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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자호란 다시 읽기] (13)누르하치, 명(明)에 도전하다Ⅴ

    [병자호란 다시 읽기] (13)누르하치, 명(明)에 도전하다Ⅴ

    누르하치의 푸순 점령 직후, 명 조정의 신료들은 당장 병력을 동원하여 이 ‘괘씸한 오랑캐’를 공격하자고 했다. 하지만 명의 내부사정은 간단치 않았다. 만력제의 태정(怠政)과 황음(荒淫)에서 비롯된 난맥상은 명의 발목을 잡았다. 환관(宦官)들의 발호가 심각했고, 당쟁은 격화되었다. 재정은 고갈되었고,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증세(增稅) 조처가 취해졌다. 민원(民怨)이 높아지고, 반란을 꾀하는 분위기가 퍼져갔다. 우여곡절 끝에 누르하치를 치기 위한 원정군은 편성했지만 영 미덥지 못했다. 명은 결국 조선과 예허에 손을 내민다. 병력을 내어 원정에 동참하라고 요구했다. 누르하치의 도전으로 촉발된 불똥이 조선으로 튀기 시작했다. ●광세( 稅)의 폐단, 명을 병들게 하다 만력제가 오랫동안 조정에 나오지 않고, 신료들을 접견하지 않으며, 그들의 상소나 건의에도 답하지 않자 자연히 환관들이 득세하게 되었다. 황제의 생각이나 명령이 오로지 환관을 통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만력제는 향락과 토목공사에 필요한 재원(財源)을 환관들을 시켜 긁어 모았다. 환관들에게 흠차태감(欽差太監)이란 직함을 주어 전국으로 파견했다. 광감( 監), 세감(稅監), 염감(鹽監), 주감(珠監) 등 다양한 명칭의 태감들은 각지에서 백성들에게 명목도 없는 세금을 마구잡이로 강탈했다. 영세한 상인과 수공업자들에게 상세(商稅)를 긁어내고, 약간의 은화를 빼앗기 위해 민가를 철거했으며 무덤까지 파헤쳤다. 반항하는 백성들에게는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둘렀다. 환관들이 각지에서 참혹한 수탈을 자행하고 있다는 소식은, 베이징에 갔던 사신들을 통해 조선에까지 알려질 정도였다. 백성들은 아우성을 쳤다. 분노는 행동으로 표출되었다. 호북(湖北)에 파견되었던 환관 진봉(陳奉)의 패거리가 폭력을 휘두르며 수탈을 자행하자 백성들은 궐기했다. 그들은 진봉의 부하 16명을 붙잡아 강물에 던져버렸다. 운남(雲南)에서는 성난 백성들이 환관 양영(楊榮)의 숙소를 습격하고, 폭력을 자행한 양영의 패거리 200여명을 살해했다. 환관들의 발호는 요동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1603년 환관 고회(高淮)는 부하 수백명을 이끌고 요양(遼陽), 진강(鎭江), 금주(金州), 복주(復州) 등 요동 일대를 휩쓸었다. 그들은 민간에서 수십만냥의 은화를 강탈했고, 그 때문에 여염이 텅 비어버렸다. 17세기 초, 만력제가 환관들을 시켜 자행했던 수탈을 보통 ‘광세( 稅)의 화(禍)’라고 부른다. 무자비한 수탈 때문에 전국 각지의 상공업은 위축되고, 국가의 공적 세입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민심은 조정으로부터 떠나고, 민변(民變)이라 불리는 저항운동이 각지를 휩쓸게 되었다. ●명, 고민 끝에 이이제이(以夷制夷)를 꾀하다 푸순의 함락과 장승음의 패전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명 조정에서는 누르하치를 응징하기 위한 원정군 편성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광세의 폐’로 말미암아 나라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은 여의치 않았다. 나라의 공식 금고인 태창(太倉)이 비어버린 상태에서 병력을 징발하고 군수를 조달하려면 특단의 조처가 필요했다. 이미 언급했듯이 만력제는, 내탕을 풀어 군자금에 보태라는 신료들의 거듭된 요청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1618년 4월27일 직예순안(直隸巡按) 왕상항(王象恒)은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장수들 가운데 가정(家丁)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총병(總兵), 부장(副將) 등의 직책을 주어 요동으로 보내자고 했다. 가정이란 국가에 소속된 정규병력이 아니라 장수 개인이 사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군사를 말한다. 일종의 사병(私兵)인 셈이다. 임진왜란 당시 명군 사령관인 이여송(李如松)도 다수의 가정을 이끌고 조선에 들어 왔었다. ‘퇴역 지휘관’들이 거느린 가정을 활용하자는 왕상항의 주장은, 정규군 병력을 신속하게 동원하는 것이 어려웠던 명의 실정을 잘 보여준다.16세기 후반의 척계광(戚繼光)처럼 의지할 만한 현직 지휘관이 없는 상황에서 이미 물러난 장수들이라도 불러들여야 했다. 윤 4월이 되자, 물러나 있던 지휘관들을 불러들이라는 만력제의 조칙이 내려졌다. 양호(楊鎬), 유정(劉綎), 이여백(李如栢), 왕국동(王國棟), 시국주(柴國柱) 등이 줄줄이 불려와 다시 기용되었다. 양호는 정유재란 당시 명군 사령관이었고, 유정과 이여백도 조선에 참전했던 장수들이었다.‘어제의 용사’들이 전투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같은 달 17일 호과급사중(戶科給事中) 관응진(官應震)이 ‘오랑캐를 제어하기 위한 세 가지 방책(禦奴三策)’을 내놓았다. 그가 제시한 방책의 핵심은 누르하치를 제압하기 위해 조선과 예허를 끌어들이자는 것이었다. 관응진은 후금이 북으로는 예허와, 남으로는 조선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사실을 중시했다. 그는 예허가 과거부터 누르하치와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사실, 조선이 임진왜란 당시 명으로부터 ‘구원받았던’ 사실을 상기시키고 두 나라를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예허로부터 군사들을 빌려 후금의 오른쪽을 치고, 조선으로부터 조총수(鳥銃手) 3000명을 징발하여 후금의 왼쪽을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이이제이책(以夷制夷策)이었다. ●조선과 예허는 고분고분한 오랑캐로 지칭 이이제이란 ‘오랑캐를 이용하여 오랑캐를 견제한다.’는 것이다. 요코야마 히로아키(橫山宏章)에 따르면 이이제이책은 중화(中華)가 와해될 위기에 처할 적마다 어김없이 나타났다고 한다. 막강한 북방민족의 공격에 시달렸던 송(宋)의 왕안석(王安石)과 사마광(司馬光), 서구와 일본의 군사적 도전에 쩔쩔맸던 청말(淸末)의 이홍장(李鴻章)은 물론 2차 대전 이후 소련을 이용하여 미국을 견제하려 했던 마오쩌둥(毛澤東)에 이르기까지 이이제이책은 중국의 전통적인 위기탈출 전략이었다. 관응진은 ‘어노삼책’에서 조선과 예허를 가리켜 ‘고분고분한 오랑캐(順夷)’라고 지칭했다. 명에 ‘고분고분한 오랑캐’를 이용하여 ‘도전을 일삼는 사나운 오랑캐’를 응징하자는 것이었다. 그같은 발상은 관응진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1618년 푸순 함락 이후, 명 조정에는 조야(朝野)의 지식인들로부터 누르하치를 제압하기 위한 방책들이 빗발쳤다. 그 내용을 모아 책으로 묶은 것이 오늘날 전하는 ‘주요석획(籌遼碩)’이다.‘요동을 도모하기 위한 큰 계책’ 정도의 뜻을 지닌 이 책에서도 적지 않은 지식인들이 조선을 이용하자고 강조했다. 이윽고 1618년 윤 4월27일 조선 조정에는 병부좌시랑(左侍郞) 왕가수(汪可受)가 보낸 격문이 도착했다. 왕가수는 먼저 명나라와 조선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했다.‘조선이 사람의 몸이라면 명은 그 머리이고, 조선이 나무라면 명은 그 뿌리’라고 했다. 이어 임진왜란 시기 명이 조선에 군대를 보내 일본군을 격퇴시킨 ‘은혜’가 있음을 상기시켰다. 임진왜란이 끝나갈 무렵부터 조선의 식자들과 명의 인사들 가운데는 ‘재조지은(再造之恩)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명군이 원군을 보냄으로써 ‘망해 가던 조선을 다시 살린 은혜’를 베풀었다는 것이다. 왕가수는 ‘재조지은’을 상기시킨 뒤, 본론을 이야기했다. 명이 베푼 ‘은혜’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누르하치를 공격하는 데 동참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격문을 받는 즉시 군병을 정돈시켜 대기하다가 기일에 맞춰 나아가 토벌하는 데 실수가 없도록 하십시오.”라고 했다. 겉으로는 ‘요청’인 것 같지만 사실상 ‘명령’이었다. 왕가수의 격문을 받은 뒤, 광해군과 조선 조정은 고민에 빠졌다. 임진왜란이 끝난 지 20년, 광해군이 즉위한 지 10년 만에 찾아온 ‘위기의 순간’이었다. 왜란이 남긴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상황에서 조선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명의 요구를 받아들여 누르하치와 악연을 맺을 것인가? 거부하여 ‘재조지은’을 배신할 것인가? 푸순성을 삼켜버린 누르하치의 불길이 바야흐로 조선까지 밀려왔던 것이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충무로에 ‘봄은 오는가’

    충무로에 ‘봄은 오는가’

    이번 겨울은 유난히 짧았다. 벌써 한낮 기온이 15도를 웃도는 등 봄기운이 완연하다. 하지만 충무로의 봄은 아직 멀기만 하다. 본래 3∼4월은 전통적인 비수기. 그러나 이번 보릿고개는 더 가파르게 느껴진다. 작년에 비해 관객이 무려 25%나 줄고 개봉 영화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영화계 인사들은 “지난해는 거품이 껴 오히려 지나치게 많은 물량이 쏟아졌던 것”이라며 “예년에 비춰보면 다시 정상궤도에 들어 온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꽃피는 5월이 오면 사정이 나아질까. # 보릿고개 넘으면 더 큰 산 보릿고개를 넘어가면 5월엔 더 큰 산이 버티고 있다.5월3일 개봉하는 ‘스파이더맨3’를 필두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공습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25일엔 작년 400만명을 동원한 캐리비안의 해적 3편인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가 예정돼 있다.6월 들어서는 6일 ‘슈렉3’와 ‘오션스13’이 쌍끌이 관객동원에 나선다.28일 ‘트랜스포머’‘다이하드4’에 이어 7월12일 해리포터 5편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 등 대어급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블록버스터 한편 당 차지하는 스크린 수는 전체 1700여개 중 400개 정도. 때문에 한국 영화가 치이는 상황은 일어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눈치보기는 어쩔 수 없는 현실. 한 배급사 관계자에 따르면 할리우드 대작들은 개봉일을 일찌감치 정하기 때문에 한국영화들은 이제 알아서 눈치껏 피하는 분위기라는 것. 첫주 관객 동원이 흥행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개봉 날짜에 점점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인지 주요 배급사들의 주력작 개봉은 6월 이후가 많다. CJ엔터테인먼트는 100억원 규모의 대작 ‘화려한 휴가’를 7월17일에 잡아놨으며, 시네마서비스도 ‘황진이’ 개봉을 6월로 넘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개봉작의 급감보다 영화의 ‘체급’이 많이 떨어졌다는 데 있다. 작년만 해도 ‘한반도’‘괴물’ 등 내용이나 규모 면에서 구세주가 돼 준 영화들이 있었으나 올해는 사정이 그렇지 못한 것. 더구나 예상대로 올해 투자·제작 환경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사실 지금보다 다가올 추석 시즌에 개봉 라인업을 짜는 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 잔인한 4월 ‘다크호스’를 기다리며 연휴가 짧아 설 대목이 실종된 데다가 시장을 주도하는 작품도 없어 올해 비수기는 유난히 길고 깊게 느껴진다. 때문에 침체된 시장을 살릴 ‘물건’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 현재 영화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바람. 3월 영화들을 살펴보면 1일 개봉된 ‘좋지아니한가’에 이어 15일 ‘쏜다’,22일 ‘수’,28일 ‘뷰티풀 선데이’‘이장과 군수’가 이어진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딱히 이거다 할 만한 영화가 없는 게 사실. 그래서 ‘잔인한 4월’을 책임져야 할 배우 송강호의 어깨가 무겁다. 그가 출연하는 ‘우아한 세계(5일)’와 ‘밀양(개봉일 미정)’이 나란히 관객과 만나는 것. 전자는 ‘연애의 목적’ 한재림 감독의 차기작이며 ‘조직’에 몸담고 있는 가장의 이야기로 시선을 끈다. 후자는 이창동 감독의 복귀작인 데다 전도연과의 호흡으로 기대심리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이밖에 박광수 감독·박신양 주연의 ‘눈부신 날에(14일)’, 이청아·박기웅 주연의 ‘동갑내기 과외하기2(19일)’, 임창정·박진희 주연의 ‘만남의 광장(26일)’도 스크린에 걸린다. 박해일 주연의 스릴러 ‘극락도 살인사건’도 4월 중순 개봉 예정이다. 영화계 인사들은 “작년의 ‘달콤, 살벌한 연인’처럼 비수기 영화시장을 반짝하고 살릴 ‘다크호스’가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무공해 음식 같은 영화 느껴봐요”

    “무공해 음식 같은 영화 느껴봐요”

    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의 2차 시사회 때 무대에 선 민병훈 감독은 “마음이 무겁다.”는 말로 운을 뗐다. 데뷔작 ‘벌이 날다.’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지만 그의 표현대로 ‘폭삭 망했고´, 두번째 작품은 아직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기약도 없다. 그런 가운데 세번째 영화 ‘포도나무’가 가까스로 관객과 대면하게 됐으니 그가 겪었을 심적 고통이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시사회 이틀 뒤 만난 그는 할 말이 많았다. 공들여 만든 작품이 원천봉쇄당하는 현실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거대 제작사와 배급사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영화시장에서 작은 영화들이 설 자리를 잃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대기업·극장·유명감독·배우가 손잡고 만든 한국 영화의 지난해 흥행률이 1할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차라리 돈이라도 많이 벌라 이겁니다. 그러면 내가 잘못하고 있구나 하죠. 그러지도 못하면서 관객의 입맛은 버려놓을 대로 다 버려놓은 것 아닙니까.” 그는 거침없이 내뱉는다.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때 관객의 환호를 받았던 ‘포도나무’는 서울 강변·상암 CGV를 비롯해 전국 7개관을 어렵사리 확보해 22일 드디어 개봉한다. 씨네큐브나 동숭아트센터 같은 곳이라면 더 쉬웠겠지만 일부러 복합상영관을 택한 이유는 일반관객과 소통하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독립·저예산·예술영화라는 꼬리표를 달고 소수의 마니아들만 상대하는 그런 영화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습니다.” ‘포도나무’는 당초 기획했던 ‘두려움에 관한 3부작’에 종지부를 찍는 민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다. 세속적인 사랑과 신앙 사이에서 갈등하는 신학도 수현(서장원)을 통해 종교적 구원과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그렸다.‘벌이 날다(1998년)’는 가난에 대한 두려움, 두번째 작품 ‘괜찮아 울지마(2001년)’는 거짓말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현란하게 홱홱 돌아가는 영상과 말랑말랑한 이야기에 길들여져 있는 관객들에겐 상당한 인내심을 요할 듯하다. “음식으로 치자면 케이크와 감자튀김이 아닌 조미료 하나 안넣은 무공해 음식이죠.” 처음엔 거칠게 느껴질 수 있지만 몸에 좋은 음식 같은 영화라고 자부했다. 그에게 쉽고 가벼운 영화를 만들라는 유혹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답을 뻔히 알려주는 상업영화는 그의 취향이 아니다. “영화의 진정한 가치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라는 그는 타코르프스키, 키에슬로프스키, 다르덴 형제 등 존경하는 거장 감독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눈빛을 반짝거렸다. 타르코프스키가 한 농부로부터 감동의 편지를 받은 것처럼 그도 그랬다. “영화가 끝나고 막내 수녀님이 ‘누가 전해 달래요.’라며 주머니에 찔러 넣고 가시더군요.” 편지 내용은 ‘너무나 충격을 받았고 기쁜 위안을 얻었다. 맥락은 모른다. 하지만 나 자신을 어떻게 용서해야 할지 깨달았다.’라는 것이다. “분명 내 영화는 불친절합니다. 그러나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기꺼이 즐겁게 받는 관객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는 10만 관객을 동원한 ‘메종 드 히미코’ ‘송환’ 등의 성공을 예로 들었다. 앞으로도 눈높이를 낮추는 “타협 같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포도나무’에서 “평이(!)하게 처리한 부분이 여전히 맘에 걸린다.”는 그는 향기에 관한 차기작에서는 더욱 깊숙이 인간의 내면을 파고들 작정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월드 이슈-세계의 大選] (하) ‘4월의 선택’ 프랑스 대선 관전포인트

    [월드 이슈-세계의 大選] (하) ‘4월의 선택’ 프랑스 대선 관전포인트

    |파리 이종수특파원|오는 4월22일 치를 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투표는 역대 어느 대선보다 역동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집권당 니콜라 사르코지(52) 후보와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54) 후보의 오차범위 내 접전, 인터넷 선거운동 효과 증대 등 다양한 변수가 맞물리면서 갈수록 열기를 띠고 있다.3가지 관전 포인트를 중심으로 ‘엘리제 궁으로 가는 길’을 짚어본다. ●우파 분열? 2002년 대선은 ‘분열=패배’라는 ‘선거 진리’를 뼈저리게 각인시켰다. 좌파 후보가 난립하며 사회당 리오넬 조스팽 후보가 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에게 1차투표에서 석패하는 이변을 낳은 것. 그 ‘학습 효과’ 때문인지 좌파는 단결된 모습이다. 반면 집권당의 내홍이 불거졌다. 비록 팽팽하던 긴장감은 가셨지만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시라크 대통령이 아직 3선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은 것도 내분을 방증한다. 시라크 대통령은 29일 대표적인 시라크계 인사였다가 최근 사르코지 지지를 선언한 미셀 알리오 마리 국방장관이 사르코지의 영국 방문에 동행하려 하자 강력 저지한 것도 가시지 않은 앙금을 보여준다. 급기야 사르코지는 30일자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시라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양측의 내분이 봉합되지 않으면 집권당의 승리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시라크가 출마하지 않더라도 ‘현역 프리미엄’을 이용, 사르코지의 승리를 방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좌파 유권자, 사회당에 표를 모아줄까 사회당 루아얄 후보는 지난해 11월 당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선 후보로 자리매김하면서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게다가 2002년 따로 출마한 좌파 공화국시민연합의 장 피에르 슈벤느망 전 국방장관이 지난해 말 출마를 철회하면서 ‘백만 원군’을 얻었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 퀘벡 독립문제, 중동·중국 방문에서의 잇단 실언으로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 후보에게 역전당했다. 선거 캠페인 방식을 재정비하고 전열 재정비에 나섰지만 더 절실한 것은 좌파 유권자들의 표심이다. 물론 공산당·녹색당 등 좌파와 노동자의 투쟁’‘혁명적 공산주의 연맹’ 등 극좌파 정당도 독자 후보를 내세웠다. 그러나 극우파 돌풍을 견제하려는 유권자들의 심리가 실제 투표에서 사회당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2002년 대선에서 극좌파 진영과 공산당·녹색당은 각각 13%대,8.6%대의 지지율을 얻었다. 조스팽 후보가 르펜에 0.68% 차이로 진 것을 감안하면 범좌파 유권자의 표심은 루아얄 후보에게 1차 투표는 물론 결선투표 승리를 좌우할 결정적 요인이다. ●극우파 돌풍 재연될까 사르코지와 루아얄이 5월6일 결선투표에서 격돌할 것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여론조사 결과다. 그러나 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 당수의 선전 여부는 여전히 큰 변수다. 잇단 여론조사에서 15%대 안팎의 고정 지지율을 보이는데다 최근 지지층이 두꺼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딸 마리아 르펜이 선거본부장을 맡아 창당 이후 처음으로 홍보 포스터의 모델로 유색인종을 등장시키는 등 지지계층 확대 전략이 효과를 거두면서 국민전선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TNS의 조사 결과 르펜의 이념에 동의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26%까지 나왔다. 유럽연합 가입에 따른 노동시장 개방 등으로 생활난이 심해진 노동자계층이 국민전선의 가장 두꺼운 지지층으로 자리잡으면서 르펜의 선전은 사회당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르펜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1차 투표에서 루아얄을 누르고 2차 투표로 직행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선 후보가 되려면 선출직 공무원 5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르펜은 극우파 후보를 공개지지하는 것을 꺼려하는 관행 때문에 고전했다. 그러나 그의 출마가 사회당 루아얄 후보의 표를 잠식할 것이라고 판단한 사르코지 후보가 “서명해도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공표하면서 걸림돌이 사라진 상태다. vielee@seoul.co.kr ■ ‘엘리제’ 향해 뛰는 군소후보들 |파리 이종수특파원| “틈새가 보인다.” “대선 후보가 두명 뿐인가.” 프랑스 대선에 뛰어든 군소 후보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유력 후보에만 집중하는 언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이미지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입증하듯 29일 현재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45명.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후보는 중도파 프랑스민주주의연합의 프랑수아 바이루(54) 당수다. 그는 2002년 대선 1차투표에서 6.84%의 득표율로 4위를 차지했다. 안정된 이미지를 내세워 강경 이미지의 사르코지와 돌출 행동의 루아얄의 틈새를 공략해 2차 투표행 티켓을 거머쥐겠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또 2002년 대선에서 13%대의 지지율을 확보하면서 ‘돌풍’을 일으킨 극좌파 후보들의 행보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노동자의 투쟁’ 당수 아를레트 라귀에(66)는 7번째 출사표를 던졌다. 그녀는 2002년에 득표율 5.72%로 5위에 올랐다. 트로츠키주의자인 ‘혁명적 공산주의자 연맹’의 대변인 올리비에 브장스노(32)도 패기를 내세워 다시 도전장을 냈다. 그는 좌파 진영과 ‘반자유주의 블록’을 결성했지만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다. 좌파 진영도 정당별로 독자 후보가 나섰다. 반세계화 농민운동가의 상징인 조제 보베(53)는 1일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1999년 프랑스 미요의 맥도널드 건물을 트랙터로 들이받아 체포되면서 대표적 반세계화 운동가로 부상한 그는 유전자조작농산물(GMO) 재배지를 습격해 몇차례 수감되기도 했다. 최근 출마를 결심한 뒤 “자유 경제의 세계와 지구의 상업화에 저항하기 위해 나섰다.”고 설명했다. 명망있는 환경운동가 니콜라 윌로의 불출마 선언으로 환경운동 진영에서는 녹색당의 도미니크 부아네(47) 전 환경장관이 나선다. 마리 조제 뷔페(56) 공산당 당수는 ‘참된 좌파’를 모토로 사회당과 차별화 전략을 내걸고 있다. vielee@seoul.co.kr ■ 올해 관심끄는 대선 국가들 세계의 주목을 받는 선거는 프랑스 대선뿐만이 아니다. 국제선거제도재단(IFES)에 따르면 남미의 아르헨티나, 투르크메니스탄, 세네갈, 나이지리아, 인도 등 24개국에서 올 한해 대선을 치른다. 각국의 대내 정치 발전은 물론, 세계 정치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가운데는 12월19일 대선을 치르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아르헨 집권좌파 대통령 재선 가능성 오는 10월28일 선거를 치르는 아르헨티나의 경우 최근 이어진 중남미 좌파 열풍의 이정표로 주목된다. 좌파인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현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중남미 좌파 열풍은 주춤거림 없이 진행된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석유를 무기로 미국에 맞서온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영향력도 더 확고해질 전망이다. 키르츠네르에 맞설 후보로 최근까지 경제장관을 역임한 로베르토 라바그나가 유력하다.‘아르헨티나의 힐러리’로 불리는 키르츠네르의 부인 크리스티나가 남편을 대신,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달 선거 앞둔 투르크메니스탄과 세네갈 21년간 독재자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의 ‘엽기’철권 통치 아래 있던 투르크메니스탄이 11일 대선을 치른다. 지난해 말 니야조프 대통령의 급사 이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협의회’결정에 따른 것이다.6명의 후보가 나섰지만 대통령 대행을 하고 있는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전 부총리가 유력하다. 니야조프가 자신의 사람들로 만들어놓은 국민협의회 인사 2500명이 만장일치로 베르디 무하메도프를 대통령 대행으로 선출했고, 그를 위해 최근 ‘대통령 대행은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헌법안까지 수정했다. 니야조프의 21년 그림자가 사후에도 짙게 드리우고 있다. 베르디 무하메도프는 국민들에게 무제한의 인터넷 접근(현재는 국민의 1%만 가능)과 학생들의 해외유학 허용 등 개혁안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어 25일에는 세네갈에서 대선과 총선이 함께 치러진다. 압둘라이 와드 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3월 야당인 세네갈 민주당 후보로서 사회당 40년 장기 집권을 깨고 대통령에 올랐다. 최근 신년사를 통해 에너지 자립 정책, 농어촌지원, 사회간접 자본개발 등에 대해 비전을 제시한 와드 대통령의 재선이 주목된다. 아프리카 최대 인구대국이자,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도 4월21일 대선·총선을 함께 치른다.3선을 시도하던 올루세군 오바산조 현 대통령의 시도는 의회 견제로 무산됐다. 대신 그의 후원을 받는 우마루 무사 야라두아(카치나 주지사)가 집권 PDP당 후보로 나서고, 야당 ANPP에선 2003년 오바산조 대통령에게 패한 전 군부지도자 무하마두 부하리가 나설 전망이다. 지긋지긋한 종교·민족 분쟁으로 수천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된 나이지리아가 이번 대선·총선을 통해 정국 안정을 조금이나마 이룰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인도, 알바니아가 7월에, 에티오피아 과테말라가 11월 대통령을 뽑는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환급사기’ 현금 中유출 포착

    국민연금관리공단 직원을 사칭한 ‘환급 사기’를 통해 가로챈 돈 일부가 환치기 등의 수법으로 중국에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서울 관악경찰서는 24일 한국에 들어와 8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해 중국으로 보낸 뒤 중국에서 황모씨에게 위안화로 건넨 중국인 무역상 우모(33)씨를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또 한국에 있는 중국인들에게서 자신들의 중국 내 은행 계좌번호와 함께 약 11억원 상당을 받아 이를 다른 환치기 업자에게 넘긴 김모(33)씨와 물건을 중국으로 배송한 택배업자 사모(46)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가구·식품업계 불공정행위 조사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 설탕, 정유에 이어 식품·가구업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업종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15일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부당행위의 피해가 큰 업종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가구와 식품업계의 불공정거래행위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들 두 업종에 대해 그동안 민원이 제기되거나 상담 및 질의가 접수된 내용, 자체 확보한 정보 등을 토대로 조사대상 업체를 선정했으며 이미 지난해 말부터 가구업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가구업계에 이어 조만간 식품업계에 대해서도 현장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과 가격 담합 등 전방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지난해 밀가루나 설탕, 세제, 정유 등 기초 생활용품 제조업체들에 대해 담합 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올해는 관련 업계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또 4개월여에 걸쳐 의료 산업중 병원과 제약 업체간 납품 리베이트에 관한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영화산업에 대해서도 영화 배급권 관련 조사를 실시해 대형 배급사들에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미녀는 괴로워’ 500만 관객 돌파

    김아중 주연의 코미디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개봉 한달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14일 영화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미녀는 괴로워’는 13일 전국에서 14만 3165명을 동원, 이날까지 누적관객 503만 3268명을 기록했다. 한국 영화가 5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추석 시즌에 개봉했던 ‘타짜’ 이후 처음이다. 성형미인의 자아실현기를 다룬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와 성형 등 대중이 공감할 만한 소재를 설득력있게 영화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케이블의 힘

    거대한 자본력을 지닌 케이블 채널이 자체 드라마에 이어 영화 제작에까지 나서 방송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케이블 영화채널 ‘채널CGV’는 영화 ‘소녀X소녀’(배급 CJ엔터테인먼트)를 제작, 오는 25일부터 극장 개봉한다. 그동안 케이블 채널에서 TV 드라마를 제작·방영한 적은 있지만 영화를 만들어 정식 배급라인을 통해 극장에서 개봉하기는 처음이다.# 드라마 인기 힘입어 영화에 도전장 1995년 3월 처음으로 방송을 시작한 케이블 TV는 햇수로 열 두 해를 맞았다. 이젠 충분한 ‘내공’이 쌓인 상태다. 지난해에는 공중파나 외화에 의존하던 드라마를 자체 제작하는 붐이 일었다. 썸데이, 하이에나 등 인기 배우와 감독 등을 내세워 공중파 방송에서 다루지 못하는 섹시 코미디 등을 만들어 큰 호응을 얻은 것. 케이블 영화 채널 CGV는 이 같은 여세를 몰아 영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CGV는 CJ그룹의 자회사인 CJ미디어의 첫째 아들인 셈.CJ미디어는 채널 CGV,tvN,Mnet 등 잘 나가는 9개의 케이블 채널을 거느리고 있다. 또 든든한 배경이 되어 주는 CJ엔터테인먼트도 있다. 우리 영화계의 큰손인 CJ엔터테인먼트는 영화 투자·제작·배급사로,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도 갖추고 있다.# 작지만 강한 영화 ‘소녀X소녀’는 지난해 5월 채널 CGV가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과 손잡고 양쪽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명랑섹시학원스캔들’이라는 하나의 테마를 개성있게 풀어낸 4편의 옴니버스 영화 가운데 한 편. 비록 제작비는 작지만 기존의 상업영화와 실험영화 사이를 파고드는 ‘케이블적’ 시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소녀X소녀’는 ‘불량소녀의 범생소녀 날라리 만들기 대 프로젝트’라는 요즘 10대 이야기를 재기발랄한 감각으로 표현한 작품. 영화 ‘사마리아’의 곽지민이 불량소녀로,‘여고생 시집가기’의 임성언이 모범소녀를 맡아 열연했다. 칠공주파의 보스 세리(곽지민)는 학교에서 소문난 불량학생으로 같은 학교 꽃미남 기찬을 좋아한다. 윤미(임성언)는 전교 1,2등을 다투는 모범생. 어느 날 불량배들로 인해 곤경에 처한 자신을 기찬이 구해주면서 윤미는 그를 좋아하게 된다. 기찬이 윤미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세리는 윤미에 대한 기찬의 마음을 접게하기 위해 윤미에게 접근, 기찬이 날라리를 좋아한다는 거짓 정보를 흘린다. 공중파 TV보다 표현이나 소재에 대해 제약이 한결 덜한 케이블 채널들이 선보이는 ‘자유분방한’ 영화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소녀X소녀’는 CGV 용산, 강변, 상암관에서 볼 수 있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송파구 ‘자전거 생활백서’ 펴냈다

    ‘송파구는 대한민국 자전거 특별구.’송파구가 5일 자전거도로와 이용시설, 진입로, 자전거 여행코스 등 자전거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자전거 지도’를 내놓았다.2003년 1월 서울시 최초로 자전거교통문화팀을 신설한 뒤 4년 만의 일이다.‘송파구 자전거생활 교통지도’는 60일간의 자전거도로 및 이용시설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완성됐다. 가로 53㎝, 세로 76㎝의 크기에 24절로 접혀진 지도는 보행자 겸용 자전거도로(90.30㎞)의 전 구간에 대한 거리 표지와 자전거 외곽순환도로, 한강 및 탄천 진입로 등 자전거 이용 구간을 자세히 표시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전거도로 구간거리·자전거 이용시설 표지 ▲자전거 진입로, 공공기관, 학교, 공원, 지하철 표지 ▲테마별 자전거 노선 ▲한강 자전거도로, 자전거 여행코스 ▲무료 자전거수리센터, 대여소 이용안내 ▲자전거 관련 표지판, 이용자 준수사항, 안전수칙 등을 담았다. 또 문화시설, 체육시설, 유적지 및 관광명소, 송파구 소개도 덤으로 실었다. 구 관계자는 “자전거의 기반시설 구축이 마무리 단계”라면서 “여가와 레저 중심의 자전거 이용을 생활 교통수단으로 전환하기 위해 자전거생활 교통지도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제작된 1만 5000부의 자전거생활 교통지도는 자전거 수리센터(잠실역)와 자전거 대여소 4곳, 각 동사무소, 구청 교통행정과에서 무료로 배부된다. 자전거타기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도 계속된다. 올해는 자전거도로 총 106㎞를 목표로 송파대로와 벌말길, 거마로 성내천 연결로 3개 노선 8.37㎞를 새롭게 정비한다. 간선도로는 물론 3.5m 이상인 도로까지 자전거도로가 갖춰진다. 또 자전거 판매대리점을 이용한 자전거 대여소 확대, 동 단위 자전거 사랑동호회 운영, 자전거 이용 모범학교 확대, 방치된 폐자전거 재활용 사업도 해나간다. 구는 현재 42개 학교를 자전거이용 모범학교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또 자전거 대여소의 뒷자리 전화번호 통일과 자전거 안전모 보급사업 등도 벌이고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심상덕의 서울야화]“공중목욕탕 누가 맨처음 이용?”

    ‘맨 처음 공중목욕탕엔 누가 갔을까.’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엔 아무래도 목욕탕에 자주 가게 되잖아요? 예전엔 목욕탕에 사람이 많을 경우 옷장 대신 광주리에다 옷을 벗어놓고 탕에 들어갔었거든요. 또 그 당시만 해도 수돗물 공급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까 온몸에 비누칠을 잔뜩 하고 난 다음에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던, 그런 일도 있었던 거죠. 그리고 한때는 서울시내 목욕업자들이 “목욕탕에 공급되는 수도요금을 인하해 달라. 만일 수도요금을 인하하지 않으면 공동 파업을 하겠다.”는 주장을 펼 정도로 목욕탕업자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컸었다고요. 어떻습니까.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공중목욕탕에 출입하면서 가장 잊혀지지 않는 일들을 한두 가지 손꼽으라면 어떤 얘기를 하시겠습니까. 전에는 초등학교 3·4학년 나이에도 사내 아이가 어머니를 따라 여탕에 목욕을 가도 별다른 말들이 없었던 겁니다. 지금처럼 체격조건이 좋지도 않았고, 그 나이가 되도록 여기가 남탕인지 여탕인지조차 제대로 구별하지 못할 정도였거든요.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잖아요. 그러나 이 목욕탕과 관련해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사건 하나. 목욕하고 나와 보니까 옷광주리에 넣어두었던 새로 입고 간 그 내복 대신 난생 처음 보는 너덜너덜 여기저기 다 꿰맨 다른 사람이 입던 낡은 내복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얼마나 속상했었는데요. 그때. 근데 지금과 같은 형태의 목욕탕 말입니다. 우리 서울에서 가장 먼저 현대적인 목욕탕이 들어선 것은 약 100년 전인 1907년이지요. 종로 2가에 YMCA 건물이 들어섰을 때 바로 이 YMCA엔 그 당시 YMCA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큰 목욕탕이 마련돼 있었고 일주일에 두번 수요일과 토요일에 개방이 됐던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 서울에 회원제가 아닌 지금과 같은 공중목욕탕이 처음 선보인 건 언제쯤부터였을까요? 약 80년 전인 1925년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공중목욕탕이 처음 생긴 뒤 20년이 지나고 나서 광복을 맞던 해 1945년엔 서울시내 공중목욕탕이 48군데로 늘어났었고요. 근데 우리 서울에 목욕탕이 처음 생겼던 약 80년 전, 그 당시 서울시민들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별 망측한 일이 다 있네. 아니 남들 많은 앞에 가서 어떻게 옷을 훌훌 다 벗고, 알몸으로 목욕을 하겠다는 거야.” 그래요. 이미 세월이 많이 지난 얘기지만 그 당시만 해도 목욕탕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이런 식이었던 거죠. 그러나 지금은 서울시내의 목욕탕이 1500여군데. 광복을 맞은 지 약 60년 만에 10배 이상 늘어난 겁니다. 서울의 목욕탕이.
  • 성행위 실연영화 ‘숏버스’ 매진

    성행위 실연영화 ‘숏버스’ 매진

    “영화가 너무 궁금해서 왔어요.” 배우들의 실제 성행위 장면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숏버스’가 영화 마니아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특별상영회 전 좌석이 매진됐다. 이 영화를 상영하는 서울 낙원동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는 지난 달 21일부터 전 좌석 300석 중 100석을 예매로 판매, 나흘 만에 매진됐다. 이어 29일 현장에서 판매한 나머지 200석도 오전에 모두 팔렸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아트시네마 티켓판매 창구에는 관람권을 사려는 관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숏버스’ 수입ㆍ배급사인 스폰지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 등급심의를 신청했으나 아직 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상태이다. 일반 영화는 영등위로부터 등급분류를 받기 이전에 상영될 수 없지만 시네마테크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영화도 비영리 목적으로 사전에 특별 상영할 수 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이 한권의 책] 상생경영시스템 갖춰야 성장 가능

    지난 수년간 대·중소기업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중소기업 취업기피 현상이 심화되었다. 청년실업률이 높아져도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인력난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중소기업은 인적자원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게 되어 기술력, 영업력 및 관리력 취약으로 인한 총체적인 경쟁력 약화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한국경제의 미래 전망도 낙관하기 힘들다. 지난 수년간 대·중소기업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중소기업 취업기피 현상이 심화되었다. 청년실업률이 높아져도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구직난과 인력난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중소기업은 인적자원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게 되어 기술력, 영업력 및 관리력 취약으로 인한 총체적인 경쟁력 약화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한국경제의 미래전망도 낙관하기 힘들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정부는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핵심적인 정책으로 채택하고 사회적 확산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상생협력의 선도주체인 대기업 경영자들의 인식과 의지가 충분히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현장부서에서는 과거의 관행이 여전하다. 상행협력이 당위성 강조의 차원을 넘어서 지속적 실천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이론적 뒷받침과 현실적 실천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번에 상생협력연구회에서 저술한 ‘상생경영’(상생협력연구회 지음, 김영사 펴냄)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적합하게 씌어진 책이다. 이 책은 상생경영의 필요성을 기업생태계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의 기업경쟁력은 개별기업의 역량이 아닌 공급사슬을 구성하고 있는 기업시스템의 연결역량에서 나온다. 제품개발, 조립생산, 공급사슬이 상호연결성과 적합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어 있다. 신뢰에 기초한 기업간 관계의 품질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어야 함을 다양한 이론과 사례를 통해 설득력있게 보여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에 의해 씌어진 책은 딱딱하고 지루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국내외 최고의 전문가에 의해 집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다는 미덕을 갖추고 있다. 협력의 다양한 이론들을 소개하면서도 일반 독자들이 거부감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뢰를 통해 부품업체와 장기적 관계를 유지하는 기업이 연결의 정밀도를 높여서 기술개발과 원가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상생협력을 정부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건전한 기업생태계 육성을 위한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론적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한다. 또한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기업내부에 확산되기 위해서는 체계화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도 이론적 뒷받침과 실천방법론이 필요하다. 이제 ‘상생경영’은 선택이 아닌 기업생태계의 필수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건강한 기업생태계가 뒷받침될 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기를 바란다.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 “내년 한반도 정치·경제 흐림”

    “남·북한 모두 2007년에 상당한 (정치·경제적)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대통령 선거와 경제 둔화로, 북한은 후계 문제와 경제 제재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영국 국제정치·경제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애널리티카(OA)’의 내년 한반도 전망이다.OA는 27일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약세’ 전망을 내놓았고, 북핵 문제는 단기간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한 주요 사안들에 대해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내년에는 정치·경제적 정체 상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OA는 자사 사이트와 포브스 인터넷판 기고문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약 5%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4.4%로 둔화되며 수출성장률도 12.9%에서 10.8%로 축소될 것이라고 한국은행 자료를 통해 분석했다.OA는 지속적인 원화 절상, 고유가,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 등이 내년 한국 경제기상도를 ‘흐림’으로 보게 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치적으로는 북핵 문제의 불확실성이 유지되고,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족주의’가 부각돼 일본 아베 정권과의 갈등도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과 미국의 대북(對北) 정책 이견도 부정적인 요소로 봤다. OA는 경제, 한국 사회의 구조적 결함, 재벌, 노동, 부동산 등 모두 12개 항목에 걸쳐 한반도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진단했다. 재벌에 대해서는 정권 힘이 약해진 틈을 타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소기업의 불이익을, 노동운동은 내년에도 비탄력적이고 폭력적인 양상이 눈에 띄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핵 문제는 단기적으론 어떠한 위기도 통제 가능한 상태로 유지되겠지만 북한의 비타협적인 자세로 6자회담이 돌연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북한이 직면하게 될 가장 큰 변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오는 2월이면 65세가 된다.OA는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부재(급사)시 그의 정권이 살아남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한나라 “軍복무 단축 반대”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군 복무기간 단축’ 발언에 대해 성탄절 연휴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다가 26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등 공개적으로 당장엔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뒤늦게 입장을 밝힌 것은 연휴 동안 심도있는 논의를 하지 못한 점도 있지만 300만∼400만명에 달하는 군 입대 연령층의 대선 표심(票心)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당내 대선주자들은 젊은 유권자들을 의식, 이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여전히 신중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핵 문제로 안보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군 복무 제도의 급격한 개편은 국민합의를 얻기 어렵다.”면서 “노 대통령이 지난 8월 병역지원 연구기획단을 발족시킨 뒤 최근 군복무 기간 단축, 유급사병제 도입 등 개편안이 무질서하게 쏟아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사병 복무 제도는 대선을 겨냥해 포퓰리즘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며 “한반도 평화가 정착될 경우 청년실업을 완화시키는 등 여러가지 관점에서 징병제를 순차적으로 손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재희 정책위의장도 군복무제도 개편 6대 원칙을 내놓았다.6대 원칙에는 ▲주요국가안보정책을 대선을 겨냥한 선심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서는 안 되고 ▲군 개편을 종합적으로 수립, 연계하고 ▲유급 지원병 제도를 추진하고 ▲사병복무 제도 단축을 시행하고 ▲분명한 재원마련 계획을 먼저 제시하고 ▲국회가 중심이 돼 작성하고 국민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한나라당은 또 당내 국방개혁특위를 구성, 군복무 기간 단축을 포함한 자체 국방개혁안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련키로 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대체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핵 때문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중하고 철저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핵 위기로 안보상황은 더 악화시켜놓고 복무기간을 단축시킨다면 설득력이 있겠느냐.”면서 “군복무기간 단축은 안보여건이 된다면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안보상황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이수원 공보특보도 “상당히 민감한 문제인 만큼 전반적인 사안을 함께 검토해 조만간 입장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Book Review] 히틀러·스탈린 광기 사라지지 않았다

    올해는 독일 태생의 유대인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1906∼1975)가 태어난 지 100년째 되는 해이다. 지난 10월 국내에서는 아렌트 탄생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리는 등 아렌트 사상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다. 홀로코스트 등 ‘이해할 수 없는 절대 악(惡)’을 경험한 유대인 사상가로서 아렌트는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 평생을 전체주의 해부에 보냈다. 위르겐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패러다임은 아렌트의 정치행위 모델에서 시작된다. 하버마스가 아렌트의 지적 계보를 잇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아렌트는 수십년간 ‘국외자’였다. 아렌트 사상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말∼90년대초의 동구 사회주의의 몰락과 함께한다. 사회주의 국가통제 체제가 하루아침에 시민들이 세운 민선체제로 바뀜에 따라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요구됐다. 그런 상황에서 정치이론가로서 아렌트의 존재가 부각된 것이다. 아렌트는 이미 전체주의 정권의 만행을 가져온 ‘옛 정치’를 대체할 ‘새로운 정치’로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를 제시했던 터였다. 아렌트 사상은 이렇게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이데거의 연인’으로 더 잘 알려진 아렌트의 첫 저서로서 아렌트를 정치사상가의 반열에 올려 놓은 ‘전체주의의 기원’(한길사 펴냄, 이진우·박미애 옮김)이 출간됐다. 이 책은 1951년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독일 하노버에서 태어난 아렌트는 동프로이센의 수도이자 ‘칸트의 고장’인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성장했다.1929년 하이데거의 친구인 실존철학자 야스퍼스로부터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랑 개념’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아렌트는 히틀러 정권의 등장과 함께 유대인 탄압이 시작되자 33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되자 41년 다시 미국 뉴욕으로 거처를 옮긴다. 미국에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은 아렌트는 그의 주저라고 할 수 있는 ‘전체주의의 기원’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이 책이 1부 반유대주의,2부 제국주의,3부 전체주의로 구성돼 있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을 반유대주의, 제국주의로 이어지는 역사적 흐름에서 찾고 있다. 마지막 부분인 전체주의에서 그는 전체주의를 다른 독재정치와 구분, 나치즘과 스탈린주의만이 전체주의적 성격을 온전히 드러낸 정치체제라고 역설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 체제가 언제든 재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렌트는 또 계급사회의 붕괴로 인한 대중의 등장을 전체주의의 실질적 배경으로 파악했다. 전체주의 정권은 인간 개개인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각각의 개성을 말살한다는 것이다. 아렌트에 따르면 이때 국민은 하나의 집단에 불과해진다. 나치즘의 광기도 여기서 시작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아렌트는 홀로코스트의 실행자였던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한 뒤 “아이히만은 나치즘의 명령을 수행한 소시민에 불과하다.”며 그 유명한 ‘악의 평범성’ 개념을 설파한다. 전체주의의 위험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재등장을 막기 위해서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자유’를 수호해야 하며, 이는 다원주의와 민주주의의 덕목을 주지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결론을 맺는다.1권 2만 5000원,2권 2만 2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불친절한 ‘싸이보그’씨 개봉 3주만에 간판 내려

    불친절한 ‘싸이보그’씨 개봉 3주만에 간판 내려

    “이게 실험영화야, 상업영화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3주 만에 막을 내린다. 국내 최고 인기감독인 박찬욱과 세계적인 가수로 발돋움하고 있는 정지훈(가수 비), 상큼한 여배우 임수정. 스타들이 함께 만든 작품인 만큼 2006년에 언론과 영화팬들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았던 것은 당연했다. 또 영화팬들은 ‘10대가 빠져들 수 있는 주제와 코드가 가득하다.’는 박 감독의 말에 가벼운 로맨틱 코믹물이지만 감독의 독특한 시각이 양념처럼 묻어 있는 영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지난 7일 개봉이래 21일까지 80만명도 관람하지 않았다. 영화팬들이 외면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리 최고의 스타들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지만 ‘재미가 없다, 이해하기가 난해하다.’는 평이 많았다. 평가도 극과 극이었다.10점 아니면 ‘0’점이다. 상업영화치곤 너무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란 점을 말해 준다. 또한 이전의 영화에서 보여줬던 박 감독의 친절함도 적었다. 너무 감독 위주의 시각이 반영돼 거부감을 갖게 만든 것이 사실이다.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21일부터 새 영화가 7편가량 개봉하게 돼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이번 주로 대부분 극장에서 막을 내리게 될 것 같다.”며 관객도 80만명 선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투르크메니스탄 니야조프 대통령 급사 21년 철권통치 막 내려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을 20여년 동안 철권통치해 온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대통령이 21일 사망했다. 투르크멘 정부는 이날 “그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서거했다.”고 확인하고 종신 대통령인 니야조프 정책을 계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985년 소련연방시절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 당 서기로 임명되면서 21년 동안 집권해 왔다. 특히 옛소련에서 1991년 이 지역이 독립하면서 자신을 ‘투르크인들의 지도자’로 칭하면서 개인숭배를 국민에게 강요했다. 또 정치적 자유나 언론·출판의 자유는 전혀 허용치 않으며 비판자들을 반역죄로 처단해 왔다.2001년부터 오페라와 발레, 연극, 영화 등의 예술을 금지했다. 그는 옛 소련서 분리전인 1990년 10월 직접선거제로 치러진 첫 대통령선거에서 단독으로 출마, 대통령의 권좌에 오른 뒤 철권통치를 휘둘러 왔다. 1991년 10월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을 투표에 부쳐 찬성률 94.1%로 독립 지지를 얻어 독립함과 동시에, 독립국가인 투르크메니스탄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 됐다.1999년에는 국민평의회(국회격)의 만장일치로 종신 대통령으로 추인됐다. 2002년엔 어록집 ‘루흐나마(靈의 책)’를 발간했다. 이 책은 투르크멘에선 구약성경이나 코란과 동등한 권위를 갖고 있을 정도로 그의 개인숭배는 절정에 달해 왔다. 전문가들은 그의 분명한 후계자가 없어 투르크멘이 중장기적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할 수 있지만 당장 정국 불안 조짐은 없다고 분석했다. 투르크멘 정부는 후계자 결정을 위해 최고 대표자 모임인 ‘국민협의회’ 회의를 26일 소집했다고 밝혔다. 투르크멘은 원유 매장률 세계 5위, 가스 매장량 세계 3위, 광물자원 매장량 세계 3위 등 지하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저가(1달러에 60리터)로 기름을 살 수 있고 가스나 전기 등 공공요금에서부터 대중교통과 전화도 모두 무료다. 또 2달러면 비행기도 이용할 수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e-우체국, 도시-농촌 징검다리

    e-우체국, 도시-농촌 징검다리

    ■ 금산인삼은 우체국을 타고… “우체국쇼핑이 해외에서 제품을 인정받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금산덕원인삼 고태훈 사장은 “해외수출 계약때 국가 기관에서 인정한 제품이라 설명했더니 믿어줬다.”며 최근에 있었던 수출 뒷얘기를 전했다. 덕원인삼은 지난 8월 미국의 식음료공급사와 5년간 1억 5000만달러어치의 홍삼원액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고 사장은 “90년부터 약초를 재배하고 연구한 것이 인삼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2001년 5명이 모여 법인을 설립했고,2003년에 우체국쇼핑과 인연을 맺었다. 공장은 충남 금산군 남일면 상동리에 위치한다. 건평 280평의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제품기획에서부터 완제품 생산까지의 공정이 잘 갖춰져 있었다. 각 작업실 입구엔 대장균, 미생물을 예방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다. 세계적인 고려인삼을 만드는 데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는 그의 일념 때문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곳에서 생산된 홍삼은 식약청으로부터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업소(GMP) 인증을 받았다. 국내 62개 회사 중 인삼분야에서는 10개 업체만이 받았다. 한국인삼공사의 홍삼제품인 ‘정관장’도 GMP 인증은 못받았다며 우수성을 강조했다. 고 사장은 인삼에 대한 잘못된 지식도 지적했다. 그는 “6년근이 사포닌이 많아 약효가 좋다고 하지만 4∼5년근과 비슷해 약효차는 없다.”고 말했다. 정관장을 파는 인삼공사가 생산량의 15%밖에 안되는 6년근을 많이 쓰니 이런 말이 퍼졌을 것으로 풀이했다. 그는 또 “열많은 사람은 인삼이 안맞다고 하지만 잘못된 상식”이며 “인삼은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조절기능이 있을 뿐”이라며 누구나 애용해도 좋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최근 업계에서 처음으로 특허 출연한 홍삼식혜를 일본에 수출했고, 미국에서는 2만캔의 발주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내년초에 우체국쇼핑에서 첫 시판할 계획이다. 금산덕원인삼은 올해 13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고, 내년에는 25억원대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금산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영동곶감 “우체국이 있기에…” 충북 영동군 양강면의 묘동리 신농영농조합 공장안. 작업장에는 30여명의 동네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바빴다. 이곳에서 생산된 곶감을 상품화하는 마지막 수작업이다. 곶감을 고르고 포장하는 모습들이다. 영동은 인근 경북 상주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인 곶감 생산지. 정혜숙 사장은 “영동은 소백산맥 준령에 위치해 낮과 밤의 온도차가 다른 지역보다 2∼3도 더 차이나고 화강암 토질이어서 색깔이 곱고 단감 고유의 단맛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곶감은 주로 ‘둥시곶감’이다. 둥그렇게 깎는다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곳에서 나오는 제품 종류는 1∼3.6㎏대로 1.5,2㎏ 등 10개로 나눠 판매된다. 영동곶감은 우체국쇼핑에서 판매되는 대표적 농산물.99년부터 우체국과 인연을 맺었다. 신농영농은 한해 4억∼5억원 정도를 우체국쇼핑에서 판매한다. 정 사장은 “제품만 만들어 놓으면 우체국에서 홍보·마케팅을 해줘 아주 편리하고, 수익성이 좋다.”고 말했다. 예컨대 백화점에 30개 박스를 납품하면 운송비, 관리비가 많이 들지만 우체국쇼핑에서는 소비자가 인터넷에서 주문하면 곧바로 우체국 소포로 배달된다. 품이 훨씬 덜 든다. 우체국쇼핑 제품이 싸니 백화점보다 품질이 떨어질까…. 정 사장은 “우체국쇼핑이 싼 이유는 중간 마진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10월 중순에서 11월 중순까지 한달간 감을 깎고 약 40일 정도 말린 뒤 출하한다. 모든 공정이 위생적 상태에서 이뤄져 상품의 질에서는 손색이 없다. 여름용 아이스홍시 등 부가가치 제품들도 출시된다. 이곳에는 250평 규모의 현대식 최신 시설이 갖춰져 있다. 신농조합은 쉽지않은 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품질 인증서도 받았다. 영동우체국 관계자는 “영동의 감과 곶감은 360가구에서 생산, 연 매출액이 165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영동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판매 숫자로 본 우체국쇼핑 20년 ‘신토불이 시장’인 우체국쇼핑이 지난 15일 20년의 성상(星霜)을 쌓았다. 누계 매출액 1조원을 앞둔 거대 인터넷 마켓으로 자리잡았다. 이곳에서는 1000개에 가까운 농어촌 관련업체에서 생산한 6300개 상품이 취급되고 있다. 일반 온라인 마켓과는 달리 주로 2만∼3만원짜리 농어촌 생산제품을 판매, 농어촌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무엇보다 농어민과 소비자간의 중간마진을 쏙 빼 소비자가 싸게 상품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온라인 판매와 우체국 매장 판매가 있다. # 생산자-소비자 직접 연결 우체국쇼핑은 1986년 12월 부가 우편서비스로 도입됐다. 명칭은 ‘특산물 우편주문판매’였다. 농수산물 수입개방(우루과이라운드)으로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특산품을 전국 조직망인 우체국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연결하자는 취지였다. 첫해 연 매출은 1100만원에 불과해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처음엔 순창 고추장, 완도 김 등 8개 업체,8개 상품으로 시작됐다. 지금은 946업체에서 6361개 상품을 취급, 크게 성장했다. 미국, 일본 등 43개국에서도 상품을 살 수 있다. 취급 종류는 ▲지역 특산품▲우체국 꽃배달▲생활용품을 파는 우체국 마트▲누구나 사고팔 수 있는 오픈마켓 형태의 우체국 장터▲펜션 예약, 이사 견적 등 타 쇼핑몰이 우체국쇼핑에 입점한 제휴몰이 있다. 특산품은 우체국쇼핑 매출액의 약 90%를 차지한다. 황중연 본부장은 “소비자가 우체국, 인터넷우체국에서 제품을 신청하면 농어민이 우편망을 이용해 배송해 주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 왜 우체국쇼핑인가 우체국쇼핑의 장점은 우체국에서 상품의 홍보, 배송, 민원 처리 등을 대부분 해결해줘 생산자는 상품만 생산하면 된다는 것.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연결시켜 중간마진이 거의 없는 직거래다. 신선도가 생명인 수산물의 경우 주문을 하면 출하지에서 곧바로 배송돼 제맛에 즐길 수 있다. 거래 수수료도 4%로 싸다. 인터넷쇼핑몰은 10∼30%이고, 백화점·할인점은 15∼30%다. 수수료가 적으니 자연히 가격도 싸진다. 이런 혜택 때문에 많은 영세농가가 ‘기업가’로 변신했다. 따라서 입점 심사때의 경쟁률은 보통 5대 1을 넘긴다. 곶감, 매실, 김, 멸치, 민속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대부분 연간 13억∼5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다. 가격이 싸니까 품질 관리가 허술할 것으로 보면 오산. 입점 후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고 품질 검증이 이뤄진다. 지난 92년부터 국가공인기관에 의뢰해 연 2회 제품 성분검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민원 발생률은 0.038%로 업계 최저였다. 자격도 까다롭다. 우체국쇼핑 지정업체가 되려면 1년 동안의 판매 실적이 있어야 하는 등 쉽지 않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결과로 우체국쇼핑몰은 지난 5월 ‘세계우편상(World Mail Awards)’ 전자상거래부문 대상을 받았다. # 우체국쇼핑, 종합 쇼핑마켓화 우체국쇼핑은 이제 ‘종합 인터넷쇼핑몰(www.ePOST.go.kr)’로 거듭나고 있다. 우체국쇼핑의 온라인 거래액은 전체의 약 40%에 이르고, 시장에서의 파괴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경원 우편사업단장은 “3차원 입체화면 제공,TV홈쇼핑 등을 검토 중이며 인터넷 판매율을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농어가 소득원으로 자리하고 있어 마케팅,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우리아빤 육군… 계급은 묻지 마세요”

    “우리아빤 육군… 계급은 묻지 마세요”

    군은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계급사회다. 충남 계룡대는 상명하복을 최고의 선으로 생각하는 한국군의 심장부다. 충남 계룡시 남선면.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주민 100%가 군인 가족으로 이뤄진 유일한 곳이다. 그러나 군인 가족들이 사는 이곳에서는 계급이 없다. 부대 안에서는 계급이 있지만 가족들은 그저 이웃일 뿐이다. 특이한 점은 남편이 나라 지키는 일에 종사하고 있어 마을일을 하는 것은 부인들의 몫이다. 남선면의 전체 면적은 613만평.2003년 9월 논산시에서 시로 승격된 계룡시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가구수는 2400가구, 주민은 8900여명이다. 부사관급에서 장군까지 계급도 천차만별이다. 15일 오후 남선면 최대 시장인 계룡대쇼핑몰 앞 광장은 붐볐다. 찬거리를 사러온 주부와 수업이 끝난 학생들이 눈에 띈다. 곳곳에 ‘충성마트’‘보라매매장’ 등 지역의 특성을 나타내는 상호가 즐비하다. 이곳에는 ‘아빠의 계급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다.“아빠 계급을 물어보는 애들을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런 걸 물으면 때려줬을 거예요.” 이 곳에서 만난 용남중 박지영(14·2년)양은 “육·해·공군인지만 물어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용남초교 5년 김강차리(11)양도 “친구들 아빠 계급은 모른다.”고 했다. 시장을 다녀가던 한 주부도 “조심스러워 남편의 계급 얘기는 안 한다.”고 귀띔했다. 계급을 따지는 군인이지만 마을에서는 금기시하는 분위기다. 남선면은 모두 군인관사로 이뤄져 있다. 군사보호구역이어서 5층 이하 아파트뿐이다. 계룡대와 함께 면지역의 토지나 주택이 대부분 국방부 소유다. 입주보증금 수백만원에 관리비만 내고 관사로 사용한다. 현역만 입주할 수 있다. 단지별로 계급이 비슷한 군인가족들이 거주하도록 하고 있다. 장군과 일부 영관급 가족은 계룡대 안에서 살고 있지만 주소는 남선면에 두고 있다. 면은 ‘남선 1리에서 16리까지’ 모두 16개 마을에 68개 반으로 구성돼 있다. 남편이 모두 군인이다 보니 마을의 대소사를 챙기는 이장이나 반장 일은 모두 부인들 몫이다. 이 곳에는 영세민(국민생활수급자)이 1명도 없다. 모두 군인이어서 생활수준이 엇비슷하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이트클럽, 룸살롱, 도우미가 있는 노래방도 없다. 이곳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대전시나 이웃면에 거주하는 퇴직 군인 가족이다. 범죄도 일어나지 않는다. 안교도 남선면장은 “가장이 군인이어서 도둑들이 지레 겁을 먹은 것 같다.”고 웃었다. 면내에는 경찰 지구대도 없다. 군인가족이어서 전출입이 잦다. 면직원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하루 20∼30건씩 전출입 신고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부부싸움을 마음대로 못한다. 주민 김모(48·여)씨는 “부부싸움이라도 하면 관리실에 곧바로 ‘소원수리’가 들어간다.”면서 “학교운동장으로 가 싸움을 하는 부부도 있다.”고 전했다. 자원봉사도 열심이다. 부인들은 인근지역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한다. 반상회를 해도 약속을 칼같이 지키고 화합도 잘되는 것이 이 곳의 특징이다. 계룡대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연말 모방범죄 기승

    “아들을 납치했으니 돈을 송금하라.” 최근 거짓 납치 협박이 잇따르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경남 진주와 울산, 제주에 이어 서울에도 유사 모방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14일 낮 12시4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정모(53)씨가 운영하는 구둣방에 “아들을 납치했으니 500만원을 보내라.”는 협박전화가 걸려 왔다. 범인은 계좌번호를 불러준 뒤 돈을 입금하라고 협박했다. 정씨가 “아들을 바꿔 달라.”고 하자 전화에서는 “아빠, 친구 보증을 섰는데 친구가 빚을 안 갚아 납치됐다.”고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중학교 1학년생인 아들의 목소리와는 달랐지만 당황한 정씨는 아들이 폭행을 당하고 겁에 질려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다급해진 정씨는 일단 구둣방 직원에게 수신호로 경찰에 신고하라고 지시한 뒤 급히 인근 은행에서 돈을 찾아 500만원을 송금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곧바로 범인이 불러준 계좌를 지급정지했지만, 이미 현금 260만원이 빠져나간 뒤였다. 이후 정씨가 집으로 전화한 결과 중학교 1학년 아들은 멀쩡히 집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공조수사에 허점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9시쯤 통장 개설 명의자인 A씨(단란주점 웨이터)가 관악경찰서에 붙잡혔지만 “친구 B씨의 부탁으로 명의만 빌려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해 곧바로 풀어줬다. 전북 군산서에서는 B씨를 국세청 환급사기와 관련된 혐의로 붙잡아 조사중이었지만 이 사실이 공유되지 못했다. 앞서 지난 13일 오후에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사는 김모(60)씨가 20대 남자로부터 “아들이 카지노에서 1000만원을 빌렸는데 이를 갚지 않고 있으니 수수료를 포함해 1200만원을 은행계좌로 송금하라.”는 내용의 협박전화를 두 차례 받았다. 같은 날 대전에서도 ‘아들을 납치했으니 돈을 보내라.’는 2건의 납치 협박 전화가 걸려 왔다. 지난 6일과 11일에는 울산, 경남 진주 등에서도 비슷한 수법의 거짓 협박전화가 잇따랐다. 경찰은 비슷한 수법의 납치 사건이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지만 공조수사를 외면한 채 제 구역 챙기기에만 급급해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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