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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시대] 위기에 처한 런던 금융가/강승중 한국수출입은행 런던법인장

    [글로벌 시대] 위기에 처한 런던 금융가/강승중 한국수출입은행 런던법인장

    영국인들에게 올해는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행사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축제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런던시내 금융 중심지인 시티(City)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올해는 ‘재앙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연초부터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주요 은행 경영진에 대한 고액 보너스 지급을 둘러싸고 언론, 의회, 정부 등 사방에서 거센 비난이 제기돼 결국 RBS의 은행장이 보너스 포기를 선언했다. 이 와중에 과거 부실발생에 책임이 있는 전직 은행장이 기사 작위를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4월에는 미국계 JP 모건은행의 런던 소재 재무팀이 파생상품 거래를 잘못해 60억 달러의 손실을 끼친 것이 드러났다. 6월 말에는 바클레이스 은행이 과거에 리보금리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2억 9000만 달러의 벌금을 물고 결국 은행장이 물러나야 했다. 곧 이어 HSBC 은행이 멕시코에서 마약자금을 불법 돈세탁한 사실이 밝혀졌고,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불법적으로 대이란 금융거래를 한 혐의가 드러나 3억 4000만 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여름 내내 런던의 금융가는 또 무슨 일이 터질지 조마조마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은행들의 도산과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하드웨어적 위기라면, 최근의 금융스캔들은 직업윤리의 상실과 내부통제장치의 결함을 드러낸 소프트웨어적 위기이다. 은행의 근간인 고객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위기라 할 수 있다. 리보금리 조작사건과 돈세탁 사건을 놓고 세계 금융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영국의 힘겨루기라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실제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뉴욕시 금융감독당국의 혐의 사실 발표에 거세게 반발했고 일부 영국 언론과 정치권에서 이에 동조하였으나, 결국 거액의 벌금을 납부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불법거래 혐의를 스스로 인정했다. 영국계 은행들의 과거 음습한 영업행태가 노출되면서 미국 선물거래위원장은 ‘영국의 금융감독이 구멍났다.’고 비판했고, 한 미국 하원의원은 ‘금융계 모든 재앙이 런던에서 일어나고 있다.’고까지 표현하였다. 영국은 금융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1980년대 후반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개혁조치를 단행하였다. 또한 금융회사의 자율적 규제를 존중하고 상대적으로 느슨한 감독정책을 취함으로써 많은 금융회사를 불러들이고 시장 규모를 키웠다. 그 결과 영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에 비해 훨씬 작음에도 불구하고, 런던이 규제가 심한 뉴욕을 제치고 금융중심지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영국 금융감독당국이 불법거래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실제로는 영국 정부도 2008년 금융위기를 거울 삼아 감독체계를 개편하고 각종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이러한 규제강화 조치에 반발하여 런던을 떠날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회사 경영진들은 당국자들이 여론을 의식하여 은행장으로 하여금 이미 결정된 보너스를 포기하게끔 종용하고, 문제가 터진 은행의 최고 경영진 사퇴를 직접 나서서 강요하는 정치적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마치 고무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듯 금융회사들은 런던 금융시장의 강화된 규제를 피하여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으며, 이 경우 영국의 금융산업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염려에 대해 한 영국 금융감독 당국자는 ‘진정한 금융경쟁력은 규정을 준수하는 데서 나온다.’고 강조하였는데, 이는 일시적 시장 쇠퇴를 각오하고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여겨진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혼미한 모습을 보이고 금융업계는 탈규제와 재규제의 엇갈린 흐름 속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 금융감독 당국의 조치가 런던 금융시장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금융 중심지를 꿈 꾸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 [CEO 칼럼] 유럽발 재정위기를 보면서/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CEO 칼럼] 유럽발 재정위기를 보면서/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최근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재정 위기로 세계 경기가 침체의 늪으로 빠졌다. 유로존 위기가 자칫 해결 불가능한 수준의 ‘제2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마저 감돈다. 유럽 재정위기를 초래한 주범은 과잉 복지와 공직 부패다. 그리스는 좌파 정권이 오래 집권하면서 공무원 수가 민간 회사원 수보다 월등히 많다. 정부가 실업률을 낮추려고 5년간 공무원 7만 5000명을 뽑았다. 공무원이 노동인구 네 명 중 한 명꼴이라 한다. 한번 뽑은 공무원에게서 ‘철밥통’을 빼앗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스는 85만명 공무원에게 주는 월급만 국내총생산(GDP)의 53%를 차지한다. 지각 출근자가 많아 제 시간에 출근하면 ‘정시 출근 수당’도 준다. 휴일에도 휴가비를 지급하고 과다한 연금을 주느라 국가재정이 새나갔다. 그런데도 공직 부패가 심해 해마다 탈세액이 60억 유로나 된다고 한다. 결국 그리스 정부는 공무원 4만 5000명을 퇴출시키고 기본 연금을 제외한 추가 연금의 감축과 공기업 직원들의 임금 30~35% 감축 및 각종 휴가비의 단계적 폐지 등 재정 감축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유럽은행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유로존 잔류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다. 과도한 복지지출과 무리한 공공사업 추진으로 지방공기업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스페인도 재정적자가 GDP의 8.5%에 달하고 실업률은 24%까지 급등했다. 파산 위기에 처한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은행에 손을 벌린 상태다. 이탈리아도 국가부채가 GDP의 123%, 청년실업이 30% 이상 된다. 탈세 규모가 경제의 30% 이상이다. 세금만 제대로 받아도 구제금융을 피할 수 있을 정도다. IMF 외환위기 때의 기억이 생생한 우리나라도 이들 유럽국가와 다를 바 없다. 지자체의 사회복지지출액은 스페인보다 높고, 지방공기업의 부채도 거의 2배 수준이다. 공무원 봉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지자체도 나왔다. 하지만 중앙·지방정부, 공기업 할 것 없이 청사에 어마어마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1995년 이후 지난 4월까지 65개 기관이 청사를 신축했고, 12개 기관은 청사를 짓고 있다. 신축 65개 기관 중 51개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이다. 23개 기관이 옛 청사보다 2배 이상, 일부는 8배까지나 넓게 지었다. 심지어 인구가 늘지 않는데도 2016년의 청사 근무 인원을 현재 인원의 2배 증가를 예상해 설계에 반영한 곳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공기관 노조 가운데 방만경영을 타파하고 혁신하려는 기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정치권은 이를 고치기는커녕 12월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공약만 쏟아내고 있다. 이런 공약을 실행하다 보면 부채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도 세금과 부채를 끌어다 쓰고 있다. 2014년까지 지방으로 옮기는 147개 공공기관 중 새 사옥을 짓는 곳은 121개다. 460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갚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할 처지지만 수천억원을 들여 호화판 사옥을 짓고 있다. 자의적인 회계 처리로 원가를 부풀리고 공공요금 인상 억제에 사용해야 할 이익을 고액 연봉이나 복리후생비 등 자기들 배 불리는 데 쓰고는 원가 회수율이 낮다며 해마다 요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공기업도 있다니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 언젠가 공공부채로 인한 우리나라발 재정 위기가 세계 경제를 위기로 내몰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70년대 좌파 노동당 정부의 실정으로 IMF 구제금융을 받았다가 영국병의 근원인 국영기업을 민영화하자고 외친 보수당 대처 총리가 압도적으로 당선되고 이를 실천해 다시 성장세를 회복했던 사례가 떠오른다. 우리도 경제 위기 우려를 씻어내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를 기대해 본다.
  • [커버스토리-소유의 종말] 새 아파트 찾는 ‘렌트 노마드’… 데이터 관리도 맡기는 기업

    [커버스토리-소유의 종말] 새 아파트 찾는 ‘렌트 노마드’… 데이터 관리도 맡기는 기업

    우리 시대의 젊은 세대는 더 많은 재화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기꺼이 소유를 포기하고 있다. 남의집살이 설움에 내집 마련을 위해 안 먹고 안 쓰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그들은 ‘새 아파트를 찾아 이사 다니며 쓸 것은 과감하게 쓰고 살겠다.’고 생각한다. 발빠른 기업들도 빌려주는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몸집을 가볍게 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최모(31)씨는 경기 안산의 1억 5000만원짜리 전셋집(102㎡)에서 살고 있다. 그는 내년에 새로 분양하는 인근 아파트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 물론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다. 최씨는 “전셋값이 자꾸 오르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갓 분양된 새 아파트의 좋은 시설을 누리면서 전세살이를 계속할 생각”이라면서 “살림도 일부러 단출하게 꾸려서 이사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왜 굳이 남의 집살이를 하느냐는 질문에 최씨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사려면 2억 7000만원이 든다.”면서 “어차피 똑같은 집에 사는데 굳이 사서 갚기도 벅찬 빚을 질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주택산업, 매매 아닌 임대 중심으로 재편될 것”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집을 사는 대신 빌려서 생활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은 1620건으로,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8월(8330건)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분양을 받는 데 적극적이던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실수요자들이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월세 거래량은 10만 2400건으로 전년보다 10.3% 늘었다. 서울과 수도권은 6만 8900건으로 10.7% 늘었다. 특히 젊은층의 주택수요가 줄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초 부동산114와 한국갤럽이 1524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인식조사를 한 결과 앞으로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을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30대는 21.8%에 불과했다. 또 1년 이내에 분양받을 계획이라고 응답한 30대 역시 2.6%에 지나지 않았다. 김은진 부동산114 과장은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주택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은 것이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20년 거주가 가능한 장기전세아파트(시프트)를 2007년부터 공급하고 있는 서울시는 당시 많은 문제를 낳던 부동산 거품을 줄이기 위해 ‘사는(buying) 집이 아니라 사는(living) 집’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해 주목받았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침체가 20~30대의 주택에 대한 태도 변화를 이끌어 냈지만 현재는 이런 트렌드의 변화가 주택시장에 다시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앞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확실한 신호가 보이지 않는 이상 집을 빌려서 사는 트렌드가 상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유의 종말’은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고정자산보다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번듯한 건물로 폼을 잡기보다 임대를 통해 실속을 차리고, 대신 곳간을 든든하게 채워 위기가 닥쳤을 때 살아남을 무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남익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벼운 기업이 위기에 강하고 또 경제상황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서 “제품은 물론 소비경향이 빠르게 바뀌는 시기에 기업이 소유를 포기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일종의 진화”라고 설명했다. ●‘스마트워킹센터’ 회원사 등록해 첨단 사무실 이용 KT는 기업들의 사무실 공간 임대 수요가 많아지면서 ‘올레 스마트워킹센터’를 확대하고 있다. KT는 경기 고양시 일산센터를 비롯해 평촌, 부천, 목동, 분당, 부산 등 전국 16개에 센터를 운영 중이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7개 센터에 불과했지만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올레 스마트워킹센터를 이용하는 기업은 20곳 정도이다. 스마트워킹센터는 콘도 회원이 되면 전국의 체인을 이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예를 들어 강남에 본사를 둔 기업이 스마트워킹 센터 회원사로 등록하면 경기 부천에 사는 직원은 굳이 강남 사무실까지 출근할 필요가 없다. 부천에 있는 스마트워킹센터에서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출퇴근에 소요되는 3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능률적이다. 사무실 공간뿐만 아니라 데이터 관리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통해 해결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업이 보유한 대량의 데이터를 회사가 보유한 서버가 아닌 가상공간에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서버, 대용량 저장장치, 전원 및 네트워크 설비 등을 갖추지 않고도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으로부터 임대해서 운영하면 인프라를 따로 구비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1851년부터 1980년까지의 1500만건에 달하는 신문 내용을 이미지로 저장하는 작업을 클라우드를 통해 하루 만에 끝냈다. 비용도 240달러밖에 들지 않았다. 자체 서버를 이용했다면 14년 동안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야만 가능했을 것으로 추산되는 대규모 작업이었다. 올해 우리나라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2009년 대비 221% 성장한 4조 2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관련 기업들 사이에서는 ‘파는 것에만 안주하면 망한다’는 위기의식이 퍼지고 있다. 이런 렌털 바람에는 온·오프라인이 없다. 이마트의 1~7월 렌털 건수는 1만 1000여건. 이마트 관계자는 “가전 렌털의 비중은 전체 가전 매출의 10% 남짓이지만 신혼부부, 연금을 받는 고령층의 경우 초기비용 부담이 적고 선택권이 넓은 렌털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가전제품 렌털, 전체 매출의 10% 넘어 GS홈쇼핑이 지난 5월 온라인 쇼핑몰 가운데 처음 렌털 전문숍을 열었고, 오픈마켓(개인과 소규모 판매업체 간 자유롭게 거래하는 온라인몰) 11번가도 BS렌털 등 두세 군데 렌털전문업체와 함께 렌털 사업에 진출했다. 독일산 유명 전기렌지도 렌털 시장에 등장했다. 한국렌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렌털 시장 규모는 2006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10조원으로 추산되고 업체 수만 2만 5000여개에 이른다. 김재문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물질이 풍요로워지면서 물건에 대한 애착은 줄고 ‘소유’에서 얻는 만족보다 ‘사용’에서 얻는 만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저성장 시대에 기업은 고객를 찾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약정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신제품을 통해 고객을 꾸준히 끌어갈 수 있는 렌털 사업은 성장성이 높고 기업에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홍혜정·김동현·강주리기자 moses@seoul.co.kr [용어 클릭] ●렌트 노마드(Rent Nomad) 새 아파트를 찾아 이사를 다니는 ‘2030세대’를 지칭하는 신조어. 주택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지면서 집에 거액을 투자하기보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 전세를 살면서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려고 한다. 이들은 앞으로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현재 굳이 집을 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 [커버스토리-소유의 종말] 리프킨 책서 시작된 ‘소유의 종말’

    [커버스토리-소유의 종말] 리프킨 책서 시작된 ‘소유의 종말’

    ‘소유의 종말’은 제러미 리프킨이 2000년에 쓴 책에서 시작된다. 원제는 ‘디 에이지 오브 억세스’(The Age of Access)로 접속의 시대로 번역할 수 있다. 리프킨은 월드와이드웹(www)으로 인터넷 사용이 전면화되고, 물리적 지구가 가상 공간에서 축소되자 산업혁명으로 찾아온 자본주의 즉,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3세기 동안 진행됐던 소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예단했다. 시장은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고, 소유는 접속으로 바뀌며, 교환가치는 공유가치로 변화하는 새로운 세기의 도래를 주창한 것이다. 물질적 소유가 필요 없게 된 세상에서 지식과 경험, 감정 등 창의력과 상상력이 더 많은 부를 창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리프킨의 이런 생각을 21세기적으로 재해석해 집대성한 것이 최근 펴낸 ‘제3의 혁명’(민음사 펴냄)이다. 소유의 종말은 유튜브로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열광하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생겨난 것은 음원을 공유하는 유튜브 때문이다. 돈 주고 CD나 DVD를 사지 않아도 음악과 영상을 즐길 수 있고, 예술가들은 돈과 부를 얻는 시스템이다.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가치가 줄지 않고,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를 수용한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가 재벌에 집중되고 있다. 소유의 종말 현상인 클라우드 사업으로 돈을 버는 것도 KT나 SKT와 같은 대기업이고, 렌털 사업의 주체도 웅진그룹이나 현대차, 대형 은행 등이다. 소유의 종말이 상업화되고 있다. 유럽과 달리 시민단체의 사회운동이 활발하지 않고, 소외계층을 위한 임대사업 등 대시민 봉사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개발되지 않는 이유 탓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은행의 10년 강산/전경하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은행의 10년 강산/전경하 경제부 차장

    조상제한서. 조흥(1897년)·상업(1899년)·제일(1929년)·한일(1932년)·서울(1959년) 은행 등을 설립 순서대로 불렀던 이름이다. 이 중 어느 것도 남아 있지 않다. 조흥은행은 2006년 신한은행에 흡수됐고,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한빛은행이 됐다가 2002년 우리은행으로 바뀌었다. 서울은행은 2002년 하나은행에 흡수됐고, 제일은행은 지난해 SC은행이 됐다. 사라진 은행들은 기업대출이 주요 업무였다. 외환위기로 기업이 무너지면서 기업에 대출해 준 은행들도 버티지 못했다. 관치금융 시대였는지라 쇠약해진 은행들을 살리기 위해 세금이 들어가는 데 별반 이견이 없었다. 경제의 혈관이라는 금융이 망하는 판국이니 다른 대안도 없었다. 지금 ‘조상제한서’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대형은행(메가뱅크) 논란이다. 메가뱅크의 필요성은 이렇다. 우리나라가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인수할 때 대형은행이 없어 해외 투자은행(IB)들에 수수료를 주는데 이걸 남한테 주지 말고 우리가 하자는 논리다. 수수료만 볼 일은 아니다. 대형은행을 만들어서 위기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위기관리를 잘하면 된다고? 최소한 외국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2008년 상반기 5급 신입 공무원 일부가 연수차 영국 레딩에 있는 금융전문대학원 ICMA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이들을 만난 브리안 퀸 교수는 왜 산업은행이 리먼 브러더스를 인수하려고 하느냐, 정부 보증을 받는 기관이 제대로 위기관리를 해봤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은행 지배구조와 규제가 전공인 퀸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그해 2학기 강의에서 산업은행의 리먼 브러더스 인수 시도를 소개했다. 기자는 당시 대학원생이었다. 많은 부분을 정부 지시대로 대출한 ‘조상제한서’가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시스템을 잘 갖췄거나 리스크 관리를 잘했다는 주장은 없다. 이들을 인수한 은행들 역시 소매금융 전문으로 대형 프로젝트나 기업 등에 대한 정교한 신용평가시스템은 아직 미흡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우리나라 은행들이 다른 선진국 은행들보다 잘 피해나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금융이 발달하지 않았던 점이 많은 기여를 했다. 가장 큰 의문점은 메가뱅크를 하면 국민들에게 어떤 좋은 점이 생기는가다. 세계 몇 위 안에 드는 은행이 있다는 자부심이 내 지갑을 두둑하게 하지는 않는다. 행여 문제라도 생기면 공적자금 투입 전후 한바탕 소용돌이가 일어날 것이고, 결국 모르는 사이 세금으로 메워질 것이다. 그런 돈이 있을까.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이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도입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에 쓴 돈은 7000억 달러다. 미국의 2011회계연도(2010년 10월~2011년 9월) 정부 지출액 3조 6030억 달러의 19.4%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금융권 구조조정에 쓴 공적자금은 올 6월 말 기준 168조원이다. 올해 정부 예산(325조원)의 51.7%다. 메가뱅크가 되면 잠시 지점이 늘어나서 좋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수합병은 지점 통폐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리 되면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금융권의 통폐합으로 직장을 잃은 가장, 그로 인한 가정의 파괴는 구문이다. 고객 서비스 개선도 의문이다. 메가뱅크는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가질 것이다. 경쟁상대가 없을 텐데 알아서 잘할까 싶다. 독점에서 나오는 자만은 자신이 누리는 위치와 부(富)를 당연시하는 탐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탐욕을 견제해 낼 도덕성을 국내 금융권이 갖고 있느냐고 한번 물어보자. 금융산업의 특성도 있지만 금융권의 자정 능력을 믿지 않기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정부도 금융업에 제조업보다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고 묻고 싶다. 메가뱅크, 꿈은 좋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 lark3@seoul.co.kr
  • [경기침체 먹구름 드리운 한국경제] 中企 심리 얼고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경기심리가 계속 나빠지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 등 민간경제심리 지표는 3년 4개월 만에 최저치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중 중소기업의 8월 업황 BSI는 전월보다 3포인트 떨어진 69를 기록했다. 넉달째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5월(69) 이후 처음 70을 밑돌았다. 대기업의 업황 BSI는 74로 7월보다 4포인트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7월에 대기업 업황 BSI가 중소기업보다 나빠졌던 것이 다소 해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BSI는 100을 넘으면 기업의 경제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개선된 것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기준치 100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은 기업심리가 크게 나쁘다는 의미다. 8월 경제심리지수(ESI)는 7월보다 2포인트 떨어진 90으로 2009년 4월(88) 이후 가장 낮다. ESI는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 일부 항목을 합성한 지표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를 포함한 민간의 체감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기준치(100)보다 낮아지면 민간의 경제심리가 평균(2003∼2011년)보다 못하다는 의미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전면 개장 앞둔 서울국제금융센터 외국社 유치 부진…국내용 전락

    오는 11월 전면 개장을 앞두고 있는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가 당초 건립 목적과 달리 국내 금융기관만 이용하는 국내용이 될 처지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투자유치 당시 지적됐던 각종 계약상의 특혜의혹 등으로 여전히 먹튀 논란이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시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취재한 결과 드러났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국제금융센터는 7월 현재 금융기관은 7개국 20곳(국내 기관 8곳), 비금융기관은 3개국 8곳(국내 기관 4곳) 등 모두 28곳이 입주해 있다. 입주율은 95.9%에 이른다. 하지만 6개층이나 임대해 가장 넓은 면적(2만 8023㎡)을 차지하는 딜로이트는 대부분 안진회계법인이 사용하므로 사실상 국내 금융지원기관으로 분류해야 한다. 결국 임대율을 다시 계산해 보면 국내 회사 13곳의 임대 면적이 5만 4703㎡로 임대면적 비율은 64.7%나 된다. 반면 외국계 기업은 필립모리스나 소니 등 비금융사 4곳(1만 4524㎡)을 포함하더라도 15곳 2만 9849㎡이며 임대면적 비율은 35.3%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뉴욕멜론은행, 다이와증권, ING자산운용 등은 서울에서 이미 사업을 하다가 이전비용 지원과 1년치 임대료 미납 등 파격적인 지원 조건을 보고 입주한 것에 불과하다. 해외에서 국내로 새롭게 유치한 실적은 4건이다. ●신규 유치 실적 4건뿐 운영권을 갖고 있는 AIG는 정작 아시아·태평양본부가 홍콩에 있으며 서울국제금융센터에 입주한 것은 한국에서 영업 중인 여타 계열사에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AIG서비스㈜가 전부다. 입주 면적도 서울국제금융센터에 입주한 28곳 가운데 가장 적은 230㎡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이전을 쉽게 결정하진 않는다. 하루아침에 집결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 아니겠느냐.”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놨다. 이어 “여의도가 국제금융 중심지가 되려면 외국 기업만 있어도 안 되고 금융기업만 있어도 안 된다. 다양한 기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에 수요 예측이 과장됐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수요 예측이란 게 원래 쉽지 않은 작업이다. 금융위기로 어려움도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국제금융센터의 투자 및 개발·운영권을 따낸 미국 금융그룹 AIG가 서울시와 계약을 맺으면서 모든 관계 서류를 영어로만 작성, 또 다른 부실 계약 의혹을 일으키고 있다. 취재 결과 서울시는 기본협력계약(2004년 6월 9일), 개별임대계약(2005년 8월 18일), 수정계약(2007년 1월 17일) 등 모든 계약서를 한글이 아닌 영어로 작성했다. 계약 내용을 해석하는 것은 무조건 영어 계약서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계약 단계부터 불리한 입장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국문 계약서는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 관련 공무원들조차 계약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영어 사전을 뒤지고 있다. 국문 번역본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의 참고용이고, 그마저도 전문가도 아닌 임시직들에게 시켜서 만든 것이다. ●계약서도 영문… 부실 의혹 공공기관이 민간과 맺은 계약서가 영문인 경우는 전례가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방위사업청이 FX사업을 입찰하는 과정에서 록히드마틴이 국문 입찰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아 결격 사유가 돼 입찰을 연기한 사례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들도 “왜 그렇게 했는지 우리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다. 최성식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가령 재판정에서는 언제나 한국어가 기준이 되는 것처럼 공공기관이 맺는 계약을 한국어로 한다는 것은 법 이전에 상식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낮은 토지임대료 등 특혜 확인 이 밖에도 계약 당시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낮은 토지 임대료(공시지가의 1%)와 2016년 이후 매각 가능 등도 이번 취재 결과 사실로 확인돼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등이 꾸준히 제기했던 론스타형의 먹튀 우려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서울국제금융센터는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여의도를 동북아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명분으로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유치한 것으로 대지 면적 3만 3058㎡에 총 4개의 빌딩(최고 54층), 연면적 50만 4880㎡에 이른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성장률 비상 긴급진단] “소규모 추경은 되레 독…10조원 이상 빅볼 필요”

    [성장률 비상 긴급진단] “소규모 추경은 되레 독…10조원 이상 빅볼 필요”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재정 건전성을 들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전격 상향했음에도 국내 경제전문가들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성장률 하락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추경 편성론자들은 그러나 “소규모 추경은 오히려 독”이라며 “10조원 이상의 빅볼”을 주문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스몰볼 정책’(소규모 부양책)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심상치 않은 성장률 하락세는 그동안 우리 경제에 가장 낙관적이었던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전망치 수정에 들어간 데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KDI는 당초 전망치인 3.6%에서 2%대로 낮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와 같은 통화정책으로는 경기를 부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투자와 소비 위축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는 추경 등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단, ‘대규모’라는 단서를 달았다. 조 교수는 “생색내기 수준의 추경은 효과도 보지 못한 채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가 무디스의 긍정적 평가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긴장감을 갖고 경제정책을 적극 펴나가야 한다.”면서 “성장률 하락을 막으려면 1200조원 정도인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12조원) 이상을 추경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완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위기 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등 불확실성이 너무 많은 상황에서 효과가 불분명한 추경은 필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자칫 무디스도 인정한 우리 경제의 ‘강점’(건전 재정)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권영준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행적으로 응급처방을 하지 않고 이제 와서 추경으로 예산을 늘리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소유구조는 인정하되 중간지주회사와 같은 방화벽을 둬, 두 자본 간 이동을 차단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예컨대 삼성금융지주회사를 만들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배를 막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우려를 더 많이 나타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신설하고 계열사 간 지분을 정리하는 비용이 수십조원에 이르는 데다 경영권 행사도 못하는 지분을 국내 자본이 살 가능성도 희박해 자칫 외국 자본의 ‘먹튀’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강화해야 한다.”(6명)거나 “모르겠다.”(11명)는 응답도 적지 않아 향후 정치권 입법과정이 본격화되면 치열한 논리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벌이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업까지 지배하는 구조는 전 세계적으로 사례가 거의 없다.”면서 “왜곡된 구조의 개선 없이 일부 재벌의 공룡화를 막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의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서는 찬성(16명)이 반대(13명)보다 다소 우세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서민과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만큼 다음달 이후 0.25% 포인트 정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지금 당장은 (인하 시점이) 아닌 것 같다.”고 맞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추가 완화에 대해서는 반대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부동산 가격의 바닥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 어려운 데다 잠재 구매층이 이미 과잉 부채에 시달리고 있어 집을 살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DTI의 추가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거래 활성화와 자산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취득세 인하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가나다 순>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완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종일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오석태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상무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 이 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이종윤 한국외대 국제통상학부 명예교수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1본부장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최희갑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 [한국 외환위기 이전 신용 회복] “유로존 침체·中성장둔화 부정적 영향”

    27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자 정부는 화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무디스는 ‘장밋빛 전망’만 제시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종전 3%에서 2.5%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은 것이다.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불과 석 달 만이다. GDP 가운데 수출 비중이 58.1%(1분기 기준)에 이르는 한국 경제가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 위기로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따끔하게 부각시킨 것이다. 무디스는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가능성의 이유로 “유로존 경기 침체가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와 함께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수출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인데, 유로존 경기 침체와 중국 성장세 둔화가 맞물리면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른 경제연구소들도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BNP파리바와 씨티은행은 각각 2.8%, 노무라증권은 2.5%를 제시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 성장률을 2.6%로 낮춰 잡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2.3%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성장률 하락세가 상당한 셈이다. 가계와 공공기관 부채 문제도 걸림돌로 지적됐다. 무디스는 “가계부채로 민간의 소비지출이 급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영준 SK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는 “9월의 성적표가 10월 성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과거에 대한 (신용등급 상향)평가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한국 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열린세상] 부동산 시장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

    [열린세상] 부동산 시장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

    부동산 시장의 지역별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2011년 이후 호조세를 보이지만 수도권 시장의 침체는 장기화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지방 시장 침체와 수도권 시장 호황으로 양극화가 나타났는데, 2010년 이후 지방 시장 호황, 수도권 시장 침체로 양극화의 방향이 바뀌었다. 서울시 아파트 가격은 실질 가격 기준으로 최고점이던 2008년 5월에 비해 14.2% 하락했고, 하락 기간은 5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아파트 가격은 최고점이던 2007년 1월에 비해 17.4% 하락했고, 하락 기간은 무려 66개월에 이르고 있다. 2011년 말 그리스 위기 재발, 스페인 위기 확산 등으로 부동산 시장은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현재 수도권의 매수우위지수는 2008년 말 금융위기 때보다 낮다. 2011년 말에는 수도권과 지방 모두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거래량이 급락했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는 경우 금융부실, 신용경색, 성장률 둔화, 외환위기 등 총체적인 난국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 수도권은 2007년 이후 5년에 걸쳐 완만하게 연착륙이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연착륙하고 있으나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에 장기화에 따른 문제점들은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중개업, 이사, 주택 인테리어 및 기자재 등 연관 산업의 침체도 지속되고 있고, 수도권 주택 가격의 장기적인 하락으로 분양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수도권 택지의 분양사업 지연 또는 청약률 저조로 중견 건설사들의 연쇄부도가 일어나 건설사들에 대한 유동성을 더욱 옥죄는 악순환도 일어나고 있다. 장기적이기는 하지만 주택 가격 하락으로 주택담보비율(LTV)이 올라가 일부 상환 후 대출 연장을 하거나, 거치 기간 동안 이자만 내오다가 거치 기간이 지나면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탓에 소비까지 줄여야 하는 ‘하우스푸어’가 대량 발생하고 있다. 이는 내수 위축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의 정책은 수도권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부동산 시장의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실수요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수요를 창출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 완화, 세금 감면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여러 차례 부동산 경기 및 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수요 위축기에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된 것이 아니라 감추어져 있다가 재발을 반복하면서 단기간 내에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택지 공급 과잉, 중앙정부 공무원이나 공사의 지방 이전으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줄었다.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는 여유 계층도 부동산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어 기존의 규제 완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로는 수요 증가를 이끌 수 없다. 부동산 정책은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하고 투기를 방지하며 투기꾼에게 벌칙을 강화하는 데에는 경험이 많지만, 새로운 수요 창출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이제 부동산 정책은 수도권에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생애 최초주택구매자금의 규모를 확대하고, 대출 조건을 크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 주택 거래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생애 최초담보대출 금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실수요 위주의 주택 구매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부동산 거래 부문에서 세금을 낮추어 주어야 한다. 이제는 실거래가 신고가 정착돼 있기 때문에 9억원 이상 4%는 물론이고 9억원 이하 2%도 너무 높다. 취득세는 1% 내외로 조정해야 할 것이다. 지방 세수 부족 문제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수도권 경우 부동산 가격 장기 하락으로 청약 수요가 극도로 침체돼 있어 청약가점제의 의미가 없어졌다. 주택청약제도도 지역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 [데스크 시각] 희망의 노래를 들려주오/이기철 정책뉴스 부장

    [데스크 시각] 희망의 노래를 들려주오/이기철 정책뉴스 부장

    #1. 10대, 질풍노도다.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잠재력 계발보다는 매일 밤늦게까지 학원으로 강행군한다. 놀기는커녕 친구를 사귈 시간도 없다. 친구라면 스마트폰뿐이다. 카카오톡 채팅과 게임이 친구다. 학원 순례는 요즘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내려갔다. 어른들은 “행복은 대개 성적순”이라고 말한다. 숨어 사는 외톨이 애들도 많아지고 있다. #2. 20대, 대학생이다. 뻔한 처지의 부모님께 등록금을 달라고 손을 벌릴 수가 없다. 아르바이트를 해보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주인 아저씨는 자꾸 치근댄다.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계층화된 한국 사회가 계급화되고, 빈부 격차는 더 커지며 이를 깨뜨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암울한 미래에 사회를 변혁시키겠다는 열정보다는 분노가 앞선다. 촛불시위나 ‘오큐파이 여의도’ 시위도 분노에서 나왔다. 자포자기 심정이다. #3. 30대, 취직은 하늘의 별따기다. 100번의 이력서를 낸 끝에 작은 기업에 취업한 나는 운이 엄청 좋다. 1년이 지나자 대출받은 학자금 상환 고지서가 날아왔다. ‘제기랄, 학자금이 왜 이렇게 비싸담, 대학에서 배운 것도 없는데….’ 대학 때 사귀던 친구와 결혼을 한다. 우린 혼수를 다 빼고 어렵게 셋집을 마련한다. 신혼의 단꿈은 잠시. 별보기 운동 같은 맞벌이 출퇴근에 빠듯한 살림이라 출산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 한 날 작은 회사에 다니는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신혼여행 갔다 오니 회사가 없어졌다.”고. #4. 40대, 직장인이다. 아이에게 나 같은 인생을 살게 할 수 없다고 다짐한다. 피아노·영어 학원은 기본, 21세기에는 중국어가 필수야. 아침부터 밤중까지 학원에, 과외에 월급 절반 이상이 들어간다. 별 말없이 다녀주는 녀석이 대견스럽다. 아이와 대화해본 지 오래다. 요즘 부모님이 무척 늙어 보인다. 생활비를 조금 더 보태 드려야겠는데… 마음뿐이다. 신입사원들은 컴퓨터와 영어는 기본이고 소셜네트워크다 뭐다 무장해서 무섭게 치고올라온다. 위에선 실적 타령이지만, 실적 나쁜 것이 내 탓인가 유럽 금융위기 탓인데. 퇴근 무렵 갑자기 걸려온 전화…. 그러고 보니 40대 사망률이 높다고 했지. #5. 50대, 자괴감이 든다. 아들에게 대학 입학금 외에는 등록금 한번 주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대출을 받더라. 등록금 대주고 결혼식도 번듯하게 치러야 가장으로서 집안에서 얼굴이 서는데…. 회사에선 상사의 연령층이 계속 엷어진다. 조만간 내 차례라고 마음을 먹지만 마땅한 2모작이 없으니 걱정이다. 출근해서 고민의 절반은 노후 걱정이다. 정년 연장 문제에 “백수 친구들이 아직도 많다.”며 김 대리는 정색하고 반대한다. 입사 때 사수였던 김 부장이 작년 말 나갔다. 50대 후반인데 아직도 새 직장을 찾지 못했다. 퇴근길에 찾아볼까. #6. 60대와 그후, 자녀들이 모두 떨어져 산다. 뭐라도 해야겠는데 나이 많다고 받아주는 데가 없다. 뭐 그래도 좋다, 산이 있으니까. 사실 한 가지 걱정은 고독사다. 숨진 지 몇 개월 만에 발견된 노인 기사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고령화 사회라고 하면서 이런 안전망 하나 갖추지 못하다니, 평생 10억원이 넘는 세금을 낸 국가에 대한 배신감이 몰려온다. 연령대별로 압축한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대부분 이런 고민들을 하며 산다. 집집마다 자녀 학원비와 대학 등록금, 정년 이후의 직장문제에 깔리면서 중산층이 무너지는 소리다. 10대 자녀와 40대 부모, 20대 대학생과 50대 부모가 맞물린 구조다. 수십년째 사회의 질적 발전 없이 답보상태다. 서민들의 절규에도 현재 정부의 리더십은 표류하고,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맞은 정치권은 세대별 고민을 분석하고 있다. 거창한 수사를 내세웠지만 단순한 득표 전략이다. 사회적 병폐에 대한 근본적 치유책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사회가 대선 후보들에게서 듣고 싶은 것은 희망의 노래다. chuli@seoul.co.kr
  • 대학생 만난 朴 “반값 등록금 ‘분명하게 확실하게’ 약속”

    대학생 만난 朴 “반값 등록금 ‘분명하게 확실하게’ 약속”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3일 “대학등록금 부담을 분명하게 반으로 낮추겠다는 것을 확실하게 약속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대학총학생회와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반값 등록금 실현’ 토론회에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야만 우리의 미래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의지가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례적으로 ‘분명하게’, ‘확실하게’, ‘반드시’라는 단어를 구사하며 강력한 실천 의지를 내비쳤다. 게다가 “제가 약속을 잘 지킨다고 하지 않나. 왜냐하면 함부로 약속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또 “학자금 대출 이자를 낮춰서 실질 금리가 ‘제로 금리’가 되도록 하는 방안도 갖고 있다.”면서 “그것 외에도 무조건 반값이 아니라 소득과 연계해 아주 어려운 저소득층은 무료로 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낮추는 데는 정부 재정과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지만 대학에도 같이 동참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면서 “회계 투명성을 더 높이고,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여러 말이 나오지 않게, 실질적 의견이 반영돼 토론이 되도록 고쳐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우리나라 등록금이 세계적으로 비싸다.”면서 “등록금의 부담을 낮추는 결과물이 일찍 나왔어야 했는데 실현이 아직 안 된 것은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재원 마련 방안도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박 후보의 정책통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반값 등록금의 재원 마련과 관련, “공약 하나하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정부의 세입·세출을 따져 보며 전체 틀에서 나누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과거 ‘룸살롱 출입’ 논란에 대해 “(갔다, 안 갔다를) 안 원장 본인이 확실히 밝히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원장 측은 ‘안 원장과 함께 룸살롱에 갔다’는 지인들의 주장이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기사의 기본이 안 돼 있고, 근거도 없다.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박 후보는 현 정부와 달리 앞으로 인선할 때 도덕성을 중요하게 보겠느냐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인사청문회에서 걸리고 그러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인사청문회를 생각하기에 앞서 국민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어거지로 (인선)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금산분리 강화 여부와 관련, “세계적인 경향이 금융위기 후에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면서 “우리도 그런 쪽으로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두·허백윤기자 golders@seoul.co.kr
  • “증권사 대출 허용땐 안전장치 있어야”

    정부가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을 통해 추진 중인 증권사의 대출업무 허용은 추가 자본 규제를 수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금으로서는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송상진 한국은행 금융제도팀 과장은 22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금융 겸업 논의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금융 겸업은 지나친 리스크(위험) 추구, 상호간 연계성 확대 등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금융 겸업은 우리나라처럼 금융지주사에 속한 자회사가 증권·보험 등 각각의 업무를 하면 외부 겸업, 보험사가 은행의 대출업무를 하는 것처럼 한 회사 안에서 다른 금융서비스도 하면 내부 겸업 두 가지로 분류된다. 국회에 상정된 우리나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금융투자업자(증권사)에게 기업대출 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 경우 비은행 금융사인 증권사가 은행과 유사한 여·수신 업무를 하는 ‘그림자은행’(Shadow banking)이 탄생하게 된다. 그림자은행은 예금보호 등 공적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 위기 때 위험해질 수 있다. 송 과장은 “예금수신 기능이 없는 증권사에 대출업무를 허용하면 환매조건부채권(RP) 등과 같은 단기시장성 자금조달을 통해 대출을 늘릴 수 있다.”며 “결국 내부 겸업을 통한 그림자은행이 늘어나게 되는 만큼 추가 자본 규제 부과 등의 안전장치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기업 64% “4년전 금융위기보다 심각”

    국내 주요 기업들은 최근의 경기 상황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이거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30대 그룹의 경영·기획 담당 부서를 대상으로 벌인 ‘주요 그룹 위기 체감도 및 대응 현황 조사’(10대그룹을 포함한 25개 그룹 응답)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기업의 64%가 현재의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하다’고 밝혔고 36%는 ‘비슷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23개 기업(92%)이 위기 극복을 위해 비상경영 체제를 운영하거나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KT, 롯데, 포스코 등 3곳을 포함한 12%는 이미 비상경영을 선포했고 52%는 내부적으로 실시 중이었다. 내부 검토 중인 곳이 28%에 달했으며 비상경영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8%에 불과했다. 대내외 환경 악화로 96%가 올해 우리 경제가 3% 이상 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고, 현재의 위기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 곳도 80%에 달했다. 투자 및 채용 계획에 대해서는 이미 규모를 축소(16%)했거나 검토 중(20%)인 곳이 36%에 달했다. 대기업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경제 정책으로 60%가 ‘규제 완화 및 신규 규제제도 도입 지양’을 꼽았고 다음으로 세제 혜택(16%), 금리 추가인하(16%), 추경예산 편성(4%) 등을 답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수도권 아파트값 금융위기 전보다 10% 하락

    수도권 아파트값이 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보다 10%가량 떨어지고, 신규 아파트 분양가도 30% 가까이 하락했다. 2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부동산 시세 조사 기관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2008년 6월과 비교한 2012년 7월 서울의 아파트값 수준은 ‘부동산114 지수’로 92.5%, ‘국민은행 지수’로 95.3%, ‘국토해양부 실거래가지수’로 91%에 머물렀다. 경기도 아파트값은 부동산114 지수로 88.9%, 국민은행 지수로 93.9%, 국토부 실거래가지수로는 91.2%로, 대체로 서울보다 더 많이 빠졌다. 인천은 부동산114 지수로 92.2%, 국민은행 지수로 94.3%, 국토부 실거래가지수로는 86.6%로 가격이 하락했다. 반면 지방 아파트값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북 아파트값이 140.6~147.6%로 가장 많이 올랐고, 가장 적게 오른 대구도 7.3~18.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아파트값은 금융위기 직전의 98.5~113.8% 수준으로 보합 또는 소폭 상승세를 나타냈다. 아파트 분양가 지수는 4년 전보다 지방 광역시는 100.8%, 기타 지방은 94%로 큰 변동이 없었지만 수도권은 65.9%에 그쳤다. 전국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71.3%를 기록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불황 덮친 한국 경제 두 모습] 몸집 줄이는 증권사 1년새 55곳 폐점 중대형사 사라진 셈

    극심한 불황 탓에 증권사들이 지점 수를 줄이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1년 남짓한 기간에 70곳 이상의 지점이 문을 닫았다. 웬만한 중대형 증권사 1곳이 사라진 셈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협회에 등록된 증권사 지점은 총 62개사 1744곳으로 집계됐다. 1년 전(1799곳)과 비교하면 55곳이 없어졌다. 증권사 지점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감소했다가 2009년 6월 말(1726곳)을 기점으로 늘기 시작해 지난해 3월 말에는 1820곳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이후 계속 감소 추세다. 동양증권이 지난해 3월 말 165곳에서 올해 6월 말 128곳으로 22.4%나 줄였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은 19곳을 줄였고,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3곳씩 없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세계 금융시장 불안으로 증시 거래량이 급감하자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요인이 크다. 올 2분기 62개 증권사의 순이익은 21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7% 급감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점이 사라지면서 직원 수도 줄었다. 증권사 직원 수는 지난 6월 말 4만 2081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601명 감소했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거래 확산과 증시 영업환경 변화 등도 지점 수 감소의 요인”이라면서 “앞으로 업황이 회복돼도 지점 수가 예전처럼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사설] 중산층 희망 잃으면 국가 미래 없다

    현대경제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소득만 보면 중산층이지만 스스로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50.1%가 저소득층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가처분소득 등을 기준으로 집계한 저소득층 비율 15.2%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반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응답자는 46.4%로 통계청의 분류보다 18.6% 포인트나 낮았다. 게다가 향후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98.1%가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해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마저 잃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중산층의 심리적 위축은 소비 감소와 경기 침체로 귀결돼 중산층 몰락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중산층의 위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얘기는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6월 11일 부동산 버블 붕괴와 금융위기의 여파로 최근 3년간 순자산가치가 38.8% 급감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미국 가정의 자산가치가 20년 전으로 후퇴하면서 중산층이 급격히 몰락하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우리나라도 1995년 75.3%였던 중산층 비중이 2000년 71.7%, 2011년에는 65.0%로 떨어졌다. 1990년 15.8%였던 중산층의 적자가구 비중은 2010년에는 23.3%로 늘었다. 실질소득 감소와 가계부채 증가, 사교육비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최근 은퇴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자영업자 진출 증가 추세 등을 감안하면 중산층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서민층 지원’만 강조할 뿐 중산층의 몰락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우리가 자산 디플레이션과 ‘하우스 푸어’에 대해 정책당국과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한 것도 신빈곤층의 양산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중산층이 희망을 잃으면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중산층 맞춤형 대책을 촉구한다.
  • [Weekend inside-지구촌 식량위기] 이상기후만 탓할 수 없다… 인간의 탐욕이 ‘곡물파동’ 불렀다

    [Weekend inside-지구촌 식량위기] 이상기후만 탓할 수 없다… 인간의 탐욕이 ‘곡물파동’ 불렀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기 때문에 결국 전쟁이나 기아가 일어날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1766~1834)가 1798년 저서 ‘인구론’에서 예언한 전망은 다행히 맞지 않았다. 개발도상국이 2차 세계대전 후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식량문제를 겪었지만, 농업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 ‘녹색혁명’을 통해 위기를 해결했다. 맬서스는 배고픔을 이기려는 인간의 노력을 간과했던 것이다. 1960년대 중반까지 국제 곡물가격은 완만하게 하락했고, 생산력을 높이려는 각국의 노력은 계속됐다. ‘풍요의 시대’는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공급 감소, 곡물을 이용한 대체연료 활성화, 식량의 자원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하며 곡물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식량을 투기 대상으로 보는 거대 자본의 ‘탐욕’은 세계 인구의 7분의1을 기아의 고통에 빠뜨리는 주범으로 작용했다. ●생산이 수요 못 따라가… 곡물값 2년 주기 요동 2006년부터 국제 곡물가격은 2년 주기로 요동치고 있다. 1972년이나 1996년 이상기후에 따른 흉작으로 발생했던 곡물파동과는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2004~05년 세계 곡물 생산량은 20억 4447만t으로 전년보다 9.79%나 증가했으며, 해마다 20억t 이상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생산의 문제가 아닌 수요 급증으로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곡물(애그리컬처)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 것도 이전과 다른 점이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것도 이때다.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심각하다. 세계 곡물 생산량은 1990~91년 18억 1009만t에서 2010~11년 22억 4746만t으로 2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비는 27.1%(17억 5502만t→22억 8746만t) 늘었다. 1990년대 이후 곡물 생산량이 전년보다 줄어든 해는 10차례 있었지만, 소비가 감소한 경우는 4차례뿐이었다. 곡물 생산 차질의 주된 원인은 이상기후이지만 수요 증가는 인간이 야기했다. 우선 석유 파동에 대비해 각국이 바이오연료 생산에 열을 올리면서 곡물 소비가 크게 늘었다. 미국은 2005년부터 ‘에너지정책법’을 통해 에탄올 생산에 필요한 재원을 보조하고, 세금 우대정책으로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장려했다. 미국에서 수확된 옥수수가 에탄올 생산에 쓰인 비율은 1997~98년 5.5%에서 2007~08년 26.8%로 뛰었다. ●밀·옥수수값 최대 50% 치솟아… 일부 사재기 인간의 ‘돈 욕심’도 곡물가격 상승에 불을 지폈다. 미국과 유럽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면서 헤지펀드(단기차익을 좇아 이동하는 돈) 등 투기자본이 대거 곡물시장에 몰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곡물 관련 선물 거래에서 실제 농산물 거래는 2%에 불과하고, 나머지 98%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적 금융자본”이라고 성토했다. 투기자본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요 20개국(G20)은 지난해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의 원자재 파생상품시장 규제·감독 일반 원칙을 승인하고, 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경우 매매 한도를 두는 등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원유와 옥수수 등 28개 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다 업계의 반발로 연기했고, 영국은 규제 자체를 지금까지 반대하고 있다. 주요 곡물 수출국이 식량을 무기화하며 이용하는 것도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2008년 식량 수급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아르헨티나와 우크라이나,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은 수출제한 조치를 단행했고, 이는 국제 곡물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러시아는 2010년에도 밀 생산량이 급감하자 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2012년 세계 곳곳에 이상기후가 나타나면서 인류는 다시 한번 애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밀과 콩, 옥수수 가격이 최근 두 달 사이 30~50% 치솟았다. 애그플레이션으로 가는 마지막 단계인 ‘패닉 바잉’(panic buying), 즉 사재기 현상이 일어날 조짐도 있다. 멕시코에서는 옥수수로 만든 주식인 토르티야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고, 중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콩 6100만t을 2013년까지 수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7~2008년 식량 파동 당시 방글라데시 등 12개국에서 폭동이 발생한 것처럼 지구촌 전체가 다시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바이오연료 수요 감소… 희망적 전망도 그러나 과거의 파동과 지금은 여러 측면에서 달라 식량 위기로까진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일단 핵심 곡물인 쌀의 공급이 원활하다는 점을 든다. 미 농무부가 최근 발표한 ‘8월 세계 곡물 수급 동향과 전망’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4억 6322만t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밀과 옥수수가 각각 4.7%, 3.2% 줄어드는 것에 비하면 작황이 양호하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쌀은 t당 338달러에 거래됐다. 400달러를 훌쩍 넘겼던 2008년과 비교하면 안정적이다. 바이오연료 수요가 감소한 점도 애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2008년 국제유가(서부텍사스중질유)가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세계 주요국은 앞다퉈 석유를 바이오연료로 대체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제유가가 95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어서 바이오연료가 절실하지 않다. 중국 등 거대 곡물 소비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도 곡물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생산 부진은 이미 시장에 반영된 만큼 조만간 파종에 들어가는 남미의 수확량이 중요하다.”면서 “남미마저 생산이 저조할 경우 투기자본이 활개를 치며 곡물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G20은 곡물 파동에 대비하기 위해 오는 27일(현지시간) 긴급 화상회의를 갖는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불황” 지갑닫는 가계… 하반기 내수 빨간불

    “불황” 지갑닫는 가계… 하반기 내수 빨간불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계가 최대한 지갑을 닫고 있다. 올 하반기 경제를 이끌어갈 내수에는 이미 빨간 불이 켜졌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4~6월(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가구 이상 월 평균 소득은 394만 2000원으로 6.2% 늘었다. 지난 1분기 6.9% 증가를 고려하면 증가율이 다소 둔화됐다.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3.7%다. 소비지출은 238만 6000원으로 3.6% 증가에 그쳤다. 물가를 고려할 경우 실질증가율이 1.1%에 그친다.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은 72만 3000원으로 3.2% 늘어났다. 이 중 이자 비용이 월 평균 9만 5000원으로 10.1%나 늘었다. ●2분기 평균소비성향 74.1%… 1년새 2.3%P↓ 이에 따라 처분가능한 소득 321만 9000원(394만 2000원-72만 3000원)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평균소비성향은 74.1%로 1년 전보다 2.3% 포인트나 낮아졌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돈이 1000원이라면 741원만 썼다는 의미다. 200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기존 역대 최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의 74.6%였다. 글로벌 위기 때보다 소비를 더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저축능력을 보여주는 흑자율(흑자액/처분가능소득)은 25.9%로 1년 전보다 2.3% 포인트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적자가구율도 23.5%로 역대 최저다. 소비가 줄어든 데는 무상보육 등 정책효과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3월부터 시행된 무상보육 확대 영향으로 복지시설 지출이 1년 전보다 41.4% 줄었다. 교육비 지출에서도 만 5세 누리과정 시행으로 정규교육이 11.0% 줄었다. 통계청은 전체 소비지출 증감에서 무상보육과 누리과정이 미친 영향이 24%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 물가 감안땐 3.7% 줄어 소비지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식료품·비주류음료는 1.8% 증가에 그쳤다. 물가를 고려하면 실제 3.7% 줄어든 수치다. 물가가 올라 먹는 데 더 많은 돈을 썼지만 실제 먹은 양은 적다는 의미다. 주거·수도·광열비, 교통비 등도 실제로는 각각 3.0%, 2.0%씩 줄어들었다. 반면 스마트폰 대중화로 통신장비 비용이 급증(145.4%)했다. 단체 여행비는 37.3% 늘어났다. 줄일 수 있는 곳에서 줄여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가치 소비’가 늘고 있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소득 분배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에서 소득이 가장 많이(10.1%) 늘어,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4.76을 기록했다. 2003년 통계 조사 이후 가장 낮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日, 독도 분쟁지역화 겨냥 국제 여론몰이

    일본 정부가 17일 한국에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제안한 것은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주장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ICJ 제소는 상대방 국가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해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제소를 강행한 것은 제2, 제3의 강경 조치를 꺼내들기 위한 사전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 한국이 응하지 않아 ICJ행이 무산되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교환각서에 따른 조정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1965년 체결된 한·일 간 분쟁해결 각서에는 ‘양국 간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안 될 경우 양국 정부가 합의하는 절차에 따라 조정에 의하여 해결을 도모한다.’고 규정돼 있다. 동시에 체결한 한·일 청구권협정 3조도 양국 간 분쟁 시 국제 중재위원회에 의한 조정을 하도록 규정했다. 일본은 한국이 ICJ행에 응하지 않는 것을 ‘양국 간 분쟁’으로 해석해 이를 근거로 양자 협의 등 외교상의 경로를 통한 해결을 도모하고, 그래도 안 되면 조정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한국이 조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고 ‘제3의 조치’를 들고 나오는 등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들끓는 일본 내 여론을 등에 업고 파상공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가 이날 한·일 통화교환(스와프) 확대 협정에 대한 재검토를 시사한 것도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한·일 간 협정을 1년으로 한정했고, 유럽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통화스와프 확대를 위한 목적은 달성됐기 때문에 더 이상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즈미 준 재무상이 이날 “통화스와프는 경제적인 분야여서 (독도 영유권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국민의 감정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는 완전히 분리해 판단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 연장을 하지 않은 뒤 한국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또 다른 보복 조치를 꺼내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독도를 ICJ에 회부하자는 일본 정부의 제안 계획 등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지만, 강경한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어차피 일본의 ICJ 회부에 우리가 응하지 않으면 ICJ 절차가 진행될 수도 없지만, 한·일 간 독도·일본군 위안부 갈등이 외교·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온 상황에서 강경 대응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정부는 성명 대신 외교통상부 대변인 논평을 내고, 당초 논평 초안에 포함됐던 ‘(독도의 도발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이 져야 할 것이다.’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우리에게 어떤 성명을 발표한 것도 아니고, 일본 측 움직임이 일고의 가치도 없으니 일축해 버리는 것이 낫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당초 외교부가 격론 끝에 4개 문항이 담긴 강한 논조의 논평 초안을 청와대에 올렸으나 청와대 측이 이제는 뒷감당이 어렵다며 2개 문항으로 축소시킨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가 이제 와서 발을 빼며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서울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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