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금융위기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 동계올림픽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 소치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 모녀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 연예대상
    2025-12-2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802
  • “키코 환헤지 목적 부합, 불공정 계약 아니다”… 대법, 은행 손 들어

    “키코 환헤지 목적 부합, 불공정 계약 아니다”… 대법, 은행 손 들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출 중소기업들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던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에 대해 대법원이 은행 손을 들어 줬다. 불완전 판매에 불공정 거래라는 피해 기업 측의 주장에 불공정한 계약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26일 키코 관련 피해 중소기업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등 소송 4건에 대해 2건은 기업 패소, 2건은 기업 일부 승소 등으로 판결했다. 소송을 건 수출 중소기업들은 금융위기 이전 환율이 내릴 것에 대비해 키코에 대거 가입했다. 그러나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키코는 위험 회피용이 아닌 손실 덩어리가 됐다. 대법원은 먼저 키코 계약이 불공정 행위 등으로 무효, 사기라는 원고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환헤지는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현재 시점과 장래의 환율을 고정함으로써 외환 거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면서 “키코 체결로 환율이 올랐을 경우 손실이 발생하지만 보유 외환에서는 이득이 발생하므로 손실만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 키코는 환헤지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어떤 계약이 불공정한지 아닌지는 계약 당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향후 외부 환경 급변에 따라 일방에 큰 손실이, 상대방에 상응하는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해서 그 계약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은행이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는 고객이 위험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계약 구조와 내용,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발생 가능한 손실의 구체적인 내용, 위험 요소 등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키코 관련 다른 소송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수산중공업이 우리은행과 씨티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에서 “원고는 이미 유사한 거래 경험이 있어 키코 계약이 과대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를 확정했다. ㈜세신정밀이 신한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는 “은행의 적합성 원칙 및 설명 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면서 “신한은행은 9억 3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유지했다. 이어 대법원은 ㈜삼코가 하나은행과 체결한 2건의 키코 계약 중 하나는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른 한 계약은 은행 측 의무 위반을 인정해 상고를 기각하고 “하나은행은 3억 4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모나미가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에서는 “SC은행이 18억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은행 손을 들어 주자 은행들은 판결 결과를 일제히 반겼다. 키코 소송에 관련된 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본 것은 안타깝지만 계약은 정상적으로 체결됐다”고 말했다. 재판 결과를 지켜본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대법원의 판결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대위는 성명서를 내고 “인도, 이탈리아, 독일의 법원에서는 키코 같은 파생금융상품을 판 은행의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했는데 왜 우리나라 법원과 금융 당국만 키코 상품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냐”면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용어 클릭] 키코(KIKO)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옵션 상품. 약정 환율과 환율 변동의 상한(knock-in)과 하한(knock-out)을 정해놓고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약정 환율에 달러를 팔 수 있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환율이 상한을 넘어서면 약정액의 1~2배를 고정 환율에 팔아야 해 환손실이 더 커지고, 환율이 약속한 범위 아래로 떨어지면 계약이 해지되는 상품이다.
  • [씨줄날줄] 날개 꺾인 샐러리맨 신화/문소영 논설위원

    국내 3위 휴대전화기 생산업체 팬택은 맥슨전자의 영업사원이던 박병엽 부회장이 1991년 4000만원으로 창업한 무선호출기 회사다. 1997년 휴대전화기 생산으로 확대했고, 2001년 현대큐리텔을, 2005년 SK텔레택을 인수해 휴대전화기 업계에 떠오르는 별이 됐다. 벤처신화를 쓰던 그는 한때 국내 30위 주식부자 반열에도 올랐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과 경쟁하기에 팬택은 역부족이었다. 실적 악화로 2007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그가 지분을 모두 포기하고 백의종군해 팬택은 2011년 12월에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부회장은 24일 경영에서 퇴장을 선언했다. 한국의 ‘샐러리맨 신화’를 썼던 주인공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몰락하고 있다. STX의 강덕수 회장은 1973년 시멘트 회사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시작해 재무담당임원(CFO)까지 올랐다. 2001년 쌍용중공업이 매물로 나오자 전 재산 20억원을 털어 경영권을 인수했고 STX로 개명했다. 범양상선과 대동조선 등을 인수해 해운·조선을 중심으로 그룹을 수직계열화해 재계 13위까지 차고 올라갔다. 당시 조선산업은 호황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는 중국 다롄에 대규모 조선소를 건설하던 강 회장에게 치명타였다.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면서 올해 그룹이 해체됐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1971년 한국 브리태니커 영업사원으로 출발했다. ‘영업의 달인’ 윤 회장은 1980년 자본금 7000만원으로 도서출판 헤임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웅진그룹의 모태로, 1995년 상장한 웅진씽크빅의 전신이다. 학습지를 팔던 그는 웅진코웨이 정수기 사업으로 승승장구했다. 현금장사였다. 학습지, 정수기 등의 소비재가 아닌 건설·금융과 같은 중후장대한 사업의 기업가를 꿈꿨던 윤 회장은 극동건설과 서울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재계 순위 32위로 올라갔지만 몰락의 시작이었다. 샐러리맨 신화를 쓴 또 다른 기업가로 신선호의 율산그룹과 김우중의 대우그룹, 정태수의 한보그룹 등이 있었다. 모두 내실을 기하지 못한 채 과도한 인수합병과 차입경영 등으로 몸집을 불리다 위기에서 날개가 꺾였다. 샐러리맨의 신화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의 개천에서는 용이 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가난한 집 수재가 고졸로 사법·행정고시로 고급관료의 길에 들어서듯이 말이다. 현재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만이 남아 있다. 사회이동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롯데, 효성 등 재벌기업만 살아남고 창업이 멸종하는 풍토가 될까 우려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월급쟁이 출신 총수들 무리한 확장·금융위기에 ‘눈물’

    월급쟁이 출신 총수들 무리한 확장·금융위기에 ‘눈물’

    지난 7월 19일 일본 주요 일간지·경제지에는 한 재계 거물의 퇴진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히로카네 겐시가 1983년부터 연재한 기업 만화 ‘시마 시리즈’의 주인공 시마 고사쿠 사장이 경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내용이었다. 설정상 1947년생 베이비붐 세대인 시마 사장은 파나소닉을 모델로 한 전기회사 하쓰시바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끝내 사장 자리에 오른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샐러리맨이다. 때문에 비록 만화 주인공이긴 하나 일본에서 시마 사장의 퇴진은 전자업계의 불황과 함께 ‘샐러리맨 신화’의 몰락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24일 팬택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박병엽 부회장이 경영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말단 월급쟁이에서 시작해 조 단위 매출의 기업을 키워내며 샐러리맨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뽑히던 샐러리맨 신화의 퇴진이었다. 앞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강덕수 STX 회장에 이어 박 부회장까지 한국 대표 샐러리맨들이 부진 끝에 줄줄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샐러리맨 신화의 종결은 더이상 만화 속 이야기로만 넘길 수 없게 됐다. 재계에서는 또 다른 샐러리맨 신화를 위해서는 기업 성장을 위한 토양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샐러리맨 신화의 원조로는 단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손꼽힌다. 24살이던 1960년에 한성실업에 입사해 6년여간 실무 경험을 쌓은 뒤, 31살 나이에 자본금 500만원과 직원 5명으로 차린 회사가 대우그룹의 전신인 대우실업이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건설·전자·자동차 등 사업 영역을 넓힌 대우는 한때 41개 계열사, 400개가량의 해외법인을 보유한 재계 2위 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대우 신화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몰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부채비율 600%가 넘던 대우는 해외 채권자들의 상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1999년 8월 대대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들어섰다. 김 전 회장은 그해 10월 중국으로 떠난 뒤 그길로 장기 해외 도피에 들어갔다. 이후 2005년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는 결국 징역 8년 6개월,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 9253억원 형을 선고받았다. 특별사면 이후 다시 해외행을 택한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전격 귀국했다. 하지만 현재 세간의 관심은 신화의 복원이 아니라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김 전 회장도 추징금을 낼 것인가 여부에만 쏠려있는 상태다. 한국형 샐러리맨 신화의 근저에는 벤처정신이 강하게 작용했다. 지난해 10월 웅진홀딩스 공동대표에서 사퇴하며 막을 내린 윤 회장의 신화도 자본금 7000만원, 직원 7명에서 시작됐다. 1971년 한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외판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윤 회장은 입사 1년 만에 세계 54개국 세일즈맨 중 판매왕을 차지했고 입사 9년 만에 상무 자리에 올랐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1980년 세운 헤임인터내셔녈이 웅진출판, 나아가 웅진그룹 모태다. 이후 물 시장에 눈을 돌린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 정수기 사업으로 신화를 이어갔고 한때 15개 계열사 매출 6조원대의 그룹으로 웅진을 키워 냈다. 강덕수 STX 회장은 1973년 쌍용양회에서 평사원으로 회사생활을 시작해 입사 28년 만인 2001년 사재를 털어 다니던 회사를 인수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외국 자본에 넘어갔던 쌍용중공업이 매물로 다시 나오자 경영권을 인수한 것이다. 이후 강 회장은 STX팬오션의 전신인 범양상선, STX조선해양의 전신인 대동조선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그룹의 몸집을 불렸다. 이후 STX는 조선·해운의 호황에 힘입어 설립 10여년 만에 재계 10위권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윤 회장과 강 회장의 신화는 웅진과 STX의 거품이 꺼지면서 함께 수그러들었다. 덩치를 불리려는 과한 욕심이 경제위기와 맞물려 몰락을 가져온 모양새다. 웅진은 야심차게 인수한 극동건설이 건설경기 침체로 수익성 악화의 늪에 빠지고, 태양광 사업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며 기업의 체질악화를 불러왔다. 지난해 극동건설,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을 시작으로 웅진은 웅진코웨이, 웅진패스원 등 주요 계열사를 팔아야 했다. 더구나 윤 회장은 지난달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를 당한 상태다. STX도 잦은 인수합병으로 불린 덩치가 부담이 됐다. 조선·해운의 불황으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STX는 지난해 5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또 STX팬오션 매각에 실패하면서 핵심 계열사인 STX조선해양까지 채권단이 목줄을 쥔 형태가 됐고, 강 회장은 지난달 채권단 압박에 버티다 결국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번에 사퇴한 박 부회장은 2006년에 이미 한 차례 워크아웃의 시련을 겪었다. 자신의 보유지분을 모두 내려놓고 백의종군해 4년 8개월 만에 팬택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결국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른 샐러리맨 신화 몰락의 원인을 취약한 리스크 관리에서 찾는다. 재벌 기업들이 고도 성장한 산업화시대와 달리 기업 경쟁 자체가 글로벌화되면서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더 커졌지만, 샐러리맨 기업은 재벌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고 인적·물적 자원이 취약해 위기 상황을 타개할 힘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출자총액제한 일반기업집단 내 삼성가, 현대가 등 6대 재벌 가문의 자산 총액 비중은 2007년 59.5%에서 지난해 67.7%로 8.2% 포인트 성장했다. 그만큼 샐러리맨 신화 형태와 같은 신규 대기업의 비중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며 몸집 불리기식 전략보다는 적절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지난 5년간 중도 탈락한 그룹들은 모두 리스크 관리와 지속가능경영 체제 구축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강 회장, 박 부회장 등이 몇년 새 줄줄이 퇴진하면서 재계에서는 더이상 한국에서는 샐러리맨 신화를 쓰기 힘들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남은 입지전적인 샐러리맨 출신으로도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장인수 OB맥주 사장 정도가 언급될 뿐이다. 윤 회장은 한진해운의 전신인 해운공사에 입사해 1991년 휠라코리아 대표이사로 발탁됐고, 2007년에는 아예 휠라 본사를 사버렸다. 동양증권 증권맨이던 박 회장은 1997년 미래에셋캐피탈을 설립해 지금에 이르렀다. 고졸 출신의 장 사장은 30여년 주류 영업 끝에 사장 자리에 올라 ‘고졸 신화’, ‘샐러리맨 신화’ 타이틀을 함께 갖고 있다. 이에 새로운 한국형 샐러리맨 신화의 새로운 탄생을 위해서는 ‘규제의 단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벤처 활성화와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규제의 벽이 높다는 의견이다. 한 벤처 기반의 중견기업 관계자는 “기업 스스로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갖추려는 노력과 별개로 한국에서는 기업이 조금만 커지면 금세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와 견제가 들어온다”며 “특히 신시장에서 성장한 기업에다 기존 산업분야에서 영업을 하는 대기업과 같은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는 역차별이 사라져야 새로운 신화 탄생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꿈의 직장’ 금융권 이렇게 뚫어라] 하반기 채용 특징

    [‘꿈의 직장’ 금융권 이렇게 뚫어라] 하반기 채용 특징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시즌이 본격 개막됐다. 100 대 1이 넘는 살인적인 경쟁률 앞에서 취업 준비생들의 합격을 향한 염원은 필사적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신문은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권 합격 전략을 4회에 걸쳐 다룬다. 전반적인 채용 트렌드(1회)와 함께 은행(2회), 카드·보험(3회), 금융 공기업(4회)의 면접 등 노하우를 기업 채용 담당자들에 대한 직접 취재를 바탕으로 전달한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수출입은행 등 공공 부문을 필두로 금융권 하반기 채용 시즌의 문이 열렸다. 공공 부문은 대부분 모집원서 접수가 끝났고 은행·카드·보험 등 민간 부문은 원서를 받고 있거나 곧 공고를 낼 예정이다. 올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진 금융권의 상황을 반영한 듯 지난해보다 연간 기준으로 채용 인원이 30%가량 줄었다. 통상 4000만원 이상의 초봉에 안정적인 자리를 보장받아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권의 취업문 뚫기가 이전보다 한층 어려워진 것이다. 올해 금융권 채용의 특징은 크게 ‘탈(脫) 스펙’, ‘인문학’, ‘면접’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스펙(각종 공인자격증 등)을 전혀 보지 않거나 중요 요소로 따지지 않는 곳이 늘어나고 있고 문(文)·사(史)·철(哲) 중심의 인문학을 자기소개서나 면접에 접목하고 있다. 면접은 점차 다양한 방식으로 강화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남북협력기금 부문 채용 서류전형에서 학력, 영어, 성적, 자격증 등 스펙을 보지 않는다. 업무와 관련된 주제에 대한 에세이 심사만으로 서류 전형을 대체한다. 수은 관계자는 “좋은 학교나 학점, 자격증을 따져서 시험 볼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합격자들의 업무 성과를 분석해 다른 부문에도 확대시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학력, 전공,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격증, 해외연수, 인턴경력 등을 써넣는 난을 입사지원서에서 삭제했다. 대신 입사지원서에 자신이 읽은 인문학 도서를 기재해야 한다. 인문학에 밝은 통섭(統攝)형 인재를 뽑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국민은행은 지원자가 읽은 인문학 도서를 주제로 토론형 면접을 실시한다. 면접 전형 전반에 걸쳐 지식과 풍부한 사고력이 필요한 과제를 제시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문학적 소양과 소통능력, 팀워크, 창의력을 보유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문학적 소양 평가를 신입행원 채용에 적용한 결과 행원들이 영업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자기소개서 전형을 강화했다. 기입 항목을 5개에서 8개로 늘리면서 ‘감명 깊게 읽은 인문학 서적 3권과 느낀 점을 적으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아직 면접 방식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인문학 서적과 관련된 내용이 반영될 예정이다. 또한 한국사, 국어, 한자 등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을 우대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자기소개서 평가 비중을 예년의 2배로 강화한다”고 말했다. 면접은 여전히 중요하다. 과거처럼 실무진 면접, 임원 면접에서 여러 명이 묻고 답하는 단순한 면접은 줄었다. 합숙을 하거나 실무자와 온종일 함께 생활을 같이하는 등 지원자의 능력, 인성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파악하기 위해 면접을 강화하는 추세다. 기업은행은 ‘당신을 보여주세요’라는 자기 PR 대회를 신설했다. 일종의 면접으로 이 단계를 통과하면 서류전형에서 우대 혜택을 받는다. 4분 동안 자신의 강점이나 가능성 등을 홍보하는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학벌 등의 배경보다는 개인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했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면접 전형 중에 ‘역할 연기’ 분야가 있다. 거세게 항의하는 고객을 맞았을 때 어떻게 하면 될지 직접 연기를 해보이는 것이다. 농협은행은 하나로마트로 데려가 지원자의 기획력,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현장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하나로마트에 진열된 상품에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제를 준다. 국민은행은 ‘판매면접’을 실시한다. 상품을 판매하는 요령보다는 고객 서비스 마인드, 상황 대처 능력, 판매 잠재력 등을 평가한다. 신한은행은 온종일 차장급 이상 실무자가 함께 지내며 지원자의 능력과 품성을 파악하는 면접을 실시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따뜻한 보수 ‘엄마 리더십’ 통했다

    따뜻한 보수 ‘엄마 리더십’ 통했다

    ‘독일판 철의 여인’(메르켈)이 진짜 ‘철의 여인’(대처)을 제칠 수 있을까. 지난 22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59) 총리가 3선에 성공함으로써 2017년까지 12년간 총리직을 수행하게 됐다. 이로써 11년간 총리를 지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기록을 깨고 최장수 여성 총리에 이름을 올리게 될 전망이다. 1954년 서독 지역인 함부르크에서 목사의 딸로 태어난 메르켈 총리는 동독으로 이주해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원으로 일하다 동독 민주화운동 단체에 가입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정치 입문 15년 만에 2005년 첫 여성 및 첫 동독 출신이자 전후 최연소로 총리직을 거머쥐며 독일 정치 지형을 뒤흔들었다. 지난 8년간 ‘조용한 카리스마’로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무난히 넘기면서 당파를 초월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굳혀 국민의 지지를 받아 왔다. 특히 대처 전 총리와 달리 노조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사회적 시장주의를 지향하는 ‘따뜻한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도 편안한 ‘엄마 리더십’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예상 세수 > 실제 세수 13회중 6회…정부 세수 예측 적중률 절반에 그쳐

    정부가 올해 세수 부족액을 7조~8조원 규모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2001년 이후 실제 거둬들인 세수가 정부의 예상치보다 적었던 해가 6차례나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수가 추산치보다 부족해지는 것은 정부의 나라살림 운용을 옥죄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 22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올해까지 13년간 ‘세제 개편안’(9월 정부 발표안)의 국세 세입 예상액보다 실제 세입 실적이 부족한 경우는 7차례로 절반을 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의 부족분이 15조 651억원으로 가장 차이가 컸고 그다음이 올해 예상치(추경 효과 포함 7조~8조원)였다. 또 12월 국회에서 확정된 세제 개편안과 비교할 때 세입이 부족한 경우는 절반에 이르는 여섯 번이었다. 정부의 예측이 실제 세입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실제와 다르기 때문이다. 기재부 세제실은 물가 상승분을 포함한 경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준으로 세입 전망을 한다. 통상 경제 성장률 전망치보다 실제 성장률이 1% 포인트 하락하면 세수가 2조원가량 덜 걷힌다. 2009년 정부의 경상 성장률 예상치는 7.4%였지만 실제 성장률은 3.8%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7.6%의 성장을 예측했지만 실제 경상 성장률은 3.0%에 머물렀다. 세입 부족분은 2009년은 15조 651억원, 지난해는 2조 9250억원이었다.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내수가 부진해도 세수 부족이 나타난다. 수출이 증가하면 수출용 원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액이 늘어난다. 내수 부진 역시 국내 소비분의 부가세 수입이 줄기 때문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가세 세입을 줄인다. 이런 효과 등으로 2004년 세수 부족분은 4조 2729억원이었다. 올해 역시 수출 호전과 내수 부진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부가세 감소가 예상된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불안정해 세수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세, 소득세, 부가세 세수가 부족한 것이 세수부족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정부가 세입 예산안을 편성할 때 경제성장률을 과대평가해 오차가 생긴 부분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매매가 10% 하락, 전세가 37% 급등

    매매가 10% 하락, 전세가 37% 급등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10%가량 떨어지고, 전셋값은 37%나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국제 금융위기(2008년 9월 18일~2013년 9월 12일) 기간 동안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 725만원에서 3억 6530만원으로 10.3%(4195만원) 떨어졌다. 반면 전세 가격은 1억 4568만원에서 36.9%(5375만원) 오른 1억 9943만원을 기록했다. 수도권 시·도별로는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5485만원 하락해 가장 많이 떨어졌다. 이어 경기 3321만원, 인천 569만원 하락했다. 시·군·구별로는 서울 강남구가 1억 7427만원 떨어져 하락폭이 가장 컸고, 경기 과천시 1억 5917만원, 송파구 1억 1242만원, 성남시 1억 269만원, 양천구 7520만원, 용산구 6918만원 순으로 조사됐다. 고가·대형 아파트일수록 금융위기의 집값 하락 영향이 컸다. 같은 기간 수도권 시·도별 평균 전세가격 상승액수는 서울이 8023만원으로 가장 많이 올랐고, 경기와 인천이 각각 4586만원, 2905만원 올랐다. 시·군·구별로는 서울 서초구가 1억 6882만원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어 송파구 1억 5395만원, 강남구 1억 2079만원, 광진구 1억 854만원, 중구 1억 151만원, 용산구 9333만원 순으로 조사됐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매수 관망세가 심화되고 전세 수요로 대거 돌아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절대巨富, 빌 게이츠

    절대巨富, 빌 게이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가 20년 연속 미국 최고 부자의 자리를 지켰다. 16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 400대 자산가 명단’에서 게이츠는 순자산 720억 달러(약 77조 8300억원)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올해에만 125억 달러를 벌어 연간 최고 소득 기록을 세운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585억 달러)이 차지했다. 3위는 소프트웨어 제조회사 오라클의 공동 창업자 래리 엘리슨으로 순자산은 410억 달러로 집계됐다. 에너지기업 코흐 인더스트리의 공동 소유주인 찰스 코흐와 데이비드 코흐 형제가 각각 360억 달러로 공동 4위를 차지했다. 6위부터 9위는 대형 할인매장인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의 며느리 크리스티 월튼을 포함해 셋째아들 짐 월튼, 막내딸 앨리스 월튼, 장남 롭슨 월튼 등 월튼 일가가 휩쓸었다. 자산가인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310억 달러로 10위를 기록했다. 이들 자산가 400명의 순자산은 지난해보다 3200억 달러 늘어난 2조 200억 달러(약 2184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400명 중 지난해 재산이 줄어든 사람은 30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400등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최소 자산 규모도 13억 달러(약 1조 4000억원)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포브스는 “자본소득 비중이 높은 이들 자산가는 금융위기 당시 재산 손실이 컸지만 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세에 따른 주식 및 부동산 강세로 지난 5년 동안 대부분 손실을 만회하고 사상 최대 규모의 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세계 경제 리먼사태 때보다 악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5주년을 맞아 세계 금융시장의 부채 상황이 ‘리먼 사태’ 직전보다 더 좋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6일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연설에 나서 주목된다. 15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윌리엄 화이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경제개발검토위원회 의장은 “현재 선진국들의 부채 수준은 자국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30% 이상을 넘어섰고 신흥국 경제에는 거품이 끼어 있다”며 “마치 (2008년 9월 15일 리먼 사태 촉발 직전인) 2007년을 연상케 한다”고 밝혔다. 화이트 의장은 “전 세계가 (대출, 차입이 쉬운) ‘이지머니’에 중독됐기 때문”이라며 “전 세계에 불균형이 여전히 그대로 있다”고 지적했다. 화이트 의장의 이 같은 관측의 토대가 된 BIS 분기별 검토에 따르면 상환 순위가 가장 낮아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후순위채권의 올해 발행 규모가 유럽과 미국 금융시장에서 각각 지난해 대비 3배, 10배 이상 증가해 520억 달러(약 56조 4700억원), 220억 달러에 이른다.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가 주로 이용하는 차입성대출 규모도 전체 신디케이트론(다수 은행 차관단이 일정 금액을 차입자에게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 시장에서 45%를 차지해 최고조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7~2008년보다 10% 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스템은 이제 작동하고 있고 신용 있는 기업들에 대출해 주고 있다”며 “아직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금융위기 이후를 되돌아보고 “재발을 막기 위한 의지를 다지자”는 취지의 특별연설도 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글로벌 경제] 긴축주의자 서머스 떠나니 글로벌 금융시장 웃었다

    [글로벌 경제] 긴축주의자 서머스 떠나니 글로벌 금융시장 웃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차기 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래리 서머스(왼쪽) 전 재무장관이 후보 지명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세계 금융계가 남은 후보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주도했던 재닛 옐런(오른쪽) 연준 부의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서머스 전 장관을 연준 차기 의장으로 지명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오늘 아침 서머스 전 장관과 얘기를 나누고 나서 연준 의장 후보로 자신을 고려하지 말아 달라는 그의 결정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오바마가 신임하는 서머스 카드를 포기한 것은 시장과 학계, 공화당의 반대도 반대지만 무엇보다 여당인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강한 반대가 결정타 역할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서머스와 월가의 유착을 우려했다. 씨티그룹 등에서 거액의 보수를 받고 일한 그가 과연 연준 의장으로서 금융회사를 제대로 감독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었다. 규제 반대론자라는 이력도 결격사유로 작용했다. 서머스가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재무장관으로서 금융산업규제 완화에 앞장선 게 2008년 금융위기 발생에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2005년 하버드대 총장 시절 서머스가 “선천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과학과 수학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 여성 비하 발언으로 총장직에서 중도 하차했던 사건도 자질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다. 서머스는 1991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재직할 당시 선진국의 공해산업을 빈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내부 메모에 서명해 진보진영의 반발을 부른 적도 있다. 시장 또한 비타협적 성향의 서머스가 연준 의장이 되면 양적완화를 조기에 끝낼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이를 반영하듯 서머스가 낙마하자 주가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은 반색했다. 서머스가 낙마하면서 옐런 연준 부의장이 유력한 의장 후보로 떠올랐다. 그가 의장이 되면 연준 100년 역사상 첫 여성 의장이 된다. ‘비둘기파’로 양적완화 지지자인 옐런이 의장이 되면 미국의 출구전략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오바마는 도널드 콘 전 연준 부의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 로저 퍼거슨 교원공제회의 회장도 후보군에 올려 놓고 있어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누가 되더라도 양적완화 기조는 최대한 오래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융계의 분석이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홍콩 계좌·부동산稅 정보도 열린다

    홍콩 계좌·부동산稅 정보도 열린다

    지난해 검은돈의 은닉처로 유명한 스위스의 비밀 계좌 봉인이 풀린 데 이어 이르면 내년부터 아시아 최대 조세 회피처로 꼽히는 홍콩의 은행 계좌도 빗장이 풀린다. 금융기관의 계좌 정보는 물론 부동산 관련 세금 정보까지 양국 과세당국이 교환할 수 있어 탈세 혐의자의 자료 확보가 가능해진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홍콩에서 열린 한·홍콩 조세조약(이중과세방지협정) 제3차 교섭회담을 통해 양국이 이런 내용의 조세조약을 제정하기로 합의하고 가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홍콩은 2010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정한 과세 목적 정보교환 기준을 적용한 이후 공식적인 ‘조세피난처’ 국가에서는 제외됐지만 여전히 불법 외환거래, 재산도피, 자금세탁 등 조세 회피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국가다. 관세청에 따르면 홍콩 관련 외환범죄 검거 실적은 2008년 4228억원(68건)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가 위축된 2009년 2423억원(43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2010년 4836억원(33건), 2011년 1조 773억원(44건)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홍콩은 우리나라의 해외투자국 중 4위에 해당, 해당 정보를 확보할 필요성이 매우 높다. 기재부는 이번 주 안에 조세조약 제정안을 외교부로 보내 조문 검토 작업을 시작하고, 양국 간 정식 서명과 국회 비준 절차 등을 거쳐 빠르면 내년부터 정식 발효할 계획이다. 강윤진 기재부 국제조세협력과장은 “이번 조약을 통해 역외 탈세와 재산도피를 철저히 차단하는 동시에 양국 투자자들에 대한 이중과세를 막아 양국 간 건전하고 효과적인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약이 발효되면 이중과세 방지 협정에 따라 우리 국세청은 홍콩 투자자가 우리나라에 투자해 얻은 이자, 배당, 사용료 소득의 10%를 과세하고 홍콩 국세청에서는 투자자가 우리나라에 이미 낸 세금을 소득세에서 모두 빼주게 된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증시 전망대] 美 출구전략 발표 땐 “코스피 미세조정” 지배적

    [증시 전망대] 美 출구전략 발표 땐 “코스피 미세조정” 지배적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코스피가 지난 11일 3개월여 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지난달 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설이 터지면서 1850선까지 폭락했던 것과 비교된다. 하지만 추석 연휴(현지시간 17~18일)에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출구전략(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는 것) 계획이 발표되면 국내 증시가 미세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74포인트 떨어진 1994.32로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끈 외국인이 16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보였지만 국내 증시는 2000선을 지키지 못하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2000선 안착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이코노미스트 47명 가운데 31명(66%)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석 연휴에 열릴 FOMC 회의에서 자산매입 규모 축소 규모를 발표하는 등 출구전략을 시작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미국이 출구전략 계획을 발표할 때 국내 시장은 열리지 않기 때문에 당장 영향을 받진 않겠지만 연휴가 끝나고 23일 장이 열리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미국이 출구전략을 시작하더라도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몇 달 전 이미 출구전략 가능성이 시사되고 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설이라든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만한 것들이 다 나왔기 때문에 실제 출구전략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그때만큼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외국인들이 비정상적일 만큼 매수세를 보였는데 당분간 이 부분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면서 2000선을 유지하는 것이 조금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재상 케이클라비스 투자자문 대표도 “외국인 매수세가 조정되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는 쉬어 가는 장세에 접어들면서 단기적으로 가격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있다. 미국이 출구전략을 단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상징이며 이를 포함해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지면 외국인의 매수세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 과열권에 진입했지만 이는 박스권에서 벗어나 새로운 추세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의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국과 유럽까지 경기 회복 징후가 점차 뚜렷해지는 등 시장 여건이 양호하다”고 말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으로 인한 조정이 나타나도 기간과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인한 펀더멘털(기초경제 여건)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에 저점이 상승할 수 있고 외국인 매수 여력도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동물 형상에 빗댄 현대 자본주의 원리

    동물혼/마테오 파스퀴넬리 지음/서창현 옮김/갈무리/444쪽/2만 5000원 ‘동물혼(魂)’은 생경하지만 원제인 ‘애니멀 스피릿’(Animal Spirits)은 낯설지 않다. 1930년대 경제학자 케인스가 ‘경제를 움직이는 비합리적 반응’으로 이 개념을 처음 언급했고,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 애커로프와 로버트 실러는 이를 글로벌 금융위기와 연관시킨 동명의 책을 2009년 출간했다. 경제를 추동하는 불확실한 힘이지만 다스려야 할 대상으로 인식된 이 개념은 국내에선 ‘야성적 충동’으로 번역됐다. 이탈리아의 문화활동가인 저자가 쓴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와 대안을 동물 형상에 비유해 분석한 이론서다. 부정적 뉘앙스의 ‘야성적 충동’ 대신 ‘동물혼’으로 번역된 것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동물로서의 다중은 기존 질서를 파괴할 수 있는 부정과 혁신의 힘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역사를 추동하는 살아 있는 힘’이라고 파악한다. 책은 선하고 무결해 보이는 공유지에서 동물혼의 각축이 펼쳐지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디지털 공유지, 문화 공유지, 미디어 공유지에 기생하는 존재를 각각 기업적 기생체, 젠트리피케이션(도시 재활성화) 히드라, 머리 둘 달린 독수리에 비유한다. 포털사이트들이 네티즌의 자발적 창조성을 이윤으로 탈바꿈시키는 행위는 전형적인 디지털 자본주의의 기생체 작동 원리이며, 창조도시로 대표되는 문화 공유지의 도심미화, 사회적 기업, 재능 기부 같은 ‘착한 사업’들은 부동산 투기와 착취를 가리는 히드라이다. 또한 잔혹하고 폭력적인 이미지가 개인 미디어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유포되는 미디어 공유지에선 ‘권력과 욕망의 머리 둘 달린 독수리’가 활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장 보드리야르나 슬라보이 지제크의 급진적 비판이론이나 예술계의 공공예술운동 등은 결국 인간에게서 동물혼을 제거하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인간 본성의 동물적 측면에 대해 다시 인식하고 동물혼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글로벌 금융위기 5년 (하)] “고용 늘릴 창조경제 모델 만들고 성장 이끌 정부주도 정책 긴요”

    [글로벌 금융위기 5년 (하)] “고용 늘릴 창조경제 모델 만들고 성장 이끌 정부주도 정책 긴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됐던 글로벌 금융 위기. 유례가 없을 만큼 무겁고 광범위한 공포의 장막을 전 세계에 드리웠던 5년 전의 위기는 사회주의가 사라지고 자본주의로 합일화된 21세기 지구촌에 엄중한 질문을 던졌다. 과연 자본주의는 이 상태로 지속 가능할 것인가,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인가 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과 정승일 복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이 만났다. 대담은 지난 6일 오전 9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의 강 의원 방에서 진행됐다. [위기의 원인] 강석훈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됐을 때, 1930년대 대공황의 충격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죠. 결과적으로 그런 충격은 없었습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찾은 것이지요. 그러나 내재된 문제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리먼 사태 이전부터 자본주의 경제의 두 개 축인 ‘성장’과 ‘분배’는 모두 도전을 받고 있었습니다. 금융 중심의 성장 구도는 금융 버블(거품)을 만들었고, 거품이 꺼지면서 어떻게 성장을 모색해야 하나 방황하는 중이었죠. 미국의 일부 소득지표는 1920년대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현재 세계경제는 새로운 성장의 해법도, 악화되는 소득분배를 완화할 방법도 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정승일 현재 세계경제는 말 그대로 어정쩡한 상태입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성장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성장이 정체됐습니다. 누구도 미래에 대한 명확한 답을 못 찾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른바 ‘자본주의 4.0’을 만들자는 건데 시장 만능주의가 중시되던 신자유주의(자본주의 3.0)를 벗어나 과거 케인스주의(자본주의 2.0)의 장점을 덧붙이자는 겁니다. 결국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자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강 저는 자본주의 4.0을 시장과 정부가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현재 전 세계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룰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금융 위기를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없으며 경제 거품을 만들게 된다는 겁니다. 정부가 아무리 지출을 늘려도 시장의 뒷받침 없이는 성장의 한계를 만나게 됩니다. 정 지금 세계는 신자유주의가 보여 주었던 시장 만능주의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금융 부문은 규제를 늘리고 보완하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과 분배 모두가 안 되는 불안한 상황이고 경제는 활력을 잃었습니다. 성장의 축은 기업 투자입니다. 케인스주의가 탄생한 1930년대에도 기업은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안 했습니다. 그래서 기업 투자를 잡는 불확실성을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 케인스의 주장입니다. 또 저성장 국면에서는 소비가 줄기 때문에 정부의 지출이 늘어야 합니다. [자본주의와 분배정의] 강 글로벌 금융 위기는 사실 따지고 보면 정부의 재정적자와 저금리 기조에서 촉발됐습니다. 새로운 자본주의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출 증대보다는 민간의 투자가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해 과잉 생산에 나서면서 선진국 기업들의 투자 분야가 줄고 있습니다. 또 세계화의 진행으로 임금을 주고 물건을 생산하는 제조업보다는 자본을 투입하는 게 상대적으로 비용이 더 적어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의 투자와 일반 국민경제의 관련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투자 프레임보다는 창조경제와 같이 무형자산 투자나 혁신 프레임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 글로벌 금융 위기의 영향은 복지에서도 크게 나타났습니다. 선별적 복지보다는 보편적 복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훨씬 힘을 받게 된 거죠. 강 소득분배의 악화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 커다란 이슈가 됐습니다. 소득분배 구조가 열악해진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우선 인구구조의 고령화입니다. 기술의 진보로 고학력·고숙련자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저학력·저숙련자의 필요성은 낮아졌습니다. 세계화에 대한 적응 정도에 따라 계층이 나뉘었고 금융이나 의료 등 서비스업이 발전하면서 임금 격차가 더욱 커졌습니다. 한마디로 고용을 통해 경제 성장의 혜택이 모두에게 전달돼야 하는데 이 효과가 약해진 겁니다. 정 리먼 사태 때 저는 국제통화기금(IMF) 신탁통치로 이어졌던 1997년 외환위기가 떠올랐습니다. 5년 전 미국을 보면서 “너희도 터지는구나” 하는 쾌감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 IMF나 미국은 정경유착, 국가주도 경제 등 우리나라의 내재된 문제들을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한국이라는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와 금융시장이 가진 문제도 컸던 셈입니다. 외환위기 당시 IMF는 우리나라 정부가 개입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시장에 자율회복 기능이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은 5년 전 위기가 터지자 곧바로 개입을 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까지 파산할 위기였으니까요. 이제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고 금융시장을 규제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됐습니다. 강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미국은 저금리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는 방식으로는 경제 성장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또 2010년 유럽발 금융 위기는 재정이 약한 나라부터 위기가 현실화된다는 것을 알려 주었죠. 재정이 튼튼해야 하며, 저금리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학습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가 움츠릴 때 밖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또 경제와 사회가 떨어질 수 없다는 것도 배웠죠. 대기업들도 사회와 공존하지 않고 기업의 이익만 챙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더욱 명심했으면 합니다. 정 저금리 정책이 금융 버블을 만들었지만 저금리 정책의 이유도 잘 따져 봐야 합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000년대 초반부터 저금리 정책을 편 것은 연준의 임무가 물가 상승 방지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자 ‘고용 없는 성장’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기업 투자가 줄고 고용도 감소합니다. 당시 미국 기업들은 종업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으로 주주들의 환심을 사 주가를 높였습니다. 물건 값은 싸지만 직원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이른바 ‘월마트 자본주의’도 등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의 장기 투자가 사라졌습니다. ‘정부의 손’이 필요해진 겁니다. [고용없는 성장의 해법] 강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문제는 구조조정이나 가격조정 등 고통을 감내하는 방식이 아니라 돈을 푸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그 돈을 언제 거두느냐가 문제가 됐습니다. ‘고용 없는 성장’의 핵심 이슈는 고용이 성장과 분배의 고리로서 역할을 해 주느냐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성장이 곧 고용 증가였습니다.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를 가져다 주는 투자를 합니다. 투자 지표는 올라가는데 고용은 늘지 않습니다. 단순 투자가 아니라 고용을 유발하는 투자를 장려해야 합니다. 정 고용 없는 성장으로 성장의 열매를 모두가 나누지 못하는 상황은 상당히 심각한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지난 200년간 유지된 것은 부자의 탐욕이 투자로 연결되고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어서였죠. 사람들이 ‘고용 창출’ 때문에 자본주의를 용인했는데 이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사라진 겁니다. 고용 없는 성장의 이유 중 하나는 ‘주주자본주의’입니다. 제조업을 경시하고 서비스업을 중시하면 고소득 서비스업이 조성될 것 같았지만 경제 버블만 일어나고 질 좋은 일자리는 늘지 않았습니다. 경제가 주저앉은 아일랜드나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가 대표적입니다. 결국 글로벌 금융 위기는 금융을 중심으로 성장을 하자는 환상을 버리게 했습니다. 금융은 중개 기능만 하면 된다는 거죠. 강 고용 없는 성장은 사실 주로 선진국의 고민입니다. 베트남만 가도 아직 봉제공장투성이니까 말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경제 상황은 신흥국에 가까운데 고용 없는 성장은 선진국과 같다는 점입니다. 정 가장 좋은 창조경제는 제조업이라고 봅니다. 제조업은 연구개발(R&D) 집약형 사업입니다. 제조업에서 10조원을 투자하면 통상 5조원은 설비투자고, 5조원은 R&D 투자입니다. R&D 인력이 늘어나니 ‘고용 있는 성장’입니다. 창조경제를 얘기할 때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추격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주항공, 제약산업, 생명공학 등 선진국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포스트 캐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도 정부의 도움을 받아 R&D 인력을 늘렸고, 우주항공과 제약 산업을 키웠습니다. 이런 사업은 투자 10년 후에야 이익을 얻을 수 있어 기업 스스로 하기는 힘듭니다. 강 하지만 우주항공 등의 분야는 선진국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가 강하고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도 생길 수 있습니다. 시도는 해야 하지만 고민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시대 ‘한강의 기적’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미식 경제구조를 실험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유럽식 복지 제도를 실험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방식에 가까울 겁니다. 반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선진국의 시스템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미 많이 따라했습니다. 한국형 자본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선별적 복지도, 보편적 복지도 한쪽만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어떻게 조정해 한국형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합니다. 정 글로벌 금융 위기로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말이 사라졌죠. 선진국이 전부라는 생각이 사라진 겁니다. 이 글로벌 금융 위기는 2011년 금융기업의 탐욕을 꾸짖는 반월가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제에 공정한 룰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경제민주화] 강 반월가 시위가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았죠. 하지만 경제민주화 논의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는 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그간 재벌들은 새 시장을 개척하고 고용 창출을 많이 했습니다. 반면 2000년대 후반부터 안전한 투자에 집중해 왔습니다. 결국 동네 상권까지 진출하니까 경제민주화 얘기가 나온 겁니다. 대기업은 자본뿐 아니라 인재도 집중됩니다. 해마다 유능한 인재들이 대기업으로 몰려갑니다. 돈과 사람이 있으니 그 힘은 막강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사회와 어우러지는 대기업을 만드느냐는 것입니다. 정 재벌 가족과 재벌 기업은 따로 떼어서 생각해야 합니다. 대기업들이 이익을 내서 신규 사업에 진출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내부거래 규제를 다소 풀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기업들이 우주항공 등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 진출할 상황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1년 내에 이익이 안 나는 부서는 바로 정리합니다. 강 경제민주화 원칙은 대기업의 투자는 보장하되 대기업 사주의 사익편취 행위는 막겠다는 겁니다. 향후 몇 년간은 고령화, 중국경제 대응, 남북 통일 등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한 새로운 자본주의를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인구구조는 고령화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서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겁니다. [성장동력의 해법] 정 저는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같은 새로운 플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는 시장 위주의 철학을 과감히 되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시장 얘기를 많이 하죠. 현재 많은 사회적 논쟁은 향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일정표가 없어서 생기는 것들입니다. 복지 논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세수가 부족해 못 한다면 언제 복지정책을 어떻게 진행할지 알려 주면 됩니다. 기업들도 투자 리스크가 상당히 줄어듭니다. 강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가 정말 시장에 의존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정부가 개입했던 부분도 많았습니다. 또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정부 역할의 강화가 있었지만 모든 분야에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금융 분야는 분명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졌지만 정부가 산업계획까지 이끌 능력과 정책 수단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1년 단위의 계획도 경제의 변화로 잘 맞지 않습니다. 또 5년 이후의 장기 플랜은 다음 정권이 할 일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기 힘듭니다. 정 분명히 성장을 다시 살려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2만 달러 정도이고, 미국은 4만 달러입니다. 산술적으로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6~7% 성장을 해도 30년이 걸립니다. 더 노력해야 합니다. 우선 정부의 지출을 늘려야 합니다. 둘째, 분배 위주의 복지국가로 가야 합니다. 셋째, 투자 주도의 성장을 해야 합니다. 기업이 사내에 잔뜩 쌓아 놓고 있는 유보금을 쓰도록 하는 방향의 규제가 필요합니다. 규제를 완화하느냐, 강화하느냐가 아니라 규제의 방향이 중요한 것이죠. 수출 쪽은 기업 규제를 풀고 내부 서비스 진출은 규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진행 김태균 경제부장 정리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석훈 의원은 ▲1964년 경북 봉화군 출생 ▲서라벌고-서울대 경제학과-미 위스콘신매디슨대 경제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패널팀장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1997년~) ▲한국재정학회 이사(2003~2006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2009년) ▲제19대 국회의원(서울 서초구을)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 ■정승일 연구위원은 ▲1961년 서울 출생 ▲장충고-서울대 물리학과(중퇴)-베를린 자유대학 정치경제학 박사 ▲국민대학교 경제학부 겸임교수(2004년 9월~2006년 8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2004년 9월~2011년 1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 사회민주주의센터 공동대표(2011년 2월~) ▲‘쾌도난마 한국경제’ 공저(2005년)
  • [사설] 공직사회 임금인상 최소화로 솔선수범해야

    공무원들의 내년 임금 동결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과거에도 경제가 어려울 때는 공무원 봉급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정책을 택한 적이 있다. 외환위기 발생 이듬해인 1998년(- 4.1%)과 1999년(-0.9%)에는 임금이 깎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2010년에는 임금이 각각 전년과 같은 수준에서 묶였다. 중앙정부 공무원의 임금 조정은 지방공무원이나 공기업, 공공기관, 준공공기관의 임금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한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공직사회의 솔선수범을 기대한다. 안전행정부는 내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차등화하는 안(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3급 이상은 2.8%, 4급 이하는 4.1%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평균 인상률 2.8%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고위직은 물가상승률을, 하위직은 사기 등을 고려해 인상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은행권 노사는 노조 측의 양보로 내년 임금 인상률을 2.8% 선에서 의견 접근을 보고 있다. 안행부의 공무원 임금 인상안에 대해 새누리당은 너무 높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그저께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내년도 예산편성 과정에서 업무추진비, 여비, 행사비 등 공공부문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 등으로 경제활력 회복을 뒷받침하는 투자는 최대한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발언을 두고 공무원 임금이 동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증세 없는 복지와 관련해 논란이 적잖다. 막대한 재원 조달 문제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초연금이나 무상보육 등의 복지정책은 속성상 제대로 시행해 보지도 않고 중단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공무원 수가 많고 공공부문의 부채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정부 부채는 468조 5000억원, 493개 공공기관 부채는 493조 4000억원이나 된다. 특히 지방정부의 재정 위기를 헤쳐가기 위해서는 과감한 공직 개혁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통계청의 2013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 3명 중 1명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국가직과 지방직 공무원 공채 선발인원은 9667명인 데 비해 지원자 수는 45만명을 넘어섰다. 반면 제조업 생산직의 15~29세 청년층은 8.8%에 불과하다. 절반에 가까운 48.3%는 50대 이상이다. 공무원이 근무 여건에서 민간기업체에 비해 유리한 점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지난해 공무원 급여는 민간기업의 83.7% 수준이다. 공무원연금 누적 적자는 9조 8000억원이지만 올해 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219만원으로 국민연금의 2.6배 수준이다. 임금 인상 최소화와 함께 차제에 공무원연금 체계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금융위기 5년, 세계경제 다시 美만 본다

    2008년 9월 15일(현지시간)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세계의 시선은 또다시 미국을 향하고 있다. 그동안의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8~1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그 방아쇠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그해 가을의 위기는 세계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듯했다. 2009년 3월 9일에는 미국의 다우존스 주가지수가 6547.05까지 떨어졌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전 최고치인 1만 1421.99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해 10월 실업률은 10.2%까지 치솟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국채와 회사채 등을 사들이며 시장에 돈을 풀었다. ‘양적완화’(QE)라는 생소한 단어가 경제뉴스를 장식했다. 미국이 세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쏟아낸 돈은 올 8월까지 4조 3700억 달러에 달했다. 현재 미국경제는 완연한 회생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민간 부문의 실질 경제 성장률은 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유럽은 여전히 10%를 넘는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의 성장률은 7.6%로 ‘바오바’(8% 이상의 경제성장률)가 붕괴됐다. 한때 ‘중세시대 이후 최악의 암흑기’로 불렸던 글로벌 금융위기의 터널이 미국에는 오히려 글로벌 경제의 패권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경제의 회복이 우리나라에는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의 강점이자 버팀목인 수출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다만 금리 등 금융시장의 부담은 일정 부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미국의 금리가 오를 텐데 이 경우 국내 금리도 덩달아 올라 가계 부채나 기업 자금 조달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글로벌 금융위기 5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남긴 4자 키워드 8選… ‘강화된 4원칙·사라진 4통념’

    “2008년 여름 미국 월가에는 부동산 모기지론과 관련해 프레디맥과 페니메이가 무너져 정부가 자금을 투입한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리먼 브러더스도 곧 무너질 텐데 작은 회사여서 큰 충격은 없을 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건 완전히 잘못된 계산이었지요. 얼마 후 휘몰아친 건 그야말로 공포, 청천벽력이었죠.” 당시 미국 월가의 한 금융회사에 파견됐던 기획재정부 고위 공무원의 묘사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 5년. 글로벌 경제에서는 4개의 원칙이 강화됐고 4개의 통념은 소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남긴 8개의 키워드를 사자성어로 풀어본다. 1. 대마불사!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회생은 기축통화인 ‘달러의 힘’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양적완화(QE) 정책으로 달러를 수도 없이 찍어낸 미국은 ‘대마불사’의 전형을 보여줬다. 물론 위기의 와중에 무너지지 않은 AIG, 시티그룹과 같은 글로벌 금융회사도 이 범주에 해당한다. 전 교수는 달러를 가진 미국을 ‘금본위제 시대에 금광을 가진 국가’로 표현했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초반 미국과 같은 확장적 통화정책을 펼쳤지만 미국과 같은 힘이 없어 오히려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진 적이 있다. 전 교수는 “엔화는 결국 절반만 기축통화였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던 격이었다는 얘기다. 2. 수출입국! 무역수지 흑자 없이는 경제 안정이 없다는 점도 지난 5년간 여실히 드러났다. 이는 제조업 경쟁력과 연결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었던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국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무역수지 흑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경상수지는 결국 국가의 대외건전도를 나타내는 지표”라면서 “실물경제가 튼튼한 국가들이 금융위기에도 내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도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높은 결정적인 이유는 높은 경상수지 흑자 덕택”이라고 말했다. 3. 신용만능!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본질을 ‘거품’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부동산 대출, 금융 파생상품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덮으면서 거품이 생겼다”면서 “시장이 순식간에 믿음을 잃자 재정 등 정책적 수단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역시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가 위축되고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면서 “개인이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4. 국고수성! 건전한 재정 없이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불가능하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리먼 사태의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건전한 재정이었다”면서 “정부는 국민들에게 지금은 어렵지만 탄탄한 재정을 유지함으로써 미래에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2년째 적자예산을 편성하면서 2014년부터 재정수지 흑자를 내겠다는 약속을 뒤집었다. 그동안은 괜찮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재정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5. 금융입국? 우리나라도 리먼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제조업 성장 단계를 건너뛰고 금융서비스업으로 우뚝 선 아일랜드 같은 나라를 동경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제조업 없는 금융 산업 육성은 사상누각임이 드러났다. 이한규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금융 주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국가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제조업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2008년 이후 미국은 제조업에 집중 투자했다. 6. 탐욕질주? 함께 공존하는 경제 민주화와 동반 성장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2011년 8월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반월가 시위는 99%가 1%의 탐욕에 대항한 사건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 위주의 경제 성장 모델이나 부자 위주의 세금 정책들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중심 성장 환경에서는 대기업의 힘이 막강했지만 내수 중심의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동반 성장이 필수적”이라면서 “같은 맥락에서 경제 민주화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7. 성장지상? 고도 성장의 환상은 버리는 게 낫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은 고령화되는 인구구조 등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제는 실질적인 행복 지수를 높이는 내실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지나면서 소득 양극화가 심해졌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축 대신 가계 부채를 늘린 점은 반성하자고 했다. 8. 복지만능? 재정 없는 복지가 사상누각이라는 것도 드러났다. 복지 선진국이었던 유럽 국가들의 상당수가 재정 위기에 빠졌다.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복지는 다음 세대에 큰 세금 부담을 주게 된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소득세나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해 세금을 더 징수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정책을 확대하면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글로벌 금융위기 5년] 美, 구조조정 통해 체질개선… ‘싼 달러’ 누렸던 신흥국은 위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5년] 美, 구조조정 통해 체질개선… ‘싼 달러’ 누렸던 신흥국은 위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5년 동안 세계 경제가 다극화되는 과정에서도 미국에 대한 종속력은 오히려 더 커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5년간 미국은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개선했는데 미국의 ‘싼 달러’에 취했던 신흥국들은 이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 논의가 시작됐지만 미국 월가의 반발에 막혀 이뤄진 것은 아직 없다. 지난 5년은 신흥국의 시기였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으로 세계 경제는 2009년 상반기를 저점으로 반등했다. 세계 무대에서 발언권을 얻은 신흥국은 주요 20개국(G20) 회의체를 발족시켰다. 중국 위안화가 지난해 말 기준 세계 10대 결제통화에 진입하는 등 위상이 높아졌고 ‘G2’(미국과 중국)라는 용어도 생겼다. 하지만 내면은 다르다. 신흥국은 구조조정에 소홀했다. 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인도의 경우 최근 식품보조금 법안까지 통과된 상태다. 인도 루피화는 올 들어 달러당 15%가량 가치가 떨어진 상태다. 중국도 올해 리커창 총리가 취임한 이후 경제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올 초 소득세율 인상, 예산 자동 삭감(시퀘스터)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2%대 초중반 정도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대세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과 멕시코, 동유럽 국가들이 싼 달러 자금이 넘쳐날 때 구조를 개혁해 경제 기초 체력을 다졌다고 최근 호평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 우리나라는 2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 보유액에도 불구하고 2008년 10월 16일 원달러 환율이 하루 동안 133.5원 폭등하는 등 환율이 급등락했다. 정부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외환 보유액 확충에 나섰다. 지난 8월 말 기준 외환 보유액은 3310억 9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다. 특히 경상수지에서 지금은 5년 전과 큰 차이를 보인다. 올 7월까지 18개월 연속 흑자로, 올해 누적 경상수지가 365억 5000만 달러에 이른다. 2008년 한 해 경상수지 흑자(32억 9800만 달러)의 10배 규모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는 “리먼 사태 이후 서별관회의(청와대 경제금융 상황 점검회의) 때마다 경상수지 때문에 애태웠던 기억이 있다. 조금이라도 끌어올려 보려고 대책을 논의했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면서 경제의 활력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 2분기 성장률이 1.1%로 9분기 만에 전 분기 대비 0%대 성장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밑돈다. 또 2분기 성장은 재정지출에 따른 영향이 큰 상태라 올 하반기 경제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국내총생산 대비 수출입 비중)가 80~90%에서 100% 이상으로 높아져 세계 경제의 움직임에 더 취약해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경제 블로그] 베이비부머 때문에… 50대 고용증가 착시현상

    [경제 블로그] 베이비부머 때문에… 50대 고용증가 착시현상

    최근 50대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세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20대들이 아버지 세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50대의 고용 증가는 40대들이 나이를 먹어가며 자연스럽게 50대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최근 50대 고용동향 특징 및 시사점’이라는 연구보고서 내용입니다. 50대 취업자가 증가한 원인을 꼼꼼히 살펴보니 ‘베이비부머’(1955~63년생)들이 본격적으로 50대에 진입하며 일어난 착시 현상이라는 설명입니다. 늘어난 취업자에서 5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8~2002년 18.3%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2003~2007년 78.8%로 뛰더니 2008~2012년 101.0%까지 급등했습니다. 베이비부머가 2005년부터 50대로 접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세대들이 처한 고용 여건은 상당히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50대 중후반 세대들의 명예퇴직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베이비부머들의 연령 이동 효과를 제외하면 50대 취업자 수는 오히려 2005년 이후 계속 줄었습니다. 기재부에 따르면 49세에서 50세로 이동한 취업자를 제외한 50대 취업자 수는 2005~2008년 5만 2000명, 2009년 14만 8000명, 2010~2012년 8만 5000명가량씩 줄었습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된 올 상반기에도 50대 취업자는 8만 4000명이나 줄었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이 60대로 접어드는 2015년부터는 50대 취업자 수도 상당히 줄어들 전망입니다. 60대는 50대와 달리 대부분 직장에서 은퇴하기 때문에 2015년 이후에 60대 취업자 수가 급증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의 일자리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심각해지는 실정입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양적완화 축소 임박에 펀드환매·달러투자 늘었다

    양적완화 축소 임박에 펀드환매·달러투자 늘었다

    미국의 양적완화(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것) 축소가 다가오면서 펀드 환매가 늘고 달러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코스피가 2000에 육박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 양적 완화 축소 여파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만큼 대비가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730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9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됐다. 앞서 지난 8월 말 현재 전체 펀드 순자산은 한달 전보다 1조 4000억원이 줄어든 325조 1000억원이다. 주식·채권형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 순자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으로 환매가 발생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코스피는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로 상승세다. 10일 전일 대비 19.39포인트 오른 1994.06를 기록하며 2000선 돌파를 앞두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날까지 13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이 기간 순매수 금액은 4조 4973억원이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신흥국 대비 한국 증시의 안정성과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8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 늘어나 증시가 강한 상승세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달러화 강세에 대비한 기업과 개인은 달러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민, 기업, 신한, 우리, 외환, 하나 등 6대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1월 말 270억 600만 달러에서 5월 말 271억 1900만 달러로 0.4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양적완화 축소가 언급된 5월 이후 잔액이 크게 늘어 8월 말 337억 7400만 달러로 24.5% 급증했다. 은행별로 외환은행이 5월 말 95억 9800만 달러에서 8월 말 121억 600만 달러로 상승폭이 가장 컸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달러를 미리 준비해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학생 부모나 자산가들도 달러 투자에 나서면서 외화 예·적금 상품도 인기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지난 7월 공동 출시한 ‘해피투게더외화정기예금’은 3일 만에 한도 3000만 달러가 매진됐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는 17~18일 예정된 미국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실제 단행될 가능성, 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 현실화, 시리아 사태 등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 요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출구전략이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흐름이 바뀔 수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위로