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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국가, 시장, 시민사회 그리고 나/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한국NGO학회장

    [열린세상] 국가, 시장, 시민사회 그리고 나/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한국NGO학회장

    국가가 모든 것을 다해줄 것 같은 신화가 깨진 것이 20년이 넘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국가 만능주의 사회의 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달빛을 받고 있던 국가주의 신화는 현실의 햇빛 아래 빛이 바랬다. 국가가 물러난 자리에 시장이 들어섰다. 1989년에서 2008년까지 20여년 동안 작은 국가와 탈규제의 논리가 지배했고, 국가는 비효율적이고 시장은 효율적이라는 이분법이 지배했다. 이 이분법 구조 속에서 ‘공기업 민영화’는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한 정책으로 채택되었고, 국가의 규제는 질주하는 자동차를 가로막는 방해물로 여겨졌다. 규제 없는 질주의 결과는 2008년 금융위기로 그 파국의 일단을 드러내었다. 부분들의 최선의 이익 추구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정될 것이라는 믿음과는 달리 규제 없는 부분들의 이익 추구는 그 책임과 부담의 정도가 눈덩이처럼 커져서 개별적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말았다. 국가 관료제의 규제도 아니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탈규제도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시행착오 끝에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도 아니고 시장도 아닌 그 자리에 ‘사회, 시민사회’가 등장했다. 사회적 규제라는 용어도 만들어지고 심지어 사회적 자본,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시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미 제도권 용어다. 시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예산안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도 특별한 자치단체만의 일이 아닌 것이 되었다. 한국사회에서 시민사회는 문제해결의 ‘미다스의 손’이었다. 정당이 문제가 되면 시민 참여로 문제해결의 가닥을 잡고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다루는 문제도 시민 참여 법정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방송 프로그램에도 보통사람이 참여하고 발언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시민이 직접 기자가 되는 언론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시민단체가 제안하는 입법안이 정부나 입법기관의 입법안을 앞서 나간다. 이미 우리사회에 깊이 들어온 시민사회라는 ‘해결사’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나의 정체성은 하나가 아니다. 국민으로서의 나, 생산자·소비자로서의 나, 시민으로서의 내가 있다. 국민으로서의 삶의 기준은 법이 정한다. 시장에서의 나는 이윤과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시민으로서의 나를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일까? 공공성이다. 칸트의 말에 따르면 이성의 공적 사용이 곧 공공성이다. 공공성은 헤게모니와 당파성 너머에 있다. 공공성은 당파성과 이해관계의 공리 저 너머에 있다고 했지만 공공성의 허울 아래 당파성을 추구하는 사례는 너무도 많다. 지난날 조선 시대 선비들이 인과 의라는 공공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내막으로는 당파성을 추구하는 이중성을 넘어서지 못하는 바람에 끝내 나라가 식민지로 몰락하는 비극까지 초래하였다. 당파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인간을 진정으로 인간답게 하는 인간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귀와 그것을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때로는 군왕의 권위에도 도전해야 하고, 나와 고락을 같이해 온 친구들과 이웃들의 부탁도 거절하면서, 나아가 전통과 관습, 내게 유혹의 손길을 내미는 이익의 달콤함도 거부할 줄 아는 진짜 용기가 필요하다. 프로메테우스와 시시포스의 신화도 여기서 탄생했을 것이다. 그들이 제우스에 도전하는 것 역시 추위와 어두움, 목마름에 고통 받는 인간에게 불과 물을 주고자 해서이지 불과 물을 독과점적으로 소유하여 돈 왕이 되거나 영웅이 되고자 해서가 아니었을 것이고,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시민단체의 일꾼들은 누가 선출한 것도 아니고, 자격시험을 거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여러 사람들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 이유는 그들이 공공성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공성을 잃는 순간 시민사회 일꾼들의 대표성은 더 이상 인정받지 못 할 것이고, 그들의 영향력 또한 잃게 될 것이다. 비정부기구(NGO)는 무엇이며, 시민사회는 무엇이고, 무엇이 수많은 이 땅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생업에 지장을 받으면서까지 시민운동에 참여케 하고 있는지를 새삼 생각해 본다.
  • 1월 서울 아파트 거래 최저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7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3일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과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157건으로 2006년 아파트 실거래가와 부동산 관련 통계가 공개된 이후 가장 적었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던 2008년 11월의 1269건보다도 100건 이상 줄어든 것이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1월 거래가 110건으로 지난해 12월(500건)의 5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서울의 아파트 월간 거래량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2006년에는 2만 1492건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급감하기 시작해 2008년 11월에는 1269건으로 바닥을 찍었다. 이후 취득세 감면 조치가 나오면서 지난해 10월 4065건, 11월 4758건, 12월 6862건으로 다소 증가세였다. 하지만 취득세 감면 조치가 끝나면서 거래가 다시 급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선진국 양적완화 숙취를 해장술로 푼 격”

    “선진국 양적완화 숙취를 해장술로 푼 격”

    하성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선진국의 양적 완화에 대해 “체질 개선 없이 숙취를 해장술로 넘기려는 노력이 대부분”이라며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 등의 경기 회복 발언을 반박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하 위원은 28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요국들의 거품 붕괴 과정”이라며 “그 후유증을 된통 치르고 있는 중”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숙취가 심하면 오래가듯 쉽게 해소되지 않는 법”이라면서 “(후유증 치유에) 새로운 거품으로 대응함에 따라 사실상 숙취를 해장술로 푼 격”이라고 비판했다. 하 위원은 대내외 위기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주요국들이 위기 해소 과정에서 만들어낸 거품이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국제금융환경 변화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다시 불붙은 환율전쟁으로 불안요인이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나마 물가가 안정적이지만 우리 사회에 인플레 바이어스(성향)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고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 불안요인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커버스토리] 세계는 부자증세

    [커버스토리] 세계는 부자증세

    미국 의회는 2013년 1월 1일 연소득 40만 달러(약 4억 2700만원, 부부 합산 45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의 소득세 최고세율을 35%에서 39.6%로 올렸다. 미국의 ‘부자 증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공약한 것으로, 1993년 빌 클린턴 정부 이후 20년 만이다.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하는 바람에 국고가 바닥난 데다 각종 감세 혜택 종료와 정부지출 삭감 등으로 경기가 급락하는 ‘재정절벽’을 회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이런 부자 증세 도입 움직임은 유럽에서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나라는 프랑스. 연소득 100만 유로(약 14억 5000만원) 이상 고소득층에게 최고 75%의 소득세율을 부과하는 공약 덕분에 대선에서 승리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일사천리로 증세 정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지난 연말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제동이 걸렸다. 최고 소득세율의 기준을 부부 합산 소득 대신 개인 소득으로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프랑스 정부는 법안을 수정해서라도 올해 안에 75% 소득세율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프랑스의 이 같은 조바심에는 연간 재정 적자를 GDP 대비 3% 이하로 유지하라는 유럽연합(EU)의 ‘신 재정협약’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의 진원지인 남유럽 국가들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조건을 맞추기 위한 해결책으로 부유세 정책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그리스 의회는 지난 11일 야당의 반발에도 증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혁안에는 2만 6000 유로 이상 고소득자에게 최고 45%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포함해 부동산 보유세와 법인세 인상, 모든 과세 대상자의 소득신고 의무화 등도 포함돼 있다. 서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인 포르투갈도 ‘정부가 무장 강도’라는 국민의 비난을 무릅쓰고 새해 들어 평균 소득세를 35%나 올리는 가혹한 긴축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최고 소득세율은 46.5%에서 48%로 높아지고, 여기에 적용하는 과세 기준은 연소득 15만 3500유로에서 8만 유로로 대폭 낮췄다. 유럽에서 가장 튼튼한 경제를 가진 독일에서도 200만 유로 이상의 재산을 가진 부자들에게 재산의 1%를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임시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야당에서 제기됐다. EU와의 지위 재협상을 추진하기 위해 오는 2017년 EU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주장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정부도 올 들어 고소득층 자녀에 대한 육아수당 삭감 정책을 포함해 부유세 부과 방침을 추진 중이다. 부유세 바람은 아시아 지역의 일본에서도 불고 있다. 보수를 기치로 내걸고 복귀한 아베 신조 정권은 연간 소득 1800만엔(약 2억 2000만원)의 고소득자에 대해 적용하는 40%의 최고세율을 45%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경제 호황기의 절정인 1980년대 70%에 달했던 소득세 최고세율을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후 지속적으로 낮춰왔지만, 최근 GDP의 2배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 적자 문제를 풀기 위해 다시 ‘증세 카드’를 빼든 것이다. 부자 증세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2년 지구촌 부자 4위에 오른 프랑스 최고 갑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 회장은 지난해 9월 벨기에 국적을 신청한 데 이어 86억 6300만 달러(약 9조 31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벨기에로 빼돌렸다고 25일 영국 데일리 메일 인터넷 판이 보도했다. 아르노 회장은 ‘가족에 대한 상속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사회당 정부가 추진 중인 부자 증세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게 프랑스 언론의 지적이다. 프랑스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도 아르노 회장을 따라 벨기에로 가려다 “단순히 세금을 피하기 위한 망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벨기에 정부의 반대에 부딪히자, 지난 5일 러시아로 귀화해 정식으로 시민권을 얻었다. 벨기에는 프랑스와 달리 부자를 겨냥한 세금이 없고, 상속세도 3%로 프랑스(11%)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에 따르면 지난해 올랑드 대통령의 ‘부자 증세’ 방침에 반발해 벨기에 국적을 신청한 프랑스인이 지난 2011년보다 2배나 늘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부자증세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은 ‘성장 지상주의’를 내세우며 2004년 이후 지속적인 감세를 추진했으며,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인위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더 많은 세금을 깎아주면서 국가 재정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미 의회의 싱크탱크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율과 경제성장의 상관관계를 추적한 결과 부자 감세가 경제에 미친 영향이 미미했다”고 밝혔다. 보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낙수 효과’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빈부격차만 늘렸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유럽발 재정위기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부채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과 유럽의 증세 드라이브는 한동안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低성장… 또 물가상승률 밑돌았다

    低성장… 또 물가상승률 밑돌았다

    살림살이가 너무 팍팍하다는 경제주체들의 푸념이 엄살은 아니었다. 지난해 경제 성장이 물가를 또 따라잡지 못했다. 전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에도 그랬다. ‘죽어라’ 일해도 물가가 더 많이 뛰어 손에 쥐는 게 없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24일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2.0%(속보치) 성장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물가상승률(2.2%)을 밑돈다. 2009년(0.3%)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이기도 하다. 2011년에도 GDP 성장률은 3.6%인 반면 물가상승률은 4.0%로 성장이 물가를 따라잡지 못했다. 앞서 2008년과 2009년에도 성장이 물가를 밑돌았다. 2년 연속 성장이 물가를 따라잡지 못한 경우는 ‘서울의 봄’, ‘광주민주화 운동’ 등으로 정국이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1980년과 1981년 이후에는 없었다. 그나마 이 정도 성장하는 데도 정부의 몫이 컸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성장에 정부 소비가 0.6% 포인트 기여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투입이 없었다면 1%대 성장에 그쳤다는 얘기다. 김 국장은 “지난해는 우리 경제가 안갯속에서 비포장도로를 달렸다면 이젠 안개가 걷혀 돌부리, 웅덩이도 비켜갈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올해는 미국·중국 등의 경기가 살아나고 새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이 맞물려 지난해보다는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무제한 돈 풀기 정책’이라는 돌발 변수가 생겨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지난해 엔화 대비 원화값은 19.6%나 올랐다. 자동차 등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의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중반부터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악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외환 당국이 (시장에) 구두 개입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경제수장들 잇단 낙관론

    경제수장들이 최근의 경기 상황과 관련해 잇따라 긍정적인 진단을 내놓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미국의 ‘재정절벽’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도 7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을 상회했다”면서 “지금의 경제상황은 그레이 스완(Gray Swan)”이라고 말했다. 그레이 스완은 어느 정도 리스크가 남아 있는 상황을 뜻한다. 전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깜깜한 상태를 뜻하는 ‘블랙 스완’에서 따온 말이다. 2007년 미국 금융분석가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가 책 이름에 붙여 유명해진 용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같은 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한 발짝 더 나갔다”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총재는 최근 세계 경제에 대한 논의가 금융위기의 잘잘못을 따지는 단계를 넘어 공조를 이야기하는 데까지 왔다면서 “뉴욕 월가에 시위대가 등장했던 것이 불과 1년 전인 점을 고려하면 이젠 (과거의 위기 수습단계에서) 한 발짝 더 나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초고령화의 그늘

    초고령화의 그늘

    젊은 사람이 부양해야 할 노인들은 많아지는데 높아진 노인 실업률은 낮아지지 않고 있다. 지금은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는 핵심생산인구(25~49세) 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10년 후엔 2명당 노인 1명, 20년 후엔 1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한 60대 이상 연령층의 실업률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여전히 경제활동을 원하기 때문이다. 22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와 통계청, 유엔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 노년부양비는 16.7%로 추정된다. 노년부양비란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당 노년(65세 이상) 인구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생산가능 인구 100명이 노인 16.7명을 부양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 높은 대학진학률 등을 고려하면 20대 초반까지는 대부분 부양 능력이 없다. 평균 은퇴시기를 고려하면 50대 후반과 60대 초반 인구는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가 적다. 이에 따라 핵심생산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노년 인구를 뜻하는 ‘실제 노년부양비’를 봐야 한다. 올해 핵심생산인구는 1978만 4000명인 데 반해 65세 이상 인구는 613만 8000명이다. 핵심생산인구 3.2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셈이다. 이 비율은 10년 후인 2023년엔 52.0%로 예측돼 핵심생산인구 2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22년 뒤인 2035년엔 100.2%로 1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강상희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이 추세대로 간다면 세대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며 “세금 부담도 크게 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0세 이상 연령층의 실업률만 급격히 증가했다. 2009년 1.4%에서 2010년 2.4%로 1.0% 포인트 급등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5%와 비슷한 수준이다. 실업률이 외환위기 때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연령층은 노년층이 유일하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노년층은 노후 준비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은퇴해 경제 활동 참여율은 빠르게 상승했지만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충분하지 못해 실업률이 높아졌다”면서 “다른 연령층과 구분된 노년층만의 고용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CEO 칼럼] ‘위기경영’에는 ‘함께 이끌어가는 리더십’/박상진 ㈜한양 부회장

    [CEO 칼럼] ‘위기경영’에는 ‘함께 이끌어가는 리더십’/박상진 ㈜한양 부회장

    풍요와 다산, 지혜의 상징인 뱀의 해인 2013년 계사년(癸巳年)이 새 희망을 안고 출발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5년을 뒤로하고 새로운 정부의 출범이 분주한 이때 우리 건설업도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누적돼 온 경제의 불확실성은 해가 갈수록 기업의 경영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은 국내 실물경기의 침체로 이어졌다. 국내 경제의 버팀목이 돼주던 건설, 철강, 조선 등 주요 기간산업이 극심한 침체를 겪으면서 현재 관련 기업들이 워크아웃과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등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그나마 양호한 수출 실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달려온 국내 경제도 거듭된 침체로 앞날이 어둡기만 하다. 이처럼 위태로운 살얼음판 경제와 어려운 기업환경을 대변하듯 기업들은 올 한 해 경영의 화두로 과거의 ‘지속성장’과 같은 성장 위주의 경영이 아닌 위기의 상황을 극복하고 기업의 가치를 영속하기 위한 ‘위기경영’ ‘생존경영’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하고 힘든 시기에는 무엇보다 기업경영의 최일선에 선 경영자가 조직원들을 이끌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하겠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최고의 병법서이자 현대에 와서는 경영 지침서로도 널리 읽히고 있는 손자병법의 모공편에 보면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란 한자성어가 나온다. ‘장군과 병사들이 같은 꿈을 가지고, 같은 목표를 위해 하나가 되어 임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의미로 개인의 역량보다는 전체 조직이 하나가 됨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럼 이러한 개인들의 역량을 하나로 묶어 생존과 위기극복이라는 난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리더가 가져야 할 항목은 무엇인가. 첫째는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조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단순히 강요하기만 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발생한다.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강요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식을 고취하고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을 통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또 동기를 부여하는 코칭까지도 함께하는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둘째는 비전을 공유하는 능력이다. 모든 조직은 늘 비전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그 비전에 대한 참된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조직의 위기를 극복하고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이 크든 작든 함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더불어 함께 나아감을 제시하는 비전의 공유는 생존경영에서 리더가 지녀야 할 중요한 항목 중 하나다. 끝으로 함께 실천하는 솔선수범의 역량이다. 현재의 비상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나태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내부 업무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단순히 지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위기 극복을 위해 조직원과 함께 고민하고 먼저 실천해 나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리더의 솔선수범은 조직원들의 신뢰를 마련함과 동시에 동기부여 효과까지 더해져 더 큰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리더와 조직원 간은 수직적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임을 인지하고 더불어 이러한 동질성을 가지고 적극적인 태도와 행동으로 나아간다면,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위기경영은 경기가 침체에 빠질수록 제대로 준비된 기업에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상하가 똘똘 뭉쳐 전략적인 포지셔닝을 구비한 기업은 경제가 위축되고, 회사가 난관에 봉착했을 때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위기를 변화에 대한 기회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나아가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위기의식을 갖고 위기를 극복하느냐, 기회로 승화시키느냐는 기업과 조직원들 스스로의 자세에 달려 있다.
  • 한달 수익률 8.55%… 일본 펀드의 부활

    ‘애물단지’였던 일본 펀드가 부활하고 있다. 아베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일본 증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7일 기준 일본 주식형 펀드의 지난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5.89%다.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인 7.87%에 비하면 두 배 높은 셈이다. 일본 펀드에 이어 중국 펀드(11.26%), 아시아태평양주식(9.05%)이 뒤를 이었다. 1개월 수익률 역시 일본 주식펀드가 8.55%로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3.98%)보다 월등히 앞섰다. 일본 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한 해 수익률이 마이너스 40%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경기 부양을 위해 무제한적 통화정책을 공약한 아베 정권은 지난 11일 10조 3000억엔(약 23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승인한 바있다. 이 같은 부양 기대로 도쿄시장의 닛케이225지수는 지난해 10월 15일 8488.14에서 지난 15일 10952.31로 뛰었다. 석달 만에 30%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펀드별로 살펴보면 ‘KB스타재팬인덱스(주식-파생)A’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이 21.48%로 가장 높다. 이어 ‘슈로더재팬알파(주식-재간접)종류A’가 21.28%, ‘피델리티재팬자(주식-재간접)A’가 20.65%, ‘미래에셋재팬글로벌리딩1(주식)종류A’가 20.57%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일본 펀드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일본 산업 자체가 살아나고 있진 않아 투자시 주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형중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권은 초기이고 올 7월 참의원 선거 승리를 위해 가시적 성과를 내려할 것”이라면서 “상반기까진 이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엔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일본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지만 실제 파나소닉과 같은 산업의 기업 실적은 좋지 않다.”면서 “일본 증시가 11000 포인트 이상 올라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죄악산업’ 면피경제학

    [주말 인사이드] ‘죄악산업’ 면피경제학

    경마·복권 등 도박과 담배, 술. 사회적으로 장려되기보다는 폐지나 금지 논란에 시달리는 품목들이다. 그러나 경기침체 등 사는 것이 힘들 때 사람들은 여기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해당 업종의 매출이 증가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매출액 증가 등 업황이 좋아졌다는 언급을 꺼린다. 대신 기부 등 선(善)한 활동을 늘린다. 악(惡)을 판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죄악주’로 불리는 이들 기업의 생존 경제학을 짚어 본다. 18일 KT&G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담배 매출액은 1조 8956억원으로 전년(1조 7923억원)보다 5.8% 늘었다. 금연 열풍이 불면서 2008년 2조 127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09년 1조 9193억원, 2010년 1조 7565억원 등으로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담배 매출액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가 불거진 2011년 오름세로 돌아서 1조 7923억원을 기록했다. 복권 판매액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로또복권 발행이 시작된 다음 해인 2003년 총 복권 판매액은 4조 2342억원을 기록했다.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이다. 2004년에는 3조 4595억원으로 줄더니 2005년 2조 8438억원으로 2조원대로 떨어졌다. 새 상품이 나오면 매출액이 늘어났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흥미나 기대감이 사라져 판매가 부진해지는 ‘복권 피로’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다 연금복권이 발매된 2011년 3조원대로 올라섰다. 2012년 들어 연금복권의 인기는 시들었지만 복권 판매액은 3조 1859억원으로 늘어났다.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높아질수록 복권 판매액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경마도 그렇다. 2002년 7조 6491억원으로 7조원을 넘었던 마권 매출액은 2007년까지 5조~6조원대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7조 4219억원)에는 7조원대를 회복했다. 지난해는 7조 8397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로 생활이 어려워지면 그걸 잊고 싶어서 도박이나 다른 수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도박의 경우 손실이 발생하면 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 증가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죄악산업이지만 술은 다소 다른 모양새다. 소주나 맥주의 매출은 2008년 최고를 기록한 뒤 그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 여파가 계속되는 모양이다. 하이트맥주 매출액은 2008년 1조 444억원을 기록한 뒤 2009년 1조 175억원, 2010년 1조 223억원 등으로 줄었다. 2008년 34억 8422만병이 출고됐던 소주는 2009년부터 32억병 수준을 맴돌고 있다. 반면 2009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인수된 OB맥주는 매출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 주류시장에서는 재매각을 위한 몸집 불리기 차원으로 보고 있다. 백운목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소주는 워낙 값이 싸 맥주보다 경기 불황 영향을 적게 받는 편”이라며 “경기 침체기에는 매출액이 줄어드는 것이 주류업의 전반적인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2012년 매출 집계가 끝나지 않아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주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2011년 말 2만 5150원이었던 하이트진로 주가는 지난해 말 3만 400원으로 20.9% 올랐다. 지난해 코스피 평균 수익률(9.38%)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죄악주들은 경기 영향을 덜 타 불황기에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대놓고 좋아할 처지는 못 된다. 주가가 오르고 이익이 늘면 이들 기업은 ‘표정관리’에 들어간다. 정부의 인허가 사업인지라 사회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복권은 아예 수익금을 중소기업진흥기금, 보훈복지의료공단 등 법정배분 사업은 물론 소외계층 복지, 서민주거안정 등 공익사업에 쓰도록 법으로 정해 놓고 있다. 지난해 지원된 복권기금은 1조 2699억원으로 2011년(1조 2022억원)보다 5.6% 늘었다. 올해는 1조 4604억원을 쓸 예정이다. 복권위원회는 2008년부터 아예 봉사단을 구성해 자체적인 봉사활동도 벌이고 있다. 복권기금의 경우 쓰임새가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정부 부처가 공익사업을 진행할 때 재원으로 가장 먼저 공략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통일재원 마련 대상으로 논의된 것도 이 같은 까닭에서다. 한국마사회는 승마힐링센터를 열어 말을 이용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송동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와 발달장애 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 승마 강습 후 장애 아동들의 우울 및 불안 등이 뚜렷한 호전을 보였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인천, 경기 시흥 두 곳에 승마힐링센터가 마련됐다. 2020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해 30개를 세울 계획이다. 저소득층에게는 무료 개방이다. 일반 이용객에게도 실비(3만원)만 받을 작정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30곳이 지어지면 6만명가량이 동시에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T&G는 ‘상상펀드’를 가동했다. 임직원들이 월급 가운데 1만원 미만의 짜투리돈에 고정기부금을 얹어 기부하면 회사가 같은 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임직원 봉사활동 1시간을 1만원으로 바꾼 금액도 회사에서 더 얹어 낸다. 2011년 출범한 이 펀드에 임직원 98%가 참여하고 있다. 운영 규모만 연간 24억원이다. 이를 통해 희귀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의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선천적으로 심장에 구멍이 생기는 병인 심실중격결손증 소아환자의 수술비와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기도 했다. 새터민(탈북자)인 아이의 어머니는 “한국에 살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며 고마워했다. KT&G 관계자는 “우리가 파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래도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사회가) 알아줬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커버스토리-위기의 활자매체] 뉴스위크·CSM 인쇄판 중단…‘온라인 승부수’ 더데일리는 수요예측 실패로 폐간

    [커버스토리-위기의 활자매체] 뉴스위크·CSM 인쇄판 중단…‘온라인 승부수’ 더데일리는 수요예측 실패로 폐간

    ‘저무는 종이 시대’는 해외 언론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등 각국에서 종이신문을 폐간하고 인터넷과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을 통해 제공하는 온라인 매체만 남은 언론사가 최근 5년 새 부쩍 늘었다. 80년 전통의 미국 대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해 12월 31일 자를 끝으로 인쇄판과 결별했다. 경영난에 시달려 온 뉴스위크의 인쇄판 폐간과 온라인판 유료화는 언론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심층 보도와 특종으로 빛났던 뉴스위크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오프라인 독자를 잃어버린 것이다. 미국 언론이 오프라인을 외면하게 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역 신문을 중심으로 가시화하다가 보스턴 지역의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2009년 초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면서 본격화했다. 100년 전통의 이 신문은 지속되는 수입 감소로 고전하다가 온라인 매체에만 전념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시기 미국 콜로라도주의 대표 신문인 로키마운틴뉴스의 폐간 소식이 전해졌다. 150년 역사의 이 신문은 2009년 2월 27일 자 ‘굿바이 콜로라도’라는 폐간호 기사 제목을 끝으로 사라졌다. 소속 기자들은 회사에서 나와 별도로 인터넷 신문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146년 역사의 미국 서부 워싱턴주 시애틀포스트인텔리젠서도 2009년 3월 종이신문을 접고 온라인화했다. 유럽의 경제 위기도 언론 시장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경영난으로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 경영진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릴 경우 이 신문은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재정난을 겪어 온 스페인 일간지 푸블리코는 지난해 2월 24일 자를 끝으로 종이신문을 폐간했다. 푸블리코는 당시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다며 온라인 매체로 남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2대 경제지 라트리뷘도 지난해 1월 30일 자 발행을 마지막으로 인터넷 신문으로 전환했다. 프랑스 전국 일간지가 종이신문을 접은 것은 2011년 12월 온라인으로 전환했다가 지난해 7월 결국 파산한 프랑스수아르에 이어 두 번째다. 27년 전통의 라트리뷘은 판매 부수가 줄면서 광고 급감 등 재정난을 겪다가 결국 폐간 수순을 밟았다. 앞서 2009년 8월 세계적인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은 영국 런던에서 발행해 온 무가지 런던페이퍼를 경영난을 이유로 창간 3년 만에 폐간했다. 뉴스코프의 자회사인 다우존스도 63년 역사를 자랑한 홍콩 경제 전문지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FEER)를 같은 이유로 폐간했다. 머독은 일부 종이신문의 문을 닫으면서, 보유하고 있는 다른 주력 매체인 더타임스 등의 인터넷 서비스 유료화 방침을 천명했다. 종이신문의 잇따른 폐간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온라인 매체의 탄생과 약진이다.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프로퍼블리카, 워싱턴 정계의 틈새 소식을 전하는 온라인 미디어 폴리티코, 정치 전문 블로그 매체 허핑턴포스트 등은 창간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기존 유력 종이신문들의 온라인 독자 수를 능가하고 있다. 물론 온라인 매체로의 전환이 모두 다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2011년 2월 세계 최초로 태블릿PC 전용 신문을 표방하며 창간됐던 머독의 일간 더데일리는 지난해 12월 15일까지 발간된 뒤 결국 문을 닫았다. 아이패드 등의 유로 다운로드 형태로만 발간됐던 이 신문은 머독이 밝힌 대로 “혁신적인 실험이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독자 수를 확보하는 데 실패”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머독은 아이패드 소유자 200만명을 정기 구독자로 확보해 수익을 낼 계획이었지만 유료 구독자는 10만명도 넘지 못했다. 강석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지난해 말 한국언론진흥재단 보고서에서 “더데일리는 콘텐츠 차별화에 실패한 데다 종이신문 기반이 없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못해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언론계의 성패는 기존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체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콘텐츠를 강화해 수익을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Occupy 시위’ 노래가 없어 망했다?

    ‘Occupy 시위’ 노래가 없어 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점령하라’(Occupy)는 시위가 전 세계적으로 들불처럼 번져 나갔을 때, 그러니까 좌파들이 이 빌어먹을 신자유주의가 드디어 결단 날는지 모른다고 환호하기 시작했을 때, 그래서 집단 지성이니 뭐니 폼 나고 멋들어진 말들이 떠돌아다닐 때, 68혁명을 경험했던 좌파들은 이미 그때 이 ‘점령 시위’가 별 볼 일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위 양상을 관찰해 보니 68혁명 때와 달리 시위대가 함께 부르는 노래가 없었다는 것. ‘세시봉 열풍’이니 ‘건축학개론 돌풍’이니 하는 것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노래가 가진 문화적 힘이란 그런 것이다.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팝송 1001’(로버트 다이머리 책임편집, 이문희 옮김, 마로니에북스 펴냄)은 팝송이 가진 문화적 힘을 총망라해 뒀다. 말 그대로 총망라다. 1916년 엔리코 카루소의 ‘오 솔레미오’에서 2010년 고릴라즈의 ‘스틸로’에 이르기까지 장르 불문 모든 대표 팝송을 다 모아둔 데다, 선정된 노래와 영향을 주고받았다거나 리스트에서 빠졌지만 놓치기 아까운 곡도 함께 표시해 뒀기 때문에 책 전체적으로 언급한 곡은 모두 1만곡에 이른다. 팝 업계에 종사하는 49명의 글쟁이들이 쓴 책이다 보니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일단 재기 넘치는 글솜씨가 좋다. 거기다 ‘아 그거!’ 할 만한 히트곡은 물론, 음악적 방향이나 사회적 영향력에서 의미 있는 노래들도 다수 선정됐다. 음악에 얽힌 뒷얘기도 재밌게 읽힌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잔혹한 폭력행위를 다룬 빌리 홀리데이의 ‘스트레인지 프루트’(Strange Fruit)가 발표 당시 겪었던 어려움, 또 천둥소리를 내는 드러머로 유명한 레드 제플린의 존 보넘이 ‘웬 더 리비 브레이크스’(When the Levee Breaks) 녹음 때 드럼 소리를 더 묵직하게 내기 위해 어떤 꼼수를 썼는지 등 아주 세부적이다. 4만 3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커버스토리-위기의 활자매체] 스마트폰·태블릿PC에 밀린 신문, 종이옷 벗고 디지털 장벽 넘어라

    [커버스토리-위기의 활자매체] 스마트폰·태블릿PC에 밀린 신문, 종이옷 벗고 디지털 장벽 넘어라

    지난 17일 밤 서울 광화문의 한 신문가판대. 수은주가 영하로 뚝 떨어진 가운데 매대 앞은 한산했다. 퇴근길 직장인들은 간간이 캔커피나 초콜릿을 집어들 뿐 신문 가판대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30대 남성은 아예 태블릿PC를 꺼내 PDF 형태의 경제지를 읽고 있었다. 15년째 가판대를 운영해 온 주인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하루 100부씩 나가던 일간신문은 2004년 무료신문 발행이 봇물을 이루며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보급되면서는 하루 1~2부 팔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우리나라 종이신문의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유력 종합일간지는 물론이고 대다수 신문의 유료 부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신문산업 전체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신문사들은 기업회생절차, 부도, 매각 등에 시달리며 혹한기를 보냈다. 인천일보와 아시아경제는 극심한 누적 적자로 기업회생절차를 밟았고 67년 역사의 제주일보는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일부 종합일간지는 자산 매각 등을 포함한 경영정상화를 고심하고 있다. 18일 신문업계에 따르면 두 차례의 금융위기와 뉴미디어의 득세에 따른 지속적인 부수 감소,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으로 인한 광고 정체 등으로 신문의 위기는 급격히 가중되고 있다. 한국ABC협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1년 신문 부수 공사 보고’에 따르면 상위 20개 종합일간지의 유료부수는 614만 5087부로 전년보다 7.1% 줄었다. 발행부수도 868만 3135부로 1.8% 감소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지난달 내놓은 ‘2013년 광고경기 예측지수’에선 신문이 86.8인 반면 인터넷은 126.3, 케이블TV는 103 등으로 나타났다. 예측지수는 지출이 늘 것이라는 응답 수가 많으면 100이 넘고, 반대이면 100 미만이 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신문업계는 ‘녹다운’ 상태다. 2000년대 들어 신문업계는 구독률 급감(2001년 51.3%→2011년 24.8%)과 열독률 감소(2001년 69.0%→2011년 44.6%)에 시달렸다. 회귀분석을 통해 2020년 신문 구독률을 추정해 보니 0%에 가깝게 떨어진다는 결과도 나왔다. 위기 타개를 위한 신문사들의 노력은 이전투구식 경쟁과 새로운 활로 모색으로 요약된다. 일부 대형 일간지의 보급소에선 1년 유료구독에 1년 무료구독, 스포츠지·경제지 끼워주기, 현금 제공 등의 행태가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신문보급소 관계자는 “지국장들이 급감하는 부수를 견디지 못해 매년 교체될 만큼 밑바닥 분위기는 심상찮다”고 전했다. “찍을수록 손해”라는 중소 규모 신문사들은 경영개선책의 일환으로 토요일자 휴간, 별쇄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새로운 활로 모색은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이다. 온라인과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강화다. 주요 신문들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놨고, 본격적인 콘텐츠 유료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애플스토어에 ‘가판대 서비스’를 운영 중인 한 일간지의 경우 하루 평균 무료 다운로드 횟수가 30만건이 넘고 유료인 PDF서비스 이용도 3만건에 이른다. 하지만 이 신문의 독자서비스팀 관계자는 “한국의 뉴스 소비자들은 해외에 비해 ‘뉴스 유료화’에 부정적”이라며 “신문독자의 앱 무료이용 정책은 갈림길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김위근 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신문산업의 위기는 신문산업 전체의 위기라기보다 종이신문에 한정된 위기”라며 “디지털 환경에서 변해 버린 뉴스, 신문, 저널리스트, 이용자 등의 개념에 대한 신문사 구성원들의 이해와 적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대안으로 우수한 편집기자 확보와 편집조직 통합,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기사 아카이브 구축 등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의 위상 회복과 여론 다양성 확보가 민주주의 구현에 필수적이라는 문제의식 아래 신문을 살리자는 제안도 잇따르고 있다. 언론노조 등이 추진하는 프랑스식 신문산업지원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신문산업지원법은 정부가 신문을 공동 인쇄하고 배달하는 시스템을 지원할 공적 펀드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는 “신문산업의 위기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신문법 개정과 신문지원제도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작년 車신규등록 3.1% 감소…국산 5.1%↓ 수입은 22%↑

    작년 車신규등록 3.1% 감소…국산 5.1%↓ 수입은 22%↑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신규등록 차량이 154만 2837대로 전년보다 3.1% 감소했다고 17일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규등록이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신규등록 가운데 국산차는 140만 3656대로 5.1% 감소한 반면 수입차는 13만 9181대로 22.3% 증가했다. 신규 수입차의 비중은 9.0%로 높아졌다. 경기 불황기에는 변경등록(672만 3310대)이 많고, 호황기에는 신규등록이 많은 경향이 그대로 나타났다. 차종별로는 경기부진 탓으로 화물차가 7.5% 감소했고, 승용차는 2.5% 주는 데 그쳤다. 반면 특수차량은 2.8% 증가했다. 연료별로는 고유가 탓에 휘발유차 증가율이 2011년 3.0%에서 지난해에는 1.2%로 떨어진 반면 경유차 증가율은 3.4%에서 4.4%로 높아졌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김일수 樂山樂水] 왜 국민안전인가?

    [김일수 樂山樂水] 왜 국민안전인가?

    한 열흘 전, 한 신문기사가 필자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전제조건은 안전사회를 확립하는 일이라 강조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섬기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경영목표도 ‘국민안전·사회통합을 추구하는 형사정책 연구기관’이기 때문이었을까. 이렇듯 안전모드는 어느새 다양한 정책전문가들의 눈에 우리 시대의 정신을 읽는 코드가 되었다는 느낌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생산과 시장의 글로벌화와 국제화, 노동시장과 사회적 관계의 유연화, 국가기능의 민영화, 포드주의에 지향된 복지국가가 약속했던 정책의 변화, 포스트모던 시대의 심화와 함께 전통적 결속감과 보편적 공동체정신의 해체 그리고 고도의 개인주의화와 다원화로 인해 사회적 불안정이 증폭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 과정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고, 도처에서 체감정도만 다를 뿐 계속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두 차례에 걸친 경제위기와 금융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한 저력을 확증하긴 했지만, 그로 인해 사회 주변영역으로 내몰린 취약계층의 증가와 사회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의 간극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것이 지난번 대선의 투표성향에서도 드러났다. 문제는 외적 불안요인이 내면세계의 불안으로 파고들고, 이 같은 불안의 순환구조가 해소되지 않은 채 정체에 빠지면 내면세계의 불안감은 자살 아니면 분노와 같은 극단적 행동으로 분출되기 쉽다는 점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공동체의 평화롭고 안전한 삶의 지평을 열어 나가는 프로젝트가 바로 오늘날 안전국가·안전사회의 이념이다. 왜 개인의 자유가 아니고 안전이며, 왜 시장의 효율성이 아니고 안전인가? 경제적 변혁과 국가기능의 변화 등을 포괄하는 거시적인 사회변화가 이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만 놓고 보더라도 산업화시대의 지표는 성장과 완전고용이었다. 최근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우리는 어느새 행복과 안전을 추구하기에 이르렀다. 안전은 후기현대사회의 국가적 정책에서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모든 어젠다 중에서 우선순위를 점한 필수의 문제이다. 단순한 행복추구의 수단이 아니라 행복 그 자체와 동일시하는 단계에 와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정착으로 이제 시민의식은 국가의 신화화나 권력의 폭군화를 염려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국가가 국민의 자유보장보다 국민의 안전과 보호에 더 신경 써 주길 기대하는 추세이다. 여기에서 개인의 안전과 사회의 안전은 상호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사회적 불안의 확산은 안전지향정책의 큰 장애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새로운 위험요인들은 사회 도처에 깔려 있고, 그러한 위험요인들을 국가가 우선적으로 잘 관리함으로써 생활의 안전을 확보해 주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박 당선인의 정책 프로그램 속에는 안전사회의 프로그램 일부가 제시되고 있다. 성폭력·가정파괴·학교폭력·불량식품을 4대 악으로 상정하고, 이를 근절시켜 사회안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한 주요대책으로 합동성범죄전담반 설치, 범죄예방을 위한 안전시설 확충, 범죄피해자 지원 확대, 범죄취약계층을 위한 경찰력 대폭 증원, 식품안전정보망 구축과 식품표시제 확대 등이 구상될 전망이다. 안전지향적 형사정책은 더 많은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다. 고전적인 범죄 진압 모델에서 예방모델로, 폐쇄적인 사회통제모델에서 개방적인 사회통합모델로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단계에 와 있다. 위험이나 재난으로부터 더 심각한 사회적 트라우마의 고통을 겪지 않도록, 이미 발생한 위험이나 재난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더 나아가 아픈 경험을 벗어나 일상의 평온을 회복하는 자발적 복원능력을 촉진시키는 통합적인 안전정책 수립도 필요하다. 어느새 우리는 웰빙보다 힐링을 자주 이야기하는 상황에 접어들지 않았는가.
  • 한국인 은퇴준비 50대가 가장 부족

    ‘한국 국민 중 50대의 은퇴 준비가 가장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자산운용업체인 피델리티자산운용은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대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와 함께 연구한 ‘2012년 피델리티 은퇴준비지수’를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50대의 은퇴소득대체율은 39%지만 목표소득대체율은 59%로 20% 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은퇴소득대체율은 은퇴 후 실제 예상되는 소득이 은퇴 직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목표소득대체율은 은퇴 후 희망 생활비가 은퇴 직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두 대체율의 차이가 클수록 은퇴 이후 희망하는 생활수준과 실제 은퇴준비 수준 간 괴리가 크다는 의미이다. 20대는 차이가 14% 포인트로 50대 뒤를 이어 낮은 은퇴준비도를 보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로 인한 청년 실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은퇴준비가 가장 잘돼 있는 연령계층은 30대였다. 30대의 은퇴준비 격차는 11% 포인트로 전체 연령계층 중 가장 낮았다. 직업별로 살펴보면 사무직의 은퇴준비격차(8% 포인트)가 가장 낮아 다른 직군보다 은퇴준비 정도가 양호했다. 판매직(27% 포인트)이 은퇴 준비에 가장 취약한 직군으로 조사됐다. 국민 전체로 보면 이 격차는 2년 전보다 다소 줄어들었다. 2010년에는 목표소득대체율이 62%였으나 이번에는 61%로 줄어들었다. 반면 은퇴소득대체율은 2010년 42%보다 1% 포인트 올랐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성지중·고 방화 캠퍼스 새달 철거 서울시 반납

    일반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퇴교한 학생과 늦깎이 성인들의 마지막 배움터(학력인증 평생교육시설학교)인 성지중·고 방화동 캠퍼스가 다음 달 철거된다. 김한태(80) 교장은 14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본관을 재건축하는 동안 방화동 850에 있는 서울시유지 5215㎡에 가건물로 교실 7개동과 체육관을 지어 임시 사용해 왔으나 오늘 자로 임대기간이 끝나 다음 달 25일 졸업식이 끝나는 즉시 건축물을 철거한 후 서울시에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김 교장은 “방화동 캠퍼스에서 공부하던 학생 570여명 중 300여명은 다른 학교로 전학하거나 퇴교해야 하며 교사 8~9명에겐 새 직장을 구하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화곡동 본관 건물은 낡고 비좁아 더 이상 학생을 추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800여명이 공부하는 화곡동 본관은 2008년 10월 강서구로부터 재건축 승인을 받았으나 때마침 불어닥친 금융위기와 부동산경기 침체로 착공을 못하고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시론] 한국은행 금리 동결의 함의/유병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시론] 한국은행 금리 동결의 함의/유병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 금요일 한국은행이 두 건의 경제 뉴스를 발표했다.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는 것과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2.8%로 내린다는 내용이다. 저성장의 기조에서 0.4% 포인트씩이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경제 회복이 기대했던 것보다 지연되고 있으며 금년 경제도 큰 활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언론들이 거의 이구동성으로 금리 동결에 대한 실망감을 전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이어진 경기 침체가 벌써 5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세계 각국이 다양한 수단들을 동원, 불황에 적극 대응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황의 터널은 오히려 길어져 가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어려움이 잘 극복되지 않고 있는 이유의 근간에는 전통적인 경제이론이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요인들이 최근 경제 상황에서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는 경제학에서도 많은 연구거리가 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아예 연구전담반을 운영하고 있을 만큼 이번 사태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데 열심인 까닭이다. 반면 정립된 이론이 부재된 이러한 상황에서 현실에 대처해야 하는 정책당국은 그만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뜻이다. 때로는 상충되는 제안들을 앞에 두고 불확실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현 상황에 대한 설명 가운데 특히 ‘대차대조표 불황’(balance sheet recession)이라는 개념은 상식의 수준에서라도 한번 짚어볼 만하다. 대차대조표는 차변에 자산, 그리고 대변에 부채 및 자본이 기록되어 특정 시점에서의 재산 상태를 보여주는 표이다. 예를 들어 빚을 내 자산을 구입하면 차변과 대변에 그 금액이 동일하게 기록되어 대차대조표의 ‘규모’가 커지게 된다. 그리고 해당 경제주체의 씀씀이는 그 규모에 정비례하는 성향을 지닌다. 지난 금융위기 때처럼 버블 붕괴에 따라 자산 가격이 광범위하게 하락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대차대조표 차변의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다만 우변에서는 버블과 무관한 차입금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크기로 자본이 감소하게 된다. 이에 따라 경제주체는 자산건전성 회복을 위해 소비를 줄이고 부채 축소에 나서게 된다. 그러면 대차대조표 규모는 더욱 줄어들고, 경제의 총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불황의 깊이가 더해진다. 한편 부채를 줄이려고 하는 경제주체는 신규 자금 차입을 꺼리게 된다. 이러한 부채 축소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은행 대출과 대출금의 일부가 예금되는 통화 창출 사이클이 막히게 된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의 금리 인하는 평상시에 비해 별 효과를 내지 못하게 된다. 바꿔 말하면 정책에 따른 전망치를 낮춰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일본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처드 쿠가 주장한 이러한 설명은 이론으로서의 정교성은 설익어 보인다. 하지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가 상당한 호감을 보일 만큼 설득력 있는 내용은 많아 보인다. 우리 정책당국 역시 이를 점검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한 배경을 짐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현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경기 진작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회의적이었다면, 부분적이나마 이 글의 내용과 겹쳐지는 설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오히려 환율 정책의 관점에서 금리 인하를 더 기대하는 눈치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확장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그러한 압력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조만간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시장에 후행적인 정책보다 시장을 이끌고 나가는 정책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점을 심사숙고해야 하는 시점이다.
  • 설비투자 부진 영향… 금리인하 실기 논란

    설비투자 부진 영향… 금리인하 실기 논란

    한국은행이 11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우리 경제는 2년 연속 2%대 성장을 맞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 2.3%, 2009년 0.3% 성장을 기록한 뒤 3년 만에 다시 맞는 저성장 위기다. 2001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분기 평균 성장률은 1.2%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수치를 넣으면 평균 성장률이 1% 밑으로 떨어진다”고 전했다. 2011년 2분기부터 시작된 전기 대비 ‘0%대 성장’이 2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올 상반기에 1.9%, 하반기에 3.5% 성장하는 ‘상저하고’를 예상했다.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폭도 다소 ‘충격적’이다. 불과 두어 달을 남겨 놓고 분석한 10월 전망치가 2.4%였는데 이날 2.0%로 수정했다. 2%에 간신히 턱걸이한 전망치라 1%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분기에 전기 대비 0.8% 성장할 것으로 봤으나 0.4%로 반토막 날 것으로 추산된 게 가장 충격이 컸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4분기 성장률 추정치가 반토막 난 이유는 설비투자 때문이다. 당초 전년보다 1.5% 늘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는 1.5%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설비투자는 기존 전망치(5.0%)의 절반 수준인 2.7%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있다지만 여전하고, 수요 부족 등으로 놀고 있는 설비도 있어 설비투자의 빠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미약하나마 경기가 개선되고 있어 실탄을 아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재정절벽 등 큰 불안요인이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에서 섣부르게 금리를 내리면 물가상승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은의 결정을 지지했다. 새 정부의 정책을 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한은의 ‘눈치작전’도 엿보인다. 하지만 금통위의 경기 인식이 안이하다는 우려도 있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생각보다 우리 경기의 성장세가 미약하다”면서 “3월까지 금리 인하가 없으면 한은이 실기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의 돈 풀기로 외국자금이 국내 증시로 대거 유입되고 있어 (유입 속도를 줄일 만한) 거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씨줄날줄] 차베스 없는 차베스 정부/육철수 논설위원

    베네수엘라 공수장교 출신인 우고 차베스가 자국민에게 처음 얼굴을 알린 것은 1992년 2월 4일.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대통령 때였다. 차베스는 이날 쿠데타를 감행했다. 하지만 실패한 뒤 투항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그는 국영방송에 나와 “내가 이끄는 베네수엘라 운동은 ‘당분간’ 실패했을 뿐”이라며 사뭇 당당했다. 그는 쿠데타 2년 뒤인 1994년 사면을 받아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거무튀튀한 얼굴에 다부진 체격의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기존 정치 엘리트와는 많이 달랐다(세바스티안 에드워즈, 포퓰리즘의 거짓 약속). 이즈음 베네수엘라의 국내 상황은 복잡했다. 페레스 대통령이 축출되고 전직 대통령(1969~1974년) 라파엘 칼데라가 다시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물가 인상, 화폐(볼리바르화) 가치 급락, 금융위기 등에 시달리다가 1996년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리는 신세가 됐다. 차베스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1998년 대통령에 출마해 당선됐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차베스가 실패한 쿠데타의 주역이었다는 사실도 ‘젊은 혈기의 실수’로 너그럽게 봐주었다. 차베스가 지난해 10월 4기 집권에 성공하고 남미 반미좌파 국가의 선봉이 된 데는 석유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제1의 석유 매장국(세계 매장량의 18%, 2960억 배럴)이다. 차베스에겐 석유가 풍부한 복(福)에다 고유가 행운까지 겹쳤다. 그가 처음 대통령이 됐을 때 유가는 배럴당 15달러. 그런데 2008년에는 135달러로 치솟았다. 그는 석유 판매금 1조 달러로 빈민 구제와 이웃 나라 원조에 펑펑 썼다. 덕분에 베네수엘라에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를 훨씬 능가하는 ‘차비스타스’라는 차베스 열렬팬이 있다. 국민의 40%에 이르는 빈민층은 절대 지지층이다. 볼리비아·니카라과·에콰도르 등이 똘똘 뭉쳐 반미 횃불을 든 ‘볼리바르 동맹’에서도 베네수엘라는 ‘큰형님’ 격이다. 석유는 이렇게 차베스에게 국제적 명성과 권력을 안겼다. 지난 10일(현지시간)은 차베스의 4기 정부(2013~2019년)가 출범하는 날. 하지만 차베스는 쿠바에서 암 치료를 받으며 의식불명 상태란다. 사실상 유고(有故)라 이날 취임식을 무기 연기하고 축하행사만 열렸단다. 차베스가 사망하면 헌법에 따라 재선거를 치르겠지만 벌써 권력 암투가 심각한 모양이다. ‘차베스 없는 차베스 정부’가 아슬아슬하다. 그의 포퓰리즘에 매달려 석유의 단물을 나눠 마시던 인접국들도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석유가 낳은 ‘남미의 풍운아’가 사라지면 그 빈자리를 누가 메울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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