%로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지만 자기 집에 사는 소비자는 이들 품목의 가격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가구주 연령대별로도 체감물가는 달라진다. 40대는 교육비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관련 항목의 가격변동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유치원 및 초등교육비는 지난달 1년 전보다 6.0% 올랐다. 이에 따라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을 둔 가구가 느끼는 체감물가는 공식물가상승률(1.7%)의 몇 배에 달한다. 둘째, 가격비교 시점이 다르다. 소비자물가는 2010년 가격을 기준으로 전월 또는 전년 동월과 비교한 등락률로 발표된다. 그러나 소비자는 과거에 제품을 샀던 시점이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쌌던 시점과 비교해 발표되는 물가지수가 낮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동차, 냉장고, 가구 등과 같이 구입 주기가 긴 내구재의 경우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물가는 더 높다. 예를 들어 중형승용차는 한 달 전(-0.8%)이나 1년 전(-0.2%)보다는 값이 내렸으나 4년 전인 2010년보다는 0.3%, 10년 전보다는 10.7% 올랐다. 자동차 교체 주기가 길었던 소비자는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느끼게 된다. 또한 지난달 배추와 무 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36.5%, 36.1% 내려 2010년 가격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러나 배추는 지난 4월보다 9.3%, 무는 지난 2월보다 22.3% 올랐다. 이 밖에 값이 오른 품목의 구입 빈도가 높은 경우 가격 하락보다는 가격 상승 품목에 보다 민감한 심리적 요인 등에 의해서도 체감물가는 달라진다. 셋째, 소비지출액 증가를 물가상승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가족 수 증가로 인한 생활비 증가, 자녀 성장에 따른 교육비 증가, 소득 증가로 인한 대형 가전제품 구입, 여가 활동 증가 등으로 인한 소비지출액 증가를 물가가 오른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공식물가는 기준 연도의 상품 구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같은 상품 구입에 따른 지출액 증가분만을 측정하기 때문에 두 물가 간 차이가 발생한다. 넷째, 품질 향상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을 물가가 오른 것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소비자물가는 같은 품질의 제품에 대한 가격변동만을 포착한다. 따라서 품질 향상 등으로 특정 제품가격이 2배 올랐을 경우 이를 모두 가격이 오른 것으로 처리하지 않고 품질 향상에 따라 소비자의 만족이 증가한 부분을 빼는 품질 조정을 실시한 후 순수한 가격변동만을 물가지수에 반영한다. 마지막으로 물가지수 작성 방법상의 한계를 들 수 있다. 소비자물가는 5년 주기의 정기 개편을 통해 소비자들이 주로 소비하는 품목과 품목별 소비지출액 변화 등을 지수에 반영하고 있어 기준 연도에서 멀어질수록 소비지출 구조 변화로 인해 체감물가와의 차이가 확대될 수 있다. 이 같은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 간의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통계작성 기관은 소비자물가 이외에 생활물가와 신선식품물가 등 체감물가에 보다 근접한 물가지수를 보조지표로 작성해 발표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전체 가구의 평균적인 물가변동을 측정해야 하므로 입원진료비, 승용차, TV 등 구입 빈도가 낮은 상품이나 담배, 골프장 이용료 등 일부 가구만 구입하는 상품도 포함돼 있다. 반면 생활물가는 쌀, 라면, 두부, 우유 등과 같이 구입 빈도가 높거나 납입금, 휴대전화 이용료, 도시가스, 전기료 등 소비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에 민감한 142개 품목으로 구성돼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식료품, 주류 등 식품이 78개, 식품 이외 품목이 64개다. 신선식품지수는 신선 어류 및 조개류,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1개 품목으로 작성된 지수다. 주부들이 가격변동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장바구니 품목 위주로 구성돼 있어 소비자물가에 비해 체감물가에 보다 가깝다. 또 통계작성 기관은 상품별 대체 수요, 소득수준 향상, 정책변화(무상급식 확대 등) 등에 따른 소비구조 변화를 보다 신속히 물가지수에 반영하기 위해 정기 개편 2년 후에 추가로 한번 더 품목별 가중치를 변경함으로써 물가지수의 현실 반영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작성 기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체감물가와 공식물가 간에는 일정 부분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소비자 또한 체감물가와 공식물가 간 작성 방법 차이 등을 이해하고 발표되는 물가지수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 내용 문의 lark3@seoul.co.kr [쏙쏙 경제용어] ■생산자물가 국내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파는 상품의 가격변동을 측정해 경기동향을 판단하는 데 쓰이는 지표다. 또한 명목금액을 실질금액으로 환산해주는 디플레이터, 업체 간 계약가격 조정 등을 위한 용도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다. ■수출입물가 수출입상품의 가격변동을 파악하고 그 가격변동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측정하기 위해 작성되는 지표로 수출입 관련 업체들의 수출채산성 변동과 수입 원가부담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수출입물가지수의 상호 비교를 통해 가격 측면에서의 교역 조건을 측정하는 데도 이용된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다.
  • 기다림 그대로인데… “벌써 잊히나요”

    기다림 그대로인데… “벌써 잊히나요”

    “벌써 잊히나요. 우리 아들딸은 아직 저 차가운 바닷속에 있는데….” 세월호 참사 99일째인 23일 전남 진도체육관에 머물며 링거에 근근이 의지하고 있는 경기 안산 단원고 실종자 학부모 남모씨는 “이번 사고를 결코 잊지 말아 달라. 다시는 우리 아이들 같은 헛된 죽음이 없게 해 달라는 호소도 빈 메아리로 돌아오고 있다”고 낙담했다. “먼저 하나님이 원망스럽고, 이런 일이 일어난 이 나라가 원망스럽고, 아이를 지키지 못한 내 자신이 가장 원망스럽습니다. ‘아빠, 나 여기 밑에 있어요. 빨리 꺼내 주세요’라고 울면서 외치는 환영이 매일 떠올라 사는 게 고통입니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 김모씨는 이렇게 말하며 먼바다로 애써 눈길을 돌렸다. 온 국민을 분노로 울먹이게 했던 세월호 참사도 100일이 되면서 차츰 잊혀 가 희생자들을 더 아리게 한다. 여태껏 4000여개 단체 등 자원봉사자 4만여명이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을 찾아 슬픔을 위로했지만 언제 이런 일이 있었나 할 만큼 지금은 썰렁하기만 하다. 한때 자원봉사자가 800여명에 이르던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엔 겨우 50여명만 머물고, 무료 급식소도 세 군데로 줄어들었다. 체육관 앞 천막도 5개뿐이어서 삭막한 느낌을 준다. 살아서 돌아오길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담은 숱한 노란 리본과 팽목항 방파제에 걸린 플래카드에 적힌 희망의 글도 바래져 희미하게 보일 따름이다. 남은 사람이 줄어들수록 절망은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22일 체육관을 찾은 국회의원 5명에게 “생색내기에 바쁘다”고 꼬집었던 김모씨는 “우리만 남은 게 아닌지 초조하고 서러움만 도드라진다”며 또 울먹였다. 오랜 기다림에 지쳐 앉아 있기도 버거운 실종자 가족들은 자기 일처럼 도움을 줬던 경찰과 자원봉사자, 아까운 목숨을 잃은 민간 잠수부들과 5명의 소방관, 그리고 진도군민들에게 죽는 순간까지 고마움을 안고 살아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진도군 교회연합회와 사단법인 하이패밀리는 아직도 핏줄을 찾지 못한 사람들의 아픔을 나누고 이미 곁을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는 공간으로 삼기 위해 우체통을 만들게 됐다. 우체통엔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양온유 학생이 남긴 글을 새겨놓아 슬픔을 더한다. ‘슬퍼하지 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교육 플러스]

    새달 13일까지 유아 여름체험 서울시교육청 산하 유아교육진흥원은 21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여름방학에 ‘유아를 위한 신나는 여름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로그램은 물놀이 체험, 요리 활동, 영역 체험으로 구성됐다. 물놀이 체험에서는 물을 활용한 도르래 실험, 물레방아 돌리기, 부력 실험, 물총놀이, 낚시놀이, 빨래놀이와 풀장놀이 등이 진행된다. 요리 활동은 시원한 팥빙수를 만들어 먹고, 영역 체험에서는 조형·건강·사회·과학영역 중 하나를 선택해 체험할 수 있다. 수험생 일정관리앱 ‘진학캘린더’ 출시 진학사가 초·중·고 수험생을 위한 일정 관리 애플리케이션 ‘진학캘린더’를 출시했다. 본인의 학교를 설정하면 학교학사 일정과 학교별 급식 메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학교 시간표도 직접 입력해 사용할 수 있다. 학습 스케줄러를 사용해 공부 계획을 짤 수도 있다. 최신 고입·대입 교육 정보와 뉴스, 모의고사, 어학시험 등 각종 시험일정 등도 한 번에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용으로 출시됐으며, 네이버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서 무료로 내려받으면 된다. 새달 재난 대응·친환경체험 캠프 대교에듀피아는 다음달 7일부터 2박 3일간 경기 시흥에서 ‘에스.엔.엘(Safety. Nature. Leadership) 반올림 캠프’를 연다. 재난이나 사고 발생 시 바로 대응할 수 있는 대처법과 응급처치를 알려주는 ‘Safety’와 천연 재료로 에코백 만들기 등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Nature’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Leadership’ 프로그램에서는 행동유형 검사로 개인에게 맞는 유형별 맞춤 공부법을 알려 준다. 초등학생 20명, 중학생 2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 [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 안병용 의정부시장

    [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 안병용 의정부시장

    “공교육이 부족하니까 사교육에 의지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공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이제 교육을 위해 서울로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교육 때문에 돌아오는 의정부시가 돼 가고 있습니다.” 6·4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한 안병용 경기 의정부시장이 21일 최고의 교육서비스 제공을 위해 모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기 북부에서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의 중심도시가 돼 ‘교육 때문에 의정부를 찾아오게 하겠다”는 각오다. 안 시장은 민선 5기 재임 동안 교수 출신답게 교육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냈다. “4년제 대학교를 두 곳이나 유치했습니다. 신한대는 올 입시 경쟁률에서 14대1로 전국 1위였고 2017년이면 의대 명문인 을지대가 개교합니다. 앞으로 신한대·을지대·경민대를 한데 묶어 의정부 교육서비스의 질을 좀 더 확실히 높일 계획입니다.” 안 시장 취임 직전이던 2009년 의정부시의 교육지표는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26위에 그쳤으나 지난해 1위에 올랐다. 경쟁력 있는 공교육 지원을 위해 2011년부터 5년간 초·중·고 혁신학교 64곳에 연간 43억~48억원씩을 지원한 결과다. 일반 교육비로 사립학교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보니 학부모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특히 창의지성행복학교, 학생공감 상담실 운영, 대학 진학 지원을 위한 의정부 에듀클러스터사업 등에도 짜임새 있는 지원이 연차적으로 이어지면서 교육부 및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으로부터 각종 우수사례 지자체 및 학교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학업성취도 부문에서도 놀라운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안 시장은 “맞춤형 교육을 통해 초·중·고교의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보통 이상의 비율이 2010년 대비 2011년 평균 9.6% 상승한 데 이어 2012년 12.3%, 2013년에는 13.5%가 상승했다”면서 “혁신교육지구 협력사업의 성과가 학생들의 성적 향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전 학년 무상급식 실시, 장애아동 개인지도를 위한 특수교육지도사 지원, 초교 1~2학년 대상 종일반 돌봄교실 운영지원 등 특수 분야 교육에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는 교육부가 추진한 평생교육 활성화 지원 공모 사업에 선정돼 행복학습센터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이러한 모든 성과가 더해져 경기개발연구원은 2013년 교육·의료·복지 부문에서 ‘경기도 내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의정부시를 선정하기도 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검찰총장 월급 올 2% 올라 694만 4800원

    검찰총장 월급 올 2% 올라 694만 4800원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검사의 새로운 봉급표가 17일 공개됐다. 검찰총장의 월 봉급액은 694만 4800원으로 지난해보다 13만 6200원 올랐다. 지난해 검사의 평균 보수인상률은 3.29%였으며, 올해는 전년보다는 적은 2% 상승했다. 검찰총장의 보수체계는 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 공무원과 달리 사법부 소속으로 따로 책정되며, 대법관과 같은 기준이다. 올해 공무원 보수는 3급 이상은 동결, 4급 이하는 1.7% 상승했다. 월 지급액은 수당을 모두 뺀 금액으로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정근수당, 자녀학비 보조수당, 수사지도 수당, 관리업무 수당, 봉급조정 수당, 정액급식비, 명절휴가비, 연가보상비, 직급보조비, 직무성과금 등이 지급된다. 수사지도수당은 검찰총장이 월 40만원, 법조 경력 10년 이하 검사는 월 10만원이다. 정액급식비는 모든 검사가 월 13만원이다. 모든 수당을 합하면 검찰총장의 연봉은 1억원이 넘게 된다. 10년 전과 검사의 봉급을 비교하면 2004년 검찰총장의 월 봉급액은 395만원으로 10년간 2배가 못 되게 올랐다. 검사 1호봉의 월 봉급액은 264만 2800원으로 일반행정직 공무원 5급 7호봉과 비슷한 수준이다. 내년부터는 법관 및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맞추는 차원에서 질병휴직 중인 검사의 봉급 지급률은 80%에서 70%로 감축된다. 또 유급 법률연수 휴직이 가능한 기관도 국내외가 아닌 국외 법률연구기관만으로 축소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우유, 지방 체내 축적 막아 다이어트 도움

    우유, 지방 체내 축적 막아 다이어트 도움

    건강한 삶을 위해서, 아름다운 몸을 위해서 다이어트는 중요한 일생의 도전 과제 중 하나다. 다이어트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의 관심사가 되면서 각종 매체에서는 유명 연예인이 성공했다는 운동법, 모델들이 실천하는 식사법, 의사들이 권하는 다이어트 방법 등 다양한 체중감량 정보와 방법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면서도 여전히 다이어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잘못된 정보들은 다이어트를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우유를 마시면 체중이 늘어난다는 생각은 가장 대표적인 편견 중 하나다. 낙농진흥회가 발간하는 웹진 <스쿨밀크> 여름호에서는 ‘그것이 알고 싶다’ 코너를 통해 이 같은 우유의 다이어트 효과에 대한 편견과 진실에 대해 다뤘다. 웹진에 따르면 보통 단백질과 유제품이 비만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사실과는 다르다. 다이어트의 적이라 잘못 알려진 유제품은 오히려 지방을 몸 속에서 배출하고, 열량 섭취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비밀은 바로 ‘칼슘’에 있다. 체내에 흡수된 칼슘은 음식의 지방 분자와 결합해서 지방을 응고시켜 몸에 흡수되지 않도록 돕고, 몸 밖으로 배출한다. 다시 말해 비만의 주범인 지방의 축적을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유제품의 다이어트 효과는 영국 공영방송 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다이어트에 관해 당신이 알아야 할 10가지’에서 실시한 실험에서 과학적으로 증명되기도 했다. 유제품의 함량을 달리한 식단을 통해 유제품 섭취가 배설되는 지방의 양과 체중감량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살펴본 이 실험의 결과는 실로 흥미로웠다. 유제품 함량 이외의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진행했던 실험에서 지방 배출량이 두 배 가까이 차이를 보였던 것. 물론 유제품을 섭취했을 때가 두 배 더 높았다. 만약 우리가 1년간 꾸준히 이 식단을 유지한다면 약 2kg의 지방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우유, 치즈, 요거트를 섭취하면 몸에 흡수되는 지방을 줄여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 밖에도 <스쿨밀크> 여름 호에서는 우유의 다이어트 효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우유 이야기와 흥미로운 읽을 거리를 만날 수 있다. 커버스토리로 다룬 여름에 어울리는 최고의 영양 음료, 우유의 특징과 효능을 비롯해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반한 그리스식 요구르트의 매력, 독일 전통 건강식 ‘크박’이야기, 식중독 예방을 위한 생활 속 수칙, 세계의 우유 포스터 등이 수록돼 있다. 학교 우유 급식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유용한 다양한 정보가 가득한 <스쿨밀크>는 홈페이지(www.ilovemilk.or.kr) 또는 낙농진흥회 홈페이지(www.dairy.or.kr)를 통해 접속이 가능하며 웹진 구독을 원하는 독자는 이메일(ilovemilk@dairy.or.kr)로 구독 신청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슈&논쟁] 교육감 직선제 폐지

    [이슈&논쟁] 교육감 직선제 폐지

    전국 시도 교육감이 이달 초 일제히 취임, 민선 2기 시대를 열어젖혔다. 두 번의 교육감 선거 공약과 투표 결과를 두고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존폐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1기 교육감들은 혁신학교, 학생 인권조례 등을 추진하면서 교육부와 엇박자를 냈다. 중앙정부와 맞붙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민선 교육감은 ‘교육 소통령’으로 불렸다. 13개 시도에서 진보 교육감이 탄생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직선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한국교총이 이에 가세했다. 직선제 존치를 주장하는 이들은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정책 경쟁 등을 들며 폐지론에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측 전문가의 주장을 들어 봤다. [贊] 안양옥 한국교총회장·서울교대 교수 “교육의 정치 도구화… 중립성도 훼손 헌법소원 통해 직선제 존폐 결정해야” 2010년 1기, 2014년 2기 민선교육감 선거가 치러지면서 당초 ‘교육선거’의 기대와는 달리 보수 대 진보 진영이라는 정치 구도의 ‘정치선거’로 변질되고 있는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를 직접 경험하며, 우리는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의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시키고 있음을 목도할 수 있었다. 교육감 직선제의 위헌성 요인을 제시하자면 첫째, 교육감을 직선방식으로 선출하는 입법 과정의 제도 설계부터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지방교육자치에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수단으로 채택할 것인가는 입법자의 재량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교육감 직선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교육감 후보자로 나서는 인적 요소인 당사자에 대해서는 정당 가입 배제 및 교육 경력 요구 등을 반영,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어느 정도 고려한 측면이 인정되지만 헌법 제117조에 근거한 지방자치의 주민대표성을 강조한 주민직선방식의 교육감 직선제도가 헌법 제31조의 정치적 중립성 가치를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한 우를 범하고 있다. 즉 헌법 제31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근거, 정당선거를 배제해야 하는 교육감선거에서 오히려 정당정치를 기준으로 하는 공직선거법을 준용토록 한 것 자체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어느 국가와는 달리 유일하게 헌법상에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지역교육 수장을 고도의 정치 행위인 선거방식으로 선출토록 한 것은 동일한 비정치기관장인 대법원장과 검찰총장 등에 대해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 직선이 아닌 임명제로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도 입법자의 재량을 넘어선 남용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자치의 기본원리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자치의 두 축인 집행기구인 교육감과 심의·의결기구인 교육위원회에 있어, 자치의 원리상 심의 의결기관인 교육위원회의 구성은 주민대표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주민통제의 원리가 강하게 작용하지만, 상대적으로 집행기관인 교육감은 전문적 관리의 원칙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구분을 하지 않은 채, ‘교육민주화’라는 가치에만 경도돼 전문성을 일차적인 존립 근거로 하는 교육감제도의 대표성을 과도하게 강화시켰다. 현 교육감 직선제도는 분명 잘못 설계된 제도다. 셋째,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 전문가가 아닌 교육·선거운동 전문가가 교육감이 되는 구조를 양산하는 비교육적 결함이 있다. 유·초·중등 교육을 관장하는 교육감에 유·초·중등 교원의 교육감 피선거권을 제한해 놓고, 주민의 직접선출방식으로 교육감을 뽑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유·초·중등 교원이 교육감에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교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는 현장 전문가인 교원들이 교육감으로 진출할 기회를 사실상 제한하는 것으로서, 교원의 피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또한 교육감 선거는 정당의 조직과 자금을 지원받는 정치선거와 달리 교육자가 나 홀로 광역 단위의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고, 헌법 제31조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따라 교원으로 하여금 선거활동을 금하고 있어 교육감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자의 전문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으로 교육감이 교육운동가 및 선거운동을 조직화하고 있는 사회시민세력과 정치조직 등에 의해 결정되는 현실에서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선거’의 무늬만 있을 뿐이다. 교육 없는 교육감선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가치를 훼손하는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가 답이다. 교육을 정치 도구화하려는 정치권의 기도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국회 차원의 법률 개정은 기대할 수 없는 만큼, 대한민국의 학교 교육이 교육 본질에 입각한 교육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기본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통해 이를 면밀히 따지고 제도의 존폐를 결정해야 한다. [反]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육대학원 교수 “혁신학교·무상급식 등 정책 의제로 보수 세력 선거에 지자 생떼 쓰는 격” 교육감 주민직선제 흔들기가 거세다. 집권 여당과 정부 그리고 한국교총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제2기 민선 교육감 선거 직후 벌어진 일이다. 민망한 점은 보수 세력의 패배가 주민직선제 폐지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임에서 진 사람들이 판 자체를 뒤엎자고 생떼를 쓰고 있는 형국이라 할 만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 결과 13개 시도에서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다. 6개 시도에서 진보 교육감을 배출한 제1기 선거에 비하면 말 그대로 압승이다. 진보 후보들의 단일화 효과가 컸다. 반면 보수 후보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아울러 강원, 전북, 광주, 전남 등에서는 10% 안팎의 득표율을 높여 재선됐다. 진보 교육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무시할 수 없는 승리 요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변수는 다른 데 있지 않았나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교육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국민의 열망이 분출된 것이다. 맹목적인 점수와 서열 경쟁, 그리고 승자 독식! 이게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강요해 온 현실이다. 배가 침몰하는 가운데 “가만히 있으라”는 무책임한 명령은 그 상징적인 표현일 따름이다. 이 말에 우리 아이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절절하게 반성하지 않는다면 그게 참 이상한 일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는 그런 염원이 반영된 것이다. 겸허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여야는 물론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엉뚱하게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탓할 게 아니란 말이다. 간선제 시절 후보 담합, 금권 선거 등의 난맥상을 벌써 잊어버렸는가. 교육감 주민직선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교육감과 교육부 장관 간의 정책 경쟁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무상급식, 혁신학교, 학생과 교원의 인권 신장, 고교평준화 확대 등은 진보 교육감이 국가 수준의 정책 의제를 이끌 능력이 있다는 점을 유감없이 보여 준 사례다. 이에 보수적인 정부는 전전긍긍하면서 고소를 일삼았다. 교육부가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패배를 거듭해 온 것이다. 주민직선제가 도입되기 전까지 교육감은 보수 세력의 아성이었다. 5.16 군사 쿠데타 이후 강요된 임명제 시절은 말할 것도 없다. 교사, 학부모 등에 의한 간선제 시절조차 교육감은 보수 세력의 전유물이었다. 게임의 룰 자체가 그들에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보 세력은 오랫동안 교육감 권력에 대해 아주 무책임했다. 주민직선제 도입 이후에야 비로소 책임 있는 당사자로 나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보수 세력의 행보가 이해된다. 패배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분열이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인정할 수 없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조정해 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판을 깨자는 것이다. 집권 여당과 정부는 명시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기반 선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교총이 그 역할 대행자로 나선 까닭이다. 그러나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지 이제 겨우 5년이 지났을 뿐이다. 이 때문에 집권 여당과 정부의 행태를 무책임하고 경망스럽다고 하는 것이다. 갖은 이유를 대 주민직선제를 도입한 그들이다. 선거 패배에 따른 정략적 주장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교총의 모습은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주민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던 스스로를 전면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절대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 공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평가가 먼저라는 점만큼은 분명히 해 두고자 한다. 선거 결과 등에 따라 입장을 수시로 바꿔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특별히 집권 여당은 입법기관으로서 더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정략적 판단에 기초한 주장이라도 예컨대 국회 차원의 ‘지방교육자치선거 평가위원회’(가칭)를 설치·운영할 정도의 성의는 보여 줘야 한다는 얘기다.
  • [이슈&논쟁] 교육감 직선제 폐지

    [이슈&논쟁] 교육감 직선제 폐지

    전국 시도 교육감이 이달 초 일제히 취임, 민선 2기 시대를 열어젖혔다. 두 번의 교육감 선거 공약과 투표 결과를 두고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존폐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1기 교육감들은 혁신학교, 학생 인권조례 등을 추진하면서 교육부와 엇박자를 냈다. 중앙정부와 맞붙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민선 교육감은 ‘교육 소통령’으로 불렸다. 13개 시도에서 진보 교육감이 탄생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직선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한국교총이 이에 가세했다. 직선제 존치를 주장하는 이들은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정책 경쟁 등을 들며 폐지론에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측 전문가의 주장을 들어 봤다.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贊] “교육의 정치 도구화… 중립성도 훼손 헌법소원 통해 직선제 존폐 결정해야” 안양옥 한국교총회장·서울교대 교수 2010년 1기, 2014년 2기 민선교육감 선거가 치러지면서 당초 ‘교육선거’의 기대와는 달리 보수 대 진보 진영이라는 정치 구도의 ‘정치선거’로 변질되고 있는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를 직접 경험하며, 우리는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의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시키고 있음을 목도할 수 있었다. 교육감 직선제의 위헌성 요인을 제시하자면 첫째, 교육감을 직선방식으로 선출하는 입법 과정의 제도 설계부터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지방교육자치에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수단으로 채택할 것인가는 입법자의 재량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교육감 직선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교육감 후보자로 나서는 인적 요소인 당사자에 대해서는 정당 가입 배제 및 교육 경력 요구 등을 반영,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어느 정도 고려한 측면이 인정되지만 헌법 제117조에 근거한 지방자치의 주민대표성을 강조한 주민직선방식의 교육감 직선제도가 헌법 제31조의 정치적 중립성 가치를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한 우를 범하고 있다. 즉 헌법 제31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근거, 정당선거를 배제해야 하는 교육감선거에서 오히려 정당정치를 기준으로 하는 공직선거법을 준용토록 한 것 자체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어느 국가와는 달리 유일하게 헌법상에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지역교육 수장을 고도의 정치 행위인 선거방식으로 선출토록 한 것은 동일한 비정치기관장인 대법원장과 검찰총장 등에 대해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 직선이 아닌 임명제로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도 입법자의 재량을 넘어선 남용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자치의 기본원리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자치의 두 축인 집행기구인 교육감과 심의·의결기구인 교육위원회에 있어, 자치의 원리상 심의 의결기관인 교육위원회의 구성은 주민대표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주민통제의 원리가 강하게 작용하지만, 상대적으로 집행기관인 교육감은 전문적 관리의 원칙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구분을 하지 않은 채, ‘교육민주화’라는 가치에만 경도돼 전문성을 일차적인 존립 근거로 하는 교육감제도의 대표성을 과도하게 강화시켰다. 현 교육감 직선제도는 분명 잘못 설계된 제도다. 셋째,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 전문가가 아닌 교육·선거운동 전문가가 교육감이 되는 구조를 양산하는 비교육적 결함이 있다. 유·초·중등 교육을 관장하는 교육감에 유·초·중등 교원의 교육감 피선거권을 제한해 놓고, 주민의 직접선출방식으로 교육감을 뽑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유·초·중등 교원이 교육감에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교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는 현장 전문가인 교원들이 교육감으로 진출할 기회를 사실상 제한하는 것으로서, 교원의 피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또한 교육감 선거는 정당의 조직과 자금을 지원받는 정치선거와 달리 교육자가 나 홀로 광역 단위의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고, 헌법 제31조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따라 교원으로 하여금 선거활동을 금하고 있어 교육감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자의 전문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으로 교육감이 교육운동가 및 선거운동을 조직화하고 있는 사회시민세력과 정치조직 등에 의해 결정되는 현실에서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선거’의 무늬만 있을 뿐이다. 교육 없는 교육감선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가치를 훼손하는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가 답이다. 교육을 정치 도구화하려는 정치권의 기도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국회 차원의 법률 개정은 기대할 수 없는 만큼, 대한민국의 학교 교육이 교육 본질에 입각한 교육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기본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통해 이를 면밀히 따지고 제도의 존폐를 결정해야 한다. [反] “혁신학교·무상급식 등 정책 의제로 보수 세력 선거에 지자 생떼 쓰는 격”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육대학원 교수 교육감 주민직선제 흔들기가 거세다. 집권 여당과 정부 그리고 한국교총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제2기 민선 교육감 선거 직후 벌어진 일이다. 민망한 점은 보수 세력의 패배가 주민직선제 폐지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임에서 진 사람들이 판 자체를 뒤엎자고 생떼를 쓰고 있는 형국이라 할 만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 결과 13개 시도에서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다. 6개 시도에서 진보 교육감을 배출한 제1기 선거에 비하면 말 그대로 압승이다. 진보 후보들의 단일화 효과가 컸다. 반면 보수 후보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아울러 강원, 전북, 광주, 전남 등에서는 10% 안팎의 득표율을 높여 재선됐다. 진보 교육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무시할 수 없는 승리 요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변수는 다른 데 있지 않았나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교육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국민의 열망이 분출된 것이다. 맹목적인 점수와 서열 경쟁, 그리고 승자 독식! 이게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강요해 온 현실이다. 배가 침몰하는 가운데 “가만히 있으라”는 무책임한 명령은 그 상징적인 표현일 따름이다. 이 말에 우리 아이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절절하게 반성하지 않는다면 그게 참 이상한 일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는 그런 염원이 반영된 것이다. 겸허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여야는 물론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엉뚱하게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탓할 게 아니란 말이다. 간선제 시절 후보 담합, 금권 선거 등의 난맥상을 벌써 잊어버렸는가. 교육감 주민직선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교육감과 교육부 장관 간의 정책 경쟁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무상급식, 혁신학교, 학생과 교원의 인권 신장, 고교평준화 확대 등은 진보 교육감이 국가 수준의 정책 의제를 이끌 능력이 있다는 점을 유감없이 보여 준 사례다. 이에 보수적인 정부는 전전긍긍하면서 고소를 일삼았다. 교육부가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패배를 거듭해 온 것이다. 주민직선제가 도입되기 전까지 교육감은 보수 세력의 아성이었다. 5.16 군사 쿠데타 이후 강요된 임명제 시절은 말할 것도 없다. 교사, 학부모 등에 의한 간선제 시절조차 교육감은 보수 세력의 전유물이었다. 게임의 룰 자체가 그들에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보 세력은 오랫동안 교육감 권력에 대해 아주 무책임했다. 주민직선제 도입 이후에야 비로소 책임 있는 당사자로 나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보수 세력의 행보가 이해된다. 패배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분열이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인정할 수 없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조정해 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판을 깨자는 것이다. 집권 여당과 정부는 명시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기반 선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교총이 그 역할 대행자로 나선 까닭이다. 그러나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지 이제 겨우 5년이 지났을 뿐이다. 이 때문에 집권 여당과 정부의 행태를 무책임하고 경망스럽다고 하는 것이다. 갖은 이유를 대 주민직선제를 도입한 그들이다. 선거 패배에 따른 정략적 주장이 아니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교총의 모습은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주민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던 스스로를 전면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절대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 공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평가가 먼저라는 점만큼은 분명히 해 두고자 한다. 선거 결과 등에 따라 입장을 수시로 바꿔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특별히 집권 여당은 입법기관으로서 더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정략적 판단에 기초한 주장이라도 예컨대 국회 차원의 ‘지방교육자치선거 평가위원회’(가칭)를 설치·운영할 정도의 성의는 보여 줘야 한다는 얘기다.
  • 대학서·재래시장서… 기선 제압 ‘표심 잡기’

    대학서·재래시장서… 기선 제압 ‘표심 잡기’

    7·30 재·보선 후보 등록을 마친 15개 지역 55명의 국회의원 후보들은 첫 휴일인 13일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후보들은 지역구 내 등산로나 재래시장 등 유권자들이 많이 찾는 곳에서 얼굴을 알리며 부동층 표심 잡기에 주력했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 동작을의 여야 후보들은 주말과 휴일 다투어 무료 급식 현장 등을 찾았다. 동작구와의 인연도 각각 내세웠다.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는 재래시장 등을 돌며 “동작에서 태어난 저로서, 아직은 동작을 잘 모르는 저로서 주민 속으로 들어가 열심히 듣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는 지방선거 때 이 지역구 출신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받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박원순 시장과 함께 골목상권 살리기 차원에서 전통시장 낙후 시설 현대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면서 남성시장 활성화를 약속했다. 정의당 노회찬 후보는 전국노점상총연합 남부지회 사무실 등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면서 “야권 연대는 중요하지만 단일화를 구걸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경원 후보 같은 국회의원은 많다. 기동민 후보 같은 국회의원도 많다. 그러나 이 노회찬 같은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에 대단히 부족하다”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경기 수원의 경우 전체 선거구(4곳) 가운데 정·을·병 3곳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져 수원시 전체가 선거 열기에 젖어들었다. 수원병은 수원 ‘3각 벨트’의 심장부다.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의 지역구였다는 정치적 상징성도 있다. 검사 출신의 40대 정치 신인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와 대권 주자였던 새정치연합 거물 손학규 후보가 양강이다. 정의당과 통합진보당에서는 여성 후보가 출마했다. 정의당 이정미 후보는 당 대변인을 맡고 있다. 진보당 임미숙 후보는 6·4 지방선거 때 수원시장 선거에 도전했다. 새누리당 김 후보는 힘있는 여당의 젊은 일꾼론으로 텃밭 사수를 호소했고 손 후보는 이날 10개 이상의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 속에 난공불락인 이 지역을 함락시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여야는 ‘3각 벨트’를 한 묶음으로 해 선거를 치른다는 전략이다. 수원정(새정치연합 박광온, 정의당 천호선 후보)의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와 팔달의 손 후보가 각각 지역 사령관으로서 수원성전투를 이끈다. 수원을은 둘 다 여검사 출신인 새누리당 정미경 전 의원과 새정치연합 백혜련 변호사가 후보로 나섰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연이은 패소에 세상 원망했는데… 3년 만에 크게 웃어 봅니다”

    “연이은 패소에 세상 원망했는데… 3년 만에 크게 웃어 봅니다”

    대법원의 판결이 전해진 13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양태범씨는 기자의 연락을 받기 전까진 승소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양씨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았음에도 연이은 1, 2심 패소 탓에 희망을 잃고 법과 사회를 원망할 뿐이었다. 그는 대법원의 판결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이번에도 틀렸다. 세상이 참 무정하구나’라는 무기력감에 빠져 있었다. “긴 터널을 빠져나와 이제야 빛을 보는 것 같다”고 감격스러워 하던 양씨는 “지난 3년간 웃을 일이 없었는데 오늘에야 크게 웃어 본다”며 지난날을 떠올렸다. 1995년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하던 중 큰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허벅지 아래를 잘라 내야 했다. 생각지도 못한 사고에 정신이 아득했지만 가장으로서 당장 먹고살 걱정부터 들었다. 수소문 끝에 장애인협회를 통해 학교 급식 재료 손질 일을 구했다. 이후 성실히 일하는 양씨를 눈여겨본 인근 아파트 동대표의 소개로 아파트 경비 자리로 직장을 옮겼다. 의족을 찬 장애인에 대한 편견 탓에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일했다. 과욕이었을까. 2010년 12월 아파트 놀이터에 쌓인 눈을 치우다 넘어지면서 ‘새로 얻은 다리’마저 부서졌다. 근로시간에 일하다 다쳤음에도 근로복지공단은 “몸을 다친 게 아니다”라며 산업재해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 양씨는 “일하다가 다쳤는데 ‘의족은 신체가 아닌 도구’라며 산재 신청을 거부당하니 너무 억울해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산재 신청 때부터 지금까지 자기 일처럼 도와준 아파트 동대표님께 감사드린다”며 “장애인들이 뭉쳐 더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승소 소감을 밝혔다. 글 사진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구명정 1개만 펴졌는데… 재판서 책임 회피만

    광주지법 형사 13부(부장 임정엽)가 10일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국 해양안전설비 전·현 임직원 4명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피고인들은 선박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을 대체로 인정했다. 그러나 “지시에 따랐다”, “독립적으로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재판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규모 인명피해 발생 사실이 양형에 반영되면 안 된다는 일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관련성이 있다면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도 피해자 진술 등으로 입증이 가능하면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뜻을 비치고 추가로 기소하지 않는다 해도 인명피해를 양형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관련 증거와 증인을 신청하도록 검찰, 변호인 양측에 요구해 양형 심리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2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해양안전설비는 세월호 구명장비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고 주요 항목을 ‘양호’로 허위 판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월호 침몰 때 구명 뗏목 44개 가운데 실제 펴진 것은 단 1개였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기존의 표면공기공급식을 사용하던 언딘 소속 잠수사와 장비 대신 88수중개발 소속 나이트록스팀 잠수사 20명을 단계적으로 추가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 차례 잠수 때 30분 길어진 1시간쯤 수색할 수 있다. 한편 제8호 태풍 ‘너구리’ 북상에 따라 전남 목포와 영암으로 피항한 바지선과 소형·중형 함정이 이날 오후부터 복귀하고 있어 수중 수색은 11일 오후부터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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