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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 오피니언면 필진 바뀝니다

    [사고] 오피니언면 필진 바뀝니다

    서울신문 오피니언면이 새로워집니다.‘특별칼럼’과 ‘열린세상’ 필진이 7월1일부터 대대적으로 바뀝니다. 특별칼럼에 최동호 고려대 교수와 강지원 변호사가 참여합니다. 열린세상에는 17명의 새 얼굴이 합류해 모두 30명이 앞으로 6개월 동안 분야별로 날카로운 진단과 해법을 내놓을 것입니다. 언론학자와 전 언론인이 쓰는 ‘객원 칼럼’도 선을 보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특별칼럼(무순) 정종욱(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최동호(고려대 교수) 강지원(변호사) 김형준(명지대 교수) ●객원칼럼 정인학(한국수력원자력 감사·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김동률(KDI 연구위원) 김무곤(동국대 교수) ●열린세상 성낙인(서울대 교수) 성민섭(숙명여대 교수) 이준한(인천대 교수) 윤성이(경희대 교수) 김영호(성신여대 교수) 김진(울산대 교수) 이기우(인하대 교수) 유재웅(을지대 교수) 차형근(변호사) 이원덕(국민대 교수) 정인교(인하대 교수) 배상근(전경련 상무) 이문형(산업연구원 위원) 이영(한양대 교수) 정영일(서울대 교수) 허증수(경북대 교수) 김정식(연세대 교수) 오영호(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박녹(영남대 겸임교수) 박광서(서강대 교수) 신방웅(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 이사장) 김미경(상명대 교수) 이기웅(열화당 대표) 김병종(서울대 교수) 김상선(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방은령(한서대 교수) 최창일(시인) 박준철(한성대 교수) 황기돈(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금태섭(변호사)
  • [열린세상] 승용차 5부제와 전시행정/금태섭 변호사

    [열린세상] 승용차 5부제와 전시행정/금태섭 변호사

    관공서에서 민원인의 차량을 대상으로 5부제를 시행한 지 상당한 기간이 지났다. 볼일이 있어 공공기관을 찾았다가 고압적인 경비원의 제지에 정문도 통과하지 못하고 인근 주차장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이 불평을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작년부터 공무원에 대하여는 승용차 홀짝수 운행을 실시하여 이틀에 한번은 자기 소유의 차로 출퇴근을 하지 못한다. 월드컵 등 대규모 국제행사가 열릴 때 한 지역 전체에 대하여 단기간 부제를 실시한 일은 있지만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했다. 이에 비하여 관공서 출입 차량에 대한 통제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장기적 규제이므로 한번쯤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하여 차량 운행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데 반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현재의 제도가 과연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효과적이고 정당한 대책이냐는 것이다. 요일 혹은 날짜의 홀짝에 따라 관공서 출입 차량을 통제하는 것은 우선 실효성의 측면에서 의문이 든다. 민원인들이 5부제로 인해서 승용차를 놓아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이라는 예측은 목적지가 관공서 건물 한 곳이라는 전제에서만 유효하다. 아침에 집을 나서서 구청에 들러 볼일을 보고 다시 귀가하려는 사람이라면 5부제에 걸리는 자가용을 끌고 가느니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편을 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관공소가 그날 가야 할 여러 목적지 중의 한 경유지에 불과한 경우라면 구청 앞마당에 주차를 못한다고 해서 승용차로 이동하는 편리함을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홀짝제는 그보다 더 근시안적인 조치이다. 누가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자가용을 하루 걸러 집에 세워 놓고 싶겠는가. 공무원이 사용하지 못하는 날은 다른 가족들이라도 타고 나갈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에너지 절약이라는 애초의 목표는 실종되고 만다. 더구나 실제 운용되는 모습을 보면 그나마 홀짝제가 잘 지켜지는 것 같지도 않다. 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마저 하루는 전임 장관이 사용하던 관용차인 에쿠스(홀수), 하루는 업무용인 쏘나타(짝수)를 번갈아가며 이용하고 있다는데, 도대체 관용차와 업무용 차량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눈가리고 아웅 하는 이유는 더더욱 짐작도 가지 않는다. 장관이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일반 공무원들이 하루는 자기 차를 타고 출근하고 하루는 남편이나 아내의 차를 타고 출근하는 것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겠는가.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관청에서 강제적으로 민원인의 차량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5부제를 시행하더라도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출입을 막는 행태는 국민들의 편의를 도외시하는 그야말로 후진적인 행정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애초에 의도했던 목적의 달성은커녕 반발만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최근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승용차 홀짝제의 폐지는 지난해 말부터 검토되었지만 대통령이 모 장관의 건의에 대해 묵묵부답하면서 관가에서는 이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로 취급되어 왔다고 한다. 이 제도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정책을 시행할 때는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효과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 관공서에서 5부제를 실시한 이후 승용차 운행이 얼마나 줄어들었고 그로 인한 에너지 절감효과가 얼마나 있었는지 검증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효과가 있다는 증거도 없으면서 위의 눈치를 보느라 제도를 폐지하지도 못하고 애꿎은 민원인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것이라면 승용차 5부제는 우리 정부에서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전시행정의 또 다른 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금태섭 변호사
  • 엄마는 왜 의사·변호사가 되라 하지?

    공부 좀 꽤 하는 아이들이라면 나중에 커서 의사나 변호사가 되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살지도 모르겠다. 직업 선택이 일생의 가장 중요한 일이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이 중차대한 일에 한국의 부모들만큼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왜죠?”라는 아이들의 질문에 그 직업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돈 많이 벌어 편히 살 수 있으니까.”라는 세속적인 속내를 감추고 “훌륭한 사람이잖니.”라는 궁색한 대답을 내놓았던 부모들에게 이 책의 출현은 반갑다. 창비에서 ‘직업 탐색 보고서’ 시리즈의 1탄으로 ‘궁금해요! 기자가 사는 세상’ ‘궁금해요! 의사가 사는 세상’ ‘궁금해요! 변호사가 사는 세상’ 등 3권을 출간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할 중학생을 대상으로 삼았다. 의사와 변호사는 부모와 아이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에 속할 테지만 기자는 좀 의외다. 창비는 지난해 여름방학에 아이들이 관심있는 직업을 알아보기 위해 캠프를 열었는데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했다고. 책에 나온 기자는 신문기자가 아닌 방송기자로, 연예인처럼 TV에 나온다는 것에 호기심을 가졌을 수도 있다. 세 직종에 대해 매우 쉽고 소상하게 알려주는데 ‘직업 탐색 보고서’라는 이름표가 무색하지 않다. 이러한 장점은 아이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보통 직업의 세계를 알려준다며 일방적으로 정보를 쏟아내기 일쑤인데 이 시리즈는 쌍방향의 교류를 통해 태어났다. 캠프를 통해 선발된 중학생 5명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의사, 변호사, 기자를 찾아가 3시간 동안 인터뷰를 한 내용을 실었다. 순진하고 다소 엉뚱한 질문은 오히려 송곳이 되어 직업 세계 구석구석을 파헤친다. 드라마, 영화에 의해 잘못 채색돼 온 부분들이 책을 통해 바로잡힌다. 덕분에 독자들에게 이 책은 그 직업과 인생에 대한 유용한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인터뷰 대상자가 된 세 명의 저자는 서홍관 국립암센터 의사, 이상호 MBC 기자, 금태섭 변호사로 자신의 분야에서 반듯한 걸음걸이를 보여주고 있는 이들이다. 얼마 전 열린 간담회에서 이들은 “인터뷰만 하면 된다고 해서 참여했는데 에세이까지 써야 해서 힘들었다.”고 엄살을 떨었지만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후속 기획으로 요리사와 디자이너가 예정돼 있다. 각 9500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열린세상] 변호사 1만명 시대를 맞이하여/금태섭 변호사

    [열린세상] 변호사 1만명 시대를 맞이하여/금태섭 변호사

    최근 언론에 변호사 업계의 불황이 크게 보도됐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를 피해 나갈 수 있는 직종이 어디 있겠느냐만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되게 늘어난 변호사 숫자로 말미암아 우리나라의 변호사들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도된 사례 중에는 월 200만원의 보수를 주기 어렵다는 말에 사무실을 그만두고 결국 중소기업에 취업한 고용변호사, 아이들 학원비를 벌기 위해서 부인이 파출부로 나가는 변호사, 심지어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야반도주한 변호사의 이야기까지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범죄를 저지른 변호사에 관한 기사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변리사·법무사·세무사 등 다른 직역으로부터의 공격, 외국 로펌이 국내에 자문사를 둘 수 있도록 한 법안의 통과 등도 거론되지만 무엇보다도 개업 변호사 숫자의 급증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소수의 엘리트 집단으로 인식되던 변호사의 숫자가 1만명에 이르게 되면서 예전과 같은 경제적 여유를 누리기 어려워진 것이다. 몇 년 후 로스쿨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한 해에만도 불황으로 휴업을 한 변호사가 138명에 이른다고 하니 앞으로는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일을 못하는 변호사가 드물지 않을 것이다. 변호사 업계의 불황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도 그리 곱지만 않다. 다른 분야가 어려움을 겪을 때에는 원인 분석에 이어 극복을 위한 대책이 제시되는 것이 보통인데 변호사에 대해서는 ‘대중화 시대의 한 직업인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에 그칠 뿐이다. 일반의 여론도 별로 다르지 않다. 여기에는 우선 변호사들 스스로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시험이 신분 상승의 수단으로 여겨지던 시절, 변호사들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도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기업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라는 구호와 함께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동안 법조계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채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이 ‘너희도 한번 당해 봐라.’라는 냉대를 받게 된 것이다. 변호사들 스스로의 반성과 변화가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원래 변호사 숫자를 늘리자는 주장의 근거는 단순히 변호사들의 경제적 형편을 어렵게 만들어서 반성의 계기를 마련하거나 혹은 경쟁을 통해서 소수의 우수한 자원을 제외한 나머지 변호사들을 도태시키자는 것은 아니다. 보다 많은 법률전문가를 보유함으로써 다양한 분야에서 손쉽게 자문을 얻을 수 있게 하고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법률적인 조력을 제공함으로써 소외된 계층에게 혜택을 주자는데 본 뜻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변호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최근 몇 년간 변호사들을 채용해 국선전문변호인 제도를 도입, 운영한 법원의 조치는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변호사들에게 일정한 정도의 대우를 보장하면서 형사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오던 국선변론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주위를 돌아 보면 이러한 영역은 얼마든지 있다. 금융기관의 준법감시인, 회사의 감사 등에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를 활용한다면 기업이나 사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 대중화’ 시대는 이미 찾아 왔다. 늘어나는 변호사의 숫자만큼 우리 사회의 법률 서비스 수준이 향상되고 변호사들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윈윈 전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금태섭 변호사
  • [열린세상] 인터넷 실명제와 법의 권위/금태섭 변호사

    [열린세상] 인터넷 실명제와 법의 권위/금태섭 변호사

    한기업이 인터넷 실명제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뒤 그 파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글로벌 UCC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는 유튜브 한국 사이트에 동영상이나 댓글 등 게시물을 올릴 수 없도록 하는 대신 실명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초 개정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하면 1일 평균 방문자가 1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게시판을 설치, 운영하려면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구글코리아는 이러한 제도에 따르느니 차라리 게시판 기능을 포기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구글코리아 측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익명성은 표현의 자유의 기반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전세계에 폐쇄적 국가로 인식될까 걱정이 된다거나, 국내 업체만 규제를 받고 서버를 외국에 둔 외국 업체는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서 역차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한다. 심지어 국회 입법조사처마저도 인터넷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경우 네티즌의 ‘사이버 망명’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고 구글 등 외국 기업에서 한국 포털업체를 인수·합병하는 등 산업적으로도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구글코리아 측에 유감을 표명했고 정부·여당에서도 “구글의 조치는 오히려 한국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에 장애로 작용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원진 구글코리아대표는 “우리가 이 규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열어줄 계기를 만들면 국내 인터넷 문화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나 우리나라 포털 산업에 대한 영향을 떠나서 보더라도 최근의 인터넷 규제 조치는 자칫 법 경시 풍조를 불러와서 법의 권위를 떨어뜨릴 위험이 크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구글코리아의 설명을 따르면 이용자가 한국 이외에 글로벌이나 다른 국가로 국가 설정을 할 경우 동영상과 댓글 올리기가 가능하다고 한다. 한국에서 접속하는 아이피 기준이 아니라 사용자 선택에 따라 국가를 설정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실명제에 관한 법규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은 국가 설정을 바꾸는 방법으로 손쉽게 본인 확인 없이 동영상이나 댓글을 올릴 수 있고 이를 제재할 방법은 없다. 국가 설정을 외국으로 하더라도 한글 이용이 자유로운 마당에 유튜브 사이트의 이용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분명해 보인다. 심지어 청와대마저도 대통령의 홍보 동영상을 올리기 위해서 유튜브의 국가 설정을 ‘전세계’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은 지켜질 것을 기대할 수 있을 때에만 권위를 가진다. 탈법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 없이 규제 법규만을 양산하여 법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면 자칫 법을 지키지 않아도 좋다는 그릇된 인식이 생겨날 수 있다. 인터넷 실명제를 완벽하게 실시할 수 있다면 과연 그것이 옳은 정책인지 평가의 문제만 남는다. 그러나 너무나 쉽게 인터넷 실명제를 피해갈 수 있다면 정책의 타당성을 살필 여지가 없게 된다. 흉악 범죄가 언론을 장식할 때마다 뒤따르는 특별형법의 양산과 엄벌주의의 강조가 비판받는 것은 법을 어기는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강한 처벌보다 오히려 위법한 행위를 하면 반드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인터넷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를 따지기 전에 과연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한편에서는 규제 법규를 계속 만들어내고, 다른 편에서는 그 법규를 피해가는 일이 성행하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금태섭 변호사
  • [열린세상] 올바른 법관평가제 정착 기대하며/금태섭 변호사

    [열린세상] 올바른 법관평가제 정착 기대하며/금태섭 변호사

    1979년 발간된 ‘지혜의 아홉 기둥’(원제 The Brethren)이란 책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하여 유명해진 밥 우드워드를 비롯한 2명의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미국 연방대법원에 대하여 쓴 책이다. 당시까지 베일에 가려졌던 법원의 속사정이 이 책을 통하여 샅샅이 드러났다. 저자들은 기자 출신답게 철저한 취재를 통하여 대법원에서 판결 내용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 갈등, 합의 과정 등은 물론 은밀히 이루어진 대화까지도 상세히 적어놓고 있다. 어떤 대법관이 수줍음을 잘 타는지, 대법관들은 서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신임 대법관을 임명하는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사람들이 후보자로 거론되는지 직접 보고 들은 것처럼 서술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그 취재력이 감탄스러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듯 대법관들의 행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 법원의 권위가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괜한 염려가 들 정도다. 하지만 이 책의 발간이 미국 연방대법원의 평판을 땅에 떨어뜨렸다거나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평가는 없다. 오히려 사건의 결론을 두고 고민하는 법관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통하여 국민들이 법원에 대하여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현재까지도 법학도의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2008년도에는 제프리 투빈이라는 뉴요커 기자가 그 후속편 격인 ‘연방대법관의 수는 9명이다’(The Nine)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원래 민주주의 국가에서 고위 공직자는 선거에 의하여 뽑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법관은 임명직이다. 법관을 선거로 뽑을 경우에는 판사들이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고 가장 독립적이어야 할 판사들이 여론의 눈치를 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논리 선상에서 법관이나 그들이 행한 판결을 평가하는 제도까지 경계하는 시각이 있다. 판사들이 평가를 의식하여 소신있는 재판을 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평가의 주체를 찾기 쉽지 않고 자칫 이해관계에 따라 부당한 평가가 이루어질 경우 그 폐해가 크다는 의견도 있다. 일리 있는 주장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법관이나 재판에 대한 평가를 금기시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판을 하는 법관의 권한도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민들에게는 그에 관한 정보를 얻고 평가할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과 올 초에 걸쳐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우리 사법 사상 처음으로 법관평가제를 실시했다.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법원에 대한 평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고, 반면 이해관계인인 변호사들이 법관을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처음 하는 일이니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토론과 연구를 통하여 올바른 제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만큼 법관이나 재판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나라도 흔하지 않다. 심지어 판결문도 전체의 5% 정도만 공개되고 있을 뿐이다. 법원에서는 판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공개법정에서 열린 재판의 판결문과 기록은 공공의 재산이다. 당연히 공개되고 적절히 평가되어야 한다. 대법관들의 사사로운 이야기까지 책으로 출판되는 나라가 있는 판에 판결문과 재판기록까지 비공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신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의 “공개하면 평가를 받을 것이고 평가를 받으면 독립이 훼손된다는 식의 구시대적 사고방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공개하고 평가받고 논쟁 끝에 발전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에 맞다.”는 발언은 그러한 점에서 고무적이다. 치열한 고민을 거쳐 공정하고 올바른 법관평가제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금태섭 변호사
  • [열린세상] 살인피의자의 얼굴 공개 적절한가/금태섭 변호사

    [열린세상] 살인피의자의 얼굴 공개 적절한가/금태섭 변호사

    결론부터 말하자. 연쇄살인범의 얼굴을 공개하자는 주장은 잘못된 주장이다. 물론 각종 언론 매체에서 보도했듯이 피의자의 사진이나 실명을 공개하는 나라도 많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공개할 것인가 여부가 아니다. 어떤 근거로 특정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인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지고 언론에 보도되는 ‘살인범’의 경우에도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단순한 피의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신상 공개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흉악범’이기 때문에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은 형사사법의 대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위험하다. 우선 무엇보다도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형벌은 개인의 자유에 대하여 국가가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이기 때문에 미리 법률로 그 종류와 범위를 상세히 정해놓아야 한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형벌을 가할 수는 없다. 그런데 최근 언론사에서 연쇄살인범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든 이유를 살펴보면 과연 이러한 원칙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사회적 응징에 의한 범죄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억울하게 죽어간 피해자들의 인권은 어디 가고 흉악범의 인권만 남았느냐.”는 등의 주장은 명백히 피의자의 얼굴 공개를 처벌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다. 흉악범에게 ‘얼굴공개’라는 처벌을 내리려면 그러한 형벌이 법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 법원도 선고할 수 없는 종류의 ‘사회적 응징’을 언론기관이 할 수 있다는 주장이 과연 정당한가.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주장도 있다. 모든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부적당하지만 특정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신상은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일부에서는 구체적으로 “두 명 이상이 희생된 연쇄살인, 어린이 납치 유괴 살해, 불특정 다수를 살상한 다중 살인 등의 범죄자는 실명과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단지 범인임이 확실한 경우에만 한정해야 한다는 말을 곁들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회적 지탄을 받는 범죄의 경우에는 유죄의 확정 판결을 받기 전에도 ‘진범’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 헌법은 누구에게나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보장하고 있다. ‘흉악범이 아닌 피의자’에게만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범죄의 종류를 제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실제 일어나는 사건의 모습은 천차만별이어서 일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경우에는 더하다. 함께 일하던 가수와 성관계를 갖는 장면을 몰래 촬영하여 인터넷에 공개한 사람이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을 뻔한 이런 피의자의 얼굴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겨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연쇄살인범, 아동 유괴 살인범, 다중 살인범’이라는 리스트에 ‘파렴치범’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범인임이 확실한 경우에만 공개한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정황상 범행을 저지른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도 끝까지 부인하는 피의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순순히 자백하는 피의자만 공개의 불이익을 당해야 할까. 피의자의 얼굴이나 실명을 공개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는 신중한 검토와 이성적인 토론을 거쳐야 한다. 범죄의 종류나 죄질에 관계없는 원칙을 세워야지 지금과 같이 흉악범에 대한 여론을 타고 일방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죄형법정주의, 무죄추정의 원칙, 모든 사람에 대한 기본권의 보장은 오랜 세월에 걸쳐 가치가 확인된 헌법상의 소중한 원칙이다. 한갓 연쇄살인범 때문에 훼손될 수는 없다. 금태섭 변호사
  • [열린세상] 플리바게닝 제도의 기대와 우려/금태섭 변호사

    [열린세상] 플리바게닝 제도의 기대와 우려/금태섭 변호사

    법무부에서 ‘면책조건부 진술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피의자로 입건되거나 입건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타인의 범죄사실을 털어놓을 경우 형벌을 면제하거나 감경해주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뇌물죄 등 부패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내부비리를 고발하는 사람에게 형사정책적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언론에서는 이 제도를 플리바게닝의 한 형태로 인식하고 플리바게닝 도입에 대한 찬반론을 묻고 있다. 면책조건부 진술제도는 미국법상 ‘면책조건부 증언제도’에서 유래한 것이다. 원래 피의자나 피고인에게는 진술거부권이 있다. 누구든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로는 더 큰 악을 뿌리뽑기 위해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책임을 면제해 주더라도 진술을 받아야 될 때가 있다. 그러한 경우에 진술자에게 면책을 약속하면서 진술을 강제하는 제도가 ‘면책조건부 증언제도’이다. 면책을 약속받은 사람은 자신의 진술을 증거로 하여 기소될 위험성이 없기 때문에 진술을 거부할 수 없고 만일 거부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 법무부가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 형사사법 체계에 있어서 법적으로는 진술을 권유할 만한 아무런 유인(誘因)이 없기 때문이다. 범죄사실을 자발적으로 털어놓고 심지어 더 큰 범죄에 관한 사실까지 밝히더라도 정상에만 참작될 뿐 원칙적으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가끔 수사 과정에서 처벌을 감경해 주겠다는 약속이 있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는 것도 그러한 협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허위 진술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에 피의자나 참고인이 조사받으면서 거짓말을 하더라도 어떠한 불이익도 줄 수 없다. 원래 피의자라고 하더라도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을 뿐 거짓말을 할 권리는 없다. 일단 진술을 하는 마당에는 진실하게 말을 해야 한다. 외국 법제에서 피고인도 법정에서 진술을 할 때는 선서하고 증언하게 하고 허위의 진술을 할 때는 처벌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변호인도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진술을 거부하도록 충고할 수는 있으나 거짓말을 하라고 조언할 수는 없다. 법조윤리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에는 변호사의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형사절차에서는 중요한 참고인이라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출석에 응할 의무가 없다. 법적으로만 보자면 수사에 필요한 수단이 부실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비해 인권의식이 성장하고 구속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엄격한 요건이 요구되는 최근에 있어서는 특히 그러하다. 법무부나 검찰이 면책조건부 진술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거나 플리바게닝 등 외국의 법제를 들여오려고 시도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가 간다. 그러나 과연 현실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수사기관의 권한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하거나 부족했었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 것이다. 사회적인 논란이 있을 때마다 최종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검찰의 몫으로 돌려졌고 그 과정에서 무리한 수사나 인권 경시 논란이 일었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수사기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될 때마다 찬성보다 반대 여론이 높은 것은 바로 그러한 기억에서 기인한다. 법무부와 검찰의 기본적인 임무는 법질서를 유지하고 범죄를 척결하는 것이다. 특히 부패범죄를 일소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전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선결조건이다. 그러한 임무 완수를 위해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권한 남용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반드시 귀를 기울여서 논란의 여지를 없애야 할 것이다. 면책조건부 진술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생산적인 토론과 깊은 고민이 있기를 바란다. 금태섭 변호사
  • [사고]‘열린세상’ 필진 바뀝니다

    [사고]‘열린세상’ 필진 바뀝니다

    새해부터 서울신문의 ‘열린세상’ 필진 일부가 바뀝니다.열린세상에는 8명의 필진이 새로 합류해 앞으로 6개월 동안 분야별로 날카로운 진단과 해법을 내놓을 것입니다.특별칼럼 필진은 변함이 없습니다.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바랍니다. ●기명칼럼(무순) 박재규(경남대 총장) 신경림(시인) 정종욱(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김형준(명지대 교수) ●열린세상(무순) 이필상(고려대 교수) 방은령(한서대 교수) 이해영(한신대 교수) 이성형(중남미 전문가) 강지원(변호사) 이준한(인천대 교수) 금태섭(변호사) 황기돈(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김혜영(중앙대 교수) 현진권(아주대 교수) 최창일(시인) 박준철(한성대 교수) 김충현(서강대 교수) 김무곤(동국대 교수)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영(한양대 교수) 이원덕(국민대 교수) 정영일(서울대 명예교수) 김영호(성신여대 교수) 김동률(KDI 연구위원) 김정식(연세대 교수) 김현식(한양대 교수) 윤성이(경희대 교수) 김상선(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 [열린세상] ‘피에르 리비에르’와 재판기록의 공개/금태섭 변호사

    [열린세상] ‘피에르 리비에르’와 재판기록의 공개/금태섭 변호사

    미셸 푸코의 저작 ‘나,피에르 리비에르’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죽인 살인범에 관한 책이다.1835년 6월3일 당시 20세의 농부인 피에르 리비에르는 낫으로 어머니와 동생들을 잔인하게 살해한다.피해자들은 참혹한 상처를 입고 거의 머리가 절단된 상태로 발견됐다.체포된 피에르 리비에르는 처음 예심판사의 신문에 신의 명령에 따라서 그런 끔찍한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범행 2주 전 들판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하느님이 천사들과 함께 나타나서 신의 섭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가족들을 살해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그는 성서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궤변을 뒷받침하려고 하지만 결국 진정한 범행 동기를 털어놓게 된다.매일같이 언쟁을 벌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가 아버지를 괴롭힌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해하기로 결심했고,신의 명령에 따랐다고 한 것은 정신병자처럼 보여서 법의 심판을 벗어나 보려던 것이라고 자백한 것이다. 법원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하였으나 국왕은 그의 형을 종신금고형으로 감형했다.1840년 10월20일 피에르 리비에르는 보리외 중앙구치소에서 복역 중 사망했다. 당대의 석학인 미셸 푸코는 1971년 파리 국립도서관 서고에서 우연히 피에르 비리에르가 직접 쓴 방대한 양의 수기를 발견하고 큰 흥미를 느끼게 된다.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가까스로 읽고 쓸 줄 아는 정도에 불과한 사람의 글이었지만 살인에 이르게 된 자세한 경위,죄를 저지를 때의 상황,그리고 체포되어 수사를 받으면서 느낀 심경의 변화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푸코는 다른 학자들에게 이 사건을 함께 연구하자고 제안했고 2년간의 연구 결과로 출판된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피에르 리비에르의 수기를 비롯한 재판 기록이 가공되지 않은 채 그대로 전재되어 있다는 것이다.500여쪽 중 350쪽이 넘는 부분이 치안판사의 조서,부검 의사의 보고서,목격자들의 진술서 등 수사기록과 배심원 명단을 포함한 재판기록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책 뒷부분에 있는 학자들의 논평도 흥미롭지만,무엇보다도 독자들은 스스로 직접 사건 기록을 대하면서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느끼고 각자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런 책을 볼 때마다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재판 기록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재판은 공개된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고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모든 증거가 현출되는데도 불구하고 어찌된 일인지 이미 끝난 사건의 기록을 보는 것은 엄격히 제한되어 왔다.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누구든지 권리구제,학술연구 또는 공익적 목적으로 기록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생겨났지만 실제로는 소송관계인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인한 것 같은데 재판이 공개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유명 연예인의 간통 사건 재판이 있었을 때 언론은 재판 과정을 중계방송하듯이 보도했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누구나 방청할 수 있는 공개재판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공식적인 기록을 열람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재판 기록은 공개되어야 한다.재판의 과정과 결과는 공개적인 검토와 비판의 대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무엇보다도 재판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의 권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민들이 자국에서 벌어진 재판의 기록을 보고 그 시대와 사회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우리들이 그러한 일을 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재판 기록의 공개로 우리나라에서도 ‘나,피에르 리비에르’와 같은 저작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금태섭 변호사
  • [열린세상] 헌법소원과 항명/금태섭 변호사

    [열린세상] 헌법소원과 항명/금태섭 변호사

    미군에는 “묻지도 말고 말도 하지 말라.(Don´t Ask,Don’t Tell)”라는 정책이 있다. 장병들에게 입대 권유를 하는 군 당국은 성적 기호에 관한 질문을 해서는 안 되고 대신 군인들도 공개적으로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밝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원래 동성애자는 입대가 금지되어 있었는데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를 허용해주면서 일종의 타협책으로 군인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시행 15년을 맞은 이 제도는 많은 논란을 일으켜 왔다.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의회는 클린턴의 정책을 법률로 만들어서 오히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군인들을 강제 전역시키는 장치로 사용했다. 개인의 성적인 결정권을 옹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반대로 이를 억압하는 효과를 낸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CNN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9%는 동성애자의 군 입대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으나,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동성애자임을 공개하는 행위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30%에 불과했다. 성적인 자기 결정권의 존중과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을 조화시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법률로 만들어진 제도를 둘러싸고 15년간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의 쟁점을 놓고 공개적으로 주장이 오고가고 가장 적절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과정은 건강해 보인다. 쉽게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일수록 다양한 논리를 검토해보고 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군법무관들이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의 근거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일부에서는 군 조직의 특성상 군법무관들의 ‘집단적인’ 헌법소원 제기는 항명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국방부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군인으로서 적절한지 조사해서 처벌할 것이라고까지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가 ‘불온서적’ 명단을 작성해서, 얼마든지 서점에서 구입이 가능하고 심지어 수십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까지 ‘제작· 복사·소지·운반·전파 또는 취득’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취득한 때에는 즉시 신고’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과연 우리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심각한 의문이 든다. 더욱이 이에 대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까지 항명으로 몰아붙이면서 백안시하는 일부의 태도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법에 규정된 소송절차를 이용해서 특정한 규정의 합헌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더 이상 ‘적법’한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당연한 개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언론 매체에 군의 정책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발표한 것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집회나 시위를 한 것도 아닌 헌법소원을 제기한 행위를 문제 삼는다면 정책에 대한 건강한 토론은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불온서적’ 문제가 제기된 이래 국방부는 군의 특성상 그런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만일 기존의 규정이나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법적인 절차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국방부 측의 논거를 제시할 수 있다. 가장 적법하고 공정한 장인 법정에서의 논의마저 금지한다면 도대체 정책에 대한 비판은 어떻게 해야 가능하다는 말인가.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군인들의 결혼 전 성관계까지 금지하는 훈령 제정을 추진하였다고 한다. 다행히 철회되기는 했지만, 만일 이런 훈령이 만들어졌다면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까지 항명으로 보아야 하는가.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토론이 이루어지는 조직이 가장 강한 조직이다. 군법무관들의 헌법소원을 우리 군이 보다 민주적이고 보다 강한 조직이 되도록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건강한 문제제기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금태섭 변호사
  • [열린세상] 내 마음 속의 차별/금태섭 변호사

    [열린세상] 내 마음 속의 차별/금태섭 변호사

    결혼정보업체에 속아 정신질환을 앓는 남자와 결혼했다가 음독자살을 기도한 베트남 여성의 소식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작년 8월 한국으로 시집 온 그녀는 신혼 초부터 정신병원에 입원한 남편을 원망하며 처지를 비관해 오다 음독한 채 발견됐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후유증으로 지능과 운동능력이 떨어져 혼자 걸음조차 걷지 못하는 상태로 귀국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일이 벌어진 배경에는 경제적으로 낙후된 국가 출신의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차별하는 그릇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결혼을 앞둔 여자에게 신랑감이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라는 사실조차 알려 주지 않는 것이다. 신붓감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2007년 말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의 개정으로 인종차별, 성차별적 내용의 광고물이 금지되면서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의 여성을 비하하는 현수막을 보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었다.‘베트남 숫처녀’‘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등 차마 쳐다 보기도 부끄러운 문구들은 우리가 사는 곳이 문명국인지를 의심하게 했다. 아직까지도 이런 사건이 신문지상을 장식한다는 것은 법제도의 개선과는 별도로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어느 곳에나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존재한다. 우리가 항상 가해자의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에 일부 매체에 보도되었던 중국 내 혐한감정은 차원은 다르지만 근거 없는 차별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한국 언론에 쑨원이 한국계라는 기사가 보도되었다거나 한국의 네티즌들이 중국 4대 발명품을 한국 사람들이 발명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혐한론이 개진되었다. 감정적 주장인 만큼 대응하기도 쉽지 않았다. 올림픽 응원을 갔던 사람들은 중국 관중의 냉대에 당황해야 했고 어느새 우리나라 제1의 교역국으로 떠오른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까지 논의되기도 했다. 전형적인 다민족 국가이고 다양한 이민들로 구성된 도가니(melting pot) 같은 사회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에서도 사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가 영어 구술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2년간 출전자격을 정지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은 사실상 외국 선수들, 특히 한국 출신 선수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 조치는 골프계는 물론 여러 국가의 언론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은 후 불과 수주일 만에 철회되었다. 경기 외적 요소로 출전 자격을 제한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외국 선수들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차별의 문제는 개별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누구나, 어느 민족이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사소한 계기로 일어난 일이라도 자칫 집단적인 증오심으로 이어지면 상상을 초월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수없이 일어났던 참혹한 전쟁들도 대부분 ‘우리’가 아닌 사람은 적으로 보는 시각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차별의 문제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모든 나라가 협력해야 하고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해서 관심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섣부른 애국주의에 호소하거나 국가적 차원의 역사 연구를 빌미로 타민족에 대한 우월감을 고취하려는 시도는 단호히 배격되어야 한다. 물론 그에 앞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 보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찾아온 모든 베트남 새댁들을 우리 사회의 당연한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도 부당한 차별에 관해서 당당하게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금태섭 변호사
  • [열린세상] 인터넷과 표현의 자유/ 금태섭 변호사

    [열린세상] 인터넷과 표현의 자유/ 금태섭 변호사

    1960년 3월29일, 미국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시의 집행관 설리번은 뉴욕타임스지에 실린 전면 광고를 보고 격분했다. 마틴 루터 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그 광고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았다. 광고는 경찰이 일곱 번이나 킹 목사를 체포했다(실제로 체포된 것은 네 번에 불과했다)고 비난하는 문장에 ‘그들은 킹 목사의 집을 폭파했다.’는 문장을 이어 붙여서 마치 경찰이 킹 목사의 집에 폭탄을 던진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앨라배마 주립 대학생 전원이 당국에 대한 항의 표시로 등록을 거부했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었고, 더욱이 경찰이 학생들을 굴복시키기 위해서 학교 식당에 자물쇠를 채웠다는 것은 완전한 날조였다. 뉴욕타임스는 광고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게재했다. 지방 경찰을 감독할 권한을 가지고 있던 설리번은 이 광고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철회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소송을 제기했고 앨라배마 주법원은 뉴욕타임스지에 50만달러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이 판결을 파기한다. 자유로운 토론에는 불가피하게 사실과 다른 주장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 표현의 자유에 ‘숨 쉴 공간’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주장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의 이 결정이 바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가장 중요한 판례의 하나인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판결이다. 이 판결에 의해서 사람들은 제소당할 두려움 없이 정부 정책을 비판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이 출현하면서 사정은 다시 달라졌다. 한정된 수의 언론 매체에서 정보를 얻던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번역된 ‘인터넷 세상과 평판의 미래’의 저자 다니엘 솔로브는 책의 첫 장에서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잘 아는 ‘개똥녀 사건’의 예를 들면서 변화된 환경을 예증하고 있다. 평범한 젊은 여성이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내린 일은 과거 같으면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잊혀졌을 것이다. 그러나 디카와 블로그로 무장한 네티즌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고 이 사건은 전세계 웹사이트에 퍼졌다. 인적사항이 공개되었고 이 여성은 결국 다니던 학교까지 그만두게 되었다. 솔로브 교수는 인터넷으로 유입된 정보는 누구나 언제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영구적이라는 점에서 잘못된 정보로 인한 폐해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다고 한다.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 오히려 우리의 자유를 속박할 수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에 관한 새로운 이론과 사고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법이 취할 수 있는 접근법으로서 정부의 규제가 없어야 인터넷이 비로소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하는 자유주의적 접근,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정보의 확산에 엄격한 통제를 가하는 권위주의적 접근을 들면서 그 중간 지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놓고 다양한 법적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지나치게 성급한 결정을 내리려고 하거나 한쪽의 견해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경직성을 보이는 것이다. 피해자의 고소가 없는 상태에서 국가기관이 먼저 나서거나 강제수사에 호소하려는 것은 그러한 점에서 걱정스럽다. 새로운 사회현상에 대한 법적 규율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정립해 나가야 한다. 잘못된 선례가 만들어지면 바로잡는 데는 두 배의 힘이 든다.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건들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올바른 길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자유로운 토론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기본 틀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법원, 검찰, 시민단체 등 사회 각 부문의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금태섭 변호사
  • [열린세상] 사이버 모욕죄 신설은 재고돼야/ 금태섭 변호사

    [열린세상] 사이버 모욕죄 신설은 재고돼야/ 금태섭 변호사

    정부가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인터넷에서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기업광고 중단 위협 등의 행위가 위험수위에 이르고 피해가 심각해 국민의 우려가 고조됐다는 것이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명예훼손죄의 처벌 조항만 있고 모욕죄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법체계상의 이유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행태를 막으려면 처벌 수위가 더 높은 특별법에 모욕죄가 들어가야 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결국 보다 무거운 법정형을 통해서 인터넷의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특별형법의 신설을 통해서 사회 현상을 규제하려는 시도는 대개의 경우 부작용만 남긴 채 실패로 돌아간 일이 많다. 형법은 일반형법과 특별형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흔히 형법전이라고 불리는 일반형법은 적용 범위에 제한 없이 일반적인 범죄와 그에 대한 형벌을 정한 법이다. 살인, 절도, 사기 등 전통적 의미의 범죄가 여기에 규정되어 있다. 특별형법은 특정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서 일반형법에 대해서 보충적 성격을 지닌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분야가 생겨나면서 예상하지 못한 반사회적 행위가 출현하면 이를 규제하기 위해서 새로 법률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보충적 성격을 가져야 할 특별형법이 일반형법을 대체할 지경에 이를 만큼 많다. 일반형법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 범죄에 대해서도 사회적 문제가 되기만 하면 새로운 처벌규정을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일반형법만큼이나 흔하게 적용되는 특별형법이 속출하면서 이제는 일반형법과의 구별이 무의미해질 정도에 이르렀다. 특별형법의 남발에 대해 거의 모든 형법학자들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런 현상이 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특정한 범죄가 자주 일어나서 문제가 될 때는 그러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반드시 처벌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법정형을 높인 새로운 처벌법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특별형법 신설이라는 대증요법을 남용한 경우에는 최소한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새로운 이름의 법을 신설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듣는 시민들은 항상 있는 전시행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법의 권위가 떨어지고 정부의 신뢰도 타격을 입는 것이다. 더구나 한번 특별형법의 신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 보면 다음번에도 똑같은 대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사이버 모욕죄 신설 방안이 염려스러운 이유는 단순히 특별형법의 양산이라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네티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이 문제다. 과학기술의 발달, 혹은 시대상의 변화로 새로운 현상이 생겨나면 법은 우선 그 현상을 뒷받침해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 일부 문제점이 드러나더라도 규제는 최소화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가 예를 들고 있는 행위들은 범죄에 이를 만큼 심각한 정도에 이른다고 해도 형법전에 이미 규정되어 있는 조항으로 처벌이 가능한 것들이다. 특별형법을 만들 필요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을 통한 네티즌의 여론 형성이나 의견 개진은 아직은 발전하는 단계이다. 기존에 있는 형법으로도 충분히 규율이 가능한 행위에 대하여 새로운 형벌을 신설하고 위법 행위에 대한 경고를 하는 것은 규제 우선의 시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사이버 모욕죄의 신설은 재고되어야 한다.
  • [열린세상] 22년 늦은 무죄선고/금태섭 변호사

    [열린세상] 22년 늦은 무죄선고/금태섭 변호사

    1986년 간첩 혐의로 기소되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까지 받고 재심을 신청했던 강희철씨가 최근 무죄 선고를 받았다. 무려 22년 만에 억울함이 밝혀진 것이다.1974년 오사카에 사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밀항했던 그는 1982년 일본경찰에 적발되어 한국으로 강제추방당하게 된다.1986년 4월 한국의 수사기관은 그를 연행해서 간첩죄로 기소했다. 무기징역이 선고되었고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그는 1998년 8·15 특별사면으로 석방되기까지 13년간 수감생활을 해야만 했다. 이번에 그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 재판장은 간첩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내용의 판결문을 낭독하면서 이례적으로 “불법수사로 말미암아 오랜 세월 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고통을 받은 피고인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뒤늦은(사실 이루 말할 수 없이 뒤늦은) 일이기는 하나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에게 정당한 판결이 내려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잘못된 결정이더라도 일단 한번 내려지면 뒤집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사법의 속성을 생각하면 재판부의 결단은 용기 있는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언론에 보도된 판결문에 의하면 강희철씨는 수사기관에 연행된 뒤 85일간 불법으로 구금된 채 조사를 받았는데 80일이 지난 후에야 간첩임을 자백하는 진술서를 작성했다. 담당 경찰관은 자백을 해야 가벼운 형을 받을 수 있다고 회유를 하면서 법정에 나와서 피고인을 지켜보았고 심지어 변호인 선임을 방해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자백을 제외한 유죄의 증거라는 것은 고작 피고인이 오사카 조선고급학교를 졸업했다거나, 친척 중에 조총련에서 활동한 사람이 있다거나, 심지어 일제 만년필과 스웨터를 수집했다는 등의 불명확한 것뿐이었다. 어떻게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에 대해 유죄판결이 내려질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재심을 통해 내려진 결론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 오류를 범하게 되었는지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다. 과거의 수사, 재판 기록을 뒤져서 도대체 무슨 이유로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연행하게 되었는지, 기소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피고인은 어떤 주장을 했고 그에 대해 재판부는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판단했는지 하나하나 따져보아야 한다. 우리 법학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이론적인 쟁점을 둘러싸고는 치열한 논쟁을 벌이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사실 확정에 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학계나 일반인이 사건 기록에 접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는 것도 그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에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학술연구 등을 위한 기록의 열람을 허용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출발점일 뿐이다.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의 오류를 되돌아보는 치열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희철씨는 그간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주위에서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이 견디기 어려웠다는 대답을 했다. 그 고통을 풀어주는 일은 애초에 잘못된 결정을 했던 사법의 몫이다. 억울한 사람을 처벌받게 한 과정을 규명하는 것은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강희철씨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한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피고인의 진정한 명예회복과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다. 이 판결이 우리 사법을 위해서도 진정한 명예회복과 새로운 출발로 나아갈 수 있는 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금태섭 변호사
  • [사고] 오피니언 필진 일부 바뀝니다

    [사고] 오피니언 필진 일부 바뀝니다

    서울신문 오피니언면의 ‘특별칼럼’과 ‘열린세상’의 필진 일부가 7월1일부터 바뀝니다. 남북문제 전문가로 통일부장관을 지낸 박재규 경남대 총장의 ‘통일산책’이라는 고정칼럼을 신설합니다. 열린세상에는 새로 12명의 필진이 합류해 모두 23명이 앞으로 6개월 동안 분야별로 날카로운 진단과 해법을 내놓을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바랍니다. ●기명칼럼(무순) 박재규(경남대 총장) 신경림(시인) 정종욱(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김형준(명지대 교수) ●열린세상 정종섭(서울대 교수) 이필상(고려대 교수) 방은령(한서대 교수) 이해영(한신대 교수) 이원덕(국민대 교수) 강미은(숙명여대 교수) 신은종(단국대 교수) 이성형(중남미전문가) 김정식(연세대 교수) 강지원(변호사) 이준한(인천대 교수) 금태섭(변호사) 하승수(제주대 교수) 황기돈(한국고용정보원 연구개발본부장) 김혜영(중앙대 교수) 현진권(아주대 교수) 박성민(민기획 대표) 최창일(시인) 박준철(한성대 교수) 김충현(서강대 영상대학원장) 윤재근(문학평론가) 이도흠(한양대 교수) 김무곤(동국대 교수)
  • [기고] ‘원숭이 재판’의 교훈/금태섭 변호사

    [기고] ‘원숭이 재판’의 교훈/금태섭 변호사

    1960년 미국에서 제작된 ‘신의 법정(원제 :Inherit the wind)’이란 영화가 있다. 학교에서 진화론 교육을 금지한 법률에 맞서 법정 투쟁을 벌이는 용감한 고등학교 교사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영화다. 당대의 대스타 스펜서 트레이시가 맡아 흥행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평단의 찬사를 받아 연극과 TV영화로 다시 제작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한 것인데, 그 내용은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1925년, 보수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던 테네시 주 의회는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는 교사를 벌금형에 처하는 법률을 통과시킨다. 법을 만든 주 의회 의원들조차 이 법률에 위반한 사람을 실제로 처벌할 의사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법률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법적인 도전을 결심했고 이를 실행에 옮긴 사람이 존 스코프스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진화론을 가르쳤다고 하면서 피고인이 되기를 자청했고 결국 기소되었다. 이 사건이 ‘신의 법정’으로 유명해진 스코프스 사건인데 일명 ‘원숭이 재판’이라고도 한다.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당대 최고의 변호사인 클레런스 대로가 검사를 상대로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다.“세상이 정말 6일 만에 창조되었습니까. 태양이 만들어지기 전에 어떻게 하루를 계산할 수가 있습니까. 그때의 하루도 24시간이었나요. 지구가 태양 주위를 회전하는데 어떻게 여호수아는 태양에게 멈추라는 명령을 할 수 있었을까요?” 검사는 말문이 막히고 대로 변호사는 종교와 과학은 별개이고 종교가 교육에 부당한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역설한다. 실제 사건은 영화의 내용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 사건을 담당한 브라이언 검사는 독선적인 원리주의자가 아니었고, 그가 이 사건을 맡은 것은 당시 진화론이 인종차별주의자나 군국주의자들에 의한 우생학적 주장의 근거로서 잘못 이용되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우생학의 신봉자들은 적자생존의 원리에 근거하여 ‘부적합한’ 인종이나 ‘열등한’ 민족에 대한 불임시술까지 주장하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코프스가 진화론을 가르쳤던 고등학교는 백인 학생들만의 입학이 허용되는 학교였고 그가 사용한 교과서의 저자는 백인종을 가장 우수한 인종으로, 다른 인종을 사회의 기생충으로 서술하였다.‘원숭이 재판’으로 치부할 만큼 단순한 사건은 아니었던 셈이다. 1968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는 법률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이후에도 창조론자과 진화론자 사이의 법적 다툼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도 뜨거운 논쟁의 대상인 ‘지적 설계론’이 등장한 것이다.‘지적 설계론’이란 인간을 비롯한 생물의 구조는 너무나 복잡하고 정교하기 때문에 진화에 의해 우연히 생겨날 수는 없고 종교에서 말하는 신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떤 지적인 존재에 의하여 설계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눈과 같이 복잡한 기관은 한 부분이라도 잘못되면 볼 수 없는 무용지물에 불과한데 이렇게 정교하게 발달하는 과정이 모두 우연한 진화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창조론자들은 학교에서 진화론과 함께 이런 ‘지적 설계론’을 가르쳐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해 왔다. ‘지적 설계론’이 학계에서 정설로 굳어진 진화론에 비견될 만한 이론이라는 주장에는 당연히 강력한 반론이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사상과 신념이 법정에서 각각의 근거를 가지고 공개적으로 토론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개인의 사상과 철학에 있어서 근본적인 바탕을 이루는 것들에 대해 합리적인 논쟁을 벌일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법원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기능의 하나이고 원숭이 재판을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아닐까? 금태섭 변호사
  • [금태섭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미란다 경고

    피의자에게는 묵비권이 있고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 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보는, 경찰관이 범인을 체포할 때 하는 이 말을 ‘미란다 경고’라고 한다. 체포된 피의자의 권리를 설명해주는 데 미란다´라는 사람의 이름이 붙게 된 것은 이 설명이 처음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된 사건의 주인공이 미란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사사법 사상 가장 위대한 판결의 하나로 손꼽히는 이 판결에 등장하는 미란다는 한마디로 쓰레기 같은 성폭행범이었다. 1962년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에서 귀가하던 한 여자 은행원이 괴한을 만나게 된다. 괴한은 칼을 들이대고 피해자의 옷을 벗기려고 했지만 피해자가 저항하자 범행을 포기하고 8달러를 빼앗아 달아난다.이 괴한이 바로 저 유명한 미란다 경고의 주인공 어네스트 미란다. 미란다는 그 후로도 두 번 더 성폭행을 시도했고 결국 경찰은 세 번에 걸친 강간 사건의 범인으로 미란다를 체포한다. 그는 체포된 직후 범행을 부인했지만 경찰관의 설득에 곧 범행을 자백한다.미란다는 강간죄로 재판을 받게 되었고 그의 자백이 증거로 받아들여져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법정에서 다시 태도를 바꿔 범행을 부인하던 미란다는 이 판결에 상소를 했고, 연방대법원이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다. 흔히 1960년대를 피의자의 권리가 새롭게 인식되는 시기라고 한다. 워렌 대법원장이 이끌던 연방대법원은 이 사건을 통해 체포된 피의자에게 묵비권과 변호인 선임권을 말해주지 않고 받아낸 자백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획기적인 판결을 내놓게 된다. 미란다에 대한 유죄 판결은 이제 무효가 된 것이다.미란다 판결은 선고 당일부터 엄청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검사들과 경찰관들은 수사가 힘들어지고 흉악범들이 풀려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호인으로부터 진술을 거부하라는 충고를 들은 범인을 어떻게 조사하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역사는 이러한 주장이 기우에 불과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네스트 미란다 자신도 풀려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이 있은 후 피닉스 시 검찰은 목격자의 진술을 증거로 미란다를 다시 기소했고 미란다는 유죄판결을 받아 10년을 복역했다. 피의자의 권리를 보장한다고 해서 범인들이 활보하거나 법질서가 어지럽혀지는 것은 아니다. 적법절차를 지키면서도 사법의 정의는 달성될 수 있다.미국 대법원은 연쇄성폭행범인 미란다의 유죄판결을 파기했지만 그로 인해서 오히려 사법의 정의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 것이다. 감옥에 갇혀 있던 미란다는 석방된 지 한 달 만에 술집에서 싸움을 하다가 칼에 찔려 살해당한다. 미란다의 살해범을 체포한 경찰관은 10년 전 미란다를 체포했던 바로 그 경찰관이었다. 그는 미란다 판결에 따라 범인에게 피의자의 권리를 설명해주었고 지금에 와서는 미란다 경고가 일상적인 것이 되었지만 일부에서 걱정했던 흉악범이 활개치는 사태는 결코 오지 않았다.
  • [금태섭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린드버그 베이비 사건’

    1932년 3월1일 밤, 찰스 A 린드버그의 생후 20개월 된 아이가 침대에서 사라졌다. 살이 부러진 사다리가 창문에 걸쳐져 있었고 창틀에서는 협박편지가 발견되었다. 맞춤법이 틀린 조잡한 글씨로 ‘아이를 데리고 가니 5만달러를 준비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대서양 단독비행에 성공한 린드버그는 미국사회의 영웅이었다. 유력 정치인의 딸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 그를 미국 사회의 귀족으로 여기고 동경하던 사람들은 단란한 가정의 평화를 깨뜨린 범죄에 경악했다. 모든 계층의 미국인이 동정을 표시했고 당시 후버 대통령은 아이-린드버그 베이비로 불리게 되었다-를 찾기 위해서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유괴범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돈을 지불하였지만 아이를 돌려받지 못했고 실종 50여일 후 1.6㎞ 떨어진 숲에서 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사람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수사기관은 범인을 찾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2년 반이 지난 후, 유괴범에게 지불한 것과 같은 일련번호의 돈을 은행에 입금하던 리처드 하우프만이란 사람이 체포되었다. 그의 소지품에서도 돈이 나왔고 집에는 1만 4600달러가 숨겨져 있었다. 하우프만은 아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돈일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배심원들은 유죄평결을 내렸고 결국 그는 1936년 4월3일 전기의자에서 최후를 맞았다. 이 사건 이후 유괴를 연방범죄로 규정하는 ‘린드버그 법’이 제정되었고 아가사 크리스티는 이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을 썼다. 그러나 이 사건은 현재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수사와 재판 과정을 면밀히 조사한 많은 학자들과 실무자들이 하우프만은 진범이 아니며 린드버그 가(家)의 고용인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에 명백히 하우프만이 범인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도 많다. 양쪽에서 별다른 이론이 없는 부분은 이 사건의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하우프만의 재판을 담당한 판사는 배심원에게 이렇게 말했다.“검찰측 증인의 증언을 믿지 않을 이유가 하나라도 있습니까? 노인이 설마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변호인은 하인들의 도움을 받은 갱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그걸 인정할 증거가 있습니까?” 이런 편파적인 설명을 들은 직후 배심원들은 유죄 평결을 내렸고 이 재판은 불공정한 재판의 본보기 중 하나로 역사에 오명을 남기게 되었다. 내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시민들이 참여하는 재판이 열린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건전한 상식에 따라 법정에 제출된 증거를 보고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이다. 재판의 주체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사법의 신뢰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위험도 분명히 존재한다. 훈련받지 않은 배심원들은 선입견에 사로잡히거나 잘못된 절차에 영향을 받기 쉽다. 우리나라에서도 린드버그 사건 재판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어렵게 도입한 새로운 제도가 시행착오 없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법률가들과 재판에 참여하게 될 일반 시민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 [시론] 로스쿨,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금태섭 변호사

    [시론] 로스쿨,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금태섭 변호사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우리도 로스쿨을 갖게 된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다음 달에 총 입학정원 및 인가기준이 정해지고 내년 10월 최종 인가를 거쳐 2009년 3월에는 로스쿨이 개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수십년 동안 유지되던 사법시험을 폐기하고 전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게 되는 만큼 법 통과 이후에도 로스쿨 제도를 둘러싼 격론은 그치지 않고 있다. 특히 로스쿨 총 정원 문제에 대해서는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 수입에 타격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실무가들과 로스쿨 유치에 사활을 걸고 거액을 투자한 대학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물론 적정한 변호사 수를 정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문제이다. 단순히 변호사의 수입이나 대학에 대한 배려를 넘어서 국민들이 받는 법률 서비스의 질, 나아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인적 자원의 배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스쿨의 개원이 목전에 다가온 지금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과연 로스쿨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어떠한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칠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로스쿨이 처음 만들어지고 가장 발달한 미국의 경우 재학생에게 이론과 실무를 적절히 배합한 고급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교수진의 상당수가 실무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세미나나 학회 등을 통하여 실무의 변화를 신속하게 교육에 반영하고, 또 역으로 새로운 이론을 현실 법정에 제공하기도 한다. 필자가 다녔던 로스쿨의 국제법 교수는 행정부에서 국제조약 관련 업무를 담당했었고 형법 교수는 연방 검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미국과 구 소련 사이의 탄도요격미사일 협정을 사례로 들면서 조약의 효력을 설명하고, 로드니 킹 사건 재판을 예로 들면서 연방과 주의 관계를 가르치는 것을 보면서 왜 미국의 로스쿨이 자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즉시 현장에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우리나라에서의 로스쿨 논의도 우수한 교육시스템을 갖추는 방법론에 집중되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실무에서의 경험을 이론과 접목하여 학생들에게 생생하게 가르칠 수 있는지, 어떤 교수진을 두고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강좌를 갖추어야 하는지 등등 고민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지금까지처럼 가능한 한 많은 대학에 로스쿨 인가를 내주기 위해서 총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거나, 혹은 대학별 정원을 낮추어야 한다는 등의 논의에 매몰되는 것은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실력있는 법률가를 배출해낸다는 애초의 로스쿨 도입 취지와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한가한 논의일 뿐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라는 통상법 분야에서 다시 겪기 어려운 큰 일을 치렀다. 많은 공무원들이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했고 책에서 배울 수 없는 문제들을 몸으로 겪었다. 이렇게 얻은 지식이 관련 분야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전달된다면 정말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다. 로스쿨을 추진하는 대학들이 이러한 경험을 교실로 옮겨오기 위한 방법에 대해 먼저 고민하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금태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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