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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쌍용차 “대법, 불가피한 구조조정 합법성 인정”

    쌍용자동차는 13일 대법원이 쌍용차 해고 사태와 관련,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데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쌍용차는 “이번 판결은 2009년에 단행한 인력 구조조정이 파산 위기에 직면한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법적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또 “인력 구조조정 문제가 대법원에서 정당성을 인정받는 동시에 인수·합병(M&A) 이전에 발생한 소모적인 사회·정치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해고자 복직과 관련해 “투쟁이나 정치 공세 등 외부의 압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쌍용차 직원과 협력업체 구성원들의 고용 안정이 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도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이번 판결로 2009년 쌍용차 경영상 해고를 둘러싼 논쟁이 일단락됐다고 평가했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노사팀장은 “대법원 판결은 쌍용차의 행위가 정리해고의 기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본 것”이라며 “쌍용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노사가 공멸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일부 직원을 해고함으로써 상황을 돌파하려 했음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역시 “이번 판결은 그동안 대법원이 경영상 해고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대해 회사가 장래에 올 수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있을 경우도 인정된다고 폭넓게 봐 온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반겼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한은, 내년 채용부터 ‘스펙’ 안 본다

    한국은행도 신입직원 채용 때 회계사나 변호사 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 보유자에 대한 우대를 없애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13일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각종 자격증이나 인증시험 점수 등 스펙을 쌓는 데 불필요하게 힘을 쏟지 않도록 자격증 등에 대한 우대 적용을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년 채용부터 적용한다. 따라서 한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변호사, 회계사, 국제재무분석사(CFA) 등의 자격증이나 학술지 게재 전력 입증 논문, 한국사능력검정을 비롯한 각종 공인인증시험 성적서 등을 서류 제출 때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한은이 주최하는 통화정책경시대회 수상자는 서류 전형 때 계속 우대한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다른 금융 공기업들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의 방침에 따라 상당수가 올해부터 입사 지원 서류에 자격증 기재란을 폐지하는 등 과도한 스펙을 요구하지 않는 방향으로 채용 기준을 바꿨다. 한은 측은 “(한은이)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스펙을 둘러싼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손봤다”면서 “변호사 등은 인력 수요가 있을 때 별도 채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KB금융 사외이사들 ‘사실상 사퇴 거부’

    그동안 사퇴 압박을 받아 온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사퇴 거부 의지를 보이면서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을 맡았던 김영진 KB금융 사외이사(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12일 서울 중구 명동 KB금융 본점에서 임시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사외이사 거취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 등 다른 사외이사들도 거취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이날 이사회를 마친 뒤 사외이사들이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기대됐다. 금융당국이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 건과 KB금융의 지배구조를 연계하며 사실상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간접적으로 압박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거취와 관련해 아무런 의견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당국의 사퇴 압박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사회에 앞서 한 사외이사는 “금융당국에서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회장을 내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치졸한 앙갚음이 아니냐”며 “사외이사 자리에마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앉히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해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에 강한 거부감을 표한 바 있다. 사외이사들이 별다른 거취 표명을 하지 않으면서 금융당국의 승인이 미뤄질 수 있어 LIG손보 인수 문제는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26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LIG손보 인수 승인 건을 논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IG손보 인수 건이 늦어질수록 KB금융은 LIG손보 대주주 측에 인수 지연에 따른 수십억원의 보상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올해 말까지 인수 승인을 받지 못하면 LIG손보 측과의 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될 수도 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매매가 떨어지고 경매 열기 주춤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의 약발도 거의 다한 듯하다.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이 더 높아지고 있고 경매 열기도 수그러들고 있다. 11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시세 기준으로 서울에 있는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모두 121만 5349가구의 평균 매매가격은 5억 2749만원으로 나타났다. 전셋값이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보다 비싼 아파트는 전세 가능 아파트(일부 재건축 제외)의 11.0%인 13만 2009가구였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보다 전셋값이 비싼 아파트는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보다 비싼 전세 아파트의 약 80%가 강남 3구에 몰려 있었다. 매매가보다 전셋값이 비싼 아파트는 강남구 31.8%(4만 1924가구), 송파구 23.5%(3만 1068가구), 서초구 22.5%(2만 9653가구)를 각각 차지했다. 김미선 부동산써브 선임연구원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줄곧 하락세를 보였지만 전세 선호 현상이 심화했고, 주택 구매력이 있는 가구도 전세를 찾는 현상이 확산돼 고가 전세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거래도 뜸해지면서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떨어졌다. 법원경매전문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수도권 아파트(주상복합 포함)의 경매 낙찰가율은 평균 87.1%로 지난달 평균(89.1%)보다 2% 포인트 떨어졌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한국인 은퇴후 행복 노후 자신감 ‘F학점’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은퇴한 한국인들의 행복한 노후 생활에 대한 자신감이 비슷한 처지의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푸르덴셜생명 한국법인은 미국 본사와 공동으로 한국, 미국, 멕시코, 타이완 등 4개국 은퇴자 718명과 은퇴 예정자 2456명 등 총 3174명을 상대로 노후에 대한 생각, 준비, 관심사 등을 설문조사해 결과를 11일 내놓았다. 조사 결과 행복한 노후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 주는 ‘행복한 노후 신뢰지수’(100점 만점)는 한국인이 20점으로 멕시코(57점)나 미국(37점), 타이완(33점)보다 훨씬 낮았다. 신뢰지수는 응답자별로 중시하는 재정적, 신체적, 심리적 건강과 관련된 항목에 가중치를 줘 지수화한 것이다. 4개국 응답자 모두 행복한 노후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재정적 건강’을 꼽았다. 재정적 건강의 평가 항목에는 경제능력, 예상치 못한 의료비 지출, 간병·요양 서비스 이용 능력, 유산·상속 등이 포함됐다. 노후의 행복 요건에서 재정적 건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타이완 53%, 한국 52%, 멕시코 48%, 미국 44%였다. 응답에 참여한 한국의 은퇴자들은 노후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4개국 중 가장 낮았다. 은퇴 전에 기대한 노후생활과 비교해 현재의 생활수준을 점수화해 달라는 요청에 미국의 은퇴자는 A∼F등급 중 평균 B, 멕시코·타이완의 은퇴자는 각각 C, 한국 은퇴자는 F등급을 각각 매겼다. 민기식 푸르덴셜생명 한국법인 부사장은 “노후에 대해 느끼는 한국인들의 현재 정서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미국의 은퇴 예정자들과 비견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카탈루냐 분리독립 80% 찬성

    “퀘벡(캐나다)이나 스코틀랜드처럼 카탈루냐 사람들도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결정하고 싶습니다.” 아르투르 마스 스페인 카탈루냐 주지사는 10일 기쁨에 가득 차 있었다. 비공식적이라고는 하지만 전날 치른 카탈루냐 독립 국민 투표에 200만명 이상이 참여해 80.7%의 찬성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투표는 두 가지 항목으로 진행됐다. 첫째는 ‘카탈루냐는 국가여야 하는가’, 둘째는 ‘그렇다면 독립해야 하는가’다. 조아나 오르테가 부지사는 “개표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204만 3226명의 투표자 중 164만여명이 두 질문에 모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가에는 찬성하나 독립을 반대한다는 의견은 20만 6599명(약 10%), 둘 다 반대한 의견은 9만 239명(4.5%)으로 집계됐다. 마스 주지사는 “앞으로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국민투표를 이뤄 내겠다”고도 했다. 독립지지 정파인 카탈루냐국민연합은 투표소에서 유엔과 유럽연합(EU)에 보낼 독립청원 서명까지 받았다. 1714년 스페인에 합병된 카탈루냐가 본격적으로 독립을 추진하게 된 것은 2012년 금융위기가 계기였다. AFP통신은 “카탈루냐 지역이 재정과 세금에 대한 더 많은 자치권을 요구했으나 스페인 중앙 정부가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스페인 중앙 정부와 헌법재판소의 불법 규정 때문에 독립 투표는 4만여명의 자원봉사자 손을 빌려 치러졌다. 이 때문에 현실적 어려움도 여전하다. 라파엘 카틸타 법무장관은 국민투표 자체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행위”라거나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공식적 국민투표가 금지된 만큼 주 정부 차원의 선거지원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여의도 면적16배 땅 허가구역 해제

    여의도 면적16배 땅 허가구역 해제

    경기도 하남시, 대전 유성구 등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대폭 풀렸다. 국토교통부는 10일자로 토지거래허가구역 45.688㎢를 해제한다고 9일 밝혔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15.8배에 이르는 규모이고, 종전에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195.143㎢의 23.4%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이에 따라 국토 면적(10만 188㎢)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0.2%에서 0.15%로 낮아졌다. 해제 지역 가운데는 하남시 창우동 등 9개 동 12.85㎢와 유성구 계산·봉산동 등 7개 동13.63㎢가 포함됐다. 부산 강서구 대저1동 등 9개 동 11.24㎢도 허가지역에서 풀렸다. 인천 서구 원창동 0.5㎢도 해제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18.202㎢, 지방이 27.486㎢ 풀렸다. 경기도(17.7㎢), 대전시(16.2㎢), 부산시(11.2㎢) 등 도시 지역이 대거 풀렸다. 허가구역이 남아 있는 곳은 17개 시·도 중 서울·경기·부산·대전·세종시 등 5곳뿐이다. 이번에 허가구역에서 풀린 곳은 인근에 개발계획이 없거나 개발사업이 완료 또는 취소된 지역, 땅값이 안정돼 지정 사유가 소멸된 지역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개발사업이 예정돼 있어 지방자치단체가 재지정을 요청한 지역 중 필요성이 인정되는 지역은 허가구역으로 다시 지정했다. 중앙행정기관 이전 등으로 투기 우려가 큰 세종시와 수서 역세권 등 개발사업 예정지가 많은 서울시 등은 그대로 남게 됐다. 이번에 해제되지 않은 지역은 2016년 5월 30일까지 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린 곳에서는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 없이 토지를 사고팔 수 있다. 기존에 허가받은 토지도 일정 기간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해야 할 의무도 없어진다. 국토부는 안정적인 토지시장 동향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로 땅값이 불안해질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어명소 토지정책과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연 1% 안팎의 지가 안정세와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 주민의 불편을 참작해 허가구역을 해제했다”고 말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경제 블로그] 본전도 못찾은 주식부양책…금융위의 ‘정책 물타기’

    금융위원회가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을 슬쩍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게 됐습니다. 선물 보따리를 잔뜩 기대한 투자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호기롭게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법안 내용도 못 채우고 있습니다. “10월에 발표하겠다”는 신 위원장의 약속은 ‘공수표’로 끝났고 향후 발표 날짜도 확정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음주에는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코스피가 최근 크게 떨어져 발표 타이밍에 대한 고민이 느껴집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보나 마나’라는 냉소가 벌써부터 파다합니다. 알맹이 없는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짐작이지요. 금융위도 수위 조절에 들어갔습니다. 신 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은 주식시장부양 대책이 아니라 주식시장발전 방향이라는 겁니다. ‘정책 물타기’에 나선 거지요. 금융위 관계자는 9일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가 아니다. 주식시장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 위원장의 최초 발언은 단기적이고 시장 개입적인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장기적이고 밋밋한 대책으로 바뀐 듯한 느낌입니다. 현재 예상되는 대책으로는 기업의 배당 확대와 연기금 투자 비중 확대, 상장사 액면 분할 확대 등입니다. 많이 듣던 얘기라 신선한 맛이 없습니다. 한 달 새 왜 이렇게 됐을까요. 애초부터 금융위가 구태의연한 부양책을 욕심낸 탓이 가장 큽니다. 금융위는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에 증권거래세(0.3%) 인하를 포함해 여러 세제 혜택을 담으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가장 큰 민원이었고 은행 예금금리가 2%대인 것과 견줘 증권거래세가 높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기획재정부는 증권거래세 인하에 난색을 표시했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아예 “인위적인 증시 부양은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양적완화(QE·돈풀기) 종료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얼어버렸습니다. 거품을 빼야 할 금융당국이 되레 투자자에 바람을 집어넣고 말까지 바꾼다는 비판을 받아도 별로 할 말이 없어 보입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씨줄날줄] ‘식판 논쟁’ 되짚기/정기홍 논설위원

    ‘애들에게 밥 먹이자’며 5년 전에 시작된 무상복지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최근 “공짜 급식에 더이상 돈을 댈 수 없다”며 경남교육청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전국적인 불씨를 댕겼다. 이어 경기교육청은 여당에서 주장해 도입한 무상보육과 누리과정 예산을 제외하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여당은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몰아가고 야당은 “아이 밥상까지 거래하느냐”고 한다. 또한 여당과 정부는 관련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야당은 국가 재정에서 부담해야 한다며 목청을 한껏 높인다. 진영 논리만 부각돼 씁쓸하다. 무상복지 논쟁은 2009년 경기교육감 보궐선거에서 김상곤 진보 진영 후보가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촉발됐다. 당시 “애들 밥 먹이는 일이다”와 “이건희 삼성 회장 손자에게까지 공짜 밥을 주느냐”며 팽팽한 논란거리가 됐다. 김 후보는 ‘공짜 표심’에 무난히 당선됐고, 2010년 지방선거 때도 ‘무상 광풍’은 강타했다. 다음해엔 오세훈 서울시장이 야권의 무상급식 주장에 시장직을 건 주민투표로 배수진을 쳤지만 패해 시장직을 내놓았다. 오 전 시장은 당시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빼기 어려운 게 무상복지”라며 ‘공짜 치즈에 숨은 족쇄’란 러시아 속담까지 원용했다. 하지만 시민의 마음을 얻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오 전 시장의 우호 진영마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냉소를 보냈다. 김상곤→오세훈→홍준표로 이어진 ‘식판 논쟁’의 줄거리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논쟁을 겪은 적이 있다. 야당이던 민주당이 2007년의 참의원 선거 때 중학생 이하 아동수당과 고교 무상교육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후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국가신용등급 강등의 수모를 당했다. 선거 당시 자민당도 공·사립 유치원 전면 무료화, 출산장려금 확충 등을 내놓아 민주당과 마찬가지였다. 영국 처칠 내각의 보수당도 1945년 총선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내세운 노동당에 절반 이상의 의석을 내준 적이 있다. 이후 두 진영은 복지정책 경쟁에 나섰고, 1976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두 나라는 당연히 과도한 재정 지출 논쟁에 휩싸였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둔 우리 사회의 복지 욕구는 당연하다. 하지만 공짜의 속성은 양날의 칼이다. ‘공것은 쓴맛에도 달다’는 속담도 있다. 일본과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 복지 욕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면 엉뚱한 문제를 야기한다. 지금의 논쟁에는 정치적인 복선이 깔려 있다. 국민으로선 홍 지사가 ‘제2의 오세훈’이 되든 안 되든 제대로 된, 더 합리적인 복지를 하자는 것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경제 블로그] 여론 눈치만 살피며 꿈쩍 않는 금융위·KB 사외이사

    금융위원회와 KB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여론 눈치보기가 민망할 정도입니다. 자존심과 권위만을 내세울 뿐 LIG손해보험과 KB금융 안정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서로 상대방의 양보와 이해만을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여론이 어느 한쪽으로 악화돼야 움직일 심산인 듯합니다. 지금 분위기라면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은 이달을 넘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위는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의 전제 조건으로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의중’과 달리 내부 출신인 윤종규 회장 내정자를 선택한 사외이사들에 대한 괘씸죄 적용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대놓고 ‘물러나라’고 할 수도 없는 세상입니다. 눈치껏 알아서 그만둬 주면 좋은데 KB 사외이사들은 꿈쩍도 안 하고 있습니다. 맞불 카드로 내놓은 게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 ‘시간끌기’입니다. 좀 치사하다고 할 수 있죠. 아무리 밉기로서니 멀쩡한 기업의 인수합병을 붙잡고 늘어지고 있으니까요. 이 때문에 KB는 몇십억원의 생돈을 지연이자로 물게 생겼습니다. 금융위는 펄쩍 뜁니다. “(시간끌기가 아니라) 승인 여부를 포함해 여러 가지 검토할 사안이 꽤 있다”는 겁니다. KB금융이 LIG손해보험 인수 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 6월입니다. 5개월 동안 금융 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외이사 사퇴를 원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외이사들이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KB 사외이사들은 지배구조 개선 용역 보고서로 퉁 치려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에게 “억울해도 금융 당국과 맞설 수는 없지 않으냐”며 사퇴를 끌어낸 결단력 따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욕 한 번 먹고 자리를 지키겠다는 속셈처럼 보입니다. KB금융 사외이사는 대한민국 사외이사 가운데 가장 좋은 ‘꽃 보직’으로 통합니다. 1년에 회의 20여번 참석하고 연봉 7000만원을 받습니다. 경영권에 훈수를 할 수 있는 데다 역대 회장들이 별도로 ‘챙겨 줬다’는 뒷말도 있습니다. 양측이 맞서는 사이 LIG손해보험만 난감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내년 경영 계획과 인사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제는 여론을 떠보지 말고 욕심을 내려놓을 시점입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ECB 기준금리 현 0.05% 유지 “추가적 완화조치 준비 진행중”

    ECB 기준금리 현 0.05% 유지 “추가적 완화조치 준비 진행중”

    “추가적 완화조치를 위한 준비는 진행 중”이라고 말했으나 마리오 드라기의 선택은 결국 동결이었다. 시장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큰 동요를 보이진 않았으나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월례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그대로인 0.0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0.15%에서 0.05%로 내린 뒤 두 달 연속 동결이다. 예금금리(-0.20%), 한계대출금리(0.30%)도 동결이다. 금리가 바닥이라 이제 양적완화 정책만 남았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왔으나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이번 결정에 앞서 드라기 총재에게 가해진 국제적 압력은 상당했다. 당장 ECB 회의 직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취약한 경제상황과 디플레이션 위협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ECB가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성명서를 공개적으로 내놨다. 아예 “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돌아올 때까지 적당한 수준에서의 자산 구매가 필요하다”고까지 밝혀 노골적으로 양적완화 조치를 요구했다.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 캐서린 만은 그 근거로 경제성장률 전망을 들었다. 내년도 세계 전체의 경제성장률은 3.7%, 미국경제 성장률은 3.1%로 모두 3%대를 넘지만 유로존은 1.1%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드라기 ECB 총재는 “유럽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싸움에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이제까지의 의례적 발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적당한 때 추가적인 조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연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양적완화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여러 번 공언했으나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지금 돈을 풀어버리면 유럽 각국의 경제 체질 개선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지난 10월까지 대규모 양적완화 조치를 지속적으로 시행해온 미국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이 때문에 독일이 유럽 경제 위기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甲질 현대차’에 칼 빼든 금융당국

    금융 당국이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시장에서 ‘갑질’하는 현대차에 칼을 빼들었다.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의 독점적 지위를 없애기 위해 ‘방카슈랑스 25% 룰’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방카 25% 룰’은 은행이 보험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한 보험사의 상품 판매액이 전체의 25%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다. 이 룰이 도입되면 현대캐피탈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위치를 잃는다.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할부금융 점유율은 지난해 75%였다. “갑질 한 번 했다가 본전도 못 찾게 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6일 “독과점 시장에서 70%대의 시장점유율을 갖고도 만족하지 않고, 카드사에 수수료를 0.7%로 대폭 내리라고 압력을 넣는 것은 (현대차의) 횡포”라면서 “(우리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 만큼 방카 25% 룰 적용이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최근 현대차가 KB국민카드에 계약 해지를 무기로 과도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한 것에 대해 불쾌해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차는 앞서 카드사마다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율을 기존 1.9%에서 0.7%로 내리라고 요구했다. 복합할부금융은 소비자가 자동차 구입 대금을 신용카드로 내면 캐피탈사가 카드사에 결제 대금을 갚아 주고, 고객은 캐피탈사에 매달 할부금을 내는 상품이다. 카드사는 수수료율 1.9%를 받아서 이 중 캐피탈사에 1.37%를 지급하고, 고객 캐시백으로 0.2%를 돌려준다. 카드사는 나머지 0.33%를 챙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대차의 요구 사항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체계를 뒤흔드는 것”이라면서 “현대차의 뜻대로 수수료를 내려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錢의 삼국지’ 시작됐다] “자본유출 없다… 2004 데자뷔” vs “조만간 엑소더스 현실화”

    [‘錢의 삼국지’ 시작됐다] “자본유출 없다… 2004 데자뷔” vs “조만간 엑소더스 현실화”

    ■ 이래서 돈 안 빠진다 한국 경제 기초체력 ‘튼튼’… 경상수지 3년여 흑자·단기 외채 미국이 내년에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주요 신흥국의 경제적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단계적으로 금리를 올린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자본 유출과 이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주식 시장의 침체 등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외국인들이 수시로 돈을 넣고 빼는 데 편리한 ‘현금입출금기(ATM) 코리아’임에도 건전한 경제 기초체력에 힘입어 심각한 자본 유출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보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양호한 기초 체력이다. 37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액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막는 방어벽으로 작용한다. 또 2년 7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는 설령 자본 유출이 이뤄진다 해도 일정 수준의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국은행은 올해 840억 달러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기록(799억 달러)을 깰 것이라는 전망이다. 1986년 6월부터 3년 2개월 동안의 최장 흑자 기록을 깰 가능성도 있다. 다음으로 외국에 갚아야 할 빚의 질이 나쁘지 않다. 총 대외채무에서 차지하는 단기외채 비중은 지난 6월 말 기준 29.8%로 낮은 편이다. 내부와 달리 밖에서 보는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평균 이상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초와 달리 0.4% 포인트 하락한 3.7%로 예측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이 수준의 성장률이 전망된다. 주가도 한국 기업의 가치에 비해 싸다고 느낄 정도로 내려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5일 “주가가 순자산 가치의 1배를 밑도는 현재의 코스피는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수준”이라면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 정점은 이미 넘은 것 같다”고 밝혔다. 자본 유출이 없었던 사례도 있다. 바로 ‘2004년의 추억’이다. 2004년은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이 엇갈리는 시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닷컴 버블’과 ‘엔론 사태’ 이후 가파르게 내린 금리를 2004년 6월부터 단계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카드 사태’로 기준금리를 되레 두 차례나 내렸다. 그럼에도 2004년 말 코스피는 전년 말 대비 11%가량 올랐고 외국인들은 2004년 10조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내년에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일시적으로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한국은 104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와 경기 침체로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통화정책 방향을 바꿀 때마다 세계 경제에 불안감을 던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금리 인상을 경기 개선으로 보는 시선이 확산되면 글로벌 증시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과 가장 밀접한 관계는 대외 금리 격차보다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자본 유출을 줄이는 또 다른 배경에는 우리나라가 신흥국 가운데 매력적인 투자처인 점도 한몫한다. 예컨대 외국인들이 ‘신흥국 카테고리’에 속한 한국을 외면하면 다른 신흥국에 그만큼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의 개방 정도나 경제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가 상대적인 비교 우위에 있다. 혹시라도 금리 수익 때문에 미국계 자금이 빠진다고 해도 돈 풀기에 나선 일본과 유럽계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됐던 지난 9월 주식시장에 일본계 자금이 1조원가량 순유입됐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공적자금펀드(GPIF)는 지난주 해외주식 투자 비중을 12%에서 25%로 늘리기로 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GPIF의 한국주식 투자 규모가 5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면서 “내년 3월까지 한국주식에 대한 일본계 자금의 매입 강도가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이래서 돈 빠진다 한·미 내외금리차 1.75%P로 줄어… 한은 “금리인하로 자본유출 확대 우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5일 “금리 인하가 자본 유출을 늘리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0%로 0.25% 포인트 내린 직후 내놓은 발언이었다.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미국의 돈풀기 종료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내외금리 차가 줄어들고 있어 자본 유출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오르면 환차손을 걱정한 외국 자금들이 한국을 떠날 수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올 들어 두 차례(총 0.5% 포인트)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미국과의 금리 차가 1.75% 포인트로 줄어들었다. 내년 이후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격차는 더 줄어들게 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2004년 사례’를 들며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자본 유출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 상황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2004년에는 원화가 강세였다는 사실이다. 원·달러 환율은 2004년 12월 평균 1035.10원(종가 기준)까지 내려갔다. 반면 최근에는 달러화가 강세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7개월 만에 1080원 선을 상향 돌파했다. 이 여파로 외환보유액마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10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637억 2000만 달러로 한 달 전보다 6억 8000만 달러 줄었다. 지난 8월부터 계속 하락세다. 유로화·엔화 등의 달러화 환산액이 줄어든 탓이 크긴 하지만 외환보유액이 석 달 연속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오석태 한국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004년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환율이 민감하게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원화 약세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자본 유출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40조원을 넘어선 가계빚도 전주(錢主)들의 불안감을 키운다. 최근 금융시장 여건이 2004년과는 체질적으로 달라졌다는 얘기다. ‘버냉키 쇼크’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6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출구전략’(위기 때 풀린 돈을 회수하는 것)을 얘기하면서 답보 상태이던 국내 코스피지수는 1780선까지 급락했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 쇼크 때 미국계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국내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며 “미국이 당장 돈줄을 죄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외국계 자본의 신규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본 유출을 유럽계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미국(7902억원)과 아시아(6850억원) 자금은 순매수 기조를 유지한 반면 유럽계 자본은 1조 5787억원을 순매도하며 ‘팔자’로 돌아섰다. 안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양적 완화를 고려할 정도로 유럽 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이고 이에 대한 우려로 유럽계 자본도 국내 주식이나 채권을 청산하고 있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돈풀기로 ‘엔 케리 트레이드’(일본의 낮은 금리를 활용해 엔화를 빌려 제3국에 투자하는 금융거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이 있다.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엔저 기조가 유지되던 2005~2006년에도 국내 증시에 일본계 자금이 매달 600억원씩 순유입된 적이 있다”며 “하지만 일본계 자금이 한국시장을 디스카운트(평가 절하)하는 경향이 있어 국내 주식이나 채권 시장에서 일본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후강퉁도 변수다. 후강퉁은 홍콩과 상하이 증시의 교차거래를 말한다. 후강퉁이 시행되면 외국인도 홍콩을 통해 상하이 A주식에 투자가 가능해진다. 당초 지난달 27일 시행 예정이었지만 홍콩시위 여파 등으로 보류된 상태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후강퉁이 시행되면 한국에서 18조원가량이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연말에 더 오른다”… 전세대란 끝은

    “연말에 더 오른다”… 전세대란 끝은

    현재 서울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의 전셋값은 86.43㎡ 기준 5억 5000만원 내외다. 최근 한 달 사이에 5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J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2월 말이 되면 전셋집을 얻기 더 어려울 것”이라면서 “가격도 연말까지 더 오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강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북구 미아동 E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SK북한산시티 109.28㎡형 아파트의 경우 여름까지만 해도 2억 3000만원이면 전세를 구했지만 요즘은 2억 5000만원 이상 줘야 한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2000만원은 더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매 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앞으로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4분기(10~12월) 아파트 공급 자체가 1년 전보다 37% 정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과 조만 실물자산연구팀장은 5일 ‘3분기 부동산시장 동향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3분기 전국 실질 주택전세가격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9% 상승, 2009년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은 9월 기준 64.6%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연구진은 전셋값 고공행진이 4분기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 수도권 입주예정 물량이 2만 1561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6.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송 위원은 “2000년부터 최근까지 장기 평균인 3만 7908가구를 크게 밑돌고 있다”면서 “공급 부족은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전셋값 상승으로 서울에서 3억원 이하 전세 아파트를 찾기도 쉽지 않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10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총 120만 4728가구 중 전셋값 3억원 이하가 69만 9139가구로 2009년(96만 96가구)과 비교해 27% 정도 줄었다. 특히 송파구에서는 2009년 5만 7427가구에서 올해 2만 1384가구로 무려 63%가 사라졌다. 전셋값 고공행진은 내년에 더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0월까지 공급 물량은 역대 최저 수준인 7만 1966가구에 불과하다. 장기 평균인 15만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셋값이 폭등한 홀수해이기도 하다. 전셋값 상승률은 ▲2010년 10.26% ▲2011년 13.03% ▲2012년 3.45% ▲2013년 12.8% 등을 기록하는 등 홀수해에 어김없이 급등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년 단위로 전세 계약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 전셋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임대주택 활성화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美 8년만에 여소야대] 한반도정책 기조 유지 속 對北 강경 전망

    [美 8년만에 여소야대] 한반도정책 기조 유지 속 對北 강경 전망

    4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에서 보수적인 공화당이 상원까지 장악하면서 외교 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물론 한·미 관계나 한반도 정책, 특히 대북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상원 외교·군사위원회에 어떤 의원들이 포함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책도 미세 조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 의회는 중간선거 이후인 오는 11일부터 한 달여간 소위 ‘레임덕 세션’에 들어간다. 이 기간 동안 상·하원 상임위원회 위원장들이 대거 바뀌는데 이 가운데 상원 외교위와 군사위, 세출위, 금융위 등 소위 ‘슈퍼A급’ 위원회 위원장 자리가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모두 넘어가게 된다. 현재 외교위원장으로는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밥 코커 의원이 유력하며 강경파인 존 매케인 의원은 군사위원장 자리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커 의원과 매케인 의원이 각각 외교위와 군사위를 맡게 되면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았던 양 위원회가 강경·보수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워싱턴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한 소식통은 “특히 매케인 의원이 군사위원장을 맡게 되면 더욱 강경한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며 “국방예산도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소식통은 “한·미 관계나 대북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매케인 의원을 비롯해 린지 그램, 마르코 루비오 등 강경파 의원들이 전면에 나설 경우 외교 문제가 전면에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이들이 북핵 문제 등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힐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지난 7월 하원에서 통과한 대북제재 강화법안이 상원에서 거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법안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죄기 위해 북한을 돈세탁 국가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다만 이 법안은 연내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는데, 상원에서는 아직 이 법안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 않아 연내 상원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내년 새로운 회기에 다시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 현재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관심을 쏟고 있는 북한 인권 문제를 공화당 강경파가 상원에서 제기할 수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 관계는 동맹 이슈 등 외교적 측면보다 경제적 측면에서 변화가 예상된다.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은 친무역 성향이기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한국도 TPP 참여 시기 등을 결정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취임 전 ‘세 암초’ 만난 윤종규 회장

    취임 전 ‘세 암초’ 만난 윤종규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가 취임도 하기 전에 암초와 맞닥뜨렸다. KB금융의 역점 사업이었던 LIG손해보험 인수는 차일피일 미뤄지며 수십억원의 지연이자를 물어야 할 처지다. 금융 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전제조건으로 인수 승인을 보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KB 사외이사들더러 물러나라는 압박이지만 사외이사들은 자진 사퇴할 생각이 별로 없다. 이 와중에 국민은행 노조는 ‘특별수당’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윤 내정자는 오는 21일 취임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금융 당국의 LIG손보 인수 승인 지연으로 지난달 27일부터 하루에 1억 1000만원씩 현재 대주주인 구자원 LIG그룹 회장 일가에 지연이자를 물고 있다. 앞서 LIG손보 인수계약을 맺을 때 지난달 27일까지 계약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지연이자를 내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는 이달 12일과 26일 열린다. 하지만 당장 12일 회의에서 LIG손보 인수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융위가 ‘KB사태’의 책임을 물어 사외이사들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외이사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인수 승인을 받아도 KB금융은 구 회장 일가에 30억원 넘게 연체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윤 내정자는 금융 당국과 사외이사들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야 하는 처지다. 윤 내정자의 처신에 따라 자칫 금융 당국에 미운털이 박힐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자신을 첫 내부 출신 회장으로 밀어준 사외이사들을 내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노조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올해 초 국민카드 정보유출 사건으로 직원들이 했던 야근과 휴일근무 등에 대해 특별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연말 임금단체협상과 연계해 투쟁을 벌이겠다는 으름장이다. 윤 내정자는 당분간 회장과 행장을 겸임할 예정이다. 회장 선임에 힘이 돼 주었던 노조가 이제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 셈이다. 전문성과 합리적인 성품이 윤 내정자의 최대 강점이라면 카리스마는 상대적 약점으로 꼽혀 왔다. 금융 당국, 사외이사, 노조와의 관계 정립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흐트러진 KB 수습을 위해서는 윤 내정자의 조직 장악력이 필수”라면서 “사외이사들과 노조에 대한 부채 의식을 털어버리고 조직을 위해 과감하게 결단력을 보여 줄 수 있을지가 (윤 내정자가 뚫어야 할) 첫 번째 시험”이라고 지적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생각나눔] 소비자 골탕 먹이는 보험사 기준

    [생각나눔] 소비자 골탕 먹이는 보험사 기준

    제주에 사는 강명순(여·가명)씨는 지난 7월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혹이 발견돼 조직 검사를 진행한 결과 대장점막내암(주치의 질병코드는 ‘C코드-일반암’) 진단을 받았다. 며칠 후 강씨는 수년 전에 가입한 메트라이프와 메리츠화재에 일반암 진단 보험금을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다른 결과가 나와 황당했다. 메리츠화재는 일반암 진단 보험금 2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반면 메트라이프는 ‘소액암’(보험사가 일반암보다 보험금을 적게 주기 위해 약관에 명시한 암)으로 판정해 일반암 진단 보험금의 20%만 주겠다고 통보했다. 강씨는 즉각 항의했지만 메트라이프는 자체 실사와 의료 자문에서 대장 상피내암(질병코드는 ‘D코드-소액암’)으로 나온 만큼 일반암 진단 보험금을 줄 의무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씨를 진료한 담당 주치의는 보험사와 분쟁을 겪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진료 소견서 발급을 거부했다. 강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대장점막내암과 상피내암의 진단 차이로 발생하는 ‘암보험금 지급 민원’은 보험업계의 관행적 민원 중 하나다. 대장점막내암과 상피내암의 판정 경계가 애매한 데다 보험금이 최고 10배의 격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상피내암은 내부 장기를 둘러싼 조직(점막)의 표면에서 암이 발생한 것인 반면 대장점막내암은 이보다 한 단계 더 점막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대법원은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대장점막내암을 일반암으로 판결했다. 그러자 보험사들은 2012년부터 아예 ‘대장점막내암=소액암’이라는 약관을 내걸고 암 상품을 팔고 있다. 문제는 약관 소급이 불가능한 2012년 이전에 일반암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이다. 보험사와의 분쟁이 수시로 발생하는데 대부분 고객만 골탕을 먹고 있다. 일단 지급 거부로 고객을 ‘떠보려는’ 보험사의 태도와 보험사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자문의 제도, 허술한 손해사정인제도 등이 얽혀 있어서다. 금융 당국은 사적 분쟁으로 보고 보험사 행정 지도 등의 적극적인 개입을 꺼린다. 민원이 제기되면 조정하면 된다는 식이다. 소비자들의 고통은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4일 “대장점막내암과 상피내암은 의사들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진단을 해서 민원을 부를 수밖에 없다”며 “(이의가 있는 소비자는) 객관적인 제3 진료기관의 판단을 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불합리한 금융 관행으로 지목된 ‘보험사 자문의’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하지만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등 민간에 맡겨둔 채 여태 뒷짐만 지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종사자는 “보험사 자문의와 현장에 파견돼 보상금 지급 업무를 담당하는 손해사정인, 보조인 등은 일거리를 주는 보험사의 뜻과 다르게 말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열린세상] 이제 새로운 은행이 나타나야 한다/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이제 새로운 은행이 나타나야 한다/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요새 금융 산업이 예전 같지 않다. 특히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는 금융 산업의 위기감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은행들의 순이익이 3조 9000억원으로 2012년의 8조 7000억원보다 무려 55%나 감소했으며, 2005년 이후 총자산이익률(ROA)의 감소 등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횡령이나 부당 대출 사고 등 금융 사고가 빈발하면서 은행권의 신뢰도도 크게 떨어지고 있어 은행 산업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수익성 하락에 따른 은행 부실화는 제2의 금융 위기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냥 간과할 일이 아니다. 이러한 은행의 수익성 악화 현상은 저금리 추세에 따른 이자 수익의 감소, 은행의 안전 대출 선호 경향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과점적 시장이 형성된 현재의 은행 산업 구조도 그 원인의 하나로 진단할 수 있다. 지금 은행 산업은 신한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주요 은행이 시장을 지배하는 과점적 구조로 돼 있다. 이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금융 산업의 구조 조정에 따른 은행의 통폐합 결과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은행 대형화 정책에도 기인한다. 그런데 문제는 독과점적 시장 구조에서는 혁신과 경쟁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신설 은행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은행 산업에도 새로운 은행이 나타나서 시장에 새로운 혁신의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주목할 것은 현재 주요 은행으로 자리 잡고 있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1980년대에 설립된 신생 은행이었다는 점이다. 후발 주자인 만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존 은행보다는 차별화된 혁신적인 경영을 했다는 이야기다. 은행 설립 인가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원회의 정책 방향이 중요하다. 은행업 인가에서 인가권자의 재량권 행사 여지가 커 금융 정책 당국의 확고한 의지 표명 없이는 은행 설립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문제는 시급한 과제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영업점을 두지 않고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온라인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점포나 인력 유지 비용이 적게 들어 기존 은행보다 경쟁력이 있게 된다. 그만큼 예금자에게는 보다 높은 예금 금리를, 대출 고객에게는 보다 낮은 대출 금리를 제시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또한 지역적 영업 제한이 없다는 점과 영업점 방문 없이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신속성 및 편의성도 있어 기존 은행과 경쟁해 볼 만하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사용에 익숙한 젊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특화된 영업 전략을 수립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높다. 더 나아가 보다 앞서 나아간 정보기술(IT)로 무장해 해외 진출도 모색해 볼 수 있다. 2008년에도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다가 좌절된 적이 있다. 이제 다시 추진할 때가 됐다. 지난 7월 금융위는 규제 개혁 과제의 하나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문제를 중장기 과제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중장기 과제로 남겨 둘 일이 아니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의 최대 걸림돌은 예금자 실명 확인 문제다. 현행 ‘금융 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상 실지 대면(對面)을 통한 실명 확인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상 통화나 인터넷상에서 공인전자인증서에 의한 실명 확인도 가능하고, 최근 그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지문이나 목소리, 홍채, 얼굴 인식 등 생체 인식을 통한 본인 확인 방법도 가능하다. 반드시 대면 확인에 의한 실명 확인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설립 최소 자본금도 기존 은행보다 낮추어 주고, 감독과 규제 기준에서도 차등을 주어야 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외국에서도 인터넷 전문은행의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1995년부터 인터넷 전문은행이 영업을 시작했으며, 일본은 2000년 이후에 출범했다.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없다는 것이 의아스럽다. 현재 증권과 보험 분야에서는 온라인 전문 증권회사와 보험회사가 영업을 하고 있으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행권에도 온라인 전문 은행이 설립돼야 한다. 이제 새로운 은행이 나타나서 은행 산업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할 때가 됐다.
  • [뉴스 분석] 가팔라지는 엔저의 실체

    [뉴스 분석] 가팔라지는 엔저의 실체

    원·엔 환율이 100엔당 950원 선을 내줬다. 올해 최고치인 지난 2월 4일의 1073.81원에 비해 100엔당 120원 이상 빠졌다. 가파른 속도에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비명이 터지고 있다. 일본 제조업이 해외 생산 비중을 꾸준히 높여 우리나라 수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엔저(엔화가치 약세)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크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950원이 붕괴된 944.77원에 시작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14.04엔까지 치솟은 뒤 113.79엔에 마감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원·엔 환율은 장중 내내 950원 선을 두고 공방을 펼치다 오후 3시 전날보다 2.27원 떨어진 949.46원을 기록했다. 940원대는 2008년 8월 이후 6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도 불안하게 출발했다. 전날보다 달러당 8.9원 오른 1081.5원에 개장했으나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 등이 나오면서 1076.5원에 끝났다. 전날보다 3.9원 오른 수준이다. 엔저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는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3.13%(5000원) 떨어진 15만 5000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2위 자리도 3년 7개월 만에 SK하이닉스에 넘겨줬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3인방의 주가 하락 등으로 코스피는 전날보다 0.91%(17.78포인트) 떨어진 1935.19에 마감했다. 원·엔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에는 100엔당 700~800원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엔고 현상이 도래, 원·엔 환율이 16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엔고는 일본 제조업체, 특히 자동차 업체의 탈(脫)일본을 부추겼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닛산 자동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2001년 61.9%에서 2013년 80.5%로 높아졌다. 혼다(63.0%→80.4%), 도요타(34.7%→62.2%) 등도 마찬가지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가 일본과 경쟁하는 소형차의 경우 일본 내 생산 비중이 21.3%에 불과하다”며 “엔저가 우리나라의 소형차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심화될 엔저와 이에 따른 일본 기업의 수익성 개선이다. 지난달 31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돈을 더 풀겠다고 밝힌 이후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6개월 뒤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달러당 107엔에서 117엔으로 10엔이나 올렸다. 심혜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이 엔저로 인한 이익증가분을 사업구조 전환이나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에 쓸 경우 장기적으로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은 절대적 숫자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결정되느냐가 중요하다”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성 교수는 “우리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엔화 대비 원화가치가 상승하고 있고, 그동안 미 달러화가 강세이면 원화도 강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엔화 대비 원화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라며 “금리를 낮추지 않더라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 것이라는 강한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호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환변동보험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시론] 전환기의 예산 정책방향/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한국재정학회 회장

    [시론] 전환기의 예산 정책방향/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한국재정학회 회장

    지난달 국회의 국정감사가 끝나면서 예산 시즌이 왔다. 2015년 정부예산안에 따르면 지출은 2009년 이후 가장 크게 20조원을 늘려 잡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33조원의 재정적자를 편성했다. 복지예산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한 복지제도 등으로 예산의 30%가 넘었다. 세계적 불경기가 우려되면서 정부 예산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자율 수준은 역대 최저여서 더이상 금융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이자율이 더 낮아진다고 기업들이 더 투자를 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내년 예산에는 과거와 다르게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크게 반영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는 경제도 기업과 소비자들의 심리에 의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성장잠재력의 지속적 하락으로 저성장이 고착화됨에 따라 내년 성장률이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대규모 재정적자를 편성하는 것이 경기 부양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기초연금 등의 복지비를 조달하는 데 더 초점이 맞추어진 것 같다. 현재의 복지비 증가 추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이는 제조업 등의 성장 부문에 중장기 예산을 투입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소비 진작 등을 통한 소극적 경기부양보다는 적극적인 생산부문의 구조조정과 자발적 기업투자를 목적으로 다양성 원칙에 따라 다양한 정책들을 복합적으로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고령화 시대에 대한 대비로서 고령화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고령화 인프라가 형성될 기회가 없었다. 고령사회는 노인들이 많은 사회가 아니라 노인들이 일하는 사회다. 즉 이들을 소비 주체가 아닌 생산 주체로 역발상해야 한다. 청년 고용과 고령자 고용은 서로 대체성이 없다. 고령자 고용은 청년들의 고령자 부양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국민생산도 높인다. 둘째, 복지 시스템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 복지비 지출은 매년 10%씩 늘어나는데 지난 금융위기 이후 빈곤율은 감소하지 않고 있다. 이는 양적 확대의 복지지출이 한계에 왔음을 의미한다. 국민들은 이제 질적 복지개혁을 원한다. 더 나은 육아, 더 나은 교육, 더 나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이것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1980년대의 복지 패러다임이 아직도 유지되면서 복지누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복지체계를 개편해 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분담하고 다양한 세제 혜택으로 민간 부문을 지원하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훨씬 덜어질 수 있다. 셋째, 안전과 재난에 대비한 투자가 필요하다. 세월호의 기억은 국민들로 하여금 안전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하게 했다. 그동안 쌓아 온 경제적 성과를 온전히 지키는 것도 성장의 기반이 된다. 우리가 활용해 왔던 공공시설들에 대한 노후화가 많이 진행돼 왔다. 공공과 민간의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과 기준의 상향 조정을 통해 안전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늘려야 한다. 넷째, 국가 재정의 균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복지비를 충당하기 위한 사회보장세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재정준칙제도나 지출과 수입을 연계하는 페이고(pay-go)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늘어나는 복지비를 충당하는 데 용도의 구분이 없는 일반 재정을 사용하게 되면 복지 지출과 부담에 대한 연계성이 약화돼 끊임없이 무상복지의 요구가 나타나게 된다. 우리가 당면한 글로벌화와 고령화라는 전환기에서 재정건전성은 국가의 신뢰도와 직결되고 경제 탄력도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우리나라는 곧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이르고 인구가 5000만명인 나라가 된다. 이러한 국가는 세계에 7개밖에 없다. 이제는 국격에 맞게 여야가 보다 현명한 국가 경영을 위해 예산 편성에 더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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