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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사 질병정보 수집 관행 바꾸자] 묻지마식 수집 실태 보니

    [보험사 질병정보 수집 관행 바꾸자] 묻지마식 수집 실태 보니

    금융당국이 카드 3사의 1억 400만건 고객 정보 유출을 계기로 개인 정보 보호 강화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보험업계의 묻지마식 ‘질병 정보’ 수집 관행과 계약자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는 듯하다. 질병 정보는 민감 정보에 속해 외부 유출로 이어진다면 사회적 파장은 이번 ‘카드 사태’ 이상이라는 분석이다. 보험사 간 질병 정보의 공유뿐 아니라 수집과 저장에도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 정보 수집 실태와 막강 로비력, 대안 등을 세 차례에 나눠서 짚어본다.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중앙지법에 보험고객 112명의 서명을 받아 생명보험협회를 상대로 계약 건당 2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생보협회가 그동안 고객의 동의 없이 질병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한 것에 대한 분노의 표시였다. 조연행 금소연 대표는 10일 “보험사가 수집하는 정보는 고객의 질병에 관한 것으로 이는 신용정보법상 신용 정보에 해당되지 않는 민감 정보”라면서 “이를 이익단체가 마구잡이식으로 수집하다 보니 사생활 침해와 인권 침해 논란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12월부터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보험협회에 질병 정보를 수집하도록 허용한 것에 대한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비협조 얘기가 흘러나온다.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금소연의 조 대표는 “인권위가 금융위에 질의서를 보냈지만 터무니없는 답변이 돌아왔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가 수집하는 고객 정보는 어떤 내용일까. 2002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는 보험협회를 ‘개별신용 정보집중기관’으로 등록시켜 총 25개의 정보 수집을 허용했다. 그러나 협회는 이를 확대 해석해 총 196종(생보협회 125종, 손보협회 71종)의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하고 저장해왔다. 10년 이상 보험 가입자의 정보가 각 보험사를 거쳐 협회에 전달되고, 협회는 이를 가공해 회원사의 입맛에 맞게 제공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2012년 이미 승인받은 25종의 정보 범위를 되레 확대해 앞으로는 84종(생보협회 57종, 손보협회 27종)을 합법적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금융위가 196종에서 84종으로 ‘가지치기’를 했지만, 사실상 요실금이나 매독 등의 질병명과 사인명, 장해부위, 출산 명수, 수술명, 수술 부위 등 민감 정보 수집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개인 정보 보호보다 업체의 정보 이용에 무게가 실린 조치인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인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월드뱅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용정보 집중 수준은 100%로 세계 1위”라면서 “그러나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공개하는 수준은 낙제점”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금융사와 협회들은 공시 의무를 도외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개하더라도 ‘~ 등’으로 묶어 진짜 어떤 정보를 수집했는지를 모르도록 편법을 쓴다”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보험업계가 이 같은 민감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데 있다. 보험업계는 민감 정보를 불법적으로 활용해 금융당국의 제재를 수시로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2년 개인 정보 ‘무(無)동의 조회’를 조사한 결과 생보사 4696건, 손보사 3568건을 적발했다. 일부 보험사는 개인 정보 동의서를 허위로 작성해 검사 업무를 방해하거나 조회 흔적을 지우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불법 정보 수집으로 보험협회와 임직원 9명에 대한 징계가 내려졌다. 금융당국의 제재도 형식적이다. 기관에는 주의와 과태료, 직원에게는 견책과 주의가 대부분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협회가 개인 정보를 최소 한도로 수집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면서 “지금 수집할 수 있는 정보 범위 내에서 어떤 것을 뺄 것인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국세 8조 덜 걷혀… 나라살림 2년째 ‘구멍’

    국세 8조 덜 걷혀… 나라살림 2년째 ‘구멍’

    지난해 우리나라 국세 수입은 201조 9000억원으로 2013년 예산안(210조 4000억원)보다 8조 5000억원이 덜 걷혔다. 외환위기였던 1997년(8조 6000억원) 이후 예산 대비 가장 적게 걷혔다. 전체 세수(국세 수입+세외 수입)는 예산 대비 10조 9000억원 적었다. 역대 가장 적은 실적이다. 세목별로 법인세가 가장 크게 줄어 기업 활동 둔화를 반영했다. 또 근로소득세가 가장 많이 늘어 ‘개인 소비 축소’가 우려됐다. 올해도 세수 부족이 반복되면 내수 침체 장기화에 접어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걱정했다. 기획재정부는 10일 ‘2013 회계연도 총세입부와 총세출부’를 마감한 결과 지난해 총세입이 292조 9000억원으로 2013년 예산(303조 8000억원)에 비해 10조 9000억원 적었다고 밝혔다. 총세출은 286조 4000억원으로 결산상 잉여금(총세입-총세출)은 6조 5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이 중 7조 2000억원이 2014년 회계연도로 이월되면서 8000억원의 세계잉여금 적자가 났다. 세금을 거둬 쓰고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 적자는 2년 연속 발생했다. 쓰지 않은 돈인 불용액은 전체 17조 1000억원이 발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입 부족 때문에 생긴 불용액이 많기 때문에 정책 집행 후에도 남는 실제 불용분은 6조~8조원 수준으로 평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세 수입이다. 지난해 국세 수입(201조 9000억원)은 2012년(203조원)보다도 1조 1000억원이 덜 걷혔다. 전년보다 국세 수입이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거셌던 2009년 이후 4년 만이다. 국세 수입 감소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법인세로 지난해보다 2조 1000억원이 줄어든 43조 9000억원이 들어왔다. 증권거래세와 교통·에너지·환경세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6000억원씩 감소했고 부동산 경기 둔화로 양도소득세도 8000억원 줄었다. 전년도에 부과된 세금을 다음 해에 내는 과년도 수입은 4조 8000억원으로 전년(5조 8000억원)보다 1조원 감소했다. 반면 근로소득세는 취업자 수가 늘고 명목임금이 오르면서 전년(19조 6000억원)보다 2조 3000억원 증가한 21조 9000억원을 기록했다. 종합소득세는 1조원이 늘어났고 관세는 7000억원 증가했다. 부가가치세와 증여세도 각각 3000억원, 4000억원 증가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 봉급생활자들이 내는 근로소득세이고 감소한 것은 법인세라는 점이 걸린다”면서 “법인은 경기 침체에 경영이 힘들고 개인은 세금을 내느라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어서 장기 불황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밋빛 경제 전망으로 세수 부족을 만들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3년 예산안의 경우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4.0%로 잡고 세수와 지출 계획을 만들었지만 실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8%에 불과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도 정부는 3% 후반대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하고 있지만 3.5%를 달성하기도 힘들다고 본다”면서 “지하경제 양성화는 경기도 안 좋은데 마른 수건을 쥐어짜니 좋은 성과를 가져가기 힘든 구조여서 올해도 세수 증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금융정보 유출 땐 최대 징역 10년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 정보를 유출하거나 불법 유통하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을 낼 수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새누리당은 이런 내용이 담긴 신용 정보 이용법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해 하반기 중 시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중에 정보 접근 권한이 없는 직원이 데이터 유출 등의 행위를 할 경우 현행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준이 크게 올라간다. 전자금융거래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남에게 제공하거나 업무상 목적 외에 사용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할 방침이다. 또 금융사 등이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조치를 하지 않으면 금융위가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 또는 금융사는 고객과의 거래가 종료되면 5년 이내에 신용 정보를 삭제해야 한다. 고객 정보를 보관할 때도 분리해 저장해야 하며 해당 정보를 활용할 때는 반드시 고객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징벌적 과징금도 부과하기로 했다. 불법 유통된 개인 정보를 활용해 영업 활동을 한 금융사는 매출의 1%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 매출액이 없거나 매출액 산정이 어려울 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한해 20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텔레마케터를 위해 이르면 오는 13일부터 보험사의 전화영업(TM)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카드사와 은행 등 나머지 금융사들은 이르면 오는 24일부터 정상적인 전화영업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현재 소비보다 미래 소비 선호 때문

    현재 소비보다 미래 소비 선호 때문

    지난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2.8%였다. 그런데 민간소비 증가율은 1.9%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렇듯 소비가 성장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왜 그럴까. 가계의 시간 선호 변화가 그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배병호 한국은행 조사국 차장은 “수년째 이어지는 소비 부진이 객관적인 데이터로는 설명 안 되는 부분이 있어 경제학 모형으로 분석해 본 결과 시간에 의한 심리적 요인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손민규·정원석씨와 공동 분석한 결과가 10일 나온 ‘최근 소비부진과 가계의 시간선호 변화’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시간 선호도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여기서의 시간 선호란 현재 소비에 대한 미래 소비의 상대적 선호도를 뜻한다. 즉 선호도가 높을수록 현재 소비를 줄이고 미래 소비를 늘리게 된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계량화해 보니 관련 지수(시간 할인 인자)가 1990~1999년 0.982에서 2000~2013년 0.991로 상승했다. 2000년대 들어 미래 소비 선호도가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2000년대 중에서도 특히 ‘카드 사태’(2003년) 이후인 2004년을 기점으로 시간 선호도(미래 소비 선호도)가 큰 폭으로 뛰었다. 통상적으로 시간 선호도는 고령화, 실업난 등으로 소득이나 고용이 불안할 때 올라간다. 하지만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시간 선호도 급등이 두드러진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시간 선호도가 반짝 상승하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워낙 오랫동안 제로금리인 데다 소비 수요 자체가 가라앉다 보니 시간 선호도가 밋밋하게 횡보하는 양상이다. 배 차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워낙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미래의 주된 수입원인)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 등이 커지면서 시간 선호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 3분기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시간 선호도가 아예 일본을 추월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20년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보다 우리 국민들이 미래 소비를 위해 현재 소비를 더 희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배 차장은 “이런 심리가 지나치게 확산되면 소비 부진 장기화로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연금 개혁 등 미래 소득의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7)] 푸스카리에·타임크레디트 정착으로 근로시간 단축

    [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7)] 푸스카리에·타임크레디트 정착으로 근로시간 단축

    벨기에 이동통신 시장의 44%를 차지(업계 1위)하고 있는 벨가콤은 1995년 민영화됐다. 여전히 정부가 50% 이상의 지분을 갖고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긴 해도 유로넥스트(Euronext) 주식시장에 상장(2004년)된 엄연한 민간기업이다. 이 회사의 1만 3968명(2013년 기준) 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완전 전일제로 일하는 근로자는 현재 82.9%(1만 1586명)다. 전체 정규직 근로자의 17.1%인 2382명은 근로시간을 20~80% 줄여 파트타임(2288명)으로 일하거나 아예 휴직(94명)했다. 휴무 비율은 상대적으로 휴직이 쉬운 우리나라 공무원 휴직률(5~6%)보다도 높다. 4일 브뤼셀 벨가콤 본사에서 만난 세르게 피터스 인사담당 부사장은 그 비결에 대해 “벨기에에는 푸스카리에(pause-carrire, Career Break)와 타임크레디트(Time Credit)라는 제도가 있다”면서 “이 제도 때문에 근로자들은 쉽게 휴직을 하거나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푸스카리에는 이른바 일자리 나누기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벨기에의 실업률이 11%에 달했던 1985년 도입됐다. 근로자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도 최소 3개월에서 최장 6년까지 쉬거나 일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기업이 그 자리에 대체인력을 고용하도록 해, 실업자나 미취업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직무훈련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타임크레디트는 민간기업에 다니는 근로자가 휴가 기간을 은행 잔고처럼 쓸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근로자들은 직장에 다니면서 재직 중 한 번(1년)은 아무 이유 없이 회사를 쉬거나 일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 그는 “비록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두 제도로 근로자들의 복지 수준이 크게 향상됐고 눈치 안 보고 휴가를 내거나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면서 “덕분에 일자리가 늘어나 고용률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벨기에 노동부에 따르면 푸스카리에나 타임크레디트를 활용한 근로자의 수는 도입 초기인 1986년엔 2019명에 불과했다. 그는 “내가 1993년 벨가콤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이 푸스카리에를 쓰는 데 망설였고, 거의 쓰지 못했다”면서 “지금은 일이 많은 부서에 있어도 망설이지 않고 쉬겠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푸스카리에로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장기휴가를 떠난 근로자 수는 2001년 11만 1194명, 2012년 27만 2016명으로 급증했다. 벨기에 중앙정부와 각 지방정부는 이렇게 쉬는 근로자에게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300~760유로(약 45만~110만원)의 ‘용돈’까지 지급하면서 휴가를 권장했다. 피터스 부사장은 “푸스카리에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는 해고자가 많았는데, 정부의 강도 높은 유도책으로 제도가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이 근로자 한 명을 해고하면 해당 근로자가 평생 그 회사에 다니면서 받을 수 있는 모든 휴일수당을 한꺼번에 지급하게 하는 등 근로자 해고 요건을 강화했다. 이에 기업들은 해고 대신 근로자에게 휴가를 주거나 근로시간을 줄이게 됐다. 피터스 부사장은 “비유하자면 정부가 회사를 이혼한 못된 남편 취급하면서 거액을 위자료를 물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제도에도 벨기에의 고용률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았다. 1992년 61.3%였던 고용률은 1998년 62.7%로 소폭 올랐지만 유럽연합(EU) 평균인 65.5%(1998년)에도 못 미쳤다. 피터스 부사장은 “기술 발전으로 노동력은 점점 덜 필요해졌고, 몇 년씩 쉬던 사람들은 아예 집에 눌러앉아 버리게 됐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수년간의 논란 끝에 2002년 벨기에 정부는 푸스카리에를 공공영역에만 남겨 놓고 민간영역에는 타임크레디트라는 새 제도를 도입했다. 타임크레디트를 통해 일을 쉬거나 노동시간을 줄인 근로자는 정부로부터 500유로의 ‘용돈’을 받는다. 또 5년 한도에서 일을 최대 20%까지 줄일 수 있게 됐다. 다만 민간기업이라도 고령자 일자리 확대를 위해 50세 이상은 노동시간을 최대 80% 줄일 수 있도록 보장했다. 피터스 부사장은 “출산이나 가사에 시간을 할애하도록 하면서도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유도한 정책”이라면서 “벨기에 고용정책 기조가 일과 가정의 양립, 고령자 고용률 높이기로 바뀐 결과”라고 설명했다. 2002년 타임크레디트 제도 도입 당시엔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한 65.0%였던 벨기에의 고용률은 2008년 68.0%로 6년 새 3.0% 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2012년부터 벨기에 정부는 국가 부채 증가 등에 따라 타임크레디트를 크게 축소하는 정책을 내놨다. 출산이나 가족의 와병 등 적절한 이유가 있어야만 타임크레디트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2011년 11월 28일 이전 회사에 들어온 사람은 여전히 이전 정책의 혜택을 받는다. 피터스 부사장은 “선거 때마다 일하지 않는 근로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되지만 결국 한번 늘린 복지를 줄이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32년째 벨가콤에서 일하며 현재 주 4일 파트타임 근로를 하고 있는 앤 로지스(55·여)씨는 1985년 푸스카리에가 막 시작됐을 때 2년, 1990년대 둘째가 태어났을 때 2년 등 총 4년 동안 아예 쉬거나 50~80%만 일했다. 그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다 언제든지 풀타임으로 복귀할 수 있다”면서 “현재 벨기에는 아주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지 않는다면 마음만 먹으면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마음 편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 때문에 벨기에에서 비자발적으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근로자 비중은 10.7%(2012년 기준)다. EU 평균(27.7%)에 비해 낮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2012년 유럽의 비자발적 파트타임 근로자 비중은 상승 추세(25.3→27.7%)인 반면, 벨기에의 비자발적 파트타임 근로자 비중은 같은 기간 14.4%에서 10.7%로 떨어졌다. 글 사진 브뤼셀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열린세상] 쌍용차 부당해고 판결과 전문가의 역할/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쌍용차 부당해고 판결과 전문가의 역할/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고법은 지난 7일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모씨 등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 근거는 정리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해고 회피 노력의 충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합법 해고의 4대 요건이 있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해고회피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 및 ‘50일 전까지 노조 등 통보 후 성실 협의’ 등이다. 재판부는 “쌍용차가 정리해고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구조적인 재무건전성 위기까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특히 “쌍용차가 장기공급 계약이 맺어져 있던 차종이 단종되는 걸 전제로 매출 수량을 과소평가해 유형자산 손실액을 과다 계상했고, 자동차 1대당 생산시간(HPV)이 경쟁사보다 높다는 이유만으로 생산효율성이 낮다고 단정, 이를 인원감축의 근거로 삼았기”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부인됐다. 또 “회사가 해고회피 노력을 일정 부분 했지만 훨씬 더 많이 노력했어야” 했다고 보았다. 여기서 잠시 쌍용차 상황을 회고해 보자.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된 쌍용차는 2008년 금융위기와 세계 경기 악화로 회생절차를 밟는다. 결국 2009년 4월, 전체 인력의 37%에 이르는 2646명(비정규직 포함 시 3000명)에게 정리해고가 통보된다. 노조가 이에 반발, 평택공장 등을 점거하고 77일간 파업을 했지만(그 사이 희망퇴직 등으로 퇴사한 1666명 외) 980명이 해고 대상자가 됐다.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며 극한투쟁을 한 결과 노조가 얻은 건 980명 중 165명만 해고하는 것이었다(459명은 무급휴직, 353명은 희망퇴직, 3명은 직무전환). 그중 153명이 소송을 제기해 5년 만에 승리했다. 눈물겨운 승소지만 그 대가는 참 컸다. 무엇보다 해고 대상자와 가족들 약 1만명은 생사를 넘나들며 투쟁했다. 이미 태아를 포함한 24명이 생명을 잃었다. 철탑 농성도 했다. 아직 경찰이나 용역의 폭력 후유증에 아픈 이도 많다. 또 노조 및 조합원들엔 무려 47억원의 배상 책임도 지워졌다. 돈으로 압박을 당해 숨쉬기도 어려운 게 노동 현실이다. 이번 판결이 그나마 부당해고에 저항한 노동자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조금은 도움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몇 걸음 더 나가야 한다. 첫째, 한국 사회에서 이른바 전문가의 역할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재판부의 판단처럼 쌍용차 정리해고의 근거가 된 A회계법인의 2008년 감사보고서는 ‘엉터리’였다. 작성자들은 공인회계사다. 기업의 자산, 부채, 자본, 손실과 이익 등 재무 상황에 대해 전문가적 권위를 가진 자들이다. 이들이 어떤 가치와 철학으로 그 능력을 발휘하는가에 따라 다수의 목숨을 좌우한다. 부디 철학 있는 전문가로 거듭나길 빈다. 둘째,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 난 마당에 그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싸운 노동자들의 명예회복이 급하다. 사실 투쟁한 노동자와 가족들은 아직도 상처가 깊다. 이들에 대한 천문학적 손해배상 요구를 거두고 오히려 회사나 경찰, 정부가 공개 사과해야 한다. 대선 공약대로 ‘먹튀 자본’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나 검찰 재수사도 필요하다. 노동하는 사람들의 기를 살리지 못하는 사회는 ‘창조경제’는커녕 ‘창조컨설팅’ 같은 폭력적 전문가들만 키운다. 셋째, 사실 이번 판결은 2년 전 1심 판결, “금융위기 등으로 유동성 부족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회생절차를 밟게 된 사측이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고 비용 절감으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해고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한 것과 정반대다. 이 또한 판사라는 전문가의 역할 문제라 할 수 있지만, 나는 이참에 ‘노동법원’의 설립을 주창한다. 노동 문제는 일반 사건과 달리 노동력이나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내포하기에 보다 전문적인 권능을 가진 기관이 다뤄야 한다. 이 모두 잘못된 ‘의자놀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예방하고 헌법상 행복추구권이나 인간 존엄을 수호할 조건들이다. 그래야 이 땅에 사는 걸 기뻐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게 아닌가.
  • [새해 새 도약! 금융지주 회장에게 듣는다] 임영록 KB금융 회장

    [새해 새 도약! 금융지주 회장에게 듣는다] 임영록 KB금융 회장

    KB금융에 지난 한 해는 ‘악몽’에 가까웠다. 일본 도쿄지점 비자금 조성 의혹, 100억원대 국민주택채권 횡령사고, 우리투자증권 인수 실패 등 악재가 줄을 이었다. 새해 들어서도 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 KT ENS 대출 사기 연루 등 악재의 연속이다. 임영록(59) KB금융 회장은 “이 모든 게 기본이 약해져서”라며 “주인의식을 강화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잇단 인수합병(M&A) 실패와 관련해서는 “세상은 넓고 매물은 많다”며 재도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인수할 뜻이 없다고 못박았다. →잇단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KB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아프게 생각한다. 올 신년사에서 향상일로(向上一路)를 강조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한 길로 정진하는 자세가 지금 2만여 KB 임직원에게는 가장 필요하다. →그 정도로는 고객들이 KB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할 것 같다. -고객 신뢰 회복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최근의 모든 악재도 기본을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순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반짝 처방전을 내놓기보다는 근본적인 기업 풍토와 체질 개선에 힘을 쏟을 작정이다. 무엇보다 주인의식을 되찾아야 한다. 3년마다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서 조직이 흔들리니까 주인의식이 없다. 주인의식이 확고하면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일(기업들이 어려울 때 자금 지원을 되레 줄이는 행태)도 없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비 올 때 우산이 돼주는 ‘시우(時雨)금융’의 기초를 닦을 것이다. →ING생명보험에 이어 우리투자증권 인수에도 실패했다. ING생명은 이사회의 강한 반대 때문에 무산됐다. 이때 생긴 ‘이사회 트라우마’로 인해 임 회장이 M&A에 소극적이라는 얘기가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리투자증권은 이사회가 우리(경영진)에게 허락한 가격대 중에 가장 높은 금액을 써냈다. 그러니 졌어도 후회는 없다. 그리고 우리도 우리파이낸셜이라는 알짜 회사를 건지지 않았는가. 또 세상은 넓고 매물은 많다. 현대증권, LIG손해보험 등 매물이 계속 나오고 있지 않나. →우리은행에는 관심이 없나. -없다.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KB금융의) 자산이 600조원이 넘는다. 완전히 스모 선수다. 그렇게 해서라도 글로벌 금융시장에 명함을 내밀 수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볼만 하지만 600조원이 돼도 아시아에서조차 톱10에 못 든다. 그럴 바엔 뭐하러 그 큰 덩치를 인수하겠나. 지금은 체격을 키울 때가 아니다. 체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은행은 (KB, 신한, 하나 등) 금융지주사에 넘기는 방법으로는 매각이 어려울 것이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어떤 방법을 말하는가. -그거야 신 위원장(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고민할 문제지…. →체력을 키우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간단하다. 원칙과 상식으로 돌아가면 된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내 돈, 내 회사라는 생각을 갖고 임하면 횡령사고 같은 일은 안 생겼을 것이다. →KS(경기고-서울대) 중용 등 인사잡음이 들린다. -나는 서울대 사대 출신이다. 서울대 상대가 주름잡는 기획재정부(행시 20회)에서 차관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 누구보다 비주류의 설움을 잘 안다. 학연이나 지연이 아닌, 능력을 봤을 뿐이다. →지난해 순익이 전년보다 26%(4480억원)나 줄었다. -신뢰 회복과 더불어 리스크 관리와 생산성 제고를 올해 핵심 목표로 제시한 까닭이 거기에 있다. 올해는 M&A 등 공격 행보도 해야 하지만 동시에 악재 방어도 철저히 해야 한다. 미국의 돈줄 죄기(테이퍼링)에 따른 금융시장 요동 가능성, 1000조원의 가계대출 등 온통 지뢰밭이다. 리스크 관리능력에서 올해 (금융사의) 희비가 크게 갈릴 것이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그들은 2007년 금융공황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그들은 2007년 금융공황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연금술사들 닐/어윈 지음/김선영 옮김/비즈니스맵/616쪽/2만 5000원 지난 3일 공식 취임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에게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연준 100년 역사상 첫 여성 의장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말 한마디가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괴력이 엄청난 까닭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 못지않게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이 세계경제에 끼치는 영향력도 막강하다. 이들 은행이 독점적으로 발행하는 미국 달러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를 통해서다.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는 3대 중앙은행의 수장을 ‘세계 경제대통령’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신간 ‘연금술사들’은 세계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7년 8월 당시 세계 3대 중앙은행의 수장이었던 벤 버냉키 미국 연준의장,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 머빈 킹 영란은행 총재가 금융 공황을 막기 위해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생생히 기록한 책이다. 현재 뉴욕타임스의 수석경제전문기자인 저자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연준 및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워싱턴포스트 출입기자로 활약하며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후퇴, 위기의 여파 등을 취재했다. 중앙은행의 출발부터 앨런 그린스펀 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중앙은행 수장들이 자신들의 권한과 특별한 인맥을 이용해 어떤 결단을 내렸는지가 이야기의 핵심이다. 버냉키, 킹, 트리셰 등 세 사람의 성격과 경력, 리더십을 비교하며 치열했던 순간들을 풀어나간 점이 흥미롭다. 이들은 2007년 이후 5년간 동료 중앙은행장들과 함께 금융공황을 억제하기 위해 수조원에 달하는 달러, 파운드, 유로를 투입했다. 전례 없는 규모였고, 여느 대통령이나 의회가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정책을 집행했다. 중앙은행 중에서도 미국 연준의 움직임이 가장 기민했던 것은 1930년 대공황에서 교훈을 얻은 결과였다. 학자 출신인 버냉키는 대공황 당시 정책 실수로 인한 은행 파산이 취약한 경제에 불을 붙여 심리적 불안을 가중시켰으며 결국 다른 은행의 파산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2007년 금융위기를 맞자 그는 연준이 구사할 수 있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결단을 내린다. 문학과 철학에 열정을 보이다 정치로 방향을 바꾼 트리셰는 뛰어난 협상가였다. 그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2009년 유로 위기로 비화하자 갈등 관계인 유럽 각국 정부와 은행들로부터 공동의 목표를 향한 구조조정 방안을 이끌어냈다. 유로존 국가의 채권을 사들였고 회원국의 예산, 조세, 규제 결정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엄밀한 분석과 이론적 접근을 중시하는 킹은 정치적 갈등을 감수하며 비(非)개입방침을 깨고 정부의 재정전략을 가차 없이 비판했다. 이들 3명이 처한 상황과 대응방식은 각자 달랐지만 실패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는 한결같았다. 그들은 ‘중앙은행장들이 실책하면 사회도 실패한다’는 것을 금융공황의 역사에서 배운 사람들이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쌍용차 153명 정리해고 무효 판결… 울음바다 된 법정

    쌍용차 153명 정리해고 무효 판결… 울음바다 된 법정

    2009년 쌍용차 대량 해고 사태의 해직자들이 4년간의 긴 법정 싸움 끝에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회사 측이 상고의 뜻을 밝혀 이들이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 조해현)는 7일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모씨 등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이들에 대한 해고는 모두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쌍용차 정리해고의 출발점이 된 안진회계법인의 2008년 감사보고서가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쌍용차가 장기공급 계약이 맺어져 있던 차종이 단종되는 것을 전제로 매출 수량을 과소평가했고, 자동차 1대당 생산시간(HPV)이 경쟁사보다 높다는 이유만으로 생산효율성이 낮다고 단정해 이를 인원 감축의 근거로 삼았다”며 회계보고서에 오류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대량 해고를 피하기 위한 회사 측의 노력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쌍용차 정리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거나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대기업인 쌍용차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도 더 많이 요구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만약 구조조정이 필요했더라도 총근로자의 3분의1이 넘는 대규모의 인원 삭감을 해야만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선고가 끝나자 법정은 눈물바다가 됐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30여명의 해직자와 그 가족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말없이 눈물을 훔쳤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선고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읽어 나가는 판결을 들을 때 눈물만 났다”면서 “이번 판결로 사측이 해고 문제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쌍용차 측은 이날 즉각 상고 방침을 밝히며 해직자들의 바람을 외면했다. 2008년 자동차 판매 부진과 국내외 금융위기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 쌍용차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2009년 4월 전체 인력의 37%에 달하는 2646명의 구조조정을 노조에 통보했다. 회사와 노조의 극한 대립 끝에 대부분 희망퇴직이나 무급휴직을 하고 165명만이 최종 정리해고됐다. 이 중 153명이 제기한 해고무효 소송에서 1심은 “금융위기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해고를 단행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쌍용차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판결문 검토를 마치는 대로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쌍용차는 2009년 법원이 쌍용차의 회생절차 신청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경영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제시했고, 이를 이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쌍용차의 회계조작 여부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회계자료를 조작해 대규모 정리해고를 한 혐의로 쌍용차 전·현직 임원과 안진회계법인 등을 고발했으나 지난해 1월 시한부 기소중지했다. 당시 검찰은 해고무효 소송의 항소심 재판부가 회계자료 조작 여부에 대해 감정에 들어가자 “결과가 나온 뒤 이를 토대로 결정할 것”이라며 수사를 중단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그동안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쌍용차의 ‘기획 부도’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대부업체 신용대출 평균 금리 34.7%

    전국 등록 대부업체의 지난해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34.7%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 잔액은 9조 1800억원, 등록 대부업체(대부중개업자 포함)는 1만개사가 넘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안전행정부가 전국의 등록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2013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 조사’를 진행해 7일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34.7%로 2012년 12월 말 대비 0.8% 포인트 감소했다. 등록 대부업체는 1만 223개사로 6개월 전보다 672개사(6.2%)가 줄었다. 대부잔액은 총 9조 1800억원으로 2012년 12월 대비 5.6%(4900억원) 증가했고, 거래자 수는 248만 7000명으로 1만 8500명이 감소했다. 대부업계의 재정건전성은 개선됐다. 연체율이 8.4%로 6개월 전보다 0.2% 포인트 하락했고, 신용등급도 상대적으로 좋은 1~6등급의 대출금 비중이 총 19.2%로 4.2% 포인트 상승했다. 대출 목적으로는 생활비가 49.8%, 사업자금 22.0%, 다른 대출 상환이 10.9%로 조사됐다. 또 이용자 직업군을 보면 회사원이 63.6%, 자영업자 23.3%, 학생·주부가 6.4%로 나타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폐업한 대부업체 등이 음성화되지 않도록 불법사금융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지속적인 단속을 할 것”이라면서 “특히 지난해 도입된 대부중개수수료 상한제(5%)와 오는 4월 시행 예정인 최고금리(34.9%) 인하가 시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차 파손된 교통사고 피해자 렌터카 비용 과다한 청구 막는다

    보험사가 자동차 사고 때 주는 차량 렌트 비용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사고자에 할증되는 보험료는 낮아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올 1분기 내에 자동차 사고 때 지급하는 렌트비 기준을 개선하는 내용의 자동차 보험 표준약관 개정을 추진한다고 6일 밝혔다. 현행 자동차보험 약관은 사고 피해자가 자동차를 빌릴 때 드는 렌트비를 ‘통상의 요금’ 기준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통상 비용을 렌터카 시장에서 소비자가 차를 빌릴 때 소요되는 ‘합리적인 시장가격’으로 구체화했다. 이는 일반인이 렌터카를 이용할 때 실제 시장에서 적용되는 가격을 의미한다. 그동안 ‘통상 요금’의 의미가 명확지 않아 피해자와 렌트비를 지급하는 보험사 간 분쟁이 발생하고 일부 렌터카 업체는 과도한 요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2012년 손해보험사가 지급한 렌터카 요금은 3521억원으로 2004년(687억원)의 5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렌트비 과다 청구는 결국 보험가입자의 자동차 보험료 할증과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렌터카 업체의 렌트 비용 과다 청구를 줄임으로써 사고자에 부과되는 보험료 할증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경제 블로그] 손발 안 맞는 금융위와 금감원

    [경제 블로그] 손발 안 맞는 금융위와 금감원

    “이번 금융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결국 금융소비자보호법은 통과 되겠죠?” 최근 만나는 금융당국 간부들마다 이런 질문을 하곤 합니다.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는 정보 유출 자체의 문제를 넘어 금융사의 고객정보 관리 실태, 개인정보 수집 논란 등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이 외에도 뒤늦게 부각된 것은 금융당국 감독 체계의 문제입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손발이 맞지 않아 텔레마케팅(TM) 영업 금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또 다른 피해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대책이 나왔다는 것은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대책 마련 회의를 할 때만 해도 TM 영업 정지는 안건에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회의 중 영업 때문에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산 것이므로 이런 일을 막기 위해 TM 영업도 관리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와 TM 영업 정지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합니다. 정부 관계자는 “금감원 측에서 공개 발언을 통해 영업정지를 할 경우 업체의 영업 손실이 너무 크고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까지 말했는데 금융위 측에서 강경하게 나서 어쩔 수 없이 영업 정지로 결론지었다”고 말했습니다. TM 영업 제한 조치 발표 후 얼마 안 돼 금융당국이 제한 조치를 수정하고 나서면서 스스로 신뢰 하락을 자초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 같아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서로에게 불만이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업계 현장에 나가 수시로 검사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구보다도 잘알지만 금융위는 산업 정책을 만드는 곳이라 서로 보는 것이 다른데 위에서 지시만 내리니 안 맞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반면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은 업권별, 회사별로 보기 때문에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국회에서는 정보유출 사태 관련 국정조사에 들어갔고 기관보고와 청문회도 열 예정입니다. 또 임시국회에서는 여야 간 이견이 심한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을 논의합니다. 이번 사태로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개선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차관회의 세종시로 이사… 목요일 서울과 영상회의

    ‘서울 개최를 고수하던 차관회의가 세종시로 이사 왔다.’ 차관회의가 6일 처음으로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장을 ‘본무대’로 삼아 열렸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회의장과 영상으로 연결한 영상회의로 진행됐다. 국무조정실은 매주 금요일에 열렸던 차관회의를 목요일 오후로 바꿔 세종청사 중심의 영상회의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세종청사 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의 경제부처 차관들은 세종청사 국무회의장에 모였고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여성가족부, 안전행정부 등 외교안보 부처와 서울 잔류 부처의 차관들은 서울청사에 모여 영상회의에 참여했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영상 차관회의는 행정 중심축이 세종시로 옮겨 옴에 따라 앞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행정을 선진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2년차부터는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올리는 것이 중요한 만큼 효율성을 높여 정책 성과를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행정업무 효율적 운영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 등을 심의, 의결했다. 차관회의에는 17개 부처의 차관과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의 부위원장 및 서울시 부시장, 법제처 차장 등 29명이 구성원으로 참석한다. 세종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은행 ‘꺾기’ 새달부터 규제 강화

    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보험이나 펀드 상품 등을 강매하는 이른바 ‘꺾기’에 대한 근절 강화 대책과 과태료 인상이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된다. 은행이 금()에 이어 은(銀)도 판매 대행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으로 ‘은행법 시행령과 은행업 감독 규정’을 개정했다고 5일 밝혔다. 현행 은행업감독업무 시행세칙에는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 내 판매한 예·적금 등의 월수입 금액이 대출금의 1%를 초과하면 꺾기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으로 시행세칙에 있던 ‘1% 룰’ 규정이 시행령에 반영돼 제재 근거가 강화됐다. 보험과 펀드 등은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 내에 중소기업이나 저신용자에게 팔면 ‘1%’에 미치지 않더라도 꺾기로 간주된다. 또 대출받은 업체뿐 아니라 중소기업 대표와 임직원, 가족 등 관계인에 대한 꺾기도 앞으로 금지된다. 은행이 상환우선주를 보유한 기업 등에 대한 꺾기도 안 된다. 꺾기 행위에 대한 과태료도 오른다. 일정 기간 발생한 꺾기 전체에 대해 5000만원(직원 1000만원) 내에서 부과되던 과태료가 꺾기 1건당 기준액 2500만원(직원 25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꺾기 금액과 고의·과실 여부를 고려해 건별로 산정된 과태료를 합산해 부과한다. 특히 고객 부담이 큰 보험과 펀드에서의 꺾기와 중소기업(상시 근로자 49인 이하)을 대상으로 한 꺾기에 대해서는 높은 과태료가 적용된다. 한편 은행이 금에 이어 은도 앞으로 취급할 수 있다. ‘실버바’ 판매 대행은 부수 업무로 사전 신고 없이 할 수 있고, 은 적립계좌 매매는 겸영 업무로 사전 신고 후 허용된다. 기존에는 ‘골드바’ 판매 대행과 금 적립계좌 매매만이 허용됐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단기적으론 충격… 금융위기 확산 가능성은 낮아”

    “단기적으론 충격… 금융위기 확산 가능성은 낮아”

    미국의 돈줄 죄기(테이퍼링)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예고된 ‘이벤트’였음에도 미국·중국의 경기지표 둔화가 얹어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여기에 7일로 잡혀 있는 미국 부채한도 협상시한 종료, 유럽 디플레이션 등 다른 악재도 대기 중이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테이퍼링이 금융위기나 외환위기로 번질 가능성이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그렇지 않다는 쪽에 쏠려 있다. 임지원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잇단 규제 강화로 시장이 얇아져 크게 출렁거린 것일 뿐 금융위기나 외환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도 “충격이 단기간에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금융·외환 위기로까지 번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신흥국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마이 웨이’를 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됐던 만큼 중국을 더 주시하는 기류도 강하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이지만 중국은 26%나 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아직은 정부 통제가 통하는 공산주의 체제이고 세계에서 외환보유액(지난해 말 기준 3조 8231억 달러)이 가장 많다는 점 등에서 경착륙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국내총생산(GDP)의 30%가 넘는 그림자금융(중국 정부 추산 2500조원), 4000조원이 넘는 지방정부 부채, 30년 고도성장에 따른 과잉투자 등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착륙까지는 아니어도 신흥국 위기와 맞물려 중국 경기가 하강할 가능성은 높다”면서 “우리나라의 내수 회복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수출까지 꺼지면 큰 일인 만큼 엔화에 대해 원화가 강세가 되지 않도록 외환 당국이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도 “최근 엔화 약세가 주춤한 것은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면서 “일본이 오는 4월 소비세를 올리면 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베 정부가) 엔저에 다시 가속도를 걸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율 방어를 위해서라도 금리를 올리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견해에 동조하지 않더라도 금리 인상에 대한 신중론은 적지 않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이른바 취약 5개국(F5)이 잇따라 금리를 올리며 자금 이탈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경상흑자나 외환보유액 등 여러 지표 면에서 아직 그들처럼 다급하지 않다”면서 “내수 침체와 가계부채 악화 위험을 무릅써 가며 동반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은 과잉대응”이라고 잘라 말했다. 외화유동성과 경상흑자 유지 등 가장 기본적인 처방은 말할 것도 없고 이달 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신흥국과 공조해 테이퍼링 속도 조절을 강하게 주문하는 등의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이코노미스트는 “내수를 살리겠다면서 세금을 올리는 등의 엇박자를 보이지 말고 경기 부양 의지와 정부 정책을 일치시켜 한국 경제에 대한 믿음을 확고하게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영업정지 카드3사 공익카드는 신규 발급 허용 검토

    금융 당국이 고객 정보 1억 400만건 유출로 오는 17일부터 3개월 영업정지에 들어가는 카드 3사에 공익 목적의 신규카드 발급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다른 카드사에서 발급 가능한 복지카드인 ‘아이사랑 카드’ 등은 신규 발급이 안 되며 기프트카드 판매도 중지된다. 금융위원회는 5일 “정부보조금 지원 등 영리 추구보다 공공 목적 달성에 필요하거나, 이미 관련 기관과 독점 계약을 체결해 대체 발급 가능성이 없는 사례에 한해 예외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롯데·농협 등 카드 3사의 카드를 학생증으로 쓰는 서울대 등에 올해 입학한 학생들은 영업정지와 관계없이 신규로 발급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또 공무원연금 카드나 국민연금증 카드 등도 새로 발급받는 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회원은 카드사의 여행서비스 등 부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다만 포인트나 마일리지, 할인 혜택은 사용할 수 있다. 현금서비스와 관련해 기존 회원은 부여받은 한도 내에서 쓸 수 있으며, 카드론은 대출 한도 내에서 대환·만기 연장까지 가능하다. 리볼빙(부분 결제)도 허용된다. 그러나 카드사에 부수입을 안겨 주는 기프트카드 판매는 중지된다. 금융 당국은 영업정지 기간 동안 카드 3사가 영업 인력을 부당하게 해고하지 못하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카드 3사의 영업 인력은 8000여명 수준이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빚진 20대 ‘가계부채 폭탄’ 도화선 되나

    빚진 20대 ‘가계부채 폭탄’ 도화선 되나

    빚을 진 20대가 1000조원 가계부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신용상태가 중간 이상이던 4명 가운데 1명이 저신용자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봉급쟁이가 자영업자로 전환할 때도 저신용자 추락 비율이 높게 나타나 ‘은퇴 창업’에 나서는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에게도 경고음을 던졌다. 이장연 한국은행 금융시스템연구팀 과장과 임영주 조사역은 4일 내놓은 ‘금융위기 이후 저신용 가계차주 현황’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금융권에 빚이 있는 50만명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8년 6월 말 신용등급이 중간(5~6등급)이던 대출자의 25.2%는 5년이 흐른 지난해 6월 말 현재 저신용자(7~10등급)로 떨어졌다. 신용등급이 높은(1~4등급) 대출자도 7.2%는 같은 기간 저신용자로 추락했다. 특히 20대의 추락이 두드러졌다. 20대 중·고신용 대출자 가운데 27.9%가 저신용자로 내려앉았다. 30대(16.2%), 40대(14.0%), 50대(11.9%) 등 연령대별 하락률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3년 만에 다시 8%대로 올라선 여파 등으로 풀이된다. 이는 대출금이 2000만원 미만인 사람의 저신용자 추락비율(21.4%)이 6000만원 이상 대출자(7.5%)의 3배에 육박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젊은 층은 학자금 마련 등을 위해, 중·장년층은 생계비 조달 등을 위해 고금리 소액 대출에 의존했다가 빚으로 빚을 갚는 ‘돌려막기 인생’으로 전락했다는 의미다. 가계부채의 전형적인 취약고리인 50~60대 고령층과 더불어 20대도 언제든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자영업자의 위험성도 재차 확인됐다. 5년 새 중·고신용자에서 저신용자로 추락한 자영업자 비율은 11.6%로 임금근로자 추락률(9.9%)을 웃돌았다. 그런데 임금근로자에서 자영업자(18.0%)나 무직자(15.4%)로 돌아선 이들의 추락률이 임금근로자 추락률보다 각각 8.1% 포인트, 5.5% 포인트나 높았다. 오랜 실업과 은퇴에 따른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충분한 준비 없이 창업에 나섰다가 오히려 빚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늘어난 것이다. 저신용자로 하락한 대출자의 총부채상환비율(DTI)은 2008년 6월 말 14.2%에서 2013년 6월 말 84.8%로 급등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번 돈의 대부분을 빚을 갚는 데 쓴다는 의미다. 은행보다는 카드·보험·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사람의 상환능력 악화(21.8%→40.5%)가 특히 심했다. 이장연 과장은 “금리 10%대의 중간 대출시장과 소득 창출 여건 등을 개선해 중신용자의 저신용자로의 추락을 최소화하는 게 시급하다”면서 “저신용자나 신용불량자(채무불이행자)의 신용등급 추락 및 회복 경로를 추적 분석해 각종 지원책의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4대 금융지주 작년 순이익 저금리 등 여파 30% 감소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이 지난해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개 증권사가 예상한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4조 98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7조 21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2012년과 비교해 31.0%(2조 2300억원) 줄어든 규모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실적이 곤두박질쳤던 2009년 순이익 감소폭은 11.0%였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금융이 지난해 순이익이 62.7% 줄어든 5900억원에 그쳐 하락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 여신의 비중이 큰 우리금융은 지난해 3분기에만 8220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면서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장부가격 미만으로 판 부분이 지난해에 반영돼 추가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순이익 1조 1000억원, KB금융 1조 3400억원, 신한금융 1조 9400억원으로 예상되면서 각각 31.2%, 21.4%, 16.4%씩 순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금융지주사의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은 국내 대기업들의 부실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다 저금리 기조로 이자 마진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TX, 쌍용건설 등 굵직한 기업들이 지난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충당금 전입액 등 대손비용이 늘어났다. 실제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의 순이익은 4조 4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7조 5000억원)의 58.9% 수준에 머물렀다. 이자 이익에 직결되는 순이자마진(NIM)은 2009년 2분기 이후 최저인 1.81%에 그쳤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자수익으로 돈을 버는 건 이미 옛말이 됐고 시장상황도 어려워 개선을 전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6일, KB금융 오는 7일, 신한금융은 11일 각각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한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작년 카드 사용액 증가율 4.7%

    지난해 카드 사용액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쳐 2005년 전체 카드 사용 금액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합친 카드승인금액은 545조 1700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4.7%(24조 2700억원) 오르는 데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전년 대비 증가율(10.9%)보다 낮은 수치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카드사용액만 놓고 보면 증가율은 더 낮다. 지난해 12월 전체 카드 사용액은 49조 3300억원으로 2012년 12월(47조 6000억원)과 비교해 1조 7300억원이 늘어 증가율은 3.6%에 그쳤다. 지난해 9월에는 신용카드 사용액이 전달에 비해 오히려 감소하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나타내 신용카드의 소비 활성화 기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 폭의 둔화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2월 카드 사용액 가운데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39조 93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00억원이 늘어 0.4% 증가했다. 반면 체크카드는 지난해 12월 기준 9조 2000억원의 사용 금액을 기록해 역대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1%가 늘었다. 카드 종류에 따른 승인 금액 비중도 신용카드가 2012년 12월 83.6%에서 지난해 12월 80.9%로 감소한 반면 체크카드는 같은 기간 16.0%에서 18.7%로 2.7% 포인트 늘었다. 협회 관계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이 떨어지고 정부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이 맞물리면서 음식점, 주유소 등 카드사용 상위 업종을 중심으로 체크카드가 집중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금융사 TM 이달 말부터 허용

    고객정보 유출 재발 방지 대책으로 나왔던 금융사의 텔레마케팅(TM·전화 영업) 금지 해제가 당초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져 이달 말부터 전면 해제된다. 다만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통한 대출 권유는 예정대로 다음 달 말까지 중단된다. 또 금융감독원에 최고경영자(CEO)의 서명이 담긴 확약서를 제출한 보험사들은 이르면 다음 주 후반부터 TM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 후속 보완 조치를 내놓은 금융당국으로서는 금융사 고객 정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책임뿐 아니라 사후 대책도 엉성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4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보험사는) TM 영업에 활용하는 고객 정보의 적법성을 우선적으로 자체 점검하고 CEO 확약 이후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금감원이 CEO 확약 내용에 오류가 있으면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카드사와 일반대리점 등도 적법한 정보라는 자체 점검 등을 거쳐 금감원이 이를 확인하는 대로 이달 말쯤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적법한 개인 정보를 활용하고 있는지 확인한 뒤 전화 영업을 풀어준다는 의미여서 무작정 원상 복구하는 차원과는 다르다”면서 “최근 제기된 TM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카드 3사의 정보 유출과 관련해 모든 시중은행에 이어 지방은행도 금융당국의 특별 검사를 받는다. 농협은행,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도 일제히 검사 대상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5일부터 부산은행, 대구은행, 전북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등 전국 모든 지방은행에 대한 고객정보 관리 실태 점검에 나선다. 모든 지방은행이 동시 특검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금융당국은 이미 대출모집인에 대한 지방은행의 관리 부실과 고객 정보 부당 조회 등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대출모집인 관리 등 내부 통제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게 사실”이라면서 “내부 통제시스템과 더불어 결산 감사도 같이 진행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을 대상으로 한 특검도 진행된다. 공기업 성격을 가진 은행인 만큼 시중은행보다 고객 정보 관리가 부실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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