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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發 금융위기 오나] 3개월새 LTV 초과대출 2조 6000억 늘어

    [부동산發 금융위기 오나] 3개월새 LTV 초과대출 2조 6000억 늘어

    집값 하락이 본격적인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 가계가 속출하는 데다 연체율 상승도 가팔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담보가치인정비율(LTV) 한도를 초과한 대출 잔액은 지난 3월 기준으로 44조원에 이르며, 집값 하락 탓에 올해는 3개월 만에 한도 초과 대출이 2조 6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여기에 경기 침체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몰락과 햇살론 등 생계형 대출의 연체율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어 ‘가계 부채발(發) 금융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1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특히 수도권 매매가격은 0.4% 떨어져 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8% 떨어져 전국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다. 경기 과천과 용인 수지, 김포, 고양 등의 아파트 가격은 올 들어 3% 안팎 내렸다. 인천도 대부분 지역이 2% 이상 빠졌다.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 실무진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 LTV 상승에 따른 대응책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큰 가닥은 잡혔다. 대출금 상환을 신용 대출로 전환하거나 장기 분할 상환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일부 은행은 LTV 상승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기금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대책이 시간벌기에 불과한 땜질식 처방이라는 점이다. 특히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3% 포인트가량 더 높기 때문에 은행에는 이자 소득을 더 주고, 가계엔 이자 부담이 가중된다.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6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76%,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7.89%다. 금융권 관계자는 “2009년 기준으로 LTV 비율이 한국은 47.1%, 미국 74.9%, 영국 85.2%로 우리나라가 아직 여유가 있는 만큼 LTV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면서 “혹은 뱅크오브아메리카처럼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못 갚는 가계를 대상으로 주택 소유권을 넘겨받고, 리스로 전환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민금융뿐만 아니라 은행권 연체율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미소금융 연체율은 지난해 6월 2.5%에서 지난해 12월 말 3.1%, 올해 6월은 4%로 상승하고 있다. 햇살론 연체율은 6개월 만에 1.5% 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도 마찬가지다.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0.72%였지만 올해 5월엔 0.97%로 급증했다. 1% 돌파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 제2금융권을 포함하는 금융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3월 1.91%로 집계돼 사실상 2%대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세계경기 침체로 실물 경제가 가라앉는다면 은행들이 대출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바로 회수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저소득층부터 순서대로 부도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경기 하락은 자영업자 부실과 생계형 대출 증가, 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따른 대출 부실과 연체율 상승은 금융권의 부실로 연결될 것이며, 이는 금융 위기로 확산된다.”고 말했다. 김경두·이성원기자 golders@seoul.co.kr
  • [부동산發 금융위기 오나] 총자산 620조원 보험사들의 고민

    사상 처음으로 총자산 600조원을 돌파한 보험업계가 ‘돈을 굴릴 데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장기간 경기 침체로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하락해 운용 수익률이 은행 정기적금 이자와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부동산, 채권, 주식 등 포트폴리오를 짜서 투자하기보단 은행에 예치하는 게 더 낫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보험사의 총자산은 620조 4391억원으로 600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올해 정부 예산인 약 325조원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말 558조 407억원에서 불과 3개월 만에 62조 3984억원이 껑충 뛰어올랐다. 생명보험사가 496조 5784억원, 손해보험사가 123조 8607억원 선이다. 업계는 이처럼 총자산이 증가한 이유를 보험료 증가와 상대적으로 이율이 높은 일시납 연금보험 등에 투자자가 몰린 덕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돈 굴릴 데가 없어 고심 중이다. 초저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 때문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이익률은 4~5%대에 그쳤다. 1년짜리 정기적금 금리가 3.8~4.0%임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총자산 160조로 가장 규모가 큰 삼성생명은 지난 4월 자산 이익률이 4.1%였다. 알리안츠생명(4.6%), 흥국생명(4.6%), 메트라이프생명(4.8%), AIA생명(4.4%), 라이나생명(4.6%), ING생명(4.9%) 등 절반 이상의 생보사들의 자산 이익률이 4%대에 불과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손보업계 ‘빅3’ 역시 자산 이익률이 4% 수준이다. 일부 보험사들은 자산 운용 수익보다 고객에게 지급할 이율이 높아지는 역마진까지 걱정하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상품 판매를 축소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공시 이율 4.9%의 ‘위너스 가입 즉시 연금 보험’ 판매를 중단했고 삼성화재는 은행 창구를 통한 일시납 저축성보험 가입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서울광장] 또 하나의 시한폭탄 베이비부머/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또 하나의 시한폭탄 베이비부머/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지난 7월 5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문제가 주제였다. 이 대통령은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을 돌볼 시간도 없이 달려온 세대”라면서 “정부는 구직과 창업을 준비하는 은퇴자를 위해 용기를 주면서도 실패를 줄이는 방향으로 세밀하고 섬세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관계부처는 ‘노후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은퇴자들이 체계적인 노후설계 교육을 받도록 하는 한편 내년 하반기부터 50세 이상 근로자들이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통해 근로시간을 줄여 직장에 더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들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자영업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실버 푸어’를 양산할 조짐을 보이자 긴급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201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9%)의 두 배에 가까운 28.8%다. 연평균 216만 9000명이 신규 진입하고 187만 8000명이 사업을 접는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베이비부머의 자영업 진출을 막기 위해 금융기관의 자영업 대출을 규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하우스 푸어’ 논란이 일자 자산이 있는 베이비부머들을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모순된 정책을 내놓았다. 전형적인 땜질 처방이다. 베이비부머란 한국전쟁 이후 출산율이 급증한 시점(1955년)부터 산아제한정책의 도입으로 출산율이 급속도로 둔화되는 시점(1963년)까지 9년 동안 태어난 세대를 지칭한다. 2010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14.6%인 713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베이비부머는 고도의 경제성장기에 근로생애를 시작하여 30~40대에 외환위기로 인한 노동시장과 기업경영의 급격한 변화를 겪었고, 40~50대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시 한번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되는 등 퇴직 시점까지 체계적인 노후준비를 할 기회를 갖지 못한 세대다. 게다가 자녀들의 사교육비에 금융자산 축적 기회를 희생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와 더불어 노후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한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총자산은 1억 2000만원, 평균 부채는 5200만원이다. 그런가 하면 베이비붐 세대가 학교교육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취업을 하게 된 시점은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초반으로 수출산업의 호조, 1988년 서울올림픽 특수, 1990년 초반의 건설경기 호조에 이르기까지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이 지속되던 시기다. 모든 학력계층에 걸쳐 확대·팽창하는 경제 사회적 자원과 일자리 확대의 혜택을 경험했고, 초기의 직업경력도 강한 상승 조류를 탔다. 28%에 이르는 대졸 이상 고학력층은 화이트직종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고졸 이하 학력층은 기능직이나 조립·사무보조직 혹은 판매서비스직 분야에서 직업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베이비붐을 잇는 다음 세대의 고학력 공급 과잉은 평생직장 신화 붕괴와 함께 주된 직장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조기 은퇴를 재촉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평균 53세에 주된 직장에서 물러나게 되는 이유다. 베이비붐 세대가 근로생애를 시작하던 1980년대 중반에는 인구 전체의 기대 수명은 60세에 불과했다. 50대 이후의 기대여명도 15년 정도였다. 퇴직을 앞둔 지금 기대수명은 80세, 50세 시점의 기대여명은 32세로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노후를 떠받쳐줄 사회안전망은 극히 부실하다. 부족분을 메우려니 일흔살이 넘도록 노동시장을 전전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준비되지 않은 은퇴’가 국가적 재앙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국가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주된 직장에서의 정년 연장을 세대 간 일자리 충돌이 아닌, 재정과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시각으로 봐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성장을 기반으로 하는 일자리 창출이 최선의 해법이다. djwootk@seoul.co.kr
  • 가계빚 ‘조기경보지표’ 개발 추진

    가계부채의 위험을 미리 경고하는 ‘조기 경보지표’가 개발된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31일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가계부채 잠재 위험에 대한 조기 경보지표를 개발해 정밀 감시하고, 위험 수준에 따라 대응계획을 만들어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조기 경보지표에는 ▲가계부채 증감 ▲원리금 상환 부담 ▲신규 연체 증감률 ▲부동산 가격 동향 등이 반영된다. 권 원장은 “(가계부채) 연체율이 점차 상승하고 있어 경제여건이 악화될 경우 위기상황이 단기간 내 급속히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2003년 카드사태,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스페인 금융위기 등도 성장이 둔화되면서 단기간 내 부실이 급증해 금융위기로 전이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계부채 문제가 가시화되는 위기상황이 오면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대거 늘어나고 서민경제의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며 “은행권 대출에 비해 금리가 높고, 신용위험이 큰 비은행권 가계 대출이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이와 함께 경기 침체로 고통이 심한 서민과 저신용층의 금융 실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이른바 ‘민생금융 체감지수’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지수는 ▲금융접근도(서민 등 취약계층 대출 비중) ▲금리 수준 ▲자금 사정(은행 한도대출 소진율, 가계부채 연체율 등) ▲금융비용 부담 ▲금융 서비스(민원 발생) 등 부문별 민생금융 지표를 수치화한 것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박재완장관 “올해 2%대 성장 가능성에 무게”

    박재완장관 “올해 2%대 성장 가능성에 무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6월에 생산·투자·소비 지표가 전월 대비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장관은 31일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2%대로 떨어질 가능성에 항상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전망 3.3%, 한국은행 3.0%는 다 베이스라인 시나리오(기본 전망)이기 때문에 상방 위험도 있고 하방 위험도 있지만 지금은 하방 위험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또 “7월 중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특히 스페인 쪽을 비롯해 규모가 큰 나라들까지 계속 흔들리는 모습에 하방 위험이 상당히 크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경제) 회복 시기가 지연되고 있고 회복되더라도 ‘V’자형보다는 완만한 패턴을 보일 것 같다. 연초에 ‘상저하고’(상반기 성장률이 낮고 하반기에 높은 상황)로 전망했지만 지금은 ‘중저하고’ 정도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2.6%다. 하반기에 3.3~3.4% 달성을 이뤄야 3% 턱걸이라도 가능하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발표된 6월 산업활동 동향은 이 같은 부정적 전망을 뒷받침한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0.4%, 서비스업 생산은 0.4%, 설비투자는 6.3%씩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은 지난 3월 큰 폭의 감소세(-2.4%)를 기록한 뒤 4월(0.9%)과 5월(1.3%)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석달 만에 주저앉았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8.2%로 지난 3월(78.1%) 수준으로 돌아갔다. 내수는 더 우울하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 모든 업태의 소매판매액지수가 전월보다 줄어들었다. 밀어내기식 떨이 세일까지 했던 백화점이 5.2%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소비 주체들의 심리가 악화되면서 지표가 더 나빠지고 있는 셈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던 생산과 소비의 기저 효과가 있어 소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라는 것이다. 이런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7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11포인트나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4월(67) 이래 최저치다. 두 자릿수나 급락한 것도 2008년 11월(-13) 이후 처음이다. BSI는 전국 28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앞으로의 전망을 조사한 숫자다. 기준치 100을 넘으면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며 100 이하이면 반대를 의미한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급전’까지 소진… 정부 돈가뭄

    재정 조기집행으로 우리 정부도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는 올 상반기에 재정증권 8조 1000억원어치를 발행하고 한국은행으로부터 11조원을 빌렸다. 이에 따라 재정자금 일시차입이 19조 1000억원으로 법적 한도인 20조원에 육박했다. 재정자금 일시차입은 정부가 돈이 부족할 때 쓰는 일종의 ‘급전’이다. 재정증권은 1~3개월 만기로 발행되며 한은 차입금은 해당 회계연도에 모두 갚아야 한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짤 때 재정자금 최고 한도를 15조원으로 잡았으나 지난 연말 국회 협의 과정에서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등을 우려, 20조원으로 상향했다. 한도를 상향했으나 이마저도 불안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재정증권을 5년 만에 발행하면서 일시 부족자금은 한은 차입이 아닌 재정증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는 원칙을 마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9~2010년 한은 일시차입으로 각각 22조 9000억원, 40조 3000억원을 조달함에 따라 시중통화량에 영향을 준다는 감사원과 국회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한은 차입은 8조원에 그치고 재정증권 발행을 통해 11조 7000억원을 조달했다. 올해는 이미 상반기에만 한은 차입이 11조원이고 재정증권 발행(누적)도 19조원이다. 상반기에 재정집행 계획 276조 8000억원의 60.9%(168조 6000억원)를 조기집행으로 소진하면서 세수가 확보되기 전에 일시차입으로 미리 썼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세수 실적은 91조 1000억원으로 연간 목표 대비 진도율이 47.3%에 그쳤다. 지난해 5월 말 진도율(48.1%)보다 낮다. 재정부 관계자는 “30일 현재 재정증권 5조 8000억원을 상환해 일시 차입금 잔액은 13조 3000억원이며 법적 한도를 넘어설 가능성은 낮다.”며 “일시차입금은 대규모 세수가 납부되는 시기에 단계적으로 상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기업 체감경기 ‘금융위기 수준’

    기업 체감경기 ‘금융위기 수준’

    유럽 재정위기의 한파가 길어지면서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만큼 악화됐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2012년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제조업의 업황BSI는 71로 조사됐다. 2009년 4월(67)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비제조업의 업황BSI도 전달보다 8포인트 떨어진 67로,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았다. BSI는 전국 28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판단과 앞으로의 전망을 조사해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기준치인 100을 넘으면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며, 100 이하이면 반대를 의미한다. 제조업 업황 BSI는 1년 전인 지난해 7월 100을 찍은 후 줄곧 100을 밑돌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급락세다. 이번달 제조업 업황BSI는 전달(82)보다 11포인트 주저앉았다. BSI가 두 자릿수 감소한 것은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11월(-13)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기업들은 지난달 한은이 실시한 경기체감조사에서 이번 달 업황 BSI를 81로 전망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되고 내수경기마저 안 풀리면서 실제 체감경기는 예상보다 더 위축됐다.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체감경기가 상대적으로 나빴다. 제조업 가운데 대기업의 업황BSI는 지난달보다 18포인트 떨어진 70으로 나타났다. 2009년 3월(5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중소기업의 업황BSI는 8포인트 떨어진 72를 기록했다. 수출기업의 업황BSI는 74로 전달 대비 14포인트 낮았고 내수기업의 업황BSI는 10포인트 하락한 70으로 나타났다. 제조기업들의 체감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이유는 글로벌 경기 둔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조사 대상 기업의 23.1%가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22.3%가 내수부진을 경영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를 포함해 민간의 경제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경제심리지수(ESI)도 크게 나빠졌다. 이번 달 ESI는 전달보다 4포인트 떨어진 92를 기록했다. 2009년 4월(90) 이후 최저치다. ESI가 100 아래이면 민간의 체감경기가 2003~2011년 평균치만 못하다는 뜻이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리볼빙 2조원 ‘부실’ 가계부채 뇌관 되나

    리볼빙 2조원 ‘부실’ 가계부채 뇌관 되나

    ‘카드 대금 돌려막기’에 주로 이용되는 리볼빙 금액 6조여원 가운데 약 2조원이 부실화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리볼빙 금리도 연 30%에 육박하고 있어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까지는 돌려막기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경기가 더 나빠질 경우 동시다발적으로 연체가 터질 위험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자단체는 리볼빙 금리 실태 조사에 나섰다. 29일 여신금융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전체 카드사의 리볼빙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6조 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 등 6개 전업 카드사의 리볼빙 금액은 4조 3000억원이다. 리볼빙이란 카드대금 가운데 일정 비율(20~30%)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대출 형태로 자동 전환되는 서비스를 말한다. 금융위원회가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개 전업카드사의 리볼빙 잔액 가운데 이미 한도를 80% 이상 소진한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1조 4189억원이다. 감사원 측은 “리볼빙은 상품 특성상 고객이 이용한도를 모두 소진하기 전까지는 연체가 없는 정상 자산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개념 자체가 돌려막기인 데다 경기 상황이 악화되면 한도가 목에 찬 리볼빙의 경우 일시에 부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6개 전업 카드사의 ‘위험 수위’ 리볼빙만 1조 4000억원이 넘는 만큼 전체 카드사로 확대하면 약 2조원어치가 부실 위험이 높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저신용자의 리볼빙 이용이 급증하는 것도 이 같은 불안감을 부채질한다. 6개 전업 카드사의 리볼빙 금액 가운데 7등급 이하 저신용자 이용 금액은 2조 2062억원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말(1조 3907억원)보다 8.6%나 늘었다. 비중으로 따져도 2008년 42.4%에서 2011년 말 51%로 절반을 넘어섰다. 리볼빙 금리도 ‘살인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연 26~30% 금리 고객 비중이 전체 리볼빙 이용자의 58.6%였다. 국민카드도 이 비중이 51.4%나 됐다. 현대카드는 43.1%, 롯데카드 31.9%, 하나SK카드 23.3%, 신한카드 7.8% 순이었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은 “카드사들이 전체 리볼빙 고객의 절반 이상에게 30%에 육박하는 고금리를 적용한다는 것은 대부업체나 다름없는 이자놀이를 한다는 의미”라면서 “이자율이 적정한지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소시모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카드사에 적정 수준으로 이자율을 낮추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자율이 너무 높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최근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리볼빙의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겉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속을 뜯어 보면 할부나 현금 서비스보다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따라 신규 리볼빙 취급을 중단한 카드사도 있다. 삼성카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규 리볼빙을 중단하고, 기존 리볼빙만 유지하고 있다. 삼성카드 측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규 리볼빙을 중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인천경제자유구역 상반기 투자 유치 1등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올 상반기 5억 686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해(직접투자액 기준) 2003년 개청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런 실적은 상반기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의 총 투자실적(6억 9100만 달러)의 82%를 차지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올 상반기 투자유치 규모는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인 5억 5360만 달러를 넘어섰다. 2010년 5억 470만 달러의 투자유치 실적을 낸 이후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올해 말까지 8억여 달러의 투자유치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관계자는 “미국의 금융위기, 유럽의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는 상황에서 삼성, 현대, 롯데, 신세계, 하나금융 등 국내 대기업과 외국 투자기업들의 인천경제자유구역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경쟁력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경제의 정치쟁점화, 경제에 도움 안돼”

    “경제의 정치쟁점화, 경제에 도움 안돼”

    “최근 선거를 앞두고 경제가 정치화되고 있고, 이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주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순환출자 금지 등 경제민주화 관련 논의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기업 정책은 글로벌 스탠더드 생각해야” 정갑영(61) 연세대 총장은 26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리 해비치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 제주 하계포럼의 기조 강연에 앞서 “(경제민주화 정책이) 일시적인 포퓰리즘이나 국민 정서에 의해 과다하게 나가면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이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1986년부터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정 총장은 ‘카론의 동전 한 닢’, ‘열보다 더 큰 아홉’ 등 베스트셀러를 저술한 국내의 대표적인 대중적 경제학자로 손꼽힌다. 지난 2월부터 총장직을 맡고 있다. 정 총장은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 “대기업이 불공정 거래를 하거나 법을 위반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대기업들은 해외에서 다른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정책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이나 복지를 (과도하게) 강조하면 시장논리와 반대로 갈 때가 많고,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에 어려움이 생겨 남부 유럽과 같은 재정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 기반 더 확충해야 불황 극복”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장 기반 확충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당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를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면서 “정치권은 물론 정부와 사회 모두가 장기적인 성장 기반 확충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지난 금융위기 때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장기적 성장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교육 부문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면서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은 효과가 있겠지만 세계 경제구조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귀포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하반기 비우량기업 자금난·줄도산 우려

    하반기 비우량기업 자금난·줄도산 우려

    비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가 올해 하반기에 대거 몰려 기업 자금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25일 올 하반기 ‘BBB+’ 이하 등급 회사채 만기 물량이 상반기보다 75.6%나 늘어난 1조 795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BBB+’ 이하 등급 회사채는 주로 부실 대기업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발행한다. 만기를 맞은 회사채의 차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업들은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올 하반기에 만기를 맞는 비우량 회사채는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못한 기업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금 확보를 위해 발행한 물량으로 추정된다. 올해 하반기에는 비우량 회사채는 발행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경기 둔화에 따라 시중 자금은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상반기에 건설, 해운, 조선 업종을 중심으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함에 따라 회사채 발행 환경은 더 악화됐다.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실적이 올해 상반기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은행권 대출 여건도 악화된 데다 회사채 발행마저 여의치 않으면 기업의 자금줄이 모두 마르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에 모두 28개의 기업이 상장 폐지됐으며, 최근 2년간 상장폐지 직전에 회사채 등으로 소액 공모를 하는 기업의 비율이 53.2%였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47개 상장폐지 기업 분석 결과 상장폐지 직전에 10억원 이하 규모로 증권 또는 채권을 소액공모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53.2%였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측은 “상장폐지되는 기업은 경영권과 목적사업 변경이 잦고 자기자본을 다른 법인에 출자해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사설] 오만한 은행권에 금융소비자는 분노한다

    은행들의 탐욕과 오만으로 힘없는 금융소비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봤던 게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그제 발표한 ‘금융 권역별 감독실태’에 따르면 은행들은 2008년 10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가산금리라는 명목으로 20조원이 넘는 이익을 챙겼다고 한다. 이러한 이익 추정에 대해 은행들은 동의하지 않지만 은행들이 소비자들을 봉으로 생각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은행은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5.25%(2008년 8월)에서 3.25%(2011년 6월)까지 인하했으나,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았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대출금리가 떨어지면, 이자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신규 연장 대출 때 가산금리를 신설하거나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돈이 필요한 기업과 고객의 약점을 악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신한은행은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학력 차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적이다. 신한은행은 2008~2011년 개인 신용대출금리를 매길 때 대출자의 학력에 따라 차등을 뒀다. 고졸 이하 대출자에게는 13점을, 석·박사 출신에게는 54점을 줬다. 이러한 신용평점은 대출 승인 여부와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쳤다. 이 기간 신한은행이 개인 신용대출을 거절한 4만 4368명 중 1만 4138명은 학력 탓에 돈을 빌리지 못했다고 한다. 못 배운 것도 서러운데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에도 차별을 받은 것이다. 신한은행은 상고 출신으로 신화를 창조했던 라응찬 전 회장이 키운 곳이기에 더욱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신한은행의 어이없는 학력 차별 때문에 대출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이자도 더 냈던 고객들의 아픔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신한은행 내 고졸 출신 사원들의 자괴감은 얼마나 컸겠는가. 금융당국이 신한은행의 학력차별을 사실상 용인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는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모두 소비자 보호에는 나몰라라 했으니 소비자들은 누구를 믿고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 금융당국과 은행은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하루 속히 내놓기 바란다.
  • 中企 은행·회사채·증시서 자금조달 막혀

    중소기업의 자금줄이 말라 붙었다. 은행들은 돈이 별로 필요 없는 우량 중소기업에만 대출해 주려고 혈안이 돼 있고, 넘치는 시중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상품 아니면 국채 등 안전자산에만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회사채, 주식 등 어느 창구 하나 자금 조달하기가 여의치 않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국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58조 6000억원이다. 지난해 말보다 겨우 3조 8000억원(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기업 대출은 23조 9000억원(4%) 증가했다. 증가액의 대부분이 대기업(20조 1000억원)으로 간 것이다. 금융위원회 측은 “올해 초부터 적용된 대출 재분류 기준에 따라 지난해까지 중소기업이었던 일부 기업이 대기업으로 분류되면서 중기 대출 증가율이 급격히 낮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에서도 중기는 ‘찬밥’ 신세다. 3년물 기준으로 신용등급이 ‘BBB-’인 회사채 금리는 올 상반기 평균 9.87%로 ‘AA-’ 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4.16%)의 2배를 넘었다. ‘BBB-’는 주로 중소기업이 발행하는 등급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9.89%)과 비슷한 수준이다. ‘BBB-’ 회사채 금리가 계속 높은 까닭은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풍조로 이들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중소기업 자금난이 부각되면서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심화됐다.”고 전했다.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코스닥 상장사들의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규모는 1015억원으로 작년 상반기(7901억원)보다 87.2% 급감했다. 자금줄이 막히면서 한계상황으로 몰리는 중소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제목 바꿔 대박 난 소설들

    제목 바꿔 대박 난 소설들

    출판계의 불황 속에서 2010년 4월 출간된 장편소설 ‘은교’가 7월 현재 20만부 이상 팔렸다. 출간 후 2년 동안 5만권 정도 팔렸던 소설 은교는 지난 4월 말 영화 ‘은교’가 개봉되자 약 석 달 만에 15만부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순수한 10대 소녀 은교와 70대 시인 이적요의 사랑이란 설정은 독자들에게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출판계에서는 은교의 성공 이면에는 제목이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10대인 소설 여주인공의 이름을 딴 은교는 신비하고, 발랄하며, 순수한 어떤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은교가 다른 제목이었다면 독자의 주목을 덜 받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박범신 개인 블로그 ‘박범신 촐라체’에 연재됐을 당시의 제목은 ‘살인 당나귀’였다. 박범신은 “단행본으로 묶을 당시 문학동네의 편집자였던 시인 김민정으로부터 소설 전체 이미지와 살인 당나귀라는 제목이 조화가 안 된다고 은교로 개명하자는 권유를 받았다.”면서 “일반적으로 소설의 반응이 좋으면 ‘제목이 좋았다’는 평가가 뒤늦게 나오지만, 제목이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말에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제목보다는 오히려 영화의 덕을 봤다.”면서 “문화적 지형이 변해서 1970~80년대 최인호 등과 함께 소설가가 관객을 극장으로 인도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어 씁쓸하다.”고 했다. 박범신은 제목의 힘을 과소평가하지만, 제목의 힘을 무시하긴 어렵다. 작가 자신도, 출판사도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굿바이 동물원’으로 데뷔한 강태식 작가는 “작가들이 집필할 동안 가제를 사용하는데, 실제 출판 단계에서 이를 변경하려면 엄청난 설득이 필요하다.”면서 “좋은 소설도 제목 때문에 묻히는 때가 있다.”고 말했다. 가제와 한번 비교해 보자. 2003년 등단해 우리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 소설가 천명관의 ‘고래’. 고래가 2004년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았을 때의 제목은 ‘붉게 구은 슬픔’이었다. 거대한 꿈을 향해 돌진하는 존재를 상상하게 하는 고래 대신 원제목으로 출판됐다면 그래도 호평을 받았을까 싶다. 서른셋을 앞둔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구조조정 바람에 이어 인수설이 도는 회사마저 그만두는 연수를 주인공으로 앞세운 서유미 작가의 2008년 장편소설 ‘쿨하게 한 걸음’(창비 펴냄)의 가제는 ‘문제적 인간들’이었다. 가제는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곤란을 겪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같아서 읽기도 전에 김이 빠지는 기분이다. ‘2011년 최고의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은 정유정의 ‘7년의 밤’(은행나무 펴냄)의 가제는 ‘해피 버스데이’였다. 2001년에 출간돼 100만명(2007년 12월 현재) 이상의 독자를 매혹시킨 충무공 이순신의 인간적 고뇌를 그린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의 가제는 ‘광화문 그 사내’였다고 문학평론가 이명원은 밝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장단기 금리역전 지속… 한은 “묘안 없다”만 되풀이

    장단기 금리역전 지속… 한은 “묘안 없다”만 되풀이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하루짜리 자금에 적용되는 기준금리보다 더 낮은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음에도 역전 현상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장기화되면 자금 흐름이 왜곡돼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한은은 “곤혹스럽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기준금리 전격 인하에도 역전폭 더 확대 23일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6% 포인트나 떨어진 연 2.82%를 기록, 기준금리(3.00%)를 크게 밑돌았다. 5년물 국고채 금리(2.91%)도 기준금리보다 훨씬 낮다. 이날 콜(금융기관 간 초단기 거래자금) 금리는 기준금리와 같은 3.00%였다. 통상 채권은 만기가 길면 그 안에 무슨 일(리스크)이 생길지 몰라 금리가 높게 형성된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값이 싸다는 의미다.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 금리보다 높은 이유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같은 ‘상식’이 깨진 것이다. ●왜 그럴까?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긴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 그해 10월 24일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던 역전 현상은 올 7월 6일 3년 9개월 만에 재연됐다. 한은 측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 오래갈 수 없다.”면서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시장 자체적으로 조정이 일어나면서 해소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12일 김중수 한은 총재가 “통화당국으로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매우 곤혹스럽다.”고 시인하면서까지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역전 폭은 오히려 0.18% 포인트로 더 커졌다. ●손 놓고 있는 한은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창배 국민은행 채권팀장 등 시장 참가자들이 꼽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안전자산 선호 심리다. 유럽발 재정 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시중자금이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쏠리고 있다. 둘째, 금리 차익까지 노린 해외자본 유입이다. 상대적으로 고금리에 비교적 안전한 한국 국채에 계속 돈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한국물 채권을 사들이는 것도 이와 연결된다. 셋째,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다. 김 총재는 아직 정책 기조를 바꾼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지만 시장은 이미 기조 자체가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넷째, 시장의 과도한 베팅(오버슈팅)이다. 이런 현상이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호주만 하더라도 10년물 국고채 금리(2.93%)가 기준금리(3.50%)보다 0.57% 포인트나 낮다. 그렇더라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김 총재의 말대로 “장기로 자금을 조달해 단기로 운용하는” 왜곡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당장 장기로 돈을 굴리는 보험사들은 수익률 저하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업들도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한은은 “모니터링 강화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실 부실장은 “돈은 넘치는데 갈 데가 없다 보니 국채에 돈이 쏠리는 것인데 한편으로는 MMF(머니마켓펀드) 등 단기상품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며 “모든 게 뒤죽박죽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실장은 “이런 현상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면서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가 별로 없긴 하지만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바꿔 놓으려면 확실한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04년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역전 현상이 벌어졌을 때, 박승 당시 한은 총재가 “철없는 시장은 혼나 봐야 한다.”고 폭탄 발언을 던져 시장을 초토화시켰던 전례가 있다. 총재의 발언이 너무 과격하긴 했지만 이보다 더 확실할 수 없는 경고에 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금리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한 금통위원은 “그나마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시장금리가 올라가는) 역방향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면서 “단기물(통안채)은 한은이, 장기물(국채)은 기획재정부에서 각각 발행하다 보니 (한은의) 시장 대처 능력이 제한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대학교수, 밥값 안내려는 판사에 열받아 결국…

    대학교수, 밥값 안내려는 판사에 열받아 결국…

    “모르는 사람에게 법은 건조하다. 아무것도 아니다. 같은 법 밑에 살지만, 같은 혜택을 보는 게 아니다. 아는 사람만을 위한 법, 그게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거침없다. 마구 지른다. 이렇게 패대기쳐도 괜찮을까. 판·검사를 난도질해도 후환은 없을까. 대한민국 사법제도 개혁, 정말 가능하다고 믿는 건지. ●“사법부의 숨겨진 빙산 91.7% 깨부수자” ‘서초동 0.917’(책과함께 펴냄)은 김희균·노명선·오경식·정승환 등 법학전문대학원·법학부 교수 4명이 서초동으로 상징되는 법조계를 겨냥해 쓴 책이다. 부제 ‘빙산을 부수다, 사법개혁’이 의미하듯 최종 목적지는 사법개혁이다. 책을 대표집필한 김희균(46)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의 사법·교육·정치제도 아래에 빙산이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사법에 전관예우의 잘못이 있으면 정치, 교육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50년 이상 개혁을 얘기하고 있는데 안 되는 이유는 그 근저에 잘못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빙산의 아래에 감춰진 0.917을 깨부수자고 책을 기획했습니다.” 심층인터뷰와 세미나를 거쳤다고 한다. 취재도, 토론도 격렬히 한 냄새가 풀풀 풍긴다. 적절한 비유, 콕 집는 사례가 많다. 사법제도를 지탱하는 4개의 기둥인 법원과 검찰, 경찰, 변호사에 대한 고발이자, 훈계이자, 개혁을 위한 제안이다. 이런 식이다. 판사 항목의 2부에 나오는 한 대목. 밥이나 술자리의 자리배열이 엄격한 법조계에서 “판사가 무조건 상석이다. 그다음 검사, 그다음 교수, 그다음 변호사, 그다음 회사원인데(중략) 가끔 방송국PD라든가 시를 쓴다든가 하는 얘들만 분위기 파악 못하고 상석에 앉았다가 나중에 말석으로 슬슬 내려온다”, “그런데 몇몇 상석은 자리를 파할 때 비상식적인 결론을 유도해서 문제다. ‘참 오늘 돈은 누가 내지?’ 자기가 제일 많이 떠들어 놓고, 밥값은 다른 사람이 낼 때 이 점에서부터 무언가 비리가 시작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3부의 검사 항목에서도 가차 없다. “자칫 정치적 파장이 생길 만한 사건이 닥쳐오면 사건 자체를 보기보다 사건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먼저 생각한다. 정치인 사건이 배당되면 1년도 더 남은 총선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고, 기업인 관련 사건이 배당되면 세계 금융위기로 침체된 국내 경제를 걱정한다. 이게 바로 검사들 생각이다. 하지만 국민은 생각이 전혀 다르다. 그냥 ‘법대로 처리하세요!’” ●법원·검·경·변호사 향한 고발 및 훈계 김 교수는 오해는 하지 말라고 한다. 특정 기관을 꼬집을 의도로 쓴 건 아니라고. “사법제도 전반이 잘못 굴러가고 있고 각자가 자기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차원입니다. 대검이 해서는 안 될 수사를 하고 있으니, 법원행정처가 무소불위가 되고 있으니, 자기 위치에 서서 돌아보면 좋겠다. 바깥에서 이렇게 보고 있으니, 안에 있는 분들이 한번 생각해 보시라는 뜻입니다.” 12월의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출판인 만큼 타깃이 정치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아니라고 했다. “가장 읽어 주면 하는 게 갓 법조에 들어간 젊은 판·검사이고 두 번째가 법학도들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일반 시민들이고요. 정치권을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닙니다.” 4명의 원고를 김희균 교수가 전체 톤의 일관성을 고려해 ‘가볍고 재밌게’ 다시 썼다고 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기 전부터 “고시공부가 싫어 딴짓을 많이 했던” 그는 극단, 출판사 근무에 파리8대학(불문학 학사, 석사, 박사),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로스쿨(법학박사)까지 다양한 경험을 누렸다. 글솜씨도 웬만한 논객 뺨친다.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 경제민주화가 대선의 초점이 될 것 같지만 사법개혁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야 한다.”는 그는 “재량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법으로만 해결하는 법치주의를 실천하겠다는 대선 후보가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인터뷰를 맺었다. 글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거시경제금융회의 정례화… 글로벌위기 적극 대응”

    “거시경제금융회의 정례화… 글로벌위기 적극 대응”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정부의 대응 수위가 높아졌다. 정부는 20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첫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신 차관은 “앞으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매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열어 실물경제·금융·외환 분야 건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정위기로 번지면서 위기가 상시화·장기화되는 상황으로 볼 때 유관기관들의 보다 체계적인 협의체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거시 건전성 모니터링 과정에서 유관기관 간의 정보 공유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보 공유 업무협약(MOU)도 개선하기로 했다. 정부는 그동안 중요 사안이 발생할 경우 수시로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관련 상황에 대한 유관기관 간 인식을 공유해 왔다. 그러나 위기가 상시·장기화되는 상황에서는 보다 유기적인 거시 건전성 점검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정기적으로 열기로 했다. 신 차관은 “거시 건전성 정책은 재정, 통화, 금융 등 다른 경제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서로 인식과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는 예전처럼 수시로 열린다. 재정부는 조기경보시스템도 주요 거시경제 위험요인 중심으로 개편, 질(質)적 평가를 중시하는 정성적 평가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는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박원식 한국은행 부총재, 최수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동연 재정부 2차관도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재정관리점검회의를 열고 하반기 경기보완을 위해 재정사업의 이월·불용 최소화를 주문했다. 6월 말 현재 재정사업 집행률이 60.9%로 목표(60.0%)를 초과 달성했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차관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재정투자보강 8조 5000억원 중 이월·불용 최소화 대책이 4조 5000억원을 차지하고 있어 하반기 경기보완의 관건이 이 대책의 성공적 추진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 이월·불용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간추려 앞으로 집행실적을 특별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부처 합동 현장점검을 통해 사업 집행을 막는 요인을 발굴, 해소해 나갈 방침이다. 이월·불용 최소화를 이유로 발생할 수 있는 방만한 예산집행 사례를 막기 위해 질적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서초동 0.917’ 대표집필자 김희균

    [저자와 차 한 잔] ‘서초동 0.917’ 대표집필자 김희균

    “모르는 사람에게 법은 건조하다. 아무것도 아니다. 같은 법 밑에 살지만, 같은 혜택을 보는 게 아니다. 아는 사람만을 위한 법, 그게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거침없다. 마구 지른다. 이렇게 패대기쳐도 괜찮을까. 판·검사를 난도질해도 후환은 없을까. 대한민국 사법제도 개혁, 정말 가능하다고 믿는 건지. ●“사법부의 숨겨진 빙산 91.7% 깨부수자” ‘서초동 0.917’(책과함께 펴냄)은 김희균·노명선·오경식·정승환 등 법학전문대학원·법학부 교수 4명이 서초동으로 상징되는 법조계를 겨냥해 쓴 책이다. 부제 ‘빙산을 부수다, 사법개혁’이 의미하듯 최종 목적지는 사법개혁이다. 책을 대표집필한 김희균(46)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의 사법·교육·정치제도 아래에 빙산이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사법에 전관예우의 잘못이 있으면 정치, 교육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50년 이상 개혁을 얘기하고 있는데 안 되는 이유는 그 근저에 잘못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빙산의 아래에 감춰진 0.917을 깨부수자고 책을 기획했습니다.” 심층인터뷰와 세미나를 거쳤다고 한다. 취재도, 토론도 격렬히 한 냄새가 풀풀 풍긴다. 적절한 비유, 콕 집는 사례가 많다. 사법제도를 지탱하는 4개의 기둥인 법원과 검찰, 경찰, 변호사에 대한 고발이자, 훈계이자, 개혁을 위한 제안이다. 이런 식이다. 판사 항목의 2부에 나오는 한 대목. 밥이나 술자리의 자리배열이 엄격한 법조계에서 “판사가 무조건 상석이다. 그다음 검사, 그다음 교수, 그다음 변호사, 그다음 회사원인데(중략) 가끔 방송국PD라든가 시를 쓴다든가 하는 얘들만 분위기 파악 못하고 상석에 앉았다가 나중에 말석으로 슬슬 내려온다”, “그런데 몇몇 상석은 자리를 파할 때 비상식적인 결론을 유도해서 문제다. ‘참 오늘 돈은 누가 내지?’ 자기가 제일 많이 떠들어 놓고, 밥값은 다른 사람이 낼 때 이 점에서부터 무언가 비리가 시작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3부의 검사 항목에서도 가차 없다. “자칫 정치적 파장이 생길 만한 사건이 닥쳐오면 사건 자체를 보기보다 사건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먼저 생각한다. 정치인 사건이 배당되면 1년도 더 남은 총선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고, 기업인 관련 사건이 배당되면 세계 금융위기로 침체된 국내 경제를 걱정한다. 이게 바로 검사들 생각이다. 하지만 국민은 생각이 전혀 다르다. 그냥 ‘법대로 처리하세요!’” ●법원·검·경·변호사 향한 고발 및 훈계 김 교수는 오해는 하지 말라고 한다. 특정 기관을 꼬집을 의도로 쓴 건 아니라고. “사법제도 전반이 잘못 굴러가고 있고 각자가 자기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차원입니다. 대검이 해서는 안 될 수사를 하고 있으니, 법원행정처가 무소불위가 되고 있으니, 자기 위치에 서서 돌아보면 좋겠다. 바깥에서 이렇게 보고 있으니, 안에 있는 분들이 한번 생각해 보시라는 뜻입니다.” 12월의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출판인 만큼 타깃이 정치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아니라고 했다. “가장 읽어 주면 하는 게 갓 법조에 들어간 젊은 판·검사이고 두 번째가 법학도들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일반 시민들이고요. 정치권을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닙니다.” 4명의 원고를 김희균 교수가 전체 톤의 일관성을 고려해 ‘가볍고 재밌게’ 다시 썼다고 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기 전부터 “고시공부가 싫어 딴짓을 많이 했던” 그는 극단, 출판사 근무에 파리8대학(불문학 학사, 석사, 박사),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로스쿨(법학박사)까지 다양한 경험을 누렸다. 글솜씨도 웬만한 논객 뺨친다.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 경제민주화가 대선의 초점이 될 것 같지만 사법개혁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야 한다.”는 그는 “재량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법으로만 해결하는 법치주의를 실천하겠다는 대선 후보가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인터뷰를 맺었다. 글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우리금융 고강도 긴축경영 돌입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CD 금리 연동 대출이 가장 많은 우리금융이 고강도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경기 둔화, 금리 담합 조사, 수익성 악화 등 안팎 악재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다른 금융사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우리금융그룹은 20일 대규모 투자 유보, 불요불급한 지출 억제,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 ‘슬림(Slim) 경영’을 선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우리금융 측은 “이달 초 전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한 그룹경영협의회에서 이 같은 비상체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면서 계열사별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올 1분기에 6686억원의 순익을 거뒀으나 2분기에는 4000억원대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사들도 마찬가지다. 기업정보 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우리·신한·하나 4대 금융지주의 2분기 예상 순이익은 1조 9000억원선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 6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상반기 은행권 대출 연체율(1.09%)도 3년 만에 1%를 넘어섰다. 우리금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임직원 급여를 20% 반납하는 등 금융권에서 맨먼저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해 5000억원의 비용 절감을 이뤄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지만 흔들림 없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달라.”고 임직원에게 주문했다. 최근의 CD 금리 조작 의혹 파문도 다분히 의식한 당부로 풀이된다. 공정위 조사와 관련해 CD 금리가 지금(19일 기준 3.22%)보다 0.1% 포인트 하락하면 8개 은행의 이자 이익이 연간 2240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공정위의 과징금과 소비자 집단소송은 담합이 사실로 확인됐을 때의 얘기이지만 당장 CD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 수입 감소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은행별로는 CD 연동 대출 비중이 43%로 가장 높은 우리금융의 감소분이 740억원으로 가장 많게 나타났다. 그 뒤는 하나금융(500억원), 신한지주(490억원), KB금융(450억원) 순서다. 기업은행은 CD 연동이 3%밖에 안 돼 감소분이 49억원에 그칠 것으로 구 연구원은 추정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사설] 유럽발 디플레이션 공포 대비책 시급하다

    유럽발(發) 재정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유럽연합(EU)은 물론, 미국·중국·브라질·러시아 등 글로벌 주요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중국·미국 등이 기준 금리 인하, 양적 완화 검토 등에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어제 “세계 거의 모든 지역이 유로존 위기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연장선상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유럽 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다른 나라보다 깊고 크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얼마 전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세계 경기회복 둔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강하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외국계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대외 경기가 악화되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내려앉을 수 있다.”는 암울한 진단을 내놓았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허창수 GS 회장은 “금융과 실물, 선진 경제권과 신흥 경제권이 이렇게 동시에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올 상반기 상장법인들의 신규시설 투자액이 전년 대비 71%나 급감하고 기업들이 불황에 대비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주택값 하락 등 자산가치 하락과 글로벌 경기 하강이 맞물려 디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의 아픔을 경험한 일본의 복합 장기불황을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성장률 하락과 수출 동력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도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어제 가계부채와 관련한 대통령 보고에서 “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자산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면 큰 혼란에 빠진다.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하면서 위기를 슬기롭게 넘겼듯이 이번에도 그런 자세로 임해야 한다. 대외 악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균형재정의 덫에 걸려 경기부양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경제성장률이 3%대 밑으로 내려가면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검토해야 한다. 21일 대통령 주재로 범부처 긴급경제대책회의가 열린다고 하니 끝장토론을 벌여서라도 특단의 대비책을 확실히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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