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경제해법 공방
■ 與 “돈 풀어야”
1930년대 미국 루스벨트 행정부가 재정을 통한 시장 개입을 골간으로 하는 케인스주의를 채택해 대공황의 수렁을 빠져나온 이후 ‘재정 확대’는 불황에 직면한 자본주의 국가들 앞에 매혹적인 자태로 서성거려 왔다.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물가가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하는 현상)이란 ‘기형아’가 나오면서 케인스의 복음은 장기적으로 한계를 드러냈지만,선거에 목을 맨 정치인들로서는 ‘단기적 효과’로도 감지덕지인지 모른다.
열린우리당도 집권 이후 경기가 좀처럼 ‘입원실’을 나올 기미가 안 보이자,급기야 정부에 적극적인 재정 확대를 촉구하고 나섰다.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9일 ‘경제관련 국회 3개 특별위원회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 시안은 경기중립으로 보이는데,이를 통해서는 경기대응 기능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일부에서 주장하는 소득세 감면 등은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가장 적극적인 경기대응책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이라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당 관계자는 “정부 안은 내년에 적자 국채 3조원을 찍어 전체 예산을 130조원으로 편성하자는 것인데 반해 우리당에선 적자 국채를 4조∼7조원 이상 발행해 131조∼135조원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천 대표는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중소기업 지원,연구개발(R&D) 투자,교육 투자 등에 재정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또 내년 예산에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적극 반영키로 하는 한편 연·기금을 증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기금관리기본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이와 함께 공공 일자리를 늘려 소외계층의 고용을 증진하고 실업급여 증액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이같은 당의 ‘압박’을 노무현 대통령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실제 지난해 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현재 열린우리당 의원)가 ‘재정 확대’를 수차례 건의했지만,노 대통령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안된다.”며 거절했었다고 여권 핵심관계자가 전했다.노 대통령이 뒤늦게 케인스에게 ‘초대장’을 보낼지 주목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野 “稅 줄여야”
“IMF:단기 냉동,노무현 정권:장기 냉장”
한나라당은 9일 ‘청와대와 열린우리당만 모르는 노무현 경제위기’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IMF(국제통화기금) 때보다 더 나빠진 노무현 경제위기’라고 규정하면서 최근의 경제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감세 정책과 규제 완화를 통해 친(親)기업환경을 조성하고 민간 소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중소기업과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3년간 소득세 및 세무조사를 면제하고,생산주체 우대를 통해 기업가 정신을 고무시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도 했다.
특히 “국가 재정 파탄이 우려되고,국민과 기업은 무소비·무투자·무기력 등 3무(無)에 빠져 경제공동화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의 근거로는 ▲잠재성장률 4%대 추락 ▲총가계부채(3월 기준 450조원) 및 가구당 평균부채(2945만원) 사상 최대 ▲신용불량자 369만명(현정부 들어 110만명 폭증) ▲국민연금 체납액 4조 3000억원 등 각종 연체금 급증 ▲지난해 외국인 투자 65억달러(당해연도 신고기준)로 97년 이후 최저 ▲지난해 국가 채무 166조원,2008년 중앙정부 채무 최소 237조원 전망(금융연구원) 등을 제시했다.이 의장은 “‘노무현 경제위기’의 주 원인은 경제가 싫어하는 ‘5대 실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5대 실정’으로는 ▲과거 노동운동 또는 대학운동권 스타일의 국정운영 ▲과거 타령 및 조상 탓으로만 돌리는 무책임한 국정운영 ▲엉터리 대형 국책사업으로 국력 낭비·통화 증발·예산 팽창 자초 ▲대중인기주의 및 사회주의 색깔의 정책집행 ▲국가정책의 우선순위에서 경제정책 뒷전 등을 꼽았다.
특히 “국가 재정과 국민 부담을 생각하지 않고 대형 국책사업을 무분별하게 쏟아내고 있다.”면서 “행정수도 이전,주한 미군 재배치와 자주국방,동북아 물류중심 건설,미니신도시 조성 등 국책사업에만 모두 650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