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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인사이드] ‘영화티켓 1만원’ 진실 혹은 거짓

    [주말 인사이드] ‘영화티켓 1만원’ 진실 혹은 거짓

    영화관람이야말로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다. 그런데 지갑이 얇아지다 보니 영화 관람료 1000원 인상에도 민감해진다. 수백만명 드는 영화가 연달아 나오는 마당에 관객들이 봉이냐는 반응까지 있다. 한국의 영화관람료는 정말 다른 나라들보다 비싼 걸까. 극장 요금이 업계 자율로 풀린 건 30여년 전. 공연법 개정으로 1982년 1월부터 자치단체에 상영 전 신고만 하면 됐다. 하지만 물가정책과 관객·시민단체의 반발에 막혀 인상은 쉽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 2500원이던 요금은 1990년대 들어 5000원을 유지했다. 5000원을 무너뜨린 건 브루스 윌리스다. 다이하드 1·2편이 모두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면서 ‘다이하드 3’가 개봉하던 1995년 여름, 수입사와 직배사는 서울 주요 극장 대표들과 협의, 관람료를 6000원으로 올렸다. ‘6000원 시대’가 오래 갈 줄 몰랐다. 1997년 ‘에비타’, 1998년 ‘타이타닉’, 2000년 ‘미션 임파서블 2’ 등 화제작 개봉 때마다 인상을 노렸지만,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미션 임파서블 2’ 상영 때는 7000원에 예매한 관객에게 1000원을 돌려주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7000원 시대를 연 건 멀티플렉스의 힘이다. 2001년 CGV와 메가박스가 7000원으로 올리면서 전국으로 확대됐다. 2003년 멀티플렉스에서 조조 요금은 4000원으로 낮추고 주말 요금을 8000원으로 올리는 요금 차등제를 실시했다. 2009년 7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 개봉할 무렵 메가박스가 총대를 메고 평일 8000원, 주말 9000원으로 올렸다. 예매율 80%를 기록할 만큼 기대가 컸던 대작의 개봉에 맞춰 슬며시 올린 셈이다. 지난달 관람료를 둘러싼 논란이 4년 만에 다시 불거졌다. CJ CGV의 목동, 상암, 강남, 오리, 야탑, 센텀시티, 마산, 순천 등 8개관 점주들이 5000~1만원 상영시간대별로 다변화하겠다고 밝힌 것. 평일 조조 할인요금을 1~2회차 더 적용하되, 주말에는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리는 게 골자다. “전업주부와 대학생 관객 등이 많은 지역 특색을 감안해 점주들이 조정한 것”이라는 게 CJ CGV 측의 입장이다. 반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요금 다변화로 관람료가 7.1%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면서 “국내 영화요금은 영화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영화관람료는 외국보다 거품이 많은 게 사실일까.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의 평균 관람료는 7737원(2011년 평균 환율로 환산 땐 6.98달러)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일본(평균 15.71달러)은 물론, 캐나다(10.28달러), 영국(9.03달러), 프랑스(9.25달러)보다 낮다. 미국(7.90달러)보다도 조금 낮은 수준이다. 물론 단순비교는 무의미하다. 김수현 영화진흥위원회 연구원은 “극장관람료의 수준은 영화산업의 역사와 성숙도, 경제력, 특히 물가수준과 비교하는 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각 나라의 맥도날드 햄버거 빅맥 가격을 달러로 환산한 뒤 미국 내 판매가격과 비교해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하는 빅맥지수를 참고할 만하다. 2012년 7월 한국의 빅맥지수는 3.21달러. 비슷한 국가는 헝가리(3.48달러)와 체코(3.34달러), 이스라엘(2.92달러) 정도다. 이들의 극장요금은 헝가리가 평균 5.53달러, 체코는 6.33달러다. 이스라엘은 9.9달러로 빅맥지수를 감안하면 턱없이 높다. 미국의 빅맥지수는 4.33달러다. 한국의 1.35배 수준. 반면 평균 관람료는 미국이 한국의 1.13배 수준이다. ‘평균’의 함정을 피하면 또 달라진다. 한국의 주말요금은 2D 영화의 경우 비싸도 9000원이다. 반면 미국의 대표적 극장체인 AMC의 주말 저녁시간(오후 6시 이후) 요금은 12.5달러(1만 3785원)다. 한국의 1.53배 수준. 빅맥지수가 1.35배란 점을 떠올리면, 외려 미국이 비싸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잣대로 삼으면 어떨까. 한국의 1인당 GDP는 2만 3679달러(2012년 기준)다. 비슷한 수준의 나라는 그리스(2만 4197달러)와 타이완(2만 502달러) 정도. 이들의 평균 관람료는 각각 12.0달러와 9.8달러다. 한국 관람료가 비싼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미국과 소득수준 대비 영화관람료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3.2로, 미국(1.7)의 183%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평균 관람료(원화 기준)를 1인당 GDP(달러 기준)로 나눈 수치를 비교했다. 실무를 진행한 김정훈 회계사는 “가처분소득에 대한 지출 부담능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싶어 평균관람료를 1인당 GDP로 나눠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영화관람료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산업의 역사와 국가별 문화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의 평균관람료는 7.9달러이지만, 뉴욕에서 주말에 영화 한 편을 보려면 최소 12달러는 내야 한다. 1.5배 수준이란 얘기다. 이 정도는 약과다. 중국의 3D 관람료는 130~150위안이지만, 낮시간대에는 80위안까지 떨어진다. 심지어 태국에서는 같은 상영관 내에서도 앞·뒷자석 요금이 다르다. 합리적이지만 어떤 나라에서도 채택하지 않고 있는 요금제다. ‘한국은 2D 관람료는 싸지만, 3D는 비싸다’란 속설도 사실과 다르다. 한국의 3D 관람료는 1만 3000원(IMAX 제외). 미국 AMC의 경우 3D 관람료는 11~15.5달러다. 시설에 대한 투자가 이뤄진 만큼 3D 요금은 2D의 1.5배 수준에서 책정되는 게 보통이다. 김수현 연구원은 “경제규모나 물가·소득수준이 비슷한 국가와 비교해 보면 우리가 비싸지 않다. 오랫동안 물가제한품목에 묶여 있다 보니 규제가 풀린 이후에도 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의 심리적 저항이 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맞아 7년 만에 투자수익률이 흑자(13%)로 돌아섰다. 극장매출도 7년 만에 가장 많은 17.7%(전년 대비) 증가했다. 하지만 르네상스의 과실은 투자·배급·극장까지 수직 계열화된 대기업에 쏠린 게 현실이다. 2006~2011년 누적 손실에 신음했던 중소 투자·제작사와 최저생계비 수준의 수입으로 생계를 잇는 현장 스태프와 다수 배우에게 달라질 건 없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를 비롯한 충무로 구성원 대부분이 관람료 인상을 지지하는 까닭이다. 문제는 부율이다. 배급사와 극장이 나눠 갖는 비율을 뜻하는 부율은 현재 5(배급사)대5(극장)다. 8000원짜리 티켓이 팔리면 1000원은 세금(영화진흥기금 3%+부가세 9%)으로 빠지고 나머지를 배급사와 극장이 나눠 갖는다. 서울에서 할리우드 영화는 6(배급사)대4(극장)로 나눈다. 미국영화가 강세이던 관행이 남은 탓. 현재 5대5인 한국영화의 부율을 일단 5.5(배급사)대4.5(극장)로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할리우드 영화처럼 6대4로 가야 한다는 게 영화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의 입장이다. 지난해 한국영화동반성장협의회에서 합의된 부분이다. 영화제작가협회 원동연 부회장은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약 50억원)의 손익분기점이 150만명 선이다. 관람료가 오르면 창작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다양하고 완성도 있는 영화 제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CGV의 일부 요금 인상이 전체로 확대된다면 동반성장협의회에서 약속한 부율 5.5(배급사)대4.5(극장)를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영화가 극장에 수익을 안겨주는데 외화보다 불이익을 보는 현실을 바로잡자는 것”이라면서 “의무상영기간 2주를 보장하고, 종영 후 3개월이 지나서야 극장이 정산을 해주는 관행도 월별 정산으로 바꿔야 한다. 3D나 4DX 등 특수상영관에서 ‘시설비’를 이유로 극장들이 떼어가는 것과 3주차에 접어들면 부율을 극장 측에 유리하도록 조정하는 부분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창작 애니메이션 뽀로로 탄생 10년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김문이 만난사람] 창작 애니메이션 뽀로로 탄생 10년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오늘날 창의성의 대명사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과연 무엇을 떠올릴까. ‘강남스타일’로 대박을 터뜨린 가수 싸이의 말춤? 아니면? 딱히 생각이 안 나거든 다음의 신상명세를 잠시 주목해 보자. ‘전 세계 130여개국에 수출되는 산업역군이다. 로열티만 매년 100억여원을 받는다. 프랑스 공중파 방송(TF1)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57%)를 기록했던 주인공이다.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에서도 많은 인기를 끈다. 연봉 120억원에 이적료가 3600억원에 이른다. 대한민국 우표발행의 주인공이며 한국방문의해 홍보대사 등 많은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누굴까. 바로 우리나라 토종 캐릭터인 ‘뽀로로’다. 5조 7000억원의 경제적 효과, 8000억원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가진 뽀로로는 비단 돈으로만 표현할 수 없다. 아이들한테는 큰 영향력을 가진 ‘뽀통령’이자 신적인 존재나 마찬가지인 ‘뽀느님’으로 불린다. 울던 아이들도 뽀통령이 나오면 마법에 걸린 것처럼 쪼르르 기어가 텔레비젼 앞에 앉는다. 무엇이 그토록 전 세계의 동심을 사로잡는 것일까. 동심뿐만 아니다. 지난 1월 극장판 뽀로로가 처음 나오며 아이를 둔 부모들의 마음까지 파고들었다. 특히 극장판 뽀로로는 어렵다던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또 하나의 쾌거를 이루어냈다. 뽀로로가 올해 꼭 10살이 됐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미키 마우스’가 90살 가까이 됐다면 결코 늙지 않을 뽀로로는 과연 어디까지, 또 어떤 모습으로 미래를 이어나갈지 사뭇 궁금해진다. 뽀로로를 기획하고 스토리텔링과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있는 ‘뽀로로 아빠’ 최종일(48)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지난 11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 검은 뿔테 안경을 썼다. 앗, 뽀로로를 감싸안는 모습이 영락없는 ‘뽀로로 아빠’였다. 우리 나이로 치면 내년에 50세인데 30대로 보이는 ‘젊은 아빠’였다. 맨날 아이들과 놀고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짜내다 보니 젊어진 거냐고 했더니 그저 웃기만 한다. 자리에 앉으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된 얘기부터 나왔다. 극장판 뽀로로 첫 데뷔작인 ‘뽀로로 극장판:슈퍼썰매 대모험’은 최근 미국의 메이저 배급사 그라인드스톤 엔터테인먼트와 북미 지역 배급권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그라인드스톤 이외에도 중동 걸프 필름, 브라질 플레이아르테 등 현지 메이저 배급사에 판매돼 글로벌 캐릭터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 ‘뽀로로 극장판’은 제작 기간 3년에다 80억원을 들인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93만명 관객을 동원했다. “미국 시장 진출은 궁극적으로 높은 부가가치의 창출을 의미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뽀로로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지요. 뽀로로가 미국에서 일부 한국어 채널로 방영이 되고는 있지만 앞으로는 영어 채널을 장기적으로 확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일입니다. 아울러 (미국 시장에서)여러 캐릭터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요. 그동안 해외 여러 나라에서 반응은 좋았지만 사업적 효과로는 기대만큼 이어지지 않았거든요.” 뽀통령이 드디어 미키 마우스의 본고장인 아메리카 정복에 나섰다는 점에서 일단 귀추가 주목된다. 최 대표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 법인을 설립했으며 올해 중 여러 캐릭터 사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면서 미국에서도 충분히 많은 캐릭터 사업을 벌여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처음에는 TV용으로 제작했지만 올해 극장판이 나온 데 이어 ‘뽀로로 테마파크’ 등 앞으로 여러 형태로 해외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해외에서 러브콜이 많이 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뽀로로는 또 탄생 10년을 계기로 달라진 것 중 하나가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기로 한 점이다. 뽀로로의 캐릭터 마케팅 역량을 ‘재능기부’로 활용한다는 것. 사회복지기관들과 손잡고, ‘우정’과 ‘협동’을 재미있게 가르친다는 뽀로로의 세계관과 철학을 바탕으로 어린이들에게 나눔의 중요성과 기쁨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뽀로로는 이 밖에도 대한민국 전자정부, 한국방문의해, 어린이재단, 실종아동 홍보대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뽀로로의 역할과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탄생한 이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분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주변에서는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을 뽀로로가 나오기 ‘전과 후’로 나누고 있다”면서 “뽀로로 관련 상품의 누적 매출이 1조원에 이르고 애니메이션의 ‘하청공장’에서 ‘창작 애니메이션의 요람’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일본 등이 주로 창작 애니메이션을 했다면 한국은 그들의 주문을 받아 하청제작을 주로 했는데 뽀로로 이후에는 180도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유아용 창작 애니메이션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뽀로로의 뒤를 이어 등장한 ‘폴리’, ‘코코몽’, ‘타요’ 등이 그렇다. 뽀로로는 어떻게 해서 탄생됐을까. “광고회사에 다니던 중 2001년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때였지요. 흔히 사람들은 뽀로로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획자가 어느 날 문득 떠올린 대박 아이템으로 생각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으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뽀로로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아이들이 한 번쯤 상상했거나 경험해 봤을 만한 소재들을 아이들의 시각으로 한번 풀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뽀로로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라든지 캐릭터, 영상, 방송, 사업 등 여러 가지들이 복합적으로 잘 이루어지면서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낸 게 아닐까 싶다”고 말한다. 뽀로로라는 이름은 우연의 산물이었다. “이름을 짓기 위해 많은 회의를 했는데 딱히 잘 나오지 않더라고요. 하루는 토요일날 집에서 쉬면서 아내와 모처럼 얘기를 하고 있었지요. 토요일에만 주로 집에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5살과 2살 된 아이들이 평상시에 못 보던 아빠의 시선을 끌려고 쪼르르 왔다 갔다 한다는 말을 아내한테 들었습니다. 바로 이거다 싶었지요. 그래서 펭귄의 P자와 쪼르르를 조합해 ‘뽀로로’(pororo)라고 정하게 됐습니다.” 또한 펭귄을 소재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한 것은 펭귄이 새이면서 하늘을 날지 못하고 마치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면서 착안했다. 또한 이러한 어린이(펭귄)에게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꿈(비행사의 헬멧과 안경)을 반영시키게 됐다고 설명한다. 뽀로로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어느 날 사업설명회에서 ‘뽀로로’라고 하자 앞에 앉아 있던 참석자 중 일부가 ‘포르노’라고 발음해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또한 여성 사업가를 소개받은 자리에서도 ‘뽀로로’ 발음을 포르노라고 착각해 난감했던 적도 있었다며 웃는다. 최 대표는 충남 부여에서 출생해 3살 때부터 서울에서 살았다.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무척 즐겼다. 중학교 때까지 동네 만화가게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어린왕자’ 같은 명작동화에 관심이 많았다. 이러한 습성은 대학 다닐 때나 직장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애니메이션을 아주 좋아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광고회사에 취직했고 10년 정도 근무하다가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이때부터 평소 꿈이던 애니메이션 기획에 본격적으로 매달렸고 수십 번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결국 뽀로로로 대박을 터뜨렸다. 평소 그는 ‘창작’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사람으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독일병정’처럼 우직하게 관철시켜 나가는 고집이 있다. 뽀로로는 2011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창의성의 대명사’로 뽑혔다. ‘창의성’은 어디에서 나오느냐고 하자 “참담한 실패를 통해서 얻어진 ‘집요함’이라고 할 수 있다. 창의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날 수도 있지만 결국 정말 집요할 정도로 끈질긴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는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무실에서 지낸다. 퇴근 시간이 새벽 2시, 출근은 아침 9시에 한다. 일요일에도 회사에 자주 나간다. 이러한 패턴은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뽀로로는 ‘시즌 4’까지 끝났고 올해 안에 ‘시즈 5’를 선보인다. 다음 작품에 대해 묻자 “유아가 아닌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내용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성공의 조건’이 무엇이냐고 하자 다시 한번 ‘집요함’을 강조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한 우물을 파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애니메이션을 하다 보면 지독한 끈기로 놀라운 작품을 선보이는 거장들을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최종일 대표는 한국 애니메이션 기획자 1세대… 캐릭터 대통령상 3년 연속 수상 1965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3살 때부터 서울에서 살았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방송영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대학 졸업 후 광고회사인 금강기획에 입사, 10년 동안 근무했다. 이때 애니메이션 ‘녹색전차 해모수’ 등을 기획했다. 2001년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2003년 ‘뽀롱뽀롱 뽀로로’를 출시했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기획자 1세대’로 통한다. 별칭은 ‘뽀로로 아빠’다. 방송통신위원회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 심의위원(2006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이사(2008년) 등을 지냈으며 현재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수요요정 미셸’ ‘뽀롱뽀롱 뽀로로’ ‘뽀로로와 노래해요’ ‘태극천자문’ ‘치로와 친구들’ ‘제트레인저’ ‘꼬마버스 타요’ 외 다수가 있다. 대한민국 캐릭터대상 대통령상(2006·2007·2008년),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대상 문화관광부장관상(2003·2004·2008년) 등을 수상했다.
  • [의정 포커스] 강정식 성북구 도시건설위원장

    [의정 포커스] 강정식 성북구 도시건설위원장

    강정식 성북구의회 도시건설위원장이 항상 들고 다니는 수첩을 펼쳐 보였다. 지역주민들이 그에게 요청한 민원과 불편사항, 개선요구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강 위원장의 의정활동 좌우명은 “구의원은 지역 봉사자!”이다. 그는 13일 “자기가 잘나서 구의원이 됐다고 생각하면 오만에 빠진다. 목에 힘을 주는 지방의원은 존재 이유가 없다. 주민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잘 하라고 구의원에 뽑혔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며 평소 지론을 설파했다. “차라리 더 젊었을 때 구의원에 출마했더라면 더 일찍 봉사를 시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는 강 위원장은 30년 가까운 지역 봉사활동을 구의원이 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자녀들 결혼시키면서 받은 축의금을 경로당에 기부하고 한 달에 두 번씩 자율방범대와 함께 야간순찰을 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지역구 노인정 12곳을 항상 방문한다. 그가 이렇게 봉사활동에 매진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너무 가난해서 경찰서에서 급사로 일하며 야간 통신고등학교를 수료했다”면서 “어릴 때 가난하고 밥 굶었던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그런 고생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봉사활동에 나서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금도 5형제가 석관동에 거주한다는 그는 자신이 41년째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장위동은 뉴타운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이명박·오세훈 두 전임시장의 정책 실패가 원인이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강 위원장은 “후반기 구의회에서 도시건설위원장을 맡은 이유도 주민들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 때문이었다”면서 “교통 관련 민원 등 주민들의 조그마한 불편이라도 나서서 해결해 주는 게 기초의원, 나아가 도시건설위원장으로서의 기본 소명”이라며 옆집 아저씨 같은 소박한 웃음을 보였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제 음악 묻지 말아요, 규정짓기 싫으니

    제 음악 묻지 말아요, 규정짓기 싫으니

    싱어송라이터 정란(31)의 이름은 아직 낯설다. 하지만 재즈 팬이라면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무릎을 탁 칠 것이다. 누군가는 재즈 탱고그룹 라벤타나와 라틴밴드 로스 아미고스의 객원 보컬로 기억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2년 전 조윤성 챔버소사이어티와 함께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선 그를 떠올릴 것이다. 아니면 12년 전 서울 삼청동 라이브 카페 재즈스토리 무대에 선 소녀를 기억할지도 모른다. 음악 세계에 발을 담근 지 10여년 만에 직접 쓴 13곡을 빼곡하게 채운 1집 ‘노마디즘’을 내놓은 정란을 지난 4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음반을 듣고선 한참 갸우뚱거렸다. 세번 거푸 들었다. 처음에는 겉돌았다. 그런데 들을수록 묘하게 감겼다. 장르를 구분 짓는 건 무의미했다. 인상을 늘어놓을 수 있을 뿐이다. 서늘하면서도 몽환적이다. 한없이 차갑다가 갑자기 뜨거워진다. 라벤타나와 로스 아미고스 시절 불렀던 라틴 재즈와는 달랐다. 언뜻 MPB(브라질 팝 음악) 느낌도 묻어나지만 잠시뿐. 초점이 흔들린 자신의 얼굴과 전신을 담은 앨범 재킷과 ‘노마디즘’이란 제목이 묘하게 어울렸다. “무언가를 규정짓기보다 애매모호함을 좋아해요. 초점이 흔들린 앨범 재킷이나 노마디즘이란 제목도 마찬가지죠. 평론가들이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순 있지만 제게 무슨 장르냐, 어떤 심정으로 노래했냐고 묻는다면 답하고 싶지 않아요. 음악을 던져 놓으면 해석하든 장르를 규정짓든 그건 듣는 사람의 몫이에요. 음악도 삶도 한곳에 정착하고 싶지는 않아요. 정착하다 보면 집착하고 무언가를 쟁취하려 아등바등하게 되거든요.” 앨범 프로듀싱은 네덜란드의 베이스 연주자 루번 사마마의 몫이다. 헤이그 왕립음악원 동문이자 정란의 음악 동료인 프로듀서 홍지현이 다리를 놓았다. 홍지현이 건넨 몇 개의 데모트랙을 들은 사마마는 정란의 음악 색깔에 매료돼 흔쾌히 프로듀서 제의를 수락했다. “기성 가수, 음악의 이미지와 겹쳐지는 걸 원치 않았어요. 신선함을 원했죠. 언어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없었어요. 둘 다 돌직구 스타일이라 돌려 말하지 않았어요. 한국 사람들은 서로 상대가 제안하기를 기다리지만 사마마와 저는 서로 아이디어를 내놓기 바빴어요. 하하하.” 음반 제작·배급사 포니캐년코리아는 홍보 문구에서 그를 ‘한국의 제인 버킨’이라고 칭했다. 좀처럼 규정짓기를 싫어하는 정란의 반응이 궁금했다. “사람들은 낯선 음악을 들으면 편의상 기존 음악가과 비교해요.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조그마한 스티커를 붙이는 정도는 괜찮겠다 싶었죠. 원래 버킨을 좋아해요. 영화, 연극, 음악을 구분짓지 않고 끊임없이 창작해 온 열정이 대단하죠. 다만 그 표현 때문에 틀에 갇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어요. 대중들이 ‘한국의 버킨’이란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쉽게 접근하는 장점이 있지만 수식어가 붙는 순간 이미지가 고착되는 단점도 있잖아요.” 독특한 음색과 발성, 자작곡의 색깔은 제도권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담임교사를 따라 삼청동 라이브 카페에 갔다가 사장의 권유로 노래를 불렀다. 그날 이후 운명은 바뀌었다. 그는 “다음 날부터 공연했다. 입소문이 나서 다른 클럽에서도 노래했는데 돈도 엄청 벌었다. 지금은 구경도 못 할 큰돈이다. 한달에 400만원쯤 벌었다”며 웃었다. 이어 “대학에 가서도 학교는 안 가고 공연만 하러 다녔다. 1주일에 3번씩 클럽에서 공연을 했다. 앨범 한장 안 낸 내가 ‘EBS 스페이스공감’에만 5번이나 출연했더라”고 덧붙였다. 또한 “대학에선 교수가 커리큘럼에 따라 어떤 책을 보라고 얘기해 준다면 난 알아서 찾아보고 연구할 뿐이다. 굳이 대학에서 음악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곳에 정주하길 싫어하는 정란은 조만간 소프라노 임선혜에게 바로크 성악 발성을 배울 계획이다. 네덜란드의 기타리스트 크리스티안 구티에레스, 리코디스트 권민석과 함께 7월쯤 이탈리아 성가곡 레퍼토리로 하우스콘서트를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원래 그레고리안 성가를 좋아해요. 운전할 때 누군가 확 끼어들어도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고 있으면 욕이 안 나와요. 지금은 이메일로 레퍼토리를 상의하는 단계인데 벌써 흥분돼요.”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봄과 겨울 사이-가평 보납산·북한강

    봄과 겨울 사이-가평 보납산·북한강

    설리춘색(雪裏春色). 봄은 이미 눈 아래 당도해 있다는 뜻이랍니다. 엄혹했던 계절이 지나고 봄이 발 아래까지 차오른 이맘때를 일컫기 적합한 표현이겠습니다. 경기 가평의 보납산(寶納山·330m)을 다녀왔습니다. ‘뒷동산급’의 높이에 ‘국립공원급’의 풍경을 매달고 있는 산이지요. 푸름은 아직 일러 당도하지 않았지만, 그 산에서 본 북한강엔 봄빛이 완연했습니다. 눈 녹은 물 흘러가는 가평천의 버들강아지는 꽃망울을 틔웠고, 나무들마다 봄물 올라 불그레해진 가지를 매달고 있었습니다. 가평은 산이 많다. 경기도 최고봉인 화악산(1468m)을 비롯해 명지산(1267m)과 석룡산(1147m) 등 높고 빼어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종종 ‘녹색백화점’이라고 불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청평, 대성리 등 중·장년층이 청춘의 기억을 묻어둔 여행지들도 즐비하다. 전철도 놓였다. 상습적인 교통정체를 피할 수 있게 된 것. 가평 관내 여행지를 촘촘하게 잇는 경춘선은 요즘 ‘인기 폭발’이다. 주말이면 객차 안은 행락객들로 발디딜 틈을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여럿이 부대낀들 어떠랴. 길 위에서 시간을 버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보납산은 낮다. 북한강과 가평천의 합수머리에 불쑥 솟았다. 산을 즐기는 이들의 시선에서 보자면 딱 마을 뒷산이다. 가평 주민들도 곧잘 운동 삼아 오르내릴 정도다. 한데 정상에서 보는 조망만큼은 국립공원 뺨친다. 굽이쳐 흐르는 북한강의 자태는 물론 마루금을 좁힌 주변 산자락들의 위세도 남다르다. 산행 들머리는 가평역이다. 북한강을 휘휘 돌아 보납산으로 향하는 코스다. 승용차라면 보납산 입구까지 쉬 가겠지만, 그 차이는 불과 한 시간 남짓이다. 특히 북한강변을 자박자박 걸으며 맞는 봄의 훈풍은 값으로 따질 수 없다. 가평역에서 내려 물안길, 이른바 ‘가평 올레길’에 오른다. 가평읍 주변을 에두르는 길이다. 그 가운데 1코스로 방향을 잡는다. 해마다 재즈 축제가 열리는 자라섬을 돌아보는 길이다. 자라섬은 줄달음치던 북한강이 춘천 끝자락, 그러니까 가평 초입에 이르러 숨 한 자락 내쉬며 만들어 놓는 반달모양의 예쁜 섬이다. 자라목처럼 생겼다 해서 이름지어졌다. 이름과 달리 뭍과 연결돼 있어 고립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예전엔 ‘중국섬’이라고 불렸다. 해방 이후 중국인 몇 명이 이 섬에서 농사를 지었기 때문. 그 이전에는 이름조차 없었다. 이웃한 남이섬보다 전체 면적은 넓지만 많은 비가 내리면 섬 일부가 물에 잠긴다는 단점 때문에 그동안 버려지다시피 했다. 그러다 2004년 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리면서 가평의 랜드마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자라섬은 동도, 서도 등 4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서도에는 오토 캠핑장이 조성돼 있다. 캐러밴사이트, 오토캠핑 등 하루 최대 1500여명이 머물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또 다목적 운동장과 인라인장, 자전거대여소 등의 놀이시설도 마련돼 있다. ‘오토캠핑의 성지’다운 풍모다. 자라섬 초입의 자연생태테마파크 ‘이화원’(二和園)도 둘러볼 만하다. 국가 간(한국·브라질), 지역 간(수도권, 영호남, 지방) 화합을 꾀한다는 큰 화두가 이름에 담겼다. 경남 하동의 녹차나무, 전남 고흥의 유자나무 등 영호남의 식물과 커피나무 등 브라질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수목들이 온실 속에 식재돼 있다. 자라섬 강변길에서 맞는 바람이 싱그럽다. 바람 끝에 머물던 겨울의 결기는 사라졌고, 그 자리에 촉촉한 봄내음이 가득 찼다. 북한강물은 장판을 깐 듯 잔잔하다. 주변의 모든 풍경들이 물 위에 수렴된다. 그야말로 명경지수다. 봄날의 수채화를 그린다면 딱 이런 모습일 게다. 자라섬을 나와 가평교를 건너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가평천 산책로, 오른쪽은 보광사로 향하는 길이다. 어느 길로 가도 보납산 정상에 오를 수 있지만, 가급적 보광사 코스를 이용하길 권한다. 산길이 완만하고 한결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왼쪽 길을 따르는 사람들도 많다. 정상으로 곧바로 오르는 급사면의 지름길이다. 종종 심술궂은 코스와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고도 차에 따른 조망의 변화는 빼어나다. 보납산을 말할 때 조선 최고의 서예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한석봉을 빼놓을 수 없다. 등산로 안내판에 따르면 한석봉은 선조 32년(1599년) 가평군수로 내려와 보납산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한석봉은 유난히 보납산을 아꼈다고 한다. 그의 호인 석봉(石峯)도 전체가 하나의 돌로 이루어진 보납산에서 따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보납산이란 이름도 그가 가평을 떠나며 아끼던 벼룻돌과 보물을 산에 묻은 데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후대에 ‘스토리텔링’이 덧씌워졌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한때 그가 묻었다는 벼루 등을 찾겠다며 사람들이 찾아오는 등 작은 소동이 일기도 했단다. 보광사 초입에서 오른쪽 산길로 방향을 잡는다. 이리저리 휘고 굽은 산길이 제법 가파르다. 밭은 숨 몇 번 내쉬고 나면 정상이다. 노송 몇 그루가 벼랑 위에 매달려 있고, 주변에 목재 데크를 깔아 전망대를 조성해 뒀다. 예서 맞는 풍경이 장관이다. 봄빛 머금은 북한강이 물돌이동처럼 돌아가고, 강줄기 너머로 강원의 산들이 마루금을 좁히고 섰다. 노루의 뿔처럼 솟은 물안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삼악산과 굴봉산도 아련하다. 오래전 유행했던 광고문구처럼 ‘작은 산 큰 기쁨’이다. 전망대에서 정상 표지석까지는 10m 남짓. 예서 보는 풍경도 빼어나다. 가평천과 북한강의 합수머리, 가평 시가지, 자라섬, 그리고 유명산 등 가평 이남의 산들이 한눈에 들어찬다. 보납산은 정상 조망을 즐긴 뒤 원점회귀하는 가벼운 산행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자주 등산을 즐기는 이들에겐 싱거울 수 있다. 마루산(425m)이나 북쪽 물안산(443m)으로 이어지는 능선 종주를 즐기는 산꾼들이 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앙상한 나뭇가지 너머로 검푸른 북한강과 동행할 수 있다는 건 이 계절만의 호사일 터. 야트막하게 이어진 잣나무 숲길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 ‘밀러스 크로싱’(1990)의 도입부를 떠올리게 하는 숲길이다. 겨우내 푸르렀을 잣나무 아니던가. 언제든 곁을 내주는 나무가 새삼 고맙다. 글 사진 가평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31) →가는 길 서울 용산역, 청량리역에서 ITX-청춘을 타고 가평역까지 간다. 40분 안팎이면 닿는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봉역 또는 국철 망우역에서 경춘선으로 환승해 갈 수도 있다. 가평역에서 보광사 입구까지는 택시로 10분가량 걸린다. 승용차로 갈 경우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나들목→46번 국도→가평, 또는 올림픽대로→팔당대교→45번 국도→샛터삼거리→46번 국도→가평순으로 간다. →맛집 가평과 청평, 설악 등 가평 관내 곳곳에 있는 한우명가는 가평축협에서 직접 운영하는 음식점이다. 1등급 이상의 가평 한우만 사용한다. 584-4220. 특산물 잣을 이용한 요리집도 많다. 명지쉼터가든(582-9462)은 잣국수, 잣손두부집(584-5368)은 두부 요리로 많이 알려졌다.
  • 유독화학물 영업 허가제로 변경 고위험 작업 원청·하청 공동책임

    유독물 영업이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고, 위험성이 큰 작업에 대해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공동책임제가 실시된다. 또 관련 법규를 연속해서 위반할 경우 영업 정지, 사업장 폐쇄 등의 삼진아웃제가 도입되고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된 유독물 관리 권한은 지방환경청으로 환수된다. 정부는 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김동연 신임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관계 차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유해화학물질 안전 1단계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전국에 있는 모든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안전 취약요인을 분석하고 사업장을 등급화해 관리하기로 했다. 또 사업장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불시 점검제를 도입하고 중소기업 등 사고 취약 부문에 대한 안전교육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유명무실한 주민고지 절차와 내용을 구체화해 주민이 주변의 안전 위해 요소를 사전에 알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봄철 산불, 해빙기 사고, 어린이 안전사고 등에 대한 예방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축대, 옹벽 등 해빙기 안전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소방방재청 중심으로 안전이행 실태에 대한 확인 점검도 한다. 학교 내 경사지 등에 대한 점검과 학생 통학차량에 대한 특별지도 강화도 포함됐다. 정부는 또 대형산불 특별대책기간을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 21일, 청명·한식 대책기간을 같은 달 5∼7일로 각각 정하고, 산불 발생 시 30분 내 출동이 가능하도록 헬기를 이동배치하기로 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2월 점유율 82.9% 7년 만에 최고치…한국영화 승승장구 왜?

    2월 점유율 82.9% 7년 만에 최고치…한국영화 승승장구 왜?

    한국 영화가 연초부터 초강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월 한국 영화 점유율은 1000만 관객을 넘은 ‘7번방의 선물’과 700만 관객을 모은 ‘베를린’의 쌍끌이 흥행으로 82.9%를 기록했다. 이는 2006년 10월의 85.3%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1절이 낀 지난 1~3일 ‘신세계’가 84만 9378명을 모아 2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11일 동안 누적 관객 253여만명을 모으며 한국 영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2위를 차지한 ‘7번방의 선물’은 3일간 77만 7970명을 모아 누적 관객 1170만 4636명을 기록했으며 4일 오후 1175만명을 돌파해 ‘태극기 휘날리며’를 넘어 한국 영화 역대 흥행 5위에 올라섰다. ‘베를린’도 4일 오전 누적 관객 700만명을 돌파해 한국 액션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2월 영화관을 찾은 총관객 수는 2182만 4393명으로 지난해 2월의 1306만 5438명에 비해 무려 67.0% 증가했다. 전체 관람객 중 총 1809만 6430명(82.9%)이 한국 영화를 관람했다. 2006년 10월 이후 한국 영화 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2008~2009년엔 월별 시장점유율이 70%를 넘은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다 2011년 9월 73.2%, 지난해 2월 75.9%로 회복세를 보이다 7월 47.9%로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이 같은 걱정은 ‘도둑들’(7월 25일 개봉)과 ‘광해, 왕이 된 남자’(9월 13일 개봉)가 연달아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사라졌고, 한국 영화점유율도 8월부터 연말까지 60~70%대를 유지했다. 올 들어 ‘레미제라블’ 등 할리우드 영화의 선전으로 1월 한국 영화 점유율이 58.9%로 주춤했으나 1월 말 개봉한 ‘7번방의 선물’과 ‘베를린’이 동반 흥행에 성공하면서 2월 한국 영화 점유율이 대폭 상승했다. 올해 1~2월 한국 영화 관객 수는 3008만 663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7% 늘었다. 영화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라면 상반기 안에 1억 관객을 모으고 올해 한국 영화가 2억 관객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 영화의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영화 관람이 생활의 일부로 정착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영화 배급사 쇼박스의 최근하 과장은 “지난해 초중반기부터 높은 수준의 한국 영화가 줄을 이으면서 관객들의 신뢰가 쌓였고, 영화가 문화계의 화두가 되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렸다”면서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골프, 해외여행, 뮤지컬 등 고가의 문화 생활을 즐기던 40~50대가 가족과 함께 저비용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영화 관람을 선호하면서 영화 관람이 습관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의 김대희 차장은 “무더위와 한파가 계속되는 등 날씨 요인도 있었고 좋은 영화관 시스템과 영화 해설 프로그램 등 관객들이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그 결과 영화 주요 관람층이 2030에서 중장년층으로 확대되면서 관객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영화 ‘7번방의 선물’ 1000만 관객… 휴먼코미디 통했다

    영화 ‘7번방의 선물’ 1000만 관객… 휴먼코미디 통했다

    한국 영화 평균 제작비를 조금 웃돌 뿐이다. 검증된 스타도, 흥행 감독도 없었다. 극장을 보유한 CJ나 롯데가 투자배급한 영화도 아니다. 그런데 한국 영화 사상 8번째로 ‘1000만 클럽’에 가입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번방의 선물’은 23일까지 누적 관객 1002만 6790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23일 개봉 이후 32일 만이다. ‘7번방의 선물’은 지금껏 나온 ‘1000만 영화’ 중 가장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졌다. 순제작비 35억원, 홍보마케팅비를 합친 총제작비도 55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억원 미만을 제외한 한국 영화의 평균 제작비 46억 8000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23일까지 ‘7번방의 선물’의 누적 매출액은 718억원에 이른다. 세금(영화진흥기금+부가가치세)을 빼고 절반씩 영화관과 나누면 316억원쯤 투자배급사에 돌아가는 셈이다. 총제작비의 5배 이상 벌어들였다. 역대 ‘1000만 영화’ 중 최고 수익률이다. ‘실미도’(1108만), ‘해운대’(1145만), ‘태극기 휘날리며’(1175만), ‘왕의 남자’(1230만), ‘광해, 왕이 된 남자’(1232만), ‘도둑들’(1303만명), ‘괴물’(1301만) 중 ‘왕의 남자’를 제외하면 100억원 안팎의 블록버스터였다. ‘왕의 남자’를 제외한 ‘1000만 영화’들은 또 탄탄한 서사 외에도 재난, 전쟁, 괴물, 액션 등의 볼거리가 있었다. 검증된 감독과 충무로의 간판 배우들도 등장했다. 반면 ‘7번방의 선물’의 전반부는 유아 유괴 성폭행, 살인 누명을 쓴 지적 장애인 아빠와 일곱 살짜리 똘똘한 딸, 교도소 동료가 벌이는 소동극이다. 후반부는 부녀의 이별 드라마다. 배우 류승룡은 첫 단독 주연을 맡았고 이환경 감독은 데뷔 이후 3편 모두 흥행에는 실패했다. 영화는 세련되지 않았고 ‘웰메이드’와도 거리가 멀다. 외려 뻔하고 과장되고 노골적으로 눈물샘을 건드린다. 이 감독의 돌직구가 1000만 관객을 울렸다. 최근 2~3년 새 문화계를 관통하는 ‘힐링(치유) 코드’와 맞아떨어졌다. 1960년대 이후 실종됐던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전 세대와 통할 수 있는 신파의 부활이란 시각도 있다. 이용철 영화평론가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영화산업이 폭발했지만 조폭 장르이거나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의 작가들이 산업을 좌우했다. ‘미워도 다시 한번’(1968)처럼 온 국민을 울릴 영화는 없었다. 한국 영화가 바닥을 쳤던 2006~2008년 이후 나온 ‘국가대표’(2009), ‘해운대’(2009,) ‘늑대소년’(2012) 등을 보면 장르는 제각각이지만 한국적인 감정 코드를 공유하고 있다. 신파다. 사람 울리는 데 기막힌 재주가 있는 이 감독이 신파의 정점을 찍었다. 급증한 40~50대 여성 관객과 통했다”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주말 박스 오피스] ‘7번방의 선물’ 900만 돌파

    영화 ‘7번방의 선물’이 관객 900만을 넘어 1000만 고지에 성큼 다가섰다. 이 영화 투자배급사 뉴(NEW)는 ‘7번방’이 18일 오후 6시 20분 기준으로 누적관객 수 900만 578명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이래 27일 만이다. 이는 지난해 31일 만에 900만 관객을 넘은 ‘광해, 왕이 된 남자’보다 4일 앞선 기록으로 이번 주말께 1000만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베를린’도 이날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위를 차지했으며 한국 첩보 액션 영화 중에서 최고 흥행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 시리즈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는 329개 관에서 21만 178명을 모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3위를 차지했다. 누적관객 수는 129만 7703명이다. 이어 지난 14일 개봉한 이시영·오정세 주연의 로맨틱코미디 ‘남자사용설명서’가 367개 관에서 20만 891명을 모아 4위에 올랐고 같은 날 개봉한 ‘헨젤과 그레텔:마녀 사냥꾼’은 297개 관에서 13만 8407명을 동원해 5위를 차지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월급사장’ 주식 양도차익 과세 제외

    대주주의 친족이 아닌 임직원은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임직원 주식양도차익 과세 문제가 논란이 되자 종전에 모호했던 규정을 명확히 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입법예고한 세법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부처 협의 과정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 이같이 수정하고 오는 15일 공포한다고 12일 밝혔다. 당초 주식양도차익 과세대상 대주주의 범위에서 국세기본법상 특수관계인 중 법인의 사용인은 제외하도록 규정돼 있다. 수정안은 대주주와 친족 관계가 없는 임직원까지 제외하도록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촌, 이모는 대주주에 포함되지만 월급 사장은 과세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정부는 또 종신형 연금보험의 비과세 요건 가운데 보증 기간을 ‘10년 이내’에서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기대 여명 이내’로 수정했다. 종신형 연금보험은 조세회피 우려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혁신형 개량신약’을 개발하면 연구개발(R&D) 비용의 최대 30%까지 공제 혜택이 부여된다. 기존 공제 비율은 20%였다. 아울러 연금계좌의 연금 수령 기간은 15년 이상에서 10년 이상으로 조정했다.비과세 월 적립식 저축성보험 역시 6개월 이내의 선납은 인정하도록 고쳤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특정업무경비 현금으로 안 준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 때 논란이 된 특정업무경비(특경비)에 대해 정부가 현금 지급을 금지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경비를 먼저 지급하는 관행도 금지키로 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한, 필요 경비는 정부구매카드로 결제하고 사용내역도 상세히 제출하도록 했다. 기획재정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올해 예산·기금 운용계획 집행지침을 각 부처에 내려보냈다. 특경비는 수사, 감사 등 특정업무 수행에 드는 실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로, 올해 책정된 예산은 50개 기관에 총 6524억원이다. 지침에 따르면 특경비는 원칙적으로 정부구매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현금으로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고 밝혔다. 지출 증빙 방식도 구체화했다. 영수증 첨부가 어려운 경우 기존 지출내역에 지급일자, 지급금액, 지급사유 등을 명시하도록 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오토론’ 할부 현대커머셜 가장 비싸

    ‘오토론’ 할부 현대커머셜 가장 비싸

    신차 대출 평균금리는 아주캐피탈이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할부대출 금리는 현대커머셜이 가장 비쌌다. 은행권은 여전사보다 대출 금리가 낮지만 아직 취급사가 많지 않은 것이 단점이다. 저렴한 금리로 일단 고객을 유인한 뒤 나중에 취급수수료를 받는 자동차 할부금융사들의 영업관행은 금지된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는 29일 자동차금융을 주제로 한 ‘금융소비자 리포트 2호’를 내놓았다. 자동차금융이란 차를 장만할 때 부족한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자동차금융 시장 규모는 33조 3000억원이다. 이 중 98%(32조 8000억원)를 여전사가 차지하고 있다. 여전사별 평균금리(신용등급 5등급 고객의 지난해 7~9월 대출 기준)는 신차 대출의 경우 아주캐피탈이 연 9.5%로 가장 높았다. 그 뒤는 현대캐피탈 9.3%, 제이비(JB)우리캐피탈·하나캐피탈 각 9.2%, 현대커머셜 9.1% 순이었다. 할부대출 평균금리는 현대커머셜이 10.2%로 가장 높고, 아주캐피탈이 5.1%로 가장 쌌다. 중고차 대출 금리는 현대캐피탈(24.5%), RCI파이낸셜(24.1%), 현대커머셜(17.5%) 등이 월등히 높았다. 중고차 할부대출은 우리파이낸셜(25.6%), 하나캐피탈(24.8%), 신한카드(22.9%), JB우리캐피탈(21.1%) 등이 20%를 넘었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자동차 금융을 적극 취급하고 있는데, 신한(5.4%) 금리가 우리(8.3%)보다 훨씬 쌌다. 여전사와 비교하면 두 은행 모두 대출이든 할부금융이든 금리가 더 저렴했다. 대신, 여전사는 신용등급이 낮아도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금융회사를 직접 찾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금감원은 자동차금융 판매 시 금리가 낮은 점만 부각하고 별도 수수료 부과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불완전 판매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부터 금리와 별도로 취급수수료를 떼지 못하도록 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착한영화 흥행돌풍

    착한영화 흥행돌풍

    요즘 충무로는 ‘착한 영화’가 대세다. 독하고 튀는 영화 대신 훈훈하고 따뜻한 휴머니즘을 강조한 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이 개봉 5일 만에 16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비롯해 ‘박수건달’이 346만명을 동원하며 예상외의 대박을 터뜨렸다. 이들은 유쾌한 코미디로 시작해 눈물을 쏙 빼는 감동 코드로 흥행을 이어 가고 있다. ‘7번방의 선물’과 ‘박수건달’의 공통점은 대놓고 ‘착한 영화’임을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객들 사이에 ‘착한 영화’는 흔히 재미없고 교훈적이라는 선입견이 있어 두 편 모두 초반에 코미디적 요소를 강조했다. ‘박수건달’의 경우 개봉 초반 부산의 엘리트 건달 광호(박신양)가 하루아침에 건달에서 무당이 되는 에피소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 전반부의 코미디뿐 아니라 후반부의 미숙(정혜영)과 딸(윤송이)의 눈물겨운 반전 스토리가 감동을 주면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 영화의 배급을 맡고 있는 쇼박스의 최근하 과장은 “초반에는 박신양의 무당 변신이라는 코미디에 마케팅의 초점을 맞췄지만 알고 보니 휴머니즘이 있는 따뜻한 영화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둘째 주부터 평일 관객이 40%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박신양은 영화 ‘달마야 놀자’와 ‘날아라 허동구’ 등 따뜻한 감성이 살아 있는 내용의 영화를 쓴 박규태 작가에 대한 신뢰감으로 이번 작품에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7번방의 선물’ 역시 류승룡의 코미디 연기 변신에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해 ‘내 아내의 모든 것’과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코미디와 카리스마를 오가며 호연을 보여 준 류승룡이 연기한 6세 지능의 딸바보 용구를 최대한 순수하면서도 재미있는 캐릭터로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의 기대 심리를 높였다. 이 영화는 바가지 머리를 한 류승룡의 폭소를 자아내는 자기 소개를 담은 예고편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후반부에 사회적인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억울한 입장에 처한 용구가 딸 예승을 향한 본능적이고 가슴 절절한 부성애를 보여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이 영화의 홍보사 흥미진진의 이시연 대표는 “류승룡의 변신에 다소 어색하고 괴리감을 느낄 수 있는 관객들에게 귀엽고 순수한 ‘딸바보’ 용구의 캐릭터를 강조하면서 웃음의 요소를 먼저 끄집어 냈다”면서 “영화를 그럴싸하게 포장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설정과 캐릭터를 던져 놓고 영화의 메시지나 감동은 관객들이 직접 알아서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두 편뿐만 아니라 올겨울 극장가에서 ‘착한 영화’의 강세는 두드러졌다. 예년에는 신파조라고 외면을 받기도 했지만 올해는 관객들의 감정을 정화시키는 작품들이 대세를 이뤘다. 올해 관객 500만명을 돌파한 영화 ‘타워’도 겉으로는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을 강조한 재난 영화였지만 소방관 강영기(설경구)의 희생 정신과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이 함께 힘을 모아 역경을 헤쳐 나가는 휴머니즘을 강조했다. 생명을 살리는 의사와 사람을 구하는 소방관의 착한 로맨스 영화 ‘반창꼬’도 12~1월 총 246만명을 동원하며 대작들 사이에서 선전했다. 흥행 면에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실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꿈과 도전을 그린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도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처럼 순하고 착한 영화가 각광을 받는 이유로 영화 관객층이 50~60대까지 넓어져 가족 영화가 강세인 데다 지난해에 이어 관객의 감성을 위로하는 힐링 코드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흥행했지만 휴먼 드라마가 유독 적어 틈새시장을 노렸다는 분석도 있다. ‘7번방의 선물’과 ‘반창꼬’의 영화 배급사 NEW 마케팅팀의 박준경 차장은 “‘반창꼬’는 사람들의 상처를 감싸 주는 따뜻한 멜로 영화이고 ‘7번방의 선물’은 남녀노소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뜨거운 부성애를 웃음과 재미로 풀어냈다”면서 “올겨울 흥행작들의 공통점은 마음을 위로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타워’의 김지훈 감독은 “사람들은 살면서 어떤 사건에 대해 트라우마가 생기지만 이것을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비슷한 목표 의식을 지닌 사람들의 유대관계로 함께 이겨 나가는 데 관심이 많다”면서 “신파라는 말이 다소 가볍고 부정적으로 여겨지지만 신파가 우리에게 중요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사람 자체가 신파이고 그만큼 남녀노소가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서 공감과 힐링이라는 문화 트렌드로 대변되는 착한 영화는 당분간 더 각광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각급 학교의 겨울방학이 있고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에는 휴머니즘을 강조한 착한 영화를 선호하는 시즌성이 올해는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훈훈한 웃음을 안겨 줬던 ‘댄싱퀸’이 4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헬로우 고스트’, ‘과속 스캔들’ 등 훈훈한 가족 영화가 연초에 강세를 보여 왔다. 최근하 쇼박스 과장은 “연말연시는 가족이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인기가 많은데 올해는 아역 배우들 비중이 높은 가족 영화가 많이 나왔다”면서 “마음을 정화시키고 따뜻한 희망을 주는 영화로 한 해를 시작하려는 관객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삼성전자, 사망자 발생까지 25시간 숨겼다

    삼성전자, 사망자 발생까지 25시간 숨겼다

    지난 27일 오후 1시 22분쯤 경기 화성시 반월동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공장 생산 11라인에서 불산가스(불화수소산)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5명이 어지러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명이 숨지고 4명이 치료를 받았다. 해당 사업장은 환경부에서 녹색사업장으로 지정돼 지방자치단체의 점검도 면제받고 있었지만 작업자가 방제복도 입지 않은 채 작업, 변을 당했다. 때문에 삼성전자 측의 안전관리 소홀 책임이 일고 있다. 또 사고가 발생한 지 25시간이나 지나서야 경기도청과 경찰, 소방당국의 확인 요청이 들어오자 사고 사실을 밝혀 늑장 대응에 대한 비난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사고난 공장은 주택가와 불과 1㎞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자칫 지난해 9월 구미 불산유출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28일 경찰과 경기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7일 오후 1시 22분쯤 화성사업장 생산 11라인 불산 저장탱크(500ℓ) 밸브관 개스킷(gasket·접촉면에서 가스나 물이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끼워 넣는 장치) 노후화로 불산이 흘러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이 발생했다. 경보기가 울리자 협력업체인 STI서비스 측에서 점검한 뒤 경미한 사고로 판단, 10시간이 지난 이후인 오후 11시쯤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측은 비닐봉지로 누출 부위를 막는 임시 조치만 취했다. 이에 따라 STI 측 직원 박모(34)씨 등 5명은 오후 11시 밸브관 개스킷 교체작업을 시작, 이튿날 오전 4시 46분쯤 작업을 마치고 귀가했다. 그러나 오전 7시 30분쯤 목과 가슴 통증,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등 이상이 드러나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 치료를 받았으나 박씨는 오후 1시 55분쯤 숨졌다. 다른 작업자 4명은 ’이상이 없다’는 의료진 소견에 따라 오후 7시 35분쯤 퇴원했다. 이들은 작업 중 불산을 공급해주는 배관 하부의 밸브가 녹아내리며 불산 가스에 장시간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작업장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숨진 박씨 등 일부 작업자들이 방제복 등 안전 장구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삼성전자 측은 밝혔다. 문제의 불산은 수용액과 불산이 반반 섞인 액상불산으로 누출된 양은 2~10ℓ가량으로 추정됐다. 액상불산은 외부에 누출되면 곧바로 가스상태로 기화한다. 삼성전자 측은 사고가 발생한지 25시간이 지난 28일 오후 2시 42분쯤 경기도에 사고 사실을 통보했다. 삼성전자 측은 “누수된 양이 워낙 적은 데다 탱크 안에서 사고가 일어나 자체적으로 조치했을 뿐 은폐하거나 늑장대응하지 않았다.”면서 “뒤늦게 인명피해가 발생, 경찰 등 관계 당국에 알렸다.”고 설명했다. 화성동부경찰서는 박씨가 숨진 사실을 오후 2시 전후로 한강성심병원의 변사자 신고를 받은 영등포경찰서의 통보를 받고 나서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정인 경기도 환경국장은 “삼성전자 측이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서, 한강유역환경청 등 유관기관은 불산사고 사실을 주변 지역에 통보하고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삼성전자 화성공장은 구미 불산사고 이후 경기도가 시행한 불산 취급 사업장 점검에서도 유독물 안전기준을 잘 지키는 사업장으로 분류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용어 클릭] 불산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의 불필요한 부분을 녹이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극도로 위험한 산업용 화학물질이다. 피부에 닿으면 심각한 화상을 입히고, 상온에서 기체 상태로 눈과 호흡기에 들어가면 신체 마비나 호흡 부전 등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에는 폐렴 및 급사로 이어진다.
  • ‘레미제라블’ 흥행 키워드는 ‘3S 1H’

    ‘레미제라블’ 흥행 키워드는 ‘3S 1H’

    영화 ‘레미제라블’이 17일 관객 500만명을 돌파하며 올겨울 극장가의 최대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고전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두 시간을 훌쩍 넘는 긴 상영 시간에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연결되는 송스루(Song Through) 방식의 뮤지컬 영화라는 한계에도 예상 밖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레미제라블’ 흥행의 원인을 ‘3S 1H’(Star·Synergy·Song·Healing) 법칙으로 분석해봤다. 개봉 5주차를 맞는 ‘레미제라블’은 여전히 평일 5만명, 주말 13만~15만명의 관객이 꾸준히 들고 있다. 이 영화의 수입·배급사인 UPI코리아 측은 당초 뮤지컬 영화인 ‘맘마미아’의 관객 수인 455만명을 잠정적인 목표치로 잡았으나 이 기록을 넘어서자 17일부터 IMAX로 개봉을 하고 2월까지 상영을 계획하는 등 ‘레미제라블’ 열풍을 장기화할 계획이다. 이대로라면 관객 600만명까지 순항해 ‘레미제라블’은 역대 국내 외화 흥행 순위 10위 안에도 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10위권 내에 ‘트랜스포머’, ‘어벤져스’ 등 볼거리 위주의 액션 블록버스터가 인기를 끌었던 것을 감안할 때 고전을 바탕으로 서사성이 강한 외화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개봉 초기 스타 마케팅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을 1차적인 흥행 요인으로 꼽고 있다. 대표적인 친한파 배우 휴 잭맨을 비롯해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한 할리우드 스타들을 내세워 대작 마케팅을 펼쳤다. UPI코리아의 염현정 마케팅부장은 “처음 영화에 대한 출구 조사를 했을 때 20~30대 관객들의 캐스팅 파워에 대한 호감도가 높게 나타났고 연말 이벤트성 영화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작품성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4050까지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배우들의 스타성뿐만 아니라 사랑과 용서, 헌신 등 영화의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기력을 선보이면서 몰입도를 높였다. 이 영화의 홍보 대행사인 레몬트리 박주석 실장은 “뮤지컬 영화는 다소 협소하고 대중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개봉 초반에는 화려한 스타 캐스팅의 대작 영화임을 강조했다”면서 “알 만한 스타들이 실제로 노래를 부르면서 연기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고 말했다. 초반 바람몰이에 성공한 ‘레미제라블’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한 것은 영화와 뮤지컬의 시너지 효과다. 특히 4대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7년 만에 처음 한국어로 정식 공연된 ‘레미제라블’에 대한 희소성은 유독 한국 관객들이 이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영화의 흥행으로 ‘레미제라블’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현재 서울에 앞서 지방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객석 점유율 90%를 넘기며 매진 사례를 이루고 있다. 또한 뮤지컬이 고전의 무게감을 상징과 압축을 통해 잘 표현했다면 영화는 리얼한 사실주의를 통해 인물과 배경 등을 자세히 표현함으로써 뮤지컬의 단점을 보완했다. 전문가들은 영화 ‘레미제라블’이 배우의 예술인 뮤지컬과 감독의 예술인 영화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는 “뮤지컬에서는 생략되거나 압축된 스토리가 영화에서는 논리적으로 충실하게 설명됐고 수록곡의 위치나 디테일에도 변형을 줬다”면서 “음악적인 완성도를 중시하는 뮤지컬에 비해 영화는 음악적인 욕심을 포기했지만, 영화에서는 감정의 포장을 하지 않고 리얼리즘에 가깝게 표현해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했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클로즈업이나 화면 분할이 없는 롱테이크 촬영 기법 등을 통해 노래로 연기하는 배우들의 표정이나 상태를 자세히 보여 줌으로써 감정이입을 높였다”고 말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여운이 더 깊게 남았던 것은 배우들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 때문이다. 대사가 일절 등장하지 않는 송스루 방식은 자칫 전개가 느려지고 다소 관객들에게 낯설게 다가갈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영화에서 감정의 진폭을 더 크게 하는 장치로 작용했다. UPI코리아 측은 “자칫 노래 가사 번역이 잘못되면 전달이 풍부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영화의 20~30배 이상 번역과 감수에 공을 들였다”면서 “번역에 한국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하고 캐릭터의 이입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송스루 방식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서사 위주의 원작을 대사보다 노래로 표현한 것이 감정 전달이나 몰입에 더 수월하게 했다는 평가도 많다. ‘레미제라블’의 OST는 더블 플래티넘을 기록했고 더욱 유명해졌다. 강유정 평론가는 “말은 이성적인 수단이지만 노래는 감성적이기 때문에 정서적인 감염력이 높고 감정 상태의 극대화를 가져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원종원 교수는 “주요한 멜로디를 여러 상황에 맞게 변형해 반복적으로 등장시키고 각각의 등장인물에 맞는 ‘캐릭터송’이 적절히 사용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레미제라블’의 흥행에 불을 지핀 것은 정치·사회적인 치유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후반부 실패한 혁명에 대한 메시지가 대선 결과와 맞물리며 일명 ‘48%를 위한 힐링무비’라는 정치적인 해석을 낳기도 했다. 영화 마지막에 거대한 바리케이드가 펼쳐지며 합창곡으로 울려 퍼지는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진 것이다. 또한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왕정복고에 의한 반동과 1830년 7월 혁명의 실패, 1848년 2월 혁명을 통해 1875년 프랑스가 끝내 공화정으로 가는 지난한 과정의 한 부분을 담은 영화의 시대적 배경도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연상시켰다는 평가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나 1987년 민주화운동 과정의 대규모 시위 등을 떠올린 사람도 적지 않았다. 경제적인 양극화와 정치적인 무력감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와 오버랩됐다는 분석도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영화가 야당 지지자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관객들에게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염현정 부장은 “레미제라블은 고전인 만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과 용서라는 보편적인 인간애를 다루고 있다. 용서하고 헌신하는 장발장과 타협하지 못하는 법치주의자 자베르, 비참한 판틴의 애끓는 모성애와 에포닌의 절절한 짝사랑 등 각자의 처지에 맞게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주석 실장은 “초반에는 개인적인 힐링에 초점을 맞췄지만 대선을 지나면서 정치적이고 집단적인 힐링 무비로 각광받으면서 흥행에 탄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화 평론가 정지욱씨는 “레미제라블은 각박해진 사회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고난과 역경 뒤에 희망이 찾아온다는 메시지가 정치·사회적으로 관객들에게 힐링을 준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1000만 관객 또 가자 ‘설국열차’ 타고 ‘베를린’까지

    1000만 관객 또 가자 ‘설국열차’ 타고 ‘베를린’까지

    올해 한국영화를 본 관객은 1억 1227만명, 점유율은 59.0%에 이른다. 영화계 안팎에선 신(新) 르네상스의 도래를 말한다. 섣부른 추측일 수도 있지만, 올해 맞이한 한국영화 관객 1억명 시대가 일회성은 아닐 것 같다. 개봉 예정작 명단을 보면 올해보다 내년이 낫다. 1000만 관객은 콘텐츠의 질 뿐만 아니라 개봉시기, 경쟁작, 배급력 등이 두루 맞아야 하기 때문에 점칠 수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400만명 이상의 ‘중박’은 기본, 1000만명까지 욕심낼 만한 영화들도 눈에 띈다. 1000만 영화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뒤를 이을 후보군을 살펴봤다. 2013년 기대작으론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첫손에 꼽힌다. 1986년 앙굴렘 국제만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장 마르크 로셰트와 자크 로브의 공상과학(SF)만화 ‘설국열차’를 영화로 만들었다. 원작은 갑작스러운 기온 강하로 혹독한 추위가 닥친 지구를 배경으로 난방과 식량자급이 가능한 설국열차만이 유일한 생존처가 된 상황을 설정한다. 정치인과 부자들이 탄 객차에는 술과 마약이 난무하지만, 서민 객차는 식량을 구하려고 폭력이 끊이지 않는 등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다. 봉 감독과 제작자로 나선 박찬욱 감독, 홍경표 촬영감독, 배우 송강호·고아성 외에는 다국적군이다. 크리스 에번스와 에드 해리스, 틸다 스윈튼, 존 허트, 옥타비아 스펜서가 탑승했다. 책임투자는 CJ E&M이다. 순제작비만 4000만 달러(약 429억원)에 이른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할 바 아니지만, 한국영화 사상 가장 큰 뭉칫돈이 들어갔다. 지난 7월 체코에서 촬영을 끝냈고, 내년 3월까지 후반작업을 한다. 여름 성수기 북미와 동시개봉한다. 권력기관의 부패를 질근질근 씹었던 ‘부당거래’(2010)로 물오른 연출력을 뽐낸 류승완 감독은 3년 만에 스파이 액션물로 돌아온다. 각자 한 편의 영화를 책임질 수 있는 하정우와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을 캐스팅, 기대치를 끌어올린 ‘베를린’은 1월 31일 개봉한다. 국적도 지문도 없어 ‘고스트’로 불리는 비밀요원 하정우가 자신의 존재를 철저하게 숨기고 살아가던 중 음모에 휘말린다는 게 영화의 얼개다. 냉전의 최전방이던 첩보원의 도시 베를린에서 서로 표적이 된 4명의 비밀요원이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순제작비만 100억원을 웃돈다. 최근 공개된 30초짜리 예고편에선 확실히 돈을 쓴 티가 난다. ‘미녀는 괴로워’(356만명) ‘국가대표’(848만명)의 김용화 감독은 4년을 공들인 3차원(3D) 영화 ‘미스터 고 3D’로 7월 중순 복귀한다. 허영만 화백의 인기만화 ‘제7구단’이 원작이다. 프로야구판에 들어온 고릴라 용병 ‘미스터 고’와 매니저로 나선 중국 지린성 롱파서커스단 소녀 웨이웨이(쉬자오)가 슈퍼스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휴먼 스포츠 드라마다. 성패는 ‘아바타’나 ‘반지의 제왕’의 골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시저처럼 가상 캐릭터를 얼마나 실감 나게 묘사해내느냐에 달렸다. 김 감독은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전무후무한 극사실적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명제를 갖고 시작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도둑들’ 등 투자배급사 중 가장 많은 3편의 1000만 영화를 만들어낸 쇼박스는 ‘미스터 고 3D’로 역대 1위 ‘아바타’를 뛰어넘기를 기대하고 있다. 순제작비 225억원을 투입, ‘7광구’에 이어 한국 영화사상 두 번째로 풀 3D 영상에 도전한다. 기획단계에서 중국 화이브라더스가 500만 달러를 투자한 덕에 중국에서 자국영화로 분류돼 동시 개봉한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할 ‘설국열차’와의 ‘장외 맞대결’도 흥미롭다. 데뷔작 ‘과속스캔들’(435만명)과 후속작 ‘써니’(736만명) 모두 대박이 터지면서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강형철 감독도 하반기에 복귀한다. 강 감독의 복귀작 ‘타자 2부: 신의 손’ 또한 허 화백 만화를 원작으로 뒀다. 684만명을 동원한 ‘타짜’는 허 화백의 4부작 만화 중 ‘1부 지리산 작두’를 최동훈 감독이 영화로 만든 것. ‘2부 신의 손’은 주인공 함대길이 1부 주인공 김곤(고니)의 외조카란 점을 빼놓고는 연결고리가 없다. 강 감독은 최근 시나리오를 마무리 짓고 프리(pre) 프러덕션에 들어갔다. 캐스팅은 미정이다. 충무로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집단주연은 내년에도 이어진다. 1990~2000년대에 걸쳐 최고 흥행사로 군림했던 강우석 감독은 신작 ‘전설의 주먹’으로 명예회복을 벼른다. 지난해 ‘글러브’(188만명)로 자존심을 구겼지만, 좀처럼 두 편 연속 실패하는 법이 없는 강 감독인 만큼 기대치는 높다. 유명 싸움꾼들을 찾아내 최강을 놓고 겨루게 하는 TV 프로그램 ‘전설의 주먹’에서 25년전 자웅을 겨뤘던 세 명의 주먹이 다시 만나 못다 한 승부를 가리는 액션 드라마다.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지닌 황정민과 유준상, 윤제문이 공동주연을 맡았다. 2월 말 개봉하는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는 40~50대를 대표하는 최민식과 황정민, 이정재를 내세웠다. 대한민국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에 잠입한 형사(이정재)와 그의 정체를 모른 채 친형제처럼 아끼는 조직의 2인자(황정민), 잠입 수사작전을 설계한 경찰 강 과장(최민식) 사이에서 엇갈린 음모와 배신, 의리를 다룬 느와르 액션물이다.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 등 느와르 액션 장르에서 작가로 탁월한 솜씨를 보였던 박훈정이 각본·연출을 맡았다. 연출 데뷔작 ‘혈투’(2011)의 실패를 만회할지도 궁금하다. NEW가 배급한다. 이 밖에 경찰 비밀조직과 무장 강도집단의 대결을 그린 조의석·김병서 감독의 범죄액션 ‘감시’(설경구·정우성·한효주)와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의 한재림 감독이 연출한 사극 ‘관상’(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또한 집단주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부정맥

    [Weekly Health Issue] 부정맥

    심장은 전기 자극에 의해 박동한다. 사람 몸에 무슨 전기 자극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심장에는 전기를 생산하는 자극 생성 조직이 존재하며 여기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심근세포에 전달돼 수축과 이완, 즉 박동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이 전기 자극이야말로 생명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전기 자극이 만들어지거나 전달되는 과정에서 부실이나 오류가 발생하는 상황을 부정맥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심장 박동이 항상성을 갖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호흡 곤란은 물론 현기증과 실신, 심하면 심장마비까지 초래할 수 있는 부정맥에 대해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노태호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먼저, 부정맥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한마디로 심장 박동이 정상에서 벗어나는 현상이다. 사람의 심장은 분당 60∼100회 정도로 고르게 박동하며 환경 변화나 신체의 필요에 유연하게 반응하는데 이 범위를 벗어나면 부정맥으로 간주한다. 심장 박동이 고르지 않거나 지나치게 늦고 빠른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 심장 박동이 신체 조건에 잘 반응하지 못해 운동할 때 심박수가 충분히 늘지 않거나 잠잘 때 낮아지지 않는 경우도 부정맥에 해당한다. ●부정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대사증후군 등의 성인병과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는 심장과 혈관 손상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런 요인에 의해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고,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허혈성 심질환이 생기는데 이때 심실의 심장세포가 손상돼 부정맥을 만든다. 바로 심실성 부정맥으로, 방치하면 심인성 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심방세포가 노화된 고령자에게 흔한 심방세동은 갑자기 심박수가 빨라져 응급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심실로 보내지지 않아 심방에 정체된 혈액이 응고된 상태로 혈관을 떠돌다가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유발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부정맥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이며 이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위한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 ●유병률과 발병 추이도 짚어 달라. 국내에서는 허혈성 심질환이 증가 추세에 있으며 여기에 수반되는 심실성 부정맥과 이로 인한 심인성 급사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특히 심방세동은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여 30년 후에는 유병률이 지금의 2배가 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빠른 노령화를 보이는 우리에게는 중요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심박수가 적어 인지기능 저하와 호흡 곤란, 운동 제한 등을 유발하는 노인성 동기능 부전증후군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부정맥의 유형과 원인은 무엇인가. 발생 양상을 기준으로 볼 때 먼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부정맥이 있다. 흔한 유형의 부정맥으로 심방이나 심실에서 너무 빨리 전기 자극을 보내는 심방 혹은 심실기외수축이 여기해 해당되며 가슴이 ‘덜컹’, ‘울컥’ 하는 느낌이 온다. 다음은 분당 심박수가 100회를 넘는 빈맥을 들 수 있다. 빈맥은 심방 등 심실 상부에서 생기는 상실성 빈맥, 심실에서 발생하는 심실빈맥으로 나뉘는데 심폐질환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 등 전신질환이 있을 때 잘 생기며 심방세동과 발작성 상실성 빈맥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중 상실성 빈맥의 경우 두근거림 증상은 심하지만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반면 심실빈맥은 심인성 급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실빈맥은 대부분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질환의 합병증으로 발생하지만 비후성 심근증, 심부전 등과도 관련이 있다. 또 심박수가 분당 50회 이하인 서맥도 있다. 서맥은 동기능 부전증후군으로, 심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동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전기가 심실로 전달되지 못할 때 흔히 나타난다. ●유형별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부정맥은 증상이 다양할 뿐 아니라 같은 부정맥이라도 개인차가 매우 크다. 간헐적 부정맥의 경우 가슴이 ‘덜컹’, ‘울컥’ 하는 불쾌감을 느끼며 위험성이 낮은 단순 기외수축은 별 증상이 없지만 더러는 심한 공포감을 느끼기도 한다. 빈맥은 두근거림이 주요 증상으로, 심하면 혈압이 떨어지면서 어지럽거나 정신을 잃기도 하는 만큼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그러나 놀라거나 흥분할 때 심박수가 증가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부정맥과 관련이 없다. 서맥은 심장 박동수가 줄면서 뇌와 장기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기운이 없고 숨이 차며 인지기능이 떨어지거나 만성적인 두통이 생기기도 하며 심하면 혈압이 떨어져 의식을 잃는 응급상황이 오기도 한다. 이런 부정맥은 항상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에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날 때 스스로 분당 맥박수를 측정해 의사에게 알려주면 큰 도움이 된다. ●치료는 어떻게 하며 예후는 어떤가. 허혈성 심질환, 고혈압, 호흡기질환, 흡연,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면 먼저 원인을 치료·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생명이 위험한가, 합병증이나 관련 증상을 얼마나 유발하는가 등을 따져 안전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굳이 치료를 하지는 않는다. 심방세동 등 상실성 부정맥에는 흔히 항부정맥 약제를 사용하는데 이 약제는 기질적 심질환이 있는 경우 오히려 예후를 나쁘게 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심방세동에는 심박수를 낮추는 약물과 혈전을 억제하는 약물을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부정맥의 새로운 치료 트렌드라면…. 심인성 급사를 막는 삽입형 제세동기(ICD), 심장박동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서맥성 부정맥을 치료하는 영구형 심장박동기, 전도장애 환자의 심부전을 개선하는 심장 재동기(CRT), 발작성 상실성 빈맥 등에 적용하는 전극도자절제술 등에서 보듯 최근 치료 경향은 비약물 치료로, 치료 성적도 뛰어나다. ●부정맥은 치료에 소홀한 면이 있는데…. 부정맥은 심각성에 비해 증상이 경미한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심근경색 이후에 발생한 심실성 부정맥처럼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방세동처럼 중풍이나 심부전 등의 합병증이 예상되는 경우, 또 위험성은 크지 않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라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아베 신조는 누구

    5년 3개월 만에 다시 총리 자리에 오르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다. 전후 최연소 총리로 2006년 9월에 취임했지만 극우 성향 발언과 참의원 선거 참패 등으로 순탄치 못한 임기를 보내다 1년을 못 채우고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이후 숨죽여 지내던 그는 지난 9월 총재직에 선출돼 다시 일본 정계의 전면에 나섰다. 작은 외조부인 사토 에이사쿠도 61, 62, 63대 총리를 지냈으며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는 외무상을 맡는 등 집안 전체가 화려한 정치 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이런 정치 명문가의 후광을 업고 1993년 급사한 아버지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에서 중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2005년 10월 관방장관으로 임명돼 처음으로 내각에 진출하는 등 비교적 탄탄대로를 걷다 2006년 최연소로 제90대 총리가 됐으나 오래 가지 못했다. 이후 한동안 잊혀진 인물이 됐지만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강한 일본’을 바라는 우경화 바람을 등에 업고 총선에 승리해 권좌 복귀를 앞두게 됐다. 아베의 소신은 일본의 평화헌법과 교육, 경제, 안전보장 등 이른바 ‘전후 체제’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대담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아베의 복귀를 바라보는 주변국의 시선은 우려로 가득하다. 그가 과거보다 한층 더 짙은 보수색을 띨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인 아키에(50) 여사는 2010년에 세상을 떠난 탤런트 박용하의 열렬한 팬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어 공부나 한국 드라마 시청을 모두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영화 ‘늑대소년’ 700만 돌파

    영화 ‘늑대소년’ 700만 돌파

    영화 ‘늑대소년’(포스터)이 700만 관객을 넘어서, 한국 멜로영화 흥행 기록을 매번 경신하고 있다.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늑대소년’과 ‘늑대소년-확장판’의 관객을 더해 16일 오후 5시 현재 누적관객수 701만명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31일 개봉한 이래 47일 만이다. 지난달 하순 600만 관객을 넘어서며 흥행세가 한풀 꺾이는 듯했지만, 편집된 일부 장면을 추가한 ‘늑대소년-확장판’을 지난 6일 개봉하면서 흥행세가 다시 살아나 100만 관객을 더 모았다. 늑대소년의 팬들 사이에서 ‘다시 보기’ 열풍이 일면서 두세 번씩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관객들이 많았던 덕분이다. 이런 호응으로 ‘늑대소년-확장판’은 지난 15일 하루에만 4만 3556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5위에 오르는 뒷심을 발휘했다. 500만 관객을 넘은 이후 한국 멜로영화의 흥행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늑대소년’은 멜로 장르에서는 불가능해 보였던 700만명 고지를 넘어서 한국영화사에 큰 획을 긋게 됐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北 유훈통치로 겉으론 안정… 경제개혁 지지부진 앞날은 불안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사망한 후 1년이 지났다. 후계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지난 1년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권위에 의존하는 ‘유훈 통치’ 아래 1년을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난 1년간 김 제1위원장이 김정일과는 다른 파격적 통치 방식을 보여줬고 김정일 사후 4개월 만에 공식적 권력 승계를 이뤄 군부에 대한 당의 지배를 강화하는 등 외형적 권력 승계와 안정은 이뤘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능력보다는 김정일이 생전에 구축해 놓은 시스템에 의한 것으로, 앞으로 김정은의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본다. 특히 북한이 강조한 인민 생활의 향상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점은 여전히 불안 요인이자 난제로 지적된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김일성 주석은 건국의 아버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 정치를 통해 외세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지킨 영웅으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주민 생활의 향상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지도자로 각인시키려 한다. 김 제1위원장은 특히 할아버지인 김일성을 흉내 낸 짧은 헤어스타일과 복장으로 주민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과시했다. 김 주석 100회 생일인 지난 4월 15일 군 열병식에서 육성 연설을 하면서 은둔 통치를 즐기던 아버지 김 위원장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러한 차별화와 파격 행보는 북한에서 지난 7월 이례적으로 ‘퍼스트 레이디’ 리설주를 공개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6일 “대중 친화적인 면모, 통치 행위와 관련된 공개성, 투명성을 보여주는 것이 김정일 시대와 다른 가장 큰 변화”라면서 “새 세대 산업혁명을 강조하며 인민 생활 향상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김 제1위원장은 김정일이 급사한 지 13일 만인 지난해 30일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되면서 군권을 장악했다. 그는 지난 4월 11일 제4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제1비서가 됐고 13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됐다. 이는 김정일이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3년이 지난 1997년에 당 총비서가 된 전례에 비춰 발 빠른 승계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970년대 초 후계자 내정 후 후계 수업 기간이 길었던 김정일과 달리 김 제1위원장은 후계 기간이 짧고 빠르게 권력을 장악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지난 1년간의 권력 공고화 과정은 개인의 능력보다는 수령적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라면서 “핵과 미사일 능력을 보여줬으니 이를 협상의 수단으로 사용해 어떻게 미국 및 우리의 차기 정부와 대외관계를 풀고 성과를 내는가가 안정적 리더십 구축의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권력 안정은 측근 중 어느 누구에게도 힘을 실어주지 않고 충성하게 만들어 놓은 김정일이 생전에 용의주도하게 만든 시스템에 의한 것”이라면서 “올해 북한은 김정일 정권의 연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권력 안정화 과정에서 군부에 대한 통제도 강화됐다.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등 군 수뇌부의 핵심 요직이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면서 군에 대한 당의 통제가 대폭 강화된 특징을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과거의 김정일, 김정은의 군대가 ‘김정은의 군대’로 바뀐 셈”이라고 평가했다. 경제 부문에서는 개혁과 개방에 대한 김정일 시대의 부정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여겨졌으나 공안통치가 강화되고 경제 개혁이 지지부진한 사실은 김정은 체제의 민생 안정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북한은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주도한 박봉주를 지난 4월 당 경공업부장에 임명하는 등 실무 경험이 많은 경제 전문가를 중용하고 군부가 운영하던 경제 사업 중 상당수를 내각에 이관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과 위화도황금평 및 나선특구 개발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대중(對中) 경제 의존도가 심해지고 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외부 정보가 조금씩 유입되고 주민의 지도자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지는 현 상황에서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이는 체제 균열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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