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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여중생 성매매 혐의 청주시의원 압수수색

    경찰 여중생 성매매 혐의 청주시의원 압수수색

    경찰이 청주시의원의 여중생 성매매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해당 의원은 경찰 수사 사실을 인지하고도 출마를 강행해 당선됐다. 청주청원경찰서는 15일 오전 8시 30분부터 45분가량 청주시의회 A의원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 수사관들을 보내 휴대폰, 컴퓨터, 디지털 저장장치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A의원은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3차례에 걸쳐 세종 등지의 모텔과 차량 등에서 중학생과 성관계를 하고,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미성년자의제강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A의원은 채팅 앱을 통해 중학생을 알게 된 뒤 금품을 제공하거나 담배를 사주겠다면서 성관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A의원이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된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 2월 중학생 딸 휴대폰에서 수상한 문자를 본 피해자 부모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했다. A의원은 6.3 지방선거 출마 직전인 지난 5월 말에 진행된 1차 조사에서 성관계 사실은 인정했지만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수사 사실을 알고도 출마를 강행한 것이다. 당시 경찰조사에서 A의원은 자신의 신분을 회사원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경찰은 지방선거 출마자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경찰은 성착취물 유포 여부 등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A의원을 불러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A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초선이다. 현재 국민의힘 충북도당 주요 당직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 충북도당 윤리위원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A의원의 제명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성명을 통해 “공당의 공천을 통해 선출된 공직자가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은 청주시민에 대한 배신이자 씻을수 없는 수치”라며 “이번 사태는 개인 일탈을 넘어 국민의힘 충북도당의 부실검증이 낳은 대참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A의원은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고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라”며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꼬리자르기식 탈당 및 징계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청주시민 앞에 무릎꿇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 대법, 김건희 선고 24일로 연기…尹 1심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 유죄 인정 여파

    대법, 김건희 선고 24일로 연기…尹 1심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 유죄 인정 여파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통일교 금품수수 등 사건 상고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대법원이 24일로 선고기일을 연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 혐의 사건 1심 재판부가 김 여사를 공동정범으로 판단한 내용을 검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15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을 오는 24일 오후 2시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16일 오전에 선고가 예정됐었지만 김건희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전날 선고기일 연기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특검이 연기를 요청한 이유는 법원에서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2021년 6월~2022년 3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총 2억 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58회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돼 별도로 재판받았다. 김 여사는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항소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았다. 여론조사가 많은 사람에게 제공됐기 때문에 김 여사가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와 별도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혐의 일부와 통일교 금품수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진관)는 지난 13일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일부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씨가 1~2회에 그치지 않고 계속 여론조사를 제공했고, 윤 부부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정황에 따라 여론조사 44회 중 14회를 유죄로 판단했다. 정치권에서 이름이 알려진 명씨의 영향력도 유효한 것으로 봤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 사건 원심과 별건 판결 상호 간 모순·저촉 우려가 있다”며 “본건 선고를 위해서는 관련 사건 판결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숙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가짜 봉사단체 내세워 409억 가로챈 ‘신종 코인 사기 조직’ 7명 구속

    가짜 봉사단체 내세워 409억 가로챈 ‘신종 코인 사기 조직’ 7명 구속

    가짜 봉사단체를 내세워 수백 명의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허위 가상화폐 투자를 권유해 400억 원대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신종 코인 사기 조직이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범죄단체 조직, 사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총책인 중국 국적 50대 남성 A씨와 한국인 조직원 6명 등 모두 7명을 9일 구속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2024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넉 달 동안 허위 가상화폐인 ‘AIXT 코인’에 투자할 것을 권유해 자산가와 노인 등 436명으로부터 약 409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검거된 조직은 SNS상에서 제3자의 프로필을 도용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뒤 자신들을 ‘브릴리언스팀’이라는 봉사단체로 소개했다. 이들은 정기적인 연락과 봉사활동 자금 지원 등을 통해 두터운 친분을 쌓은 후 피해자들의 재산 상황과 지역사회 내 영향력을 파악해 범행 확대를 위한 ‘지부장 후보군’을 선별했다. 선별된 지부장 후보군에게 “해외 대형 거래소에 상장 예정인 ‘AIXT 코인’에 투자하면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고, 초기 3개월 이상은 원금과 높은 수익금을 정상 지급하여 신뢰를 확보했다. 이어 회원을 모집해 오면 막대한 수당을 지급하는 다단계 구조를 구축해 전국에 11개 지부를 동시다발적으로 설립하게 한 후 AIXT 코인에 투자하면 1000% 이상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현혹했다. 또 해당 코인을 매수해 일정 기간 보유하면 투자 금액에 비례한 이자 수익을 챙길 수 있으며 향후 해외 대형 거래소에 상장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취지로 투자를 권유했다. 하지만, 이들은 1000%의 수익률을 약속한 ‘AIXT 코인’을 인가 여부조차 불투명한 해외 소규모 부실 거래소에 일시적으로 상장시킨 후 아무런 공지 없이 폐장했다. 또 해외 대형 거래소 추가 상장을 핑계로 몇 차례 상장일을 연기하다 최종 기일 직전 전국 지부를 일시에 폐쇄하고 잠적했다. 경찰은 지난 3월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해 A씨 등을 출국금지 조처하는 한편, 15곳의 범행 거점을 압수수색해 피의자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이와 함께 범행 자금 세탁에 사용된 대포통장 계좌 5700여 개를 분석해 범죄 수익 5억 6000만 원을 동결했다. 경찰은 원금 손실 없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코인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 사기 가능성을 의심하고, 금융소비자보호포털 ‘파인’(https://fine.fss.or.kr)을 통해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유사투자자문 업체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셀프 면죄부’ 의원님… 청렴엔 예외 없어야 [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셀프 면죄부’ 의원님… 청렴엔 예외 없어야 [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직무 관련 없다”며 1회 100만원 쓱… ‘정치 관행’부터 깨뜨려야 서울신문은 3회에 걸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의 실태를 짚어봤다. 청탁금지법은 학교의 뿌리 깊은 ‘촌지 문화’를 타파하고, 공직사회의 ‘갑질’을 엄단하는 역할을 해왔다. 대가성을 규명하기 어려웠던 뇌물죄의 사각지대를 메우면서 한국 사회의 청렴도를 끌어올리고 투명한 문화를 정착시켰다. 10년간 법 4차례, 시행령 9차례가 개정됐지만 대부분 가액 기준을 바꾸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따라붙는다.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의 직무 관련성 및 적용 대상을 명확하게 규정해 정치인들이 실질적으로 법 규제를 받도록 하고, 가액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배우자 처벌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14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정치인은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법 제정 당시 국회의원에게만 ‘합법적인 민원 전달 창구’를 열어 주기 위해 예외 조항이 생겼다. 청탁금지법 제5조는 선출직 공직자, 정당 등이 공익 목적으로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정책·사업·제도 등에 관해 제안·건의하는 행위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적시했다. 국회의원은 ‘민원 전달’ 명목으로 청탁금지법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면죄부’를 스스로 부여한 셈이다. 그러면서 ‘정치인은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딸 결혼식에서 피감기관으로부터 받은 축의금 반환 명단을 보좌진에게 보내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을 샀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도 국감 기간 아들 결혼식을 진행하며 피감기관으로부터 화환을 받았다. 권익위 매뉴얼에 따르면 직무 관련성이나 명백한 이해관계가 있으면 허용 금액 이하라도 사교나 의례로 인정될 수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무줄 판단의 근거가 되는 ‘직무 관련성’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무와 관련이 없으면 1회 1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법 조항을 활용해 금품을 수수하는 정치인들의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22대 국회에서 19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모두 계류 중이다. 이 중 3건은 대통령·국회의원 등 임기 시작 전 당선인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다.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직무 관련성의 포괄적인 기준으로 인해 국회의원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오해가 생겼다”며 “공무원 행동 강령에 명시된 구체적인 직무 관련성을 청탁금지법에 반영한 뒤 정치인 등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육시설인 어린이집 교사는 해당되지 않고, 교육기관인 유치원 교사는 해당되는 혼선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사와 학부모 사이 종속적인 지위 관계가 생겨 문제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청탁금지법이 적용되도록 입법 개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물·식사 가액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자는 의견도 많다. 관련 단체의 요청으로 농축수산물 등의 가액만 크게 올랐다. 현재 기준은 식사 5만원, 선물 5만원(농축수산물·농수산가공품은 15만원, 명절 기간 30만원), 경조사비 5만원(화환·조화는 10만원)이다. 시행 초기 선물 가액 기준은 종류를 불문하고 5만원이었고 이후 농축수산물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면서 가액이 상향됐다. 음식물 가액 기준은 2003년 공무원 행동강령 제정 당시 책정된 3만원이 20년간 유지되다 2024년 8월 5만원으로 상향됐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의 가액 범위를 수시로 조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정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2023년 청탁금지법 사후평가 연구에서 “권익위가 음식·선물 등의 적정한 가액 범위를 3~5년마다 검토해 고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직자 배우자가 금품을 받아도 처벌할 조항이 없다는 데 대한 비판도 크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디올 가방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고, 국민권익위원회도 같은 이유로 종결 처리했다. 김건희 특검도 결국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이 아닌 알선수재로 기소했다. 현행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배우자에게 직무 관련 금품을 받지 말아야 할 의무만 부과할 뿐, 이를 어긴 배우자 본인 처벌 조항은 없다. 금품을 준 사람은 그 자체로 처벌받지만, 배우자는 제재 대상에서 빠진다. 공직자는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만 처벌받는다. 현재 발의된 법안 10건은 배우자를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배우자에 더해 직계존비속까지 처벌 대상을 넓히거나 수수액이 100만원 이하더라도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처벌하는 안도 있다. 청탁금지법 도입 초기 권익위 자문위원을 지낸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우자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조항의 신설은 연좌제 위반이 아니다”라며 “제정 당시 과잉입법 비판 때문에 구멍이 생겼지만 지금이라도 미신고 공직자와 배우자를 함께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게 청렴한 공직사회 구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우자를 신고하지 않은 경우 처벌받는 조항에 대해서는 “부부는 경제공동체이고 배우자의 금품 수수 미신고 처벌은 실제로 공직자 자신이 받은 것과 같기 때문에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강기홍 서울과학기술대 행정학과 교수도 “사립학교 관계자나 언론인의 배우자가 그 직무와 관련해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은 행위는 사실상 본인이 수수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법의 상징적 효과와 실효성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청탁금지법 시행 10년이 흐르면서 한국 사회 청렴 문화가 정착했지만, 법 기준의 명확성과 적용 대상 등은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청탁 문화가 사회적으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는 합의가 이뤄졌고,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향응을 베푸는 것이 나쁘다는 분위기를 만든 것은 성과”라면서도 “김건희씨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거치며 법이 희화화됐다. 법을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법을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뇌물죄보다 입증 쉬운 ‘만능 키’ 청탁금지법… 수사권 남용은 ‘독’ [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뇌물죄보다 입증 쉬운 ‘만능 키’ 청탁금지법… 수사권 남용은 ‘독’ [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공무원 뇌물죄는 대가성 입증 필요청탁금지법은 형사 처벌 범위 넓어수사권한 명확화 통해 오용 막아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이 수사 ‘만능 열쇠’로 무분별하게 이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청탁 문화를 근절한다는 본래의 목적 대신 뇌물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등 공무원 비위 관련 법 조항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 활용되고 있어서다. 14일 전문가들은 청탁금지법을 수사에 한정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혼선을 빚고 있는 수사 권한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같은 경찰이니 무혐의 처분받게 도와달라.” 경북 한 경찰서의 보이스피싱 전담팀 소속 A씨는 2021년 11월 경찰 B씨의 사기 방조 사건을 배당받은 뒤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 B씨는 코인 거래를 위해 불법 대출을 실행하는 도중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신고하지 않았고, 오히려 범죄조직원 지시에 따라 돈을 다른 계좌로 송금했다. A씨는 B씨의 범행 사실을 숨겨주고 그에게 유리한 피의자 신문 조서를 작성했다. 결국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은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대구지법은 2023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청탁금지법 이전이라면 별다른 대가를 받지 않은 A씨를 처벌하기 어려웠겠지만, 법이 시행되면서 경찰의 ‘봐주기 수사’ 관행을 엄단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의 은폐 의혹을 받는 ‘장윤기 사건’도 마찬가지다. 현재 검경은 부당한 개입이나 청탁이 있었는지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대가성이 인정돼야 하는 뇌물죄, 다른 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있어야 하는 알선수재죄와 달리 청탁금지법은 수사기관이 상대적으로 쉽게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적용 대상이 넓을 뿐 아니라 동일인에게 1회 100만원, 연 300만원을 초과해 받으면 무조건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어서다.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는 상황에서는 수수 금액이 100만원 미만이더라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수사할 수 있다. 현직 부장검사는 “공무원 뇌물을 수사하다가 대가성 입증이 어려우면 청탁금지법 위반을 적용한다”며 “형량이 세지 않아도 형사 처벌을 받으면 공직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위력적인 수사 도구”라고 밝혔다. 또 다른 검사는 “적용 대상과 범위가 넓은 청탁금지법을 통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 이후 뇌물죄 등을 적용할지 검토하는 식으로 수사가 진행된다”고 전했다. 수사 권한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서울의 한 룸살롱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찍힌 사진이 공개되며 ‘술 접대’ 의혹에 휩싸였다. 그런데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년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직무 관련성,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청탁금지법을 적용해야 하는데, 공수처는 수사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은 심우정 전 검찰총장 사건도 마찬가지다. 공수처는 지난 5월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경찰로 넘겼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권한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청탁금지법은 뇌물죄와 결합되는 경우가 많은만큼 공수처가 청탁금지법 사건을 수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영중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등은 2022년 특별수사기관 관련 연구에서 “청탁금지법 위반은 권력형 범죄예방 조사의 시작점이자 기초가 되는 전제 범죄”라며 공수처가 청탁금지법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 도구로 무리하게 사용되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C씨는 2021년 12월 정부 기관의 연구사로 채용되기 전인 민간인 신분으로 기업 대표 D씨에게 업체를 소개해줬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답례비 500만원을 연구사가 된 뒤에 받았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2025년 3월 무죄를 선고받을 때까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 및 재판을 받아야 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해 청탁금지법으로 기소한 사건은 45건이었다. 반면 불기소, 기소 중지 등 재판에 넘기지 않은 사건은 80건으로 2배에 달했다. 사건이 송치돼도 실제로 혐의가 규명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청탁금지법, 이해충돌방지법, 직권남용을 묶으면 공무원 사건을 제한 없이 수사할 수 있다”며 “형사 처벌 규정 범위가 넓은 만큼 ‘수사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탁금지법을 기존 형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입법 취지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탁금지법을 수사 범위를 넓히는 도구로 사용할 땐 신중해야 한다”면서 “공직사회의 부패 기준으로 보고, 위반 시 수사보다 징계를 우선하는 쪽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도 2023년 청탁금지법 사후평가 연구에서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드러난 금품 수수 의혹에는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닌 뇌물죄를 먼저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건넨 돈 이상 처벌…청탁, 맥락도 본다 [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건넨 돈 이상 처벌…청탁, 맥락도 본다 [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선고 판결문 461건 전수조사 2016년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이 시행된 첫날, 한 고소인은 담당 경찰관에게 4만 5000원 상당의 떡을 제공했다. 춘천지법은 같은 해 12월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수사의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면서 과태료 9만원을 결정했다. 이후로도 지난 10년간 적게는 수만 원, 많게는 수십억 원의 금품을 주고받은 수백 명이 같은 혐의로 법정에 섰다. 서울신문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지난 10년간 선고된 판결문 461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한국 사회의 청렴도는 높아졌지만 법망을 피하려는 청탁 수법 역시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서울신문의 판결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의 직종은 청탁을 한 민간인 223명을 제외하고 교사, 교수, 교직원 등 교육계 종사자가 84명으로 가장 많았다. 교사 등은 일선에서 직무연관성이 높은 학생이나 학부모 등과 마주할 기회가 많은 데다, 민감도와 관심도가 높은 교육 분야의 특성상 청탁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공공기관 및 공직 유관단체 종사자 63명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59명 ▲언론인 52명 ▲정부부처 등 일반행정 공무원 46명 등의 순이었다. 합법의 탈 쓴 위법의 진화가족 명의로 급여 챙기고, 월세 대납 받아자문계약 맺고 브로커 통한 조직적 청탁도법망 피해 수법도 지능화가상자산·고가 예술품 등 다양해진 선물추적 피하려고 게임머니로 ‘돈세탁’까지전후 상황까지 살피는 법원단순 금품 가액 아닌 사안 중대성 등 고려경찰·검사 등 수사기관엔 더 엄격한 잣대지난 10년간 청탁금지법 사건의 양상은 크게 변화했다. 법 시행 초기엔 주로 인사치레나 명절 선물 등 관행적인 금품 수수에 대한 판결이 주를 이뤘다. 법원은 소액의 선물에도 엄중한 판결을 내리며 구체적인 법리 정립에 공을 들였다. 시행 첫해였던 2016년 10월 6일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심판 업무 담당자에게 행정심판 청구사건의 답변서를 제출하며 건넨 1만 800원짜리 음료수 한 상자에 대해 대구지법은 2만 2000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같은 해 사업상 연관이 있는 공기업 직원에게 2만 7000원 상당의 음료수 2세트를 건넨 사업가에 대해서도 수원지법은 비슷한 취지로 8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제도가 정착하며 이러한 관례는 사라졌지만 청탁 수법은 우회적·조직적으로 진화했다. 자문 계약을 맺거나 법인카드를 제공받는 등 간접적으로 금품을 주고받고, 가족 등 제3자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아예 ‘브로커’를 활용한 청탁 행위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2023년 자신이 사업을 발주하는 회사 직원으로 아내를 허위 등록하고 1년 동안 급여 명목으로 약 4900만원을 받아 챙긴 공공기관 직원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 수수 등 혐의를 함께 적용해 징역 5년 및 벌금 7000만원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 밖에도 숙소용 아파트를 청탁 제공자의 자녀 명의로 계약하게 한 뒤 그곳에서 생활하며 보증금과 월세를 대납하게 하거나, 지인 업체 직원 명의의 신용카드를 제공받아 장기간 생활비로 활용한 사례도 있었다. 법원은 최근 단순히 금품 가액에 따른 기계적 판단이 아닌 전체 맥락을 고려해 결론을 내놓는 추세다. 특히 수사기관 등 높은 수준의 청렴을 요구하는 직종의 경우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서대문경찰서 팀장이었던 A씨는 사기죄로 고소된 B씨 사건을 과거 근무했던 춘천서로 이송해 무혐의 처리되도록 알선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14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2022년 이 중 400만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A씨에게 징역 1년, 금품을 건넨 B씨에게 징역 8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2021년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교통안전시설 관리업체로부터 3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받은 경찰서 교통관리계장에게 가액의 10배를 웃도는 3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2023~2024년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잇따른 파기환송 결정은 하급심 재판부가 사안별로 구체적인 청탁 전후 상황을 세심히 따지는 기준점이 돼 줬다. 대법원은 2023년 은수미 전 성남시장 등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은 전 시장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은 전 시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수행비서와 정책보좌관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직무수행의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키거나 공직자 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는 것과 무관한 경우에 구성요건 해당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같은 해 대전지법은 5급 공무원인 C씨가 내연관계에 있던 D씨로부터 수천만원대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차명계좌로 관리한 사건에서 해당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며 무죄를 선고했다. 2024년에는 이른바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전현직 검사들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원심판결이 뒤집혔다. 원심은 술자리 비용을 참석자 수로 나누면 1인당 접대 비용이 100만원 아래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중간 합류자까지 포함해 접대비를 일괄 계산하면 안 되고, 머문 시간·목적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의 엄격한 셈법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고, 1인당 약 66만원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집계돼 형사처벌을 피한 나머지 검사 2명에 대해서도 법무부 징계 처분이 이뤄졌다. 최근엔 단순히 현금이나 선물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코인), 고가의 미술품 등 금품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2024년 공기 청정 플랫폼 서비스 업체 관계자들에게 미세먼지 대책 관련 정부부처 비공개 공문을 제공하는 등 사업상 도움을 주고 코인 25만개(약 719만원 상당)를 건네받은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 E씨에 대해 징역 1년과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본부에 근무하던 F씨는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를 받지 않도록 무마시켜 주겠다며 피해자로부터 4000만원을 건네받는 과정에서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일부 금액을 게임머니로 맞바꾸는 ‘돈세탁’을 시도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김상민 전 부장검사는 청탁과 함께 1억 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건넨 혐의 등이 인정돼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청탁금지법 위반 징역 2년, 정치자금법 위반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 푼돈은 ‘과태료’ 큰돈은 ‘뇌물죄’… 실형은 10년간 8% 그쳐 [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푼돈은 ‘과태료’ 큰돈은 ‘뇌물죄’… 실형은 10년간 8% 그쳐 [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이 시행된 지난 10년 동안 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사람 10명 중 9명이 과태료 등 행정처분에 그쳤다. 정식 재판에서도 절반이 벌금형을 선고 받았고,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정식 재판 사건에서 1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2024년 말까지 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2673명 중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람이 1805명(67.5%)으로 가장 많았다. 징계처분 외 공무원에게 금전적 제재를 가하는 징계부가금 처분이 570명(21.3%)을 기록해 행정처분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88.8%에 달했다. 실제 형사처벌로 이어진 경우는 298명(11.1%)에 불과했다. 검찰에 의해 기소돼 정식 재판을 받는 경우에도 대부분 벌금형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서울신문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인 2017년부터 2025년까지 발간된 9년치 사법연감 자료를 조사한 결과 대표범죄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재된 사건에서 1심 재판을 받은 263명 중 벌금형 혹은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이 130명(49.4%)이었다. 무죄를 선고받은 사람도 28명으로 10.6%를 차지했다. 실형(유기자유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3명으로 8.7%에 불과했다.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을 포함하면 총 74명으로, 1년에 평균 8명 정도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유기자유형+집행유예)을 받은 것이다.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의 형사 처벌 기준은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넘는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다.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과태료 처분으로 사건이 종결되는데, 당사자가 처분에 불복해 정식 재판으로 회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과태료가 위반 액수의 2~5배 정도로 크지 않아서다. 법원 관계자는 “과태료 처분에 불복하는 경우에만 정식 재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받는 사례는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직접 수사하기보다 각 기관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공무원 인사철에는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접수된다. 경찰은 사건 관계자의 직위, 위반 가액, 사건 경과 등을 살피고 범죄 혐의점이 크지 않은 경우 각 기관에 이첩한다. 위반 액수가 형사처벌 기준을 넘어서는 경우에도 수사를 통해 뇌물·알선수재 등 다른 혐의를 적용하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위반으로만 처벌되는 경우는 드물다. 청탁금지법 위반은 최고 형량이 징역 3년 이하인 반면, 뇌물죄는 기본 형량이 징역 5년 이하로 높다. 일선 경찰서 수사과장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송치하는 경우는 1년에 한 건 있을까 말까 할 만큼 드물다”며 “가액이 커지는 경우 청탁금지법을 적용했더라도 뇌물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선물과 뇌물 사이… 법관 따라 ‘고무줄 판결’ [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선물과 뇌물 사이… 법관 따라 ‘고무줄 판결’ [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청탁금지법 위반은 다른 형사 사건에 비해 유독 법관 재량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일인’, ‘사회상규’, ‘대가성’에 대한 판단이 사건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유무죄는 물론이고 형량 차이도 크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사립학교의 축구부 감독 A씨는 2017~2019년 학부모회 재무를 담당하던 학부모로부터 급여 보조 등의 명목으로 돈을 입금 받았다. A씨가 3년 동안 재무 담당 3명으로부터 건네받은 금액은 총 7100만원이었다. 2021년 1심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전주지법 형사항소부는 무죄로 뒤집었다. A씨가 받은 돈을 학부모회원 수로 나누면 학부모 1명당 1년간 100만원 남짓한 돈을 지급한 것에 불과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입금된 돈은 결국 학부모회원 개인들이 재무 담당을 통해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제주지법은 2016~2019년 한 초등학교 축구부 감독으로 재직하며 축구부 학부모회장으로부터 훈련비 명목으로 매달 50만~150만원씩 모두 15회에 걸쳐 약 1700만원을 건네받은 B씨에 대해 2020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두 사건의 결과를 가른 건 청탁금지법상 ‘동일인’에 대한 해석이었다. 전주지법은 학부모회를 다수의 개별 인격체들의 모임으로 봤고, 제주지법은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독립된 단체로 보면서 인당 금품 교부 가액이 크게 달라졌다. 이러한 격차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액의 금품 수수 사건에서 더 두드러진다.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하는 ‘사회상규’나 ‘대가성’에 대한 판단이 사건에 따라 달라져서다. 전남 나주교육지원청의 C과장이 업체 관계자로부터 6만 5000원 상당의 와이셔츠를 선물받은 사건에 대해 2021년 광주지법은 과태료 19만 5000원을 부과했다. C과장은 “업체 관계자의 시아버지상 조문을 다녀온 답례”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조의금을 전달한 날과 와이셔츠를 제공받은 날 사이에 약 6개월 간격이 있다”며 단순한 선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2020년 광양시 공무원이 업체 관계자로부터 4만원 상당의 과일 상자를 건네받은 것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측이 오랜 기간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업체가 공사를 도급받은 적이 없어 ‘사교·의례 목적’의 선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직자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 역시 청탁금지법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법 개정 등을 통해 기준이 보다 정교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 부실수사에 성·음주 비위까지… 기강 무너진 ‘불량 경찰’

    부실수사에 성·음주 비위까지… 기강 무너진 ‘불량 경찰’

    광주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의 부실 수사 문제로 경찰이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일선 경찰관들의 각종 비위 의혹까지 잇따라 터지면서 경찰 조직 전반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A 경정은 성 비위 신고가 접수돼 지난 9일 대기발령 조치됐다. 이튿날 서울 광진서 형사과 소속 B 경감은 마약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수사 정보를 흘린 정황이 드러나 직위 해제되고 수사선상에 올랐다. 지난달에는 종로서 소속 C 경감이 음주운전 사고를 낸 대학 후배를 돕기 위해 지인에게 블랙박스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관 비위에 대한 징계는 2020년 이후 증가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426건이었던 경찰관 징계 건수는 2024년 536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도 528건에 달했다. 올해는 6월까지 300건이 집계돼 연간 600건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징계 사유별로 보면 지난해에는 성 비위 등 품위 손상(218건·41.3%)과 음주운전 등 규율 위반(235건·44.5%)이 각각 전체의 절반에 가까웠고, 직무 태만(48건)과 금품 수수(27건)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비위가 형사 처벌로 이어진 사례도 잇따랐다. 지난 2월에는 서울청 소속 경무관이 형사 사건과 관련한 경찰관 알선 등을 해주는 대가로 7억 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 10년과 벌금 16억원 등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달에는 서울 구로서 소속 경찰관이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비대해지는 경찰 권한을 고려하면 독립적인 외부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내부 감사 기구는 내부 구성원으로만 운영돼 한계가 있다”며 “독립적인 외부의 상시 견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소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관의 비위가 내부 감찰이 아니라 언론 보도나 수사를 통해 뒤늦게 드러난다는 점이 문제”라며 “내부 통제나 외부 견제 장치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영유아 땐 눈치껏, 입시 땐 능력껏… 청탁의 ‘은밀한 진화’[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영유아 땐 눈치껏, 입시 땐 능력껏… 청탁의 ‘은밀한 진화’[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직무 아닌 신분 따른 청탁금지법 편법·사각지대에 빛바랜 청렴사회2016년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한국 사회가 ‘가보지 않은 길’을 걸은 지 10년이 흘렀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묵인돼온 청탁의 가림막이 걷히고 ‘빈손’이 예의로 자리 잡았지만, 법망의 틈새를 파고드는 변칙적인 수법과 사각지대는 여전히 불순물로 남아 우리 사회의 수질을 흐리고 있다. 서울신문은 청탁금지법이 지난 10년 간 걸어온 궤적과 한계,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3회에 걸쳐 다룬다. “선생님께 선물을 해야 하나. 한다면 얼마짜리가 적당한가.” 매년 5월이면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영유아 학부모 사이에서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곧 10년이지만, 스승의날마다 학부모의 고민은 되풀이된다. 그 답은 자녀가 어린이집에 다니는지 혹은 유치원·영어유치원에 다니는지 등 기관의 법적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 12일 서울신문과 만난 세 살 남아를 키우는 A씨도 지난 5월 같은 고민을 했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뒤 맞는 첫 스승의날이었다. 배우자와 논의한 끝에 ‘빈손으로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백화점에서 3만원대 과자 세트 세 상자를 샀다. 선물을 건넬 때만 해도 ‘안 받는다고 하면 어쩌지’라고 걱정했지만, 세 상자를 받아든 교사는 밝은 표정으로 “감사합니다. 누구에게 전달드릴까요”라고 답했다. 의아했던 A씨가 집에 돌아와 커뮤니티 등을 검색해 본 결과, 어린이집은 보육시설이라 처음부터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법 위반이 될까 조심스럽게 건넨 선물이 사실은 규제 밖이었던 셈이다. A씨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들이 청탁금지법을 두고 가장 고민을 많이 하는 시기는 학부모일 때다. ‘내 자식만 선물을 안 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비슷한 교육·보육 기관이어도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달라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이 갈린다. 같은 유아여도 기준 제각각유치원 교직원은 ‘공직자’로 분류영어유치원은 ‘학원’이라 규제 밖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영유아보육법의 적용을 받는 보육시설 소속이기에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국공립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하거나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등 특정 요건의 원장만 민간인이지만 공적 업무를 맡은 ‘공무수행 사인’으로 제한적 적용을 받는다. 법적으로는 상당수 어린이집 교사가 선물을 받아도 무방하지만, 현장에서는 국공립을 중심으로 ‘받지 않는다’는 공지가 자리잡았다. 반면 유아교육법상 인가를 받은 유치원으로 올라가면 기준이 바뀐다. 초중고교와 함께 ‘각급 학교’에 해당해 사립유치원 교직원 역시 ‘공직자 등’으로 분류되어 선물이 금지된다. 하지만 같은 또래를 가르쳐도 ‘영어유치원’은 사정이 다르다. 영어유치원은 대부분 학원법상 학원으로 등록돼 있어 강사가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초등학교 대신 다니는 비인가 국제학교도 마찬가지다. 서울 서초구에서 영어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B씨는 지난해까지 자녀가 다니던 국공립어린이집의 ‘선물 불가’ 공지와 달리 올해 아무런 안내가 없는 유치원 분위기에 간극을 실감했다. 주변 학부모들에게 물어보니 “이중언어 담임, 원어민 교사, 버스 교사, 생활지도 교사, 원장까지 다 챙긴다”는 답이 돌아왔다. 선물 가격의 적정선도 천차만별이었다. 고민 끝에 B씨는 이중언어 교사와 원어민 교사 등 담임 2명에게만 3만원짜리 커피 기프티콘을 건넸다. 그런데 그날 오후 유치원 알림장에 ‘학부모님들이 보내주신 마음 잘 받았다’는 공지가 올라왔고, B씨는 내년에는 비싼 선물을 준비해서 제대로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 법과 현장의 간극은 개인 선물과 함께 나누는 음식에서도 드러난다.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대구 거주 C씨는 봄소풍을 앞두고 ‘교사 도시락을 학부모가 준비해 달라’는 공지를 받았다. 20명이 1인당 1만 5000원씩 모아 교사, 버스 기사, 원장이 먹을 도시락과 간식을 마련했다. C씨는 “국공립어린이집도 교사 개인 선물은 거절하지만, 선생님들이 함께 나눠 먹는 간식 정도는 받는다”고 전했다. 초중고교 단계에선 ‘촌지’ 관행은 대부분 사라졌다. 하지만 일부 고교에선 관행은 한층 은밀해지고 선물의 단가도 뛴다. 입시 실적이 월등히 뛰어난 서울의 일부 특수목적고나 자립형사립고에선 진학 지도에 영향력이 큰 교사가 특정 상위권 학생의 학부모를 학교에서 떨어진 카페나 호텔 로비 등에서 따로 만나는 경우가 있다. 이 자리에서 ‘성의’ 명목으로 수십만원 대의 명품 스카프나 화장품 세트가 건네진다. 심지어 수백만원대 명품 가방도 종종 ‘감사의 마음’으로 둔갑한다. 학부모 D씨는 “학부모 상당수가 전문직·자산가 계층이라 선물 비용을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며 “교사의 한마디 조언과 정보가 당사자들에겐 큰 도움이 되니 ‘답례’ 성격의 관행이 선후배 학부모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전수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학위·진학 앞에 무색한 법위법 소지 있어도 선물 관행 잔존“규제 대상, 직무 중심 재정의해야”대학을 거쳐 대학원으로 가면 선물의 규모는 더욱 커진다.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교수가 대학원생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하다. 서울의 한 공과대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E씨는 스승의날에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들과 돈을 모아 지도교수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했다. E씨의 연구실에서는 ‘박사 20만원·석사 10만원’이 관례로 정착돼 있다. 이렇게 모은 회비는 회식을 하거나 교수 선물을 구입하는 데 쓴다. 또 다른 공대의 석사과정 F씨 연구실에는 2년마다 대학원생 10여명이 격년으로 150만원 상당의 최신 기종 스마트폰을 사서 지도교수에게 선물하는 관행이 있다. 이런 관행 상당수는 위법 소지가 있다. 대학교수의 경우 국립대는 공무원, 사립대는 교직원 신분으로 모두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는다. 국민권익위원회 해석상 학생들이 5만원씩 나눠서 걷었더라도 지도교수와의 관계에서는 사교·의례 목적으로 보기 어렵고, 사전에 뜻을 모아 가담한 학생은 각자 위반 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된다. 교수가 100만원을 넘는 선물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청탁금지법 도입 초기 권익위 자문위원을 지낸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은 직무가 아닌 공직자라는 신분을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따지다 보니 허점이 발생한다”며 “향후 법 개정으로 문구를 ‘해당 직무에 종사하는 자’로 수정해 실질적인 직무 중심으로 규제 대상을 명확히 재정의해야 한다”고 했다.
  • ‘빈손’은 마음에 걸리고 ‘성의’는 법망에 걸렸다[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빈손’은 마음에 걸리고 ‘성의’는 법망에 걸렸다[청탁금지법 10년 대해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흘렀다.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 동안 청탁금지법은 일상 구석구석을 바꿔놓았다. 누군가에게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진심을 보다 명확히 확인하는 계기가 됐고, 또 누군가에게는 캔 음료 하나에도 마음을 졸여야 하는 굴레가 되기도 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된 구태가 일정 부분 사라진 게 가장 큰 변화다. 청탁금지법 속에서 살아가는 교수, 교사, 공무원, 기자의 1인칭 고백을 통해 지난 10년을 되돌아봤다. 고가 선물 대신 일상 된 손편지달라진 대학가 ‘사제의 정’스승의 날 강의실에 들어설 때면 기분 좋은 ‘배신감’을 느낀다. 10년 전만 해도 온갖 선물과 화려한 꽃다발이 나를 맞이했지만, 이제는 텅 빈 전자교탁만이 반긴다. 청탁금지법 시행 직후 낯설었던 모습은 이제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진짜 감동은 수업을 마치고 찾아온다. 강의실을 나서면 일부 학생들이 쫓아와 쭈뼛거리며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손편지를 건넨다. 몇몇은 교수실 앞에 손편지와 카네이션을 놓고 가기도 한다. 나에게 주는 울림은 예전 선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크다. 돈 한 푼 벌지 못하고 취업난까지 겪는 학부생들이 준비한 고가 선물은 마음의 짐이었다. 지금은 법이 시행되고 10년이 지나면서 선물이 있던 자리를 손편지가 대신하게 됐다. 학생들이 직접 한 자 한 자 눌러쓴 편지에서 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이 절절히 느껴진다.(서울 A대학 인문·사회학부 교수) ‘대학원생의 명줄은 교수가 쥐고 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인문계열과 달리 공과대학의 경우 대학원 진학이 많고, 석·박사 학위 취득이 좋은 직장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과거엔 논문 심사철이나 명절, 스승의 날이 되면 묘한 긴장감과 함께 선물 릴레이가 관행처럼 이어졌다. 적지 않은 가격대의 선물은 여러 차례 돌려주기도 했지만, 되레 학생들의 표정이 사색이 되는 것을 보고 마지못해 선물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법 시행 이후 선물을 주고받는 풍경은 대부분 사라졌다. 스승의 날에도 연구실 대학원생들끼리 십시일반 돈을 모아 소박한 선물을 전달하는 게 전부다. 특히 법 시행 이후 임용된 젊은 교수들은 더 조심한다. 구설에 오르거나 징계를 받을까 봐 ‘내 방에 선물을 들고 올 생각도 하지 마라’는 철벽을 치기도 한다. 제자들의 정성을 외면한다는 미안함이야 왜 없겠나. 그런데 거절하는 게 더욱 익숙해졌다.(서울 B대학 공과대학 교수) 안 받고 안 주는 분위기로 정착선물 스트레스 사라진 교실법 시행 직후 수학여행을 가던 길, 한 학생이 버스에서 과자를 나눠줬던 기억이 있다. 주변 학생들이 일제히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캡처 완료”라며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다. 단순 장난으로 넘겼지만, 한편으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과자 한 봉지로도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교사도 부모도 학생도 편해졌다. ‘아무것도 주고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공유되면서 빈손 상담이 일상화됐다.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 행사 대신 재량휴업을 하거나, 오전에만 학급별 체험활동을 실시한다. 선물을 거절하느라 실랑이 할 일도 없어지고, 억지 행사에 동원되지 않고 합법적으로 쉴 수 있으니 모두가 만족해한다.(서울 C고등학교 15년 차 교사) 법이 시행되던 2016년 관련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교사 입장에서는 선물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부담인 경우가 많아서 법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학생이 만든 카드나 선물, 체험학습 때 학부모가 직접 준비한 간식 등까지 모두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시행 직후 학생이 구워 온 쿠키를 거절한 적도 있다. 이 학생이 울먹거리며 “선생님 드리려고 준비했는데…”라고 말하는데,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지금은 교실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스승의 날 문화는 확실히 변했다. 카네이션이나 선물이 사라지고, 편지나 감사 메시지로 마음을 표현한다. 법 시행 이후 교사와 학부모 모두 부담이 줄어들어 한결 가벼운 마음이다. 다만 어린이집, 유치원, 영어유치원 등 교육기관별로 적용 기준이 달라 학부모들이 혼란스럽다고 말하곤 한다. 이런 부분은 일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정비가 됐으면 좋겠다. (인천 D초등학교 17년 차 교사) ‘시보떡’ ‘간부 모시기’ 퇴장 환영장단점 엇갈린 공직사회10년 전만 해도 주변에는 수습 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감사의 의미로 돌리는 ‘시보떡’, 팀별로 각출해 간부들의 식사를 챙기는 ‘간부 모시기’ 등이 만연했다. 이제는 이런 문화가 다 없어졌다. 옛날에는 밥이든 선물이든 받으면서도 ‘문제가 된다’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 법 시행 이후에는 음료수 한 잔, 기프티콘 하나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행동도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E지방자치단체 고위공무원) 말단 공무원에게 법은 애초부터 의미가 없었다. 매일 구내식당에서 밥 먹는데 식비 한도 5만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접대는커녕 민원인이 전화해서 소리나 지르지 않으면 다행이다. 되레 일만 늘었다. 간부들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정리할 때 법에 따라 식사가액을 맞춰야 하는 일 때문에 업무만 번거로워졌다. 가액을 넘어가면 인원을 늘리거나, 나눠서 추가 결제하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명백한 꼼수이고 늘 찝찝하지만, 예산에 맞게 사용하려면 다른 대안이 없다. 결국 고위직들의 비리를 막겠다고 도입한 법 때문에 우리 같은 하위직 공무원들만 골머리를 앓는 꼴이 됐다.(F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외부 업체와 미팅 후에는 항상 고민이다. 행사에 사용하거나, 선물로 나눠줄 제품의 샘플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가액을 넘어설 때도 있다. 일부는 나눠 가지지만 대부분은 사무실 구석에서 애물단지처럼 처박혀 있다가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괜히 문제 만들지 말자’는 생각이 든다. 문화예술 관련 공연의 초대 티켓을 받는 경우는 더욱 골치가 아프다. 초대권의 경우 분명하게 가액을 넘어서는데 나눠 가질 수도 없다. 괜한 오해나 트집을 잡혀 징계를 받느니 차라리 눈앞에서 버리는 게 속 편한 방법이다.(G중앙부처 공무원) 구시대 유물 된 돈봉투·공짜 출장관행 사라진 취재 현장‘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선배들의 접대 자랑을 들은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이제 ‘돈봉투’ 문화는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 먼저 돈을 건네는 취재원도, 돈을 요구하는 기자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지방에서는 여전하다’는 말도 있지만,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최근에는 한 후배가 출입처에서 받은 선물을 돌려줬더라. 10만원이 넘는 비싼 술이었는데, 부담이 돼 받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면서 돈봉투 관행은 구전으로만 전해 내려오는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지역 H방송사 11년 차 기자) 법 시행 후 가장 많이 바뀐 건 출장 문화다. 예전에는 출입처별로 해외 출장이 만연했다. 대부분이 출장이라고 쓰고 ‘외유’라고 읽는 형태의 것들이었다. 법 시행 이후에는 이런 출장 문화는 종적을 감췄다. 부서원들이 출장을 간다며 가져온 예산계획서를 보면 ‘이렇게 비쌌나’ 하고 놀라기도 하지만, 이제는 회사에서 돈을 내고 일하러 간다는 개념이 명확히 자리 잡았다. ‘돈을 줘서 보냈는데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생긴 셈이다.(서울 I중앙일간지 25년 차 기자) 기자가 되기 전부터 법이 시행됐다. 개인적으로 취재원들과 식사할 때 가격대가 있는 식당에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식당을 정할 때 아예 ‘저렴한 곳을 가자’고 말한다. 동석하는 고참 기자들도 ‘가볍게 먹자’고 주문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별도 방이 있는 격식 있는 식당에 갔겠지만 법 시행 이후 ‘굳이 비싼 데를 왜 가냐’는 인식이 퍼진 것 같다. 다만 음주를 겸한 저녁 자리의 경우 1인당 5만원을 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삼겹살 1인분도 2만원에 육박하지 않냐. 그렇다고 차액을 내기도 좀 어색하다. 식사 비용은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서울 J중앙일간지 6년 차 기자)
  • 김건희 대법원 선고 16일 나온다…尹 판단 하루 만에 기일 지정

    김건희 대법원 선고 16일 나온다…尹 판단 하루 만에 기일 지정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통일교 금품수수·명태균 게이트’ 등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단이 16일 나온다. 김 여사에 대한 첫 대법원 판단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을 오는 16일 오전 10시 15분으로 정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등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첫 판단을 내린 지 하루 만의 결정이다. 특검이 기소한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도록 정한 특검법의 ‘6·3·3’ 규정(1심 6개월·2·3심 각 3개월)에 따른 상고 시한은 오는 28일이지만, 이번 선고는 그보다 12일 앞서 이뤄진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계좌 관리인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공모해 시세를 조종해 8억 1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거둔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공모해 통일교 측의 청탁을 받고 영국 그라프사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 고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는 총 2억 7000만원 상당의 대선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회의원의 공천을 약속한 혐의도 있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김 여사의 알선수재 혐의만 일부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지난 4월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주가조작 연루 혐의 일부와 2022년 4월 7일 수수한 샤넬 가방 관련 알선수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이 유지됐다. 한편 통일교 측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대한 대법원 선고도 같은 날 진행된다. 권 의원은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2년 1월 5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윤석열 정부의 교단 지원 등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원심은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권 의원은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한다.
  • ‘김건희 통일교 청탁’ 혐의 윤영호·건진법사 전성배 징역형 확정…대법, 상고 기각

    ‘김건희 통일교 청탁’ 혐의 윤영호·건진법사 전성배 징역형 확정…대법, 상고 기각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9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번 대법 판단은 김 여사 및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이날 전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과 추징금 1억 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도 윤 전 본부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씨는 김 여사와 공모해 2022년 4~7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교단 지원 청탁 명목으로 샤넬 가방과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약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원심은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 김 여사가 받은 샤넬 가방에 대해서도 ‘청탁의 대가’라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맞다고 봤다. 또 전씨가 알선의 대가로 통일그룹 고문 자리를 요구하면서 3000만원을 받은 혐의, 기업들로부터 청탁을 받고 2억원에 달하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윤 전 본부장은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와 이를 위해 통일교 재단 자금을 횡령한 혐의다. 대선 직전 권 의원에게 교단 행사 지원을 요청하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제공한 혐의가 인정됐지만,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원정도박 관련 경찰 수사 정보를 권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뒤 증거를 인멸한 혐의에 대해선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소 기각이 선고됐다. 이번 대법 판단으로 직접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 여사와 권 의원 재판도 하급심 판단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여사는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관련 2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권 의원도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 ‘장윤기 사건’에 보완수사권 논쟁 재점화…“준비 안 돼” 우려 더 커졌다 [로:맨스]

    ‘장윤기 사건’에 보완수사권 논쟁 재점화…“준비 안 돼” 우려 더 커졌다 [로:맨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실무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에서 보완수사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논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특별사법경찰관 등에 대한 검사 지휘 조항 삭제를 내용으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상정한다. 앞서 경찰은 장윤기를 단순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차량에 숨겨져 있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새로 확보하고, 경찰이 이미 확보해 둔 리얼돌 훼손 사진·감식 자료를 다시 검토해 강간 등 살인 혐의로 죄명을 변경해 기소했다. 일반 살인죄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지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만 선고할 수 있다. 부친인 장모 경감은 아들의 자취방에서 훼손된 리얼돌과 휴대전화를 폐기한 사실이 드러났고, 사건을 담당했던 광산경찰서 수사팀장도 차량에서 발견된 케이블타이를 없애고 수사 서류에 압수물이 없다고 허위 기재한 혐의로 지난 6일 긴급체포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이 10월 이후에 일어났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고 했다. 10월 공소청 출범과 함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검찰이 경찰 수사를 재검증할 통로가 줄어든다는 취지다. “경찰 견제 장치 사라진다”…커지는 현장 우려 보완수사권은 수사의 빈틈을 메우는 기능 외에 경찰에 대한 외부 견제 장치로도 작동해왔다. 대구지검은 2024년 7월 경찰이 송치한 수백억원대 불법 도박 사이트 사건을 보완수사하는 과정에서 도박 사이트 총책에게 체포영장 집행 계획을 미리 알려주고 금품을 받은 경찰관 2명을 적발해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보완수사를 통해 현직 경찰관이 피의자에게 ‘혐의없음 의견으로 송치해 주겠다’며 3000만원을 받고, 동료 경찰관과 짜고 허위 문자메시지까지 조작해 억대 뇌물을 수수한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최용훈 법무법인 케이원챔버 변호사는 “경찰 입장에서는 위험한 범인을 잡으면 큰불은 끈 것이지만, 기소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죄목으로 기소할지, 그에 따른 증거가 있는지를 따져 묻는 게 필요하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더라도 기소 기관이 본질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게 바로 보완수사 기능”이라고 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사후 통제 장치를 만들어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면 작동하기 어렵다”고 했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경찰 수사에 대한 외부 검증 통로가 사실상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성범죄 사건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김호중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는 지난 3일 검찰 내부망에 “경찰이 허위로 수사했을 경우, 보완수사권 없는 검사가 경찰의 허위 수사를 알아챌 방법이 있느냐”며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없어진다면 억울한 피의자, 피해자가 양산될 거라 확신한다”고 했다. 대검찰청은 6일 전국 검사들의 의견을 모은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의견서를 법무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형사소송법 개정 방안에 관한 회원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3분의 2(67%)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 물건도 없이 허위 렌털 계약으로 141억 ‘꿀꺽’…檢, 신종 금융사기 조직 적발

    물건도 없이 허위 렌털 계약으로 141억 ‘꿀꺽’…檢, 신종 금융사기 조직 적발

    존재하지 않는 렌털(대여) 물건을 내세우거나 이미 보유한 물건을 재임대한 것처럼 꾸며 여신전문금융회사들로부터 수백억원대 금융자금을 편취한 전국 규모 신종 금융사기 조직이 검찰 수사로 적발됐다. 창원지검 형사4부는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과 배임증재 혐의로 A렌털사 대표 B(57)씨와 이사 C(55)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또 심사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금품을 받은 D캐피탈 부부장 E(43)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피해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이 A렌털사에 지급한 금융서비스 자금 규모를 414억원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사기 범행이 확인된 141억원 상당을 우선 기소했다. 141억원 규모 범행에는 허위 계약 415건이 활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계약 건수와 이용자 수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인이 여러 건의 계약을 체결하거나 차명 명의를 사용한 사례가 확인됐으며 법인을 포함한 실제 이용자는 약 200여명 수준으로 파악됐다. A렌털사가 관여한 전체 채권 1094건 가운데 연체 또는 회수 불능 상태에 빠진 부실 채권은 596건으로, 부실률은 54.5%에 달했다. 검찰에 따르면 창원에 설립된 A렌털사는 2020년부터 자금난을 겪는 병원, 공장, 호텔, 음식점 등 법인·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허위 렌털 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금융회사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벌였다. 이들은 계약자가 이미 보유한 물건을 A렌털사나 산하 허위 공급업체가 매수한 뒤 다시 대여해 주는 것처럼 꾸민 이른바 ‘백렌털’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업계 은어로 불리는 백렌털은 실질적인 물품 거래 없이 자금 조달만을 목적으로 하는 수법이다. 또한 실제 렌털 물건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물건을 임대한 것처럼 꾸미는 ‘공렌털’ 방식도 일부 활용했다. 특히 공렌털의 경우 4000만원 이하 소액 계약은 비교적 간소한 심사 절차를 거친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렌털사는 이러한 허위 계약을 근거로 4개 여신전문금융회사에 팩토링(매출채권 담보대출), 할부, 리스 금융을 신청했다. 물건이 정상적으로 배송·설치된 것처럼 허위 확인서까지 작성해 제출했고, 금융회사들은 이를 정상 거래로 믿고 렌털료 채권을 할인 매입해 자금을 지급했다. 이후 A렌털사는 받은 자금 가운데 약 11%를 수수료로 챙긴 뒤 나머지를 계약자들에게 넘겼다. 검찰은 이를 통해 A렌털사가 취득한 수수료만 약 1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자들은 매달 렌털료 명목으로 금융회사에 돈을 냈다. 검찰은 A렌털사가 사실상 금융회사 자본을 활용해 대부업을 운영하면서 채권 회수 위험은 금융회사에 떠넘긴 구조로 판단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소상공인과 사업자 지원을 위해 활성화된 팩토링 금융상품이 범행에 집중적으로 활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과정에서는 금융회사 내부 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도 드러났다. B씨는 D캐피탈 직원 E씨에게 심사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약 4년간 현금 1억 6200만원을 건넸고, 고급 렌터카 비용 약 4300만원도 대신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E씨가 취득한 범죄 수익 약 2억 500만원에 대해 소유 부동산을 대상으로 기소 전 추징보전명령을 신청했다. 이번 사건은 2024년 7월 경찰이 허위 렌털 이용자 1명을 사기 혐의로 송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사건은 개별 이용자의 사기 여부를 다루는 수준에 머물렀으나, 검찰은 허위 렌털 계약이 반복적으로 이뤄진 정황에 주목했다.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추가 규명이 이뤄지지 않자, 검찰은 2025년 2월부터 직접 보완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유사 사건들을 추가로 확인한 뒤 이용자와 금융회사 관계자들을 조사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다섯 차례 계좌추적을 진행하고 캐피탈사 계약 서류를 확보해 분석했다. 이어 4~5월에는 관련 사무실과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두 차례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A렌털사 대표와 이사를 구속했다. E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증거가 대부분 확보됐고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낮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검찰은 허위 계약 이용자 모집이 전국 단위로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A렌털사는 광고 전단을 배포하거나 직원들의 인맥을 활용해 자금이 필요한 사업자들을 물색한 뒤 렌털 금융을 이용하면 손쉽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접근해 허위 계약 체결을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부 영업사들도 전국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파악돼 검찰은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렌털 계약 이용자만 사기 혐의로 입건되던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해 전국 규모 신종 금융사기 범죄의 전모를 밝혀냈다”며 “외부 영업사 등 추가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공소 유지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경찰, ‘판소리 명창’ 전 예술학교 교장 수사… 1억 수수 의혹

    경찰, ‘판소리 명창’ 전 예술학교 교장 수사… 1억 수수 의혹

    ‘판소리 명창’으로 알려진 전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교장이 교사 채용 대가로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는 지난달 30일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전 국립전통예술중고교 교장 A씨의 주거지와 학교 등을 압수수색했다. A씨는 2024년 11월 실시된 ‘2025년도 상반기 중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에서 판소리 부문 교사로 채용된 B씨로부터 채용 대가로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학교 교장으로 재직했다. B씨는 지난해 1월 합격 통보를 받은 뒤 학교에서 판소리를 가르쳐 왔으며,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다음 날인 지난 1일 직위에서 해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압수물을 분석하며 A씨가 교사 채용 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하거나 채용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또 B씨와 함께 임용된 다른 교사들의 채용 과정에서도 비위가 있었는지, 추가 금품 수수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수사 확대를 검토 중이다.
  • ‘압류 와인’ 암시장 넘기려 한 세관 직원들 구속

    ‘압류 와인’ 암시장 넘기려 한 세관 직원들 구속

    수고비 등 명목으로 7000만원 수수·요구세관이 압류한 밀수품 고가 와인을 빼돌려 암시장 브로커에게 넘겨주겠다며 수천만원대 뒷돈을 챙긴 세관 직원들이 구속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뇌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세관 직원 A·B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서울 세관 조사국에서 밀수 관련 정보 수집 및 조사 총괄 등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으로, 밀수품 중 고가의 와인을 몰래 빼돌려 암시장 브로커에게 넘겨주고 대가로 수천만원대의 수고비를 챙기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음식료품에 해당하는 밀수품은 보관상 문제로 별도의 공매 없이 폐기되는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병갈이’ 방식으로 와인을 바꿔 치려고 한 것이다. 이들은 브로커에게 압류된 고가 와인을 빼돌리기 위한 로비를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2023년 8월 3000만원가량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브로커에게 4000만원 상당 금품을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 돈은 실제 넘겨받지 않았다. 범행은 당초 계획했던 거래가 세관 측 사정으로 무산되면서 밝혀졌다. 압수된 와인 400여병 가운데 고가 와인 88병(시가 5억원 상당)을 브로커에게 넘길 예정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다수가 공소시효 완성 등 문제로 반환되면서 거래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그런데도 이들은 브로커에게 4000만원을 추가로 달라며 압류된 와인을 한 병도 넘기지 않자 앙심을 품은 브로커가 사건을 경찰에 제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는 A씨 등의 금품 수수·요구가 직무와 관련해 부당한 일을 한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고 뇌물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수수한 3000만원은 알선수재로, 미수수한 4000만원은 뇌물요구 혐의를 적용했다.
  • 건진법사 ‘공천헌금 1억 수수’ 1심 무죄…법원 “정치자금 해당 안 돼”

    건진법사 ‘공천헌금 1억 수수’ 1심 무죄…법원 “정치자금 해당 안 돼”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지방선거 공천을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고소영 판사는 29일 정치자금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씨에게 공천 희망자를 소개하거나 돈을 건넨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A씨 등 3명도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전씨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1월 자유한국당에서 경북 영천시장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한 후보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전씨가)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게 개인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접 정치활동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금이 윤한홍(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인에게 확정적으로 전달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기 혐의와 관련해서도 기망의 고의가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전씨가 피해자 앞에서 윤 의원과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 등 인맥을 과시해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있다”면서도 “피해자 역시 공천 탈락 가능성을 감수하고 돈을 건넨 것으로 보여, 전씨가 처음부터 돈을 가로챌 목적으로 속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3월 결심공판에서 전씨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1억원을 구형했다. 당시 최후진술에서 전씨 측은 기도비 내지 활동비 명목으로 받은 돈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검찰은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자 전씨를 이 사건과 관련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전씨는 이 사건과 별개로 통일교 측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현재 구속된 상태다.
  • 형량 7년 더해진 김건희… 수사무마 등 추가 기소 가능성

    각종 청탁과 함께 명품 가방, 시계 등 3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매관매직’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가 징역 7년을 선고받으면서 김 여사가 받고 있는 형사재판 3개 중 2개의 1심이 마무리됐다.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도 추가 수사가 진행중이라 앞으로 재판이 더 늘 여지도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조순표)는 지난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여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며 “특가법상 알선수재의 주체로 상정할 수 있는 사람 중 가장 중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등으로부터 건네받은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 티파니앤코 브로치, 그라프 다이아몬드 귀걸이 등 약 2억 9000만원 상당의 금품 수수 혐의를 모두 유죄라고 봤다. 재판부는 “만약 피고인이 공무원 신분이었다면 무기 또는 십년 이상 징역이라는 중형의 대상”이라면서 “영부인 지위를 사적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활용한 점에서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질타했다. 김건희 특검이 김 여사 관련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건인 각종 매관매직 의혹이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서 남은 재판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장 먼저 하급심 결론이 나왔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통일교 청탁·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제공 등 김 여사 관련 ‘3대 의혹’ 사건은 현재 상고심으로 넘어가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에서 심리 중이다. 특검과 김 여사 측이 모두 징역 4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국민의힘 통일교 집단 입당 의혹과 관련해 정당법 위반 혐의로 특검이 추가 기소한 사건은 1심이 아직 공판준비기일을 진행 중이다. 2차 종합특검도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검찰 수사무마 의혹 등 김 여사가 연루된 의혹들을 들여다보고 있어 추가 기소 가능성도 남아있다. 특검은 최근 수사무마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으나, 김 여사 측에서 거부하며 조사가 불발됐다.
  • ‘매관매직 혐의’ 김건희 1심 징역 7년…“일반 국민은 갖기 어려운 고가 물품 거리낌 없이”

    ‘매관매직 혐의’ 김건희 1심 징역 7년…“일반 국민은 갖기 어려운 고가 물품 거리낌 없이”

    영부인의 지위를 이용해 인사·이권을 청탁받으면서 목걸이, 시계, 브로치, 금거북이 등 각종 고가 귀금속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에게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공무원이었다면 뇌물죄로, 무기징역 또는 징역 10년 이상 중형 대상”이라며 “금품수수를 넘어 공직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질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조순표)는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으로 기소된 김 여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약 3억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내용의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우환 화백 그림,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금거북이 등의 몰수와 6480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김건희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의 구형은 징역 7년 6개월이었다. 정장 차림에 안경과 마스크를 쓴 김 여사는 몸을 가누기 어려운 듯 법원 관계자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 출석했고, 선고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김 여사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로봇개 사업가 서모씨와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은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최재영 목사는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먼저 재판부는 김 여사가 2022년 3월 15일부터 5월 20일까지 이 회장으로부터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티파니앤코 브로치, 그라프 귀걸이 등 총 1억 38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수수한 부분을 특가법상 알선수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배우자가 자산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고액 물품을 받은 행위엔 묵시적 청탁이 내포됐다는 것이다. 목걸이(5560만원) 포함 수천만원에 달하는 귀금속 가액, 이 회장의 사위인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김 여사에게 연락받은 직후 공직에 임명된 정황 등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같은 해 4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265만원 상당 금거북이와 세한도 복제품, 9월 서씨로부터 사업 지원 청탁과 함께 3990만원 상당 바쉐론콘스탄틴 손목시계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김 여사가 대가성을 인식한 것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2023년 2월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공천 청탁과 함께 이우환 화백 그림을 받은 혐의도 유죄로 봤다. 그림을 진품으로 판단하면서 1억 4000만원 상당이라고 알려진 가액을 그대로 인정했다. 2022년 6∼9월 최 목사로부터 총 540만원 상당의 디올 가방 등을 받은 혐의 역시 공무원 직무 청탁에 대한 대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배우자는 지위 특성상 각종 청탁과 이해관계가 집중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엄격하고 각별히 신중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고 일반 국민은 평생 한 번 갖기 어려운 고가의 물품을 거리낌 없이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 각 분야 인사가 공직 인사, 정부 계약, 선거 공천 등을 위해 금품을 제공했다. 피고인 김건희를 둘러싼 청탁 구조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이라면서 “수사와 재판에서 혐의가 명백히 드러났지만 범행 은폐 등 법적 책임을 피하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반성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건진법사·통일교 금품수수,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 등 3대 의혹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상고했다. 통일교에 대한 국민의힘 집단 당원 가입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져 오는 8월 14일 1심 첫 공판이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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